주말에 조카들이 왔었다. 둘째 조카는 병원에 들르느라 좀 늦었고 첫째 조카는 울엄마랑 먼저 도착했는데, 식탁 위에 내가 까놓은 오렌지를 보고는 '와 오렌지다' 하며 덤벼들었다. 나는 응, 이모가 타미 먹으라고 까 놓은 거야, 먹어, 했더니, 먹으면서 연신 맛있다고 두 개 먹겠다고 하며 입에 오렌지를 넣더라. 그걸 보는데 너무 예쁘고 좋은거다. 행복해지고. 아, 나는 이 아이를 정말 사랑하는구나, 싶었다. 먹는 걸 보는 게 너무 좋으면, 그건 바로 사랑이 아닌가. 반대로, 먹는 게 꼴도 보기 싫다면, 그 관계는 이미 끝장난 것 같다...


칠 살 조카가 일전에 우리집에서 내가 쪄놓은 달걀을 오물오물 먹을 때도 너무나 행복했는데, 이번에 오렌지를 먹는데도 너무나 예뻐서,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조카는 내 영혼의 치료제야, 싶었다. 이 아이, 계속 계속 먹이고 싶어. 다음날에는 다같이 피자 시켜 먹었는데, 내가 먹기 좋게 가위로 다 잘라줬다. 조카 입에 피자 들어가는 게 너무 예뻐서. 당신이 먹는 모습을 보며 내가 행복하다면,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겁니다.....


이뿐 것들 ㅠㅠ


과자 먹고 싶다고 해서 집에 있는 홈런볼과 새우깡을 각자의 그릇에 담아 각자에게 건넸더니, 둘 째 네 살 조카가, 이모도 먹어봐 맛있어, 하며 입에 넣어준다. 아...이놈들 ㅠㅠ 사랑 ♡



나랑 손 잡고 걷는 칠 살 조카




나랑 손 잡고 걷는 네 살 조카



우산을 자기가 들고 가겠다고 달라더니, 자기가 감당하기에 너무 우산이 길어서 어쩔 줄을 모르더라. '이모가 우산 들고갈까?' 했더니 응, 하며 우산을 건네준다. 아구 이뽀 ㅠㅠ




어제는 퇴근 길에 너무 배가 고팠고 뭔가 '잘' 먹고 싶었다. 그래서 회사 근처의 '보리밥과 청국장' 집에 들어가 혼자 앉았다. 두루치기는 2인이상 주문가능하다는데, 저기 혹시 1인은 안될까요? 했더니, 사장님께서 웃으시며 해드릴게요, 하셨다. 그래서 나는 한 상 가득, 흡입했다. 다 먹고 계산하는데 후식 꼭 좀 드시라고, 맛있다고 연신 권하셨다. 나는 자주 생각한다. 사람들은 모두 나한테 잘해준다고.



먹기전 사진을 찍었는데, 내가 이렇게 잘 먹고 다닌다고 하면 좋아할 사람이 떠올라 사진을 보냈다. 그리고 나 이렇게 잘 먹고 다녀요, 라고 보냈다. 그러자 답장이 왔다. '잘 먹고 있다니 정말 반가운 소리구나' 하고. 



엊그제부터 나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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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6-04-19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글을 누가 좀 봤음 싶군요. ^^:::::::

다락방 2016-04-19 12:10   좋아요 0 | URL
링크를 보내세요! 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16-04-19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 그대로 진수성찬~~ 완전 건강식, 웰빙이네요~~
좋아요, 좋아요, 좋아요^^

다락방 2016-04-19 12:10   좋아요 0 | URL
그쵸? 혼자서 막 쌈 와구와구 싸먹는데 참 좋았어요. 와, 나 참 잘 먹네..하면서. 흐흣

건조기후 2016-04-19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쁘네요. 예뻐요. 조카들도, 먹는 걸 보는 게 행복하면 사랑이라고 말하는 다락방님도, 밥상도.. ㅎㅎㅎ

다락방 2016-04-19 12:11   좋아요 1 | URL
조카들이 너무 예뻐서 제가 다 미칠 지경입니다. 으흐흐흣 조카들 있어서 너무나 좋아요.
먹는 거 보는 게 좋으면 사랑이 맞아요. 전 상대가 먹는 거 보고 정떨어진 적도 있거든요. 그건 다시 회복이 안되더라고요. 정 떨어지는 거의 끝장, 끝판이 먹는 게 보기 싫어지는 것.. 아닌가 합니다. 아핫
건조기후님은 저런 밥상을 앞에 둔 저를 예쁘다 하시니 저를 사랑하는 걸로... ( ˝)

순오기 2016-04-19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는 조건없이 이쁘죠.^^
조카가 그렇게 이쁜데 내 새끼는 얼마나 이쁠지... 상상이 되시나요?^^♥

다락방 2016-04-19 18:00   좋아요 0 | URL
아뇨.. 상상이 안되는데, 앞으로도 저는 경험할 일이 없을 것 같아요. -0-

몬스터 2016-04-19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 동감 , 먹는게 뵈기 싫으면 그 관계는 끝장난거라는 말이요 ,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 먹는거 보는거 참 행복한 거라는거도요.

2016-04-20 0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6-04-22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말 있잖아요?
내 새끼 입으로 들어가는 거 보면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고.
전 절대 그 말 안 믿었거든요.
아니 내 입으로 음식이 들어가지도 않는데,
어떻게 내 배가 부르냐구요!

어렸을 때 GOD 노래에 나온 일화를 직접 겪었어요.
엄마와 어딜 다녀오는 길이었는데 점심때가 한참 지났었고,
전 배가 고팠어요.
제 주머니엔 누군가에게 용돈으로 받은 5백원이 있었죠.
저는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자고 했고,
짜장면 값 5백원으로 한 그릇을 시켜 둘이서 먹었어요.
그런데 어머니는 한 두 젓가락도 제대로 안 드시곤
맛이 없다며 제가 먹는 모습만 보셨죠.

언제였던가 아이들과 놀다가 시내에서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그 음식점이 엄청 비싼 곳이더군요.
그렇다고 아이들이 먹고 싶어하는 메뉴를 골라 들어왔는데,
그냥 나갈 수도 없고,
가격 대비 괜찮을 듯한 메뉴로 두 개만 시켜 먹었어요.
우리는 다 먹성이 좋아서 저도, 큰 아이도, 작은 아이도 다 잘(많이) 먹거든요.

제가 막 먹으면 한창 자랄 나이인 아이들 먹을 게 없을까봐
일부러 애들 눈치보면서 아주 조금 먹은 후
아이들 먹는 모습을 지켜봤어요.
어찌나 예쁘게 잘 먹는지,
진짜 보고만 있어도 흐뭇하더라구요.
비록 내 배는 채우지 못했지만,
아이들이 잘 먹는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물론 그보다 더 좋은 건 제가 만든 음식을 잘 먹는 모습이지요.
저는 당연히 대식가라서 음식을 잔뜩 만들기 때문에 모자라는 일이 없어요. ^^

다락방 2016-04-25 09:33   좋아요 0 | URL
아 감은빛님! 제 로망입니다. 제가 만든 음식을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잘 먹는 거요. 몇 년전에 첫째 조카가 세살 때였나, 스파게티를 만들어줬는데, 물론 소스 사다가 부은 간단한 요리이긴 했지만, 잘게 잘라줬더니 포크로 막 먹으면서 맛있다고 하는 거에요. 정말이지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신나서는, 그 다음에 조카가 왔을 때 또 해줬거든요. 그 때는 안먹더라고요??????????????? 아하하하하.

저도 뭔가 자신있는 요리가 하나쯤 있었으면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이 먹는 걸 보고 싶어요. 이런 저런 요리들에 도전해보지만, 계란말이나 계란찜 같은것도 언제나 대실패로 끝나요.. 참담한 기분입니다.. Orz

그래서 돈을 열심히 벌어야해요. 저는 제가 요리를 해줄 수가 없으니 ㅠㅠ 너무 맛이 없어서 ㅠㅠ 돈 주고 사먹이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ㅠㅠ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아요. 직장을 관두고 싶은 마음이 언제나 가득하지만 참고 다녀야하는 이유죠 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