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 제22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화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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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언제부터 시작된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겪었던 일, 겪었다기보다는 '당한'일, 내가 어찌할 수 없었던 일들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내가 얘기를 할 때 내가 당한 일이 나 혼자만 당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는데, 이렇게나 많은 피해자가 이렇게나 자기 자신을 원망하며 살고 있었다니, 이 삶들을 다 어찌하나 싶었다. 아주 많은 여자들이 그간 말하지 못했던 것을 이제야 말할 수 있게 된 데에는 '내 잘못이 아니다'라는 걸 인식하기까지 그만큼 오래 걸렸다는 뜻일테다. 그리고 물론 아직도 여전히, 그것이 자기 잘못인줄 안 채로 밖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는 것도 안다.


이 경험을 남자들에게 얘기했을 때는 반응이 달랐다. 남자들은 그저 '안된(혹은 안타까운) 일'로 생각했고 분석하려 했다. 그걸 극복하라 했고 이겨내라 했다. 그들은 애시당초 이해가 불가한 사람들이었고 공감 자체가 안되는 사람들이었다. 누구에게나 상처는 있는 법이라고 생각하며 그것들 중 하나로 여기는 듯했다. 내 고통이 얼마만큼의 고통인지에 대해 이 끔찍함이 얼마만큼의 끔찍함인지에 대해 설명하는 일은 몹시 피곤했고, 그런 식으로 이해를 시킬 의욕도 의지도 사라진 지 오래였다.


나는 남자들이 정말로 성폭행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범죄와 달리 유독 성범죄에만 피해자 탓을 하는 것은 바로 성폭행에 대해 그들이 무지하기 때문이라고. 칼을 들이대야만, 주먹으로 얼굴을 강타해야만 강간이 성립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성폭행에 대해 얘기할 때는 '그러니까, 니가 거길 왜 따라가? 왜 술을 마셔? 왜 그런 옷을 입어?' 가 자동적으로 튀어나오는 게 아닐까. 


너도 사실은 좋았던 거 아냐?



그리고 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영화나 소설에서 그토록 잔인하게 성폭행을 묘사하는 거라 생각한다. 그러니까 가해자가 얼마나 나쁜놈인지, 얼마나 잔인한 짓을 저질렀는 지에 대해서 그렇게 '자 봐, 이렇게 나쁜 놈이야' 하며 보여줄 수 있는 거라고. 그 장면이 실제로 많은 여자들을 숨막히게 하는 줄도 모르면서 예술이라고 한다. 예술 뭘까? 


이 책, 《다른 사람》에서 내가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문학 작품 속에서의 가해자와 범죄 장면에 대한 묘사에 대한 부분이었다.






소설 《다른 사람》에는 성폭행 피해자들이 나온다. 저마다 그것을 극복하려 하는 방법, 없었던 일처럼 살아가려고 하는 방법이 다른데, 그 중 한 명은 닥치는대로 강간 피해자가 나오는 책을 읽는다. 인물들에 공감하고 이입하면서 극복해 이겨나가려고 한다. 그런데 참 이상도 하지, 강간에 대해 쓴 작가들은 사실은 강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거다. 



그리고 책 속에서 "저 여자를 강간하고 싶다"라는 목소리를 읽었을 때 수진은 그날 선배의 목소리를 함께 떠올렸다. 이제 그녀는 그런 농담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런 식의 농담. 어떻게 그게 농담이 된다고 생각했을까. "강간당한 것 같아." 어떻게 강간이 농담이 될 수 있는 거지? 소설들에 이렇게 표현되어 있지 않았는가. 온갖 (괄호)들을 이용해서, 지독하고 핍진하게 묘사하지 않았는가. 강간당한 것 같다고? 강간하고 싶다고? 이건 강간당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그렇다면 (괄호)들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 (괄호)들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가? 소주 뚜껑 끄트머리가 날아간 것 가지고는 절대 (괄호)를 당했다고 말할 수 없다. 강간은 그런 것이 아니다. (괄호)들이다. 왜 누군가는 강간을 쉽게 농담으로 사용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괄호)들로 무시무시하게 표현하는가. 쉽게 비유하는가. 그녀는 답을 찾기 위해 소설들을 계속 읽어나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달았다.

이들은 강간을 당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p.218-219)



이 부분을 읽다가 나는 얼마전에 읽은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를 떠올렸다. 땅이 파헤쳐지는 장면을 강간당하는 거라고 묘사했던 그 장면을. 초반에 나오는 장면인데 그 장면에서도 나는 멈칫 했던 거다. 뭐지? 왜 이렇게 강간을 여기다 갖다 쓰지? 인간은 모두 불완전한 존재이고, 그러니 누구나 모든 걸 다 잘하거나 또 모두 옳은 선택을 할 수는 없을 거다. 그때는 누구나 다 그랬었을지도 모른다. 뭐가 됐든, 이만큼 여자로 살아온 내가,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이성애자인 내가, 늘 좋은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가, 이해할 수도 없고 화가 났다.



은행이 땅을 사랑하지 않듯, 그도 땅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가 트랙터에 찬사를 보낼 수는 있었다. 기계의 외양과 불뚝불뚝 솟아나는 힘과 폭발하는 실린더의 힘에 감탄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이 트랙터는 그의 것이 아니었다. 트랙터 뒤에서는 반짝이는 원반들이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땅을 잘라 내고 있었다. 그것은 쟁기질이 아니라 수술이었다. 그 원반들이 잘라 낸 흙더미를 오른쪽으로 밀어내면 또 다른 원반들이 흙더미를 잘라 왼쪽으로 밀어냈다. 땅을 잘라내는 원반의 칼날들은 흙에 씻겨서 반짝반짝 광택이 났다. 원반들 뒤에서는 씨레가 쇠이빨로 흙을 빗질해 작은 흙덩이를 부숴 땅을 평평하게 골랐다. 씨레 뒤에서는 파종기(주물 공장에서 발기한 음경처럼 다듬어진 열두 개의 쇠몽둥이)가 기어의 움직임에 따라 오르가슴을 느끼며 기계적으로 땅을 강간했다. 열정과 흥분이 없는 강간이었다. -존 스타인벡, 분노의 포도 1권, p.75




열정과 흥분이 없는 강간이라는 건 무슨 뜻일까. 강간에 열정과 흥분이 없었다는 걸까? 강간에 열정과 흥분이 있을 수 있나? 이건 강간이 뭔지 조차 모르는 거잖아? 아니면 강간에는 '원래' 열정과 흥분이 없다는 걸 설명한걸까? 뭐가 이래? 내가 왜 이 문장을 보면서, 도대체 존 스타인벡이 왜 이렇게 썼는지를 왜 이렇게 저렇게 문장을 해석하려 들면서 '아닐거야' 라고 해야 하는거지? 이걸 써놓고 잔인하게 땅을 파헤치는 걸 썼다고 스스로에게 감탄했을까? 읽는 사람들은 기가 막힌 표현이라고 생각했을까? 나 역시 다른 의미로 기가 막히다.



소설 《다른 사람》은 세련되게 돌려까기를 한다. 인간이 모두 불완전하다는 걸 계속해서 드러내면서, 그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완전하지 않다, 우리 모두 실수하고 산다, 우리 모두 결백하기만 한 인간은 아니다, 우리는 야망이 있기도 하고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나쁜 짓을 하기도 한다고, 그러다가 운이 좋으면 또 괜찮은 연애 상대를 만나기도 한다고 그저 무심하게 여러 명의 일상에 대해 얘기해준다. 그러니까 잘못 받아들이게 된다면 나쁜 짓 하고 살아서 나쁜 짓 당했다고 보일 수도 있을만큼. 그렇게 어쩌면 친구를 왕따시키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가운데, 치열하게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에 대해서, 죄책감에 대해서 얘기한다. 아직. 자매애나 연대에 대해서는 모른다. 어떤 여자들은 욕먹어도 싸다고 생각하는 인물들이 나온다. 그러나 점점 깊이 들어가 그들 모두, 그들 모두가, 죽을듯한 괴로움과 고통을 품고 있었다는 걸 알고는, 그렇게 한 발 나아간다. 나는 나 자신을 원망했고, 나 자신을 미워했고, 나 자신을 욕했고, 나 자신이 잘못됐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는 내가 저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고 여기에도 있었다. 스스로도 '순결한' 피해자가 아니라서 어떻게도 고통을 드러낼 수 없었던 인물들. 대체, 순결한 피해자란 무엇인가. 우리가 피해를 드러내기 위해서, 이 피해의 정당성을 보이기 위해서, 우리는 어릴 때부터 착하게 살아야 하고 술도 마시지 말아야 하고 밤 늦게 다니지도 말아야 하고 가슴이 파진 옷도 입으면 안되는 것인가. 내가 친구를 시기했다고 해서, 질투했다고 해서, 누군가의 뒷담화를 했다고 해서, 그래서 나는 완전히 강간은 아닌 것을 당한 사람이 되는 것인가. 



원하지 않았다는 건 분명한데, 원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할 수 없다는 사실이 비참했다. 증명할 수 없으면 누구의 동의도 끌어낼 수 없다는 사실이 비참했다. 그녀가 찾아본 결과 대부분의 강간은 여자가 강력하게 거부했을 때만 입증되었다. 그러니까 폭력적인 상황에서 이루어졌을 때만 강간이라고 인정받았다. 수진은 그 사실 때문에 무척 혼란스러웠다. 여자가 두들겨 맞고 소리를 지르고, 협박 당하고 그래서 목숨의 위협을 받은 후에 이루어진 성관계만 강간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수진이 겪은 건 절대 강간이 아니었다. 수진은 두들겨 맞지도 않았고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고 협박당하지도 않았고 목숨의 위협을 느끼지도 않았다. 하지만, 원하지 않았다. 원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왜 가해자가 가한 폭행의 정도로 판단되어야 하는건지 수진은 이해할 수 없었다. 수진이 생각하기에 강간은 단순했다. 정말 쉽게 분류할 수 있었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았을 때 성관계를 하는 것.

바로 수진처럼. 술에 취해 의식을 잃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당하는 것. 수진의 경우는 준강간에 해당했다. 준準. 세상에 이 단어 앞에 '준'을 붙있다고?

그나마도 수진은 입증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만일 그를 고발한다면 수진은 만신창이가 될 것이다. 할머니를 생각해야 했다. 수진의 미래를 생각해야 했다. 강간 피해자로 불리고 싶지 않았다. 강간 피해를 주장했던 사람으로 살고 싶지 않았다. 아무것도 입증하지 못하고, 오직 의혹에만 둘러싸여 살고 싶지 않았다. (p.213-214)



나는 정희진 엮음, 한국 여성의전화 연합 기획한 책, 《성폭력을 다시 쓴다》를 읽다 밑줄 그은 부분을 떠올렸다.





성폭력, 가정폭력 피해여성을 돕는 상담원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 중 하나는, 피해자들을 특정한 전형성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폭력 피해여성들이 항상 불안해하고 무기력하고 의존적인 것은 아니다. 또한 이러한 모습은 폭력 피해를 당한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모습으로 폭력의 결과일 뿐이지, 그런 여성들이 폭력을 당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피해여성들 중에는 가해남성보다 기질이 세거나 활동적인 사람도 있으며, 착하지도 않고, 일상 생활에 성실하지 않은 이도 있을 수 있다. 피해여성들은 가해남성은 물론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때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개 사람들은 이러한 피해여성을 만나면 혼란스러워한다. 특별한 사람만이 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것이 아닌 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혼란을 갖게 되는 이면에는 ‘순수한 피해자‘,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라는 통념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 통념은 여성 폭력에 대한 비판을 ‘피해 사실‘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돌리게 한다. (성폭력을 다시 쓴다, 김효선, p.176-177)



‘전형적인 피해자‘란 남성 사회의 신화이자 남성들이 투사하는 희망적 판타지이기 때문에, 현실에서 그런 여성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여성 폭력을 문제화하는 데서 중요한 것은 피해 사실, 그 자체여야 한다. (성폭력을 다시 쓴다, 김효선, p.177)




십년 전의 진아에게 일어난 일, 수진에게 일어난 일, 유리에게 일어난 일이, 이제 이영에게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영은 목소리를 내려 한다. 공론화 시키려 하고, 뒤로 숨지 않으려한다. 어떻게든 이 일이 나쁜 짓임을 밝히려 하고, 도움을 받으려 하고, 가해자에게 벌을 내리려 한다. 이제서야 진아가 깨달았던 것, 자기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영은 지금 알고 있었다. 


나는 이진섭에게 맞으면서도 맞지 않을 방법만 생각했다. 그의 비위를 맞추고, 기분을 좋게 해서 손지검을 피할 방법을.

하지만 진짜 필요했던 건 내 목소리였다. 하지 마.


나를 때리지 마. (p.78)



내 목소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당신의 듣는 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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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3
스티븐 킹 지음, 정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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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이 타고난 그리고 탁월한 이야기꾼인 건 사실이다. 각 인물들마다 각각의 사연과 사정을 이토록 상세하게 부여해 생생한 캐릭터를 만들어내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그는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는다. 따뜻한 시선도 가지고 있는 터라, 그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건 당연한듯 보인다. 이런 사람이 작가가 되어야지, 어떤 사람이 작가가 된단 말인가! 할 정도로 그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또 풀어내는 방식은 천재적이다. 


그렇지만 그와 꼭같은 크기로 이 작품이 빻은 것도 역시 사실이다. 부인할 수가 없다. 아무리 변명하려해도 변명할 수가 없다. 이 작품은 빻았다. 미쳤나? 라는 생각도 든다. 만약 내가 스티븐 킹을 시작해볼까, 하고 이 작품을 제일 처음 읽었다면, 나는 그 이후에 스티븐 킹 읽기를 포기했을 정도로 이 작품은 빻았다. 그가 어떤  '의도로' 썼던 간에 빻았다.


내가 개충격 먹은 장면에 대해 지금 얘기를 할건데, 이건 이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되기도 하겠지만, 사실 이 작품 속에서 이 장면은 없어도 좋은 장면이니만큼 누구에게도 미안해하지 않고 하겠다. 또한, 이 장면 때문에 이 책을 피해가는 것 역시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산만하고 의욕만 앞선 것 같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한 권 분량으로 줄였어도 충분했을 거다. 그러니까, 여자 주인공 비벌리가 열두살 때 남자 아이 여섯명과 섹스하는 장면을 당연히 빼고 말이다.



어떤 정체인지 알 수 없는 '그것'을 앞에 두고 남자아이 여섯명과 여자 아이 한 명은 그것을 물리치고자 한다. 그것을 물리쳤다고 생각하고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것을 물리칠 수 있었던 힘, 그리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은 그들의 믿음과 우정과 사랑이었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을 잃었다고 생각한 순간 이 모임의 유일한 여자아이 비벌리는 자신의 사랑을 증명하는 방식으로 모두에게 자기와 섹스를 해 하나가 되자고 말한다. 그렇게 열두살 여자아이는 여섯명의 남자아이를 한 자리에서 차례대로 받아들이는데, 이 일곱 아이들 모두 이 관계가 인생 처음의 성관계였고, 어처구니 없게도 이 섹스를 마치고나자 잃었던 길을 찾게 된다는 거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열두살 남자아이 에게 열두살 여자아이는 '그것을 넣어' 라고 말하는데, 어쩌면 작가는 이 과정에서 그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그러니까 음지에서만 행해져야 한다 생각하는 것에 대한 인식을 바꾸자고 말하는 걸지도 모른다고 나름 좋게 생각하려 해봤지만, 설사 그렇다한들 이것에 대한 것이 용납되는 것도 아니다. 아니, 이게 무슨 말이 되는 소리냐. 성인 여자도 한 자리에서 남자 여섯명과 계속해서 섹스하기 어려운 법인데 열두살 여자아이에게 이것을 사랑과 우정을 드러내는 방법이라 해버리다니. 이 장면에서는 정말이지, '결국 이 짓 시키려고 이 모임에 여자아이 굳이 껴넣었구먼'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거다. 여자 아이 왜 넣었냐, 스티븐 킹. 남자 아이 여섯명과 섹스 시키려고 넣었냐. 게다가 어떻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머릿속에 뭐가 들었길래, 한 자리에서 여섯명과 죄다 섹스하게 만드냐..... 여자아이가 너덜너덜해지지 않고 오히려 그 후에 길을 찾는다니....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짓 같다. 성인이 된 남자가 여자아이에게 그 일에 대해 말하면서 '네가 원했어' 라고 하는데, 아 씨양 진짜 ... 어휴....... 무슨.......너무 개똥같은 부분이라 이 작품 전체가 다 싫어진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만약 내가 이 책으로 '처음' 스티븐 킹을 만난 거였다면, 앞으로 다시 만날 일이 없었을 것 같다. 그렇지만 그보다 먼저 읽었던 작품들에서 스티븐 킹은 확실히 이 책을 썼던 때보다 더 나은 여자 캐릭터들과 더 나은 여자 서사를 보여줬고, 나는 그래서 스티븐 킹 역시도 이 때 이 장면을 넣었던 것을 후회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이런 장면은 정말이 빻았고 빻았다. 아무리 괴물을 없애고 믿음과 우정과 사랑을 증명하려 한다지만...진짜......엿같지 않은가. 나는 생각만해도 치가 떨린다. 탁현민이 자신의 책에서 썼던 한 명의 여학생을 남학생들이 돌려가며 폭행하는 것과 대체 뭐가 다른가. 스티븐 킹의 그것 에서는 '선한 의도'임을 드러내려 했다는 거? 웃기지도 않는 얘기다. 이걸 '열두살' 아이가 '스스로 원했'다고, 또한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하는 게... 도대체 어떻게 변명이 될까. 안된다.




스티븐 킹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이 책으로 시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앞으로 스티븐 킹을 '파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이 작품은 건너 뛰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의 스티븐 킹이 이때보다 더 나아졌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이 작품을 읽다가 너무 한심하다 생각했는데, 이걸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아니 이런 사람이 어떻게?! 하게 될 것 같다. 실제로 이 책을 읽은 나의 지인은 이 책을 읽고나서 '스티븐 킹 이제 그만' 이라고 했는데, 그런 결정을 하는 게 무리도 아니다. 



이 책은 건너 뛰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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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11-13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끔찍한 내용이네요 ㅜㅜ

다락방 2017-11-13 09:30   좋아요 0 | URL
애한테 저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어요. -_-

잠자냥 2017-11-13 0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 읽으셨군요. 다락방 님께서 지적하신 부분이 제가 바로 전부터 이야기했던 그 부분입니다. 이 장면이 얼핏 2권인가요? 거기서 성인 빌과 비벌리 대화에서 슬쩍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어린 시절에 다 같이 섹스한 듯한 뉘앙스), 그 구절을 읽을 때도 설마 했습니다. 뭔가 둘 중 한 사람의 기억이 잘못 됐을 거야 이런 생각을 하면서 넘어갔는데... 3권에서 이 장면을 볼 때 정말 제 눈을 의심. 굉장히 불쾌했습니다. 3권까지 읽어온 모든 노력이 허무해지는 듯한, 이건 진짜 남자 작가니까 나올 수밖에 없는 생각이구나 싶고. 영화에서 정말 이 장면까지 재현할 것인가 궁금해지기도 하더군요. 암튼 이런 설정 때문에 <그것>은 매우 문제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다행인지(?) 스티븐 킹 빠는 아니고(앞으로 빠가 될 일도 없을 것 같습니다만. 하하하), 뭐 처음 읽은 작품도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스탠 바이 미>와 같은 단편집 위주였던 터라 이 작가를 이 작품 하나만으로 평가하지는 않을 텐데, 암튼 저랑 잘 안 맞는 작가임은 틀림없구나 하고 결론을.... <별도 없는 한밤에>까지는 읽어 볼 계획인데, 이 책도 사서 볼까 하다가 그냥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로 했습니다. <그것> 전3권 세트도 알라딘에 팔아버리려고 하고요; 에효... 빻았어. 빻았어.

다락방 2017-11-13 11:10   좋아요 1 | URL
3권 초입에서 그 대화가 나와요. 성인이 된 빌과 비벌리가 기억을 찾기 시작하면서 ‘너희들 모두와 사랑을 나눴다고?‘ 라고 말이지요. 그러면서 빌이 ‘응 네가 원했어‘ 라고 하는데, 이때부터 설마... 하는 마음이 들었고, 그러면서 내심, 거기에 대해 더이상 언급하지마, 묘사하지마, 더이상 그런 식의 이야기를 쓰지마..하는 마음이 되었더랬죠. 그런데 제 기대나 바람과는 달리 스티븐 킹은 열두살 여자아이에게 이 끔찍한 짓을 시킵니다. 여자 아이의 입장에서 사랑을 표현하는 건 그저 몸이나 주는 게 전부인, 그것밖에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아요. 그 장면을 읽는데, 이러려고 여자아이 하나 구색 맞추듯 끼워넣었구나 싶더라고요. 만약 여자아이들이 더 많았다면? 그랬다면 이야기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남자 작가들이 여자들을 성적으로만 대하는 것, 그런 식으로만 묘사하는 것에 정말이지 질려터져버리겠어요. 비벌리의 성격이 그간 함께 모험을 하면서 여자인 나를 약하게 대하지 말라, 나도 너희들과 똑같다, 나를 보호하려 하지 마라, 라고 얘기하던데, 아니 갑자기 너희들 모두와 사랑을 나누겠어..는 뭡니까! 전 정말... 너무 거지같은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어른 여자에게 해놨어도 거지같은 짓을-존 스타인벡도 젖도 없는게 젖 얘기 해서 빡쳤는데- 어린 여자아이에게 시키다니... 진짜...... 하아-


이제는 스티븐 킹도 후회하지 않을까요? 지금쯤은 그 장면을 넣은데에 부끄러워 할거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많이 흘렀고 스티븐킹도 또 달라졌을 테니까요. 저도 그것은 팔아버릴 겁니다...

2017-11-13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13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부만두 2017-11-13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끔찍하네요....


전 이미 이 책을 주문했....

다락방 2017-11-13 17:06   좋아요 0 | URL
어떻게 어린 아이를 저렇게... 너무 싫은 장면이에요 진짜 ㅠㅠ

사랑은 야야야 2017-11-14 0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영화에는 청소년 성장기처럼 훈훈하게 끝나 이런 내용이 있으리라 생각도 못해는데 킹 아저씨 ㅠㅠ 할 말을 잃게 하네요.

다락방 2017-11-14 08:03   좋아요 0 | URL
아 영화를 보셨군요. 영화에서는 아마도 저 장면을 당연히 도려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저 장면이 영상화 되기까지 한다면 너무 끔찍할 것 같아요 ㅠㅠ

사랑은 야야야 2017-11-14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분량이 부담스러워서 먼저 영화를 봤어요. 저도 생각만으로 끔찍해요. 킹 아저씨가 대체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네요. 절레절레

다락방 2017-11-15 09:39   좋아요 0 | URL
이렇게 길게 쓸 필요가 없었는데 스티븐 킹이 의욕이 너무 앞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읽다보면 분량이 지나치게 많은데, 진짜 다 덜어내도 될 것 같거든요. 저 장면도 잘라내고 이야기도 좀 확 줄여서 한 권으로 내도 충분할 것 같아요. ㅜㅜ

살인교수 2021-08-20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보면 ‘그것‘ 쓸 당시 킹은 마약에 중독되어 있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장면을 넣은 것은 당시 킹도 약에 취해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라도 작가 본인이 ‘그것‘을 깔끔하게 수정해서 다시 내놓길 기대합니다.

다락방 2021-08-20 15:47   좋아요 0 | URL
저도 오래전에 유혹하는 글쓰기 읽었는데 그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네요. 다시 읽으려고 사둔지도 오래되었으니 유혹하는 글쓰기 재독에 도전해야겠어요.
그렇죠 아무래도 저런 내용이라니.. 맙소사. 저 부분은 정말 어떻게 해야할 것 같아요. 진짜 미친 내용이에요 ㅠㅠ
 

오늘 아침에 곰곰발님의 페이퍼를 보니 나도 내가 너무 좋아하는 영화의 엔딩씬을 올리고 싶어졌다. 그런데 그 전에 곰발님이 올리신 영화에 대해서 내가 뭐라고 써놨더라, 나도 본 영화인데... 하고 찾아보려고 하는데, 《이발사의 아내》로도 검색이 안되고, 《미용사의 남편》으로도 검색이 안되는 거다. 아... 내가 진짜......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나지만, 포스터 기억나고, 빨간 드레스의 여자가 기억나고, 그래서 뭔가 백자평을 분명 쓴 것 같은데.... 근데 왜 검색이 안되지 싶어서 네이버로 가서 이렇게 저렇게 검색해봤더니, 그 영화의 국내 제목은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이었던 거다.



 














원제는 헤어드레서의 허즈번드... 인데 왜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같은 거 되어가지고 나로하여금 검색에 시간 걸리게 만들어...나는 검색에는 영 소질이 없는 사람인데 말이야... 떽!!



어쨌든 그래서 저 제목을 넣고 검색해봤다. 내가 뭐라고 써놨지? 하고.





뭘 저렇게 뜬구름 잡는 내용으로 써놨냐...지금 같았으면 쓰지 않았을 것 같은 문장이구먼...역시 과거에 내가 쓴 글을 읽는다는 것은 크나큰 부끄러움...Orz


그건그렇고, 2012년에 보고 썼구먼....그러면 얼마 안됐는데 왜 내용이 하나도 기억안나는 것이냐.... 그냥 여자가 떠난 거, 그거 하나 딸랑 기억에 남네. 이 영화는 그게 전부였던 거냐... 어째서, 왜때문에 기억이 안나는거야? 나는... 왜 영화를 보는거야?



각설하고,

어쨌든 나도 엔딩씬이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영화가 있는데, 그것은 '우마 써먼' 주연의 《프라임 러브》 이다. 우마 써먼이 연하의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그 사랑에도 끝이 와서 둘은 이별이란 걸 하게 된다. 둘이 서로 이별하기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그 순간에도 그들은 서로를 싫어한 것도 아니고 미워한 것도 아니었는데, 어쨌든 그들은 마지막 섹스를 하고 이별을 하고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


남자는 자신이 친구를 만났던 식당에 목도리를 두고 와서 찾으러 가게 되는데, 갔다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자신과 헤어졌던 여자를 보게 되는거다. 똭- 맞닥뜨리고 놀라서는 얼른 목도리를 찾아가지고 식당을 벗어나는데, 그때까지 여자는 자신의 친구들과 얘기하느라 남자를 보지 못했다.


식당 문밖으로 나선 남자는 한참을 마음을 추스리다, 뭐라고 할까, 애틋하게, 아련하게, 그녀를 더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성에가 낀 유리창을 닦아서는 빼꼼, 그녀를 본다. 그런데 여자가 그 순간 우연히 창 밖을 보게 되고, 그렇게 남자와 눈이 마주친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나는 이 장면에서 정말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되었지. 그 때 극장에서 으으윽 하던 내가 생각나.... 둘은 서로를 바라보기만 하는데, 마지막에 우마 써먼이 남자에게 웃어주는 거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여주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너무 좋은 장면이었다. 그 웃음과 고개 끄덕임에 그냥 할 말 다 들어가 있는 것 같았고. 응 그래 괜찮아, 응 좋아, 이런 거 다 전달되는 것 같아서. 남자도 결국 마주 미소짓는데, 아, 이 장면, 진짜 나는 너무 기억에 남는 장면인 것이다.























사실 프라임 러브 엔딩만 올리려고 하다가 불쑥, 타인의 삶이 생각나네. 크- 






엔딩씬만 다시 보는데도 눈물이 나네 ㅠㅠ 
좋은 영화다. 이 영화를 조만간 다시 봐야겠어...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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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11-10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인의 삶... 아 다시 보고 싶네요... 저도.
락방님 영화평 보면 막 영화를 매일 자주 봐줘야 할 것 같아요

다락방 2017-11-10 10:39   좋아요 0 | URL
영화를 봐도 시간이 지나면 다 까먹네요 ㅠㅠ
어떻게든 어떤식으로든 내 삶에 영향을 미칠거라고는 생각하지만 내용 생각도 안나는 거 보면 다 부질없다 싶고... 흑흑 ㅠㅠ

비연 2017-11-10 10:51   좋아요 0 | URL
저도... 영화고 책이고 요즘은 머릿속을 스치는 바람이라고나 할까.
가끔 흔적도 안 남는 거에요..ㅜ
<토르> 보려고 하는데.. 이런 영화는 특히. 딱 보는 동안만 기억 유지.

다락방 2017-11-10 11:27   좋아요 0 | URL
저는 지난 일요일에 혼자 가서 토르 보고 왔거든요. 아... 햄식이 너무 좋아요. 그리고 예전엔 안그랬는데 히들스턴 아저씨도 너무 귀여워요.....

라고 써놓고 혹시나 싶어 검색했더니 히들스턴 저보다 어리네요. 하하하ㅏㅎ하하해하하하하하하

마태우스 2017-11-10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보고픈 영화는 많은데 못보고 지나치며 마음아파하기만 합니다. ㅠㅠ 저도 엔딩은 좀 멋있게 해야 하는데, 이러다간....

다락방 2017-11-10 10:39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님 너무 바쁘시죠!!
어떤 엔딩을 말씀하시는지 잘 모르겠지만, 마태우스님의 엔딩이라면 분명 멋질 것 같은데요! 저는 확신합니다!!

비공개 2017-11-10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영화보고 싶어요.. 타인의 삶도 다시 보고 싶고..

다락방 2017-11-10 10:40   좋아요 0 | URL
저도 타인의 삶 다시 보고 싶어요. 크-
주말에는 영화를 한 편 봐야겠어요. 지난 주말엔 토르 봤어요. ㅎㅎ

건조기후 2017-11-10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SF영화를 막 몰아보고 있어요. 나이들수록 감수성이 깊어진다는데 저는... ㅎㅎㅎ

다락방 2017-11-10 14:24   좋아요 0 | URL
저 진짜 감수성 쩔어가지고 그냥 막 울어요 영화보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 얼마전에 땐뽀걸즈 보면서 계속 울었어요.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슨 노화의 증상인가요! ㅎㅎ

건조기후 2017-11-10 15:26   좋아요 0 | URL
눈물이 많아진 건 확실해요. 뭔가 눈물이 날 것 같은 걸 보고 싶은 마음이 안 생겨서 그렇지... 막상 맞닥뜨리면 펑펑 울고 우는 이유도 날이 갈수록 다양해져요. 정말 별 것도 아닌 거 가지고 운다니까요 ㅋㅋㅋ 그런 내가 또 슬프고 웃기고 그래요.

다락방 2017-11-12 20:03   좋아요 0 | URL
저도 눈물이 많아지고 마음이 많이 약해진 것 같아요. 뭐랄까, 성격은 거세졌지만 마음은 약해진...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시려나요. 그러니까 이제 때려부수는 액션 영화 보는 게 힘들어지더라고요. 온갖 걱정이 몰려와서.... 그러니까 이를테면 기물들이 파손된다든가 하는 장면도 못보겠고 ㅠㅠ 악당이라도 막 죽이는 거 보기 힘들고.. 폭력장면도 못보겠고 ㅠㅠ 이렇게 되어버리고 말았어요 ㅜㅜ

곰곰생각하는발 2017-11-10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회에서의 저 장명 콩닥콩닥거리게 만드네요..

다락방 2017-11-12 20:04   좋아요 0 | URL
ㅎㅎ 이런 헤어짐이라면 나쁘지 않다, 좋다, 라고 생각하게 만든 장면이었어요. 후훗.
결국 둘다 나중엔 다른 사랑을 시작하겠지만 말예요.
 

어제는 진짜 치킨을 먹고 싶었다. 여기서 '진짜'는 치킨을 수식하는 게 아니다. 리얼 치킨... 이런 게 아니라, '먹고 싶었다'를 수식한다. 정말이지, 먹고싶었어! 무엇을? 치킨을!! 이렇게 되는 거다. 막 튀겨서 나온 뜨끈뜨끈한 치킨을 한 입 베어물면, 크- 기름이 줄줄 나오겠지..아아, 얼마나 맛있을까... 침나온다.....뜨거운 치킨, 따뜻한 치킨은 소주랑도 어울리고 와인이랑도 어울리고 맥주랑도 어울리지. 많은 사람들은 치맥이라 하지만, 나는 소주랑 먹는 게 더 좋다. 맥주는 배불러서, 치킨 얼마 못먹으니까. 그렇지만 소주라면 얘기가 다르지. 움화화핫!!


우리 공부하러 다니지 않을래? 라고 내가 먼저 친구에게 제안해놓고서는, 막상 공부하는 날이 되면 가기 싫어서 이 비루한 육신을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고 한다. 어제는 머릿속에 치킨이 가득해서, 아아, 먹어야겠어, 치킨을... 하는 마음이 되어가지고, 친구에게 '내가 오늘 너무 가기 싫어서, 마음을 바꿔 안가게 되더라도, 친구여, 너는 열심히 공부하렴' 하고 말했더니, 친구는 알겠다고 했다. 그렇게 말해놓고 나는 집에 가서 치킨을 시켜 먹겠다!!! 했는데, 아아, 그러니까 수업 같이 듣는 알라디너 분께서 오늘 강의 들으러 오시느냐 메세지 보내셨고, 나는 갈등중이라 답했는데, 이 책 가지고 있냐 다시 물으셨다.


















난 없다고 말씀드렸고, 그러자 알라디너 분께서 이 책을 주고 싶다셨고...나는 낼름 받겠다고 했고, 그러자 이 다정하신 분께서 이런 답을 보내신거다.


<그럼 이따 책 받으러 오시는 걸로!>



아아, 나를 공부로 이끌어 주셨어... 좋은 분이시다. 다정한 분이셔! 


그렇게 지친 육신을 이끌고 강의를 들으러 가는 길. 나의 친구는 스타벅스 1+1쿠폰이 있어서 음료 사러 왔다며, 뭐 마시고 싶냐 물었고, 그렇게 친구는 내가 마실 커피를 사서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 늘 내 자리를 맡아주지..... 아아. 세상엔 좋은 여자들이 가득해. 나를 둘러싼 여자들 다 너무나 친절하고 다정한 것. 좋아! ♡



어제는 유독 지치는 수요일이었다. 수요일은 모두에게 지치는 요일인걸까. 수업 듣는 내내 커피를 마시고 있어도 졸리고, 시계를 보면서 재차 시간만 확인했다. 집에 가고 싶어... 하고... 그렇지만, 끝까지 들었어. 잘했다. 장하다!



좀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싶다고 생각해왔지만, 어제 권김현영 쌤의 수업을 들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정도가 최선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간 저 자리에 섰던 쌤들 모두 다들 공부라면 어마어마하게 하셨고, 권김현영 쌤은 스스로를 정치덕후라고 말씀하시는 것처럼, 정치와 페미니즘을 엮어서 그간의 역사까지 다다다닥 강의를 해주시는데, 아아, 저렇게 해야 강의할 수준이 되는거라면, 도대체 나는 얼마나 부족하고 얼마나 모자란걸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영포티와 탁현민 한샘까지 다 짚어주시면서, 앞으로도 계속 자료를 수집하고 공부하겠다고 하시는데, 와, 뭔가 막 든든해지는 거다. 또 수업 오니까 이렇게나 자극받고 얼마나 좋아. 그런데 왜 오기전까지는 오기 싫고 술마시고 싶고 치킨 먹고 싶고 짜장면 먹고 싶고... 막 그러는거야??



금요일엔 바질페스토로 스파게티를 한 번 만들어 먹어봐야겠다.



내가 어제 수업 요약하고 싶은데, 자극만 받고..뭐랄까... 너무 졸려가지고.... 내용을 정리를 못하겠네. 아하하하하하하하하. 여러분, 최상의 컨디션으로 강의를 듣는 게 이렇게 중요하다. 어제 강의가 잘 기억이가 안난다고 한다. ㅠ




한 3주전인가, 꿈을 꿨는데, 초등학교 5학년 때의 남자 동창 k 가 나왔다. 녀석은 꽤 잘생겼었고, 학기 초에 내가 잠깐 좋아하기도 했었는데...특별히 친하거나 한 건 아닌데, 왜 갑자기 성인의 모습으로 등장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한 성인 남자가 꿈에 나왔는데, 꿈 내용은 잘 생각 안나고, 그 남자를 보면서 '어? k 다!' 했던 거다.


그러자 k 에 대한 먼 과거-그렇다, 먼 과거다-의 기억이 떠올랐는데,


도덕 시간이었던 것 같고, 선생님은 무슨 주제를 주고 발표를 하라고 했다. 그게... 내 양심에 반하는 행동..같은 주제였나. 정확한 주제는 뭐였는지 생각이 안나는데, k 가 손을 들고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나는 반장선거때 ***을 뽑고 싶었는데, 옆에서 짝궁이 ###를 뽑으라고 해서 ###를 뽑았다."



고 하는 거다. 그게 좀 후회된다는 내용이었는데, 선생님은 아주 발표 잘했다고, 너 그랬냐고, 뭐 그러면서 그 수업시간을 보낸 기억이 난다. 그리고 며칠 후에 집에 가는데 운동장에서 k 를 만났다. 나는 그때 혼자였는데, k 가 내게 그랬다.


"내가 그때 반장선거 때 뽑고 싶었던 거 너였어. 너 뽑을라 그랬는데 짝궁이 다른 애 뽑으라 그래서..."



앗!! 쟤가 말한 애가 나였어??? 하고 넘어갔는데, 그러부터 또 며칠 뒤. 여자아이들끼리 놀이터 정글짐에서 놀고 있는데, k 의 짝궁이 애들 많은 데에서 그러는거다. 


"k 가 너 좋아해. 반장선거 때 너 뽑는다 그랬는데 내가 ### 뽑으라 그래서 너 안뽑았어." 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다른 여자애들도 다 있는데... 그런 말을.......나 부끄럽게....... 반장선거 때 뽑는다고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시절 녀석은 나를 좋아하는 건 맞았던 것 같아..... 나중에 전학간다고 나한테 전화했는데, 자기 이제 가는데 어떡하냐고..... 근데 우리 아빠가 남자아이인 거 알고 엄청 소리지르고 화내서 그냥 끊었지....



아빠 나한테 왜그랬어요?



아빠는 나한테 남자가 전화하는 꼴을 못봤다....

그렇지만 남동생 찾는 여자아이들 전화가 오면 인기 많다고 뿌듯해했지....


내가 남자아이들 아무리 두드려 팼어도(응?) 인기 겁나 많아가지고, 엄마는 아직도 그 얘기를 하신다. '쟤 어릴 때 남자애들한테 너무 인기 많아서 시집 빨리 갈 줄 알았는데, 저렇게 시집 안가고 늙을 줄은 몰랐지' 라고....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인생은 살아봐야 아는 거야... 아니, 살아봐도 잘 모르지. 움화화핫.




아무튼 걔 전학가고나서...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에, 녀석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자연스레 잊고 살았는데, 왜 꿈속에서 성인 남자의 모습으로 나왓을까...이게 꾼 바로 다음날 썼어야 되는데 꿈 내용이 하나도 생각이 안나는구먼... 흐음...





며칠전에 남동생하고 가츠나베 먹으면서 얘기하다가, 야, 내가 너를 어릴 때부터 엄청 사랑했다, 이건 완전 미친 사랑이지, 기억나냐, 내가 대학시절 편의점 알바하면서 수학여행가는 꼬꼬마 너에게 만원이고 이만원이고 줬던 거..진짜 미친 사랑이다...



그러자 남동생은 말했다.



그게 뭐가 미친 사랑이냐. 내 친구네 누나는 동생한테 자동차 뽑아 줬다더라. 그게 미친 사랑이지, 누나가 한 사랑은 그냥 사랑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빵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누가 자동차를 뽑아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나가 미안해. 가난해서 미안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난한 누나가 그냥 사랑을 하는구나.....




아. 올리브 먹고싶다. 고다치즈랑. 치즈퀸 가서 고다치즈랑 올리브 주문해야겠다. 초록색 올리브 사야지. 집에 와인 한 병 있으니까, 그러면 쫄려. 금요일에 마트 들러서 와인 두 병이나 세 병쯤 더 사야겠다. 금요일에 와인이랑 올리브랑 치즈랑 바질페스토 스파게티랑 먹어야지. 아 씐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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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11-09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친 사랑이란 그런거였구나..... 자본주의는 알면 알수록 놀랍군요.

다락방 2017-11-09 10:2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동생이 저 말을 듣고는 ‘우리 그냥사랑만 하자..‘ 라고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공개 2017-11-09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주에는 뭘로 다락방님을 수업으로 이끌까요? ㅎㅎㅎ 다락방님께 다정한 사람이 되어 정말 다행입니다. 집도 먼데 강의다니느라 고생많으셔요.
저도 어제 권김현영 선생님 강의들으면서 진짜 전문가란 이런것이구나.. 나는 평생 배워야할 사람이지 가르칠 사람은 못될거 같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동생과의 에피소드 넘 재밌어요 ㅋㅋ

다락방 2017-11-09 17:12   좋아요 0 | URL
오오. 저랑 늘 강의 감상이 비슷한 것 같아요. 저도 어제 ‘배우기만 하자, 가르칠 생각은 하질 말자‘ 생각했거든요. 저걸 언제 다 공부해서 다른 사람들한테 알려주나 싶더라고요. 열심히 배우는 것만 하자, 그렇게라도 따라가자, 하고요. 호호.

다음주에는 기꺼이 제 의지로 가는 방향으로 하겠습니다. 회사 근처에 양꼬치 집이 새로 생겨서.... 몹시 흔들리지만.....그래도 굴하지 않고 공부하러 가도록 하겠습니다! 화이팅!!

jsshin님 좋아요! ♡

꼬마요정 2017-11-09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이란 게 저렇게 ‘미친 사랑‘도 할 수 있게 하지만, ‘미친 칼부림‘도 나게 하죠.. 알면 알수록 놀라울 뿐입니다.
근데, 동생님은 다락방님께 사랑 받으면서 나도 누나 사랑해가 아니라 미친 사랑에 대해 논하다니... 정말 사랑 받으면서 컸군요. 부러워요. 저도 다락방님 동생 하고 싶어요~~~

다락방 2017-11-09 17:13   좋아요 1 | URL
저자식은 제가 사랑한다고 하면 자기도 사랑한다고 한 적이 없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난번에는 사랑한다 그랬더니 ‘알았다‘ 이러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어처구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꼬마요정님은 저의 애정을 받는 알라디너 입니다. 이미 애정 뿜뿜 한다구욧! 뿜뿜!!

건조기후 2017-11-09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바로 제 친구가 남동생한테 차 뽑아준 누나입니다 ㅋㅋㅋㅋㅋ 부모님이 하도 손주타령하면서 결혼하라그래서 마침 여친있는 동생한테 결혼까지 생각하는 거면 빨리 해버리는 조건으로 차를 턱... 그래서 착한(?) 남동생은 결혼했고 지금은 손녀도 잘 앵겨드렸답니다.
결혼을 하느니 동생한테 차를 사주는 거 보면 미친 사랑인 것은 같아요. 미친 자기사랑... ㅎ

비공개 2017-11-09 17:06   좋아요 0 | URL
미친 자기사랑 너무 웃겨요 ㅋㅋㅋㅋ 그럼 건조기후님 친구 = 다락방님 남동생의 친구 누나 인건가요??? ㅋㅋㅋ

다락방 2017-11-09 17:15   좋아요 0 | URL
건조기후님 친구 완전 능력있네요. 저는 아무리 그래도 차뽑아줄 능력은 안되어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는 대신에 남동생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들이 어떤 성별을 가지고 있든 페미니스트로 교육시키겠습니다! 꼴페미 이모가 페미니즘을 전파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것이야말로 미친 사랑...

미친 자기사랑에 진짜 뿜었네요. 미친 자기 사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저도 사실 남동생에 대한 건 그냥 사랑이고 저 자신에게 미친 사랑인건지도.... ( ˝)


그나저나 엄친아 엄친딸 처럼 없는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동생에게 차 뽑아주는 누나가 진짜 있었네요. 대단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7-11-09 17:33   좋아요 0 | URL
미친 자기사랑에 완전 빵터진 1인입니다 ㅎㅎㅎㅎㅎ

다락방 2017-11-09 17:39   좋아요 0 | URL
저도 한 미친 자기사랑 하는 사람인데요, 저 분 앞에서 무릎 꿇겠습니다! ㅋㅋ

건조기후 2017-11-09 18:10   좋아요 0 | URL
벌써 몇 년 됐는데 저도 차 사줬다고 해서 진짜 놀랐었어요. 차? 타고 다니는 차? 그래 설마 결혼하는 조건인데 마시는 차는 아니겠지만... ㅋ
맨날 일만 하느라 돈 쓸 시간이 없는 친군데 가난한 저한테 밥도 잘 사주도 과자도 잘 사줘요. 그러면서 이런 거 사줄라고 돈 번대서 그래 내 과자값 많이 벌어 웃으면서 말했는데... 무려 차값을 벌고 있었을 줄은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7-11-10 08:05   좋아요 1 | URL
제가 어제 이 얘기를 남동생한테 했거든요. 야, 알라딘에서 누가 그러더라, 친구가 남동생한테 진짜 차 뽑아줬다고, 하고요. 결혼 얘기도 당연히 같이 했고요. 그런데 제 얘길 들은 남동생이 그러더라고요.

˝진짜 그런 사람이 있대?˝

아니 이새끼 뭐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야 너 진짜 있는 것도 아닌데 나한테 그런 얘기 했냐˝ 이랬더니, ˝나도 들은 거야, 내 친구의 친구가 그랬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러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노믄 시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심술 2017-11-11 14:05   좋아요 0 | URL
맥락없는 헛소리인 건 알지만 한 가지만 지적질하고 넘어갈게요.
락방님 남동생 아이들에게 락방님은 고몹니다. 이모가 아니고.
이모건 고모건 어린애들에게 인권+성평등교육은 꼭 해야 된다고
저도 요즘 들어 날이 가루록 사무치게 느껴요.
특히 사내애들은 어릴때부터 인권+성평등교육 받아야지 저처럼
한남충 다 된 담엔 ㄴㅏ름 애써봐도 별 효과가 없는 거 같아 우울해요.

다락방 2017-11-12 20:07   좋아요 0 | URL
아 맞네요 심술님. 고모네요!! 제가 너무 지금 이모로 세팅되어 있어가지고 자연스레 이모로 나왔어요. ㅎㅎㅎㅎㅎ

예전에 어린이때 성폭행 당했던 사람들에 대한 프로그램이 있었거든요. 시사 프로였는지 다큐멘터리였는지.. 아무튼 그런 게 있었는데, 그 프로에 대해 친구랑 당시에 얘기를 했는데 친구가 그 때 ‘교육이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당시에는 그 말이 확 와닿지 않았는데, 시간이 좀 지난 다음에 아, 정말 교육이 중요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티비를 틀어도 인터넷을 해도 온갖 비하 발언이 넘쳐나잖아요. 그런 상황속에서 자연스레 비하를 몸에 익히게 되는것 같아요. 저 역시 그런 채로 성장했었고요. 그렇지만 그것이 옳지 못하다는 것을 끈질기게 옆에서 알려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렇다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계속해서 성평등과 인권에 대해 얘기해야겠어요. 고모이든 이모든 누나든 그게 뭐든 말이죠!

심술 2017-11-13 14:42   좋아요 0 | URL
예, 끈질기게 알리세요.
저는 집이 멀어서 못 갔지만 <한게레21>에서 요약해 준 거랑 참석하신 알라디너분들 글로
요즘 수욜과 목욜에 있는 페미니즘 8주 강연 얘기를 읽고는 있는데 손아람 작가도 여혐글을 쓰다가
차츰 바뀌었다는 고백을 듣고 어쩌면 저도 갱생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봤어요.

순오기 2017-11-09 2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은 볼때마다 참 즐거워요. ‘글을 맛깔나게 쓴다는 게 이런 거구나!‘ 생각하지요.^^

다락방 2017-11-10 08:03   좋아요 1 | URL
아하핫 순오기님 즐겁게 읽어주시니 저야말로 기쁩니다!! 후훗.

카스피 2017-11-10 2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동생과의 사이가 넘 좋으시네요^^

다락방 2017-11-12 20:07   좋아요 1 | URL
네 저희는 사이가 무척 좋습니다. ㅎㅎ
 

일요일이니까 방청소를 하려는데.. (응?) 책장을 보며 책도 팔자, 하고 팔 책을 꺼내다가, 엇!! 세 번째 줄에서 분노의 포도를 보고 !!!! 이렇게 되었다. 왜냐하면 첫번째 줄에서 분명 분노의 포도를 봤거든? 그래서 다시 올려다보니 역시 있어!! 그간 두 권씩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다!! ㅜㅜ 안읽은 거 팔려고 등록함 ㅜㅜㅜ 나 뭐여... 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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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7-11-05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저분의 연필을 그저 잘 쓰고 있습니다 ㅋ

다락방 2017-11-06 09:06   좋아요 0 | URL
저도 누군가의 연필이 있는데, 그거 받고 싶어서 그렇게나 책을 샀으면서...연필은 쓰지 않고 있네요...구몬 해야 겠어요. ㅠㅠ

비연 2017-11-05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

다락방 2017-11-06 09:07   좋아요 0 | URL
한 두 번이 아니죠 진짜 ㅠㅠ

syo 2017-11-05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다락방 2017-11-06 09:07   좋아요 0 | URL
인생...뭘까요? Orz

세실 2017-11-05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이런~~
책 바보?ㅎㅎ

다락방 2017-11-06 09:07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끄덕끄덕)
한두번도 아니고, 심지어 이게 두 권이라는 건 어제 알았어요. ㅠㅠ

비공개 2017-11-06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정연 서평가님 책에서 이런 내용을 본 거 같은데... ㅎㅎ
저도 찾아보면 이런 거 많을 거 같아서.. 안찾아보고 있어요 ㅋ

다락방 2017-11-07 09:01   좋아요 0 | URL
저는 제가 이런 사람이 될 줄 예전에는 미처 몰랐어요.... 하하하하하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