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5일 프로코피예프 <로미오와 줄리엣>


Prokofiev: Romeo and Juliet, No 13 Dance of the Knights


1914년 상트 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을 졸업한 프로코피예프는 음악원에서 주최한 콩쿠르에서 피아노 부문 루빈시테인상을 수상한다.

항상 자기 멋대로 자기 방식을 고집했던 프로코피예프는 음악원에서 지정한 고전주의 협주곡을 거부 하고 자신이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 1번 D장조>를 연주 했다.


음악원 스승을 가리지 않고 등에 칼을 꼽아 버렸던 성질인 프로코피예프의 이런 행동이 음악원 측에서는 전혀 낯설지 않아서 내버려 두었다.


심사 위원들 중 외부 인사들은 프로코피예프의 범상치 않은 피아노 연주와 작품에 주목 했고 심사 결과는 어느 누구의 제자이고 싶지 않았던 프로코피예프가 차지 했다.

그해 프로코피예프는 이 작품 악보를 들고 런던으로 건너가 인생의 두번 다시 오지 않을 행운의 남자를 만나게 된다.


바로 러시아 출신의 사업가 이자 자신의 이름을 딴 발레단을 이끌고 있던 거물 댜길레프로, 그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프로코피예프에게 셰익스피어의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음악을 의뢰한다. 천부적으로 상업적 예술 촉을 가진 댜길레프는 프랑스에서 스트라빈스키에게 투자해서 유럽 전역을 뒤흔들어 놓았다.

이제 그의 돈은 자만심으로 충만한 22살 짜리 음악원 졸업생 프로코피예프로 아직 발레곡이 없었던 `로미오와 줄리엣'의 성공 가능성에 통 큰 베팅을 건다.


1914년 제 1차 대전 발발로 프로코피예프는 곧바로 작곡에 착수 하지 못하고 뒤이어 발발한 피의 혁명으로 정처 없이 떠도는 망명자 신세가 된다.

1917년 일본을 거쳐 미국 땅에 도착한 프로코피예프는 낯선 땅에서 왕성하게 창작욕을 불태우며 생애 가장 널리 연주 되는 작품들을 쏟아낸다.

하지만 그의 연주와 음악은 미국에서 커다란 호응을 얻지 못한다.

날 선 긴장감에 충만해서 거칠고 요란하게 울리는 북 소리 같은 그의 연주 스타일이 미국인들에게 그는 볼셰비키 혁명가로 보였다.

1921년 프로코피예프는 미국 땅을 떠나 파리로 건너가 이미 앞서 등장 했던 스트라빈스키-쇤베르크에 뒤이어 새로운 시대를 여는 불협화음 연주자 계보에 가볍게 올라 탄다.

파리 시민들은 그의 음악을 경멸하기도 했고 싫어 하기도 했고 비웃기도 했지만 어쨌든 새로운 작품을 무대에 올리면 외면 하지 않았다.

댜길레프가 의뢰 한지 정확히 20년의 시간이 흐른 뒤 1934년 가을, 볼쇼이 극장으로부터 <로미오와 줄리엣>공연 가능 허가를 승인 받는다.

이미 2년 전부터 심혈을 기울여서 작곡 스케치를 해나갔던 프로코피예프는 낭만적 고전 스타일에 최대한 충실한 작품으로 탄생 시킨다.

그는 이 작품에서 몬테규가와 캬풀렛가의 한치의 양보도 없이 밀고 당기는 긴장감, 타이볼트의 포악함과 죽음, 중세의 시대 자유롭지 못했던 젊은 연인들의 모습 속에 혁명 이후 극 변해버린 러시아 시대를 담았다.

두 집안의 극심한 대립과 결투,달 빛 속에 싹트는 연인의 사랑 그리고 어둠 속에서 사라지는 연인의 생명 까지 프로코피예프는 비극적인 운명의 사랑을 모음곡 형식으로 총 14곡으로 표현했다.


모음곡 제1번

1. 민족무용, 2. 정경, 3. 마드리갈, 4. 메뉴에트, 5. 가면 무도회, 6. 로미오와 줄리엣, 7. 타이볼트의 죽음.

모음곡 제2번

1. 몬테규가와 카플렛가, 2. 소녀 줄리엣, 3. 로렌스 수도사, 4. 춤, 5. 이별 직전의 로미오와 줄리엣, 6. 안티뉴 섬에서 온 아가씨들의 춤, 7. 줄리엣의 무덤 앞의 로미오


이렇게 완성한 작품은 지나칠 정도로 셰익스피어 원작에 충실하다는 이유로 레닌그라드 키로프 극장으로부터 공연 거절을 당하고 춤을 추는 분량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도 공연 거부를 한다.

결국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러시아의 어떤 극장에서도 올리지 못하다가 1938년 체코 브루노 극장에서 초연 되어 2년 후 레닌그라드 키로프 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이 공연은 러시아 음악 역사상  세기의 공연으로  기록 될 정도로 대 성공을 거두며 안무,지휘,무대 미술가들은 스탈린 상을 받으며 인민 예술가가 된다.

이 나라 저 나라 망명객으로 살았던 프로코피예프는 소비에트 음악계의 최강자로 군림하게 된다.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작품 속 인물들의 깊은 정서적 표현과 강렬한 개성, 타의 추종을 불허 한 큰 스케일 때문에 발레 음악 중에서 걸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셰익스피어 작품 중에서 음악은 물론 뮤지컬, 연극,오페라, 발레 작품으로 무대에 수없이 올려 지고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


1940년 마린스키발레단에서 초연 된 라브로프스키의 버전을 시작으로 1955년 로열 데니쉬발레단을 위해 만든 프레데릭 애쉬튼 버전, 1958년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을 위해 만든 존 크랑코 버전(John Cranko), 1965년 영국 로열발레단을 위해 만든 케네스 맥밀란 버전(Kenneth MacMillan)버전 , 1977년 런던 페스티벌 10주년을 위해 만든 루돌프 누레예프 버전(Rudolf Nureyev), 2006년 현대 감각으로 안무 된 몬테카를로발레단 장 크리스토퍼 마이요 버전(Jean-Christophe Maillot)까지 세기에 걸쳐 새롭게 탄생 되고 있다.


여러 안무가의 버전 중에 영국 로열 발레단을 이끌었던 안무가 케네스 맥밀란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셰익스피어의 원전에 가장 부합하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맥밀란 버전은 프로코피에프의 음악의 선율이 담고 있는 인물들의 “내면 심리”를 섬세한 안무로 표현 하며 뛰어난 연출력으로 극적인 긴장감이 빚어내는 뭉클한 감동까지 느낄 수 있다.


여러 버전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인 ‘발코니 파드되’

맥밀란 버전은  어느 버전 보다 남녀 간의 사랑의 여운과 깊이를 실감나게 표현해서 뒤이어 터져 나오는 비극에 가슴 속 깊이 슬픔을 도출해 낸다.

맥밀란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14살 소녀가 사랑과 이별을 통해 성장해 가는 과정에 촛점을 맞췄다. 관중들은 2시간 남짓 동안 '줄리엣이 심리적'으로 성장 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1막, 캐퓰렛가의 가면무도회 –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가장 스펙터클한 장면으로 가면무도회에 등장한 귀족들이 화려한 의상과 가면 속에 본성을 숨긴 채 각자의 욕망에 이끌려 다니는 모습을 통해 곧 닥쳐올 가문의 비극에 대한 암시를 보여주는 화려한 서곡이다.

2막 ‘발코니 파드되’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가장 빛나는 장면 ‘발코니 파드되’

첫 눈에 반했지만 서로 원수 집안의 연인이 비밀리에 만나 처음으로 어떤 두려움도 벗어 던지고 자신의 사랑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2막 베로나 광장의 싸움

가면 무도회에서 귀족들의 숨겨진 욕망을 보여 줬다면 이 장면에서 케퓰렛가와 몬테규가 남자들의 칼 속에 노골적인 욕망의 담겨 있다, 결국 두 남자의 칼부림으로 티볼트와 머큐쇼는 죽음에 이른다.

3막 ‘침실 파드되’ 와 마지막 '캐퓰렛 가문의 지하 묘지'

빠른 템포로 연주 되는 음악 속에 줄리엣은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다.

패리스 백작과 사랑 없는 결혼을 강요 받고 있는 줄리엣 뒤이어 로미오의 죽음을 알고 오열과 절망 속에 죽음을 택한다.


1948년 소비에트 당국은 프로코피예프의 작품에 대해 '표현력이 부족하고 완성도가 낮으며 조화롭지 못하고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음악을 생산 하기 때문에 더는 좌시 하지 않겠다고 선전 포고를 한다.

수주일 동안 프로코피예프는 당국의 주요 간부를 만나 자아 비판을 하며 스탈린에게 충성 한다는 서약을 작성한다.

'저희에게 엄하지만 중차대한 질책을 해주신 총 연방 공산당 중앙 위원회, 그 중에서도 친애하는 지도자 스탈린 동지께 무한히 감사 드립니다

저희는 소비에트 인민의 삶과 투쟁을 음악에 생생하게 담아 모든 인민들의 사상의 견고함을 다져나가는데 모든 노력을 다 하겠습니다.'


57세에 접어든 프로코피예프는 지난 시절에 작곡 했던 자신의 작품의 화려한 음표를 모두 제거 하고 서로 비슷한 화음의 음악을 공장에서 생산하는 통조림 처럼 찍어낸다.

그는 생애 마지막 해에 완성한 교향곡 7번은 가장 빛났던 시절 20대 때 습작한 작품을 조금 길게 늘려 썼다.


1953년 3월 5일 61세의 나이로 숨을 거둔 프로코피예프, 같은 날 스탈린도 사망한다.






클레먼시 버튼 힐의 <Year of Wonder>의 곡 선별과 작곡가 구성등 많이 참조 했구나.





이 책은 표지 까지 비슷하게 !




2021년 신년 새해 플친 오거서님의 탁월한 북 셀렉팅으로 구매한 <1일 1클래식의 기쁨> 1곡씩 유툽에서 찾아 듣다가 1월 17일 부터 포스팅을 시작!

해서.........2021년 12월 31일 까지 359일 동안 1일 1음악 포스팅을 올리는 동안 새벽 비댓으로 댓글 테러도 당하고 북플 뉴스피드에서 이웃 플친들 포스팅 좋아요 눌렀다가 해제 된 줄 몰랐다가 좋아요 취소했다고 악담이 가득 적힌 댓글을 달은 옛플친들도 나타났다.(지금은 플친사이가 아님)

음악 포스팅 올린건 전부 ***블로그로 옮겨 버렸고 플친님들의 따스한 댓글은 소중하게 간직 

이 포스팅만  여기 올려 놓은 이유는 악담을 섞은 댓글을 영원히 삭제 하지 않기 위해서다.

 

음악을 찾아 듣고 포스팅을 하면서 플친님들의 따스한 댓글과 선물까지 받은 기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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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2-15 00:0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1등 ^^ 아싸~!!
어제 책과 북플을 별로 못했는데
왠지 오늘은 희망이 보이네요 ~!!

scott 2021-12-15 00:07   좋아요 6 | URL
      ∧,,∧
     〇´^ω^)
    /.|\_ノ👆
  /  .|し.\)
((◎ミ ◎ 彡 ◎))

새파랑님 12월 마지막 주!! 까지 가열 차게 ~@@@@
👆일 👌권 완독 포스팅 !
응원 합니돵 !!^^

미미 2021-12-15 00:1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오 스콧님~쓱 봐도 너무나 기대되는 발레 영상들입니다~~(๑>ᴗ<๑)/
게다가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니!
복도많은 러시아ㅎㅎ

scott 2021-12-15 00:12   좋아요 6 | URL
┏♪━・・━・・━・・━・・━+☆+┓

     ∧,,∧  ∧_∧
    (*・ω・*) (*・ω・*)
┗+☆+━〇☆〇・〇☆〇━♬┛
미미님에게 ~쓱 영상 발레!! 잼났으면 좋겠네요 ㅎㅎㅎ

인재 부자 러시아 ^^

초란공 2021-12-15 00:5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헐... 프로코피예프가 ‘우리는 깐부‘하면서 같은 날 스탈린을 데려간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scott 2021-12-15 16:17   좋아요 2 | URL
오징어 깐부 처럼 ㅋㅋㅋ


희선 2021-12-15 02:0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프로코피예프가 음악을 할 때 스탈린이 있었군요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하지 못하고 자아비판을 하다니... 프로코피예프가 죽은 날 스탈린도 죽었군요 프로코피예프가 더 살았다면 좋았을 텐데... 그 뒤 러시아가 어땠는지 잘 모르지만, 스탈린 때보다는 조금 나았을지 비슷했을지...


희선

scott 2021-12-15 16:21   좋아요 3 | URL
스탈린이 천재적인 음악가들 체제 선전과 서방 세계에서 소비에트에 우수함을 널리 보여 주려고 겁박 협박 압수 강압 감금등으로 창작의 열정을 확 꺼버렸습니다
프로코피예프는 천재적인 재능과 달리 성격도 좋지 않았고 사생활 문제(나쁜 남푠)도 컸던 인물,,,,

스탈린 이후 2-3년 동안 잠깐 예술가들에게 숨통 트였다가 다시 강압정책으로 바뀌었습니다.^^

페넬로페 2021-12-15 09: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scott님 덕분에 겨울밤을 발레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격렬하고도 비장미가 있는 것 같아요, 피아노 협주곡도 좋아요.
우리가 제대로 알고 있는 작품의 발레를 보니 더 이해가 잘돼요^^
발코니와 침실 파드되, 넘 멋지네요.
발레리나들의 몸짓은 어찌나 저렇게 가벼운지, 그들의 노력이 보입니다^^

scott 2021-12-15 16:28   좋아요 4 | URL
프로코피예프 음악에 이렇게 안무 동작을 짜서 심리 드라마로 만든 맥밀란 천재!ㅎㅎ
실제로 보면 14살 줄리엣의 성장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사랑과 이별을 통해서 ,,,
맥밀란 발레의 줄리엣을 스물 한 살 때부터 연기한 알렉산드라 페라리
오십을 훌쩍 넘기고 무대 위에 서도 10대 줄리엣으로 변신!!
노력 열정에 탐복 합니다 ^^

그레이스 2021-12-15 10:0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
마지막 장면은 처절합니다
프로코피예프는 아이들 어렸을때 동물을 소리로 표현하는 음악으로 들었던 ,,,,,
피콜로 연주가 아직도 기억나는 ...^^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은 발레리나 강수진과 유망주들의 무대공연때 잠깐 봤었던 기억!
강수진의 발레도 영상으로 봤어요

scott 2021-12-15 16:31   좋아요 2 | URL
그 동물 음악 피터와 늑대!
몇 달 전에 포스팅했지만


부루주아 정신을 아이들에게 심어주지 않기 위해 동화 ‘피터와 늑대‘를 작곡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ㅎㅎ

강수진이 줄리엣으로 무대에 섰던 적이 있었군요
강수진 영상은 그리 많지도 않고 화질이 좋지 않아서,,,

책읽는나무 2021-12-15 12: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말 마지막 사진은...ㅜㅜ
몸으로 모든 걸 표현하며 아름다움까지 표현하는 발레~~보면서 계속 감탄 중입니다^^
확실히 어제 본 지젤과 로미오와 줄리엣은 느낌이 많이 다르네요!!

scott 2021-12-15 16:32   좋아요 2 | URL
몸짓과 몸선 유연성에 감탄!
나풀 나풀~~~~ㅎ

지젤도 비극 ㅜ
로미와 줄리엣도 비극 ㅎ ^^

mini74 2021-12-15 16: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 어릴적 피터와 늑대 많이 들었어요 ㅎㅎ 넘 좋아했던. 자아비판과 검열이 천재의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하게 했군요 ㅠㅠ 전 발레를 잘 모르지만 스콧님 덕에 참 아름답고 우아하구나 를 알게 되네요. 스콧님 즐거운 오후보내세요 *^^*

scott 2021-12-15 16:33   좋아요 2 | URL
발레극 보다 미니님은
그림!
드가를 사릉 하실 것 같습니다 ㅎㅎㅎ

미니님 오후 시간 맛나는걸루 ^^

2021-12-17 0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1-12-17 00:46   좋아요 0 | URL
스텔라 케이님

당당하지 못하게 지우시고






2021-12-17 0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1-12-17 01:03   좋아요 0 | URL
야비하게 비댓으로 달지 마시죠
자신이 쓴 비댓 지우고

scott 2021-12-18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제 서재방이기 때문에 스텔라 케이님이 달아 놓으신 댓글 창 열여 놓겠습니다

** 제 댓글-구글 로그인으로 알라딘 들어오면 북플앱 시스템 오류로 좋아요 등록이 잘 안됨
친구등록 취소 하셔서
저도 팔로잉 취소 함
그리고 이런 댓글을 달고 삭제함



잘 지내십니까? 어제 올린 제 페이퍼에 좋아요를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지금 보니까 빼셨네요. 아이고 섭섭해라.ㅠ
이왕하신 거 뭐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 있나요?
오랜만에 별도장 받았다고 좋아라 할뻔 했는데...
사람 마음 똑같지 않나요?
항상 유쾌하시고, 명랑하셔서 저랑 잘 지내게 될 줄았는데
언제부턴가 소원했죠? 저도 그 점은 유감으로 생각합니다.ㅠ
사실 제가 댓글 트라우마가 있답니다.
예전에 어떤 또라이 알라디너한테 된통 당한 일이 있었거든요.
어쨋든 그런 트라우마 때문인지 스콧님은 다른 플친에겐 답글을 다셔도
저는 안 달아 주실 것 같더라구요.
게다가 스콧님 언젠가 누군가로부터 댓글 공격 받고 있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모르긴 해도 스콧님도 비슷한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은데
같은 상처있는 사람끼리 서로 오해 풀어보자고 하다 더 큰 상처를 받게될지도 몰라
그냥 모른 척 했습니다.
모처럼 스콧님 서재 들어 와 이렇게 댓글 쓰는데 저한테 뭐 하실 말씀 없으신지요?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 아니라는 거 아시져?
이번만큼은 스콧님 무슨 말씀을 하셔도 다 듣겠습니다. 그러니 마음 속에 있는 말 다 하십시오.
저 무안하게 하지 마십시오. 그럼 저 진짜 스콧님 안 봅니다.
그럼 전 물러 갑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

미안합니다. 이거 스콧님 댓글을 받고 제가 답글을 써야하는데 오늘 하루종일 머리도 좀 아프고 뭐라고 써야할지 고민이 되더라구요.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쓰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기다리셨나요? 설마ᆢ
뭐 추가로 하실 말씀은 더 없으신가요? 더 하실 말씀 있으시면 하셔도 좋습니다. 어차피 저의 답글은 내일 쓸거니까.
그럼 오늘도 좋은 밤되시고...ㅎ
와, 당신 이 정도 일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대단하네. 오해 받을 댓글 단적 없으면 좀 당당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게 뭐하는 겁니까? 항상 이런 식입니까? 자기 말만하고. 이거 뭐 초등학생도 아니고 내가 정말 사람을 잘못 봤네.
그럽시다. 조롱 장난질? 어디서 ᆢㅎㅎㅎㅎ 서재활동 편하게 하고 싶다고? 당신이 불편하게 한다고 생각 안 해 봤나? 여기가 무슨 당신 놀이턴 줄 알아? 정말 유치하게. 여기도 사람 사는 뎁니다. 쉽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유학까지 갔다오고 배운 사람이라 다른 줄 알았더니...ㅉㅉ


서니데이 2021-12-17 01:03   좋아요 1 | URL
??

scott 2021-12-20 21:13   좋아요 1 | URL
알라딘 북플앱 시스템 오류로 좋아요 등록이 잘 안됨
친구등록 취소 하셔서
저도 팔로잉 취소 함
그리고 이런 댓글을 달고 삭제함

scott 2021-12-17 07:54   좋아요 0 | URL
제가 여기서 활동하는게 이분 심리 불편 하게 하나봐요 ㅠ

서니데이 2021-12-17 01:09   좋아요 1 | URL
그건 저도 그런 적 있었어요. 제 이웃분이 취소되어 있는 것을 보고 다시 등록해주시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근데 그런게 아니어도 좋아요 취소하거나 친구등록 취소 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친구인 분이 취소하셔서 팔로잉 취소 할 수도 있을것 같은데요. 전 잘 모르겠어요.

scott 2021-12-17 11:11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서재방에도 댓글 북플에서 달았다가 사라져서(구글 로그인 종료) 구글 플레이 알라딘 앱 관리자에게 문의 하니 일시적으로 서버 과잉접속 때 오류가 난다고 합니다

stella.K 2021-12-17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 거였구나. 난 일부러 지운 건데 뭐 유쾌한 건 아니잖아요. 대층 이 정도 하고 없던 걸로 하려고 했더니. 이왕 댓글을 열어 내 댓글을 복사해서 달아놓으실 것 같으면 스콧님이 쓴 것도 함께 달아놓아야 공평한거 아닌가요? 이거 뭐 누가 볼지 모르겠습니다만 모르는 사람은 제가 스콧님 잡는 줄 알 것 아닙니까?

stella.K 2021-12-17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서니데이님 알아버리셨네. 어쩌나...

스콧님,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남의 서재니까 내 자리는 내가 치워야 할 것 같아서
내 댓글만 지우려고 한 건데 알다시피 알라딘 시스템이 댓글 지우면 그 밑에 답글도
함께 지워는 시스템이잖아요. 그럼 저 더러 어떻게 하라고...?
전 오해든 이해든 이렇게 관계가 틀어진 알라디너 서재에 내 흔적 남는 거 싫어합니다.
스콧님도 그러실 것 같은데 계속 달고 계시겠습니까? 원하신다면 할 수 없구요.
도대체 남의 댓글 가지고 있어서 뭘 어쩌시겠다는 건지...

stella.K 2021-12-17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야비하다는 건 그쪽 해석이고,
난 더 이상 말이 안 통하겠구나 해서 철수의 의미로다
지운 거 뿐입니다.


stella.K 2021-12-17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용하네요. 하실 말씀 없는 겁니까?
그러고 보니 친구 취소에 대해 이야기도 못했는데
서니데이님껜 잘도 하시네요. ㅎㅎ

암튼 내일 제가 여기 한 번 더 들리겠습니다.
그 안에 제 댓글 치워주시면 좋겠구요, 안 치우시면 제가 직접 치우겠습니다. 그럼 이만...
 

피렌체 아르노 강 남쪽 언덕 위에 자리 잡은 미켈란젤로 광장에 올라서면 울긋 불긋한 빛깔의 테라코타 지붕마다 꽃들이 만발한 듯 시가지 전체가 한 눈에 들어 온다.


꽃 피는 곳 ‘플로렌티아(Florentia)’라고 불렸던 도시 피렌체


  천재 건축가 브루넬레스키가 1436년에 완공한 피렌체의 심장 같은 거대한 돔 성당 두오모 성당의 정식 이름은 꽃의 성모 마리아로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Santa Maria del fiore)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아르노 강의 유서 깊은 다리 폰테 벡키오(Ponte Vecchio)를 지나가게 된다.


1274년 5월 1일 아버지를 따라 부유한 은행가 포르티나리의 저택에서 열리는 칼렌디마지오 축제에 갔다가 주인집의 여덟 살 난 딸 베아트리체를 보고는 그만 눈과 마음이 완전히 뒤집혀 버렸던 9살 소년 단테 알리기에리(Dante/Durante degli Alighieri, 1265 ~ 1321)

10년의 세월이 흘러 19세의 청년 단테는 폰테 벡키오 근처 강변로에서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 소녀 베아트리체와 마주친다.



천공의 뭇별들이 깨어서 망을 보는 긴긴 시간의 가운데서,

세 번째 시간이 거의 지났을 무렵에.

사랑의 신이 무심결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모습을 하고 내게 나타났다.

그는 기쁨에 가득 찬 사람처럼 보였고 한 손에는 내 심장을 쥐고, 품에는 망사를 덮고 잠든 내 여인을 안고 있었다.

그녀를 깨운 후에 그는 곧장 그녀로 하여금

내 심장을 먹게 했다.

-단테의 '새로운 인생' 중에서


단테는 폰테 벡키오(Ponte Vecchio)다리에서 마주쳤던 그녀, 베아트리체를 본 그 날이 생애 두 번째이자 마지막이 되고 베아트리체는 24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집안에서 일찌감치 점찍어둔 부유한 도나티 가문의 딸과 결혼한 단테의 마음속에는 항상 베아트리체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차있었다.


나를 거쳐 고통의 도시로 들어가고,

나를 거쳐 영원한 고통으로 들어가고,

나를 거쳐 길 잃은 무리 속에 들어가노라.

정의는 높으신 내 창조주를 움직여,

성스러운 힘과 최고의 지혜,

최초의 사랑이 나를 만드셨노라.

내 앞에 창조 된 것은 영원한 것들 뿐,

나는 영원히 지속되니,

여기 들어오는 너희들은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

-단테의 '신곡' 지옥 중에서


1300년대 유럽의 경제 문화 중심지로 막 부상하고 있었던 피렌체는 교황 지지파와 신성로마제국 황제 지지파로 분열되어 황제와 교황사이의 권력 다툼으로 인해 정치는 극도로 혼돈기에 빠져 버려 이 소용돌이에 휘말려 버린 단테는 1302년에 피렌체로부터 영구히 추방된다.


단테는 오랜 세월동안 곳곳을 떠돌아 다니며 자신의 영원한 사랑 베아트리체를 추억하면서 방대한 서사시 <희곡(Commedia/후대인들이 신곡이라 부름)>을 완성한다.

단테는 당대 지식인들만 사용했던 라틴어가 아닌 고향 피렌체의 생생한 구어체로 완성했다.

그의 작품은 그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 땅 피렌체와 그 주변 토스카나 지방에서 널리 읽혀지다 서서히 이탈리아 반도의 표준어가 된다.

현재 이탈리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학교에서 단테의 작품을 배우고 읽었을 정도로 성서만큼 널리 읽혀지고 있고 수 세기 동안 세계의 언어로 읽혀지고 있다.


여기 발신인의 이름과 주소 자리에 단테 알리기에리가는 대문자로 적혀진 편지 봉투를 받아든 사람이 있다.


[나는 편지를 잘 살펴보기 위해 들뜬 마음으로 방에 들어가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봉투를 열었다.

편지에 적힌 모든 단어의 충격이 지금도 여전히 마음속에 떠오른다.]

-줌파 라히리의 <단테 알리기에리> 중에서


열 일곱 살 때까지 누구와도 키스해 본 적이 없는 이에게 도착한 편지 <단테 알리기에리>

열렬한 구애 끝에 마침내 s라는 남자와 사귀게 된 친구의 절친인 그녀는 친구가 S와 첫 키스를 했던 그 장소, 그 순간을 생생하게 떠올릴 정도로 친구의 그 남자에 관해 잘 알고 있다.


'내 친구는 S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 닿는 것을 느꼈고, 그의 얼굴이 자신의 피부를 사포처럼 여기저기 문지르는 당혹스러운 충격을 느꼈다.'


친구의 사랑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 정도로 그녀는 자신에게도 그런 사랑이 찾아오기를 기다렸다.

스무 살이 된 그녀는 죄책감이 뒤섞인 슬픔과 동경으로 가득 찬 러브레터를 읽고 있다.


'내가 자고 있는 동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 봉투를 우체통에 넣기 위해 도대체 몇 시간을 걸어왔을지 궁금했다. 그는 내 방을 추측하기 위해 집 창문 아래에서 몇 분 동안 머물렀을까?'

그 남자, 단테 알리기에리에게 이별 통보를 받은 그녀의 친구

'네가 모든 걸 망쳐놨어.'

어느 토요일 아침 한산한 캠퍼스에서 그를 만난다.

'너도 날 사랑하는 걸 알아.'

마침내 그녀는 그 남자, 단테 알리기에리와 키스를 한다.

[도망가듯 빠르게 지나가는 모든 시간을 당신의 시간처럼, 마지막 시간처럼 어떻게 살 것인지. 당신의 시간을 온 마음을 다해 어떻게 살 것인지 보여주십시오.]

남편과 별거 한지 7년 동안 자신이 태어난 미국과 이탈리아 로마를 오고 가는 삶을 살고 있는 그녀는 이제는 끝나버린 엄마와 아내로 살았던 그곳, 시어머니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는 그 성당으로 향하고 있다.

시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대서양을 건너 도착한 그녀는 장례식 복장으로 갈아 입고 이제는 끝나버린 엄마와 아내로 살았던 그곳에서 오랜 세월 동안 열어보지 않았던 옷장 문을 열고 장례식 복장으로 갈아 입는다.

단테 알리기에리의 사랑을 거절한 그녀는 졸업 후 이탈리아 로마로 건너가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을 줄줄 입으로 읊어대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사랑에 빠지듯 이탈리아어를 배우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그녀는 열정적으로 새로운 땅에서 새 삶의 터전을 다져나가면서 손 때가 묻어버린 것들을 버리기 시작한다.

처음엔 친구에게 받은 선물을 그리고 그 다음엔 자잘한 집안의 물건들을 버리고 구두를 버리고 옷가지를 버리고 시들어 죽어버린 화초까지 몽땅 버린다.


'어느 날 나보다 더 젊은 남자 때문에 나를 버릴지도 모르겠는데, 내가 당신을 사랑한 유일한 남자라는 법은 없잖아.'


단테 알리기에리의 편지를 받아 본 그녀의 지난 사랑의 상처, 친구를 배신하고 부모님의 뜻을 배신하고 그리고 단테 알리기에리의 사랑도 져버린 그녀는 이제 이탈리아어로 단테의 글을 읽고 자신의 행복의 길을 찾아 나선다.




'저쪽을 잘 보아라. 

그 돌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알아내라.'

-단테의 <연옥편> 중에서

어느 날 해변에서 만난 낯선 남자에게 단테 이야기를 하는 그녀는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는 공허한 빈 자리에서 그 낯선 남자와 동침한다.


' 산책을 끝내고 우리는 앉아서 키스를 했다.'


그리고 마흔 살에 다다른 그녀는 예순 살에 가까운 남편의 그늘에서 벗어나 로마 외곽의 한 대학에 다니면서 단테의 <신곡>을 읽기 시작한다.


'이제 주님 그들은 평안을 찾았습니다.

주님께서 그들에게 주시고 남아 있는 평안,

그 무엇도 방해 할 수 없는 평온, 흔들리지 않는 평온을 찾았습니다.'


학위를 따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삶을 살아가는 그녀는 홀로 된 아버지가 있는 미국과 이탈리아를 오고 가며 가끔씩 남편과 만나 식사를 하고 친구들과 바에서 수다를 떨며 방랑하는 자신의 영혼의 흔들림을 응시하고 있다.


'단테의 시대에 한 번 이상의 삶을 살 거라는 , 혹은 단 한번도 온전한 삶을 살 수 없을 거라는 형벌을 받은 사람들이 있었을까?'


줌파 라히리는 자신의 두 번째 장편 <저지대>를 완성하고 홀연 로마로 떠나 그곳에서 이탈리아어를 배우며 이탈리아어로 글을 쓰고 있다.

서른 두 살의 나이에 단편집으로 풀리처 상을 수상한 줌파 라히리는 그동안 그녀가 쓴 거의 모든 단편과 장편들은 주요 문학상을 수상하며 대학 창작 문예과 교재로도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동시대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이고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는 세계적인 작가다.


[나는 이 여정이 좋았다. 내 삶의 나머지를 등 뒤에 남겨둔 채 집을 나섰다. 작품 집필은 생각하지 않았다. 몇 시간 동안 나는 내가 아는 언어들을 잊었다. 매번 작은 도주를 하는 것 같았다. 오직 이탈리아어 하나만 중요한 곳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새로운 현실이 펼쳐지는 나의 피난처였다.]

                                                                                            -줌파 라히리


새롭게 배운 언어, 새로운 사랑을 하듯 새 언어의 단어와 낱말을 익히고 문법의 뼈대를 세워서 글을 쓰기 시작한 줌파 라히리는 인생의 길을 바꾸기 위해 기쁨을 느끼기 위해 그리고 스스로의 삶을 지탱하기 위해 이탈리아에서 제 2의 인생을 시작한다.


[나는 두 얼굴을 가진 내 삶의 학문적 해안을 일종의 연옥이라고 부르고 싶다. 로마는 여전히 천국과 지옥 사이에서 흔들린다. 부서지고, 잘못 되고, 상처 받고, 버려지고, 죽은 것들로 가득 차 있지만, 나는 연결된 실을 자를 수가 없다.]

                                                                                             -줌파 라히리


줌파가 이탈리아어로 쓴 단편들과 에세이들은 여전히 미국 대형 출판사에서 출간되고 있고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되고 있지만 평단과 독자들의 평가와 시선은 이전에 영어로 썼을 때와 다르다.

2022년에 완성한 단편집 <로마 이야기>에 수록된 작품 순서는 시기별로 단어와 문장 그리고 서사 구조의 견고함이 엉성하다가 다시 꽉찬 묘사와 서사로 이어지다 툭 끊어져 버린다.

마지막에 수록된 <단테 알리기에리> 단편은 지난 시절에 발표했던 단편에서 구사했던 서사와 묘사가 비춰질 정도로 그녀가 이탈리아어로 쓴 단편 중에 가장 우수하다.

이 작품을 읽은 이탈리아의 한 독자는 아마존 서평에 중학생 1학년의 어휘와 문장을 구사했다는 실망감을 표출했다.

줌파의 글을 여전히 사랑하며 그녀의 신작을 기다리는 수 많은 독자들은 그녀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고 있고 미국의 주요 서평지에도 혹평을 달지는 않는다.


[그들은 중년의 나이에 스스로 자신의 뿌리를 뽑아 새로운 기준점을 취하기로 한 결정을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내 지평 너머의 세계, 내가 회피했던 대담한 발걸음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줌파 라히리의 'p의 파티' 중에서


새로운 단편 <로마 이야기>를 발표한 줌파 라히리를 취재한 영국 가디언 기자는 줌파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작가님은 현재 세상에 대한 관심이 없으신거죠.'

'네, 저에 관한 이야기, 제 주변에 관한 이야기를 쓰는데 머물러 있습니다.'

'앞으로 사회가 이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 가고 있는지 걱정은 하고 계시겠죠?'


글을 쓰는 작가가 반드시 시대의 목소리를 대변해서 변화를 울부짖지 않아도 된다.

작가들은 작가들만의 고유한 창작 세계가 있고 그 창작 세계에서 크게 벗어난 모험을 하기 쉽지 않다.


단테는 <연옥편> 제 24곡에서 시인 보나준타에게 이런 말을 한다.

아!형제여! 이제 알겠소. 공증인과 구이토네 같은 시인들을 가둔 매듭이 이제 내가 듣는 당신의 이 감미롭고 새로운 문체의 시에서 풀리는군요.

이제 당신네들이 날개가 그 불러주는 이의 뒤를 바짝 쫓아

어떻게 날아가는지 분명히 알겠소.

그것은 우리로서는 전혀 할 수 없는 것이지요.

스스로 깊이 따지면 누구라도

이 문체와 저 문체의 차이를 보지 못할 거요.

시인 보나준타는 단테에게 이렇게 대답 한다.


'나는 이제야 넘어야 할 장애물이 있었음을 깨달았지만 단테 당신은 당신의 글로 이미 그 장애물을 넘었다오.'

태어날 때부터 배운 언어를 버리고 새로운 언어를 배워나가는 과정은 마치 흙에 씨를 뿌려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과정만큼 지루할 만큼 길고 결실을 맺기 힘들 정도로 고달프다.

[호수 건너편에 도착했다. 난 문제없이 해냈다. 지금껏 멀리서만 봤던 오두막이 몇 걸음 앞에 보인다. 저 멀리 남편과 내 아이들의 모습이 까마득하다.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다. 호수를 건너자 내가 알던 호숫가는 건너편이 되었다. 이쪽이 저쪽이 된 것이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빠져들려면 기슭을 떠나야 한다. 구명대 없이, 뭍에서 몇 번 젓는지 세지만 말고 말이다.]

-줌파 라히리



새로운 땅에서 그 나라의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과 경쟁 하기 위해 나는 매일 새벽 동트기 전에 책상에 앉아 익히고 수집하고 모아 쌓아 놓은 새로운 언어와 씨름했다.

정해진 길이 아닌 길로 걸어가는 자에게 커다란 포부와 결심이 필요하다.

삶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여기가 아닌 저곳에 있다.

그것이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이든 새로운 환경에서 삶의 터전을 시작하는 것이든 결국엔 변화가 지금 보다 한 단계 더 높이 올라가는 삶의 발판이 된다.

세상에 그대로 멈춰 있거나 정지된 것은 없다.

삼라만상이 변하고 끊임 없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내 스스로가 변하지 않는다면 현실에서 부딪치게 되는 장벽을 넘지 못한다.

나는 나를 자극 시키는 것, 가라 앉고 침체되어 있는 상태를 일깨워서 감각의 촉수를 일깨워주는 모든 것을 사랑하고 매달린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짧지 않지만,

우리는 삶을 (짧게) 만들며,

우리에게 삶이 부족하지 않지만,

우리는 삶을 허비한다.

...non accipimus brevem vitam sed fecimus

, nec inopes eius sed prodigi sumus.

-세네카


아침 마다 세네카의 글을 읽는다.

아니 매일 나는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쓰여진 글을 읽고 쓰고 있다.

가장 순수한 강물처럼 강하고 맑은 그는

풍요를 펼치리니, 풍부한 언어로 라티움을 부유하게 하리라.

그는 모든 과잉을 살피고 어떤 조악도 손질하리라.

세심한 손길로 힘을 잃은 것은 모두 버리고

놀이하듯이, 실은 괴로워 몸부림할 때에도, 춤을 추듯이.

이제는 사티로스처럼, 이제는 미개한 키클롭스처럼.

vemens et liquidus puroque simillimus amni

fundet opes Latiumque beabit divite lingua;

luxuriantia compescet, nimis aspera sano

levabit culitu, virtue carentia tollet,

ludentis speciem dabit et torquebitur, ut qui

nunc Satyrum, nunc agrestem Cyclopa movetur.

-호라티우스

라틴어를 암송 하고 쓰는 동안 시간은 마법처럼 멈춘다.


어떤 날은 호라티우스의 삶의 잠언을 흡수하고 집 밖을 나서고 어떤 날은 세네카의 지혜를 읽고 세상의 차별 앞에서 굴하지 않는다.

우리는 매 순간 새롭게 망각하고 새롭게 배우고 터득하며 살아간다.

망각의 공간에 새로운 단어들이 채워질 때 마다 마음을 움직이고 변화의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구글 창을 열고 검색하면 무엇이든 찾을 수 있고 어디든 볼 수 있고 원하는 장소 찾는 곳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언어를 배우려면 구글 창을 열고 검색하는 것 만으로 습득할 수 없다.

언어를 터득하려면 엄청난 집중력과 기억력이 요구된다.

그 시간을 견디고 인내하며 학습하는 동안에도 수 만가지 일들, 해야 할 것들이 사방에서 날아오고 맹렬하게 달려 든다.

지금 이 순간 나에게 필요한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나는 무엇에, 어디에 열정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일까?'


인생의 길은 직선이 아니다.

새로운 목표도 세워 놓는다고 모두 다 성취할 수 없다.

SNS세상에 갇혀 있는 동안 시간은 멈춰진다.

잠깐 구글 창을 클릭해서 해야 할 일을 하는 동안에도 순식간에 집중력이 무너져서 두 세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그리하여 나는 날마다 눈을 뜨면 더 이상 세상에 존재 하지 않는 이들이 남겨 놓은 문장 속으로 들어간다.

곳곳에 낯선 어휘들이 튀어나오고 그것들을 하나씩 익혀 나가는 동안 나는 그들이 새겨 놓은 지식의 양분을 온 몸으로 흡수한다.

그들은 묻는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

행동했는지...

그리고 말했는지...

그곳에 머무는 동안 나는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않는다.

날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동안 현실의 걱정과 고민은 잠시 접어둔 채 어떤 것에도 흔들리거나 동요하지 않는다.

단어들이 존재하고 문장들이 나열된 언어들은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있다.

나는 단어의 의미를 유추하고 찾아서 단어와 단어 사이의 공간에 내가 흡수한 지식을 쏟아낸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어떻게 유지 되고 있는지 현재 나의 지적 능력은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지 가늠해보며 날마다 새로운 언어를 읽는 순간에 나는 기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배를 타고 그리고 전차에 올라타서 그들이 남긴 흔적을 찾아 다닌다.

배우고 읽고 쓰고 사는 동안 나라는 인간이 현재 어디로 가고 있는지 깊이 이해하게 된다.


모든 것이 변한다.

Omnia vertuntur

현재를 즐겨라

Carpe di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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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6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07 1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3-11-08 1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테와 줌파라히리 두 작품 다 좋을거 같아요. 줌파라히리 정말 대단한거 같으면서도 어떻게 저렇게 살수 있지? 하는 걱정도 듭니다 ㅋㅋ

아침마다 외국어로 글을 읽고 쓰는 스콧님도 줌파 라히리 급입니다~!!

scott 2023-11-08 12:28   좋아요 1 | URL
단테는 읽을 수록 좋은
불멸의 고전 ㅎㅎ

줌파는 풀리처상 수상자
저는 무수상자 ㅋㅋㅋ

새파랑님 11월 알찬 책탑 쌓으시길 바랍니다 ^^

희선 2023-11-13 0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나라 말을 배우고 글을 읽는 건 어느 정도 한다 해도, 글을 쓰는 건 정말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 사람이 줌파 라히리 책을 보고 중학교 1학년 어휘와 문장을 썼다고 했지만, 쉽게 써서 더 좋은 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희선

2023-11-15 0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상은 하늘을 향해 열린 곳이었다. 바람이 불고 빛이 쏟아지고 물이 순환하며, 태양과 달이 함께 타원을 그리면서 계절을 바꾸는 곳, 이끼들이 땅에 몸을 납작 붙여 자라고 그 위로는 키 큰 나무들이 밀림의 지붕을 이루는 곳]

                                                                           -김초엽의 <파견자들> 중에서 


인간에게 광증을 퍼뜨리는 곰팡이 포자로 가득 찬 범람체에 오염된 지상세계를 떠나 지하도시에 모여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둡고 퀴퀴한 지하 도시로 떠밀려와 반쪽짜리 삶을 연명해가고 있다.

오염된 지구와 지하 세계 경계 사이를 지키면서 인간에게 유해한 생명체들을 채집하는 파견자에게 주어지는 명예와 부를 모두 빼앗긴 채 라부바와에서 가장 낙후된 이곳, 하라판 지구로 온 자스완은 원래 유능한 파견자 였지만 동생과 관련된 명령을 상부에게 강경하게 맞서다 파면 되었다.

그는 어린 태린과 선오를 홀로 키워내는 동안 절대로 지상을 누비던 파견자 시절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단 한 번만이라도 지상으로 올라가고 싶은 태린은 상대평가로 치뤄지는 파견자 시험 공부에 몰두한다.

총 삼년 동안 혹독한 훈련과 학습 과정을 모두 통과해도 마지막 최종 시험 선발대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이들이 거의 없을 정도로 지하 도시에서 파견자가 되는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범람체의 숲은 때로는 바다 같고 때로는 사막 같았다. 새벽 하늘의 형형한 푸른색을 담은 범람 그물망이 끝없이 이어지더니 돌연 부드러운 은색 모래를 닮은 그물망이 나타났다. 범람체는 계속해서 빛깔과 형태를 바꾸어가며 이어졌다.]


발이 닿는 곳 어디든 갈 수 있는 그곳에 파견자들은 배를 타고 바다를 가로 질러 가거나 하늘을 날아서 별들 가까이 까지 다가 갈 수 있다.

태린은 지하 도시 거주민들 중 어느 누구보다 지상을 갈망하며 파견자들의 스승인 이제프처럼 일렁이는 노을의 황홀한 빛깔과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별들의 반짝이는 지상을 탐사하는 큰 꿈을 갖고 있다.

가장 어려운 광증 저항성 테스트에서 태린은 범란체에 의한 광증을 견디지 못할 경우 자아가 해체되어 자신의 몸과 정신을 스스로 인지 하지 못한 채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게 될지 모른다는 사실에 뇌 시술인 <뉴로브릭>을 받고 싶어 한다.

뇌 시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지상은 오염 물질인 범람체가 창궐하는 곳으로 방어벽을 넘어가면 죽은 동물의 사체와 배설물들에서 분비된 썩고 부패한 세균 덩어리들이 인간의 몸에 달라붙어 숙주처럼 기생해서 결국 뇌세포까지 파괴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지구가 되었다.

인간들이 살 수 없는 땅에는 울창한 밀림과 맹수들이 활보하며 웬만한 무기로도 생명이 끊어지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위협적인 생명체로 진화했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지상의 세계 마침내 파견자 선발 시험에 응모한 태린은 마지막 최종 시험을 앞두고 지상으로 올라간다.

생존 시험 당일, 트램을 타고 긴 통로에 들어선 태린은 과거에 범람체 유입 사고 발생으로 폐쇄 된지 오래된 출입금지 구역인 센다완 남부의 폐쇄 구역으로 들어간다.

드디어 폐쇄 구역의 문이 열리고 선발대원들 중에 중간 대열에 서 있던 태린은 헤드 랜턴의 조도를 약하게 맞추고 불을 켠다.

거미줄 같은 생명체가 방어복에 달라 붙어도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태린 2차 관측 지점에 도착하자 마자 톱날 같은 범람 산호에 습격을 당해 정신을 잃어 버린다.

파견자의 꿈을 버릴 수 없는 태린은 심기일전을 하고 다시 선발대원 후보로 나선다.

최종 시험 당일 두 번째로 지상으로 가는 문이 열리고 이제 해저 통로를 통해 누탄다라 대륙까지 이동하면 마지막 그곳, 지상의 세계에 도착한다.


[에메랄드 빛 강 맞은편에 맹그로브 나무들이 붉은 호흡근을 뾰족한 이빨처럼 드러낸 채 줄지어 서 있었다. 선명한 자주색 범람 기둥이 불쑥 솟아. 긴 갓으로부터 아포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후각을 마비 시켜버릴 정도로 지독한 악취가 사방에 퍼져 있는 습지에 다다른 태린은 다른 대원들과 함께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

선발대원들과 이들을 이끌고 있는 파견자들을 공격하는 범람체는 군집 형태로 범란 산호나 그물망 같은 모습으로 사방으로 퍼져 나가서 상호 연결된 군집체로 서로의 움직임과 외부의 신호를 교환하며 역동적이게 분열을 반복하며 지구에서 자생하는 모든 생명체들에 붙어서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이런 범람체에 장시간 둘러싸여 있으면 인간의 감각기능에 이상이 생겨서 광증 저항성이 높은 파견자들 조차도 무감각 상태가 된다.

드디어 태린의 귀에서 환청이 들리기 시작한다.

벌레 울음소리, 새들의 날개짓 소리 짐승의 울음소리

여기서 들리는 소리 인지 아니면 뇌의 환각이 불러 일으키는 소리인지 헷갈리기 시작하고 중간 목적지에 다다르자 범랑 그물망을 더욱 빽빽하게 퍼져서 바닥과 지상에서 점액질이 물결처럼 흘러 넘친다.

서서히 선발 대원들은 무감각 상태에 빠져 버리고 첫 출발 지점부터 중간 지점 그리고 마지막 최종 목적지까지 어떤 길을 뚫고 나아가야 할지 헷갈리기 시작하고 현재 몇시 인지 지금쯤 얼마의 시간이 흘러갔는지 조차 인지 하지 못하게 된다.

오로지 이들의 눈 앞엔 물결처럼 일렁 거리는 거대한 범람 그물망만 보일 뿐이다.

오염된 늪지대의 움막에서 기이한 모습으로 몸 전체가 변이 된 인간들과 마주친 선발대원들은 늪인들에게 포위되고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선발 대원들은 어떻게 해서든 늪지대를 벗어나 최종 목적지까지 가야 한다.

모두가 죽었으리라고 짐작했던, 명예롭지 못한 불온 파견자, 도시에서 추방되어 늪인이 된 자스완의 동생 스벤

그리고 마침내 태린은 변이 된 늪인이 된 스벤과 마주한다.


내가 범람화 되었을 때 나는 범람체 연결망의 일부로 간주 되었다.

때문에 원래 인간을 먹지 않는 맹수들은 더 이상 나를 공격하지 않았지.

늪인들 역시 나를 그들 무리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그들은 나를 '스밴'이라고 불렀지만 , 그건 이전에 도시에서 스벤이라고 불릴 때와는 다른 의미였어.


늪인이 된 스벤과 이야기를 나눈 태린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 본다.

지하도시 라부바와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었던 하늘,마치 유화 물감을 떨어뜨린 것처럼 화려한 색채로 빛나는 지상의 풍경에 압도된다.


[이곳 늪의 범람체들이 연결망을 이루고 그래서 지성을 지닌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까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왜 태린만 그들과 대화가 가능한 겁니까? 저 늪인들도 범람체와 직접 대화를 나눌 수는 업지 않습니까?]


늪의 범람체들과 대화를 나누게 된 태린은 자아를 훼손하지 않고 연결망의 일부로 만드는 법을 배우고 변화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모든 것을 집어삼켜 분해 시켜버리는 무서운 늪지대에서 선발대원들끼리 의견 충돌을 일으키며 살의를 보이며 분열하기 시작한다.

태린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늪 속으로 들어가 버린 스벤.

그의 몸이 범람체들에게 분해되고 해체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태린은 겨우 늪지대에서 벗어난다.

비밀 연구소에서 진행 중인 프로 젝트에서 그동안 범람체들이 어떻게 연결망을 통해 정보와 신호를 주고 받는지에 대한 광범위한 데이터를 확보해 두었다.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광증이 이미 발현된 인간 중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관찰 실험에 착수 하지만 인간의 뇌가 범람체로 인해 변형 되었을 때 아무리 어린 나이에 아이라도 자아를 멀쩡하게 유지 하며 살아가지 못한다 것을 실제 실험을 통해 알게 된다.

다만 선오라는 이름의 소녀 만이 살아 남았는데 연구원들은 뇌 스캔 오류 일거라며 연구소에서 살아남은 실험체인 선오를 없애 버릴 계획을 세우지만 전직 파견자인 자스완이 강력하게 항의 하고 그 아이를 입양하겠다며 데려 가버렸다.

이런 실험에서 살아 남은 또 다른 아이 정태린 어떤 범람체의 침입에도 견디는 강한 내성 세포를 갖고 있었다.


-그 애는 겨울에 도착한 불청객이었다.

센터에 맡겨진 한 아이, 이 아이가 이곳에 오게 된다는 소식을 이미 알고 있었던 선오는 자신처럼 위탁 되었던 곳에서 지냈던 아이라는 사실에 설레임을 안고 아이를 기다린다.

'같은 경험'을 공유할 친구라 생각하는 선오는 가령 이런 경험들 '지하의 공기에서 느껴지는 불편한 감각에 대해 이야기 하거나 벽을 타고 전해지는 소리를 듣는 법을 나눌 수 있는 아니면 함께 숨은 지름길을 가로질러 도시 곳곳의 비밀스러운 장소로 갈 수 있는 친구가 생긴다는 생각만으로도 그 아이에게 누구보다도 잘 해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 아이는 선오와 어떤 경험도 나누거나 공유 할 생각이 전혀 없었고 대화 조차 거부 했다.

결국 자스완이 나서서 아이를 달래며 곧 이제프가 도착하면 너를 데리고 갈 꺼라는 말에 아이는 조금씩 입을 열기 시작한다.

-있잖아. 너, 나랑 같이 밖에 나가지 않을래?

-밖으로 가자. 네가 살던 베누아와는 다르지만 이 동네도 재밌어. 내가 벽 소리랑 바닥 소리 듣는 법 알려줄게. 정비 통로를 찾아내는 법도. 그걸 알면 아주 멀리 나가도 길을 찾을 수 있는데...

아이는 선오의 이런 말에 단호하게 거절 한다.

-필요 없어. 이제프가 오면 여길 바로 떠날꺼야.

아이는 파견자인 자스완을 통해 이제프의 도착하는 날만 고대 하고 있다.

아이는 이미 두 달 전에 아카데미 기초 과정에 입학하기 위해 무리하게 뉴로브릭 시술을 했다.

아이는 이제프와 함께 살 수 없다는 사실 조차 받아 들이지 못한채 스스로 파견자가 되고 싶어 한다.

정작 파견자인 자스완은 자신의 직업을 경멸하고 있다.

어떤 시술도 하지 않은 선오는 아이의 이런 반응과 결심을 이해 하지 못하고 결국 파견자 자스완이 발견하기 전 선오는 아이가 써 놓은 쪽지를 찾아 낸다.


나는 너의 일부가 될거야.

어떤 기억은 뇌가 아니라 몸에 새겨질 거야.

너는 나를 기억하는 대신 감각 할 거야.

사랑해.

그리고 이제 모든 걸 함께 잊어버리자.


오염된 지구에서 인간이 생존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쥐고 있는 선오와 태린

범람체가 뇌 속으로 침입해도 자아가 해체 되지 않고 살 수 있는 두 사람과 다른 실험체들의 몸 속에 분리 약물이 주입 된다.

분리 수술 후에 살아남은 태린은 범람체와 공생 할 수 있는 온갖 잔혹한 실험 대상이 되고 폐기 처분을 하려던 중에 이제프가 태린을 데리고 와서 함께 살기 시작한다.


'이 아이는 별을 보게 될 것이다. 어쩌면 다시 별을 향해 가게 될 것이다.'


이제프가 태린에게 바라는 건 이것 뿐이였다.

파견자 최종 시험 선발 대원에 이름을 올린 태린과 선오

이들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연분홍색 노을이 비추는 그곳에 도착해서 마침내 파견자들이 될까?


[축축한 바람이 불어왔다. 범람 산호들이 붉은색 아포를 아래로 떨어뜨렸다. 공기에 달콤한 꿀 냄새가 섞여 있었다. 오전 내내 고요하기만 하던 늪에서 첨벙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 세 명이 늪을 헤엄치고 있었다. 바위에 앉아 무언가를 기록하던 태린은 먼 곳에서 미세하게 움직여 자신을 부른 지반 가까이의 기류에 고개를 들었다. 늪에 들어가 있던 아이가 태린을 부르는 것이었다.]


경계지역 인구를 관리하게 된 태린, 오염된 도시에서 범람체에 노출된 이들이 경계지역으로 넘어 와서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보살피는 일을 하게 된다.

태린의 눈앞에 보이는 세상은 수많은 소리들과 움직임, 열기와 재잘 거림으로 가득 차 있었다.

파도를 따라 입자들이 흩어졌다 공기 입자들과 만나면서 허공 속에서 무수히 많은 원을 그리고 있다.

이 원들은 하나의 모습이 되었다가 일그러졌다가 어느새 눈 앞에서 사라져 버린다.

태린은 이 모든 공기의 흐름, 바람의 속도, 구름의 움직임을 느끼고 있다.

부드럽고 날카롭고 서늘하고 따뜻한 공기

온몸으로 느껴지는 빛의 세기까지

여전히 낯설지만 눈부시게 아름다운 세상이다.

우주로부터 불시착한 먼지로 인해 낯선 행성으로 변한 지구를 탐사하고 마침내 놀라운 진실을 발견하는 파견자들의 이야기

작가 김초엽은 '범람체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개체에 속해 있지 않은 존재, 인간과 다른 감각으로 세상을 느끼는 존재를 상상하며 지구의 다른 생물들의 감각 세상을 한 편의 이야기 <파견자들>에서 펼쳐 보였다.


[인간이 외계로 가는 것이 아니라 지구를 낯선 행성으로 바꾸어보자는 생각으로 쓰게 된 이 소설에는 어쩔 수 없이 내가 늘 마음을 쏟게 되는 인물들이 있다. 그들이 호기심, 앞으로 나아가는 힘, 자신을 직면하는 용기를 들여다보고 긴 모험을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김초엽




한 미술 전시에 참여하면서 구상한 짧은 연작 소설<행성어 서점>에서 파생된 장편 <파견자들>은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이 어떻게 세계를 감각하고 인식하는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쓰기 시작했다고 작가는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균류를 모델로 소설 속의 '범람체'를 고안해낸 작가는 균사체와 같은 네트워크를 이루며 집단 지능을 갖고 움직이는 존재라는 아이디어를 멀린 셀드레이크의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곰팡이나 점균류와 비슷한 존재들이 세계를 어떻게 감지할지 구체적으로 상상하며 작품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특히 작가는 에드 용의 『이토록 굉장한 세계』에서 인간에게는 없는 감각으로 세상을 감지하는 것은 어떤 느낌일지 상상하면서 <파견자들>의 구상이 좀 더 구체적이게 되었고 스티브 샤비로의 『탈인지』라는 책을 읽으면서 인간 외의 다른 존재들이 세상을 느끼는 방식에 대한 단서를 얻었다.

올 초에 아닐 세스의 <Being You> 라는 책에서 굉장히 인상 깊은 구절을 발견 했다.

[자기는 눈이라는 창문 뒤에서 세상을 내다보며 조종사가 비행기를 조종하듯 신체를 제어하는 불변의 존재가 아니다. 내가 된다(being me), 또는 당신이 된다(being you)라는 경험은 지각 그 자체,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 몸의 생존에 초점을 맞추어 신경적으로 암호화된 예측이 촘촘히 얽힌 집합이다.]

-아닐 세스

손 안의 휴대폰 세상 속에 갇혀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오늘의 나보다 휴대폰 화면으로 보여지는 당신의 삶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단 몇 초만 필요한 정보를 검색 하려다가 검색의 늪에 빠져 버리는 순간 우리는 무엇을 찾기 보다 누군가의 삶과 취향 행동의 추이를 추적하는데 골몰하게 된다.


[두개골에 봉인된 채 바깥 세상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내려고 애쓰는 저 머리 위 뇌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자. 거기엔 빛도, 소리도, 아무것도 없다. 완벽한 어둠과 침묵 뿐이다]

-아닐 세스

인간의 의식적 경험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알고 싶다면 인간이 아닌 생물체들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한 걸음 물러나서 생각 해 봐야 한다.

앞서 언급한 과학책들과 이번에 새 장편을 출간한 작가 김초엽의 <파견자들>을 읽고 나니 감각의 생각과 사고들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 책장을 뒤적이며 손에 닿는 데로 책을 펼쳐 들고 있다.


곰팡이가 세상을 만든다.

그리고 우리를 분해하기도 한다.

우리가 지금 살아 있다면,

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살고 있었다.

-멀린 셸드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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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10-19 0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초엽 소설 《파견자들》 벌써 만나셨군요 글을 보다 보니 예전에 읽은 소설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전에 쓴 소설이 이번 소설과 아주 상관없지 않기도 하겠습니다 지구가 사람이 살기 힘든 그런 곳이 되는군요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죠 인류는 우주로 갈 수 있을지... 그때 다시 지구가 어떤지 돌아올지... 그런 만화 본 것 같기도 해요 원시 지구가 된 것 같기도 했는데...


희선

2023-10-20 0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3-10-19 0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한거 같습니다~!

지하세계에 산다고 생각해보니 끔찍합니다ㄷㄷ

2023-10-20 0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직 인간적인 관점에서만 인류의 남녀를 비교할 수 있다. 인간은 주어진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존재라고 정의할 수 있다.'


1949년 시몬 드 보부아르가 <제 2의 성>을 출간 할 당시 프랑스 전체 사회를 뒤흔들며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 책은 그동안 '여성은 자궁이다'라고 말해 왔던 프랑스 전체 지식인 계층을 넘어 오로지 남성의 시각만 반영 되었던 기존의 사회 법과 질서의 근간에 폭탄을 던져버릴 만큼 큰 파장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유럽 전역을 너머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그동안 여성이라는 생명체에 관해 이토록 과학적이고 철학적이면서 총제적인 연구서가 세상에 나온 적이 없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보부아르가 오랜 시간 동안 연구하고 탐구 했던 실존주의 철학의 관점으로 여성의 모성과 사랑, 권리와 기회를 주장 했기에 사상과 이념, 종교적으로 똘똘 뭉쳐진 집단으로 부터 거센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자신의 존재를 정당화하고자 고심하는 모든 개인은 초월하고자 하는 무한한 욕구로써 자신의 존재를 경험한다.'


<제 2의 성>이 페미니즘의 초석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사회, 정치, 신화,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남성에 의한 여성 지배와 남성이 부여한 역할, 이미지, 사회적 활동 영역의 제한과 구분을 역사적으로 사회적으로 철학적으로 인류학적으로 생물학적으로 그리고 정신분석학이라는 도구를 총동원해 분석했기에 페미니즘 이론의 사상적 기원은 보부아르의 <제2의 성> 출간 전 후로 나눠지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읽었다.

당시 이 책은 우리 집 책장 어딘가에 꽂혀 있었는데 뜻밖에도 아버지가 구입해 놓았던 책이였다.

내가 처음으로 읽었던 보부아르의 <제2의성>은 미국에서 1970년에 출간된 영역본 요약판을 한국어로 번역 출간 한 책이여서 읽는 동안 머릿속에 어떤 명확한 사상의 흐름이 형성 되지 못했다.

대학에 들어가서 다시 집어 든 <제2의 성> 역시 도서관에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던 미국판 요약본이였지만 다행히 그 책에 수록된 상세한 주석에서 인용된 책들 참고해서 앞으로 내가 읽어나가야 할 책들의 리스트를 작성해 나갔다.


'겉으로 보기에 사회적 차별은 대단치 않아 보이지만 그것이 여자에게 미치는 도덕적이고 지적인 영향은 아주 깊어서 마치 자연에서 기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보부아르의 <제2의 성> 중에서


<제2의 성>을 다시 읽게 된 계기는 대학 졸업 후 사회인이 되고 나서 부터였다.

나는 첫 사회 생활 시작을 절대 다수의 남성들이 상사로 군림하는 조직 세계로 들어갔다.

남성의 언어와 규율 체계가 조직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몸 소 체험하는 동안 내가 살고 있는 사회의 모든 체계와 법률 그리고 제도가 누구를 위해 존재 하고 있는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글자를 처음 떼고 책을 읽기 시작 할 때 부터 부모님은 나에게 여성이 주인공인 스토리, 여성이 주체적으로 활동하는 스토리를 선별해서 읽게 하셨다.

특히 아버지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긍심, 자존감을 세우는데 주력 하셨고 친인척들이 행하는 사소한 발언이나 행동에서 배어 나오는 성차별적 발언을 극도로 경계하며 그들에게 과감하게 경고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가장 먼저 가부장적인 관습인 제사부터 없애 버렸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 날이면 그동안 쌓여 있었던 양쪽 가족의 묻혀있던 문제들이 모두 한꺼번에 터져 나오기에 명절 날이면 친인척들 모두 멋진 곳에서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식사를 했고 식사를 마치면 서로 마음이 맞는 이들끼리 대화를 나누거나 각자 정해진 스케줄대로 이동하고 움직였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가부장적인 폐혜와 병폐를 완전히 뿌리 뽑지 못했다.

'여자를 알기 위해서는 남자와 여자 안에서 오직 경제적 실체 만을 보는 유물사관의 경계를 넘어서지 않으면 안 된다.'

                                                                                                 -보부아르


1949년 보부아르가 제기한 남녀의 성적구분, 여성성, 모성 등의 문제는 여전히 페미니스트들 간에 이견과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이론의 초석이 되어 활발하게 논의되고 체계적으로 연구하는데 큰 동력이 되었다.

그럼에도 내가 직접 경험하고 목격한 영국과 유럽 그리고 미국 사회에서도 완전한 성평등은 존재 하지도 않았고 이들 국가의 법과 제도 역시 구시대 관습을 유지 하기 위해서 정치적, 종교적으로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었다.

부유한 계층으로 올라 갈 수록 그들만의 규율과 관습은 여성에게 특히 엄격하면서도 차별적이였고 사회적인 이목과 관심에 흠을 잡히지 않기 위해서 유교적 관습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한국만큼 보수적이였다.

특히 백인과 히스패닉, 아랍계, 흑인, 아시안계 그리고 이민자, 난민 사이에서 서로를 향한 차별과 증오는 페미니즘으로 화합 하지 못할 정도로 집단과 계층, 피부색이 서로 공존할 수 없다는 사실도 두 눈으로 확인했다.


내가 다시 보부아르의 <제 2의성>을 펼쳐 들었을 때 이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라는 생각 보다 '어떻게 쓰였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면 첫 장을 펼쳤다.


<제2의 성>을 집필하기 전 보부아르는 타자로서 여성이라는 생각 조차 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당시 그녀는 자신의 모든 사상과 철학을 사르트르의 사상과 철학과 연결 시켰고 사르트르가 그녀의 논리에 동의 하면 그제서야 이론적으로 체계를 다져나갔다.


이 시기가 보부아르의 나이가 서른 일곱 살 무렵으로 조금은 집요할 정도로 사르트르는 남성이고 나는 단지 여성이기 때문에 '그와 나는 다르다'라는 매우 단순한 명제에서 역사적인 저술의 첫 문장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여자에 관한 책을 쓰는 것을 오랫동안 주저해 왔다.'

보부아르


여성이 자기 삶의 '타자성'을 보지 못한다면 영원히 남성들이 주도하고 관할 하는 사회 속에서 영구적인 미이라처럼 어떤 성취도 어떤 결과물도 온전하게 완성하지 못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노예들은 주인에게 복종했다. 그리고 여성은 남성이 주도하는 질서와 사회에 순응했다.

가족의 화목과 사회적 체면을 위해 여성들은 남성들이 제시하는 강압적 규율과 제도에 합의 했고 지지하며 서로 공모를 공유하며 어리석을 정도로 행복하다고 자책하는 노예가 되었다.











[그중 외로운 여자 다섯 명은 남편과 아이들이 있는데도, 혹은 그들 탓에 조용하게 혼자서 미쳐가고 있었다. 모두 스스로에게 의혹을 품고 있었다. 자신이 행복하다는 이유에서 죄의식도 가지고 있었다. 예외 없이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나한테 뭔가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어요.”]

                                                                         -도리스 레싱의 <금색 노트> 중에서


여성이 사회에서나 가정에서나 이등 시민 지위라는 건 어떤 문서에도 표기 되지 않고 있지만 사회 어디에도 의지할 데 없는 자발적으로 지속적인 긴장 상태 속에 처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21세기 현 시대에 '여성이 어떻게 여성이 되었을까?'


'내가 보기에 여성의 종속은 여성의 결혼이 중추적인 경험이라는 -남성과 여성 모두 공유하는 -확신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러한 확신은 주로 여성들의 정신 에너지의 흐름을 감소 시켜 궁극적으로 파괴해버리지만 남성들에게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 세상에 나 혼자이고, 절대 보살핌을 받을 수 없으며 삶은 공포와 욕망 사이 벌거벗은 전쟁이고 공포는 오직 스스로 즉 독립적으로 경험하는 능력에 의해 강화되고 갱신 되는 욕망의 급증을 통해서 만 잠시 물러난다는 불안한 지식 때문에 계속해서 정신 에너지가 주입된다.

                                                                                                  -비비언 고닉


현 시대 페미니즘의 가장 큰 과업은 여성의 경험적 자아를 다시 창조해서 각종 매체에서 쏟아져 나오는 왜곡된 이미지를 바로 잡아 나가야 한다.

그동안 각종 언론 미디어에서 늘 상 쓰여졌던 상투적인 문구들, 제도적 관습과 병폐, 성차별로 인한 불신과 왜곡을 새로운 의식의 관점으로 재 검토해서 광범위할 정도로 내부 변화가 일어 나야 한다.


'모든 정신분석학자에게는 선택이라는 관념과 그와 상관 관계인 가치라는 개념에 대해 일률적으로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바로 그것이 정신분석학 체계의 본질적인 취약성을 구성한다.'

                                                                                                        -한나 아렌트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특정 대상에 대해 분석 할 때 마다 환상과 망상에 젖어 들 때가 많다.

이런 현상은 지극히 원시적인 상태로 정신분석학에서 이런 상태를 분석할 때 프로이트의 '거울 이미지' 도구로 사용한다.

여자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인형이나 장난감, 선호하는 색깔, 취향, 성형들은 단순한 체계 분류로 선별해서 구별하고 특징 지으며 이것은 부정적인 징후 이고 이것은 긍정적인 상태라고 정신분석학 적인 분석을 내린다.

성의 구별을 떠나 인간의 뇌는 좌뇌와 우뇌가 태생적, 환경적, 유전적으로 다르다 이는 정신분석학 적으로도 사라져버린 기억이나 섬망을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다.

따라서 남성에게 자주 발병하는 질병이나 여성에게 자주 발병하는 질병의 원인을 마치 거울 이미지에 비춰서 좌뇌와 우뇌의 인지적 통제 상태를 설명할 수 없다.

프로이트는 '정신이 잠자는 상태'가 존재한다고 주장했고 평생 동안 불규칙하게 발생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상황에서 일어나는 '꿈 작업'에 몰두하며 의식에 감지 되지 않은 이미지를 사고 체계와 연결 시키는 연구를 했다.

이러한 정신분석학 적 관점에서 보면 페미니즘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분석을 하는 동안 어떤 카타르시스가 발생하지도 않고 어떤 트라우마도 발견되지 않는다.

오래된 자아를 허물어 버리고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역사적 사실과 경험을 기억해 내고 기억을 회복 시켜서 자아 의식에 투영 시켜 보는 과정 그 자체가 정신분석을 하는 방법과 비슷하다.


따라서 페미니즘은 정신분석과 같다.


두 가지 모두 인간 성장의 과정을 분석하며 모든 것이 논리적으로 하나로 연결된다.

나의 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나의 삶이 어떻게 변화했고 발전했는지 명징 하게 보고, 더 정확하게 기억해서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온전하게 묘사하고 분석하는 동안 비로소 이 사회의 제도와 질서가 여성에게 어떤 차별을 부여하고 동등해야 할 권리와 의무를 짓밟고 있는지 알게 된다.


[여성은 수 세기 동안 남성의 모습을 자연 크기의 두 배로 비춰주는 마법과 근사한 힘을 지닌 확대 경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 힘이 없었다면 아마 지구는 아직도 늪과 밀림의 상태일 것입니다.

남성이 아침 식사와 저녁 식사에서 최소한 실제 크기의 두 배인 자기 모습을 볼 수 없었다면, 그가 어떻게 계속해서 판결을 내리고 원주민을 문명화 하고 법을 제정하고 책을 집필하며 정장을 차려 입고 연회에서 장광설을 늘어놓을 수 있겠습니까?]

                                                                                     -버지니아 울프


수 세기 동안 문화와 역사의 기록은 곧 남성들이 저지르고 이룩하고 완성한 경험의 기록이었다.

그러니까 여성의 삶을 분석하고 묘사한 것들 모두 남성의 감수성에서 나온 것으로 특히 문학에서 남성이 묘사하고 창조한 여성의 이미지는 거대한 환상의 늪을 꾸준하게 발전시켜 나갔다.

20세기 두 차례 세계 대전으로 여성들이 사회에 전면 나서게 되면서 부터 남성들이 창조하고 기록한 여성의 이미지가 바뀌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이 세상은 '여성성'과 '여자다움'을 강조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전 우주적 질서 속에서 여성성을 찾는 것과 비슷한 것으로 결국엔 이 지구상에서 여성으로 살아 간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명제를 떠올리게 한다.

[즐거움을 위해서 라면 몰라도 위대한 남성작가들에게 도움을 구하러 가봐야 소용 없습니다. 찰스 램, 토머스 브라운, 윌리엄 세커리, 버나드 뉴먼, 로런스 스턴, 찰스 디킨스... 누구도 여성을 도운 적이 없습니다.

여성이 종이에 펜을 대자마자 가장 먼저 깨닫는 것은 자신의 용법에 맞는 일반적인 문장이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버지니아 울프

현대 사회는 숨막힐 정도로 빡빡하다.

우리는 도시 속에 갇혀서 온갖 기술에 둘러 쌓인 채 매일 사회라는 조직 속에서 감정의 죽음을 당하고 있다.

나와 너도 차별 당하고 있고 피해 당하고 있음에도 자연스럽게 이 모든 걸 운명이라고 받아 들이며 체제 안에 제도 속에 순응하며 살고 있다.

어떤 인간의 문제도 편견 없이 다룬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1970년대 초에 페미니즘이 부활하고 난 뒤 몇 년 간 미국 여성들은 워낙 빠르게 승승장구해서 우리 할머니 세대의 삶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워낙 많은 전투에서 승리했고, 워낙 많은 장벽들을 무너뜨리다 보니, 페미니즘을 가장 열심히 반대했던 사람들마저도 여성운동이 일구어 낸 변화들을 뒤집을 수 없다고 생각할 정도다. 하지만 우리는 결승선에 다 와서 정신이 딴 데 팔려 버렸다. 우리는 명백한 흠모자에게서 반짝이는 싸구려 장신구를 받아 내려고 멈춰 서 버렸다. 그 흠모자는 시장이고, 싸구려 장신구는 해방의 언어를 새롭고 강력한 예속의 도구로 사용해 온 상업 문화의 풍료오움이다. 상업 문화에 예속된 미국 여성들은 이제 목숨은 부지하겠지만 너 자신을 잃게 될 것이라는 신탁의 예언을 이행할 위험에 처해 있다.]

                                                                       -수전 팔룬디의 <백래시>중에서


2023년 현 시대를 곰곰이 살펴 보면 어쩔 수 없는 사회 문제에서 발생하는 가정 폭력과 학대, 데이트 폭력, 스토커 범죄 그리고 무차별 살인, 가벼운 처벌로 인한 보복 범죄로 조금씩 제도적 움직임은 일어나고 있지만 법 체계는 여전히 허술하고 어디에도 안전한 곳이 없을 정도로 폭력과 폭언,고발과 고소만이 끊임없이 전개 되고 있다.


[젠더 폭력의 트라우마를 논할 때, 사람들은 그것이 단 한번의 끔찍하고 예외적인 사건이나 관계였던 것처럼 묘사한다. 마치 별안간 물에 빠지기라도 한 것처럼 묘사한다. 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평생 물속을 헤엄쳐왔다면 어떨까?]

                                                                                             -리베카 솔닛


그동안 수많은 여성들이 영화에서, 노래에서, 소설에서, 세상에서 살해되었고 지금도 어느 도시의 어떤 가정에서 폭력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고 어떤 국가 도시에서 여성은 가문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이유로 공개 처형이나 돌팔매로 잔인하게 살해 되고 있고 그리고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그리고 하마스가 기습 공격한 이스라엘 땅에서도 살해 되고 있다.

이런 광경을 영상으로 찍어 생중계로 송출하고 있고 어떤 단체에선 잔혹한 방법으로 여성을 구금하고 고문하고 학대하고 살인 하는 극우 단체에게 지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 여성들은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칼을 쥐고 총을 들어야 할까?

“구성적이고 인공적이며, 역사적으로 우연적인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성의 본성을 음미하는 행위는 불가능하지만 너무나 강고한 현실에 처해 있는 우리를, 가능하지만 좀처럼 만날 수 없는 다른 곳(elsewhere)으로 이끌어 줄까?

우리 괴물들은 기존과 다른 의미화의 질서를 밝혀낼 수 있을까?

우리, 사이보그가 되어 지구에서 살아남아 보자!”

-도나 j.해러웨이


여자들은 여전히 사회에서 종속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

새로운 목소리를 내고 새로운 생각과 사고를 도출하기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잔혹하지만 태생적인 운명으로 살아야 한다면 세상의 낙원은 영원히 존재 하지 않을 것이다.


'노예제가 노예의 소명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결코 여자의 소명이 아니다. '


2023년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을 다시 펼쳐 놓고 내가 누군인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온전하게 깨닫기 위해 끊임없이 읽고 탐색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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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10-12 13: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제2의 성에 정말 도전하고싶게 만드는 글입니다. 항상 스콧님 글은 좋아요 말고 땡큐 백만개쯤 날리고싶은데 그건 왜 없을까요? 책은 이미 산 책이라 땡스투를 누를수도 없고... ㅠㅠ

2023-10-12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하수 2023-10-12 14:14   좋아요 2 | URL
저라도 땡투 남기겠습니다^^
넘 길어 길어 이러며 읽다보니 거의 있는책인데... 전 왜 읽지를 않고 있을까요!
ㅠ.ㅠ

scott 2023-10-12 16:05   좋아요 3 | URL
이 책 첫 장 부터 읽다가는 끝까지 읽지 못합니다.
은하수님의 눈에 들어오는 텍스트 부터 읽고 난 후에 부분 부분 읽다 보면 전체를 통독 하게 됩니다 ^^

2023-10-12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12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3-10-12 15: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헉 그럼 스콧님은 제2의 성을 세번 읽으신 건가요? 이제 네번째? 우와.
아버님도 넘 멋지시네요. 그 시대 쉽지 않았을텐데...
이 글을 이달의 페이퍼로 추천합니다!!

scott 2023-10-12 16:07   좋아요 3 | URL
완독만 세번 !^^
틈틈이 부분 부분 읽는 건 수시로 하고 있습니다.

울 아부지 그리하여 집안에서 눈엣 가시!^ㅎ^

괭님 행복한 오후 시간 보내세요 ^^

책읽는나무 2023-10-12 21: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버지가 사다 놓으신 <제2의 성>이라니 참 인상적입니다.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가 딸의 양육에서 주변 친인척들의 말에서도 신경을 쓰신 대목을 읽으니 스콧 님의 행복했을 것 같은 성장배경이 상상됩니다.
그래서 직장생활에선 좀 많이 당황스러우셨겠어요.
하지만 아버지가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되어주셨으니..^^

2023-10-13 1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3-10-13 04: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버님이 사다둔 《제2의 성》이었다니... 한번도 아니고 여러 번 보셨군요 이번에 다시 보시다니... 저것만 읽지는 않으시겠습니다 전쟁이 일어난 곳에서는 아이와 여성이 가장 힘들죠 전쟁은 남자가 일으키기도 하는군요 여자 남자 다르기는 해도 사람이라는 건 같은데... scott 님 아버님은 집에서 제사도 빨리 없애다니 대단하시네요 모두가 함께 한다면 모를까 집안 행사 때 음식을 하는 건 거의 여성이겠지요


희선

2023-10-13 1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23-10-13 12: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글 정말 좋네요. 저 위에 바람돌이님 말씀처럼 좋아요를 백만개 누르고 싶은데, 방법이 없어 아쉽네요.

scott 2023-10-14 12:4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감은빛님 환절기 건강 잘 챙기세요 ^^

억울한홍합 2023-10-14 08: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버님 세대에서는 누구나 나서서 하실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텐데 너무 든든한 아버질 두셨어요, 부러워요~~

scott 2023-10-14 12:50   좋아요 2 | URL
그리하여 저희 아부지
가문에서 빌런이 되셨습니다 ㅋㅋㅋ
 

'우리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겁니다.'


 한국 야구 대표팀 궂은 날씨에 극적으로  대만을 꺾고  금메달을 땄다!

예선전에서 0-4로 패배 했던 대만을 2-0으로 꺾었다.

한국 대표팀은 경기 초반부터 점수를 착착 쌓아 나갔고 2회초 공격에서 2루타로 진루한 선두타자 문보경이 상대 투수 폭투를 틈타 3루까지 진루하더니  김주원의 희생플라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홈으로 파고 들어 선취점을 올렸다.

이번 결승전에서 김주원의 희생플라이가 우승에 결정적이였던 건 야구에서 [희생플라이]는 공격팀이 노아웃이나 원아웃인 상황에서 타자가 공을 의도적으로 멀리 쳐서 3루 주자가 득점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새크리파이스 플라이로 득점을 올렸을 경우, 타자의 타수에 오르지는 않지만 타점은 기록되기 때문에 이번 경기 우승에 큰 기여를 했다.

9회 말에서 몇 차례 위태로운 순간이 있었지만 2003년생 한화 이글스 팀 소속 문동주가 

 6이닝을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 막았고 이어 등판한 최지민과 박영현도 7회와 8회를 각각 깔끔하게 틀어 막아버려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


'어른이 되어서 한 사회적 경험이 후성유전적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지며, 이러한 영향에는 “지배 서열 같은 사회구조적 요소도 포함되는 것 같다.'

                                                                                           -데이비드 무어 

이번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 선수 모두 훌륭한 기량으로 멋진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대회에 나간 모든 선수들의 목표는 단 하나 일 것이다.

성공과 성취에는 엄청난 노력과 함께 운도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얻은 모든 경험들이 몸 속 깊이 새겨져서 앞으로 더 높이 더 멋진 삶이 펼쳐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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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10-08 1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림픽 참가하신 분들 모두 대단한거 같아요~!!

저는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게으른거 같습니다 ㅋㅋㅋ

scott 2023-10-09 12:22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은 게으른 천재 ㅎㅎㅎ

희선 2023-10-09 0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시안 게임에서 한국 야구 이겼군요 아시안 게임 하는구나 하기만 했네요 축구 이긴 거 조금 전에 알았습니다 예전에는 결승 같은 거 하면 봐야지 하기도 했는데... 야구 축구 다 이기다니 대단합니다 아시안 게임뿐 아니라 올림픽 경기에 나가려고 얼마나 열심히 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메달 따지 못해도 거기에 나간 것만으로도 대단하지 않나 싶어요 한국 선수들 다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희선

scott 2023-10-09 12:24   좋아요 1 | URL
이번 야구 비가 왕창 내렸다면 경기 취소하고 대만이 금메달 낼름 가져 갈 뻔 했습니다
모든 경기에서 이길 수 없지만 우승의 고지에 섰을 때 은보다는 금을 ㅎㅎ
실제 선수들은 동메달 목에 건 이들이 가장 행복해 한다고 합니다
우리 선수들 모두 쵝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