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 본 영화, '웨슬리 스나입스'가 허구헌날 뱀파이어만 싹둥싹둥 잘라대고 잡으러 다니더니
    간만에 사람다운(?) 역을 맡았다길래 C가 보고 있던 비디오를 같이 보았었다.
    내용이 아주 재밌었다면 다 보고 나서 제목을 확인했겠지만 내용은 시시했으므로 ...제목은 모른다. =_=

    그러나 임무 때문에 자신의 부하를 죽여야만 했던 미 정부 요원 '콜린스'의 죽기 전 대사가 자꾸 맴돈다.

    '웨슬리 스나입스'가 맡은 역은 미 정부 요원으로써 누군가를 암살하는 킬러 '다이얼 제임스'
    그가 임무를 마쳤는데 칭찬은 못해 줄 망정 미 정부는 다른 요원들에게 명령하여 그 '제임스'를 제거하라 한다.
    그에 맞서기 위해 '제임스'는 (미국이나 영국이나 '제임스'라는 이름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_-)
    자신을 죽이려는 요원들 셋을 무찌르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직속 상사인 '콜린스'와의 1:1 맞짱을 뜨면서 승리.

    어깨에 총을 맞은 '제임스'는 흐느적흐느적 걸어 '콜린스'에게로 온다.
    심장 부근에 총을 맞아 숨 넘어가기 직전인 '콜린스'는 이렇게 말하지.

    " 이봐....저기... 너한테 사적인 감정은...없었어..."

    도톰한 입술을 가진 매력남 우리의 웨슬리 스나입스 다 이해한다는, 그런 상사가 측은하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 그래...알아요.."

    자신의 나라를 위해 충성하고 목숨도 사지에 내놓을 정도로 임무 수행하는데 열심힌 그들은 함께 식사를 하고,
    함께 농담을 하며 웃고, 때로는 함께 동고동락을 해오던 동료들도 어는 순간엔 적으로 돌려져야 하는 운명의,
    결국은 국가의 일회용품처럼 덧없이 사라져가는 불쌍한 사람들. 

    영화 마지막에 '제임스'는 자신의 시골집에 있는 말 중 '뷰티'라는 녀석을 자유롭게 풀어준다.
    윤기가 자르륵 흐르는 건강한 근육질의 흑갈색 말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평지를 달린다.
    영화는 무엇으로부터의 자유를 표현하고 싶었을까.

    말이 갇혀 있던 울타리가 사회의 규범과 법이라면, 세상의 악으로부터 지켜주는 보호막이라면 -
    그런 울타리가 없이도 모두가 두려움없이 바람을 향해 달리는 말처럼 되고 싶은 것은 아닐까.
    혹은 국가의 이익과 안녕이라는 이름 하에 치뤄지는 암살, 조작, 은폐, 이념적 전쟁 이라는 울타리를 처 놓고
    스스로의 자유를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에 대한 반문.

    영화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서는 단지 화려하고 멋진 요원의 모습만 그렸다면,
    영화 <본> 시리즈는 킬러이면서 쫒기는 자가 되는,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요원들의 비참함을 그렸다.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여행을 하기도 한다.

    이 영화의 '콜린스' 요원이 '제임스' 요원에게 '사적인 감정은 없었어'라고 말하는 것은 마치 -
    " 미안해 " 라는 것으로 들렸다.
    그는 '대의명분'이라는 이름 하에 무고하게 희생되었을 자들을 위해, 그리고 자신의 영혼을 가둬둔 것에 대해
    사과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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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3-10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컨트렉터(2007)랍니다.

L.SHIN 2008-03-10 15:43   좋아요 0 | URL
오,그렇군요.

전호인 2008-03-10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과 사람끼리 만나서 적이 있을까요?
배웠다고 하는 사람들이 적이 더 많을까요?
모두가 먹고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을 보면 원초적이죠.
인간들의 싸움은 태초부터 먹고살기 위해 싸웠으니까요.
단순하게 먹고사는 것이라고 하면 무식해 보이니까 거기에 이념이 어떻고 저떻고가 개입되죠.
그것도 다 먹고사는 문제인 것을........
먹고 생존하는 데 지장은 없지만 더먹기 위해 욕심이 개입되면 싸움이 되나봅니다.

L.SHIN 2008-03-10 21:07   좋아요 0 | URL
네..인간의 싸움은 태초부터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죠...
먹고 살기 위해서라..원초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그것이 나오죠.
문제는 모든 범죄가 단순히 먹고 샆기 위해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전호님 말대로 욕심이 앞섰을 때는 더 이상 '살기' 위해서만은 아닌 것이라는 것....
전호님의 댓글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군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도넛공주 2008-03-11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저런 임무...어떨땐 뺀질뺀질 말 안듣고 도망다니는 능력도 필요한 것 같아요.하긴 목숨이 걸려있는 뺀질이겠지만..

L.SHIN 2008-03-11 11:28   좋아요 0 | URL
목숨 걸고 뺀질거려야겠지만...말이죠 ^^;
 

 

 

    헉... ㅡ_ㅡ !!!!!!!!

    이제 씻고 쉬어볼까~하고 책상에서 일어서려 하는데
    어디선가 달콤한 탄내가 흘러오더라.
    응~? 이게 뭐지? (어째서 타는 냄새가 달콤한거야??!!! =_=)

    조금전에 막 끈 담배인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종이각에 비벼 끈 것을 보니.
    어헙...정말 연기 폴폴 나며 타고 있더라.
    이 자식, 종이각 안에 깔아놓은 휴지를 냉큼냉큼 먹고 있다니.

    " 꺼진 불도 다시 보자 " 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었던 것이냐!!

    모르고 씻으러 갔으면 책상 홀라당 탔을....(벌벌)

    건조한 요즘, 불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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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3-09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후, 진짜 큰일날뻔했다. 제가 다 아찔해요

L.SHIN 2008-03-09 10:2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조심해야죠 ^^

무스탕 2008-03-09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드님 서재 벽지 보면 동그라미가 엇갈려 있으면서 그 사이사이에 회색 공간이 있잖아요?
문득 그 회색부분이 연기처럼 보였어요 -_-

L.SHIN 2008-03-09 15:43   좋아요 0 | URL
오, 대단한 상상력. 저는 왜 연기처럼 안 보이죠? (웃음)

도넛공주 2008-03-09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저도 집에 향을 자주 피우는데 조심해야겠네요.

L.SHIN 2008-03-10 00:35   좋아요 0 | URL
오, 그렇다면 물을 살짝 담은 넓은 접시 위에다가 놓고 향을 피워야겠군요.^^
앗, 모기향 이야기가 아닌가...(긁적)

마노아 2008-03-10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곡,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예전에 전기 합선으로 집에 불났을 때 전 도망갔거든요. 두고두고 욕 먹었어요. 불 안 끄고 도망갔다고;;;;

L.SHIN 2008-03-10 21:02   좋아요 0 | URL
아니..긴박한 상황에 몸을 피신한 것인데 그것을 뭐라 하면 안되지..ㅡ.,ㅡ
무튼, 다 같이 불조심입니다~
 

 

 

    오후의 일을 마치고 집에 오던 길에 맥주를 사러 편의점에 갔었다.
    평소 즐겨 마시던 OB BLUE 를 집으려다 맥주들 사이에서 웬 음료수캔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KGB처럼 색다른 맛을 첨가한 맥주인가? 탄산음료를 잘못 진열하였나?
    고개를 갸우뚱하며 유심히 쳐다보았다.
    캔 상단에 [술] 이라고 너무나 친절하게 써놓은 녀석들.
    알고보니 와인과 합체를 한 맥주 한국산이었던 것이다.
    오호~ 디자인도 이쁘고 어떤 맛일까 궁금하여 레드와인맛과 화이트와인 둘 다 냉큼 집었다.
    그러면서 평소 잘 안 마시던 흑맥주인 스타우트도 덤으로 샀다.
    그래 오늘은 맛있는 치킨과 요 새로운 녀석들을 배에 꿀꿀꿀~ 집어 넣어 보자.

   

    

   



   

    한번 좋아하면 일편단심을 퍼붓는 고집을 버리고 새로운 것도 도전해보자라던 마음을....
    맛이 배신해 버렸다. ㅡ.,ㅡ

    보기에는 참신한 아이디어 같아서 좋았는데

    이건 맥주도 아니고 와인도 아니여~

    그저 포도맛 탄산 음료를 요상하게 마시는 기분이랄까.
    에잉~ 맛없어. 그냥 스타우트나 마시자.
    탁-치익-꼴꼴꼴~
    제길슨....요놈도 맛이 없다. ㅡ.,ㅡ^

    트럼만 잔뜩 나온다.

    그래, 안하던 짓을 하면 늘 후회를 하게 된다는 불변의 법칙이로구나~

    색이 그럴싸해서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이나 그냥 멋부리기용으로는 좋을 듯 하나
    애주가들한테는 퇴짜맞기 십상이다.킁...

 

    * 이 눔의 와인맥주 마시면 안되겠다..머리 아프다..ㅡ.,ㅡ^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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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3-08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 잘 못마시는 저는 그냥 멋부리기 용으로 한번 마셔보고 싶어요 ㅋㅋㅋ

L.SHIN 2008-03-08 22:38   좋아요 0 | URL
네~ 맥주맛으로 치면 맛 없지만 그냥 탄산음료라고 생각하면 먹을만해요~ ㅎㅎ
멋부리기용으로는 정말 딱이라는.^^

하이드 2008-03-08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우트- 요.

맥주와의 결합이라. 한번 시도해보고 싶긴하네요. 기성품말고, 직접 조제한 수제품으로다가요.

L.SHIN 2008-03-08 22:38   좋아요 0 | URL
아, 이런, 오타. 감사합니다.
스카우트라니..ㅋㅋ 직접 조제해서 맛있으면 방법 알려주십시오~^^

마늘빵 2008-03-08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한텐 잘 맞을거 같은데.

L.SHIN 2008-03-09 10:26   좋아요 0 | URL
달콤하긴 하지만...조금만 마셨을 뿐인데 머리가 아프더라니까요 =_= (비추입니당)

Mephistopheles 2008-03-09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스파클링의 변종같다는 느낌이..^^

L.SHIN 2008-03-09 10:27   좋아요 0 | URL
흠..전 진열장에서 처음 봤을 때 KGB를 따라한 기분이 들었어요.
시도는 좋았는데..호응도는 별로 없을 듯..

이리스 2008-03-09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대체로 저러한 시도의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한것 같아요.
하지만 언젠가 만족스러운 무엇이 나오려면 지금의 이러한 실패가 꼭 있어여 할 듯 하니.. 이거 참.. ^^

L.SHIN 2008-03-09 20:47   좋아요 0 | URL
네, 실패는 다음의 성공을 부르죠. 물론 다 그렇지 않지만 ^^

다락방 2008-03-09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늘 와인 한병 마시고 왔어요. 으흐흐흐.
아버지 어머니 모시고 레스토랑 갔는데 두분 다 와인이 너무 싫다고 하셨다는. ㅎㅎ

L.SHIN 2008-03-09 22:56   좋아요 0 | URL
오오~ 그래서 다락님이 한 병 다 마신겁니까? ㅎㅎ
(갑자기 백세주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_- 악몽...)
 

 

 

 

    딱 그런 기분이다.

    누구라도 걸리면 목덜미 붙잡고 마구 키스를 퍼붓고 싶은 -

    늘 혼자이기를 원하면서도

    어느 날 공허함이 350t 급으로 내 머리 위로 내려칠 때면

    외롭다고 느낀다.

    사랑 따위 귀찮다고 말하는 주제에.

    못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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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3-07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라도요??

L.SHIN 2008-03-08 08:18   좋아요 0 | URL
응~ 남자라도 ㅎㅎ

다락방 2008-03-08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인게 좋겠죠? :)

L.SHIN 2008-03-08 08:18   좋아요 0 | URL
전 여자 입술이 더 부드럽던데~ ㅋㅋ

코코죠 2008-03-08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 전 준비 돼써요(수줍)


쭈욱~(입술을 내민다)



L.SHIN 2008-03-08 08:20   좋아요 0 | URL
으헤헤헤 (같이 수줍)
스슥~(달콤한 딸기향 쳅스틱을 발라준다)

무스탕 2008-03-08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비 피신시켜야겠어요... =3=3=3

L.SHIN 2008-03-08 12:51   좋아요 0 | URL
왜요~ 내가 맨날 이마에 뽀뽀해주면서 얼마나 사랑하는데요. ㅎㅎ

도넛공주 2008-03-08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제 말이 그 말이여요.밤비가 있는데!

L.SHIN 2008-03-08 12:52   좋아요 0 | URL
그게 말이죠. 키스는 할 수가 없더라구요. 입 구조가 달라서.ㅋㅋ

chika 2008-03-08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쟤는(서재 이미지의 쟤) '넌 뭐야'하는 표정인지라...;;;;

L.SHIN 2008-03-08 12:53   좋아요 0 | URL
표정이 좀 시니컬하죠? ^^

순오기 2008-03-08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

L.SHIN 2008-03-08 21:19   좋아요 0 | URL
ㅎㅎ

hnine 2008-03-08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 이제 귀찮아하지 마시어요...

L.SHIN 2008-03-08 21:20   좋아요 0 | URL
음...넵 ^^;

이리스 2008-03-09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키스는 말구 포옹을... -_-;;

L.SHIN 2008-03-09 20:50   좋아요 0 | URL
오, 좋죠. 이리와요! (와락)
 

 

    Q. 책상에 앉았는데, 늘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컴퓨터가 없어.
        혹은, 컴퓨터는 있는데 인터넷이 안되는거야.

        자, 기분이 어때?

 

 

 

    단순히 설정만으로는 그저 멍할 뿐, 실감이 없다.
    나는 지난 금요일부터 바로 어제까지 약 1주일간을 인터넷으로부터 버림을 받았었다.
    물론 사무실의 컴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이므로, 저녁이나 밤에 방에 돌아와 노트북 할아범을 열면
    언제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대체로 피곤해서 알라딘도 들어오지 못했었다.

    사무실 사람들은 첫 날부터 인터넷 때문에 씨름을 벌였다.
    해당 인터넷 회사에 전화를 하고 전화선과 네트워크를 담당했던 사람 부르고, 이틀째엔 공유기를 바꾸기도 하는 등
    인터넷이 없어서 일을 할 수 없다면서 부산을 떨었다.
    물론 나 역시 인터넷이 안되면 답답한건 사실이나 그 짜증내는 사람들 속에서 혼자만 다른 세상에 있는 듯
    여유롭게 유유자적했었다.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컴만 있으면 해결 가능한 일들부터 해치우기 시작했기 때문에 혼자 도를 닦았다.ㅋㅋ

    하지만 만약 컴마저 드러누워 버렸다면 나는 머리를 쥐어 뜯었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이번에 내가 참을성있게 인터넷이 다시 살아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었던 이유는 -
    몇년 전 컴퓨터가 정신이 나가 버리는 바람에 아무것도 못하고 멍하니 책상에 앉아 있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던 듯.

    충격 절감 요법은 대단하다. (웃음)

    일하기에 더 중요한 컴퓨터의 부재를 경험한 나는 '그깟 인터넷쯤이야~' 라는 태연한 행동을 할 수 있었지만,
    몇년 전에 컴이 병원에 가 있었을 때는 정말 나름대로 심각하게 고민을 했었다.

    인간은 이제 컴퓨터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 중요 문서도 전부 컴에게 저장을 하는데..

    그래서 나는 정말 중요하다 생각되는 자료나 사진들은 따로 플로피 디스크나 CD에 넣어두고, 전화번호 같은 것들은
    수첩에 적으므로 인해 '아날로그 보험' 을 들어두기 시작했다.
    나 역시 디지털 시대의 편리와 풍요를 누리고 살지만, 나는 아날로그 시대의 물건들, 체계들을 더 좋아한다.
    디지털이 가지는 신속성, 정확성은 없었지만 아날로그만이 가질 수 있는 멋이 있기 때문에.

    손으로 쓰는 편지는 무척 힘들다. 손과 팔이 아프고 머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의 비슷한 속도로 따라올 수 있는
    컴의 타자에 비해 수기 편지는 그 속도가 너무 느리니까.
    그러나 E-Mail 이나 쪽지 등에 익숙해진 - 손으로 만질 수 없는 - 편지들에 익숙해진 사람들도 오랜만에 수기 편지를
    받으면 대개들 좋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정성이 들어간 편지를 누가 마다하랴~

    각종 최첨단 현대 악기 - 신디사이저 등으로 만든 현란하고 기교적인 음악이 쾅쾅 울리며 자동차 한 대가 지나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상부터 쓰거나 전혀 관심이 없다. 소리가 너무 커서 그런 것도 있지만 '울림'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진짜 악기의 생 음악 소리는 아무리 어설픈 연주라 해도 귀를 솔깃하게 되고 어디서
    나는지 알아보려고 돌아보게 만드는 아날로그 시대의 고습스런 힘이 있다. 
    초보자가 잘 못 쳐서 띵깡거리는 피아노 소리도 귀엽게 봐줄 정도로 '생 음악'은 인간의 깊은 안까지 닿기 때문이니까.

 

    아무리 비싼 카네이션을 선물해도 '의례적인 행사적 행동'으로만 느껴지던 사람도
    직접 만든 - 정말로 허접하기 짝이 없는 - 종이 카네이션을 주면 감동까지 하는 것을 보았다.

    디지털 시대에서 아날로그는 점점 잊혀져 가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잊혀진게 아니라 단지 귀해졌을 뿐이었다.

    나는 오늘도 아날로그의 힘을 빌려 보려 한다.
    요즘 들어 우울해하는 친구를 위해 화려하게 치장한 컴퓨터 화면상의 꽃이 아닌 실제 살아 있고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생화를 선물할까 한다. 그것도 화분으로. 그래야 매년 이 날을 기억하며 웃을 수 있지 않을까.

 

   
    2007. 09. 08  -  늦게 태어나 찬 바람을 맞는 장미....그래도 너는 아름다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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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3-07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 재미있게 봤던 미드 "배틀스타 갈락티카"도 위의 페이퍼의 제목과 일맥상통합니다. 사이런의 침공으로 다른 우주함대는 해킹으로 인해 괴멸되지만.. 구형의 갈락티카만 그 위기에서 빠져나오죠..^^ 암튼 꽤 재미있는 미드입니다. 한번 보시길..(시즌0~시즌3까지 좀 양이 많긴 합니다.)

L.SHIN 2008-03-07 21:38   좋아요 0 | URL
오, 어떤 내용인지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말 긴데요. 시즌 3까지라니)

Mephistopheles 2008-03-07 23:36   좋아요 0 | URL
아직 완결이 안되었다는..

웽스북스 2008-03-08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인터넷 없으면 얼마나 불편하고 힘든데요
우리 회사에서 30분동안 정전된 적이 있었는데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더라고요
물론 다 신나서 우르르르 하고 나가긴 했지만 그건 30분이였기에 가능했던일 ㅋㅋ

인터넷 없었을땐 뭐하고 놀았을까, 싶을 때가 많아요 아쥬 ㅋㅋㅋ
인터넷은 내친구 막이러고 ㅎㅎㅎㅎㅎㅎ

L.SHIN 2008-03-08 21:52   좋아요 0 | URL
그렇죠. 인터넷이 안되면 마치 창 없는 방에 앉아 있는 듯 갑자기 답답해지죠.
세상과 소통하는 가상의 창(윈도우와 인터넷)은 이제 꼭 필요한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고보니 저는 실제로 창문없는 곳에서 일을 하는군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