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기 있어요 - 봄처럼 찾아온 마법 같은 사랑 이야기
클레리 아비 지음, 이세진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사랑이 있을테고 그중에는 내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관계의 시작도 있을 터이다. 이 책에서처럼 이미 혼수상태인 여자를 처음 맞닥뜨리고 나서 시작되는 사랑도 있을 것이고. 남자의 입장에선 혼수상태인 여자를 처음 만났지만, 혼수상태에서 청각만 살아 있는 여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병실에 우연히 들어온 얼굴도 모르는 남자의 음성과 목소리-모르는 여자에게 하는 이야기-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 설정 자체가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그러나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포장한 것도 사실이다. 영화를 읽는 내내, 혼수상태의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그러나 다른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영혼 상태-, '마크 레비'의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은 믿을 수 없겠지만(개정판 제목은 '천국 같은')》이 생각났어야 이 말랑한 로맨스에 내가 빠져들 수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페도르 알모도바르' 감독의 《그녀에게》가 자꾸만 생각났다. 즉, 공감보다는 짜증이 더 컸다는 거다. 



우리는 실체가 없는 대상과 충분히 사랑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에미'와 '레오'처럼 이메일로 사랑에 빠지는 게 가능하고, 영화 《her》처럼 목소리로 사랑에 빠지는 것도 가능하다. 폰팅으로 데이트를 하던 시절도 누군가에겐 있지 않았던가. 그러니까 나는 눈 앞에 있는 대상, 재스민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는 누워있는 여자에게 사랑이 생겨난다고 해서 그것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의 병실에 들어가서 그녀의 침대에 눕고, 아무리 '두 시간 정도는 호흡이 가능하다'는 걸 알지만 제멋대로 호흡장치를 떼내는 것을, 사랑의 연장선상과 과정의 당연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낭만을 치덕치덕 발라대느라 상대의 의견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이 책이 로맨스가 될 수 있었던 건, 다행스럽게도, 누워서 청각만 살아 있는 여자 역시 자신의 병실에 주기적으로 찾아드는 남자를 좋아하고, 기다리고, 사랑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러나 이건 책을 읽어 여자가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인데, 여자 역시 사랑이 싹트고 있었으므로 이게 괜찮아질까? 글쎄? 여자는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 내 옆에 누워요' 라고 말한 적이 단 한 순간도 없는데? 그러니 여자의 사랑 역시 시작되었다 할지라도 남자가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행해지는 이 모든 일들은 낭만으로 포장되어서는 안되는 게 아닐까. 여자가 아무것도 못한다. 아무것도 못해서 누워있고 눈도 뜨지 못하고 기계에 의지해 숨만 쉬고 있다. 그런데 사랑하기 때문에, 너무 보고 싶고 그리워서, 기존에 사랑을 나누던 사이도 아닌데, 거기에 자꾸 가고 침대에 누워서 자??? 




'페도르 알모도바르' 감독의 《그녀에게》에서 남자는 여자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래서 여자의 집에 몰래 따라가 여자가 샤워하는 틈을 타 여자의 방에 몰래 침입해 그녀의 머리핀 하나를 가지고 나온다. 그러다가 샤워가 끝난 여자와 마주쳐 여자를 겁먹게 한다. 그 여자가 교통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되고 그는 그녀의 간병인이 되는데, 그녀의 머리를 잘라주고 손톱을 다듬어주고 몸을 닦아주고 생리대를 갈아주는 모든 일을 도맡아 하며, 생전에 그녀가 좋아했던 무성영화를 보고 와서는 의식 없는 그녀에게 끊임없이 얘기해준다. 왜냐하면, 그녀를 사랑하니까. 그리고는 그녀와 결혼할거라 친구에게 말하며, 급기야 그녀를 임신시키고 만다. 이게 남자가 모두 '사랑해서' 한 일이다. 여자는 자신의 의견을 한 마디도 전달한 적이 없는데. 아무리 자기가 좋아하는 무성영화 얘기를 해준다해도, 여자가 그걸 바랐는지 바라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 게다가 그 대상은 일전에 자신의 방에 몰래 침입했던 남성이었다. 그녀가 허락한 적 없는데 남자는 그녀와 결혼할거라 말하고, 그녀가 허락한 적 없는데 남자는 그녀를 임신시킨다. 그녀도 혼수상태에서 이 모든 과정에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고 허락하는 마음이 되었을지, 물론 모른다.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입 밖에 낸 적이 없고(낼 수 없었고!), 그러므로 남자는 '들은' 적이 없는데, 그런데 '우리는 서로 사랑해' 라면서 임신을 시켜?



자꾸 이 영화가 이 책을 읽는데 겹쳐져서, 나는 작가가 쳐발쳐발한 낭만을 도무지 느낄 수가 없는 거다. 나는 낭만보다 우선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고, 설사 상대 역시 마음으로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한들, 그 사실을 들은 적이 없으면서, 허락을 받은 적이 없으면서 제멋대로 자신의 사랑을 '실행'에 옮겨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내게 이 소설의 낭만이 통하지 않는 이유다. 




아버지는 이제 화가 단단히 난 것 같다. "혼수 상태에 빠져도 다 들을 수 있고말고. 하지만 자명한 현실을 받아들이게. 엘자는 본인의 선택으로 우리를 떠나가는 거야."

"엘자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어요! 어떻게 본인 선택으로 이렇게 됐다고 하실 수 있어요?" (p.251)




생명 연장장치를 떼어내기로 결심한 가족들에게 남자가 나서서 반대를 하는 장면이다. 엘자는 청각이 있었고, 속으로 물론 자신이 죽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므로 남자가 '엘자가 선택한 게 아니다'라고 한 말은 아주 '정확한' 말이다. 그러나 이 사실을 그렇게 잘 알고 있는 그가, 그녀가 한 번도 선택한 적이 없는 '침대에 함께 눕기'를 계속해왔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당신, 이렇게나 잘 알고 있으면서 당신이 한 건 뭔데? 하고 반문하고 싶달까. 




이 책속에 그려진 '친구' 관계 만큼은 좋았다. 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친구가 주인공들에게 있었다. 주인공들의 삶은 그래서 하루를 더 살게 되고 또 연장이 되고 할 수 있었다. 친구, 좋네.. 하는 생각을 책을 읽다 여러번 했다. 그러나 그것이 주인공들의 연애에 이르지는 못했다. 자기들이 좋다는 데 내가 뭐랄 수 있을까마는, 내가 읽고 싶은 연애 이야기는 이런 게 아니다.




아, 그리고 꼭 덧붙이고 싶은 것은, 이런 얘기, 아무리 친하고 다정하고 좋아하는 사이라고 해도 막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거다.


"너도 빨리 가족이 생기면 좋겠어." (p.150)



일전에 한 친구가 내게 '너도 빨리 연애해서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하고 말했던 게 생각난다. 아니 ... 내가 '비연애' 상태라고 해서 왜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 내 연애를, 내 결혼을 니가 바라지 않아도 된다. 


할 말이 없다. 늘 이렇다. 이래서 쥘리앵을 제일 친한 친구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1년 만에 처음으로 눈물이 왈칵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눈물을 보일 수는 없다. 하물며 이 자리에선. 사람으로 미어터지는 술집에서 질질 짤 수 있나. 수요일 저녁이란 말이다.
"그만 나갈까." 쥘리앵이 말한다.
"뭐?"
"너 울음 터질까봐."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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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2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12 1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7-04-12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거리를 읽고 바로 [그녀에게]가 딱 떠올랐는데.. 역시.

전 패스!

다락방 2017-04-12 17:17   좋아요 0 | URL
친구에게 빌려 읽었는데 친구도 읽고 영 찜찜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녀에게 계속 생각나서 즐겁지 않은 독서였어요. -.-

2017-04-12 1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13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얼룩말 2017-04-12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미친년 ˝ 이란 말이 자동으로 나왔어요. 그 친구. 지금도 친구예요??^^

연애와 행복이 무슨 상관이죠? 저와 제 옆에 있는 그 분은 서로 ˝사랑해˝ ˝사랑해˝는 수만번 하지만, 제가 ˝ 행복해? ˝라고 물으면 ˝ 아니 ˝ 라고 대답하는 요즘입니다. 그 분의 ˝행복해?˝라는 질문에 저는 ˝참담해˝라는 대답이 나오더군요.

다락방 2017-04-13 09:48   좋아요 0 | URL
그 친구는 지금도 친구입니다. 그 당시에 니 기준을 나에게 적용하지 말라고 말했고요. 훗. 자기 딴에는 선의로 한 말이고 제가 한 말을 알아들었어요.
그나저나 얼룩말님, 옆에 누가 계시군요! 일상속에서도 행복을 찾고 또 서로에게서 행복을 찾으면서 건강하게 오래오래 다정하게 지내시길 바랄게요. 옆에 누군가 있다는 거 참 안정적인 기분을 줘요.
:)

moonnight 2017-04-13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읽지 않기로 합니다. ^^ 저도 영화 ‘그녀에게‘가 끔찍했어요ㅠㅠ;

다락방 2017-04-14 08:45   좋아요 0 | URL
네, 저는 그 영화가 정말 끔찍했어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영화더라고요. 휴우-
 

하아-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한숨부터 난다.

재미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 책은 사랑 이야기인데, 여자가 침대에 몇 개월째 누워있기만 하는 '혼수상태'인 거다. 여자는 청각만 살아있는데, 여자가 입원해있는 병실에 한 남자가 잘못 찾아들면서 이들의 관계가 시작된다. 여자에게서는 쟈스민 향기가 나고, 남자는 그 향기를 좋아한다. 이들이 아마도 사랑을 시작하게 될 것 같은데, 대체 이 이야기는 어디로 진행될 것인가. 혼수상태의 여자와 사랑이 '시작'된다면, 그 찬란하고 아름다운 시작에 일단, 일상을 공유하는 게 힘들지 않겠는가. 희망적이 될지(그러니까 여자가 기적적으로 깨어난다든가!), 절망적이 될지 모를 이 이야기를 내가 읽어도 좋을까. 나는 온갖 소설과 영화에서 '사랑을 이루지 못한' 가슴아픈 등장인물에게 크게 이입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 이걸 내가 .. 감당할 수 있을까.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도대체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와 시작되는 사랑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서 읽고 싶은데, 그런데 슬프고 안타까울까봐 시작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기도 하다. 







오늘 아침 통화에서 망고남은 <라디오 스타>라는 프로그램에 '오상진' 아나운서가 나온 얘기를 했다. 처음에 그가 자신의 애인을 처음 만나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귀게 됐다, 그런 뉘앙스의 얘기였다. 그러자 프로그램 엠씨가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은 무어냐', '곧 결혼할 여친에게 빌려준 책이 무어냐' (이것이 정확한 질문이었다고 합니다) 물었고, 오상진은 이 책을 얘기했단다. 그런데 그 뒤에 엠씨들이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는 거였다. 아무도 이 책을 알지 못했던 것. 이 얘기를 망고남이 왜 내게 했냐면, 나는 당연히 이 책을 알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책을 많이 읽고 게다가 소설을 좋아하니까, 이 책을 당연히 얘는 알거야, 하는 생각으로 내게 했던 거다. 그러니까 그가 생각하는 적절한 반응, 또 내가 했으면 좋았을 반응은, 


"오, 나 그 책 알지. (혹은 읽었지). 그거 중국 작가가 쓴 소설이야" 였던건데, 


어디 사람의 일이 그렇게 생각대로 진행되어 지던가. 나는 '너는 (당연히) 알지?' 라는 그의 물음에 '나 모르는데?' 했다. 게다가 한 술 더 떠, '제목이 힐링서 느낌이네' 했던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는 '힐링서는 아닌 것 같던데?' 했고, 부랴부랴 내가 검색을 해보니, 소설이더라.





아...자존심 상해. 내가 이 세상의 모든 소설을 다 알 순 없지만, 당연히 그럴 순 없지만, 그래도 이 부분에서 아는 척을 똭- 해줬다면 완전 멋졌을텐데...몰라서 자존심 상해. 시무룩.... 그래서 일단 보관함에 넣어두었다. 그에게 나는 자기 주변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는 사람인데, 아아, 몰랐어, 이 책 존재도 몰랐어, 아아아아아, 자존심 상해. 부르르- 세상의 모든 소설을 죄다 읽어내고 싶다!!!! 으르렁-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어제 북플 친구가 이 책을 올리고 리뷰 쓴 걸 봤는데 급 호기심이 생겼다. 애정씬의 수위가 높다던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또 그런 걸 좋아하니까? 그런데 이 책의 소개를 보면, '불륜 로맨스'라고 되어 있더라. 어? 불륜 로맨스? .... 불륜 로맨스 라는 게 성립될 수 있는 단어인가? 자기들은 그것을 사랑이라고 하면 로맨스고, 누군가의 법적 배우자라면 불륜 이니까, 불륜 로맨스...라는 게 없을 순 없고, 있겠지만, 불륜 로맨스? 흐음. 따지고 보면 레오와 에미도 불륜이었고, 안나 카레니나도 브론스키와 불륜이었지만... 

이 책은 불륜 로맨스를 낭만적으로 그린 걸까????????? 뭔가 정체를 확인하고 싶어진다. 

라기 보다는 사실 야한 걸 읽어보고 싶다.....










벌써 4월 중순인데, 이번 해에 아직 비염에 시달리지 않고 있다. 어어? 비염 올 때가 지난 것 같은데? 혹시... 프로폴리스를 먹어서 내가 괜찮은건가? 


비염에 프로폴리스가 좋다는 말을 아주 많이 들었고, 아이허브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후기를 보기도 했다. 그래서 잠깐 먹었었는데 내겐 큰 효과가 없이 비염은 잘만 찾아오는 것 같았던 거다. 그래서 잠깐 먹다 말았는데, 나이 들면서 뭔가 몸을 위해 비타민을 챙겨먹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런 과정에서 면역력에 좋다는 프로폴리스를 다시 먹어보자 생각하게 됐던 거다. 그래서 비염이 찾아오기도 훨씬 전부터, 한 3-4개월 된 것 같은데, 거의 매일 빠뜨리지 않고, 한 알씩 먹다가, 지금은 두 알씩 먹고 있다. 그런데 정말 비염이 안오는 거다. 아직 올 때가 아닌건가? 아니면 나 진짜 효과보고 비염 피해가고 있는건가? 궁금해진 나는, 내가 인터넷에 쓴 글들을 검색해봤다.


비염을 앓을 때마다 고통스럽다, 괴롭다, 때가 됐다 등등 글을 썼던 기억이 있던 터라, 알라딘이며 여기저기 내가 써둔 글들에 '비염'을 검색어로 넣고 검색했더니, 오오, 아니나다를까, 결과가 나왔는데, 봄에 내가 앓았던 때는 3월 이었어! 3월 초에 늘 비염을 앓는다고 써놨던 거다. 그런데 지금은 4월 중순이야. 꺅 >.< 나는 프로폴리스의 효과를 보고 있는 거야!! 아아, 기록은 이렇게나 의미가 있어. 이렇게나 중요하다. 아아, 기록하는 나를 나 자신이 사랑합니다 ㅠㅠㅠㅠㅠ


내가 아이허브에서 주문하는 프로폴리스는 이것. 후기를 보니, 모든 염증에 좋다고 한다. 비염을 앓는 여러분 참고하세요.






(hellas 님 보시라고 추가한 사진입니다!)





아침에 동료 직원이 커피를 내렸는데, 커피향을 맡고 기분이 좀 좋아진다. 나는 정말이지 좋은 냄새로 기분이 금방 나아지는 성향이 있는데, 나같은 사람들이 나 말고도 많이 있을 것이다. 어제는 길을 걷다 바람이 부는데 내게서 좋은 향이 나는 거다. 내가 내 귀 뒤에 뿌린 향수 냄새가 내 코끝으로 와서, 또 너무 좋았다! 좋은 냄새는 진짜 너무 기분 좋게해! 커피 향을 맡고 기분이 좋아서 동료에게, 이 커피 냄새 맡으니 기분이 너무 좋아, 너도 좋으니? 물으니, 자기는 냄새 잘 못맡는다는 거다. 냄새 나는지 잘 모르겠다고. 아아, 그러나 나는 냄새를 잘 맡는다. 지독하게 잘맡어... 어디에서 보니까 냄새를 잘 맡는 사람이 식탐이 있다던데, 저로 들자면, 그 말은 사실이고요...



이 얘길 한 적이 있나 모르겠는데,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의 집에 놀러간 적이 있다. 둘다 교복을 입고 있었고 친구의 집이 꽤 높은 층이어서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탔다. 거기엔 친구와 나 말고도 다른 아저씨 한 분이 타셨는데, 엘리베이터 안에서 음식 냄새가 나는 거다. 친구는 '떡볶이 냄새'가 난다고 했는데, 나는 '으음, 이건 떡볶이가 아니라 양념통닭 냄새인데?' 했고, 우리의 이런 대화를 옆에서 가만히 듣고 계시던 아저씨가 나에게 '학생 코가 귀신이네, 내가 양념통달 가져가고 있어' 이러면서, 양념통닭이 든 봉투를 들어 보이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랑 나랑 빵터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아저씨가 배달을 가고 계셨던 건지, 포장해 사가지고 가는건지 모르겠지만, 정말 양념통닭이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도 이런 내가 싫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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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엄마 2017-04-11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저도 하이랜더에 푹-빠졌습니다.
(불륜이지만 불륜아닌 로맨스입니다.무엇보다 여성이 연상에 리드하는게 완전 제 취향)

오상진은 저기 가서도 그 책 얘기를 했군요.
아무래도 읽은 책이 저 책 밖에 없는건지..ㅠㅠ
제가 비밀독서단 팬이라 빠지지 않고 봤는데 빠지지 않고 저 책 얘길 했어요.ㅎ

다락방 2017-04-11 09:59   좋아요 0 | URL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면 오상진은 저 책만 읽은 겁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웃기네요 ㅋㅋㅋㅋㅋㅋ 여기서도 저기서도 저 책 얘기만 했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빵터졌어요.

그나저나 불륜이지만 불륜아닌 로맨스는..뭘까요? 하이랜더 검색해봐야겠어요. 음, 근데 혹시 [아웃랜더]를 잘못 표기하신 거 아닌가요??? (아웃랜더라면 저도 읽었고, 여자가 연상이며, 불륜 아닌 불륜 로맨스가 설명되지요.)

책한엄마 2017-04-11 10:42   좋아요 0 | URL
아웃랜더 맞아요!!
거기 지역이 혹시 하이랜드(?)였을까요?ㅠㅜ

다락방 2017-04-11 10:53   좋아요 1 | URL
하하하하하. 아웃랜더가 맞았군요!
그런데 지역에 하이랜드가 나오는지는 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고요...

하이랜더 라면 ‘크리스토퍼 램버트‘ 주연의 영화 시리즈가 있어요. 어쩌면 그 영화 시리즈 때문에 헷갈린 걸수도 있을 것 같아요, 꿀꿀이님.
아웃랜더 재미있죠! 연하의 스윗한 남자 제이미!
저는 그 책에서 제이미가 클레어에게 대체 종아리에 난 털을 왜 미냐고 놀라며 묻던 장면이 인상 깊어요. 후훗.
(그리고 오럴섹스 장면과....)

singri 2017-04-11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상진 펑펑 우는거만 봤는데 책얘기도 했군요 ㅋㅋ

다락방 2017-04-11 10:00   좋아요 0 | URL
네, 책 얘기도 했는가 봅니다. 저도 인터넷에 올려진 우는 영상만 봤는데 말입니다 ㅎㅎ

2017-04-11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7-04-11 10:12   좋아요 0 | URL
오오,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방금 수정했어요. 제가 통화하고난 걸 옮긴 거라 이런 부정확함이 ㅋㅋㅋㅋㅋ 고마워요!

그나저나 비밀글 님도 모르는 책이었군요. 나만 모르는 게 아니었어!!!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씐난다!!!!!!

단발머리 2017-04-11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너무 웃겨요. 저, 오상진 아나운서 좋아합니다.
인물 보고 좋아했지만, 그 날 방송에서 이탈리아 요리 2년 배웠다고, 한식 뭐, 또 중식이라고 했던가,
아무튼 요리 잘 한다고.....아내를 위해 요리할 거라고, 하는데....
와.... 세상은 이렇게 쏠려서 가는 건가. 멋진 남자가 이탈리아 요리 해 준다면, 그녀의 세상은 어떠할 것인가.
막 부럽기도 하고, 예비 신랑신부의 하트뿅뿅이 전해져서 또 부럽기도 했습니다.

근데, 위에 꿀꿀이님 댓글보고 에잇!!!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정말 다른 프로에서도 이 책 이야기 했단 말이예요? 그럼 두 가지 중 하나인데....
읽은 책이 그거 하나이거나, 그 책이 완전완전 좋은 책이거나....
뭘까요, 진실은?!?

다락방 2017-04-11 10:21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요리 배웠다고 한 영상 봤거든요. 우앙 멋지다 좋다 했어요. 자기가 요리한 거 맛있게 먹어주는 거 보는 거 좋다고 하잖아요. 아아, 잘생기고 똑똑하고 스윗해... 역시 가진 자가 다 가졌는가...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게다가 오늘 알았는데 책도 많이 읽는다잖아요? 아아, 멋진 남자가 멋진 걸 다 하는 것 같아요. 여자친구 온 거 알고 계속 쳐다보는 것도 너무 예쁘더라고요. ㅋㅋㅋㅋㅋ 멋져요! ♡ 예뻐요 ♡ 역시 하트뿅뿅이 좋아요. 히잉~

그래도 오상진인데... 읽은 책이 그거 하나여서라기 보다는, 그 책이 완전완전 좋은 책이어서가...아닐까요? 제가 읽어보고 판단하기 위해 일단 보관함에 넣어두었습니다. 불끈! ㅎㅎㅎㅎㅎ

비연 2017-04-11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아 아 사람아> ... 좋은 책이에요. 오상진이 이 책을 애인에게 주었다니 좀 의외라는 생각이. 꽤 오래된 책이라.
이 책 저자는... 넘 빨리 세상을 떠났죠. 이 책을 생각하면서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이 책, 추천합니다, 저도.

다락방 2017-04-11 10:33   좋아요 0 | URL
오, 그렇군요! 안그래도 읽어봐야지 싶어서 보관함에 넣어두었거든요. 오상진이 저렇게 여자친구에게도 추천했던 건, 저 책이 좋아서였군요! 저도 꼭 읽어보겠습니다!

2017-04-11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11 1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11 1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11 1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조기후 2017-04-11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상진에 대해 기억나는 게 하나 있는데, 아주 옛날에 무슨 프로그램에서 오상진 집을 찾아갔는데 오피스텔 창문에 온통 신문지를 붙여놓은 거예요. 엠씨들이 보고 놀라서 창문에 왜 저렇게 신문지를 붙여놨냐니까 햇빛이 너무 들어와서요. 라고 덤덤하게 말하는 거 보고 빵 터졌었네요. 그러니까 햇빛을 가리려면 블라인드나 커튼을 달지 왜 신문지를... 그 때 그랬던 사람이 막 인테리어에 관심도 많고 이탈리안 요리도 2년이나 배우고 그런 얘기하니까 생소하더라고요. 긴 세월동안 충분히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그 때 그 신문지는 너무도 충격적이었어서ㅎㅎㅎ

다락방 2017-04-11 11:26   좋아요 0 | URL
아니, 창문에 신문지라니 ㅋㅋㅋㅋㅋ 그런 사람이 2년이나 요리를 배운 스윗한 사람이 되었군요! 으음, 연애 혹은 사랑의 힘이 그렇게 변화시킨 걸까요? ㅎㅎㅎㅎㅎ 뭔가 사람들이 자신이 기억하는 오상진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해주는 거 너무 재미있네요. 그리고 그것들이 다 저마다 좋은(?) 얘기들이어서 좋으네요. 역시 사람은 어디에서나 바르게 살아야 하는것인가 봐요. ㅋㅋㅋㅋㅋ

hellas 2017-04-11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비염 프로폴리스 저두 살까봐요. 리뷰 잘읽다 프로폴리스에 딱 꼿혀서 다른건 잊었.....ㅋㅋㅋㅋ;ㅂ; 그런데 캡슐 크기가 얼마나 되나요. 그거 중요한 문제라:)

다락방 2017-04-11 17:51   좋아요 1 | URL
헬라스님 보시라고 캡슐 크기 사진 찍어 추가했어요. 참고하세요. 보통 약국에서 파는 캡슐약 사이즈랑 같아요. 무먼스 타이레놀 한 알 보다 약간 길어요. 아주 약간요.

hellas 2017-04-11 17:53   좋아요 0 | URL
우왕 다정하신 분;););) 저도 주문할거에요 오늘 아침에도 한시간넘게 훌쩍거리다 눈이 팅팅붓고...(이하생략) 먹을수 있는 사이즈네요>_<

다락방 2017-04-11 17:55   좋아요 1 | URL
네 저도 비염 되게 심하게 앓는 사람인데요 ㅠㅠ 이게 비염이 오면 꼭 눈까지 같이 힘들어져서 ㅠㅠ 안과까지 가야하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근데 이번 봄에 앓지 않았어요!!

혹시 피씨로 이 글을 보신다면 링크도 되어 있으니 들어가서 다른 분들 후기도 한 번 살펴보고 구매하세요!!

hellas 2017-04-14 16:26   좋아요 0 | URL
아이허브 대박입니다. 집에 오니 택배와있네요. 오늘도 비염의 날이라 알러지 약 대신 얼른 까먹었어요. 좋은 효과 기대중이예요>_<

다락방 2017-04-14 16:30   좋아요 1 | URL
저는 비염 오기 몇 개월전부터 미리 먹었거든요. 그래서 지금 4월 중순인데도 이번 해를 무사히 넘기고 있습니다. hellas 님께도 부디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간절)

hellas 2017-04-14 16:34   좋아요 0 | URL
진짜 데일리 필의 갯수는 점점 늘고;ㅂ; 비타민디. 유산균 효과는 톡톡히 보고있어요. 이렇게 약쟁이가 되어가는거겠죠. ㅡㅡ

다락방 2017-04-14 16:42   좋아요 0 | URL
저도 한 3주전부터인가, 유산균 먹기 시작했어요. 한알씩 먹는건데, 질염과 요도 방광에 다 좋은 거라고 해서요. 그래서 먹고 있어요. 종합비타민, 프로폴리스, 유산균...을 저는 매일 챙겨먹고 있네요. 저는 제가 나이 들어도 이런 거 챙겨먹을 줄은 진짜 몰랐어요. 하아-

hellas 2017-04-14 17:36   좋아요 0 | URL
특별한 질환이 있는게 아니면 여성에겐 그런 조합이 제일 낫지 않나... 전 코엔자임류는 저혈압이라 못먹고 오메가류는 비린내때문에 못먹으니 이제 저에겐 최대치 먹고 있는거 같아요.

유부만두 2017-04-12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어제 동네 카페에서 남편을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그 카페가 가정집이랑 붙어있어서 그런지 사장님 친구분들 계모임 중인 것 같았어요. 음식냄새가 커피향을 누르는 거죠. 남편을 만나고 5분쯤 있다 나왔는데 남편왈 ˝아까 그 카페 이상해. 왜 짜장면 냄새가 나냐?˝ 나왈˝응? 난 김치찌개 냄새인줄?˝ ...이러고 있었습니다. 짜장면 냄새랑 김치찌개 냄새랑은 아주 다른거 아닌가요? 다시 가서 물어볼 수도 없고....다음엔 거기 같이 가요, 다락방님. 음식냄새나는 카페로. ㅎㅎㅎㅎ

다락방 2017-04-12 09:27   좋아요 0 | URL
아니, 짜장면 냄새랑 김치찌개 냄새는 아주 다르죠!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전혀 다른 냄새를 맡는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배고픈데...오늘 점심은 짜장면 먹을까... 생각하게 되네요. 어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전 저의 식탐이 싫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웽스북스 2017-04-12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했었습니다. 저책 ㅋㅋㅋ 20대때요. ㅎㅎㅎ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어요.

다락방 2017-04-12 09:41   좋아요 0 | URL
크- 저는 존재 자체를 몰랐던 책을 웽님은 20대때 좋아했군요! 역시 멋있어! 지적이야!! ♡.♡
 

1월달에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에서 이현재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을 때, 선생님은 그동안 '온건파' 페미니스트였다 하셨다. 그런데 그렇게 살아오면서 아무것도 바꿀 수가 없었고 바뀌지도 않았다며, 이제 래디컬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하신 거다. 아주 격하게 말을 해야 그제야 들어주는 시늉이라도 한다면서. 


지난주 금요일에 민우특강을 들었을 때, 김현미 선생님은 그런 말씀을 하셨다. 스물 다섯살 때부터 삼십년간 여성학을 공부하고 페미니스트로 살고 있지만 단 한 순간도 남자들에게 그게 닿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메갈리아가 나타나서 미러링을 하자 남자들이 격분하기 시작했다고. 본인이 30년간 공부하면서 하지 못했던 걸 메갈리아(기술력을 갖춘 입이 거친 신세대 여성들!!) 가 했다 하셨다. 그것은 '미러링'이었고 격한 발언들이었는데, 단순히 그 말이 너무 심했다고 욕한다는 건 성립되지 않는다는 거였다. 미러링의 발언들이 너무 심해서 나쁘다, 그래서는 안된다, 라고 말할 수 있는 판단의 주체는 과연 누가 될 수 있느냐는 거였다. 


'이것은 선과 악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누가 그렇게 판단할 수 있죠? 누가 대체 메갈리아 미러링의 판단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거죠? 그걸 자기들이 왜 판단하죠? 이들에게 정제된 언어를 강요하는 건 말이 안됩니다.'



게다가 메갈리아는 익명이라 온라인에서만 유효하다, 이들이 바깥으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순간, 소송을 당하고, 협박을 당하고, 신상털기를 당한다는 거다. 하아- 남자들을 '말로써' 격분시킨 대가가 진짜 너무 지랄맞다.



지금의 넷페미들은 생활형 페미니스트 이다, 이론으로 공부해서 차츰 페미니스트가 된 게 아니라, 살다가 불공평하고 부조리한 걸 목격하고 생활속에서 싸워나가는 페미니스트. 그런 페미니스트들이 '이건 잘못됐다' 부르짖기 시작하고, 그렇게 실천을 먼저하고 생활속에서 싸워나가면서, 그러면서 책을 읽고 강의를 들으며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김현미 쌤은 연세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을 가르치고 계신다는데, 단톡방의 성희롱부터 SNS의 페미니즘까지 모든 걸 다 파악하고 계셨다. 게다가 분석도 정확하셨고. 나야말로 쌤이 말한 바로 그 생활형 페미니스트가 아닌가 싶었다.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 로 이론적 공부를 시작하며 알아나간 게 아니라 '이건 아니잖아?' 부터 시작해서 소리지르기 시작한, 바로 그런 페미니스트. 그러면서 공부하기 시작하지 않았나. 여자로 살아오면서, 여학생, 여직원부터 지금은 여자 상사까지, 또 누군가의 '여자사람 친구'이면서 '여자 애인'을 거치면서, 길에 지나다니는 '여자 손님', '여자 승객'이면서, 나는 불공평과 부조리함을 숱하게 느꼈고, 그러면서 페미니즘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내가 체감하고 느낀 것에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과 이론이 더해지니, 나의 페미니즘 감수성은 더 진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이 감수성을 가지지 않은 채로, '그것은 올바른 페미니즘이 아니야, 페미니즘이란~ ' 하며 이론 이천 개로 무장한, 체감하지 못한 사람들의 발언은 정말 엿이나 먹어야 할 것이다. 아니, 엿도 아깝군.




이번 민우회 강의는 '정치와 페미니즘'이 주제였다. 국가 페미니즘에 대한 얘기도 당연히 나왔는데, 진보적인 여성주의 관료가 현재 나온다 해도, 그러니까 이를테면 비례대표라든가 해서 국회의원이 된다고 해도, 법안 발의가 실효성을 갖기가 너무 어렵고, 지금같은 대선 상황에서 대선 주자들이 여성주의적인 관점을 전혀 갖지 않는다 해도, 이, '어딘가에 속한', '진보적 여성주의 의원'도 결국은 이 시점에서 '이성애자 엘리트 중산층 남성'중 누군가에게로 편입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거다. 이게 현실인 거다. 진보적 여성주의 관료가 나온다 해도, 국가가 실현할 역량을 갖추고 있지 않다면 매우 어렵다는 거다. 



나, 잘 정리하고 있나, 지금?



대선만 해도 그렇다.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페미니즘을 장착한 정치인들을 뽑고 싶지만 그런 후보가 없고, 그런 후보가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 누군가에게 표를 주어야 하는 상황. 이런 현실 속에 우리는 놓여있다는 거다.




나는 매번 선거에서 소신껏 투표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내가 뽑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어차피 당선 될 것도 아닌데 표를 분산하느니, 다른 사람에게 몰아주자, 라는 생각으로 '될 법한 인물'에게 표를 주곤 했던 거다. 이게 너무나 당연한 고민이며 선택이라 생각했던 거다. 그렇지만 이번 대통령 선거 부터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내가 뽑은 사람이 물론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지지율이 너무 낮아 그럴 리가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표를 주기로 했다. 설사 대통령이 되지 않더라도 그 후보의 정책들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여기에 한 명 더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 



이번 강의가 너무 좋아서 잊고 싶지 않아, 중요 키워드들을 부지런히 종이에 받아 적었는데, 아아, 시간이 지나니까 내가 제대로 표현해내지를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너무 신나는, 즐거운 강의였는데! 질문 시간에 사람들이 질문하고 자신의 활동에 대해 언급하는 것도 너무 좋았다. 또 강의가 끝난 후에 강의실을 나서며 나와 함께 들었던 여자1, 여자2, 여자3과 짧게나마 후기를 나눈 것도 좋았고.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감수성을 진하게 만드는 것은 과연 이 사회를 살아가는 데 어떤 역할을 할까, 사회가 더 나아지는 데 일조하는 방법이 될까,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쌤은 지금처럼 부지런히 SNS 에서 활동하고, 광장에 나가고, 그러자고 해서 너무 좋았다. 강의 하나씩 들을 때마다 더 알게 되지만 또 더 알고 싶어지는 것도 많아서, 내 안에 욕심만 무럭무럭 자라난다. 이것도 알고 싶고 저것도 알고 싶고 이것도 궁금하고 저것도 궁금한데, 내가 그걸 언제 다 공부하냐.. 직장 때려치고 나도 공부만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나 공부만 하고 먹고살 수 있는, 그런 방법 어디 없나.... 왜 먹고 살려면 돈을 벌어야 할까, 돈 버는 데 너무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뺏기고 있어...내가 하고 싶은 건 공부인데, 일에 너무 치중하고 있어..... 슬픔......



선생님은 강의 마지막에 '좌절하지 말고 실종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실종되지 말라'니, 아, 너무 좋다!!



다음에는 이런 책들을 읽어야지, 준비해두고 있다.





















그나저나 아이폰이 저장 공간 안남았다고 부르짖고 있는데, 내가 영화를 많이 받아놓긴 했지만, 역시 아이폰 레드로 바꿀 때가 된건가..싶다. 인생...





주말엔 조카들이 왔다. 여덟살 나의 큰 조카는 아침 일찍 일어나면, 제일 먼저 내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나는 당연히 지난 밤의 알콜 흡수로(응?) 더 잠이 필요한데, 조카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 누워서 두 팔을 벌려 조카를 맞는다. 그러면 조카는 내 품에 쏙 들어와 안기고는 내 옆에 눕고, 그렇게 누워서는 나랑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 이모는 내일 회사가겠네?

- 응.

- 이모, 타미 숨겨가. 가방에 넣고 가.


아아, 너무 예뻐서 볼에 막 뽀뽀해줬다.


- 이모는 혼자 자도 안무섭겠다. 이모 방에 책이 엄청엄청 많아서.

- 응, 이모는 혼자 자도 안 무서워. 책이 엄청엄청 많아서.

- 내가 친구한테 우리 이모방은 도서관이라고 말했어.

- 아 그래? 그랬더니 친구가 뭐래?

- 헐, 이라고 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너네들, 초등학교 1학년인데, 헐이란 말을 쓰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배고파서 밥을 먹어야겠다는 내 말에 다섯살 남자 조카는 이렇게 말했다.


- 이모, 할머니가 한 시래기 반찬이랑 먹어. 맛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휴, 다섯살 짜리가 시래기 나물을 엄청 잘먹는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엄청 맛있다면서 먹어 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조카는 '시래기' 라고 발음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쓰레기' 라고 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양재천에 벚꽃이 진짜 흐드러지게 피었다. 절정이고 절경이다. 점심 먹고 살짝 산책을 해야겟다.



산책 하고 와서 사진 추가. 양재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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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04-10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레기..ㅎㅎㅎㅎㅎ 아 빵 터졌슴다, 너무 귀여워서.
정말 조카란 존재는... 뭉클하고 사랑스럽고... 표현이 안되는 소중함입니다. (동감백퍼)

다락방 2017-04-11 08:12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작은 아이가 나물을 잘 먹는게 너무 신기해요! 취나물도 엄청 잘먹거든요. 할머니가 해준 거 맛있다고 오물오물 먹는 거 보면 진짜 사랑스러워서 미치겠어요! >.<
조카는 사랑입니다 ♡

단발머리 2017-04-10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년간 페미니스트로 말하고 주장했지만 남자들에게 가 닿지 않더라는 이야기,
메갈의 미러링에 남자들이 반응한다는, 그것도 열광적으로 반응한다는 이야기....
참.... 슬프면서도 모른 척 할 수 없는 우리네 현실이네요.
강연 끝나고 친구들이랑 후기 시간도 참 좋은 것 같아요.
복습이네요, 복습. 살아있는 공부 현장에 계신 다락방님, 격하게 응원합니다!!!

참, 그리고...

조카는 사랑입니다.
다락방님께 사랑이 두둥실 ~~~ 헤헷!!

다락방 2017-04-11 08:14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저는 후기를 나누는 게 진짜 좋은 것 같아요! 지난번 강의 같은 경우는 저에게 와 닿지가 않았고 아무것도 기억이 안났는데 또 다른 친구들은 이러저러해서 좋았다, 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제가 좋았던 강의에서는 오히려 친구들이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요. 이렇게 생각과 의견, 감상을 나누는 건 또 역시 공부가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힘들지만 즐거워요. 주경야독은 너무 힘들어요. 엉엉 ㅠㅠ 그렇지만 제가 원하는 공부여서인지 아주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헤헷. 응원 감사드려요!

조카들 너무 좋아요, 단발머리님. 이 아이들은 진짜 제 인생에 축복이에요. 축!복!

레와 2017-04-10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설명 진짜 마음에 들어요!!

메갈리아(기술력을 갖춘 입이 거친 신세대 여성들!!)

꽃도 피고, 조카들은 여전히 예쁘고!

다락방 2017-04-10 22:52   좋아요 0 | URL
저 표현은 강사쌤 표현입니다. 인상적이라서 부랴부랴 받아적었어요. 강의 들으면 진짜 씐나요! 헤헷

Arch 2017-04-10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갈리아 짱임!

다락방 2017-04-10 22:50   좋아요 0 | URL
짱이죠! ㅎㅎ 👍🏻

별족 2017-04-11 0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페미니스트도 이론부터 배워서 되지는 않습니다. 처음 페미니즘,이라는 걸 만들 때부터, 자기 삶의 불편부당이 그 시작입니다.
온라인,으로만 유효한 말이나 글은 없습니다. 익명이라고 해도, 온라인이라고 해도, 댓가는 있습니다. 댓가가 없다면 일베인증한 기자를 자르라는 말을 해야 하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말로써‘ 격분시키는 것도 ‘격분시킨 것‘에 대한 댓가는 당연히 있습니다. ‘격분시키는 것‘을 전략으로 삼는 것은, 얼마나 지속적으로 유효할까요? 저는 학자연하는 분들이 왜 젊은 초심자들 앞에서 왜 이런 식으로 강의하는지 모르겠네요.

http://blog.aladin.co.kr/hahayo/9134986, 온라인과 오프라인 정체성을 나누는 것에 대한 제 생각을 썼었어요.

다락방 2017-04-11 08:32   좋아요 0 | URL
별족님, 링크해주신 글은 잘 읽었습니다. 별족님은 ‘넷페미‘라는 용어 자체를 좋아하지 않으시는데, 저는 거기에 대해 거부감이 없습니다. 저는 제 자신을 넷페미, 트페미, 꼴페미, 헬페미로 정의합니다. 온라인에서의 나도 나고 오프라인에서의 나 역시 나인건 당연합니다. 제가 위의 글, 그러니까 강연 인용에서 ‘온라인에서만 유효하다‘ 고 했던 것은, 온라인의 글들(메갈리아로 대표되는) 이 남자들을 격분 시키는 건 사실이지만, 오프라인으로 나왔을 때 ‘너 메갈이냐‘고 물으며 메갈임이 드러날 경우 위에 쓴 것처럼 여러가지 불이익을 당한다는 뜻이었어요. 온라인에서는 그들을 격분시킬 수 있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오히려 공격을 당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이 점을 제가 이해한대로 별족님께 설명하지 못했다면, 그건 제 설명이 부족한 탓이고요.

페미니스트는 당연히 삶의 불편부당이 시작이지요. 그래서 다들 페미니즘을 시작하게 되지요. 선생님은 30년동안 공부했어도 남자들을 격분시키지 못했다는 얘기를 하시면서 지금 젊은 페미니스트들이 다름을 설명하시고자 했던 건데, 이 역시도 뭔가 잘못 전달됐다면 역시나 제 전달이 부족한 탓입니다. 제가 키워드만 메모하고 며칠 지나 정리한 거라 강연에서 들은 의도 그대로를 전달하지 못했을 확률이 커요.


정희진 선생님이 강연을 하시면서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강연을 듣고 나서 후기를 인터넷에 적지 말라고요. 그게 어떻게든 본래의 뜻과는 전달이 달리 된다고요. 특히 sns 는 짧게 설명해서 더 그렇고요. 강의를 전부 다 가져올 수 없기 때문에, 제가 기억하고 제가 받아들인 것만 적기 때문에 강의가 그대로 전달되지 않을 확률이 크다는 것을 제가 인지하고 있지만, 그래서 나름 최선을 다해서 적으려고 하지만, 제 전달이 중간에서 명확하게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저는 제가 좋은대로 받아들였을 테고요.


저는 격분시키는 것을 전략으로 삼는 것은 충분히 유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속적‘이라고 하면, 글쎄요, 이미 메갈리아는 더이상 유지되지 않으니, 지속적이냐는 물음에는 그렇지 않다고 밖에 답할 수 없겠죠. 그렇지만 그 지속성을 갖는 것은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지속적으로 유효한 것만 찾다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 채 그냥 가진 않을까요? 저는 격분 시키는 것은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강의 내용이 전반적으로 아주 와닿았습니다. 별족 님이 저랑 다른 생각을 갖고 계신다면 아마도 이 강의를 직접 들어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을 확률도 크지만, 그러나 강사쌤이 ‘젊은 초심자들‘ 앞에서 ‘이런 식‘으로 강의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초심자라, 글쎄요. 그 자리에는 저보다 젊은 사람도 있었지만 나이 든 사람도 있었고요, 초심자도 있었지만 이미 다른 데서 강의를 하시는 오래 운동하신 분도 계십니다. 저처럼 책읽고 강의를 다니는 게 고작인 사람도 있지만, 광장에 나가 직접 행동을 하시는 분들도 여럿 계셨고요. ‘이런 식‘으로 강의했고 그 강의가 별로 였다면,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충분히 거기에 대해 자기 나름의 생각과 비판적인 의견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와 제 친구들도 강의를 듣고 나면 좋았던 점과 좋지 않았던 점을 고루 나눕니다. 저는 제 자신을 ‘젊은 초심자‘로 분류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 기준 자체가 모호하니까요. 그렇지만 저는 강의를 듣고나서 그 강의를 무조건 받아들이기 보다는 제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받아들입니다. 아마 일상에서 불편부당을 깨닫고 그 자리에 와 있는 사람들 모두 자기 나름의 생각과 비판의식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난 주에 정희진 쌤 강연을 들을 때는 막 신나고 의욕이 넘치고 사고가 확장되고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 강의 내내 들어서 진짜 좋았는데, 어제는 달랐다. 어제는 진짜 집중이 너무 안되고 계속 졸려가지고 ㅠㅠ 두 시간 내내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어제 수업 들은 것 중에 기억나는 게 없다. 마치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여주인공 벨라에게 생겼던 그 능력처럼, 내게도 쉴드치는 능력 같은 게 생긴 것 같더라. 수업 내용이 내게로 오다가 탕탕 튕겨져나가고 들어오지 못하는 느낌..나는 어제 지식을 방어했어... -0-


수요일에 강의를 틀으러 갈 거였으니까 월요일과 화요일에 쉬었으면 되는데, 월요일에 동료랑 놀다가 집에 늦게 들어가고, 화요일에도 《히든 피겨스》보고 늦게 들어가고...피로 누적이다. 하아- 내가 그랬어, 내가..



어제 전혀 집중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의를 듣고 집에 돌아갔는데, 마포에서 집까지는 또 멀기는 엄청 멀어서, 집에 돌아가니까 완전 뻗겠더라. 오늘 아침은 평소보다 15분 늦게 일어났고 목소리에서도 뚝뚝 피곤이 떨어졌다. 


"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내가 대체 이걸 왜하는거지?"


어제 집에 돌아와 뻗어서 얘길하니, 거실에서 내 말을 들은 엄마가


"누가 시킨 게 아니니까 하지, 누가 시켰으면 니가 했겠냐?"


하셨다.  아아, 그렇지, 그렇구나... 아 피곤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출근하기도 전부터 퇴근하고 싶어. 퇴사하고 싶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오늘 사무실 지키고 앉아있으면 알라딘 책박스 올 거니까, 거기에 핸드폰 케이스 있으니까, 그거 받아서 내 아이폰에 껴보겠다는 기대감으로 하루를 잘 보내도록 하자. 아, 어제 강의 내용 흥미로운 거였는데 내가 집중을 1도 못해서 안타깝네... 하아- 




 
















일전에 수학자인 '해나 프라이'가 쓴 책, 《우리가 사랑에 대해 착각하는 것들》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 사랑이 계산대로 되지 않는 것은 그것이 인간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이 책, '카트리네 마르살'의 《잠깐 애덤 스미스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에서도, 저자는 끊임없이 그점을 언급한다. 경제가 경제학자들의 예측대로 되지 않는 것은, 인간 사이에 벌어지는 일임을 인지하지 못해서라고. 우리는 이익을 위해서만 달려가는 게 아니라,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 속에서 수없이 많은 감정들로 '이익이 아닌' 것들이 생겨나기 때문에 경제학이 그걸 무시한다면 계속 틀릴 수 밖에 없다는 거다. 내가 제대로 전달한 건지 좀 의심스럽지만, 어쨌든 요지는 그거다. 인간은 '감정'이 있는 동물이고, '사랑'이란 것은 내게 이익으로 돌아오는 게 아니어도 행위를 하게 만든다는 것. 돈과 노동력과 시간을 쓰게 만든다는 것. 그것들은 경제학자들이 예측하지 못한 부분에 있다는 것. 


앞 부분에서 흥미로웠지만 책은 뒤로 갈수록 처음의 흥미를 유지하지 못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알아채지 못했던', '애써 무시했던' 부분들에 대해 계속 언급한다는 점은 좋았다. 경제학이든 수학이든 예술이든 문학이든, 그게 뭐가 됐든 거기에 어떤 지식이 쌓이고 쌓여도, 그것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데 있어서 주체가 '사람'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떠올리려고 하는 것, 그건 너무 중요하지 않은가! 지식만이 전부가 아니라 지식에 공감과 이해를 더하고자 하는 것. 그렇게 세상을 보려고 하는 게 페미니스트들이 하려는 게 아닌가 싶다.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하는 많은 여성들이 '경제' 혹은 '자본주의'라 칭해지는 것들에서 지워져있었다. 노동 자체도 지워지고 그 노동을 행하는 자들도 지워졌던 것. 그러나 지워지는 게 너무 당연시되어 있어서 지워졌다는 걸 인지하지도 못했던 것 같은데, 나는 그걸 티비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면서 깨달았다. 지친 사회 생활과, 병과, 인간관계로부터 멀어져 깊은 산속에 들어가 혼자 지내는 삶. 처음에 나는 그 프로를 볼 때 그게 다인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간혹 내가 일상에 치여 힘들어할 때면, 나도 자연인처럼 살아볼까, 하는 생각도 더러 했던 거다. 실제로 내가 그런 삶을 살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그 삶이 어떤 면에선 꽤 유혹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자꾸만 남자들이 먹는 밥에 신경이 쓰였다. 지금 당장 밥을 해먹기는 하지만, 김치나 밑반찬을 아내가 해서 가져다준다는 걸 알았을 때는 얼마나 뜨악했던지! 깊은 산속에서 살고자 했던 것은 본인의 생각이었고 의지였을텐데, 그런데 거기에서조차 김치를 먹는 건 아내 덕분에 가능해진다. 단순히 김치에만 있는 게 아니다. 그들은 모두 입을 모아 얘기한다. 아내한테 미안하죠, 아이들 교육시키고 생활비 벌고.... 그러니까 이게 지금 뭐여... '자연인' 뒤에 아내가 가려져 있는 거잖아! 돈 버는 일부터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일까지, 다 아내가 도맡아 하고 있는거잖아, 지금?


............




내가 책을 사고 와인을 마시는 삶을 살고 싶다면, 나는 아침 다섯시 반에 일어나 출근할 준비를 하고 한 시간 가량 버스며 지하철을 갈아타고 출근해야 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사무실에 앉아 있어야 하고, 그러는 동안 몇 번이나 퇴사 생각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을 하고, 그리고 간혹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 사이사이의 시간에 어떻게든 끼워넣어서 그 다음날의 출퇴근에 지장이 없게 해야 한다. 나는 내가 누릴 수 있는 것, 물론 고작해야 책을 사고 술을 마시고 여행을 가는 게 전부이지만, 이걸 하기 위해서 내가 아침 일찍 일어나고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는 걸 안다. 그런데 만약 내가 술을 마시고 책을 사고 여행을 다니는 삶을 살면서 돈을 벌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내 대신 누군가가 그걸 해야 한다. 내가 살고 싶은대로 살면서 거기에 필요한 돈을 버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내 '대신' 누군가가 그걸 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치인이 정치한다고 했을 때, 회사에서 아이가 아프다는 연락이 와도 아이에게 뛰어가지 않을 때, 그때 누군가는 밥을 하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고 공과금을 내고 아이에게 달려가고 아픈 부모를 돌보고..등등을 한단 말이다. 이걸 지워서는 안되는 게 아닌가. 이게 없으면 도대체 앞에서 어떻게 자기가 하고자 하는 걸 할 수 있겠느냐 말이다.




일전에 이현재 쌤으로부터 들은 강의도 비슷한 내용이었고, 내가 읽은 책들 몇 권도 생각난다.




















스티븐 킹의 소설 속에서는 강간을 당하고 죽을 위험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여자가, 얼른 집에 돌아가 고양이에게 밥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장면이 나온다. (개였나??) 자기에게 닥친 위험이 너무나 큰데도, 죽음에서 가까스로 살아났는데도, 자기가 아니면 밥을 먹지 못할 자신보다 더 약한 존재를 생각한다. 샤이닝 걸스에서는, 마찬가지로 자신의 몸이 만신창이가 됐을정도로 망가졌는데도 자신의 옆에 있었던 자신의 개를 안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 장면들마다 내가 얼마나 울컥하던지. 아니, 이 여자들, 자신이 사는 게 먼저인데도, 자기보다 약한 존재를 잊지 않는다. 너무 대단하지 않은가. 바로 이 정서, 그렇게 하지 않아도 자기는 살 수 있지만, 그렇지만 더 약한 존재를 보호하고자 하는 이 정서가, 애덤 스미스에게 저녁은 누가 차려줬냐 묻는 '카트리네 마르살'에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경제의 흐름에서 잊혀지고 지워진 존재를 자꾸 불러내려고 하며, 인간들에겐 이익만 있는 게 아니야!! 를 부르짖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던 거다. 아, 진짜 너무 멋지지 않나. 그 이면을 보려하고, 이해하려고 한다는 거 말이다. 






진 리스는 어떤가! 《제인 에어》에서 로체스터의 아내이며 미친 여자였던 '버사 부인'(맞나??)의 사정을 생각해보지 않나. 로체스터도 세상 사람들도 버사 부인을 미쳤다고 하지만, 그런데, 그녀가 정말 그냥 미친걸까?? 하고 생각해보고 그녀의 생각과 행동, 삶을 그려보면서 '모든 일에는 항상 다른 면이 있다'고 부르짖고 있다. 크-










아니, 근데 나의 의식의 흐름은 왜 여기까지 왔나... 나는 어제 강의 피곤하다는 말을 하고 애덤 스미스의 저녁에 대해 얘기하려고 했는데, 왜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가 나왔지?? 아, 피곤하다...




다시 애덤스미스의 밥으로 돌아가서, 카트리네 마르살은 프로이트에 대해 언급하는데 이 부분이 무척 재미있다.



지크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는 실제로 여성이 청소를 더 잘하도록 타고났다고 주장했다. 이 정신분석학의 아버지는 그 이유를 여성의 질이 본래 더럽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여성이 문지르고 닦고 터는 것은 자신의 신체에서 느끼는 더러운 느낌을 보상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프로이트가 질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안다고?

여성의 성기는 자체 조정 기능을 갖춘 기관으로, 사람의 입보다도 깨끗하다. 수많은 유산균-요구르트에 들어 있는 것과 같다-이 끊임없이 활동하면서 청결을 유지한다. 건강한 질은 pH 5인 블랙 커피보다 약간 높고, pH 2인 레몬보다 낮은 산도를 유지한다. 프로이트는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른다. (p.62)



사무실 내 책상은 지저분하다. 뭔가 잔뜩 널려있다. 깔끔하게 정리하면서 일하는 타입과는 거리가 멀다. 내 방도 마찬가지. 집에 가면 옷도 휙 벗어던지기 일쑤고 난장판이다. 책장도 화장대도 정리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내 질은 다른 여성들의 질보다 깨끗하여 내가 청소와 먼 삶을 사는 것인가? 나는 아주 깔끔해서 청소도 잘하고 정리도 잘하는 남자들도 여럿 아는데, 그들은 고추가 더러워서 그렇게 되었나?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인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노동이 필요한 부분에 '여자들이 타고났다'고 말하는 건 진짜 아무말 되시겠다. 차이를 차별로 바꿔버리는 짓이다. 질이 없다고 해서 질에 대해 말하지 말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하는 건 중요하다.






그나저나 내가 좀 휴식을 취하고자 오늘부터는 소설을 읽으려고 들고왔는데, 소설 속에서 쉰이 넘는 교수가 스물 셋의 여자대학생의 죽음을 맞닥뜨리고 신고도 하지 않은 채 자기가 연루될까 두려워 시체를 갖다 버리는 장면이 나와가지고, 무척 빡쳤다고 한다....그런데 분위기가..어쩐지..... 패쓰.











아, 갑자기 또 의식의 흐름에 따라 얘기하고 싶은 게 있는데, 나는 소설을 사랑하고 진짜 소설만이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저 위에 예로든 것처럼,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어도 생각할 수 있고 느껴지는게 어마어마한데, 이런 소설을 많이 많이 읽는다면, 그 안에서 내가 배울 수 있는 것도 진짜 어마어마하게 많다. 그것들이 쌓이고 쌓일수록 더 커지고, 그건 다음 소설을 읽을 때도 도움이 된다. 엊그제 동료와 저녁을 먹으면서 대화하는데, 동료가 내게 '그런건 다 어떻게 알았어? 그걸 어떻게 알아?' 하고 묻더라. 나는 '응 내가 읽은 소설책에서' 라고 말했다. 내가 무언가를 말했을 때, 대화의 소재로 삼고 거기에서 생각과 의견을 갖게 되었을 때, 거기에는 늘 소설이 있었다. 이 페이퍼를 쓰면서 별도 없는 한밤에, 샤이닝 걸스를 링크하면서, 그 순간 바로, 아, 역시 소설은 진짜 짱이야!! 하고 생각했다. 



소설을 읽자, 여러분. 


모를 때 비난하는 게 제일 쉽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소설을 읽지 않는 사람이 소설을 비하할 수 있다. 왜냐면 소설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니까. 그런 점에서 나는 '져스틴 팀버레이크' 와 '밀라 쿠니스' 주연의 영화 《프렌즈 위드 베네핏》을 잊을 수가 없다. 


'저기 저 책읽는 여자 어때?' 연애상대를 고르며 져스틴 팀버레이크가 말하자,


'저거 소설책일걸?' 하고 밀라 쿠니스가 말하는 거다.



으르렁... 니네가 뭘 아냐, 이 소설에 대해 모르는 무식한 놈들아.......




아니, 근데 저 영화 제목 생각 안나서 져스틴 팀버레이크 검색창에 넣었는데, 배우자가 '제시카 비엘'로 나오네???????????져스틴 팀버레이크 결혼했어요??????????????? 읭????????????????????? 몰랐네??????????????? 왜 나한테 말을 안했지??????????????????????






그러나 남성과 여성이 생물학적으로 차이 난다는 점은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차이에서 어떤 결론을 내리는가 하는 것이다.
여성이 임신과 출산을 한다는 것의 의미는 임신과 출산을 한다는 것일 뿐이다. 여성이 집에 머무르면서 아이가 대학에 갈 때까지 돌봐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성의 육체에 여성 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된다는 것의 의미는 말 그대로 육체에 여성 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된다는 것이다. 수학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성만이 쾌감만을 느끼기 위해 존재하는 신체 부위를 가졌다는 것의 의미는 여성만이 쾌감만을 느끼기 위해 존재하는 신체 부위를 가졌다는 것일 뿐이다. 이사회의 임원으로 일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p.61)

무엇이 의존이고 누가 누구에게 기생해서 사는가를 결정하는 것은 항상 정치적인 문제였다. 애덤 스미스가 어머니를 필요로 하는가, 어머니가 애덤 스미스를 필요로 하는가?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의존한 채 살아가고, 따라서 사회는 생산하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을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이 진실이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 우리 자신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든 상관없이 우리는 항상 전체의 일부라는 사실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사실을 이야기할 매체가 필요하다.
현재의 경제학에 인류의 현실적인 경험을 위한 자리는 없다. 주류 경제학 이론은 허구의 인물, 여성이 아니라는 것을 가장 큰 특징으로 하는 인물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보통 사람들은 경제학자들이 당연히 인류가 직면한 바로 이 굉장히 복잡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세운, 심지어 남성마저도 가지고 있지 안은 그 남성적 특성에 대한 가정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세상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p.282-283)

세상은 시작한 곳에서 끝이 난다. 떼쓰며 몸부림치고 더 달라고 울어 본다. 모두가 나를 잡아먹으려 한다. 그래서 그들이 하라는대로 해야 한다. 이것이 당신이 아침에 일어나는 이유다. 당신이 공과금을 내고 영수증을 보관하는 이유다. 기대는 덫에 걸린 공포에 불과하다. 기대는 암흑이 발을 들일 때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꿀을 얻고 싶으면 벌을 다 죽여서는 안 된다. 시장은 인간의 본성 안에 존재한다. 모든 사회는 그 사회가 만들어 낸 헛소리에 고통받는다. (p.284)

경제학은 관계를 모든 것의 근본으로 봐야 한다. 심지어 모든 것을 개인 수준으로 쪼개는 과정에서도 관계는 핵심적인 요소로 간주되어야 한다. 관계는 경쟁, 이윤, 손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기, 그리고 누가 이겼는지를 계산하는 것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경제학은 인간을 다른 사람과 맺은 관계에 따라 행동하는 존재로 봐야 한다. 인간을 무조건 자기 이익을 추구하려는 욕구나 역학 관계에 따라 행동하거나 맥락에 전혀 영향받지 않는 존재로 봐서는 안 된다.
경제학은 자기 이익을 추구하려는 욕구와 이타심을 정반대의 개념으로 봐서는 안 된다. (p.285)

그녀는 28세에 미망인이 되었고, 애덤 스미스는 불과 두 살에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았다. 그의 어머니는 유산의 3분의 1에 대한 권리밖에 없었다. 이 시점부터 마거릿은 금전적으로 아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애덤 스미스도 죽을 때까지 어머니에게 의존했다.
"그의 어머니는 처음부터 끝까지 스미스의 삶의 중심이었다." 존 레이John Rae가 애덤 스미스의 전기에 쓴 문장이다.
애덤 스미스가 어디로 이사를 가든 거의 상관없이 그의 가사를 돌본 것은 마거릿 더글러스 였다. 오랫동안 그녀는 이 일을 애덤의 사촌 재닛 더글러스 Janet Douglas와 함께 해냈다. 후세 사람들은 재닛 더글러스를 마거릿보다 더 모른다. 단지 알려진 것은 그녀가 중요했다는 사실뿐이다. 1788년, 재닛 더글러스가 임종을 맞이하기 직전, 애덤 스미스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그너가 떠나면 나는 스코틀랜드에서 제일 궁박하고 속수무책인 사람이 될 거야."
그러나 그의 경제 이론에서 이런 통찰력은 흔적도 없다. (p.290)

버지니아 울프도 요리를 할 줄 몰랐다.
카를 마르크스에게는 하녀가 있었고, 그녀와 성관계까지 가졌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문제는 애덤 스미스가 자신의 어머니를 망각하면서, 그에게서 시작된 사상의 갈래가 근본적인 무언가를 생략하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실수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난 몇 세기에 걸쳐 경제학은 점점 더 중요해졌고, 그에 따라 이 근본적인 실수는 너무도 널리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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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4-06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하나에서 이 책 저책으로 생각을 파견시키는 일 ㅡ 재미있어요 . 저는 못하지만 대단하구나..싶다는~
오늘도 재미있게 듣고 가요 . 저는 집중 엄청되는데 그걸 나눠드릴 수도 엄꾸 ... ㅎㅎㅎ 굿굿한 날 되시옵고 폰 케이스 장착기도 써주세요!^^

다락방 2017-04-06 14:09   좋아요 1 | URL
제가 암기력은 형편없어도 집중력은 좋은 편인데 어제는 진짜 집중이 1도 안되어가지고 뭘 들었는지 기억에 하나도 남아 있질 않아요. 어제 들을 때부터 들리는 게 없었어요. 너무 피곤한 상태에서는 공부도 안되는 것 같아요... 휴...
폰케이스 기다리고 있는데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힛.

[그장소] 2017-04-07 07:09   좋아요 0 | URL
음~ 부러워요 . 전 집중력 ㅡ끈기? 그런게 약한데 ...피로는 어떤 것도 몰입할 수 없게 하는 이유죠 . 푹 쉬시고 또 놀라운 집중력 발휘하시길~ 그런데 ..그 떨어지는 집중력으로 이렇게 길고 세밀한 글을 쓴 겁니까? 으아...

다락방 2017-04-07 08:04   좋아요 1 | URL
그장소님, 저 오늘도 공부가는 날이에요. 하하하하하. 어제 그래서 집에 일찍 가서 일찍 잘랬는데 오후에 커피를 마신 탓인지 밤에 잠이 안와가지고 ㅠㅠ 그래도 오늘은 집중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아니, 제가 말이지요, 길이 쓰다보면 길어져요. 딱 정리하고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쓰면서 정리를 하고 풀어나가다 보니까 저도 제가 무슨 글을 쓰게 될지를 몰라요. 손이..그냥 막 써요.. 길어져요. ㅠㅠㅠㅠㅠ 저도 간략하고 정리 잘된 글을 쓰고 싶지만 제게는 불가한 일인것 같아요. 우엉 ㅠㅠㅠㅠㅠ

[그장소] 2017-04-07 22:55   좋아요 0 | URL
공부간 오늘은 어떠셨나요? ㅎㅎㅎ 지난 밤의 카페인이 공부 시간에 효과를 몰아주면 좋을텐데 꼭 , 컨디션에 지장만 주니 ..
인간은 평생 하고 픈 것 , 먹고 픈 것 들의 상황 , 상태에서도 절제를 해야 하는 삶이라 이것도 고단한 일이네요 .

저는 길게 쓰지도 못하지만 조금 길게 나가면 길을 잃어요 . 푸하하 ~~
다락방님은 이야기 사슬을 잘 엮어내시는 재주꾼 ~
간략 정리 잘된 글은 저나 다락방 님이나 똑같이 소망사항이네요 . ^^

오늘도 제목만 써놓고 한줄도 못쓰고 날이 지나갑니다~ 다락방 님글로 위로나 받아가야지!!

다락방 2017-04-10 10:17   좋아요 1 | URL
아, 금요일에는 정신 바싹 집중했고 선생님 강의도 너무 좋았어서 열심히 정리해 페이퍼 써야지, 라고 생각했으나 그 시기를 놓치고 나니 좀처럼 쓰게 되질 않네요. 아하하하하.
역시 공부는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싶을 때 해야 능률이 오르는 것 같아요. 제가 학창시절에 공부를 못한 건, 그게 다 제가 하고 싶은 공부가 아니기 때문이었던 거예요...

(내 잘못이 아니야...)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서 계속계속 앞으로 나아가야겠어요. 불끈!

[그장소] 2017-04-10 14:59   좋아요 0 | URL
역시 느낌 팍 올때 써 붙여야지 한숨 돌리고 나면 다 귀찮은 게 되버려요 . ㅎㅎ

공부 ㅡ역시 하고 싶은 공부여야 행복 ㅡ 절대 공감 ! ㅡㅡ ;;
저도 부..부..불 끄은~~!!^^

낭만인생 2017-04-06 2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지니아 울프도 요리를 할 줄 몰랐다.‘ 이말 밖에 안 보입니다.

다락방 2017-04-07 08:01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저도 요리를 할 줄 모릅니다, 낭만인생님. 좋은 재료를 가지고도 요리를 망치는 신기한 재주를 가지고 있어요. ㅋㅋㅋㅋㅋ

보슬비 2017-04-08 1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망신창이된 몸으로도 자신보다 약한것에 대한 측은심을 발휘하는 마음에 울컥해요. 여자라서가 아니라 인간이라면 그리고 모두 그런 마음을 갖는다면 세상이 좀 더 살기 좋을텐데...하는 생각이 들어요.

다락방 2017-04-10 10:16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보슬비님. 모두가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세상은 분명 살기 좋아지겠죠. 지금보다 훨씬 더요. 그렇지만 그런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한 쪽 성에만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울컥하는 마음이 되는 것 같아요.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져야할 마음을 그러나 많은 인간들이 갖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태우스 2017-04-19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로이드는 여자한테 맞고자란걸까요 볼수록희한합니다 다락방님글보니까 깨닫는게많아서좋네요

다락방 2017-04-19 08:51   좋아요 0 | URL
읽고 좋으셨다니 다행입니다, 마태우스님. 제가 좋아서 쓰는 글이지만 읽는 분들께도 좋다면 그야 더 바랄 게 없는 글 아니겠습니까! 헤헷.
오랜만에 오셔서 차례대로 다 읽고 계시는군요! >.<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리모컨으로 방의 불을 켜고 또 그 리모컨으로 라디오를 켠다. 그래서인지 그 날 아침의 노래가 하루종일 흥얼거리는 노래가 될 확률이 높다. 오늘은 아침에 이 노래를 들었다. 여섯시도 되기 전에. 머리를 감고 내 방으로 돌아왔는데 이 노래의 한구절이 나오고 있었다.


'바랄 수 없는 걸 바라도 된다면'


갑자기 또 훅- 꽂혀가지고 라디오의 볼륨을 잠깐 낮추고 가만, 이 노래를 스맛폰에서 찾아 처음부터 재생시킨다. 사실, 저 가사도 가사지만 '바라도 된다면'을 '바래도 된다면'으로 발음하지 않고 '바라도 된다면'으로 발음한 것이 무척 인상깊다. '바라도'가 맞는 표현인데, 아주 많은 사람들이(과거의 나를 포함해서) '바래'로 발음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박효신은 '바라'로 발음한다. 

그러고보면 나는 어떤 발음들에 꽤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그것은 정해진 단어라기 보다는 '누군가'가 말하는 '어떤 특정한' 단어일 때가 많은데, 아마도 그 사람의 목소리와 단어가 일으키는 화학작용 같은 게 아닐까 싶다. 캐서린 맥피가 자신의 노래 <over it>에서 pick up the phone 을 발음할 때가 진짜 자지러지게 좋았고(따라해보지만 잘 되지 않았다), 일전에 좋아했던 남자가 'journey'를 발음했던 순간이 잊혀지질 않는다. 달이 환하게 비추던 밤이었다. 나는 그 날 혼자 공원 벤치에 앉아 울었더랬지.

pick up the phone
journey
그리고 이젠 '바라도 된다면' 을 추가한다.




그렇게 발음에 대한 생각을 잠깐 하고, 이 한 곡을 다 듣고 다시 라디오를 켜고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를 듣고, 출근 준비를 마치고 출근을 한다.
그리고 출근하는 길에 또 출근 후 사무실에 다른 사람들이 오기전까지, 이 노래를 내내 듣는다.


오늘 하루 쉴 숨이 
오늘 하루 쉴 곳이
오늘만큼 이렇게 또 한번 살아가

침대 밑에 놓아둔
지난 밤에 꾼 꿈이
지친 맘을 덮으며 
눈을 감는다 괜찮아 

남들과는 조금은 다른 모양 속에
나 홀로 잠들어 
다시 오는 아침에 
눈을 뜨면 웃고프다 

오늘 같은 밤 
이대로 머물러도 될 꿈이라면 
바랄 수 없는걸 바라도 된다면 
두렵지 않다면 너처럼 

오늘 같은 날 
마른 줄 알았던 
오래된 눈물이 흐르면 
잠들지 않는 내 작은 가슴이 
숨을 쉰다 

끝도 없이 먼 하늘 
날아가는 새처럼
뒤돌아 보지 않을래 
이 길 너머 어딘가 봄이 
힘없이 멈춰있던
세상에 비가 내리고
다시 자라난 오늘
그 하루를 살아

오늘 같은 밤
이대로 머물러도 될 꿈이라면
바랄 수 없는걸 바라도 된다면
두렵지 않다면 너처럼

오늘 같은 날
마른 줄 알았던 
오래된 눈물이 흐르면
잠들지 않는 
이 어린 가슴이 숨을 쉰다
고단했던 내 하루가 
숨을 쉰다














많은 욕심들을 내처 적으려다,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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