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파트 입구로 들어서며 나는 아파트 단지를 가득 메우고 있는 꽃가루를 보았다.
별안간 내가 다른 세상으로 향하는 긴 터널을 지나버린 듯 했다.
조용하던 마음 속에 잔물결이 일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차에서 내려 올려다본 하늘엔 끝없이 끝없이 꽃가루가 날리고 있었다.
진원지를 알 수 없지만 육안으로는 유치원 벚나무 위로 끝임없이 솟아오르는 꽃가루가 온단지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무수한 영혼이 날고 있다.
그들은 이 곳에 무엇하러 왔는가?
그 때 꽃가루 하나가 나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불현듯 세상은 그 흐름을 멈추고 나는 붙박혀버린 그 세상의 한가운데 서있었다.
정적...
나를 둘러싸던 그 공기마저도 흐름을 멈추어버렸고
내 육신도 신진대사를 멈추어버린 채 그곳에 빈 껍질만 꼿꼿하게 서있었다.
마치 온 세상이 내 속으로 들어온 듯...
아니 내 의식이 몸을 빠져나가 세상이 되어버린 듯...
잠시동안 멈춰버린 세상을 깨어버린 것은 지나가던 아이의 웃음소리였다.
일순간 정적에 매어있던 세상은 다시 활기차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꽃가루는 끊임없이 날리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