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지...라지만 사실은 이미 결정한거 아니야?
황금 물고기
황시내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내가 즐겨 듣는 음악은 가사가 있는 노래이다. 멜로디도 좋아야 하고 보이스도 좋아야 하지만 가사도 좋아야 한다. 그래야 내게 와서 닿는다. 그래서 가사가 있는 노래를 들으면서 그 노래에 내 사연을 싣기도 하고 추억을 끄집어내기도 하고 위로도 받고 안정도 얻는다. 내게 음악은 그런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황시내가 슈만과 슈베르트를 바그너를 얘기할 때 드보르자크와 드비쉬를 얘기할 때 놀랐다. 어떻게 가사도 없는 음악만으로 이토록 긴 얘기들을 할 수 있지? 어떻게 가사도 없는 그 음악들 만으로 가장 좋은 소리를 구분하고 인상적이라는 느낌을 받지? 이것은 '나와 취향이 달라'와는 좀 더 다른 느낌이다.

 

어떤 곡이든 유명한 연주들을 빠짐없이 들어보고 나서 누구의 연주가 최고라는 결론을 내리는 많은 성실한 음악애호가들에 비해 나에게는 웬만해서는 처음 들은 연주를 모범으로 생각하고 좋아하는, 어찌 보면 좀 게으른 버릇이 있다. 중2 땐가 학교 앞 레코드점에서 난생 처음 돈을 주고 구입한 타마스 봐사리의 쇼팽 연주가 그 한 예로, '쇼팽 하면 타마스 봐사리'라는 생각이 머리에 박혀 마우리치오 폴리니(실은 훨씬 더 유명한 연주가)의 해석이 봐사리와 비슷하다고 그를 멋진 쇼핑 해석자라 평가하는 정도이니 굉장히 주관적인 기준이라 할 수 있겠다. (p.137)

 

중2때 쇼팽을 연주한 누군가를 모범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니, 꽤 놀라웠다. 나는 중2때 신해철과 공일오비를 들었고 서태지와 아이들을 우상으로 생각했는데. 이건 나는 대중가요편 너는 클래식편 하고 나누는 것과는 다르다. 그때의 내게는,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클래식은 멀고도 멀었다. 설사 어딘가에서 들려온다 한들 그 음악이 한번도 내 가슴을 파고든 적이 없었던거다.

 

내가 처음 접한 인상주의 음악은 드뷔시의 초기 피아노곡 ,두 개의 아라베스크>(1988)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였는데, 그 곡이 하도 인상적으로 아름다워 나는 이후 꼬랜 기간을 인상주의 음악만 들으며 보냈다. (p.145)

 

초등학교 6학년때 수학여행 다녀오던 버스안에서, 나는 아이들과 함께 큰 소리로 이문세의 [붉은 노을]을 불렀던 것을 기억한다. 그 때 그 노래를 부르자고 제안했던 같은반 남자아이를 나는 좋아했더랬다. 기타를 가져와서 폼을 잡고 노래를 부르던, 그러나 사실은 기타를 칠 줄 몰라서 기타의 연주와 노래는 전혀 달랐던...

 

 

이 책 한권에 실린 그녀의 에세이는 총 3부로 구성되어져 있는데, 그 중 2부가 음악가와 음악에 관련된 에세이다. 나는 이 책을 처음 시작할 때 시큰둥했다. 그런데 음악에 대해 그녀가 얘기하기 시작하는 2부부터 나는 이 책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 내리기 싫을 정도로 여유가 찾아왔다.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조용하게 이 책을 읽는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오늘 출근길에서 내가 바란건 정말이지 그게 전부였다. 게다가 마침 그녀가 커피 얘기를 하고 있잖은가!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나는 내가 커피 맛을 즐기기보다는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듣는 것을 실은 더 좋아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내가 자주 가던 찻집 '슈베르티아데'와 '슈만과 클라라'등은 모두 좋은 음악을 틀어주기로 장안에서 유명한 곳들이고, 집에서 커피를 마실 때도 우선 CD 플레이어의 버튼을 누르고 나서야 물을 끓이기 시작하지 않는가 말이다. (p.170)

 

 

2부에 실린 그녀의 에세이들이 만족스러워서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때 가장 잘 말할 수 있는거라고. 2부에 실린 모든 에세이들이 하나같이 다 흥미롭고 신선하다. 게다가 그 에세이들의 모든 끝문장들이 무척이나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 문장 자체가 아름다운게 아니라, 그 끝문장이 나오기 전까지의 그녀의 글들이 그녀의 감정을 그대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때부터, 그리고 중학교때도, 결국 전공에 이르기까지 그녀에게 음악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이었고 그래서 그녀는 그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자연스럽고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움직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아, 물론 그녀는 클래식만 듣는 사람은 아니다. 그 음악들을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것 뿐이지 그녀라고 가사의 울림이 좋은 노래들을 어떻게 무시할 수 있겠는가.

 

 

베토벤이나 브람스의 교향곡을 세상 무엇보다 좋아하지만, 나는 시카고 거리를 달리며 그것들을 듣지는 않는다. 19세기 교향곡은 너도밤나무가 무성한 독일의 숲길을 달릴 때 비로소 최상의 퀄리티로 들려온다. 도시의 빌딩숲을 달릴 때는 뭐니 뭐니 해도 재즈가 최고다. (p.284)

 

 

그녀는 나와 전혀 다른 음악을 듣지만, 그 다름 음악들에 대해 누군가가 열정과 애정을 가지고 쓴 글을 읽는다면 그녀도 '아, 이 음악에 대해서는 나는 이렇게까지 좋지는 않았는데' 라고 생각할지는 몰라도 그 열정과 애정만큼은 이해하게 될 것이고, 그래서 그 글을 읽으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서도 다시 떠올리게 될 것이다. 내게 이 책이 그랬다. 그녀가 좋아하는 음악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 묻어나서 나 역시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떠올려 보았다. 또한, 내가, 어쩌면, 앞으로 듣게 될지도 모를 베토벤이나 브람스때문에 이 책을 책장에 꽂아두기로 결심했다.

 

 

2부와 3부가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지만, 뭐니 뭐니 해도 내가 이 책을 통틀어 가장 사랑하는 글은 3부에 실린 [텅 빈 방]이다. 자신의 방에 쓸데없는 물건이 너무 많다고 생각해서 그것들을 버리고 홀가분해하다가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텔레비젼을, 식탁을, 시디를 구입하고는 결국 또다시 그 방을 물건들로 가득 채우는 자신을 깨닫게 되는 그녀가 드러나는 글. 그리고 그건 그것대로 또 필요한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합리화 시켜버리는, 나와 전혀 다를바가 없는 그녀의 일상. 이 에피소드는 가장 사랑스럽다.

 

 

LP 판의 추억이라든가 공갈빵의 추억 같은것은 사실 좀 식상하지만,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면 어느 순간 여유가 찾아온다. 내가 탄 버스가 정류장에 멈춰서도 나는 내리고 싶지 않을만큼, 딱 그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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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6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17 1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18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18 1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2-05-16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책을 읽으면 책속에 등장하는 음악들을 들어보고 싶은 욕구가 너무 강해서 (사실은 갖고 싶어서!ㅋ) 지름신 대박이던데, 다락방은 그런 욕심 없었어요? ㅎ

다락방 2012-05-17 14:40   좋아요 0 | URL
맞아요! 들어보고 싶어요. 그런데 그때뿐이에요. 책 읽을 때만. ㅋㅋㅋㅋㅋ

Jeanne_Hebuterne 2012-05-16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빗소리는 내게 쇼팽을 데려다 줘요.

2012-05-16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2-05-17 14:40   좋아요 0 | URL
빗소리와 쇼핑이라. 그 둘의 조합은 어떤건지, 어떤 느낌을 주는건지 전 상상할 수도 없네요.

moonnight 2012-05-16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가사가 없으면 음악이 아니다. -_- 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갖고 있었을 때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슬슬 클래식이 좋아지더니 요즘은 클래식 에프엠을 하루종일 켜놓는 지경까지 이르렀답니다. 물론 요즘도 (다락방님이 추천해주시는^^) 가사가 아름다운 곡들을 음미해보고 신선한 기분을 느끼기도 하지만 희한하게도 이제는 옛날만큼 가사가 귀에 쏙쏙 와 박히지는 않더라구요. 나이들어 감성이 무뎌졌기 때문일까요. ㅠ_ㅠ;

하여간에, 책은 바삐 보관함에 넣습니다. 저도 꼭 읽어볼래요. ^^

다락방 2012-05-16 18:0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가사가 없으면 음악이 아니다, 라뇨, 문나잇님. 저 이 댓글 읽고 웃었어요. ㅎㅎ

나이들어 감성이 무뎌졌다기 보다는 생각하고 느끼는게 변하잖아요. 입맛이 변하는것 처럼요. 전 어릴적에 녹차를 왜마시는지 이해하지 못했거든요. 풀 우린걸 대체 왜마시나 하고 말이지요. 그런데 이제는 녹차도 마셔요. 음악도 그런게 아닐까요. 일전에 듣지 않았을 것 같은 음악을 듣게 되는거, 어릴적에 들었던 음악을 더이상 듣지 않게 되는거, 그것도 우리가 변하기 때문인것 같아요. 나이 들면서 모든 것들이 서서히 변하긴 하지만 그것이 감성이 '무뎌져서'는 아닐거에요. 덜 좋아지는 것들이 생기는 그 빈 자리에 새롭게 좋아지는 것들이 생겨서 새로 채워지잖아요.
:)

icaru 2012-05-16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르 불문 하고, 음악을 듣는 열정과 애정 만큼은 저자와 그리고 다락방 님과 공감해요!!!
저였대도, 수학여행 때 붉은 노을을 부르자고 했다는 그 남학생이 좋았을 거 같은 이 공감능력은 뭘까요? (,,) ('')

다락방 2012-05-16 18:00   좋아요 0 | URL
그런데요, icaru 는 영어사전 찾아봐도 안나오는데, 아이카루님인가요 이카루님인가요? 갸웃.

그 남자아이는요, 붉은 노을을 부르자고 하기도 했지만, 히히히히, 꽤 잘생겼었어요! 제 뒷자리에 앉았던 녀석이었는데, 저한테 별명도 붙여줬었어요. 88서울올림픽공식지정이마빡 이라구요. 이마가 넓다고 운동해도 되겠다면서요. -_-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이 책을 들고 왔다.















어제 읽은 책이 엄청 어려운 책이었으니 한국어로 쓰여진 쉬운 글을 읽자 싶어서. 몇 장 안읽긴 했지만 이 책은 아직 내게 뭐 큰 울림을 주지는 않는다. 작은 울림도 아직.. 소설을 읽을걸 그랬나. 



[알라딘 책소개]


소설가 황순원의 손녀이자 황동규 시인의 딸, 황시내 씨의 첫 산문집. 20대 중반, 독일에서 학교를 다니던 시기에 쓴 편지 및 여행기와 미주 중앙일보와 네띠앙 칼럼란을 비롯한 온.오프라인 매체에 발표해온 글들, 그리고 몇 편의 음악 감상문들을 추려, 직접 그린 그림과 함께 담았다.

1부에는 작가의 독일 유학시절에 관해 쓴 글들이 담겼다. 2부는 클래식 음악을 비롯한 여러 음악에 대한 감상이다. 3부는 미국 시카고 생활을 중심으로 삶 속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들이다. 할아버지 황순원 선생과 아버지인 황동규 시인의 인간적 모습을 볼 수 있는 산문도 함께 실려 있다.

유난히 '추억'을 소재로 한 글들이 많다. 옛날 가요의 추억, 어릴 때 가지고 돌던 인형의 추억, LP 판의 추억, 공갈빵의 추억, 음악 감상실의 추억. 지은이는 작고 소박한 물건들에서 찾은 지난 시절의 이야기들을, 나지막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알라딘 작가소개]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하고 독일 하이델베르크-만하임 국립음대, 마르부르크 대학, 미국 테네시 대학에서 작곡과 음악학, 미술사를 공부했다. 2007년 현재 시카고에 거주하며, 미주 중앙일보를 비롯한 몇몇 매체의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서울대 작곡과에 독일 유학이라니, 정말 얼마나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었나 싶어 놀랐는데, 책을 읽다 보면 이 저자는 독일에서 동시에 두 학교에 다니기도 한거다. 진짜 대박.



독일에 있을 때 나는 한꺼번에 두 학교를 다닌 적이 있었다. 만하임 음대와 다름슈타트 음악원에 원서를 집어넣은 것이 둘 다 합격되어 고민하다 두 도시가 별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것에 착안, 일단 두 학교를 동시에 다녀보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두 학교 지도교수님들의 학습방법은 180도 달랐다. 만하임 음대의 교수님이 전통을 중요시하고 음 하나하나가 왜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곡을 써야 한다는 주의셨다면, 다름슈타트 선생님은 보다 자유롭고 즉흥적이며 현대 정신을 중요시하는 편이셨다. 만하임에서 바흐와 베토벤을 분석하고 푸가를 연습한 다음날 다름슈타트에서 현대 음악 즉흥 연주를 하는 것은 유익한 경험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자아 분열 증세를 일으킬 만한 상황이었다. (pp.65-67)


우와- 공부 잘하는 사람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어딘가에 '합격'한다는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일텐데 두 군데 다 합격을 하고, 그리고 두 군데 다 다녀보기로 하다니. 맙소사. 나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일이다. 나는 한 군데 다니는것도 어찌나 어렵던지. 물론, 나는 내가 대학교에 충실하지 못했던 이유를 백프로 여대라는 핑계로 일갈하고 있지만, 어쨌든 남녀공학이라고 해도 나는 두 군데를 다닐 자신은 전혀 없는거다. 대체 어떻게 그럴수가 있지? 물론 저자도 결국 한 쪽을 포기하긴 했지만, 대단하다!


나는 대학 얘기만 나오면 또 욱, 해가지고 이런 저런 공상을 해보곤 한다. 나는 가끔 멍청하지만 과에서 꼴찌를 할 정도로 멍청한건 아니다(라고 나는 혼자 생각한다). 그런데 대학에서 꼴찌를 했다. 그건 다 여대라서 그렇다(라고 역시 내가 혼자 생각한다). 사방팔방 천지에 다 여자들.. 내가 가진 로망중 하나가 남녀공학인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는 여자아이로 소문나는 거다. 나는 예쁘고 똑똑한 여자로 전교에 소문이 나서 시험기간 때는 내 노트를 빌리려는 남자애들이 줄을 서고 나는 그 아이들에게 거침없이 노트를 빌려주고. 그러나 그 아이들이 아무리 아무리 코피 흘려가며 밤새 공부해도 장학금은 늘 내 차지고. 학교의 킹카가 스포츠카를 끌고 와서 내게 계속 작업을 걸어도 나는 너따위 흥! 하며 콧방귀 끼고.  그렇게 나는 너무나 공부를 잘해서 그 실력을 그냥 버릴 수 없어서 학업에 매진하고자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공부가 엄청나게 재미있는 나머지 샌드위치를 포장해서 센트럴파크 벤치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으며 책을 보고 있다가, 마침 조깅을 나온 전직 특수부대 출신 재이슨 스태덤의 눈에 띄고, 우리는 ............



그러나 현실의 나는 학사경고 받는 여대생이었다. -_-



그러다가 이 부분을 읽었다.


Freundin 이라는 단어에는 특수한 울림이 있다. Froyn-din 이라고 가만히 말음해보면 먼 곳으로부터 그리운 노랫소리가 찾아와 귓가를 스치는 듯 아련한 향수가 느껴진다. 특히 f와 r이 부드럽게 섞이며 시작되는 첫 음절이 마음에 드는데, 이 독일어의 r 발음, 불어보다 덜 두텁고 영어의 r보다 한결 우아한 발음을 나는 무척 좋아하여, 처음 독일어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거울을 보며 몇 번이고 되풀이하여 연습했었다. (p.70)


아, 좋아하는 단어에 대해 그리고 그 발음에 대해 이야기 하는 이 부분이 무척 좋았다. 그것이 영어였다면 내가 더 쉽게 이해했겠지만 독일어여도 괜찮다. 나는 저 단어를 발음하는 걸 들어보고 싶었다. 독일어의 저 단어를 어떻게 발음하는걸까. 어떻길래 좋아하는걸까. 나는 독일어를 전혀 모르는데 정말이지 독일어가 궁금해지는거다. 그래서 저 부분을 읽다가 마침 강남역에서 내렸고, 강남역 계단을 올라오면서 내가 사 둔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의 독일어판이 자연스레 생각났는데, 그러다가 마침, 오, 그 책은 오디오북이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책 읽어주는 걸 들으면 나는 전혀 집중할 수 없지만, 이 오디오는 다르지 않을까? 무슨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지만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낯선 외국어이니 그냥 틀어두면 마치 음악처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일전에 이게 엄청 비쌌던 것 같은데, 지금은 얼마지? 나는 출근하고 컴퓨터를 켜고 알라딘에 들어와 검색했다.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은이) | Andrea Sawatzki | Christian Berkel | Goldmann Verlag | 2008-07-07 | 번역서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아...살까........살까...........이 오디오 시디도 리핑이 될까? 내 스맛폰에 넣어둘 수 있을까? 아 어쩌지. 34,750원. 아...어쩌지...나는 아침 내내 이것을 어째야 하나를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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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안해요, 몰라봐서.
    from 마지막 키스 2012-05-15 23:58 
    내가 즐겨 듣는 음악은 가사가 있는 노래이다. 멜로디도 좋아야 하고 보이스도 좋아야 하지만 가사도 좋아야 한다. 그래야 내게 와서 닿는다. 그래서 가사가 있는 노래를 들으면서 그 노래에 내 사연을 싣기도 하고 추억을 끄집어내기도 하고 위로도 받고 안정도 얻는다. 내게 음악은 그런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황시내가 슈만과 슈베르트를 바그너를 얘기할 때 드보르자크와 드비쉬를 얘기할 때 놀랐다. 어떻게 가사도 없는 음악만으로 이토록 긴 얘기들을 할 수 있지
 
 
2012-05-14 1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14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2-05-14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지.. 라지만 사실은 이미 결정한거 아니야?



ㅋㅋㅋㅋㅋ 내말을 제목이요.

다락방 2012-05-14 13:38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내말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oonnight 2012-05-14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독일어원서를 들으시는 다락방님!!! +_+;
저는 외국어를 잘 하시는 분들이 너무너무 부러워요. 내가 못 알아듣는 말로 왈라왈라-_-;;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아, 정말 부럽다. ㅠ_ㅠ 그나저나, 소설가 황순원의 손녀이자 황동규 시인의 딸.이라는 소개글에 흥. 뭐야. 좋겠다. 하면서 마구 질투했는데 앗. 서울대 작곡과에 독일에 유학가서 두 개 대학에 다닌.... 이라니요. 흑. ㅠ_ㅠ 바로 존경모드로 들어갑니다. 정말 명석하신 분이시네요. 왠지 시무룩. -_ㅠ;


제게 굉장한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대학 1학년 2학기 때 교양수업이 있는데요. 다락방님 글 읽으면서 그 때 생각이 나서 또 몸서리. -_-;;;;;;;;;;;;;;;;;;;;;;;;;;;;

다락방 2012-05-14 16:5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아니, 문나잇님 처럼 공부를 잘하셨던 분도 트라우마가 있습니까, 정녕? 상상할 수도 없어요! >.<

그런데 저 독일어 말예요, 아베체데..도 모르는데......저걸 제가 들을 수 있을까요? 뭔가 독일어를 막 들어보고 싶고, 그런데 그걸 들어봤자 나에겐 언어가 아닐것 같은데 들어서 뭐하나 싶고....대체 뭘 어째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이걸 어째요? ㅎㅎ

저도 작가 소개 검색해보고 나서야 황순원의 손녀라는 걸 알게 됐지 뭡니까. 아..그렇구나, 그런거구나, 했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가연 2012-05-14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현실의 다락방님은 학사경고 받는 여대생이셨군요ㅎ 저는 어찌어찌 학사경고는 다 피해다녔지만 저공비행을..ㅋㅋ 저는 대학교에서 망상을 많이 했는데ㅋㅋ 아직도 망상도 많이 하는 편이기도 하고.. 몇 몇 망상은 다락방님의 공상과 비슷하네요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2-05-15 12:14   좋아요 0 | URL
오, 가연님이 저공비행? 말도 안돼! 믿을 수 없어욧! 페이퍼 쓰시는 거 보면 천재삘이잖아요!! 제 환상속의 가연님은 천재인데........천재 청년인데.........하아-

가연 2012-05-15 15:53   좋아요 0 | URL
제 명예와 다락방님의 환상을 위해서 첨언하자면 모든 천재가 학점이 좋은 것은 아닙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점에서 볼 때 다락방님께서도 천재의 씨앗을 품고 계시다는..ㅎㅎ 그리고 원래 반항도 하고 사는 거죠, 푸하하. 아니, 도리어 그렇게 반항적인데도 저공비행으로 그쳤다는 점에서 플러스인거에요, 푸하하. 그러니 저는 반항적인.....ㅋㅋㅋㅋㅋ 쓰다보니깐 왠지 부끄러워지는구먼요.

다락방 2012-05-15 15:56   좋아요 0 | URL
그쵸, 그건 그래요. 천재가 반드시 학점이 좋은건 아니죠. 네, 맞아요. 그럼 다시 가연님은 제 환상속에서 천재 청년으로 완성되는 건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지만, 뭐, 제가, 가연님이 천재라서 좋아하는건 아니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Jeanne_Hebuterne 2012-05-14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남녀에 차별을 두지 않는 사람이라고 믿어왔습니다만, 다락방님. 저의 경우에는 독일어는 그래도 남자가 읽을 때 더 아름답더이다. 이탈리아어는 여자가 말할 때 섹시했어요. 영어는 약간 중성적이죠. 이 모든 건 저의 기준. 하지만 (저는 이걸 이렇게 표현해요) 좀 촉촉한 S 발음, 그러니까 TAXI, SEXY 할 때의 그 S를 발음 할 때의 남자의 목소리는 아마 다락방님도 좋아하실 것 같기도 해요(아닐지도). 라틴어는 남자가 읽어도 여자가 읽어도 제 귀엔 힘들었습니다만, 그건 제가 그 언어를 몰라서 그런 걸거에요. 다락방님 목소리는 스페인어에 어울릴 것 같아요(이것 역시 아닐 수도).


그나저나 내 얼굴이 여기서 제일 크구나.......

다락방 2012-05-15 12:15   좋아요 0 | URL
제 목소리가 스페인어에 어울릴 지는 모르겠지만(한번도 상상을 안해봤어요) 그렇지만 제가 스페인어를 하게 된다면 발음을 엄청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드네요. ㅎㅎㅎㅎ 왜 이런 생각이 드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어쩐지 불어 발음도 잘할 수 있을것 같고. 그런데 독일어 발음을 잘 할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하하하하. 이렇게 쓰고나니까 그 모든 외국어를 다 잘 하고 싶어요!

그런데 지난번부터 댓글 달면 자꾸만 내 얼굴이 제일 크구나, 라고 하셔서 볼 때마다 웃겨요. ㅎㅎ

Jeanne_Hebuterne 2012-05-16 10:06   좋아요 0 | URL
저만 혼자 불쑥...

dreamout 2012-05-14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cd 표지는 좀 깨는데가 있는걸요? ㅋㅋ

다락방 2012-05-15 12:15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성우들 얼굴만 안나왔어도...........제 환상을 짓밟네요. orz

DORIBARI 2012-05-15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센트럴파크에 가서 책을 읽으려면 어느 학교를 가야 하나, 그러면 전공은 뭐가 좋을라나, 흥미진진하게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이 천재적인 여인이 미국인이랑 홀랑 결혼을 해서 한국국적을 버리면 국가적인 손실이니까, 그러면 제이슨 스태덤은 아내를(벌써 혼자 진도 나갔음요)를 따라서 한국으로 오게 되는 건가요, 한국 영화사에서는 제이슨 스태덤을 캐스팅할만한 재력이 안되니까, 제이슨은 한국에서 다른 직업을 찾거나, 아니면 경력을 살리기 위해서 할리우드와 한국을 오가는 생활을 하게 되고, 한편 뛰어난 두뇌로 한국의 무슨 분야가 되었던 간에 그 분야를 이끌고 있던 락방님은... 원정 연애와 국제 결혼의 결말, 저는 그것이 궁금합니다!

다락방 2012-05-15 12:19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도리바리님. 저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하고 무엇을 전공해야 할까요?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어야 재이슨 스태덤의 눈에 띌까요, 많이 먹어야 눈에 띌까요? 홀딱 벗고 먹어야 눈에 띄려나요? ㅎㅎ

제 생각에 재이슨은 지금의 일을 계속 하면서 말씀하신대로 헐리우드와 한국을 오고가는 게 좋을것 같아요. 저는 24시간 365일을 재이슨과 붙어 있고 싶진 않거든요. 재이슨이 영화 촬영하러 헐리우드에 가있는 동안에는 저는 또 혼자임을 만끽하며 동양남자들을 만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국제 결혼 하고 싶어요, 도리바리님.

프레이야 2012-05-15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결정하셨죠? 다락방님^^
무한애정 새벽 세시!!!
아, '황금물고기'는 구입했다가 읽지도 않고 누군가에게 선물했던 오래된 기억이 있는데
누구였더라, 그건 또 가물가물..ㅎㅎ

다락방 2012-05-16 00:01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황금물고기는 프레이야님이 읽으시면 좋아하실 것 같아요. 저 방금 다 읽었는데 좋으네요. ㅎㅎ

네, 새벽 세시 오디오북은 아무래도 사야겠어요. ㅎㅎㅎㅎㅎ
 

소설책을 읽다가 각주나 주석이 나왔을 때가 무척 싫다. 내가 거기에 대해 보충 설명이나 해설을 읽어야 해서 싫은게 아니다. 내가 읽고 있던 문장과 내용의 리듬이 깨지기 때문에 싫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각주나 주석을 충실히 읽는 독자는 아니다. 읽을 때도 있지만 안읽을 때도 무척 많다.

 

이 책을 읽을때는 심지어 각주 때문에 호흡이 곤란해질 정도였다.

 

 

 

 

 

 

 

 

 

 

 

 

 

 

 

보면 알겠지만, 한 페이지의 절반이 각주다.

 

 

 

뿐만 아니다.

 

 

 

 

양쪽면에 다 각주가 달려있다. 이런 젠장. 대체 나더러 책을 읽으라는 거야, 각주를 읽으라는거야!

 

 

나는 물론, 각주에 대해 아주 좋은 인상을 어떤 책에 대해서는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산드라 브라운'의 『연인들의 텍사스』에서의 주석은 얼마나 유용했던가!

 

 

"어쩌면 이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

그녀도 그의 시선을 따라 올려다보았다. 겨우살이(겨우살이과의 상록기생 관목으로 크리스마스 장식에 씀)의 잔가지들이 문틀에 매달려 있었다(크리스마스 장식의 겨우살이 아래에 있는 소녀에게는 키스해도 좋다는 풍습이 있음). -p.102

 

 

 

 

 

 

 

 

 

 

 

 

 

 

 

 

1997년도에 출간된 이 책을 읽고나서부터는(내가 97년에 읽은건 아니지만), 저 괄호안의 설명을 내가 완전 습득했기 때문에(안할수 없잖은가!) 그 뒤로 읽게되는 다른 소설에서의 겨우살이 아래서의 키스를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단 말이다.

 

 

 

그러나 『인공호흡』에서의 각주는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굉장히 갈등하게 되는 해설들이다. 거의 다 아르헨티나의 인물들에 관한 것. 내가 이들을 어딘가에서 다시 볼 것인가, 내가 한 번 본다고 이들의 이름이나 업적을 외울것인가, 내가 이들이 어떠했는지를 알아야만 비로소 이 소설을 백프로 이해하게 될 것인가, 아 진짜 머리가 터질것 같은거다. 이것만으로도 나는 이 책을 읽는것이 몹시 힘겨워지기 시작했는데, 얼라리여~  문장이 아주 .... 아주.....

 

자, 일단 이 책에 등장하는 주요인물의 관계도를 표시해보자. 물론, 내가 이러면서 책을 읽고 싶지는 않았지만, 젠장, 이 책을 읽으려면 이게 필요했다.

 

에스페란시타-루시아노-one-엔리케 오소리오

 

그러니까 루시아노는 에스페란시타의 아버지이고 one(여기서는 이름이 안나오므로 그냥 one 으로 표시했다. 어쩌면 이름이 나왔어도 내가 놓친걸지도 모르지만 나는 다시 찾을 의욕이 전혀, 전혀 없다)의 아들이며, one 은 엔리케의 아들이다. 그러니까 저건 총 4대를 표현한 관계도라고 보면 될 테다. 자, 그리고 이 문장을 읽어보자.

 

 

그녀는 그 글 속에서 자신의 삶을 얼룩지게 한 불행을 이해할 흔적이나 단서라도 찾아보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지. 글 속으로 빠져들자 사랑하는 임의 모습이 빛바랜 흑백사진 같은 희미한 모습으로 그녀의 눈앞에 떠오르는 듯했어. 그리고 그의 아들 얘긴데, 그러니까 루시아노 씨의 부친이지, 그는 엔리케 오소리오의 법적 상속자였단다. 그가 한 일이라고는 상속받은 재산을 투자한 것밖에 없었어. 당시 상황을 잘 이용해서 적기에 투자를 한 거지. 당시 우리나라 에서는 수중에 돈 좀 있고 인맥만 잘 활용하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땅을 헐값에 살 수 있었단다. 그 덕분에 에스페란시타의 할아버지는 1862년에 미트레 장군이 대통령에 출마했을 당시, 그를 지지한 막강한 대지주들 중 한 명이 되었지. (pp.41-42)

 

 

양미간을 모으고 정신을 빡(!) 집중해서 읽으면 굵게 표시한 저들이 모두 한 인물임을 알 수 있다. 그의 아들=루시아노 씨의 부친=엔리케 오소리오의 법적 상속자=에스페란시타의 할아버지.

 

하아- 대체 왜 이렇게 쓰는거야!

 

 

50페이지를 넘기면서부터는 문장이 꼬일대로 꼬인다. 말하는 자들이 뒤섞여 문장은 끊이지 않고 진행되는 바람에, 조금이라도 정신을 딴 데 판다거나 하면 정말이지 '글자'만 눈으로 읽는것밖에 안된다. 자, 이런 문장들이 자꾸 나오는거다.

 

 

 

그건 합리화일 뿐이라고 그가 비웃더군요. 혼자서는 언제나 실패할 수밖에 없어요. 마기 교수님이 내게 한 말이죠, 타르뎁스키가 말했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유일한 문제는, 그가 말하더군요, 그러한 개인적 실패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으며, 또 무슨 역할을 하느냐 하는 겁니다. (p.292)

 

타르뎁스키는 마기 교수의 조카와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일화를 들려주는데, 그 문장안에 타르뎁스키가 말했다가 마기 교수님이 말했다가 또 마기 교수가 아는 누군가가 말했다가 막 이런다. 후아- 그러니까 정말이지 정신을 빡 차리지 않으면 머리가 팽글팽글 돌아가고 이게 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게 되는거다. 그래서 출퇴근길에 이 책을 읽으려던 나는 80페이지까지 읽다가 도저히 안되겠다고 집어 던지고 말았다. 그러면서 자존심이 상했다. 책 뒤 표지에는 이 책이 얼마나 지적인지, 지성이 가득한 책인지에 대한 찬사가 쓰여져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내가 이 책 읽기를 포기한다면 난 너무나 너무나 멍청한 사람인증이 저절로 되는 것 같은거다. 그래서 집중해서 다시 도전하리라, 라고 오늘 완전히 마음 먹고 펜과 노트를 준비해서 식탁의자에 앉았다. 침대에 앉아서 읽었다가는 책장을 펼치자마자 잠이 들 것 같았기 때문에. 그리고 오늘,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고, 드디어 읽기에 성공했다. 심지어 다 읽었다. 인간승리다! ㅜㅠ

 

가슴 아픈 현실은, 그러나, 나는 지성적이고 지적인 여자사람은 결코 될 수 없다는거다. 아르헨티나의 문화와 아르헨티나의 정치인들을 아무리 각주를 읽어봤자 내가 알 수가 없었으니까. 나는 이 책을 정신 빡 집중해서 읽어도 도저히 백프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거의 마지막 부분에 주인공이 보르헤스와 아를트가 어떤 작가인지에 대한 견해를 밝힐 때는 그 장황함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아니, 한 작가에 대해서 이렇게 분석할 수 있단 말인가, 하고. 게다가 아를트는 내가 들어본 적도 없는 작가... 그가 궁금해졌지만 찾아서 읽어볼 엄두는 전혀 나질 않았다.

 

그런데, 오, 이 책을 끝까지 읽기를 얼마나 잘했던가. 일요일 하루를 몽땅 바친 보람이 있었다. 마지막, 타르뎁스키가 카프카와 히틀러의 관계에 대해 말할때는 정말 소름이 돋아버렸기 때문이다. 이것은 소설이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내가 알 수 없지만, 나는 일단 카프카와 히틀러가 동시대를 살기는 했는지 조차 모르는 비지성인이기 때문에 검색해봤다.

 

히틀러는 1889년에 태어나서 1945년에 사망했다. 카프카는 1883년에 태어나서 1924년에 사망했다. 아....겹친다....어쩌면 타르뎁스키가 이 책에서 말한것처럼 히틀러가 화가지망생이었을 당시 정말로 카프카는 그를 만났을지도 모르고, 아, 너무 흥미로워, 어쩌면 정말로 히틀러와 이야기를 해보고 '이 사람은 위험한 사람이구나' 라는걸 카프카는 정말로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히틀러와 이야기를 해 본 후로 그의 소설 『변신』을 쓰게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아, 이 책이 갑자기 엄청나게 재미있어지는거다. 뭔가 공부에의 의욕이 생기면서(정말 할 건 아니지만) 카프카와 히틀러가 만나서 이야기를 했다는 증거를 타르뎁스키처럼 찾아 다니고 모두에게 말해주고 싶은거다. 이 책을 통틀어 가장 흥미있는 부분이었고, 그 부분의 흥미는 그동안의 어려움을 날려주기에 충분해서, 나는 이 책을 모두에게 읽으라고 정말이지 감히 추천할 수가 없지만, 그렇지만, 이 책을 안 읽으면 카프카와 히틀러가 만났었을지도 모른다는 그 흥미로운 이야기를 모를거라고 생각하니 안타까워지는거다.

 

 

나는 이 책을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감동은 없었지만 감탄은 있었다.

 

 

 

 

이 책을 읽다가 잠시 접어두고 엄마와 시장엘 갔다. 엄마는 과일파는 곳에 멈추어 서서 오렌지를 샀다. 나는 딸기를 먹고 싶었는데 딸기가 보이질 않았다. 오렌지가 든 봉투를 받아들며 아저씨께 물었다. 아저씨, 딸기는 없어요? 그러자 아저씨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기는 끝났어요.

 

아뿔싸! 딸기가 끝났다니.. 벌써? 아저씨는 덧붙이셨다. 이젠 딸기가 있어도 맛없어서 먹을 수 없는 때라고. 아, 맙소사. 나 이번 해에 딸기를 별로 먹은 기억이 없는데... 벌써, 벌써 끝나버렸다고? 서러웠다. 눈 앞에 참외와 토마토가 수박과 오렌지가 가득했지만 나는 그것들중 어떤것도 원하지 않았다. 딸기여야 했는데.

 

나는  딸기를 충분히 먹지 못했다. 나에게는 딸기가 끝이면 안되는 거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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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3 2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14 1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poptrash 2012-05-14 0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가 너무 불쌍해요. 끝났다니, 아직 시작도 안한 거 같은데.

다락방 2012-05-14 13:22   좋아요 0 | URL
딸기의 끝을 받아들여야 하는 제가 더 불쌍하지 않나요, 팝님 ㅜㅜ

poptrash 2012-05-14 17:44   좋아요 0 | URL
저는 올해 딸기를 한번도 안 먹어보았습니다 ㅠㅠ

파란놀 2012-05-14 0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닐집 딸기'가 끝난단 말이랍니다.
비닐집에서는 이제 참외하고 수박을 길러서 내보내요.

그리고, 들에서 자라는 딸기는 아직 열매를 안 맺었어요.
곧, '노지 딸기'는 아직 열매를 맺으려면 멀었답니다.
이제 겨우 하얀 딸기꽃 지고
천천히 익으니까, 5월 끝무렵이나 6월 첫무렵부터
들딸기와 멧딸기가 흐드러지지요~

다락방 2012-05-14 13:22   좋아요 0 | URL
아, 그러면 여름에 다시 딸기를 만날 수 있겠군요!

turnleft 2012-05-14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후주가 아니라 각주라서 그나마 다행이에요. 저는 후주 달린 책은 정말절말 싫어해서 아예 책을 포기해 버린다니까요...

저도 얼른 읽어서 지적인 남자사람으로 변신해야겠군요. 지적인 여자사람 다락방님, 멋져요!!

다락방 2012-05-14 13:23   좋아요 0 | URL
턴님, 저는 후주라면 책을 포기하지는 않지만 후주 자체를 죄다 깡그리 포기해버려요. 후주 아예 안읽어요. 그건 너무 불친절하지 않아요? 읽다가 책 뒤를 막 넘기라니 말이죠.

저는 지적인 여자사람이 아니지만(흑흑) 턴님은 충분히 지적인 남자사람이니 이 책을 저보다 더 재미있고 흥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턴님이 이 책에 대해서 저보다 별을 하나 더 준다는데 오백원 겁니다. ㅎㅎ

blanca 2012-05-14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각주^^ 동감해요. 각주를 안 읽고 지나가자니 찝찝하고 읽다 보면 정작 본문 집중력이 흩어지고 또 각주 내용이라는 게 내용 이해에 필수불가결한 것보다는 지엽적인 지식 나열인 경우도 많고요. 하지만 저 겨우살이 아래에서의 키스는 정말 너무 사랑스러운 정보네요. 딸기는 하우스 딸기가 일상이 되다 보니 정작 제철 딸기가 하우스에서 나온 게 아닌가 싶어지더라고요. 저도 어제 딸기 대신 오렌지를 샀어요. 히틀러와 카프카. 아, 이런 접점이 있었군요!

다락방 2012-05-14 13:25   좋아요 0 | URL
겨우살이 아래에서의 키스 같은 각주만 세상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ㅋㅋㅋㅋㅋㅋ

일전에 로맹가리의 [새벽의 약속]을 블랑카님이 저보다 더 잘 읽으셨던게 떠올라요. 히틀러와 카프카에 대해서도 그리고 다른 사항들에 대해서도 이 책은 저보다 블랑카님이 더 잘 읽어내지 않으실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단호하게 추천합니다, 라고는 결코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저 이 책 읽고 머리가 아파가지고 한동안 머리를 쉬게 해줘야 겠다고 다짐했을 정도라서요. orz

아, 저 블랑카님 덕에 아니 에르노의 책을 사고야 말았어요! 꺅 >.<
토요일에 배송예정이었는데 아직까지 배송이 안되네요. 흑흑. 땡투 하나는 접니다, 블랑카님! ㅎㅎ

네꼬 2012-05-14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배야. "양미간을 모으고 정신을 빡(!) 집중해서 읽으면" 여기서 다락님을 상상해버렸어요. 아이고 귀여워라. 그리고 엄청나게 지적인데? 딸기는 내가 내년에 꼭 사줄게요. 잊어버려요. (이 세상 모든 각주가 사라지길 바라는 1인)

다락방 2012-05-14 13:26   좋아요 0 | URL
그쵸그쵸 각주는 네꼬님도 싫죠? 아웅~ 진짜 각주 싫어요. -0-

양미간을 모으고 정신을 빡(!) 집중하는 다락방은 전혀, 저어어어어어어언혀 귀엽지 않아요, 네꼬님. 심술궂은 여자의 전형적인 표정이에요. ㅋㅋㅋㅋ 지적이라니, 당치도 않아요! 난...난...나는.......자기전에 189의 드로즈 팬티를 생각하는 그런 여자사람이란 말입니다. 흑흑 ㅠㅠ

레와 2012-05-14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깐 인용한 부분만 봐도 머리가 아픈 1人. 다락방 인간승리 맞아요!

과일 너무 비싸요.ㅠ_ㅠ
옛날엔 과일로 배를 채울 수 있었는데 이젠 과일로 배를 채우는건 불가능. 물론 내 배가 커진것도 있지만..( ");


다락방 2012-05-14 13:2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레와님. 과일 엄청나게 비싸대요? 전 집에 과일 있으니까 그냥 그것이 있는가보구나 했는데 엄마랑 같이 시장 가보니까 과일이 비싸요. 체리 사고 싶었는데 작은거 한 바구니에 만 원이래요. 식겁해서 걍 왔어요. ㅠㅠ

레와님 돼지 =3=3=3=3=3=3=3=3=3=3=3=3=3=3=3=3=3

nada 2012-05-14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신을 빡 집중" 부분에서 살짝 웃었어요.ㅎㅎ

"딸기는 끝났어요"라는 평범한 말도 락방님의 필터를 거쳐 글로 표현되니까,
왠지 문학적(?)으로 들립니당.^^

다락방 2012-05-15 13:12   좋아요 0 | URL
저도 딸기는 끝났어요, 라는 아저씨의 말을 듣고 그 말을 떠올리며 집에 오는데 꽤 근사하게 느껴지는거에요. 와- 문학적이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요. 딸기는, 끝났어요, 이 두 단어는 전혀 문학적인것 같지 않은데 그 문장이 어찌나 좋던지, 이건 제목으로 써야지 싶더라구요. 하하하핫

정신을 집중하려면 빡 해야죠. 별 수 없잖습니까!

가연 2012-05-14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그 책이네요. 저는 여전히 카프카와 히틀러가 만났으리라는 생각에 회의적이지만..ㅎㅎ 확실히 흥미롭기는 합니다. 그나저나 정말 쉽지 않은 책으로 보이네요. 다양한 어구가 동일 인물을 가리키는.. 저런 문장은 개인적으로 별로 안좋아하기도 하고..ㅋㅋ ㅎㅎ 그런데 각주는 저는 개인적으로 좋아해요, 풋. 마치 옛날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라..
다락방님이랑 많이 다르구먼요ㅋ 랄까, 나란 남자 사실 글 내용보다 손가락에 더 관심을 가지는 남자[..] 유난히 새끼손가락의 손톱이 반짝거리는 것으로 보아 투명 매니큐어를 칠하셨..[..]

다락방 2012-05-15 13:11   좋아요 0 | URL
마치 옛날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라 각주를 좋아할 수 있다니! 와- 엄청 신기해요. 갑자기 가연님에게서 반짝반짝 빛이 나는것 같아요. 뭐랄까, 굉장히 독특한데, 그게 참 매력있어요. 저도 앞으로 각주를 옛날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러기전에 이미 또 짜증내고 있겠지만...

하하하하하하하하 나란 남자, 라고 가연님이 표현하시니 왜이렇게 웃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든 손가락에 손톱색깔하고 비슷한 매니큐어를 칠했어요. 투명 매니큐어는 아니고. 그런데 유독 새끼손가락이 빛나기는 하네요. 아마 빛 때문인것 같아요. 가연님 보시라고 조만간 진한 매니큐어 발라서 사진찍어 올려야겠어요. 저 사진이 못나와서 그렇지 제 손 보기에 괜찮아요. ㅎㅎㅎㅎㅎ

moonnight 2012-05-14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펜과 노트를 준비해서 식탁의자에 앉아 진지하게 독서하시는 다락방님. 존경해요!!! >.<
저도 각주가 너무 싫어요. -_- 겨우살이같은 각주는 얼마나 유용하고 사랑스럽단 말입니까!!! -0-;;;;
카프카와 히틀러는 흥미롭지만 다락방님께 들은 걸로 됐고(-_-;) 이 책은 제게는 너무 어렵겠어요. 눈물을 머금고(사실은 기쁜 마음으로;) 패쓰.

그나저나, 딸기가 끝났어요? 우엉. ㅠ_ㅠ 저도 딸기와 충분히 만나지 못했는데요.
된장님 댓글에 겨우 용기를 얻습니다. 먹음직스러운 큼직한 딸기들이 눈앞에 아른아른.

네꼬 2012-05-14 17:56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도 사줄게요, 다락님 딸기 사줄 때!

moonnight 2012-05-15 13:07   좋아요 0 | URL
앗. 네꼬님. 진짜요? 아싸~~~~^^

다락방 2012-05-15 13:09   좋아요 0 | URL
제가 원래 펜과 노트를 준비해서 독서를 하는 취향은 결코 아니었으나, 이 책은 그러지 않으면 도무지 읽을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어쩔수가 없었어요. 하아- 다 읽고 나서도 머리가 어찌나 팽팽 도는지...머리는 한꺼번에 많이 쓰면 안되는 것 같아요.

저는 딸기를 마구 믹서기에 넣어서 갈아먹고 싶네요. 꿀꺽꿀꺽하면서요. 유후~

Jeanne_Hebuterne 2012-05-14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우살이. 그게 뭐죠? 내 눈으로 실제로 눈앞에서 봐야 알 것만 같아요. 남자와 함께.

... 2012-05-14 23:09   좋아요 0 | URL
mistletoe 라고 하는 크리스마스용 장식품이예요. 그걸 "겨우살이"라고 부른다는 건 저도 다락방님의 이 페이퍼보고 처음 알았네요.

http://www.istockphoto.com/stock-photo-10426597-mistletoe-and-berry-wreath-against-white-wall-with-differential-focus.php (이미지보면 아실듯)

서양에서는 kissing under the mistletoe 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저 장식물 아래서 키스를 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속설때문이래요 (제게 이걸 처음 알려준 친구는 결혼한다고 - tie the knot - 가르쳐 준듯).

다락방 2012-05-15 13:01   좋아요 0 | URL
쟌님, ㅎㅎ 저 역시도 남자와 함께 눈앞에서 실제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뭐든 경험이 제일이죠. 겨우살이 아래에서 키스해보기, 를 제가 살면서 하고 싶은것들의 목록에 추가해야겠어요.


브론테님, 아, 겨우살이라고 부르는 걸 브론테님은 이제야 아셨군요. 어.. 미국 소설 읽다보면 겨우살이 많이 나오던데....브론테님은 원서를 많이 읽으셔서 그런가봐요. 아...그게 아니라 브론테님은 로맨스 소설을 안읽으셔서 그런가봐요!!!!!!!!!!! 산드라 브라운 읽으시라니깐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Jeanne_Hebuterne 2012-05-16 10:07   좋아요 0 | URL
그런 것이었군요! 앨리 맥빌을 볼 때 부터 궁금했었어요. 고마워요, 브론테님.
언젠가는 남자와 함께 실제로 눈으로 볼텝니다.

건조기후 2012-05-14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각주도 각주지만 누구의 아들이고 아버지인지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읽게 만드는 저 문장들 어우-_- 쓰는 사람은 무슨 의도로 그러는 걸까요 그냥 재밌어서 그러는 걸까 ;
하지만 마지막은 결국 감탄으로 끝났으니 다행이네요! 다락방님의 완독에 경의를 --b

다락방 2012-05-15 13:0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그러니까요 건조기후님, 건조하지 않은 문체를 반들기 위해 저런걸까요. 아니면 그에게는 여러가지 정체성이 있었다는 걸 표현하기 위함일까요? 나름의 의도는 있겠죠? 그런데 저같은 독자는 그 의도 파악하기 전에 머리가 팽팽 돌아서...

네네네네, 저 이 책 읽은거 진짜 대단한 일 했다고 으쓱 하고 있어요. 하핫

dreamout 2012-05-14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안에 읽어볼랍니다. ㅎㅎ

다락방 2012-05-15 13:02   좋아요 0 | URL
드림아웃님의 리뷰를 기다리겠습니다! 어쩐지 멋진 리뷰를 쓰실 것 같아요! >.<
 

나는 간혹 내가 한 권의 소설에 기대하는 바가 너무 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좋은 이야기이기를 원하고 좋은 문장들로 채워지기를 원하고 작가가 그 책에 너무 많이 드러나지 않기를 원하는데, 그 모든것들을 만족시키기가 정말이지 쉽지 않다.

















이 책, 『리틀 비』를 읽는동안 자꾸만 삐끗삐끗 나와 어긋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이야기를 하고 싶은 의욕은 넘치고 전달하고자 하는 능력은 그러나 좀 서투른 작가의 작품이라면 이 책에 대한 설명이 될까. 나는 감동을 주기 위해 혹은 독자를 울리기 위해 작가가 많이 개입하지 않기를 원한다. 거기에 어떤 강압이나 억지가 없기를 원한다. 그런데 이 작품은 이야기를 제대로 전하고 싶은 혹은 하고 싶은 말을 더 확실히 전달하고 싶은 욕망이 넘쳐서 심하게 꼬이고 오버가 된 듯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잖아, 하는 식의 느낌이 전반적이랄까. 결말에 이르러서는 얼굴 표정이 찡그려진다. 



나는 왜 이 책에 만족하지 못할까, 만족할 수 없을까. 여기서 아주 먼 곳, 나이지리아의 난민에 대한 삶을, 그리고 그곳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었는지를 이 책을 읽고서야 겨우 알게 되었으면서, 그러면서 왜 나는 좀 더 많은 다른 것들을 바라는걸까. 분명 이 책을 읽다가 몇 번이고 눈물이 고이기도 했으면서, 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이 부족하다고 느낄까.




이 책을 읽다가 '리사 엉거'의 『아름다운 거짓말』이 생각났다. 리사 엉거의 책에서는 여자주인공이 자꾸만 독자들에게 확신을 구한다. 그게 나는 그 책을 읽는동안 내내 거슬렸는데, 이것은 작가의 성향이라고 정의내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것이야말로 작가의 서투름의 증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어떠한 패턴을 의도하지 않게 보여주는 것, 그런데 그 보여짐이 독자에게 거슬리는 것. 이 책, 『리틀 비』에서도 그런점이 보였다. 



"오, 새라, 우린 서로에 대해서 실망하기엔 너무 오랜 세월을 함께했어. 결국 보스는 너야. 물론 네가 정말로 원한다면 난민에 대한 기사를 할 거야. 하지만 그런 기사에 사람들이 얼마나 빨리 눈을 감아버리는지는 잘 모르는 것 같아. 그 주제는 누구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는 이슈가 아니라는 거, 그게 문제라고." (p.326)



새라에게 이 말을 하는 새라의 직장 동료가 틀렸다는 게 아니다. 이 직장동료도 그리고 새라의 애인도, 새라에게 모두들 '니가 잘 모르는 것 같아' 라고 말을 한다. '너는 잘 모르는 것 같아' 라는 문장이 이 책에는 '너무' 많이 등장한다. 내게는 신경 쓰일 정도로. 이 부분에서 '리사 엉거'의 책이 자꾸만 생각났던거다. 리사 엉거 같잖아, 하고. 그러고보니 리사 엉거의 책과 공통점이 또 찾아진다.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만큼은 충분히 할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것. 누군가는 얘기했어야 했다는 것. 



그렇지만, 단지 그런 이유로 내가 그 책들을 좋아할 수는 없다는 것까지.




만약, 이런식의 문장들만으로 진행됐다면 나는 이 책을 더 좋아했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불행이 맑고 푸른 하늘에서 뚝 떨어진다고 주장하는 행복한 여자였던 적이 없다. 내게 불행은 수많은 전조들과 셀 수도 없을 만큼 여러 번 일상이 파괴되고 나서야 서서히 찾아왔다. 면도하지 않은 앤드루의 턱, 어느 날 밤 뚜껑이 열린 채 널부러진 두번째 술병, 금요일 마감 칼럼에 쓴 수동태 문장. (p.48)



격렬한 감정을 억누르는 듯한 문장들. 조용히 그러나 서서히 찾아노는 파괴를 말하는 덤덤한 문장. 마치 일상같은 문장. 아니 그 자체로 일상을 말하는 문장. 이 문장은 아주아주 좋았는데. 그리고 이런 문장도.


굳이 비밀을 밝히자면, 흉터가 아름다운 이유는 죽어가는 자에게는 생기지 않는 것이 흉터이기 때문이다. 흉터의 의미는 '생존'이다. (p.22)


흉터의 의미가 생존이었음을 나는 이 문장을 읽고서야 깨달았는걸. 무릎을 치고 싶은 심정이었으니까. 그렇지, 흉터는 살아있는 자들에게, 살아 남으려고 애썼던 자들에게 생기는 것이지. 맞아, 그랬어. 흉터는 생존의 증거야. 아직 살아있다는 거라고!




나는, 이 책을 다 읽고서는 내가 까다로운 독자인걸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는 내가 소설을 무척이나 사랑한다고 생각하는데, 소설을 그냥 단지 소설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랑할 수는 없는 독자인걸까. 나는 바라는게 많은 까다로운 독자인걸까. 나는 그냥 좋게좋게 책장들을 넘기고 그저 좋게좋게 감상할 수는 없는걸까. 나는 까다로운걸까. 나는 소설을 읽을 때 그 속의 누군가가 되기를 바라고, 누군가가 되지 못한다면 최소한 그들중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읽는데, 사실 나는 비판적 입장으로 소설책의 책장을 넘기는걸까? 나는 세상의 모든 소설들을 품을 아량 따위는 없는걸까.



나는 아직 나를 잘 모르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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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2-05-11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의 그 모든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책들로 넘쳐난다고 생각해봐요.
음.. 난 지금이 딱 좋은거 같아. 그래야 보석같은 책들을 만나면 좋아죽지. ㅎㅎ

[리틀비]는 아흑.. 책장이 안 넘어 갔어요. 읽고 동감하고 싶고 그래서 기대했는데, 안넘어가. 중간에 포기. -.-


지금 읽는 [스노우맨]은 휙휙 넘어가! 막 넘어가! 그런데 등장인물들 이름이 어려워서, 이 사람이 어디 나왔더라 분명 나왔는데.. 아아아악..

다락방 2012-05-12 20:35   좋아요 0 | URL
아 그런가? ㅋㅋㅋㅋ 맞아요. 그래서 좋은 책들이 더 가치있게 느껴지는거겠죠. 레와님은 [리틀비] 읽다가 말았구나. 난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좋아할 수 없더라구요. 간혹 '너무했다'는 느낌때문에 말이죠.

ㅋㅋ 맞아요. [스노우맨] 엄청 재밌죠! 재미있는데 이름이 어렵긴 어려워 ㅋㅋ 지금쯤은 스노우맨 다 읽었습니까? 주말인데 말이죠.

레와 2012-05-14 10:12   좋아요 0 | URL
스노우맨 다 읽고, 천명관의 [고래] 시작했다오.ㅎ

다락방 2012-05-14 10:17   좋아요 0 | URL
우앗. 그렇게 흥미로운 작품을 연달아 읽다니! ㅎㅎ
[고래] 아직 안읽었었어요? 그거 엄청 재미있어요. 읽고나서 뭐가 딱히 남지는 않지만. ㅎㅎ

2012-05-11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12 2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2-05-12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고민을 하시는 걸 보면 소설을 무척 사랑하시는 거 맞네요 뭐ㅎㅎ 저 같으면 인상 한번 찌푸리고 말았을 텐데 말이죠^^

다락방 2012-05-12 20:39   좋아요 0 | URL
후와님, 제가 소설에 바라는게 너무 많은게 아닌가 싶더라구요. 너무 욕심이 많나. 왜 다들 좋다고 별 다섯을 주는 책에 나는 고작 셋 정도밖에 줄 수가 없을까, 하고 말이지요. 하핫 ;;

... 2012-05-12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리틀비> 그럭저럭 괜찮았는데요ㅎㅎ 물론, 너무 작위적이라는 점이 걸리긴 했어요.

니콜 키드만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다던데 전 오히려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면 별로 일것 같다는 예감이... 아, 그래도 모르죠, 거장감독의 손에서 재탄생 될 지도.

다락방 2012-05-12 20:45   좋아요 0 | URL
우앗, 니콜 키드먼이 주연이랍니까? 흐음.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제 생각엔 괜찮을 것 같은데요. 이 책은 너무 작위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영화적이지 않나 싶었거든요. 저도 이 작품이 싫었다거나 나쁜건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결코 좋다고 생각할 수가 없더라구요.

그나저나 영화 기대되네요. [헬프]는 영화가 메롱이었던 기억이 갑자기 나네요. 흐음.

버벌 2012-05-13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왔어요 저왔어요 저왔어요 저왔어요.


다시와서 역주행할게요.. ㅡㅡ;;;;;; 읽을거리가 많다. 쒼나~

다락방 2012-05-13 23:09   좋아요 0 | URL
어디있다 이제야 온거에요!!

moonnight 2012-05-14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을 읽어도 재미있다. 재미없다. 이 두 가지 감정이 다인데. ^^; 다락방님의 글에서 훨씬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리틀비는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만. ;;

정말 많이, 잘 읽으시는 다락방님. ^^

다락방 2012-05-15 13:03   좋아요 0 | URL
많이.......도, 잘........도 읽지 못하는 다락방입니다. 리틀비는 읽어보신다면 문나잇님은 펑펑 우실것 같아요. 흑흑 ㅠㅠ
 


남편이 죽고 자식들은 본인들의 생활에 바쁘고 말 상대도 없이 허전하고 외로운 날들에 '딸의 연인'이 친구가 되어준다면, 나 역시도 그 사람의 친구가 되어주고 싶지 않을까. 까페에서 빵을 포장하고 쨈과 버터를 준비하고 예쁘게 선반에 담아 그에게 건네는 일이, 저절로 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이제는 나를 만져주는 남자가 아무도 없을거라고, 나는 축 늘어진 늙은 살덩어리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나를 만져주고 옆에 누워주고 비명을 지르게 해준다면, 대체 내가 어떻게 그 남자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포스터의 카피처럼 여자는 딸의 남자를 사랑했다. 그러나 딸의 남자는 여자를 사랑한 건 아니었다. 그녀가 해달라는대로 해주었을 뿐. 그러나 그가 해주는 것이 바로 그녀가 원했던 것. 그녀는 자신의 나이에도 자신이 여자일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하고 기뻐한다. '엄마도 여자다' 라는 명제는 기정 사실이고 물론 우리들이 그걸 평소에 잊고 지내는 것도 사실이다. 이 영화는 그런 사실들을 다시 일깨워주면서 꽤 좋은 영화가 되었을 수도 있다. 심지어 남자는 '다니엘 크레이그'가 아닌가! 


그러나 뻔하고 재미없다. 


이것만은 분명하다. 사랑에 빠진 여자는 나이와는 상관없이 어리석어 진다는 것, 내가 상대를 좋아하는 것만큼 상대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 어리석음은 거의 집착으로 변하기도 한다는 것. 그러나 사랑에 빠짐으로서 나를 어리석게 만들어버리는 남자라면, 내가 자꾸 어리석어지고 멍청해지고 형편없어 진다면, 사랑하지 않는 쪽이 훨씬 더 낫다는 것. 그 남자는 내 남자가 아니라는 것.



내가 반한 남자가 나보다 젊고 나보다 잘생기고 나보다 매력이 넘쳐도, 그 앞에 무릎꿇고 당신이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줄게요, 라고 말해야 한다면, 글쎄, 나는 반댈세.







친구가 연극표가 생겼다고 같이 보러 가자고 했을때, 나는 알겠다고 했다. 그게 바로 어제. 그러나 나는 대학로로 가면서도 젠장, 연극은 무슨, 술이나 마시고 싶다, 보지 말자고 말할까, 라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연극은 내가 좋아하는 매체도 아닐뿐더러 요즘의 나는 ... 뭐 암튼 술이 더 땡겼기 때문이다. 남자주인공이 텔레비젼에 나왔던 유명한 사람이래요, 라고 하는데도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맹- 했는데, 오, 오, 이런 젠장! 마음의 준비를 할 걸! 연극이 시작한 후 등장한 남자 주인공이 짱 멋진거다! 그래, 나 저 남자 어디서 봤어, 봤단 말이야!


나는 맨 앞자리에 앉았었다. 남자가 연극을 하면서 흘리는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는게 그대로 보였다. 무대와 나의 거리는 아주 가까웠다. 아니, 남자와 나의 거리가 가까웠다고 하는게 지금의 나에게는 더 적확한 표현일 것이다. 맙소사. 영화로 봤다면 나는 이 남자를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연극에서의 이 남자는 달랐다. 윽 맙소사. 이렇게 키가 크고 잘생기고 튼실한(!) 남자를 내 눈앞에서 이렇게 가까이서 보게 되다니! 이건 뭐 감동의 도가니. 게다가 연극의 장르가 '섹시 코미디'이니 만큼 그가 몇차례나 드로즈팬티(몸에 딱 붙는 사각쫄팬티-예전에 [달콤한 인생]에서 이병헌이 이거 입은거 보고 쑝갔었는데!)입은 모습을 보여준다. 아 씨.......................................

더 얘기하고 싶지만 예술을 보고 성희롱한다고 손가락질 당할까봐, 나의 천박한 본성이 드러날까봐, 그것이 두려워 참겠다. 그러나 나는 지하철역으로 가는 내내 친구에게 침을 튀겨가며 흥분해서 그 남자를 찬양했다.


그래, 키 크고 젊고 잘생긴 남자들을 그동안 봐오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건 대체적으로 영화나 드라마등 간접적 경험이었다. 아 자꾸 욕이 나올라고 해...그런데 오랜만에(아니, 어쩌면 처음일지도 몰라) 두 시간 동안 키 크고 젊고 튼튼하고 잘생긴 남자를 아주 가까이서 본거다. 아주아주아주아주 훈훈했다. 


연극의 내용은 뻔했다. 뭐, 남녀가 만나서 섹스를 하고 사랑이란 감정이 생기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하는 일이 뻔하지 않겠는가. 물론 당사자에겐 특별한 사랑이야기지만 타인에겐 그거나 저거나 다 똑같다. 게다가 이 연극은 종종 웃게 만들긴 하지만 진짜 뻔하다. 굳이 또 이런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내 무엇하나 싶을만큼 뻔하다. 그런데 재미있다. 아니, 재미있다 보다는 좋다. 그 좋은건 연극의 텍스트 때문이 아니라 훈훈한 남자가 튼튼한 육체를 드러내며 내 앞에서 왔다갔다 하다가 뛰다가 그러기 때문에.....................



연극은 참 좋은거구나.....................................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나는 이 주연 남자배우를 검색해봤다. 이름은 여욱환.



몇해전 시트콤에서 봤을때는 비호감이었는데, 브라운관으로 보는것과 실물로 보는건 정말 차이가 있는건가. 이 얼굴이 실제로 보니 잘생겼더라. 1979년생에 189센치.


189

189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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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랄라~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다. 나는 남자를 사귈 때 키따위는 관심도 없었는데, 이 남자가 앞에서 왔다갔다 하는걸 보고 있노라니, 이래서 키 큰 남자를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완전 짱 멋지네 ㅠㅠ 눈이 부시구나 ㅠㅠ 팔다리도 길쭉길쭉하고 흑흑 ㅠㅠㅠㅠㅠ 청바지를 입어도 멋지고 트레이닝복도 멋지더라. 헤롱헤롱~ 수트를 입어도 멋지고 벗어도 멋지고. 연극을 보는 내가 더이상 연극의 관객이 아니라 사심품은 음탕녀가 된 것 같아서 스스로 부끄러웠지만, 뭐, 내 안에는 여자도 있고 사람도 있고 관객도 있고 독자도 있고 .....뭐 그런거 아닌가. 그 많은 내 안에 있는 것들중 음탕한 여자라고 왜 없을까.




이 남자를 보고 훈훈해하고 황홀해했던게 너무 요란스럽다 보니, 문득, 영화 [마더]에서 '다니엘 크레이그'를 보는 그 엄마의 심정이 바로 이런게 아닐까 싶어졌다. 거봐, 사람은 다 똑같다니까. orz




정말정말 매우많이 훈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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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12-05-10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극적인 하룻밤이란 말씀이죠. 음음. (검색중.) ㅋㅋ

다락방 2012-05-10 10:27   좋아요 0 | URL
네! 보세요, 이매지님. 두 시간동안 아주 훈훈하실겁니다. 움화화핫. 온몸에 에너지가 샘솟아요!

프레이야 2012-05-10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영화가 있군요. 봉감독 '마더'와는 완전 다른 얘기 같아요.ㅎㅎ
나를 어리석게 멍청하게 형편없게 만드는 남자는 아무리 날 사랑한다고 말해도 아닌 거, 동감동감^^

다락방 2012-05-10 11:37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맞아요. 봉감독 [마더]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죠. ㅎㅎ
나이든 여자가 사랑을 갈구하고 또 여자임을 느끼고 싶은 심정은 충분히 이해해요. 저도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쭈글쭈글해지고 축 쳐진 살만 갖고 있다해도 사랑을 갈구할 것 같아요. 그렇지만 나를 그렇게 대해준 남자에게 감지덕지할 필요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사랑에는 자존심이 없는게 아니라 사랑이야말로 자존심을 지켜줘야 하는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나를 어리석고 멍청하게 만드는 남자는 뻥 걷어차버리는게 맞지만요, 그런데 그 사실을 나중에야 너무 늦게 알게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나서야, 그건 그러지 말았어야 했던건데 왜그랬을까, 하는 후회를 하게 되는거죠. 그래서 연애는 할 때가 아니라 끝날 때, 그때 사람이 성장하는 것 같아요.

moonnight 2012-05-10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마더 디비디 사놓고 두 번 시도했었는데 두 번 다 중간에 잤어요. -_- 꽂혀만 있는 쓸쓸한 다니엘 크레이그 ㅠ_ㅠ;;

저 총각 저도 티비에서 봤던 거 같아요. 연극하고 있었군요. 와, 저렇게 훈훈한 총각을 바로 코 앞에서 (것도 빤쮸;;만 입은 모습을!!!! ) 본다는 건... 늙은 대뇌에 너무 큰 충격일 것이 분명합니다. (_ _);;;;;;;


다락방 2012-05-10 11:39   좋아요 0 | URL
우앗. 저는 저 영화 본 사람 혹은 저 영화를 아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저 밖에 없을줄 알았는데 문나잇님은 무려 디비디를 사 놓으셨군요!!!!!!!!!!!!!!!! 다니엘 크레이그의 굴욕이네요. ㅋㅋㅋㅋㅋ 꽂혀만 있는... ㅋㅋㅋㅋㅋ

네. 티브이에서 본 저 총각은 관심밖이었는데 어우, 빤쮸만 입고 돌아다니는 저 총각은 진짜... 어휴...................미치겠어요!! 일이 손에 안잡히지 말입니다. 좀전에는 그냥 하릴없이 인터넷창을 열고 드로즈팬티를 검색했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웽스북스 2012-05-10 16:38   좋아요 0 | URL
드로즈팬티 검색...... 아......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2-05-11 09:40   좋아요 0 | URL
그냥요, 그냥. 물끄러미 보면서 사고 싶더라구요. 그런데 사서 무얼하나 싶어서 ... ( '')

새초롬너구리 2012-05-10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마더의 엔딩이 궁금하네요. 데미 무어와 애쉬턴 커쳐 이후로 무지 회의적으로 보여져서;;;

다락방 2012-05-11 09:41   좋아요 0 | URL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도 없겠지만 그렇다고 새드엔딩이라고도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 남자와 '되느냐 안되느냐'가 해피와 새드의 유일한 기준은 아닐테니까요. 다만 마더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될거라고, 그런 생각이 들어요. 자신을 더 들여다보게 될테구요.

레와 2012-05-10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영화 포스터의 키스 장면이 설레이고 참 좋네..부끄~

다락방 2012-05-11 09:42   좋아요 0 | URL
나도 저 포스터가 엄청나게 좋더라구요. 그래서 봤어요. 히히.

이진 2012-05-10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매우많이 훈훈한 남자군요...
후후후후후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다락방님 너무 재밌어 ㅋㅋㅋㅋ

다락방 2012-05-11 09:42   좋아요 0 | URL
소이진님.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저처럼 늙지는 않아요. 세상엔 우아하고 교양있게 늙어가는 아주 많은 여자들이 존재합니다. ㅎㅎㅎㅎㅎ

달사르 2012-05-10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텔레비젼 자막으로 종종 보던 말을 해드리고 싶어요.

다락방님, 계 타셨네요~~~~~~~~~~~~~~~~~~~~~~~~~~~~~
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2-05-11 09:42   좋아요 0 | URL
유후~
기대하지 않았던 큰 수확(응?) 이었어요. 새삼 깨달았네요. 아, 나는 남자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하고 말이지요. 하하하하핫

Jeanne_Hebuterne 2012-05-10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폐경인데도 어디에다가는 안된다고 말하는 그 마음.

다락방 2012-05-11 09:43   좋아요 0 | URL
안되는건 안되는거니까요.

nada 2012-05-11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에뷔테른님 댓글이 정곡을 콱 찌르네요.

오랜 만에 저도 아는 영화가 나왔으니 살짝 끼어들어야징.
내용은 뻔하긴 한데, 다니엘 크레이그가 연기하는 인물의 거친 남성성이 너무 생생해서 저는 신선했어요.
이제는 유명해져 버려서 그런 신선한 느낌이 없지만, 저 영화 개봉 당시에는 전혀 유명하지 않았거든요.
저는 유럽 영화들의 낯선 느낌이 좋아요.
눈에 익은 헐리우드 배우들이 나오지 않아서 일단 새롭고,
연기를 다 잘하는데도 관습적인 연기가 아니라서 신선한 맛이 있어요.


다락방 2012-05-11 10:40   좋아요 0 | URL
아, 이거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영화로군요!
네, 이게 2003년 영화더라구요. 그 당시에 이 영화를 보셨어요, 꽃양배추님? 오와-
전 이 영화가 너무나 그자리에서 빙빙 돌기만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용도 전개방식도 너무 뻔해서.. 그때 봤다면 아마도 신선하게 느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나 십년이 흐른 뒤에 본 저로서는 .. 그런데 다니엘 크레이그를 제외한 다른 배우들이 정말 제가 다 모르는 배우들이더라구요! 딸은 어디서 본듯도 하지만... 특히나 여자주인공은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이 영화를 촬영하기 쉽지 않은 몸(매)였을텐데..아, 이렇게 쓰다보니 머릿속이 복잡해져요. 그녀가 비명을 지르던게 생각나서, 그녀가 그 남자에게 침실로 데려가달라고 했던게 생각나서...아이고야 ㅠㅠ

icaru 2012-05-11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음탕한 남자라고 왜 없을까, 가끔 다락방 님 서재서 페이퍼를 읽으면, 여자들에게 대대로 구전되어 오는 '구비가요' 문학이라도 보는 듯 해요~ ㅋㅋ
두번째 것 그게 연극이었으니, 진짜 코앞에 왔다갔다 했었겠네요! 실감 100%였겠당 ^^

다락방 2012-05-11 13:22   좋아요 0 | URL
음탕한 여자요, 여자! ㅎㅎㅎ

네네네네 정말 좋았어요. 황홀했습니다. 제가 살면서 189센치의 남자가 드로즈팬티 입고 제 눈앞에서 돌아다니는 걸 몇 번이나 보겠습니까. 이건 뭐 꿈의 실현 ㅠㅠ
연극 보러 한 번 더 가고 싶습니다!! ㅎㅎㅎㅎㅎ

이매지 2012-05-11 15:19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티몬에 <극적인 하룻밤> 올라왔... ㅋㅋㅋ
http://www.ticketmonster.co.kr/deal/2783501/101008

icaru 2012-05-11 17:28   좋아요 0 | URL
아하하 네네네 여자요! 여자! 오타!!

네꼬 2012-05-13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89.....................................



다락방 2012-05-13 17:28   좋아요 0 | URL
유후~

삼십년 넘게 살아오면서 189가 드로즈 팬티 입은거 처음봤어요! 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