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비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백수린 옮김 / 미디어창비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아버지는 그것을 교외선 기차에 주워오곤 했다. 쓰레기통 옆에, 마치 누군가 죽거나 이사해 사람들이 놓고 간 것 같은 책들을 주워올 때도 있었다.

 

한남자가 ‘조르주 퐁피두의 인생’ 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조르주 퐁피두의 인생에 대단히 매료된 그는 ‘ㅇㅇ의 인생’ 이란 제목의 책들을 찾아 보았지만 ‘조르주 퐁피두의 인생’만큼 흥미로운 인생은 아니였다.

 그의 부인은 ‘조르주 퐁피두의 인생’ 속에 자기 자신의 모습을 찾았다.


이책을 읽기전 그와 아내는 자신들의 생애가 얼마나 다른 이들의 생애와 닮았는지를 알지 못했다.

 

‘모든 인생은 다 비슷비슷했어.’

‘아이들만 빼고, 아이들에 대해서는 우리가 아무것도 몰랐어.’

 

‘조르주 퐁피두의 인생’은 삶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가 하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조르주 퐁피두에 인생에 매료된 이 두 남녀는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두 사람은 프랑스 파리 외곽에 자리 잡은 ‘비트리’에 이방인들이었다.

비트리에서 만나 이곳에서 결혼해서 체류증을 발급 받고 갱신해가며 한시적인 신분으로 비트리에 살았다. 처음 이곳에 도착 했을때부터 두사람은 ‘실업자’였다.

아무것도 아는게 없었고 특별한 기술도 없는 두사람을 어느 누구도 고용하지 않았다.

시에서 주는 실업 급여, 생계보조금을 지원 받으며 이곳에서 매해 아이들을 낳았다.

철거가 중단된 곳에서 살면서 기차나 서점에 중고 서적 선반 쓰레기통옆에서 주워온 책들을 읽으며 아이들을 키웠다. 

다자녀 정책으로 제공되는 무료 승차권으로 파리를 수시로 오고 가며 ‘조르주 퐁피두의 인생’을 읽었다.

이 남자는 조르주 퐁피두의 인생에서 자신을 발견했다. 


이들 부부에게는 에르네스토라는 아이가 있다.


열두살 사이에서 스무 살 사이라고 스스로 짐작 할정도로 부모도 자신도 확실한 나이를 알지 못한다.

글도 읽을 줄 몰랐다. 오직 자신의 이름만 읽고 쓸 줄 알았다.

어느 날 불탄 책을 발견한 에르네스토는 몇 날 며칠 불탄 책을  가지고 창고에 틀어박혀 여러해가 지난 후 에르네스토는 책이 품고 있는 고독과 고통 불탄 책 속에 갇혀 있는 나무를 떠올렸다.

여동생 잔에게 운명이 어떻게 서로 맞닿게 하고 녹아들게 하고 정신과 육체에 섞여 들게 하는지에 대해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르네스토가 생각하는 인생이란 끝을 보기 전까지 전체를 가늠 할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비트리에 한 교사를 찾아간 에르네스토는 부모를 떠나 학교에 가는 것이 자신의 길,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사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려고 하지 않은 엄마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1년내내 감자만 깎고 있다. 

줄줄이 태어난 아이들에 정확한 나이를 모른다. 부양 가족 수당과 실업 수당을 받은 아버지는 무료 승차권으로 파리를 오고 가며 조르주 퐁피두의 인생을 닿도록 읽고 보졸레나 칼바도스를 정신을 잃을 정도로 마신다.

어린 동생들은 에르네스토와 잔이 자신들에 곁을 떠나는 것이 가장 두렵다.

언젠가 부모님들은 자신들을 ‘빈민 구제 아동 보호소’로 데려가 아이를 파는 서류에 사인을 할지 모른다.

학교로 떠난 아들 에르네스토, 어린 시절부터 ‘타오르는 불’을 사랑했던 딸 잔느

어머니는 자신이 낳은 이 아이들에게 두려움을 느꼈다.

아버지는 종종 창고 같은 집안으로 다른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다른 집에 아이들은 아버지를 무척 좋아했지만 창고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아버지에 아이들은 고통을 느끼며 아버지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버지라는 사람은 이런 사람이었다. 오로지 아이들과 강한 유대감을 만들려고 무시무시한 사랑을 주고 있었다.

오빠를 사랑하는 여동생 잔, 아버지는 알고 있었다.

오빠와 함께 있는 순간이 미칠 듯이 행복하다고 울부 짖는 딸에 말에 겁에 질려 집을 나가버린 아버지

 두남매가 사랑과 행복을 공유하면서 이들 가족은 더 이상 서로를 바라보지 않는다.


‘너희가 고속도로를 건너면 그게 딱 한번이더라도 엄마는 나를 죽이고 말거야.’


실제로 동생들은 단 한번도 고속도로를 건너지 않았다.


그해 여름 어느 날부터 인가 유년 시절의 커다란 텅 빈 구멍 검은 시멘트 벌판을 비트리의 아이들은 떠나버렸다. 아니, 비트리의 모든 아이들을 전부 찾아 볼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들러 붙어있던 내팽개쳐졌던 아이들 그들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며 놀고 있는지 누구와 웃고 있을까?


에르네스토아 잔은 더 이상 동생도 부모님도 만나러 가지 않는다.

그들은 더 이상 그 무엇에 대해서도 그곳에 대해서도 생각 하지 않는다.

서로에 침묵 속에서 그들은 이미 피할 수 없는 언젠가 다가올 그 무엇을 향해 함께 나아가고 있다는 것, 함께 공유 할 수 없는 그 무엇. 생의 끝을 향하고 있을 것이다.

유년 시절을 에르네스토는  이렇게 말한다.

사랑, 그녀에 대한 사랑을

잔과 에르네스토는 눈을 감는다.


생의 끝까지 그녀에 대한 사랑이  폭풍우 치는 하늘에서 내렸던 여름의 비 였다.

비트리에 첫 여름비가  내린다.

비는 시내 전역에 강과 파괴된 고속도로에 나무, 오솔길,아이들이 지나던 비탈길에 세상의  끝까지 떠돌아다닐 창고 옆의 서글픈 의자들 위에도 오열 하는 파도처럼  세차게, 격정적으로 쏟아져 내렸다.


어쩌면 에르네스토는 죽지 않았을지 모른다. 뛰어난 교수가 되었거나 미국에서 임명한 학자가 되었을지 모른다.

잔은 에르네스토가 떠난 그해 떠났을지 모른다.


언젠가는 에르네스토 없이 지내야 할 그 언젠가는 모두 서로와 영원히 헤어질것이다.


하나씩 이별이 생겨나고 머지않아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이들이 자기 차례가 되는것그것이 인생이라는것을…..

여름은 순식간에 난폭하게 들이 닥친다.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여름은 그곳에 움직임 없이 슬픔에 잠긴 채  숨 쉬는 공기를 가득 채운 뜨거운 열기, 유년 시절에 여름은 가난과 고통, 사랑,슬픔까지 집어 삼켜버린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20-09-16 14: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뒤라스의 <연인>을 읽었는데 명성에 비해 다소 실망했었어요. 너무 기대가 컸었나 봐요.
이 작품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개인 취향이 각기 달라서 말이죠.

저도 인생은 거기서 거기, 라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표면적으론 다르게 보이지만 속은 비슷하다고 느낍니다.

scott 2020-09-16 19:34   좋아요 1 | URL
뒤라스에 문장을 한국어로 번역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의식의 흐름처럼 서술하면서 문단 사이사이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고 꿈과 현실이 뒤섞여서 실화인지 허구인지 모호하게 뒤섞어놓거든요 초기작품 몇개를 제외하고 알콜중독으로 심신이 극도로 불안정할때 작품을 써서 인물들에 독백이 중얼거리게 적어놓기도 하는 작가이고 다양한 방언들 당시 전쟁후 세계각지에 흩어져 있던 이방인들 식민지 에서 돌아온 동포들이 내뱉는 프랑스어를 그대로 적어서 번역자들에게 뒤라스는 가장 난해한 작품이라고 하네요.
이작품은 오래전에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작품속에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가 시나리오를 옮겨놓은것처럼 삽입되어 있답니다. 읽다보면 우화 같기도 하고 작가 자신에 이야기인것 같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영화로 유명한 연인보다는 이번 작품이 더 좋았네요. ^.^
 
베네치아의 겨울빛
조지프 브로드스키 지음, 이경아 옮김 / 뮤진트리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러시아에서 태어난 시인,조지프 브로드스키(Joseph Brodsky)  서른두 살에 조국에서 추방된 후 24년동안 세계 곳곳을 유랑하며 러시아어로 시를 쓰고 정착한 도시 미국에서는 영어로 산문을 썼던 작가

미국에 정착한 이후 매년 겨울마다 찾아간 베네치아 

물위로 가는 여행은 비록 짧은 거리라 해도 태고의 분위기가 난다. 우리가 그곳에 오래 있으면 안되는 사실은 눈이나 귀,코,입,손바닥이 아니라 발이 알려주는데 그발은 감각기관으로 이상한 움직임을 감지 할것이다. 

그렇다. 고국에서 추방된 시인 조지프 브로드스키는 어떤 나라 도시에 머물러도 절대로 자신이 그곳에 속할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가 내딛는 낯선 이국에 대지 위는 어디론가 흘러가는 물처럼 불안정하게 움직여서 마음을 굳게 먹어도 언제 어디서든 긴장하며 경계심을 품고 걷다가 어느순간에는 길한가운데서 멍한 상태로 서성이며 어디로 향할지 방향 감각을 상실해버린다,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는 시인 조지프 브로드스키는 살아 생전 열일곱번에 겨울을 베네치아에서 보냈다.

베네치아의 겨울은 시인에게 어디선가 숨어 있는 감정을 드러내게 만드는 도시였다,

새벽 밤 공기같은 색깔로 일렁이는 물결에서 자신에 모습을 확인하는 시인 조지프 브로드스키,그가 태어난 도시 상트페터스부르크에 겨울은 추위에 감각을 상실하게 만들고 밝은 태양보다 짙은 안개와 어둠에 시간이 길었다.


겨울의 베네치아에서는 특히 일요일이면 헤아릴수 없는 종소리에 눈을 뜨게 된다. 흡사 면 커튼 뒤 진주빛 영롱한 회색하늘에 뜬 은쟁반 위에서 거대한 도자기 티세트가 진동을 하는것 같다.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면 한편은 축축한 산소이고 한편은 커피향기와 기도소리인 진주가 가득 맺힌듯한 실안개가 바깥에서 곧장 밀려 들어온다. 어떤 종류의 약을 몇알이나 아침에 삼켜야 한다 해도 당신은 그것들이 여전히 당신을 위해 남아 있는것  같은 기분이 들것이다.베네치아는 아연으로 뒤덮인 둥근 지붕들은 찻주전자나 뒤집어 놓은 컵을 닮았고 비스듬한 종루의 옆모습을 보면 버려진 숟가락 처럼 쨍그랑 소리를 낸후 하늘로 녹아 없어진다는 점에서 도자기와 같은 면모를 지니고 있다.


숙소 밖을 나와서 어디를 가려고 마음을 먹었어도 구불거리는 도로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어지는 골목길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시인, 골목길에 끝자락에는 거센 물살이 소용돌이 치고 있다. 

베네치아에는 동서남북이 없다. 

목적지를 잃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샛길로 빠져나가는 것뿐

이렇게 미로처럼 골목 골목이 얽혀 있는 베네치아에서 시인은 목적지를 잃어버리고 누군가로부터 달아나듯 흥분하며 스스로가 사냥꾼인지 아니면 사냥꾼의 사냥감인지 모른채 길을 잃고 거리를 헤멘다.


 동료 시인 안나 아흐마토바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탈리아는 당신이 남은 평생 계속 되돌아갈 꿈이에요.'


시인은 꿈속에서 이탈리아 베네치아로 돌아갔을까? 아니면 자신에 고국 러시아 상트페터스부르크로 돌아갔을까?


꿈에서 깨어난 시인은 매년 겨울에는 베네치아 일반통행로가 없는 도시로 돌아갔다.


죽은시인들, 예술가들이 머물렀던 그곳, 눈동자 속에 갇혀 있는 눈물처럼 땅 위로 흘러 넘칠듯 일렁이는 물살에 에워 쌓인 도시 베네치아 

물에 쓸려도 베네치아는 움직이지 않는다. 

과거에 흘렸던 눈물들은 상트 페테스부르크에서 얼음처럼 굳어버렸지만 베네치아에서 흘리는 눈물은 하루를 꽉채운 햇살처럼 반짝인다.


조류가 아드리아해를 몰고 오고 더나아가 대서양과 발트해를 몰고 오듯이 바다가 존재하는한 베네치아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것이다.



모든것을 비추고 굴절시키는 물처럼 베네치아의 겨울빛은 이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형태의 겨울빛,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사랑의 빛이다.

Winter: Time to visit Venice! - Petros Stathis

Winter in Venice, Italy. | Venice italy photography, Italy photography, Venice  in winter


나는 발틱해 연안의 습지대에서 태어나서 자랐다.

그곳에는 항상 연회색의 파도가 두줄로 밀려들고 있었다.

그러므로 모든 시가 아직도 젖어 있는 머리칼 같은 파도가 부서지면서 일으키는 음침한 낮은 목소리가 있었다. 

물론 파도가 부서질때의 얘기지만 창백한 귓바퀴는 그속에서 바다의 소음을 듣지 않고 캔버스나 셔터나 불위에 놓인 주전자나 물끓는 소리가 갈매기의 금속성 같은 울음소리로 들렸다.

이 낮은 지역에서 사람들을 바다로 부터 지켜주는 것은 숨을 곳은 한군데도 없고 모든 것이 환히 눈에 보이는 산속 깊은 곳  두려움없이 울려퍼지는 산울림이다.

나를 성숙하게 만들어준 것은 그곳의 추위였다. 시린 손바닥을 덥히기 위해 나의 손가락은 팬을 움켜잡아야했다.

나는 당신을 천사들보다 더 사랑했었다.

늦은밤, 모든 생명들이 잠든 골짜기에 파묻혀 있는 조그만 마을에서 구겨진 종이에 이런 상념들을 적으며 

축늘어진 풀들을 때리는 바람을 바라본다.

바람에 맞은 풀들 위로 붉은 태양이 떠오르면 자주 빛깔 핏물들이 대지 위로 올라온다.

항상 떠있는 별들은 절반은 구름에 가려져서 어느 샌가 단 하나의 생명체들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도저히 생각 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당신이 그 땅에 있는 나를 한번 만이라도 떠올려준다면 

우리들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아득한 바다와 들판 너머로 들려오는 비명 섞인 한숨 소리처럼 

당신에게 이보다 더 슬픈 일은 없을 것이다.

눈물을 흘리고 싶어도 흘릴 수 없는 당신은 이미 그곳을 떠나버렸으니까...

                                                   Joseph Brodsky, 1940년 5월 24일 ~ 1996년 1월 28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밤하늘은 언제나 가장 짙은 블루 타히의 시집 3부작
사이하테 타히 지음, 정수윤 옮김 / 마음산책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기 한 시인이 있다. 


 도시를 좋아하게 된 순간, 자살한 거나 마찬가지야

 손톱에 칠한색을  너의 몸속에서 찾아보려 한들 헛일이겠지

밤하늘은 언제나 가장 짙은 블루다.

네가 가여워하는 너자신을 아무도 도 사랑하지 않는한

 너는 분명 세상을 싫어해도 좋다

그리고 그러하기에 , 이 행성에 ,연애 따위는 없다.



눈이 아름답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하얀 피부가 아름답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내가 가질수 없는 걸 손에 넣은 모든 사람이 

조금도 어름답지 않다는게, 너의 말보다 몇배는 더 나에게 상처를 준다, 살아 있음에 기적을 느끼는건 다섯살 까지로 하자 언제 까지 생명에 놀랄 셈이야.


시인이 바라보는 세상은 절망적이고 우울하고 폐쇄적이다.


그렇다. 2020년  우리들에 오늘도 절망적일정도로 우울하고 폐쇄적일정도로 갑갑하다. 

마스크에 얼굴 반을 가리고 살게 된 지 반년이 훌쩍 지났다.

모두들 두 눈만 내놓은 채 가급적 서로를 피하며 거리를 두고 살고 있는 지금, 도시를 좋아하게 되는 순간,자살한거나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이제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으니 앞으로 아무도 태어나지 않게 될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아무도 죽음에 관해 두려워하지 않게 될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순간,죽은 자는 별이 되어  밤하늘은 아름다워질지 모른다.


봄, 태어난 날 받은 축복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매년 벚꽃은 피고, 우리는 단2초 동안만 투명해진다.


여기  한 권에 시집이 있다.

여기에 수록된 시들은  종이 속에 갇혀있는 언어가 아닌  꿈틀거리는 감정처럼 느끼고 생각하고 슬퍼하고 사랑하고 있다.

 

이세상에서 가장 불필요한 것은, 분명 나의 상냥함이다.

사람과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라도,

이곳이 천국이라는 사실은 영영, 비밀로 하고 싶다.


2020년 코로나 전염병으로 도시 속에 갇혀버린 우리들

유튜브속을 헤매며 라이브 연주를 반복 재생하고 지나간 영화와 드라마를 찾아보며 오늘도 체념과 실망,망연한 고독을 안고 있다면 이 시집을 읽어라.

도시속에 살고 있으니까, 오늘에 밤 그리고 내일에 하루가 시작되고 할 수 없는 것 가지못하는곳 만나지 못하는것 먹을수 없는것에 대해 체념하고 실망하며 누군가를 미워하고 질투하고 사랑했던 그 순간,이전으로 돌아가는 세상을 다시 꿈꾸며 누군가를 향해 보고 싶어, 만나고 싶어, 사랑하고 싶다는 말을 외치고 싶다면 이 시집을 펼쳐라.


타인의 언어는 결코,나의 정답이 될수 없음을 알기에,

홀로, 밤을 읽지 않기로 한다.

틀어막은 도시에선 무엇이 흘러나왔을까.

두툼한 구름 아래서, 소용돌이 처럼 사랑과 친절을 교환하며,

죽어가는 것이 인간의 미학.

네가 입에 담는 욕 그자체가 되어보고 싶었다.

청결한 척하며 딱한번 순수하게,

너를 긍정하는 언어가 되고 싶다.


그럴지 모른다. 이렇게 살고 있다는 사실이 기적일지 모른다.

누군가 녹아버려서 생긴 비가 내리면 외로움 따위는 사라져버릴지 모른다.

그래서 생명의 가지 마저 어느새 닳아 없어져 버리는것이 내가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미래일지 모른다. 죽음이 있기에, 끝이 있기에, 아픔이 있고 행복이 있고 사랑이 있다.


그렇다. 오늘 나에게 이 시집 한권이 있다.



기나긴 빗줄기로 가득찬 8월, 생명이 끊어지지 않는 한 이세상은 끝나버린 것이 아니다.

사람들 추억들이 서서히 희미해지고 무너져버려도 이별의 말 감사의 말은 잊지 말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코넌 도일 - 셜록 홈스를 창조한 추리소설의 선구자 클래식 클라우드 20
이다혜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냥 모자를 쓰고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문 서양 남자의 실루엣만 봐도 절로 가슴이 뛰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 전세계 곳곳에 살고 있는 셜로키언(셜록 홈스의 팬)들에게 셜록홈스는 실존하지 않지만 이 세상에 실존하고 있는  어떤 인물보다도 필적할만한 캐릭터가 되지 못한다.


여기, 이책을 쓴 작가 이다혜님 역시 셜로키언중에 한 명으로 그에 흔적을 찾아 직접 영국으로 날아가 홈스에 흔적이 남긴 곳곳을  찾아 런던과 에든버러, 스위스 라이헨바흐폭포까지, 홈스를 탄생시킨 작가 코넌 도일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곳들과 작품의 무대가 된 장소들을 직접 돌아보며 독자들에게 코넌 도일이 창조한  작품에 무대가 된 곳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어린아이들에게는 (공룡에 빠져드는) ‘공룡기’가 있듯이  세상 모든 독서가들에게는 ‘셜록 홈스기’가 있을 것이다.'라는 문장을 읽는 순간  독자들은  단숨에 홈스가 누볐던 19세기 런던의 거리로 빨려들어 갈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홈스에 흔적을 뒤쫒아가지 않는다.

많은 셜록키언들이 홈스와 왓슨을 사랑하지만 정작 불멸의 캐릭터를 창조한 코넌 도일의 삶과 작품 세계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거나 잘 모르고 있다

.

과연 홈스를 창조한 작가 코넌도일은 어떤 인물이였을까?



1882년 영국 포츠머스에 병원을 개업한 코넌도일은  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도통 환자가 찾아오지 않아 월세를  내지 못할 정도였다.

고심끝에 코넌 도일은 소설을 쓰기 시작하는데 첫 작품부터  정통 역사 소설에 도전한다. 하지만 책을 출간 할때 마다  흔적도 없이 서점 진열대에서 사라져 버릴 정도로 그에 책을 찾는 독자들이 없었다.

크게 좌절한 코넌 도일은 시를 쓰기 시작하지만  100편 넘는 시를 발표해도 독자들에 반응이 전혀 없었다.

그가 드디어 마지막으로 도전한 분야는 추리 소설로 평소에 종이조각에 불과하다고 폄하했던 분야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달린다.
그렇게 탄생한 코넌 도일의 첫 추리 장편이 '주홍색 연구' 서점 가판대에 진열하자 마자 순식간에 사라지는 책이 되고 잡지사로부터 원고 청탁이 밀려 들어오기 시작한다.

 출간 독촉에 떠밀려 써낸 두 번째 장편 '네 개의 서명'도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하면서 사람들은 코넌 도일이 창조해낸 캐릭터 셜록 홈스에 열광하며 사슴 사냥꾼 모자에 파이프를 문 셜록 홈스 패션을 흉내내는 남자들이 거리에 넘쳐났다. 

뒤이어 나온 단편모음집 '셜록 홈스의 모험'은 코넌도일을  영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쳐 나가게 된다.

광팬들은 새책이 출간 될때마다 서점에 구름같이 모여들고 코넌도일은 엄청난 부를 거머쥐는 스타작가가 되었지만 얄팍한 대중 소설작가 보다 굵직한 역사 소설가로 남기를 원했다. 

드디어 코넌 도일은 더 이상 자신의 소설에 셜록 홈스를 등장 시키기 않기로 결심하고 1894년 출간한 '마지막 사건'에서 홈스를 죽여버린다.


광팬들에게  셜록 홈스가 스위스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숙적 모리아티와 함께 추락사하는 장면을 실로 엄청난 충격이였다.


소설을 연재하던 잡지사들은 구독 거부 사태에 직면하고 광팬들의 항의로 마음고생에 시달리던 코넌 도일은 어머니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편지를 보낸다. 

"코넌, 네가 힘든 걸 잘 알겠다. 그런데 도대체 왜 셜록 홈스를 죽인거니?"




어머니로 부터  이런 답장을 받았던 코넌 도일은 7년을 버티다가  결국 셜록 홈스를 살려낸다 
괴물 개의 전설과 그에 휘둘리는 인간의 속성을 그린 '바스커빌가의 개'에 드디어 홈즈가 다시 등장한다.

"나는 지금까지 수사력의 범위를 현실 세계로 제한하고 이 세상의 악과 맞서 싸워 왔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가상의 괴물이라면 나도 어쩔 수 없습니다."

의사 출신이였던 코넌 도일은 이 소설을 통해 '보이지 않는 힘'을 처음으로 인정한다. 군중 심리가 얼마나 대단한지 경험했기 때문에 에 소설은 줄곧 등장인물들의 이상 심리를 다룬다.

 코넌 도일은 마지막 생애 ‘접신’을 신봉하며 심령술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마녀 법 폐지에 앞장서며 생애 마지막 4분의 1을 심령술 전도사로서 지냈다. 

협심증을 앓아 정원 산책도 힘들어했지만, 북유럽으로 심령 순회를 떠날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그가 자신 창조한 홈스처럼 이성과 논리로 무장 했던 인물이 아니였다는것 유부남의 신분으로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지거나 수준급 스포츠맨이라는 ‘의외의 모습’도 있다.

 “신사적 태도를 지닌 탐정을 만들어낸 작가가 (훗날 외도를 하면서) 아내에 대한 충실함을 과장되고 거짓되게 표현하는 데 거리낌 없었다는 것에 더 놀랐다”

21세기에도 셜록 홈스 시리즈는 꾸준히 드라마, 패스티시 소설, 영화, 연극, 뮤지컬, 만화 등 다양한 문화 장르로 다양하게  변주되며 불멸의  생명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책을 통해 그가 남긴 발자취를 따라 당시 유럽 사회의 풍경을 함께  다채롭고 풍성한 관점으로  코넌 도일에 탁월한 스토리텔링,  어느 곳, 어느 시대에도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캐릭터에 힘을 느끼게 될 것이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과 미국에 나뉘어 사는 가족이 생전 제사를 거부했던 여성의 10주기에 처음이자 마지막인 제사를 지내기로 한다. 이를 위해 별세 10주기를 맞은 '심시선 여사'가 젊은 시절을 보낸 하와이로 가족 구성원들이 모여들면서  이가족에 대서사극이 시작된다.

심시선은 미술가이자 작가이면서 시대를 앞서간 여성 두번에 결혼을 통해 구성된 남다른 가족 구성원들은 그녀를 위해 '특별한 제사'를 준비한다.


 진행자- 심시선씨, 유일하게 제사 문화에 강경한 반대 발언을 하고 계신데요. 본인 사후에도 그럼 제사를 거부하실 건가요?

심시선 -그럼요, 죽은 사람 위해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봤자 뭐하겠습니까? 사라져야 할 관습입니다.
김행래 -바깥 물 좀 드셨다고 그렇게 쉽게 말하는 거 아닙니다. 전통문화를 그리 우습게 여기고 깔보면 안 돼요.
심시선- 형식만 남고 마음이 사라지면 고생일 뿐입니다. 그것도 순전 여자들만. 우리 큰딸에게 나 죽고 절대 제사 지낼 생각일랑 말라고 해놨습니다.
진행자- 아, 따님에게요? 아드님 있으시잖아요.
심시선- 셋째요……? 걔? 걔한테 무슨. 나 죽고 나서 모든 대소사는 큰딸이 알아서 잘할 겁니다.
김행래 -몹쓸 언행은 아주 골라서 다 하시는군요.
심시선 선생 생각이랑 내 생각이랑 어느 쪽이 더 오래갈 생각인지는 나중 사람들이 판단하겠지요.

 

한국전쟁의 비극을 겪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난 심시선과, 20세기의 막바지를 살아낸 시선의 딸 명혜, 명은, 그리고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손녀 화수와 우윤. 심시선에게서 뻗어나온 여성들의 삶을 통해 인간이 특별할 것 없는 존재로서 다른 존재들과 어우러지는 세상을 꿈꾸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부장제 방식을 따라 제사상을 준비하는 대신 심시선과 연결된 가장 의미 있는 순간 또는 물건을 수집해 한 자리에서 나눈다.

 “남이 잘못한 것 위주로 기억하는 인간이랑 자신이 잘못한 것 위주로 기억하는 인간. 후자 쪽이 훨씬 낫지.'

심시선부터 이어진 여성 삼대의 삶을 시대상과 엮어 펼쳐 보이면서 기존 전통과 가부장제를 거부하는 여성들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