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부터 맥북이 말썽이었다.
고장난 건 아닌것 같고, 내가 구글 계정에 로그인만 할 수 있다면 해결될 문제인 것 같았다. 맥북을 하다가 화면이 자꾸 옆으로 갔다 오는데, 그게 구글 계정이 한 쪽에 로그인하라고 떠있어서 그런 것 같은거다. 그러나 컴맹인 내가 보기에 그렇다는거지 그런지 아닌지는 제대로 알 순 없었다. 일단 그 추측이 맞는지 보려면 구글에 로그인을 해야하는데, 비밀번호가 몇차레 틀렸다며 로그인이 되지 않았고, 하는수없이 나는 피씨에서 비밀번호를 재설정했다. 아이폰에서도 지메일 비번 몰라 튕겨나와 있다가 이제 비번 재설정 했으니 되겠지, 하고 로그인을 하려니 폰으로 보낸 2단계 인증 메세지를 확인하라는거다. 그런데 폰에서는 로그인되어 있지 않으니 앱을 열 수가 없어. 그래서 폰으로 이미 변경한 비번 누르면 또 폰으로 2단계 인증하래. 니가 폰인데 왜 또 폰으로 인증하라는거야? 답답하네... 이걸 누구한테 물어야 하나. 스트레스 받다 검색해보니 2단계 인증을 해지할 수 있다는거다. 그래 이걸 햬지하자, 하고 방법을 보니 어쨌든 폰에서 로그인을 해야해. 그런데 폰에서 비번을 누르면 2단계 인증을 하래. 야 이 씨...
이렇게 며칠을 지내다가 검색으로도 해결 못하고 나는 이런거 진짜 잘 모르겠고 주변에 컴퓨터를 잘 아는사람은 있지만 그 사람은 구글과 애플에 대해서는 모를 거라는 강한 추측으로 인해 그 사람한테는 묻지도 못하고 이걸 어쩌나, 하다가 애플 매장을 가기로 했다. 이 옆으로 화면이 휙 갔다오는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하면서 겸사겸사 물어보자, 하고 찾아갔는데 가서는 당장 볼 수 없으니 예약을 하자 했고 그렇게 예약한 날이 토요일이었다. 나는 맥북을 들고 가 문제를 이야기했고, 지난번 방문때 혹시 그 장면 녹화가 가능하면 해달라, 해서 녹화한 걸 보여주었다. 애플 직원은 일단 기계 점검을 해보자며 해보았는데 기계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아마도 지금 데스크탑에 이 구글 화면이 켜있어서 그런 것 같다는거다. 그래서 내가 바로 이때다 싶어서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걸 강하게 의심하는데, 그런데 제가 이걸 로그인을 못하겠어요.. 하면서 내가 받았던 스트레스에 대한 걸 얘기했다. 그래서 이걸 어떡하죠? 직원은 다시 시도해볼 수 있겠지만 그러나 구글에는 개인정보가 없으므로 그 계정을 버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나 역시 최후엔 버리는 걸 생각했고(구글계정으로 받는 이메일도 특별히 없으니... ) 그렇지만 버리면 살짝 골치아파지지 않을까 해서 새로운 계정을 만들었지만 옛 계정을 살리고 싶었던 터, 그런데 막상 애플 직원이 계정 버리는 가능성에 대해 얘기해주니, 그래 그러면 버리자, 라는 마음이 어쩐지 더 잘먹어지는거다. 흐음.. 아무튼 그런데 애플 직원은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해볼까요?' 하면서 차근차근 처음부터 해나갔고 그러다 이내 내가 마주했던 문제의 화면을 보게 됐고, 그 때 애플 직원의 선택은 '여기서 이걸 누르지 말고 이걸 눌러봅시다' 하면서 그 다음을 진행하고 또 진행하고... 하다가 아니, 마법처럼 구글 계정을 복구하게 되었습니다. 만세!!
나는 두 손을 합장하고 직원에게 꾸벅 인사했다. 감사하다고 재차 인사했다. 직원은 막 웃으면서 구글계정 살려서 다행이라고 했다. 그리고 기계상 문제는 없으니 혹시 사용하다가 그 문제 다시 나오면 그 때는 빽업하자고 했다. 내가 볼 때 화면 움직이는 그 문제는 다시 나타나진 않을 것 같다. 정상적으로 로그인돼어서 따로 떠돌던 화면이 사라져버렸거든. 아, 진짜 앓던 이가 빠지는 기분이었다. 이런거 진짜 나는 모르겠고 그런데 애플 매장 들고가서 물어봐 해결할 수 있었던 나 칭찬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와 읽기로 한 [듄3] 을 6/30 아침에 다 읽었다. 만세!!
읽기로 약속했으니 읽었지만, 정말 나랑은 맞지 않는 책인 것 같다. 듄 자체도 그렇지만 판타지 자체가 그래. 나는 해리포터도 2권까지 간신히 읽었지만 정말 아무런 재미도 발견할 수가 없었어. 듄 역시 왜 읽어야 하는지를 모르겠더라. 재미도 없고 나에겐 의미도 없어.. 판타지는... 나에겐 다 뻥처럼 느껴져서 재미가 없나? MBTI 에 그 유명한 갈매기 그림에서 N 은 저기 저 바다 너머엔 뭐가 있을까 궁금해하고 S 는 지금 우리가 새우깡을 얻어 먹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데, 여기에서 갈라지는 걸까? 나는 새우깡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 책을 같이 읽자고 한 E 는 저 너머가 궁금한 친구. 달 사진을 찍고 싶어하고 우주 영상을 찾아보는 그런 친구다. 나는 인스타에 술안주 만드는 영상이 자동추천 돼....
그런데 내가 판타지를 싫어한다고 하지만, 뱀파이어랑 늑대인간은 겁나 끌리는데? 애니타 시리즈랑 수키 시리즈 얼마나 사랑하게요? 에드워드는 또 어떻고? 그래서 토요일에 E 를 만나 이 얘기를 했다. 나는 진짜 판타지 너무 재미없는데 그런데 왜 뱀파이어는 재미있어하지?? 하고. 그 때 E 가 내게 그랬다. 너는 뱀파이어를 판타지로 생각하지 않고 현실가능한 연애 로맨스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오 마이 갓.. 틀리지 않은 분석이다. 왜냐하면 나는 에드워드 벨라 아주 재미있게 읽으면서 그랬거든.
'아무리 에드워드 사랑해도 나는 뱀파이어는 되지 않을래. 나는 인간으로 살래.' 라고...
듄이나 해리포터 읽으면서는 '나라면, 나는' 이거 안되지만, 뱀파이어 읽으면 '나는' 이 되어버리는... 하아-
그건그렇고, 이 듄 3에서는 '알리아' 라는 캐릭터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남자주인공이자 제국의 왕인 '폴'의 여동생인데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여차저차 해가지고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주 많은 사람들의 역사를 갖고 태어나고 아이이지만 어른의 생각과 어른의 말을 하는 존재가 알리아이다. 그런데 이 알리아가 내면에서 들리는 그 무수한 목소리들 중에 악인의 목소리에 동화되고 그래서 '귀신들렸다'는 말을 듣는 독재자가 되는데, 알리아의 삶이 비극인거다. 알리아를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다들 미워해. 독재자이고 귀신들렸다고 미워하고 주인공들의 적이 되는데, 여기서 딥빡 와버리는거다. 아니 어릴 때 엄마는 두고 도망가고 오빠도 제 살 길 찾아 떠나버려놓고, 그래놓고 흑화했다고 욕하고 죽이고 싶어하는 거 너무 지랄스럽지 않냐? 어쩐지 나는 브리트니 스피어스 생각도 나는 거다. 어린 브리트니 스피어스 추앙해서 인기 폭발 시킨 것도 대중이지만 성적대상화 시킨 것도 대중이고, 그런데 스피어스의 행동 하나하나마다 어리석다고 욕하는 것도 대중이고. 여하튼 그랬다.
듄은 그 배경 설정에 있어서는 정말 대단하다. 어마어마한 미래의 삶의 공간을 만들어낸 것도 대단하고 거기에서 쓰이는 언어나 또 문화 식물 등에 대한 새로운 상상도 모두 대단하다. 매꼭지마다 듄 행성의 어록, 경전, 전기, 성경 기타등등에서 인용되는 구절들을 보노라면, 작가는 애초에 이런 것들 먼저 다 써두고 시작한 게 아닐까 싶어진다. 듄을 쓰기 위해 미리 써둔 책은 더 많을 것 같은 느낌적 느낌? 작가의 서재를 가보면 듄을 위한 자료들이 넘쳐나지 않을까. 그렇지만, 지난번 가부장제 때문에 빡쳤던 것처럼, 기본적으로 남자가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작가의 마인드는 그대로인것 같다.
쌍둥이로 태어나도 더 강한건 남자쪽이고
아들은 엄마를 내칠 수 있을만큼 더 강해지고
그런데 어쩌다 착한 여성 하나 나오면 그 여성은 일찍 죽고... 하여간 영 별로인데, 나는 그보다 더 싫었던게 작가의 근친상간 집착이었다.
작가는 이 행성에서 이 가문에서 이 상황에서 근친상간이 답일 수 있다고 계속 언급하고 주인공들의 입을 빌어 그건 안된다고 한단 말이야? 이게 어떤 느낌이냐면, 그 왜 영화 아메리칸 뷰티에서 동성애를 너무나 혐오하는 아버지가 사실 자신에게 동성애 성향이 있어서 그걸 감추려고 했던 것처럼, 근친상간 안된다고 말하면서 그런데 근친상간을 머릿속에서 놓지 못하는, 기어코 어떻게든 이걸 하긴 해야겠는 그런 느낌이랄까. 결국 3권의 끝에서는 .. (스포일러 금지)
하여간 좀 그랬다.
작가 버지니아 앤드류스는 자신의 작품 [다락방의 꽃들]을 비롯해 여러 작품에서 근친상간을 노골적으로 그려낸다. 안된다고 하는게 아니라 얘네가 이 상황에서 이랬어, 라고 아예 보여주는거다. 실제 작가 자신이 장애를 가지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 다락방에 갇힌 아이들을 그려냈다고도 하는데, 작가가 근친상간을 그려냈다고 해서 비윤리적이라거나 징그럽다거나 한게 아니라, 작가의 삶이 더 궁금해진단 말이지. 일전에 정찬 책 리뷰 하면서 작가마다 천착하는 주제가 있는 것 같다고 했었는데, 그렇다고 봤을 때 정찬은 폭력이었다면 이승우는 아버지와의 관계이고 버지나아 앤드류스에겐 근친상간 이었던건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드는거다. 작가는 글로써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면이 있지만,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독자들이 알아채는 것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폭력을 묘사한다고 작가가 폭력의 편이 아니라는 것쯤은 책을 읽다보면 독자가 알아챌 수 있는 거다. 보여주고자 하는 면을 독자가 보는 것도 맞지만, 보여주려고 하지 않았던 것까지 독자가 알아채기도 한단 말이다. 쉽게 결론내자면, 근친상간을 그려내는 버지니아 앤드류스는 좋았지만 근친상간 안된다고 말하는 프랭크 허버트는 싫었다는 거다. 나의 도덕과 나의 윤리는 근친상간 반대이지만, 그런데 책을 읽고는 버지니아 앤드류스의 편이었다고. 내가 무슨말 하는지 알쥬?
책을 샀다.
우연히 [헤어진 다음날, 달리기] 라는 책의 존재를 알게 됐다.
요즘 달리기라는 행위에 대해 꽂혀서 책들도 보고 있는데, 아니, 무려 웹툰에다가, 무려 '헤어진 다음날' 이래. 이건 읽어야해! 해서 부랴부랴 샀는데, 어제 읽고 백자평도 썼지만 너무 재미있다! 주인공은 사내연애하는 과체중 남성인데 여친에게 차인 뒤 괴로워하다가 베프의 달리기 생활을 보고 자기도 달려보기로 한 것. 처음엔 너무 힘들었지만 계속 달리다보니 살도쫙쫙 빠지고(정말?) 달리기 경험으로 블로그 써서 인기도 끌고 그리고 마라톤 경기도 나가게 되는, 그런 내용이다. 이 남자가 인기도 끌고 슬림해지고 그러니까 헤어진 여자친구는 갑자기 그가 아쉬워지고.. 여하튼 재미있다. 그런데 2권은 왜 안나오나요??
[마라닉 페이스]도 달리기 얘기라 샀다. ㅋㅋㅋ
내가 도수치료 받느라 달리기를 못하고 있었는데 흑흑 너무 뛰고 싶은거에요. 게다가 [헤어진 다음날, 달리기] 읽고나니 더 뛰고 싶어져서, 어제는 오랜만에, 3주만이었나, 뛰러 나갔다. 오후였고 한 초등학교로 갔는데 너무 떨리는거다. 오랜만이라서 10분은 달릴 수있을지... 그게 너무 걱정되는거다. 달리기 리듬, 다 까먹지 않았을까, 다 깨지지 않았을까, 하고. 그래, 오랜만에 달리는만큼 무리하지 말자, 10분 달리고 힘들다면 거기서 멈추자, 나는 아직 치료받는 중이야, 그리고 천천히 달리자, 속도에 집착하지 말자, 하고 달렸는데, 아니 30분 거뜬하게 달려버린 나, 뭐죠? 물론 속도는 엉망진창이었지만, 그래도 걷지 않고 뛰었다!! 이렇게나 오랜만인데 내가 30분을 쉬지 않고 달렸어!! 너무 씐나는거다!! 씐나서 뭐 먹었는지는 조만간 삼시세끼 게시판으로 찾아뵙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위의 책들을 샀다. (왜 샀는지 쓰기 귀찮네 -_-)
아니, 그런데 얘들아. 내가 이렇게 책을 사면 안된다. 이거 볼래?
재벌... 이었던건가,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