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의 자녀 중 첫째 아이가 이번에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는 소식에
    태어나 처음으로 아동화를 사러 나갔었다.
    사는 김에 둘째 아이의 구두도 같이 사러 금강제화점에 갔었다.
    오랜만에 가는 모 백화점의 1층은 여전히 구두 신발점으로 가득했는데 예전보다 더 정신없어 보였다.
    금강제화점은 역시나 성인용 구두밖에 없어서 다른 곳을 기웃거렸는데 운 좋게 랜드로바점 발견.
    인터넷에서 미리 봐두었던 디자인이 있어서 (사실은 돌아댕기는게 귀찮아서 =_=) 냉큼 사버렸다.

    첫째 아이에게 줄 리본이 달린 분홍색 구두. 걸을 때 어른 신발처럼 또각또각 소리나는걸 사달라고 주문까지
    하는 바람에 나는 손으로 구두를 잡고 걷는 시늉을 해보았다.
    미끄럼 방지 밑창 때문에 소리가 안 나는 것 같았지만, 뭐 어때. 원하던 분홍색은 맞잖아.(자기 합리화중)
    사이즈를 말했더니 직원이 가져오면서 신어 보라는 듯 내게 내밀었다.(습관인듯)
    뭐여, 나보고 이걸 신으라는 것이냐 ㅡ.,ㅡ
    내가 신으려면 신데렐라의 못된 언니들처럼 발 뒤꿈치를 잘라내야 할 것이오.

    그리고 둘째 아이에게 줄 검은색 신사화 구두를 샀다.
    랜드로바, 어찌나 멋대가리 없던지 신발 상자가 회사 로고도 없는 민무늬 흰색 상자였다.
    그 촌스런 박스를 포장할까 하다가 내일 당장 신는다길래, 그냥 겉면에 파란 매직으로 간단한 메세지 적는 것으로 끝.

    신발 배달은 S가 내일 아침 대신해주기로 했다. (이로써 내 할 일은 마침~)
    다행이도 집에 와서 분홍색 구두를 바닥에 대고 따각따각했더니 소리가 난다.
    (아무래도 그 여자아이의 주문이 못내 마음에 걸렸던 듯..-_-)

    아동화, 처음으로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디 아이들이 씩씩하고 건강하고 이쁘게 자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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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3-02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리가 안난다면 그 탭댄스 슈즈 밑에 붙이는 조그마한 쇠붙이 하나 붙이면 잘 나지 않을까요..너무 소란스러울까?

L.SHIN 2008-03-02 21:33   좋아요 0 | URL
쇠붙이 보내주세요. 강력접착제로 붙여서 '매피님이 그러라고 했다'라고 책임전가 시키게 =_=

Mephistopheles 2008-03-02 23:17   좋아요 0 | URL
그럴러면 먼저 신발을 보내주셔야 겠죠..하지만 시간적으로 신발이 오고 가고 하면 페이퍼에 써 있는 날짜에 못 맞출 듯 싶습니다..^^ 에스님..흐흐

웽스북스 2008-03-02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애들이 그렇더라구요-
아무리 그래도 또각또각까지 주문하다니, 대단해요 ㅋㅋㅋ

L.SHIN 2008-03-03 16:49   좋아요 0 | URL
저는 그렇게 대놓고 주문하는 것은 처음 봐서..조금 당황했답니다.^^;
어른 흉내 내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나 봅니다.

도넛공주 2008-03-03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큰 투자하셨네요!

L.SHIN 2008-03-03 16:50   좋아요 0 | URL
음...투자라기보다는...내가 어릴 때 잘해주었던 H에 대한 간접 보상인 셈이죠.^^;

302moon 2008-03-03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는 할머니가 사주시는 운동화 넙죽 받아 신었던 거 같아요. 빛 번쩍번쩍하거나 소리 윙윙거리는 운동화 신은 친구들이 살짝 부럽기도 했는데-_-; 지금은 빈티지 스타일이나 마구 추상적 무늬를 선호하는 편. 대놓고 뭔가 얘기하는 건, 저희 조카들도 그렇던데요./

L.SHIN 2008-03-04 18:07   좋아요 0 | URL
좋아하는 스타일이란 것이 주기적으로 변하죠.
그 당시에는 '이런 스타일이 최고'라고 생각했었지만 말입니다.(웃음) 돌고 돌더라구요~
내가 먼저 '뭐 가지고 싶어?'라고 물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에 받는 '주문'은 기분이 다르다는..^^;
 

 

 

    아주 그냥 콱 -

   
     Hans Hemmert 의 작품중에서 -

     으휴 -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내 허리가, 내 배가

    바지에 낑겨 버릴줄 어찌 알았겠어 =_=

    가만히 실내에 앉아서만 일하니까 뿌룽뿌룽 늘어나 버린 나의 뱃살...

    신기하지. 피부가 이렇게 늘어난다는게. 고무도 아니건만.
    (이봐,이봐, 지금 신기해 할 때가 아니지!! ㅡ.,ㅡ)

    사람들은 다 나이탓이라고 하지. 흥, 아니야 !
    이건 다 운동을 열심히 안한 탓일게다.
    자, 이번 주말, 산 한번 올라보자~

    쿠룽쿠룽쿠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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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2-29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욧, 운동을 안 한 탓!! 퍽퍽~~~

L.SHIN 2008-02-29 19:04   좋아요 0 | URL
으악 으악 ....
그렇다고 내 뱃살을 때릴 것 까지야...ㅋㅋㅋ

Mephistopheles 2008-02-29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바늘로 찌르면 푸쉬쉬쉬~ 하며 루니툰 만화처럼 마구 날라다니지 않을까나요?=3=3=3=3

L.SHIN 2008-02-29 19:05   좋아요 0 | URL
음...왠지 그 자리에 주저 않아버릴거 같은디요.
저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메피님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앞으로 확 꼬구라질텝니다.ㅎㅎ

Mephistopheles 2008-03-01 00:39   좋아요 0 | URL
제가 유도를 좀 해가지고요.그냥 넘어지신다면 사뿐히 어깨넘어치기로 넘긴 후 살짜쿵 외십자 조르기로 마무리해드리오리다.

L.SHIN 2008-03-01 15:58   좋아요 0 | URL
흥..저 거대한 풍선을 상대로 유도라니, 외십자 조르기라니.
그 밑에 깔려 바둥바둥대실게 뻔한데 말이죠. ㅡ_ㅡ 훗

Mephistopheles 2008-03-02 23:56   좋아요 0 | URL
원래 유도는 상대의 힘을 이용하는지라..^^

마늘빵 2008-02-29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씬하시면서... -_-

무스탕 2008-03-01 11:34   좋아요 0 | URL
내 말이.. -_-

L.SHIN 2008-03-01 15:58   좋아요 0 | URL
뱃살은 예외라죠. =_=

rosa 2008-03-02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긴.. 날씬한 사람의 똥배는 정말 치명적이긴 하더라구요. 물론.. L님을 두고 하는 얘긴 아니예요. ^^

L.SHIN 2008-03-02 17:51   좋아요 0 | URL
넵...'마른 비만'이 더 무섭데요.ㅡ.,ㅡ
물론 저를 두고 하신 말이라는거 다 압니다.ㅋㅋ
 

 

    (어제)

    새벽 5시 취침

    정오 12시경 기상

    고양이 세수만 하고 머리는 있는대로 부시시한 채, 부엌에서 점심 식사를 준비하는 S 옆을 투명인간처럼 지나가다.
    그리곤 아몬드 후레이크를 그릇에 담고 우유를 부어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며 내 방에 컴백-

    블로커스를 꺼내 조각들을 맞추며 아무 생각이 없는 상태 돌입.

    내 감정의 미세한 변화를 아주 탁월하게 감지해주는 밤비가 나를 위로해주려는 듯 서성거리며 눈치를 본다.
    한참 블로커스를 두고 있는데, 거실에서 C가 외친다.

    " 밥 먹어~"

    " 먹고 있어.."

    잠시 뒤, 다시 들려오는 외침.

    " 식사 후에 미술전 갈까? "

    C의 그림이 H 미술제에서 이번에 특선했다더라. 어떤 그림으로 나갔는지 궁금하긴 하다.
    지난번 D 미술제처럼 재밌을까. 조금 솔깃해서 나는 물어봤다.

    " 어디서 하는데..? "

    " 서울 "

    " ......."

    또각. 또각. 또각. (블로커스 조각 맞추는 소리 몇 차례 지나간 후)

    " 안 가 "

    " 어...그래.." (조금 민망한 말투의 C. 미안하긴 하지만...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걸. 특히, 장거리 이동은)

    왠지 김이 빠져버린 듯한 두 사람 C와 S는 식사 후에, 미술전 가기를 다른 날로 미루고 운동 겸 산책가자 한다.
    막바지 코스로 내가 좋아하는 홈플 마트도 가잔다.
    그 때, 나는 CD에 자료가 제대로 구워지지 않아 짜증 지수 50 이 넘어가고 있었음. ㅡ.,ㅡ

    C와 S도 역시 다른 방에서 컴으로 자료 검색 등 뭔가를 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가자고 일어서기까지 나는
    "나도 갈래"  "아니, 안가" "그냥 갈래" "역시 안가. 4시 다 되어서 가면 언제 와" 등등 변덕을 부리며 불안 심리 남발.

    결국 혼자 남겨진 나는 새로 산 Rock music CD 를 오디오에 넣고, 소파에 쭈그리고 앉아 감상중...이 아니고
    아무 생각없음.
    그러다 벌떡 일어나 밤비 목욕 시켰는데 그래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아 맥주 한 캔을 먹으며 바꿔버린 CD 음악,
    Ne-yo 를 들으며 기분 다스리기 시작.
    저녁 6시, 해가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손세차하기로 마음 먹고 뜨뜻한 물 양동이에 담아 낑낑대며 나가버림.

    예전에 산 '스펀지-밥' 캐릭터 스펀지로 애마를 씻겨줌.
    미리 준비해둔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는데 뒷 쪽을 보니 어느새 얇게 물이 얼어 있음. 이런, 제길슨~ ㅡ.,ㅡ

    집에 들어와 저녁 식사를 하고 난 다음부터 밤 11시경까지 무엇을 했는지 도무지 기억할 수 없음. =_=
    중간에 '무릎팍 도사' 프로그램에서 배우 김수로가 웃긴 이야기를 해준 것만 기억남.
    중국 촬영 시 겪었던 '인해전술이란 말의 피부체험담'은 정말 웃겼음.

    밤, C와 영화 <브레이브 원>을 보면서 '나쁜 놈의 여자친구'가 한 대사를 가지고 실랑이를 벌임.

    C : 저 여자처럼(주인공 '에리카') 되기 싫단 뜻인가봐.

    L : 아니야, 에리카가 저 여자(나쁜 놈 여친) 남자친구도 자신이 당한 것처럼 죽일까봐 (남친 주소) 안 알려주는거야~

    C : 저 여자(에리카) 맞은 것처럼 당할까봐 그런거 아냐?

    L : 아니라니까. 에리카가 가서 남친 죽여버리면 자기는 맞을 일 없는데 왜 그래~

    끝없는 동상이몽.
    보다 못한 S가 컴을 하다 말고 핀잔 한 마디에 우리의 줄다리기는 떙~

    생각보다 시시한 영화.

    그러니까 어제 아침부터(정확히는 새벽부터) 기분이 참 꿀꿀이란 말이지. =_=
    어제부터 오늘까지 이틀 동안 먹은건,
    시리얼+우유 - 맥주 - 국수 - 맥주 - 빵+우유 - 밥
    응? 어째 밥 먹는 횟수가 모자른 듯? ㅡ.,ㅡ

    낮까지는 식욕이 없더니.
    그래도 지금은 조금 배가 고프네.
    여전히 기분은 꾸룩꾸룩인데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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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8-02-25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슬퍼도 배가 고프더라는...ㅡㅡ;;;;;
(그나저나 스펀지밥 스펀지...좋은거 쓰시누만~ ^^;;)

L.SHIN 2008-02-25 23:41   좋아요 0 | URL
그렇죠? 슬퍼도 우울해도 배는 고프더이다 ㅡ.,ㅡ;
(스펀지밥 스펀지~ 정말 아끼고 아꼈는데 지난번에 쓰던게 실종되어서 그만..ㅜ_ㅜ)

chika 2008-02-26 14:12   좋아요 0 | URL
흑흑~ 슬프군요.
5월에 중국에 놀러가야 조카녀석들이 보는 스펀지밥을 볼 수 있을텐데...보고잡아여~;;
(그나저나 오늘은 유쾌해지셨나이까? ^^

L.SHIN 2008-02-26 19:47   좋아요 0 | URL
어? 한국에서도 만화 채널에서 하잖아요? 치카님 사시는데는 안 나와요?
(오늘은 어제보다 좀 괜찮습니다.고마워요.^^)

Mephistopheles 2008-02-25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니까 브레이브 원은 여자가 행하는 비하인드 더 로우를 표현하기만 했던 영화였더랬죠...근데 s님의 집안 고등생명체의 구성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이니셜로만으로는 도통 파악이 안됩니다.

L.SHIN 2008-02-25 23:42   좋아요 0 | URL
네. 생각보다 정말 별로 별로~ 였던 영화였습니다. =_= 내용도 없고..
고등생명..ㅋㅋ 외계인을 데리고 사는 어른인간 2명과 외계인을 키우는 개 한 마리입니다.ㅡ_ㅡ

마노아 2008-02-25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눈/비 많이 왔는데... 거기도 왔어요? 꼭 세차하고 나면 오더라는..;;;;

L.SHIN 2008-02-25 23:43   좋아요 0 | URL
크윽...저도 저녁에 눈을 뒤집어 쓴 차를 보고 그런 생각을 했죠. =_=
기껏 세차했더니...그래도 아까 10시 넘어서 개랑 산책 나갔더니 산책길이 어찌나 고요하고
아름답던지. 나무가지 위의 눈을 떨어트리며 놀았어요.^^

순오기 2008-02-26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사는 잘 하셔야 되는데...우리 아버지 지론이 '젊어서 한 끼 굶은거 늙으면 다 표시난다'였거든요.^^

L.SHIN 2008-02-26 10:46   좋아요 0 | URL
그 말 공감입니다. 실제로 주변인 중에서도 그런 사람이 있었거든요.^^
전 그래도 평소 잘 먹는 녀석인걸요~ 걱정 감사 (>_<)

무스탕 2008-02-26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차후 비나 눈 안오면 섭섭하죠 ^^
뭔 식단이 저래요?! 맥주, 우유, 시리어, 빵.. 이런건 밥이 아니라구요.
한국사람은 밥! 밥을 먹어줘야 한다구요!!

L.SHIN 2008-02-26 13:36   좋아요 0 | URL
요즘은 통 식욕이 없어요,특히 아침-낮에. 저녁엔 그래도 조금 고프기는 하던데 말이죠.=_=
(위의 '평소 잘 먹는다'란 댓글과 상반되잖아!)
가끔은, 한국의 식사 문화가 귀찮기도 합니다. 밥과 반찬을 따로 먹어서 입 안에서 합쳐야 하는..ㅋㅋ

네꼬 2008-02-26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가 뭘 어쨌다고 고양이 세수람. 흥. (엉뚱한 데서..)

L.SHIN 2008-02-26 13:37   좋아요 0 | URL
그 왜...귀찮으면 비누칠도 안하고 물로만 대충 헹구고 말거든요..( -_-)
그런데, 이제 바쁜건 좀 나아졌나요, 네팡? ^^

302moon 2008-02-26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꿀꿀했던 기분은 좀 나아졌어요? 저번에 그 이미지는 제가 만들어보려는 게 아니고, 메인 이미지 만들 때 아이템으로 쓰려고요. :) 아, 미술전+_+ 서울에 가고 싶어~ :) 편한 밤 시간 보내요./

L.SHIN 2008-02-27 14:29   좋아요 0 | URL
엥~? 무슨 이미지요? 오래전 일이라 댓글 내용이 잘 연결이 안되는데요.(긁적)
 

 

   

   
 

 내가 똥통에 빠졌을 때 같이 빠져주는게 우정이 아니다.
 나를 그 안에서 건져내줄, 혹은 애초에 빠지지 않게 말려주는게 진정한 친구다.

 
   

 

    가끔 어른들이 훈계해주는 말 중 하나다.

    작년 11월경이었나.
    친한 동생들과 오랜만에 술을 좀 과하게 마셨었다.
    아무리 마셔도 정신을 놓는 일은 없으나(그 놈의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_=), 내가 좀 취했구나~ 라고 스스로 느끼는 때가
    있는데, 바로 그 날 처럼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데 내가 내 발음을 못 알아 먹을 때다. ( -_-)
    게다가 고작(?) 2차가 끝난 후에 "집에 갈 테다!! 놔라!!" 하고 뗑광을 부리면 얼른 가서 뻗어 버리라는 몸의 계시.

    기분이 한껏 들떠 있다 보니 '꼭 해서는 안될 나만의 규칙' 따위 개무시하고 직접 운전해서 가겠다고 춤을 추는 바람에
    안된다고~ 대리운전하던가~ 택시 타고 가라고~ 가라고~ 하면서 나를 억지로 차 반대편으로 끌고 가는 그 동생들이
    어찌나 고맙던지.(물론, 그 다음날 느낀 것이지만)
    내가 얼마나 고집을 부렸으면(얼마나 술을 작작 마셨으면 =_=) 나보다 덩치 큰 동생 둘이 내 두 팔에 매달려 이리저리
    휘청휘청 끌려 다니면서 길거리와 야외 주차장을 누비고 다녔는지 살짝 미안하기까지.
    우리 셋은 어느 하나가 똥통에 빠지는 꼴을 못본다. 그것이 친구로써 진정한 우정을 과시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
    전에는 동생 중 하나가 무심코 바닥에 침을 뱉거나 쓰레기를 버렸는데, 그걸 본 우리 둘이 마구 뭐라 했던 기억이 난다.
    사람은 닮아간다고, 친한 사람한테서 배운 좋은 습관 혹은 바른생활은 꼭 다른데 가서 다른 사람한테도 하게끔 되어 있다.
    그런 식으로 서로서로 똥통에 빠져 자멸하는 것을 막는다면 거리엔 근사한 사람들만 남아 있게 되지 않을까?

    라고 막무가내 유토피아적으로 생각해 보고 싶지만 현실은 또 그게 아니거든.
    멀쩡히 있는 사람도 자신과 같이 똥통에 빠트려 버리는 사람도 많다는 것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가족도 연인도, 은사도, 생명의 은인도 아닌 그저 친구이거늘.
    어릴 땐 왜 그렇게 친구의 말들이 그렇게 달콤하고 모두가 정당해 보였는지.


    18살 때, 처음으로 내게 담배를 가르쳐 준 이가 바로 학급 친구다. 속마음을 터놓고 지낼 정도는 아니지만 서로의 집에
    놀러가 함께 야한 비디오를 보거나 (딱 한번이라고 =_=) 밤늦게까지 공부하다가 정겹게 책상에 머리 박고 쓰러지는
    정도의 사이였었다. 어쩌다 그 친구가 담배 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아마도 내가 '나도 한 대만~' 했던 것 같다.
    지금의 나는, 누가 담배 배우고 싶다고 하면 (지도 피는 주제에) 절대 안된다고 말리는 부류이긴 하지만,
    그 때 우리는 어렸고 담배가 그렇게 몸에 해롭다고 국가적으로 오버랩하는 미래(현재)가 올지 상상도 못했으며,
    흡연이 '금지된 규칙'을 깨는 '어른들의 시간을 훔쳐보는' 일종의 로망이자 유혹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쾌쾌한 담배 연기를 몸 안에 차곡차곡 쌓기 시작했다.

    이제 12년째다.
    안 피고 싶을 때는 하루고 이틀이고 담배갑 쳐다도 안 볼 정도로 니코틴 의존도가 있거나 중독증은 아니지만
    자꾸만 억울하고 불만스런 생각이 든다.
    나라에서 금연 운동하는 꼴이 못마땅하긴 하지만 끊으면 안 피는 것보다 몸에 좋은 것은 사실이므로 늘 고민중이라는 것.
    운동하면서 좋아하는 것을 계속 유지할까, 아니면 귀찮으니까 확 끊어버리고 전처럼 좋은 폐활량으로 노래나 다시
    불러볼까...등등 잡생각들. 그래서 전처럼 담배를 입에 물었을 때 즐거기만 하던 기분이 없고 찝찝해서 짜증이 불끈불끈
    올라온다는 것. 한심하게도 '그 때 그 친구가 나에게 담배를 안 가르쳐줬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똥통에 스스로 빠진 탓을
    남에게 돌려보기도 한다. 또 한편으로는 '담배를 안 피던 시절에는 (힘들거나 짜증날 때) 어떻게 살았지?'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지만.  

    아~ 이런 빌어먹을게이츠.
    이렇게 스트레스 줄거면 아예 담배를 만들지 말았어야지, 인간들! (어디서 억지야~! -_-)

    어쨌거나 요지는, 통똥에 빠질 때는 친구와 함께였어도 나올 때는 혼자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들어갔을 때보다 훨씬 더 높아진 높이를 힘겹게 기어 오르며.
    그리고 이젠 철이 10그램 정도 들었다고, 사람 보는 눈까지 생겨서 함께 똥통에 빠질 타입인가 아닌가를 가려내어
    과거의 실수들을 줄이는 정도가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인가.

    함께 통똥에 빠져 구더기들한테 살이 뜯기고 싶지 않다면, 진정한 우정이 무엇인지 안다면
    '악마의 키스'를 받고 헤롱헤롱 내 손을 잡아 끄는 이를 구하고 나 자신도 구해내자.
    옳고 바른 소리를 해서 상대방과 거리가 멀어진다 해도 나중에 원망 듣지 말고 나 자신의 양심을 속이지는 말자고.

    어쨌든, 나는 오늘도 나 자신과 타협 중이다.

    요 달콤한 똥통에서 나갈 것인가, 얼굴만 내밀고 몸은 그대로 담글 것인가, 아니면 아예 탈출할 것인가 하고.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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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2-22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마지막 아이콘 최고! ^^
(나 막 이와중에 나이 계산하고 있어요 ㅋㅋㅋ)

담배를 피우는 맛이랄까, 기분이랄까, 그런게 좀 궁금하긴 해요 ^^

L.SHIN 2008-02-22 13:45   좋아요 0 | URL
ㅋㅋ '이 와중에 나이 계산하고 있어요' 라니. 글쎄, 나는 계란 한 판이라니까요, 이제.
(그런데 요즘 계란 한 판은 24개인거 아시죠, 막 이래~ ㅋㅋ)

궁금하십니까? 그렇다면 제가 맛 보여드리죠. 단, 제 폐와 맞바꾸셔야 됩니다. ㅡ_ㅡ (후)

Mephistopheles 2008-02-22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마의 키스'를 받고 헤롱헤롱 내 손을 잡아 끄는 이를 구하고 - 흠흠...전 키스를 남발하진 않습니다 에스님.

L.SHIN 2008-02-22 13:47   좋아요 0 | URL
오오,이런, 하여간 눈치 백단은~ ( -_-) 찔리는게 있는게죠~? ㅋㅋㅋ
그런데 메피장군,그렇게 키스를 남발하다 마님께 걸리면 뒷감당을 어찌라하시려구~? ㅋㅋ

전호인 2008-02-22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들은 군대에 가서 담배를 배우거나 늘었다고 하는 데 저는 군대에서 끊었습니다.
생사의 기로에 있게 되니까 끊게 되더라구요.
오늘 똥얘기가 많네요. ㅎㅎ

L.SHIN 2008-02-22 13:48   좋아요 0 | URL
그렇죠. 둘 중 하나더라구요. 군대가서 배우거나 혹은 끊거나. ㅎㅎ
하지만 끊으셨다니 백번 천번 잘하신겁니다. 자, 그런 의미에서 어서 이 철학적인 질문에 대답을 -

"담배 없을 때 무엇으로 살죠? "
 

 

    아침, 참치 샌드위치와 우유를 마시며 인터넷 뉴스를 보았다.

    ' 10년만에 초등학교 일제고사 부활' 이라는 제목이 눈에 띄어 클릭.

    오호, '다음 달 11일, 서울 경기지역에서 교과학습 진단평가가 일제히 일어난다'고 한다.
    (난 또...그 '일제히'가 아니고 '일제 시대의' 라는 뜻인줄 알았잖아 =_= 쯧, 그러면 10년만이 아닌데 왠 착각,..)

    다른 나라들은 21세기를 살고 있는데, 한국만 20세기에 사나보다. 아니 퇴화하나보다.

    아직도 주입식 교육제도, 등수 위주, 점수 위주, 학벌 위주가 판을 치는 이런 덜떨어진 나라를 보라~
    경제 활성화 시킨다고 하더니, 사교육 과외, 학원 등등을 늘려 취업 창출을 늘려보겠다는건가,뭔가.
    그래그래 경제 활성화 되겠네.
    늦게까지 학원 다니는 아이들 분식점, 편의점, 문방구 더 들락날락하겠고,
    학습지 출판업계 미친듯이 책 찍어내고,
    아이들 태우고 다니는 셔틀버스 운전사 아저씨 더 모집하고,
    사교육에 밀릴라 공교육에서도 특강 선생 혹은 보강 선생 더 뽑을테고,
    인터넷 동영상 강의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그리고 아이들은 인성교육/자연교육/사회교육의 부재로 점점 더 싸가지 없어질테고~
    아마 나중에 이렇게 이야기 하겠지.

    " 햇빛이 뭐야? 
      와, 이게 꽃이라는 거구나.
      응? 공부만 잘하면 돼. 그럼, 어른들이 잘해주거든.
      독서? 음악감상? 그런거 인터넷에 들어가면 읽지 않아도 듣지 않아도 내용 다 알게돼~

      어라, 난 하라는대로 뭐든지 열심히 잘했는데, 왜 나를 해고시키는거야? 저 사람은 왜 화를 내지? "

 

    에헤라 디야~ 아아~ 아름다운 미래로고~ 빌어먹을 대한민국~ 배가 산으로 가는지도 모른다네~
    후후~ 에헤~ 디야~ 에헤라~ 아싸~아싸~ 대한민국은 타임머신 필요없다네~ 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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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2-21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결심했어요. 제 아들을 이런 무개념적인 교육시스템을 경험하게 하진 않겠다고요...

L.SHIN 2008-02-21 10:57   좋아요 0 | URL
네, 잘하셨습니다. 필요하다면 선진 문화속에서 교육을 받게 하는 것도 좋겠죠.
예전에 이런 부모가 있었잖아요. 초등학생인 자녀들 둘 데리고 학교 안 보내고 몇달씩 세계여행하며
세상을 보여주는. 그 때, 정말 멋있었다는.^^
물론, 꼭 외국으로 나간다고 훌륭한 교육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열악한 한국 교육계에서도 무엇이 먼저인지 잘 가르치고 키우는 멋진 부모님들이 계시니까요.
중요한 것은 부모가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호인 2008-02-21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늘 우리아이들이 너무 불쌍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아이들을 지옥의 굴레에서 해방시키는 날이 빨리 오기만을 기다리기엔 저의 능력이 너무 부족하네요.
답답하기만 합니다.
소망교회에 가면 될까염?

Mephistopheles 2008-02-21 11:08   좋아요 0 | URL
어쩌면 소망교회 내부에도 계급 같은 것이 존재할지도 몰라요.^^ 평신도 그리고 간부신도..높으면 높을 수록 천국에 갈 확율이 높다고 하는..ㅋㅋㅋ

L.SHIN 2008-02-21 12:04   좋아요 0 | URL
멍청한 '관리'들이 잘못된 길을 가면 현명한 '국민'들이 '어른'들이 먼저 나서서 바로 잡아야 하는데
물 따라 흐르는 속빈 강넹이 마냥 늘 쓸려 다니기만 하는 어른들이 문제입니다.
유학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주어진 환경에서 어떻게 처사하는지가 중요하죠.
'꼭 해야만 돼' 라는 스트레스가 아닌, '해보니 즐겁네' 라는 능동적인 의욕이 있다면 공부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죠. 아무리 잘 가르쳐도 소용없습니다. 스스로 하지 않으면.
그 스스로 즐길 줄 아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부모의 진정한 역할 아니겠습니까. ^^
그리고 학문보다 인성교육을 먼저 하는 것도 중요하구요.

'진정으로 자식을 사랑하고 위한다면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라.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라'

순오기 2008-02-21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교육이 못한다면 가정교육이 해야죠~ 어쩌겠어요.
예전엔 '인간이 먼저 되라'였는데, 요샌 그런거 필요없이 공부만 잘하면 된다니까?ㅉㅉㅉ

L.SHIN 2008-02-21 16:02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가정에서만이라도 성인군자들의 재밌는 일화와 교훈을 알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뽀송이 2008-02-21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답답합니다.
너무 공부공부 하는게 아니다 싶으면서도 안절부절 공부에 예민해질 수 밖에 없고...
그치만 전... 애덜 초등학생때는 신나게 놀렸는데...
지금은 애덜이 나름~ 스스로 공부를 열심히 하려고하니 고맙게 생각하게 되구요.^^;;
요즘은 초등학교 애덜이 더 사교육에 시달리는 걸 보면서 할 말을 잃었어요.ㅠ.ㅠ
근데 거기다가 또 교과학습 진단평가까지!! 에구구...ㅡㅡ;;

L.SHIN 2008-02-21 16:02   좋아요 0 | URL
너무 풀어놔도 안되지만, 역시 공부란 것은 스스로 관심을 가지고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도와주는게 1차 교육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다음은 본인의 몫에 달린 것이죠.
아무리 책장에 다양하고 많은 책을 집어 넣는다고 한들 스스로 읽지 않으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지식인 것처럼, 요즘 아이들의 '배움'에는 과연 어느 정도의 깊이와 깨달음이 있는지 의문스럽습니다.

순오기 2008-02-23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서는 진단평가 안 봤나요?
광주는 예전부터 학년 올라가면 진단평가 봤어요. 그야말로 기초 수준의 진단평가라 아무도 시험이라고 생각지 않고 부담없이 보는 시험이죠.^^

L.SHIN 2008-02-23 15:17   좋아요 0 | URL
아,그렇군요. 광주는 전부터 했었군요. 아마도 이번에 한다고 하는 것은 서울.경기를 시점으로
전국구 확장한다는 뜻 같은데. 쩝..아시잖아요. 서울.경기 학부모들 극성인거. ㅡ.,ㅡ
또 얼마나 사교육이 활성할지. '나는 무슨 무슨 공부한다~ 넌 하냐?' 라고 아이들끼리 서로 우월감이나
자격지심을 갖으며 마음에 상처를 받는 일이 생길까 염려되는군요.
진정한 교육이라는 것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