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영드 중에 <인데버(Endeavour)>라는 형사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드는 좋기는 한데 시리즈 하나당 편수가 적은 대신 한 편이 거의 영화 한 편 (1시간 반 정도)이라 보기 시작하면 매우 부담스러워지곤 해서 볼까말까 망설이다가... 장마도 길어지고 경찰 드라마 좋아하는데 그냥 건너뛰기도 찝찝해서 보기 시작했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영국 소설가 중 콜린 덱스터라는 사람의 모스 경감 시리즈가 있다. 아.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소설이라 번역본 나온 건 다 사두었고 번역 안되고 있는 책들은 영어원본으로 사모으고 있는 시리즈이다. 그 모스 경감의 젊은 시절을 상상해서 만든 게 이 <인데버>라는 거다. 하긴 이것만으로도 결코 건너뛸 수 없는 이유가 되기는 한다.

 

 

 

 

 

 

 

 

 

 

 

 

내가 알기로 모스 경감 시리즈는 33편인가 된다. 해문출판사에서 2005년까지인가 야심차게 내다가 끊어졌는데... 이러면 안되지. 제발 더 내주세요.. 라고 애원하는 심정이 되네. 모스 경감은 옥스포드 대학 중퇴의 경찰로, 까칠하고 맥주를 좋아하고 여성편력이 있고 주로 추리를 귀납법으로 하는 사람이다. 셜록의 왓슨과 같은 캐릭터로 후배 형사 루이스가 나오는데 이 콤비가 아주 재미있다. 모스 경감은 기본적으로 매우 지적인 사람이라, 그런 얘기들을 풀어나가는 것에 상당히 혹하게 하는 구석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매우 독특한 성격의 사람이다. 이게 이 시리즈의 묘미다, 이거지. <모스 경감> 시리즈도 영드로 만들어졌으니 이 <인데버> 시리즈는 <모스 경감>의 프리퀄로 이해하면 된다. 콜린 덱스터의 마지막 소설에서 모스 경감은 죽게 되는데 (그러니까 소설가가 알아서 정리해준 거다) 그 이후 후배 형사 루이스의 활약상을 그린 영드도 계속 시리즈로 이어져 나왔다. 영국 드라마가 가끔 놀라운 건, 이런 원작들을 해석해내는 방법이라고나 할까. 아주 그럴 듯하다.

 

 

 

 

모스 경감의 원래 이름이 인데버 모스란다. 젊은 시절의 모스로 나오는 숀 에반스. 진심 영국사람처럼 생겼다. 아주 잘 생기진 않았지만, 모스 경감이 젊었더라면 정말 저렇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 <인데버> 시리즈는 8시즌이 진행되고 있고 그러니까 나는 3시즌 보고 있는 중인데, 모스 경감이 어떻게 경찰이 되었는 지 처음엔 여기저기 부딪히다가 경찰에 어떻게 적응하게 되는지 뭐 이런 저런 얘기들을 잘 풀어나가고 있어서 매우 재미나게 보고 있다. 이 배우도, 첨엔 그냥 그랬는데 볼수록 매력적이다. 고민할 때 살짝 미간을 찌푸리는 모습이라든가 좋아하는 것을 만날 때 (예를 들어 오페라나 이런 거) 슬쩍 짓는 미소라든가.

 

 

 

 

이 사람은, 모스 경감을 옥스포드로 부른 서스데이 경위이다. 남들은 귀찮아하고 괴짜로 취급하는 모스의 재능을 단박에 알아보고 아끼고 보호하는 인물. 역시 사람은 사람을 잘 만나야 해, 라는 진리를 여실히 느끼게 해주는 캐릭터이다. 전쟁에 참가했던 아픈 기억이 있긴 하지만 좋은 아내와 아들 딸 낳고 성실히 살고 있고 매일 아내가 싸주는 샌드위치를 우걱거리며 먹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 파이프 담배... 우리 외할아버지도 이 파이프 담배를 피셨었는데.. 잠시 추억에 젖게 된다.

 

경찰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적극 추천이다. 매 회가 영화와 같이 잘 구성되어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물론 지금처럼 과학수사가 발달하지 않은 때의 이야기라 (1960-1970년대) 좀 템포가 느린 감이 있지만, 사실 예전 형사물이 좋은 건 그래서 더욱 심리라든가 아주 사소한 물건에서 증거를 찾는다든가 하는 내용 구성이 가능하다는 데 있는 것 같다. 요즘 같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현장에 막 신발 신고 들어간다던가, 물건을 장갑도 안 낀 채 막 만진다든가 하는 걸 보면서 격세지감도 느끼고.

 

그나저나, 콜린 덱스터의 다른 작품들도 제발 번역해서 내주면 안될까요, 해문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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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0-08-06 1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너무너무 좋아하는 모스이고, 인데버입니다.
서재에 한번 정리해서 글을 올릴까 생각만 몇년째 하고 있는데 비연님 이 페이퍼로 말끔하게 정리가 다 되네요. 한줄 한줄 모두 공감합니다.

비연 2020-08-06 18:56   좋아요 0 | URL
앗. hnine님도 이 시리즈 좋아하시는군요! 완전 반갑습니다. ^___________^
요즘 이 드라마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살고 있거든요. 지금 왓챠에서 시즌 4까지만 들어와 있는데 제발 시즌8까지 들여주기를 또한 기도하고 있나이다..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