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라'의 <창조산업의 핑크게토와 여성 크리에이터의 성별화된 창의성> 에 대한 글은, 남은 부분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핑크게토는 밑에 밑줄긋기를 참고)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에 대해 다루고 있는 이번 글에서는 특히 여성 크리에이터들이 그러나 젠더롤에 충실한 컨텐츠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화장을 하고 옷을 입고 자기 자신을 꾸미는 것은 지독하게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그런 삶을 살아왔으니 내가 내놓을 수 있는 컨텐츠도 바로 그 경험에 의한것이라는 것. 그렇다면 그것은 온라인에서든 그리고 오프라인에서든 여성의 영역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정관념을 강화할 수 있다는 염려를 이 글에서 나타내고 있다. 게다가 특히 뷰티 크리에이터들의 경우 생산 영역이 아닌 소비의 영역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맨얼굴에서 아름다운 얼굴이 되어가는 과정에는 시간과 에너지는 물론이요 내 돈주고 소비한 화장품들이 존재한다. 시청자들은 크리에이터가 사용한 아이라이너, 마스카라, 파운데이션을 궁금해하고, 그것에 대한 정보는 즉각 소비로 이어지는 거다. 대부분의 남성 크리에이터들이 오프라인에서 그랬듯이 온라인에서도 생산 영역에서 일하고 있는데 왜 여성들은 소비 영역에서만 일해야 할까. 물론, 1인 크리에이터로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그러니까 기존에 가지고 있던 나의 자산-화장의 기술이나 노력-으로 돈을 버는 걸 시청자들이 볼 수 이고 알 수 있게 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우리는 그렇게 성별화를 고정화하는게 아닐까, 하는 것이 문제라는 거다. 


생얼에서 아름답게 화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이라는 것은, 여성의 화장은 이렇게 완전히 '만들어진' 아름다움을 가져온다는 메세지를 주지만, 그러나 이런 화장품을 사용하면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는 것. 이 부분의 문제 제기도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었는데, 그렇다면 성적이지도 않으며 소비 영역도 아니며 젠더롤을 고정화 시키지도 않는 크리에이터는 뭐가 있을까, 심미적 노동으로부터(아름다운 외모, 친절한 태도 등. 밑에 밑줄긋기 참고.) 자유로운 걸 생각해보게 되었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북튜버 였다.



물론 책 리뷰나 소개 같은 것들을 보여주면 시청자가 책을 살 수 있지만 메이크업베이스나 파데 사는 것 보다는 돈이 덜 들지 않나. 게다가 거기에 어디 성적인 영상이 들어갈 수 있을까. 물론 책을 읽는 성별은 여성이 더 많기는 하지만, 그것이 여성이라는 범주를 더욱 공고하게 하진 않을 것이고... 그러자,


그렇다면 내가 한 번?

이렇게 되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 출근하면서 어떤 모습으로 영상을 찍어야할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외모품평으로부터 자유로우려면 그러니까 외모평가를 아예 시청자들이 하지 못하게 하려면, 얼굴은 안보이는 게 나을 것 같다. 당연히 입술도 보여서는 안된다. 그리고 책과 목소리만으로 리뷰를 올리면 거기에서 어떤 해악도 없는 영상이 만들어질 것 같은데, 그런데,


돈은 못벌겠지? 껄껄. 음... 


젊은 여성들에게 그런걸 보여주고 싶다. 심미적 노동으로부터도 탈출하고 여성의 범주로부터도 벗어나있고 그러면서 돈을 잘 버는 모습을... 하아-

핑크게토는 원래 젠더화된 노동 분업으로 인한 젠더화된 공간을 나타내는 지리학적 개념으로 출발했다. 이후 노동 시장 여초 직군이나 특정 문화, 사회 등에서 여초 현상을 가리키는 포괄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 같은 현상에 내재한 성별 위계와 분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낸다. - P239

대표적으로 지식 경제, 창조경제 등에 관한 낙관적 관저을 제시, 옹호한 피터 드러커(Drucker, 1959:2012)나 리처드 플로리다(Florida, 2002) 같은 학자들에 따르면, 오늘날 생산 수단은 더 이상 자본이나 자연 자원, 혹은 노동이 아니라 지식이다. - P241

창조산업은 문화산업을 정치적으로 새롭게 브랜드화한 것으로, ‘개인의 창의성(기술, 재능)을 이용하여 지적재산권을 설정, 활용하여 부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산업‘으로 정의된다(DCMS, 1998). - P242

핑크게토라는 개념은 페미니스트 지리학자들에 의해 고안된 개념으로, 19세기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가 늘면서 노동 공간이 어떻게 다시 젠더화된 장소로 구성되는지에 관한 탐구로부터 만들어졌다(McDowell, 1983). 여성의 노동은 특정 영역과 특정 직업군으로 집중된 수평적 격리, 남성과 동일한 직업이라도 위게상 하단부에 위치하게 되는 수직적 격리라는 특성과 함께 동일 직종 동일 노동을 하더라도 적은 임금을 받는 특징을 보였다. - P251

여성과 소비주의, 근대성에 관한 글에서 리타 펠스키(1908)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여성드은 남성들 사이에 교환되는 대상으로 간주되는 여성의 물신화 과정을 통해 상품 형식과 유사한 관계에 위치지어진다고 설명한다. 구매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스스로를 유혹적인 대상으로 만들도록 한다는 면에서 상품과 여성은 동일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 P257

이때 이 과정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숙련된 화장술과 화장품을 통해 만들어지는 얼굴의 아름다움에 있다. 심미적 매력을 체현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이를 구매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성 크리에이터들이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해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고된 노동의 과정과 전문 지식이 수반됨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노동에서 가시화되는 것, 가장 기본적 요소로 여겨지는 것은 (생얼은 아름답지 않더라도) 결과적으로 아름다운 외모와 구독자들을 대한는 태도이다. - P259

심미 노동은 여성의 아름다움이나 외모, 혹은 여성다움의 재현과 전시를 보다 노골적으로 노동의 내용으로 삼으며, 이를 여성 노동자가 스스로 익히고 개발해야 할 것으로 만든다. 점차 확장되고 있는 대인 서비스 영역 중 특히 심미적 노동 영역이 요구하는 여성 노동자의 자질은 성인 여성의 섹슈얼리티적 요소에 기대고 있다(Tyler & Abbott, 1998:Hall, 1993:Adkins, 1995). - P261

뷰티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는 피부 관리나 화장 혹은 다이어트, 적절한 패션의 조합 ‘이전‘과 ‘이후‘의 격차를 가시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때, ‘이전‘은 준비가 덜 된 것으로 낙인화하는 효과를 가진다. 그리고 이 낙인화는 소비를 통해 피할 수 있는 것, 외모 관리 실천을 통해 피할 수 있는 것이 된다. 종종 ‘이사배‘, ‘씬님‘ 같은 유명한 여성 크리에이터들은 굉장히 우스꽝스러운 얼굴 분장이나 남성 연예인 커버 메이크업, 호러 캐릭터 분장 등을 한다. 이는 아름다운 여성의 얼굴에 대한 기대감을 단번에 저버리고 해방적 즐거움을 제공하기도 한다. 물론 이는 매우 예외적인 콘텐츠가 되고 기본적으로 이들이 추구하는 매력적인 여성으로서의 외모가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작동하는 것이다. - P265

뷰티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는 ‘화장‘이라는 것의 과정, 즉 ‘생얼(맨 얼굴)‘에서부터 메이크업 완성에 이른 얼굴을 보여줌으로써 여성적 아름다움이라고 하는 것의 부자연성, 즉 조형적인 것으로서의 여성성에 대해 알려준다. - P265

개인 여성 크리에이터의 경제적, 사회적 성공이 ‘여성‘이라는 범주를 더욱 공고하게 하거나 문화적으로 여성성을 재생산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것은 긍정할 만한 결과일 것인가? - P266

스피노자의 『윤리학Etica』은 사물에 대한 참된 인식 및 인간의 욕망과 정서에 대한 적합한 인식을 통해 우리가 지복(행복beatitudo) 또는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책이다(진태원, 2018:35). 스피노자는 『윤리학』3부 정리7에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독특한 실재의 본질을 ‘코나투스conatus‘, 곧 자신의 존재 속에서 존속하려는 노력, 자신의 존재를 보존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즉, 코나투스의 인간적인 표현은 ‘욕구‘ 내지 ‘욕망‘(3부 정리9)이다. 욕망은 자기 자신을 보존하려고 애쓰는 노력으로서의 활동이다. 스피노자는 기쁨, 슬픔, 사랑 등의 정서가 이성과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정서가 없다면 인간은 어떤 행위도 할 수 없다고 본다. -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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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2-09-27 09: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도 이제 알라디너tv 가시는 겁니까!! 아니면 아예 유튜브에서 시작..? +_+

다락방 2022-09-27 09:18   좋아요 4 | URL
저도 한 번 해볼까? 이런 생각을 오늘 아침에 하긴 했는데 너무 귀찮아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한다면 주말에 영상을 찍어야할텐데 주말엔 아무것도 안하고 싶고 평일엔 바쁘고.. 이렇게되어서. 아무튼 생각은 좀 해보고 있습니다. 짧은 영상이면 괜찮지 않을까 싶고요. 4-5분. 요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아 모르겠어요.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09-27 09:24   좋아요 3 | URL
저도 영상 편집 등 전혀 모르는데.. 쟝쟝님 미미님 등 하시는 분들이 곧 오셔서 댓글로 알려주실 것 같습니다. 미미님은 목소리로만 하시는데 그래도 좋던걸요? ^^

공쟝쟝 2022-09-27 09:36   좋아요 3 | URL
다락방님 그러니까… 음… 얼굴을 제가 괜히 까는 게 아닙니다 ㅋㅋㅋ 그것으로 돈을 벌려면 ㅋㅋㅋ 아 유튜브 ㅋㅋㅋㅋ 이것에 대해서 일단 제가 지금 열심히 실험(?) 중인데요 ㅋㅋㅋㅋ ㅋㅋㅋㅋ 일단 한번 해보세요 ㅋㅋㅋ!! 저는 응원합니다!!!💕 나의 북튜버 동지합시다 ㅋㅋㅋ

다락방 2022-09-27 12:11   좋아요 1 | URL
저는 하게 되면 편집 전혀 없이 하게 될 것 같습니다. 편집 배우기 싫어서요 ㅋㅋㅋㅋㅋ
편집도 안하고 얼굴도 안까고. 이 유튜브는 어디로 갈것인가..

공쟝쟝 2022-09-27 12:30   좋아요 1 | URL
네! 그건 콘텐츠가 있다면 당연히 하실 수 있으세요!!! 다락방님은 콘텐츠가 있으시니까요 ^^!!! 저는 그게 빈약하니까 편집에 공을 들이는 거고~!! (보기 좋아야 먹기도 좋다?) ㅋㅋㅋ 그리고 편집에 공들이는 것보다 얼굴까는게 편집에 시간이 덜가서 얼굴깐것 ㅋㅋㅋㅋㅋ (그러나 내 얼굴이 싫어서 나도 적응이 안됨ㅋㅋㅋㅋ)

바람돌이 2022-09-27 09: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에 이어 다락방님도 북튜버 진출!!! 김겨울작가님 북튜버 가끔 보는데 다락방님이 진출하시면 아주 열심히 들을 독자가 여기 있습니다. 아 맘은 좋아요 100만개 쯤 날리고싶은데 말입니다. ^^

다락방 2022-09-27 12:15   좋아요 2 | URL
제 일상의 루틴 어느 한 지점에 영상을 찍는 일정을 넣어야 하는데, 그게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주말 밖에는 시간이 없는데 주말엔 아무것도 하기 싫고.. 아무튼 오늘 북튜버에 대해 생각한 후로 아직까지 계속 생각하고 있긴 합니다.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9-27 09: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심미적 노동으로부터도 탈출하고 여성의 범주로부터도 벗어나있으면서도 돈을 잘 버는 모습….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락방 2022-09-27 12:16   좋아요 2 | URL
그러나 그렇게해서 돈을 못 번다고 해도 이것이 ‘이렇게 하면 실패한다‘의 전형적 모습은 되지 않을거라는 걸 영상 시작전에 밝혀야겠어요. 이런 취지로 나는 시작하지만, 그러나 실패해도 이것이 실패의 전형은 아니다, 내가 실패했다고 다른 사람도 실패하리란 법은 없다고요. 생각을 하자, 생각을..

공쟝쟝 2022-09-27 12:34   좋아요 2 | URL
괜찮아요 ㅋ 남튜버들 보세요 ㅋㅋㅋㅋ 내용도 없는디 눈꼽도 안띠고 나옴 ㅋㅋㅋ 하지만 유튜브 알고리즘이 좋아하는 내용을 고민하셔야할거예요! 글로 꼬실 수 있으면 다 꼬실 수 있습니다. 다락방님은 실패하지 않으실겁니다. 시도 하시되, 꼭 성공하십시오. 좋은 내용으로 플랫폼 구독 경제에서 승리합시다! ㅋㅋㅋㅋ 그걸로 돈벌어서 웁살라 대학가세요!!

거리의화가 2022-09-27 09: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북튜버 진출을 격하게 응원합니다! 만드시면 계정 알려주세요. 구독 바로 하겠습니다*^^*

다락방 2022-09-27 12:17   좋아요 3 | URL
저는 아마도 알라딘을 통해 데뷔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 편이 편하지 않을까요. 일단 그래야 시청자가 좀 있지 않을까. 이래저래 생각 해보고 있어요. 영상 찍게되면 반드시 알라딘에 공개할게요. 미리 감사합니다, 거리의화가 님!!

공쟝쟝 2022-09-27 09: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구독자 156명에 빛나는 쪼꼬미 북튜버인데요!!! 구독자 156명으로도 156편의 글은 쓸 수 있지만 수익이 창출되는 그날까지 ㅋㅋㅋ 쓰지 않고 계속 지켜보면서 이 산업이 왜 문제인지를 폭로하도록 하겠습니다 ㅋㅋㅋ 그러나 그건 산업에 도태된뒤에 하는 말이 아니라 일단 시장에 진입 한 뒤에 ㅋㅋㅋㅋㅋㅋ (아직 수익화안됨) 말해야 미미하게라도 발화의 공신력이 있겠지 않는가… 유튜버 하지도 않으면서 유튜버 욕하기는 참 쉽다고 생각해요 ㅋㅋㅋㅋ 마치 글쓰지도 않으면서 내가 더 잘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ㅋㅋㅋ
참고로 저는 유튜브가 분석하여 안내하는대로 구독자 늘리는 중입니다 ㅋㅋㅋㅋ (알고리즘 체제 부역자)

다락방 2022-09-27 12:20   좋아요 1 | URL
알라딘으로 올려도 수익은 창출되는거죠? 그런데 156명으로 수익 창출이 안된다면, 수익 창출은 대체 언제부터 되는건가요? 이왕 할거라면 수익창출을 해야 한다...

공쟝쟝 2022-09-27 12:25   좋아요 1 | URL
구독자 1000명 시청누적시간 4000시간 부터 광고로 수익이 나는데, 뭐 저도 아직 아니라서 ㅋㅋㅋ 알라딘으로 올리면 지금 알라딘은 이벤트 중이라 조회수 100이면 적립금 천원입니다! 신인상을 타실 수 있고요 ㅋㅋㅋ!!! 그건 십만원 줫음!!

미미 2022-09-27 0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북튜버!! 예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생각하시는 이상 영향력을 가질 거라 믿습니다.
더구나 목소리가 너무 좋으시더라구요(>.<)
집중해서 듣게되는 그런 톤,분위기였어요~♡
꼭 하셨으면 좋겠어요.대의를 위해서ㅎㅎㅎ

저는 아직 ‘맘스타그램‘ 읽는 중인데 김애라님 파트
빨리 읽고 싶네요.다락방님 완독 수고하셨어요👍👍

다락방 2022-09-27 14:34   좋아요 2 | URL
미미 님, 이번 책 정말 좋네요. 다양한 주제를 다뤄줘서 좋았어요. 맘스타그램은 제가 아예 관심 없던 분야인데 이 책을 통해 덕분에 알게 되고 연구자들의 생각을 볼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고단한 육아를 함에 있어 스맛폰이 있다는 것, 소통할 창구가 있다는 것은 그 나름의 위로가 될 수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말예요. 미미 님 얼른 다 읽고 글 써주시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유튜브.. 오늘 하루종일 생각하고 있네요. 나는 할것인가 말것인가, 한다면 어떻게 할것인가.. 라고 하면 사실 저는 하게 된다면 별 계획없이 일단 질러버리겠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9-27 10: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우선 쟝쟝님 유튜브에 찬조출연 하시는 건요??(쟝쟝님이 거절하실 수도 있지만요 ㅎㅎ) 얼굴 안 보이게도 하고 마스크 쓰고 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눈빛과 입 움직임이 보이는 게 신뢰가 간달까? 그렇긴 하더라고요..
아직 거기까지 못 갔는데 이 글 재미날 것 같네요~

공쟝쟝 2022-09-27 10:03   좋아요 2 | URL
여부가 있겠습니까? ㅋㅋㅋ 제 쇼츠 영상 1위는 입짧은 다부장입니다 ㅋㅋㅋㅋ 유튜브가 좋아하는 다락방 ㅋㅋㅋㅋㅋ (사람에게 인기라는 것은 타고나는 듯ㅋㅋㅋㅋ)

다락방 2022-09-27 14:32   좋아요 1 | URL
저는 쟝쟝님 유튭에 손과 배가 나간 적이 있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썬글라스 끼고할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냥 아싸리 안나오는게 나을 것 같아요. 그런식으로 해서 수익창출하는 모습을 제가 곧 보여드리겠습니다!! (아니, 하지말라고!!)

독서괭 2022-09-27 14:57   좋아요 1 | URL
그 쇼츠영상 저도 봤습니다 ㅎㅎ
다락방님 기대하고 있을게요!!😘

잠자냥 2022-09-27 1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다부장님 저도 북튜버? 그까이꺼! 김겨울?! 이러다가 결국 못하고 마는 것이 그 얼굴 팔리는 것 때문입니다. ㅋㅋㅋ
우리 육고도 출연하면 구독자수 금방 올릴 거 같은............ㅋㅋㅋㅋㅋㅋㅋㅋ(꿈만 꿈 ㅋㅋ)

아 그나저나 다부장님 곧 하시겠네. ㅋㅋㅋ

공쟝쟝 2022-09-27 10:13   좋아요 2 | URL
잠자냥은 냥튜버나 하세요 ㅋㅋㅋㅋ 육고 면 일단 성공각 ㅋㅋㅋ 북튜버 보단 밥벌이 될 긋 ㅋㅋㅋ 책 팔이보단 냥이 용품 팔이가 가진 자본이 더 클테니까요 ㅋㅋㅋ

잠자냥 2022-09-27 10:24   좋아요 3 | URL
냥튜버 엄청 많잖아요. 그리고 거기 나오는 애들은 다 엄청 예쁨..
우리 육고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9-27 10:29   좋아요 3 | URL
알라딘 한정 인기 냥들 ㅋㅋㅋㅋㅋ 육고 ㅋㅋㅋ 자냥 눈엔 이뿌쟈냥 ㅋㅋㅋ 기록용으로 자기만족 용으로 하는거 추천 ㅋㅋ 그러다 광고들어오면 냥이들한테 해주고 ㅋㅋㅋ 근데 ㅋㅋ 하기 싫죠?~~ 흐흐

다락방 2022-09-27 14:31   좋아요 2 | URL
잠자냥 님, 제가 곧 할 거라고 보십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9-27 15:10   좋아요 2 | URL
네.

다락방 2022-09-27 15:51   좋아요 1 | URL
아니, 왜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9-27 17:26   좋아요 1 | URL
댜부장님 찔러본 데가 한두군데가 아니더라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레이야 2022-09-27 1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목소리 좋다고 스스로 하셨던 말씀 생각납니다. 북튜버 잘 안 보지만 락방님의 데뷔는 응원합니다. 목소리도 듣고 싶고 내용도 듣고 싶고요. 구독 바로 누를거에요. :)

다락방 2022-09-27 12:40   좋아요 1 | URL
프레이야 님, 저 요즘 윌라 오디오북으로 토지를 듣고 있거든요? 들을 때마다 프레이야 님 생각해요. 윌라에서 성우들이 낭독하는 것처럼 이 플랫폼에서 접근하신다면 오디오북 낭독으로 수익창출도 하실 수 있겠다.. 하고요. 저 혼자 윌라 들을 때마다 생각해보곤 합니다. 후훗.

2022-09-27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22-09-27 1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튜브로 계정파서 시작하고 누적 시청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면 내 유튜브를 누가 보는지, 어떤 부분을 주의깊게 보는지에 대한 리포트가 쭈루룩 나와요.

이건 제가 해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

1. 유튜브 시청자층 연령이 위로 올라가고 있어요 ^^ (50대 60대들도 이제 유튜브 봐요) 그분들이 개저씨들 정치 유튜버만 보지는 않았음 좋겠어요!

2. 제 구독자 시청자는 95프로가 여자예요 ㅋㅋ 근데 5프로 안되는 남자들이 징징대고 얼평하는 댓글 달아요 ㅋㅋ (지워버림)

3. 문제는 이중규범인데 ㅋㅋ 남튜버들 얼굴에는 안역해하시는 분들이 여자 유튜버는 외모를 본다는 거예요, 남자보다 여자가 여자 얼굴 더 봐요…. 그럼 얼굴을 안까고 목소리만 나오게? 그러려면 브이로그를 하셔야하는데 ㅋㅋㅋㅋ 그러러면… 음… 팔이피플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더라고요 이게… 시선은 권력이고 돈이고… 돈이 나오는 것을 노출하고 나는 그걸로 돈을 벌고… 어디까지 보여줄 건가…

아무튼 여자 북튜버가 얼굴 안까고도 구독자로 수익창출 하실 수 있다는 걸 다락방님이 보여주세요!!!! 그리고 나는 빨리 이 챕터를 읽어보갰습니댜🏃🏽‍♀️🏃🏽‍♀️

다락방 2022-09-28 07:33   좋아요 2 | URL
어제 점심때까지만 해도 의욕 뿜뿜했는데 어제 퇴근하고 집에 가니까 유튭은 무슨 유튭이냐, 하던 것들이나 잘하자.. 이렇게 또 의욕상실이 되어가지고 제가 결국 어디로 갈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후훗.

공쟝쟝 2022-09-28 08:0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맞아요!!! 노동자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 ㅋㅋㅋ 저도 일 옶을 때 반백수 시간 불안을 견디려고 했던 건데 지금은 힘든 무엇이 되었…
그치만!!! 저는 그 숱한 소설들을 읽어오신 락빵님의 책소개 유튜브가 넘 궁금해요 😩

책읽는나무 2022-09-28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콘탠츠는 무궁무진하다에 저도 한 표 던집니다.
핑크게토에 대해 좀 답답하게 읽었던지라..핑크게토에 대한 이야기가 있나 보다 했더니 온통 북튜버 얘기!!ㅋㅋㅋㅋ
늘 산으로 가는 우리 알라디너님들 늘 귀여우십니다ㅋㅋㅋ 제 서재도 늘ㅋㅋㅋ

근데 다락방님이 북튜버로 진입하신다면 뭔가 심미적 노동에 대한 정석을 깔아주실 것 같아요. 처음엔 어렵겠지만 자꾸 노력하고, 연구해서 반드시 이루실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잔잔한 영향력을 주실 것 같아요. 핑크게토 허물 수 있었음 좋겠어요. 얼굴을 공개하는 건 아무래도 직장생활 하시기도 하시고, 또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으실테니 미공개도 괜찮을 것 같아요. 물론 공쟝님이나 김겨울 유튜버처럼 직접 얼굴을 대면한다면 친근하고, 당사자의 진실성이 더 빨리 다가온다는 장점이 있긴 합니다. 계속 더 찾아보게 되구요^^
암튼 다락방님의 콘탠츠 책(책도 종류 많잖아요? 소설, 여성주의, 영어 원서 번역등) 영화, 여행, 식도락, 직장 이야기, 모임 이야기, 미혼 여성 이야기등등 우린 듣고 싶긴 합니다^^

공쟝쟝 2022-09-28 10:35   좋아요 1 | URL
식도락빵… 그렇게 다부장은 자신이 싫어하던 먹방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데….

다락방 2022-09-28 11:20   좋아요 1 | URL
저도 어제 생각했는데요, 책나무 님. 소설과 여성주의 책을 리뷰에 넣을 것인데 원서는.. 어쩔까 싶더라고요. 왜냐하면 원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영어를 뱉어야 될 것 같아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원서의 문장을 읽어야 되면.. 어떡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원서는 제껴야지, 막 이렇게 되었다가, 아니 근데 읽다가 보면 원서 얘기 하고 싶을 수도 있잖아? 이랬다가, 그러면 그건 글로 쓰자 이랬다가. 오락가락 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제가 생각을 좀 더 해보겠습니다. 아침엔 하고 싶었다가 저녁엔 하기 싫어지는 의욕..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 마는~ 나팔꽃보다 짧은 사랑아 속절없는 사랑아 ~~~~

건수하 2022-09-30 20:03   좋아요 1 | URL
1인 2메뉴로 식도락방도 충분히 가능하실듯… 원서는 발음이 마음에 걸리신다면 읽어주는 앱 있지 않을까요? (편집을 해야겠지만..)

막 쟝쟝님 미미님 등 유튜브하시는 분들도찬조출연하시고 그럼 너무너무 좋을거 같습니당
 














세번째 글, 김수정 의 <ASMR, 지디털 문화 시대의 감각화된 친밀성: 감각, 정동, 젠저/섹슈얼리티> 를 읽었다. 지금 네 번째 글까지 읽고 있는 중인데 사실 김수정의 이 글이 시작은 가장 지루했다. 그렇다해도 놀랄만한 글이었는데, 이 글에서야말로 내가 관심도 없었던 그리고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던 사유들이 주루룩 펼쳐졌기 때문이다. 내가 워낙에 유튜브를 보는 사람이 아니어서 ASMR 이 어떤 뜻인지도 몰랐고, 어렴풋이 '먹방에서 먹는 소리를 그대로 들려준다는 거구나' 정도로만 인식했다. 그러나 ASMR 은 먹방보다 훨씬 이전에 존재했던 것이고 먹방은 그 후에 그중에 하나로 파생된 걸로 보면 되겠다. 우선, 나같은 사람이 또 있을지도 모르니까 ASMR 의 풀이를 책에서 인용하자면,


'자율감각쾌락반응' 이라 번역되는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은 특정 소리 자극에 대해 느끼는, 머리에서 등줄기로 이어지는 기분 좋은 찌릿한tingling 감각 경험을 가리킨다. -p.87



그래서 나는 이 글이 먹방에 대한 건줄 알았다. 그러나 그 전에 정말로 이 반응을 일으키는 다른 영상들이 있었던 거다. 



속삭임, 귀 파는 소리ear cleaning(뭐, 이런게 있어?!), 바삭한 음식 씹는 소리, 요리할 때 생기는 소리, 입으로 내는 소리, 손톱으로 무엇을 긁거나 톡톡 치는 소리, 손이나 브러시로 쓰다듬는 소리, 종이 구기는 소리, 사각대는 글 쓰는 소리 등 다양한 미세한 소리들이 팅글을 야기하는 자극물, 즉 트리거trigger가 될 수 있다. -p.87


이 영상의 창작자들은 역할극을 한다거나 해서 다양한 소리들을 들려주고 또 작은 목소리로 속삭임으로써 청취자에게 위안과 위로를 준다는 거다. 나는 경험한 바가 없어서 그런줄은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국내의 창작자가 세계적으로도 인기 있다는데, 이름도 처음 들어봐서 도대체 어떤 영상을 찍는 사람이야? 하고 검색해 보았다. 본인의 얼굴은 드러내지 않는채로 다양한 소리들을 들려주는 창작자인가 본데, 나는 영상을 보진 않았고 인터뷰를 잠깐 읽었는데, 자신의 영상중에 귀 파는 게 제일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런 걸 보여주고 들려줄 생각을 하고 또 그걸 들으면서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일단 나에게는 너무나 다른 세계의 일처럼 느껴졌다.




어떻게 저런 소리들을 보여주고 들려줄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이걸 들어?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고 내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훨씬 훨씬 더 많겠지만, 이 영역 역시 내가 전혀 모르던 일들로 가득했다. 숙면을 취하고 싶을 때, 위로가 필요할 때 사람들은 이런 영상을 시청하는가 보았다.



김수정의 글을 놀라운 점은, 이런 것들을 알려주어서가 아니라, 이런 영상들과 젠더 그리고 섹슈얼리티의 연관성을 생각해보고 또 우리에게 들려주기 때문이다. 이미 외국에서도 연구한 바가 있는데, 이런 ASMR 영상 창작자들은 특히 여성이 많고 구독자들은 거기에서 위안을 얻음으로써 돌봄의 기능을 수행하는 여성의 관점으로 볼 수 있다는 거다. 게다가 처음에는 이런 영상들이 성적인 함의를 포함하지 않았다해도 자본주의 시장에서 더 잘 팔리기 위해서는 더 많이 드러나야 하니 차츰 성적인 메세지를 넣기도 한다는 것. 그렇게 섹슈얼리티가 포함되는 것에 대한 연구와 비판이 이 글에 다 있는 거다. 


그러니까 ASMR 에 대해서 젠더화된 수행이 맞다는 연구가 나오고 침실 같은 사적인 공간에서 촬영하기도 하면서 성적인 메세지를 가지고 있는게 맞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영상들을 어떤 시선으로 봐야할까. 그러나 곧이어 이런 영상들에 대한 다른 시선을 가진 연구에 대해 밝혀준다. 즉 ASMR 은 '이성애 규범을 넘어선 대안적 쾌락' 이라는 것. 무슨 말이냐하면, 이성애 그리고 섹스는 한 사람과 다른 한 사람이 둘만 있을 때 해오던 사적인 것이었는데, 이렇게 공개적으로 보여줌으로 인해서 비규범적이 된다는 거다. 아니,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 그리고 이내 여기에 다른 연구자의 연구가 덧붙여진다. 이성애 섹스라는 것을 너의 몸과 나의 몸이 하는것이었다는 걸 넘어서 이런 공개적인 영상에는 여러 테크놀로지들이 결합된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그동안의 성적 개념과 차이를 가진다는 것이고 규범적 이성애 섹스에 분열을 일으킨다는 거다. 


아니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 아 뭐야 진짜 한 번도 생각해본 적도 없는 걸 사람들이 연구하고 나는 이렇게 책을 읽음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연구한 걸 알게 되다니. 너무 짜릿하지 않나. 그러니까 이런 흐름인거다.


ASMR은 사람들을 잠들게 함으로써 친밀감을 주지 → 그렇지만 창작자 대부분이 여성이란 걸 감안하면 다분히 젠더롤 규정이 되지 → 특정한 신체부위나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성적인 영상이기도 해 → 아니야 보는 사람들도 그걸 기대하고 보는게 아니라 위로를 받으려고 보는걸 → 그래 맞아, 처음엔 성적인 영상으로 시작한 게 아니었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만들고 또 시청하다보니 성적인 영상들이 생겨나 → 그렇지만 그런 영상들은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이성애 성적 규범을 파괴하지, 그 사이에는 너와 내가 둘만 있는 것도 아니고 테크놀로지가 매개하잖아, 우리는 다른 세상을 사는거야!


와 너무 재미있지 않나. 나는 세상에는 학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하나하나 그 과정에서 단순했던 것들을, 심지어 창작자나 시청자가 미처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들을, 연구자들은 들여다보고 생각하고 결론으로 도출해내는 거다. 물론 거기에서 끌어오는 결론들이 모두 맞는 것도 정확한 것도 아니지만, 이런 연구 결과들을 읽어봄으로써 어떤 지점들에 대해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지 않나. 진짜 연구 만세, 학자 만세, 공부 만세만세 만만세다! 처음엔 도대체 뭐여, ASMR 이 먹방이 아니었어? 뽀모.. 라는 사람이 인기가 많아? 지루했다가 읽을수록 너무 씐나는거다. 


물론 나는 이 연구자가 보여준 다른 연구자들의 논문 그리고 주장에 대해서 오 그렇구나, 그럴 수 있겠네, 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적인 함의를 담은 영상을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이성애 규범을 전복 시킨다거나 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나는 사실 그보다는 좀 더 부정적으로 보고 있기는 한데, 성적인 메세지들이 공공연하게 자꾸만 드러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은, 내가 성적 보수주의자여서 인가? 내가 꼰대여서인가? 이건 내 스스로 언어나 문장을 만들어낼 때를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김수정은 자신의 글을 통해 다른 연구자들의 연구를 보여줌으로써 그러나 우리가 아직 이 영상들이 어떤 것이라고 예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밝힌다. 분명 다양한 소리들로 친밀감을 주는 것은 그동안 없었던 새로운 방식이고 이것은 다른 연구자의 주장처럼 그동안 성적 문화에 대한 어떤 도전이나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지만, 우리는 좀 더 들여다보고 고찰해야 한다는 것. 마지막에는 다른 사유들을 자극할 수 있도록 이 글을 썼다고 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은 나에게는 저자의 의도가 완전히 와닿은 글이었다. 



아직 이 책을 다 읽지 않아서 내가 원하는 주제를 다루는지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나는 먹방에 대해 관심이 많고 여기에 대해 정리를 한 번 해보고 싶다. 일전에도 친구에게 먹방은 포르노랑 다를 바가 없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만 아직 날카롭게 거기에 맞는 문장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건, 먹방에서 보여주는 자극적임, 그리고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만들어지는 것은, 내게는 '그래서는 안된다'로 연결되어지는 거다. 굳이 썰지 않은 커다란 고기덩어리를 들고뜯는 일이, 굳이 라면을 몇 개나 끓여서 한 번에 먹는 일이 보여져야 할 일인가. 사람들은 거기에서부터 무엇을 얻는가. 나는 이게 포르노랑 되게 비슷하다고 보여지는거다. 이런 영상들은 나에게 어떤 유익함을 가져다주거나 하질 않는다. 나는 유튜브로 먹방을 보지는 않는데,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1분짜리 먹방을 우연히 보게 되었을 때, 그걸 중도에 멈추지 않고 그대로 보고 그 다음 영상도 연관되어 나왔을 때 별 생각 없이 들여다봤던 거다. 그런 후에 어떤 일이 생기냐면, 갑자기 영상속에서 창작자가 먹었던 빨간 냉면이 먹고 싶어지고, 그것을 후루룩 먹고 싶어지는 거다. 나는 그동안 먹방을 봐왔던 사람이 아니고 또 내가 먹는 양의 한계를 아는 사람이다. 내가 아무리 한 끼에 두 메뉴를 놓고 먹는다해도, 먹방 창작자들처럼 라면을 한꺼번에 네 개씩 먹고 그러지는 못한다는 거다. 게다가 라면 하나가 1인용이라고 했을 때, 그러니까 대체적으로 사람들이 먹는 1인분이라는 용량이 정해진 것들이 있는데, 굳이 그대로 먹는게 아니라 해도, 도대체, 어째서, 왜, 한 사람이 치킨과떡볶이를 시켜두고 또 라면까지 네 개 끓여가면서 먹어야 하냐는 거다. 왜 그래야 하는걸까. 그리고 그걸 왜 보는걸까, 그리고 보는 사람들은 왜 계속 보는걸까. 그걸 볼 때 시청자들의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들이 드는가. 매운 고추를 잔뜩 썰어넣고 커다란 그릇에 도무지 한 사람의 양이라 볼 수 없는 엄청난 양의 밥을 담아 먹는 걸 보여주는 건, 창작자와 시청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왜 굳이 그래야 하는가. 왜. 왜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것을 부러 함으로써 자극을 주고, 그래서 보는 사람들도 그 자극을 맛보고 싶게 만들고, 그리고 그 자극을 줌으로써 창작자는 돈을 벌어간다. 이거 너무 포르노스럽지 않나. 이걸 어떻게 잘 정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래서 나는 누가 이미 정리해두었길 바라고, 그런 글을 읽고 싶다. 이 책에는 먹방이 아니라 먹스타그램이 있던데, 그 글은 내가 알고자 하는 바를 충족시켜주는 글인걸까? 


사실, 나야말로 연구자가 되었어야 하는걸까?


아무튼 이 책 너무 좋고 매 글마다 생각하게 해서 진짜 짜릿하다. 너무 좋네요 ㅠㅠ



그나저나 다음은 웹툰인데, 나는 또 웹툰도 안봐가지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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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9-23 09: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다락방님 잘 읽었습니다.
다락방님도 연구자가 되어야해요! 저 어제 못읽었는데 이 부분이
이런 내용이군요. 먹방이 포르노와 비슷하다는데 동의합니다. 저도 먹방을 본 일은 없지만 너튜브에서 먹방으로 인기인 사람들이 지상파에 출연해 이야기나누는걸 잠시봤거든요. 수십개의 치킨다리를 먹는데...다분히 가학적이고 자본주의화 되어있다고 느꼈어요.
‘공개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비규범화된‘다는부분에도 깜짝놀랍니다. 이번달 책은
굉장히 재밌네요! 저도 얼른 따라가겠습니다. 🤭

다락방 2022-09-23 09:54   좋아요 3 | URL
네, 먹방은 포르노와 그 흐름이 같죠. 과하고, 자극적이고, 중독되고, 누군가는 크게 돈을 버는것까지. 우리 10월 도서가 포르노랜드 잖아요. 저는 먹방에서 한 인간이 먹기엔 지나치게 많은 양을 먹고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 도대체 왜인지 모르겠어요. 일종의 자기학대와도 연결되는게 아닌가 싶고요, 그것은 포르노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보여지거든요. 이 점에 대해서 누군가가 잘 정리해준 글이 있다면 읽고 싶어요. 밑에 별족 님이 소개하신 책이 그런 책인가 싶어 읽어보려고 하는데, 책 소개를 보니 한국인의 밥 권하는 문화 같은 얘기를 해놓은 것 같네요. 접근이 섬세하지 못한것 같은데..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야겠네요.

공쟝쟝 2022-09-23 09: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먹방) 그걸 보지 않는 것보다 보는 것이 수월하고 그게 알고리즘인 것 같아요. 이 기능은 돈을 벌기 위해서 실리콘밸리에서 만들어 낸 것이고요. 저는 페미니즘이 결국은 자본주의 비판과 동시에 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 선명해지는데… 그 많은 기술과 자본이 투하된 플랫폼자본주의를 이기기엔 너무 자장이 거센 것 같아요!
과거의 시절에 대체 페미니즘 없이 어떻게 사회를 분석하려고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적인 자극이 됩니다… 여자 연구자들 더 생겨라!!!! 공부하자!!! 연구자들에 투자해라!!!!

다락방 2022-09-23 09:50   좋아요 3 | URL
맞아요, 페미니즘은 결국 자본주의 비판과 함께 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자본주의 사회에 아주 깊게 몸을 담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역시나 자기모순에 직면하게 되겠죠.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자 하는 것은 얼마나 많은 자기 비판과 고통을 끌어안아야 할까요.. 윽. 그래도 아무튼 가보렵니다. 가던 길 계속 가야지요. 결국은 어디에 닿지 않겠는가, 합니다.
읽고 쓰고 공부합시다!!

공쟝쟝 2022-09-23 10:26   좋아요 1 | URL
그렇게 치자면 가부장제 이성애 사회에도 깊숙하게 몸을 담고 있는 우리지요 ^^ 자기 모순을 한껏 직면하지만 그것들에 우리를 다 내어주지 않기 위해 똑바로 보려는 글쓰기를 하는 우리들. 나는 나 자신이 대견하고 장하고, 또 그런 우리를 어떻게든 만들어가는 작은 쪼꼬만 움직임일 꾸준히 하는 다락방님이 장해요! 더더 읽고 쓰고 공부합시다😍

다락방 2022-09-23 10:28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남자의 육체를 좋아하는 저는 그래서 심히 괴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지금도 벗어나지 못했고요. 단단한 등.. 사랑해요 ㅠㅠ

공쟝쟝 2022-09-23 10:31   좋아요 0 | URL
슬퍼하지 말아요
기뻐하지 말아요
다 지난 일이야
이젠 잊어 버려요
(회전목마) ㅋㅋㅋㅋ

다락방 2022-09-23 10:33   좋아요 2 | URL
다시 바람은 불고
우린 함께있으니..

나는 단단한 등과 함께있어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9-23 10:35   좋아요 1 | URL
바람이 부네요… 다시….

거리의화가 2022-09-23 09: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직접 검색도 해보셨군요~ 저는 차마 검색은...^^; 저 이미지 클립들만 봐도 자극적인 것이 눈에 보이네요. 눈 아래 이미지 컷들을 보여주는 것 말이죠. ASMR에서 왜 사람들은 위로와 공감을 표할까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것이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생각하니 놀랍고 새로운 사유들을 많이 얻게 되었어요! 웹툰, 유튜브 저는 다 친하지 않은 매체라 더 놀라웠던 것 같아요.

다락방 2022-09-23 09:48   좋아요 1 | URL
저는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데 세계적으로도 유명하고 칠개국어로 자막도 단다고 해서 뭐라고? 하고 검색해봤습니다. 차마 영상을 보진 못하겠더라고요. 저 영상 보는게 왜이렇게 겁나고 하기 싫은지, 원 ㅋㅋㅋ
저도 웹툰도 안보고 유튭도 안봐서 완전히 새로운 글이었어요. 그런데 읽으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후훗.

별족 2022-09-23 09: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 이라는 책에서 먹방을 (만들고)보는 한국인, 포르노를 (만들고)보는 일본인,에 대해 말하던 게 좀 더 와 닿습니다. 모든 걸 성적으로 연결하는 건, 일종의 결핍이나 억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다락방 2022-09-23 09:46   좋아요 1 | URL
오, 언급하신 책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던 책인데 어쩌면 제가 정리하지 못했던 걸 정리해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읽어봐야겠어요. 다른 분들 백자평을 보니 국뽕이라는 단어가 보이긴 하지만요.

잠자냥 2022-09-23 10: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유튜브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저런 시장이 너무 크다는 거예요, 먹방, ASRM 이런 시장. 저는 이 두 컨텐츠가 다 너무 원초적 자극을 주는 거라 포르노 같다는 생각을 종종합니다(다부장 님이 찾아 올리신 저 이미지도 뭔가 좀.... 성적인 컨텐츠 같아 보여요. 저 여자 입술하며...ㅠㅠ).

참고로 먹방은 그걸 시청하는 사람의 뇌도 음식을 먹고 있다고 착각해서 심지어 살이 찐다고 합니다. 신기하죠?

다락방 2022-09-23 10:17   좋아요 5 | URL
네, 잠자냥 님. 저도 먹방을 보는 순간 ‘굳이 왜 이렇게까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확 포르노랑 연결되어 생각되더라고요. 위에 미미님댓글에도 답했지만 자극적이며 중독적이고 과한 설정에 자기학대, 그리고 자본주의. 이 흐름은 먹방과 포르노가 똑같이 연결되는것 같아요. 제가 인스타에서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1분짜리 영상을 보게 되었고, 그걸 보면서 뭐랄까, ‘이걸 보는 나‘가 싫었거든요. 저는 만약 제가 포르노를 본다면 그 역시도 ‘이걸 보는 나‘가 싫을 것 같아요. 먹방을 보는 것도 포르노를 보는 것도 그런 모습의 저는 누군가에게 보이기 싫은 나일 것 같은데, 그렇게나 인기있는 걸 보면... 뭐, 그렇습니다.

저는 남들 앞에서 그렇게나 과하게 많은 음식을 먹고 그걸로 돈을 번다는 게 진짜 너무 이상해요, 정말 너무 이상해요. 포르노도 그렇잖아요. 남들 보는 앞에서 성적 학대를 하고 돈을 벌잖아요. 그거 진짜 너무 이상해요. 그리고 큰 돈을 벌어요. 저는 진짜 이거 너무 이상합니다.

(저도 저거 검색해서 어떤 창작자인지만 보고 영상은 차마 못봤습니다..)

2022-09-23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3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3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3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3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2-09-23 1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ASMR의 원천이 그런 거였어요?
저는 애들이 들려주던 영상을 들어보니까 음식 먹는 바사삭~ 그런 소리들이 많이 나서 음식 씹는 모음집인 줄 알았더니???
처음엔 이 바사삭~ 쩝쩝쩝~ 소리가 왜 유해인 건지 소름 끼치면서 이해가 안가던데 나중에 자연의 소리들을 들었을 때는 아...힐링되는 기분에 유행을 타는가 보다!! 쉽게 생각했네요?
뽀모 저 유튜버도 처음 들었는데 제목이나 사진만 봐도 약간 포르노 영상같이 느껴집니다.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서 정말 알게 모르게 두뇌가 잠식되어 가고 있었군요? 갑자기 소름이 쫘악~~~~~ㅜㅜ

다락방 2022-09-23 14:23   좋아요 2 | URL
저도 워낙 유튜브와 동떨어진 인간이다보니 ASMR 에 대해서 몰랐거든요. 그런데 이 책에서 이게 뭐다 딱 정리를 해주더라고요. 이래서 책을 읽는건 뼈가 되고 피가 되고 살이 되고 지식이 되는가봅니다. 후훗.

이 책에서도 언급되는데 ASMR 의 창작자도 그리고 시청자도 성적인 의도로 만들거나 보지는 않는다고 해요. 그보다는 정말 힐링이나 위안을 위해 듣는 거였죠. 그러나 자본주의는 그들을 가만 놔두질 않는 것 같습니다. 돈이 되기 위해서는 자극적이 되어야 하는거지요. 저는 먹방이 포르노스럽게 연출된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먹방 자체가 포르노랑 본질적으로 같다고 보고 있는 거고요.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자극이 더 큰 자극으로 더 큰 자극으로 만들어지는 것, 그리고 그걸 보는 사람들이 멍하니 보고 또 보고 또 보게 되는것이요. 이 흐름이 너무 포르노랑 똑같잖아요.

영상만 보는건 확실히 뇌를 쓰지 않는 일인것 같아요. 책나무 님, 우리는 지금처럼 계속 읽고 씁시다. 책나무 님, 계속 가는거예욧!!!!!

바람돌이 2022-09-23 1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왜 남의 귀파는 소리를 듣고싶지? 하고보니 왜 모르는 여자가 소변을 보고 응가를 하는 화장실 몰카를 보고싶지라는 질문과도 연결이 되어 버리는..... 먹방과 포르노가 일맥상통한다는 것도 어렴풋하게 느끼던 것들인데 다락방님 글 읽고 나니 확실하게 더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네요. 다락방님 언젠가 이 주제로 책 내십시오.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데 가능합니다. 응원합니다. ^^

다락방 2022-09-23 17:20   좋아요 2 | URL
저도 영상을 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다른 사람의 귀를 파주는 걸 보여주면서 소리를 들려주는것 같아요. 거기에서 시청자들은 편한 자세로 누군가 내 귀를 파주는 것 같은 느낌으로 힐링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모르는 여자의 불법촬영물을 보는 것과는 좀 다른 것 같아요. ASMR 은 대리만족 혹은 타인으로부터의 위로가 목적이고 불법촬영물은 자신 안의 열등감과 연결되는 것 같아요. 그러나 위로나 위안 혹은 힐링이 목적이었어도 점점 ASMR 이 자극적이 되어가는 것 같기는 합니다.

어휴, 이런 주제로 책을 내는건 저보다 더 전문적으로, 더 오래, 더 깊게 공부하신 분들에게 맡기겠습니다. 저는 책만 읽는걸요. 후훗.

공쟝쟝 2022-09-23 17:32   좋아요 2 | URL
바람돌이님 저도 그게 너무 궁금해요 ㅋㅋㅋ 그래서 남.자 를 샀습니다ㅋㅋㅋ 이 열등감에 돌아버린 한남의 남성성연구가 다각도로 진행되었음 좋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유구한 전통이 분명있다는 겁니다 ㅋㅋㅋ 그리고 한남성만도 아니란 것을 점점 깨달아가는 중입니다…

난티나무 2022-09-23 19: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챕터 읽다가 조금 남기고 덮어두었는데 다락방님 찾아보신 유튜브 ㅠㅠ 책으로 읽을 땐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는데 처음엔 어땠는지 몰라도 저 이미지만으로는 그럴 만한 이유가 당근 있구나 싶네요.ㅠㅠ 하…

다락방 2022-09-26 07:48   좋아요 2 | URL
네, 저 이미지 만으로도 좀 거부반응이 들죠. 영상은 보고싶지도 않을 정도로 거부반응이 들어요 ㅠㅠ
저 여전히 읽고 있는데 먹스타그램 부분과 웹툰, 맘스타그램 은 딱히 재미없네요. 흐음.

독서괭 2022-09-26 14: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침에 이 글 읽었는데 신기하더라고요. ASMR 이란 게 있다는 건 알았지만 아무 생각 없었는데(이해 잘 안 된다는 생각만) 역시 학자는 다르구나, 싶었어요.

다락방 2022-09-26 17:12   좋아요 1 | URL
맞아요, 독서괭님. 연구자나 학자는 확실히 사유의 깊이가 다르구나 싶더라고요. 그냥 무심히 보아 넘기면 안되는 사람들이로구나 하고요.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을 연구하다니, 아니 정말 너무 대단한 사람들 아닙니까?!
 
더불어 미러링의 발화자들은 자신의 언어가 남성 청자에...















아, 진짜 이 책 너무 좋다. 두번째 꼭지 백지연의 <불안에도 불구하고>까지 읽었다. 제일 처음 김예란의 글도 너무 좋았는데, 백지연의 글도 진짜 너무 좋다. 그간 학자들도 그렇고 스스로 옳다고 확신을 가진 많은 사람들도 여성들의 미러링 말하기에 대해 비난하는 걸 익히 들어왔는데, 백지연은 미러링이 왜 생겼는지 그것이 무얼 의미하는지에 대해서 너무 잘 밝혀주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말하기를 시도하는 지금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젊은 여성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를 너무 잘 파악하고 증거하고 있달까. '여성커뮤니케이션 연구총서'라는 이 책의 타이틀이 오늘 아침엔 확 다가온다.


더불어 미러링의 발화자들은 자신의 언어가 남성 청자에게 거부감없이 수용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러링 전략의 궁극적 목적은 원본이 가진 폭력성을 지적하고, 미러링(만)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이중잣대와 이를 만든 차별적 인식을 드러내보이는 것을 통해 젠더 권력의 차이를 좁히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얼마나 잡음 없이 받아들여졌느냐‘는 기준은 미러링의 성공적 수용 여부를 판가름하는 주요 기준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잡음과 거부감의 유발이 미러링의 목적 달성을 돕는다.

미러링을 통해 표현된 언어의 원본은 ‘일간베스트‘ 뿐만 아니라 ‘디시인사이드‘, ‘오늘의 유머‘, ‘엠엘비파크‘ 등 온라인 공간의 남성 중심의 커뮤니티에서 생산되고 누적되어온 여성혐오 발언과 철저하게 대립쌍을 이루고 있다. 이 대립의 구조는 미러링의 폭력성을 비판하는 순간그의 원본이 되는 남성들의 여성혐오를 함께 비판하지 않을 수 없도록 짜여진 언어적 전략이다. 못마땅하고 기분이 나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러링을 수용하는 사람의 존재가 그렇지 않은 사람을 성차별주의자로 만드는 구도인 것이다.

여성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 발화 방식을 통해 이뤄낸 목적 외의성과 중 하나는 언어 시장의 청자 일반에 대한 상상적 이미지를 바꾸고있다는 것이다. - P72


오늘 백지연의 글을 읽으면서 내가 바라던 책이 바로 이런 책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직 두번째 글까지밖에 못읽었지만 이 책은 나의 올해의 책이 될 것 같다. 젊은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비난을 숱하게 들어왔던바-트페미다, 한남같다, 공부 안한다- 나는 항상 그 비난에 분노했던 거다. 공부란 뭘까. 여성차별을 그리고 여성혐오를 자기가 태어나서 살아온 그 삶, 그것을 몸으로 감각하는 것이야말로 차별과 혐오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아닌가. 트페미라는 멸시, 미러링에 대한 비난 다 좆같다고 생각하던 가운데 이 책의 연구자들은 젊은 여성들이 왜 그렇게 말하는지를 보여주며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그들의 말하기야말로 바로 행동 그 자체임을 주장하는 거다. 크- 너무 좋다. 진짜 너무 좋아. 만세만세 만만세다. 젊은 여성들도 만만세고 이 책의 연구자들도 모두 만만세다. 만세만세만만세!!



기본적으로 남성 중심적인 메시지인 뉴스(김훈순, 1997)가 재현하는 한국 여성의 모습은 1990년대 후반 이후 18년 이상의 기간을 거치면서도 양적으로, 질적으로 거의 변화지 않았다(김경희 ·강혜란, 2016) -p.55



나는 위의 인용문을 읽으면서 일요일에 보았던 영화 <공조2> 를 떠올렸다. 나는 가끔 부모님을 모시고 극장엘 가는데, 부모님과 함께 보기에는 한국영화이면서 코믹액션이 가장 좋다. 공조2는 마침 거기에 맞춤한 게 아닌가. 게다가 현빈+다니엘 헤니의 잘생김 후훗. 그렇게 룰루랄라~ 부모님과 보러 갔는데,



정말이지 ... 딥빡침을 느끼고야 말았다. 

부모님은 재미있게 보셨다고 했고 내 옆자리의 나이든 관객들도 영화가 끝나자 재밌네~ 하였지만, 그래 나도 재미있긴 했지만, 불쾌함이 사라지질 않는거다.


2017년 <공조> 는 현빈이 잘생기고 유해진이 웃긴 영화였다. 그게 전부인 영화. 

2022년 <공조2>는 과학기술이 발전해 언제나 '몸으로 뛰어야 한다'는 유해진도 과학수사의 협조를 받고 엄청난 마약유통범을 잡기 위해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국이 공조수사를 하기도 한다. 드론을 띄워 사건 해결에 도움을 받기도 하고. 범죄자들 조차도 신종 마약을 만드는 것이 쉬워지고. 그러니까 모든게 다 발전한 거다. 과학기술 자체도 발전했지만 고지식했던 몸으로 뛰는 형사의 업무에 대한 자세도 좀 발전한거다. 그런데,


여자 조연(주연은 없다)인 윤아는 아무것도 변한게 없다. 유튜버로 돈벌겠다는 명분으로 화장을 예쁘게 하고, 자신이 흠모했던 현빈이 다시 온다는 소식에 옷장에서 옷을 잔뜩 꺼내가지고 와 어떤 옷을 입으면 좋을까 고민한다. 현빈이 최고 잘생긴 줄 알았다가 등장하는 다니엘 헤니를 보고 넋을 잃고, 중요한 순간에는 나이트클럽의 죽순이었던 자신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클럽에서 몸에 딱 달라붙는 옷을 입고 춤을 춘다. 자신이 춤을 추고 있으면 부킹이 들어오고 그러면 자신은 이 룸 저 룸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너희들이 찾는 범죄자에 닿을 수도 있다는 것. 그것이 나름 돕는다면 돕는거였는데, 사건이 다 해결되고 난 후의 윤아는 떠나는 현빈에게 '기다릴게요' 라고 말한다. 이 영화속에서 윤아가 하는 일은 화장하고, 예쁜 옷을 입고, 좋아하는 남자를 위해 삼겹살을 굽고, 잘생긴 남자에게 반하고, 클럽에 가서 춤을 추고, 그리고는 남자에게 '기다릴게요' 라고 말하는게 전부. 이게 전부다.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과학수사로 최고봉에 서고 나이든 형사 조차도 과학수사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세계가 하나 되어 범죄자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모든 것들이 앞으로 쭉쭉 나아가지만, 그러나 2022년 이석훈 감독이 그려낸 공조에서 단 하나, 여자의 성역할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였다. 모든게 발전하고 그 발전을 느끼고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가지만, 그러나 여자는 아직 인간인지 잘 모르겠어...



영화는 재미있고 코믹하다. 남자주연 세 명에게 고루 액션과 멋짐을 나눠주었고 적당한 순간에 감동을 주기 위해 음악도 잘 썼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런데 여자는 남자에게 반하고 남자를 기다리고. 나는 이 영화를 보게 될 수많은 사람들에 생각했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이 영화를 보면 너무나 자연스레 몸으로 뛰고 위험을 감수하고 여자를 그리고 나라를 구하려는 남자들과 동시에, 잘생긴 남자에게는 반하고 돈은 안벌고(백수인 윤아는 형부의 비상금을 노린다) 예쁘게 꾸미고, 그렇지만 클럽에서는 모두의 시선을 끄는 여자가 보인다. 그것은 그대로 사람들에게 인식될 것이고, 남자와 여자의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굳히겠지. 이 지점이 너무나 빡치는거다. ㅠㅠ


'기본적으로 남성 중심적인 메시지인 뉴스(김훈순, 1997)가 재현하는 한국 여성의 모습은 1990년대 후반 이후 18년 이상의 기간을 거치면서도 양적으로, 질적으로 거의 변화지 않았다'는 백지연의 말은 한국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이제는 안경을 쓰고 등장하는 아나운서도 있고 여성주연 서사들이 생겨나기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여자들의 노력이 있어야 가능해지는 지점인거다. 남성들이 재현하는 여성들의 모습이란 과거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데 그건 아마도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작동한 거 아닐까. 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아무튼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너무 좋다. 너무 좋아서 오늘 아침 또 캐나다뷰를 배경으로 찍어보았다. ㅋㅋ





그럼 빨빨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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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9-21 08: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공조2> 영화 가족들이랑 극장에서 봤어요. 포스터에서 윤아도 있길래 오~ 윤아도 같이 공조하나보다! 기대하고 봤는데...아!!!! 뭐야??? 윤아는 왜 시나리오를 받아들였을까? 안한다고 하면 스텝들과 선배 배우들에게 몰매 맞겠지??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1보다 더 못한 영화가 아녔나? 싶어 돈 아깝다! 생각했어요. 좋아하는 다니엘 헤니가 나왔는데도 불구하구요ㅋㅋㅋ
여름동안 한 7 편 정도 영화를 본 듯한데 그중 으뜸은 <헤어질 결심>이었어요^^
그나저나 책 읽어야 하는데 전 어려워서 진도가 안나가던데 다락방님은 재미있으시다니 그동안 독서 내공이 빛을 발하시는 것 같아 그저 부럽습니다^^

책읽는나무 2022-09-21 08:53   좋아요 2 | URL
와~~댓글 1등!!!!^^

다락방 2022-09-21 09:46   좋아요 3 | URL
책나무 님도 보셨군요! 저는 저런 대본-여자는 인간이기보다 여성이기만 한-을 받아들고 다른 배우들은 다 괜찮았던 걸까? 그 역할을 연기했던 윤아도 그렇지만 그냥 저기 숱하게 있는 남자배우들, 다 아무렇지도 않았나? 싶더라고요. 그 영화를 보고 고정될 여성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짜증났어요. 어떻게 아직도 그런 여자를 만듭니까. 나름대로 고심한건지 여성 요원에게도 나중에 중요 역할을 맡기는데 그래봤자 총 한 방 쏘는게 끝이었죠. 그런 부분이 너무 징그러운 그야말로 남자의 영화였어요. 발전을 얘기하지만 발전 없는 남자의 영화요.

저는 너무 재미있고 좋고 행복합니다, 책나무 님. 아 진짜 이 책 탁월하다, 내가 읽고 싶었던 바로 그 책이다! 싶고 말이지요. 1부의 1장은 학자들의 이론들을 가져와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러나 현실을 사는 여성들에 대해 아주 잘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책나무 님, 힘내세요! 빠샤!!

공쟝쟝 2022-09-21 09: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으이그 알탕들 ㅋㅋㅋ 영화 그렇게 밖에 못만드냐 ㅋㅋㅋㅋ 1 도 소비 안했지만 2도 소비 안할란다 ㅋㅋㅋ

잠자냥 2022-09-21 09:37   좋아요 3 | URL
한국 알탕 영화 안 본지 어언 10년은 넘어가는 1인...
나는요 알탕도 완전히 안 좋아해요.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21 09:44   좋아요 4 | URL
저는 바로 거기에서도 또 게으름을 느낍니다. 알탕 영화를 만드는 자들의 게으름, 발전하는 세계의 한쪽면만 보고 그걸 담으면서 뿌듯해하는 그 게으름. 그런 게으름은 결국 제자리에서 퇴보로 향하게 되죠. 으...
그런 게으름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보기에 관객들은 자꾸 똑똑해지는 것입니다.

거리의화가 2022-09-21 09: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실 책에서 1장의 첫 꼭지가 가장 중요한 핵심 이론과 메시지를 담고 있을텐데 제가 잘 이해했는지 모르겠더라구요. 다락방님이 올해의 책으로 선정하실 정도라고 하니 좋은 책임에는 분명하네요. 디지털미디어 기술에 편승해 교묘하게 이용되는 젠더 불평등에 대해 실제 사례를 들어 잘 설명해주고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락방 2022-09-21 09:43   좋아요 3 | URL
저는 지금 1부의 두 꼭지만 다 읽은 상황이거든요. 진짜 너무 좋아요, 너무 너무! 첫 꼭지에 너무 많은 학자들을 인용하고 있긴 하지만 저는 그 메세지가 너무 좋더라고요.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는 거 보다 더 나아가 고정된 세계에 발을 성큼 내밀어 내 고통을 발화하고 기득권 세상을 붕괴시키는 일에 대해 얘기하는 지점이 진짜 너무 소름돋게 좋았고요, 뭐랄까, ‘이제 여자들은 참지 않아!‘ 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너무 짜릿했어요.

2부를 읽을 읽도 너무 기대되고 기다려집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사례를 들어 설명해주어 더 읽기에 좋은 것 같아요. 아 저는 너무 행복합니다, 거리의화가 님.. ㅠㅠ

공쟝쟝 2022-09-21 10:45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이제 여자들은 참지 않아 인데 저는 왜 무언가를 참는 느낌일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엔 저의 그런 마음들이 보여서 좀 속상합니다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21 10:52   좋아요 1 | URL
나는 페미니스트라는 선언도 그리고 미투도 모두 저는 ‘여자들은 더이상 참지 않아‘ 에서 발현된 걸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쟝님이 참는게 무언지 모르겠지만 참는 어떤 마음들이 느껴진다면, 그걸 참음으로 인해서 갖게 되는 다른 것을 선택하는 것이겠지요. 아무쪼록 마음의 평안을 바랍니다.

공쟝쟝 2022-09-21 11:02   좋아요 1 | URL
섹스참기요 ㅋㅋㅋㅋㅋ 드립칠려다 실패 ㅋㅋㅋ ㅋㅋㅋㅋ 왤케 진지해 ㅠㅠ

다락방 2022-09-21 11:08   좋아요 0 | URL
아 진지한 멘트인줄 알았네? 껄껄


공쟝쟝 2022-09-21 11:1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섹스 그건 뭐 꼭 참아야하는 종류의 것은 아니지만ㅋㅋㅋ 잘 사귀는 커플 보고, 로맨스 읽고 그러면 어떤 친밀함에 대한 그리움을 떠나보내야 하는 거구나 하게 되어요~! 아직 그걸 원한다는 뜻이겠죠? 기왕 일케 된김에 진지하게 댓글달기…

얄라알라 2022-09-21 09: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제 막 책 읽으려하는데, 책 날개 필진 약력을 보니, 한국에 이렇게 좋은 학자들이 전력투구하고 계시구나, 미래가 밝다! 기분이 좋아졌어요 책 읽기도 전부터

다락방 2022-09-21 09:39   좋아요 3 | URL
맞아요, 얄라알라 님! 제가 진짜 딱 그랬어요. 책 날개 를 항상 책 읽기 전에 먼저 보는데 이번 책의 작가들 이력을 보고 얼마나 감탄이 나오던지요. 이 많은 학자들이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에 대해 연구하고 글을 써냈다니. 너무 좋더라고요! 얄라알라님께도 좋은 독서의 시간이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후훗.

미미 2022-09-21 10: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서 요즘 영화,어쩌다 드라마 보며 너무 답답함을 느낍니다.
이곳에서 다락방님따라 공부하며 너무나 더디게 변화하는 현실을 더욱 실감하는것도 같구요.
대놓고 문화전반의 분위기가 이러하니
각종 범죄에 노출된 여성들의 집단적 두려움은 당연하고
상대적으로 여성을 자신의 소유로 여기고 함부로하는 남성들의
비뚤어진 욕망도 여전하다고 봐요.

저도 이 부분 읽고 전율이 일었어요 다락방님ㅜ.ㅜ
(미러링에 대해 북플에서 어떤분에게 지적받았던거 떠올라요.)
이 책 많이들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다락방 2022-09-21 10:50   좋아요 3 | URL
미미님, 72페이지 인용문 정말 좋지요?
저는 미러링에는 분명한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하고 또 미러링이 없었던 것보다 있었던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러링을 함으로써 사람들은 얼마나 지저분한 혐오 표현들이 있는지 비로소 알게 됐잖아요. 그런 한편 ‘걔네가 그런다고 너네까지 그러냐‘ 라는 비난의 말들도 많이 있었는데요, 그러면 왜 안되나요? 미러링 하기 전까지는 그렇다면 왜 원본을 만든 ‘걔네들‘한테 아무말도 하지 않았나요? 미러링 때문에 현실을 인지하게 됐으면서 미러링을 비난하는 건 행동하는 자들에게 돌을 던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미러링은 아, 역시나 원본을 따라잡을 수 없더라고요. 저는 남자들이 하는 말들이나 행동들-당연히 범죄로 이어지죠-을 보고, 와 언제나 상상을 초월한다 싶더라고요. 이렇게 끔찍하다고? 놀라다가 더 끔찍한게 나와서 미러링은 진짜 원본을 따라갈 수가 없구나 싶더라고요. 무지와 악의를 갖춘자를 따라간다는 건 보통의 사람들에게 힘든 일인 것 같아요.

이 책의 저자들이 앞으로 하는 말들은 또 어떤 것일지 기대가 큽니다. 미미님, 우리 계속 읽어봅시다!!

난티나무 2022-09-21 14: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조2 아 진짜 ㅠㅠ 저 앞부분 조금 봤는데 딥빡… 안 보길 잘했네요. 뒷부분 이야기 들으니 더 빡침요.
저는 군데군데 읽고 있어서 아직 이 부분 읽기 전인데 저도 무지 기대됩니다!!!

다락방 2022-09-21 14:47   좋아요 2 | URL
아 난티나무 님은 순서대로 읽지 않으시는군요! 뒷부분 너무 기대됩니다. 밑줄도 많이 긋고 그래서 플래그도 많이 붙여요. 전 정말 이 책 너무 좋네요.

공조2는 아무리 잘생긴 남자들과 웃긴 남자 섞어 재미있게 하려 했어도 여성혐오에 대해선 진짜 멍청한 영화였어요. -.-

독서괭 2022-09-21 22: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헐 윤아는 남성관객들 눈호강 위해 등장하나요 ㅠㅠ 넘 안타깝네요. 그런데 애들 만화에도 아직도 그런 식이 좀 있나봐요. 대표적으로 시크릿쥬쥬-하도 얘길 들어서 저는 애들 안 보여줍니다^^; 여전히 대장은 남자인 경우가 대다수고요. 뽀로로도 은근히 성역할 고정관념 심하고.. 아직 멀었네요!

다락방 2022-09-22 08:43   좋아요 2 | URL
눈호강 이란 단어가 적절하네요. 영화 끝나고 나오면서 아빠가 윤아 참 예쁘다 라고 하시는데 그 말이 왜케 듣기 싫은지 ㅠㅠ 아 너무 짜증납니다.
뽀로로 성역할 고정관념 심하다고 계속 얘기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사회 전반적으로 고위직에 여성들이 많아져야 성역할 고정관념도 좀 사라질 것 같아요. 일하는 여성들이 여기저기 투입되어서 그런 컨텐츠 만들 때마다 ‘그게 뭐하는 짓이여?‘ 하고 항의해주고 또 자신들이 일하는 것처럼 제작도 해주고 그래야할 것 같아요. 진짜 한국 남자감독이 만든 영화 속의 여자등장인물 보는 일은 너무 괴롭습니다 ㅠㅠ
 

더불어 미러링의 발화자들은 자신의 언어가 남성 청자에게 거부감없이 수용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러링 전략의 궁극적 목적은 원본이 가진 폭력성을 지적하고, 미러링(만)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이중잣대와 이를 만든 차별적 인식을 드러내보이는 것을 통해 젠더 권력의 차이를 좁히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얼마나 잡음 없이 받아들여졌느냐‘는 기준은 미러링의 성공적 수용 여부를 판가름하는 주요 기준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잡음과 거부감의 유발이 미러링의 목적 달성을 돕는다.
미러링을 통해 표현된 언어의 원본은 ‘일간베스트‘ 뿐만 아니라 ‘디시인사이드‘, ‘오늘의 유머‘, ‘엠엘비파크‘ 등 온라인 공간의 남성 중심의 커뮤니티에서 생산되고 누적되어온 여성혐오 발언과 철저하게 대립쌍을 이루고 있다. 이 대립의 구조는 미러링의 폭력성을 비판하는 순간그의 원본이 되는 남성들의 여성혐오를 함께 비판하지 않을 수 없도록짜여진 언어적 전략이다. 못마땅하고 기분이 나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러링을 수용하는 사람의 존재가 그렇지 않은 사람을 성차별주의자로 만드는 구도인 것이다.
여성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 발화 방식을 통해 이뤄낸 목적 외의성과 중 하나는 언어 시장의 청자 일반에 대한 상상적 이미지를 바꾸고있다는 것이다. - P72

여성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 발화 방식을 통해 이뤄낸 목적 외의성과 중 하나는 언어 시장의 청자 일반에 대한 상상적 이미지를 바꾸고있다는 것이다. 주류 미디어에서는 원본의 폭력성을 지적하기 위해 만들어진 과격한 표현들이 미러링의 전부인 것처럼 재현되지만, ‘여자가큰일을 하다보면 실수도 좀 할 수 있지‘, ‘역시 큰일은 여자가 해야‘ 등 일상에서 오가는 언어를 비튼 표현도 존재한다. 온라인 공간의 여성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는 이런 종류의 표현은 원본의 차별성을 지적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그 자체로 여성에게 용기와 위안을 주기도 한다. - P72

미러링의 발화자들은 자신들의 언어 생산물이 ‘절대로 원본(의 폭력성과 현실성)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체득하고 있었기에 미러링을 만들 수 있었다. 여성들의 신체적 감각은 의식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기보다는 누적된 경험의 결과물로, 여성들이 그동안 노출되어왔던 여성혐오적인 게시물의 규모와, 거기서 드러나는 여성에 대한 평가 기준에 얼마나 주목해왔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 P73

오프라인 시위 현장에서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이용해 얼굴을 가리는 행위는 1차적으로는 신변과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지만, 그동안 내가 하는 말의 내용이 아닌 여자로서의 내 얼굴이 말의 가치와 진위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었던 경험에서나온 것이기도 하다. 주류 언론과의 개인 인터뷰를 철저하게 통제하는것 역시 그동안 여성들이 언론과 맺어온 관계에서 비롯한다. 여성들은자신의 말을 언론이 보태고 자르기를 통해 어떻게 소비시킬 수 있는지를알고 있으며, 노출된 한 사람에게 위험이 집중될 수 있다는 것 또한 알고있다. 한때의 ‘영웅‘이 어떻게 ‘마녀‘로 몰려 매장당하는지를 보아온 탓이기도 하다. 더불어 여러 가지 의제가 뒤섞인 사회운동이 그 ‘배후‘와
‘순수성‘을 묻는 질문 앞에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을 지켜본 한국인으로서의 여성은 시위를 하나의 의제를 목적하는 것으로 통제하고, 개인이아닌 조직의 이름을 내세워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을 차단하기도 한다. - P74

다음의 사진은 디지털 매체에서 시작된 여성들의 싸움 성과가 가장전통적인 매체에 의해 재현된 모습이다. 『타임』 지는 2017년 ‘올해의 인물‘로 ‘침묵을 깬 사람들silence Breaker‘을 선정했다. 표지는 여성들이(2016지금까지 무엇을 이뤄왔는지를 영광스럽게 재현하면서, 우리가 불안 때문에 무엇을 ‘못 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동시에 앞으로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상징적 기호를 담고 있다. 표지의 오른쪽 아래에 드러난오른팔의 모습이 그것이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이 여성은 이미 당한성폭력에 이어 자신과 가족들이 또 다른 위험에 노출될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두려움을 이기고 침묵을 깬공로를 인정받는 상황에서조차 여성은 피해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린다. - P75

여성들의 불안이 사회적이고 젠더화된 감정인 만큼, 익명의 여성이느꼈을 불안은 자신이 달성한 성취의 영광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개인적 차원의 안타까움 이상의 파장을 갖는다. 가령 이화여대의 학생들은 총장 퇴진을 위한 시위가 끝난 뒤, 학교 본관을 점령했던 기간 동안쌓아왔던 시위 관련 데이터들을 모두 지워버렸다. 여전히 공포의 기억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교내의 모니터에는 시위 관련 장면을 띄울 수 없고,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금기시된다. ‘시위와 관련된 기억을 모든 세상이 다 잊어줬으면 좋겠다‘고 고백하는 학생도 있다. ‘여성혐오‘라는 말이 한국 사회의 공론장에 나오기전부터 여성혐오의 대표적인 피해자였던 학생들은 끝내 익명성을 선택했다(진명선, 2017.11.13). 이렇게 여전히 내재된 불안이 여성의 성공 경험 명명과 기록을 방해하는 탓에, 우리는 그녀들이 누구이고 무슨 일을했는지 아직 다 알 수가 없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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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변하지 않는 여성의 모습
    from 마지막 키스 2022-09-21 08:09 
    아, 진짜 이 책 너무 좋다. 두번째 꼭지 백지연의 <불안에도 불구하고>까지 읽었다. 제일 처음 김예란의 글도 너무 좋았는데, 백지연의 글도 진짜 너무 좋다. 그간 학자들도 그렇고 스스로 옳다고 확신을 가진 많은 사람들도 여성들의 미러링 말하기에 대해 비난하는 걸 익히 들어왔는데, 백지연은 미러링이 왜 생겼는지 그것이 무얼 의미하는지에 대해서 너무 잘 밝혀주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말하기를 시도하는 지금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젊은 여성
 
 
공쟝쟝 2022-09-21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해하는 부장님 💪

다락방 2022-09-21 07:49   좋아요 1 | URL
페이퍼 쓰는 중입니다 ㅋㅋ

공쟝쟝 2022-09-21 10:41   좋아요 0 | URL
페미니즘은 다락방에게 글을 쓰게 한다! 참 조흔 사상이다!
 















이 책의 가장 첫꼭지 '김예란'의 <행복을 향한 그녀들의 움직임: 디지털 페미니즘의 정동>을 다 읽었다.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았다. 여러가지 의미로 좋았는데, 일단 김예란 이란 저자가 아주 많은 책들을 읽고 공부하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겠다. 참고 문헌을 여러개 가져와서 자신의 주장을 펼쳐가는데, 그만큼의 책들을 읽어서 이런 사고를 할 수 있는거란 생각을 하면, 역시 책은 읽어야 되고 공부는 해야되는 것 같다.


푸코는.. 성의 역사를 글자만 봐서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겟는 그런 사람인데, 김예란은 푸코를 비롯한 다른 철학자들의 글들을 가져오며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행복'이라는 것은 지금 주어진 것에 '만족'하는 것과는 다른 상태임을 분명히 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행복은, 내가 지금 슬픔과 고통에 침잠해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치고 나가 나은 상황으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 거기서 얻어지는 것들이라는 거다. 나 역시 거기에 동의하는 바, 그 과정에서 저자는 부정과 긍정이 서로 반목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긍정과 부정, 강함과 취약성 같은 언뜻 대립적으로 보이는 원리들의 결합 가능성을 제시한 하나의 시도를 로지 브라이도티(2016)의 논의에서 찾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브라이도티는 기쁨과 긍정의 축을 검토한 후에, 긍정과 기쁨의 원리 안에 필연적으로 현존할 수밖에 없는 고통과 취약의 문제를 제기한다. 실제 삶의 과정에 결코 부인하거나 피할 수 없이 고통은 존재하며 취약한 주체는 그로부터 상처를 입는다. 그러나 의미심장하게도 이 상처는 "열린 상처"다. 그 상처가 주체에게 어떤 이후의 미래를 가져올지는 미리 알 수도, 정해져 있지도 않는다는 의미에서다. 따라서 브라이도티의 시각에서, 애초에 "긍정 대 취약affirmation versus vulneragility"이라고 흔히 대립적으로 이해되어온 짝패는 점차 하나가 다른 하나를 필요로 하며 서로 타협하고 포용하는 상호의존적인 관계에 있는 것으로 재해석된다. -p.30



우리는 이미 유명한 애니매이션 <인사이드 아웃>을 통해 기쁨과 슬픔이 서로 반목하는 것이 아님을 배우지 않았나. 주인공 라일리 안에 있는 기쁨이와 슬픔이, 버럭이, 소심이, 까칠이 라는 감정들. 언뜻 보면 기쁨이가 가장 긍정적인 감정이고 중요한 것 같지만, 기쁨이가 찾아들기 전에 슬픔이가 먼저 찾아왔었다는 것을 그 애니매이션에서는 보여준 바 있다.

















주디스 버틀러의 취약성을 가져와 설명해주는 부분이 특히 좋았다. 취약성이란 단어에 꽂혀 도대체 어느 책에 나온건가 참고문헌을 보았는데, 이미 《위태로운 삶》이란 제목으로 번역되어 나와있더라.
















오늘 책 10만원어치 샀는데 나중에 위태로운 삶의 존재를 알게 되어... 내가 어떻게 할지는 신만이 아시겠지.



자, 다시. 책의 내용으로 돌아가서,

김예란은 미투를 포함한 자신의 고통을 발화하고자 햇던 여성들이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한다는 것을 얘기한다. 디지털 플랫폼 안에서 이런 긍정적인 일만 일어나는 건 결코 아니지만, 그러나 그녀들은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몸이 당한 고통을 말함으로써 자신들의 행복-취약성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내가 아닌, 취약성을 끌어안고 자신의 삶을 지탱하고 견디고 주체적으로 지금과 다른 상황을 만들어내기-을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할 일은 그런 그녀들을 위해 지지해주는 것이라고.



너무 좋은 글이었고 꼭 필요한 글이었다. 버틀러의 위태로운 삶을 사게 하는 글이었다(응?).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는 게 아닌, 주체적으로 자기의 행복을 찾아 나서고자 행동하는 여성들을 나 역시도 지지한다. 그들이 찾고자 하는 -기존의 것, 기득권자의 것이 아닌-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지할 것이다. 그런 그들은 이미 가진 자들,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한없이 불편한 존재이겟지만, 그거야 내 알 바 아니다.



이만 총총.



푸코의 윤리학 개념에서는 주체가 자아와 맺는 관계가 "궁극"의 목적으로 "절대화"되는 가운데, 그러한 "자아의 실천"이 "삶의 기술"을 이루는 근거 위에서 주체가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역할을 설계, 실천한다(Foucault, 2005). 윤리적 주체는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기획하며 실천하는 방향과 방법을 (도덕에서처럼 객관적 규범을 순응적으로 준수하기보다는) 스스로 통솔한다. 둘째, 푸코에게 주체란 지식과 권력 체제 안에서 주어지거나 주조되는 대상일 뿐 아니라, 더욱 흥미롭고도 유의미하게도, 그것의 "바깥"으로부터의 사유, 혹은 "외부"가 기입되어 형성되는 존재이기도 하다(Deleuze, 1988:Foucault & Blanchot, 1989). - P22

이러한 윤리와 주체의 개념을 고려한다면 행복의 윤리적 주체는 이미 규범으로 정해지거나 주어진 것과 연관되는 동시에 다른 행복을 욕망하고 그 실현을 위해 고투하는 과정 안에서 형성된다. - P23

행복의 윤리 실천에서 행복은 주체의 삶의 근거, 규칙, 방법론, 목표가 되는 동시에 한걸음 더 나아가 체제와 조건의 경계를 인식하고 그 너머를 추구하고 발명하는 사회정치적 함의를 띠게 된다. - P23

고통과 행복의 관계를 생각함에 있어 주디스 버틀러의 취약성에 대한 해석은 귀중한 도움을 준다. 버틀러(2006)는 존재의 취약성vulnerability을 자신의 정치윤리학의 근본 전제로 삼는다. 존재의 취약성이란 어느 누구이든 무엇이든 본연적으로 지닐 수밖에 없는 실존적인 약함precariousness이기도 하며, 특정한 사회질서 안에서 야기되는 구조적 취약성precarisation이기도 하다. 그러나 논의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버틀러는 주체에게 부여된 실존적·구조적 취약성이 그 또는 그녀가 모든 존재들에 대해 책임을 저야 하는 윤리적 근거를 이룬다고 주장한다. 내가 존재하게 되기까지 이미 나는 알거나 알지 못하는 수많은 존재-타인, 생물과 무생물, 환경, 세계 전체에 이르기까지-에게 의존하고 빚을 졌다. 나는 당신이 없다면, 다수 무명의 그들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는 약한 존재다. - P28

그녀(사라 아흐메드)에게 있어 대표적인 킬조이와 우울의 주체는 페미니스트, 이민족, 성소수자로 그려진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찬미되는 세속적인 가치들에 불편과 이질감을 느끼고 세상 역시 이들을 반기지 않는다. 이들이 노상 불평과 불만을 제기하면서 질서와 조화를 깬다고 간주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구별되어진 소수자들은 기성의 질서 안에서 자신의 다름을 감추고 침묵하기를 암묵적으로 강요받는다. 그러나 이들이 행동을 하고 말을 시작하여 소수성이 수행될 때, 세계 ‘일반‘이 유지하고자 하는 거짓된 흥, 부당한 즐거움, 헐거운 평화의 허상이 깨지고 새로운 삶의 방식이 생성될 수 있다. - P29

긍정과 부정, 강함과 취약성 같은 언뜻 대립적으로 보이는 원리들의 결합 가능성을 제시한 하나의 시도를 로지 브라이도티(2016)의 논의에서 찾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브라이도티는 기쁨과 긍정의 축을 검토한 후에, 긍정과 기쁨의 원리 안에 필연적으로 현존할 수밖에 없는 고통과 취약의 문제를 제기한다. 실제 삶의 과정에 결코 부인하거나 피할 수 없이 고통은 존재하며 취약한 주체는 그로부터 상처를 입는다. 그러나 의미심장하게도 이 상처는 "열린 상처"다. 그 상처가 주체에게 어떤 이후의 미래를 가져올지는 미리 알 수도, 정해져 있지도 않는다는 의미에서다. 따라서 브라이도티의 시각에서, 애초에 "긍정 대 취약affirmation versus vulneragility"이라고 흔히 대립적으로 이해되어온 짝패는 점차 하나가 다른 하나를 필요로 하며 서로 타협하고 포용하는 상호의존적인 관계에 있는 것으로 재해석된다. - P30

누구든 실존적·구조적으로 부여된 취약함으로 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오히려 모든 존재가 자신이 처한 고통과 슬픔을 싸안고 견디는 시간을 살아가고 이것이 곧 삶이다. 그렇다면 삶의 긍정화란 취약성의 상황을 겪으며 견디어나가는 인내를 통해 이루어진다. 브라이도티에게 있어 고통과 트라우마가 낳은 수동성을 자각하고 이와 고투하며 초극하려는 자기 변화의 과정이 곧 긍정의 윤리를 이룬다. - P30

여기서 긍정화란 여느 누그의 삶에도 불가결하게 현존하는 고통이나 허약성의 문제를 부인하거나 피하려는 수사가 아니다. 고통과 슬픔을 끌어안고 견디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삶을 보존하기, 그 생기를 몸으로 체현하기, 다른 상태로 변화하며 새로이 태어나기를 의미한다. 취약성을 껴안음으로써, 긍정은 순진한 낙관주의가 아니라 ‘견딤과 변화‘의 내재성을 함축하게 된다(Braidotti, 2006) - P31

중요한 점은 ‘비수동적인 인내‘를 가지고 ‘가능함과 불가능함‘ 사이의 모호하고 고통스러운 경계 자체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것, 호은 여성주의 관점에서 ‘취약성의 정치‘를 주장하는 아타나시우(2016)의 표현을 빌리면, ‘취약성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취약성과 더불어/그 안에서 노력하는 것, 취약성안에 고착된 불의에 저항하는 것‘, 그럼으로써 ‘취약성과 관계맺는 새로운 집합적 방식을 발명‘함에 있다(Athanasiou, 2016:258, 272-274) - P31

개인적 이익이 세계가 제공하는 이익과 합치할 때, 내가 세계에 적절하게 부합할 때 나는 ‘만족‘한다. 이와 달리 행복은,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현재엔 부재하는 것, 불가능한 것, 부인되는 것을 상상하고 추구하며 실현하는 힘이다(바디우, 2016:91). 결론적으로 행복은 주어진 경계를 넘어 성실하게 행하는 자기 형성의 사유이다. - P36

신자유적의고 자본주의적인 질서에 순응적인 행복장치로 포화된 현 세계에서는 더욱이 그 강고한 경계 너머 외부를 향하고 발명하는 도전적인 행복의 윤리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 지금 고통의 상처에 젖은 불행한 주체들이 다른 삶을 상상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돕는 대안적인 행복장치가 필요하다. - P37

누군가의 고통과 슬픔은 결코 완료될 수 없으며, 그녀의 말은 열린 상처를 안고 행복을 향해 새롭게 움직이려는 의지의 발현으로서 존중되고 지지되어야 마땅하다. - P38

몸은 취약성과 행위성을 모두 지니며 "할 수 있음doing"과 "당함being done to"의 상충적 층위들이 한 몸에 얽혀있다(Butler, 2004:21-23). 아울러 주체의 취약성은 말의 차원에 있어서도 작동한다. 우리는 무엇에 대해 말할 뿐 아니라 무엇인가를 말로써 하고, 말은 그 자체가 효과를 발생시킨다. 몸과 말이 서로 구성하고 작용한다는 점에서, "말하기란 그 자체가 육체적 행위"이다(Butler, 1997:10) - P39

디지털 플랫폼에서 여성의 육체는 자기표현의 주체이기도 하지만 신자유주의가 야기하는 "불안정성insecurity"의 도구로 환원될 수 있다. - P41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트윗을 비롯한 디지털 네트워크 미디어가 상처 입은 여성들의 행복장치로 저유되고 있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하나의 주어진 미디어 테크놀로지가 이용자의 의도와 희원에 따라 도전적인 젠더 실천의 장치로 변환된 것이다. 이 변환에는 단지 테크놀로지가 아니라 그에 복잡하게 얽힌 육체와 정동과 언어의 작동들이 주요했으며, 특히 비참을 안은 자들의 행복을 향한 집합적인 의지가 작동했다. - P44

나아가 현재 미투지형에 내재한 한계와 향후 발전되어야 할 방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미투는 어느 정도 상징권력을 지녀 공적 공간에 위치한 남성(유명인 등)에 대해서 가해 남성에 비교할 때 약자지만 다른 여성들에 비해 우수한 상징자본을 가진 여성들(검사, 배우 등)이 미투를 수행할 때 사회적 처벌이 가능한 성격이 컸다. 이 구조는 상징권력을 가지지 않거나 매우 약한 정도로 가져서 언어적 전복이 불가능한 남성들이 여성 약자들에게 일상적으로 저지르는 더욱 만연한 폭력에 대해선 그다지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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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9-16 18: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소름돋더라구요. 흥분되고요ㅋ
제가 궁금했던것들이 죄다 다루어지고있어서, 밑줄이 엄청 많아지고 다 중요해지는 중이라 한 번 읽는걸로 될지 모르겠습니다. 푸코를 저는 아직 읽지 않았기에 아쉽기도 했는데 마침 정희진쌤을 통해 알게된 부분이 푸코의 말과 연결된단 느낌을 받았어요. 이건 제가 내일 한번 써보겠습니다. 일단 기쁜 마음으로 계속 열심히 읽으렵니다. 고고씽!!

얄라알라 2022-09-16 18:24   좋아요 2 | URL
소름이 돋을 정도로!! 와!

만만해 보이지 않는 텍스트인데, 희열을 안겨주나봐요.
전 아직 시작 못했는데 일단 다락방님 스타트!

[임신 중지]통해 사라 아메드 첨 알았는데 다시 보니 반갑네요^^ 기대됩니다

미미 2022-09-16 18:40   좋아요 2 | URL
얄라님 얼른 같이 읽어요!!
이 책으로 함께 이야기 나눌것들이 많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락방 2022-09-19 09:51   좋아요 1 | URL
저는 두번째 꼭지 시작햇는데 또 너무 좋네요. 마침 어제 본 영화 <공조2>에 대한 빡침과 연결해서 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거 읽을 때마다 하고 싶은 얘기 생기는 너무 좋은 책이네요. 씐나요! >.<

공쟝쟝 2022-09-16 23: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앍!!!!!!!!!! 짜릿해 진짜!!! 그거야 내 알바 아니다...... 아 진짜 어떻게 글 끝내야 하는지 아는 사람!

다락방 2022-09-19 09:52   좋아요 1 | URL
이 책 너무 좋아요, 공쟝쟝 님. 진짜 너무 좋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는게 짜릿합니다. 흑흑 ㅜㅜ

공쟝쟝 2022-09-19 11:03   좋아요 0 | URL
히히히히 그렇죠? ㅋㅋㅋ 젊은 여성연구자들이 문제 삼는 지점은 책만으로는 확실히 안되는 게 있어요!!! 그나저나 너무 짜릿해 하시니까 저도 내일쯤엠 꼭 페이퍼를 쓰겠음당 ㅋㅋㅋㅋ💕

독서괭 2022-09-17 12: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글에서 제일 재밌고도 놀랍지 않은 내용은 10만원어치 책을 샀다는 부분이네요 ㅎㅎㅎ
저도 아침에 김예란님 이글 읽다가 애들 방해로 중단했는데, 사라 아흐메드 정동이론 어디서 봤는데? 퀴어이론산책하기에서 봤던 내용입니다ㅎㅎ 오호~ 어서 읽고 연결해서 페이퍼 하나 써야겠어용
버틀러의 취약성도 저책에서 봤던 것 같은데.. 봤던 것 같은 기억만 있고 내용은 기억이 안난다는 게 함정🙄

다락방 2022-09-19 09:53   좋아요 1 | URL
그 10만원어치 책에 대해서는 방금전에 페이퍼를 올렸습니다. ㅋㅋ 다음주 월요일에는 책샀다고 책탑 사진 올릴 때 거기에는 딱 한 권의 책만 있게 하는게 저의 목표입니다. 흠흠.

사라 아흐메드 익숙한 이름이다 싶었는데 얄라알라님이 임신중지라고 알려주셨네요. 아, 그랬구나. 저도 이름 들어봤다고만 생각했지 내용은 기억 안나요.

정동에 대해서라면 저는 윤김지영 쌤 생각났어요. 윤김지영 쌤이 책에서 정동에 대해 자세히 말씀하셨던 것 같은데, 제가 리뷰나 페이퍼 쓴거에는 정동에 대한 가져올 인용문이 없길래 나중에 책을 한 번 다시 들춰봐야겠다 생각하는 참입니다. 책 읽는 거 참 좋네요, 독서괭 님.
:)

얄라알라 2022-09-17 14: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흐메드라고 하나봐요. 저 혼자 아메드아메드^^;;;; 근데 precarious 단어를 모를지라도 표지가 완전 실감나게 느낌 옮겨주네요. 다락방님 사시는 책은 다 탐난단 말이예요 10만원은 조심스러운데^^;;

다락방 2022-09-19 09:54   좋아요 1 | URL
저 <위태로운 삶> 샀습니다! 저란 사람, 자제력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사람 ㅠㅠ

독서괭 2022-09-19 12:41   좋아요 1 | URL
제가 읽은 다른 책 <퀴어이론 산책하기>에서는 사라 아메드라고 썼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