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5일 프로코피예프 <로미오와 줄리엣>


Prokofiev: Romeo and Juliet, No 13 Dance of the Knights


1914년 상트 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을 졸업한 프로코피예프는 음악원에서 주최한 콩쿠르에서 피아노 부문 루빈시테인상을 수상한다.

항상 자기 멋대로 자기 방식을 고집했던 프로코피예프는 음악원에서 지정한 고전주의 협주곡을 거부 하고 자신이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 1번 D장조>를 연주 했다.


음악원 스승을 가리지 않고 등에 칼을 꼽아 버렸던 성질인 프로코피예프의 이런 행동이 음악원 측에서는 전혀 낯설지 않아서 내버려 두었다.


심사 위원들 중 외부 인사들은 프로코피예프의 범상치 않은 피아노 연주와 작품에 주목 했고 심사 결과는 어느 누구의 제자이고 싶지 않았던 프로코피예프가 차지 했다.

그해 프로코피예프는 이 작품 악보를 들고 런던으로 건너가 인생의 두번 다시 오지 않을 행운의 남자를 만나게 된다.


바로 러시아 출신의 사업가 이자 자신의 이름을 딴 발레단을 이끌고 있던 거물 댜길레프로, 그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프로코피예프에게 셰익스피어의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음악을 의뢰한다. 천부적으로 상업적 예술 촉을 가진 댜길레프는 프랑스에서 스트라빈스키에게 투자해서 유럽 전역을 뒤흔들어 놓았다.

이제 그의 돈은 자만심으로 충만한 22살 짜리 음악원 졸업생 프로코피예프로 아직 발레곡이 없었던 `로미오와 줄리엣'의 성공 가능성에 통 큰 베팅을 건다.


1914년 제 1차 대전 발발로 프로코피예프는 곧바로 작곡에 착수 하지 못하고 뒤이어 발발한 피의 혁명으로 정처 없이 떠도는 망명자 신세가 된다.

1917년 일본을 거쳐 미국 땅에 도착한 프로코피예프는 낯선 땅에서 왕성하게 창작욕을 불태우며 생애 가장 널리 연주 되는 작품들을 쏟아낸다.

하지만 그의 연주와 음악은 미국에서 커다란 호응을 얻지 못한다.

날 선 긴장감에 충만해서 거칠고 요란하게 울리는 북 소리 같은 그의 연주 스타일이 미국인들에게 그는 볼셰비키 혁명가로 보였다.

1921년 프로코피예프는 미국 땅을 떠나 파리로 건너가 이미 앞서 등장 했던 스트라빈스키-쇤베르크에 뒤이어 새로운 시대를 여는 불협화음 연주자 계보에 가볍게 올라 탄다.

파리 시민들은 그의 음악을 경멸하기도 했고 싫어 하기도 했고 비웃기도 했지만 어쨌든 새로운 작품을 무대에 올리면 외면 하지 않았다.

댜길레프가 의뢰 한지 정확히 20년의 시간이 흐른 뒤 1934년 가을, 볼쇼이 극장으로부터 <로미오와 줄리엣>공연 가능 허가를 승인 받는다.

이미 2년 전부터 심혈을 기울여서 작곡 스케치를 해나갔던 프로코피예프는 낭만적 고전 스타일에 최대한 충실한 작품으로 탄생 시킨다.

그는 이 작품에서 몬테규가와 캬풀렛가의 한치의 양보도 없이 밀고 당기는 긴장감, 타이볼트의 포악함과 죽음, 중세의 시대 자유롭지 못했던 젊은 연인들의 모습 속에 혁명 이후 극 변해버린 러시아 시대를 담았다.

두 집안의 극심한 대립과 결투,달 빛 속에 싹트는 연인의 사랑 그리고 어둠 속에서 사라지는 연인의 생명 까지 프로코피예프는 비극적인 운명의 사랑을 모음곡 형식으로 총 14곡으로 표현했다.


모음곡 제1번

1. 민족무용, 2. 정경, 3. 마드리갈, 4. 메뉴에트, 5. 가면 무도회, 6. 로미오와 줄리엣, 7. 타이볼트의 죽음.

모음곡 제2번

1. 몬테규가와 카플렛가, 2. 소녀 줄리엣, 3. 로렌스 수도사, 4. 춤, 5. 이별 직전의 로미오와 줄리엣, 6. 안티뉴 섬에서 온 아가씨들의 춤, 7. 줄리엣의 무덤 앞의 로미오


이렇게 완성한 작품은 지나칠 정도로 셰익스피어 원작에 충실하다는 이유로 레닌그라드 키로프 극장으로부터 공연 거절을 당하고 춤을 추는 분량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도 공연 거부를 한다.

결국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러시아의 어떤 극장에서도 올리지 못하다가 1938년 체코 브루노 극장에서 초연 되어 2년 후 레닌그라드 키로프 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이 공연은 러시아 음악 역사상  세기의 공연으로  기록 될 정도로 대 성공을 거두며 안무,지휘,무대 미술가들은 스탈린 상을 받으며 인민 예술가가 된다.

이 나라 저 나라 망명객으로 살았던 프로코피예프는 소비에트 음악계의 최강자로 군림하게 된다.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작품 속 인물들의 깊은 정서적 표현과 강렬한 개성, 타의 추종을 불허 한 큰 스케일 때문에 발레 음악 중에서 걸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셰익스피어 작품 중에서 음악은 물론 뮤지컬, 연극,오페라, 발레 작품으로 무대에 수없이 올려 지고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


1940년 마린스키발레단에서 초연 된 라브로프스키의 버전을 시작으로 1955년 로열 데니쉬발레단을 위해 만든 프레데릭 애쉬튼 버전, 1958년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을 위해 만든 존 크랑코 버전(John Cranko), 1965년 영국 로열발레단을 위해 만든 케네스 맥밀란 버전(Kenneth MacMillan)버전 , 1977년 런던 페스티벌 10주년을 위해 만든 루돌프 누레예프 버전(Rudolf Nureyev), 2006년 현대 감각으로 안무 된 몬테카를로발레단 장 크리스토퍼 마이요 버전(Jean-Christophe Maillot)까지 세기에 걸쳐 새롭게 탄생 되고 있다.


여러 안무가의 버전 중에 영국 로열 발레단을 이끌었던 안무가 케네스 맥밀란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셰익스피어의 원전에 가장 부합하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맥밀란 버전은 프로코피에프의 음악의 선율이 담고 있는 인물들의 “내면 심리”를 섬세한 안무로 표현 하며 뛰어난 연출력으로 극적인 긴장감이 빚어내는 뭉클한 감동까지 느낄 수 있다.


여러 버전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인 ‘발코니 파드되’

맥밀란 버전은  어느 버전 보다 남녀 간의 사랑의 여운과 깊이를 실감나게 표현해서 뒤이어 터져 나오는 비극에 가슴 속 깊이 슬픔을 도출해 낸다.

맥밀란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14살 소녀가 사랑과 이별을 통해 성장해 가는 과정에 촛점을 맞췄다. 관중들은 2시간 남짓 동안 '줄리엣이 심리적'으로 성장 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1막, 캐퓰렛가의 가면무도회 –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가장 스펙터클한 장면으로 가면무도회에 등장한 귀족들이 화려한 의상과 가면 속에 본성을 숨긴 채 각자의 욕망에 이끌려 다니는 모습을 통해 곧 닥쳐올 가문의 비극에 대한 암시를 보여주는 화려한 서곡이다.

2막 ‘발코니 파드되’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가장 빛나는 장면 ‘발코니 파드되’

첫 눈에 반했지만 서로 원수 집안의 연인이 비밀리에 만나 처음으로 어떤 두려움도 벗어 던지고 자신의 사랑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2막 베로나 광장의 싸움

가면 무도회에서 귀족들의 숨겨진 욕망을 보여 줬다면 이 장면에서 케퓰렛가와 몬테규가 남자들의 칼 속에 노골적인 욕망의 담겨 있다, 결국 두 남자의 칼부림으로 티볼트와 머큐쇼는 죽음에 이른다.

3막 ‘침실 파드되’ 와 마지막 '캐퓰렛 가문의 지하 묘지'

빠른 템포로 연주 되는 음악 속에 줄리엣은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다.

패리스 백작과 사랑 없는 결혼을 강요 받고 있는 줄리엣 뒤이어 로미오의 죽음을 알고 오열과 절망 속에 죽음을 택한다.


1948년 소비에트 당국은 프로코피예프의 작품에 대해 '표현력이 부족하고 완성도가 낮으며 조화롭지 못하고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음악을 생산 하기 때문에 더는 좌시 하지 않겠다고 선전 포고를 한다.

수주일 동안 프로코피예프는 당국의 주요 간부를 만나 자아 비판을 하며 스탈린에게 충성 한다는 서약을 작성한다.

'저희에게 엄하지만 중차대한 질책을 해주신 총 연방 공산당 중앙 위원회, 그 중에서도 친애하는 지도자 스탈린 동지께 무한히 감사 드립니다

저희는 소비에트 인민의 삶과 투쟁을 음악에 생생하게 담아 모든 인민들의 사상의 견고함을 다져나가는데 모든 노력을 다 하겠습니다.'


57세에 접어든 프로코피예프는 지난 시절에 작곡 했던 자신의 작품의 화려한 음표를 모두 제거 하고 서로 비슷한 화음의 음악을 공장에서 생산하는 통조림 처럼 찍어낸다.

그는 생애 마지막 해에 완성한 교향곡 7번은 가장 빛났던 시절 20대 때 습작한 작품을 조금 길게 늘려 썼다.


1953년 3월 5일 61세의 나이로 숨을 거둔 프로코피예프, 같은 날 스탈린도 사망한다.






클레먼시 버튼 힐의 <Year of Wonder>의 곡 선별과 작곡가 구성등 많이 참조 했구나.





이 책은 표지 까지 비슷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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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2-15 00:0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1등 ^^ 아싸~!!
어제 책과 북플을 별로 못했는데
왠지 오늘은 희망이 보이네요 ~!!

scott 2021-12-15 00:07   좋아요 6 | URL
      ∧,,∧
     〇´^ω^)
    /.|\_ノ👆
  /  .|し.\)
((◎ミ ◎ 彡 ◎))

새파랑님 12월 마지막 주!! 까지 가열 차게 ~@@@@
👆일 👌권 완독 포스팅 !
응원 합니돵 !!^^

미미 2021-12-15 00:1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오 스콧님~쓱 봐도 너무나 기대되는 발레 영상들입니다~~(๑>ᴗ<๑)/
게다가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니!
복도많은 러시아ㅎㅎ

scott 2021-12-15 00:12   좋아요 6 | URL
┏♪━・・━・・━・・━・・━+☆+┓

     ∧,,∧  ∧_∧
    (*・ω・*) (*・ω・*)
┗+☆+━〇☆〇・〇☆〇━♬┛
미미님에게 ~쓱 영상 발레!! 잼났으면 좋겠네요 ㅎㅎㅎ

인재 부자 러시아 ^^

초란공 2021-12-15 00:5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헐... 프로코피예프가 ‘우리는 깐부‘하면서 같은 날 스탈린을 데려간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scott 2021-12-15 16:17   좋아요 2 | URL
오징어 깐부 처럼 ㅋㅋㅋ


희선 2021-12-15 02:0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프로코피예프가 음악을 할 때 스탈린이 있었군요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하지 못하고 자아비판을 하다니... 프로코피예프가 죽은 날 스탈린도 죽었군요 프로코피예프가 더 살았다면 좋았을 텐데... 그 뒤 러시아가 어땠는지 잘 모르지만, 스탈린 때보다는 조금 나았을지 비슷했을지...


희선

scott 2021-12-15 16:21   좋아요 3 | URL
스탈린이 천재적인 음악가들 체제 선전과 서방 세계에서 소비에트에 우수함을 널리 보여 주려고 겁박 협박 압수 강압 감금등으로 창작의 열정을 확 꺼버렸습니다
프로코피예프는 천재적인 재능과 달리 성격도 좋지 않았고 사생활 문제(나쁜 남푠)도 컸던 인물,,,,

스탈린 이후 2-3년 동안 잠깐 예술가들에게 숨통 트였다가 다시 강압정책으로 바뀌었습니다.^^

페넬로페 2021-12-15 09: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scott님 덕분에 겨울밤을 발레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격렬하고도 비장미가 있는 것 같아요, 피아노 협주곡도 좋아요.
우리가 제대로 알고 있는 작품의 발레를 보니 더 이해가 잘돼요^^
발코니와 침실 파드되, 넘 멋지네요.
발레리나들의 몸짓은 어찌나 저렇게 가벼운지, 그들의 노력이 보입니다^^

scott 2021-12-15 16:28   좋아요 4 | URL
프로코피예프 음악에 이렇게 안무 동작을 짜서 심리 드라마로 만든 맥밀란 천재!ㅎㅎ
실제로 보면 14살 줄리엣의 성장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사랑과 이별을 통해서 ,,,
맥밀란 발레의 줄리엣을 스물 한 살 때부터 연기한 알렉산드라 페라리
오십을 훌쩍 넘기고 무대 위에 서도 10대 줄리엣으로 변신!!
노력 열정에 탐복 합니다 ^^

그레이스 2021-12-15 10:0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
마지막 장면은 처절합니다
프로코피예프는 아이들 어렸을때 동물을 소리로 표현하는 음악으로 들었던 ,,,,,
피콜로 연주가 아직도 기억나는 ...^^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은 발레리나 강수진과 유망주들의 무대공연때 잠깐 봤었던 기억!
강수진의 발레도 영상으로 봤어요

scott 2021-12-15 16:31   좋아요 2 | URL
그 동물 음악 피터와 늑대!
몇 달 전에 포스팅했지만


부루주아 정신을 아이들에게 심어주지 않기 위해 동화 ‘피터와 늑대‘를 작곡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ㅎㅎ

강수진이 줄리엣으로 무대에 섰던 적이 있었군요
강수진 영상은 그리 많지도 않고 화질이 좋지 않아서,,,

책읽는나무 2021-12-15 12: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말 마지막 사진은...ㅜㅜ
몸으로 모든 걸 표현하며 아름다움까지 표현하는 발레~~보면서 계속 감탄 중입니다^^
확실히 어제 본 지젤과 로미오와 줄리엣은 느낌이 많이 다르네요!!

scott 2021-12-15 16:32   좋아요 2 | URL
몸짓과 몸선 유연성에 감탄!
나풀 나풀~~~~ㅎ

지젤도 비극 ㅜ
로미와 줄리엣도 비극 ㅎ ^^

mini74 2021-12-15 16: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 어릴적 피터와 늑대 많이 들었어요 ㅎㅎ 넘 좋아했던. 자아비판과 검열이 천재의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하게 했군요 ㅠㅠ 전 발레를 잘 모르지만 스콧님 덕에 참 아름답고 우아하구나 를 알게 되네요. 스콧님 즐거운 오후보내세요 *^^*

scott 2021-12-15 16:33   좋아요 2 | URL
발레극 보다 미니님은
그림!
드가를 사릉 하실 것 같습니다 ㅎㅎㅎ

미니님 오후 시간 맛나는걸루 ^^

2021-12-17 0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1-12-17 00:46   좋아요 0 | URL
스텔라 케이님

당당하지 못하게 지우시고






2021-12-17 0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1-12-17 01:03   좋아요 0 | URL
야비하게 비댓으로 달지 마시죠
자신이 쓴 비댓 지우고

scott 2021-12-18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제 서재방이기 때문에 스텔라 케이님이 달아 놓으신 댓글 창 열여 놓겠습니다

** 제 댓글-구글 로그인으로 알라딘 들어오면 북플앱 시스템 오류로 좋아요 등록이 잘 안됨
친구등록 취소 하셔서
저도 팔로잉 취소 함
그리고 이런 댓글을 달고 삭제함



잘 지내십니까? 어제 올린 제 페이퍼에 좋아요를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지금 보니까 빼셨네요. 아이고 섭섭해라.ㅠ
이왕하신 거 뭐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 있나요?
오랜만에 별도장 받았다고 좋아라 할뻔 했는데...
사람 마음 똑같지 않나요?
항상 유쾌하시고, 명랑하셔서 저랑 잘 지내게 될 줄았는데
언제부턴가 소원했죠? 저도 그 점은 유감으로 생각합니다.ㅠ
사실 제가 댓글 트라우마가 있답니다.
예전에 어떤 또라이 알라디너한테 된통 당한 일이 있었거든요.
어쨋든 그런 트라우마 때문인지 스콧님은 다른 플친에겐 답글을 다셔도
저는 안 달아 주실 것 같더라구요.
게다가 스콧님 언젠가 누군가로부터 댓글 공격 받고 있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모르긴 해도 스콧님도 비슷한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은데
같은 상처있는 사람끼리 서로 오해 풀어보자고 하다 더 큰 상처를 받게될지도 몰라
그냥 모른 척 했습니다.
모처럼 스콧님 서재 들어 와 이렇게 댓글 쓰는데 저한테 뭐 하실 말씀 없으신지요?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 아니라는 거 아시져?
이번만큼은 스콧님 무슨 말씀을 하셔도 다 듣겠습니다. 그러니 마음 속에 있는 말 다 하십시오.
저 무안하게 하지 마십시오. 그럼 저 진짜 스콧님 안 봅니다.
그럼 전 물러 갑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

미안합니다. 이거 스콧님 댓글을 받고 제가 답글을 써야하는데 오늘 하루종일 머리도 좀 아프고 뭐라고 써야할지 고민이 되더라구요.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쓰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기다리셨나요? 설마ᆢ
뭐 추가로 하실 말씀은 더 없으신가요? 더 하실 말씀 있으시면 하셔도 좋습니다. 어차피 저의 답글은 내일 쓸거니까.
그럼 오늘도 좋은 밤되시고...ㅎ
와, 당신 이 정도 일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대단하네. 오해 받을 댓글 단적 없으면 좀 당당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게 뭐하는 겁니까? 항상 이런 식입니까? 자기 말만하고. 이거 뭐 초등학생도 아니고 내가 정말 사람을 잘못 봤네.
그럽시다. 조롱 장난질? 어디서 ᆢㅎㅎㅎㅎ 서재활동 편하게 하고 싶다고? 당신이 불편하게 한다고 생각 안 해 봤나? 여기가 무슨 당신 놀이턴 줄 알아? 정말 유치하게. 여기도 사람 사는 뎁니다. 쉽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유학까지 갔다오고 배운 사람이라 다른 줄 알았더니...ㅉㅉ


서니데이 2021-12-17 01:03   좋아요 1 | URL
??

scott 2021-12-20 21:13   좋아요 1 | URL
알라딘 북플앱 시스템 오류로 좋아요 등록이 잘 안됨
친구등록 취소 하셔서
저도 팔로잉 취소 함
그리고 이런 댓글을 달고 삭제함

scott 2021-12-17 07:54   좋아요 0 | URL
제가 여기서 활동하는게 이분 심리 불편 하게 하나봐요 ㅠ

서니데이 2021-12-17 01:09   좋아요 1 | URL
그건 저도 그런 적 있었어요. 제 이웃분이 취소되어 있는 것을 보고 다시 등록해주시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근데 그런게 아니어도 좋아요 취소하거나 친구등록 취소 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친구인 분이 취소하셔서 팔로잉 취소 할 수도 있을것 같은데요. 전 잘 모르겠어요.

scott 2021-12-17 11:11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서재방에도 댓글 북플에서 달았다가 사라져서(구글 로그인 종료) 구글 플레이 알라딘 앱 관리자에게 문의 하니 일시적으로 서버 과잉접속 때 오류가 난다고 합니다

stella.K 2021-12-17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 거였구나. 난 일부러 지운 건데 뭐 유쾌한 건 아니잖아요. 대층 이 정도 하고 없던 걸로 하려고 했더니. 이왕 댓글을 열어 내 댓글을 복사해서 달아놓으실 것 같으면 스콧님이 쓴 것도 함께 달아놓아야 공평한거 아닌가요? 이거 뭐 누가 볼지 모르겠습니다만 모르는 사람은 제가 스콧님 잡는 줄 알 것 아닙니까?

stella.K 2021-12-17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서니데이님 알아버리셨네. 어쩌나...

스콧님,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남의 서재니까 내 자리는 내가 치워야 할 것 같아서
내 댓글만 지우려고 한 건데 알다시피 알라딘 시스템이 댓글 지우면 그 밑에 답글도
함께 지워는 시스템이잖아요. 그럼 저 더러 어떻게 하라고...?
전 오해든 이해든 이렇게 관계가 틀어진 알라디너 서재에 내 흔적 남는 거 싫어합니다.
스콧님도 그러실 것 같은데 계속 달고 계시겠습니까? 원하신다면 할 수 없구요.
도대체 남의 댓글 가지고 있어서 뭘 어쩌시겠다는 건지...

stella.K 2021-12-17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야비하다는 건 그쪽 해석이고,
난 더 이상 말이 안 통하겠구나 해서 철수의 의미로다
지운 거 뿐입니다.


stella.K 2021-12-17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용하네요. 하실 말씀 없는 겁니까?
그러고 보니 친구 취소에 대해 이야기도 못했는데
서니데이님껜 잘도 하시네요. ㅎㅎ

암튼 내일 제가 여기 한 번 더 들리겠습니다.
그 안에 제 댓글 치워주시면 좋겠구요, 안 치우시면 제가 직접 치우겠습니다. 그럼 이만...
 

[어린 시절을 잘 기억하는가? 책을 읽다 보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모조리'기억한다는 작가들의 믿기지 않는 이야기들을 종종 마주치는데, 난 전혀 그렇지 않다. 드물게 반짝 떠오르는 기억 몇 개가 있을 뿐, 대부분 까맣게 잊어버렸다. 난 어린 시절을 찬장 속의 식물처럼 보낸 듯하다. 때때로 해가 나면 무성의한 손이 나를 꺼내 창 턱에 놓았고, 무성의한 손이 다시 찬장에 집어넣었다. 그게 전부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런 어둠 속에서도 성장할 수 있을까? 창백한 줄기...조그만 잎사귀...마지못해 튼 허연 싹....]

                                                           -<결혼한 남자의 이야기>중에서


1888년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자수성가한 은행가의 셋째 딸로 태어난 캐서린 맨스필드는 어머니가 여섯 명의 아이를 출산 하는 동안 외할머니에게 맡겨진 채 외로운 아이로 성장했다.

맨스필드의 어머니는 여섯 번째로 아들을 출산한 후 (넷째 아이는 아기 때 사망함) 두번 다시는 아기를 갖고 싶지 않다며 유럽으로 떠나버린다.

부유하면서 격식을 중시 하는 집안 분위기에 억눌려 살았던 맨스필드는 학교에서 조차 제대로 적응 하지 못한 채 책 속에 파묻혀 성장기 시절을 보냈다.


[내가 열 세살 때 일이다. 난 층계 참이라고 불리는 공간에 있는 아주 조그만 방에서 잤다. 어느 밤에 내가 화들짝 놀라 일어나니 어머니가 그 흉측한 플란넬 가운도 없이 잠옷만 입고 내 침대에 앉아 있었다. 내가 겁을 먹은 이유는 이상하게도 어머니가 나를 보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혼한 남자의 이야기' 중에서


출산의 굴레에서 벗어난 맨스필드의 어머니가 자유롭게 유럽 곳곳을 여행하는 동안 딸은 밤마다 어디에선가 죽었을지 모른 엄마가 꿈 속에 찾아 오고 있다는 망상을 하게 된다.

너무 나도 많은 책을 읽어서 시력이 나빴던 캐서린 맨스필드는 친구들 사이에서 안경을 쓴 뚱보로 놀림을 당했고 누구에게도 자신을 험담 하는 소리를 듣기 싫었던 그녀는 늘 상 학교에서 아이들과 주먹질을 할 정도로 거친 아이였다. 항상 주변 아이들과 싸움이 잦았다.

아버지는 자식들이 영국 런던에서 출세하기를(부유한 집안과 혼인 시키려고) 바라는 마음에 런던으로 유학 보낸다.

열여섯 살에 영국 런던 킹스 칼리지에 입학한 캐서린은 음악과 문학에 심취 하며 열정적으로 런던 문화에 푹 빠져버려서 학교 수업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녀는 잡지에 기고를 하다가 편집자가 되고 첼로를 배우며 음악가들과 사귀며 스스로를 학생이 아닌 예술가라고 생각했다.

버마 출신에 아이다 베이커를 만난 캐서린 맨스필드는 세상에 둘도 없는 단짝 친구,미래를 함께 꿈꾸게 만드는 인생에 동반자가 된다.


[영국 식 오버 코트와 회색 펠트 모자를 뒤에 있는 못에 함께 걸고 나서, 웨이터에게 적어도 스무명의 사진사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을 준 다음에 커피를 주문했다.

나는 눈을 아주 크게 번쩍 떴다. 이를테면 내가 그곳에 영원토록 있었는데 이제 드디어 살아나고 있다는 듯이.....]

                                                                             -나는 프랑스어를 못합니다.


온갖 격식으로 숨통을 조여 버리는 고향 뉴질랜드와 달리 캐서린에게 런던은 자유로운 영혼들이 마음껏 활기 치며 살 수 있는 곳이였다.

그녀는 집사나 하인들 없이 집 밖을 나서지 못하는 자신의 형제들과 달리 기차,배를 타고 다니며 이곳 저곳을 여행했다.


[오, 얼마나 흥미진진한가! 얼마나 즐거운가! 미스 브릴은 이곳에 앉아 눈앞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구경하는 것이 더없이 즐거웠다.!연극을 보는 것 같았다. 정확히 연극 같았다. 저 뒤로 보이는 하늘이 색칠 된 배경이 아니라고 누가 단정 할 수 있겠는가!]

                                                                                    -'미스 브릴' 중에서

캐서린의 가족들은 더 이상 캐서린에 무분별한 여행과 나쁜 행실, 애정 행각들을 내버려둘 수 없었다, 값비싼 수업료와 생활비를 지불한 것을 몇 배로 갚아줄 부유한 가문과도 사돈을 맺을 수 없으니 ,....

뉴질랜드로 강제로 끌려온 캐서린은 자신의 몸속에 도사 리고 있던 증오를 더 이상 억누르지 못한다.

[종이도 아니고 봉투도 아니었다. 분홍색 압지 몇 장이 손에 닿았다. 말도 안되게 부드럽고 흐물거리고 거의 젖어 있는 것 같은 죽은 새끼 고양이의 혀 같은 처음 느껴보는 감촉이었다. 나는 앉아 있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계속 기대에 가득 차서 그 죽은 새끼 고양이의 혀를 손가락에 감고 그 보드라운 구절을 내 정신에 감았다. 눈은 여자들의 이름과 추잡한 농담, 쟁반에 안 맞는 병과 컵의 그림을 쫒으며 종이 위에서 바삐 움직였다.]

                                                                                                    -'차 한잔'

캐서린은 소녀 시절 친구였던 마오리족 출신 공주 '마아타'와 불같은 사랑을 벌였고 화가인 연상 이디스 벤돌의 연인으로 열렬하게 사랑하며 당시 금기시되었던 동성 간에 '결혼'도 하고 싶어 했다.


[굶주린 사람은 유혹에 쉽게 넘어 간다. 벨벳 띠에 손을 밀어 넣을 때 승리의 쾌감을 느꼈다.

'거봐, 내가 널 잡았지.' 그냥 잘해주고 싶었다. 아니, 그냥 잘해주는 것 이상으로 주고 싶었다.

이 여자에게 인생에서 멋진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소원을 들어주는 요정이 실제로 있다는 것을 부자들에게도 마음이 있다는 것을 여성들은 모두 자매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싶었다.

'겁내지 마세요. 나랑 같이 다시 돌아오면 되잖아요? 우린 둘 다 여자이기도 하고요. 나는 나중에 더 기쁠 거 같아요. 아가씨...']

                                                                                                    -' 차 한잔' 중에서

영국으로 돌아간 캐서린은 부모님에 뜻대로 음악에 조예가 깊은 명망 있는 집안(트로웰) 호적에 등록된다.

부모에 바램은 부디 캐서린이 품위와 격을 갖춘 여성으로 성장해서 배경이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기를 바랬을 것이다.

그러나 캐서린은 양부모 트로웰 부부가 애지 중지 키운 외아들 가넷과 사랑에 빠지고 양부모한테 쫒겨 난다.

집에서 쫒겨 난 캐서린은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와 홧김에 결혼 해버린다.

하지만 결혼식 당일 날 신랑을 버리고 지방 순회 오페라 단의 단원으로 취직한 양부모 트로웰 부부의 외아들에게 가버린다.(당시 캐서린은 임신 중이였음)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캐서린의 친 엄마는 일단 딸아이가 순산 할 수 있도록 바바리아 온천지에 데려다 놓고 곧장 뉴질랜드로 돌아가서 자신에 유언장에 캐서린에 이름을 지워버린다.(하지만 아버지는 죽을 때 까지 캐서린을 걱정하며 돈을 보내줌)


아이를 유산 한 캐서린은 노천 카페를 배회하며 사람들을 구경하며 글을 쓰기 시작한다.


[아이의 조그만 가슴에서 무언가가 끓는 듯한 소리가 났다. 아무리 애를 써도 제거 할 수 없는 커다란 덩어리가 폐에서 끓고 있었다. 아이가 기침 할 때마다 머리에 땀이 돋아나고 눈이 튀어나왔으며 손이 허우적거렸고, 폐 속의 커다란 덩어리는 프라이팬에서 튀기는 감자처럼 부글 거렸다. 그러나 아이가 기침하고 있지 않을 때는 더 끔찍했다. 아이는 베개에 기대 앉은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답하지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화가 난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파커 아주머니의 인생' 중에서

캐서린은 폴란드 작가이자 번역가인 플로리안 소비에니옵스키를 통해 작가 체호프의 단편을 읽게 된다.

두사람은 동성애 관계로 발전하고 캐서린은 임질에 걸리지만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류머티즘을 앓게 된다.

런던으로 돌아간 캐서린은 체호프에 단편들을 샅샅이 분석하며 주인공들의 이름 장소 몇몇 설정만 조금 바꿔서 필사를 해나가기 시작한다.

[인생에는 어떤 순간들, 아주 불쾌한 순간들이 있다. 집에서 나와 바깥을 보았을 때 같은 끔찍한 순간들, 하지만 그런 순간에 흔들리면 안돼 집에 가서 최고급 차를 마셔야지.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는 바로 그 순간, 깡 마르고 어두운 피부색에 그림자 같은 젊은 여자- 이 여자는 어디서 온 걸까?]

                                                                                                       -'차한잔'

1908년 캐서린 맨스필드는 자신에 아파트 하숙생이 였던 매력적인 젊은 남자와 사랑에 빠지지만 스물 한 살 짜리 남동생 레슬리가 프랑스 전선에서 수류탄 사고로 사망했다는 통보를 받는다.


서로 쌍둥이로 오인 받을 정도로 남동생 레슬리와 캐서린은 누구보다도 동생을 아꼈다. 그녀는 자신의 긴 머리 카락을 잘라 남동생 레슬리과 똑같은 헤어 스타일을 만들어 버린다.


[집에 갈 수는 없다. 집에 가면 에설이 있는데, 거기서 울어버리면 애가 기겁하지 않겠는가. 거리의 벤치에 앉을 수도 없다. 사람들이 와서 이런저런 질문을 해 댈 것이다. 오, 홀로 숨어서, 누구를 방해하거나 누구에게 방해 받지 않고, 원하는 만큼 머무를 수 있는 곳이 없을까?이제라도 -실컷 울 수 있는 곳이 이 세상에 한 군데도 없나?]

                                                                         -'파커 아주머니의 인생'중에서


1917년 오른쪽 폐에 결절이 발견된 캐서린은 요양차 프랑스 방돌로 떠나지만 그곳에서 두 달이 넘도록 객혈에 시달리자 곧 자신에게 죽음이 가까워졌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리면서도 작품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찾고 싶어 했다.


[이렇게 사느니...나는 이 구절을 아주 정성스레, 아주 아름답게 썼다. 왠지 문장 아래 서명도 하고 싶다. 아니면 이렇게 적거나-새로 산 펜을 써보는 중. 하지만 정말로, 더없이 단순해 보이는 이 짧은 구절에 함축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것들을 생각하면 아찔하지 않은가?]

                                                                           -'결혼한 남자의 이야기' 중에서


1918년 여러 해 동안 함께 했던 문예지 창설자이자 평론가 존 미들턴 머리와 혼인 신고를 하며 여러 문예지에 작품을 기고 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기 시작한다.

서른 네살의 나이로 세상을 뜨기 전 약 2년 남짓 한 시간 동안 캐서린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 힘든 상태에서도 스무 편이 넘는 단편을 완성한다.


[조너선은 음악에 열정적이었고, 돈이 생길 때마다 책을 샀다. 또한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그 계획으로 아무것도 이루어내지 못했다. 금세 조너선은 다른 것에 열정을 불태웠다. 조너선이 자신의 새로운 관심사에 대해 설명하고 묘사하며 장광설을 늘어놓을 때면 그의 내면에서 불이 조용히 타오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윽고 불꽃은 재만 남기고 사라지고, 조너선의 검은 눈에는 새로운 것에 대한 굶주림이 번뜩였다.]

                                                                                                -'만에서'

1923년 1월, 남편 머리가 찾아왔다는 소식에 계단을 올라가다 객혈을 쏟아낸 캐서린 맨스필드는 영원히 남편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다.


[순간 말라 비틀어진 꽃 눈의 비늘 잎이 벌어지며 떨어졌고, 찬장 속의 식물이 꽃망울을 터뜨렸다. '난 누구지?' 나는 생각했다. '이건 다 뭐지?' 그리고 내 방을 둘러보았다.....

장벽이 무너졌다. 그때 껏 평생 난 이방인으로 살았다. 아무도 나를 '받아주지'않았다. 난 찬장-혹은 동굴 속에 쓸쓸히 누워 있었다. 그러나 이제 난 받아 들여졌으며 내 자리를 찾았다. 내가 의식적으로 인간의 세상으로부터 돌아서진 않았다. 그것은 경험해보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날 밤부터 나는 말 없는 동족들에게 의식적으로 돌아갔다....]

                                                                        -'결혼한 남자의 이야기'중에서

1923년 34세의 나이에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10년 동안 80여 편의 단편소설을 남긴 캐서린 맨스필드


'내가 쓰는 모든 것, 나의 존재인 모든 것 바다의 깊숙한 곳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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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2-05-15 18: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정리해주신 글을 읽다가 서른 네살이라는 나이에 깜짝 놀랐습니다. 짧은 생애동안 굴곡이 너무나 많았었군요. 죽음을 목전에 두고 창작에 힘을 쏟았다는게 슬픕니다. 물론 그랬기에 작품들이 100년 가까이 남아있겠지만요....

scott 2022-05-16 00:34   좋아요 3 | URL
정리는 아니공 ㅎㅎ

여기 실려 있는 단편들을 맨스필드 생애 속에 넣었습니다

창작 활동 시기는 짧았지만
맨스필드 작품 중에 버릴 작품이 없어서
모두 소중한 보석 같은 작품들!^^

새파랑 2022-05-15 19: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캐서린 맨스필드의 새 단편집이군요 ㅋ 저 예전에 <가든파티> 제목의 단편집을 다른 출판사걸로 두권사는 만행을 저질렀었는데 😅 (팽귄하고 창비? ㅋ) 찾아보니 몇편은 안읽어본거 같더라구요. 더 오래 살았더라면 좋은 작품이 많았을텐데 안타깝네요 ㅜㅜ

scott 2022-05-16 00:35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이 저지른 만행은!
문학계에서 대 환영을 받을 기쁨 ㅎㅎㅎ

맨스필드가 더 오래 살았다면!

두툼한 장편을 완성 했을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 남아 있는 시간동안 단편만 ㅠ.ㅠ

서니데이 2022-05-15 2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파란색 식물 프린트가 고급 도자기에 잘 어울릴 것 같았는데, 표지 자세히 보니까, 아래 티포트가 있네요. 작가이야기를 읽으면서 사람이 한 생애를 보면 아무일도 없이 무난하게 살아가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잘읽었습니다. scott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scott 2022-05-16 00:36   좋아요 2 | URL
표지 정말 이쁩니다
그런데 종이 커버에 손 때가 금새 뭍어 버리네요 ㅎㅎㅎ

서니데이님 처럼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갈 날이 얼마나 될지 ㅠ.ㅠ

서니데이님 한 주 시작 건강하게 ^^

2022-05-16 0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6 2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거리의화가 2022-05-16 09: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 뭉클합니다ㅠㅠ
10년동안 80여 편의 단편이라니~ 좀 더 오래 살았다면 더 좋은 작품들을 많이 남길 수 있었을텐데 아쉽네요.
남동생과의 사연도 안타깝습니다.

scott 2022-05-16 21:42   좋아요 1 | URL
뛰어난 재능으로 당시 문학계에서 드물게 자신의 실명으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좀 더 오래 살았다면 노벨상 까지 !^^

맨스필드의 개인 가족사(남동생에 관한)는
다른 출판사에서 출판한 작품 <서곡>에 은유적으로 묘사 되었는데
정말 잘 쓴 단편 입니다 ^^

mini74 2022-05-16 17: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맨스필드 삶이 소설이고 소설이 그녀의 삶이군요. 맨스필드 기억하고 챙겨봐야겠어요.~~

scott 2022-05-16 21:43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자신의 삶 그자체로 소설!^^

미니님에게 강추!^^

희선 2022-05-17 02: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누워서도 글을 쓰다니 대단합니다 자유롭게 살고 싶었지만 시대가 그렇게 두지 않은 것 같기도 하네요 캐서린 맨스필드는 나름 자신은 자유롭게 살았다고 생각하겠지요 그랬기를 바랍니다


희선
 

우주의 처음은 바다,아무 것도 만들어지지 않았던 태초의 시기, 우주의 어머니의 몸 속에서 하늘과 땅이 나왔다.

천제 '안(an-수메르어)이 하늘을 밝히지 지상에 어둠이 깔렸고 계곡에 흐르는 물 조차 없었다. 하늘과 땅 사이 천지가 갈라지자 신들이 태어났다.



하늘의 신은 '안(an)' 땅의 신은 '키(ki)' ,안과 키가 대기의 신 키와 바람의 신 엔릴을 만들었다,

안과 남마가 지혜의 신왕 엔키를 만드니 안의 자식들 위대한 50의 아눈나키, 운명을 결정하는 일곱의 큰 신이 태어나면서 지상의 땅을 일구어 늪지 위에 신들이 사는 도시, 문명이 시작 되었다.

신들이 검은 머리를 창조 하고 엔키가 생령의 씨앗을 정화하고 닌후르쌍이 사람을 빚어 냈다.

땅 속에서 작은 생명체들이 하나 둘 씩 태어났고 닌후르쌍이 빚어낸 사람들에게 적(敵)은 없었다. 지상에 3,600명의 신들이 북적일 때 수 많은 신전을 차지한 신이 있었다.


'하늘의 여왕' 매력적인 남신과 남성들을 마음껏 유혹하는 신, 사랑의 신, 전쟁의 신, 풍요와 다산의 신, 그리고 금성의 신

천제 안의 증손녀, 신들의 제왕 엔릴의 손녀, 달의 신 난나의 딸, 태양의 신 우투의 여동생, 저승의 여왕 에레쉬키갈의 자매, 하늘과 땅에서 가장 강력한 힘과 가장 완벽한 아름다움과 가장 사나운 전투력을 지닌 여신. '인안나'


'인안나'는 꿈을 꾸고 있었다.

사랑을 차지하고 야망을 이루기 위해 남신과 남성들을 한껏 농락하며 사랑과 질투로 몸부림치고 전쟁과 복수로 핏발이 서고 하늘과 땅의 신령스런 기운으로 기세등등한 여신,'인안나'


위대한 하늘에서 큰 땅으로 귀를 기울였다.

그녀는 위대한 하늘에서 큰 땅으로 귀를 기울였다.

인안나는 위대한 하늘에서 큰 땅으로 귀를 기울였다.

여왕은 하늘을 버리고, 땅을 버리고, 저승으로 내려갔다.

인안나는 하늘을 버리고, 땅을 버리고, 저승으로 내려갔다.

'하늘의 여왕' 인안나는 '저승의 여왕' 에레쉬키갈의 큰 땅, 저승으로 서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자신의 통치권과 대사제권을 버리고 저승으로 나선 '인안나', 죽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도 없는 미래의 시간과 미지의 세계를 향한 모험의 길,일곱 도시와 일곱 신전을 버렸고 마지막 신전 마저 버린다.


여신의 아들 샤라가 수호신으로 있던 도시 움마의 이브갈

여신의 아버지 난나가 다스리던 도시 우르의 에딜문나

유프라테스강 초입에 있던 항구도시 키시가의 아마쉬에쿡

수메르의 대초원이 습지대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도시 기르수의 에에쉬담쿡

치유의 여신 굴라가 수호신으로 있던 도시 이씬의 에쉑메쉐두

한때 수메르의 왕권을 거머쥔 적이 있던 아크샤크의 안자가르

대홍수가 나기 전부터 엔키의 사제 지우쑤드라가 살았던 '오래된 도시'슈루파크의 니긴가르쿡,요새 같은 도시 카잘루의 에샥훌라



하늘과 땅을 다스릴 수 있는 거룩한 힘을 갖고 있었던 '인안나' 세상을 지배하고 문명을 일으키는 신비한 권능이 저승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을까?



일곱 개의 신령스러운 힘들을 한데 모았다.

후광을 모아 손에 쥐었다.

무엇보다도 좋고 신성한 힘을 지니고 길을 나섰다.

저승을 제외한 천상 천하의 지혜를 전부 갖고 있던 여신, 하늘의 여왕 '인안나'

하늘의 전차를 타고 천지간을 오르내리며 권세를 뽐냈던 여신은 초라한 모습으로 저승으로 향할 수 없었다.



머리에 '사막의 왕관'을 썼다.

이마에는 가발을 걸쳤다.

목에는 작은 청금석으로 된 목걸이를 걸었다.

가슴에는 달걀 모양의 구슬 한 쌍을 달았다.

몸은 여왕의 권위를 나타내는 제복 '팔라'로 둘렀다.

눈은 ' 남자여, 이리 오세요. 오세요.'라고 불리는 유혹의 화장을 했다. 가슴에는 '남자여, 오세요, 오세요.'라고 불리는 유혹의 가슴 장식을 달았다.

손목에는 금팔찌를 꼈다.

손에는 청금석으로 된 자막대기와 줄자를 쥐고 있었다.

하늘의 여왕 '인안나'는 가장 큰 욕망 덩어리를 심장 깊은 곳에 숨긴 채 저승으로 내려가고 있다.

인안나가 에레쉬키갈에게 가고 있었다.

동생이 언니에게 가고 있었다.

여왕이 여왕에게 가고 있었다.

'인안나'는 '메'라는 신통한 힘 만큼은 챙겼다.

신성한 권능이자 삼라만상의 총체적인 질서, 지혜의 정수 '메'를 통해 문명이 일어났고 문화가 형성되었고 규칙과 규범이 세워졌고 사회가 정비 되었다.

지상의 사람들은 '메'에서 나온 기운으로 기쁨과 슬픔의 춤을 추었고 악기를 치고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고 향기로운 술을 마셨고, 달콤한 우유를 들이켰고 배에 올라 먼 곳을 여행했고 사랑 다운 사랑을 즐겼다.

신들의 제왕 엔릴이 성도 니푸르의 신전 에쿠르에 모아두었던 '금단의 신물', '메'

세상의 진정한 지배자만이 다룰 수 있는 보물, '메'세상 밖으로 끌고 나와 나누어주고 베풀어주고 열어주어야 하는 신, 인간에게 내어줄 사람의 지표이자 운명의 기운 '메'는 신 중에서 가장 지혜로웠던 '엔키'의 거룩한 힘의 의해 실행 되면서 신에 의한 세상의 지배가 시작 되었다.


'메'의 힘이 지배 했던 출발지는 '에리두',인간은 '메'를 갖고 있는 '엔키'의 축복을 받아 살다가 겁 없이 달려든 '인안나'에게 넘어가 버린다.

신들의 서열을 훌쩍 뛰어 넘고 '메'를 쟁취한 '인안나', 명석한 두뇌와 출중한 외모로 그녀의 성적 매력에 넘어가지 않을 남신은 없었다.

'나는 엔키에게 삼목의 수액 만큼이나 달짝지근한 감언이설을 던질 것이다. 그가 아무리 나를 무시한다고 해도, 결국에는 내 육체의 황홀경에 빠질 것이다.'


우루크를 떠나 에리두의 고대 광실인 압주에 입성하기 전까지 '인안나'는 잠행자 신분으로 시도 했지만 신분이 노출이 되고 지혜의 신 '엔키'가 모든 사태를 파악해 버렸다.

과거와 미래를 내다보는 이시무드는 잠행자 '인안나'를 환영하며 극진한 영접으로 신령스러운 하늘의 식탁으로 안내 한다.


'나의 권능을 걸고 말하노라! 나의 거룩한 성소 압주를 걸고 말하노라! 나는 내 딸 거룩한 인안나에게 이것들을 주겠노라!'

만취한 지혜의 신 '엔키'는 자신이 갖고 있던 '메'를 여신 '인안나'에게 넘겨 주었다.

'내 아버지가 '메'를 주셨다. 그러니 내가 가져가겠다!'

여신 '인안나'는 영웅적 자질과 권력, 배신, 정의, 도시의 약탈, 한탄과 기쁨, 사기 술, 반역의 땅, 호의, 만유, 안전한 거처, 나무를 다루는 기술, 구리를 다루는 기술을 넘겨 받았고 필경 술과 금속 세공 술, 가죽 제품 만드는 법, 천을 바래고 다듬는 법, 건물을 짓는 법, 갈대를 다루는 법도 넘겨 받았다.


수메르 만신전에서 엔키보다 더 지혜로운 신은 없었다. 지상의 어떤 신도 그의 창조력과 판단력을 따라 갈 수 없었지만 뛰어난 미모의 신' 인안나'의 수렁에 빠져 버렸다.

이제 '메'의 집행자가 된 '인안나'는 '메'를 하늘의 배에 싣고 떠나고 이들을 뒤쫓는 '엔키'의 시종장 이시무드는 '메'를 되찾는데 실패 한다.


'내 권능을 걸고 말하노라. 내 신성한 성전을 걸고 말하노라, 네가 가지고 간 '메'는 네 도시의 거룩한 성소에 남아 있을 것이다. 사제장이 그 거룩한 성소에서 찬송하며 일생을 보내도록 하겠다. 네 도시 사람들은 번영을 누릴 것이다. 우루크 아이들은 기쁨이 넘치리라. 우루크 사람들은 에리두 사람들과 동지로다. 우루크는 위대한 곳으로 부활하리라!'


'메'를 손에 넣은 여신 인안나는 이제 저승의 세상만 접수 하면 세상의 모든 땅을 지배 할 수 있었다.


한 여신이 저승으로 향하고 있었다.

하늘의 여왕이 저승의 여왕에게 가고 있었다.

화려한 복장을 한 인안나가 저승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여왕이 여왕에게 가고 있었다.

나를 위해 신전에서 북을 쳐라, 나를 위해 신들의 신전을 돌아라

너의 눈을 잡아 찢고 너의 코를 긁어라,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너의 귀를 할퀴고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곳에서 너의 엉덩이를 할퀴어라.

'아버지 엔릴이여, 어느 누구도 당신의 딸을 저승에서 죽이지 않게 해주십시오.....

어느 누구도 당신의 딸을 저승에서 죽이지 않게 해주십시오....'

'인안나'는 자신을 저승에서 구해줄 대상 제 1순위로 엔릴을 지목했다.

인안나가 엔릴의 직계 후손이 된 사건이 있었다.

엔릴이 젊은 시절 벌인 애정행각이 있었다.

젊은 신들의 사랑놀이가 있었다.

엔릴이 인안나의 청탁을 거절 하자 그녀는 자신의 시아버지인 엔키를 선택하며 자신을 저승에서 구해 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저승으로 향한다.

저승 입구에 도착한 인안나


'문을 열어라, 문지기, 문을 열어라, 문을 열어, 네티, 문을 열란 말이다. 나 혼자만 와 있다. 들어가고 싶다.'

'당신이 인안나라면 그리고 해가 뜨는 쪽으로 가려고 한다면, 어찌하여 돌아올 수 없는 땅으로 여행하려 하는 것입니까? 어찌하여 여행자들이 결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선택하였느냔 말입니다.'

'나의 언니인 성스러운 에레쉬키갈의 남편, 구갈안나가 죽었기 때문이다. 그의 장례식을 보러 왔고 제사상에 술을 따르러 온 것이다. 그래서 왔다.'

저승이었다.

죽은 자들의 땅이었다.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의 땅이었다.

한번 강을 건너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형벌의 땅이었다.

저승의 음산한 기운이 서서히 인안나에게 닥치고 있었다.

언니 구갈안나의 장례식에 참석한다는 이유를 대고 저승의 입구로 들어간 인안나.

멋진 남성을 보면 참지 못하는 인안나, 저승의 신들은 그녀가 지니고 있는 모든 귀중품을 빼앗아 버리고 일곱 재판관 앞에 세운다.

중죄를 선고 받은 인안나는 '몰매 맞은 고깃 덩어리'처럼 맞아 고통 속에 몸부림친다.

저승에서 큰 소리 내지 마라. 사랑하는 아내와 입을 맞추지 마라. 

아무리 네 아내 때문에 화가 나더라도 손찌검 하지 마라. 

사랑하는 자식과 입을 맞추지 마라.

 아무리 네 자식 때문에 화가 나더라도 손찌검 하지 마라. 그로 인해 일어나는 울부짖음은 너를 저승에 갇히게 할 것이다.

'아버지 엔릴이여, 어느 누구도 당신의 딸을 저승에서 죽이지 않게 해주십시오.

분노의 휩싸인 조부 '엔릴'

'내 딸은 위대한 하늘을 갈망했고, 위대한 저승도 열망했다. 큰 하늘, 큰 땅을 모두 원했다. 저승의 신성한 권능은 어느 누구도 꿈꿔서는 안 된다. 만일 그러는 자가 있다면 그대로 저승에 머물러 있어야 할 것이다! 이미 저승에 간 자가 다시 올라오기를 바란다는 말이더냐?'

아버지 엔키가 자신의 손톱 끝의 때를 빼내서 쿠르가르라를 만들고 다른 손톱의 때를 빼내서 갈라투르라를 만들어 생명초와 생명수를 주었다.

자 이제 두 작은 신은 저승으로 내려가 엔키의 신령스러운 의식을 수행 할 것이다.

첫번째 작은 신이 인안나의 주검 위로 생명초를 60번 던졌고, 다른 하나가 생명수를 60번 뿌렸다. 그리고 인안나가 일어 섰다.

엔키, 엔키였다.

엔키, 생명의 신이었다.

엔키, 구세주였다.

엔키, 아버지였다.

죽은 자가 사흘 만에 부활했다. 그곳에서 죽었다가 부활한 기적을 받은 인안나는 아버지 엔키에게 '메를' 돌려 준다.

생명의 신이자 자비의 신 엔키, 그는 신들을 고통에서 구해냈고 인간을 죽음에서 살려냈다. 엔키가 없었다면 신도 인간도 존재 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딸 인안나를 사랑의 힘으로 되살렸다.

아버지 엔키, 엔키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신이었다.

아버지 엔키, 엔키를 기억하라.

아버지 엔키, 엔키를 찬미하라.

저승에서 죽은 지 사흘 만에 부활한 인안나, 가장 위대한 신이 되었지만 남편 두무지는 아내 대신 저승으로 잡혀가서 매년 죽었고 매년 부활하는 운명이 된다.

남편 두무지를 찾아 비통한 울음을 터트리는 인안나

'남편의 품에 안겨 누워 있는 여자들아, 내 소중한 남편은 어디에 있느냐? 내 남자는 어디에 있느냐? 내 남자는 어디에 있느냔 말이다! 내 남자는 어디에 있느냐?'

자신의 생명 대신 남편 두무지를 저승으로 떠나 보낸 인안나

''아! 슬프도다! 이제 당신이 반년 동안 저승에 있을 것이고, 당신 누나가 나머지 반년 동안 저승에 있을 것이다. 당신이 불리면 바로 그날부터 당신이 저승에 붙들려 있을 것이며, 당신의 누나가 불리면 바로 그날로 당신은 저승에서 풀려날 것이다.'

사랑은 끝나버렸지만 인안나는 하늘의 여왕이 되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신이 된다.


약4000여년 전, 수메르 문명은 지상에서 사라져 버렸지만 인안나와 두무르 두 신의 사랑과 죽음을 기리는 축제는 여러 문명의 흥망성쇠를 지나 계속 이어져왔다.

지혜의 신왕 엔키와 태양의 신 우투의 신성을 받은 인안나는 저승땅에서 사흘만에 부활해서 이집트의 오시리스가 되었고 페르시아의 미트라가 되었고 그리스의 디오니소스가 되었고 소 아시아의 아티스가 되었고 시리아의 아도니스가 되었고 로마의 바쿠스가 되었다.

이후 태양의 신 미트라를 섬기고 있던 로마 제국의 황제 콘스탄티누스가 유대인 예수를 새로운 태양신으로 섬기며 그리스도교의 실질적인 창시자가 되었다.

로마 교회는 매년 수메르이 신년 축제와 제의로 새해를 축하했고 크리스마스에는 신들의 부활을 축하했다.

그리스의 아프로디테이자 아테나, 헤라 그리고 로마의 베누스, 메네르바, 주노로 부활했던 수메르의 '인안나'는 수세기에 걸쳐 잊혀졌다.


인안나가 없다면 위대한 '안'도 결정을 내릴 수 없고, 엔릴도 운명을 결정할 수 없습니다.

젊은 여인 안나여, 당신을 찬미함은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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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5-09 15: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스콧님 이 책 읽으셨군요^^ 선리플 후감상합니다!ㅎㅎ

scott 2022-05-09 16:12   좋아요 3 | URL
책은 얇지만
인안나의 사랑과 죽음, 부활을 담은 러브 스토리 ^ㅎ^

거리의화가 2022-05-09 16:46   좋아요 3 | URL
인안나가 미, 권능에 지혜까지 갖춘 신이었군요~^^
인안나 스토리가 스펙터클한 것 같습니다!ㅎㅎ
신 이름 너무 복잡해서 어려운데 스콧님 덕분에 이렇게 경험합니다~ 적느라 고생하셨을 것 같아요ㅜㅜ 이미지까지도 함께~라 더 이야기가 와 닿았어요. 감사해요!

scott 2022-05-09 16:51   좋아요 3 | URL
길가메시 신화를 알고 계신다면
술술 읽혀집니다
각주마다 수메르 문자 해독어는 물론
신들의 대 가족 계보가 도표로 나와 있습니다!


이집트 신화와도 연결이 되어서
한 번 맛을 들이면 다른 문명 신화로 이어집니다 ^^

꼬마요정 2022-05-09 16: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크으 역시 사랑과 권력은 둘 다 가질 수 없나 봅니다.
인안나, 너무 멋지네요. 서왕모도 그렇고 설문대할망도 그렇고 가이아나 귀네비어나 모르간도 그렇고 여신들이 잊혀지는 건 정말 슬픈 일이에요. 그래도 다시 점점 알려지니 좋네요. 이렇게 재밌고 멋진 리뷰 고맙습니다. 너무 재밌어요!!

scott 2022-05-09 16:40   좋아요 3 | URL
맞습니다!
사랑과 권력 모두 쟁취하기는 힘든 ㅋㅋㅋ

설문대할망!
꼬마 요정님 말씀처럼 인안나가 설문대할망에게 사랑과 권력을 가르쳐 준것 같습니다
인류 최초의 신화는 여신 인안나에서 시작 되었는데
역사 속에서 성별이 지워져 버렸습니다!!

요정님 칭찬에 기쁨이 가득 ㅎㅎㅎ

실제로 이 리뷰 쓸려고
몇날 몇일
온갖 책들 뒤적였습니다 ㅠ.ㅠ

페넬로페 2022-05-09 20: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길가메시도 수메르의 신화인거죠^^
인안나여신, 처음 들어봐요.
세상엔 신도 많고 그에 대한 내용도 방대하구요~~

scott 2022-05-09 21:47   좋아요 2 | URL
길가메시(Gilgamesh‎)가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 수메르 남부의 도시 국가 우루크의 전설적인 왕 이였습니다(1대)
길가메시 서사시도 꿀잼!

인안나 이름까지 익숙해서 한국 신화에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지 ㅎㅎ

희선 2022-05-10 02: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가장 처음 여신인 인안나는 처음 들어봅니다 저승에서 사흘만에 되살아 났다니, 죽었다 사흘만에 되살아난 예수가 생각나네요 예수 이야기도 잠깐 나오는군요 인안나는 여러 가지가 되기도 했는데 잊혔군요 앞부분 보니 성경 창세기가 생각나기도 하네요 신화 시작은 거의 비슷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scott 2022-05-11 11:47   좋아요 3 | URL
인안나를 대신해서 남표이! ㅎㅎ
그래서 두 사람은 불멸의 사랑의 화신이 되어 버렸네요!
창세기 신화의 근원이 수메르에서 시작 된 것 같습니다
최초의 문명이여서 이집트 그리스 보다 앞선 문명을 가졌던


희선님 화창한 수요일 행복하게 ^^

mini74 2022-05-10 12: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안나 정말 매력적인 여신인데요. 엔키두나 길가메쉬 보다 더 박진감 넘치는데요. 스콧님 글 읽는 재미도 👍

scott 2022-05-11 11:47   좋아요 2 | URL
미니님이 좋아 하실 스토리 일것 같습니다

미니님이 들려주시는 한국 미세사 역사 이야기도
꿀 잼 !👍^^

그레이스 2022-05-11 22: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메르 신화!
벽화와 문자들 자료가 많네요~

scott 2022-05-12 11:16   좋아요 1 | URL
문자들에 깊은 의미, 신화의 비밀이 ^.~
 

[종이 성분의 약 8퍼센트는 수분이다. 때문에 습도나 온도에 따라 미세하게 신축하고 변질된다.

봄부터 여름까지는 습도가 높아서 종이와 종이가 들러붙기 쉽다. 공기를 충분히 넣어 주지 않은 채 급지부에 세팅하면 종이가 막히거나 여러 장이 한꺼번에 들어가는 겹침이 발생하기 쉽다.]

-안도 유스케 <엔딩 크레딧>중에서



차곡 차곡 쟁여 두어 묵은 책들에서 나는 곰팡이 냄새 가득한 공간을 사랑하는 이들은 알 것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손 끝으로 느껴지는 활자, 종이의 따스한 감촉을...

책을 읽는 시간 동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시간이라는 것을 ...



'꿈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꿈은, 내가 맡은 일을 하루하루 실수 없이 마치는 겁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인쇄입니다. 주문 받은 사양을 충실히 실현하는 거죠. 꿈이 뭐냐고 묻는 다면, 굳이 말하자면 방금 대답한 대로 하루하루 맡은 일을 실수 없이 마치는 겁니다.'



인쇄 회사 영업부의 문예서 담당 우라모토 마나부는 인쇄가 ‘모노즈쿠리(장인 정신의 결과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믿는 인물이다,




[지로 씨는 그야말로 기술자라 부르는 데 부족함이 없다. 종이 재질, 온도, 습도에 따라 잉크 성분이나 점착성을 판단하고 별색을 조합해 낸다. 인쇄기를 다루는 책임자인 노즈에도 잉크나 종이의 기본에 대해서는 거의 다 지로 씨에게 배웠다.]


손 글씨나 워드프로세서로 작성된 원고는 편집자를 거쳐 인쇄 회사로 넘어가고 인쇄 회사에서 책의 레이아웃에 맞춰 내용을 인쇄하는데 인쇄 회사가 교정쇄라 불리는 교정지를 출력하면 출판사 교열부나 저자의 교정을 거쳐 교료한 데이터를 인쇄 공장에 보내 알루미늄 쇄판을 만들어 인쇄기에 건다.


수십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 안도 유스케는 어느 날 원고를 보내고 나면 정작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몰랐다는 사실을 깨닫고, 3년 동안 인쇄 업계 현장을 취재 하기 시작한다.

작가 안도 유스케가 목격한 인쇄 현장에는 종이의 숨소리를 들으며 잉크를 배합 하고 그날 그날 기계의 컨디션을 파악하여 설정을 결정하는 인쇄 기술자, 온도와 습도에 따라 잉크의 점착성을 판단하고 마른 뒤의 색까지 예측해 별색을 조합해 내는 제조 담당자, 뜻대로 되지 않는 종이 수급과 갑작스런 제작 변경에 따라 스케줄을 조율하는 인쇄 영업맨들이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며 책 한 권을 완성한다.


'인쇄 회사는 책의 탄생을 돕는 산파라고 생각해요. 이야기는 책이라는 몸을 얻으며 세상에 태어나니까 태어날 때 거드는 우리야말로 책의 산파가 아닐까 하는 거죠.'


책은 사양 산업으로 출판 인쇄 업계에서는 앞으로 책이 이전 보다 더 안 팔릴 것임을 알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다양하게 즐길 콘텐츠가 넘쳐 나는 시대에 사람들은 더 이상 수백 페이지 분량의 책을 읽고 정보를 습득하지 않는다.

언젠가 인쇄 매체, 즉 종이가 사라지는 날이 오게 될까?

책을 읽는다고 오늘의 삶이 어제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책은 2022년 인류의 삶을 붕괴 시키고 있는 바이러스 변이를 없애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책은 무언가를 성취하고 싶게 만들고 무언가를 학습하게 만든다.

책장을 넘기는 시간 동안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와 소통하며 가보지 못한 곳 만나지 못한 세상을 향해 한 발자국 다가가게 만든다.


'독서는 저에게 여흥이고 휴식이고 위로고 내 작은 자살이에요. 세상이 못 견디겠으면 책을 들고 쪼그려 눕죠.

그건 내가 모든 걸 잊고 떠날 수 있게 해 주는 작은 우주선이에요'

-’수전 손택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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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4-23 17: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오늘 장바구니에 넣은 책
툭 하는 소리가 들리셨나요?!
ㅋㅋ

scott 2022-04-23 17:06   좋아요 4 | URL
😘

미미 2022-04-23 18: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레코드판이 남아있듯 종이도 앞으로 쭉 살아남았으면 좋겠어요~♡
언제든 어디서든 탑승 가능한 행복 우주선!ㅎㅎ(⑅˃◡˂⑅)

scott 2022-04-23 18:15   좋아요 3 | URL
레코드판 🍮근 마켓에서 비싸게 거래 되고 있지만
종이책은
우주선에 다 실지 못해서
지구에서 사는 동안에만
쟁여 두기롱😊

햇살과함께 2022-04-23 21: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의 날 기념 scott님의 페이퍼네요~
‘내 작은 자살’이라는 말 신선하네요!

scott 2022-04-23 21:51   좋아요 3 | URL
손택여사님의 명언!ㅎㅎ
햇살님 책의 날
책방 순례 하셨을 것 같습니다 ^^

햇살과함께 2022-04-23 22:30   좋아요 3 | URL
아 오늘 치과-도서관-알라딘-도서관 일정으로 집을 나섰으나, 치과에서 너무 시달려서 인지? 알라딘 가는 걸 까먹었네요 ㅎ
내일 다녀와야겠어요~

scott 2022-04-24 10:45   좋아요 3 | URL
햇살님의 일요일 서재 탐방!
보물들 많이 낚아 오시길 바래요 ^ㅅ^

서니데이 2022-04-24 00: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의 엔딩 크레딧은 우리나라 판 표지와 일본 원서 표지가 같은 줄 알았어요. 표지에 일본어가 있어서요. 그런데 원서와 제목도 조금 다르네요. 원서보다 우리나라에 출간된 책의 디자인이 더 좋은 것 같은데요.
전보다 책읽는 사람들이 적어진다는 것때문에 책 가격이 조금 더 올라가고, 소장용으로 나오는 책들이 많아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은 전자책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종이책의 좋은 점을 전자책이 아직 완전대체하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scott님, 주말 잘 보내시고, 좋은 밤 되세요.^^

scott 2022-04-24 10:52   좋아요 2 | URL
일본의 인쇄소 사진이 커버로!
한국어판은 고풍스러운 도서관 천장 사진이네요 ^^
일본어 원서 제목이 책의 エンド・ロール 영어 엔드 롤(end roll) 책의 두루마리(인쇄종이) 이고 한국어판은 마치 영화 필름의 라스트컷 처럼 극적인 효과를 부여한 제목으로 지은것 같습니다 !ㅎㅎ
서니데이님 행복 가득하게 ^^

희선 2022-04-25 02: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종이가 사라지지 않으면 좋을 텐데, 종이는 나무로 만드는 거여서 나무를 아껴야 한다고도 하는군요 인쇄술이 생겨서 많은 사람이 책을 읽게 됐는데, 나중에는 종이가 비싸져서 종이책을 많은 사람이 편하게 못 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책은 사라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희선

scott 2022-04-25 10:27   좋아요 2 | URL
종이, 인류 문명을 엄청나게 발전 시켰죠.
현재 모든게 넘 비싸지고 있고
일본에서 인쇄업은 사양 산업으로
새로운 인력을 창출하지 못한채
30-40년 경력자들이 사라지고 나면 어찌 될지 모른다고 합니다.

책은 절대로 사라져서는 안되죠 ^^

거리의화가 2022-04-25 08: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는다고 해서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거란 보장은 없지만 그럼에도 내가 가보지 못한 길을 가보거나 얻고자 하는 지식을 탐구하는 열망을 위해 읽는 것이 아닐지요. 활자란 매체가 주는 유익이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이북이 편리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종이가 주는 매력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scott 2022-04-25 10:28   좋아요 3 | URL
이북으로 읽는 지식은 휘발성이 강해서
눈으로 인지 해도 머릿속에 남아 있는 시간이 길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미지로 편집된 것들 영상으로 지식을 흡수하지만
인간이 진보 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것 종이와 활자 인쇄!ㅎㅎ
화가님 오늘 출근길 종이책 한권 챙기셨을 것 같습니다
한 주 시작 행복하게 ^^

mini74 2022-04-25 1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라진 직업 식자공도 떠오르네요 ~ 책을 읽는다고 오늘의 삶이 달라지진 않겠지만 내 마음은 달라지는거 같아요 ㅎㅎ 수잔손택의 글귀 책상위에 써 붙이고 싶어요 ㅎㅎ

scott 2022-04-25 10:48   좋아요 1 | URL
손택 여사님 말씀 넘 좋쥬 !ㅎㅎ

미니님의 책읽기
한적하고 나른한 오후 시간
한 손엔 똘망이
한 손엔 책!을 들고 계시는 모습 이실 것 같습니다
      ∧_∧💕
。゚゚・。・゚゚,(・ω・*)ββ
゚,   。⊂⊂__⊃
 ゚・。・゚ ஐʜᵅᵖᵖᵞ ᵈᵃᵞஐ

호두파이 2022-04-25 13: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손택 작가님의 저 말, 곁에 두고 있어요 매력적인 문장이죠ㅎㅎ 스콧님 덕분에 좋은 책 한 권 또 담아갑니다~

scott 2022-04-25 23:10   좋아요 1 | URL
[내 작은 자살] 이보다 더 멋진 명구는 없을 것 같죠
호두파이님 손택 여사님 찐 사랑 💗

호두 파이님 굿! 밤 ^^
 

['러시아 문학'이라고 부르는 것, 그 개념 자체에 대해 비 러시아인들은 19세기 중반 부터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대여섯 명의 위대한 작가들이 배출되었다는 사실을 우선 떠올린다. 산문 뿐 아니라 번역 불가 한 시인들까지 포함 시키는 러시아 독자들에게는 그 범주가 더 확장되지만, 이들 역시 러시아 문학이라고 하면 눈부신 대작들이 탄생한 19세기에 초첨을 맞춘다. 다시 말하면, '러시아 문학'은 최근의 사건이다. 게다가 특정 시기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러시아 문학을 이미 완성되고 종결된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는 지난 40년 간 소비에트 체제 아래에서 보잘것없는 주변 문학들 만 만들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1917년 2월 혁명이 발발 한지 몇 일 만에 나보코프의 아버지는 페테르부르크 임시 정부의 수장이 되지만 10월 피의 혁명으로 숙청의 칼날이 다가 오는 순간 가족을 데리고 크리미아 반도로 이주 한다.


1918년 혁명군이 나보코프의 아버지에게 현상금을 걸고 추격하자 가족들은 우크라이나 르비우 지역으로 넘어가 지인 소유의 영지에 숨어 살게 된다.

혁명은 곧 끝이 날 것 이라 믿었던 나보코프의 아버지는 크리미아 반도의 법무부 장관 자리에 앉지만 1919년 황제가 이끄는 백군이 혁명군에 대패 하면서 나보코프 가족은 영원히 러시아 땅을 밟지 못한 채 유럽 전역을 떠도는 망명자가 된다.


1920년 시린이라는 필명으로 시인으로 활동 했던 나보코프는 1923년 부유한 유대계 러시아 출신의 베라를 만나 2년 후 결혼한다.

나보코프는 나치의 압박과 추적을 피해 다니며 번역과 작품 활동을 하며 생계를 이어 나가 던 중 1937년 독일에서 프랑스로 건너가 <마법사>라는 책을 출간 하며 작품 활동을 펼친다.

1940년 독일 나치가 프랑스 땅을 점령 하자 나보코프는 아내 베라와 아들 드미트리와 함께 미국행 난민선에 겨우 탑승해서 탈출에 성공한다.


1940년 미국 맨해튼에 정착한 나보코프는 자연사 박물관 나비 보존실 자원봉사로 활동하면서 지난 시절에 틈틈히 쓰고 번역했던 원고 뭉치를 정리해 나가기 시작한다.


[다행히도 러시아 문학에 대한 총 2천 페이지에 달하는 1백 개의 강의록을 가지고 있었다. 그 덕분에 웰즐리 대학과 코넬 대학에서 강의하며 보낸 20년 세월은 행복했다.]


1940년 5월 나보코프는 미국에 도착한 이후 부터 1941년 스탠퍼드 대학 여름 학기 첫 강의에서 이전 미국 대학 러시아 문학 부에서 어느 누구도 시도 한 적 없는 강의를 펼치기 시작한다.

1941년 웰즐리 대학 러시아어학과 가을 학기 부터 전임 교수로 부임한 나보코프는 러시아 언어와 문법을 가르치며 '번역으로 읽는 러시아 문학 고찰'이라는 과목을 개설 했다.


1948년 부터 코넬 대학 슬라브학과 부교수로 재직 하면서 '유럽 산문의 거장들', '번역으로 읽는 러시아 문학' 과목을 가르치며 1950년대 미국 대학에 러시아 문학 열풍을 일으킨다.


[나는 19세기 초 이후 배출된 러시아 산문과 운문 작품들 중 가장 뛰어난 것들을 뽑아서 그 분량을 세어 본 적이 있는데, 일반 식자로 2만 3천 페이지였다. 프랑스 문학도 영국 문학도 이런 식으로 압축하기는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이들 문학은 몇 세기에 걸쳐서 발전해 왔고, 대작들의 수만 해도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한 편의 중세 시대 걸작을 제외하면 러시아 산문은 19세기의 암포라(손잡이 달린 항아리)안에 다 들어가고 지금까지 쌓인 나머지 산문들은 크림 용 작은 사기 그릇 안에 들어갈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나보코프가 직접 손으로 쓴 <러시아 문학 >강의록은 나보코프의 아내 베라의 타이핑으로 묶여져서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 출간 되었다.


나보코프가 손잡이 달린 항아리 '암포라' 속에 19세기 러시아 문학에는 총 여섯 명의 작가들,고골,투르게네프,톨스토이,도스토옙스키,체호프, 고리키의 열 네편의 작품들이 담겨 있다.

<러시아 문학>강의록에 담긴 19세기 러시아 문학은 '사실적인 인간'의 모습과 '사실적인 범죄'의 유형 그리고 관료주의로 인해 고통 받는 농노와 선량한 시민들의 모습이 나보코프의 냉철한 시각과 비평으로 재탄생 한다.


나비 채집을 사랑했던 나보코프는 돌아 갈 수 없는 고국의 언어를 낯선 미국 땅에서 채집 하듯 기억 저편 속에 잠재 되어 있는 회상을 통해 작품 속 인물들의 삶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 냈다.


[강의를 할 때 나는 학생들에게 디테일, 그리고 감각의 불꽃을 타오르게 하는 그 디테일 간의 조화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것이 없는 책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 이기 때문이다.]

1953년 9월, 코넬 대학 러시아 문학 첫 번째 수업에서 나보코프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수업을 수강 하는 이유를 적어서 제출 하라고 했다.

학생들은 이런 답변을 제출했다.

'이야기를 좋아 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차차 다락방이 있는 집을 잊어 갔다. 그러나 아주 가끔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나 책을 읽고 있을 때면 문득 그 창문에 비친 녹색의 등불이라든지 사랑하던 내가 집으로 돌아가면서 추워서 손을 비비던 그날 밤들의 일이 떠오르곤 했다.]

-안톤 체호프 <다락방이 있는 집에서>


4월, 나보코프의 강의록을 꺼내 펼치며 1940년, 50년대 그의 강의를 직접 들었던 학생들 모습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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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04-22 16: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 멋집니다. 원서까지 읽으셨군요.
책 냉큼 담아갑니다
이야기를 좋아해 찾아왔다는 4,50년대 미국 학생처럼
두근대며...

2022-04-22 16: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레이스 2022-04-22 16: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항상 알림받자마자 리뷰를 보게되네요^^
저 이책 장바구니 담아놨었는데, 바로 읽을 시간이 없을 듯 해서 제가 제 자신에게 눈치를 보는 중이었어요 ㅋㅋ

scott 2022-04-22 16:28   좋아요 4 | URL
책탑 쌓여가는 눈치😄
읽을 책 많아서
행복하기도 하고
장바구니는 터져가고 있는중🤗

그레이스 2022-04-22 16:31   좋아요 4 | URL
있는 책이라도 빨리 읽자 했는데 제가 막 저를 설득하고 있어요.
이 책은 필요해 하고 ... 사야할 이유를 막 만들고 있는 중요ㅋ

2022-04-22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햇살과함께 2022-04-22 21:33   좋아요 3 | URL
ㅋㅋ 그레이스님 너무 막 공감되네요!!

scott 2022-04-22 21:36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서재
최고의 보물 찾기
ლ(╹◡╹ლ)

mini74 2022-04-22 22: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콧님덕에 능력은 안되는데 ㅎㅎ눈만 높아집니다 ㅠㅠ 저도 일단 담아갑니다 스콧님. 나보코프가 소개하는 러시아문학 궁금하네요.

2022-04-22 2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2-04-23 02: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은 적 없지만, 《나보코프의 러시아 문학 강의》 개정판이 나왔군요 나보코프 잘 몰랐는데 나보코프도 힘든 시절이 있었고 살아 남아서 미국에서 러시아 문학 강의를 했군요

scott 님 주말 책과 함께 즐겁게 보내세요


희선

scott 2022-04-23 15:07   좋아요 1 | URL
나보코프 이책 출판사에서 수년전에 출간 했다가 절판,
이번에 가격이 만원 껑충 !ㅠㅠ

오늘 기온이 27도까지 올라 갔네요
4월 주말
희선님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

페넬로페 2022-04-23 12: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앞부분의 문장처럼 러시아문학이 19세기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는게 참 신기하군요.
나름 그 시대에 그들에게 주어진 것들이 있는가 봅니다.
나보코프의 생애도 파란만장 하군요
매번 scott님 덕분에 배경지식이 늘어납니다.
또한 읽어야 할 책도 쌓이고요 ㅎㅎ

scott 2022-04-23 15:08   좋아요 1 | URL
나보코프의 생애
러시아 소설 만큼 파란 만장 합니다.

페넬로페님 책 탑 속에도 이 책이 ㅎㅎ
주말 가족과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