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타노 쇼고'의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의 반전이 내게는 놀랍지도 않았고 매력적이지도 않았다. 그보다는 좀 황당했다는 게 맞는 표현일거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또 읽고 싶다거나 생각했던 건 아니었는데, 어느 금요일 서점에 갔다가 시집을 사면서 충동적으로 이 책도 함께 골랐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혼자 우동 가게에 들러 우동을 먹으면서 시집을 펼쳐봤고, 집에 가서는 이 책을 읽었다.


몇년전에 나는 한 남자에게 연정을 품었던 적이 있다. 쉽게 말하면 짝사랑이다. 그때 나는 이 짝사랑이 엄청나게 크게 느껴졌었다. 우리는 매일매일 연락을 했고 아주 친했다. 그는 내게 웬만한 동성친구보다는 내가 훨씬 더 편하고 좋다고 했다. 내가 사소한거라도 고민할라치면 그는 언제고 내 안부를 물었고, 내 남동생과도 또 내 회사 동료들과도 함께 만나 술을 마시기도 했다. 그에게 고백할까 하고 여러날 고민을 해보기도 했지만, 그러다가 우리의 좋은관계가 깨질까봐 묵묵히 삼켰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그가 여느날과 다름없이 내게 밤에 전화를 해왔고 나는 침대에 불을 끄고 앉아 그와 전화기를 통해 대화를 했다. 그러다가 그가 내게 말했다.


"나 공무원시험을 준비할거야."


뭐라고? 지금 오빠 나이가 몇인데? 나는 너무 놀라서 그에게 재차 확인했고, 그는 정말로 그럴거라고 했다. 지금 회사는 정리할거라고 했다. 맙소사. 나는 그가 회사를 정리하고 공무원시험을 준비한다는 말에, 스르르, 내 안에서 사랑이라 생각했던 감정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 정말로 그게 사라지고 있었다. 공부를 하겠다는 그의 말에. 아, 내가 한건 뭐였지?


그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겠다고 말하기까지 그는 직원을 여럿 거느린 벤처기업의 사장이었다. 그의 회사는 잘 되는 듯 보였고 나는 간혹 그 회사의 홈페이지에 들러보기도 했던터였다. 내 친구중에는 그를 소개시켜달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나는 그제서야 실감했다. 아, 나는, 사랑을, 머리로 했어, 가슴이 아니라. 내가 그를 사랑한 건 그가 가진 조건이었나봐, 맙소사. 나는 그에게 말했다. 공부하는데 시간 오래 걸릴텐데, 애인이 그 시간들을 견뎌줄 수 있을 것 같으냐고. 그러자 그는 말했다. 자신을 사랑한다면 자신을 믿고 기다려주고 격려해주지 않겠느냐고.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그건 환상이라고 생각했고, 나는 그런 여자가 될 수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내 사랑은 그 순간에 끝났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랑이 아니라는 걸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공부를 끝낸 남자가 좋다. 공부를 하는 남자가 아니라.


이 책은 그때의 나를 들여다보게 해준다. 이 책에 실린 단편중 「벚꽃 지다」가 그렇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공부하면 더 나은 미래가 펼쳐질 거라는 남자의 희망과 설득, 그 희망에 함께 기대고 있는 그의 엄마. 그러나 자꾸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게 되는 또다른 오늘. 희망은 대체 언제까지 희망이고 어디서부터 그것이 절망으로 바뀌는 것일까. 아주 오래전부터 공무원을 준비했던 지인이 있다. 그런데 이제 그는 시험 볼 한계 나이를 지나버렸다. 이제 더이상 시험을 볼 수 없고, 그는 아무것도 해놓은게 없는 삼십대 중반이 되고 말았다. 그의 엄마는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아들에게 어떤 길을 열어줘야 할지 고심중이다. 삼십대 중반에 계획해야 하는 삶이라니, 이제 다시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인생의 설계라니. 씁쓸하다. 그동안 그는 모아놓은 돈도 없고, 사귀었던 여자는 오래전에 그의 곁을 떠났다.  


그에게 중간에 그만두라고 말해줄 누군가가 필요했을까? 만약 그랬다면 그는 포기했을까? 만약 포기했다면 그는 지금쯤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후회하지는 않았을까? 지금 그는 후회하고 있을까?


때때로 갈팡질팡 하는 커다란 고민앞에 놓여있을 때, 누군가가 명확한 길을 제시해줬으면 좋겠다. 바로 여기라고, 이 길이라고, 일단 이 길로만 가면 너가 실패할 일은 없을거라고, 그러니 이 길로 가라고. 그 길을 가든 가지 않든 그것은 개개인의 자유이겠지만, 때때로 나는 누군가 제시하는 길로 가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 선택은 오로지 나의 몫이지만 그 선택을 차라리 누가 대신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아주 간절히 든다. 차라리 다른 사람을 원망할 수 있도록, 내 자신의 가슴을 치지 않을 수 있도록.


그의 시험들은 번번이 실패했지만, 그러나 그의 인생 자체가 실패한건 아니다. 그가 앞으로 하게 될 일, 하고자 하는 일들이 그에게 날개를 달아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것들조차 뜻대로 되지 않을지도 모르고. 그건 아직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아직 미래는 오지 않았으니까. 그가 내 인생의 이 결정은 훌륭했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여야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어제 그의 새로운 계획을 들었고, 나는 그것이 좀 불안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나는 그의 삶에 끼어들 만한 관계도 아닐뿐더러, 내 앞가림조차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저 맥주를 홀짝이며 그동안 그에게 없었던 것들, 이를테면 돈이라든가 함께 갈 사람이라든가 하는 그런것들이, 그가 원하는 만큼 원하는 정도로 생기기를 잠시동안 바랐을 뿐이다. 






- 남동생하고 맥주를 마시면서 텔레비젼을 보았는데, 돌리는 채널 중 어딘가에서 신세경이 나오고 있었다. 『지붕 뚫고 하이킥』(맞나?)의 한 장면이었다. 나는 새우깡을 안주 삼아 집어먹으며 말했다.


"난 이상하게 신세경 보면 꼭 나같어."


남동생은 맥주를 뿜으며 말했다.


"오늘 아침부터 지금까지 들은 말 중에서 가장 웃긴말이다."


남동생은 대체 어쩌다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됐냐며 웃음을 멈추지 못했지만, 아 난 자꾸만 이상하게 신세경 보면 나 같단 말이다...왜그런지는...나로 모르겠지만....이상하게 나같어..




(조카 사진 내림. 그냥 순간의 변덕임. 나중에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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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2-02-20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미 사진보니깐, 환장하겠어요!!!

다락방 2012-02-20 16:31   좋아요 0 | URL
전 늘 녹아버려요. ㅎㅎㅎㅎㅎ

moonnight 2012-02-20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타미 너무 귀여워요. >.< 다락방님이 스르륵 녹아버리는 모습이 떠올라요. ㅋㅋ

그.. 분께 진작 고백하지 않길 잘 하셨네요. 이미 고백은 했는데 마음이 식었음을 느끼면 수습난감.(_ _);

근데, 사랑한다면 믿고 기다려주지 않겠느냐. 는 말 들으니깐 뒷바라지 몇년 해줬더니 시험 합격하고 나니깐 헤어지자고 했다는 많은 이야기들이 떠오르네요. -_-;;;;

다락방 2012-02-20 16:5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고백했는데 시험공부 할거야, 라는 말을 듣고 그때서야 이거 아닌것 같았어 라고 말하면 전 속물인증 제대로죠. 뭐, 그런게 아니어도 속물인건 만천하에 드러난 여자이긴 하지만. -_-

그당시에 그를 좋아하던 여자가 있었는데, 그여자는 그의 뒷바라지를 해주겠다고 했고, 그는 그녀와 결혼을 했고 공부를 포기했어요. 지금은 회사에 들어가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늙어가고 있습니다. 하핫. 사람 사는건 다 거기서 거기 같아요.

타미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전.

꽃핑키 2012-02-20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학!! 정말 ㅋㅋ 녹아버리겠네요 +_+ㅋ 1번사진 완전 귀여워요 ㅠㅠㅠㅠ
저도 벚꽃지는 계절에를 그냥그냥 읽었어요 ㅋㅋ (잠깐 와! 하긴했지만;;)
오호 위에덧글로 쓰신 그 남자의 뒷이야기도 재밌네요 ㅋㅋㅋ
정말 다락방님 말씀처럼 사람사는건 다 거기서 거기인듯 싶어요 :)

다락방 2012-02-20 17:11   좋아요 0 | URL
우앗, 저 방금 핑키님 서재랑 네이버 블로그 갔다왔는데 완전 찌찌뽕 ㅋㅋ(오늘 일 안하고 저 왜이러나 몰라요;;)
근데 조카 사진 내리기 전에 보셨군요! 저 그냥 순간의 변덕으로 내려버렸는데 ㅎㅎㅎㅎㅎ 저는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일고 좀 벙찌다고 해야하나, 지금 나 가지고 장난하나 싶더라구요. 뭔가 대단한 반전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게 아니라 말이죠.

네, 사람 사는게 다 거기서 거기죠. 그래서 좋은건지 싫은건지..그건 잘 모르겠어요. 잘 살고 싶다는 생각 만으로 잘 살아지는건 아닌것 같아요. 후아-

책읽는나무 2012-02-20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과 타미의 관계가 뭘까?
한참 고민을 했는데...아~ 타미가 조카였군요.ㅎㅎㅎ
전 타미라는 사진 작가가 또 따로 있는 줄 알았다는~~

에혀~ 제 친구중에도 공부하던 남자가 하나 있었습니다.좀 안타깝더라구요.
4,5년에 한 번씩 딱 두 번을 동창회를 가서 그친구를 만났는데 20대 중반에도 공부를 한다고 그랬고(그땐 그게 좀 납득이 갔었어요.)..30대 중반에 만났을때도 아직 공부한다고 하던데..그땐 왜 그리 측은하게 보이던지..ㅠ
무슨 공부를 하는 것인지 가르쳐 주지도 않음서 좀 답답해보이더라구요.
서른 넘어 공부하는 남자들은 왜 그리 불안하고 무서워보일까요?ㅎㅎ
근데 이상하게 사십이나 오십을 훌떡 넘어 공부하는 남자들은 또 왜 멋있어보일까요?
세상만사에 찌든 속물인 저도 이 오묘한 감정들을 어찌하지 못하겠네요.ㅋㅋ



다락방 2012-02-20 17:38   좋아요 0 | URL
아 책읽는 나무님, 제가 조카의 사진을 올렸다가 내렸어요. 위의 댓글들은 그 사이에 그 사진을 보셨던 분들의 댓글. ㅎㅎ 예쁘다고 제 조카 사진 자랑한다고 올렸는데 갑자기 책하고 상관도 없고 책 제목도 짜증나서 조카 사진이랑 함께 두기 싫더라구요. 그래서 서둘러 내렸어요. 조카 사진은 조만간 다시 올릴거에요. 왜냐하면 자랑하고 싶을만큼 예쁘니까요. ( '')

네, 그게 공부를 위한 공부를 하는거면 나이에 상관없이 멋지고 대단해 보이는 것 같아요. 그런데 직업을 갖기 위한 공부이고 그것이 긴 세월 계속된다면 그건 단지 멋있는것 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불러오더라구요. 물론 잘 되면 좋겠지만 잘 되는 사람은 극소수고.. 그게 시험을 보기 위한 공부라는게 그렇더라구요. 다음엔, 다음번엔, 여태 해온게 아까워서...그래서 자꾸만 길어지고 반복되어지고 그러는 것 같아요. 제가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한다고 했어도 저 역시 아마 긴 세월 같은 과정을 반복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불안하고 무서워 보이죠. 그런데 섣불리 어떤 말을 옆에서 거들수도 없는것 같아요. 그건 그 사람의 인생이고 그 사람의 미래니까요. 씁쓸해요.

이진 2012-02-20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몇분만 일찍 왔었어도!!

저는 얼마전에 그 책을 다 읽었어요.
다른 작품은 엄청 재미있게 읽었는데
벚꽃지는 계절에는 짜증이 나던거 있죠 ㅋㅋㅋ

다락방 2012-02-21 08:50   좋아요 0 | URL
조카 사진은 다시 올렸어요. ㅎㅎ 이 책하고 조카사진을 함께 두고 싶지 않은 이모의 마음이었답니다. ㅎㅎ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는 전 별로였어요. 그런데 제 남동생은 최고의 반전으로 꼽더라구요. 이 책, [해피엔드에 안녕을]을 읽고 싶다고 소이진님이 페이퍼 썼던 것, 기억해요. 훗

비로그인 2012-02-20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참 솔직하시네요. 글을 읽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글 쓰는 동안만큼은 굉장히 솔직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글을 쓰는 걸까요? 저도 솔직하게 쓰기 위해 노력할 거에요!

다락방 2012-02-21 08:51   좋아요 0 | URL
일전에 사귀던 남자친구는 제게 그런말을 한적이 있어요. "솔직한게 언제나 좋은건 아니야." 라고. 그때 그 말이 아직도 잊혀지질 않아요. 그래서 솔직하지 않으려고 가끔은 생각한답니다. 솔직한게 기억하기 쉽잖아요, 수다쟁이님.

2012-02-20 1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2-02-21 08:5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____________^

기억의집 2012-02-20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일찍 알라딘에 들어와서 조카사진 좀 볼걸요.
오늘 아침에 잠깐 들어오고 계속 나가 있다 지금 알라딘 들어와서 못 봤어요~
얼마나 이쁠까나~

전 이 책 그저그랬던 것 같아요. 그 때 읽으면서 뭔가 심사가 뒤틀렸는데,,,그게 뭐였는지 까 먹었어요. 그 때 읽고 리뷰을 썻어야하는데,,, ^^ 전 다락방님이 졸리 닭았다고 하면 믿을 수 있어요. 졸리~

다락방 2012-02-21 08:53   좋아요 0 | URL
정말 이뻐요, 기억의집님. 조카가 태어나기 전에는 제가 이렇게 조카를 예뻐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막상 이 작고 어린 존재를 눈앞에서 보노라니 도무지 사랑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더라구요. 정말 예뻐요. 히히. 막 보고 싶고 그래요. 여동생에게 전화를 해서는 말도 하지못하는 조카를 바꿔달라고 말해요. 조카는 뭔가를 막 웅얼거려요. 전 그걸 듣고도 좋아하지요.

기억의집님, [해피엔드에 안녕을] 읽으면서 첫번째 단편에 분노하셨었어요. 식구들을 다 죽인 소녀가 나오는데 죄책감이나 이런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하시면서요. ㅎㅎ
전 졸리를 닮고 싶지만 졸리랑은 아주 거리가 멀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dreamout 2012-02-20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부터 지금까지 읽은 글 중에서 가장 재밌는 글이예요. ㅎㅎㅎ

다락방 2012-02-21 08:53   좋아요 0 | URL
아, 드림아웃님. 다행입니다. ㅋㅋㅋㅋㅋ
 
죽음의 손길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 11
샬레인 해리스 지음, 송경아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이름만 듣고 신뢰하는 많은 것들이 있다. 그것이 그 이름의 가치일 것이다. 하루키가 썼다고 하면 무조건 읽어보고 싶고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주연이라면 그 영화를 보고 싶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이라면 당연히 그 영화를 찾아보고 싶고. 그들이 작가, 배우, 감독이었다면, 캐릭터로는 수키가 있다. 나는 수키의 모든 생각과 행동에 99프로 공감하고 동의했던 바, 수키의 이야기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읽을 준비가 되어있었다.


금요일이었는데, 우울했고, 그래서 좀 걸었다. 한 시간 가량을 걷는 동안 바람은 몹시 찼고 손은 시려웠다. 그날따라 유독 발바닥도 아팠다. 그리고 서점에 들렀다. 서점에는 책이 많고 온기가 있었다. 스르르, 풀어지는 기분이었다. 마침 그날따라 알라딘에서 7만원어치의 책을 결제해둔터라, 서점에서는 그저 구경만 하고 나오려고 했다. 그러다가 이 책, 『죽음의 손길』을 보게 됐다. 우앗, 이게 뭐야. 언제 나왔어!! 나는 거침없이 손에 들었다. 그리고 다시 제자리에 놓아두었다. 아까 알라딘에서 결제했잖아, 왜 또 사려고 그래. 그러다가 다시 집어 들었다. 수키잖아, 수키라고!


수키는 그간의 시리즈에서 나를 울리고 웃겼다. 언젠가도 얘기했지만 수키가 냉장고에서 자신이 먹을 음식을 만들려다가 울어버렸을 때, 그때 나도 지하철 역 벤치에 앉아 함께 울고 싶었다. 수키가 일상을 살면서 느끼는 실망감과 사랑, 그 모든게 온전히 내게도 스며들었다. 수키가 사랑하는 남자를 나도 사랑했고, 수키가 좌절하고 실망하면 나 역시 좌절하고 실망했다. 수키가 힘들 때 나도 힘들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너무도 잘 알 수 있었으니까. 게다가 수키는 자신의 감정에 얼마나 솔직한가. 자신이 상대에게 느끼는 욕망을 그대로 뱉어내고, 누군가가 싫을 땐 거침없이 욕도 한다. 그런 수키의 새로운 이야기라니. 내가 아무리 알라딘에서 책을 샀어도 어쩔 수 없다, 이건 사야 한다. 앗. 그러나 책을 살펴보니 이 이야기는 단.편.집. 이다. 단편집이라고? 그게 가능해? 가능한가보다. 작가는 수키를 주인공으로 한 단편집을 써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사지말까 잠깐 또 고민했다. 그러다가 역시 수키의 이름이 이겼다. 이야기는 가벼웠다. 전혀 어려울 것 없는 이야기들 다섯 편이 실려있는데, 하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수키는 여전히 수키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다. 가장 재미있었을지도 모를 마지막 단편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어떻게 수키를 기쁘게 했는지 자세하게 묘사하지 않음으로써 나를 실망시켰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 책은 중딩을 위한 것인가 싶어졌다. 책 한 페이지에 들어가는 글자수가 현저히 적다. 이걸 기존의 포인트, 기존의 행간으로 했다면 책의 두께는 엄청나게 줄었을 것이고 책 값 역시 저렴해지지 않았을까. 수키를 사랑하는 기존의 독자들이라면 마치 소품처럼 이 책을 장식해두어도 좋겠지만, 그리고 이 속에서도 수키는 충분히 톡톡 튀며 살아있지만, 소품은 그저 소품일 뿐이고 나는 소품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읽지 않아도 크게 상관없을 소품 같은 이야기가 한 페이지에 몇 개 안되는 글자로 넓적하게 들어가있다. 열린책들에서 이런 행간을 쓰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나는 ttb 광고를 읽지 않은 책이나 보지 않은 영화로는 하지 않겠다는 주의였고 그것들 중에서도 스스로 매긴 별점이 별 넷 이상인 것만 걸어두고자 했었다. 그러나 수키는..수키니까, 내가 읽기 전에 해도 괜찮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 확신이 여지없이 무너지면서 내 ttb 광고가 부끄러워졌다. 앞으로 다시는 읽기전에 광고 하지 말자.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짓을 하지말자.



작가가 단편을 쓴 것은 좋다. 그러나 한 페이지에 들어가는 글자수가 이정도인 것은 실망이다. 물론 가장 큰 실망은, 위에도 언급했듯이, 수키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인해 어.떻.게. 행복했는지의 설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건,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터, 부족하다, 부족해. 수키가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은, 내가 삼십 년 이상을 살아오며 받았던 그 어떤 크리스마스 선물보다 우월했는데, 최상이었는데!! 수키는 정말 좋은 할아버지를 두었다. 이런 할아버지는 내가 여태껏 살아오면서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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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2-02-20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악, 작가님 왜 그랬어요! ㅡ.ㅜ


다락방 2012-02-20 15:4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그것만 잘 해줬어도 야한 단편 하나쯤은 탄생할 수 있었다구요!!! 아, 아쉬워...orz

비로그인 2012-02-20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린책들에서 이런 행간을 쓰다니! - 그 행간을 저도 보고 싶네요 ㅎㅎ 불끈! 할 것 같은~ 시리즈물은 함부로 손을 못 대겠어요. 지금 셜록 홈즈를 읽고 있는데, 두 권 빌리려다가 다른 책들도 빌리느라 딱 한 권만 빌렸어요. 재미와 놀라움이 보장된 책은 한 권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에요~

그나저나 다락방님도 우울할 때 걸으시는구나... 우울할 땐 찬바람 맞으며 손 시릴때까지 걷는게 최고인 것 같아요. 맛있는 음식을 먹다보면 저절로 잊혀지기도 하지만요 ^^

다락방 2012-02-20 15:50   좋아요 0 | URL
저는 상심했을 때 우울할 때 슬플 때 모두 걷는것 말고는 다른 방법을 잘 못찾겠더라고요. 온전히 혼자인 시간이 필요한 데, 걸을 때 그럴 수 있어요. 음악을 들으면서 걸어도 좋고 그냥 걸어도 좋고. 사람들이 많은 거리를 혼자 걷는 시간이 제게는 참 위안이 되요. 물론 잠을 자는 것도 도움이 되구요. 자고 일어나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되어있더라구요.

그렇지만 손 시린건 싫어요.

2012-02-20 1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2-02-20 15:50   좋아요 0 | URL
우울은 요일을 가리지 않습니다.

이진 2012-02-20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하하, 수키라는 여성이 그런게나 좋으시단 말인가요.
다락방님의 엄청난 수키사랑에 저도 한번 수키를 만나보고 싶어요.
이 중학생을 위한 책같다는 책은 피..피하는게 상책이겠죠?

다락방 2012-02-20 15:52   좋아요 0 | URL
네, 수키는 정말 좋아요. 솔직한 여성이죠. 내숭을 떨지 않아요. 하하하하. 상처받으면 울고 욕망하면 드러내죠.
소이진님이 수키를 만나신다면 좋아하실 것 같지는 않아요. 제 남동생도 한 권 읽더니 이런 책을 읽는 사람이 있다는게 놀라운데, 그게 우리 누나라니 미치겠대요. ㅎㅎㅎㅎㅎ 혹시라도 이 책을 읽으실 생각이라면(안그러실것 같지만)당연히 시리즈 첫번째, 「어두워지면 일어나라」를 권합니다. 이 책은 말구요.

moonnight 2012-02-20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린책들 나빠요. 다락방님을 이렇게 실망시키다닛! -_-++
근데 진짜. 저도 열린책들 참 좋아하는데 왜 그랬대요. 그런 행간이라니 -_-;;;; 이건 자존심의 문제라구요. ㅠ_ㅠ
다락방님 수키 시리즈 사랑하시는 거 잘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두 개라니. 슬프셨겠어요. 토닥토닥;

다락방 2012-02-20 16:54   좋아요 0 | URL
네, 이 책이 별 다섯이 되지는 않을거란걸 살 때부터 알고있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 장에 몇 개 안되는 글자를 박아넣다니...오우오우오 실망이에요. 그리고 내용도 너무 ... 성인용 같지 않아요. (읭?) 팬써비스 차원의 작품이니, 써비스로만 만족해야겠죠. 수키의 단편이다, 라는 정도로. 흐음.

에일레스 2012-02-21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 다 사모으고 있는데, 새책 나온거 보고 살까 하던 중에 이 리뷰를 보게 되었네요~
이 글을 읽으니 사기가 망설여지는군요 ㅠㅠ

다락방 2012-02-21 17:45   좋아요 0 | URL
pemares님, 이 책은 일단 서점에 가서 한 번 들춰보고 사시는게 어떨까요? 저는 수키를 좋아하는데도 이 책에 대해 실망했거든요. 그렇지만 수키의 팬이시라면 사지 않고 넘기기도 서운하잖아요. 그러니 서점에 가서 한 번 들춰보시고 구입하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아니면 서점에서 읽으셔도 좋을거구요. 이거 서점에서 서서 읽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을 것 같아요.

달사르 2012-02-21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 최근에 수키 시리즈 나왔는데 다락방님 이전 리뷰가 생각이 나더라구요. 저는 이제 1, 2권 읽었는데요. 아직까지는 짱~ 재미나더이다. 일요일에 새벽 2시까지 눈 뻘개지고 심장이 벌렁거리는 것이..캬..정말 좋더이다. 다락방님 읽으신 편까지 읽으려면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다음에 나오는 수키 신간은 같이 읽어보고 싶네요. 이번 단편 말고도 아직 시리즈가 남아 있지여?

다락방 2012-02-27 13:20   좋아요 0 | URL
완전 재미있죠, 달사르님! 제가 실망한게 10편 부터였으니 달사르님은 아직도 충분히 많은 재미를 확보하고 계신겁니다. ㅎㅎ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 같아요. 이야기가 끝날 기미가 안보여요. 마지막에 수키는 과연 누구를 옆에 두고 어떤 마음으로 사랑을 할지 궁금해요. 그래서 실망하긴 했지만 수키의 이야기는 계속 읽어볼거에요. 수키의 마음을 계속 들여다보고 싶어요. 헤헷 :)
 
죽음의 손길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 11
샬레인 해리스 지음, 송경아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수키가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은 지상 최고의 것이었지만, 이 책은 팔아버려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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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2-20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팔아버려야겠구나, 란 대목에서 이 책의 진정한 리뷰의 가치가 !

다락방 2012-02-20 09:09   좋아요 0 | URL
책값이 좀 아까웠어요... 휴..orz

테레사 2012-02-20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네요. 문학동네가 ...커트 보네거트의 책 한권도 역시 실망 그자체였어요..내용이 아니라 이 정도 분량을 이정도 가격에 이렇게 엮어서 팔다니 싶어서...뭔가 속은 느낌! 작가에 대한 무한 신뢰를 활용한 상술 같아 씁쓸했지요.

다락방 2012-02-20 15:53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열린책들이에요. 행간 빽빽하기로 유명한 책. 그런데 이 책은 안그래서 깜짝 놀랐어요. 장난하나 싶더라구요. 저도 어차피 소품같고 서비스차원의 책이었다면 더 얇은 분량으로 저렴하게 파는쪽이 낫지 않았을까 싶어요. 기분이 좀 안좋아요. -_-

테레사 2012-02-20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열린책들이군요^^; 출판사들도 돈을 벌어야 하는 영리기업이긴 맞는데, 뭔가 정신적 상품을 파는 기업은 그래도, 좀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기냥 기대에 불과한 걸까요, 자본주의 사회에선 말이죠?

다락방 2012-02-20 16:31   좋아요 0 | URL
좀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늘 여지없이 무너지는 것 같아요. 좀 다른곳은 없나봐요. 흐음.
 



『사이드웨이』의 '알렉산더 페인'이 영화를 찍었단다. 아, 안볼수가 없지. 나는 개봉하는 날에 맞추어 극장에 달려갔다. 사실 '조지 클루니'를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다. 나한테는 그다지 매력 있는 배우가 아니다. 그런데 이 영화속에서의 조지 클루니를 보는데, 오와, 너무 좋은거다. 멋있거나 섹시해서가 아니다. 물질적으로는 부유하지만 가족들과의 생활이 삐걱거려서 고뇌하는 남자의 그 복잡한 머릿속을 여실히 드러내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내는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다. 장인어르는 사위를 원망한다. 우리 착한 딸을 니가 이렇게 만들었어, 니가 보트만 사줬어도 이렇게 되진 않았을거야. 자꾸만 자신을 원망하는데, 그 원망을 듣는 남자는 불쑥불쑥 얼마나 자주 '당신 딸은 그렇게 착하기만한 딸이 아니었어요. 바람을 피웠다구요!' 라고 말하고 싶었을까. 그 말들을 꾹 참으면서 결국은 더 잘해줬어야했죠, 라고 대꾸하는 조지 클루니의 그 때 그 마음이, 그러니까 결코 단순하지도 평온하지도 않은 그 마음과 머릿속이 느껴져서, 문득 배우가 가장 힘들 때는 이럴때가 아니가 싶어졌다. 이런 세심한 연기를, 머릿속이 복잡하고 마음도 평탄하지 못한 이런 연기를 할 때, 이 때가 가장 힘들지 않을까. 물론 높은 빌딩에서 뛰어내리고 얻어맞고 때리고 도망치는것도 힘들겠지만, 개인에게 일어나는 사사로운 일들 그러나 남들에게는 말하기 힘든 고민들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을 보여주는것도 엄청나게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


혼자 감당하기엔 벅찬 많은 일들. 큰 딸의 반항과 큰 딸의 멍청한 남자친구를 상대해야 하고, 사촌들과 땅 매각에 대해 투표해야 하고, 둘째딸이 삐뚤어지지 않을수 있도록 돌봐줘야 하고, 아내의 불륜남을 찾아가 내 아내가 죽어가니 찾아가 보라고 말해야 한다. 그것들이 그에게는 시시각각 얼마나 피곤하고 벅차게 느껴졌을까. 


영화속에서 열 살 둘째딸에게 엄마가 죽어간다고, 이제 곧 죽을거라고 말해줘야 하는데, 대체 그걸 어떻게 말해줘야 할지 큰 딸이 난감해하자 아빠는 선생님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어린 둘째딸에게 병원에서 전문적인 선생님을 만나게 하고, 그 선생님이 그 어린아이에게 엄마가 죽어간다는 것을 아빠 대신, 언니 대신 말해준다. 그 말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아이를 보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직접 말하고 직접 듣는것이 더 좋은것들이 분명히 있지만, 그것이 너무 힘들고 또 조심스러워야 할 부분이라 누군가의 힘을 빌어 이야기를 대신하는 장면이 내게는 퍽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대신 듣는 동안, 아빠와 언니는 아이의 옆에 있어준다. 아, 이 장면은 다시 생각해도 눈물이 ㅠㅠ


그래서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아주 좋다. 『사이드웨이』에서는 마일즈가 혼자 와인을 먹는 장면으로 사람을 벅차게 만들더니, 이 영화에서는 다같이 (아마도)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으로 사람을 감동시킨다. 내 가족을 만드는 일, 가족이 내 옆에 있다는 것. 이 모든것은 내 생각보다 어쩌면 더, 더 근사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첫째딸, 너는 대체 어디에서 튀어나왔니.





하와이라는 지역적 특색 때문이겠지만 어쨌든 비키니를 입고 등장하는 큰 딸, 와, 완전 예쁘다. 얼굴도 예쁘고 헤어스타일도 예쁘다. 맙소사. 비키니는 몇 벌을 가지고 있는건지. 최고 최고. 보는동안 또 다이어트에 대한 열망이 끓어오르고, 머리도 빨리 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미장원에가서 저렇게 해달라고 해야지. 그러다가 또다시 혼자 침울. 하면 뭐해, 나는 저 여자가 아닌걸. 그래도 머리는 빨리 자랐으면 좋겠다. 저만큼 자라려면 한 이 년 걸리려나? 영화를 같이 본 친구에게 물으니 너는 이번 여름이면 저만큼 자라있을거라고 했다. 워낙에 야한생각을 많이 해서 머리가 빨리 자라니 가능할거라고 -_-



















『그녀를 보기만해도 알 수 있는것』으로 이미 잊을 수 없는 영화를 내게 보여줬던 '로드리고 가르시아'의 영화, 『마더 앤 차일드』에는 주옥같은 대사들이 많이 나온다. 여자가 남자의 손을 잡으며 누가 나에게 당신을 보내준걸까요, 라고 했던 대사도 물론 그랬지만, 등장인물 두명이 나누는 대사중에 이런게 있다.


"항상 그렇게 솔직해요?"

"진실이 기억하기 쉬우니까요."


정말 그렇다. 진실이 기억하기 쉽다는 명백한 사실을 가끔 잊게되면, 그때부터 골치아파진다. 거짓말은 한 번 하기 시작하면 자꾸만 자꾸만 거짓말을 낳고, 거짓말은 거짓말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른뒤에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진실이 기억하기 쉬우니까요. 진실이 기억하기 쉽다. 사실이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날 웃게 했던 장면은, 한 부부의 섹스장면이었는데, 이 부부가 서로 섹스에 열중하고 있는 도중에 그 집에 전화가 걸려오는거다. 그들은 당연히 섹스를 멈추지 않고 자동응답기에 녹음하게 둔다. 그리고 하던일을 계속 하려고 한다. 그런데 집에 전화를 건 상대는 너 정말 집에 없니? 유후~ 하고 전화를 끊을 생각을 안하고 자동응답기에 대고 휘파람을 불고 자꾸만 자꾸만 이름을 부르고 말을 하는거다. 듣다 못한 아내는 대체 저사람 왜저러는거냐고 하고, 긴 시간동안 자동응답기에 대고 혼자 말하는 사람 때문에 그들은 결국 중도 포기하게 되는거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정말이지...참.........자동응답기에 대고 길게 녹음하지 말자. 실례일수 있다. 킁킁. 어휴, 어찌나 안타깝던지. 내가 다 속상했다. ( '')





















어젯밤 자기전에 이 책에 실린 '래프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을 읽었다. 이 책은 '죽음의 미학'이란 타이틀을 단 만큼 죽음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실려있다.


2권
'세계명작산책'을 내며
제2권 <죽음의 미학> 서문

우국|미시마 유키오 _ 삶의 보완 양식 혹은 가치 부여의 수단
숲 속의 죽음|셔우드 앤더슨 _ 삶을 인상적으로 진술하는 방식
크눌프|헤르만 헤세 _ 삶의 최종심
킬리만자로의 눈|어니스트 헤밍웨이 _ 신이 없는 죽음과 감추지 않는 주저흔
이반 일리치의 죽음|레프 톨스토이 _ 한 속인을 통한 죽음의 성찰
연인의 죽음|마르크 베르나르 _ 살아남은 자의 외로움과 슬픔
나라야마 부시코|후카사와 시치로 _ 죽음으로 다가가는 또 다른 양식
알리스|샤를르 루이 필립 _ 독점욕이 빚어낸 특이한 죽음의 양상
불 지피기|잭 런던 _ 관념이 배제된 죽음의 과정
마차|바이오레트 헌트 _ 염세적 세계관을 배음으로 한 기상곡


내게 이 책을 선물해준 친구는 「연인의 죽음」을 추천했는데, 나는 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궁금했던 바, 그 작품을 먼저 읽었다. 톨스토이라서 더 읽고 싶기도 했고. 모두 죽음에 대한 것이니 이 책 한권을 한 순간에 다 읽는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젯밤에 한 편을 읽었고 침대에 두었다. 나는 자기전에 늘 이 책으로 죽음을 맞닥뜨릴 생각이다. 죽음에의 과정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 죽음을 보는 다른 사람들의 사고방식들을 나는 매일 자기전에 조금씩 만날것이다. 늘 이런 책을 읽고 싶었었다. 죽음에 대해 말하는 책. 내가 가진 막연한 두려움을 조금은 사라지게 해줄지도 모르는, 그런 가능성을 가진 책. 이 책은 내 페이퍼나 리뷰를 늘 읽어오던 친구로부터 선물 받은 것이다. 예전부터 내 글에 수시로 등장하는 주제에 대해 책을 한권 보내주고 싶다길래, 나는 당연히 사랑이나 이별에 대한 것일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날 내게 도착한 책은 바로 이것, 죽음에 대한 것이었다. 나는 무척 놀랐다. 그리고 감탄했다. 어떻게 이 책을 줄 생각을 했을까? 이 친구는 작년에도 나에게 실패를 잊으라며 커다란 박스를 무려 외국에서 보내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생각하지도 못한던 때에 생각하지도 못한 선물을 받고 놀랐던 바, 이번에도 그랬다. 다른 사람을 놀라게 해줄 특별한 재주 같은것도 교육받은 걸까? 대단하다. 이런 사람이 내 친구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친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난 참 어찌나 괜찮은 인간인지, 친구들도 하나같이 훌륭하다. 얼마전에 통화한 친구1은 ....................................이건 패쓰하자. 쓰려니까 정리가 안된다. 엊그제 밤에 통화한 친구2는 늦은 밤, 자고 있다가 내 전화를 받았는데, 자다 깨서 내가 하는 말을 다 들어줘야 했다. 나는 『마더 앤 차일드』가 얼마나 슬픈지 모른다고 토로했다. 자다 깬 친구에게. 나는 슬펐고 술에 취했었다. 그래서 그 친구랑 마더 앤 차일드 이야기 한건 기억이 나는데, 어떻게 전화를 끊었는지는 기억이 안나.................orz

나는 그들의 기적이거나 이찌방(이거 뜻을 몰라서 검색해봤음 ㅎㅎ 앞으론 한국어로 말해주길 원함)이다. 그건 그들이 내게 기적이고 구원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나를 잃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나는 그들에게 나를 잃지 말라고 말한다. 물론 언젠가 어떤 순간, 어떤 사소한 혹은 사소하지 않은 일들로 우리는 서로를 잃게 될런지도 모른다. 원하지 않았더라도 그런일들은 종종 일어나기 마련이다.




어제 디센던트를 같이 본 친구는 영화를 보는 내내 하와이에 가고 싶었노라고 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했다. 하와이가 아니어도 좋다, 물론. 그곳이 어디든 나는 이제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 조직생활을 할만큼 해온게 아닌가 싶다. 이제 그만할 때가 되지 않았나. 딱히 대안이 있는것은 아니니 나는 한동안 회사 다니기를 그만두지는 않겠지만, 언젠가 조직생활로부터 자유로워진다면, 나는 그가 있는 먼 나라로 가고 싶다. 그는 다시 한국에 돌아오지 않을것이고 그곳에서 정착할 것이라고 2년전에 내게 말하고 떠났다. 그를 못잊거나 그리워서가 아니라, 그곳에서 그가 정착해 살고 있는 모습을 한번쯤 보고 싶다. 내가 너를 만나러 갈게, 라고 말하고 가는게 아니라 그냥 무작정 가고 싶다. 나는 그곳의 어디에 그가 살고 있는지를 모르고, 그의 연락처도 알지 못한다. 무작정 가서 이곳 저곳 돌아다니다가 결국은 그를 만났으면 좋겠다. 나는 많은 시간 그를 찾아 헤매느라 좀 지쳐있겠지만, 때가 꼬질꼬질하고 머리는 산발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를 만난다면 웃어주고 싶다. 한끼의 식사를 같이 하거나 와인을 함께 마셔도 좋을것이다. 혹은 아침부터 밤까지 함께 걸어도 좋을것이다. 그 후에 그를 그곳에 둔 채로 뒤돌아 오고 싶다. 그리고 나는 그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새로운 삶을 또다시 시작하고 싶다. 언젠가는 그런 시간이 내게 왔으면 좋겠다. 그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금요일이다. 오늘밤 잠을 자면, 내일은 늦게까지 깨지 않아도 된다. 침대에서 뒹굴뒹굴 거려도 된다. 내일 아침엔 알람이 울리지 않을 것이고, 내일은 나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날이다. 나는 내일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날 것이고, 씻고 싶은 시간에 씻을것이며, 먹고 싶은 시간에 먹을것이다.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모습으로 한동안 방에 처박혀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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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 2012-02-17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지 클루니는 사진으로 보면 느끼한데 출연한 영화에서 보면 멋지죠. 전 퍼펙트 스톰을 보고 조지 클루니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어요^^ 그런데 베트맨은 영 아니었죠 ㅎㅎ

다락방 2012-02-17 17:08   좋아요 0 | URL
네, 좀 느끼하게 잘생겼는데 이 영화에서 보면 '잘생긴 외모'는 내다 던진것 같아요. 경제적으로는 여유있지만 그외의 것들은 뭐 하나 잘 풀리는게 없는, 그저 그런 평범한 남자를 보여줘요.
조지 클루니 배트맨은 '본' 기억은 나는데, '그 배트맨'은 기억조차 안나네요. 하핫

moonnight 2012-02-17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디센던트. 저도 무척 기대하고 있는 영화에요. 심지어 어여쁜 처자마저 눈을 즐겁게 해 주는군요!!! (아름다운 사람들은 좋겠어요. 존재만으로도 기쁨을 줘요. ^^

진실만 말하고 살 수 있으면 좋겠어요. ㅠ_ㅠ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내 생각에) 어쩔수 없는 경우가 있는 거 같아요. 진실을 말했을 때 나만 속이 시원하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고통받을 때. 내 맘 편하자고 툭 내뱉을 수가 없겠는데.. 한 번 만들어낸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이 없이 이야기를 생산해내야 해요. 맞아요. 진실이 기억하기 쉬워요. ㅠ_ㅠ

근데, 정말.. 친구분들 이야기 들으면 무척 부러워요. 물론 다락방님이 그만큼 진실한 마음으로 대하시니까 그렇겠지만.. 왕따인 저로서는 ^^; 좋은 벗들과 늘 함께 하시는 다락님이 참 행복해 보여요. (저는 오늘도 모임에 무단결근하고 혼자서 맥주나 한 잔 할까 하고 있습니다. ;;)

아아. 금요일이에요. 저는 토요일에 근무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금요일은 좋아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다락방 2012-02-17 17:09   좋아요 0 | URL
아 문나잇님. 정말 정말 예뻐요. 성격 있게 생겼다고 해야하나 강하게 생겼다고 해야하나, 저는 저렇게 강하게 생긴 여자가 무척 좋거든요. 정말 강하게 생겼어요. 게다가 몸매는 어쩔. 그런데 이런 멋진 영화에 나와요.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이제 21살인데 완전 부럽더라구요. 얼굴도 몸매도 젊음도 그리고 이런 커리어도. 멋져 멋져. 세상엔 저런 여자가 있고 또 저같은 여자가 있어요. orz

이제 오십분만 있으면 퇴근시간이에요. 후훗.

파란놀 2012-02-17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와이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자면 참... 머나먼 길이로구나 싶어요.
지도를 보면 @.@

전라남도 바닷가에 숱하게 있는 무인도를 하나 사서
그곳을 하와이처럼 여겨 보시면... ^^;;;

다락방 2012-02-17 17:10   좋아요 0 | URL
무인도를 하나 '사' 라구요? 어휴. 무인도든 아니든 제가 그런거 살 돈이 어디있겠습니까. 그저 그렇다면 어떨까, 해보는 것이지요. 하와이는 멀죠. 엄청 먼 곳 이에요.

치니 2012-02-17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았어요, 알았어, 난 꼭 마더앤차일드를 볼래요!

다락방 2012-02-17 17:11   좋아요 0 | URL
ㅎㅎㅎ 치니님은 어쩐지 밑에 댓글 다신 아치님과 비슷한 감상을 받으실 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영화가 무척 좋았어요, 무척. 오만년만에 친구한테 전화를 걸 만큼요.
:)

Arch 2012-02-17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계명작산책을 선물하는 친구라니! 이 책은, 이문열이 엮은 이 책은 나만 읽을거야란 생각을 했어요. 주제별로 단편소설을 묶고 뒤에 감상평을 적어놓는건 초급 독자용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어서^^ 그런데 이 책을 소설 전문가 다락방에게 선물해주다니. 내가 그렇게 초급독자는 아닌지도 모르겠어요.
마더 앤 차일드는 내용전개가 속상했지만 좀 뜬금없기도 했어요. 나오미 왓츠며 아네트 베닝을 보며 같이 본 친구랑 저 까칠함은 나를 닮았다며 웃기도 하고 나오미 왓츠가 참 예쁘고 야무져서 홀린듯 봤어요. 징징거리지 말고 어른이 되라고 하는 대목도 좋았고 나오미 왓츠의 상사의 태도도 좋았어요. 그런데 결론을 받아들일 수 없는 기분이 들었어요.

다락방 2012-02-17 17:1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무려(!!) 현빈 닮은 친구가 선물해준겁니다!!!!!!!!!!!!!!아하하하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짱이죠? 초급독자 중급독자가 어디 있습니까. 단지 플래티넘만이 존재할 뿐...(응?) 저는 알라딘 순수구매금액 점점 내려가고 있어요. 아주 잘 하고 있습니다. 신나요!
저는 뜬금없다고 생각한 부분은 전혀 없구요, 속상한건 처음부터 그랬어요. 그들이 까칠한게 너무 속상하더라구요. 까칠해서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데 외려 더 아픈건 까칠한 쪽들인것 같아서요. 다치지 않으려고 자기 마음에 벽을 쌓고 거기에 철조망까지 둘렀는데, 그 철조망이 안으로 파고들어버린 것 같아서요. 아 속상해..
전 결론도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무척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겠죠. 왜 좀 더 일찍 찾지 못했을까, 왜 좀 더 일찍 편지를 쓰지 못했을까, 왜 찾으려고 했을까, 왜, 왜, 왜, 왜..수백개의 후회가 나올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더 많은 안타까움을 갖지 않기 위해 준비하거나 각오할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나오미 왓츠의 상사가 나오미 왓츠에게 이렇게 빠져드는 자신이 위험해서 그만 둬야 할것 같다고 말할 때, 그 때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아이를 낳아 입양 보내려고 하는 딸에게 나도 너를 원해서 낳았던 건 아니지만 지금 너는 나한테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라고 말할때도 눈물이 핑 ㅠㅠ

dreamout 2012-02-19 0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중 저 책. 세계명작산책 가운데서도 가장 컬렉션이 좋은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이반 일리치의 죽음도, 나라야마 부시코도, 킬리만자로의 눈이나 숲 속의 죽음도..
저는 노인과 바다를 다시 읽으면서 왠지 뭔가 좀 그랬는데,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킬리만자로의 눈.이 더 나아.라구요.

다락방 2012-02-20 09:12   좋아요 0 | URL
오, 저는 [킬리만자로의 눈]을 아직 안 읽어봤는데 빨리 읽어보고 싶어요. 아, 뭐지, 뭐지, 어떤거지 싶어서요. 아니 근데 드림아웃님은 대체 뭘 하시는 분이십니까? 대체 어떻게 그렇게 안 읽은 작품이 없으신거죠? 네? 이 책 까지 읽으시다니...아모스 오즈의 신간도 리뷰를 쓰시더니!!

집에 가고 싶어요. 집에 가서 빨리 킬리만자로의 눈 을 읽고 싶어요.
 
마더 앤 차일드
로드리고 가르시아 감독, 나오미 왓츠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그녀 주위에 쌓아둔 단단한 벽 때문에 가장 슬픈 영화가 되었다가, 두 손을 꼭 잡으며 "누가 나에게 당신을 보내준걸까요?" 라고 말했기 때문에 가장 행복한 영화가 되었다가, 37년만에 쓴 편지 때문에 가장 용기있는 영화가 되었다가, 그러나 너무 늦게 전달 된 편지 때문에 가장 안타까운 영화가 되었다가, 잃었다고 생각한 사람을 또다른 방식으로 만나게 되서 가장 아름다워진 영화.


로드리고 가르시아 감독님, 이토록 섬세한 영화를 만들어주셔서 고마워요. 오른손으로 주먹을 꽉 쥐고 내 가슴을 두번 쳐서 당신에게 나의 진심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감독님. 고마워요, 이 영화를 있게한 모든이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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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2-16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하하, 짧은데 짧아서 더 좋아보이는 리뷰를 써주셔서 감사드려요. 흑흑

다락방 2012-02-16 15:4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이렇게 짧게 쓰지 않으면 엄청 길어질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다 쳐내버렸어요. ㅎㅎ

moonnight 2012-02-16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아네트 베닝이랑 나오미 와츠 +_+ 좋아하는 배우예요! 예전에 티비에서 예고편 본 듯 한데 잊고 있었네요. 다락방님이 이렇게도 감동받으셨다니 꼭 봐야겠어요. >.<

저 어제 웰컴 투 마이 하트 봤어요. 너무 좋았어요. 흑흑흑 ㅠ_ㅠ 스트립걸에다가 욕을 입에 달고 살아도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청순해보이더라는. 마지막에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며 더그에게 전화걸었을 때요. 라스베가스 간다고 그랬는데.. 화장기도 없고 머리도 깔끔하게 묶은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눈물 찔끔 났어요. 배우들이 다들 최고. ㅠ_ㅠ;

다락방 2012-02-16 16:45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이 영화 너무 좋아요. 제목이 너무 뻔해서 그다지 관심갖지 않았던 영화였는데 아 좋으네요, 좋아요. 흑흑. 문나잇님도 보시면 분명 좋아하실 거에요. 인상적인 대사가 아주 많이 나와요.

웰컴 투 마이 하트 보셨군요! 크리스틴 완전 짱 예쁘죠! 나이를 거꾸로 먹나봐요. 진짜 열여섯살 처럼 보이더라구요. 말씀하신 버스 기다리며 통화하는 그 장면에서 와, 머리가 제 주먹만하더라구요. 아 예뻐. 게다가 그 영화 자체도 좋았어요. 아..좋았어요, 좋았습니다. 흑흑.

레와 2012-02-16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휴.. 안타까워서..

다락방 2012-02-16 17:22   좋아요 0 | URL
아네트 베닝이 굉장히 까다로운 성격이 됐잖아요, 그래서 남자의 접근에도 완전 날을 세우고. 그런 장면들이 너무 속상하고 슬프더라구요. 물론 자신이 낳은 딸의 얼굴을 보고 싶다고 말하는 나오미 왓츠 때문에 안타까움이 완전 폭발했지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Kir 2012-02-16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려다가 무지무지 울 것 같아서 접었던 영화인데, 리뷰를 보니 또 마음이 동합니다^^;

다락방 2012-02-17 09:10   좋아요 0 | URL
오, 이게 '무지무지' 울게 만드는 영화는 아니에요. 그렇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아프기는 해요. 보세요. 이 영화는 보시는쪽이 훨씬 나을것 같아요, Kircheis 님!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