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살 사춘기 소녀 '에비'와 '리지'는 이웃해사는 단짝이다. 학교도 같이 다니지만 서로의 집에서 같이 자기도 한다. 서로에 대해서 속속들이 아주 잘 알고 있는 친한 사이이다. 이 소설은 사춘기 소녀들의 성적 호기심과 욕망에 대해 드러나기 시작하는 바로 그 시점의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데, 에비에게는 하염없는 애정과 갈망을 품은 동네 아저씨가 있고 그 아저씨는 매일 밤마다 에비의 집 앞에서 에비의 방 창문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운다. 이 다음의 우울한 이야기들이 상상된다면, 맞다. 그러므로 얘기하지 않겠다. 그리고 에비의 단짝친구 리지. 리지는... 하아- 에비의 아버지를 갈망한다. 아버지란 말이 너무 나이 들어보이나..에비의 아빠를 갈망한다....................................................참...읽기 조마조마한 소설인데, 심지어 짜증까지 났었다. 문장이 뭐라고 해야하나..번역이 매끄럽지 못하다고 해야하나. 그러니까 계속 읽을까 말까를 고민하게 한 문장이 앞 쪽에 떠억, 하니 나타나는데, 바로 이런 문장이다.



축구공을 50미터나 찰 수 있고 딸들을 위해 공주풍 화장대를 만들며 폴러스케이트장이나 볼링장에 우리를 데려가는 베버 씨. 그에게서는 언제나 상쾌한 공기와 라임 향, 크리스마스 육두구(향신료로 쓰이는 나무 열매)냄새가 동시에 났다. 우리에게는 평생 '남자'를 의미했던 냄새이다. 베버 씨, 그는 거기에 있었다. 나는 그를 내다보기 위해 목을 길게 내빼지 않았던 때를 기억할 수 없다. 계속해서 베버 씨의 말을 조금이라도 더 듣기를 기다리면서, 그가 내게 관심을 가져주는 순간에 목말라하면서. (p.10)



....응? 나는 그를 내다보기 위해 목을 길게 내빼지 않았던 때를 기억할 수 없다?? 이게 무슨 말이지? 나는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그 앞의 문장들과 그 뒤의 문장들을 보면, 그러니까 요지는, 베버 씨를 보기 위해 항상 목을 길게 내뺐다는 건데, '기억할 수 없다'로 끝나?? 내빼지 '않았던 때'?? 부정이니까, 이중부정으로 ... 진짜 수차례 읽은 다음에야 저 문장이 '그를 보기 위해 늘 목을 길게 내뺐다'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진짜...... 책을 다 읽고나서 다시 앞으로 돌아가 저 문장을 또 읽어봤는데, 여전히 참..뷁스러운 문장이다.....휴.........저런 문장을 써둔 건, 원서에도 이중부정이 나와서일 것 같은데, 아, 진짜.....그만두자.




그건그렇고,

'에피톤 프로젝트'의 노래중에 '한희정'과 함께 부른 <그대는 어디에>라는 곡이 있다. 오늘은 문득 그 노래가 생각났다. 


눈물은 보이지 말기
그저 웃으며 짧게 안녕이라고
멋있게 영화처럼 담담히 
우리도 그렇게 끝내자

주말이 조금 심심해졌고
그래서일까 친구들을 자주 만나고
챙겨보는 드라마가 하나 생겼고
요즘엔 나 이렇게 지내

생각이 날 때 그대 생각이 날 때
어떻게 하는지 난 몰라
애써 아무렇지 않게 마음은 담대하게
그 다음은 어디서부터 어떡해야 하니

환하게 웃던 미소 밝게 빛나던 눈빛
사랑한다 속삭이던 그댄 어디에
사랑하냐고 수없이도 확인했었던
여렸던 그댄 지금 어디에

웃기도 잘 했었고 눈물도 많았었던
사랑이 전부였었던 그댄 어디에
같이 가자며 발걸음을 함께 하자며
나란히 발 맞추던 그댄 지금 어디에



정확히 저 부분. 챙겨보는 드라마가 하나 생겼고.......


챙겨보는 드라마가 하나 생겼고

챙겨보는 드라마가 하나 생겼고

챙겨보는 드라마가 하나 생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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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내게도 챙겨보는 드라마가 하나 생겼다. 사실 집에 있어도 텔레비전을 거의 보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데, 이런 내가 그 드라마가 방송할 시간이 되면 텔레비전 앞에 가서 앉는다. 오 마이 갓.. 그렇다고 본방사수!! 같은 건 아니고, 왜냐하면 토요일에도 술마시느라 안봤으니까... 그 시간에 집에 있으면 보자, 인데, 어쨌든 챙겨보는 드라마...가 하나 생긴 것이다. 아하하하하하하하. 이 드라마가 참 좋은 게, 지난번에도 얘기했지만, 안재욱과 소유진이 성숙한 연애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있기 때문이고 서로의 생활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유진은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하고, 전남편에게는 화를 내고 소리지르고 욕을 하지만, 남자친구 앞에서는 설레이고 좋고 막 그런 여자다. 누가 자신에게 뭐라고 할 때 무조건 잘못했다라고 하지도 않고 기죽지도 않고 당당하게 대응한다. 경우 없는 여자에게는 '뭐 이런 싸가지 없는 게 다있냐'고 말하고, 안재욱의 장모에게는 '우리가 뭐 불륜이라도 하냐'고 맞선다. 크- 좋은 캐릭터다. 게다가 어제는 소유진과 안재욱이 같이 밥을 먹는 식당에서 옆테이블 여자들이 저들은 불륜인가보다고 쑤군거리자 '우리 불륜 아니다' 라고 말하고는 '왜들 그렇게 남의 일에 관심이 많은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나는 그 대사가 좋더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기 기준만 가지고 덮어놓고 욕하는 사람들이 들었어야 할 대사다. 

뭣보다 안재욱이 정말 좋은 남자친구다. 지금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친구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하고, 행복하고 기분 좋을 수 있게 하기 위한 게 뭐가 있을까를 늘 고민한다. 심지어 여자친구가 애인이 생기면 하고 싶다고 했던 위시리스트를 하도 많이 들여다봐서 외우기까지 했다. 소유진이 보이기 싫어했던 모습까지 다 보았는데도, 그는 '나는 남자친구니 내 앞에서 그런 모습 보여도 된다'고 말한다. 여자친구에게 높임말을 쓰고, 자주 손을 잡고, 자주 함께 웃는다. 열심히 일했으니 열심히 연애합시다, 라고도 말한다. 이 드라마 상에서 츤데레 역을 맡고 있는 골프선수가 많은 여자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캐릭터로 보일 수 있다는 걸 아는데, 나는 안재욱 캐릭터가 좋다. 너무너무너무좋다. 울트라캡숑나이스짱이다. 모름지기 남자친구라면 안재욱 같았으면 좋겠다. 안재욱 럽 ♡ 어른의 사랑... 좋아......





주말에는 조카들이 놀러왔었다. 동생네 부부가 볼 일이 있어 토요일 하루를 꼬박 조카들과 보내야했는데, 내 방에 반지를 놓아둔 케이스를 본 일곱살 조카가 그 케이스를 들고 오더니 내게 건네며 말했다.


저와 결혼해주시겠습니까?


하아..조카야.. ㅜㅜ 

너는 대체 왜..왜...왜... ㅜㅜ


드라마 그만 봐 ㅠㅠㅠ


그리고는 "이모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지?" 라고 하니 "나!"라고 한다. "그럼 이모가 두번째로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지?" 라고 하니 "(   )"라고 답한다. 우와, "어떻게 알았어?" 했더니 아아, 일곱살 아이가, 이러는 거다.


"내가 이모를 왜 모르냐. 아주 잘알지."


일곱살 조카가 나를 잘안다!!!!!!!!!!!!!!!!!!!!!!!!!!!!


네살 조카는 남자아이인데, 와, 얘는 애초에 태어나기를 애교를 장착하고 태어난 것 같다. 쳐다보기만 해도 방긋방긋 웃고, 자신이 웃는 걸 사람들이 예뻐라 한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게다가 '너 이거 왜그랬어?' 하고 물으면 대답이 바로 이렇게 나온다. '응, 이모가 좋아서.'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얜 뭐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예쁜 대화들이 오고가서 사랑이 가득 넘쳤다로 끝나면 훈훈했겠지만, 일요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얘네들 빨리 자기네 집에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사랑한다고해서 늘상 붙어있는 건 답이 아니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피곤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거리감, 거리감이 중요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특히나 나같은 사람은 사랑할수록 거리를 둬야 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야 사랑이 쑥쑥 자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점심까지 먹고 간다 그래서 당황했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점심으로 김밥 잘라서 또 우동하고 함께 네 살 조카 먹여주는데 잘도 받아먹는 게 진짜 이뻤다. 어휴, 계속계속 먹이고 싶어. 나는 내가 먹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다른 사람이 잘 먹는 걸 보는 것도 너무나 좋다. 특히나 내가 사랑하는 존재라면 더더욱. 네 살 조카가 내가 떠주는 밥을 잘 받아먹는 걸 보는데 진짜 너무 좋았다. 행!복! 




며칠전에 인증서를 갱신했는데 특수기호를 넣어야 한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 그런데 그 뒤로 자꾸만 인증서암호가 틀렸다는 메세지를 보게 된다. 여전히 특수기호 없는 번호를 넣기 때문이었다. 틀렸다는 메세지를 보고나서야 아, 특수기호, 하고는 다시 쳐넣는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자연스레 손에 익게 될 것이고, 그렇게 새로운 비밀번호를 누를 수 있게 되겠지만, 아직은 새로운 비밀번호가 낯설기만하다. 좀처럼 손에 익질 않는다. 인증서 만기 같은 거 없이, 갱신 같은 거 없이, 비밀번호 변경 같은 거 없이, 그냥 살 순 없는걸까.



지난주에는 사주를 보러 다녀왔다. 사주를 봐주신 분은 내 사주들을 풀이하시면서 '각인'이란 단어를 쓰셨다. 오..각인이라니! 제이콥이 르네즈미에게 각인되었었는데...이 분, 트와일라잇 시리즈 보신걸까? 제이콥을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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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2016-05-16 15: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랑엔 거리가 필요하다는말, 절대 공감합니다 :)

다락방 2016-05-16 16:16   좋아요 0 | URL
그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거리가 필요한 것 같아요.
:)

비연 2016-05-16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피톤 프로젝트의 저 노래. 너무 좋죠. 듣고 있으면 정말 빨려들 듯한...
저도 드라마 잘 안 보는데, 노희경 작가의 ˝디마프˝ 를 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다락방 2016-05-16 17:34   좋아요 0 | URL
저는 저 노래보다는 <이화동>을 좋아해요. 들으면 진짜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능 ㅋㅋ 그 노래랑 <눈을 뜨면>이요. 어휴, 그냥 술 취하고 들으면 진짜 쥐약이에요.

안재욱 캐릭터에 빨려들어가고 소유진과 연애하는 걸 보는 재미가 쏠쏠해서 한 번 보고나니 자꾸 보게 되네요. 히힛.

머큐리 2016-05-17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즐겨 보고 있는 드라마에요...ㅎㅎ

다락방 2016-05-17 15:57   좋아요 0 | URL
오오 머큐리님도 보신단 말입니까? 소유진과 안재욱 커플 좋지요? 힛.

2016-05-17 14: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7 1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8 1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8 1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9 14: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9 1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