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박연준을 시로 먼저 접했는데 그건 그녀가 시인이기 때문이었다. 시인 박연준이 쓴 시집을 읽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므로 뭐 다시 생각할 것도 없었는데, 시인 박연준이 쓴 산문을 읽노라니 아 이사람은 진짜 시인이구나, 싶다. 무슨 산문의 문장들이 이토록 아름답단 말인가. 아름답다는 감탄과 동시에,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쓰지 못할 문장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문장, 나는 못 써.


어제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 소식을 들으면서 트윗상에서 친구들과 한강의 작품에 대해 수다를 떨었는데, 우리 모두가 이미 한강의 작품을 읽었었기 때문에 그 수다가 가능했음을 알고 즐거웠다. 우리 모두가 읽어서 이렇듯 여기에 대해 얘기할 수 있네, 하는 것은,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 사이의 기쁨이다. 다 알라딘에서 만난 사람들이어서 가능했던 게 아닌가 싶다. 


한편, 이 책, 『소란』을 읽는 것도 즐거웠는데, 그건 내가 이미 시로서 시인을 여러번 접했기 때문이었다. 시인의 시집을 읽으며 '이 사람은 대체 아버지와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왜 아버지를 내내 놓지 못하나' 같은 생각을 했었는데, 산문집에서 그녀와 아버지의 사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시로만 접했을 때 확 다가오지 못했던 것, 명징하지 않았던 것들이, 산문으로 다 풀어져 있으니 조금 더 명쾌해졌다고 해야할까. 지금 이 문장들을 내가 쓰다가 깨달은건데, 내가 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또 제대로 감상도 하지 못하는 것은 명징하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문장들로 감싸놓은 그 속뜻은 너무나 뭉뚱그려져 있는 게 아닌가, 모호한 게 아닌가. 그 모호함이 시의 특성임을 알고 받아들이는 사람들, 시어 속에 숨겨진 뜻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시를 읽고 좋아하고 쓰는 사람들이겠지만, 나는 시어 속에 숨겨진 의미들을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가진 게 아닌가..싶어졌다. 어쨌든.


이 산문집을 한장 한장 넘기다보니, 아, 역시 사람은 자기가 보고싶은 대로 보고 느끼고 싶은대로 느끼고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그리고, 그대로 행하는구나 싶었다. 그녀의 산문 곳곳에서 나는 그녀의 시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기억해요? 당신이 생각보다 어두운 사람이었기 때문에 나는 자주 나뭇잎에 매달려 끈질기게 초록, 초록이 되려고 애썼던 일이요. 나는 다 기억해요. 당신이 내 앞에서 문고리처럼 도드라졌던 것. 아주 딱딱하고 화난 것처럼. 나는 놀라서 당신을 비틀어 잡았고, 문이 열렸고, 그때부터 당신은 내 속으로 수없이 이양되었죠. 나중에는 열린 문을 어떻게 닫아야 할지 몰라 오래 방황했어요. 당신을 비우려고, 비우려고 애를 써도 잘 안됐던 것. 이양된 당신이 너무 많았기 때문일 수도, 혹은 내가 너무 어렸기 때문일 수도, 혹은 당신이 나를 멀리서 너무 꽉 붙들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p.34)



당신을 비우려고, 비우려고 애를 써도 잘 안됐던 것, 이라는 문장을 읽으니 아아, 나는 그녀의 이 시가 대뜸 생각나는 것이다. 



여름의 끝


오래된 시간 앞에서 새로 돋아난 시간이 움츠린다

머리에 조그만 뿔이 두 개 돋아나고

자꾸 만지작거린다

결국 도깨비가 되었구나, 내 사랑



신발이 없어지고 발바닥이 조금 단단해졌다

일렁이는 거울을 삼킬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수천 조각으로 너울거리는 거울 속에

엉덩이를 비추어 보는 일은

이젠 그만하고 싶다



두 손으로 만든 손우물 위에

흐르는 당신을 올려놓는 일

쏟아져도, 쏟아져도 자꾸 올려놓는 일



배 뒤집혀 죽어 있는 풀벌레들,

촘촘히 늘어선 참한 죽음이

여름의 끝이었다고

징- 징- 징-

파닥이는 종소리



저기, 저 부분. 쏟아져도, 쏟아져도 자꾸 올려놓는 일, 말이다. 나는 이 시를 좋아했다. 나는 전화번호를 잘 외우지만 시는 못외우는데, 그래서 시를 몇 편이나 외우면서 읊는 사람들이 너무나 존경스러운데, 그래도 저 부분은 외웠다. 쏟아져도, 쏟아져도 자꾸 올려놓는 일. 그런데 저 시, 참 좋지않은가! 

여름 이라서 좋다. 저 제목이 여름의 끝, 이라서. 봄의 끝이나 가을의 끝 혹은 겨울의 끝만 됐어도 내가 이만큼 저 시를 좋아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내게 여름은 엄청나게 특별하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여름이란 계절을 내내 좋아했다. 지금도 그렇다. 여름엔 내 생일이 있어서 좋고, 여름 원피스들은 입으면 느낌이 좋아서 좋다. 여름 원피스는 진짜 짱이다! 여름에는 사람들이 뭔가 밝아 보여서 좋고, 여름에는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오는 것 같아서 좋다. 여름에는 햇빛이 눈부셔서 좋고 여름에는 땀이 잘나서 좋다(응?). 뭣보다, 여름에 만났던 남자가 너무너무 좋았어서 좋다. 여름은 정말이지 뭐하나 싫은 게 없다. 여름은 내가 생각하기에 나랑 너무나 잘어울리는데, 그건 여름도 좋지만 나도 좋기 때문이다. 여름 만세! 


그렇지만 여름의 '끝' 이라니..슬퍼........


내게서 흐르지마.



외출 후 돌아왔을 때 내 방 풍경에 새삼 놀란 적이 있다. 

내가 없는 사이 일정 시간 동안 버려져 있던 방 풍경 때문이다.

방은 내가 외출해 있는 동안 '두고 온 똥'이 되었다.

벗어놓은 잠옷 바지는 다리를 잃은 채 주저앉아 있었고, 이불은 일어서려다 실패한 자세로 웅크리고 있었다. 텔레비전은 입을 다문 채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으며,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쌓여있는 책들은 고개를 숙인 채 무언가 상심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브래지어는 사라진 두 덩이 온기를 그리워하다 바짝 시들어 있었다. (p.59-60)



위 인용문을 읽다가는 당연히 이 시를 떠올렸다. 이 시는 아마도 저 날 쓰여진 게 아닐까 싶다.



바지를 벗다가



바지를 벗어놓으면 바지가 담고 있는 무릎의 모양

그건 바지가 기억하는 나일 거야

바지에겐 내 몸이 내장기관이었을 텐데



빨래 건조대에 얌전히 매달려 있는

내 하반신 한 장



나는 괜찮지만

나 이외의 것들은 괜찮을까, 걱정하는 밤



내가 없으면 옷들은 걸어다니지 못한다




이렇게 그녀의 산문을 읽으면서 저절로 그녀의 시를 떠올리다니...나는 박연준의 매니아도 아닌데.......특별히 아끼는 시인이라던가 특별히 아끼는 작가도 아닌데...그런데도 이렇게 산문 읽으며 시를 딱딱 떠올리다니...졸 멋지잖아!!!!! 졸 똑똑한 게 아닌가!! 아니, 세상에 이런 여자가 어딨담????????????????????? 근사해!!!!!!!!!!!!!!!!!!!!!!!!!!!!!!!!!! 

이 글을 읽는다면 박연준이 나 완전 고맙고 감사하고 좋고 막 그러지 않을까???



라고 써놓고 보니 나, 자기애적 성격장애....가 분명한듯 하다. -0-




흥분의 실체가 사라질까봐 두려운 생각이 드는데, 그것은 '안달'이 난 상태와도 비슷하다. 마치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몸에서 뾰족한 뿔이 돋아나는 것 같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빨리, 빨리! 손가락들이 외치는 소리를 듣게 되고, 손가락이 시미는 대로 펜을 쥐고 멀리서부터 여기에 막 도착한, 헐떡이는 언어를 뱉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몸 구석구석이 간지럽다. (p.61)




한편 아이들은 '처음'과 가깝다. 그들은 코를 후비면서도 수치스러워하지 않는다. 그저 구멍에서 무언가를 낚아 올린다는 희열(낚시!)이 있을 뿐이다. 아이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코를 후비는 장면은 한 시인이 순사한 열망과 몽매함에 사로잡혀 첫 시를 낚는! 그리하여 공중으로 끌어올리는 풍경과 닮았다. (p.103)




어둠 속에서 혹은 꿈의 번짐 속에서. 잠과 잠의 경계에서 속눈썹은 물속에서 움직이는 팔처럼 너울거린다. (p.151)



위의 부분들은 내가 박연준을 처음 읽게 한, 처음 알게 한 시를 당연한듯 떠올리게 한다. 낚아! 채서!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내 나쁜 몸이 당신을 기억해
온몸이 그릇이 되어 찰랑대는 시간을 담고 
껍데기로 앉아서 당신을 그리다가
조그만 부리로 껍데기를 깨다가
나는 정오가 되면 노랗게 부화하지
나는 라벤더를 입에 물고 눈을 감아
감은 눈 속으로 현란하게 흘러가는 당신을 
낚아! 채서!
내 기다란 속눈썹 위에 당신을 올려놓고 싶어
내가 깜박이면, 깜박이는 순간 당신은 
나락으로 떨어지겠지?
내 이름을 길게 부르며 작아지겠지?
티끌만큼 당신이 작게 보이는 순간에도 
내 이름은 긴 여운을 남기며
싱싱하게 파닥일 거야

나는 라벤더를 입에 물고 
내 눈은 깜빡깜빡 당신을 부르고
내 기다란 속눈썹 위에는 
당신의 발자국이 찍히고



아하하하하하하하하. 그녀의 시집과 그녀의 산문집을 읽고나니 나는 이제 그녀를 너무나 잘 파악하게 된 것 같다. 그보다는 그녀가 파악이 쉬운 사람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나는 이제 그녀가 결혼한, 사랑하는 남자까지 알고 있지 않은가. 그 둘이 호주에서 한 달을 함께 살았던 걸 읽지 않았나. 오오, 어쩌다가 나는 박연준의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는가...



일전에 y 를 만났을 때, y 는 나를 만나기 전날 새벽까지 내 책을 다 읽었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의 아이폰에 감상을 써왔더라. 그리고는 부끄럽지도 않은지, 닭볶음탕이 보글보글 끓고 있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그 감상을 읽어주었더랬다. ㅋㅋㅋ 아니, 그건 읽어주는 사람이 부끄러워야 하는데 왜 듣는 내가 부끄럽지? 그 감상 안에는 '이 사람과 사귀고 싶다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한다'라는 뉘앙스의 문장이 들어 있었는데, 그러고보면 글을 쓰는 사람은 그 글 안에 어떻게든 자기를 녹여버리게 되는 것 같다. 부러 그러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러려는 게 아닌데도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예전에 '임호부'님께서 『시사인』에 독서공감 리뷰를 실어주셨을 때, 그 글 속에는 이 책을 읽은 것만으로 저자에 대해 알게된 게 몇가지 있다며 적어주신 사항들이 있었다. 다 맞는데 그중 하나 '여행을 좋아한다'는 게 내가 아는 나와 다르더라. 응? 내가 여행을 좋아한다고? 아닌데? 나는 여행기도 싫어하고 여행도 싫어한다고 그렇게나 얘기했는데, 내가 여행을 좋아한다고??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여행을 미친듯이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내가 여행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 친구들에게도 '아니라니까' 라고 말했는데, 친구들은 '아니라면 그렇게 다닐 수 없다'고 했다. 어제도 함께 평냉 먹은 친구가 '너는 여행 싫어한다고 나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말했는데, 그 누구보다 잘 돌아다녀' 라고 하더라. 아... 그러니까 내가 알지 못하는 나를 누가 먼저 알아채줄 수도 있고, 이렇듯, 글로써도 다 드러나게 되는 것도 같다. 어쩌면 나를 파악하는 건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 아, 물론, 내가 그렇다고 박연준을 완전히 파악했다는 건 아니다. 어쩌다보니 그녀가 써놓은 글들을 읽게 됐고(심지어 여행기까지!! 출판물은 다 읽은 것 같다), 그러다보니 산문에서도 시를 떠올리고 시에서도 이제는 산문을 떠올릴 수 있는 지경이 되어버렸다는 거다. 그러고보면 글은 자신의 일부를 보여주는 게 틀림없다. 















어제는 알라디너로부터 기프티북을 선물 받았다. 깜짝 선물이었는데, 이 분이 며칠전에도 기프티북을 주셨던 바, 아니, 이 분이 왜 자꾸...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다가 내 생각이 났다고 했다. 다락방님이 재미있게 읽으시겠다, 했다는 것. 오... 우리는 얼굴을 한 번 본 적도 없고 연락을 하는 사이도 아니고, 단지 알라딘에서만 교류하며 서로의 글을 읽어온 사이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이 좋아하겠다' 라는 걸 떠올리다니, 역시 글로 파악이 됐던 게 아닐까 싶다. 그런 점이, 그러니까 내가 어떤 책을 좋아할거라고 짐작했다는 점이, 너무나 좋다. 누군가 어떤 책을 읽다가 나를 떠올리게 되는 건 진짜 근사한 일이잖아. 너무 멋져. 아니, 사람이 얼마나 멋지면 책 읽다가 생각나는 사람이 되었을까...



라고 써놓고 나 또 자기애적 성격장애인가...한다. 이것은 책의 부작용 ㅠㅠ




오늘 조선일보의 <Health> 섹션에서는 큰 글자로 '운동 거른 후 불안하고 죄책감 들면 '운동 중독' 의심' 이라고 써있었다. 음..나는 그걸 가리키며 동료1에게 '나 운동중독이네' 했다. 동료1이 빵터지며 '그러게요, 매일매일 불안하고 죄책감 들잖아요' 하더라. 우리는 낄낄 웃으며 '우린 매일 불안하고 죄책감 드니 운동중독이 아주 중증이네'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일해야 되는데, 진짜 하기 싫어서, 자꾸 글이 길어질라고 한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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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6-05-18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같으심. 시를 아직 잘 못읽음. 요즘 조금씩 읽어보고 있어요~

다락방 2016-05-18 11:32   좋아요 1 | URL
저도 뭔가 잘 읽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손에서 놓지는 않고 가끔 시집을 사서 들여다보긴 하는데요..그래도 여전히 어려워요. 휴...

시이소오 2016-05-18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다락방님이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쓰셨군요.
의심은 하고 있었건만. 허걱, 영광이에요~~~

제가 리뷰를 쓴 줄 알았더니, 허걱, 안 썼네요.
`소란`이란 단어는 뜻과는 어울리지 않게 참 예쁘다, 고 생각해
소란, 소란, 불러보았는데, 마침 이 책도 나왔군요.
뒤란도 이쁘고, 수란도 이쁘고,, `란`은 마법같은 음절이네용.

소란스럽지 않게, 수런수런한 하루 되시길. ^^

http://blog.naver.com/ceeport1/220321116414


다락방 2016-05-18 11:38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하하하하 빵터졌네요. 전화걸고 싶어라, 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재미난 감상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치요? `란`이란 글자가 자체로도 예쁜것 같아요. 저는 그런 글자 중 하나로 `솔`이 있거든요. 일전에 `진`씨 성을 가진 남자가 자신의 아이 이름을 뭐로 지을까, 하고 묻길래 외자로 `솔`이 어떠냐 답한 적이 있거든요. 해놓고 너무 예쁜거에요. 성하고 함께 붙여도 `진솔`이고 그냥 이름만 부르면 `솔아~` 가 되잖아요. 게다가 이름만으로 여성인지 남성인지 드러나지도 않고요. 혼자서 이건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 남자는 작명소 가서 평범한 이름으로 지었더라고요. 아니, 나한테 왜 물어봐.. ㅠㅠ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이란 소설의 주인공 이름이 `공진솔`이거든요. 그 주인공을 알게된 후로 `솔`이란 글자가 참 예뻤는데 성이 `진`가이니 완벽했던 거에요! 다른 성도 아니고 `진`이잖아요!!

음..진가 성을 가진 남자랑 제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이름을 솔로 지을까봐요... -_-

시이소오 2016-05-18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화걸고 싶어라`는 <호밀밭의 파수꾼> 코울피드의 대사를 차용한 거랍니다.

˝정말로 내가 감동하는 책은 말이야. 다 읽고 난 뒤에 그걸 쓴 작가가 친구가 되어 언제라도 전화를 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책이란다. 하지만 그런 기분을 주는 책은 좀처럼 없지˝

`솔`도 좋군요. 어디선가 산들바람이 불어올 것만 같은 느낌?

제 사촌동생이 진씨입니다. 어떻게? 소개시켜드릴까요? ^^

다락방 2016-05-18 13:45   좋아요 0 | URL
호밀밭의 파수꾼 마지막 부분 기억해요. 호밀밭의 파수꾼은 제가 좋아하는 책이기도 하고요. 흣.

사촌동생이 우연히도 진가 이군요. ㅎㅎㅎㅎㅎㅎㅎㅎ소개는 패스할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룩말 2016-05-18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을 비우려고..비우려고..애를 써도 잘 안됐던 것.
ㅋ 다들 비슷한 거군요

다락방 2016-05-18 13:45   좋아요 0 | URL
네,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인생.....

무스탕 2016-05-19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눌렀는데 <보고싶었어요> 로 읽어주세요 :)

오랜만이에요~☆

다락방 2016-05-20 08:36   좋아요 0 | URL
아니, 대체 얼마만입니까! 그동안 어디서 뭐하고 계셨던 겁니까!!!!!
 

내 직업의 특성상 나는 우리 회사 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의 임원들을 많이 보게 된다. 놀랍게도 내가 보게 됐던 그들은 죄다 엉망이었다.  반말과 욕설은 기본 장착이다. 자신들이 언제나 어디서나 특별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그런 취급을 받지 못할 때는 분노했다. 세상을 보는 시선도 사람에 있지 않았다. 일전에 '라면상무'라 불렸던 사람의 행패는 사실, 그 사람만의 것은 아니었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의 입장에서 재수없게 걸린거지, 실제로는 그 위치 정도에 있는 사람들은 그런 일들을 일상적으로 해내고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대한항공의 땅콩사건등을 비롯해서, 갑질로 논란이 되었던 사람들이 '특이하게' 몇 명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논란이 되고 뉴스에 나와 고개 숙여 사과한 그들이 진짜로 '아 내가 잘못했구나' 라고 생각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니, 거의 확신한다. 그들은 자신의 잘못을 알지 못한다. 그게 왜 잘못인지 알지 못한다. 일단 문제가 됐고 세상이 시끄러우니 사과는 하긴 해야겠고, 라는 마인드라고 생각한다. 나는 가까이에서도 그런 사람을 보면서 이건 필시 병이거나 장애일거라고 생각했다. 저렇게 쉽게 분노하고 화를 내고 사람을 막대하는 거, 이게 정상일 리 없었다. 분노장애 라는 것도 틀렸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분노는 항상 그들보다 돈 없는 사회적 약자에게 향한 것이었으니까. 자신이 부리고 있는 종업원들이라든가, 자신을 대접해야 하는 거래처의 사람들이라든가. 만약 그들이 앓고 있는 게 '분노장애' 였다면, 그들은 상대가 누가 됐든 분노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이 생각하기에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 있거나 자신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분노하지 않았다. 상대를 봐가며 분노하는 게 어떻게 분노장애일 수 있는가.


그러다가 이 책, 『포기하는 용기』를 읽게 됐고, 나는 그들이 앓고 있는 게 '자기애적 성격장애'라는 것을 알게 됐다. 오! 그래, 그럼 그렇지!
















미국의 한 연구소에서 매국 내 CEO들을 대상으로 성격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그 결과가 자못 흥미로웠습니다. 연구 대상자의 3분의 2가 넘는 CEO들이 자기애적 성격장애 성향을 보였고 그중 상당수는 정신장애mental disorder로 분류될 만큼 병리적이었다고 합니다. (p.82)


자기애적 성격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특징은 세상에서 자기가 가장 올바르고 똑똑하다고 믿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자기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을 싫어합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자기는 잘했는데 다른 사람 때문에 일이 어그려졌다고 말합니다. 그들에게서 책임지고 성찰하는 태도를 기대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상당히 높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기가 옳다는 확신이 병적으로 강해서 굉장히 저돌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문제의 잘못을 타인에게 교묘하게 돌리는 능력도 있고, 권력관계에도 굉장히 감각적입니다. 이러니 성공 못할 리가 없겠죠. (p.83-84)


자기애적 성격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가 가장 잘났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무시하거나 폄하하기 일쑤입니다.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굉장히 꼼꼼하다는 것인데, 그 꼼꼼함이 일반 말단 직원이 챙겨야 할 일에도 관여하는 수준이라 실수 하나를 꼬투리 잡아 불같이 화를 내고 천하의 죄인 취급을 한다는 겁니다. 심지어 작은 실수를 몇 번 저지른 어느 학생 면전에 대고 정색하며 "죽여도 시원치 않다"고 말하는 그를 보는 것이 이제는 정말 힘들다고 했습니다. (p.85)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런 사람은 항상 주변에 많은 사람을 둡니다. 자기애적 성향이 있는 사람들은 혼자 있는 것을 못 견디거든요. 그들은 여러 사람과 함께 있어야 불안해하지 않습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 중에서 이런 특징을 가진 사람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과연 이들은 성공했기 대문에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옳기 때문에 성공하는 것일까요? 아마 후자에 좀 더 가깝겠지만 정답은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기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사회적 성공을 이루려 한다는 것이 맞습니다. 성공을 위한 자기 동력이 이들만큼 강한 사람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이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권력에 접근하고 권력을 얻어냅니다. 이들이 더 센 사람, 권력자에게 굴종하는 것도 이상할 것 없죠. 물론 그만큼 자기보다 약한 사람에게는 혹독한 독재자의 면모를 드러내기를 서슴지 않습니다. 이들에게 공감이나 배려, 약자에 대한 보호 따위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들에게는 공감도 시혜를 베푸는 행위일 뿐입니다. (p.86)



제가 알았던 그들은 모두 사회적으로 선망받는 직업을 가지고 있거나 자기 단체를 가지고 있고, 혹은 자기 분야에서 나름대로 대중적 명성을 얻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끊임없이 자기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물색하고 자기 곁에 두려고 노력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필요성이 높을수록 집착하는 강도도 대단해서, 요청받는 입장에서는 여간해서 뿌리치기 어렵습니다. 좋은 자리를 주겠다, 이득을 주겠다며 온갖 당근을 내놓기도 하고, 읍소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미안해서라도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요. 그런데 일을 같이 하다 보면 여지없이 대의와 명분은 사라지고 가장 이기적인 의도가 드러나면서 상대를 질색하게 만들고, 좋은 의도로 일을 돕던 사람들도 어느새 자신이 이용당한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p.87)




위의 인용문들을 보면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밑에서 온갖 모욕을 당하며 일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쉽게 누군가의 얼굴이, 혹은 아주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를 것이다. 나 역시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지만, 내 정체가 드러나면 내 밥벌이가 위험해지므로 이렇게만 적어두기로 한다. 인용문에 맞는 사례를 몇 개고 댈 수 있지만, 먹고 사는 일이 지금의 내게는 중요하므로 분하지만 참겠다. 최근에는 글을 쓰는 데 조금 더 조심해야겠다, 신중해야겠다고 여러차례 결심한 일이 있었다. 그러므로 조심, 또 조심하자.  


그리고 자, 계속 자기애적 성격성향에 대해 들어보자.



곁에서 지켜본 바로는, 그들은 겉으로 과시하는 지적 능력보다 훨씬 뒤떨어지는 사유 능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알고 있다고 말하는 지식의 양보다 훨씬 얕은 지식으로 떠벌립니다. 자신이 대단히 다양하고 깊은 경험을 했다고 말하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대부분 간접 경험이거나 허구인 경우도 많구요. (p.89)


자기애적 성격성향이 강한 사람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자신이 특별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점입니다. 어디를 가든 특별한 대접을 받지 못하면 불같이 화냅니다. 자신이 대단한 사람과 교류하고 있는데 심지어 그들로부터도 특별 대접을 받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짐작하다시피, 그것은 대부분 허시에거나 과장일 경우가 많습니다. (p.90)



어? 그런데 이렇게 자기애적 성격장애에 대해 읽다보니, 처음에 내 생각과는 다르게, 비단 '그들'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들의 얘기라고만 생각했는데, 어느 틈에 내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나는 어마어마한 권력을 가지진 못했지만, 권력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러나 자기애적 성격장애를 갖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거다. 그러자 일단 다른 사람들만 먼저 대입해본 내가 부끄러워졌다. 사람은 역시 자기 얼굴에 묻은 똥보다 남의 얼굴에 묻은 재를 먼저 보게 되는건가.. 



참고로 재미있는 얘기를 하나 하자면, 자기애적 성격성향이 심한 사람들일수록 누가 자기를 욕하면 그것을 모두 자신에 대한 시기와 질투로 치부해버립니다. 자신이 너무 잘났기 때문에 사람들이 질투해서 험담하고 돌아다닌다고 굳게 믿으려 합니다. 물론 그 심정이 이해는 갑니다.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너무 불안하고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을 테니까요. (p.91)



아...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건가.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가. 제대로, 옳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인생은 뭘까? 얼마전에 칠 살 조카에게 '조카야, 인생은 뭘까?' 하고 물었는데, 그때마다 조카는 항상 대답을 했다. 그 대답들이 죄다 기억나진 않고 하나만 기억나는데, '이모가 사는 거지' 라고 했던 대답... 그러더니 세번째쯤 물었을 때였나, 이렇게 답하더라.


아 근데 이모는 왜 자꾸자꾸 타미한테 물어봐.


아 미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잘못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제 그만 물어볼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모가 알아서 생각해보도록 할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아이가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뭔가를 끊임없이 물었는데 결국 내가 '잘 모르겠다'고 포기하자, 이렇게 말했더랬다.


아 생각 좀 해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 이모가 생각이 부족해. 더 많이, 더 열심히 생각해볼게. 니가 나보다 낫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나는 이 책을 읽다가 나에게 자기애적 성격장애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었던 것이었다...아..인생....



사실은 뭔가 포기하고 싶은 게 있었다. 그런데 포기가 좀처럼 되지 않아 이 책의 힘을 빌리고자 했다. 그러나 다 읽고 나서도 나는 그것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꿈을 꿨다. 꿈에서 나는 한 남자와 모텔에 누워있었다. 그는 내 뱃살을 잡더니, 이제 그만 살 좀 빼라, 고 말했다. 나는 너무 놀라고 불쾌해져서 어쩜 그렇게 말하냐고 하며 옷을 입고 나갈 준비를 했다. 남자도 역시 옷을 입으며 계속 잔소리를 했다. 너 너무 오랫동안 살 안빼는 거 아니냐고. 하아- 어디 남의 살에 대고 지적질인가.. 불쾌해진 나는 인상을 쓰며 모텔을 나섰고, 나를 뒤따라 나오던 남자와 나란히 횡단보도 앞에 서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렸다.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동안, 이제 이새끼 그만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신호가 초록으로 바뀌었고 남자와 나는 말없이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간도 채 가지못해, 나는 더이상 이 놈과 같이 걷지 않겠다, 생각하고는, 헤어지자, 말하고 뒤를 돌아 왔던 방향으로, 그가 가는 반대 방향으로 갔다. 그는 내 이름을 부르고 어딜 가냐 했지만, 뛰어와서 나를 붙잡지는 않았다. 그리고 나는 저런 놈과 여태 만나다니, 하면서 집까지 걸어가자 생각했다. 그런데 술에 취했던 나는 정신이 좀처럼 들지 않았고 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그 비를 맞으며 걷느라 몹시 힘이 든거다. 게다가 길을 잃어서 어디가 우리 집인지도 모르겠고, 걸어도 걸어도 집이 나오질 않는 거다. 한참을 비맞고 걸어도 집이 나오질 않아 일단 술을 깨야겠다고 생각하고 편의점에 들어가 컨디션 레이디를 사 먹었다. 그리고 편의점을 나와서는, 아 이제 좀 술이 깨는 것 같다, 싶어서 지나가던 사람에게 우리집 근처를 대며, 거기가 어디쯤에 있나요, 라고 물었고 그는 내게 방향을 일러주었다. 나는 그가 가리킨 방향으로 걸었고, 이렇게 가다보면 집이 나오겠지, 했는데 진짜 너무 몸이 힘든거다. 아 힘들어...



그러다 잠이 깼는데, 눈을 뜨자마자 내 몸이 꿈속에서의 그 몸 같았다. 너무 힘들어 ㅠㅠ 취한 것 같고 심하게 육체를 쓴 것 같아. 아아. 그런데 아침이라니. 더 자야 하는데. 숙취에는 잠이 최곤데 ㅠㅠ 아아, 지치는 꿈을 꾸니 현실에서도 이미 지쳐있네 ㅠㅠ. 


어쨌든 현실을 살아야 하므로 일어나 씻고 아침을 먹는데, 너무 지쳐있었기 때문인지, 밥맛이 꿀맛인거다. 나는 얼른 계란후라이도 반숙으로 해가지고 밥그릇 위에 하나 떠억- 얹고서는 밥을 먹었는데, 아, 너무 맛있어. 도무지 일어날 수가 없다. 나 꿈에서 정말 많이 지쳤잖아. 그러니 밥을 조금 더 먹자. 평소보다 늦으면 택시타지 뭐, 하고 나는 밥을 한 그릇 더 펐다. 아아, 그걸 다 먹고나서도 더 먹고 싶었지만, 그릇을 설거지 통에 넣어두고 일어났다. 설거지는 퇴근 후에...



아... 지친 아침이었다.


잠에서 깼을 때는 문자메세지가 와있었다. 하나는 미국에 있는 친구로부터 온 것이고, 하나는 한국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온 것인데, 한국에 있는 사람이 새벽 다섯시에 보낸 문자에는, 우리 술 또 언제 마실까, 라고 적혀있었다. 푸하하하하. 아침부터 빵터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새벽부터 술약속 문자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인생은 뭘까?




지친 아침이었고, 그래서 밥을 두 그릇 먹은 아침이었다.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 수많은 개인들을 향해 더 노력하라고 꼬드기면서 문제투성이의 사회구조에 순응시키려는 것은, 거칠게 표현하면 죄악에 가까운 행위입니다. 한두 사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같은 문제로 자기 삶에 회의를 느끼고 고통받고 있다면, 그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이고 구조의 잘못인데 그걸 보지 못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p.44)

연애를 하며 두 사람이 가까워지면 본의 아니게 서로 부딪히고 상처 입히는 일이 많습니다. 따라서 두 사람이 부딪혀도 상처받지 않는 공간,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공간이라는 것은 자신과 상대에 대한 존중의 영역입니다. 사랑하면 일심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한몸일 수도, 한몸이 되어서도 안 됩니다. 타인은 나와 같지 않습니다. 그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p.199)

지수 씨는 소시민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론 커다란 불의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잘못된 부분을 방조하거나 속으로만 화내며 상황을 그대로 둔 것입니다. 방관자에게도 책임은 있습니다. 악을 저지르는 사람은 악인에 동조하는 사람이 있기에 계속 악행을 저지릅니다. 자신에게 개인적인 폭력이 가해지면 자극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눈감는 것이야말로 불의를 그대로 두는 일입니다. 모두가 그런 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지금보다 사회가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최근 학교에서 벌어지는 왕따 문제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내 일이 아니라고, 내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고 관여하지 않을 때 결국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게 됩니다.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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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6-05-17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읽는 재미가 넘치는 다락방님 글, 간만에 즐기고 갑니다. 오랜만입니다 ^^

다락방 2016-05-17 15:54   좋아요 0 | URL
아니, 야클님! 왜이렇게 오랜만인겁니까! 자주자주 좀 오세요!! 글도 좀 써주시고요. ㅜㅜ

singri 2016-05-17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지치는데 재밌어서 웃고 갑니다.

다락방 2016-05-17 15:55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웃으셨다니 다행입니다. 힛.

단발머리 2016-05-17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글은 언제나 재미있고, 배울게 있고, 깨달음을 주죠. 물론 위로를 줄 때도 많구요.

오늘의 문장은 이거예요.

˝어쨌든 현실을 살아야 하므로 일어나 씻고 아침을 먹는데, 너무 지쳐있었기 때문인지, 밥맛이 꿀맛인거다. 나는 얼른 계란후라이도 반숙으로 해가지고 밥그릇 위에 하나 떠억- 얹고서는 밥을 먹었는데, 아, 너무 맛있어. 도무지 일어날 수가 없다.˝

너무 지쳐있었기 때문인지, 밥맛이 꿀맛! 하하하하! 밥맛은 꿀맛, 좋아요, 좋아!!

다락방 2016-05-17 15:55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밥은 왜이렇게 맛있을까요? 저는 진짜 밥이 너무너무 좋아요. ㅠㅠ 아침을 두 그릇이나 먹어놓고 점심에 밥풀하나 안남기고 또 다 먹었어요. 아아 밥은 사랑이에요. 연애는 안할 수 있지만 밥은 안먹을 수가 없어요. 엉엉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CREBBP 2016-05-17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치도록 재미있어서 지치도록 웃습니다. ㅎ 저기 근데 왜 알라딘에서는 점점 글쓰기 두려워지는 사람이 늘어나는 걸까요.. 저는 두렵다기 보다는 귀찮.... 다기 보다는 귀찮은 일 생길까봐 두렵....운거 맞군요

다락방 2016-05-17 15:56   좋아요 1 | URL
즐겨찾는 사람이 많아지다보니 저는 조금 더 걸러서 써야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뭣보다 제 직장 사람들이 볼까봐 너무나 두려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보면 저는 짤릴 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무시간에 이러고 있으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 페이퍼는 90프로 이상이 근무시간에 나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들키면 안돼욧!! >.<

레와 2016-05-17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타미야..!!! ㅎㅎㅎㅎㅎㅎㅎ
유쾌한 다락방 페이퍼 럽럽!! 완소!!


다락방 2016-05-17 17:4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타미가 애가 참 똑똑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럽럽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 조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nomadology 2016-05-17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전혀라도 해도 좋을만큼 꿈을 안꾸네요. 개꿈이라도 꿨으면 좋겠는데!

다락방 2016-05-17 22:11   좋아요 0 | URL
저는 거의 매일 꿈을 꿔요. 그리고 아주 많은 꿈들이 생생히 기억나요. 가끔은 제가 예지몽을 꾸는 것도 같아요. 저는 제가 꿈을 이렇듯 자주 꾼다는 게 재미있어요. 제 꿈이 재미있기도 하고요. 하하핫 ;;

그나저나, 저는 피자 먹을 때마다 님 생각이 나요. ㅎㅎ

알레프 2016-05-17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습니다 ^^ 소시오패스가 성공하는 이유가 명쾌하게 이해되기도하고 저역시 그런 성격이 있는지 되돌아보게 되네요~

다락방 2016-05-18 07:57   좋아요 1 | URL
저도 저런 사람을 너무나 가까이에서 보고 있어서 완전 맞어맞어 하면서 고개 끄덕이며 읽었어요. 그런 사람과 가까이 지낼 수밖에 없는 이 현실이 너무나 싫지만 밥벌이를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고.. ㅠㅠ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열세살 사춘기 소녀 '에비'와 '리지'는 이웃해사는 단짝이다. 학교도 같이 다니지만 서로의 집에서 같이 자기도 한다. 서로에 대해서 속속들이 아주 잘 알고 있는 친한 사이이다. 이 소설은 사춘기 소녀들의 성적 호기심과 욕망에 대해 드러나기 시작하는 바로 그 시점의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데, 에비에게는 하염없는 애정과 갈망을 품은 동네 아저씨가 있고 그 아저씨는 매일 밤마다 에비의 집 앞에서 에비의 방 창문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운다. 이 다음의 우울한 이야기들이 상상된다면, 맞다. 그러므로 얘기하지 않겠다. 그리고 에비의 단짝친구 리지. 리지는... 하아- 에비의 아버지를 갈망한다. 아버지란 말이 너무 나이 들어보이나..에비의 아빠를 갈망한다....................................................참...읽기 조마조마한 소설인데, 심지어 짜증까지 났었다. 문장이 뭐라고 해야하나..번역이 매끄럽지 못하다고 해야하나. 그러니까 계속 읽을까 말까를 고민하게 한 문장이 앞 쪽에 떠억, 하니 나타나는데, 바로 이런 문장이다.



축구공을 50미터나 찰 수 있고 딸들을 위해 공주풍 화장대를 만들며 폴러스케이트장이나 볼링장에 우리를 데려가는 베버 씨. 그에게서는 언제나 상쾌한 공기와 라임 향, 크리스마스 육두구(향신료로 쓰이는 나무 열매)냄새가 동시에 났다. 우리에게는 평생 '남자'를 의미했던 냄새이다. 베버 씨, 그는 거기에 있었다. 나는 그를 내다보기 위해 목을 길게 내빼지 않았던 때를 기억할 수 없다. 계속해서 베버 씨의 말을 조금이라도 더 듣기를 기다리면서, 그가 내게 관심을 가져주는 순간에 목말라하면서. (p.10)



....응? 나는 그를 내다보기 위해 목을 길게 내빼지 않았던 때를 기억할 수 없다?? 이게 무슨 말이지? 나는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그 앞의 문장들과 그 뒤의 문장들을 보면, 그러니까 요지는, 베버 씨를 보기 위해 항상 목을 길게 내뺐다는 건데, '기억할 수 없다'로 끝나?? 내빼지 '않았던 때'?? 부정이니까, 이중부정으로 ... 진짜 수차례 읽은 다음에야 저 문장이 '그를 보기 위해 늘 목을 길게 내뺐다'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진짜...... 책을 다 읽고나서 다시 앞으로 돌아가 저 문장을 또 읽어봤는데, 여전히 참..뷁스러운 문장이다.....휴.........저런 문장을 써둔 건, 원서에도 이중부정이 나와서일 것 같은데, 아, 진짜.....그만두자.




그건그렇고,

'에피톤 프로젝트'의 노래중에 '한희정'과 함께 부른 <그대는 어디에>라는 곡이 있다. 오늘은 문득 그 노래가 생각났다. 


눈물은 보이지 말기
그저 웃으며 짧게 안녕이라고
멋있게 영화처럼 담담히 
우리도 그렇게 끝내자

주말이 조금 심심해졌고
그래서일까 친구들을 자주 만나고
챙겨보는 드라마가 하나 생겼고
요즘엔 나 이렇게 지내

생각이 날 때 그대 생각이 날 때
어떻게 하는지 난 몰라
애써 아무렇지 않게 마음은 담대하게
그 다음은 어디서부터 어떡해야 하니

환하게 웃던 미소 밝게 빛나던 눈빛
사랑한다 속삭이던 그댄 어디에
사랑하냐고 수없이도 확인했었던
여렸던 그댄 지금 어디에

웃기도 잘 했었고 눈물도 많았었던
사랑이 전부였었던 그댄 어디에
같이 가자며 발걸음을 함께 하자며
나란히 발 맞추던 그댄 지금 어디에



정확히 저 부분. 챙겨보는 드라마가 하나 생겼고.......


챙겨보는 드라마가 하나 생겼고

챙겨보는 드라마가 하나 생겼고

챙겨보는 드라마가 하나 생겼고


.

.

.

.

.

.

.

.

.



그렇다. 내게도 챙겨보는 드라마가 하나 생겼다. 사실 집에 있어도 텔레비전을 거의 보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데, 이런 내가 그 드라마가 방송할 시간이 되면 텔레비전 앞에 가서 앉는다. 오 마이 갓.. 그렇다고 본방사수!! 같은 건 아니고, 왜냐하면 토요일에도 술마시느라 안봤으니까... 그 시간에 집에 있으면 보자, 인데, 어쨌든 챙겨보는 드라마...가 하나 생긴 것이다. 아하하하하하하하. 이 드라마가 참 좋은 게, 지난번에도 얘기했지만, 안재욱과 소유진이 성숙한 연애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있기 때문이고 서로의 생활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유진은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하고, 전남편에게는 화를 내고 소리지르고 욕을 하지만, 남자친구 앞에서는 설레이고 좋고 막 그런 여자다. 누가 자신에게 뭐라고 할 때 무조건 잘못했다라고 하지도 않고 기죽지도 않고 당당하게 대응한다. 경우 없는 여자에게는 '뭐 이런 싸가지 없는 게 다있냐'고 말하고, 안재욱의 장모에게는 '우리가 뭐 불륜이라도 하냐'고 맞선다. 크- 좋은 캐릭터다. 게다가 어제는 소유진과 안재욱이 같이 밥을 먹는 식당에서 옆테이블 여자들이 저들은 불륜인가보다고 쑤군거리자 '우리 불륜 아니다' 라고 말하고는 '왜들 그렇게 남의 일에 관심이 많은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나는 그 대사가 좋더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기 기준만 가지고 덮어놓고 욕하는 사람들이 들었어야 할 대사다. 

뭣보다 안재욱이 정말 좋은 남자친구다. 지금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친구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하고, 행복하고 기분 좋을 수 있게 하기 위한 게 뭐가 있을까를 늘 고민한다. 심지어 여자친구가 애인이 생기면 하고 싶다고 했던 위시리스트를 하도 많이 들여다봐서 외우기까지 했다. 소유진이 보이기 싫어했던 모습까지 다 보았는데도, 그는 '나는 남자친구니 내 앞에서 그런 모습 보여도 된다'고 말한다. 여자친구에게 높임말을 쓰고, 자주 손을 잡고, 자주 함께 웃는다. 열심히 일했으니 열심히 연애합시다, 라고도 말한다. 이 드라마 상에서 츤데레 역을 맡고 있는 골프선수가 많은 여자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캐릭터로 보일 수 있다는 걸 아는데, 나는 안재욱 캐릭터가 좋다. 너무너무너무좋다. 울트라캡숑나이스짱이다. 모름지기 남자친구라면 안재욱 같았으면 좋겠다. 안재욱 럽 ♡ 어른의 사랑... 좋아......





주말에는 조카들이 놀러왔었다. 동생네 부부가 볼 일이 있어 토요일 하루를 꼬박 조카들과 보내야했는데, 내 방에 반지를 놓아둔 케이스를 본 일곱살 조카가 그 케이스를 들고 오더니 내게 건네며 말했다.


저와 결혼해주시겠습니까?


하아..조카야.. ㅜㅜ 

너는 대체 왜..왜...왜... ㅜㅜ


드라마 그만 봐 ㅠㅠㅠ


그리고는 "이모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지?" 라고 하니 "나!"라고 한다. "그럼 이모가 두번째로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지?" 라고 하니 "(   )"라고 답한다. 우와, "어떻게 알았어?" 했더니 아아, 일곱살 아이가, 이러는 거다.


"내가 이모를 왜 모르냐. 아주 잘알지."


일곱살 조카가 나를 잘안다!!!!!!!!!!!!!!!!!!!!!!!!!!!!


네살 조카는 남자아이인데, 와, 얘는 애초에 태어나기를 애교를 장착하고 태어난 것 같다. 쳐다보기만 해도 방긋방긋 웃고, 자신이 웃는 걸 사람들이 예뻐라 한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게다가 '너 이거 왜그랬어?' 하고 물으면 대답이 바로 이렇게 나온다. '응, 이모가 좋아서.'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얜 뭐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예쁜 대화들이 오고가서 사랑이 가득 넘쳤다로 끝나면 훈훈했겠지만, 일요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얘네들 빨리 자기네 집에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사랑한다고해서 늘상 붙어있는 건 답이 아니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피곤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거리감, 거리감이 중요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특히나 나같은 사람은 사랑할수록 거리를 둬야 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야 사랑이 쑥쑥 자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점심까지 먹고 간다 그래서 당황했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점심으로 김밥 잘라서 또 우동하고 함께 네 살 조카 먹여주는데 잘도 받아먹는 게 진짜 이뻤다. 어휴, 계속계속 먹이고 싶어. 나는 내가 먹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다른 사람이 잘 먹는 걸 보는 것도 너무나 좋다. 특히나 내가 사랑하는 존재라면 더더욱. 네 살 조카가 내가 떠주는 밥을 잘 받아먹는 걸 보는데 진짜 너무 좋았다. 행!복! 




며칠전에 인증서를 갱신했는데 특수기호를 넣어야 한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 그런데 그 뒤로 자꾸만 인증서암호가 틀렸다는 메세지를 보게 된다. 여전히 특수기호 없는 번호를 넣기 때문이었다. 틀렸다는 메세지를 보고나서야 아, 특수기호, 하고는 다시 쳐넣는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자연스레 손에 익게 될 것이고, 그렇게 새로운 비밀번호를 누를 수 있게 되겠지만, 아직은 새로운 비밀번호가 낯설기만하다. 좀처럼 손에 익질 않는다. 인증서 만기 같은 거 없이, 갱신 같은 거 없이, 비밀번호 변경 같은 거 없이, 그냥 살 순 없는걸까.



지난주에는 사주를 보러 다녀왔다. 사주를 봐주신 분은 내 사주들을 풀이하시면서 '각인'이란 단어를 쓰셨다. 오..각인이라니! 제이콥이 르네즈미에게 각인되었었는데...이 분, 트와일라잇 시리즈 보신걸까? 제이콥을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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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2016-05-16 15: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랑엔 거리가 필요하다는말, 절대 공감합니다 :)

다락방 2016-05-16 16:16   좋아요 0 | URL
그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거리가 필요한 것 같아요.
:)

비연 2016-05-16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피톤 프로젝트의 저 노래. 너무 좋죠. 듣고 있으면 정말 빨려들 듯한...
저도 드라마 잘 안 보는데, 노희경 작가의 ˝디마프˝ 를 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다락방 2016-05-16 17:34   좋아요 0 | URL
저는 저 노래보다는 <이화동>을 좋아해요. 들으면 진짜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능 ㅋㅋ 그 노래랑 <눈을 뜨면>이요. 어휴, 그냥 술 취하고 들으면 진짜 쥐약이에요.

안재욱 캐릭터에 빨려들어가고 소유진과 연애하는 걸 보는 재미가 쏠쏠해서 한 번 보고나니 자꾸 보게 되네요. 히힛.

머큐리 2016-05-17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즐겨 보고 있는 드라마에요...ㅎㅎ

다락방 2016-05-17 15:57   좋아요 0 | URL
오오 머큐리님도 보신단 말입니까? 소유진과 안재욱 커플 좋지요? 힛.

2016-05-17 14: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7 1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8 1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8 1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9 14: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9 1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밀리 비룡소의 그림동화 34
마이클 베다드 글, 바바라 쿠니 그림, 김명수 옮김 / 비룡소 / 1998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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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뭐예요?"
내가 물었습니다.
아빠는 시든 이파리를 손바닥 위에 놓았습니다.
"엄마가 연주하는 걸 들어 보렴. 엄마는 한 작품을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데, 가끔은 요술 같은 일이 일어나서 음악이 살아 숨쉬는 것처럼 느껴진단다. 그게 네 몸을 오싹하게 만들지. 그걸 설명할 수는 없어. 그건 정말, 신비로운 일이거든. 말이 그런 일을 할 때, 그걸 시라고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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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읽었습니다. 2016-06-09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노동문제 관련해서 꼭 등장하시는 은수미 전 의원님. 개인적인 은수미씨가 궁금해서 검색하다 이 블로그 글을 보았어요 ㅎㅎ
인터뷰 내용 중 `삭제`라는 표현과 아름다움에 대한 의견이 와닿아서 몰래 혼자 보려고 공유해 갑니다 :)
 
우리가 사랑에 대해 착각하는 것들 테드북스 TED Books 3
해나 프라이 지음, 구계원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돈 많고 잘생기고 키도 크고 다정하며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한국남자만을 내 연인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 사람은 연애하지 못할 확률이 크다. 그러나 외모엔 크게 신경쓰지 않고 예의 있는 남자를 원하며 인종과 국적 나이도 별 상관이 없다고 한다면, 그런 사람이 연애할 확률은 전자보다 크다. 이건 똑똑해야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아는 거다. 조건이 많을수록 그 조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거니까. 그렇다고 아무나 다 괜찮다, 하는 건 아니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조건'을 가지고 접근한다면 나는 나와 사이좋게 지낼 사람을 찾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을것이다. 


또한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내가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고 다정하게 대한다면, 그 사람의 마음을 얻을 확률도 크다. 가만히 앉아서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어주기를'바라는 것보다 말이다. 나는 십오년간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 하지만, 그 안에서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내가 근무하는 빌딩에는 나 혼자만 있는 게 아니지만, 우연히 마주치는 누군가로부터 '이 빌딩에서 당신이 제일 예뻐요' 같은 말을 들어본 적도 없다. 뉴욕의 센트럴파크 벤치에 앉아있어보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도 가보았지만, 여행지에서의 로맨스 같은 것도 생기질 않았다. 아무도,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다. 아무도... 

그러나 나는, 내가 좋아해서 계속 좋아한다고 말한 상대와는 불타는 연애를 한 적이 있다. 내가 너무 좋아해서 팔짝팔짝 뛰고 좋다좋다 이천오백번쯤 말했더니 어느 순간 그도 나를 좋아하고 있더라.


좋아하는 사람과 연애를 시작하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는 좀더 다정해져야 했고, 상대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했다. 혹여라도 상대에게 상처주는 말과 행동을 하게 될까봐 신경을 썼고, 상대의 기분을 나쁘게 하는 말과 행동을 했다면 바로 사과했다. 나는 상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고, 그렇기 때문에 그의 기분에 내내 신경썼던 거다. 그래서 나는 그 연애를 그전의 연애보다 더 오래 끌고갈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런 거다. 상대가 너무 많은 것을 갖고 있기를 바라지 않고, 너무 좋다면 먼저 다가가서 관계를 시작하려하고,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내내 신경을 쓴다면, 연애는 시작되고 유지될 수 있다는 것. 이것은 내가 그간 연애와 이별을 반복하면서, 그리고 그간의 시간들을 지내오면서 저절로 터득한 것들이다. 내가 깨달은 연애와 이별에 대한 것들이 유별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똑똑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연애에 대해서 이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세상에 아주 많을 것이고, 그런 사람들은 역시 연애를 시작하고 끝내고 또다른 연애를 시작하면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들중 일부는 원하는 상대와 함께 살고 있기도 할 것이고.



이 책, 『우리가 사랑에 대해 착각하는 것들』은, 내가 위에 했던 얘기를 똑같이 한다. 이 너무나 당연한 얘기를. 그러나 수학적으로. 책장을 넘기다보면 이 당연한 얘기들을 하는데 확률이 나오고 그래프가 나오고 방정식이 나온다. 당연하게도 이 모든 것들은, 수학적 공식 앞에 더 설득력을 갖는다. 연애와 결혼에 대한 방정식에는 당연히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대입되는 모든 것들에 '행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저자는 알고 있고, 그렇게 말하고 있다. 숫자 대신 사람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나는 굳이 수학적인 증명을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이 책에 쓰여진 것들에 대해 이미 다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이 책이 나에게 딱히 쓸모는 없었다. 게다가 책 뒷부분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하객들을 어떻게 앉혀야 하는지를 얘기하는 부분은 특히나 더 필요없었고, 그러나, 분명, 이 책은 어떤 사람들에게 반드시 읽어야할 책일 것이다. '왜 나는 연애하고 싶어 미치겠는데 애인이 안생길까' 같은 생각으로 괴로운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라고 말하고 싶다. 연애를 하기 위한 어떤 액션도 취하지 않으면서 '아 너무나 외로워 연애하고 싶다'만 하루종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야만 한다. 남자든 여자든, 방 안에 가만히 혼자 앉아서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만 강하게 한다고 해서 연애가 되는 게 아니다.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주는 게 아니라, 내가 움직여야 되는 거다. 내가 움직여야 우주도 나에게 반응한다. 일단 이성을 만날 수 있는 곳에 가서 나를 드러내는 게 우선이다. 그건 지하철이나 버스를 하루종일 타고 있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다. 비행기 안에서 재벌2세인 남자나 여자를 만날 확률은 실상 제로에 가깝다. 


매일 출퇴근하거나 등하교하는 곳에 이성이 별로 없다면, 동아리에 들거나 동호회에 나가든가 소개팅이나 미팅을 해야 한다. 직접적인 액션이 싫다면 자기계발을 위해 어학 공부나 댄스 공부등등의 학원을 다니는 것도 괜찮겠다. 그러니까 일단 누군가를 만나야 뭔가 될 게 아닌가. 로또를 사지도 않고 당첨을 바랄 수는 없는 노릇.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상대가 눈앞에 있다 싶으면, 혼자서 좋다좋다 초능력으로 세뇌할 생각하지 말고, 가서 말을 걸어야 한다. 이런 건 그냥 너무나 당연한 거다. 



이 책의 저자 '해나 프라이'는 수학을 사랑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수학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해 가끔은 흥분한다. 그러니까 그녀가 이런 책을 굳이 쓴 까닭은, 사람들이 까다롭거나 어렵다고 생각하는 수학을 조금 더 쉽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수학 너무 좋아, 수학 진짜 황홀한 거야, 얼마나 황홀한지 내가 알려줄게, 하는 뉘앙스가 계속 풍긴다. 그래서 너무나 기분이 좋다. 이 당연한 것들을 얘기하는 이유가, 그녀가 사랑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함이라서. 자신이 느끼는 사랑과 흥분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그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져서. 물론, 그렇게 쓰여진 이 책이 '연애를 하고 싶지만 도무지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 없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저자가 귀엽다는 생각을 마흔번쯤 한 것 같다. 나는 소설을, 책을 사랑해서, 그걸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그 재미를 알려주고 싶다. 아우, 이 좋은 거, 왜 몰라, 이거 정말 좋단 말이야, 하는 기분. 해나 프라이에겐 그것이 수학이었다. 수학 진짜 좋단 말이야, 수학 진짜 짱이야, 이거봐, 이렇게 사랑에 대한 것도 다 증명할 수 있잖아, 하면서. 음.. 그렇다면 나도 귀여운걸까?


무언가 강하게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랑하는 것에 대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을 보는 것은 너무나 흥미롭고 즐거운 일이다. 내가 사랑하므로 너도 사랑해야해! 라는 강압적인 뉘앙스가 아니라, 아, 이거 정말 좋단 말이야, 하면서 안타까워하는 게 진짜 좋다. 내내 웃음이 난다. 


뭐가됐든, 역시 사랑이 답인가....

그러나 이 수많은 확장 형태나 사례에서도 근본적인 메시지는 변하지 않는다. 가끔씩 맞닥뜨리게 되는 민망한 거절을 감수할 수만 있다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는 편이 궁극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든 앉아서 다른 사람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먼저 다가가는 편이 낫다. 그러니 용기를 내어 마음에 드는 이에게 다가가길. 그리고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길. 수학이 증명하고 있으니까. (p.66-67)

기간이 짧든 길든 싱글로 지내본 사람들이라면 특별한 인연을 찾는 일이 가끔은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난제처럼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몇 년 동안 연속해서 따분한 남자들이나 정신 나간 여자들과 연애를 하다보면 좌절하고 실망하며 성공할 가망이 없다는 기분이 들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기분이 반드시 근거 없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 오랫동안 싱글로 지내온 피터 배커스라는 수학자는 2010년에 자신과 데이트를 할 잠재적인 여자친구의 수보다 은하계에 존재하는 지적인 외계 문명의 수가 더 많다는 계산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p.15-16)

"사랑은 한 여성과 다른 여성의 차이를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조지 버나드 쇼 (p.28)

개인적인 취향과 선호도 목록은 자신만의 기준에 따라 검색 결과를 걸러내기에 이상적인 요소다. 그러나 약 80년에 걸쳐 인간관계를 연구해온 과학을 통해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게 되었다. 개인의 데이터를 사용해서는 커플이 얼마나 잘 어울릴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p.8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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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6-05-13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처럼 우리가 사랑에 대해 착각하는 것들을 잘 알려줄 것 같네요ㅎ

다락방 2016-05-13 08:49   좋아요 0 | URL
재미있었어요. 방정식하고 그래프 나올 때는 역시나 멘붕이 올 것 같아 건너뛰었지만.. -_-

웽스북스 2016-05-13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연애할 일 없(어야하)는 유부녀는 읽을까요 말까요?

다락방 2016-05-13 09:00   좋아요 0 | URL
귀여운 소품같은 책이라서 읽는 재미가 있어요. 뭣보다 작가가 수학에 대해 흥분하는 게 초귀여움 ㅋㅋ 그렇지만 이 책의 내용상으로 보면 웽님은 이미 다 터득한 것들입니다. 성숙한 여자니까요.. ㅎㅎㅎㅎㅎ

수퍼남매맘 2016-05-13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딸에게 읽히고 싶어지는 책이네요. 중3이 읽어도 될 만한 책일까요? (수위가 걱정되어서)

다락방 2016-05-13 23:13   좋아요 0 | URL
수위 걱정은 전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읽게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