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우리나라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다. 예전에도 한번 말했었던 것 같은데... 그넘의 삼각관계 지겨워서 말이다. 게다가 요즘엔, 드라마 보면서 어디 불안해서 보겠는가. 사귀는 남자가 내 이복오빠일 수도 있고, 그 엄마가 원래 내 엄마일 수도 있고, 그 형수가 내 엄마일 수도 있고... 흐미. 친인척으로 엮인 위아더패밀리 드라마들이 지겹다.

 

그래서 정말 가물에 콩나듯 본방사수하는 드라마가 있을 뿐이다. 예전에 <베토벤 바이러스>가 그랬고... 한참 있다가 몇 년 전에 한 <괜찮아 사랑이야> 그것도 그랬다. 아. 올해 초에 <시그널>이 있구나. 이건 명작이다. 그리고 요즘 SBS에서 하는 <질투의 화신>을 본방사수하고 있다. 우훗.

 

그냥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완전 코메디라서, 나의 이 우울한 심경이 많이 위로되더라 이거지. 8화까지는 웃겨서 볼 수가 없을 정도로 재미졌었고 요즘은 남녀주인공들의 삼각관계가 본격화되면서 조금 코메디는 사라졌지만, 그냥 상큼하다. 아마 공효진 같은 여주에게 매력을 느끼는 지도 모르겠다. 열심히 사는 생계형 캔디. 잘 웃고, 친절하고, 인간적이고... 그런 이미지.

 

공효진이야 원래 그런 캐릭터이고, 조정석과 고경표라는 주인공들의 발견은 신선하다. 원래 조정석에겐 큰 매력을 못 느끼지만, 그 부리부리한 눈을 굴리면서 미묘한 감정선을 연출할 때는... 흠. 찌릿하다. 고경표는 잘 생겼고. 90년생이라니. 오 마이 갓. 조연들도 완전 재밌어서 이미숙, 박지영, 이성재의 밀당은 보고 있으면 큭큭 웃음이 나온다. 그나저나 이미숙은 도대체 왜 안 늙는건지. 조연들까지 웃겨주니... 드라마가 재미질 수 밖에.

 

삶이 건조하고 재미가 없으면 드라마에 빠진다고들 한다. 인정. 그 한시간 동안의 몰입감은 많은 것을 해소해준다. 그리고 일주일을 기다리는 그 맛도. 요즘은 영화나 드라마나 머리아픈 건 질색이라서 <질투의 화신>은 나에게 가뭄의 단비같은 드라마다 고백한다. 으. 이제 일주일을 기다려야 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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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09-30 2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화신(조정석)의 연기에 매혹 당하고 있습니다. ^^;

비연 2016-09-30 23:25   좋아요 1 | URL
정말 미세한 감정선을 이렇게 잘 묘사하다니... 라는 감탄이 나오는 연기에요^^ 다만 전 고경표의 비주얼에 좀더 매혹 당하고 있다는 .. 헤헤.

오거서 2016-09-30 23:30   좋아요 0 | URL
질투의 화신 캐스팅도 잘된 것 같아요. 고경표 비주얼이 조정석보다 나은가봐요. ㅎㅎ

비연 2016-10-01 09:13   좋아요 0 | URL
캐스팅 굿! 이에요^^ 제 눈엔 고경표가 좀더 나은데.. ㅋㅋㅋ

stella.K 2016-10-01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 잘 안 보시는 비연님이 홀릭해서 보는 드라마라면
저도 이건 다시보기로라도 챙겨 봐야겠군요.
공효진이나 조정석은 봐줄만 한 것 같은데
저는 고경표는 아직 그런 역할은 부담스럽지 않나 해서 안 보고 있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겠군요.ㅋ

비연 2016-10-01 09:15   좋아요 0 | URL
저는 응팔을 안봐서 고경표 연기 처음 보는데 생각보다 잘 하는 듯 하고.. 워낙 공효진 조정석이 잘 해서 상승효과도 있는 거 같아요 ^^ 제 주변에도 이거 챙겨 보는 사람 많던데, stella님, 우리 함께 해요! ㅎㅎ
 

 

요즘은 극장가에 걸린 영화의 반 이상은 우리나라 영화인 것 같다. 나만 해도 최근 본 영화가 <터널>... 그리고 어제 <밀정>. 인기가 많다고도 하고, 김지운 감독 작품이기도 하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배우인 송강호가 나오기도 하고, 그래서 <밀정>은 꼭 보고 싶긴 했다. 사실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등등은 별로 마음이 안 내켜서 가지도 않았지만.

 

<밀정>을 보고 나니 마음이 좀 복잡해졌더랬다... 사실, 개인적으로 영화적인 완성도에는 실망이었다. 뭐랄까. 이것도 저것도 아닌 분위기라고나 할까. 웃긴 것도 아니고 진지한 것도 아니고 짜임새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고...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걸 말하기 위해서 그런 것들을 포기한 건가 싶은 느낌. 그래서 아주 재미있었다. 이런 건 없었다는 것.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감상평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다. 송강호는... 그 어찌할 줄 모르는 사람의 심정을 눈빛과 몸짓만으로도 충분히 표현할 줄 아는 배우이고. 두말할 나위 없었고. 이병헌의 존재감 또한, 배우를 좋아한다 싫어한다를 떠나서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새로운 발견, 엄태구. 하시모토 역의 이 배우는 깜짝 놀랐다. 목소리와 표정이... 아직 다 무르익었다 이렇게는 말하기 어려워도 존재감 자체의 어필은 상당했다. 나머지... 신성록, 공유, 한지민은 늘 하던 대로의 역할. 그 정도의 무게감을 보여줬고.

 

다만... 요즘 이런 영화가 많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심란스러웠다, 솔직히. 의열단. 이제까지 이 단체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던가. 난 김원봉이라는 이름도 처음 들었었고 솔직히 의열단이라는 단체에 대해서도 기억하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그런데 요즘, 이들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영화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맹목적인 순수함.. 에 놀라고 있다. 아. 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 이렇게 살았던 사람들이 있구나. 죽음을 항상 목전에 두고 지금의 삶을 충분히 향유하며 지내되, 참여해야 할 중대사가 있으면 물불을 안가리고 덤비던, 순수한 젊음들. 그것은, 정말, 젊음의 혈기라고만 치부하기에는, 너무 소중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말하자면, 정말, 독립이라는 목표 아래  티끌만큼의 잡다한 것이 관여하지 않는 상태의 감정선상이라야 가능한 것. 그것이 진정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마음에 다른 것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은 상태. 이러지 않고서는 이러한 순수함을, 열정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에 마음 한켠 뜨거운 것이 올라온다.

 

보통 사람은, 송강호 같을 수밖에 없는 거다. 독립운동을 돕자니 죽는 것, 괴로운 것이 싫고 목숨을 부지하자니 일본에 붙어야 하는데 그것은 양심상 늘 꺼림칙하고, 지금 내 현생의 안위를 위해 일단 일본에 붙어 있으나 순수한 사람들을 만나면 마음에 갈등이 휘몰아치고. 결심해야 하는데 결심하기 힘들고.... 그렇게 항상 갈등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누가 탓하겠는가. 누가 남의 목숨을, 지금의 평안을 버리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아마도 이 모든 것이... 지금의 우리에게 투영되어서 더 가슴 아프고 심란스러운 건지도 모르겠다. 그냥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왜 그렇게 빚진 심정이 되던지. 왜 그렇게 발걸음이 무겁던지. 다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심정이었다... 는 것일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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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6-09-25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치 제가 쓴 리뷰를 보는듯이 공감가는 리뷰 잘읽었습니다. 다만 저는 꽤 괜찮게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의 분위기라던가 배우들의 멋을 잘살리고 특히 송강호의 연기가... 이병헌의 존재감도... 너무 좋았습니다. 의열단분들 너무 존경스럽습니다ㅜ 저는 고문기구만 봐도 무서워서ㅠ...

비연 2016-09-25 21:18   좋아요 1 | URL
고양이라디오님... 댓글 감사해요~ 영화에 대한 느낌은 각자 다른 것 같아요. 사실 김지운 감독 작품이라는 것만 아니라면 저도 더 괜찮게 봤을 지도~. 고문기구... 영화 보면서 정말 새삼스럽게 대단하다는 생각 했구요...

고양이라디오 2016-09-26 17:57   좋아요 0 | URL
저도 초중반에는 김지운 감독 실망인데... 하면서 봤는데, 언제부턴가 몰입하면서 봤습니다. 송강호의 연기에 푹 빠졌던 거 같아요ㅎ 송강호가 영화 살렸습니다ㅎㅎ

비연 2016-09-27 08:25   좋아요 1 | URL
우힛. 역시 송강호에요. 제가 좋아하는 배우라는 게 기뻤답니다~
 

 

야구팬이라면 하일성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 옛날 야구해설가라는 직업이 뭔지도 잘 모를 때부터 이것을 직업으로 삼았고 프로야구 원년 때부터 계속해서 해설을 해오셨던 분이다. 원래를 환일고 선생님이었으나, 야구가 좋아서 야구를 해설하는 게 너무 좋아서 안정된 선생님이라는 직장을 박차고 이 길을 나섰다... 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야구해설가 양대 산맥은 허구연과 하일성. 이건 뭐 오래된 이야기이다. 둘다 야구에 완전 몰두하여 살아온 분들이고, 오래 된 만큼 영향력도 크고..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나는 하일성의 해설을 좋아했다. 딱딱하지 않고 친근감있게 때론 진지한 말도 하지만 그게 질책처럼 느껴지지 않게 할 줄 알고 무엇보다 해설 자체가 쫀득쫀득하다고나 할까. 맛깔스럽다고나 할까. 듣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야구를 보게 하는 맛이 있었다.

 

그런 분이 오늘 아마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리라 추정되는... 죽음을 맞았다. 아... 지은 책 제목처럼 정말 <야구 몰라요 인생 몰라요>가 아닐 수 없다...  해설가를 하다가 KBO 사무총장을 지냈고 그러다가 다시 해설가로 복귀할 때 쯤에 여러가지 추문에 휩싸인 건 맞다. 그 진위를 떠나서 사실 많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제 일흔이 다 되어가는 야구계의 산 증인이 이런 좋지 않은 일들에 휩싸여 있다니.

 

그래도 예전에 한번 쓰러져서 건강이 매우 안 좋아졌던 때에도 담배 술 다 끊고 스스로 노력해서 잘 이겨낸 일도 있던 분이라, 설마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줄은 몰랐다. 오늘 이 기사를 보고 얼마나 놀랐던지. 그냥, 차라리 쓰러져서 돌아가셨다면 이렇게 참담하진 않을 것 같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얼마나 몰렸으면 그랬을까. 그 어두운 사무실에서 혼자 무슨 생각을 하다가 그런 결단을 내렸을까... 를 생각하니 참 마음이 아프다... 이렇게 또 나의 추억이 덧없이 사라지는 것도 슬프다. 내 어린 시절부터의 야구와 관련된 추억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이 이런 말로를 맞으셨다는 게.. 더없이 허무하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 어딘가에서 모든 것 다 잊고 편안하시길 기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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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09-08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 고등학교에 야구부가 있었는데, 제가 다니던 학교와 광주일고가 봉황대기 4강전에서 붙었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 광주일고가 이길 확률이 80%라고 고 하일성님이 예언하셨고, 저희가 2:8로 졌지요... 정말 명해설가셨는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비연 2016-09-08 14:38   좋아요 1 | URL
저도 제가 아는 한 최고의 야구해설가셨다고 생각합니다... 아쉽고 애석할 따름입니다...ㅜ

cyrus 2016-09-08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일성님 귀에 자란 털이 장수털이라고 해서 자르지 않았다고 하던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하실 줄 꿈에 몰랐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비연 2016-09-08 17:16   좋아요 0 | URL
장수털 얘기 들으니 더욱 허탈. 사람 인생이 참 뜻대로 안 되는 것 같아요. 이제 그 구수한 말솜씨와 목소리를 못 듣는다고 생각하니 괜히 슬퍼지구요. Rest in Peace...
 

 

어제 강헌의 강의 중에, 이 사람의 이름이 나왔다.

 

Marvin Gaye.

 

이 재즈 아티스트의 소울을 느끼기 위해 1973년 나온 <What's going on> 이라는 앨범을 꼭 사라고 해서,

일단 유투브에서 들어보고 있다. ... 느낌 있다. 보관함에 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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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2016-08-30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what`s going on 앨범 좋죠. 예전에 친구한테 시디 빌려서 무한 반복했던 기억이.. 이 앨범도 좋고, 전 개인적으로 let`s get it on이라는 노래를 좋아합니다 ㅎㅎ 오랜만에 다시 들어봐야겠네요^^

비연 2016-08-30 14:46   좋아요 0 | URL
갑자기 재즈에 대한 관심이 부쩍 생겨요 ㅎㅎ 아무님이 말씀하신 let`s get it on 도 찾아서 들어봐야 겠어요~
 

 

우울하면, 내가 수다를 막 떠는 것도 가끔 귀찮아지곤 한다. 나같은 수다쟁이가 그럴 정도면 그 상태가 좀 도를 지나쳤구나 생각하게 되는데... 그래서 남이 수다떠는 걸 듣는 걸로 정신적 위안을 삼곤 한다. 아주 속시원하게 떨어줄 때, 쾌감을 느끼게 된다는.

 

내가 주로 듣는 것은 팟빵 벙커1이다.

 

http://www.podbbang.com/ch/5478

 

여기에서 강헌이라는 음악평론가의 강의를 재미나게 듣는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있으니까 이렇게 말하는 거 - 중간 중간 과격한 언사와 걸쭉한 욕설이 들어가는 - 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찌나 내용을 관통해서 잘 알고 있는 지, 또 어찌나 그걸 시원시원하게 풀어주는 지 속이 다 뻥 뚫리는 사람, 여기 있다. 사실 음악평론가라지만 전방위적으로 관여 안한 데가 없는 사람이라, 아는 것도 많고... 최근에는 사주명리에 대한 책도 냈고 팟빵에서 북콘서트도 들을 수 있다는.

 

나도 소개를 받았는데, 이 분 강의는 좀 권해보고 싶다. 인생 굽이굽이 고초도 많았던 사람이라 세상을 보는 혜안이 열린 느낌이랄까. 그리고 진보적이면서도 보수적이고 치우친 것 같으면서도 합리적인 논지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에, 즐겨 듣게 된다.

 

(근데 내가 이 얘기 여기서 했었나? 가물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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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겟타 2016-08-29 2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전복과 반전의 순간` 책 재밋게 읽엇어요.

비연 2016-08-29 20:56   좋아요 1 | URL
아. 책도 있죠... 강헌의 글은 어떨까 궁금해지네요.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찰지게 썼을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