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담배를 찾는 아주 충분한 이유

이 책..품절이 풀렸네요!!


















품절 풀린것 만으로도 완전 울트라캡숑나이스짱으로 기뻐서 미치겠는데 심지어 반값(!!)입니다. 맙소사. 아직도 이 책을 읽지 못하신 분이라면 다시 품절되기 전에 어서,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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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2-10-10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케이오케이! ㅋ

다락방 2012-10-10 13:18   좋아요 0 | URL
이 책 좋아요, 레와님. 참 좋아. ㅎㅎ

heima 2012-10-10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좋지요!! 드디어 품절이 풀렸네요 ^^

다락방 2012-10-10 14:53   좋아요 0 | URL
네, 참 좋죠! 저는 어이없게도 이 책 몇 권사서 책장에 쟁여두고 싶네요. ㅎㅎ

무해한모리군 2012-10-10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보고 그녀의 이름을 검색해 봤더니 몇년전에 한국에 왔었더군요..
차기작은 이미 완성했다고 인터뷰했던데 왜 출간을 못했을까요?

다락방 2012-10-11 10:23   좋아요 0 | URL
흐음, 자신이..없었을까요? 첫번째 작품만큼 좋지 않을까봐? 지레 겁을 먹은걸까요? 다음작품이 굉장히 궁금한데 말입니다.

비로그인 2012-10-10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전 9시의 담배는 절망감의 표현이다. 첫문장부터 강렬한데요.. 예전에 읽을까말까 고민만 하다 못 읽은 책이었어요. 이번엔 놓치지 말아야겠죠? 근데 다락방님의 꽥!!너무 귀엽잖아요~ㅋㅋ

다락방 2012-10-11 10:24   좋아요 0 | URL
아른님, 이 책은 문장력이 좋은데 이야기까지도 좋은 책이었어요. 참 좋았어요. 아른님께도 좋은 책이 된다면 좋을텐데요.

아유참..저는 귀여운 여자가 아닌데 아른님은 자꾸 제게 귀엽다고 하시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몰라용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여운척 ㅎㅎ)

당고 2012-10-10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앗, 고마워요, 다락방 님!
지르세!!!!!!!

다락방 2012-10-11 10:24   좋아요 0 | URL
얼쑤~!

버벌 2012-10-11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올만에 본다 저 붉은색. 여러분 어서어서 신청하세요/ 어서어서

다락방 2012-10-11 10:24   좋아요 0 | URL
버벌님도 이 책 좋아하죠? 버벌님은 이 책 좋아할 스타일이에요. ㅋㅋㅋㅋㅋ(막 아는척하기 ㅋㅋㅋㅋㅋ)

하루 2012-10-11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출고가 15일이라구요!!!

다락방 2012-10-11 10:25   좋아요 0 | URL
15일전까지 읽을책이 없으신것도 아니잖습니까, 하루님!! 기다리시라구요!!!!! ㅎㅎㅎㅎㅎ

Jeanne_Hebuterne 2012-10-11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점:문장력이 있다.
단점:웨하스처럼 바스러진다.
다락방님에게는 이 작품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읽으신 후 리뷰!!!

다락방 2012-10-11 10:18   좋아요 0 | URL
ㅎㅎ 쟌님, 저는 이미 리뷰를 썼고 먼 댓글로 연결해놨습니다만.

Jeanne_Hebuterne 2012-10-11 13:06   좋아요 0 | URL
앜!!! 죄송해요 다락방님 ㅜㅜㅜㅜㅜㅜㅜ

감은빛 2012-10-11 13:55   좋아요 0 | URL
두 분 글을 읽으러 가야겠네요.

Jeanne_Hebuterne 2012-10-11 15:15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저는 리뷰를 남기지 않았고, 다락방님은 남기셨다 합니다.
다락방님의 리뷰를!!!

감은빛 2012-10-11 15:33   좋아요 0 | URL
네, 쟌님 서재에 가서 리뷰를 찾았는데, 찾지 못했습니다.
다시 돌아와보니, 쟌님께서는 리뷰를 쓰셨단 말씀을 하시지 않았네요.
저는 왜 두 분 다 글을 쓰신 거라고 생각했을까요?

덕분에 쟌님의 글을 살짝 읽었습니다.
느낌이 있는 글들.
시간 관계상 많이 읽지 못했지만, 맘에 드는 글이었습니다.
즐찾 해놓고 가끔 들르겠습니다.

다락방 2012-10-11 15:49   좋아요 0 | URL
제 덕에 두 분이 친해지셨네요. ㅎㅎㅎ

아무개 2012-10-11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렇게 열광적인 반응이 나올만한 책인가요?
도서관에 있는지 검색해봐야겠군요.


다락방 2012-10-11 11:14   좋아요 0 | URL
마중물님, 소장하시기에 충분한 책입니다. 불끈!

감은빛 2012-10-11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을 믿고 일단 질렀습니다.
16일에 도착하다는 군요.
그때까지 설레는 맘으로 기다려야겠네요.

다락방 2012-10-11 14:08   좋아요 0 | URL
오, 감은빛님도 좋아하실까요? 감은빛님 서재에서 소설..은 많이 보지 못한 것 같아서요. 부디 이 책이 감은빛님의 마음에 쏘옥- 들었으면 좋겠는데요. 믿는도끼에 발등 찍히는 일은 없어야 할텐데...휴....

dreamout 2012-10-15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받았어요. ㅎㅎㅎ

다락방 2012-10-15 08:42   좋아요 0 | URL
꺅!! ㅎㅎ
 
마거릿 켄트의 연애와 결혼의 원칙
마거릿 켄트 지음, 나선숙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나는 이 책이 인문서인줄 알았다. 아니, 인문서 비슷한(?)것이라고 생각했다. 제목이 그냥 『연애와 결혼의 원칙』이 아니라 그 앞에 『'마거릿 켄트의' 연애와 결혼의 원칙』이라 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연애와 결혼에 대한 이론이라든가 연구 결과 라든가 하는건줄 알았단 말이다. 정말이지, 이런 책일줄 몰랐다.


이 책은 누가 봐도 평범함 여자들이 좋은 남편감을 갖게 된 비밀을 알려 준다. 남자를 만나고 관계를 발전시키고 당신이 선택한 그 남자와 결혼에 이르는 특별한 전략을 배워 보자. (프롤로그, p.16)



오, 맙소사! 내가 지금..무슨 책을 읽으려고 하는거야? 남자를 유혹해서 결혼하는 기술..을 책을 통해 배우려고 하는거야, 내가, 지금? 멘탈 붕괴가 찾아왔다. 이게 이런 연애 실용서일줄은 몰랐다. 나로 말하자면 자기계발류의 서적 읽기를 꺼려하고, 연애지침서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시큰둥한 사람인데,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람. 책 소개좀 자세히 읽어볼 걸, 제목만 믿고 너무 내 마음대로 생각했잖아! 그래서 나는 잠깐 고민했다. 출근길 버스안이었다. 이걸 계속 읽을 것인가, 말것인가. 일단 출근길 버스안에서 내가 준비한 책은 이 책 한 권 뿐이라 출근하는 동안만이라도 읽기로 했다.



이 책의 결혼 전략을 활용하면 많은 남자들이 당신 주위에 모여들 것이다. 단 당신이 원하는 남자에게만 지속적으로 활용하라. (중략) 이 전략은 18세 이상의 모든 연령 대 여성들이 언제든지 활용 가능하다. (pp.30-31)



그래, 한 번 읽어보자 싶었다. 연애와 결혼이 삶의 목표가 아니라한들, 많은 남자들이 내 주위에 모여든다면 뭐, 별로 나쁠것도 없고. 많은 남자들과 재미있게 인생을 사는건 유쾌하지 않겠는가 말이지. 게다가 하하하하, 이 작가의 조언을 듣고 결혼에 성공하게 된 사람들의 수가 어마어마하단다. 하하하하하하하하. 뭐, 어쨌든 그래서 이 책을 계속 읽었다. 그리고 이 책은 생각보다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물론 유용한 부분들도 많았고. 특히나 남성들과의 대화를 어려워하는 여성들에게 '이국의 여행자처럼 대하라' 고 하는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내가 아는 한 친구는 여행 광인데, 여행 중에는 어떤 남자에게든 쉽게 다가가 방향을 물어보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길을 안내해 달라고 부탁할 수 있다. 그의 습관이나 꿈, 문화에 대해 물을 수도 있다. 외지에서 낯선 여행자가 되면 고향 땅의 비논리적인 금기 사항에서 자유로워진다. (p.64)


정말 괜찮은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평소엔 수줍어서 남성들과 말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는 여성이지만 여행가서는 그게 얼마나 자유로운가. 마찬가지로 본국에 돌아왔을 때도 마치 여행자인 듯 행동해보라는 거다. 그래서 차츰 이 책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꽤 실용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최대한 많은 남자를 만나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지만, 가능한 한 빨리 솎아내는 과정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p.67)는건 지나치게 결혼 지향적인듯 하지만,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 남자를 거침없이 차버려야 하는건 기정사실이다. 정에 이끌리고 동정심에 이끌리는건 상대와 나에게 둘 다 못할짓이니까. 


그러니까 이 책은 기본적으로 내가 알고 있고 내가 생각한 그대로를 보여준다. 이러한 사항들을 아직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을만큼 당연한 얘기들을 수록해두고 있다. 문제는 언제나 '실행'이지 '알고 있는 지식' 이 아니니까. 게다가 내가 가장 절실하게 공감하는 부분은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는게 중요하다는 부분과 또 하나, 교제하는 남자와 여자의 활력이 비슷한 수준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 사람은 활발하게 움직이고 싶어 하는데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을 경우에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p.131)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몸이 약한 남자들과 교제를 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보다 먼저 술에 취해서 헤롱거리는 걸 보면 일종의 죄책감마저 든다. 아, 나만 쌩쌩해서 완전 미안하네, 하는 기분. 같은 거리를 걸었는데 남자가 먼저 다리 아프다고 하면 한숨부터 난다. 무얼하든 나보다 먼저 지치는 남자라면 나는 그 남자와 오래 지속할 마음이 별로 없다. 달리는 모습이 '총총'과 가깝다고 느꼈을 때도 나는 순간, 애정이 식는걸 느꼈다. 겨울에 늘 스노보드를 타러가자는게 아니라, 허구헌날 조깅을 하자는게 아니라, 기본적인 체력 만큼은 갖추어야 그나마 스트레스 받지 않는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 않겠는가. 체력이 딸리는 다른 한 쪽을 언제나 눈감아 주는건 연애 초기뿐이다.



물론 이 책에 실린 말들이 다 맞다고 생각되어지는 건 아니다. 세상천지에 어떻게 다른 사람의 모든 말이 구구절절 옳을수가 있겠는가. 열두번쯤 데이트했을 때 섹스하기에 적당하다는 말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고, 내가 관심있는 남자의 직업에 대해 조금은 알아두라는 것도 고개가 끄덕여지진 않았다. 물론 나는 내가 정말 좋아했던 남자의 직업에 엄청나게 관심이 많았던 적은 있다. 그의 모든걸 알고 싶었으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게 필요할까?



그 남자가 목수라면 우선 그가 사용하는 톱의 종류를 알아라. 나중에 드릴에 끼우는 날이나 목재, 금속과 디자인에 대해서도 알아보라. (p.156)



목수, 변호사, 피자 가게 직원, 치과 의사, 실업자등에 대한 식으로 남자의 직업에 대해 어느 정도의 상식을 보유하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건 음, 물론 알면 좋을 것 같지만, 딱히 수긍이 되지는 않는다. 나도 내 일에 대해서 상대에게 시시콜콜 알리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이건 그러니까 나의 개인적인 성향 탓인걸까? 어떤 사람들에 있어서는 그들의 직업에 대해 기본 지식을 쌓고 대응해준다면 감동할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건 아니지만. 가장 뜨악했던 부분은 그를 비난할 때 그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이용하라는 부분이었다. 그러니까 만약 동료 한 명을 그가 꽤 인식하고 있다면, '당신이 그 고객을 놓친 걸 알면 동료가 당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p.198) 라는 등으로 시도하라는 거다. 이건 아무리봐도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다. 



이 책을 읽다보면 가끔 풋- 하고 웃게 되는 부분들이 있는데,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의사라면 의학용어의 아주 기초적인 것들쯤은 알아두라고 저자는 조언하는 부분에서도 그랬다. 의사들이 전문적인 용어를 쓰는 이유를 얘기하면서 이런 예를 든다.



"당신의 유방이 부어 있는데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다. 당신이 젖꼭지를 긁었거나 안에서 뭔가 잘못 되었을 수 있다." 라고 말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유선염이 있는 것 같군요. 유륜의 찰과상이나 세균 감염이 그 원인일 수 있습니다." 확실히 전문적인 인상을 주지 않는가? (p.158)



음..확실히 전문적으로 느껴지는구나. 



게다가 이런 말들은 무섭기까지 하다!


스물다섯 넘은 여자가 아직 처녀이고 결혼할 때까지 순결을 지키겠다고 주장한다면, 처녀로 죽게 될 가능성이 있다. (p.226)



이 책이 재미있기는 하지만 단순히 재미만으로 읽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그렇게 확 재미를 보장해주지는 않으니까. 그러나 이 책을 정말로 '연애와 결혼은 내 인생의 최고 목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연애를 늘 원해왔지만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것 같다. 또한 연애과정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어떤말을 해야할지 혹은 하지 말아야 할지를 알려주니 역시 도움이 될 수 있을것 같다. 결혼하고 싶어 미치겠는 여성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이 읽지 않는 것보다 나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연애와 결혼이 내 인생의 궁극적 목표'라고 생각하지 않는 여성이라면, 이 책 대신 [레 미제라블]을 읽는 쪽이 오백 배쯤 낫다.



나름 유용할 것 같은 이 책에 자꾸 인상이 구겨지는건 간혹 튀어나오는 멍청한 문장들 때문이다. 


넣을 때건 와인을 구입할 때건 가격이 가장 중요한 구매 기준인가? (p.124) 


뭘....넣는단 말인가? 앞에 주어가 빠진것 같은데, 주어가 빠진 다음의 단어가 이상야릇한 상상을 불러오는 단어다. '넣을 때건' 이라니. 삼십대 중반의 여성은 이럴때 자꾸만 이상한 상상을 하게된다.


사랑을 다치지 않는 언쟁의 요령 (p.206)


이 문장은 이백 번 읽어도 이해 안된다. 사랑을 다치지 않는, 이라니. '사랑을 다치게 하지 않는' 쯤으로 고쳐야 하는게 아닐까. 이렇게 괴상한 문장들이 여럿 있는데 이 책이 1판 9쇄이더라. 다음번에는 교정을 다시 보고 내는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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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2-10-10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의 리뷰가 재미있네요! 그래도 난 [레미제라블]을 읽겠어요. ^^

다락방 2012-10-10 13:01   좋아요 0 | URL
[레 미제라블]이 훨씬 더 좋아요. ㅎㅎㅎㅎㅎ 뭔가 이상한 비교이긴 하지만, 뭐, 내 맘이니까. ㅋㅋ

비로그인 2012-10-10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제목만 봤을때 타라 파커포프의 연애와 결혼의 과학으로 착각했었어요. 전략,지속,활용 등등의 단어만 봐도 좀 무서운데요~ㅎ 현실은 잔인할 뿐이고...ㅋ

다락방 2012-10-10 13:02   좋아요 0 | URL
프롤로그 읽으면서 완전 패닉이었어요. 내가 어쩌자고 이런책을 읽고 싶어한건가...하면서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책 소개라도 조금 읽어볼걸 그랬지 뭐에요.

사람들은 외로운결 견딜 수 없는것 같아요. 책을 읽어서라도 찾으려고 하는걸 보면 말이지요. 뭔가 슬프기도 한것같고..

댈러웨이 2012-10-10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오, 맙소사! 내가 지금..무슨 책을 읽으려고 하는거야?' 그러셨다면, 저는 이 리뷰 읽으면서 '오, 맙소사 다락방님이 무슨 책을 읽으신 거야?' 그랬어요. ㅎㅎ 에너지 넘치는 분들이 많이 부러운데 다락방님을 봐도 역시 답은 육고기라는 결론!

^________________^

다락방 2012-10-10 13:04   좋아요 0 | URL
저는 막 운동을 좋아해서 달리고 산에 오르고 보드타고 그러는 사람은 결코 아니지만(!!!!) 체력만큼은 좀 빵빵한것 같아요. 그게 다 고기의 힘(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ㅎㅎ 먹어도 너무 먹으니까요.

그나저나 이 책은 말이죠, 댈러웨이님, 지하철에서 출퇴근길에 읽으려니 조금 부끄럽더라구요. 구석에 숨어서 읽고 싶었어요. 하하하하하

무해한모리군 2012-10-10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보다 다락방님 리뷰가 더 재미있다는데 오백원 겁니다 ㅎㅎ (심지어 더 유용할지도...)

다락방 2012-10-11 10:25   좋아요 0 | URL
음..제가 생각하기에도 제 리뷰가 더 재미있는것 같긴해요. ㅎㅎㅎㅎㅎ
 

[로맨스가 필요해 2012] 라는 드라마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이고 자기 감정이 제일 중요하다. 평상시에는 누구나 다 그렇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비상시'라는 것이 있다. 친구가 '비상시'에 있다면 그때만큼은 내 감정을 조금 접고 친구 감정을 먼저 생각해주는게 낫지 않겠느냐, 하는.


몇 번이고 보다가 집어치우려고 했지만, 이 대사가 무척 좋아서 이 드라마를 꾹 참고 계속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대사는 3부에 나온다. 정유미는 원래 내가 좋아하는 배우이지만 다른 배우들은 관심없거나 비호감인 배우들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남자들이 드라마에서 반짝 빛이 나는거다. 한 명은 '젊고 몸 좋고 밝은' 버전의 임태경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서 나는 내가 이 드라마를 끝까지 봐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참고 참다 3부의 중간쯤을 보고 포기했다. 도무지 여자들의 캐릭터를 받아들일 수가 없다. 맙소사.


그들이 내세우는 성격들이 현실적이지 못해서가 아니다.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뭔지 알겠고, 그들이 드러내려는 캐릭터 역시 충분히 현실적인 인물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연기'를 한다. 그 인물들은 충분히 존재할 수 있지만 그러나 드라마를 보노라면 그들이 너무 '꾸며져' 있고 가공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이 드는거다. 도무지 몰입할 수가 없다. 전형적인 칙릿 소설이 그대로 드라마화 되어진 느낌. 나는 아이팟에 8편까지 받아두고 금요일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일요일 밤 3편의 중간까지 보고 아이팟에서 아웃 시키기로 했다. 남들은 재밌다는데 나는 왜이럴까. 나는 왜 드라마를 잘 보지 못할까? 


















이 책은 꽤 놀라웠다. 우선 작가가 '남자사람'이라는게 놀라웠다. 나는 당연히 여자사람 작가일 줄로만 알았다. 게다가 영화를 보면서는 시종일관 웃었던터라, 이 책 역시고 낄낄대고 웃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이 책은 영화보다 조용한 분위기이며 덜 유쾌한 분위기이다. 그러나 덜 유쾌하다는 게 나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일전에 한 친구는 나에게 애인이 생겼으면 좋겠다면서(또다른 친구는 결혼을 빨리 하라면서) 이런식의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네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나는 그 말을 듣고 순간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애인이 생겨야, 혹은 결혼을 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은 대체 어느 별에서 나온 명제일까. 아니, 그러니까, 그것이 참된 명제일까? 내가 결혼하지 않아서 지금 불행하다고 했던가? 혹은 내가 불행해 보이는가? 결혼한 그들은 지금 행복하단 말인가? 정말?



결혼식에 참석했던 가족과 친구 들은 이른바 '1차 사회적 압력 집단'을 형성했다. 아이의 탄생을 기대하며 압력을 가하는. 다른 이들의 삶에 열을 올릴 정도로 자신들의 삶이 지루한 것일까? 늘 그런 법이다. 우리는 타인의 욕망을 강요받으며 살아간다. 나탈리와 프랑수아는 주변 사람들을 위한 연속극이 되고 싶지 않았다. (pp.30-31)



꼭 그랬다. 결혼을 한 사람들이 타인에게 결혼을 강요하고 아이를 낳은 사람들이 타인에게 아이낳기를 강요했다. 그들이 정말 행복해서 타인의 행복이 더 커지길 그랬다는 생각은 사실 그다지 들질 않는다. 그들은 타인이 자신과 다른 삶을 살기를 원하지 않는걸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타인의 행복은 자신의 기준에 맞추는게 아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사랑하는 사람을 우연히 맞닥뜨리기 위해 그 사람의 집 앞에서 몇 시간을 서성이거나 혹은 사무실이나 회사 복도에서 특별한 일 없이 왔다갔다 했던 일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 그 사람을 만나면 마치 우연인 듯 인사를 하는거지. 이 책의 마르퀴스가 그랬다. 그의 마음속에 들어온 여자 나탈리를 우연인듯 마주치기 위하여 그는 맞닥뜨렸을 경우 할 말을 준비하고 계속 그녀의 사무실 앞 복도를 왔다갔다한다. 



그의 전략은 훌륭했다. 계속해서 복도를 서성일 필요가 있었다. 그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어딘가 향하는 것처럼 걷기란 어려운 일이다. 정확한 행동으로 집중하고 있는 듯 보여야 했다. 가장 힘든 일은 짐짓 서두르는 척 움직이는 것이었다. 오후 끝 무렵이 되자 그는 지쳐버렸고, 바로 그때 클로에와 마주쳤다. 클로에가 그에게 물었다.

"괜찮아? 좀 이상해 보여 ‥‥‥"

"응, 괜찮아. 다리 근육 좀 푸느라고. 그러면 생각이 잘 돌아가거든." (pp.103-104)



나탈리대신 마주치게 된 동료 클로에가 그에게 오, 그런데, 흑흑, 이런 말을 한다.


"난 108호 때문에 골치가 아파. 나탈리 팀장님하고 상의 좀 해보려고 했는데, 오늘 안 계시네."

"그래? 팀장님이 ‥‥‥안 계셔?"

"응‥‥‥지방 출장 가신 것 같아. 난 그만 가볼게. 골칫거리를 해결해봐야지."

마르퀴스는 아무런 말도 못 하고 그대로 굳어 있었다.

오늘 왔다 갔다 한 거리를 합한다면 그 역시 너끈히 지방에 갈 수 있었다. (p.104)



아, 어쩌란 말인가. 대체 그가 무슨 짓을 했단 말인가. 지방 출장에가서 마주칠 수 없는 그녀와 마주치기 위해 그는 도대체 얼마만큼의 거리를 걷고 얼마만큼의 시간을 보낸거란 말인가. 정말이지 눈물이 앞을 가린다. 나는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는 한없이 공감이 되어버리고.. 흑흑.



영화속에서도 나는 마르퀴스의 유머감각에 몇 번이고 웃음을 터뜨렸는데, 책 속에서도 그보다 덜하긴 하지만 마르퀴스에게 유머 감각은 있다.


"보아하니 뭘 먹고 온 것 같지는 않은데. 수프가 좀 있어."

"아, 그래요? 무슨 수프인데요?" 마르퀴스가 물었다.

"금요일 수프야. 뭐라 설명을 해야 하나. 마침 금요일이고, 그래서 금요일 수프지."

"넥타이를 매지 않은 수프겠군요." 마르퀴스가 대답했다. (p.265)



금요일의 수프라고 대답해주는 나탈리의 할머니도, 넥타이를 매지 않은 수프라 대답하는 마르퀴스도 재미있었다. 그러니까 잘 어울리는 사람들로 보였다. 그러니 할머니도 손녀의 남자친구에게 좀 점수를 주게 되지 않을까. 물론 할머니는 나탈리에게 그가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그렇게 할머니들은 잘 아는걸까? 나도 할머니가 되면 사람을 보는 눈이 생기게 될까? 그때쯤이면 지금보다 확실히 더 현명해지는걸까?



책의 제목인 『시작은 키스』는 꽤 잘못된 번역제목인 듯 느껴진다. 이렇게 손발 오글거리는 제목이라니. 부끄럽기 짝이없다. 



어쨌든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금요일에는 어찌어찌하다가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도니 버거] 강남점에 가서 햄버거와 닭봉과 맥주를 시켰다. 맙소사. 거기에서 먹은 닭봉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맛없는 닭봉이었다. 6개입을 주문했는데 친구와 둘이 간신히 세 개를 먹었다. 그나마 내가 억지로 두 개를 먹고 친구는 하나를 먹다가 도무지 못먹겠다고 그마저도 남겼다. 나는 꼴도 보기 싫다고 그 위에 냅킨을 덮어놨다. 진짜 끔찍한 맛이었다. 그동안 먹은 닭봉들에게 고마울 지경이다.



오늘 아침에 눈을 떴을 때는 김치찌개 냄새가 부엌에 가득했다. 나는 절로 신음소리를 냈다. 엄마는 왜그러냐고 물으셨고 나는 김치찌개 향이 무척 좋다고 말했다. 엄마 왜이러지? 왜 유독 좋지? 오랜만이라 그런가, 아니면 날이 추워 그런가? 엄마는 오랜만이라 그런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아침을 먹는데 진짜 완전 눈물나게 맛있는거다. 아침 저녁으로 정말이지 김치찌개의 향과 맛이 궁극에 달하는 날씨다. 나는 결국 국그릇에 남은 찌개를 들이마시고 출근했다. 만족스런 아침식사였다.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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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2-10-08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니깐, '로맨스가 필요해2012'는 닭봉이였고, '시작은 키스'은 김치찌게였구나...
흑흑 미안해. ㅠ_ㅠ

다락방 2012-10-08 10:01   좋아요 0 | URL
아니, 레와님이 왜 미안해!! ㅎㅎ

그 드라마 본 다른 사람들도 다 재미있다고 하던데 못보는 내가 뭔가 까다로운거겠지. ㅎㅎ 나쁘진 않았는데 뭔가 자꾸 튕겨나가는 느낌이었어요. 몰입 불가의 드라마.
[시작은 키스]도 그렇게까지 좋지는 않았어요. 김치찌게 까지는 아니야. ㅎㅎㅎ

moonnight 2012-10-08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킨이 맛없기는 쉽잖은데 ㅠ_ㅠ 저도 일전에 집에서 후라이드치킨 시켰는데 덜 익은 게 와서 기가막혔던 적 있어요. 그나저나, 김치찌개 너무 맛있겠다. 배고파요. 흑흑. ㅠ_ㅠ

다락방 2012-10-08 13:39   좋아요 0 | URL
지금쯤은 식사 하셨을까요, 문나잇님?
저는 점심에 돼지목살김치찜을 먹었는데 완전 맛있어서 지금 나른해요. ㅎㅎㅎㅎ 문나잇님도 맛있는 점심 드셨기를 바랄게요.

치킨은 웬만해선 기본은 하는것 같은데 도니버거의 닭봉은 깜짝놀랄만한 맛이었어요. 어처구니가 없어서 화가나더라구요. 친구는 이거 들고가서 반품하자고 그러더라구요. ㅎㅎㅎㅎㅎ 그런데..내가 두개나 먹었잖아;; 이러면서 좀 난감해하고.. 하핫. 암튼 지상에서 가장 맛없는 닭봉 -_-

비로그인 2012-10-08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정말 D.F.와 맞지 않았어요ㅜㅜ 프랑스의 우디앨런?흥!이었으니....

화제가 되는 드라마들을 호기심에서 한 번 보게 된다해도 지겨움, 답답함, 왜 저딴식으로 만들지? 시간아까워,등등의 생각이 들어 십분 이상 시청이 불가능해요. 그래서 이젠 아무리 화제가 된다한들 일부러 드라마를 찾아 보지는 않게 되었네요,ㅋ 드라마는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대중음식점의 식단 같다고나 할까요,ㅎ 누군가에겐 허기를 채워주고, 위로를 안겨줄 수도 있겠지만, 내 입맛엔 맞지 않는, 일부러 찾아가고 싶지는 않은,

다락방 2012-10-08 13:42   좋아요 0 | URL
아른님이 쓰신 리뷰 봤어요. 별 하나가 있길래 누군가 봤더니 아른님이더라구요! ㅎㅎ 저는 나름 괜찮았어요. 음..제가 기대한 것과는 좀 달랐지만 말예요. 제가 생각하는 섬세함은 이런 섬세함이 아니었는데(;;) 그렇지만 간혹 공감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괜찮더라구요.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아른님.

네, 저도 제가 드라마를 잘 보지 못하는 사람이란 걸 알기 때문에 화제가 되든 안되든 안보는데요, 이 드라마는 친구가 재미있다고 파일을 준거라서요, 그걸 다운 받은 제 노력 때문에라도 억지로 보려고 한건데 역시나 삐끗 어긋나네요. 맞아요. 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을 저도 싫어하는 건 아닌데, 이건 너무 조미료맛이 나서 불쾌한 그런 기분이에요. 집중이 안되고 저 역시 아른님 말씀처럼 시간이 무척 아까워요. 차라리 잠을 자겠다, 이 시간에 책을 읽겠다, 이런 생각이 절로 들지 뭡니까! 영..저랑은 맞지 않는 것 같아요. -_-

개인주의 2012-10-08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자집사이드메뉴로 나온 닭봉이 냄새가 나서 슬펐어요..ㅜㅜ;

다락방 2012-10-09 08:58   좋아요 0 | URL
닭봉이 맛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어요. ㅜㅜ

dreamout 2012-10-08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닭봉이 뭔지 몰라서 검색해 봤어요. ㅋ

다락방 2012-10-09 08:59   좋아요 0 | URL
쉽게 만나실 수 있는 음식입니다. 버거킹에도 팔고 KFC, 롯데리아도 다 팔걸요? 도니 버거에선 드시지 마세요. -_-

blanca 2012-10-09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닭봉이라는 줄 알고 ㅋㅋ 침 흘리려고 했는데. 김찌찌개 저 너무 너무 좋아해요. 그런데 가족들이 다 싫어해서 혼자 먹으려고 끓여야 해요--;; 아, 또 먹고 싶어요. 아, 아침부터 김찌찌개를 끓여주시는 엄마라니, 너무 부러워요. '젊고 밝고 몸 좋은' 임태경 버전에서 빵 터졌어요 ㅋㅋ

다락방 2012-10-09 12:48   좋아요 0 | URL
김치찌개를 싫어할 수도 있군요!! 상상이 잘 안되네요. 전 엄청 좋아하는데요. 소주랑 마셔도 진짜 대박이잖아요!! (뭐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자는 젊고 밝고 활력이 넘치는게 진리죠!! ㅎㅎㅎㅎㅎ

치니 2012-10-09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나도 시작은키스 책 읽을래요! 전 영화도 사실, 유쾌한 부분보다 슬프고 어두운 부분에 더 이끌렸드랬어요. 아마도 제가 예술작품에서 제일 좋아하는 코드가 '어둡고 슬픈데, 유머가 적재적소에 들어가서 눈물 머금고 웃게 한다' 인 듯. 이 영화가 그랬어서 참 좋았어요.
도니 버거는 혹시, 형돈이가 하는 거?

다락방 2012-10-09 14:16   좋아요 0 | URL
영화를 먼저 봐서 그런지 책에서 설명하는 장소들이 막 잘 그려지더라구요. 전 책도 나름 괜찮았어요. 영화도 무척 좋았지만. ㅎㅎ

도니버거는 네, 형돈이가 하는거. 수제버거라는데 햄버거집 들어가자마자 정육점 온 것처럼 고기 냄새 쩔어서 확 짜증나거든요. 그런데 심지어 닭봉은 맛없기까지 해요. -_-
그런데 생맥주도 팔고 바깥에서 마실 수도 있어서 종종 2차로 갈 것 같긴해요. 닭봉 안시키고 감자칩 시키면 되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 모중석 스릴러 클럽 9
제프 린제이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피아노가 얼마나 무거운지는 그것을 가지고 이사해 본 사람들만이 안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다가 첫 부분에서 이런 문장을 만난다.

 

아무리 절실해도 함부로 독스를 손볼 순 없었다. 그가 나무 아래에 밤색 토러스를 세워놓고 나를 감시한다 해도, 다른 좋은 방법이 떠오를 때까진 아무일도 할 수 없었다. 머릿속에 떠오른 해결책이라곤 하늘에서 피아노가 뚝 떨어져 그를 깔아뭉개는 정도였다. 불행하게도 그런 행운을 기다리는 것 외엔 달리 할 일이 없었다. (p.42)

 

 

하늘에서 피아노가 떨어지다니, 대단히 참신하지 않은가! 이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 대체 어디있단 말인가. 나는 피아노가 얼마나 무거운지 안다. 그러니 그 피아노 아래에 깔린다면 말 그대로 '깔아뭉개질 수 밖에'없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독스에 대한 증오심, 그를 없애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서 바라는 부질 없는 기도가 그대로 느껴져서 나는 이 책을 끝까지 읽었다.

 

 

덱스터는 살인 본능을 가진 남자다. 스스로는 '인간이 아니'라고 말하고, 자신이 정상이 아님을 안다. 그래서 그는 규칙을 정한다. 자신의 살인 본능을 평소에는 억누르고 정상적인 인간처럼 살되, 연쇄살인범에 대해서는 자신의 본능대로 할 것. 그래서 그는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달밤에 응징한다. 특히나 어린아이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을 그는 용서할 수 없다. 그는 가차없이 그들 앞에 나타나 결코 용서하는 법이 없다.

 

 

나는 이런 그를 응원할 수 밖에 없다. 내 안 어딘가에서도 역시 그들은 죽어 마땅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차마 입밖에 내지 못하면서도 이런 그를 응원할 것이다. 그것이 이 책이 드라마로 나왔을 때 인기를 끌었던 이유가 아닐까. 그러나 전편을 읽고도 느꼈던 것처럼 이토록 흥미진진한 소재가 책으로는 그다지 훌륭하게 쓰여져 있질 못하다. 전 편에서는 무조건 '본능적으로' 살인범이 어디서 죄를 저지르는지를 알아내곤 하는게 영 찜찜했는데, 이번 편에서는 그가 아무리 저주하는 상대였다한들, 그가 아무리 그의 위로 피아노가 떨어지길 바랐던 상대라 한들, 엄청난 살인범에게 잡혀간 독스를 구하러 가지 않는 그가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나 그는 독스에게 '너가 인질이 되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지 않았던가. 이 책을 끝까지 읽었던 건, 어느틈엔가는 덱스터가 독스를 향해 달려가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덱스터는 보통 사람들처럼 감정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하지만, 나는 독스를 그대로 둔 덱스터가 정말이지 마음에 들질 않았다. 도무지 이해되질 않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모르겠다. 책의 등장인물들이 당연히 내 생각대로 움직이는 건 아니지만, 그러니 책의 '내용상'으로 책을 싫어하게 되는 일은 뭔가 부조리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나는 이 책을 덮으면서 덱스터에게 이별을 고했다.

 

 

안녕, 덱스터. 당신하고는 이제 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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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2-10-08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께 절교선언을 듣다니!!! 덱스터 큰일 났네요. ㅋㅋ

다락방 2012-10-08 13:4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덱스터도 좋아할지도 몰라요. ㅋㅋㅋㅋㅋ
 
탐닉
아니 에르노 지음, 조용희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본문은 345페이지에서 끝나는데 나는 192페이지까지 읽다가 포기했음을 미리 밝힌다.

 

 

이 책은 아니 에르노의 일기다. 그녀는 소련 외교관인 S 를 만나는동안의 일들을 기록하고 있다. 그를 만나면서 그녀가 경험하게 되는 욕망과 집착과 불안과 고통에 대한 것들. 아니 에르노는 역시나 자신의 감정을 밝히는데 거침이 없다. 그녀는 그녀의 다른책에서 그랬던것처럼 이 책에서도 더할나위없이 솔직하다. 불편할만큼.

 

그녀가 다른 사람들보다 유별난 감정을 가져서 불편한게 아니다. 나는 그녀가 쓰는 감정이 내가 갖게 되는 감정과 지나치게 같아서 불편하다. 책을 읽는 내내 그녀는 거침이 없어, 하고 읽어가다가 그만, 포기하고 만다. 이토록 솔직한 글들을 '더는' 읽어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거다.

 

그녀가 사랑한 남자에 대한 기억들이 '허구'가 아니어서 더 불편하다. 그녀가 기록한 것들에 '그 남자의 아내'에 대한 묘사가 있는것이 나를 못견디게 만든다. 내가 하지 않아도 좋을 걱정들이 자꾸 생긴다. 맙소사. 적어도 S 와 S 주변의 사람들이라면 이 글을 읽고 자신의 얘기인지 혹은 누구의 얘기인지 알 수 있을텐데. 이 책을 읽는 S 의 아내는 어떤 기분을 느껴야할까. 나는 아니 에르노가 느낀 감정에 내 감정을 덧씌워 읽으려다가도 자꾸만 튕겨져 나오고 만다. 이토록 솔직한 책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걸까. 나는 겨우 절반을 가까스로 읽어내고 이 책을 읽기를 포기했다.

 

 

오래전 나의 연인은 내게 '지나치게 솔직한게 좋은건 아니야' 라고 했다. 아니, '솔직한게 꼭 좋은것만은 아냐' 라고 했던가. 아니 에르노는 나를 불편하게 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게 아닌데 나는 불편한 것처럼, 나 역시 의도하지 않았는데 나의 솔직함으로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상황들에 가끔 놓이게 된다. 어쩌면 내가 그런 사람이라서 더, 나와 같은 아니 에르노의 감정들을 읽어내기 버거운건지도 모르겠다.

 

 

나로서는 이 책을 읽기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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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2-10-07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기를 포기한 다락방님의 기분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습니다. 저도 가끔은 그런 경험이 있어서 책 읽는 것이 버거울 때가 있거든요.

다락방 2012-10-08 09:53   좋아요 0 | URL
책을 포기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죠. 이번처럼 힘들어서일 수도 있고 대체적으로는 재미 없어서 포기하곤 하죠. 저는 재미없다는 이유로 책을 포기할 때가 여러번 있었어요. ㅎㅎ

blanca 2012-10-08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지독하게 솔직하죠. 때로 민망할 정도로요. 혼자 읽고 있는데 괜히 얼굴이 화끈거리고. 저도 주변 인물들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더라고요. 이런 류의 책을 처음 봐서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하여 담담하게 읊조리던 아니 에르노와 연결이 잘 안 되더라고요. 그래도 끝가지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해요. 눈물나는 결말이랍니다.

다락방 2012-10-08 09:53   좋아요 0 | URL
윽, 블랑카님. 이 솔직한 누군가의 일기를 이만큼 읽은것도 많이 읽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단순한 열정] 이나 [집착] 정도의 분량이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탐닉]은 정말이지 너무 길더라구요. 그런데 눈물나는 결말이라니..궁금해지잖아요!! 흐음..다시..시도해볼까요? 휴..

프레이야 2012-10-08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도 회자하는 아니 에르노의 작품을 하나도 읽지않아서 더 호기심 나요. 이 책은 전에 불랑카님 리뷰인가로도 담아두긴 한 책인데 다락방님이 그만 뒀다는 그 이유가 더 끌리게 만드네요. 역시 불편할까요ㅠ

다락방 2012-10-08 12:04   좋아요 0 | URL
소설이었다면, 허구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더 잘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프레이야님. 실제의 이야기, 실존 인물이라는 게 자꾸만 머릿속에서 사라지질 않아서 내내 불편하더라구요. 아니 에르노의 글은 죄다 이렇게 솔직하거든요. 그나마 [집착]과 [단순한 열정]은 분량이 얇아서 읽어내기에 그다지 큰 어려움은 없었는데, 이 [탐닉]은 그것들의 두 배 분량이에요. 누군가의 지독하게 솔직한 일기를 그만큼 읽어내기가 제게는 쉽지가 않더라구요. 그런데 블랑카님의 댓글을 보니 마저 읽어보는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프레이야님도 한 번 읽어보세요. 아니 에르노의 글을 프레이야님은 결코 싫어하시지 않을 것 같아요. 오히려 그녀의 내면을 아주 잘 캐치하실 것 같아요.

moonnight 2012-10-08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을 때 참 괴로웠던 기억이 나네요. 줄거리는 하나도 기억 안 남. 단지 괴로웠던 것만 -_-;;;

다락방 2012-10-08 13:44   좋아요 0 | URL
끝까지 읽어야하나 지금 또다시 망설이고 있어요. 너무 솔직한 글이 분량이 많으니까 참 지독한 기분이..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