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 in 상하이 도미노
온다 리쿠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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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도미노 패의 시작은 상하이 푸동 국제 공황에서 시작 되었다.


일본 간토 생명 야에스 지사 사무 직원인 호조 가즈미는 단것이라면 정신을 못 차리는 여직원 다가미 유코를 기다리고 있다.

검은 띠 유단자 인 다가미 유코는 선배 호조 가즈미를 공항에서 만나자 마자 파인애플 케이크,루크 초콜릿 같은 달콤한 디저트 이야기부터 꺼낸다.

그리고 이들 틈에 또 다른 회사 선배 에리코 가즈미 가 캐리어를 끌고 나타난다.

모두들 재충전 휴가 차 상하이를 방문한 회사 동료들로 숙소로 출발하는 동안 머물게 되는 호텔의 요리점 '청룡반점' 이야기를 꺼낸다.


두 번째 도미노 패는 상하이 도심 도로에서 몇 블록 떨어진 뒷 골목 모퉁이에 위치한 '스시 구이네이' 가게가 등장한다.


가게 안에서는 쉴 새 없이 전화벨이 울리고 종업원들은 주문을 받고 음식을 포장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 가게 주인은 일본 지바에서 건너온 스물 아홉의 청년 이치하시 겐지로 일본에서 경영하던 피자 배달 체인점을 정리하고 2년 전 상하이로 건너왔다.

일본에서 최신 냉동기술을 배운 겐지는 집에서 거의 요리하지 않는 상하이 사람들의 입맛에 맞춘  냉동 초밥을  배달하며 빠른 속도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그는 상하이 와이탄 지구 도로를 질주 하며 직접 배달을 하고 직원들을 스카우트해서 엄격한 배달 시간과 위생적인 조리와 포장으로 상하이 대도시 입맛을 사로잡았지만 상하이의 어두운 곳에서 무언가 꿈틀거리고 있는 걸 알지 못하고 있다.

 아니, 자신이 그 세계에 자극을 주었다는 것조차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세번째 도미노의 시작은 4성 급 호텔 최고층에 자리 잡은 화려한 연회장으로 일본 긴자에서 3대째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집안 출신의 갤러리 운영자 오치아이 미에

그녀는 최근 급부상 하고 있는 아시아 미술품 구입의 큰 손들이 많은 상하이에서 미에는 4성급 호텔 연회장에 소장품 전시를 열고 전시장에 모여든 큰손들이 어떤 화가의 그림 주변에 몰려있는지 먼 곳에서 바라 보고 있다.

신흥 화상이자 골드 드래곤 갤러리의 경영자이자 아트 페어 주최자인 중국계 미국인 맥스 창은 '웃는 남자' 시리즈로 100만 달러 아티스트 반열에 오른 차이창윈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

미에는 맥스 창이 작품 구입비로 200만 달러를 제시하는 동안 전시장에서 가장 좋은 자리에 어떤 그림도 걸려 있지 않았다는 걸 발견한다.


네 번째 도미노의 시작은 동물원으로 관람객들이 유리창 너머 판다 가족들이 대나무를 우걱 우걱 씹는 모습을 바라 보고 있다.


우리 속 벽에 기댄 채 홀로 묵묵히 대나무 잎을 먹고 있는  판다는 무리들 중에 최고 연장자인 '강강'이다.

'강강'은 카메라 불빛을 바라 보며 열심히 대나무를 씹어 먹고 이를 쑤시고 있다.

강강의 넘치는 식욕을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베테랑 사육사 웨이잉더는 태어날 때부터 동물원에서 살았던 판다들과 달리 야생에서 살다 동물원으로 온 강강의 야성미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강강은 산 속에 살아서 체력이 좋고 과거에 우리를 탈출 할 정도로 대담해서 사육사들은 탈출로를 막는데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강강은 탈출을 시작 하기 전에 마치 폭풍 전야 처럼 어떤 낌새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 두 달 전에 탈출했던 강강은 사육사들이 처 놓은 울타리 밖을 바라 보고 있다.


다섯 번째 도미노의 시작은 고층 건축물들의 그림자들이 신기루처럼 우뚝 서있는 곳으로 그곳엔 수 백 명의 카키색 군복 차림의 청년들이 일사 분란 하게 움직이고 있다.


'인민해방군 제 237사단을 대표해 애도를 표합니다.'


사건의 시작은 사흘 전 밤, 미중일 삼국 합작인 호러 액션 영화 <영환호성의 사투, 강시 대 좀비 >촬영 스태프가 머무는 숙소에 있는 청룡반점에서 시작되었다.

커다란 도마뱀 같이 생긴 동물이 청룡반점 주방에 나타났다. 그 동물은 영화 감독 필립 크레이븐이 애지 중지 키우고 있는 이구아나로 이름은 다리오

청룡반점 주방실은 매끈하고 윤기가 흐르는 이구아나 '다리오'가 새로 도착한 식재료로 알고 포획하고 이곳 청룡반점의 신진 기예 요리사 왕탕위안은 날카로운 네모난 칼을 번쩍 들어 올린다.

상하이 교외 드넓은 촬영장에 앉아 있는 영화 감독 필립 크레이브 주변에 그의 반려 동물 이구아나 다리오의 영혼이 맴돌고 있다.

미국 호러 영화의 거장 필립 클레이븐은 상하이 영화 촬영장에서 자신의 반려 동물 이구아나가 비운의 죽음을 맞이 하자 미국과 중국 일본 세 나라의 대형 합작영화<영화호성의 사투, 강시 대 좀비 >촬영이 무기한 중지된다.


감독의 어린 시절 친구이자 대학 동창, 인디 영화 시절 부터 함께 일했던 존은 다리오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짓고 있는 감독의 슬픔을 달래주지 못한다.


한편, 상하이에서 온갖 고깃 덩어리만 취급하는 정육점 매장들로 빼곡히 들어찬 곳에 살아 있는 동물들이 우글거리는 우리 안에서 한 노인과 담배를 피고 있는 수상한 남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물건은?'

'없어. 찾아 봐도 없잖아. 양 말로는 분명 상하이에 들어왔다고 했는데.'

'문제?'

'아무래도 저쪽 관계자가 찌른 것 같아. 종종 새 위장에 뭔가 멋진 물건을 넣어서 운반하는 것 같다고.'

'그래서?'

'물건을 넣을 때 문제가 생겨서 순간적으로 평소와 다른 위장에 넣었다는 군.'

'나중에 알아보기 쉽게. 우연히 근처 우리에 있던 희귀한 동물의 위장에 넣었다고.'

'맛있는 동물이면 좋겠군.'

'맛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커다란 도마뱀이었다는군.'

'물건은 벌써 나흘 전에 도착했대.'

'나흘 전 ?그렇게 됐다고? 지금 어디 있지?'

'청룡반점.'

'도마뱀을 호텔로?뭐에 쓰려고?"

5년 전 도쿄역 테러 소동에 휘말렸던 일본 간토 생명 여직원 유코와 가즈미는 에리코는 결혼 후 상하이로 이주한 회사 선배 에리코를 회사 휴가 일정에 맞춰 찾아 온다.

이들이 상하이로 입국한 바로 그 날, 세계 희귀종인 '박쥐'를 가공한 미술품이 이구아나 몸 속에 실려 상하이 호텔 '청룡반점'으로 밀반입된다.

이를 노리는 범죄 조직도 그 '박쥐'를 손에 넣으려고 상하이 곳곳을 헤집고 다니고 이들의 뒤를 쫓는 경찰들의 치열한 추격전이 펼쳐진다.



[창싱의 얼굴은 거의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었다. 창싱의 얼굴을 정면에서 찍은 뒤 중심 선을 따라 반으로 접으면 거의 정확하게 겹쳐질 것이다. 그것이 순간적으로 기묘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균형과 조화, 유서 깊은 풍수사 집안에 태어난 루창싱은 풍수의 원리를 체현하고 있는 인물이다.]

좌우대칭의 묘한 얼굴을 지닌 풍수사 루창싱, 재료를 가리지 않는 뛰어난 실력의 요리장 왕탕위안, 신속 냉동 초밥 배달집 사장 겐지, 동물원의 베테랑 사육사 웨이잉더 그리고 일본에서 건너온 유도 유단자이자 간토 생명사 직원들, 미소 지을 때 새 하얀 이를 드러내는 꽃 미남 경찰 가오칭제의 좌충 우돌 도미노 게임이 시작된다.


[6센티미터쯤 되는 도장이었다.

역시 아무리 봐도 이건 '옥'이다.

왕은 살며시 도장을 집어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마블 무늬의 푸른색과 녹색의 그러데이션이 무척 아름다운 광물이었다. 싸구려 광물에서 흔히 보는 탁한 녹색이 아니다. 발색이 또렷해서 작지만 안쪽에서 빛을 발하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세공이 탁월했다. 복을 불러오는 박쥐가 도장 전체에 에셔의 그림처럼 연속적으로 세밀하게 새겨져 있었는데, 장인의 솜씨가 엿보였다.

도장의 문자는 특수한 서체라 무슨 글자인지는 읽을 수 없었지만 상당히 오래된 것 같았다.]


이구아나를 조리 하다가 발견한 가죽 주머니, 그 속에 들어 있던 박쥐 세공 도장,

요리장 왕 탕위안 오래전 증조부가 자금성에서 일하던 당시 황제에게 하사 받았다는 옥을 사진으로 본적이 있다. 이구아나 위장과 장 속에 있었던 그 옥이였을까?

상하이에 몰려든 전 세계 큰 손들, 스타급 예술가들, 영화 감독까지 이구아나의 꼬리를 물고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고 이어진다.

누군가가 먼저 이구아나 뱃속에서 꺼낸 박지 세공 도장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

여전히 야성의 울부짓음을 내지를 수 있는 혈기 왕성한 판다 강강은 유리벽 너머 모든 걸 보고 있다.

[지금 저는 상하이 도심 번화가에 있습니다. 오늘도 정력적으로 경제 활동이 이루어지는 활기찬 우리의 상하이, 현재는 세계 최대의 상업 도시가 된 상하이의 기세는 꺾인 줄을 모릅니다. 잠들지 않는 용이라 불리는 상하이는 늘 전 세계를 상대로 싸우고 있습니다. 도시는 날로 확장되며 계속해서 발전해나가고 있지요.]

모든 걸 빨아들이는 도시 상하이에서는 목표물을 향해 1분 1초라도 빨리 도착해야 뭐든지 손에 넣을 수 있다. 돈-물건-사람 이 모든 것이 시계 추처럼 움직인다.

정월 초 이렛날에 고향을 그리며

봄에 접어들어 겨우 7일

집 떠난 지 벌써 어언 2년

사람이 돌아가는 건 기러기 내려앉은 뒤려니

꽃 피기 전부터 고향 생각나네

판다 강강은 동물원 우리를 탈출해서 청룡반점이 있는 4성 호텔에 몸을 숨기고 저녁 만찬으로 제공되었던 이구아나 다리오의 영혼이 영화 촬영장 위를 둥둥 떠다니고 있다.


판다 강강의 운명도 청룡 반점에서 끝이 나게 될까?

박쥐 세공 도장은 누구의 손에 들어가게 될까?


이구아나 다리오의 영혼은 자신의 마지막 숨통이 끊어진 4성급 호텔로 흘러 들어가 대형 조각상들이 전시 된 전시장 허공 속을 둥둥 떠다니다 조각상 틈 속에 동물원을 탈출한 판다 강강에게 바짝 다가간다.

때마침 강강의 힘에 떠밀린 조각상들이 도미노 처럼 차례 차례 쓰러지면서 박쥐 세공 도장을 손에 넣기 위해 몰래 전시장에 잔입한 괴한 두 명이 칼을 빼 든다.

강강을 생포 하려고 마취 총을 꺼내든 사육사들, 간토 생명 직원들을 인질로 삼은 괴한들 이들을 추적한 경찰 그리고 아시아 최고의 미술 전시가 열리고 있는 상하이 이곳 전시장은 전국으로 생방송 되고 있다.

차곡 차곡 밀려 들어 온 도미노들이 불과 수 십 초 사이에 한꺼번에 쓰러지자 눈 앞에서 쾅 소리를 내며 벼락 같은 것이 떨어진다.

판다 강강에게 목덜미가 물린 남자는 기절하고 또 다른 남자는 칼을 쥔 채 허공 위를 휘둘고, 괴한들 손아귀에서 풀려난 유코는 반 쯤 기절한 채 칼을 쥔 남자의 급소를 차버린다.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는 이구아나 다리오의 영혼ㅊ그리고 강강에게 마취 총을 쏜 사육사.

판다 강강은 다시 자연으로 돌아 갈 수 있을까?

도난 당한 미술품은 다시 자리로 돌아 갈 수 있을까?

인질로 잡힌 유코를 구해 내기 위해 판다 강강의 배를 힘껏 걷어찬 에리코, 강강의 위에서 튀어 나온 주머니 박쥐 세공 도장은 도미노 게임 속에 들어간 누구의 손에 들어 갔을까?

누군가 쓰러져야 시작 되는 도미노 게임, 이 책을 펼치는 독자들은 단 한 명도 놓치지 말고 뒤쫓아 가야 한다. 그래야만 이 게임의 승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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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3-03-24 2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ㅠㅠ동물들 불쌍해요

2023-03-24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3-03-25 0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이 책 나왔다는 말을 봤는데 scott 님은 벌써 보셨군요 한권 더 있죠 그게 먼저인가 봅니다 《도미노》 온다 리쿠 책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본 것과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하네요 아니 이런 게 아주 없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나오는 이야기 있었던 것 같네요 그건 못 읽었지만... 이번 책에 패닉 코미디라는 말이 있군요 scott 님이 쓰신 글을 보니 그런 느낌 듭니다

scott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scott 2023-03-25 10:49   좋아요 1 | URL
한 때 온다 리쿠 팬이여서 신간이 나오는 즉시 읽었었는데 ㅎㅎㅎ
온다 리쿠가 여러 장르물을 넘다 들어서 이 작품 도미노는 이 책이 상하이편으로 일단 첫 장 부터 재밌습니다.

희선님 말씀 처럼 패닉 코메디 장르물!ㅎㅎ

주말 봄날 만끽 하세요 ^^

새파랑 2023-03-25 11: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뭔가 표지처럼 이야기가 복잡해 보입니다 ㅋ 그런데 재미있을거 같아요~!! 역시 스콧님의 독서 범위는 👍

scott 2023-03-27 21:49   좋아요 1 | URL
별루 안 복잡합니다
중쿡이름만 익혀지면
이름들이 전부 단순 ㅋㅋㅋ
 
짝 없는 여자와 도시 비비언 고닉 선집 2
비비언 고닉 지음, 박경선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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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11월 27일 뉴욕 '빌리지 보이스'에 기사 한 편이 게재 된다.

그 기사의 제목은 '역사의 다음 위대한 순간은 그들의 것이다'(The Next Moment in History Is Theirs)


'그들은 각자 만의 불을 품고 모였다. 나는 이들의 손에 들려진 불들이 다음 세대를 위한 것임을 믿는다. 신은 알 것이다. 나의 태어나지 않은 딸을 위해 이 자리에 서 있노라고.'

-1970,11.27 빌리지 보이스, 비비언 고닉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이름은 비비언 고닉으로 서른 세살의 기자가 쏘아 올린 불길은 뒤이어 '여성 해방 운동가들'인 티그레이스 앳킨슨, 케이트 밀렛,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필리스 체슬러, 엘런 윌리스, 앨릭스 케이츠 슐먼 운동가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기 시작한다.


1970년 미국 전역을 뜨겁게 달구었던 여성 해방 운동가들의 인터뷰들이 매회 연재 될 때마다 신문사 '빌리지 보이스'는 온갖 협박 전화와 지지자들의 응원 전화들이 쉴새없이 울렸다.

수 많은 미디어 매체들이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 비비언 고닉에게 달려가 진실의 여부를 판명 해 달라고 빗발치듯 항의를 했고, 의문의 백인 남성들은 그녀의 가족, 친지들의 이름을 알아내 협박을 가하기 시작한다.



기자 비비언 고닉은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비판과 비난을 뒤로 하고 지난 수 세기 동안 고통을 당한 여성들의 자유, 인권을 울부짖는 현장으로 달려갔다.


'대학에 갔지만 학위가 미드 타운의 직장을 구해주지는 못했다. 예술가와 결혼했지만 우리는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 살았다.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14번가 윗 동네에서 내 글을 읽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일류 회사의 문 따위는 열리지 않았고, 휘황찬란한 세상도 내내 멀기만 했다.'


기자 비비언 고닉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을 온전히 이해 하기 위해 현장에서 시위를 벌이는  페미니스트들에게 달려가 '당신들은 혼자가 아니다.' 라는 메시지를 주며 열띤 취재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기사에 담았다.

취재를 나가기 전 비비언 고닉은 자신의 책상 앞에 안톤 체호프의 문장을 단단하게 고정 시켜 놓았다.

'남들은 나를 노예로 만들었지만 나는 내게서 그 노예 근성을 한 방울 또 한 방울 짜내야만 한다.'

지난 10년 동안 이 문장을 응시하며 현장을 누볐던 고닉은 영혼의 노예 상태가 될 때 마다 저 구절을 되새기며 사랑이라는 환상, 공동체라는 환상, 일이라는 환상이 불러 일으킨 상실과 허탈감을 견뎌내며 1970년 세상을 뒤흔들며 강렬하게 들끓어 올랐던 그녀들의 음성을 떠올렸다.


비비언 고닉에게 페미니스트들은 세상과 맞서는데 필요한 검이자 방패였고 삶의 위안과 위로를 주는 존재였지만 1980년대로 넘어가자 단단하게 보였던 페미니스트 연대가 해체 되기 시작했고 서로 연대 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무너져버렸다.




시간은 반세기를 훌쩍 넘어 2006년 여성 사회 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미국에서도 가장 약자인 소수 인종 여성과 아동들이 성폭력, 언어 폭력,감금, 폭행등의 피해 사실을 함께 공유하고 연대해서 세상을 향해 용기 있는 목소리를 내어 추가 발생 피해자들을 막기 위한 운동 '미투 운동(Me Too Movement)'을 시작한다.

그리고 지난 반 세기 페미니즘 물결의 선봉자들의 목소리를 적극 취재 했던 기자 '비비언 고닉'의 이름이 언론과 출판계에 오르내리기 시작한다.


2015년 비비언 고닉이 몸 담았던 신문 '빌리지 보이스'는 폐간 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4년 후 고닉은 애증의 관계였던 어머니에 관한 회고록<사나운 애착>으로 주요 문학상을 휩쓸며 뉴욕타임스가 뽑은 '지난 50년 간 최고의 회고록'으로 선정된다.


마흔다섯 살 딸과 일흔 일곱 살 어머니가 뉴욕의 거리를 걸으며 대화를 나눴던 그곳 ,뉴욕의 한 거리를 어느 새 팔십 세에 접어든 딸이 걷고 있다.

그리고 우연히 들린 약국에서 아흔 살 베라를 만난다.


'그녀는 엘리베이터 없는 인근 4층 짜리 건물에 살고 오래전부터 트로츠칼 의자로 늘 가두 연설이라도 하듯 절박하게 목소리를 드높이는 사람이다.'


조제 중인 처방 약을 기다리는 동안 팔십 세 고닉은 아흔 살 베라에게 그동안 듣지 못했던 소식, 남편의 사망 이후 찾아 온 새로운 사랑, 그리고 이제는 혼자 살고 있음에도 딱히 우울하지 않은 인생 이야기를 듣는다.


굶주림과 전쟁을 피해 미국 땅으로 이주한 우크라이나 이민자 부모에게서 태어난 고닉은 가난한 이민자들의 거주지였던 브롱크스의 다세대 주택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녀는 한 살 씩 나이를 먹어가면서 뉴욕 구석 구석을  탐험하듯 맨해튼 북부와 남부 서부와 동부를 가로질러 다니며 수 많은 이들을 관찰하고 목격했다.


'나는 어린 시절 살았던 공동 주택 이웃들의 우정, 그저 모든 게 상황에 좌우되던 그 관계들을 자주 떠올린다. 필요한 순간마다 말없이 알아주는 마음으로 가득했던 검고 동그란 눈의 여자들...'


서른 다섯이 되기 전 결혼을 두 번 했고, 이혼도 두 번 했던 그녀의 인생에서 사랑은 '궁극'의 순간으로 나타났다.


'우정에는 두 가자 범주가 있다. 하나는 서로에게 활기를 불어넣는 관계고, 다른 하나는 활기가 있어야만 같이 있을 수 있는 관계다.'


비비언 고닉은 20년 지기 친구 레너드를 만날 때면 반나절의 시간을 훌쩍 보낼 정도로 대화가 끊이지 않으면서도 뉴욕이라는 대 도시에서 맺게 되는 인간관계에서 쉽게 '우정'이 싹트지 않는다.

서로의 마음을 빼앗기도 하고 쉽게 내어주기도 하다가 돌연 미세한 감정 선을 건드려서 그 우정이 길바닥에서 우연히 만난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는 사이처럼 되어버린다.


'삶이 불능의 총합처럼 느껴지려 할 때면 나는 타임스 스퀘어까지 산책을 나선다. 세상에서 가장 요령 넘치는 하층민들의 본고장인 그곳에 가면 금세 통찰이 회복된다.'


그녀는 평생 동안 뉴욕에 살면서도 지난 시절의 그들이 어디서 잘 살고 있는지 안부 인사라도 건네고 싶은 마음으로 뉴욕 곳곳을 걷던 중 불쑥 브롱크스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던 이웃 친구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들, 불쑥 말을 거는 사람들과 쉼 없이 대화를 나눈다.


영미 문학계에서 작가들의 작가로 불렸던 '제임스 설터'처럼 에세이와 회고록 분야에서 비비언 고닉은 영국의 버지니아 울프에 비견 되는 문학비평가이자 회고록의 새 장을 열었다고 평가될 만큼 자전적 글쓰기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책들은 일찌감치 절판 되어 일반 서점에서 찾을 수 없었다.


2020년 영미권 에세이와 회고록 출간 리스트에 자전적 글쓰기의 고전으로 재 평가 받은 <사나운 애착>이 올라가자 이 책을 읽고 깊은 감동을 받은 록산 게이, 말랄라 유사프자이 등이 칭송 하면서 비비언 고닉은 이 시대 최고의 회고록 작가로 새롭게 이름을 알리게 된다.

그리고  지난 시절에 출간된 책들이 새 판형으로 출간 되며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되기 시작한다.


80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경제적 여유가 생긴 고닉은 여러 매체 인터뷰를 통해 '세상이 이제서야 나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0년 비비언 고닉은 지난 시절을 회고하는 글과 창작 수업에 관한 글을 발표하는 동안 심장병 수술을 받고 유쾌한 목소리로 회복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던 그녀의 어머니는 아흔 네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불법 낙태를 한다며 십 달러를 빌려 달랬던 이웃집 아줌마가 낳은 딸 역시 세상을 떠났다.

동시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페미니즘 물결에 올라 탔던 1933년생 수전 손택, 1934년 생 조앤 디디온의 목소리도 더 이상 들을 수 없다.

1970년 서른 세 살의 비비언 고닉이 걸었던 5번 애비뉴, 그곳에 몰려 들었던 군중들은 흰색이였다.

하지만 21세기를 지나 2023년의 5번 애비뉴는 검은색과 갈색 군중들로 뒤덮혀 있다.

비비언 고닉은 평생 동안 단 한번도 흰색의 군중, 화이트 컬러 부류가 아닌 항상 블루 컬러들 옆에 서 있었다.

그녀가 걸어 왔던 길에는 불법 체류자, 배우, 범죄자, 반 체제 인사, 게이들, 전문 시위꾼들, 정치 선동자들, 지식인들 그리고 관광객들로 이들 중 절반은  범죄와는 무관하게 살고 있는 사람, 그러니까 비비언 고닉, 자신과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로 오늘도 뉴욕이라는 도시를 걷는 이들이다.



나는 그녀의 글을 학부 시절, 창작 수업에서 처음 만났다.


자전적 글쓰기에 관한 지침서로 각 대학 창작교재로 쓰이고 있는 <상황과 이야기(The Situation and the Story)>에서 비비언 고닉은 이렇게 말한다.


[자서전의 주제는 항상 자기 인식이 우선이지만 실체가 없는 자기 인식이여서는 안된다.

기억력이 뛰어난 이들이 시인이나 작가가 되어 세상에 창작물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이라 가정한다면 일반인들은 이들과 차별 될 수 있게 이런 저런 유명 작가들의 조언이나 철학적 어법에서 벗어난 생생한 어휘로 채워진 자서전을 완성 해야 한다.

좋은 글에는 두 가지 성격이 포함 되어야 하는데 매 페이지 마다 살아 있는 어휘, 실제로 경험하고 목격한 것들로 채워져야 읽는 이들에게 공감을 자아내어 글쓴이의 삶의 여정을 따라 가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 일으킨다.

시인이나 소설가 그리고 회고록을 쓰는 이들 주제를 명확하게 잡지 않으면 독자들의 시선을 붙들지 못한다.

글에는 자신의 경험과 체험, 생각을 솔직하게 담아서 가장 쉽고 명확한 어휘와 문장으로 누구나 읽고 싶게 써야 한다.

작가들마다 각기 다른 어조, 시점, 문체가 있다. 독자들은 첫 문장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전개 될 것인지,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어떤 삶이 펼쳐질지 판단하기에 첫 문장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 라는 걸 고심하는 것 만큼, 자신의 색깔, 어떤 문장으로 써나갈지 부단한 연습과 노력을 해야 한다.

허구의 이야기에서 화자의 역할은 절대적으로 스토리의 중심을 이끌어가면서도 그 또는 그녀가 하고 있는 이야기, 경험등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 작가의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것을 독자들은 알고 있다.

반면, 자서전과 회고록에서 화자는 절대적으로 진실을 이야기 해야 한다. 불명확하게 또는 모호하게 두리뭉실한 문장으로 독자들을 속여서는 안된다.

독자들은 단 몇 페이지만 읽고 알아챈다.

'이 인간이 말하는 게 진짜야.'

'나랑 같은 세대 인데 이런 생각을?' 이라며 문장과 문장, 매 페이지 마다 독자는 자서전 또는 회고록을 쓴 저자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앞으로 나와 함께 써나가는 각자의 회고록이 완성 되면 나는 이렇게 물을 것이다.

'여기 써 있는 것이 사실이였어?, 진짜 네가 경험한 거야?']

                                                                        -비비언 고닉의 '상황과 이야기' 중에서


아니 에르노는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걸 절대로 쓰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 놓고 날카로운 메스로 체험한 것 경험한 것을 날 것의 언어로 도려내듯 썼다면, 비비언 고닉은 자신의 삶을 집요하게 관찰하고 분석해서 타인과 나, 시대와 경험, 감정과 기억을 향해 끊임없이 다가가 말을 걸고 질문 한다.

그러기에 그녀의 글, 자전적 이야기를 읽는 독자들은 한 시대를 살아온 이들의 모습과 세계를 명확하게 떠올릴 수 있다.

그녀가 이야기 하는  세계는 인간의 내밀 하고 모순적인 욕망들이 느껴지고 거대한 도시 속에서 고된 노동으로 지친 이들이 내지르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 들리고 그리고 마음 속에 수많은 익명의 사람들의 삶의 모습들이 스쳐 지나간다.

비비언 고닉은 지난 반 세기 동안 타고난 논쟁자로 어떤 단체에 입장을 대변하는 일이 라면 용감하게 맞섰다.

그녀는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다양한 매체에 기사와 에세이를 써내며 세상이 공격하면 논리적으로 맞받아쳤고 어떤 권력이나 특정 단체 하고도 타협하거나 슬그머니 뒤로 빠지지 않았다.


세월은 흘러 모든 것이 바뀌었다.

2001년 뉴욕 한 복판에서 건물이 무너져 내렸고 그녀는 여러 대학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며 사랑을 했고, 이별을 했고 그리고 혼자 걷고 있다.

고닉은 걸으면서 자신의 지난 삶을 되돌아 보며 고통을 흘려 보냈고 그럭저럭 거대한 도시 속에서 도망치지 않고 하루의 시간을 소중하게 보낸다.




뉴욕 컬럼버스 애비뉴에는 날씨가 좋은 날이면 매일 다양한 공연이 펼쳐 진다.

그곳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구경하는 이들 모두 세상의 한 부분처럼 각기 다른 피부색과 부의 크기로 나눠진 거대한 도시 뉴욕에 몰려든 이들로 공연이 열리는 순간 만큼은 한 곳을 바라 보고 있다.

우리 모두의 인생은 앞을 보며 똑바로 걷지 못한다.

때로는 제자리 걸음을 하거나 주저 하거나, 멈칫거리거나, 멀리 도망쳐 버리거나 그대로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기도 한다.

거리는 밤 낮을 가리지 않고 쉴 새 없이 움직인다.

도시 속에서 숨을 쉬는 이들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도시에서 적절한 균형을 맞추며 살아 가야 한다.


2021년 윈덤 캠벨 문학상 논픽션 부문 상을 수상한 후 뒤이어 발표한 에세이와 비평집, 회고록으로 전미 도서 비평가 협회 비평 부문 후보에 오른 비비언 고닉은 여전히 도시를 걷는다.

그리고 6번 애비뉴 버스에 올라타 아흔에 가까운 승객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7번 애비뉴 정류장에 내린다.

그녀 앞에 불쑥 얼굴을 들이민 한 흑인 남성 '천지가 적이네!'라고 내뱉자, 고닉은 '저야 모르죠' 라고 대꾸한다.

그녀는 걸으면서 머릿속을 비우며 거리의 사람들을 관찰하며 쉼없이 떠오르는  공상에 빠지기도 하고 지난 시절 엄마와 나눴던 대화, 대학 시절에 만났던 친구들, 우연히 알게 된 억만장자 상속인의 딸의 모습을 떠올린다.

쉼 없이 걷고, 생각하고, 상상하고 떠올리는 그녀의 기억 속에 사람들은 서로 사랑했고, 헐뜯었고, 비아냥 대면서도 각자만의 미래를 꿈꾸었다.

그렇게 걸으면서 맞이한 마흔, 오십, 예순, 일흔 그리고 정신을 차려 보니 여든 살,  비비언 고닉에게 앞으로 남아 있는 시간은 몇 년일까...


혼자 남겨진 친구들, 암 투병을 하고 있는 이웃들, 먼 곳으로 떠났던 이들 중에 영영 돌아오지 못한 곳으로 가버린 이들의 모습을 하나 둘 씩 떠올리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본 20년 지기 친구 레너드는 '외로움이라는 습관은 질기기 때문에 쓸모 있는 고독으로 바꾸지 않은 이상 너는 영영 엄마 딸'이 라는 말을 한다.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며 삶의 한 부분을 의지하고 지탱해 줄 사람이 없어도 비비언 고닉은 자신을 진정으로  알아봐 주며  말과 행동을 이해하면서도 지적해주는 친구, 그 모든 친구를 거대한 도시, 뉴욕에서 찾아냈고 만났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발발한 이후로 페미니스트들은 반세기를 주기로 '해방된' 여성,' 자유로운' 여성으로 불려졌지만 비비언 고닉은 이에 동의 하지 않는다.

1897년 남성 작가 조지 기싱이 발표한 소설 <짝 없는 여자들>의 나오는 서른 살의 로다 던은 사랑과 결혼을 노예제에 빗대며 경멸하며 남자와 여자는 그들 자신에게 그리고 서로에게 무엇이 되려 하는지 묻는다.


비비언 고닉은 <짝 없는 여자들>의 로다가 외치는 열정적인 화법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내어 1970년 대 급진 페미니즘의 과격한 분노의 소용돌이 속에서 함께 외치며 현실과 이론의 간극에서  좌절하면서도 걷고 또 걸었다.

2023년 미국 전역에서 폭발 하고 있는 분노와 외침은 권력의 한 축에서는 듣지 않고 있고, 지구 반대편에서 여성을 상대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범죄와 차별은 지난 반 세기 전 1970년대 현실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6월의 어느 날 저녁, 비비언 고닉은 워싱턴 광장에 서서 백 살을 훌쩍 넘긴 오래된 나무, 어린 시절 친구들과 이곳에 왔을 때도  서 있었던 나무를 바라본다.

그 시절 이곳 광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 백인이였다. 그녀는 그 광장을 지나 자신의 삶을 이어주는 길, 도로를 따라 걷는다.

여든 여덟의 비비언 고닉은  계속 걷는다. 아니 누군가와 함께 걷는다.

앞으로 10년, 20년을 더 걸으면 워싱턴 광장을 지키고 있는 그 나무의 나이를 뛰어 넘을 것이다.


나란히, 묵묵히, 끊임없이 걷고 있는 비비언 고닉은 20세기 페미니즘 운동의 한 획을 그었던 이들 중 한 명으로 그리고 21세기 반세기 최고의 회고록을 쓴 작가로 기억될 것이다.


'내게 없어선 안 되는 게 있다면, 바로 그 목소리들이다. 전 세계 도시란 도시에는 골목 돌길이며 허물어진 교회며 유적이 된 건축물마다 민중이 심어있다. 하나같이 몇 백 년 동안 한 번도 파헤쳐진적 없이 그저 켜켜이 포개어 올려진 것들, 뉴욕에서 나고 자란 삶이라는 건 구조물이 아니라 이 목소리들- 그 어떤 목소리도 다른 목소리를 밀어내지 않고 층층이 쌓인 무수한 목소리-을 다루는 고고학과도 같다.'-2015년 비비언고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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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3-03-09 23: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짝 없는 여자와 도시>를 읽게 된다면 비비언 고닉을 소개해주신 scott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

scott 2023-03-09 23:38   좋아요 2 | URL
앞선 출간 된 <사나운 애착>은 그냥 그랬지만(뉴요커 특유의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싫어서 ㅎㅎ) 이 책은 정말 좋았습니다
만약에 제가 오랜 세월 살았던(한 때) 도시를 걷는다면 이라는 상상을 할 정도로 시대의 목소리, 지성이 넘치는 문장으로 독자들의 머리통을 후려 치게 만든 책입니다 ^^

2023-03-09 2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09 2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10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10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3-03-11 0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cott 님은 비비언 고닉 일찍 알았군요 길을 걸으면 지난 일이 떠오르기도 하지요 비비언 고닉은 걸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글로 썼네요 그때가 그립기도 하겠습니다 그런 기억이 있어서 살아가는 건지... 좋은 것만 있지는 않았겠네요

scott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2023-03-11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3-03-11 11: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비비언 고닉 에세이 한 권만 사다 놓았었는데, 다른 분들의 리뷰를 읽으니 읽고 싶다! 생각이 들었는데, 스콧님 글도 읽어야겠다!란 생각이 드네요^^

2023-03-11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3-03-11 14:00   좋아요 1 | URL
~~~공연을 한다. 제목이에요.
리뷰는 안 써도 고닉의 도시 이야기랑 사악한 애착 이야기 두 권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네요.^^

2023-03-14 1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14 15: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목련 2023-03-14 1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비언 고닉에 대한 풍부한 글이네요. 책 전체의 흐름을 알려주는 스캇 님의 리뷰, 사진과 정보가 첨가된 멋진 리뷰를 통해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뉴욕이 펼쳐집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scott 2023-03-14 11:03   좋아요 0 | URL
고닉의 글을 읽다보면 그 시절 그곳의 사람들과 함께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문장이 살아 숨쉬죠

봄날 목련님도 고닉과 함께 걷고 읽고 쓰고 ^^

그레이스 2023-03-18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약국에서 약을 기다리는 동안 그들의 대화는 우울한 내용은 너무 재밌게 그렸어요
결국 그들 대화를 듣던 그 옆에 남자가 함께 큰 소리로 웃는 모습은 그냥 한컷의 만화나 영화의 한장면으로 다가왔어요
보고 또 펼쳐 보게 되는 페이지!

2023-03-19 0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도 문구점에 갑니다 - 꼭 가야 하는 도쿄 문구점 80곳
하야테노 고지 지음, 김다미 옮김 / 비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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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문구류와 얽힌 추억은 하나씩 갖고 있을 것이고 어린 시절 부모님이 주신 용돈으로 스스로 '현금' 거래를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문구점으로 그곳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 부터 시간의 마법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린다.

문구류는 누군가에게 선물 받기 보다 내 눈으로 직접 보며 시간을 들여 고른 제품들이여야 언제 어디서든지 사용하게 될 정도로 사람에게 가장 밀착된 애착 아이템들이다.

아이패드, 노트북, 그리고 스마트 폰에 다양한 쓰기 와 그리기 기능은 정교함을 뛰어 넘어 자유자재로 이미지를 넣고 파일을 첨부 시키고 영상을 재생 하며 입체적인 필기 노트를 장착한 정교하면서 영리한 기기들로 인해 점점 손으로 쥐는 펜과 연필 그리고 종이 노트와 각종 메모지들과 멀어지게 된 시대에 오로지 한 도시에서 문구점만 순례 하는 문구 덕후가 있다.


여행 일기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하야테노 고지는 '문구 없이 삶도 없다'라는 모토로 살아가는 문구 덕후로 웹 매거진 <매일, 문방구>에 정기적으로 일러스트를 그리고 칼럼을 쓰고 있다.



자신의 일 때문에 문구점 주인들과 사적인 교류는 물론 개인 주문까지 할 정도로 일상의 모든 것을 문구점에서 찾는 문구 덕후 하야테노 고지가 알려주는 독특한 개성이 넘치는 도쿄 문구점을 따라가 보자.


가장 먼저 문구점에 들어 가면 보이는 상품 진열과 가게 분위기를 잘 살펴서 어떤 테마를 중심으로 문구류를 팔고 있는지 체크해야 한다.


문구점 가게 마다 각기 다른 콘셉트가 있어서 눈길이 가는 상품 뿐만 아니라 테스트용 샘플 제품, 신상품, 어디에서도 구하기 힘든 희귀 아이템을 찾아 볼 수 있는 곳인지 확인해야 한다.

일반적인 문구점은 필기구, 사무용품 코너와 카테고리별 코너 이렇게 세 가지로 구역을 정해 놓고 각각 자신들의 가게에서 판매 되고 있는 상품 중에 집중적으로 팔고 있는 제품들, 학기 시즌 별 제품, 한정 상품, 계절 아이템 그리고 세일 상품들이 판매 되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브랜드의 로드숍과 백화점이 몰려 있는 긴자 지구에는 건물 전체가 문구류만 팔고 있는 대형 문구점이 많은 곳으로 어느 문구점에서 시간을 보낼지 정해야 할 정도로 빠른 시간 안에 구경하고 구입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긴자 이토야 > 본점 같은 경우에는 1904년에 창업한 역사가 오래된 문구점으로 1층에는 드링크 바가 2층에는 편지 코너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고급 만년필을 대여 해주고 편지 엽서를 보낼 수 있는 우체통까지 설치 되어 있다.

3층에는 고급 필기구 4층에는 각양 각색의 수첩들로 가득차 있고 5층에는 각종 샘플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맨 꼭대기 층은 카페 레스토랑으로 여기서 직접 재배한 채소들로 만든 샐러드와 샌드위치, 쥬스를 판매 하고 있다. 그야말로 문구를 좋아해서 들어간 공간에서 하루 종일 먹고, 마시고, 사진 찍고 편지를 쓸 수 있는 곳이다.

긴자 구역 문구점은 직접 자신들이 제작한 자사 종이를 판매 하거나 기능과 디자인을 직접 도안한 제품들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이 많다.


1663년 교토에서 문구점을 개업한 <도쿄 규쿄도>는 에도시대 도쿄로 수도를 옮긴 후 이곳에 분점을 차리고 1982년 그 자리에 건물을 세워서 오로지 서예와 관련된 도구와 제품들 그리고 향도를 판매 하고 계절 별로 다양한 옛 편지지와 봉투 그리고 만년 붓, 족자를 제작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오테마치 지역에는 일찌감치 문호를 개방하고 해외 문물을 받아 들이면서 문을 열기 시작한 문구점들이 여전히 대를 이어서 영업하는 곳이 몇 군데 남아 있는 곳으로 유럽에서 생산된 제품은 물론 일본의 오래된 철도 역사를 담고 있는 독특한 문구점도 있다.


지하철 역마다 자리 잡은 문구점은 서적까지 판매해서 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이들의 발길을 머물게 하고 오로지 여행과 관련된 문구류와 기타 물품만 파는 실용적인 가게도 있다.

신주쿠 지역으로 넘어가면 젊은 시절 문구점 회사 직원으로 일하다가 일찌감치 회사를 나와 자신이 직접 개발하고 제작 주문한 문구류를 판매 하는 곳이 있다.

신주쿠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문화 학원 대학' 일명 문화 복장 학원이 있어서 의상 디자인과 미술 디자인에 관련된 문구류와 기타 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 하는 곳이 많다.

패션업이나 미술 갤러리 큐레이터 출신들이 차린 문구점은 다양한 잡화까지 판매 하면서 고객들이 직접 써보고 그리고 채색할 수 있는 체험 공간 까지 마련 되어 있다.


도쿄에서 가장 유명한 '책의 거리'가 있는 JR야마노테 선이 지나가는 구역은 와세다 대학으로 가는 방향과 메이지 대학이 있는 유명한 헌책 방 밀집 지역인 진보초를 지나 갈 수 있는 곳으로 최초로 서양 종이를 판매했던 문구점과 유럽과 처음 문호 개방을 했을 때 유럽인이 직접 문을 연 문구점까지 있는 곳이다.

문구 디자이너 장인들은 물론 과거의 공산국가 시절에서 판매 되었던 유럽산 제품 그리고 작가들이 가장 자주 찾는 문구점 까지 있고 카페와 다양한 식당들이 즐비 한 곳이여서 이 지역은 하루 일정으로 둘러 보기에 부족할 정도로 볼거리 먹을 거리가 많은 곳이다.


에도 시대 부터 전문 기술자들이 모여 살았던 구라마에와 아사쿠사 지역은 일명'제작의 거리'로 알려 질 정도로 이곳에 있는 문구점은 고객들이 직접 제작 할 수 있는 실용적인 아이템들을 팔고 있다. 자신만의 취향을 담은 노트를 만들 수 있고 그림책도 만들 수 있어서 아이의 손을 잡고 이곳을 찾는 부모들이 많다고 한다.


도쿄의 각 지역의 문구점 주인들은 제각기 다른 이유로 문구점을 열었는데 가업을 이어서 10대째 오로지 문구류만 팔고 있는 노포들 부터 예술직에 종사했다가 창업한 이들, 10대 시절 부터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사 모은 문구류를 끌어 안고 살다가 결국엔 문구점을 열게 된 이들 그리고 더 이상 영업 하지 않은 폐가가 된 옛 문구점을 인수 해서 직접 제작한 문구류를 판매하는 곳까지 문구점 주인 마다 각양각색의 사연을 품고 있다.


조상 대대로 종이를 제작한 집안의 손녀는 오로지 장인이 제작하는 명품 종이만 판매해서 유럽에서도 주문이 들어 올 정도로 전 세계 종이 컬렉터들이 반드시 한 번은 들리는 문구점도 있다.


2010년에 들어선 문구점들은 카페와 휴식 공간, 편지 쓰는 공간, 사진 찍는 공간을 갖춰 놓고 다양한 아이템을 판매 하면서 고객의 발길을 최대한 오래 머물 수 있는 판매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도쿄에는 여전히 문구점 주인들의 개성과 취향이 담긴 다양한 문구점들이 즐비 하다.


학생 시절 가방 속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 필기 도구와 노트들로 어떤 필기류와 노트를 만나는지에 따라서 학습의 집중력이 달라질 정도로 문구류마다 각기 다른 기능과 독특한 매력이 있다.


나는 문구 덕후, 마니아는 아니지만 여전히 다양한 펜촉과 그립감을 갖춘 만년필만 보면 눈을 떼지 못하면서도 서랍에 쟁여 둔 잉크들 중 상당수는   열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만년필이나 기타 펜으로로 무언가 끄적이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그럼에도 문구점에 들어서는 순간 코 끝에서 느껴지는 나무 향기, 연필심의 흙 향기 그리고 고급스럽고 단정한 색으로 펼쳐진 그 공간에 오래도록 구경하는 걸 좋아 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엔 도쿄에 이토록 개성이 넘치는 문구점이 있었는지 몰랐다.

진보초 거리를 걸을 때도 문구점보다 책방 그리고 다양한 먹거리를 파는 가게로 발 길을 돌렸었다.

문구류 주문도 앱으로 하는 시대지만 가끔씩 문구점에 들려서 자신이 좋아하는 문구들을 발견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일본 도쿄에 간다면 오로지 문구점만 순례 해도 재밌는 추억을 쌓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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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2-15 23: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쿄에만 꼭 가야하는 문구점이 80곳이라면 그것만 다 돌아봐도 엄청난 시간이 들겠네요. 거의 오타쿠급의 매니아가 아니라면 그정도는 힘들듯요. 그래서 어딘가를 지나다가 예쁘고 독특한 문구점이 있으면 꼭 들러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다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저도 그렇고요. ^^

scott 2023-02-16 00:18   좋아요 3 | URL
다들 어쩌다 들려서 기념으로 사는데
실제로 도쿄 문구점에는 한국에서 수입하지 않는 것들이 많아서
건축가나 예술가들은 한달에 꼭 한 번은 간다고 합니다.

희선 2023-02-16 01: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본은 문구점도 오래된 곳 많군요 대를 이어서 하다니... 문구점에서 여러 가지를 할 수 있게 했다니 그런 곳은 한번 가면 쉽게 나오기 어렵겠습니다 도쿄에 있는 문구점 여든 곳을 소개하는군요 문구점 좋아하는 사람은 일본에 갈 때 이 책 가지고 가면 좋겠네요


희선

scott 2023-02-16 10:39   좋아요 1 | URL
백년 가업을 이어가는 것도 대단하지만 일본인들은 여전히 앱주문하지 않고 직접 찾아가서 구매 하는 이들이 아주 많다고 합니다

문구 덕후가 아닌데 막상 일본 가면 사고 싶은 문구가 많아서 갈 때 마다 주섬 주섬 ^^

책먼지 2023-02-16 09: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이 생산성 뭐예요!! 어려운 책만 올리면 힘들어할까봐 난이도 조절까지 해주심!!! 저도 쓰지도 않으면서 만년필, 잉크, 연필 모으는 타입이라 써주신 글 무척 즐겁게 읽었습니다!! 여행 가고 싶네요.. 문구 테마 아니라도.. 도쿄 아니라도.. 어디든! 당장!! ㅠㅠ (책장 공개 전에 차근차근 문구 공개부터 하시는 건가요?!!)

2023-02-16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16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16 15: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olcat329 2023-02-16 0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일본 가고 싶어지네요. 문구점 순례 여행이라니 생각만해도 기분좋아집니다.

scott 2023-02-16 10:42   좋아요 0 | URL
그쵸! 문구 덕후 아니더라도 도쿄 문구점에 가면 포스트 잇 한팩이라도 살것 같습니다 ^ㅎ^

새파랑 2023-02-16 1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새 동네 문방구는 많이 없어지고 오피스 디포만 많던데 ㅋ 일본은 이런 아기자기한게 좋더라구요~!! 알라딘 우주점에도 문구류 많던데 ㅋ

연필시리즈 예쁘네요 ^^

scott 2023-02-16 16:02   좋아요 1 | URL
알라딘 우주점 문구류가 이제 커피 마시는 곳 까지 점령해 버렸습니다
저는 언제나 그곳은 패쑤^^

거리의화가 2023-02-16 15: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구 덕후인데 처음이자 마지막인 도쿄 여행은 너무 짧은 일정이라 문구 순례는 하지를 못했어서 아쉬워요ㅠㅠ 가면 문구보며 눈이 저절로 돌아갈 듯합니다. 이 책 그림체도 귀엽고 너무 좋네요!ㅎㅎㅎ 저도 만년필 몇 자루 갖고 있어요. 라미도 한 2~3자루 갖고 있는 것 같고 만년필도 욕심 가지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더군요ㅠㅠ

2023-02-16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즐라탄이즐라탄탄 2023-02-19 16: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쿄에 가본적은 없지만 스콧님의 글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scott 2023-02-19 18:47   좋아요 1 | URL
일본인들이 이토록 문구류를 애정하는지 몰랐습니다
아마도 한국보다 앱마켓이나 스마트폰(여전히 2쥐폰 쓰는 이들도 많은) 보급율이 낮아서인지도 ㅎㅎㅎ

이 책으로 저도 도쿄 문구점을 눈구경 했습니다 ^^
 
리스본행 야간열차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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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기차에서 처럼, 내 안에 사는 나. 내가 원해서 탄 기차가 아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아직 목적지조차 모른다. 먼 옛날 언젠가 이 기차 칸에서 잠이 깼고, 바퀴 소리를 들었다. 난 흥분했다. 덜컥거리는 바퀴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머리를 내밀어 바람을 맞으며 사물들이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속도감을 즐겼다. 기차가 멎지 않기를 바랐다. 영원히 멈추어버리지 말기를, 절대 그런 일이 없기를.'


학교를 바꾸고 새로운 도시에 마음을 붙이는 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대학 도시여서 곳곳에서 만나고 부딪치는 이들 모두 각기 다른 학부 과정에 다녀서  서로 전혀 알지 못해도  펍이나 콘서트 장 클럽에서 만나면 곧바로 친구가 되었다.

한 친구를 사귀니 그 친구들의 친구가 되었고 서로 어려운 일이나 도움이 필요 할 때면 언제든지 달려와 주는 친구들이 내 주변을 에워쌌다.

엄청난 포부와 원대한 계획을 품고 새로운 출발을 위해 학교를 옮겼던 나는 친구들과 어울리는데 정신이 팔려서 수업이나 세미나 시간에 자주 지각을 했고 튜터링 타임에서 준비 부족을 지적 받았고 서서히 제출 하는 과제들을 다시 제출 하라는 경고를 받게 되었다.

입학 당시 면접 점수에서 만점을 주었던 학과장은 자신의 수업 시간에 단단히 나의 수업 태도나 정신 상태를 지적 했고 모든 발표 수업 때마다 충격의 학점을 날리며 겁을 주었다.

그 학과장 수업을 듣는 모든 학생들도 나와 비슷한 상황이였기에 당시 내 스스로의 문제점을 직시 하지 못했고 함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그 학과장을 험담 하면 나도 그들 틈에 끼여 들었다.

사건의 발달은 기말 시험을 앞 둔 마지막 수업 당일, 학부의 최고의 우등생이자 지역 신문 헤드라인에도 얼굴이 나오는 학생이 돌연 학과장이 수업에 들어 오기 전 우리 모두 도망쳐 버리자 라고 외쳤다.

그날 이른 아침 일기 예보에서 폭설로 인해 고립 될 수 있다며 각별히 주의 하라는 예보가 있었고 그 날 우리 모두 눈의 도시에 갇혀 있었다.

밤사이 내린 눈은 무릎 까지 차 오를 정도로 쌓여서 우리는 어마 어마 하게 쌓인 눈을 치우느라 캠퍼스 곳곳에 세워진 눈 벽을 지나 기차역을 향해 달려 갔다.

기차 역까지 가는 동안 버스 안에서 지독할 정도로 혹독하게 추운 영국 날씨 탓을 하며 매일 맛 없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 우리 청춘의 인생이 불쌍하다며 서로를 위로 했고, 친구의 고향, 따스하고 맛있는 요리가 있는 스페인, 이베리아 반도로 향하고 있다는 꿈에 부풀러 있었다.

늦은 밤 우리 일행이 세비야에 도착 하자 친구 부모님은 엄청난 눈 폭설을 뚫고 온 우리에게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을 차려 주셨다.


'여행은 길다. 이 여행이 끝나지 않기를 바랄 때도 있다. 아주 드물게 존재하는, 소중한 날들이다. 다른 날에는 기차가 영원히 멈추어 설 마지막 터널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다.'


세비야의 따사로운 햇살, 정겨운 사람들의 정취는 매서운 바람과 햇살이 비추는 경우가 극히 드문 12월의 영국과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늑했다.

세비야가 고향인 친구가 그동안 자주 만나지 못했던 친척집들을 찾아 다니는 동안 우리는 리스본으로 향하는 야간 열차에 올라 탔다.

수업을 건너 뛰고 눈 폭설을 뚫고 이베리아 반도를 지나 밤의 공기를 마시자 드디어 유럽의 끝, 리스본에 도착했다.

우리는 그곳을 리스본이라 불렀고 그곳 사람들은 리스보아라 불렸던 그곳, 포르투갈


'우리 인생은 바람이 만들었다가 다음 바람이 쓸어갈 덧없는 모래알, 완전히 만들어지기도 전에 사라지는 헛된 형상.'


일곱 개 언덕을 향해 올라가는 노란색 트램에 올라탄 우리들은 저 멀리 바다 건너에 있는 눈 속에 파묻혀 버린 학교도 잊어버렸고 학과장의 엄중한 수업, 그의 시험을 통과 하지 못하면 졸업은 꿈도 꾸지 못한다는 경고도 잊어 버렸다.

트램 안에서 친구들과 함께 신나게 떠들며 웃고 있었던 나, 당시 내 배낭 속에는 수업 준비 자료와 책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그들과 함께 리스본의 공기를 마시며 따사로운 햇살 아래에서 행복함을 느끼면서도 그토록 바랬던 학교로 무사히 옮길 수 있게 해준 학과장의 얼굴이 스쳐 지나가면서 내 앞날의 커다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있었다.

여기 또 다른 한 명, 이십 대의 나처럼 , 리스본행 야간 열차에 올라탄 사람이 있다.


스위스 베른의 한 학교에서 고전 문헌학을 가르치는 라이문트 그레고리우스는 출근길에 자살하려는 한 여자를 만난다.

그레고리우스는 말이 안 통하는 그녀에게 모국어가 뭐냐고 묻자.


“포르투게스”.

라고 답하는 그녀의 이 한마디를 들은 그레고리우스는 즉각 헌책방으로 달려가 포르투갈 작가 아마데우 드 프라두의 책 ‘언어의 연금술사’를 산다.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한 세기 전의 작가 프라두가 던진 이 질문을 읽은 그레고리우스는 매일 똑같은 시간에 출근해서 수 십 년 동안 똑같은 수업을 가르치는 자신의 삶에 답답함을 느낀다.


[그레고리우스는 옛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으레 그러듯 천천히 조심스럽게 책을 넘기다가 저자의 사진을 발견 했다. 그 남자는 삼십 대 초반 정도로 보였다. 지적인 외모였다. 자신감과 자의식으로 빛나는 인상에 그레고리우스는 넋을 잃었다.]


프라두가 쓴 책, 포르투갈어를 이해 하고 읽기 위해 그레고리우스는 어학교재를 놓고 매일 사전을 찾아 가며 자신의 인생에  질문을 던진 작가 프라우드의 언어를 하나 씩 해독해 나가기 시작한다.

그레고리우스는 포르투갈어를 배우면서 수 십 년 동안 자신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던 라틴어, 그리스어, 히브리어의 진부한 단어들, 정교하면서 꽉 짜여진 틀에 맞춰진 답답한 문법의 찌꺼기를 밀어 내고 새로운 언어, 새로운 말이 품고 있는 어감으로 자신의 삶을 응시 하기 시작한다.

그는 자신의 모국어를 버린 다거나 반 평생 동안 연구하고 가르쳤던 고전 문헌학을 포기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포르투갈어로 쓰여진 프라두의 글을 읽을 때 마다. 마음 속에 일어났던 분노가 가라 앉았고 수년 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압박감에서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

드디어 그는 학교에 휴직계를 내고 유럽 지도를 펼쳐 든다.

 어떤 기차를 타고 어떻게 리스본으로 갈지 메모하고 예약하고 그리고 프라두의 책을 챙겨 넣고, 리스본행 야간 열차에 올라 탄다.

그의 배낭 속에는 빛바랜 포르투갈의 귀족 사진이 들어 있는 프라두의 책, 포르투갈어 초보자를 위한 교재만 들어 있다.

그레고리우스는 그동안 행복한 척, 기쁜 척 하느라 자신의 거의 모든 삶에서 자신만의 온전한 삶을 살아 보지 못했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단 한번 주어지기에 그는 이제 삶의 행로에서 벗어나 리스본으로 향하고 있다.


'익숙한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이 격렬한 내적 동요를 동반하는 요란하고 시끄러운 드라마일 것이라는 생각은 오류다. '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여러가지 요인들이 작동한다.

그 요인들은 부모나 형제, 친구, 스승일 수도 있고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이들, 경험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그레고리우스의 인생의 방향을 바꾸게 만든 건 '책'으로 그는 프라두라는 작가의 삶의 궤적을 추적하면서 과거의 시간 속으로 들어간다.

엄격한 판사 아버지와 항상 아들이 최고가 되기 만을 바라는 어머니 아래서 자란 프라두는 최고의 교육을 받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법학 공부에 몰두 한다.


‘부모들이 지닌 의도나 불안한 윤곽은, 완벽하게 무기력하고 자기가 어떻게 될지 전혀 알지 못하는 아이들의 영혼에 달군 철필로 쓴 글씨처럼 새겨지지.’


아들 프라두는 포르투갈의 살라자르 독재정권에서 판사를 지내는 아버지에 대해 심한 반발심을 품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아버지에게 어떤 항의 조차 못한 채 지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치료하기 위해 의대에 진학한다.

하지만 프라두는 무고한 학생들 시민들이 무자비한 권력 앞에서 피를 흘리면서 죽어가는 걸 목격하는 동안 귀족이라는 신분, 가문의 명예를 위해 거리로 나가지 못한 자괴심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영원히 죽지 않기를 진심으로 원하는 사람이 과연 있으랴? 누가 영원히 살고 싶어 할까?

시간에 아름다움과 두려움을 부여하는 것은 죽음이다. 시간은 죽음을 통해서 만 살아 있게 된다. 모든 것을 안다는 신이 왜 이것은 모르는가? 견딜 수 없는 단조로움을 의미하는 무한으로 우리를 위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프라두가 의사의 사명감과  신념으로 병원 앞에서 죽어가고 있는 비밀 경찰 멘드스를 살려내자 이웃 사람들은 수많은 사람을 죽인 독재 정권의 하수인을 살렸다고 비난하며 그의 얼굴에 침을 뱉는다. 

프라두는 수 많은 생명을 짓밟은 이를 살려낸 자신의 죄를 속죄하는 마음으로 저항운동에 투신하지만 결국 이로 인해 그의 인생은 죽음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사람들이 어떤 한 사람에 대해 하는 말과, 한 사람이 자기 자신에 대해 하는 말 가운데 어떤 말이 더 진실에 가까울까?’ 

'다른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리스본의 거리 곳곳을 헤매고 있는 그레고리우스 

"오늘 오전부터 제 인생을 조금 다르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문두스 노릇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새로운 삶이 어떤 모습일지 저는 모릅니다 만, 미룰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시간은 흘러가 버릴 것이고, 그러면 새로운 삶에서 남는 건 별로 없을테니까요." 


그레고리우스의 인생도 반세기 전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프라두로 인해  전혀 다른 인생의 행로를 걷게 된다.


[그레고리우스는 아마데우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의 말에서 흘러나오는 들끓는 용암을 느끼고 싶었다. 프라두의 책을 꺼내 사진에 손전등을 비추었다. 처음 열정이 재단의 촛불과 그 환한 불빛 속에서 감히 접근할 수 없게 보이던 성서의 말씀을 향했던 소년, 그러다가 그는 다른 책들에서도 언어를 발견했고 그 언어는 그가 낯선 모든 언어를 곰곰이 생각하고 자기만의 언어를 버릴 때까지 그의 안에서 무성하게 자랐다.]




그레고리우스는 부유하고 명망 높은 가문 출신의 프라두가 자신의 의지와 전혀 다른 인생의 길을 걸었던 여정을 뒤 쫓아 가면서 어린 시절 죽을 뻔한 자신을 살려준 오빠에게 강박적인 사랑을 품고 살아온 여동생 아드리아나, 아마데우 프라두가 독재에 저항하는 운동에 참여하면서 만났던 동료들, 그의 오랜 친구, 그가 사랑했던 여인들을 찾아 내 역사에서 사라져 버린 프라두의 삶의 퍼즐들을 하나 씩 맞춰나간다.


'삶이 완전하지 못할 거라고 미리 생각만 해도 이마에 땀이 솟는다. 완전한 삶, 그건 과연 뭘까?


그레고리우스에게도 문헌학자가 아닌 다른 삶을 살 기회가 한 번 주어진 적이 있었다. 

그는 중등학교를 졸업한 후 페르시아의 도시, 이스파한으로 건너가 동양학자가 되려는 열망에 불타 올랐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한 페르시아의 이스파한은 척박한 도시로 한 낮에는 사막에서 불어 오는 엄청난 열기를 동반한 모래 바람으로 인해 제대로 걷거나 움직일 수 조차 없었다.

게다가 어떤 기술도 없는 오로지 공부만 하는 학생 신분으로 마땅한 일자리를 얻지도 못했기에 그는 자신의 꿈을 포기 해버렸다.

그레고리우스는 30년 동안 항상 우산을 쓰고 정확히 8시 15분 전, 학교와 연결되는 키르헨펠트 다리를 지나 똑같은 학교에서 똑같은 수업을 시작했다. 

그는 30년 동안 교사로 단 한 번 실수한 적도, 비난 받을 일을 한 적도 없이 살았다.

'아마데우 이나시오 드 알메이다 프라두'라고 적혀 있는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책을 읽기 전 까지 그레고리우스의 인생에는 어떤 파도도 치지 않았고 어떤 변화도 없었다.


'침묵하고 있는 경험 가운데,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삶에 형태와 색채와 멜로디를 주는 경험들은 숨어 있어 눈에 띄지 않는다.'


1974년 독재 정권과 식민지 정책에 대한 반발로 일어난 포르투갈의 카네이션 혁명 시대에 인생은 정해져 있는 대로 사는 것이라 생각해왔던 귀족 가문 출신의 의사 프라두가 의사로서의 사명과 신념을 져버리고 독재 정권의 하수인인 비밀경찰이 죽게 내버려 두었다면 그의 인생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을까?


“정말 영원히 산다면 의미가 있는 일이 하나라도 있을까? 우리는 시간을 계산하지 않아도 되고, 놓치는 것도 없으며, 서두를 필요도 없다. …. 회복할 시간이 얼마든지 있으므로 수없이 많은 실수도 영원 앞에서는 무가 되고, 뭔가 후회한다는 것도 무의미해진다.”




한 순간의 선택은 타인에게 나의 영혼을 엿보기를 잠시 허용하는 것으로 그레고리우스는 프라두의 삶의 행적을 추적하면서 자신을 향해 달려 오고 있는 삶의 불안, 도저히 스스로의 인생을 되돌아 볼 시간 조차 없이 하루 하루 주어진 인생의 쳇바퀴를 돌리는데 허비 해버린 자신의 소중한 시간들이 사라져버렸다고 생각한다.

프라두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투영 시켰던 그레고리우스

그는  세상의 끝 피니스테레에서 어부들을 만나 어부들에게 자신의 삶에 만족하냐고 묻자

한 어부는 이렇게 대답한다.

“만족하냐고? 다른 삶은 모르는 걸!”

누구에게나 삶은 완전하지 않고, 만족스럽지 않다. 그렇기에 우리는 만족한 삶을 위해 완전함을 쫓는 건지도 모른다.


리스본의 낮과 밤은 따스함과 흥겨움이 공존 했다.

친구들이 영국과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값싼 음식과 와인에 취해 있는 동안 나는 틈틈이 메모를 했고 기록했고 그리고 늦은 밤 숙소로 돌아와 시험 준비에 몰두 했다.

이번 시험을 통과 하지 못한다면 다음 학기에 진학 하지 못하고 나의 스무 살 인생의 열차는 이곳 리스본에서 멈춰 설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자신에 대해 정말 알고 싶은 사람은, 쉬지 말고 광신적으로 실망을 수집해야 한다. '


나는 매일 밤, 리스본의 태양이 사라지면 전공 서적을 통째로 집어 먹을 태세로 달려 들었다. 

한 낮에 친구들과 이동 중에도 전공 서적의 내용을 입으로 중얼 거렸고, 콘서트 장에서도 식당에서도 중얼거리며 머릿속으로 책 내용을 전부 밀어 넣었다.


'젊은 시절 우리는 자기가 불멸의 존재라고 생각하며 산다. 죽을 운명이라는 인식은 종이로 만든 느슨한 끈처럼 우리를 감싸고 있어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 인생에서 이런 상황은 언제 바뀌는 가?'


한국을 떠나기 전 나의 스무 살은 영원 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은 영원히 멈추지 않았고 리스본의 시간도 서서히 끝나갔고 시험 날짜는 코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리스본을 떠나야 하는 시간이 다가 오자 친구들은 돌연 인생의 한 번은 킬리만자로에 올라가야 한다며 남아공으로 가자고 부추기기 시작했다.


'우리는 시간 상으로만 광범위하게 사는 것이 아니다. 공간적으로도 눈에 보이는 것들을 훨씬 넘어서 살고 있다. 우리는 어떤 장소를 떠나면서 우리의 일부분을 남긴다.'


나는 리스본을 떠나는 날 기차역에서 버킷 리스트에 '킬리만자로에 올라가기' 라고 수첩에 적어 넣고 열차에 올라탔다.

12월 기말 시험 기간에 친구들은 남아공 킬리만자로에 올라갔고 나는 두 눈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내 뿜는 학과장과 단 둘이 마주 앉아 튜토리얼 시험을 보느라 진땀을 흘렸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소망과 생각을 스스로도 모를 때가 많고 다른 사람이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때도 있다.'


인생의 여정은 길다. 어떤 시절의 여행은 영원히 끝나지 않기를 바랄 때도 있지만 어떤 시절의 여행은 떠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후회감 만 남기기도 한다.

스무 살 내 인생의 기차가 통과 했던 시절은 때로는 눈 속에 파묻혀서 옴짝달싹 할 수 없을 정도로 길고 긴 터널처럼 끝도 보이지 않았고 어떤 태양빛으로도 녹아내릴 것 같지 않을 정도로 앞이 보이지 않았다.


'영혼의 파도가 우리 자신보다 강하고 그 파도를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면, 칭찬과 비난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단순히 운이 좋았다 거나 나빴다고 말하지 않는가? 이 파도는 우리보다 강하다. 그것도 언제나.....'


킬리만자로 봉우리에 쌓여 있는 눈 맛을 느끼고 돌아 온 친구들은 이듬해 봄, 나와 같은 수업을 듣지 못했다.

나는 학교에서 리스본 행 야간 열차를 타고 돌아 와 시험을 무사히 통과 하고 예비 석사 시험 준비 자격을 얻은 학생으로 알려졌다.

학년이 뒤로 밀려난 친구들은 그해 겨울 지독한 영국 땅에 갇혀 있었다면 나에게 그런 행운이 없었을 거라며 농담처럼 말했다.


유럽의 끝, 피니스테레에 다다른 그레고리우스는 자신의 인생은 비로소 이곳에서 다시 출발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다.

그는 이제 남아 있는 돈으로 에스파냐어를 배워서 영웅의 도시에서 살며 에스피노자의 강의를 듣고 여러 수도원의 역사를 공부 하며 남은 여생 동안 프라두가 남긴 글을 전부 번역하기로 결심하며 천천히 속도를 내지 않은 채 역마다 멈춰서는 완행 열차에 올라탄다.



만일 나에게 리스본으로 돌아갈 시간이 주어진다면 배낭 속에 어떤 것을 넣게 될까?



'인생은 우리가 사는 그것이 아니라,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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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2-12-19 0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월드컵 결승전 시청 중에 전반전 끝나서 잠시 들렀어요. scott님 유려한 스토리텔링에 점점 빠져 긴 글을 읽고 나니 후반전 시작되어 있네요.
사진이 주는 느낌이 참 좋고요, 인생은…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 여운이 길게 남네요. 그래서 더 좋은 느낌입니다. ^^
scott님 긴 페이퍼 남기고 기진맥진 하셨을 것 같아요. ㅋㅋㅋ 편안히 주무세요~ ^^;
저는 다시 월드컵 시청하러 고고~ ^^

scott 2022-12-19 10:12   좋아요 2 | URL
저도 새벽 월드컵 결승 시청 중이였습니다
메시가 축구의 신화를 다시 쓴 神이 되었네요

리스본행은 출간 되자 마자 읽었었는데 그땐 넘 어려서 무슨말인지 몰랐습니다
이번에 다시 읽다 보니 지난 시절이 주마등처럼 ㅎㅎ

주인공 그레고리우스가 만났던 어부의 말 처럼
다른 삶은 모르기 때문에 현재의 삶에 안주 하며 산다고 상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거서님 오늘 날씨 주말 보다 더 춥게 느껴집니다
감기 조심 하시고
건강 잘 챙기세요
오늘 하루 포근, 따숩게 ^^

희선 2022-12-19 02: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설이지만 실제로 그레고리우스 같은 사람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책 한권으로 삶이 아주 바뀐... 저는 아니군요 그저 보기만 하고 그걸로 끝이니... scott 님은 스무살에 기억에 남을 일이 있었군요 리스본에도 가시고 그런 기억이 있어서 이 책을 봤을 때 더 가깝게 느껴졌을 것 같습니다


희선

scott 2022-12-19 10:14   좋아요 2 | URL
그레고리우스가 아마도 이 책의 저자의 모습이 많이 반영 된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철학 법학을 공부 한 교수이고

책에서 공부 과정이 상세하게 나오거든요

리스본 그 이후에도 가서 좋은 추억 많이 쌓았는데
첫 번째 리스본에 도착 했던 그 흥분 된 순간은 어느 도시에서도 느껴 본 적 없는 특별한 감정이 였습니다


희선님 오늘 하루 건강하게 행복하게 보내세요 ^^

bookholic 2022-12-19 08: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늘 그렇듯 Scott님의 경험담이 소설보다 더 재미있고 더 소설 같아요..^^
따뜻한 하루 되십시오~~

scott 2022-12-19 10:15   좋아요 2 | URL
킬리만자로 가기 전에 약간의 모험이 있었는데
그 이야기는 생략! ㅎㅎㅎ

북홀릭님 한 주 시작 따숩게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

오거서 2022-12-20 19:41   좋아요 2 | URL
scott님 킬리만자로 모험담에 귀쫑긋해요. 아직은 아무 말도 들리지 않지만서도 ㅋㅋㅋㅋㅋ

scott 2022-12-21 11:26   좋아요 2 | URL
킬리만자로
오거서님
버킷 리스트에 찜!👆

거리의화가 2022-12-19 10: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친구들과 함께 리스본으로! 옆지기와 가보고 싶은 곳으로 유일하게 고른 곳이 스페인인데 저는 스페인도 좋지만 포르투갈도 가보고 싶어요.
만약 스콧님이 킬리만자로에 함께 올라가셨다면~? 어떤 결정이든 자신의 목소리를 따라가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scott 2022-12-19 10:17   좋아요 3 | URL
스페인은 반드시 바르셀로나!

포르투갈은 스페인과 비슷할 것 같지만 전혀 다릅니다
문화도 예술도 사람들도!

여기 가게 되시면 제가 개인적으로 추천해드릴 장소 아주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살고 싶은 곳 1위!^^

킬리만자로는 이후 수 년 뒤에 딱 한번!^^

눈 구경은 못했습니다 ^^

새파랑 2022-12-19 12: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개정판이 나왔군요? 저 지금 이책 구판이 책상 바로 옆에 딱 있습니다~! 영국 유학생 스콧님의 포루투갈 여행기가 더 재미있습니다 ^^

scott 2022-12-19 12:40   좋아요 3 | URL
이 책 새 커버
엄청 멋집니다! ㅎㅎㅎ

여행기 이거슨
극히 사막 위 모래알의 일부분 ㅎㅎㅎ

새파랑님 오늘 낮추위도 만만치 않습니다

무조건 따숩게 ^^

hnine 2022-12-19 12: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컨텐츠가 풍부하신 scott 님^^

scott 2022-12-19 12:40   좋아요 2 | URL
^^

햇살과함께 2022-12-20 17: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마지막 사진. 저기 가고 싶네요~!

scott 2022-12-21 11:25   좋아요 1 | URL
꼬옥 가보세요

리스본에서 먹는 에그 타르트는
천국의 맛입니다 ^^

mini74 2022-12-21 13: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짜 책 표지가 예쁘게 바뀌었네요. 스콧님 이야기 몰입해서 읽었어요. 스물 그 예쁘고 찬란한 시절 치열하게 공부하고 꿈꾸며 산 스콧님 이야기를 읽으면 자꾸만 물개박수를 치고 싶어집니다. 가끔 스콧님 글을 아이에게 읽어보라 주소 보낸답니다. *^^*

2022-12-21 15: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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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년 전 은하가 차디찬 회복실에서 깨어나 한 결심은 이런 것이었다.

삶에 피하지방처럼 껴 있는 모든 영양가 없는 관계들과 결별해야지.

그것들이 은하 인생에 달라 붙어 얼마나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일으켜왔는지는 막 수술을 마친 은하의 몸이 증거하고 있었다.]

                                                                                         -<은하의 밤> 중에서 


마흔 여섯의 은하는 유방암 선고를 받고 큰 충격을 받았지만 주변 지인들에게는 갑상샘암에 걸렸다며 쉽게 회복 될 것이라고 속였다.

암 투병을 시작하면서 은하는 엄마와 함께 다녔던 성당 마저 발길을 끊어 버리며 이렇게 스스로 벌을 받고 있는 거라 생각했다.

수술 후에 찾아 온 극심한 통증, 고통스러운 항암 치료를 하면서 은하는 자신의 생명이 이렇게 고통 속에 서서히 산화 되고 있다는 사실에 울적해졌다.

미혼인 채로 늙어가는 건 괜찮지만 어느 날, 치료 중에 홀로 죽게 된다면,,,이라는 자조적인 생각에 사로 잡힌다.

'고모, 요즘엔 부모도 자기 자식한테 그런 기대 안 해요. 바라지 마세요.'


암 발병이 시작 되기 전 은하는 방송국 예능 프로그램 작가로 한 순간도 쉼 없이 달려 왔다. 암 투병을 하는 동안 가족들 보다 직장 동료 후배들이 은하의 상태를 더 걱정해주며 항암 치료로 고통스러워 할 때는 집안 청소와 설거지를 해주는 후배, 신입 막내 작가들이 살뜰 하게 챙겨주었다.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발병 이전처럼 살지는 않을 것이며 그런 삶에는 오로지 고독 크기를 잴 수 없이 크고 깊은 고독만이 필요 하리 라는 결론이었다.]


은하는 암을 도려내고 난 후 육체의 한 부분이 떼어져 나간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홀로 남미로 떠난다.

그리고 마침내 이른 봄, 방송국으로 돌아 와 지지부진한 시청률의 늪에 빠져 버린 예능국으로 복귀한다.

남들 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 한 은하의 바로 옆 자리에는 보도국 아나운서 출신의 딱지가 붙은 덩치가 산 만한 남자 오태만이 앉아 있다.

조직 개편을 한 날 보도국에서 예능국으로 굴러 들어 온 불운한 낙오자 오태만은 구체적인 업무 담당 조차 받지 못한 채 ,섭외로 바삐 뛰어다니는 은하의 동태만 살피고 있다.

남 국장은 4차 산업 시기에 귀농하는 청년들의 인생 역전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암투병에서 살아 돌아온 은하는 사람의 인생이 이런 식으로 역전 하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생각을 품고 있었고 보도국 출신 오태만은 뉴스 보도 주제를 찾듯 취재를 하기 시작한다.

조직 생활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로 군림하는 자는 바로 한가하게 유유자적 자신의 안위만 챙기는 상사이고 더 두려운 존재는 가족 모두 해외로 보내서 홀로 살고 있는 기러기 신세로 24시간 회사 일에 매달리며 직원들에게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는 상사 일 것이다.

인생 역전한 귀농 청년들에 관한 프로그램의 이름은 <마망자들>로 정해지자 프로그램을 이끌고 채워 나갈 진행자와 게스트들을 섭외 하고 프로그램의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미션과 상금을 걸기로 한다.

상금의 액수를 얼마로 정할 지 실강이를 벌이는 동안 은하는 정규직인 담당 피디 지민과 충돌한다.

아무리 이름난 작가여도 방송국의 개별 프로그램들 방송 되는 동안에 일하는 계약직이기 때문에 자칫 정규직 피디들과 충돌 했다가는 곧바로 일자리를 잃게 되기에 아홉 번 도전 만에 겨우 아나운서 시험에 붙은 오태만에게 이런 저런 하소연을 늘어 놓는다.

보도국에서 예능국으로 굴러 들어 온 오태만은 아나운서 시험에 여덟 번 떨어 졌을 때 훌쩍 쿠바로 떠났다. 은하는 항암 치료 후 암 세포가 제거 되자 마자 홀연히 쿠바로 떠났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고 함께 회식 자리에서 고기를 굽던 피디 지민은 암 항암 치료 후에는 단백질 섭취가 필수 라며 자신의 엄마가 유방암 투병 했다는 말을 꺼낸다.

은하가 자신의 암이 갑상샘 암이라고 속였지만 아이돌 출신 방송인을 통해 유방암 투병 중이라는 걸 그녀의 모든 지인들이 알게 되었다.


'모두 방송계에서 계속 볼 사이잖아요. 이 바닥에서 위성처럼 빙글빙글 돌며 만나고 헤어지고 할 사이요. 방송국이 폭발하지 않는 한 함께 있을 운명이고요.'

뉴스 화면을 장악 하기에는 인물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보도국에서 쫓겨난 오태만은 오로지 발로 뛰어 다니는 취재와 섭외가 중요한 예능국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프로그램 장소를 찾느라 무리 할 정도로 기여코 산에 올라가는 오태만, 입과 코를 가리고 있던 마스크가 순식간에 불어 온 바람에 날아가 버리고 오태만은 젖어 있는 덤불에 미끄러져서 발목을 다친다.

은하는 자신도 함께 미끄러질 수 있는 상황에 발목을 다친 태만을 부추켜서 겨우 산 아래로 끌고 내려 와 간신히 연출 부 사람들에게 구조 요청을 한다.

섭외 장소인 식당에 도착한 은하는 주인 할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식당 안과 방을 둘러 보다가 대 식구가 모여 찍은 사진에 쓰여진 '회갑 기념' 문구에 시선을 고정 시켰다.

'뭐 바랄게 있겄어. 그냥 아프지 마라, 허지.'

'아프지 마라. 죽어서도 아프덜 말고 살아서도 아프덜 말고 그 말벢에 더 있겄어.'

드디어 <마망자>가 방영 되는 날, 방송 시작을 기다리는 동안 은하는 창밖을 내다 보았다.


눈이 오고 있었다.

은하가 눈 오는 풍경에 시선을 고정 시키고 있는 동안 8시 뉴스가 시작 되기 전까지 후속 작업 편집이 끝날 수 있는지 오태만과 피디 지민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파업으로 시끌벅적한 방송국 내분 상태에서 시작 되는 아홉 시 예능이 성공 할 수 있을까?

시청자들은 방송국의 이런 복잡한 상황을 알지 못하고 보도국에서 추방된 아나운서들의 시위 목소리가 점점 크게 울리더니 뉴스 방송 중에 거리 현장에서 취재 중인 기자 뒷 편에 누군가가 불쑥 나타난다.


'국민 여러분, MTN 부당 전보의 진실을 보도하겠습니다! 보도국 정상화 투쟁 중입니다. 저는 앵커 최지영, 김무한, 정치부 기자 주성태...'


뉴스 화면에서 곧바로 광고 화면으로 넘어 가버렸다.

<마망자들> 프로그램 출연 게스트로 준비 중인 오태만을 급히 호출하는 피디와 작가들


'나와, 나와요. 오태만 씨, 지금 사고 났어. 얼른 테이프 틀어야 해. 뉴스 사고 났다고.'

보도국에서 추방된 이들의 항의 시위로 뉴스 방영도 중단 되었고 뒤이어 방송 되는 아홉시 예능 <마망자>는 단 1초도 방영 되지 못했다.

'뉴스에서 그런 사고가 났는데 보도국 퇴사자가 상 받는 프로를 냈어 봐요. 일이 더 커졌겠죠.'

입봉작을 열심히 준비 했던 작가의 울분을 달래는 피디 지민, 첫 예능 방송 작가로 인생 역전의 꿈이 무너져 버린 막내 작가는 은하에게 쿠바에 가서 무엇을 위로 받고 구원 받았는지 묻는다.

'아, 그게 쿠바 였구나 페루 아니고.' 라며 말을 돌리며

'응, 구원이 있긴 있었더라고.'

은하는 쿠바에서 사흘 째 되던 날 문득 바다라도 보아야겠다는 생각에 해변으로 나갔지만 신기한 듯 홀로 있는 동양인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부담스러워서 한적한 숲 길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걷고 또 걷다가 목 속 깊은 곳까지 모래 알들이 올라오듯 갈증이 차올랐다.

물탱크에 연결된 수도꼭지에 입을 대려는 순간, 앙상하게 말라 버리고 송곳니가 멧돼지처럼 입 밖으로 튀어나온 개와 맞닥뜨렸다.

무서움에 뒤로 물러 선 은하가 수도 꼭지를 돌리자 개는 물이 뿜어 나오는 호수에 혀를 대로 찹찹찹 마시기 시작했다.

갈증에 목 마른 개와 은하, 홀로 이곳을 떠도는 개의 모습을 보며 은하는 자신은 절대로 나약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은하는 창밖을 한번 바라보았다. 회사가 보도에 세워 놓은 대형 전광판으로 눈이 계속 내렸고 은하는 잠깐 조카 겨레의 전화번호를 눌렀다가 신호가 가기 전에 끊었다.

잠시 후,,,


'고모 아까 전화 잘못 걸었어요?'

'아니'

'ㅋㅋㅋㅋ 다행이다.'

'고모 이제 안 아파요? 다 나았어요?'


크리스마스 이브, 새 하얀 눈이 하늘에서 흩날리는 동안 은하는 홀로 누운 방안에서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외치지도 않았고 하느님에게 기도조차 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어떤 용서도 하지 않아도 되는 날, 홀로 있는 자신의 삶이 누군가에게 구원 되지 않는 날, 그저 그렇게 크리스마스 날은 흘러가고 있었다.


[멋지다. 멋져. 방송하는 사람은 말이야. 바로 은하 작가처럼 넓은 세상을 체험해야지. 망망대해를 헤밍웨이 처럼 일엽편주로 나가서 청 새치도 낚고 고등어도 낚고, 이 작업 해보고 저 작업 해보고, 그래서 은하 작가가 훌륭한 작가이고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거지]


명절이나 자신의 생일 조차 제대로 챙기거나 기념하지 못한 채 오로지 방송 프로그램을 위해 살아 가고 있는 사람들....



'누군가를 잃어본 사람이 잃은 사람에게 전해주던 그 기적 같은 입김들이 세상을 덮던 밤의 첫눈 속으로....'


김금희 작가가 독자들에게 내미는 선물 같은 스토리 <크리스마스 타일>

 우리 모두 각기 다른 어려움과  슬픔 그리고 기쁨과 고독을 경험하며 2022년의 시간을 통과 하고 있다. 

한 해의 끝 자락 11월, 그리고 12월이라는 종착지에 다다르게 되면 앞 서 흘러간 시간들을 이겨낸 우리 모두에게 축복하듯 하늘 높은 곳에서 새하얀 눈송이가 쏟아지길 바란다.




하늘 가득 눈 가루가 내릴지 모르는 그날, 2022년 12월 25일, 우리 모두의 행복을 빌어주는 크리스마스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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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11-23 22: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연말이 되어 가니 크리스마스 선물로도 괜찮겠네요. 저도 이 책 배송 기다리고 있어요. scott님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scott 2022-11-23 22:41   좋아요 2 | URL
네, 책 표지가 이뻐서
다이어리로 주는 데서 구입 선물 하고 있습니다.
서니데이님도 이 책 구입 하셨군요.

그다지 춥지 않은 11월
서니데이님 건강 잘 챙기세요 ^^

책읽는나무 2022-11-23 23: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다리고 있어요.
따뜻하고 아름다운 2022년의 크리스마스를요.
책 표지처럼 이쁜 크리스마스가 빨리 왔음 좋겠네요^^

scott 2022-11-23 23:19   좋아요 2 | URL
나무님도
금희 작가님의 엽서 받아 보실 겁니다 ㅎㅎㅎ

이번 겨울 눈 보다 비가 많이 내린다는 예보가 ㅎㅎㅎ

어쩌면 12월 25일 비가 내릴 지도 몰라여 ㅎㅎㅎ

나무님 둥이들과 트리 장식 멋지게 하실 것 같습니다 ^^

책읽는나무 2022-11-23 23:39   좋아요 2 | URL
앗!! 아직 금희 작가님 책은 안샀고, 크리스마스만 기다리고 있네요ㅋㅋㅋ
엽서가 포함되어 있나요???
사진을 확대하니까 진짜 손글 엽서네요?? 노안이 심해 잘 안보였어요ㅜㅜ

scott 2022-11-23 23:43   좋아요 2 | URL
엽서가 들어 있습니다 (작가님 손글씨가 인쇄된 ㅎㅎ)

노안이시라뇨 ㅠ.ㅠ


12월엔 나무님이 직접 셀렉트 하신 굿즈 구경 시켜 주실 거쥬 ^0^

희선 2022-11-24 02: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번 12월 25일엔 눈이 오면 좋겠네요 십일월에 첫눈이 오기도 했는데, 눈이 올 기미는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밤엔 좀 춥지만... 비라도 좀 와서 건조함을 없애야 할 텐데... 어제 조금 내렸군요 그렇게 조금 내리는 걸로는... 비 오고 나서 바람이 조금 차가워졌어요 방송국 사람은 다른 사람처럼 이런저런 날을 제대로 보내지 못하겠습니다 저도 그런 거 별로 생각하지 않고, 방송국 사람하고는 다르게 아주 시간 많지만... 성탄절엔 모두 평화롭기를...


희선

scott 2022-11-24 10:57   좋아요 2 | URL
차가운 공기가 아래로 내려 오지 못한 채 증발 하고 있다고 합니다

비가 내릴 지도
12월에는 비오는 날이 많다고 합니다

겨울에 눈이 오지 않거나 영하로 기온이 안 떨어지면 각종 병충해들이 죽지 않아서 다음년도에는 질병이 창궐,,,,

희선님의 성탄절도 평화 롭기를 바랍니다 ^^

반유행열반인 2022-11-24 08: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 받아 놓고 펼쳐보지도 않고 꽂아뒀다 scott님 글 보고는 펼쳐서 엽서 확인했네요 ㅋㅋㅋㅋ 11월25일 발행 되어 있어서 뭐야 미래의 책이야 크리스마스 한 달 전 맞추고 싶었어요 언니? (속으로) 했는데 벌써 내일이 11월 25일 ㅋㅋ

scott 2022-11-24 10:59   좋아요 2 | URL
금희 작가 코믹함이 있습니다 ㅎㅎㅎ

자신도 엽서 쓰다가 이게 웬일이라공 ㅎㅎㅎ

미래의 책 <크리스마스 타일>
열반인님의 수능 열독의 후유증을 날려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

거리의화가 2022-11-24 14: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올해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연말 분위기도 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ㅠ 작가님의 겉으로 보이는 인상과는 글의 색채가 약간은 달라서 보는 재미가 있네요. 미리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책인듯합니다.

scott 2022-11-24 16:03   좋아요 3 | URL
반전 성격의 매력을 갖고 계십니다
김금희 작가님 ㅎㅎ

예년에 비해 길어진 가을
화가님 멋진 오후 보내시기 바랍니다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