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정희진 쌤 강연을 들을 때는 막 신나고 의욕이 넘치고 사고가 확장되고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 강의 내내 들어서 진짜 좋았는데, 어제는 달랐다. 어제는 진짜 집중이 너무 안되고 계속 졸려가지고 ㅠㅠ 두 시간 내내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어제 수업 들은 것 중에 기억나는 게 없다. 마치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여주인공 벨라에게 생겼던 그 능력처럼, 내게도 쉴드치는 능력 같은 게 생긴 것 같더라. 수업 내용이 내게로 오다가 탕탕 튕겨져나가고 들어오지 못하는 느낌..나는 어제 지식을 방어했어... -0-


수요일에 강의를 틀으러 갈 거였으니까 월요일과 화요일에 쉬었으면 되는데, 월요일에 동료랑 놀다가 집에 늦게 들어가고, 화요일에도 《히든 피겨스》보고 늦게 들어가고...피로 누적이다. 하아- 내가 그랬어, 내가..



어제 전혀 집중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의를 듣고 집에 돌아갔는데, 마포에서 집까지는 또 멀기는 엄청 멀어서, 집에 돌아가니까 완전 뻗겠더라. 오늘 아침은 평소보다 15분 늦게 일어났고 목소리에서도 뚝뚝 피곤이 떨어졌다. 


"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내가 대체 이걸 왜하는거지?"


어제 집에 돌아와 뻗어서 얘길하니, 거실에서 내 말을 들은 엄마가


"누가 시킨 게 아니니까 하지, 누가 시켰으면 니가 했겠냐?"


하셨다.  아아, 그렇지, 그렇구나... 아 피곤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출근하기도 전부터 퇴근하고 싶어. 퇴사하고 싶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오늘 사무실 지키고 앉아있으면 알라딘 책박스 올 거니까, 거기에 핸드폰 케이스 있으니까, 그거 받아서 내 아이폰에 껴보겠다는 기대감으로 하루를 잘 보내도록 하자. 아, 어제 강의 내용 흥미로운 거였는데 내가 집중을 1도 못해서 안타깝네... 하아- 




 
















일전에 수학자인 '해나 프라이'가 쓴 책, 《우리가 사랑에 대해 착각하는 것들》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 사랑이 계산대로 되지 않는 것은 그것이 인간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이 책, '카트리네 마르살'의 《잠깐 애덤 스미스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에서도, 저자는 끊임없이 그점을 언급한다. 경제가 경제학자들의 예측대로 되지 않는 것은, 인간 사이에 벌어지는 일임을 인지하지 못해서라고. 우리는 이익을 위해서만 달려가는 게 아니라,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 속에서 수없이 많은 감정들로 '이익이 아닌' 것들이 생겨나기 때문에 경제학이 그걸 무시한다면 계속 틀릴 수 밖에 없다는 거다. 내가 제대로 전달한 건지 좀 의심스럽지만, 어쨌든 요지는 그거다. 인간은 '감정'이 있는 동물이고, '사랑'이란 것은 내게 이익으로 돌아오는 게 아니어도 행위를 하게 만든다는 것. 돈과 노동력과 시간을 쓰게 만든다는 것. 그것들은 경제학자들이 예측하지 못한 부분에 있다는 것. 


앞 부분에서 흥미로웠지만 책은 뒤로 갈수록 처음의 흥미를 유지하지 못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알아채지 못했던', '애써 무시했던' 부분들에 대해 계속 언급한다는 점은 좋았다. 경제학이든 수학이든 예술이든 문학이든, 그게 뭐가 됐든 거기에 어떤 지식이 쌓이고 쌓여도, 그것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데 있어서 주체가 '사람'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떠올리려고 하는 것, 그건 너무 중요하지 않은가! 지식만이 전부가 아니라 지식에 공감과 이해를 더하고자 하는 것. 그렇게 세상을 보려고 하는 게 페미니스트들이 하려는 게 아닌가 싶다.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하는 많은 여성들이 '경제' 혹은 '자본주의'라 칭해지는 것들에서 지워져있었다. 노동 자체도 지워지고 그 노동을 행하는 자들도 지워졌던 것. 그러나 지워지는 게 너무 당연시되어 있어서 지워졌다는 걸 인지하지도 못했던 것 같은데, 나는 그걸 티비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면서 깨달았다. 지친 사회 생활과, 병과, 인간관계로부터 멀어져 깊은 산속에 들어가 혼자 지내는 삶. 처음에 나는 그 프로를 볼 때 그게 다인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간혹 내가 일상에 치여 힘들어할 때면, 나도 자연인처럼 살아볼까, 하는 생각도 더러 했던 거다. 실제로 내가 그런 삶을 살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그 삶이 어떤 면에선 꽤 유혹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자꾸만 남자들이 먹는 밥에 신경이 쓰였다. 지금 당장 밥을 해먹기는 하지만, 김치나 밑반찬을 아내가 해서 가져다준다는 걸 알았을 때는 얼마나 뜨악했던지! 깊은 산속에서 살고자 했던 것은 본인의 생각이었고 의지였을텐데, 그런데 거기에서조차 김치를 먹는 건 아내 덕분에 가능해진다. 단순히 김치에만 있는 게 아니다. 그들은 모두 입을 모아 얘기한다. 아내한테 미안하죠, 아이들 교육시키고 생활비 벌고.... 그러니까 이게 지금 뭐여... '자연인' 뒤에 아내가 가려져 있는 거잖아! 돈 버는 일부터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일까지, 다 아내가 도맡아 하고 있는거잖아, 지금?


............




내가 책을 사고 와인을 마시는 삶을 살고 싶다면, 나는 아침 다섯시 반에 일어나 출근할 준비를 하고 한 시간 가량 버스며 지하철을 갈아타고 출근해야 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사무실에 앉아 있어야 하고, 그러는 동안 몇 번이나 퇴사 생각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을 하고, 그리고 간혹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 사이사이의 시간에 어떻게든 끼워넣어서 그 다음날의 출퇴근에 지장이 없게 해야 한다. 나는 내가 누릴 수 있는 것, 물론 고작해야 책을 사고 술을 마시고 여행을 가는 게 전부이지만, 이걸 하기 위해서 내가 아침 일찍 일어나고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는 걸 안다. 그런데 만약 내가 술을 마시고 책을 사고 여행을 다니는 삶을 살면서 돈을 벌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내 대신 누군가가 그걸 해야 한다. 내가 살고 싶은대로 살면서 거기에 필요한 돈을 버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내 '대신' 누군가가 그걸 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치인이 정치한다고 했을 때, 회사에서 아이가 아프다는 연락이 와도 아이에게 뛰어가지 않을 때, 그때 누군가는 밥을 하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고 공과금을 내고 아이에게 달려가고 아픈 부모를 돌보고..등등을 한단 말이다. 이걸 지워서는 안되는 게 아닌가. 이게 없으면 도대체 앞에서 어떻게 자기가 하고자 하는 걸 할 수 있겠느냐 말이다.




일전에 이현재 쌤으로부터 들은 강의도 비슷한 내용이었고, 내가 읽은 책들 몇 권도 생각난다.




















스티븐 킹의 소설 속에서는 강간을 당하고 죽을 위험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여자가, 얼른 집에 돌아가 고양이에게 밥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장면이 나온다. (개였나??) 자기에게 닥친 위험이 너무나 큰데도, 죽음에서 가까스로 살아났는데도, 자기가 아니면 밥을 먹지 못할 자신보다 더 약한 존재를 생각한다. 샤이닝 걸스에서는, 마찬가지로 자신의 몸이 만신창이가 됐을정도로 망가졌는데도 자신의 옆에 있었던 자신의 개를 안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 장면들마다 내가 얼마나 울컥하던지. 아니, 이 여자들, 자신이 사는 게 먼저인데도, 자기보다 약한 존재를 잊지 않는다. 너무 대단하지 않은가. 바로 이 정서, 그렇게 하지 않아도 자기는 살 수 있지만, 그렇지만 더 약한 존재를 보호하고자 하는 이 정서가, 애덤 스미스에게 저녁은 누가 차려줬냐 묻는 '카트리네 마르살'에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경제의 흐름에서 잊혀지고 지워진 존재를 자꾸 불러내려고 하며, 인간들에겐 이익만 있는 게 아니야!! 를 부르짖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던 거다. 아, 진짜 너무 멋지지 않나. 그 이면을 보려하고, 이해하려고 한다는 거 말이다. 






진 리스는 어떤가! 《제인 에어》에서 로체스터의 아내이며 미친 여자였던 '버사 부인'(맞나??)의 사정을 생각해보지 않나. 로체스터도 세상 사람들도 버사 부인을 미쳤다고 하지만, 그런데, 그녀가 정말 그냥 미친걸까?? 하고 생각해보고 그녀의 생각과 행동, 삶을 그려보면서 '모든 일에는 항상 다른 면이 있다'고 부르짖고 있다. 크-










아니, 근데 나의 의식의 흐름은 왜 여기까지 왔나... 나는 어제 강의 피곤하다는 말을 하고 애덤 스미스의 저녁에 대해 얘기하려고 했는데, 왜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가 나왔지?? 아, 피곤하다...




다시 애덤스미스의 밥으로 돌아가서, 카트리네 마르살은 프로이트에 대해 언급하는데 이 부분이 무척 재미있다.



지크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는 실제로 여성이 청소를 더 잘하도록 타고났다고 주장했다. 이 정신분석학의 아버지는 그 이유를 여성의 질이 본래 더럽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여성이 문지르고 닦고 터는 것은 자신의 신체에서 느끼는 더러운 느낌을 보상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프로이트가 질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안다고?

여성의 성기는 자체 조정 기능을 갖춘 기관으로, 사람의 입보다도 깨끗하다. 수많은 유산균-요구르트에 들어 있는 것과 같다-이 끊임없이 활동하면서 청결을 유지한다. 건강한 질은 pH 5인 블랙 커피보다 약간 높고, pH 2인 레몬보다 낮은 산도를 유지한다. 프로이트는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른다. (p.62)



사무실 내 책상은 지저분하다. 뭔가 잔뜩 널려있다. 깔끔하게 정리하면서 일하는 타입과는 거리가 멀다. 내 방도 마찬가지. 집에 가면 옷도 휙 벗어던지기 일쑤고 난장판이다. 책장도 화장대도 정리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내 질은 다른 여성들의 질보다 깨끗하여 내가 청소와 먼 삶을 사는 것인가? 나는 아주 깔끔해서 청소도 잘하고 정리도 잘하는 남자들도 여럿 아는데, 그들은 고추가 더러워서 그렇게 되었나?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인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노동이 필요한 부분에 '여자들이 타고났다'고 말하는 건 진짜 아무말 되시겠다. 차이를 차별로 바꿔버리는 짓이다. 질이 없다고 해서 질에 대해 말하지 말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하는 건 중요하다.






그나저나 내가 좀 휴식을 취하고자 오늘부터는 소설을 읽으려고 들고왔는데, 소설 속에서 쉰이 넘는 교수가 스물 셋의 여자대학생의 죽음을 맞닥뜨리고 신고도 하지 않은 채 자기가 연루될까 두려워 시체를 갖다 버리는 장면이 나와가지고, 무척 빡쳤다고 한다....그런데 분위기가..어쩐지..... 패쓰.











아, 갑자기 또 의식의 흐름에 따라 얘기하고 싶은 게 있는데, 나는 소설을 사랑하고 진짜 소설만이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저 위에 예로든 것처럼,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어도 생각할 수 있고 느껴지는게 어마어마한데, 이런 소설을 많이 많이 읽는다면, 그 안에서 내가 배울 수 있는 것도 진짜 어마어마하게 많다. 그것들이 쌓이고 쌓일수록 더 커지고, 그건 다음 소설을 읽을 때도 도움이 된다. 엊그제 동료와 저녁을 먹으면서 대화하는데, 동료가 내게 '그런건 다 어떻게 알았어? 그걸 어떻게 알아?' 하고 묻더라. 나는 '응 내가 읽은 소설책에서' 라고 말했다. 내가 무언가를 말했을 때, 대화의 소재로 삼고 거기에서 생각과 의견을 갖게 되었을 때, 거기에는 늘 소설이 있었다. 이 페이퍼를 쓰면서 별도 없는 한밤에, 샤이닝 걸스를 링크하면서, 그 순간 바로, 아, 역시 소설은 진짜 짱이야!! 하고 생각했다. 



소설을 읽자, 여러분. 


모를 때 비난하는 게 제일 쉽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소설을 읽지 않는 사람이 소설을 비하할 수 있다. 왜냐면 소설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니까. 그런 점에서 나는 '져스틴 팀버레이크' 와 '밀라 쿠니스' 주연의 영화 《프렌즈 위드 베네핏》을 잊을 수가 없다. 


'저기 저 책읽는 여자 어때?' 연애상대를 고르며 져스틴 팀버레이크가 말하자,


'저거 소설책일걸?' 하고 밀라 쿠니스가 말하는 거다.



으르렁... 니네가 뭘 아냐, 이 소설에 대해 모르는 무식한 놈들아.......




아니, 근데 저 영화 제목 생각 안나서 져스틴 팀버레이크 검색창에 넣었는데, 배우자가 '제시카 비엘'로 나오네???????????져스틴 팀버레이크 결혼했어요??????????????? 읭????????????????????? 몰랐네??????????????? 왜 나한테 말을 안했지??????????????????????






그러나 남성과 여성이 생물학적으로 차이 난다는 점은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차이에서 어떤 결론을 내리는가 하는 것이다.
여성이 임신과 출산을 한다는 것의 의미는 임신과 출산을 한다는 것일 뿐이다. 여성이 집에 머무르면서 아이가 대학에 갈 때까지 돌봐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성의 육체에 여성 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된다는 것의 의미는 말 그대로 육체에 여성 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된다는 것이다. 수학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성만이 쾌감만을 느끼기 위해 존재하는 신체 부위를 가졌다는 것의 의미는 여성만이 쾌감만을 느끼기 위해 존재하는 신체 부위를 가졌다는 것일 뿐이다. 이사회의 임원으로 일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p.61)

무엇이 의존이고 누가 누구에게 기생해서 사는가를 결정하는 것은 항상 정치적인 문제였다. 애덤 스미스가 어머니를 필요로 하는가, 어머니가 애덤 스미스를 필요로 하는가?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의존한 채 살아가고, 따라서 사회는 생산하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을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이 진실이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 우리 자신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든 상관없이 우리는 항상 전체의 일부라는 사실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사실을 이야기할 매체가 필요하다.
현재의 경제학에 인류의 현실적인 경험을 위한 자리는 없다. 주류 경제학 이론은 허구의 인물, 여성이 아니라는 것을 가장 큰 특징으로 하는 인물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보통 사람들은 경제학자들이 당연히 인류가 직면한 바로 이 굉장히 복잡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세운, 심지어 남성마저도 가지고 있지 안은 그 남성적 특성에 대한 가정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세상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p.282-283)

세상은 시작한 곳에서 끝이 난다. 떼쓰며 몸부림치고 더 달라고 울어 본다. 모두가 나를 잡아먹으려 한다. 그래서 그들이 하라는대로 해야 한다. 이것이 당신이 아침에 일어나는 이유다. 당신이 공과금을 내고 영수증을 보관하는 이유다. 기대는 덫에 걸린 공포에 불과하다. 기대는 암흑이 발을 들일 때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꿀을 얻고 싶으면 벌을 다 죽여서는 안 된다. 시장은 인간의 본성 안에 존재한다. 모든 사회는 그 사회가 만들어 낸 헛소리에 고통받는다. (p.284)

경제학은 관계를 모든 것의 근본으로 봐야 한다. 심지어 모든 것을 개인 수준으로 쪼개는 과정에서도 관계는 핵심적인 요소로 간주되어야 한다. 관계는 경쟁, 이윤, 손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기, 그리고 누가 이겼는지를 계산하는 것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경제학은 인간을 다른 사람과 맺은 관계에 따라 행동하는 존재로 봐야 한다. 인간을 무조건 자기 이익을 추구하려는 욕구나 역학 관계에 따라 행동하거나 맥락에 전혀 영향받지 않는 존재로 봐서는 안 된다.
경제학은 자기 이익을 추구하려는 욕구와 이타심을 정반대의 개념으로 봐서는 안 된다. (p.285)

그녀는 28세에 미망인이 되었고, 애덤 스미스는 불과 두 살에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았다. 그의 어머니는 유산의 3분의 1에 대한 권리밖에 없었다. 이 시점부터 마거릿은 금전적으로 아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애덤 스미스도 죽을 때까지 어머니에게 의존했다.
"그의 어머니는 처음부터 끝까지 스미스의 삶의 중심이었다." 존 레이John Rae가 애덤 스미스의 전기에 쓴 문장이다.
애덤 스미스가 어디로 이사를 가든 거의 상관없이 그의 가사를 돌본 것은 마거릿 더글러스 였다. 오랫동안 그녀는 이 일을 애덤의 사촌 재닛 더글러스 Janet Douglas와 함께 해냈다. 후세 사람들은 재닛 더글러스를 마거릿보다 더 모른다. 단지 알려진 것은 그녀가 중요했다는 사실뿐이다. 1788년, 재닛 더글러스가 임종을 맞이하기 직전, 애덤 스미스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그너가 떠나면 나는 스코틀랜드에서 제일 궁박하고 속수무책인 사람이 될 거야."
그러나 그의 경제 이론에서 이런 통찰력은 흔적도 없다. (p.290)

버지니아 울프도 요리를 할 줄 몰랐다.
카를 마르크스에게는 하녀가 있었고, 그녀와 성관계까지 가졌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문제는 애덤 스미스가 자신의 어머니를 망각하면서, 그에게서 시작된 사상의 갈래가 근본적인 무언가를 생략하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실수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난 몇 세기에 걸쳐 경제학은 점점 더 중요해졌고, 그에 따라 이 근본적인 실수는 너무도 널리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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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4-06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하나에서 이 책 저책으로 생각을 파견시키는 일 ㅡ 재미있어요 . 저는 못하지만 대단하구나..싶다는~
오늘도 재미있게 듣고 가요 . 저는 집중 엄청되는데 그걸 나눠드릴 수도 엄꾸 ... ㅎㅎㅎ 굿굿한 날 되시옵고 폰 케이스 장착기도 써주세요!^^

다락방 2017-04-06 14:09   좋아요 1 | URL
제가 암기력은 형편없어도 집중력은 좋은 편인데 어제는 진짜 집중이 1도 안되어가지고 뭘 들었는지 기억에 하나도 남아 있질 않아요. 어제 들을 때부터 들리는 게 없었어요. 너무 피곤한 상태에서는 공부도 안되는 것 같아요... 휴...
폰케이스 기다리고 있는데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힛.

[그장소] 2017-04-07 07:09   좋아요 0 | URL
음~ 부러워요 . 전 집중력 ㅡ끈기? 그런게 약한데 ...피로는 어떤 것도 몰입할 수 없게 하는 이유죠 . 푹 쉬시고 또 놀라운 집중력 발휘하시길~ 그런데 ..그 떨어지는 집중력으로 이렇게 길고 세밀한 글을 쓴 겁니까? 으아...

다락방 2017-04-07 08:04   좋아요 1 | URL
그장소님, 저 오늘도 공부가는 날이에요. 하하하하하. 어제 그래서 집에 일찍 가서 일찍 잘랬는데 오후에 커피를 마신 탓인지 밤에 잠이 안와가지고 ㅠㅠ 그래도 오늘은 집중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아니, 제가 말이지요, 길이 쓰다보면 길어져요. 딱 정리하고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쓰면서 정리를 하고 풀어나가다 보니까 저도 제가 무슨 글을 쓰게 될지를 몰라요. 손이..그냥 막 써요.. 길어져요. ㅠㅠㅠㅠㅠ 저도 간략하고 정리 잘된 글을 쓰고 싶지만 제게는 불가한 일인것 같아요. 우엉 ㅠㅠㅠㅠㅠ

[그장소] 2017-04-07 22:55   좋아요 0 | URL
공부간 오늘은 어떠셨나요? ㅎㅎㅎ 지난 밤의 카페인이 공부 시간에 효과를 몰아주면 좋을텐데 꼭 , 컨디션에 지장만 주니 ..
인간은 평생 하고 픈 것 , 먹고 픈 것 들의 상황 , 상태에서도 절제를 해야 하는 삶이라 이것도 고단한 일이네요 .

저는 길게 쓰지도 못하지만 조금 길게 나가면 길을 잃어요 . 푸하하 ~~
다락방님은 이야기 사슬을 잘 엮어내시는 재주꾼 ~
간략 정리 잘된 글은 저나 다락방 님이나 똑같이 소망사항이네요 . ^^

오늘도 제목만 써놓고 한줄도 못쓰고 날이 지나갑니다~ 다락방 님글로 위로나 받아가야지!!

다락방 2017-04-10 10:17   좋아요 1 | URL
아, 금요일에는 정신 바싹 집중했고 선생님 강의도 너무 좋았어서 열심히 정리해 페이퍼 써야지, 라고 생각했으나 그 시기를 놓치고 나니 좀처럼 쓰게 되질 않네요. 아하하하하.
역시 공부는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싶을 때 해야 능률이 오르는 것 같아요. 제가 학창시절에 공부를 못한 건, 그게 다 제가 하고 싶은 공부가 아니기 때문이었던 거예요...

(내 잘못이 아니야...)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서 계속계속 앞으로 나아가야겠어요. 불끈!

[그장소] 2017-04-10 14:59   좋아요 0 | URL
역시 느낌 팍 올때 써 붙여야지 한숨 돌리고 나면 다 귀찮은 게 되버려요 . ㅎㅎ

공부 ㅡ역시 하고 싶은 공부여야 행복 ㅡ 절대 공감 ! ㅡㅡ ;;
저도 부..부..불 끄은~~!!^^

낭만인생 2017-04-06 2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지니아 울프도 요리를 할 줄 몰랐다.‘ 이말 밖에 안 보입니다.

다락방 2017-04-07 08:01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저도 요리를 할 줄 모릅니다, 낭만인생님. 좋은 재료를 가지고도 요리를 망치는 신기한 재주를 가지고 있어요. ㅋㅋㅋㅋㅋ

보슬비 2017-04-08 1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망신창이된 몸으로도 자신보다 약한것에 대한 측은심을 발휘하는 마음에 울컥해요. 여자라서가 아니라 인간이라면 그리고 모두 그런 마음을 갖는다면 세상이 좀 더 살기 좋을텐데...하는 생각이 들어요.

다락방 2017-04-10 10:16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보슬비님. 모두가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세상은 분명 살기 좋아지겠죠. 지금보다 훨씬 더요. 그렇지만 그런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한 쪽 성에만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울컥하는 마음이 되는 것 같아요.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져야할 마음을 그러나 많은 인간들이 갖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태우스 2017-04-19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로이드는 여자한테 맞고자란걸까요 볼수록희한합니다 다락방님글보니까 깨닫는게많아서좋네요

다락방 2017-04-19 08:51   좋아요 0 | URL
읽고 좋으셨다니 다행입니다, 마태우스님. 제가 좋아서 쓰는 글이지만 읽는 분들께도 좋다면 그야 더 바랄 게 없는 글 아니겠습니까! 헤헷.
오랜만에 오셔서 차례대로 다 읽고 계시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