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이야기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비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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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사키 시키부(紫式部)가 1008년경에 쓴 <겐지 이야기(源氏物語)>는 전체 54첩으로 된 장편 대하소설로서, 헤이안 시대 귀족들의 사랑과 고뇌, 이상과 현실이 불교의 무상관을 바탕으로 은은한 운치와 정감이 배어든 사계절과 함께 이어지는 여러 군상들의 풍류와 인생을 담은 일본 최고의 고전으로 수 세기에 걸쳐 일본 문학과 예술에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무라사키 시키부의 <겐지 이야기>처럼 수 세기에 걸쳐 후대인들에게 읽혀지는 에도 시대를 대표하는 문학 작품인 우에다 아키나리의 <우게츠 이야기 雨月物語 >는 일본 고전 설화 문학의 진수로 꼽히며 영화를 비롯해서 현대 일본 장르 문학에 큰 영감을 주고 있다.


1775년에 출간된 <우게츠 이야기 雨月物語 >는 기존의 봉건 질서와 유교적인 윤리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면에 감추어진 어두운 모습, 기이한 행동과 현상을 괴이하고 신비한 분위기의 몽환적인 세상을 담고 있다.


[메이와(明和) 5년(1767) 3월, 비가 그치고 달빛이 몽롱한 밤에 서창(書窓) 밑에서 이 이야기들을 엮어서 서점에 건네주며, 제목을 우게쓰 이야기(雨月物語)라고 하였다.]


라는 문단으로 시작하는 우게쓰 이야기가 일본의 대표적인 호러 작가 기시 유스케가 2023년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네 가지 공포와 네 가지 절망 속에 벗어날 수 없는 운명에 농락 당하고 고통받는 인간의 모습을 <가을비>라는 단편으로 엮어냈다.


작가의 실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단편 <푸가>는 기묘한 꿈을 꾸면서 순간 이동을 하는 한 인간의 생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당신의 혼백이 유체이탈해서 이 방에서 빠져나가려고 하면 거미줄에 잡혀서, 호랑거미에게 포박된 채 아침까지 지내게 됩니다. 그때 꾸는 악몽이 얼마나 음침하고 무서울지는....

지금까지 꾸었던 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 일 겁니다.]

-푸가 중에서


꿈 속에서 순간 이동으로 사라진 작가의 삶을 추적하는 마쓰야마는 자신의 영혼이 하늘 높이 비상하는 체험을 하면서 육신은 납으로 된 관 속에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인간에게 내재된 죽음의 공포와 일상에서 밀려 드는 초조함과 불안함, 막연한 미래를 향한 두려움이 현 시대와 과거 시대를 오고 가며 마지막 문장까지 독자들의 심장을 팽팽하게 조인다.


[그 얼굴을 보고 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 전율했다. 나를 올려다보는 탁한 눈에서는 온몸의 털이 곤두설 만큼 어마어마한 원통함이 전해졌다.]

-푸가 중에서

작가 기시 유스케가 <우게쓰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비'를 주제로 엮은 단편들에 담긴 인생들은 21세기 현대 일본 사회의 암울한 모습을 담고 있다.

경제적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질 정도로 쌓여가는 병원 치료비와 간병비로 노부모를 봉양하는 홀아비의 모습, 쏟아지는 택배 물량을 배달하는 배달 기사가 매일 사 모으는 로또, 학교에서 왕따로 자살을 하기 위해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는 십대들, 불치의 병에 걸렸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릴 용기가 없는 사람, 사이비 종교의 마수에 걸려 폐지를 줍는 인생이 된 사람들의 운명들이 작가의 노련한 필체에 압축되어 담겨 있다.


[어쩌면 각각의 장소에는 행운의 열쇠 같은 것이 잠들어 있을 수도 있다. 또한 세 사람에게 똑같이 위도와 경도를 주어도, 길흉은 각각 다를 수도 있다. 어느 사람은 잠든 것처럼 사망하지만 다른 사람은 살아갈 희망을 찾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경우에 자신은 어느 쪽인지, 마지막 순간까지 알 수 없으리라.]

-고쿠리 상 중에서

이렇게 저마다 처참한 환경과 운명에 농락 당하는 이들은 꿈 속에서 순간 이동을 하거나 ,한 방으로 인생 역전을 노리지만 자신이 처한 운명에 저항하면 할 수록 악에 대항하면 할 수록 아무리 도망치고 발 버둥치려 해도 원래의 삶, 지옥 같은 일상으로 돌아온다.

[전선이 정체 되어 가을 장마가 시작되면서, 벌써 사흘째 비가 내리고 있다. 인쇄소에 원고 넘기는 날을 앞두고 살기 등등한 편집부 사무실에는 습기가 파고들어 분위기는 몹시 무겁고 답답했다. 공조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듯 했다.]

인간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고 어떤 운명도 빗줄기를 피해 갈 수 없다.

그럼에도 비가 내리면 비가 그치길 기다리거나 우산을 쓰고도 온 몸이 비에 흠뻑 젖어도 빗 줄기를 뚫고 질주하는 이들이 있다.

항거 할 수 없는 운명일지라도 죽을 힘을 다해 운명에 맞선다면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 같은 빗줄기는 언젠가는 반드시 멈출 것이다.


'현실은 공포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전쟁에 팬데믹, 기후변화, 저출산 고령화에 경제 위기까지, 인간이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공포는 얼마든지 늘어나죠.

사회가 존재하는 한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기시 유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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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11-24 17: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의 암울한 모습이랑 우리나라의 암울한 모습이 비슷한거 같아요. 옆나라여서 그런가..
비를 주제로 하는 작품이라니 재미있을거 같아요~!!

scott 2023-11-25 10:36   좋아요 1 | URL
울 나라 현재가 더 암울합니다. ㅠ.ㅠ

희선 2023-11-25 0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을비는 차가운 느낌이 드는군요 가을비가 자꾸 오면 겨울에 가까워져설지도 모르겠네요 비가 와서 우산을 써도 비를 아주 맞지 않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피할 수 없는 비라니... 눈은 좀 괜찮은데... 책 앞에 있는 말이 무섭네요 ‘진짜 지옥은 우리가 사는 세계야’는 말...

scott 님 이야기는 어두워도 주말입니다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2023-11-25 1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쩌다냥이 2023-11-26 15: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현실은 공포로 가득찬게 맞는말 같네요 여기저기 우울한 소식들만 들리고 아동폭력 동물학대 어휴
요즘도 저는 그냥 책만 듣고 다 닫고 살아요 ㅎㅎ 고양이들 돌보느라 24시간이 모자라네요
추워지는 날씨 건강 조심하세요

2023-11-26 2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 책을 훔치는 자는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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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곳곳에 50여 개의 책방들이 즐비 한 책의 마을 요무나가에는 신사가 있다.

이 곳 신사에는 서책을 관장하는 미쿠라관에는 이나리 신이 모셔져 있다.

서책을 관장하는 이나리 신을 모신 요무나가신사로 향하는 이들의 염원하는 소원들은 독서, 글쓰기에 관한 것으로 책과 관련된 기원과 욕망, 저주의 말들을 쏟아 내기 위해 전국 각 지역에서 모여 들고 있다.


[1980년에 나온 <정본 수서산서>의 특별 한정판 35부를 10만엔 이하로 구입할 수 있길.

SF작가 도헨 보쿠타로의 창작 의욕에 불을 지펴주세요.

20년 동안 신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신인 문학상을 탄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탄다! 타게 해주세요!

서점 매출이 오르기를, 가능하다면 인터넷 서점 아마존이 경영이 악화되거나 스캔들이 발각 되어 망하길]

인간을 위한 신사가 아닌 미쿠라관은 조상 대대로 책을 지키고 보관하고 널리 전파 하는 가문으로 미쿠라관 설립자인 미쿠라 가이치는 책 수집가이자 평론가였고 그의 아내도 책 수집가로 살다 세상을 떠났다.

이 가문의 자손인 아들 아유무와 딸 히루네는 관리인으로 오로지 이 집안 책을 펼치고 읽고 수집하고 관리하고 보존하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인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미쿠라관이 소장하고 있는 희귀본 중에 200여권이 서가에서 사라지자 폐쇄를 결정하고 희귀본을 훔쳐간 도난범을 찾는데 온 가족이 혈안이 된다.

미쿠라 집안의 손녀 미후유는 책을 싫어하는 고교 1학년생으로 책을 읽는 것 보다 친구들과 어울리며 맛있는 걸 먹는 걸 더 즐기는 십대 소녀다.

인간을 위해 지은 것이 아닌 오로지 책을 위해 지어진 미쿠라관에는 몇 개의 방을 제외하고는 인간이 편안하게 쉴 공간이 없다.

할아버지가 돌아 가시자 마자 정원을 없애고 별관을 증설해서 가족들의 거주 공간을 마련했지만 창도 없고 환기구만 있는 그곳은 십대 소녀 미후유에게 감옥이였다.

남아 있는 희귀본을 지키기 위해 폐쇄해버린 미쿠라관에 교복을 입은 낯선 침입자가 슬그머니 들어 온다.

침입자의 이름은 마시로, 낯선 침입자가 입을 열었다.


[미쿠라관의 책. 현재 23만 9122권. 그 모든 책에 '책의 저주'가 걸려 있어. 훔치면, 미쿠라 집안 사람이 아닌 자가 바깥으로 책을 한 권이라도 가지고 나가면 발동하지 이야기를 훔친자는 이야기의 감옥에 갇혀. 이번엔 선택된 건 마술적 사실주의의 저주야. 매직 리얼리즘이라고도 불리는 마술적 사실주의의 세계에 도둑이 갇히는 저주지.]


서책들이 걸린 저주는 미쿠라관 주변을 에워싸더니 요무나가 마을의 고서점 일대로 퍼져 나가 신호등 색이 뒤바뀌며 녹색빛의 은행나무 잎이 갑자기 샛 노란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미후유, 지금부터 도둑을 찾아야 해. 책 도둑을 잡으면 책의 저주는 사라지고 마을도 원래대로 돌아올 거야.'


책을 지키는 가문에서 태어나도 책을 싫어하는 미후유가 과연 책 도둑을 잡을 수 있을까?


비를 몰고 다니는 남자 베이젤과 해를 몰고 다니는 남자 케이젤이 살았던 한모 마을

두 형제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는 날 여우비를 맞으며 형 베이젤이 거대한 바위를 들어 동생을 향해 던지려는 순간 동생 케이젤은 날카로운 나뭇가지로 형을 찌르려고 달려들자 나그네가 주사위 두 개를 던져 하나는 서쪽, 하나는 동쪽으로 향해 떠나라고 지시한다.

형제는 나그네의 말 대로 각각 서쪽과 동쪽으로 떠나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난다.

형 베이젤은 빗물을 받아 놓는 항아리 밑에서, 동생 케이젤은 뙤약볕이 내리쬐는 시장에서 검은 투구벌레를 발견한다.

서로 각자의 길을 가다 두 형제를 만나게 한 투구벌레, 형제의 이야기는 마을의 전설처럼 전해져서 한모 마을 사람들은 투구벌레 처럼 등딱지가 있는 벌레를 신의 심부름꾼으로 숭배한다.

미쿠라 도서관의 낯선 침입자 마시로는 미후유에게 현재 요무나가 마을이 한모 마을 같은 저주에 걸렸다며 투구벌레를 찾아 낸다면 책 도둑도 잡고 마을에 걸린 저주도 풀 수 있다고 말한다.

한모 마을의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오는 두 형제 베이젤과 케이젤의 이야기가 책 도둑을 찾아 내려는 미후유의 모험과 함께 맞물리며 독자들은 책을 모시고 지키는 가문의 손녀이자 후계자가 책도둑을 찾아 다양한 책들을 만나고 그 책들을 읽은 사람들을 추적하는 동안 그토록 책을 싫어 했던 미후유는 책을 펼치고 활자의 마력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작은 산만 한 그 생물은 고개를 젓다가 위쪽 램프와 부딪쳤고, 가엾은 램프는 지면에 떨어졌다. 기름에 불이 붙었고, 순식간에 불꽃이 융단처럼 퍼져나갔다. 그 불꽃이 비춘 생물은 분명히 '짐승'이라고 밖에 표현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미후유는 언젠가 어린 시절 할머니가 읽어 주셨던 그림책<은빛 짐승>에서 보았던 짐승들이 바로 눈 앞에 나타난다.

노란 여우, 하얀 개, 갈색 말


이런 짐승들을 돌봐주던 사람들 모두 동물의 모습으로 변해 버리고 마을의 저주는 점점 더 강해져서 짐승으로 변하지 않은 인간들의 삶까지 위태로워진다.

하얀 개로 변해버린 미쿠라 도서관의 낯선 침입자 마시로의 등에 올라 탄 미후유는 인간의 모습으로 남아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지만 인도에도 고서점 거리에도 어디에도 사람의 인기척을 발견하지 못한다.

마을 주민들이 전부 사라져 버린 도시에 홀로 남겨진 미후유는 책의 도시였던 마을에 북커스의 버그나 오작동으로 사람을 싫어하는 마을이 되었을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품는다.


[미쿠라 집안과 연고가 없는 자, 미쿠라관의 장서를 한 권도 반출 하지 말 것. 이 금기가 깨지면 주술, 즉 북커스가 발동된다.]


저주에 걸린 마을 사람들은 여우의 모습이 되고 도둑이 나타나면 미쿠라관과 신사를 제외하고는 세계는 정해진 책에 기초하여 변해버린다.

이 모든 저주는 요무나가신사에 모셔진 제신 혼요미노미코토의 가호로 집행되었고 미후유는 '마을에 거부당한' 그곳 저주를 풀기 위해 신의 거처를 찾아 간다.

미후유는 신의 거처에서 엄청난 가문의 비밀을 알게 되고 첫 페이지 부터 마지막 장

'진실을 알아버리다'를 펼친 독자들은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아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책들은 진심으로 책과 문자에 대한 사랑이 깊은 신앙심으로 이어진 미쿠라가문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꼈을까?

책을 신성한 가치로 여기며 책을 소중히 여기고 간직하고 보관했던 옛 선인들은 자신의 손 떼가 묻은 책을 어느 누구에게도 양도하거나 물려 주기 싫었을 정도로 신성 불가침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책의 신이라는 게 고대부터 존재할 리 없었고 종이의 대량 생산과 맏물린 인쇄기의 발명으로 서민들이 글을 깨우치고 자신의 돈으로 책을 구입하고 소장하면서 책의 가치는 더 이상 드높아지지 않았다.

그러니 신처럼 책탑을 숭배하고 모시며 소원을 빌고 책의 신의 권능으로 저주를 받는 현실은 불가능 하다.

하지만 살아 생전 책을 가까이 하며 책을 읽고 쓰며 책의 가치와 효용에 생명력을 지속적으로 불어 넣었다면 가능할 것이다.

이삿짐을 쌀 때 가장 먼저 처분하는 것이 책들로 처분할 때 가장 헐 값에 매입 되는 것도 책이다.

종이와 인쇄 비용은 날로 치솟아서 만 원 한 장으로 책 한 권을 구입하기 힘들어 졌고 그동안 유용하게 읽었던 책 탑을 팔아 치우면 지폐 몇 장만 손에 쥐어질 정도로 이 세상에서 책의 가치는 무게와 부피에 비해 턱없이 낮다.

이북으로 편리하게 전자 결제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대에 여전히 한 끼 식사 가격의 비용을 지불하고 종이 책을 사는 이들이 있고, 처분해버리기도 아까울 정도로 책탑을 쌓아 놓으며 읽고 싶은 책들을 장바구니에 가득 담고 있는 이들도 있다.

이 책의 작가 후마미도리 노와키는 책을 너무나도 사랑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서점에 취직해서 온 종일 책 무덤 속에서 살다 미스터리 단편으로 작가로 데뷔해서 데뷔 3년 만에 그해 미스터리 베스트 10에서 6위에 올라가는 작품을 써냈다.

매년 작가 후카미도리가 써내는 작품들은 여러 상의 후보로 올랐고 2015년에 발표한 첫 장편 <전쟁터의 요리사들>은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을 정도로 탄탄한 필력을 갖추었다.

책의 세계로 빠져드는 미스터리 판타지 세상을 그린 <이 책을 훔치는 자는>은 서점 직원들의 극찬과 사랑을 받으며 독자들에게도 보물 같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책을 훔치는 자는>에는 매 챕터 마다 '마술적 사실주의', '하드보일드', '스팀펑크', '호러' 같은 다양한 장르 영역을 넘나들며 네 편의 환상적인 책 이야기가 곳곳에 등장한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책을 읽는 동안 여러 영역과 이야기 세상을 탐험하며 책의 마법 속으로 빠져 버린다.


사는 동안 책이 거는 주문과 마법에 빠져 보는 것만큼 인생의 도움이 되는 건 없는 것 같다.

스마트 폰 세상 보다 순수하고 유해 하지 않는 공기를 품고 있는 책의 세계

이 책을 읽고 나면 북커버를 씌워주고 싶어 질 것이다.


세상의 모든 책들을 소중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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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11-21 04: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이 책 매력에 빠져 버린다... 별난 집안이네요 집안 사람이 아닌 사람이 책을 훔쳐가면 저주가 걸린다니... 책을 싫어하던 미후유는 저주를 풀면서 책을 만나고 책을 좋아하게 되겠습니다 영상을 보는 것보다 책을 보면서 상상하는 게 더 자유롭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그런 걸 다 똑같이 상상하지 않겠지만...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희선

2023-11-21 1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3-11-21 1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커버 예쁘네요. 혹시 저 책을 구매하면 북커버를 사은품으로 주나요? ㅋ

책을 사랑하는 작가의 작품이어서 그런지 내용도 완전 책에 대한 여행 이야기군요~!!

2023-11-21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
샐리 루니 지음, 김희용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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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영미 문학권을 뒤 흔들며 '스냅챕 세대의 셀린저'라는 영미 문학 평단의 찬사와 수 많은 수식어를 쏟아낸 샐리 루니의 <노멀 피플>은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100만 부 이상 판매된 초대형 베스트셀러다.




나는 이 책 <노멀 피플>을 2019년 6월, 런던 히드로 공항 서점에서 구입했다.

표지 속 두 남녀가 깡통 속에 들어 가 있는 모습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책을 펼쳤고 그 날밤 투숙 중인 호텔에서 밤을 지새우게 만들었다.

특별하지 않은 배경과 상황, 별난 구석이 없는 인물들, 그리 큰 갈등이나 클라이막스 없는 지극히 평범한 이 책에 빨려 들어갔던 건 91년생 작가의 엄청난 필력 때문이였다.

불안한 청춘의 시기를 겪는 메리엔과 코넬이  서로를 향해 지칠 줄 모르는 끌림과 갈등, 사소한 부딪침이 주된 스토리 이지만 이 책을 두 번, 세 번 읽다 보면 가족과 형제에게 당한 폭력과 폭언의 상처가 인간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학적인 욕구와 욕망의 충돌 속에서 육체적인 사랑이 어떻게 유지 되는지 절제 된 대화와 묘사로 펼쳐 보이는 기술은 가히 예술적이다.


'같은 터의 토양을 공유하며 서로의 주변에서 성장하고 공간을 만들기 위해 몸을 뒤틀다 예상치 못한 모습이 되어버린 두 그루의 나무들 같다.'

-샐리 루니의 <노멀 피플> 중에서


거대한 사회 네트워크 속에서 인간은 개개인으로 존재 하지 않고 지속적인 관계를 통해 비로소 한 사회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인간으로 성장 해 나간다.

부와 특권의 촘촘한 네트워크 망에서 발버둥 치며 계층의 사다리로 올라가려는 청춘의 처절한 모습은 타인의 도움과 보살핌 없이 불가능하다는 현실까지 보여준 작가 샐리 루니는 2015년의 데뷔작 <친구들과의 대화>를 쓰기 전 부터 출판계에서 눈여겨 보았던 인물이였다.


아일랜드의 최고 명문 대학인 트리니티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샐리 루니는 유럽 연합에서 주최하는 대학생 토론 대회에서 매년 우승하며 정치, 문학, 사회 분야에서 최고의 영예상을 받았다.

대학 재학 시절에는 <더블린 리뷰>에 다양한 에세이를 기고 하며 뛰어난 필력을 인정받아 출판 에이전트들이 그녀에게 명함을 뿌리고 갈 정도였다.

밀레니얼 세대의 문학적 현상이자 미래의 고전이라는 극찬을 받은 <노멀 피플>은 출간한 해에 맨 부커상 후보작에 오르며 <타임스>가 선정한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계 인사 100명의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영국 BBC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었고 2018년 그녀의 세번째 작품 <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 Beautiful World, Where Are You>는 대형 광고 간판과 팝업 스토어 형식의 북스토어에 오로지 이 책으로만 가득 채워질 정도로 그녀의 인기는 하나의 문학적 현상을 넘어 서서 문학계 셀럽이 되었다.


2022년 3월, 런던에서 Beautiful World, Where Are You를 구입하고 앞 부분 몇 페이지를 읽다 덮어 버렸다.

도저히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이 책에 등장하는 어떤 인물에도 감정을 이입하기 힘들었기 때문이였다.




그렇게 몇 달을 방치하다 영국 가디언지에 그녀가 기고한 리뷰 나탈리 긴츠부르크의 <All Our Yesterdays>에 기사를 읽고 나서 다시 책을 펼쳤다.

이 책<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 Beautiful World, Where Are You>의 첫 장엔 나탈리 긴츠부르크의 에세이에서 발췌한 문장이 쓰여있다.


나는 보통 어떤 글을 쓸 때 그것이 아주 중요하고

또 나 스스로가 뛰어난 작가라고 생각한다.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있는 일이겠지만,

내 마음 한 구석에는 내가 시시한 그것도 아주 시시한 작가라는 인식도 자리하고 있다.

맹세코 나는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사실은 내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

-나탈리아 긴츠부르그, '나의 소명' 중에서 


1916년 이탈리아 팔레르모에서 명망 있는 학자 집안에서 성장한 나탈리 긴츠부르그는 세 살 때 가족과 함께 토리노로 이주하고 그곳에서 대 가족이자 친족 구성원의 문화 속에서 성장한다.

열 살 때 부터 글을 썼던 문학 천재 긴츠부르그는 전쟁으로 남편을 잃는 동안에도 아이들과 피난 생활 중에도 시와 소설, 에세이를 썼고 무명 작가들의 책을 영어와 러시아어로 번역해서 출간 해 주며 생의 마지막까지 세상의 모든 희망을 문학에서 찾았다.

밀레니얼 세대의 문학 스타로 드높은 칭송을 받고 있는 샐리 루니는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칭 마르크스 주의자'라며 정치적 소견을 밝혔다.

그녀가 '자칭'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큰 목소리를 내며 여러 단체와 함께 시위를 하거나 어떤 주장을 펼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앞서 발표한 두 작품에서 계급과 권력, 자본주의의 병폐를 보여 준다는 평단의 평가를 받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좌파 정치의 본 모습을 보지 못하고 오로지 책으로만 마르크스 사상을 학습한 게으른 좌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학 시절 내내 다양한 주제를 놓고 벌이는 토론 대회와 여러 매체에 기고한 글쓰기 실력을 보여 주었던 샐리 루니의 집안은 노동 계층으로 그녀의 아버지는 더블린의 경제 불황이 시작 되기 전에 국영 전기 회사에 근무했다.

경제 불황으로 공기업을 사기업으로 전환하는 사회,경제 개혁 정책으로  실업자가 된 그녀의 부모는 일용직 노동자 생활을 해야만 했다.

이런 부모의 모습을 지켜보고 성장한 샐리 루니는 서구 유럽 자본주의에 대해 어떤 장미빛도 기대하지도 않고 자신이 쓴 작품에서 조차도 현 사회에 대한 새로운 모습이나 제도와 개혁에 대한 주장도 펼치지 않는다.

오로지 천 유로 세대의 고단한 현실이나 계층 사다리에 올라 가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 보다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담은 지극히 사소하면서 평범한 남녀간의 사랑 세계에 집중하고 있다.

[한 여자가 호텔 바에 앉아 문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의 외모는 깔끔하고 단정했다. 하얀 블라우스를 입고, 앞머리를 귀 뒤로 넘긴 상태였다. 그녀는 메시지 접속 창이 떠 있는 휴대전화 화면을 힐끗 보고 나서 , 또 다시 문을 돌아 보았다.]

-샐리 루니의 <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 중에서

한 남자가 문으로 들어 왔다. 

그는 얄팍한 얼굴에 몸은 호리호리하고 머리 색은 짙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다른 손님들의 얼굴을 살핀 뒤, 휴대전화를 꺼내 화면을 확인했다.

창가에 있던 여자는 그를 알아보았지만, 그를 지켜보는 것 외에는 주의를 끌려고 애써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으로 같은 또래처럼 보였다. 

그녀는 그가 자신을 알아보고 다가올 때까지 그냥 내버려두었다.

24살에 발표한 작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신예 작가 엘리스 켈리허는 전 유럽에서 쏟아지는 문학 행사 참가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서 차기작 집필은 커녕 현재 신경 쇠약 중세에 시달리고 있다.

그녀는 고향 더블린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한적한 해안 마을에 집을 빌려 혼자 살고 있다.

데이팅 앱을 통해 서로 메시지를 주고 받은 펠릭스는 물류 창고 노동일을 하고 있고 사망한 엄마가 남긴 집을 놓고 형과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마침내 약속 장소에서 만난 앨리스는 자신의 집을 구경 시켜 주겠다며 펠릭스를 초대 한다.

[친애하는 아일린에게, 네가 매 마지막 이메일에 답장해주기를 너무 오랫동안 기다렸기 때문에, 사실은 (한 번 짐작해봐!) 네 답장을 받기도 전에 너에게 새 이메일을 쓰는 중이야.

우리가 이메일을 주고받는 게 내가 삶을 버티고 그것을 기록함으로써 내 존재(그러지 않으면 거의 쓸모 없거나 심지어 완전히 쓸모없는)의 일부를 급속도로 퇴보하는 이 행성에서 보존하는 나름의 방식이라는 걸 너는 알아야만 해.

나 한테 이메일도 쓰지 않으면서 대체 뭐하고 있는거니?

나는 네가 더블린에서 내고 있는 집세를 생각하면 미칠 것 같아. 지금 거기 집세가 파리보다 더 비싼 거 아니?]

친구의 집세까지 걱정하는 앨리스가 이메일을 보내는 상대는 문예잡지에 글을 기고하는 프리랜서 작가이자 편집일을 하고 있는  아일린 라이든이라는 인물로 이 두 사람은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의 동창생이자 절친한 친구 사이다.

박봉에 시달리는 아일린은 현실의 비참함을 어린 시절의 친구이자 의회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는 사이먼과 가끔은 진한 사랑을 나눌 정도로 사랑의 감정을 완전히 지우지 못한 상태다.

 3인칭 전지적 시점으로 네 명의 인물의 모습을 상세하게 묘사하며 장면이 바뀔 때  마다 이메일 형식의 1인칭 시점이 서로  맞물려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30대를 갓 넘어선 네 명의 남녀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으로 이 작품의 스토리 중심은 서로를 향한 지칠 줄 모르는 욕망의 끌림이다.

육체적인 사랑으로 엮여진 네 명의 인물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암흑 같은 절망보다 [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라는 외침처럼 희망적이다.

책 출간의 성공으로 엄마의 담보 대출까지 한번에 갚아 준 앨리스는 매달 통장에 만 단위 숫자가 찍힐 정도로 돈 걱정을 전혀 하지 않는다.

일용직 노동자 펠릭스에게 '돈 정말 많다'라는 말을 내뱉을 정도로 성공한 자신의 모습을 숨김없이 보여주면서도 차기작 구성을 전혀 하지 못한 채 성경 책을 펼쳐 놓고 셰익스피어의 가부장적인 언어 유희를 실랄하게 비판한다.

앨리스는 이메일을 통해 절친한 친구 아일린에게 유럽 문학계의 지나친 자본주의 행태를 비판하며 현대 소설은 이미 그 생명력을 다했다며 비관적인 생각을 토로 하며 오염된 공기와 물, 질병의 대 유행, 기후 변화의 위기, 부패한 정치 집단을 비난 하면서 후기 청동기 시대의 붕괴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앨리스는 기원전 1400년 경에 세워졌던 크레타 문명을 발굴한 에번스과 문명의 언어를 해독하는데 매달렸던 문헌학자와 고고학자들 이야기를 통해 역사의 고리가 이어지지 않고 끊어지고 멈춰버렸다며 현 자본주의 시대의 종말을 주장한다.

반면 자신의 생체 시계에 대한 걱정, 즉 출산 능력이 앞으로 10년 정도 유지 될 수 있을지, 이런 사회에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을지 걱정하며 친구 아일린에게 '너는 애를 잘 낳는 외모'라며 남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칭찬의 말을 한다.

친구 아일린은 여섯 살 연하의 여자친구랑 연애 중인 친구 사이먼이 자신과 잠자리를 하고 나서 성당에서 고해 기도를 올리는 모습에 실망하면서도 그의 사랑을 갈구 한다.

1년에 2만 유로 정도 벌고 시골 대 저택에 혼자 거주 하며 우울감에 빠져 있는 앨리스는 현 사회를 피해자 집단(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들, 유색인종, 여자들)과 억압자 집단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들, 남자들, 백인종)으로 구분하고 이들이 서로 착취하는 방법을 차단 시킬 해결책을 친구 아일린에게 토로 하면서도  펠릭스의 데이트 신청을 기다린다.


[나는 20세기를 하나의 긴 질문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답이 틀렸어. 우리는 세상이 끝났을 때 태어난 불운한 아기들이 아닐까? 그 후로는 이 행성에도 우리에게도 기회가 없었어. 아니, 그것은 단지 하나의 문명, 즉 우리의 문명의 끝일 뿐이고, 미래의 언젠가 또 하나의 문명이 그 자리를 대신할지 모르지. 그렇다면 우리는 어둠이 깃들기 전 불을 밝힌 마지막 방에 서서 무언가의 증인이 되고 있는 셈이야.]


세상의 끝, 자본주의 한계의 끝자락에서 밀레니얼 세대인 30대 앨리스, 아일린, 사이먼은 모두 고학력자들로 천 유로 세대들보다 비참한 삶을 경험한 적은 없지만 부모 세대처럼 집과 자동차를 소유하는 삶은 꿈꾸기 힘들 만큼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살 곳을 찾아 정착해서 가정을 꾸리는 것이다.

작품 출간이 대박 나서 돈을 쌓아 놓고 있는 앨리스와 달리 펠릭스는 사망한 엄마가 물려 준 방 한 칸과 주방 한 칸 짜리 집을 놓고 형과 다툼을 벌이며 냉동 물류 창고에서 포장 업무를 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펠릭스의 삶에 할애한 페이지가 몇 장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날 아침 펠릭스가 일하는 동안 앨리스는 그녀의 출판 대리인과 전화 통화를 하며, 그녀가 받은 문학 축제들과 대학들의 초청에 대해 의논했다. 이 통화가 이뤄지는 동안 펠릭스는 휴대용 스캐너를 이용해 다양한 제품 상자들을 식별하며 라벨이 부착된 팰릿형 카트에 분류해 넣었고, 그러면 곧이어 다른 작업자들이 그 카트를 밀며 수거해갔다. 이 작업자들 중 몇몇은 상자들을 수거하러 왔을 때 펠릭스에게 반갑게 인사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러지 않았다.]


남아프리카 출신으로 영국에서 불굴의 의지로 작가가 된 데버라 리비는 밀레니얼 시대 사회에서 가장 주목 해야 할 것들은 돈-계급-차별 이라며 자신의 모든 작품이 이 세가지 키워드에서 시작된다는 말을 했다.

데버라 리비는 첫 남편과 이혼 후 아이들의 생계를 떠 맡으면서 사회가 어떤 식으로 모성을 강요하며 여성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차별과 학대 착취를 하도록 오랜 세월 관습과 문화, 언어로 지배를 가했는지 여러 작품과 에세이를 통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작가 데버라 리비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오로지 개인적인 성취에서 이뤄낸 이익만이 삶의 풍요를 주고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반면 91년생의 샐리 루니는 대학 시절부터 쌓아 온 필력으로 단 두 편의 소설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녀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란, 인간의 외모와 치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 아닌 욕망이라는 요소 없이 즐길 수 있는 순수하면서 심미적인 것을 인식할 때 아름다움은 비로소 분출 된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작가는 이 세상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예술 작품 마네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베르조를 그린 초상화나,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같은 작품, 음악, 아름다운 경치에 보여지는 아름다움이라 생각 하기에 밀레니얼 세대에게 칭송 받는 계급인 상업성을 두루 갖추고 SNS의 팔로우 추종자들을 이끌고 있는 셀럽들이 즐겨 먹고 마시고 듣고 읽는 것 보다 자신의 눈과 귀를 끌어 당기는 작품에서 삶의 의지와 욕망을 발견한다.


[인류는 신을 향해 나아가고 신의 본성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이런 속성들을 갖추고 이해하려고 안간힘을 써. 따라서 아름다운 것은 무엇이든 우리를 신성함에 대한 사색으로 인도하지. 비평가로서 우리가 아름다운 것과 아름답지 않는 것에 대해 궤변을 늘어놓을 수도 있을 거야. 우리는 단지 인간일 뿐이고 하느님의 뜻을 인간이 완벽하게 이해 할 수는 없는 법이나까.]


집안 대대로 귀족 가문에서 성장한 톨스토이는 자신이 집필 중인 작품에서 가난과 고통, 질병 그리고 형살이에 처한 삶의 모습을 묘사 할 때 밑바닥 삶을 체험했던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참조 했다.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가난을 글로 읽었던 톨스토이와 달리 사형장에서 간신히 살아 남은 도스토옙스키는 모든 인간의 고통과 번뇌의 시작은 '돈'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결국 세상은 아름다움이 구원할 것이라 믿었다.


“나를 파멸 하게 하는 건 돈이 아니라 삶의 이 모든 불안, 이 모든 쑥덕거림, 냉소, 농지거리입니다”

-도스토옙스키의 <가난한 사람들>중에서


소설 ‘가난한 사람들’에서 빠듯한 월급으로 입에 겨우 풀칠만 하는 하급관리 마카르는 연인에게 자신을 가장 비참하게 만드는 건 돈이 아닌 타인의 조롱과 비웃음이라고 고백한다.

도스토옙스키가 이 작품 <가난한 사람들>을 발표 했을 당시 1846년대 러시아 사회는 모두가 ‘절대적 빈곤’만 강조했다.

하지만 지옥의 끝까지 추락해 본 경험을 가졌던 자신의 작품 <가난한 사람들>의 빈궁한 하급 관리 마카르의 모습에 상대적 빈곤에 시달리고 좌절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투영 시켜 이미 러시아 사회 깊숙이 청년 빈곤층의 심각한 문제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불행은 전염병입니다. 불행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서로 전염되지 않도록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당신이 옛날에 검소하고 조용하게 사셨을 때는 겪어 보지도 못했을 불행을 이제 제가 당신께 가져다 드리고 말았군요.]

-도스토옙스키의 <가난한 사람들> 중에서


불행도 가난도 전염병처럼 대를 이어 물려 받는다.

개천에서 용이 나던 시대는 이제 먼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고 누구든 열심히 성실하게 공부를 해서 좋은 성적으로 시험에 합격해서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과정의 연쇄 순환 고리가 사라져 버렸다.


[착한 사람은 황무지에서 살아야 하고 어떤 사람은 저절로 굴러 온 행복을 누리는 이따위 일들은 도대체 왜 생기는 것이랍니까! 어째서 어떤 사람은 어머니 뱃 속에서부터 운명의 새가 행운을 점지 해주고, 왜 어떤 사람은 양육원에서 태어난단 말입니까! ]

-도스토옙스키

도스토옙스키가 살았던 1840년대의 삶과 2023년 현 시대의 인간의 삶이 크게 나아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분명 인류는 진화해 왔고 현재의 삶은 분명 지난 세기 보다 월등히 좋아졌고 나아졌지만 서로를 향한 울분과 증오심, 분노의 크기는 이전 세기보다 더 커졌고 사회적 위치와 삶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 기회의 평등이 사라져 버렸다.


“누가 책에 뭐라고 쓰든 가난한 사람의 인생은 이전과 조금도 달라지는 것이 없습니다. 왜 이전하고 같을 수밖에 없느냐고요? 가난한 사람은 가진 것들을 옷을 뒤집어 보이듯 세상에 드러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도스토옙스키


샐리 루니는 여러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 속의 인물의 사고와 행동 모습이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며 이런 질문을 받을 때 마다 신경이 날카로워진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서간체 형식과 3인칭 시점이 뒤섞인 <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의 두 인물, 앨리스와 아일린은 독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작가의 생각과 사고를 대변하는 양면적인 인물들이다.

카톨릭 신앙이 국교인 국가에서 태어나 최고 대학의 영예로운 졸업생으로 30세에 진입하기 전에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위치에 올라선 작가는 삶의 중심을 신앙과 사랑에 두고 있다.

세상이 아무리 절망적이여도 신을 선택한다면 생의 빛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는 것 보다 무언가를 사랑하는게 훨씬 낫고,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기 있고, 내가 존재하지 않는 순간을 바라지 않으면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어. 그것은 그 나름대로 특별한 선물, 축복, 매우 중요한 것은 아닐까?'


친구 앨리스의 편지를 받은 아일린은 삼 개월 동안 피임약을 끊고 사이먼의 아이를 갖는다.

일에 대한 큰 애착심이 없는 의회 보좌관 사이먼은 자동차도 집도 없지만 방 한 칸짜리 주택에서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해 매일 출근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 바로 지금 겪고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고 남을 바꾸기보다는 나 자신을 바꾸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이런 사회, 이런 정치, 이런 국가의 상태를 개인이 바꾼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매일 우리는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하루를 살아내고 버텨내고 있다.

<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라는 제목은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 <그리그의 신들>의 한 구절로 작가 샐리 루니가 2018년에 참가한 리버풀 비엔날레 행사 제목이였다.


한 시대의 예술로 평가 받는 작품은 이미 현 시대에서 예술로 평가 받으며 수많은 이들의 공감과 이해 그리고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따라서 지난 세기의 작품이 현 시대에도 통용되는 언어가 되고 미술이 되고 음악이 되어 각기 다른 아름다움으로 빛이 난다.


91년생 작가의 작품이 밀레니얼 세대의 '제인 오스틴', '더블린의 프랑수아즈 사강'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로 불리며 미래의 고전으로 평가 받고 있어도 다음 세대까지 이 평가가 이어질지 모르겠다.



[아름다움이란 무섭고 섬뜻한 거야! 무섭다고 하는 건 뭐라고 정의 할 수 없기 때문이야. 정의할 수 없다는 건 하느님께서 수수께끼 만을 던져주셨기 때문이지. 여기 선 양극단이 맞붙어버리고 모든 모순이 함께 살고 있어. 동생, 난 교양이라 곤 하나 없는 놈이지만, 이건 많이 생각해봤어 정말 비밀이 무섭게 많아! 너무나 많은 수수께끼가 이 지상에서 인간을 짓누르고 있어.

어떤 사람이 그것도 더없이 고상한 마음과 높은 이성을 지닌 사람이 마돈나의 이상에서 시작해서 소돔의 이상으로 끝나고 만다는 거야

수많은 사람에게 아름다움이란 다름 아닌 소돔 속에 도사리고 있어.

넌 이 비밀을 알고 있었니? 섬뜩한 건 아름다움이 무서울 뿐만 아니라 신비로운 것이기도 하다는 사실이야. 거기서 악마가 신과 싸우고, 그 전쟁터가 바로 인간들의 마음 속이야.]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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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11-15 0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였나 이 책 그림 보고 어디에서 많이 본 건데 했습니다 《아몬드》 그린 사람과 같은 사람이라는 건 조금 전에 떠올랐습니다 이름 알아내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네요 영점일(0.1)...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닌데... 그림 그린 사람 이름도 잘 적어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마지막에 일러스트 영점일로 쓰여 있어요

앞에 보이는 네 사람은 여기 나오는 사람을 가리키는 것인가 봅니다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하는 소설을 쓰기도 했죠 제목 맞는지 모르겠지만... 거기에서는 사랑이기는 했네요

이 작가는 아일랜드 사람이더군요


희선

2023-11-15 2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bookholic 2023-11-15 0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디선가 먼지를 먹고 있는 <노멀 피플>을 꺼내야 하루시간이군여~^^
scott님, 즐거운 하루 보내시고요~~

scott 2023-11-15 23:15   좋아요 1 | URL
드라마도 추천 합니다.
북홀릭님 이 책은
아들과 딸에게는 아직 ^ㅎ^

새파랑 2023-11-15 1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샐리 루니에서 제인오스틴, 도스토예프스키 까지 이어지다니 놀랍습니다~!!

이 책 표지가 좀 마음에 안드는데 읽어보고 싶긴 합니다~!!

역시 문학강국 아일랜드~!!

🇮🇪 🇮🇪 🇮🇪

scott 2023-11-15 23:15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이 사강을 좋아 하는 것 만큼
샐리 루니도 좋아 하실 것 같습니다

문화 강국 아일랜드!
맥주도 맛난 나라 !^^
 
네가 사라진 날
할런 코벤 지음, 부선희 옮김 / 비채 / 2023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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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뉴욕 센트럴파크 벤치에 앉아 있다.

그 남자 앞에 관광객들이 괴성을 지르고 있고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각자 자신들의 휴대폰을 들고 찍고 있다.

이런 아수라장 속에서도 그 남자는 공원 한 복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스토베리 필즈

그는 지금 <스토리베리 필즈>라는 이름이 새겨진 벤치에 앉아 있다.


스토베리 필즈


바로 이곳 벤치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존 레넌이 총격을 받아 사망한 곳으로 그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그가 작곡한 노래의 이름을 벤치에 붙여 헌정했다.

점점 모여드는 관광객 틈 속에 끼여 버린 그 남자는 관광객들이 서로 앞다퉈 사진을 찍고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다.

IMAGINE

세계의 평화를 염원하며 만든 곡 IMAGINE의 노래소리가 공원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이 음악을 <스토베리 필즈>라고 새겨진 벤치에 앉은 단정한 양복 차림에 넥타이를 맨 이 남자의 이름은 사이먼

그는 이 공원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월드 파이낸셜 센터에서 나와 지난 시절 아이들과 함께 다녔던 산책길을 서성이고 있다.

아홉 살의 페이지, 여섯 살의 샘, 애니아는 세살

그는 지난 시절 세 명의 아이들과 함께 센트럴파크 웨스트 사이의 67번가에 있는 아파트에서 나와 이곳 스트로베리 필즈를 지나 연못가의 엘리스 동상까지 3미터가 넘는 거리를 아이들과 신나게 뛰어 다녔다.

공원 벤치 마다 누군가를 기리기 위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영특하고 활발한 큰 아이 페이지는 공원 벤치를 돌아 다니며 새겨진 문구를 낭독하는 재미에 빠졌던 아이였다.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아 이 도시에서 인생을 시작한 C와 B를 위하여

나의 앤,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하고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저와 결혼해주시겠어요?

1942년 4월 12일, 이곳에서 우리의 사랑이 시작되었습니다.

열 아홉살의 아름다운 메릴

더 멋진 삶이 어울렸건만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구나.

그때로 돌아가 너를 살릴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거야.

딸 페이지는 벤치에 새겨진 문구를 노트에 적으며 이를 주제로 상상력을 발휘해서 이야기를 짓곤 했다.

공원 여기저기서 기타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구걸하는 이들, 향을 피우며 존 레넌에게 절을 하는 이들, 조깅 하는 사람들, 개를 산책 하는 이들, 수영복 차림으로 바닥에 누워 있는 사람들 틈 바구니에서 사이먼은 우두커니 서 있다.

잠시 후 자신에게 구걸 하러 온 여자에게 시선을 고정 시키는 사이먼

푸석하게 엉켜버린 머리카락을 한 그 여인은 양 볼이 움푹 패인 몰골에 깡마른 체격에 누더기를 걸치고 있었다.

냄새나고 더럽고 망가진 채 구걸 하고 있는 여인

그 여인은 사이먼의 딸 페이지였다.

뉴욕 월가에서 최고의 몸값을 올리고 있는 주식 중개인 사이먼, 그의 아내는 몇 달씩 예약 환자가 늘어선 유명한 소아 청소년과 의사다.

세 아이들 모두 명문대 입학을 앞 둘 정도로 수재로 이름을 날렸다.

뉴욕 맨해튼의 콜롬버스 라인에 늘어선 극장가, 박물관, 미술관 그리고 고급 레스토랑과 백화점을 드나들며 주말마다 센트럴 파크 공원에서 뛰놀았던 가족, 세상에서 가장 완벽해 보였던 이 가족의 삶은 완벽했다.

첫째 딸 페이지가 집을 나가기 전까지는...

마약 중독자로 거리를 떠돌고 있는 딸 페이지를 찾기 위해 아버지 사이먼은 날마다 시간이 날 때 마다 공원을 배회 하며 불법으로 약을 판매하는 공급망 책들과 이들 중개인들을 찾고 있다.

이들은 SNS로 구매자들과 메신저를 교환하며 공원등지에서 약을 주고 받기 때문에 사이먼은 이들을 찾아 내기만 하면 딸의 행방을 알아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사이먼은 거리 악사들에게 틈틈이 50달러 지폐를 쥐어주며 말을 붙이며 주변 소식을 듣고 있다.


'문자로 고정 다섯 명이 있고, 놈들이 황금 시간대를 잡고 있지. 다른 사람들은 그 사이사이에 끼어 들어가.'

'그럼, 스케줄은 당신이 담당하나요?'


악단 구성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사이먼이 100달러 지폐를 슬쩍 주머니에 넣어 주자 다음날 문자가 도착했다.


-오늘 오전 11시 나한테 들었다고 하지 마쇼. 난 그런 떠버리는 아니니까.

-내 돈은 10시까지 가져오시길. 11시에 요가를 가야 해서.

지금 사이먼은 그 약속 장소인 공원 벤치에 앉아 있다.

혹시라도 딸 페이지가 자신을 알아볼까 싶어 맞은편 벤치에 앉아 있다.

오전 11시 58분

사이먼은 이미 뉴욕 주 북부에 있는 솔매니 클리닉 병실을 예약해 두었다.

드디어 누더기를 걸친 한 여자가 쓰레기 봉투에서 기타를 꺼낸다.

노래가 끝나자 사람들이 던지고 간 1달러 지폐를 정신없이 손으로 쓸어 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사이먼. 지폐를 줏어 담는 그 여인이 쥐고 있는 기타는 사이먼이 사준 기타로 딸 페이지는 그 기타를 선물 받던 그날 '아빠 사랑해요'를 백번 외쳤었다.

지금 그 딸은 모여든 구경꾼들 앞에서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딸의 모습에 충격을 받은 사이먼은 어디서 부터 잘못 되었는지 곰곰이 떠올려 보지만 좀비처럼 변해버린 딸이 강제로 병원에 끌려 갈 것 같지 않다.

쓰레기처럼 살며 약물 중독에 빠진 남자친구 에런의 뒤에 숨어버린 딸 페이지

아버지 사이먼을 딸의 이름을 부르며 에런에게 주먹을 날리고 도망치는 딸을 뒤쫓아가다 누군가가 그를 향해 몸을 날렸다.

이 모든 모습을 누군가가 촬영해서 유트브 영상에 올렸다.

조회수 289,000회를 기록하며 베스트 영상에 올라간다.


부자가 빈민에게 주먹질

월가가 부랑자를 가격하다

가난한 여자 노숙자를 망쳐놓은 대디 워벅스

노숙자를 때리는 증권 맨

'가진 자'가 '가지지 못한 자'를 공격하다.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는 38층 사무실에서 사이먼은 수 년 동안 고객들의 자산관리 사업 확장과 급여 계좌 관리, 아이들 학비 자금 충당부터 은퇴를 대비한 투자와 포트폴리오 잔고, 회사 급여 지급, 가족 여행 경비와 자잘한 취미 활동과 해외 여행 계획, 그리고 집안 리모델링 공사를 비롯해 부동산 투자 설계까지 완벽하게 기획하고 추진하며 고객의 인생을 설계해주었다.

그에게 돈은 스트레스를 덜어주었고 더 나은 삶을 제공해 주었고 더 나은 미래를 보여 주었다.

그에게 돈은 평안과 자유, 경험과 편의는 물론 시간까지 벌어 주었다.

하지만 그가 돈으로 얻지 못한 두 가지 '가족'과 '건강'으로 열심히 돈으로 투자 하고 계획하더라도 계획 했던 것 만큼 성과가 드러나지 않은 유일한 것이였다.

딸에게 달라 붙은 쓰레기 같은 남자 친구 에런을 돈으로 떼어버리지도 못했고 마약 중독에서도 벗어나게 하지 못했다.

결국 딸의 쓰레기 같은 남자 친구 에런은 자신에게 주먹을 휘두른 사이먼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고 신고를 받고 동영상을 확인한 형사들이 그의 사무실에 들이닥친다.

사이먼은 당당히 자신의 딸을 위한 정당 방위라고 주장하며 변호사를 내세운다.

하지만 형사들이 그를 찾아 온 건 에런의 목을 칼로 찌르고 도망간 용의자를 추적 중으로 그의 딸 페이지가 종적을 감추었기에 사이먼의 집과 아내의 병원까지 경찰들이 찾아와 샅샅이 뒤지고 있다.

[그건 악령과도 같아. 잡고 놔주질 않지. 상대방의 약점을 찾을 때까지 들쑤시다가 바로 그 약점을 파고들어 혈관으로 들어간다오. 술, 도박, 암이나 다른 바이러스일 수도 있고. 헤로인이나 코카인, 메스암페타민 같은 것일 수도 있소. 악령은 어떤 형태로도 존재할 수 있지.]

딸 페이지는 도주 중에 몰래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 아버지 금고에서 현금과 보석을 가져갔다.

사이먼과 그의 아내 잉그리드는 경찰의 추적을 피해 몰래 딸의 주변 인물을 만나며 딸이 그동안 어디서 누구와 함께 살다 약물에 빠지게 되었는지 그 내막을 알게 된다.

온갖 약물을 중간에서 공급했던 에런이 살해 되자 에런에게 약물을 공급했던 공급자들 끼리 서로 에런의 몫을 가져 가기 위해 총을 겨눈다.

이들의 세력 다툼 속에서 사이먼의 아내 잉그리드가 총에 맞아 혼수상태에 빠져버리고 마약 공급책들은 거리의 가장 어두운 지하 영업소로 숨어 버렸다.

뉴욕의 타투 거리마다 자리 잡은 그들은 서로가 누구를 만나 무엇을 주고 받는지 알고도 모른 척 하고 있다.

브롱크스, 브루클린 지역의 재개발 공사가 들어가는 허름한 아파트 마다 마약 공급원들이 활보하고 있지만 이들 모두 신분 노출을 하지 않은 채 주문자와 공급자, 매개자로 끈끈하게 얽혀 있다.


-찾아봐 아저씨. 찾아보는 거야.

하지만 당신 딸은 마약쟁이야 찾는다 한들. 해피엔딩은 아닐 거야.


사이먼은 수시로 연락처가 바뀌는 이들을 추적하며 딸의 행방을 찾아다닌다.

그는 딸을 찾는 동안 그동안 딸에게 자신은 어떤 아빠 \였는지 지난 시절의 일들을 떠올리기 시작하며 어디서 부터 어긋나게 되었는지, 파멸의 불씨가 시작되었는지. 자신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떠올려 보며 딸의 남자 친구 에런의 가족이 살고 있는 곳을 방문한다.

술에 찌들린 채 허름한 농장 밖을 어슬렁 거리는 에런의 부모는 죽은 에런의 친 엄마에게 가보라고 사이먼에게 연락처를 던져 준다.

타투 전문 클럽에서 일하고 있는 에런의 생모에게 어떤 정보를 얻지 못한 사이먼은 어떤 학교에도 다닌 적이 없었던 에런이 어떻게 자신의 딸에게 접근할 수 있었는지 그 내막을 듣기 위해 딸이 다녔던 학교를 찾아간다.

딸의 기숙사 친구들은 에런을 만나기 전부터 약물에 손을 대었다는 걸 눈치 챘지만 어느 누구도 약물 복용을 말리지 않았다.

사이먼은 아내가 혼수 상태에 빠져 있는 사이 그동안 아이들이 발급 받은 카드 사용처를 뽑아 하나씩 조사하기 시작한다.

행방 불명인 채 도주 중인 딸 페이지가 'DNA검사로 가계도 완성하기' 라는 계보학 사이트에 79달러를 결제한 내역을 발견했다.

집으로 돌아가 아이들이 사용한 칫솔을 모조리 지퍼 백에 담은 사이먼은 마지막 큰 딸의 방 욕실에 먼지가 쌓여 있는 칫솔을 찾아 낸다.

-그 사람을 죽이지 마세요. 제발

-이 종이를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마세요. 그 아이에게도요.

당신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릅니다.

두 시간 후면 유전자 검식 결과가 나올 것이다.

사이먼은 지난 시절 자신의 아버지, 국제전기공조합 102번 지부 소속 전기기술자였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렸다.

아들 사이먼의 졸업 2주전 심근 경색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

아들 사이먼이 아버지를 사랑했던 것 만큼 그의 아이들도 그를 사랑할까?

사이먼은 자신의 아버지가 만약 자신이 마약쟁이였다면 내버려 두었을지 생각해보던 중 딸의 대학의 교수 루이스 밴더비크가 그의 앞에 나타난다.

딸이 대학에서 당한 성폭력 사건을 교내 법령 학칙에 따라 처리해 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이먼은 분노조차 못한 채 큰 충격을 받아 집으로 돌아가던 중 지하철 좌석에서 정신을 잃어 버린다.


-돈 준비했어. 사인해야 할 거야. 토드 레이시를 찾아가

패스트푸드 체인점과 고급 제과점 사이에 그들이 지나가고 있다.

100달러를 요구하는 그들에게 연락처를 받아낸 사이먼은 유전자 검사 결과를 문자로 확인한다.

혼수 상태에 빠진 아내를 찾아 온 어느 종교 단체 사이비 교주

젊은 시절 아내 잉그리드가 해외에서 모델 활동을 했을 때 사이비 종교에 빠져 교주의 아이를 임신했고 사람들에게 아이가 사산 되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대학 음주 파티에서 더그 멀저라는 남학생에 성폭행 당한 딸 페이지는 멀저 부모의 재력에 고개를 숙인 학교 측으로 부터 아무일 없었던 걸로 하자는 합의를 강요 당한다.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받은 페이지 앞에 친 오빠라는 사람이 나타나고 그에게 홀려 버린 페이지는 무시 무시한 약물중독자가 된다.


완전히 회복하고 난 후 집으로 돌아 온 아내 잉그리드, 그녀는 노래를 부르는 듯 가족에게 '저녁식사 준비 다 됐다'고 외친다.


'나는 우리 가족을 사랑해.'

'나도 마찬가지야.'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삶을 살아가는 동안 순수하게 행복한 순간을 맛볼 기회가 많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이거나 감정을 억제 하며 자신들의 본래의 모습을 감추며 살아간다.

수면 위로 불쑥 올라 온 행복은 그리 길지 않다. 태양의 길이보다 훨씬 짧고 오래도록 유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모두 모여 있다.

어려울 때나 힘들 때나 슬플 때나 기쁠 때나

사이먼은 알고 있다.

세상의 모든 가족마다 각기 다른 행복의 길이와 주기를 갖고 있다는 것을...

그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아내의 웃음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녀의 웃음소리를 계속 듣기 위해서라면 그는 어떤 댓가라도 치뤄야 한다는 걸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아이들을 위해서,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돈을 위해서라도


“나는 누군가 죽는 이야기보다 사라지는 이야기에 매료되는 편이다.

살인은 사건 해결에 초점을 두지만 실종은 희망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희망이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것이자, 우리를 산산이 깨부술 만한 거대한 것이다.”

_ 할런 코벤, 출간 인터뷰 중에서

대부분의 스릴러의 시작은 '살인'에 촛점을 맞추지만 스릴러의 거장 할런 코벤은 ‘실종’에 중심을 두고 인간이 가장 집착하고 있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건 바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점점 더 깊은 곳으로 추락을 감수하는 희생적인 인물과 나만 추락 할 수 없다는 악랄한 이기심으로 무장한 빌런들을 등장 시켜 인간에 내재된 선과악을 정교한 시선으로 거침없이 질주 하다 마지막 예측할 수 없는 반전을 툭 던진다.



사라진 딸을 찾아 나선 아빠 사이먼의 추격전과 함께 미국 전역을 돌며 자신들의 먹잇감을 ‘ 사냥하는 수상한 2인조와 실종자사건을 추적하는 FBI 출신 사설 수사관이 맨 마지막 하나의 연결 고리로 이어진다.

마지막 퍼즐이 완성되는 순간,스릴러의 거장 할런 코벤이 보여주는 이야기가 뉴욕의 부유한 가정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인 마약 중독,교내 성폭력, 부와 권력을 쥔 부모 뒤에 숨은 청소년 범죄자들, SNS 바이럴 영상, 광신도, 연쇄 범죄까지 스릴러라는 장르를 넘어 현시대의 인간의 본성이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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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9-05 02: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러 가지 문제가 섞여 있군요 무엇이 문제였을까를 찾다보면 여러 가지 일을 알게 되기도 하겠습니다 그런 걸 알면 좋을지... 아니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페이지가 학교에서 성폭력을 당했을 때 학교에서 가해자를 처벌 받게 했다면 좋았을 텐데 싶네요 그런 걸 부모한테 말하기도 그렇겠죠 어느 나라든 성폭행은 숨기려고 하는군요 더 위로 거슬러 가면 엄마가 피해를 본 이야기도 있다니...


희선

2023-09-05 2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3-09-05 0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네요 ㅋ 페이지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scott 2023-09-05 23:29   좋아요 1 | URL
이 책 잼납니다
역쉬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물은 달라여 ㅎㅎ
페이지가 휙휙 넘어갑니다 ^^
 
아키라와 아키라
이케이도 준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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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너는, 어떤 소리를 들으며 자랐을까?

어린 시절의 너는, 어떤 냄새를 맡으며 자랐을까?

아키라의 경우,그건 유압 프레스기에서 나는 규칙적인 소리였다.

아키라의 경우, 그건 공장에서 풍겨와 따금하게 코를 찌르는 기름 냄새였다.

                                                                      -아키라와 아키라 중에서

영세공장의 아들 야마자키 아키라의 아버지가 운영 했던 공장 구석에 쌓여 있는 재고 더미 위해 먼지가 상자 두께 만큼 쌓여 갔고 은행 직원이 집안 곳곳에 돈이 될 만한 물건들에 전부 새빨간 압류 딱지를 붙여 놓았다.

직원들이 떠나 버린 공장은 폐쇄가 되었고 아버지는 소식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졌고 어머니는 친척집을 찾아 다니며 돈을 꾸러 다니고 있다.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아키라는 홀로 기차를 타고 외가로 향하는 동안 소식이 끊어진 아버지의 생사 여부가 걱정되어 환한 대 낮인데도 불구하고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아키라, 인생에는 많은 일들이 있어. 하지만 지면 안돼.'

'지면 어떻게 되는데.'

'지면?'

'그것 역시 인생일지 모르지.'


소년 아키라는 운영하고 있던 공장을 폐업 한 아버지가 자신의 인생에서 졌다고 생각하며 외할아버지 집을 나와 무작정 해안 도로를 따라 걷는다.

소년 아키라 앞에 고급 승용차 한 대가 급 브레이커를 밟는다.

운전석에서 한 남자가 뛰쳐나와 바닥에 쓰러진 소년 아키라가 다친 곳이 없는지 조심스럽게 살펴보고 있다.

고급 승용차 안에 타고 있는 두 소년은 숨을 삼키며 운전 기사가 일으켜 세우는 소년 아키라를 바라 보고 있다.

자신과 비슷한 나이 또래 인 걸 알아차린 그 소년의 이름도 아키라, 해운 회사 경영자 집안의 후계자 가이도 아키라다.

가이도 아키라는 동생 료마와 함께 늦은 저녁 시간에 회사 고문이시자 대주주인 할아버지가 주최하는 이즈니 별장에서 열리는 스텐딩 파티에 참석하러 가던 길이다.

가이도 아키라는 매사 꼼꼼하고 신중한 태도로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동생 가이도 료마는 형 아키라가 감당하기 힘든 일도 곧잘 해내는 능력을 발휘하기도 하면서도 때로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시코쿠 지역에서 수산물 장사를 시작했던 가이도 집안은 메이지 시대에 해운업에 뛰어들어서 일본 섬유업 분야 해운 영역을 광범위하게 확장 시키며 막대한 부를 쌓아 올렸다.

이 막대한 부를 쌓아 올린 인물은 가이도 아키라의 할아버지로 도카이 해운의 회장직만 유지 한 채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로 현재 아키라의 아버지가 사장을 맡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과 존재감을 드러내는 할아버지는 손주 아키라의 롤모델이다.


일본 대형 은행에서 주요 직책을 맡으며 일본 경제 사회가 어떻게 붕괴 되기 시작했는지 누구의 책임으로 나라 전체의 기반이 흔들리게 되었는지 서스펜스와 스릴러를 입혀서 역동적인 모습으로 탄생 시킨 작가 이케이도 준의 거의 모든 작품은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 될 만큼 일본 내에서 현대판 경제 사회 시대극으로 불리고 있다.

1970년대 일본 거품 경제가 꺼지기 시작하자 일본 열도 곳곳에 소규모 공장 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하던 시기 서로 다른 가정 환경과 배경을 가진 두 남자 아키라와 아키라의 인생 여정을 교차 시키면서 197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약 30년에 걸쳐 오일쇼크, 거품경제, 잃어버린 10년으로 일본 사회전반에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파노라마 처럼 펼쳐 보인다.

별볼일 없는 가정 환경에서 불굴의 의지와 성실함으로 맨손으로 자신의 사업을 일군 가정에서 성장한 청년과 막대한 부를 가진 세계적인 기업의 후계자의 성장과정은 앞서 발표한 무수히 많은 영화와 책 그리고 드라마로 방영되고 출판되었다.

도산과 파산으로 살고 있는 집과 재산이 전부 날라 가버린 집안에서 오로지 뛰어난 학업 성적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대학 졸업장만 달랑 갖고 있는 청춘과 대 기업의 후계자가 사회 첫 출발선의 시작은 같을 수가 없다.

특히 이 작품 속의 두 명의 아키라는 악하거나 비열하지 않고 곧고 바른 성품으로 은행에 입사 했던 날과 연수 기간에 만난 것을 제외하고 라이벌 처럼 대립하지 않고 각자의 인생을 살아간다.

[눈앞의 자료에 두 사람의 프로필이 있었다.

가이도 아키라와 야마자키 아키라.

아키라와 아키라인가. 아키라 대결이로군. 해학을 즐기는 뇌는 시시한 말장난을 떠올렸다. 하네다는 이름도 그렇지만 두 사람의 공통점은 눈이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 다 눈빛이 좋다. 허세가 없는 맑은 눈이다.]

                                                                             -아키라와 아키라 중에서

두 명의 아키라는 특정 계층의 모습을 대변하는데 대기업 후계자라고 해서 한 없이 행복하지도 않고 흙수저 출신이라고 해서 한없이 불행하지도 않다.

서로 다른 운명과 숙명을 짊어졌음에도 불굴의 의지와 열정으로 자신들 만의 미래를 개척하는 두 인물의 이야기는 솔직히 현대판 판타지물로 비 현실적이게 느껴졌다.


사회에 나와 보면 누구나 알게 된다.

부모의 등골이 휘어질 정도로 지원 받아도 누구의 아들, 누구의 딸이라는 이름 만으로 능력이 앞선 사람을 제쳐버리고 먼저 자리를 꿰차는 곳이 사회라는 정글이다.

일본에서 이케이도 준이 출간 하는 작품은 엄청난 판매 부수를 올리며 국민 작가로 불리고 있다.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한 <한자와 나오키>는 대규모 은행에 근무하는 은행원이 마치 사무라이처럼 자신들의 사리사욕만 채우고 있는 상사들을 향해 소리치는 모습에 수 많은 일본 시청자들이 열광했다.

이케이도 준이 발표하는 일련의 작품들마다 탐관오리 같은 공무원들과 서민의 돈을 슬쩍하는 은행원들 소규모 로켓 공장에서 생성하는 로켓에 모든 희망과 꿈을 거는 모습을 통해 "버블 붕괴 이후의 헤이세이 일본 사회'에서 무기력한 채 꿈을 잃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가져라'라는 마법을 걸어서 인지 이번에 출간 된 <아키라와 아키라>도 100만부가 팔렸고 드라마와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확실히 지금은 불도저 전략이 어찌저찌 통해. 하지만 이 경기도 언젠가 끝날 거야. 그때가 되면 지금 옳았다고 믿었던 게 실수가 될 거야. 올바른 융자란 어느 시대에나, 경기가 어떨 때라도 명확한 원칙에 바탕을 두고 있어. 실수요와 타당성, 그 유가증권 투자에 그게 있을까?”

아키라는 별안간 깨달았다. 살벌한 융자 현장에서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할지 방향을 잃고 있었다는 것을. ]

                                                                                        -아키라와 아키라 중에서


소규모 창업을 단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융자를 받아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피 같은 이자를 정확한 날짜에 떼어가고 피도 눈물도 없이 폐업에 임박하는 순간 온 집안의 붉은 색 딱지가 붙는지를...

성실하게 일해서 매달 꼬박 월급을 받는 유리 지갑 봉급쟁이들의 자식들과 세계적인 해운회사의 후계자가 은행에 취직해서 월급쟁이로 사는 삶은 다르다.

봉급쟁이 자식들은 피 땀 눈물 흘려가며 한 푼이라도 아껴도 10년 안에 내 집 마련하기에도 허리가 휘어지지만 후계자의 자식은 금융 지식도 넓히고 업무도 배우며 주요 금융 관계자들과 얼굴을 익히며 인맥을 쌓으며 장차 물려 받게 되는 해운회사 경영 실무 지식을 익히며 내 집 마련의 걱정은 먼지 만큼 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모교 와세다 대학 국제 도서관에 작품과 관련된 것들과 소장품을 기증 하며 매달 북토크와 재즈 라이브 콘서트를 열었던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 시대 청춘들에게 가장 놀라웠던 것 중에 하나는 무엇 하나 새로운 걸 도전 하거나 즐기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토크쇼에 참석한 재학생들 중에 질문을 하는 이들은 다른 국가에서 건너온 교환 학생들이거나 외부 인사들이고 낭독회를 열어도 참석자들 대부분은 도서관 출입 허가 예약 신청을 한 바다 건너온 관광객들이라고 한다.

현재 무라카미 하루키는 2023년 미국 웨슬리 대학에 방문 자격 교수로 초청 받아 일본 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단편을 읽고 토론하는 세미나를 열고 성황리에 마쳤다.

일본의 대학생들보다 더 뜨거운 반응을 보인 미국 웨슬리 대학 일본어 전공 학생들은 하루키 작품 뿐만 아니라 현재 출간되고 있는 주요 일본 문학 단편을 전부 읽고 매주 토론 하는 모습에 무라카미 하루키는 일본의 청춘이 미래를 향한 꿈도 희망도 잃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는 말을 했다.


여러 번의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는 중에도 세계적인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는 동일본 지진으로 집을 잃고 학교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음악 수업을 열었고 악기를 손에 쥐어 주며 소규모 콘서트를 결성 시켜서 대지진으로 꿈과 희망,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청춘들에게 음악으로 치유해주기 위해 노력했다.


2023년 3월에 세상을 떠난 오에 겐자부로는 일본 깊은 곳에 숨어 있는 ‘폭력을 해방’시키기에 숨을 거두기 직전 까지 아사히 신문에 기고 하며 사회·경제적 약자로서의 청년층, 핵전쟁, 핵오염 등 지금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끊임없이 언급하며 정부와 세상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나는 다시 살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살 수 있다”

-오에 겐자부로

이케이도 준의 <아키라와 아키라>의 시대는 1970년 부터 2000년 까지로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도호쿠 지역)이 발생하기 이전의 사회 모습이 담겨 있다.

소설 속에서 보여주는 일본의 지난 30년 동안의 사회 모습은 짠맛, 쓴맛을 빼버린, 달콤하면서 순한 맛으로 어떤 이들도 악랄 하지가 않다.

해운 회사 고위직에서 후계자 자리를 노리고 있는 삼촌들도 비열하지 않고 형보다 더 영특한 동생 료마도 순둥이스럽게 회사 생활을 한다.

은행원으로 승승장구 했던 흙수저 출신 아키라는 20년의 세월이 흐른 후 아버지가 피 땀 눈물로 세웠던 폐허가 된 공장터로 돌아 온다.

그는 그곳에서 지난 시절의 슬픈 기억을 떠올리며 힘겨워 하면서도 성실하게 일했던 아버지를 그리워 한다.


'나는 여기로 돌아왔구나.'

아키라의 마음 속에 가라앉아 있던 응어리가 어느새 사라졌다.

특별한 것 하나 없는 곳이지만 이곳에는 아키라에게만 보이는 기억의 풍경이 있다.

이 장소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준다.

그리고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다.

어린 시절의 너는, 어떤 소리를 들으며 자랐을까?

어린 시절의 너는, 어떤 냄새를 맡으며 자랐을까?

그 모든 것의 대답이, 이곳에 있다.

-아키라와 아키라.


판타지물을 보며 희망을 품고 자신의 인생의 방향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아키라, 넌 너만의 인생을 살아라. 있는 힘껏. 어떤 의미로 네가 은행을 선택했을 때 난 부러웠다.”


이 문장은 아마도 다이아몬드 수저를 물고 태어난 해운업 후계자 아키라의 인생일 것이다.


타고난 운과 명은 인간이 어찌해서 바꿀 수 없는 것일까?

대답해봐라 아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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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8-10 0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에는 나쁜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니... 다른 데는 대결하는 사람이 나오기도 했는데... 예전에 드라마 보기는 했는데 생각나는 게 별로 없군요 이케이도 준 소설은 거의 드라마로 만들고 이건 영화로도 만들었군요 두 사람 이름은 아키라여도 서로 다른 삶을 사는... 둘 다 자기 나름대로 사네요 자기보다 나은 사람 보면 부럽기는 하겠지만, 그런 것만 생각하면 안 좋을 듯합니다 자신은 자신대로 살아야죠


희선

2023-08-10 1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persona 2023-08-10 1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진 일서 만화체 표지는 좀 부드러운 느낌이었던 거 같은데 번역서 표지는 뭔가 실전이다! 그런 느낌이 드네요. 잘 읽었습니다.

scott 2023-08-10 10:42   좋아요 1 | URL
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