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함락 1945 걸작 논픽션 26
앤터니 비버 지음, 이두영 옮김, 권성욱 감수 / 글항아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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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12월 크리스마스 날을 앞둔 시기에 독일의 파울루스 장군의 제 6군이 볼가강에서 소련의 붉은 군대에 포위 되었다는 소문이 나돌기 사작한다.

독일 나치 정권은 독일 국방군에서 가장 큰 부대가 자신들이 파괴해 버리고 짓밟아 버린 스탈린그라드의 스텝 지대에서 전멸 당할 운명이라는 걸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 사실이 독일 전 국민의 귀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국민 계몽 선전부 장관 요제프 괴벨스는 독일 국가 사회주의 체제에서 크리스마스는 금욕과 이념적 결의를 다지는 날로 바뀌어야 한다며 '독일 크리스마스(German Chrismas)'를 선포한다.

2년의 시간이 흘러 1944년 12월 16일에 개시 된 서부 전선, 아르덴 대공세로 나치 수뇌부는 마침내 전쟁의 판도가 바뀌었다고 믿었다.

나치 군부대의 자체 기술로 개발한 경이로운 신 무기와 마취 가스가 전선의 승기를 잡았다는 들뜬 소문까지 퍼지면서 그동안 독일이 당했던 모든 설욕을 만회 하고 적을 섬멸 시킬 보복 태세를 갖췄다고 생각했다.

독일군이 밀리고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히틀러는 처칠과 루스벨트에게 어떤 방법으로도 평화협정으로 타협을 보겠다는 헛된 꿈과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따라서 히틀러는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서부 전선 아르덴에서 반드시 승리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날씨는 연합군의 편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화창한 날씨 덕분에 진군을 수월하게 한 연합군은 육로 이동의 공간을 확보하며 대규모 공군력 배치를 순조롭게 마친 후 단 일주일 만에 독일군의 공격의 기세를 확 꺽어 버렸다.

1945년 1월 1일, 전선이 붕괴 되었다는 흉흉한 소문이 베를린 시 전체에 돌자 베를린 시민들은 감히 '새해' 축하 인사를 입 밖으로 내뱉거나 '기쁨을 위하여' 라고 외치며 건배의 잔을 부딪치지도 못했다.

1945년 1월, 마침내 독일 부사관은 '우리가 졌다.'고 인정하면서도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라는 항전을 다짐했다.

동부 전선에 배치된 전투원들은 소련의 붉은 군대가 점령지에 도착 하는 순간 도시가 어떤 모습으로 파괴 되어버리는지 이들이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복수를 할 것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우리는 더 이상 히틀러나 국가사회주의, 제3제국을 위해 싸우지 않았다. 폭탄으로 파괴된 도시에 갇힌 약혼자나 어머니, 가족을 위해 싸우지도 않았다. 우리는 단지 두려움 때문에 싸웠다. 우리 자신을 위해 싸웠다. 진흙과 눈이 가득 찬 구덩이 속에서 죽지 않으려고 우리를 위해 싸웠다. 우리는 쥐처럼 싸웠다.]

-그로스도이칠란트 사단 소속 알자스 출신 고참병의 증언 중에서

1944년 여름, 동부 전선 승리로 독소 전쟁의 승기를 잡은 스탈린의 남은 목표는 오로지 베를린 점령이였다.

파시스트 격퇴를 위해 연합군과 손을 잡은 스탈린은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 프로젝트(맨해튼 프로젝트)팀에 스파이를 침투 시켜 베를린 외곽 카이저 빌헬름 물리학 연구소에서 실험 개발 중인 독일 원자력 기술을 빼앗는 것이 이 전쟁의 최고의 목적이자 목표였다.

스탈린은 만약에 이 연구소에 미군이 먼저 도착해서 붉은 군대의 ‘전리품’을 가로채려 한다면 연합국의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베를린 진격을 위해 치밀한 전략을 세운다.

스탈린의 집착은 가히 편집광적이었다.

그는 베를린 선점을 위해 4월 초까지도 연합국 사령관들에게 소련군의 주 공세가 남부전선에 집중될 것이니 베를린에는 2급 부대만 보낼 것이라는 거짓말과 기만 전술, 심리전으로 안심 시킨다.

원자폭탄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우라늄이 부족했던 소련은 잔혹하게 짓밟은 우크라이나 땅에 자원이 얼마만큼 매장되었는지 조차 확인할 시간이 없었을 정도로 하루라도 빨리 폭탄을 제조해야 한다는 초조함에 사로잡혀 있었다.

1월 24일,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대활약을 펼치며 시가 전에서 독일 나치부대와 붙어 도시를 지켜낸 추이코프 장군은 포즈난 점령을 명령 받았다.

1월 27일, 추이코프 장군이 이끄는 부대가 오데르강을 건넜다.

2틀 후 1월 29일, 기차를 타고 동프로이센으로 피난을 떠나는 행렬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피란민들이 넘쳐 나기 시작했다.

1월 31일 영하 30도까지 떨어지자 전차 바퀴가 굴러 가지 못할 정도로 눈더미가 산처럼 쌓여갔다.

확성기를 크게 틀은 선전차가 시민들에게 가능한 빨리 도시를 떠나려고 경고 하자마자 기차에 서로 올라 타려는 피란민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압사 당해 서로의 발에 밟혀 죽은 시신으로 넘쳐 났다.

1월 29일 부터 2월 19일까지 베를린 시민들의 도시 탈출은 하루 4만 명에서 5만 명으로 대략 800만 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살던 곳을 버리고 운명의 탑승 열차에 몸을 실었다.

이들 피란민들 중 3분의 2는 굶어 죽었거나 압사 당해 죽었고 일부는 동사 상태가 되어서 기차 역마다 눈처럼 시신이 쌓여졌다.

단치히로 몰린 피란민 역시 수만 명은 살아 남지 못한 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항구 속에 완전히 단절 되어 굶어 죽거나 간신히 눈밭을 걸어 목숨을 걸고 다른 도시로 탈출해서 겨우 살아 남았다.

동부 전선이 소련의 붉은 군대에 의해 무너졌다는 소식을 가장 먼저 들은 철도 노동자들과 동부에서 온 피란민들에게 끔찍한 참상의 소식을 들은 시민들은 차츰 괴벨스의 선전방송을 믿지 않고 영국 BBC에서 송출 하는 라디오에 귀를 기울기 시작한다.

거짓 선전의 최전선에 서있던 괴벨스는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는 장황한 연설을 늘어 놓으면서도 서서히 붕괴되고 있는 베를린을 떠나고 싶어 했다.

1월 29일 부터 힘러의 지시를 받은 나치 친위대는 수상한 행동을 하거나 저항 운동을 벌이는 세력을 잡아 공개 처형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 베를린에는 나치를 추종하는 광신자들과 소련 붉은 군대의 신념을 믿는 공산주의자들 그리고 어디로도 피란을 떠나지 못한 채 도시 방공호와 숲 속 그리고 거주 지역에 파 놓은 흙 구덩이 속에 몸을 숨긴 시민들만 숨을 죽이고 있었다.


'우리는 이길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괴벨스가 새로운 선전 구호를 외치는 순간 독일 제 17군의 사단이 붉은 군대 공격에 겁을 먹은 포병들부터 달아 났다.

가까스로 철군한 제 17군의 뒤를 바짝 뒤쫓아 온 주코프 부대는 독일군이 버리고 간 각종 무기들과 전리품을 챙겨 포즈난을 철저하게 짓밟고 약탈하기 시작한다.

너무나도 손쉽게 점령한 포즈난에서 붉은 군대 소속 소련병들은 약탈, 방화 그리고 여성과 아이, 노약자들을 가리지 않고 대규모 집단으로 강간범죄를 저지른다.


[모든 것이 불탄다. 불타는 건물에서 한 노파가 창문에서 뛰어내린다. 약탈이 벌어지고 있다. 모든 것이 불길에 휩싸여 있어서 밤에도 환하다.

사령관의 사무실에서 검은 옷을 입고 입술이 거무죽죽한 독일인 여성이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다. 목과 얼굴에 시커먼 멍이 든 한 소녀가 그녀와 함께 있다. 소녀의 눈은 퉁퉁 붓고 손에도 끔찍한 멍이 있다. 소녀는 본부 통신 중대의 병사에게 강간을 당했다. 그 병사도 그 자리에 있다. 둥글고 붉은 얼굴의 그는 졸려 보인다. 사령관이 그들 모두를 함께 심문하고 있다.]

-바실리 그로스만(Vasily Semyonovich Grossman 1905-1964)


바실리 그로스만은 우크라이나 소도시 베르디치프(Berdychiv/우크라이나에서 가장 규모가 큰 유대인 공동체가 모여 살던 곳) 출신으로 2차 대전 당시 소비에트 연방군이 발행하는 '레드 스타'지에 소속된 기자로 활동하던 첫해부터 붉은 군대에 짓밟혀서 지옥과 아비규환으로 변한 베를린 참상을 생생하게 기록한 죽음의 목격자였다.

그는 1945년 1월 29일 부터 시작된 포즈난 대 공세에 참여한 제8근위군에 동행 취재하면서 소련군들이 포즈난의 시민들에게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상세하게 기록했다.

최전선에서 전투 중이였던 소련병들은 밤 낮으로 진군 해서 도착한 시가 전에서 눈에 보이는 데로 약탈과 강간, 음주를 즐겼다.

이런 광란의 피바다는 앞으로 펼쳐지게 될 끔찍한 베를린 점령의 예고편에 불과했다.

1월 30일, 히틀러는 마지막으로 독일 국민에게 연설을 마치고 난 후 상황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심각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소련의 주코프 선두 부대가 너무나도 쉽게 메제리츠 방어선을 뚫고 들어와 오데르 강만 건너면 수도 베를린 함락은 시간 문제였다.

1월 31일 오전 7시 30분, 비스와집단군 사령부에 '적의 전차로 가득 찼다'는 소식을 받고 긴급히 정찰기를 출동 시키지만 이미 소련군 전차 한 대가 베를린 시내 중심을 맹렬한 속도로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고위 간부들과 장교들의 도주와 도피를 잠재우기 위해 힘러가 시장부터 처형을 집행하는 동안 나치군 장군들은 붉은 군대에 포로가 되어 강제 수용소로 끌려가 버렸다.

2월 1일 드디어 '스탈린이 나타났다.'라는 소문이 베를린 시 전체로 퍼지자 친위대 핵심 고참병들이 수도를 사수 하기 위해 무기를 들고 나선다.


'우리는 세상 끝에 와있다.'


저항할 무기는 커녕 어디로도 피란을 떠나지 못한 베를린 시민들은 전쟁의 피로가 가득 쌓인 채 굶주리고 헐벗은 붉은 부대원들에게 만신창이가 되어버린다.

소련은 승리 했지만 도시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누구든 눈에 띄는 데로 체포해서 고문했고 집단 강간하고 생매장 시켜 버리며 무엇이든 닥치는 데로 불태우고 부수고 짓밟았다.

이 소식을 들은 괴벨스는 분노에 떨며 죽은 베를린 시민 숫자 만큼 수용소에 갇혀 있는 소련군 포로들을 전부 처형하고 싶어 했다.

히틀러는 이를 승인 했지만 그의 참모들은 이런 극단적 조치는 후에 서방국에 원조나 협조를 받는데 불리하게 된다며 극구 말린다.

괴벨스는 처형을 하지 못하게 되자 소련군을 상대로 화생방전 테러를 준비하며 드레스덴에 주둔 중이 특수 부대원들을 소집한다.

이 시기에 서부 전선에 주둔 중인 영국과 미국 소속 부대원들은 최대한 느리고 신중하게 전진하며 붉은 군대 보다 속도를 늦췄다.

아이젠하워는 5월 초까지 해빙 기간이기 때문에 라인강을 쉽게 건너지 못할 것이라 판단하고 라인강 서쪽에 둑을 쌓는데 꼬박 6주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미군이 라인강 철교를 손상 없이 점령하는 동안 교활한 스탈린은 얄타 회담 자리에서 미국과 영국 지도자들 앞에서 온갖 연기와 술수를 부리고 있었다.

미국과 영국 지도자들은 스탈린 부대가 독일 수도를 먼저 점령하게 된다면 독일군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게 되어 미국과 영국이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쉽게 진군 할 수 있을 것이라 계산했다.

'내가 스탈린을 다룰 수 있다.'라고 장담했던 루스벨트의 판단은 오판이였다.

복수의 칼을 갈았던 붉은 군대는 분노와 환희를 내지르며 베를린을 가로질러서 동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적을 무찌르고 쳐부수고 있어요. 적들은 상처 입은 짐승처럼 은신처로 달아나고요. 난 삶을 너무나 사랑해. 나는 아직 오래 살지 않았어. 겨우 열 아홉 살이야. 나는 종종 눈앞에서 죽음을 목격하고 죽음과 싸워. 나는 싸웠고 지금까지는 승리를 거두고 있어. 난 포병 경찰병이고 넌 그게 어떤 것인지 상상할 수 있을 거야. 간단히 말하면 나는 수시로 내 포대의 포격을 조정하고 그 포탄이 표적에 명중할 때에만 희열을 느껴.'


2월6일, 스탈린은 얄타에서 주코프에게 전화를 걸었다.

새로운 오데르 교두보에서 베를린을 지나 동부로 진군 중이였던 주코프는 북쪽으로 방향을 돌리라는 스탈린의 명을 받아들인다.

붉은 군대에게 동프로이센을 포위 당한 독일군은 아직 완전하게 패배 하지 않았다.

하지만 2월의 첫 주가 지나자 히틀러가 느닷없이 주요 요새 도시들을 지정하더니 포위된 병력이 도시에서 철수 하는 걸 금지하는 조치를 내리자 물자 보급로가 막히면서 비행기 연료가 부족해서 모두들 가만히 서 있는 상태에서 소련군의 공격을 받게 된다.

2월 18일, 스탈린그라드 전투전에서도 살아 남았던 독일 병사들은 200킬로 밖에 있는 소련군이 진군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더는 살아갈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목표물을 바로 코 앞에 둔 스탈린은 '17세 부터 50세까지 일 할 수 있는 모든 독일인들을 납치 해서 노동현장터'로 보내는 계획을 실행 한다.

붉은 부대는 자신들 땅에 파괴된 전선을 복구하고 밭을 갈고 집을 세우기 위해 진군 하는 지역 마다 독일 남자들은 모조리 납치하고 강제로 끌고 가버렸다.

5만9536명의 독일인들이 소련 점령지인 서부지역인 우크라이나 땅으로 끌려 가 강제 노역에 시달렸다.

강제노역으로 끌려간 여성과 아이들은 수용소 감시병들에게 집단 강간을 당하고 성병을 앓고 불구가 되었다.

이들 중에 2만 명은 독일 동부 지역의 주요 공장의 기계들을 뜯어서 소련으로 향하는 기차에 싣는 노동에 투입되었다.

소련의 광폭의 살인과 강간을 두 눈으로 목격한 독일 국민들은 목을 매 자살을 하거나 손목을 그어 스스로 생명을 끊어버렸다.

베를린에서만 9만 5000명에서 13만명 정도가 강간을 당했고 저항하면 그 자리에서 잔혹한 방법으로 죽여 버렸다. 이 중 1만 명 정도가 대부분 자살로 사망했다고 추정되고 있다.


소련군은 독일에 대한 복수의 명목으로 집단 강간을 하거나 한 여성을 수십명이 강간했지만,이 범죄 행위를 어느 누구도 제지하지 않은 채 방조 하거나 가담했다.

소련군 소속 의사 ,종군 기자들도 집단 강간을 자행했지만 이들은 소련 당국으로 부터 어떤 처벌을 받지 않았고 성병에 걸렸을 경우에만 일시적으로 지위를 박탈 당했을 뿐이였다.

붉은 군대가 지나간 자리엔 포탄 자국, 전차 캐터필러와 군용 트럭의 바퀴 흔적, 그리고 시신들로 넘쳐났다.

4월 21일 토요일 아침, 연합군의 마지막 공습이 끝난 지 두 시간이 지난 후 오전 9시 30분, 히틀러의 친위대 부관인 오토 귄셰는 잠에서 막 깨어난 히틀러가 화가 난 상태에서 대기실 벙커에 불쑥 나타나 호통을 치는 소리에 놀란다.


'무슨 일이야? 이 포격은 어디에서 하는 거야?

'소련군이 벌써 그렇게 가까이 왔다고?'


덜덜 떨고 있는 히틀러는 여전히 붕괴되고 있는 전선이 유지 되고 있다는 부셰의 말을 믿고 있었다.

하지만 실상은 1000여명의 친위부대원들 중에 간신히 40명만 목숨을 건졌다.

4월 21일 밤, 총통 관저로 불려온 괴벨스는 히틀러에게 베를린을 떠나라고 설득할 생각으로 그는 이미 자신과 아내 마그다 그리고 6명의 자녀들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할 결심을 했다.

4월 24일, 겨우 소련 전차 몇 대를 파괴한 노르트란트 사단 '헤르만 폰 잘차' 중기갑대대의 제 5충격군의 한 사단장은 이렇게 기록했다.


'자비라곤 없는 피비린내나는 격렬한 전투였다.'


독일 곳곳에서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치러지는 동안 베를린 시민들은 숨이 붙어 있는 상태로 제국의 마지막 화장용 장작더미의 불쏘시개가 되고 있었다.


'포격이 끝난 후 이어진 고요함은 이내 굉음과 함께 요란한 폭음이 쏟아지면서 시신이 불타는 냄새로 눈을 뜨기 힘들 정도 였다.'


4월 25일, 붉은 군대가 노이쾰른을 짓밟고 지나가는 동안 도로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4월 26일, 시가지 상점 마다 목을 매 달은 시신들이 즐비 했고 건물 밖으로 몸을 던진 시신들이 도로에 넘쳐났다.

4월 30일, 제국의사당이 무너지기 직전 끔찍한 상황을 보고 받은 히틀러는 자신의 작은 벙커 거실에서 점심식사전 개인 부관인 돌격대 지도자 오토 귄셰에게 자신과 부인 에바 브라운의 시신 처리에 세심한 지시를 내렸다.

점심 식사 후 히틀러는 침대에 누워있는 부인 에바 곁으로 갔다.

귄셰가 나오자 괴벨스, 보어만, 크렙스 장군, 부르크도르프 장군과 두 명의 비서들이 차례로 들어가 총통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했다.

​히틀러가 머리에 총을 쏘는 소리를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후 3시 15분 히틀러의 하인과 귄셰, 괴벨스, 보어만이 히틀러가 머물렀던 거실로 들어갔다.

'총통이 불타고 있어. 가서 보지 않을래.'

불붙은 종이와 헝겊들이 두 명의 시신 위로 떨어지자 귄셰, 괴벨스, 보어만은 마지막으로 흩날리는 총통의 시신 조각을 바라보며 경례를 했다.

제국의회 의사당에서 불붙은 전투는 격렬하게 치러져서 오월 자정 이전에도 붉은 깃발을 꽂지 못할 정도로 독일군의 마지막 저항을 소련 측에서 예상하지 못했다.

잔뜩 술을 먹은 채 비틀거린 상태로 수류탄 방향을 잘못 던진 소련군에 의해 병사들이 상당수가 그 자리에서 사라졌을 정도로 붉은 부대원들 모두 오합지졸이였다.

5월 1일 베를린 남부에서 독일 제9군의 마지막 잔여 병력이 저지선을 지키기 위해 최후의 노력을 하고 있었고 숲 속에선 여전히 치열한 전투를 벌이며 독일군은 마지막까지 저항했다.

모든 것을 잃은 독일군은 히틀러가 자살한 지 이틀이 훨씬 지난 후에야 사망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동안 우리가 왜 절대적으로 복종했지? 이런 비겁한 지도자에게 왜 충성을 맹세했지?'


5월 2일 브르쿠너의 7번 교항곡에 맞춰 대제독 되니츠가 독일 국민에게 고하는 연설을 시작한다.


'히틀러 총통이 군대의 선두에서 싸우다 사망했다. 내가 그의 계승자다.'


종말이 왔음을 직감한 괴벨스는 친위대 의사 쿤츠를 부른다.

'빨리 합시다. 시간 없어요.'

괴벨스의 아내 마그다는 아돌프 히틀러 1934년 5월 29일이 새겨진 황금 담배 케이스를 집어든다.

요제프와 마그다 괴벨스는 쿤츠가 모르핀 주사로 자신의 아이들 여섯 명을 찌르는 걸 확인 한 후 두 자루의 발터 권총을 집어 들었다.

요제프 괴벨스는 아내 마그다를 권총으로 쏜 후 청산가리 앰플을 씹었다.

약속한 대로 이들은 슈베만 부하가 뿌린 휘발유에 활활 타올라 제3제국의 마지막 화장재가 되었다.


'흐리고 춥고 비가 오는 이날은 연기 속에서 불타는 폐허 사이에서 거리에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는 수백 구의 시체 사이에서 분명 독일이 무너지는 날이다.'

                                                                                      -바실리 그로스만

5월 3일 베를린을 점령한 소련군은 괴벨스와 그의 아내 그리고 여섯 명 자녀의 시신은 발견되었지만 히틀러 시신의 행방은 묘연 했다.

같은 날 제1벨라루스 전선군 장군들이 총통 관저를 급습했을 때 끝 부분을 네모지게 짧게 자른 콧수염에 앞머리가 눈썹 위까지 내려오는 남자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 시신의 양말이 꿰매져 있다는 이유로 히틀러 시신이 아니라고 판단을 내린 장교들은 모두 처벌 받았다.

5월 5일 마침내 히틀러와 에바 브라운 시신과 독일 셰퍼드 한 마리와 강아지 한 마리가 포탄으로 뚫려진 구덩이에서 발견됐다.

연합군 보다 히틀러 시신을 먼저 발견한 스탈린은 소련에서 소환한 치과의사와 병리학자들의 조사를 재차 확인하고 100퍼센트 맞다는 확인을 받자 영원한 비밀 유지 명령을 내린다.

스탈린이 베를린을 점령 하자 마자 가장 먼저 선점 한 곳은 독일 국립은행과 모든 실험실, 작업장, 공장들이였지만 그들이 빼앗고 뜯어내고 도려내고 훔쳐낸 것들은 소련 땅으로 건너가 녹이 슬어 버리거나 휴지 조각이 되거나 어떤 것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거대한 고물 덩어리가 되었다.


'사회주의는 다른 나라의 기술 인프라를 죄다 가져가도 그 자체로는 이득이 될 수 없다.'


붉은 군대를 해방군으로 생각했던 독일 공산주의자들은 이들이 지나가는 곳곳마다 약탈과 강간을 저지른 것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면서도 자신들에게 식량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놀라워하기도 하고 고마워 하기도 하는 모순적 모습을 보였다.

히틀러와 나치 수뇌부들의 우두머리는 자신들 머리에 총을 쏘거나 독약을 먹고 세상에서 사라졌지만 살아 남은 독일 국민들은 엄청난 고통과 상처, 트라우마를 끌어 안고 살아야만 했다.

결국 소련은 승리했다.

​전선에서 매일 날아오는 죽음의 소식은 모든 이들에게 공포심을 안겨주어서 스탈린 통치를 수월하게 만들었다.

살아남은 병사들은 불면증에 시달리면서도 독일 땅에서 훔쳐간 귀중품과 물품들을 들고 돌아간 고향 땅에 영웅 대접을 받게 될 거라는 즐거운 고민을 했지만 1945년 6월 부터 4개월 동안 13만 5056명의 붉은 군대의 병사와 장교들이 '반혁명 범죄'로 군사 재판에 세워졌다.

각 전선의 전쟁 포로와 소련 추방자들, 강제 징용으로 끌려 온 이들은 100여개의 수용소에 각각 1만명씩 수용 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독일 국방부 소속 포로들은 겨우 37명만 살아 남았고 11명은 다시 체포되어 군사법정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

1946년 12월 1일부터 시작된 독일과 소련의 포로 교환으로 수 백만명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고향 땅으로 돌아갔다.

이들은 반평생동안 '잠재적인 국가의 적'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살아야 했다.

몸과 영혼이 만신창이가 된 양 국가의 국민들과 달리 독일과 소련 정치 지도자와 군사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짓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인정하지 않았다.

서방 연합군 측의 심문에도 이들은 자신들은 부당하게 누명을 쓴 사람들로 '실수'는 인정하지만 범죄는 인정하지 않았다.

모든 범죄는 나치와 친위대에 의해 저질렀다는 말만 반복하며 모든 심문관에게 '볼셰비즘'이라는 공동의 위험에 맞서 미국과 영국이 독일에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설교하려 들었다.

1933년 법과 질서를 강조 하며 가장 도덕적이고 순혈주의 국가 될 것임을 선포했던 독일 제 3제국은 과학기술의 발달, 각종 자원의 효율적 활용, 히틀러의 독재를 앞세워서 한 때 유럽의 강국으로 비상했지만 이들이 일으킨 전쟁은 패전으로 끝났다.

집은 불탔고, 살림살이는 약탈 당했고 수많은 여성들과 아이들은 강간을 당하거나 살해 당했고 수 만 명은 소련으로 끌려가 15~16시간 씩 강제 노동으로 단 몇 백 명만 겨우 살아 남았다.

2년 동안 전쟁 중의 독일 국민들 절반을 약간 웃도는 이들이 죽었고, 생존자 중 절반을 약간 밑도는 여자들이 강간 당했다.

전쟁이 끝날 무렵 벌어진 인간 비극의 규모는 이 책에 서술 된 숫자로도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나다.

살아남아 포로가 된 나치 수뇌부들 모두 '기만 당했고 배신 당했고 우리 모두 나치즘의 희생자'라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역사 책에 서술 된 전쟁터의 참혹함과 사망한 장병의 숫자와 전후 국제정세의 변화로 전쟁을 인식하곤 한다.

역사 기록엔 민간인 사망 숫자가 포함되지만, 숫자는 전쟁의 상흔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나치의 종말을 부른 베를린 함락에 대해 그동안 많은 책이 기록하고 증언했지만, 앤터니 비버의 『베를린 함락 1945』(원제 Berlin: The Downfall 1945) 히틀러의 나치제국이 연합국 소련의 대 반격으로 수도 베를린이 함락되면서 최후를 맞는 순간을 세세한 군사적 상황과 작전, 지휘관들의 활동과 태도 등을 면밀하게 분석하며 기록보관소의 자료, 개인들의 일기·회고록에 담긴 현장의 참혹한 순간의 생생한 목소리까지 담아내 마치 반세기전 참혹한 전쟁터를 목격하듯 생생하게 묘사했다.


'역사는 항상 결론을 강조한다.'

이 말은 종전 직후 전범으로 체포된 알베르트 슈페어(1905-1981)가 미국측 연합군 소속 심문관들 앞에서 비통한 심정으로 토로한 말이다.

슈페어는 히틀러가 세운 제3제국의 눈부신 성취와 업적들이 소련의 침공으로 가려지고 부서지길 원치 않았다.

1942년 1월 히틀러는 소련 붉은 군대가 돈강의 루마니아 전선을 돌파하면서 독일의 모든 실패가 시작되었다고 연설하면서도 정작 스탈린그라드 도시 양쪽의 무장 해제된 지역을 내버려둔 동맹들 탓으로 돌리기만 했다.

히틀러는 자신이 저지른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더라도 결코 인정하지 않은 채 괴벨스의 입을 통해 악마같이 교활한 선전 선동으로 독일의 젊은이들을 나치즘 선봉대에 내세워 총알 받이로 만들었다.

스탈린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펼친 우리 군의 모든 작전 중 최고'라며 6월 24일 소련군 승리 축하 퍼레이드 행사를 벌이면서도 정작 자신은 승리의 주역들이 올라타고 행진하는 흰색 말을 타지도 않았고 행사 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히틀러와 에바 브라운의 불타 버린 시신을 극비리에 방부 처리해서 이송 해서 영구 보관 중이였던 소련 당국은 1970년 마침내 완전하게 없애버리기로 결정했다.

가장 먼저 소련군 소속 치과의사가 히틀러의 시신이라는 걸 확인했던 히틀러의 턱은 스메르시가 간직하고 두개골은 NKVD가 보관했다.

히틀러 몸통 나머지 부분은 불태워져서 재가 되어 하수도로 흘러 들어갔다.



이 책 <베를린 함락, 1945>의 저자 앤터니 비버는 전쟁에서 일어난 개인의 어떤 행위에 관한 일반화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쟁은 직접 겪지 않은 사람들이 자료와 기타 증거물을 통해 알고 있는 것 보다 그 비극과 참상의 규모가 엄청나게 크다.

일상의 평화 속에서 살고 있는 이들이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내용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극도의 고통을 겪은 이들의 울부짓음과 슬픔, 처참함과 잔혹한 짓을 술에 취해 약에 취해 군의 명령으로 살아 남기 위해 저지른 이들 모두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다.

반면 아이와 여자들을 보호 해 주려고 점령 지 건물을 통째로 사수 했던 장교도 있었고 굶주림에 허덕이는 이들에게 자신들의 보급품을 나눠주었던 병사들도 있었다.

악마와 천사의 모습이 모두 교차하는 전쟁의 한 복판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는 없었다.


'나는 끔찍한 인상을 받았다. 불길과 연기, 연기, 연기, 수많은 전쟁 포로, 얼굴엔 비참함이 가득했고, 많은 사람의 얼굴에 나타난 비통함은 개인적인 고통일 뿐만 아니라 붕괴된 나라에 속한 국민의 고통이기도 했다.'

                                                                                             -바실리 그로스만

독일 나치군 침공으로 초토화되 버린 스탈린그라드에서 레드 스타지 기자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전설적인 종군 기자이자 작가 바실리 그로스만은 벨라루스 서부 전선과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 전투 전에서 독일 군복으로 바꿔 입고 하늘이 내린 운명처럼 살아 남았다.

그렇게 살아남은 바실리는 체제를 향한 저항과 투쟁의 삶을 선택하고 1000페이지의 압도적 분량의 대 장편 '삶과 운명(Life and fate) ' 이라는 작품 집필에 몰두한다.

'삶과 운명'의 모든 등장인물은 거대한 전체주의에 포위된다.

공산주의 신봉자도 노동 수용소에 갇혀버리고 , 나치 강제수용소의 히틀러 친위대(SS) 장교가 러시아 포로 수용소에 갇히기도 한다.

나치는 러시아인 죄수에게 스탈린으로부터 배웠다고 말하고 러시아 비밀 경찰은 나치 친위대 장교를 체포하며 '억울 하다면 히틀러 한테 말하라'고 조롱한다.

스탈린은 이 땅에 사회주의 혁명 정신이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농민과 인민의 자유를 파괴해야 한다고 외친다.

스탈린의 추종자들은 주저하지 않고 수백 만의 농민과 인민을 숙청 했다.

히틀러는 유대인들이 독일 국가 사회주의 운동을 방해하는 적이라며 수백 만의 유대인을 학살한다.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두 개의 전체주의, 파시스트 나치와 스탈린주의 공산당들 두 형제들의 싸움이였다.


'인간의 역사는 악을 극복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선의 싸움이 아니다. 거대한 악마가 선한 마음을 품고 있는 인간의 영혼까지 부숴버리기 위해 싸우는 전쟁이다.'

-바실리 그로스만의 <삶과 전쟁>중에서


이 책 <베를린 함락, 1945>의 저자 앤터니 비버는 전쟁에서 일어난 개인의 어떤 행위에 관한 일반화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쟁은 직접 겪지 않은 사람들이 자료와 기타 증거물을 통해 알고 있는 것 보다 그 비극과 참상의 규모가 엄청나게 크다.

일상의 평화 속에서 살고 있는 이들이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내용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극도의 고통을 겪은 이들의 울부짓음과 슬픔, 처참함과 잔혹한 짓을 술에 취해 약에 취해 군의 명령으로 살아 남기 위해 저지른 이들 모두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다.

반면 아이와 여자들을 보호 해 주려고 점령지 건물을 통째로 사수 했던 장교도 있었고 굶주림에 허덕이는 이들에게 자신들의 보급품을 나눠주었던 병사들도 있었다.

악마와 천사의 모습이 모두 교차하는 전쟁의 한 복판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는 없었다.


냉전시대가 도래하자 대다수 독일 국민들은 나치 친위대들과 소속 대원들 그리고 기타 민간인들이 저지른 모든 죄들이 시기를 잘못 선택한 탓으로 여기며 수십 년에 걸쳐 독일은 자신들의 과거를 복원하고 복구하면서 끊임없는 반성과 토론을 통해 자국의 과거사를 인정하며 진실을 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독일은 통일 후에도 베를린 곳곳에 모든 역사의 흔적을 복원하며 국가사회주의 나치의 반인륜적 독재와 광란의 흔적들, 엄혹 했던 동서냉전 시절 대결의 현장 그리고 역사적인 독일 재통일과 그 이후 눈부신 통합 과정 등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고스란히 기억하고 반성하고 발전시키고 있다.




서베를린 지역 그루네발트 역은 나치 시절 1만7000명이 아우슈비츠 절멸 수용소로 이송된 역으로 1945년 3월 27일 마지막 열차가 테레지엔슈타트로 떠나기까지 이 역에서 베를린에서 약 5만 명의 유대인들이 죽음의 수용소로 보내졌다.

독일철도(DB)는그루네발트역 17번 선로에 폴란드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지역에서 자라던 자작나무들을 옮겨 심어 놓고 나치에 부역 했던 지난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박물관에 그 역사를 전시하고 강제노역 배상기금 조성에 참여하며 그루네발트 역에 ‘선로17’ 기념 조형물을 기증하고 매년 관련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나치 독일의 심장부였던 베를린 곳곳에는 이름 모를 어느 광장 바닥이나 길모퉁이, 숲 등 무심코 지나면 잘 마주치지 못할 곳에도 기억의 징표들이 선명하게 남아서 후대인들에게 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주고 있다.


독일은 20세기 최악의 전쟁을 두 차례나 저지른 전범국이지만 치열하게 과거를 되돌아 보며 헌법 맨 앞장에 ‘인간은 존엄한 존재’라는 것을 새겨 놓고 역사를 기억하고 그 교훈을 끊임없이 되새기고 있다.

베를린에는 독일 과거사와 관련된 공식 등록 기념물만 무려 1만 2000개가 있다.

2023년 9월 1일은 간토 대지진에서 대학살이 자행 된지 100년이 되었다.

우리는 정확히 몇 만명, 아니 몇 백만 명의 무고한 조선인들이 일본인들의 손에 잔혹한 죽음을 당했는지 알지 못한다.


베를린을 함락 시켰던 소련은 붕괴되었고 전쟁의 세기, 20세기는 끝이 났지만 2022년 2월 20일 새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1년 반 넘게 전쟁을 끌고 있다.

소련의 스탈린이 베를린의 매장된 우라늄과 핵 자원 기술을 노렸던 것처럼 현재 러시아의 지도자 푸틴도 우크라이나를 집어 삼키기 위한 제 1목표물 역시 자원이고 기술이다.

러시아 부대 소속 살인 병기들은 우크라이나 땅에서 약탈과 방화, 강간을 저지르고 있다.


광란의 전쟁은 21세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진정 지구 상에 평화의 시대가 찾아 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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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9-12 01: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쟁을 일으키고 전쟁을 한 나라에서는 사람이 많이 죽었겠습니다 소련군이 독일에 갔을 때 저지른 일은 처벌도 안 받고... 전쟁이 그렇게 만들었군요 전쟁이어서 사람은 이상해지기도 하고, 그런 때여도 다른 사람을 생각하기도 하겠습니다 모두가 같지 않기도 하다니, 그런 건 좀 슬프네요

독일은 전쟁을 일으킨 나라로서 그걸 후대에 전하고 반성하기도 하는데, 일본은 그러지 않네요 부끄러운 역사여도 제대로 알고 기록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렇게 생각하니 개인의 일도 그런가 싶은 생각이...


희선

scott 2023-09-12 12:26   좋아요 0 | URL
그냥 죽인 것이 아닌 영혼까지 해부하듯 죽였습니다 ㅠ.ㅠ
처벌은 커녕 인간 사냥하듯 술에 취해 약에 취해 지구 종말이 온 것 처럼 무고한 이들을 죽이고 살육하고 ㅠ,ㅠ

독일 지금까지 반성과 철저한 역사 교육을 통해 후대에 전쟁 인간이 일으킨 가장 사악한 짓이라는 걸 일깨우는데
일본은 열도가 사라지는 순간에도 반성조차 안할 것 같습니다

바람돌이 2023-09-12 0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 잘 읽었습니다. 전쟁의 기록을 읽는 이유를 잘 알려주는 책이네요. 집에 있는 엔터니 비버 책들이 어찌나 벽돌책인지 사놓고 안 읽었는지라 이 책도 그리될까봐 망설이고 있어요. ㅎㅎ

scott 2023-09-12 12:27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 반갑!
이 책도 두툼한데
벽돌 부피는 아닙니다 ㅋㅋ
전 2틀만에 완독하고 재독과 재독을 거듭 하고 있는 중^^

바람돌이 2023-09-12 12:44   좋아요 1 | URL
700쪽리 넘는 책을 이틀만에... 스콧님 넘사벽입니다. ^^

scott 2023-09-12 17:24   좋아요 0 | URL
책 읽는 속도가 좀 빠릅니다 ^ㅎ^

새파랑 2023-09-12 0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945년 베를린에는 무시무시한 집단들이 다 모여있었군요. 2차세계대전 이야기는 자주 접하는데 볼때마다 흥미진진하고 안타깝습니다 ㅜㅜ

2023-09-12 1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23-09-12 2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서 장바구니로 갔다가 다시 보관함으로 던지는 무한루프 중인 책인데^^;;; 벌써 다 읽으시고 멋진 리뷰까지@_@; 역시 scott님 @_@;;;;;;

scott 2023-09-13 11:20   좋아요 1 | URL
문나잇님 !
이 책 다시 장바구니로 go~@@@go~@@@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캄솨
@ㅅ@

어쩌다냥이 2023-09-13 2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책 저도 읽고 싶다고 생각했던건데 역시나 벌써 읽으셨네요
두께가 장난 아닌거 같아 망설이고 있었는데 ..

2023-09-14 0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아라거북이 2023-09-26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 년전에 읽은 책인데 드디어 번역이 됐더라구요. 그런데 바실리 그로스만을 다룬 저 책은 어떤 책인지 여쭤바도 되는지요? 그로스만이 쓴 두 권의 소설 Stalingrad, Life and fate 그리고 A writer at war 이 세 권만 가지고 있는데 저 책은 아예 다른 책으로 보입니다.

2023-10-07 2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07 2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쉰 정선 - 첸리췬이 가려 뽑은 루쉰의 대표작
루쉰 지음, 첸리췬 엮음, 정겨울 외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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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젊었을 때는 많은 꿈을 가졌었다. 후에는 대개 잊고 말았지만 그렇다고 내 자신이 결코 애석하게 여긴 적은 없다. 추억이라고 하는 것이 사람을 즐겁게 하기도 하나 때로는 사람을 적막하게 함은 어쩔 수 없다. 마음의 실오라기로 자신의 이미 지나간 적막했던 세월을 매어 둔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러나 나는 완전히 잊을 수 없음을 몹시 괴로워하고 있으니. 이 완전히 잊을 수 없는 한 부분이 지금에 와서 『납함(呐喊)』을 쓰게 된 이유가 되었다.]

                                                                                     -루쉰의 <자서自序> 중에서


20세기 중국 근대 문학의 아버지이자 근대 사상가인 루쉰(1881~1936, 본명 저우수런)은 일본으로 건너가 의학을 공부하는 동안 정작 자신이 고치고 치료해야 할 대상은 인간의 몸이 아니라 봉건적인 사상과 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국인의 ‘정신’이라는 것을 깨닫고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문학의 길로 인생의 방향을 바꿔버린다.

그는 ‘5·4 신문화 운동’의 주역으로 모든 봉건적인 사상과 제도를 거부하며 20세기 대 격변의 시대에 새로운 길을 제시했던 인물이다.


[나의 꿈은 아름다움에 차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귀국하면 나의 아버지와 같이 잘못된 치료를 받는 병자들의 고통을 구하고 전쟁 시에는 군의가 되리라. 또한 국민에게는 유신에 대한 새로운 신앙을 촉진 시키리라.

2학년이 종강 하기 전에 나는 도쿄로 나와 버렸다. 왜냐하면 그 일이 있고 난 후부터 나는 의학이 결코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무릇 우매한 국민은 체격이 아무리 멀쩡하고 건장하더라도 하잘 것 없는 본보기의 재료나 관객이 될 수밖에 없으며, 병으로 죽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불행하다고 여길 것도 없다는 것이다.]

                                                                           -루쉰의 <자서自序> 중에서


봉건 잔재를 거부하며 새로운 시대를 위한 방향을 제시했던 혁명적 지식인 루쉰은 20세기 중국의 사상과 문화에서 절대로 빼버릴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20세기 중국과 아시아 지역에 사상과 정신, 문화에 깊은 영향을 준 지식인으로 그의 저작물들은 봉건 사상에 묶여 있었던 중화 문명과 동양의 문명을 20세기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을 터 주었다.


1930년 중국 저장 산시 지역에서 전쟁이 한창 벌어지고 있던 시기에 루쉰은 2월 16일 홍콩으로 건너가 청년회 강연장에 선다.


[청년들이 먼저 소리 있는 중국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대담하게 말하고 용기 있게 나아가고 모든 이해관계를 잊어버리고 옛 사람들을 밀어버리고 자신의 진심을 말로 표현해내십시오. 진실하기란 물론 쉽지 않습니다. 자신의 목쇠가 없는 민족을 생각해봅시다.

이집트인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습니까? 베트남, 조선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습니까? 타고르를 제외하고 인도에서 다른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나요?

사실 우리에겐 이제 두가지 길이 놓여 있을 뿐입니다. 하나는 고문(古文)을 꼭 끌어안고 죽는 것이니다. 또 다른 하나는 고문을 버리고 생존하는 길입니다.]

                                                                              - 1930년 2월 16일, 루쉰


대륙 곳곳에 전쟁의 포화가 시작되던 시기에 루쉰은 청년들에게 두 가지 길을 제시 했다.

고문을 끌어 안고 죽거나 고문을 버리고 살아남을 방도를 찾아 오직 진실을 담은 목소리만이 세계를 감동 시키고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루쉰은 자신의 생각과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없었던 봉건 시대 관습을 과감하게 깨버리고 청년들을 향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글과 말로 진솔하게 표현하며 하나의 인간으로 성장해서 지식으로 무장한 성인이 될 수 있다며 그는 문명인과 야만인의 차이는 <문자>를 어떻게 자유 자재로 구사하고 써서 후대에 전달 할 수 있는 능력에서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을 자유롭게 할 수 없었던 시대에 루쉰은 벙어리 상태의 국민에게 말을 배우고 글을 읽고 쓰는 실천적인 운동을 통해 골동품 같은 문화와 사상에 개혁의 불씨를 지폈다.

부패한 사상은 국민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고 글자를 모르는 국민은 타국의 침략에도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 아무 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지구 상에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루쉰의 사상은 시대를 이끌어 갈 주역들인 청년들과 소통하며 용기와 지혜를 불어 넣어 주었다.

그는 중국인의 뼛속까지 들어가 사상을 탐색하며 가장 두려워하고 나약하고 고루하고 비루한 것을 낱낱이 끄집어 냈다.

시대의 변화를 주도하고 사상의 개혁을 주장했던 루쉰은 자기 내면의 모순과 고통, 곤혼스러움과 결함, 결핍, 단점과 실수를 숨기지 않았고 스스로를 비판했던 인물이다.

사상 개혁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진리의 화신을 자처하지 않았고 시대의 '어른'이나 '스승'이 되는 것 조차 거부 했다.

그는 언제나 청년들과 동등한 시선과 태도로 토론하며 새 시대를 위한 방향을 모색했다.

청년들은 루쉰에게 모든 것을 털어 놓았고 모든 주제에 대해 논쟁했고 토론 하며 거리낌없이 서로의 단점과 모순을 비판하며 고이지 않고 부패하지 않는 개혁의 길을 다져 놓았다.


중국의 전통적인 가족에 대한 사상은 '우리가 어떻게 자식의 역할을 할 것인가'로 즉 자식이 부모에게 어떻게 복종해야 하는가?라는 어른 중심의 사회로 수 세기에 걸쳐 자신보다 연배가 많은 이들 앞에서 함부로 행동하거나 나서거나 말대꾸를 하지 못했다.

루쉰은 일찍이 '어린아이에서 건장한 성인이 되고, 건장한 성인에서 나이 들어 노인이 되고, 노인이 된 후에 죽음에 이르는 것'이 인간의 정해진 길이라 말했다.

그렇다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우리는 누군가의 아들과 딸이 되어 누군가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되는 운명인 것이다.

루쉰은 자신의 몇 몇 작품 속에 가족과 친인척의 모습을 담았다. 

<광인 일기>에서는 큰 형의 모습을 <축복>이라는 작품에서는 숙부의 모습을 <장명등>에서는 큰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중국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봉건적인 가족, 아들과 아버지, 자식과 부모의 관계를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구어체로   '아버지'가 가정과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가정을 개혁할 것인지 작품을 읽은 수 많은 독자들을 향해 시대에 맞춰 가족과 제도 사회가 변화 해야 하는지 깨닫게 만들었다.

중국에서는 오로지 친권을 중시했고 부권은 그보다 더 중요시 여기며 父子에 관한 문제는 국가도 간섭할 수 없는 신성 불가침의 영역이였다.

루쉰은 사상을 바꾸고 관습을 바꾸기 위해서는 가족들의 관계, 즉 가정부터 개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람을 잡아먹으려고 생각하면서도 또 남에게 잡아먹힐까 두려워 의심 가득한 눈길로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

이런 생각을 버리고 마음 놓고 일하고, 나다니고, 밥을 먹고, 잠을 잘 수 있다면 얼마나 속 편할까.. 여기에는 다만 문턱이 하나만 , 고비 하나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들은 부자, 형제, 부부, 친구, 사제, 원수 심지어 서로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한통속이 되어, 서로 부추기고 서로 견제하면서 한사코 그 문턱을 넘어서려 하지 않는다.]

                                                                                               -광인 일기 중에서

루쉰은 많은 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을 통해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사상의 변화를 시도 했다.


그의 대표작 중에 <광인일기>는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는 공포감을 생생한 언어로 묘사했다.


'그 자오씨네 집 개가 어떻게 나의 두 눈을 바라볼 수 있는가?... 자오구이 영감이 나를 보는 안색이 기괴하다. 나를 무서워하는 것 같고 나를 해하려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아이들은 어떠한가? 그때 아이들은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오늘 이상하게 눈을 뜨고 와서 나를 두려워하는 듯 또 나를 해하려는 듯 쳐다볼까. 이건 정말로 나를 두렵게 만들었고, 놀라우면서도 상심하게 만들었다. 소작인이 껄껄 웃으며 이상한 눈을 하고 나를 쳐다본다. 나도 사람인데 그들은 나를 잡아먹고 싶은 것이다. 이 생선의 눈이 희면서 딱딱하다. 입을 헤 벌린 채로 있는 모양이 꼭 사람을 잡아먹고 싶어 하는 인간과 같구나.'

                                                                               -광인 일기 중에서


길 위의 행인들은 '포옹과 살육'을 구경하기 위해 사방에서 몰려 들고 있고 '한 생명'은 펄떡 거리며 죽어간다.

루쉰은 이런 끔찍한 인간의 내면의 모습을 이름도 없고 의식도 사상도 없는 구경꾼 같은 존재로 소름 끼치게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루쉰은 중국의 악습과 봉건 사상을 뿌리 뽑기 위해 평생을 바쳤지만 그는 세상을 떠나는 그 날까지 사무칠 정도로 자신의 고향과 어린 시절의 추억이 남아 있는 집, 그리고 어머니를 그리워했다.

전족을 고수 하며 글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른 채 시부모를 봉양하며 멀리 떠나 있는 아들의 혼사를 자신의 마음대로 골라 혼례를 시켰던 어머니는 일 평생 꽃처럼 활짝 피었던 적도 없었고 화사한 옷조차 입어 본 적이 없었다.

어른들 앞에서 입을 열지 못하니 루쉰의 어머니는 어른들이 잠든 시간에 혼자 중얼거렸고 집 밖을 나서면 길가다 마주친 이들과 재잘재잘 수군덕거리는 걸로 마음의 화를 다스렸다.

'처량하게 스산한 겨울 추위 속으로 숨어버리면 나을까..하지만 사방이 너무 추워서 내게 엄청난 냉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1925년 1월 24일, 루쉰


루쉰이 쓴 저작물을 읽는 순간 루쉰의 세계로 들어가 그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의 저작물은 20세기 근 현대사의 모든 사상과 문화가 응축 된 것으로 철학과 과학,역사와 사회, 자연과 기술까지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 설화이야기도 저술했고 매일 하루 2-3시간은 찾아 오는 청년들과 토론 하며 시대의 문제를 함께 고민했고 각 지역마다 순회 강연을 다니며 개혁을 외쳤다.


루쉰은 자신이 쓰거나 편집한 책이나 동년배 문인들 후배들이 편찬하는 책의 표지 디자인을 직접 하거나 제자(題字)를 썼고, 대학의 휘장이나 삽화나 인장을 디자인하기도 했고 지인들에게 보내는 편지 마다 직접 삽화를 그릴 정도로 예술적 재능도 뛰어났다.

중국 고대 미술을 비롯해 서양의 최신 미술 사조와 작품들까지도 적극적으로 감상하고 수용했던 루쉰은 중국 판화 운동의 선구자로도 활동했다.


'새로운 목판 예술은 강건하고 분명하다. 새로운 청년의 예술이다. 훌륭한 대중의 예술이다.' 

                                                                                                       -루쉰


그는 평생 동안 아이처럼 눈을 뜨고 세상을 관찰했다.

수천 년 동안 지속되었던 중국의 사상과 문화 관습을 개혁하고 실천하기 위해 루쉰은 눈을 감지 않고 어느 누구도 속이지 않았고 부와 명예의 늪에 빠지지도 않았다.

'어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어둠에 가려진 사물을 볼 수 있다.'


루쉰의 이 말은 오랜 세월 동안 중국에서는 '예 禮가 아닌 것은 보지 말라.'라는 사상에 반기를 든 말로 '직시 '하지 않고 시대의 어둠을 눈감아 버리고 전쟁의 불기운을 건너다 보며 악습의 고행을 비스듬히 바라보는 이들에게 현실의 문제를 제대로 봐야 미래 세대가 살 수 있다고 외쳤다.

'모든 구습과 이에 매인 사상을 타파하며 진격할 수 있는 장수가 없다면 중국에는 진정한 새로운 문예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1925년 7월 22일 루쉰


중국의 통치자들과 이들에게 아첨하는 자들과 그 아첨꾼들에게 달라붙어 있는 지식인들을 향해 루쉰은 서로 속고 속이며 회피하며 흉악하고 무지몽매한 환성에 약자의 비참한 외침을 외면하는 이들은 신랄하게 비판했다.

핍박과 노역, 살육의 시대에 루쉰은 약자들 민중들의 통곡 소리를 모조리 채집하고 끌어 모아 자신의 글과 말 속에 담았다.


'옛날부터 우리에게는 머리를 파묻고 힘들게 일을 하는 사람, 온 힘을 다해 힘든 일을 하는 사람, 백성을 위해 청원하는 사람, 제 몸을 아끼지 않고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도 있었다.'


가족과 사회로부터 핍박과 억압과 학대와 폭력에 시달려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았던 루쉰은 역사가 직면하고 있던 문제, 참혹한 현실의 모습을 외면하지 않고 피로 얼룩진 곳을 들춰내어 남을 속이는 그럴싸한 거짓말로 환부를 덥지 않고 스스로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을 갖기 위해 쉼 없이 탐구하며 많은 이들과 함께 문제 해결을 모색했다.


'진정한 용사는 용감히 참담한 인생을 직면하고 홍건한 선혈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얼마나 큰 슬픔이고 행복인가?'




루쉰은 '스스로 사색하고 스스로 주인이 되라'라고 주장했다.


21세기는 인터넷이라는 도구를 통해 수 많은 이들이 세상을 보고 있다.

거짓과 음모, 교묘한 편집과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학습하는 AI 인공 지능 시대에 우리는 '나의 눈'이 아닌 누군가 편집하고 검색해서 분류해 놓은 것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의 자아는 때로는 주인이기도 하고 노예처럼 굴기도 한다.

여기 저기 유툽과 다양한 플랫폼 마다 사이비 전문가, 가이드들, 멘토들이 말들로 넘쳐 나고 있는 시대에 진실한 소리, 참된 지식을 배우고 실천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종종 지극히 가까운 곳에 시선을 두고 자신만 바라보거나 혹은 지극히 먼 곳에 두어 북극이나 하늘 밖까지 바라보곤 합니다 그러나 이 둘 사이의 권역에는 결코 주의를 두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을 직시하며 '진지하게' 바라봅시다.

시선을 크게 두지 않는 것도 안 될 일이지만, 너무 크게 두어서도 안됩니다.

이 두 마디는 평범한 말에 지나지 않지만 내가 이 말을 확실히 깨달은 것은 무수한 생명이 죽은 다음이었습니다. 역사의 허다한 교훈은 모두 지대한 희생과 바꿔 얻어낸 것들입니다.]

                                                                                                           -루쉰

각 나라 마다 대표하는 사상과 문인들이 있다.

영국에는 셰익스피어, 러시아에는 톨스토이, 프랑스에는 빅토르 위고, 그리고 일본에는 나츠메 소세키가 있다.

루쉰은 중국 인문학과 철학, 문학의 의 가장 깊은 핵심이자 가장 높은 봉우리다. 루쉰을 읽으면 중국의 속마음,역사와 문화 구시대의 관습과 현실의 각종 문제를 알 수 있다.

루쉰은 5.4 시기 부터 지금까지 세대를 거듭하며 영향을 끼쳐 왔고 그의 사상과 철학에 반대하는 이들도 그의 글을 읽었다.

루쉰의 사상과 철학, 문학은 여전히 21세기 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실을 직시하며 초월적 사고를 가졌던 루쉰은 현대 문학의 대가로 언어의 연금술사다 그가 남긴 저작물들 속엔 중국의 고어와 설화, 방언과 문화, 관습과 유희를 읽을 수 있다.

그의 문체는 개성이 넘치면서 서정적인 음률을 담아 쉽게 읽혀지고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정도로 8월의 뜨거운 열기는 어떤 냉기가 불어와도 좀처럼 식지 않을 정도로 우리 앞의 현실은 뜨거운 불가마 위에서 펄펄 끓고 있는 용광로다.

어느 시대나 해결하기 힘든 문제를 안고 있고 온갖 병폐와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시간 조차 없이 묵묵히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한 세기 전의 사상가가 남기고 간 저작물들이 삶의 방향을 바꾸게 만들거나 오늘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쉰의 사상은 이 시대 모든 이들에게 '스스로 사색 하며 자기 자신의 주인으로 살아라'라는 주장은 앞으로 헤쳐나갈 세상의 하나의 나침반처럼 매번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만들고 지나쳤던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어 멈춰진 사고와 지식에 커다란 물줄기를 트여주게 될 것이다.

루쉰의 사상을 배우고 그의 글을 읽는 다고 해서 '새롭게'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수세기에 걸쳐 뿌리 깊게 지배하고 있는 악습과 병폐, 시대의 적폐에 대해 좀 더 깊이 바라보며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암담한 현실을 제대로 바라 보며 '스스로 사색하며 자기 자신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지혜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현시대의 말, 스스로의 말을 해야 합니다.'

루쉰(1881-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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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3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03 1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03 11: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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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3 15: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3-08-05 0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루쉰은 여러 가지를 잘 알았군요 이름과 소설을 썼다는 것밖에 몰랐던 것 같습니다 소설도 읽지는 않았네요 스스로 생각하고 사는 게 가장 좋겠지요 그러다 잘못된다 해도 다시 길을 바꿀 용기도 있어야 할 텐데... 자신이 자기 주인이 된다면 그렇게 할 것 같네요

scott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주말이 빨리도 왔네요 이번주도 게으르게 지내서... 게으르게 지내면 시간이 더 빨리 가네요


희선

2023-08-05 18: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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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는 알고 있다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지음, 엄지영 옮김 / 비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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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스스로 목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여자가 천천히 오른발을 바닥에서 몇 센티미터가량 들어 올려 내디디면서 힘겹게 천천히 왼발을 움직이고 있다.

머릿 속에서는 두 발이 어서 빨리 움직이라는 명령을 내리고 있지만 바닥을 딛고 있는 두 발은 움직여지지 않고 있다.

그녀는 긴 한 숨을 내쉬며 의자에 앉아 숨을 고르며 두 발이 움직여 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오전 10시 수도를 떠나는 기차를 타야 하는 그녀,엘레나

한 시간 전인 오전 9시에 약을 먹었으니 약효가 떨어지기 전까지 반드시 기차역에 도착해야 한다.

약효가 서서히 나타나면서 몸이 뇌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려면 반드시 10시 기차를 타야 한다고 그녀는 생각할 뿐 아니라 또 그렇게 알고 있다.

어서 서둘러야 한다.

그녀가 복용해야 할 약 봉지에는 의사들이 알아 보기 힘든 글씨체가 적혀 있다.

레보도파

어서 빨리 몸 속에 레보도파 약 기운이 퍼져 나가야 한다.

그녀는 힘겹게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며 거리 이름을 주문처럼 외우며 한 발, 한 발 앞으로 걸어나간다.

중증 파키슨 병을 앓고 있는 엘레나는 레보도파를 복용하지 않고 서는 혼자 움직일 수 없다.


'인생은 물물교환이 아니야 엄마 이 세상에는 우리도 모르게 하느님의 뜻에 의해 이루어지는 일도 있잖아.'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딸 리타는 비가 내렸던 어느 저녁,성당 종탑에 목을 맨 채로 발견 되었다.

모두들 입을 모아 자살이라 했지만, 엄마 엘레나는 알고 있다.

딸 리타는 누군가에 의해 살해 된 것이다.

엄마 엘레나는 딸을 살해 한 자를 찾아 내기 위해 마지막으로 딸과 함께 있었던 목격자를 찾아 나선다.

레보도파 약을 복용하지 않고서는 움직일 수 없는 엘레나의 머릿 속으로 부르사코, 아드로게, 템페를레이 로마스,반피엘드, 라누스, 라누스, 반피엘드, 로마스,템페를레이, 아드로게, 부르사코 도시들을 오고 간다.

목도 눈썹도 약 없이 움직여지지 않는 그녀는 생각한다.

그날 거기서 엘레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무엇이였는지.

그녀는 알고 있다.

딸 리타가 떠난 세상에서 자신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어떤 형벌이 내려질지...

엘레나는 딸이 살해 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누가, 왜 그녀의 딸을 살해 했을까?

그 날 저녁 비가 내리던 날 혼자 종탑에 올라갔던 리타는 스스로 밧줄의 매듭을 정교하게 맬 수도 없었을 것이고 딛고 서 있던 의자를 스스로 발로 차버린 채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을리도 없다.

엄마 엘레나는 딸을 살해 한 자를 찾아내야 한다.

하지만 사건에 대해 아는 사람도, 누군가를 의심하는 사람도 범행 동기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성당의 신부는 엘레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날 따님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했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거예요. 자신의 것이 아니라 주님의 것인 육체를 자기 멋대로 처분하고 만 것입니다.'

카톨릭 교리에서 자살은 살인과 마찬가지로 죄로 여긴다.

우리의 것이 아닌 육체를 어떤 식으로든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모두 죄가 되어 자살이든 낙태든 안락사든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든지 간에 생명을 죽이는 것은 모두 죄가 된다.

중추신경계가 마비 되는 파킨슨 플러스 증후군을 앓고 있는 엘레나는 뇌가 움직이라고 명령을 내려도 신경 물질 전달체인 도파민이 해당 신체 기관에 이 명령을 전달하지 못하기에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

그녀는 약 없이 움직이지도 못하고 수시로 우울증이 올라오며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제 서서히 기억력 조차 흐려져 숨만 쉬는 살아 있는 시체처럼 몸이 돌처럼 굳어져 버릴 것이다.

딸의 죽음이 살인이라는 걸 입증 하려면 누군가 그녀의 손과 발이 되어 주어야만 한다.


[그녀를 대신해 움직이고 행동할 수 있는 다른 이의 몸, 그녀 대신 필요한 것을 조사하고, 물어보고, 걷고, 시선을 돌리지 않고 사람들의 눈을 똑바로 볼 수 있는 타인의 몸, 엘레나가 명령을 내리면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육체, 엘레나 자신의 육체가 아닌, 다른 이의 유게, 빚을 갚아야 한다고 느끼는 누군가의 육체, 이사벨의 육체]


이 십년전, 이사벨이라는 여자가 낙태 수술을 받기 위해 길을 가던 중 우연히 리타를 만난다.

리타는 카톨릭 교리를 내세워 낙태 수술을 막기 위해 강제로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간다.

임신 상태의 이사벨을 만났었을 때 엘레나는 약 복용이 전혀 필요 없는 건강한 상태 였기에 비가 내렸던 그 날 딸이 데리고 온 그 낯선 여자를 집안에 들어 오게 했다.

엘레나는 딸 리타가 그녀의 낙태를 막았기에 생명에 대한 빚을 졌다고 생각했다.

거동이 불편하게 된 지금, 엘레나는 지난 시절의 빚을 청산 하기 위해 이사벨에게 부탁한다. 딸을 살해 한 용의자를 찾아 달라고....

[엘레나는 이십 년이 지난 오늘 과거의 빚을 청산하기 위해 대문을 두드린 한 여자를 바라볼 뿐이다. 물론 이사벨은 그 빚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이사벨은 찾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그녀를 바라본다.

가슴에 처박힌 것이나 다름없는 엘레나의 머리, 앞으로 기울어진 몸통, 심하게 굽은 등을 본다. 그러고는 침에 젖어 축축해진 손수건을 꼭 움켜쥔 채 무릎에 올려 놓은 두 손과 왼쪽으로 흰 몸을 본다. 그리고 진흙이 묻은 구두와 주글주글 주름이 진 치마를 본다. ]

이사벨은 낙태 하러 가는 길에 자신을 붙들어 맨 그녀, 리타를 그날 이후 부터 줄곧 마음 속으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살고 있었다.

동성애를 숨긴 채 이사벨과 결혼 한 남편은 강압적인 폭력을 휘둘렀고 이사벨은 성폭행을 당하듯 임신하게 되었다.

그녀는 남편과 사이에서 단 한 번도 생명을 잉태 하고 싶지 않았기에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다.

번개 소리가 무서워 어린 시절 부터 비가 내릴 때면 성당 근처도 가지 않았던 리타는 번개와 천둥이 무시 무시하게 내리치기 이틀 전 엄마의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베네가스 박사를 만나러 갔었다.

약 없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엄마는 입 조차 제대로 다물지 못해서 침을 한 가득 씩 흘리고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치료법도 해결책도 없는 무시무시한 병,

'지금 어머니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은 너'라는 말을 베네가스 박스에게 들은 딸 리타, 엄마는 서서히 온 몸이 굳어 가고 있다. 언젠가 숨 조차 쉬지 못하는 돌덩이가 될 것이다.


장례식장에 근조 화환이 여러 개 도착했다. 목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엄마 엘레나는 누가 보냈는지 글씨조차 제대로 볼 수 없다.

살인도 죄, 자살도 죄 라는 말을 한 후안 신부는 딸 리타가 잠들어 있는 관 앞에 서서 기도를 올리고 있다.

'어리석은 자들의 눈에는 의인들이 죽은 것처럼 보이고 그들의 말로가 고난으로 생삭되며...의인들의 영혼은 하느님의 손안에 있어 어떠한 고통도 겪지 않을 것이다.'

-'지혜서' 3장 1절, 2절


국교가 카톨릭인 아르헨티나 출신의 작가 클라우디아 피녜이로의 엄마는 실제로 오랜 세월 파킨슨 병을 앓다 세상을 떠났다.

자살로 추정되는 딸의 사망 원인을 찾아 나서는 엄마 엘레나는 딸을 잃고 나서 신부님에게 자신은 앞으로 어떤 이름으로 불려져야 하는지, 묻는다.

자식을 먼저 앞세운 여자는 뭐라고 불리게 되는지, 미망인도 고아도 아닌 엄마 엘레나는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육체 처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서서히 굳어 가고 있다.


[그들은 말다툼을 벌였다. 매일 저녁만 되면 어김없이, 어떤 문제든 가리지 않고, 사실 중요한 것은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택한 대화 방식, 즉 싸움을 통해 자기의 생각을 전달하려고 하는 대화 방식이었다.]


강한 신앙심과 모성애를 갖고 있는 엄마 엘레나를 돌보는 딸 리타에게 선천적 장애로 인해 등이 굽어 버린 남자 친구가 있었다.

자신이 도와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떠 앉게 된 리타가 정말로 누군가에게 살해 당한 것이라면 , 아니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엄마 엘레나가 딸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면 이 모든 원죄는 성경의 말씀처럼 고스란히 리타가 죄인인 것일까?

어린 시절부터 엄격한 가톨릭의 교리와 사회 규범에 의해 강요 된 믿음과 생활 규범대로 살 수 밖에 없었던 여자들...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강압 된 폭력에 의해 강제 임신해 버린 이사벨의 육체는 그저 동성애를 즐기는 남자들의 생식 기계가 되어 버렸다.

'나를 잘 알지도 못한 부인의 따님처럼, 자기도 엄마가 되지 못했으면서 내 몸을 마치 자기 것처럼 함부로 대하던 댁의 따님처럼 부인도 똑같은 우를 범하시는군요.'

엘레나의 육체는 약 없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고, 이사벨의 육체는 남자들의 번식을 위한 육체가 되고 그리고 리타는 여자로 태어난 운명의 희생양이 되었다.

가톨릭 신앙에서 여성의 역할이란 무엇인가?

여성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신은 알고 있을까?

아니, 엄마 엘레나는 알고 있을까?

아이를 낳고 기르고 키우는 여성들의 삶은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벗어 나기 힘들다.

사회적 관습과 규범에도 여성은 생명을 잉태에서 양육하며 자신이 낳은 아이를 돌보고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

생명을 낳고 사람을 돌보며 가족의 안정을 보듬고 품어야 하는 여성, 엄마라는 존재, 딸이라는 운명은 세상의 모든 여성들이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아니, 그걸 운명 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전통적인 가부장적인 문화에서 여성의 성역할은 오랜 세월 동안 정해져 있다.

출산과 양육 그리고 돌봄은 선대 부터 내려온 것으로 여성의 삶,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가로막는 올가미이기도 했다.

가톨릭교를 믿는 인구가 60퍼센트가 넘는 아르헨티나는 2020년 임신중단에 관련된 법을 개정했다.

법이 개정 되기 전에는 성폭행으로 임신한 경우나 폭력이나 기타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임신일 경우에만 합법적으로 임신중단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2020년 법 개정 부터 아르헨티나 여성들은 임신 십 사주 이내에는 임신 중단을 스스로 선택 할 수 있게 되었다.

파킨슨 병 진단을 받게 되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조언'이 담긴 책자를 받게 된다.

평온함, 즐거움을 위한 사소한 활동 조차 하기 힘든 파킨슨 병은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짊어지기 힘든 힘겨운 짐덩이 같은 병이다.

딸의 죽음을 파헤칠 수록 엄마 엘레나는 딸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엘레나, 당신은 지금도 여전히 어머니예요.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거고요.'


엄마 엘레나의 육체는 마치 가부장적 질서와 종교의 굴레에 갇혀 버린 듯 돌덩이처럼 굳어져 간다.

여성에게 딸이라는 명칭과 어머니라는 명칭이 사라져 버리면 이 세상에서 무엇으로 불리게 될까?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알고 있을까?

'여성은 남성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육체다.'

-시몬 드 보부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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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6-05 0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딸을 죽인 사람이 있는 걸까 생각하게 했는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제목과 다르게 엘레나는 모르는 것 같기도 합니다 가까운 사이여도 모르는 거 많죠 파킨슨병 무섭군요 루게릭병하고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하네요 둘 다 마지막엔 움직이지 못하니...


희선

scott 2023-06-05 22:01   좋아요 1 | URL
파킨슨 병 정말 무서운 게 팔과 다리의 움직임을 내 마음 대로 하지 못한 채 서서히 온 몸의 근육이 굳어 버리고 음식을 넘기는 것 부터 침을 삼키는 것 까지 어려워지는 병입니다
늙음과 돌봄, 엄마와 딸의 관계 임신과 출산 양육의 문제까지 담겨 있는 묵직한 작품입니다. ^^
 
코스타리카 라 알퀴미아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9월
평점 :
품절


알라딘의 5월의 커피 코스타리카 라 알퀴미아 #2

우선, 알라딘 커피 노트에 적힌 설명에 의하면 미디엄 로스팅 된 청사과, 벌꿀, 부드러운 바디감이라 적혀 있다.

홀빈으로 구입해서 에스프레소 용으로 갈아 발뮤다 더 브류기기에 내려 마셔 보았다.

레귤러 버턴을 누르면 한 잔 추출 하는데 대략 3분 내외로 12그램의 원두를 넣고 내려 마셔 보니 코스타리카 라 알퀴미아 #2의 첫 맛은 부드러운 바디감에 은은한 단맛이 느껴졌다.

두 번째 내려 마셨을 때 미세하게 신맛이 느껴졌는데 상큼한 청사과의 그 맛은 아니였다.

코스타리카 라 알퀴미아 #2의 원두는 재배 후 화이트 허니 프로세스로 가공한 원두로 원두를 재배 한 후 펄프를 제거 해서 점액질로 둘러싸인 파치먼트 채로 건조 시킨다.

이런 과정을 하는 원두는 주로 코스타리카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두로 이 지역에서 생육하는 원두들의 생산량이 극히 적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허니라 명명한 것은 원두 점액질을 얼마나 벗겨 내느냐에 따라 화이트-옐로-레드-블랙으로 나눠지는데 화이트에 가까울 수록 점액질을 많이 제거하고 건조 시켜서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원두 변질을 방지 해서 가장 신선한 상태를 유지하게 만든다. 알라딘은 코스타리카 라 알퀴미아 #2를 미디엄 라이팅 로스팅 된 원두를 판매 하는 데 이 원두는 미디엄 로스팅 하면 고소하고 상큼한 맛이 더 느껴지는 원두가 된다.

알라딘 원두들의 공통된 맛은 부드러운 바디감~

5월의 청사과 맛은 ~

디저트 맛으로 음미 해야 할 것 같다.(ノ≧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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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3-05-19 21: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scott님 ㅋㅋㅋ저는 집에서 너 커피 먹지 마 해가지고 드립 금지 당하고 맛없는 디카페인캡슐만 먹어요 ㅠㅠ 커핑노트에 청사과는 좀 무리다 무리…

2023-05-19 2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19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19 2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3-05-20 01: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scott 님이 원두를 갈고 내려서 마셨군요 그러면 scott 님만의 맛이었을 것 같습니다 로스팅도 하실 수 있는지... 그런 거 다 하려면 시간 많이 걸리겠네요 자기한테 맞는 거 찾는 것도... 다음엔 미디엄 로스팅이 나오길...


희선

2023-05-21 17: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3-05-20 07: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간식 먹고 싶어지는 스콧님의 페이퍼😳

scott 2023-05-21 17:13   좋아요 1 | URL
괭님
바로 이웃에 살고 계셨다면
이 사과 파이 나눠드리는데 (진심 ^ㅎ^)

그레이스 2023-05-20 09: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청사과맛은 모르겠구요, #4은 먹어봤어요. 체리맛요.
처음 마실때 체리맛? 했어요.
근데 한모금 넘기고 나서, 입안에 약하게 남는 맛이 있었어요. 체리맛.
체리맛이 처음부터 나거나, 진하게 나면, 전 안 마실것 같아요.^^
미세하게 남는 그 맛을 즐기려면 커피만 천천히 음미해야 할듯요.
그런데 자주 졸리고 피곤해서 마구 들이키다 보니 이런 맛을 느낄 틈이 없는 듯요.ㅎㅎ

오랜만에 댓글 다네요

2023-05-21 17: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20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21 1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23-05-20 23: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커피는 기계가 혹은 남이 내려주는 게 제일 맛나는 듯요. ㅎㅎㅎ 저는 이거 저거 다 써봐도 커피는 핸드드립이나 기계드립이 제일 맛있더라구요. 발뮤다 꺼는 진하기 선택이 되던데 아이스로 마시기 괜찮은가요?

밤인데 커피 마시고 싶어집니다… 음.. 한 잔 할까요?^^

2023-05-21 1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21 21: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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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3 16: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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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노 in 상하이 도미노
온다 리쿠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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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도미노 패의 시작은 상하이 푸동 국제 공황에서 시작 되었다.


일본 간토 생명 야에스 지사 사무 직원인 호조 가즈미는 단것이라면 정신을 못 차리는 여직원 다가미 유코를 기다리고 있다.

검은 띠 유단자 인 다가미 유코는 선배 호조 가즈미를 공항에서 만나자 마자 파인애플 케이크,루크 초콜릿 같은 달콤한 디저트 이야기부터 꺼낸다.

그리고 이들 틈에 또 다른 회사 선배 에리코 가즈미 가 캐리어를 끌고 나타난다.

모두들 재충전 휴가 차 상하이를 방문한 회사 동료들로 숙소로 출발하는 동안 머물게 되는 호텔의 요리점 '청룡반점' 이야기를 꺼낸다.


두 번째 도미노 패는 상하이 도심 도로에서 몇 블록 떨어진 뒷 골목 모퉁이에 위치한 '스시 구이네이' 가게가 등장한다.


가게 안에서는 쉴 새 없이 전화벨이 울리고 종업원들은 주문을 받고 음식을 포장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 가게 주인은 일본 지바에서 건너온 스물 아홉의 청년 이치하시 겐지로 일본에서 경영하던 피자 배달 체인점을 정리하고 2년 전 상하이로 건너왔다.

일본에서 최신 냉동기술을 배운 겐지는 집에서 거의 요리하지 않는 상하이 사람들의 입맛에 맞춘  냉동 초밥을  배달하며 빠른 속도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그는 상하이 와이탄 지구 도로를 질주 하며 직접 배달을 하고 직원들을 스카우트해서 엄격한 배달 시간과 위생적인 조리와 포장으로 상하이 대도시 입맛을 사로잡았지만 상하이의 어두운 곳에서 무언가 꿈틀거리고 있는 걸 알지 못하고 있다.

 아니, 자신이 그 세계에 자극을 주었다는 것조차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세번째 도미노의 시작은 4성 급 호텔 최고층에 자리 잡은 화려한 연회장으로 일본 긴자에서 3대째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집안 출신의 갤러리 운영자 오치아이 미에

그녀는 최근 급부상 하고 있는 아시아 미술품 구입의 큰 손들이 많은 상하이에서 미에는 4성급 호텔 연회장에 소장품 전시를 열고 전시장에 모여든 큰손들이 어떤 화가의 그림 주변에 몰려있는지 먼 곳에서 바라 보고 있다.

신흥 화상이자 골드 드래곤 갤러리의 경영자이자 아트 페어 주최자인 중국계 미국인 맥스 창은 '웃는 남자' 시리즈로 100만 달러 아티스트 반열에 오른 차이창윈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

미에는 맥스 창이 작품 구입비로 200만 달러를 제시하는 동안 전시장에서 가장 좋은 자리에 어떤 그림도 걸려 있지 않았다는 걸 발견한다.


네 번째 도미노의 시작은 동물원으로 관람객들이 유리창 너머 판다 가족들이 대나무를 우걱 우걱 씹는 모습을 바라 보고 있다.


우리 속 벽에 기댄 채 홀로 묵묵히 대나무 잎을 먹고 있는  판다는 무리들 중에 최고 연장자인 '강강'이다.

'강강'은 카메라 불빛을 바라 보며 열심히 대나무를 씹어 먹고 이를 쑤시고 있다.

강강의 넘치는 식욕을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베테랑 사육사 웨이잉더는 태어날 때부터 동물원에서 살았던 판다들과 달리 야생에서 살다 동물원으로 온 강강의 야성미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강강은 산 속에 살아서 체력이 좋고 과거에 우리를 탈출 할 정도로 대담해서 사육사들은 탈출로를 막는데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강강은 탈출을 시작 하기 전에 마치 폭풍 전야 처럼 어떤 낌새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 두 달 전에 탈출했던 강강은 사육사들이 처 놓은 울타리 밖을 바라 보고 있다.


다섯 번째 도미노의 시작은 고층 건축물들의 그림자들이 신기루처럼 우뚝 서있는 곳으로 그곳엔 수 백 명의 카키색 군복 차림의 청년들이 일사 분란 하게 움직이고 있다.


'인민해방군 제 237사단을 대표해 애도를 표합니다.'


사건의 시작은 사흘 전 밤, 미중일 삼국 합작인 호러 액션 영화 <영환호성의 사투, 강시 대 좀비 >촬영 스태프가 머무는 숙소에 있는 청룡반점에서 시작되었다.

커다란 도마뱀 같이 생긴 동물이 청룡반점 주방에 나타났다. 그 동물은 영화 감독 필립 크레이븐이 애지 중지 키우고 있는 이구아나로 이름은 다리오

청룡반점 주방실은 매끈하고 윤기가 흐르는 이구아나 '다리오'가 새로 도착한 식재료로 알고 포획하고 이곳 청룡반점의 신진 기예 요리사 왕탕위안은 날카로운 네모난 칼을 번쩍 들어 올린다.

상하이 교외 드넓은 촬영장에 앉아 있는 영화 감독 필립 크레이브 주변에 그의 반려 동물 이구아나 다리오의 영혼이 맴돌고 있다.

미국 호러 영화의 거장 필립 클레이븐은 상하이 영화 촬영장에서 자신의 반려 동물 이구아나가 비운의 죽음을 맞이 하자 미국과 중국 일본 세 나라의 대형 합작영화<영화호성의 사투, 강시 대 좀비 >촬영이 무기한 중지된다.


감독의 어린 시절 친구이자 대학 동창, 인디 영화 시절 부터 함께 일했던 존은 다리오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짓고 있는 감독의 슬픔을 달래주지 못한다.


한편, 상하이에서 온갖 고깃 덩어리만 취급하는 정육점 매장들로 빼곡히 들어찬 곳에 살아 있는 동물들이 우글거리는 우리 안에서 한 노인과 담배를 피고 있는 수상한 남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물건은?'

'없어. 찾아 봐도 없잖아. 양 말로는 분명 상하이에 들어왔다고 했는데.'

'문제?'

'아무래도 저쪽 관계자가 찌른 것 같아. 종종 새 위장에 뭔가 멋진 물건을 넣어서 운반하는 것 같다고.'

'그래서?'

'물건을 넣을 때 문제가 생겨서 순간적으로 평소와 다른 위장에 넣었다는 군.'

'나중에 알아보기 쉽게. 우연히 근처 우리에 있던 희귀한 동물의 위장에 넣었다고.'

'맛있는 동물이면 좋겠군.'

'맛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커다란 도마뱀이었다는군.'

'물건은 벌써 나흘 전에 도착했대.'

'나흘 전 ?그렇게 됐다고? 지금 어디 있지?'

'청룡반점.'

'도마뱀을 호텔로?뭐에 쓰려고?"

5년 전 도쿄역 테러 소동에 휘말렸던 일본 간토 생명 여직원 유코와 가즈미는 에리코는 결혼 후 상하이로 이주한 회사 선배 에리코를 회사 휴가 일정에 맞춰 찾아 온다.

이들이 상하이로 입국한 바로 그 날, 세계 희귀종인 '박쥐'를 가공한 미술품이 이구아나 몸 속에 실려 상하이 호텔 '청룡반점'으로 밀반입된다.

이를 노리는 범죄 조직도 그 '박쥐'를 손에 넣으려고 상하이 곳곳을 헤집고 다니고 이들의 뒤를 쫓는 경찰들의 치열한 추격전이 펼쳐진다.



[창싱의 얼굴은 거의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었다. 창싱의 얼굴을 정면에서 찍은 뒤 중심 선을 따라 반으로 접으면 거의 정확하게 겹쳐질 것이다. 그것이 순간적으로 기묘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균형과 조화, 유서 깊은 풍수사 집안에 태어난 루창싱은 풍수의 원리를 체현하고 있는 인물이다.]

좌우대칭의 묘한 얼굴을 지닌 풍수사 루창싱, 재료를 가리지 않는 뛰어난 실력의 요리장 왕탕위안, 신속 냉동 초밥 배달집 사장 겐지, 동물원의 베테랑 사육사 웨이잉더 그리고 일본에서 건너온 유도 유단자이자 간토 생명사 직원들, 미소 지을 때 새 하얀 이를 드러내는 꽃 미남 경찰 가오칭제의 좌충 우돌 도미노 게임이 시작된다.


[6센티미터쯤 되는 도장이었다.

역시 아무리 봐도 이건 '옥'이다.

왕은 살며시 도장을 집어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마블 무늬의 푸른색과 녹색의 그러데이션이 무척 아름다운 광물이었다. 싸구려 광물에서 흔히 보는 탁한 녹색이 아니다. 발색이 또렷해서 작지만 안쪽에서 빛을 발하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세공이 탁월했다. 복을 불러오는 박쥐가 도장 전체에 에셔의 그림처럼 연속적으로 세밀하게 새겨져 있었는데, 장인의 솜씨가 엿보였다.

도장의 문자는 특수한 서체라 무슨 글자인지는 읽을 수 없었지만 상당히 오래된 것 같았다.]


이구아나를 조리 하다가 발견한 가죽 주머니, 그 속에 들어 있던 박쥐 세공 도장,

요리장 왕 탕위안 오래전 증조부가 자금성에서 일하던 당시 황제에게 하사 받았다는 옥을 사진으로 본적이 있다. 이구아나 위장과 장 속에 있었던 그 옥이였을까?

상하이에 몰려든 전 세계 큰 손들, 스타급 예술가들, 영화 감독까지 이구아나의 꼬리를 물고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고 이어진다.

누군가가 먼저 이구아나 뱃속에서 꺼낸 박지 세공 도장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

여전히 야성의 울부짓음을 내지를 수 있는 혈기 왕성한 판다 강강은 유리벽 너머 모든 걸 보고 있다.

[지금 저는 상하이 도심 번화가에 있습니다. 오늘도 정력적으로 경제 활동이 이루어지는 활기찬 우리의 상하이, 현재는 세계 최대의 상업 도시가 된 상하이의 기세는 꺾인 줄을 모릅니다. 잠들지 않는 용이라 불리는 상하이는 늘 전 세계를 상대로 싸우고 있습니다. 도시는 날로 확장되며 계속해서 발전해나가고 있지요.]

모든 걸 빨아들이는 도시 상하이에서는 목표물을 향해 1분 1초라도 빨리 도착해야 뭐든지 손에 넣을 수 있다. 돈-물건-사람 이 모든 것이 시계 추처럼 움직인다.

정월 초 이렛날에 고향을 그리며

봄에 접어들어 겨우 7일

집 떠난 지 벌써 어언 2년

사람이 돌아가는 건 기러기 내려앉은 뒤려니

꽃 피기 전부터 고향 생각나네

판다 강강은 동물원 우리를 탈출해서 청룡반점이 있는 4성 호텔에 몸을 숨기고 저녁 만찬으로 제공되었던 이구아나 다리오의 영혼이 영화 촬영장 위를 둥둥 떠다니고 있다.


판다 강강의 운명도 청룡 반점에서 끝이 나게 될까?

박쥐 세공 도장은 누구의 손에 들어가게 될까?


이구아나 다리오의 영혼은 자신의 마지막 숨통이 끊어진 4성급 호텔로 흘러 들어가 대형 조각상들이 전시 된 전시장 허공 속을 둥둥 떠다니다 조각상 틈 속에 동물원을 탈출한 판다 강강에게 바짝 다가간다.

때마침 강강의 힘에 떠밀린 조각상들이 도미노 처럼 차례 차례 쓰러지면서 박쥐 세공 도장을 손에 넣기 위해 몰래 전시장에 잔입한 괴한 두 명이 칼을 빼 든다.

강강을 생포 하려고 마취 총을 꺼내든 사육사들, 간토 생명 직원들을 인질로 삼은 괴한들 이들을 추적한 경찰 그리고 아시아 최고의 미술 전시가 열리고 있는 상하이 이곳 전시장은 전국으로 생방송 되고 있다.

차곡 차곡 밀려 들어 온 도미노들이 불과 수 십 초 사이에 한꺼번에 쓰러지자 눈 앞에서 쾅 소리를 내며 벼락 같은 것이 떨어진다.

판다 강강에게 목덜미가 물린 남자는 기절하고 또 다른 남자는 칼을 쥔 채 허공 위를 휘둘고, 괴한들 손아귀에서 풀려난 유코는 반 쯤 기절한 채 칼을 쥔 남자의 급소를 차버린다.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는 이구아나 다리오의 영혼ㅊ그리고 강강에게 마취 총을 쏜 사육사.

판다 강강은 다시 자연으로 돌아 갈 수 있을까?

도난 당한 미술품은 다시 자리로 돌아 갈 수 있을까?

인질로 잡힌 유코를 구해 내기 위해 판다 강강의 배를 힘껏 걷어찬 에리코, 강강의 위에서 튀어 나온 주머니 박쥐 세공 도장은 도미노 게임 속에 들어간 누구의 손에 들어 갔을까?

누군가 쓰러져야 시작 되는 도미노 게임, 이 책을 펼치는 독자들은 단 한 명도 놓치지 말고 뒤쫓아 가야 한다. 그래야만 이 게임의 승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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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3-03-24 2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ㅠㅠ동물들 불쌍해요

2023-03-24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3-03-25 0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이 책 나왔다는 말을 봤는데 scott 님은 벌써 보셨군요 한권 더 있죠 그게 먼저인가 봅니다 《도미노》 온다 리쿠 책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본 것과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하네요 아니 이런 게 아주 없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나오는 이야기 있었던 것 같네요 그건 못 읽었지만... 이번 책에 패닉 코미디라는 말이 있군요 scott 님이 쓰신 글을 보니 그런 느낌 듭니다

scott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scott 2023-03-25 10:49   좋아요 1 | URL
한 때 온다 리쿠 팬이여서 신간이 나오는 즉시 읽었었는데 ㅎㅎㅎ
온다 리쿠가 여러 장르물을 넘다 들어서 이 작품 도미노는 이 책이 상하이편으로 일단 첫 장 부터 재밌습니다.

희선님 말씀 처럼 패닉 코메디 장르물!ㅎㅎ

주말 봄날 만끽 하세요 ^^

새파랑 2023-03-25 11: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뭔가 표지처럼 이야기가 복잡해 보입니다 ㅋ 그런데 재미있을거 같아요~!! 역시 스콧님의 독서 범위는 👍

scott 2023-03-27 21:49   좋아요 1 | URL
별루 안 복잡합니다
중쿡이름만 익혀지면
이름들이 전부 단순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