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주말근무를 안 하게 되어서 (흑흑.. 이게 정상이지 말입니다) 토요일 저녁에 지인들과 그득하고 맛난 저녁과 수다로 스트레스를 풀었더랬다. 일요일 아침. 눈 떠보니 9시반. 아 오늘 미세먼지도 많다는데 늘어지게 쉬어볼까.. 하다가... 딸이 회사에서 지새느라 신경질 팍팍인 상태에, 눈치만 보고 계시던 아빠 엄마가 안 되어 보여서 (부모님이 무슨 죄냐) 점심도 먹고 영화도 보고 하려고 나섰다.
영화를 뭐 볼까 하다가... 누군가 <트럼보> 가 재밌다고 해서 그냥 시간도 맞고 해 골랐다. 아빠는 이런 영화 별로에요.. 하셔서 점심만 같이 먹고 엄마랑 둘이 쫑쫑쫑... 극장으로.
아. 이 영화. 안 봤으면 큰일 날뻔 했다.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맥카시즘.. 의 광풍 속에서 개인이 희생을 강요당하고.. 그 속에서 신념이란 걸 지키는 자와 어쩔 수 없이 배신이란 걸 택하는 자들이 있다. 신념 쪽을 택한 트럼보와 가족들의 고생이란.... 정말 눈뜨고 볼 수 없었고. 그런 와중에 트럼보는 가명을 써서 <로마의 휴일>과 <브레이브 원>이라는 극본을 써서 아카데미상 삭본상을 수상하게 된다... 아... 감동이다.
광풍이 잦아들어갈 무렵, 그러나 아직도 그런 분위기 일 때 용감히 트럼보의 멋진 시나리오를 택하는 배우와 감독. 그리고 드디어 작가로서의 이름을 되찾는 트럼보. 펑펑 울었더라면 오히려 덜 슬펐을 것이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트럼보의 안경이 확대되고 그 안에서 그의 눈에 눈물이 반짝. 실제 눈물이 흘러내린 건, 나였다.
마지막. 트럼보가 전미작가상인가를 타면서... 연설을 한다. 아마 그 내용이 이 영화에서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가 아니었을까. 누구를 탓할 수 없다.. 천사와 악마가 아니다. 그건 개인의 희생이었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다시 눈물 주루룩...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훌륭했다. 특히 트럼보 역할의 브래이언 크랜스톤. 모던 패밀리라는 미드의 감독이기도 하고. 아르고나 토탈 리콜에도 나왔고. 쿵푸팬더 등의 애니메이션에서 목소리로도 출였했다 하는데. 이 분이 영화에 나온 건 난 첨 본 것 같다. 브레이킹 배드라는 드라마의 주연이라는 거 보니 주로 드라마에 나오는 분인가 보다. 이 영화에서, 이보다 더 잘 트럼보를 묘사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연기를. 헬렌 미렌이나 다이앤 레인이나 엘르 페닝이나 전부 굿.
... 그리고 지금의 우리 현실도 생각해보았다. 시간이 많이 지나면 모든 일들을 말할 수 있는 날들이 올런지. 영화로 낱낱이 파헤쳐 모두의 공감과 눈물을 끌어낼 날이 올런지. 현실이 팍팍해도 이 시간이 지나면 그런 날들이 오는 것인지. 착잡한 마음으로 극장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