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9월 도서 소개합니다.


9월, 여성커뮤니케이션연구확회 의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책소개에는 '미디어와 문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관점에서 오늘날 여성의 삶과 페미니즘의 전개 양상에 대해 분석하고 있는 연구서' 라고 나와있는데, 아아 너무 흥미롭지 않습니까, 여러분...


8월 임신중지 아직 읽는 중이신 분들 힘내세요! 그게 참.. 잘 안읽히는 책인데, 우리가 언제는 잘 읽히는 책 읽었습니까? (응?)


9월 도서는 위와 같고 10월 도서 부터 내년 2월 도서까지 안내합니다. 중간에 살짝 기간이랑 내용 바뀐 부분 있으니 반드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반드시!



10월, '게일 다인스' 의《포르노랜드》





엊그제 친구들 만나서 로맨스와 포르노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 

이 책을 읽고나면 아마도 많은 분들이 혼란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되면서

왜 사는가, 왜 연애해야 하는가, 이렇게 살아도 좋은가.. 에 대해 고민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은 얼마나 모순적일 수 있는가..

우리는 우리의 모순을 그렇다면 얼마나 들여다봐야 하는가..

10월에 이 책 같이 읽어봅시다.






11월~12월, '샌드라 길버트, 수전 구바'의 《다락방의 미친 여자》




해당 책은 1,100 페이지 입니다.

제2의 성 1,000 페이지를 한 달안에 읽으면서 모두 너무 힘들어했고, 중도 포기한 분들도 계시고, 가까스로 완독한 후에는 그 다음 독서까지 휴식기가 필요하기도 했던 바,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두 달에 걸쳐 읽도록 하겠습니다.

두 달이라고 여유롭게 생각하시다가는 막판에 쌍코피 터져요.. 님들하, 알아서 계획적으로 꾸준히 읽어야 돼요...


목차 참고하시어 언급된 책들도 찾아서 읽어두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댓글 다신 분의 요청에 따라 목차 첨부합니다. 참고하세요!!

제인 오스틴, 샬럿 브런테, 메리 셸리, 조지 엘리엇, 에밀리 브론테, 에밀리 디킨슨 등을 읽어두시면 좋을듯 합니다.







2023년 1월, '수잔 왓킨스' 의 《페미니즘 이론과 비평》




아.. 너무 지적이야...













2023년 2월, '앤절라 Y. 데이비스' 의 《여성, 인종, 계급》


















2023년 3월, '케이트 만' 의 《남성 특권》

















2023년 4월, '사라 아메드' 의 《행복의 약속》

















2023년 5월, '엘리스 콜레트 콜드바흐' 의 《러스트벨트의 밤과 낮》

















2023년 6월, '낸시 레빗, 로버트 베르칙' 의 《법정에 선 페미니스트》

















이상입니다.

해당 페이퍼는 제 서재 메뉴의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카테고리에 공지로 박아둘테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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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기 위한 참고도서
    from 수하의 서재 2022-08-29 12:27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11월-12월 책 <다락방의 미친 여자> 를 읽는 데 도움이 될 다 읽지 못하겠지만 어디까지나 참고하는 마음으로참고도서 목록을 작성해보았습니다. 아래는 개정되어 새로 나온 책의 목차 (이전 판과 차이 없음) 입니다. 2장 샬롯 퍼킨스 길먼 <누런 벽지> 3장메리 셸리 <최후의 인간> - (1-2권 분권판 중 1권 품절) 4장제인 오스틴 <노생거 사원> 5장제인 오스틴 <
  2.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11월, 다락방의 미친 여자
    from 마지막 키스 2022-11-02 07:45 
    와... 안올것 같았던 11월도 기어코 오고야 말았네요.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정말이지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시간이 흐르기 때문에 싫고 또 시간이 흐르기 때문에 좋고. 우리는 시간의 인질인 것입니다..자, 2022년 11월과 12월은 두 달에 걸쳐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도록 하겠습니다. 이게 어마어마한 두께라는 걸 책을 가지신 분들은 다들 아실텐데요, 보르는 분들도 검색해보면 압도적인 페이지수에 놀라게 되실 것. 그러니 두 달에 걸쳐 읽고 또 수
  3.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1월, 페미니즘 이론과 비평
    from 마지막 키스 2022-12-27 12:12 
    안녕하십니까, 여러분.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1등으로 완독한 짱멋진 여자 다락방 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완독자들이 늘어가고 있는 걸 보는 마음이 매우 뿌듯합니다.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제때에 완독하신다면, 우리는 2022년을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완독한 사람으로 마무리하게 됩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열심히 읽는 중이신 분들 모두 화이팅! 계속 열심히 읽어나가시길 바랍니다.세상에, 너무 멋지지 않아요?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은 사람이 된다는 것?샤라라랑~
 
 
거리의화가 2022-08-29 09: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까먹고 다음달 여성주의책을 안샀네요ㅠㅠ 9월 1일날 주문해야겠어요ㅋㅋ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2달로 늘어나서 다행입니다^^ 이어지는 두 책도 기대되어요. 언제나처럼 안내 감사합니다*^^*

다락방 2022-08-29 10:08   좋아요 3 | URL
9월 여성주의 책을 마련해두신 분들이 아직 많지 않은것 같아요. 자, 다들 준비하시면 되겠습니다.
다락방의 미친여자 1,100 페이지에요. 이거 한달에 진짜 안돼요 ㅠㅠ 제2의 성 너무 힘들었어서..
우리 두 달간 열심히 읽어봅시다!! >.<

건수하 2022-08-29 09: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로맨스와 포르노... 흥미있는 주제였을 것 같아요 ㅎㅎ

<다락방의 미친 여자> 를 읽으려면 뭘 미리 읽어야 하나... 누군가 목록 뿅 올려주시지 않을까...
않을까... 라고 믿고 있습니다 ㅎ

다락방 2022-08-29 10:07   좋아요 4 | URL
수하 님, 저는 일전에 수하 님 글에 댓글 달았던 내용에 대해 얘기했답니다. 로맨스와 포르노요. 후훗

다락방의 미친 여자 목차 본문에 추가해두었습니다. 참고하세요!!

건수하 2022-08-29 10:25   좋아요 2 | URL
사실은.. 제가 <다락방의 미친 여자> 제본책을 갖고 있거든요. 저도 참고할 겸.. 목록을 조만간 뿅 올려보겠습니다 ^^

다락방 2022-08-29 12:12   좋아요 2 | URL
오 네 알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뿅~

건수하 2022-08-29 12:29   좋아요 1 | URL
뿅!

공쟝쟝 2022-08-29 1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막 난티님 페이퍼에서 보고 온 책이 여기서도 보이니까 짜릿짜릿, 게다가 여성,인종,계급은 정희진 해제 아닙니까? 아 또 짜릿짜릿... 그리고 다락방의 미친 여자 (공쟝쟝)읽기 너무 기대되요. 우리 다 읽고 나서 크리스마스 같은 날 인증샷 릴레이 같은 거라도 할까요? 아니면 모여서 화이트와인 마시기? ㅋㅋㅋㅋㅋ 암튼 저 두꺼운 책을 쌓아놓고 인증샷을 꼭 찍어야 할것 같다는 의견을 내봅니다!!!

다락방 2022-08-29 12:13   좋아요 2 | URL
난티님 페이퍼에서 보고 저도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되었어요. 같이 읽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이렇게 같이 읽을 수 있다니 너무 좋네요. 여성,인종,계급도 같이 읽으면 정말 좋겠지요?
인증샷 릴레이.. 그거 좋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자기가 읽은 책 사진 찍어 올리기 정도로 하면 될까요? 후훗.

공쟝쟝 2022-08-29 14:29   좋아요 1 | URL
다락방의 미친여자들! 릴레이 인증샷 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8-29 16: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 해 책은 다 갖추고 있었네요.
내년 책들 새로워 다시 봤구요.
저는 다락방의 미친~ 그 책 은근 압박이 느껴져 어제 제인 오스틴 소설 주문해서 오늘 받았어요. 그런데 샬롯 브론테와 조지 앨리엇도???
지난 번 화가님이 목록표 올려 주신 소설들 보고 철푸덕 했었어요. 읽을 책이 너무나 많던데 과연 다락방 미친 여자들을 읽어낼 수 있을지??? 벌써 걱정이네요.
책 받자마자 바로 읽어나갈까? 그런 작전도 짜고 있다죠?ㅋㅋㅋ

다락방 2022-08-30 09:21   좋아요 2 | URL
올해 책들 다 갖추고 계시다니, 너무 멋집니다, 책나무 님. 책나무 님 최고! 그래서 책나무 님이 백자평 천재가 되셨는가 봅니다. 백자평 천재 님!!
저도 다락방 미친 여자 속에 등장하는 그 책들을 차근차근 읽어나가야 하는데, 이 생각은 진작에 하고 있었지만 아직 한 권도 읽진 않았네요. 어휴... 아무튼 열심히 해봅시다!! 화이팅!!

난티나무 2022-08-29 16: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1월 도서!!!! 에헴!!!! 😘

다락방 2022-08-30 09:21   좋아요 1 | URL
1월 도서를 정할 수 있게 해주셔서 매우 감사드립니다, 난티나무 님!! 히히.
 















수치는 누군가가 사회적 존재로서 처참히 실패했음을 나타내며, 따라서 지극히 개인적인 동시에 사회적인 감정이다. 수치스러워하는 주체는, 스스로 인지하는 자기와 이상적 타자, 즉 되고 싶은 자아상 사이의 단절을 겪는다. 그는 그 자아상을 향해 가려는 한편, 자기를 거기에 반한다고 평가한다. -p.177-178



어젯밤 자기 전에 이 책을 읽으면서 수치에 대한 가장 적확한 설명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스스로 인지하는 나와 되고 싶어하는 나 사이의 단절,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내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때 드는 감정, 수치. 수치야말로 그런 것이다. 수치는 그럴 때 쓰는 단어이다. 맞아, 바로 이게 수치야! 아, 너무 수치스러워 할 때의 나는, 현재의 나에 대해서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어떤 이상과 지금 다른 식의 상황이 나에게 펼쳐졌으므로. 덧붙이자면, 그래서 성희롱이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만드는 행위라는 것은 잘못된 정의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성희롱의 잘못을 피해자에게 입히는 단어가 아닌가. 내 이상은 성희롱 당하지 않는 나인데 현실은 성희롱 당한 내가 있어 수치스러운 것인가? 이것은 너무나 이상하다. 수치 라는 단어가 대단히 잘못 적용된 상황이라 보겠다.



비혼 이면서 자녀가 없는 친구들과 때로 우리가 이렇게 싱글로 늙어가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우리는 출산과 육아를 선택하지 않은 우리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살것인가와 더불어 만약 혹여 지금 임신이 된다면? 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눈다. 이제 나이가 나이니만큼 임신 자체가 힘들기도 하겠지만, 임신을 한다면 출산 자체도 힘들어질 것이다. 거기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만약 비혼모로 아이를 낳게 된다면, 사실 지금이 제일 적당한 때가 아닌가 말이다.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고 있던 터라 경제적으로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고 비혼모에 대한 시선으로부터도 구속되지 않고, 게다가 내 경우엔 가족 구성원들도 모두 내가 아이를 낳는다면 아빠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축복해주고 예뻐해줄 터였다. 혹 이십년 전쯤이었다면 우리 엄마도 딸이 결혼도 안하고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감추고 싶었을런지 몰라도 지금은 당당해져 있는 것 같다. 낳으면 키워줄게! 라고 하시니까. 모든 사회적 여건이 이제 아이를 낳아도 좋을 때라고 말하는데, 그런데 육체적으로 노쇠하여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되었... 내가 조카들 어릴 때부터 같이 생활해보니 아이를 낳는 것뿐만 아니라 키우는 것도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체력이 필요한 것이다. 


내가 하도 조카들을 예뻐하니까 어느 하루는 이모가 내게 물었더랬다. 너 그렇게 아이 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예뻐하는데 네 자식은 안낳고 싶니? 이미 성인 아이 둘이 있는 이모인데, 내가 "이모, 조카랑 내 아이는 다르잖아, 나는 걔한테 붙들려 있어야 되고 너무 힘들잖아" 했더니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지금의 나는 모든 면에 여유가 있어서 지금이라면 아이를 낳아 키울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러나 아이 낳기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계속 여행도 다니고 싶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싶다. 간혹 텔레비젼 틀어두고 와인도 마시고 싶고 친구들을 만나 수다 떨면서 늦은 밤까지 술을 마시고 싶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얼마간은 그런 것들을 하지 못할텐데, 이런 생각을 하면 나는 아이 낳기는 역시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 얘기가 나오면 엄마, 나는 구속 받기 싫어 자유롭고 싶어! 라고 말하곤 하는데, 그러면 엄마는 내게 말씀하신다. "너 여태 계속 자유로웠잖아!" 


그렇다. 나는 여태 계속 자유로웠다. 그런데, 앞으로도 계속 자유로워도 되는거잖아?

지금까지 자유로웠고 앞으로도 자유롭기를 택하는 나는 이기적 쌍년인가?



에리카 밀러는 이 책의 초반에 자신의 임신중지 경험에 만족했던 여성에 대해 얘기한다. 임신을 원하지 않았으므로 임신중지를 했고, 그래서 좋았던 여성에 대해서. 이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자연스런 수순이다. 원하지 않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에 그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만 놓고 보면 아무것도 지적할 것이 없다. 그러나 그것이 임신중지라면 얘기는 다르다. 피임하지 못한 여성, 생명을 죽인 여성에 대한 비난은 반임신중지 입장의 것이라면, 아이를 지금 키울 형편이 안되니까, 모성을 포기하고 더 나은 환경에서 아이를 낳으려고 선택하는 거니까 라며 임신중지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도 임신한 여성에게 불편한 마음을 강요한다. 네가 낙태를 했다면, 그것이 어떻게든 너에게 좋을 리 없지. 그것은 고통스럽고 트라우마를 남길 거야, 그게 아무렇지도 않을 순 없는거야, 네 뱃속에는 아이가 있었으니까. 넌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어쩔 수 없이 지운거잖아.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 그래서 사람은 사회화 된다. 온전히 나로서 존재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아무리 내가 주체적이라고 해도 아무리 내가 내 고집대로 행동한다 해도, 거기엔 이미 이 가정에서 자라 이 학교, 이 직장, 이 나라 그리고 나를 둘러싼 사람들 가운데에서 살아왔던 내가 있다. 차곡차곡 사회가 내게 보여주는 것들은 내 안에 쌓여서 내 생각이 되고 내 기준이 된다. 만약 내가 이십대에 임신을 했다면 임신중지를 선택했을 것이고, 이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는 그것에 대해 엄마를 비롯한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일에 대해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로 처리(?)를 한 후, 내내 가슴에 담고 살았을 것이다. 혹여 누군가에게 그걸 들키기라도 할까봐 걱정했을 것이다. 내가 그동안 자라면서 보아왔던 드라마나 영화 그리고 책에서는 그것을 감추지 않으면 사회에서 매장 당하는 것처럼 그려왔으니까.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소설 스타킹 훔쳐보기 시리즈 중에서도, 결혼 전 낙태했던 여자가 결혼 후 유산을 하게 되었는데 그걸 남편이 알고 폭력을 휘두르는 이야기가 나왔더랬다. 결혼 전 임신사실, 임신중지의 사실은 결코 결혼할 남성에게는 밝혀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사회화 되었었다. 뭐, 지금은 배째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건 이만큼 살아온 그동안의 시간이 나에게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 책의 4장 <수치스러운 선택> 에는 임신중지를 줄이고자 하는 호주의 정치인들 얘기가 언급된다. 그들은 무엇보다 '십 대 엄마'를 비난하며 그 수를 줄이고자 했다.



1970년대부터 '십 대 엄마'라는 인물형은 유독 '과도한 재생산적 신체'로 비난받았다. 십 대 엄마는 성적 미성숙이나 무책임과 연결되며, 특히 신자유주의적 통치가 확산됨에 따라 복지에 의존하는 계층화된몸이 되었다(2장 참고). 임신중지 법의 자유화가 진행된 이래 십 대 임신중지 ·모성 이라는 국가적 '수치'를 해결할 방책으로는 성적 억제라든지 피임기구 사용을 다루는 도덕교육이 제안됐다. 

십 대 임신을 막겠다는 발의들은 임신한 십 대가 아이를 낳든 임신중지를 하든 상관없이 실패자라고 전제한다. 임신중지를 사회문제로 구성하곤 하는 토니 애벗은 이런 수사를 사용했다. "십대의 난잡한 성생활을 억제하고 '속도위반'하는 십 대를 막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면 임신중지도 줄고, 따라서 트라우마를 겪는 젊은 여성도 줄고, 역기능 가정dysfunctional family도 줄어들 것이다." 여기서 애벗은 모든 십 대(여성)의 성적 행동을 '난잡'하다고 보면서, 순결을 옹호하고 피임을 회피하는 듯하다. 이는 보수적이고, 반임신중지적인 발화의 전형이다. 애벗은 여성의 무책임한 성적 모험이 임신중지로 이어져 트라우마 경험(3장 참고)으로 끝나지 않는다 해도, 자신이 건조하게 '역기능'으로 프레이밍한 십 대 모성으로 이어지리라고 전제했다. 그는 임신중지를 십대의 몸과 연결함으로써, 나아가서는 임신중지를 미성숙과 무모함에 연결했다. -p.198



최근에 읽었던 책 '콜린 후버'의 《어글리 러브》에는 아직 고등학교 졸업전에 임신을 해버린 여자와 남자가 나온다. 여자와 남자는 사랑했다. 당시에 그들은 뜨겁게 사랑하며 이 세상에 다시 없을 사랑을 그들이 한다고 믿었다. 조심하느라고 했지만 어쨌든 여자는 임신했다. 남자는 임신하지 않았다. 그러나 남자는 '착하고' , '책임감있는' 남자여서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할 수 있을지 고민해서 해결책을 마련해 여자 앞에 들이민다. 여자는 두려웠다. 함께 사랑했지만 혼자 임신하고 그래서 남자가 떠나버릴까봐 두려웠다. 그러나 이 '착.한.' 남자는 함께 고민해줬다. 그는 아이를 낳자고 한다, 그리고 같이 키우자고 한다, 우리가 함께 갈 대학에서 가족을 받아주기도 한다고, 그런 숙소를 알아왔다고. 그래서 여자는 기쁜 마음으로 아이를 낳는다. 남자는 낳지 않았다. 여자는 임신하고 아이를 낳았고 엄마가 되었다. 남자는 섹스를 하고 아빠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임신과 출산은 빠져있다. 그러나 그 남자가 여자랑 섹스를 했기 때문에, 그 여자가 남자랑 섹스를 했기 때문에 임신했다. 십대에 임신한 여자는 호주의 토니 애벗 말대로 문란하다면, 십대에 임신하게 만든 남자는 문란하지 않은가? 여자는 난잡하고 남자는 난잡하지 않은가? 여자는 속도위반 했는데 남자는 하지 않았는가? 여자는 무책임했다면 남자는 무책임하지 않았는가? 여자랑 남자가 함께 한 일인데 여자는 무모했고 남자는 무모하지 않았는가? 여자는 미성숙했고 남자는 미성숙하지 않았는가? 




내가 임신을 했다면 그건 나 혼자 한 일이 아니다. 사정을 한 남자가 반드시 있었다. 그런데 임신을 하게 되면 걱정도 내몫이고 임신중지를 하려고 병원에 가는 것도 내 몫이고 혹여라도 이 일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될까봐 걱정하는 것도 내몫이고, 내 뱃속의 생명을 내가 죽였다고 트라우마를 가져가는 것도 내 몫이다. 그러나 이 내 몫의 것들 중에서 내가 '정말' 내 것으로 가져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이것들 모두 내가 사회화로 인해 갖게 되는 것들이 아닌가. 혹여라도 내 안에 죄책감도 없고 아이를 죽인다는 것에 대한 고통도 없고, 수술 후에 트라우마도 없다면, 나는 아마도 그런 나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임신중지 하고 나면 다들 괴롭다는데, 그거 죄책감 든다는데, 그거 트라우마 있다던데, 그런데 나는 왜 속이 시원하기만 하지? 나는 역시.. 이기적인가?

사회화는 내게 일어나는 자연스런 감정을 이상한 것으로 몰아가고야 만다. 그래서!


에리카 밀러의 임신중지를 읽는 일은 의미 있다. 나는 여성들이 안전한 섹스를 하고 굳이 임신중지 까지 가기를 원하지 않지만, 혹여라도 그런 상황이 됐을 때, 내 것이 아니어도 될, 수치심을 포함한 과도한 감정들을 품게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에리카 밀러가 쓸데없는 고통과 죄책감을 가지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니 이 책을 젊은 시절에 읽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아 제기랄.. 내가 젊을 때 이 책을 읽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나는 임신중지 하는 여자들의 병원에 같이 간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아마 다른 식의 대응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 때 나는 그 자리에 내가 있도록 한, 부재한 정자들의 주인들을 욕하기만 했다. 개새끼 소새끼 말새끼들.. 왜 여기에 안나타나냐 씨부럴것들.... 여기 왜 내가 있냐, 내가 사정했냐, 개새끼들...  그 때의 그 여자들을 포함한 임신중지 경험이 있는 모든 여성들이 혹여라도 자신의 것이지 않아도 될 과도한 고통을 끌어안고 산다면(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이 책을 읽는 것은 아주, 아주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는 수치에 대해 썼지만 선택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 책인데, 그런데 이 좋은 내용으로 가득찬 책이 문장이 매끄럽지 못하다. 무슨 뜻인지 단번에 파악이 안돼 재차 읽어야 되는 문장들이 수두룩하다. 읽다가 문장들이 툭, 툭 끊긴다. 거기에 스트레스 받아 원서를 구입해 옆에 두고 함께 읽어야 하나도 생각해보고 있었는데 어느덧 4장을 읽고 있다. 그래도 원서 살까? (사고싶구나...) 



아주 좋은 책이다. 뒷부분 계속 읽을 것이고, 많은 여성들이 그리고 남성들도 읽었으면 좋겠다. 임신도 안하고 그래서 임신중지도 안하는 남성들이지만 임신중지에 말은 보태는 남성들이야말로 좀 읽었으면 좋겠는데, 거기에 말 보태는 새끼들이 책 한 권 읽는다고 달라지진 않겠지요........



이만 총총.



원서.. 너를 어쩌면 좋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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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8-23 09: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십대 이야기 다시 읽어도 화가 나네요!-_- 임신과 출산 과정에 항상 함께 참여해야 할 남자들의 역할이 빠져있다는 것...!!!
좋은 책인데 저도 제가 좀 더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었다면 고통이나 두려움, 죄책감 등에서 더 자유로울 수 있지 않았을까~?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기적인 여자인가를 계속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한 것은 제 선택이었으나 어쨌든 그것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저를 제 우선순위에 둔 것은 분명했으니까요.
저도 원서를 읽으면 나았나 싶었어요. 하지만 시간 관계상...ㅋㅋㅋ

다락방 2022-08-23 11:18   좋아요 2 | URL
제가 저를 우선순위에 두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데 이 세상에서 사회화 되기를 저를 우선순위로 놓으면 이기적인 게 되잖아요. 부모를 위해, 남편을 위해,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것은 여성에게 그동안 너무 당연시되었던 것 같아요. 여성의 신체를 가지고 살아간다면 어디에서든 일단 ‘그 다음에‘, ‘나중에‘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여성에게 임신중지에 대해서는 또 죄책감과 수치심 그리고 고통과 트라우마를 가져가라고 하죠. 후아-
거리의화가 님, 여자들이 아무리 이기적으로 생각해도 이미 이기적으로 세상을 조정하려 드는 남자들의 발끝에도 못미치는 것 같아요. 우린 더 이기적이 되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지금보다 이기적이 되어야 정치에서도 법에서도 매체에서도 여자들이 더 많아지지 않겠어요? 더 이기적이 됩시다. 더 드러납시다.

얄라알라 2022-08-27 17:20   좋아요 0 | URL
˝Happy˝
에리카 밀러가 의도를 담아 작정하고 뽑아 쓴 형용사인데 번역판에서는 밋밋하게 요 ˝happy˝를 빼버린 건 아쉬워요
저는 원서 없이 번역판만 읽었지만, 중간중간 ‘나라면 이보다 더 잘 옮길 수 있을까?‘하는 표현이나 문장들이 많았답니다. 원어가 궁금한 부분은 있어요

* ‘문화적 수행자‘로서의 태아. 수행자 원어는 performer일까? actor일까?
* 태아적 모성은 ˝fetal motherhood?˝ ˝embryonic motherhood?˝

일단은 몰라도 그냥 지나가야겠어요^^ 8월은 끝나가는 데 갈길이 머네요

이번에 3번째 다시 읽는 셈인데 넘 재밌어요
다락방님께서 판 깔아주신 덕분에 잼나게 공부합니다

다락방 2022-08-29 12:18   좋아요 0 | URL
오 알라딘 세번째 읽는 중이시라니, 너무 대단하세요!
저는 단어 선택 자체보다 문장이 매끄럽지 않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내가 제대로 이해한건지 혹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때문에 한 문장을 두세번 읽는 경우가 허다했답니다. 덕분에 속도도 느리고요. 원문과 비교해보고 싶지만 막상 사두면 비교할 시간은 없을 것 같아 안사려고요. 흐흐

잠자냥 2022-08-23 10: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진지한 가운데 중간중간 역시 유머를 잃지 않은 명페이퍼군요.
저도 자유롭게 사는 이기적 쌍년으로서.... 앞으로도 계속 자유롭게 살 계획인데, 돌봐야 하는 고양이들이 여럿 생기면서 완전하지 않은 자유에 가끔 현타가 올 때도 있어요. 그러다 보면, 아, 애를 낳아 키우는 여자들은 정말 여러 가지로 대단하다 이런 생각도 들고, 왜 임신과 육아는 늘 여성의 몫인가.. 역시 무자식 상팔자다 이런 결론으로 돌아가고는 합니다.

다락방 2022-08-23 11:15   좋아요 3 | URL
아 맞아요. 내가 혼자가 아닌 일단 다른 존재와 함께 산다면 구속력은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여행 좋아하던 제 친구도 고양이 때문에 이제 장거리 여행도 못하고 하룻밤 외박도 마다하더라고요. 그 순간 나의 여행보다 나와 함께하는, 내 돌봄이 필요한 고양이가 우선인 것은 집사들의 당연한 선택이겠지만, 역시 누군가 돌봐줘야 할 대상이 있다면 구속은 필연적인 것 같습니다.

저는 .. 조카들 예뻐하면서 살려고요. 조카들 예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조카들 너무 예뻐요 ㅠㅠ 너무 사랑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갑자기 조카예찬 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2-08-23 10: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제 저녁에 이 책을 읽으면서 별로 어려운 책이 아닌데 왜 이렇게 읽기가 힘들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일단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것도 분명 있고요. 거기에 더해 원저자가 중언부언이 많아요. 하나의 일관된 주제아래 논리정연하게 딱 떨어지지 않고 얘기하다가 아 맞다 앞에서 이거 얘기했지만 그 부분 좀 부족했지? 그게 뭐냐면 말이야 뭐 이런 느낌이랄까요? 그러니까 읽는 독자로서는 정신사나운 글이 되었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그 말은 원서를 읽어도 별로 다를 것이 없지 않을까..... ㅎㅎ 그냥 제 생각이고요. 그럼에도 좋은 책이라는 것도 제 생각입니다.
다락방님 말씀하신 죄책감 수치에 대해서는 저는 엄청 할말이 많은 느낌이라 저도 오늘 이 책 끝내고 리뷰든 페이퍼든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

다락방 2022-08-23 11:12   좋아요 2 | URL
저도 번역 문장이 매끄럽지 못해서 턱턱 걸렸거든요. 이게 번역의 문제인걸까 원문이 대체 어떻게 되어있는걸까 생각했고요. 그런데 바람돌이 님 댓글 읽고 보니, 맞아요, 그것도 있어요. 얘기하다가(이건 4장에서) 또 얘기하닥(이건 2장에서) 이렇기도 하죠 ㅎㅎ 저는 내용 자체가 엄청 좋았거든요. 반드시 읽어야 할 내용이라 생각했고 사실 다른 곳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얘기였어서 내용면으로 너무 좋았는데, 문장 자체가 읽기 힘들더라고요. 음.. 원서를 사서 번역본 옆에 똭 두고 읽을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하.

저도 뒤에 조금 남았어요. 오늘 다 읽고 싶은데 할 수 있을지.. 바람돌이 님의 리뷰 기다리겠습니다. 빠샤!!

얄라알라 2022-08-27 17:21   좋아요 1 | URL
아...바람돌이님 거리의 화가님 다락방님 모두 번역문체 불편하셨군요?
저는 제가 이런 분야 글에 친숙하지 않아서 어려운가 했어요^^;

제목만 보고 생각했던 것보다 열배는 재밌었던 책^^

다락방 2022-08-29 12:20   좋아요 1 | URL
저는 정말 문장이 어렵긴 했지만 내용 자체는 너무 좋았어요. 누군가 이런 말을 해주어서 정말 다행이란 생각도 했고, 젊은 여성들이 이 책을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기더라고요. 혹여 갖지 않아도 될 부정적인 마음들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말예요. 무엇보다 콘돔 사용 안하는 남자와는 성관계를 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ㅠㅠ

미미 2022-08-23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서문에서부터 기분좋게 머리를 한 방 맞은 느낌이었어요. 임신 중지에 대해 수치, 불쾌함, 죄책감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감정들이 모두 사회적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니...감정의 정치라는 말도 딱인듯하고요. 글이 읽기 힘듦에도 그래서 이미 별5개라고 생각하고 읽어나가는 중입니다. 요 바로 위의 다락방님 말씀에 공감100(완전 제 생각이라 깜놀함요ㅎㅎ)

이런 어려운 책도 자꾸만 원서와의 비교를 고민하시는 다락방님 늘 존경입니다.*^^*

다락방 2022-08-23 14:16   좋아요 3 | URL
문장이 자꾸 튕겨져나와서 오히려 더 이해가 힘든 것 같더라고요. 내용 자체는 너무나 좋고 어려운 내용이 아닌데 문장 때문에 자꾸 튕겨져 나간다니 짜증이 나서 원서 까지 생각한건데, 거의 다 읽어가는 지금은 안사도 되지 않나 싶습니다. 나중에 영어 실력이 좋아진다면(그런 날이 올까요?) 그 때 사서 보든지 해야겟어요. 지금은 한글책도 사두고 쌓아두기만 하는데 영어책은 무슨.. ㅠㅠ

저도 아주 당연하게 수치, 죄책감, 트라우마를 가져가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순수하게 그게 속이 시원할 수도 있고 문제를 해결하는 걸수도 있고 또한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할 수도 있다는 것에 당황하면서도 어쩐지 분했어요. 도대체 세상이 그동안 여자들한테 뭘 어떻게 한거야! 하고 말이지요. 오늘 내로 다 읽고 싶은데 집에 가자마자 잘 것 같아 조금 더 미룰 것 같아요. 부지런히 읽고 부지런히 얘기하고 부지런히 알아나갑시다, 미미 님.

책읽는나무 2022-08-23 17: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주장들이 얽히고 설켜 이 말을 주장하려는 것을 내가 똑바로 이해한 것이 맞는 것인가? 계속 의심하다 보니 자꾸 진도가 안나가고 계속 머리 식힌다고 다른 책 들게 되고, 이 바쁜 시기에 영화를 몇 편이나 봤는지 모르겠네요^^;;; 약간의 나의 자존감 문제일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도 했구요.(어려운 책 읽을 때는 내가 똑바로 독해하고 있는 것인지? 늘 문해력을 의심하게 되더라구요ㅋㅋ)
그런데 중언부언 한다는 바람돌이님의 말씀에...으응??^^;;;;; ㅋㅋㅋ

<나의 블루스> 란 드라마에서 십 대 시절에 임신을 한 경우의 배우들 이야기가 나오는데 거기서는 노희경 작가는 여학생은 임산부로 학교에 남아 공부를 계속하고, 남학생은 자퇴를 해서 미래 아기의 분유값을 모으려고 일을 한다는 설정으로 해결했는데 작가답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행스럽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십 대들의 임신 이야기가 읽히니 갑자기 드라마 생각이 났네요.
이 책은 정말 생각할 거리가 많은 좋은 책이에요. 그럼에도 진도가 잘 안나간다는 의견들에 공감 백퍼입니다^^;;;
이제 반 읽었으니 앞으로도 남은 부분들 부지런히 읽어야죠.
잘 읽고 갑니다. 이 책 읽는 동안 많은 도움 얻고 가네요^^

다락방 2022-08-24 08:11   좋아요 3 | URL
저는 다 읽었습니다, 책나무 님! 오늘 출근길에 다 읽었어요. 아주 좋은 독서였습니다. 에리카 밀러가 주장하는 바는 우리 여성들이 그리고 남성들도 당연히! 듣고 생각해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쓸데없이 여성들에게 많은 죄책감과 수치를 안겨주었으니까요. 그런 당연한 주장을 듣는 것은 너무 짜릿한 일인데 문장이 툭툭 걸려서 읽는데 예상보다 오래 걸렸네요. ㅠㅠ

책나무 님, 남은 부분 열심히 읽으세요. 저는 맺음말 도 참 좋더라고요. 화이팅!!

공쟝쟝 2022-09-10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르으로고 계속 여태 자유로워지실 다락방님께… 수치심!!의 정의 외워야겠어요 ㅋㅋ 맞아 저게 수치심이구나? ㅋㅋㅋ 내가 생각한 수치심은 좀 자기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함 정도 였는 데, 조금 더 수치심 이라는 감정에 대해 생각해둬야하겠습니다 ㅎㅎ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4월~12월(2022년)
















여러분, 안녕?


8월이 곧 오네요. 샤라라랑~ 아름다운 8월이지만, 우리가 읽을 책은 아름다운 것과는 거리가 먼 책이 될듯 합니다.

그것은 바로바로~ '에리카 밀러'의 《임신중지》!!

우리, 뜨거운 8월에 임신중지 읽으면서 뜨겁게 분노하고 뜨겁게 으르렁 댑시다.

으르렁~ 어흥~~ 



7월 도서 완독 인증과 글이 쭉쭉 올라오고 있네요.

다 읽은 분들 수고하셨습니다.

아직 읽고 계신 분들도 힘내세요.

빠샤!!



그러면 저는 내일 오전, 아무말 페이퍼로 돌아오겠습니댜.

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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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당한 독일 여자를 봤어. 여자는 알몸으로 바닥에 누워 있었어. 다리 사이에 수류탄이 박힌 채…지금은 부끄럽지만 그때는 그걸 보고도 수치심을 느끼지 못했어. 하지만 감정은 변하는 거잖아. 며칠은 이런 감정이다가 또 며칠은 저런 감정이고몇 달 후에 우리 대대로…독일인 아가씨 다섯 명이 지휘관을 찾아왔어.

흐느껴 울더라고산부인과 의사가 아가씨들을 검진했더니 여자들 그곳이 많이 상해 있었어. 심하게 찢겨 있었지. 팬티는 온통 피로 물들고 밤새 성폭행을 당한 거야. 병사들이 줄을 서서 그 짓을 한 거 지

이 이야기는 녹음하지 마… 녹음기 좀 꺼…… 하지만 다 사실이야! 전부 다! 우리 대대 전체가 나와 정렬한 가운데… 독일 아가씨들에게 지시가 떨어졌어. ‘가서 당신들한테 몹쓸 짓을 한 놈들을 찾으시오. 지위 고하를 불문하고 그 자리에서 총살시켜버릴 테니.' 부끄럽더라고. 하지만 아가씨들은 앉아서 그저 울기만 했어. 원하지 않는다면서…더이상 피를 보는 일은. 그 아가씨들이 한 말이야… 그리고 각자 커다란 빵을 한 덩어리씩 받아 돌아갔지. 물론 그건 다 그놈의 전쟁 때문에… 당연히…용서하는 게 쉬웠을 거라고 생각해? 멀쩡하고……… 새하얀……… 벽돌지붕의 집들을 보는 게 아무렇지도 않았을 거 같냐고… 장미가 탐스럽게 핀 집들…나는 그들도 고통스럽기를 바랐어. 당연히

그들의 눈물을 보고 싶었지한순간에 착한 사람이 될 수는 없어. 올바르고 선한 사람이. 지금 당신처럼 그런 훌륭한 사람이 그들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들기까지 나는 수십 년이 걸렸어…….."

A. 라트키나, 하사, 전화교환수 - P517~518



세상에 강간이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여자들은 없을 것이고, 강간 피해에 대해 듣게 된다면 가해자를 욕할 것이다. 그런 일은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것에 당연히 동의할 것이다. 수차례 언급했지만 '이사카 고타로'는 자신의 소설 《골든 슬럼버》에서 '성폭행은 명분이 없다'는 얘길 한 적이 있다. 나 역시 거기에 동의하는데, 대부분의 여자들(과 어떤 남자들)이 강간피해 여성에게 연대하고자 하면서도, 그러나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떤 대의 앞에서는 여성의 성폭행이 '그렇다면 뒤로 미뤄두어도 될 것'이 되거나, '피해자의 말을 믿을 수 없다'고 되어버리는게 나는 겪을때마다 당황스럽다. 


몇해전 한 남자 연예인의 성폭행 소식에는 '그렇게 생긴(잘생긴) 남자가 성폭행을 왜하겠냐'며 피해자를 의심하는 댓글도 있었고, 나중에 사과하긴 했지만 집단내에서의 성폭행 사실이 폭로되자 해일이 오는데 조개를 줍고 있을 순 없다고 말한 정치인도 있었다. 한 여성이 당한 성폭행이 '어떤' 대의들 앞에서 혹은 어떤 '사람' 앞에서, 어떤 '집단' 앞에서는 갑자기 조개 줍는 일로 다뤄지는 것을 나는 정말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왜 그렇게 되는거야? 그것은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고, 더 중요한 것이 여성의 성폭행 피해를 폭로하고 처벌하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민주당 내에서 박지현이 그렇게 욕먹은 건, 내부의 남자들이야 뭐 원래 그런 놈들이었다 치더라도 여성들조차도 더 중요한 건 선거에 이기는 것이지 성범죄를 처벌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박지현을 지지하고 박지현의 의견에 동의하고 박지현의 뜻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나는 성범죄가 절대 있어서는 안되며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것을 어떤 대의 앞에서 뒤로 미룰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왜 어떤 남성 정치인(그간 그동안 선했다는 이유로 혹은 당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사람이라는 이유로)의 성범죄는 일단 그냥 넘어가도 되는게 되는걸까? 어떻게 그게 가능한걸까? 왜 여성의 성폭행 피해는 '그 다음', '나중에'가 될까. 한 여성의 삶을 파괴해버리는 일에 대한 것이 어떻게 그 다음이 될까? 그게 뭐가 됐든 어떻게 그것에 앞서는 대의가 있을까? 나는 이럴때마다 번번이 그런 일들을 보는게 아파서 '우선순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라고 내가 나를 다독이곤 하지만, 애써 이해하려고 할 뿐 아직 진심으로 이해되는 건 아니다. 


위의 인용문을 읽으면서도 너무 힘들었다. 강간이 벌어진 일도 힘들었지만, 강간이 벌어졌으나 적국의 여성들이기 때문에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까지 오래 걸렸다는 것을, 내가 받아들이기가 힘이 들었다.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가 아닌 상대편 여성들이 내 편의 남성들로부터 강간을 당했지만, '너네들도 우리처럼 불행해져야 해' 라고 생각하는 지점에 대해서, 눈앞의 파괴를 보고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했다. 그런 한편, 전쟁이라는 상황은 매우 특수한 상황이고 수많은 죽음과 부상, 피와 파괴등을 보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한 나를 유지하기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을 한다. 그래, 보통의 상황이었다면 저 사람도 아무리 그래도 해서는 안되는게 있는거야 이놈들아! 했을테지만, 전쟁이라는 상황은 그녀의 선한 면을 뒤로 미루고 다른 여성을 향한 성폭행이 잘못됏다는 판단을 하지 못하게 했을 것이라고, 그렇게 이해하려 애쓰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대의 앞에 너의 성폭행 폭로는 좀 입다물어 줄래? 가 되는건 정말 나를 미치게 한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를 읽는 일은 즐겁지도 않았고 좋지도 않았다. 어떤 여성학 책이든 기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게 있겠냐마는, 참전했던 여성들의 그간 침묵했던 일들을 읽노라니 너무 괴로웠다. 그런 한편 이걸 모르고 살았다는 것도 역시나 괴로웠다. 안다는 것은 상처받는 것이라는 정희진 쌤의 말은 참진리이고, 그래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알고 싶지 않은 기분이 공존하게 되는 것 같다. 


어쨌든 이번달에도 무사히 완독했다.



하늘이나 바다가 아무리 좋아도 내게는 현미경 렌즈 아래놓인 모래 한 알이, 바닷물 한 방울의 세계가 더 소중하다. 그곳에서 내가 빗장을 열고 보게 될 위대하고도 놀라운 한 사람의 삶이. 만약 작은 것이나 큰 것이나 똑같이 무한하다면, 어떻게 작은 것을 작다고 하고 큰것을 크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 둘을 구별짓지 않는다. 한 사람만으로도 벅차다. 한 사람 안에 모든 것이 있으므로, 그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맬 만큼. - P272


-아이들은 전선으로 보내지 않는다. 콤소몰 당원이라고? 그거 잘됐구나 콜호스 일을 도와라.
우리는 낟가리가 썩지 않도록 삽으로 잘 흩어줬어. 그다음엔 채소도 거둬들였지. 손바닥에 굳은살이 박이고 입술은 갈라 터지고 얼굴은 까맣게 그을렸어. 글쎄, 그 마을 여자애들과 다른 점이라면 내가 수많은 시를 안다는 것, 그리고 그 시들을 다 외워서 낭송할 수 있다는 것 정도였을 거야. 들에서 집까지 참 멀었어. 나는 그 먼 길을 시를 외우며 걷곤 했지. - P323

- 전쟁이 끝나기 며칠 전 일인데, 아직도 기억에 생생해요. 말을 타고 가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음악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바이올린 소리가……그리고 바로 그날이 나한테는 전쟁이 끝난 날이었어요…… 갑자기 음악 소리라, 그건 기적이었죠……또다른 소리가 들려왔어요…… 마치 긴 잠에서 깨어난 것 같더군요…… 우리는 모두 전쟁만 끝나면, 그 숱한 눈물만 그치면 멋진 삶이 우리를 기다릴 거라고 믿었어요. 아름다운 인생이. 승리만 하면…… 이날들만 견뎌내면…… 모든사람이 한없이 선해지고 서로 사랑만 할 거라고 믿었죠. 모두 형제자매가 될 거라고, 우리가 얼마나 그날을 기다려왔는지……그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렸어요…… - P296

불구가 되어서까지 살고 싶지는 않았어. 무엇 때문에 살아? 내가 누구한테 필요하다고? 아버지도 엄마도 안 계신데, 평생 사람들 짐만 될 텐데. ‘다리도 없는 나 같은 게 누구한테 필요하다고! 목을 매자……‘ 그렇게 마음먹고, 간호사에게 작은 수건 대신 큰 걸로 갖다달라고 부탁했지. 게다가 병원에서 모두들 나보고 ‘할머니, 할머니……여기 연로하신 할머니가 누워 계신다……‘며 놀려댔거든. 병원장을 처음 만났는데 몇 살이냐고 묻는 거야. ‘열아홉이라고, 곧 열아홉이 된다‘고 얼른 대답했지. 아, 그러자 병원장이 웃으며 ‘오, 꽤 나이가많은데, 벌써 할머니네‘ 그러잖아, 글쎄. 그뒤로 사람들이 그렇게 나만 보면 할머니라고 놀리더라고. 간호사 마샤 아줌마도 나를 놀려먹었지.
큰 수건으로 바꿔달라니까 마샤 아줌마가 그러는 거야. ‘수건은 갖다줄게. 너는 곧 수술을 받아야 하니까. 하지만 내가 지켜볼 거야. 왠지 눈빛이 마음에 안 들어, 혹시 무슨 나쁜 생각이라도 하는 건 아니지?‘ - P218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보니까, 정말 수술 준비가 되고 있더라고.
나는 수술이 뭔지도 몰랐고 그때까지 몸에 칼을 대본 적도 없었지만 이제 몸에 지도가 생긴다는 것쯤은 짐작할 수 있었지. 베개 밑에 큰 수건을 숨기고 모두 잠들기를 기다렸어. 곧 다들 잠이 들었지. 마침 침대틀이 철로 된 거였어. 그래서 수건을 침대에 잡아맨 다음 목을 매기로 했지. 다만 도중에 수건이 끊어질까봐 그게 걱정이었어……
그런데 마샤아줌마가 밤새 내 곁을 지키고 앉았는 거야. 아줌마가 나를, 어린 나를 지켰어. 밤새 한숨도 안 자고……어리석은 나를 보호했어…… - P218

"나는 왜 살아남았을까? 무엇을 위해? 생각해보면……그건 아마 지금 이렇게 그때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 P187

- 전쟁터에서 연애도 하고 그랬나요?
내가 묻는다.
-전선의 소녀병사들 중에는 아름다운 아가씨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우리 눈에는 여자로 보이지 않았지. 내가 봐도 정말 멋진 여자들이었지만 말이오. 그 아가씨들은 우리를 전장에서 구해낸 우리의 전우였소. 우리를 구해내고 간호해주고 돌봐줬어요. 나도 두 번 부상을 당했는데, 그때마다 나를 구해줬지. 그런데 어떻게 그들을 나쁘게 생각할 수 있겠소? 하지만 당신은 형제하고 결혼할 수 있나요? 우리한테 그들은 누이였소.
-그럼 전쟁이 끝난 뒤에는요?
- 전쟁이 끝나자 그들은 전혀 보호받지 못하는 처지가 됐소. 내 아내같이 똑똑한 여자도 여자병사들을 좋게 보지 않았으니까. 사람들은 그녀들이 남편감을 찾아 전쟁터에 간 거고, 그곳에서 연애질만 실컷 하다가 왔다고 믿었어요. 이왕 터놓고 얘기한 김에 하는 말인데, 실제로 소녀병사들은 대부분 정숙한 처녀들이었어요. 순결한 처녀들. - P169

하지만 전쟁이 끝나자…… 더러운 오물도, 들끓는 이도, 시신들도……더이상 안 봐도 되자 뭔가 아름다운 게 그리워지더군요. 뭔가 밝고 화사한 그런게……아름다운 여인들 …… - P169

-하지만 그 여자들이 고국을 지킨 건 사실이잖아요? 조국을 구해냈다고요……
- 그건 그렇소만……그런 여자들이랑 정찰은 같이 갈 수 있을지 몰라도 결혼은 하지 않을 거요. 그게, 그래요……우리 남자들은 여자를 엄마나 아내로 생각하는 데 익숙해요. 결국은 아름다운 숙녀에게 익숙하다는 거요. 동생이 해준 이야기가 있어요. 한번은 우리 도시로 독일군 포로 행렬이 지나갔는데, 동생이 또래 남자애들이랑 어울려 포로 행렬에 대고 고무총을 쏘았나봐요. 그걸 우리 어머니가 보시고는 동생 뺨을 때렸소. 그 포로들이란 게, 히틀러가 최후 수단으로 징집한, 아직 이마에 피도 안 마른 어린애들이었던 거요. 동생은 그때 겨우 일곱 살이었지만 우리 어머니가 그 어린 독일군 포로들을 보며 눈물을 흘리던 모습을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요. ‘너희 엄마 같은 사람들은 눈이 멀어버려야 돼. 세상에 어떤 엄마들이기에 이렇게 어린 자식들을 전쟁터로 내보낸단 말이냐!‘ - P166

"전쟁은 남자들의 일이오. 그런데도 남자들 이야기는 그렇게 쓸 게 없는 거요??"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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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7-25 10: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부분 읽으면서 너무 분노하고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해서 한동안 다음을 넘어가질 못했어요ㅠ 무엇이 중요한지를 따지는 우선순위에서 왜 가장 가혹한 폭력을 제쳐두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힘든 책 읽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락방 2022-07-25 10:54   좋아요 4 | URL
전쟁은 전쟁강간범들의 좋은 핑계가 되어주는 것 같아요. 강간이 전쟁시에만 일어나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지만 ‘적국의 여자들이다‘라는 걸로 강간에 대한 변명을 가해자들 스스로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마치 그래도 되는 것인양.. 그게 너무 화가나고, 그걸 보는 사람들조차도 전쟁이니까, 라고 그 일에 대해 눈감아버리는게 미치겠어요. 저 장면 읽으면서 ‘그건 내가 지금 전쟁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일까, 만약 저 상황이라면 나도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행동을 할까‘를 수없이 생각했는데, 답은, 잘 모르겠다는 거였어요. 아무리 가정한다해도 제가 그 상황에 있는건 아니니까요.

얼마전 인하대 강간살해 사건 보면서도 생각했는데, 어떻게 고작 스무살밖에 안된 놈이 강간할 생각을 할까요? 어떻게 그 머릿속에 그런게 들어가있을까요? 강간은 남자들의 사고를 지배하는 것 같아요. 너무 싫어요.

공쟝쟝 2022-07-25 10: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고통에 대한 감정이입역시 매우 정치적이고 선택하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의식적으로 신경을 써도 내 시선이 닿지 않는 영역은 존재하고. 그래서 열려있어야 하고 두눈 뜨고 봐야한다고 그런 태도가 필요한 것 같고 그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서 부단히 견주고 깨지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중요도와 우선순위를 없애버리자고 하는 건 (그렇고 싶지만) 시기상조라고 치고… 그 동안의 위계에 질문하는 것 밖에, 끊임없이 문제제기 하는 것. 이미 잘하고 있으니, 더 오만하게!! 읽느라 수고많으셨어요. 저도 부단히 따라가겠습니다!

다락방 2022-07-25 11:14   좋아요 6 | URL
공쟝쟝 님 댓글을 읽으니 고개를 끄덕이게 되네요. 고통에 대한 감정이입 역시 매우 정치적이라는 것이요. 저는 열려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그럼에도불구하고 저 역시도 눈감거나 뒤로 미뤄두는 수많은 고통들이 있겠지요. 그건 제가 제 나름의 우선순위를 정했기 때문일 것이고요. 제 우선순위는 다른 기준의 사람에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되기도 하겠지요. 정치적.. 오늘도 배웁니다.

공쟝쟝 2022-07-25 11:25   좋아요 3 | URL
네! 어쩌면 우리가 감정이입하기로 선택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 내가 이런 시절에 태어나서 살아가는 여성인 것이 다행스럽다는 생각 더더 페미니즘 적이어야겠다는 생각이 좀 들었고요 ^^
저는 다락방님이 이해 충분히 하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납득이 안되는 거예요 ㅋㅋ 그리고 이해를 전혀 못하는 사람들이 절망적으로 많은 거고요. 다른 몸을 살면서도 자기 시각을 갖는 것이 두려우니까요. 이미 이해할 수 밖에 없는 몸을 가지고도 이해를 하지 않는 시선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오천년에 대해 애도를 표합니다. ㅋㅋㅋㅋㅋ

미미 2022-07-25 11: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실제로는 더 많았을텐데 강간 이야기가 저 부분 뿐이었다는게
조금 이상하더라구요. 그리고 독일로 들어갔을때 독일 여성들에게도 3일간 허 했다는 스탈린의 말 이외에는 아예 그런 증언,기록이 없고. 다락방님 말씀에 아프게 공감합니다. 여성의 권리가 과거보다 나아졌다고들 하지만 쉽게 배제시키고 쉽게
후순위로 밀리고 무시당하는 이런
상태가 없어져야 비로소 변화되었다고 저는 체감할 수 있을것 같아요.

다락방 2022-07-25 11:26   좋아요 4 | URL
여성의 권리가 나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조차도 다른 것들과 부딪치면 여성을 뒤로 미루게 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죠. 그 나름의 우선순위를 가졌기 때문일것이고, 그 우선순위에서 여성은 그 다음이 되기 때문이겠죠. 내 우선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타인은 아마 자기의 우선이 옳다고 생각할텐데, 저는 제 우선권이 여성에게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혐오자로 불리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누가 저를 뭐라고 부르든간에 저는 제 우선권을 위해 행동해야 할 것 같아요.

항상 같이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미미 님.

그레이스 2022-07-25 11: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는 것은 고통스러웠습니다.
다시 전자책 펴서 조금씩 읽어가고 있는데 ... 그 감정의 기억들이 올라오네요.

다락방 2022-07-25 11:27   좋아요 3 | URL
그렇게나 어린 사람들이 전쟁에 참여했다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요. 부상과 죽음을 눈 앞에서 맞닥뜨리는 사람들은 어떤 크기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걸까요.

단발머리 2022-07-25 13: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은 사람도, 읽지 않은 사람도 불쌍하다는 말이 기억나네요. 읽느라 고생많으셨어요. 이번달에 우리 모두 힘들었다는 ㅠㅠ

잠자냥 2022-07-25 14:14   좋아요 3 | URL
그럼 전 읽지 않고 불쌍한 사람으로 남기로....; 이 책 아주 오랫동안 보관함에 담아뒀는데 선뜻 손이 가지 않더라고요. 읽으면 너무 고통스러울 게 뻔해서;;

다락방 2022-07-25 14:32   좋아요 2 | URL
그렇지만 다음달 책도 .. 역시 힘들겠죠? 안힘든 책은 없는걸까요? 빌레뜨 읽어야 되는데... 다락방의 미친여자를 맞이하기 위해 준비를 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세상 사람들이 다 읽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읽어보라고 막 추천할 수도 없고 그렇습니다 ㅠㅠ

책읽는나무 2022-07-25 16: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성폭행 당한 저 부분 읽고 하~ 했네요ㅜㅜ
그리고 우리네 근현대사 책에도 비슷한 부분이 있었던 장면이 떠올랐어요.
미군 부대에서 한국 소녀를 성폭행하면서 농락했는데 콜라병을 쑤셔 놓은 사진 기록물 보고 참 경악을 금치 못했었어요.
전쟁은...여성들에게 참혹함의 시간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한편으론 신념에 의해 자원 입대한 여성들의 본인들의 공을 자랑스럽게 인터뷰한 장면들을 읽을 때는 또 그게 다는 아닐 수도 있었겠다라는 생각을 살짝 했었네요.
그래도 어쨌거나 전쟁은 여성들에게 너무나도 참혹한 현실이에요.
전쟁은 일어나면 안되는 일이에요ㅜㅜ

다락방 2022-07-26 08:20   좋아요 2 | URL
며칠전 인하대 강간사건 기사에 어떤 남자애가 댓글 단걸 봤거든요. 자신이 전교1등하는 성적표를 인증하면서 ˝그런데 강간 좀 하면 어떠냐 보지 쓴다고 닳는 것도 아닌데˝ 라고 해놨더라고요. 와.. 도대체 공부 잘하는 건.. 뭘까요?
저는 본인의 선함을 뒤로 밀어두게 하고 그래서 당시에는 옳은 판단을 하지 못하게끔 막는 것 역시도 전쟁이 가져온 부작용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이 극한 상황에서 평소와 다른 결정을 하는 건 인간이 불완전하기 때문인데, 그런 극한상황으로 몰고가는게 바로 전쟁이잖아요. 어제도 전쟁을 다룬 책을 읽다가 너무 힘들어서 읽기를 멈췄는데, 아 너무 싫으네요.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잖아요. ㅠㅠ

책읽는나무 2022-07-26 09:23   좋아요 1 | URL
미친 놈이군요???ㅜㅜ
인하대 사건 뉴스 보고 남편이랑 깜놀했었어요. 니네들은 절대 저래선 안된다고 어리둥절한 애들한테 잔소리 해댔는데... 보통 집에서 자식들 단속하기 바쁠텐데 아니...쟤는 어떻게 교육 받았길래 저런 댓글을 쓴답니까?? 정말 이해할 수가 없군요!!!
요즘은 공부 잘하면서 인성 나쁜 애들이 제법 있어요.ㅜㅜ
딸애 고등학교에도 공부 잘하는 남학생이 사고 쳤는데...학폭을 여네~어쩌네~ 그러긴 했었는데...그 아이의 미래가 걱정되더라구요. 머리 좋은 애들이 사고 치면 더 무섭잖아요.
사람이 억울하게 죽었으면 먼저 애도하는 게 정상일텐데...왜 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건지?? 저런 아이들이 많아지는 세상이 무섭네요.
책을 읽으면서도 신념을 지킨다는 게 뭘까? 그런 생각이 들곤 했었는데, 극한 상황으로 몰고 가서 판단을 하지 못하게 막아버린다는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내가 지키려는 신념이 과연 옳은 것인가??를 수백번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아요.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그 순간 수정도 해야지 않을까? 란 생각도 들구요. 내 신념이 양심의 토대위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하는 기초는 계속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침부터 마음이 무거워지는군요.
잠깐이라도 잊고,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냅시다^^
 















의료위생부대에서 다들 잘해주었지만 나는 정찰병이 되고 싶었어.

그래서 나를 보내주지 않으면 도망이라도 쳐서 전선으로 가겠다고 했지. 그러자 군법에 따르지 않으면 콤소몰에서 제명하겠다고 나오더군.

그래도 나는 결국 도망치고 말았어……

처음으로 메달도 받았어. ‘용맹한 병사‘ 메달……

전투가 시작되고 격렬한 총격전이 벌어졌어. 여기저기서 우리 병사들이 죽어 나뒹굴었어. ‘전진! 조국을 위해!‘ 자꾸 명령은 떨어지는데 병사들은 자꾸 죽어나가고 다시 전진 명령, 또다시 병사들은 죽어나가고. 나는 군모를 벗어서 다른 병사들이 나를 볼 수 있게 했어. 소녀병사도이렇게 용감하게 싸우고 있다고 알려주고 싶어서…… 그러자 다들 다시 힘을 냈고, 우리는 함께 적을 향해 돌진했어……메달을 받았어. 하지만 메달 받은 바로 그날, 우리는 다시 새로운 임무를 수행하러 나가야 했어. 그런데 공교롭게도 내 생애 처음으로 그게 찾아온 거야…… 우리 여자들의 그것……보니까 내 몸에서 피가 흐르더라고. 그래서 놀라 소리쳤지.

-부상당했어요……

정찰대원들 중에 나이 지긋한 의사보조가 와서 물었어.

-부상당한 데가 어디지? 

―모르겠어요……하지만 피가……

그러자 그가 아버지처럼 자상하게 설명해줬어……- P115~116




나는 열다섯 살, 중학교 2학년 때 첫 생리를 했다. 엄마로부터 생리대를 착용하고 버리는 법에 대해 배웠지만, 열다섯인 나에게 그 일은 쉽게 느껴지질 않았다. 시간이 걸릴것이다, 라고 나는 생각했고, 그래서 생리 중에는 학교에 가 수업을 들을 때 늘 긴장했다. 2교시나 3교시가 끝나고 화장실을 가서 생리대를 갈려면 일단 화장실에 도착해 착용했던 생리대를 둘둘말아 휴지로 싸서 버리고 새로운 생리대를 뜯어서 내 몸에 맞게 대고 속옷을 다시 입는 일. 이건 그 때의 내겐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고, 내가 과연 쉬는시간 10분 내에 이 일을 마칠 수 있을지, 나는 걱정했다. 혹여라도 내가 화장실에 조금 늦게 도착해 다른 아이들 뒤에 줄을 서게 되면 나는 쉬는 시간 안에 생리대를 가는 일을 다 해낼 수 없을것만 같았다. 그 나이에 처음 생리를 한다고 다 나처럼 긴장하진 않았겠지만, 그러니 여기에는 어느 정도 나의 성격이 반영된 탓이겠지만, 나는 그것이 한동안 긴장됐다. 그래서 생리중에 생리대를 갈아야겠다 싶은 쉬는시간이 올라치면, 수업이 끝나기전부터 바싹 긴장하고 있다가,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고 선생님과 인사를 하고 선생님이 교실을 나서는 즉시, 나 역시 교실을 나서 화장실까지 뛰었다. 화장실에 아무도 없을 때 도착해서 이것을 진행할 수 있어야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 


얼마전에도 여자친구들과 생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더랬다. 한 명은 생리컵을 쓰고 한 명은 얼마전에 탐폰으로 바꿨다는 이야기. 나 역시도 일회용 생리대를 착용하다 면생리대로 바꾸고 세탁이 너무 귀찮아 탐폰으로 바꾼 일에 대해 얘기하면서, 다들 동시에 여름에 생리하는 것은 얼마나 번잡스러운가를 토로했다. 특히 일회용 생리대를 할 때의 여름이란 끔찍하다. 

내가 유독 깔끔한 타입인 것도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야외에 있는 공중 화장실에서 생리대를 바꿔 착용하는 일이 불편하다. 싫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나의 생리일과 체크해보는 건 아마 대부분의 여자들이 경험이 있을 터다. 가급적이면 불편하지 않은 상황에서 생리하고 싶으니까.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책,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읽기 시작하면서 이렇게나 많은 여성들이 전장에 있었구나, 다치고 죽고 또 죽음을 목격하는 현장에 있었구나, 그런데 그동안 말하지 못하고 살았구나, 를 느끼고 있다가 처음 생리가 등장했을 때 앗차 싶었다. 그러네, 이 여자들, 생리하는데. 그 전장에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야외에서 화장실이라고 제대로 갖추어졌을까. 그 상황속의 여자들은 과연 생리대를 제 때 갈 수나 있었을까. 당장 눈앞에 죽음이 있는데. 그런데 내 몸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피를 흘리고 있다. 생리는,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좀 참아봐' 라고 말한다고 '이얏 생리 참아!' 이런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래, 이 여자들 다들 생리도 했겠구나. 친구들과 나는 여름에 생리하는 거 너무 싫다고 토로했는데, 이 여자들, 계절과 상관없이 전장에서 생리중이었겠구나. 아득해졌다. 게다가, 



위의 인용문처럼, 아직 어린 소녀들이 최전방에서 싸우고 싶어했고 그렇게 했다. 그 소녀들중 일부는 생리가 뭔지도 모르고 채 시작도 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나라를 위할거야, 나도 맞서 싸울거야, 나도 전방으로 갈거야, 난 후방에 있지 않을거야! 총 쏘는 것도 모르는 채로 총 쏘는 걸 배워가면서 전쟁에 임했던 이 소녀가, 막상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피에 대해 영문을 모르고 있었던 거다. 생리가 뭔지도 모르는 소녀가 전쟁의 한복판에서 생리를 맞닥뜨리고 …


아 너무 아득하다. 

물론, 눈 앞에 죽음이 왔다갔다 하는데, 눈돌리는 모든 곳에 죽음이 있고, 굶주림과 불면과 파괴, 이별이 있는데. 생리는 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른다. 야, 지금 사람이 죽는데 생리가 대수냐, 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나는 아득하다. 첫생리를 전장에서 맞는 소녀들이 아득하고, 그것을 뒤로 한채로 정찰하고 간호하고 맞서야 하는 것도 아득하고. 



책의 초반에 참전했던 남자의 목소리를 듣는 장면이 있다. '우리는 젊었지만 여자 없이 지냈기에 어린 여자들까지 붙잡아와 차례로 덮쳤던' 남자의 기억. 그것을 자신과 같은 팀의 여자병사들이 알까봐 두려워했다고 남자는 얘기하고 있었다. 여자 없이 지내는게 힘들어서 강간을 일삼았던 남자들과, 이것이 뭔지도 모르는 채로 생리를 맞이했던 여자들이, 그 전쟁판속에 함께 있었다. 총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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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7-14 09: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부분 읽고 얼마나 당황했을까 싶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초경을 맞을 때 준비 없이 맞닥뜨리게 되겠지만 전쟁터에서 저 상황이라니ㅠㅠ
초경이 늦었던 편이었는데요. 어쨌든 생리를 시작한 뒤로 여름엔 특히나 불편하지요. 꽤 오랜 기간 동안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했지만 너무 아프고 통증으로 고생을 해서 이후 면생리대로 바꾼지 좀 되었습니다. 통증이 덜해서 좋지만 불편함이 감소될 뿐이긴 하지만요.
인터뷰를 보니 참으로 다양한 사례들이 나오네요. 저는 이제 반 정도 읽은 듯 싶습니다. 다락방님 계속 화이팅입니다!

다락방 2022-07-14 09:13   좋아요 2 | URL
생리는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진짜 앗차 했어요. 맞네.. 하고요. ㅠㅠ
저는 삼십대 중반되니까 일회용 생리대 하면 몸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하는수없이 면생리대를 썼어요. 면생리대는 마음이 편해지고 몸도 아프지 않았고 냄새도 덜 났는데, 세탁이 문제더라고요. 사무실에서도 교체하면 들고 그대로 집에 가야하고.. 결국 탐폰으로 정착했어요. 탐폰 너무 편해서 이걸 진작 썼어야 하는데..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반정도 읽으셨군요. 저는 이제 백쪽 넘겨 읽는 중입니다. 열심히 읽겠습니다. 계속 화이팅합시다, 거리의화가 님!

공쟝쟝 2022-07-14 09: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릴 때 태백산맥 읽으면서 우리나라 전쟁나면 생리중에 나는 어떻게 해야하나가 인생의 가장 큰 걱정이었는데요…. (왜 가끔 하는 쓰잘데 없는 걱정 중에 하나 ㅋㅋㅋㅋㅋ) 근 10년전에 생리컵으로 갈아타면서 자연스럽게 그 걱정은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ㅋㅋㅋㅋ 확실히 생리통은 줄었는 데… 컵이면 끝날 줄알았지만 서른 이 후의 몸이는 pms라는 것이 기다리더군요. 맙소사..

다락방 2022-07-14 10:09   좋아요 1 | URL
저도 어릴 땐 생리통이 심해서 데굴데굴 굴렀는데 나이드니까 생리통보다 생리전증후군이 더 힘들더라고요. 심하면 우울해서 자살충동 들었던 적도 있어요. 요즘엔 생리전증후군 왔다 싶으면 우먼스타이레놀을 챙겨 먹고 있어요. 정말 그 약의 효과인건지 플라시보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걸 먹으면 좀 나아지더라고요.

저 아직 태백산맥 안읽어봤고 앞으로도 딱히 읽을 생각 없었는데 쟝님 댓글 읽고나니 태백산맥 읽어볼까 싶어져서 윌라 설치한 김에 태백산맥 들어볼까 했더니 태백산맥은 윌라에 없네요? 껄껄..

거리의화가 2022-07-14 10:46   좋아요 2 | URL
저는 태백산맥은 읽었는데 정작 토지를 못 읽었네요^^; 저는 생리 시 우먼스타이레놀 상비약입니다ㅋㅋ 암튼 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생리 용품(!)이 나오는 건 좋다 여겨져요.

다락방 2022-07-14 10:54   좋아요 2 | URL
오 거리의화가 님. 저는 토지랑 혼불은 읽었는데 태백산맥과 아리랑을 안읽었어요. 윌라로 들어볼랬더니 오디오북으로 없고 밀리의서재에 전자책 있으니 시간 나면 그걸로 읽어볼까 싶습니다.
거리의화가 님도 우먼스타이레놀 드시는군요! 저도 상비약 입니다!! 그나마 약이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요. ㅠㅠ

공쟝쟝 2022-07-14 11:25   좋아요 0 | URL
흑 태백산맥 읽지마여… 여혐은 모 그게 사실이니까 어쩔 수 없지만…. 태백산맥은 9권과 10권이 짱인데… 신념 고지식 꼿꼿하고 붕괴되는 인간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아… 난 역시… 한국 근현대사 못잃어…

미미 2022-07-14 1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태백산맥 굉장한 소설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1권만 읽는 사람은 아마 없을것 같은...그런느낌?

다락방님 저랑 비슷한 구간을 읽고 계시네요 >.< 저는 태권도 처음 다녔을때 갑자기 격한 운동을 해서인지 한 두달 생리가 멈춘일이 있었는데 비행기 조종사였던 여성이 3년간 생리 멈췄다는 부분이 충격이었습니다.
심리적으로도 영향을 받아 멈추기도 한다고 들었는데...ㅠ
아... 이 책은 남성들만의 전쟁이야기와는 확연히 다른
삶의 이야기, 살아 있는 감정들이 담겨서 감동적이고 놀라운 경험인것 같아요!

다락방 2022-07-14 10:53   좋아요 2 | URL
여성들이 그런 전쟁을 겪고서도 가족들에게도 이웃들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로 살아왔다고 하니 그간 얼마나 큰 감정을 품고 살았나 싶더라고요. 반복되는 악몽을 꿀 정도로 자신의 삶에서 결코 잊지 못할 일인데, 그걸 말할 수 없었다니. 그런점에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는 꼭 해야 할 일을 한 것 같아요. 꼭 해야 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일이요. 비로소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말할 수 있었던 여자들은 얼마나 좋았을까요. 휴..

아리랑과 태백산맥은 굳이 읽을 생각 없었거든요. 여혐범벅일 것 같아서... 그렇지만 뭐가 됐든 한 번 읽어볼까 싶은데, 오디오북으로 태백산맥이 없네요? 하하하하하. 아무튼 오늘 윌라와 밀리의 서재를 다 설치했습니다. 꺅.

책읽는나무 2022-07-14 11:55   좋아요 1 | URL
저 1권만 읽었는데요??ㅋㅋㅋ

작가님이 옛분이시라 살짝 거슬리는 부분들이 있긴 할텐데, 그래도 태백산맥이나 토지나 굵직한 서사는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은 하는데...언제 읽을지??^^;;;
제 친구 하나는 20살에 태배산맥을 읽고 진보쪽으로 확실하게 발을 들여 놓게 된 계기가 되었다더군요. 지금은 뭐 아주 그냥 탈원전등 못말리는 환경운동가로 발 벗고 나서고 있는데요~ㅋㅋ
친구를 생각하면 태백산맥 꼭 한 번 읽어보고 싶긴 해요^^

미미 2022-07-14 12:00   좋아요 1 | URL
어머 나무님!!!!ㅋㅋㅋㅋㅋㅋㅋ
왜그러셨어요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7-14 12:03   좋아요 1 | URL
제가 인내심이 부족해서요.
완독이 힘들어요ㅋㅋㅋ
혼불도 6 권까지 읽고 또 중단!!
그래도 혼불은 정말 많이 읽은 대하소설입니다^^

미미 2022-07-14 12:05   좋아요 1 | URL
오! 다락방님도 읽어보셨다고 언급하시고 나무님도 6권까지 보셨다니 저도 <혼불>을 읽어봐야겠네요!!

다락방 2022-07-14 12:36   좋아요 3 | URL
저는 혼불을 읽으면서 여성의 삶이 너무 불공평하고 부조리해서 미치겠더라고요. 물론 그 전에도 그런 소설들을 많이 읽었을텐데 뭣 때문에 제가 그렇게나 짜증이난건지. 그걸 읽으면서 ‘왜 이런 삶을 여자들이 살아야 했을까, 거기에 대한 답을 어떻게 얻을 수 잇을까, 페미니즘 이라는거, 그걸 나도 공부해볼까, 그러면 답을 알 수 있으려나?‘ 이렇게 되어서 혼불 읽으면서 페미니즘 책들 읽기 시작했어요. 하아-
혼불 재미있지만 남자 너무 한심하고 ㅠㅠ 여자의 삶 너무 답답하고.
대놓고 나쁜 새끼가 아니라 착한 척 하는 순진한 새끼들도 얼마나 폭력적이 될 수 있는지(조용한 폭행자들!! 어휴) 보면서 페미니즘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으.. 불타오른다.....

책읽는나무 2022-07-14 12: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국가대표 선수들이나 위대한 일들을 하는 여성들을 볼 때, 저들은 생리일이 되면?? 어떻게?? 생리통이나 그런 건 또 어떻게?? 쓸데없는 생각 좀 하거든요.^^
책의 인용문을 보니 전쟁 중에도..ㅜㅜ
특히 초경을!!!!ㅜㅜ
그 최은영 소설의 <밝은 밤>에서도 6.25 전쟁 피난 시절에 초경을 한 할머니 이야기도 인상 깊었어요.
얼마전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가 흘러 나오길래 좀 보다가 마음이 어두웠었는데 요즘 계속 전쟁 이야기를 읽으니 우울해져서 잠깐 책을 내려 놓았어요.
다락방님 글을 읽으니 다시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햇살과함께 2022-07-14 12:31   좋아요 2 | URL
오호~ 저도 운동선수 볼 때 마다, 특히 배구경기 보면서 그런 생각 항상해요^^ 선수들은 생리를 어떻게 관리하지? 하고.
학교다닐 때 시험기간에 겹치는 거 정말 짜증났었는대요! 시험 못친 핑계??

다락방 2022-07-14 12:39   좋아요 4 | URL
저는 요가 수업 받을 때도 궁금하더라고요. 하루종일 수업하시는 선생님들은 생리 중에도 똑같은 강도로 하시는건가.. 참.. 여자로 사는 거 피곤한 일이에요. 그런 생리를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한다니.. 생리때는 생리통 생리 전에는 생리증후군... 아, 도대체 우리의 삶이란 이게 무엇이란 말입니까!!

책읽는나무 2022-07-14 12:49   좋아요 2 | URL
전 초경을 좀 늦게 한 편인데요~ 고딩 올라가서 중간고사 시험기간에 똭!!! 생리통 때문에 죽는 줄..ㅜㅜ
또 그 다음 기말 시험기간에 두 번째 똭!!! ㅜㅜ
그게 내 점수이건만, 전 고등 올라가서 점수가 떨어진 건 다 생리 때문일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ㅋㅋㅋ

지금은 저도 약간 생리 전 증후군이 있는데 늘 내가 어디 아픈 건가? 몸이 왜 이렇지? 를 달고 사네요.
약이 있었군요? 여름엔 약을 좀 먹는 것도 괜찮겠단 생각이 드네요. 더위와도 사투를 벌여야 하니까요ㅜㅜ
이런 걸 다 인내하면서 큰 일 다 처리하는 여성들 보면 저는 늘 대단하단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다락방 2022-07-14 13:47   좋아요 2 | URL
생리전증후군에 약을 먹으면 생리통까지 약해진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약을 먹지 않는 편이었는데 약을 먹지 않으면서 고통을 참는게 몸에 더 나쁘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들은 후로는 생리전증후군 왔다 싶으면 우먼스타이레놀 챙겨먹고 있어요.
생리가 한 달에 한 번인건 정말이지 너무 자주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 년에 한 번쯤이면 좋았을텐데, 매달 귀찮고 번거로운 일을 40년정도 보내야 하잖아요. 아 너무 진짜 귀찮고 고달픕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