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롱은 다른 아이들이 그토록 반기는 것을 겁내는 자기 아이를 보니 마음이 아팠고 이 아이가 용감하게 세상에 맞서 살아갈 수 있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 중에서









1985년 12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어느 날 아침, 아일랜드의 제조업 생산기지가 있는 도시 뉴로스로 석탄 배달일을 하며 아내와 딸 다섯을 부양하는 책임감 강한 가장 빌 펄롱은 수녀원 창고에 석탄을 배달 하러 갔던 날, 그의 삶을 통째로 뒤흔들어 버리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펄롱과 눈이 마주친 수녀원 안의 아이들은 창문을 쳐다보고 숨을 들이마시더니 울음을 터뜨리거나 상냥한 미소와 친절한 사람에게 익숙하지 않은지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바닥에 엎드린 채 광택제 통을 놓고 죽어라고 바닥을 닦고 있었다.

여자 아이들 눈에 흉측한 다래끼가 끼어 있는 모습을 발견한 펄롱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수녀원 아이들의 모습이 눈 앞에 아른 거린다.

다음 날 다시 찾아간 수녀원 바로 옆 세인트마거릿 학교 사이에 놓인 높은 담벼락 꼭대기에 깨진 유리조각이 촘촘히 박혀 있다는 사실에 놀란 펄롱은 며칠이 지나 다시 석탄 배달을 하러 찾아간 창고에 갇혀 있는 여자 아이를 발견한다.

그 여자 아이는 뜻밖에도 펄롱에게 14개월 된 자신의 아기의 행방을 묻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수녀원장은 펄롱에게 뜨거운 차를 내놓으면서도 얼른 돌아 가주기를 바라는 눈치를 한껏 풍긴다.

뭔가 작지만 단단한 것이 목구멍에 맺혔고 애를 써보았지만 그걸 말로 꺼낼 수도 삼킬 수도 없었다. 끝내 펄롱은 두 사람 사이에 생긴 것을 그냥 넘기지도 말로 풀어내지도 못했다.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 중에서

"아일랜드의 모자 보호소와 막달레나 세탁소에서 고통 받았던 여자들과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바칩니다"라는 헌사로 시작되는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아일랜드 인들 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막달레나 강제 세탁소(수용소) 사건을 소재로 했지만, 막달레나 수용소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역 조선소가 문을 닫고 비료 공장은 여러 차례 해고를 단행했던 혹독한 시기에도 하루 하루 일감이 끊이지 않은 자신이 운이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며 거래처와 이웃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평범한 가장의 가장 큰 목표는 다섯 명의 딸들을 훌륭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학교(세인트마거릿 학교) 졸업생으로 키워 내는 것이다.

하루 하루 성실하게 살고 있던 펄롱이 종교적 위선에 짓밟히고 있는 자신의 딸들과 비슷한 또래를 외면 하지 못한 채 갈등 하는 모습에서 작가 클레어 키건은 ‘자신의 삶도 버텨나가기도 어려운데 소시민으로서 어디까지 사회의 불법과 위선에 목소리를 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진다.

수녀원의 실상을 마주한 펄롱의 마음 한 구석에는 “여기 오지 않았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며 수녀원장과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50파운드 지폐를 덥석 받아버린다.

펄롱은 수녀원에 감금된 소녀들이 노동과 인권을 착취 당하는 걸 외면 하고 거래처의 일감을 착실하게 챙겨서 가족들과 살뜰하게 살아 갈 수 있었다.

그렇게 하면 그는 수녀원에 감금 된 소녀들을 마주 하지 않았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에게 지켜야 하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가족이 있었다.

50파운드 지폐는 정육점 외상값을 갚고도 남고 칠면조와 햄도 살 수 있을 정도의 액수 였지만 펄롱은 봉투를 구겨 석탄통에 던져 버린다.

그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든 건 수녀원장에게 아무것도 묻지 못한 것도 아니였고 석탄 광에 갇혀 있는 아이의 모습을 목격 해서도 아니였다.



펄롱을 괴롭힌 것은 아이가 석탄 광에 갇혀 있었다는 것도, 수녀원장의 태도도 아니었다. 펄롱이 거기에 있는 동안 그 아이가 받은 취급을 보고만 있었고 그 애의 아기에 관해 묻지도 않았고-그 아이가 부탁한 단 한 가지 일인데-수녀원장이 준 돈을 받았고 텅 빈 식탁에 앉은 아이를 작은 카디건 아래에서 젖이 새서 블라우스에 얼룩이 지는 채로 내버려두고 나와 위선자처럼 미사를 보러 갔다는 사실이었다.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 중에서


남편 펄롱이 자신의 위선에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지켜 본 그의 아내는 “그런 일은 우리와 아무 상관없다”며 “생각할수록 울적해지기만 할 뿐 사람이 살아가려면 모른 척해야 하는 일도 있다며 남편에게 외면하면 그만" 이라고 말한다.


펄롱의 이웃들도 상관 하지 말고 조심하는 편이 앞으로 편히 살아 갈 수 있다며 수녀들 눈 밖에 나지 말라고 경고가 섞인 말을 내뱉는다.

하루 하루 노동으로 먹고 사는 서민들은 다수의 횡포에 대해 조용한 침묵을 유지 하는 편이 이 세상을 지혜롭게 사는 법이라 조언을 들은 펄롱은 안락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침묵 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밤, 펄롱은 다시 수녀원 주변을 배회하다 창고에 갇혀 있던 여자 아이를 찾아 데리고 나오면서 이렇게 말한다.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일랜드 인들 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막달레나 세탁소>는 18세기부터 아일랜드 가톨릭교회가 정부와 함께 몸을 버린 여자들을 재교육 시킨다는 명목으로 미혼모와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를 수용했던 곳으로 실제 이곳을 거쳐간 이들은 강제 노역과 학대, 감금, 폭행을 당하며 수세기 동안 여성과 아이들의 삶이 끔찍하게 짓밟혔던 곳이다.

정확한 조사나 기록조차 없는 이곳을 거쳐간 여성들과 아이들은 약 3만 명에 달하지만 무덤조차 찾지 못할 정도로 시신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버려졌는지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1996년에야 문을 닫았고 2013년이 되어서야 아일랜드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최악의 상황은 이제 시작이라는 걸 펄롱은 알았다. 벌써 저 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는 고생길이 느껴졌다. 하지만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이미 지나갔다.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평생 지고 살아야 했을 일은 지나갔다. 지금부터 마주하게 될 고통은 어떤 것이든 지금 옆에 있는 이 아이가 이미 겪은 것, 어쩌면 앞으로도 겪어야 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기 집으로 가는 길을 맨발인 아이를 데리고 구두 상자를 들고 걸어 올라가는 펄롱의 가슴속에서는 두려움이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했으나, 그럼에도 펄롱은 순진한 마음으로 자기들은 어떻게든 해나가리라 기대했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다수의 침묵으로 묵인 되어 왔던 인권 유린에 맞선 펄롱은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크리스마스 날, 길을 가던 노인에게 묻는다.

“이 길로 가면 어디로 나오는지 알려주실 수 있어요?”

사랑을 실천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진정으로 따르는 사람이 펄롱이라는 걸 그 노인을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 노인은 펄롱에게 이렇게 답한다.

“이 길로 어디든 자네가 원하는 데로 갈 수 있다네.”


매년 출판사에서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시기에 가장 많은 독자들이 읽은 책들 순위를 발표 한다.

2024년 거의 모든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점에서 1위를 차지 한 책들은 자기계발 분야의 <세이노의 가르침>과 소설 분야의 클레어 키건의 <이토록 사소한 것들>이다.

인터넷에 올라 온 글이 인쇄 된 책으로 출간 되자 마자 1년 만에 100만부를 찍어낸 <세이노의 가르침>에 가장 큰 가르침은 다음과 같다.

-삶의 우열은 돈으로 가려지는 것이 아니다.

-주식 투자는 쓸 일이 없는 여유 자금으로 하라.

-놀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헛된 환상을 버려라.

- 부자가 되려면 좁은 문으로 가라


시중의 거의 모든 자기계발서에는 누구나 노력하면 백만장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세이노는 “성공은 운명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성공을 원하고,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하며, 그 꿈을 실천에 옮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성공할 수 있다”며 인생은 자전거와 같아서 뒷바퀴를 돌리는 것은 나의 발이고 앞바퀴를 돌려 방향을 잡는 것도 나의 손이고 눈이고 의지이며 정신이기 때문에 부자가 되려면 미래 방정식에 지금의 처지를 대입하면 절대 절대, 절대, 절대 안 된다는 일침을 가한다.

이 세상에 누구나 부자로 살고 싶어 하고 부자를 꿈꾼다.

로또 판매의 상승이 단 한 번도 하락 한 적이 없고 미래의 운명과 액운을 비방 하는 법을 알려주는 점집을 단 한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정도로 현실의 삶에서 벗어나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것이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 막막할 때 우리는 가까운 이들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온라인 오프라인에 떠도는 명언들을 찾아 보거나 영화나 드라마 책에서 삶의 지혜와 교훈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앞날을 밝게 해주거나 현재 처한 어려움을 극복하게 해주지 못한다.

점술가에게 인생을 앞날을 미래를 현재의 고통과 고난을 물어봐도 뽀족한 대안이나 비방이 되어 주지 못한다.

상담 비용을 지불하고 나서 깊이 생각해 보면 결국에 이 모든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나 자신 뿐이다.

어느 누구도 나를 대신해서 살아 주지 못한다. 살아가는 것이 힘겹고 앞 날이 막막해도 내 스스로 헤쳐 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자 숙명이다.

그러니 주변에 누군가 어려움에 처했다거나 이웃의 고통에 대해 크게 걱정하거나 신경 쓸 여유도 없고 어려움을 해결 해 줄 의인이나 위인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누군가의 슬픔에 걱정 하기 보다 내 삶을 살기에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따끔씩 책을 펼치면 나와 다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펼쳐 진다.

나처럼 고통에 처하고 나처럼 슬픔에 빠져 있는 모습에 공감 할 때도 있지만 이런 삶과 이런 환경에서도 모든 걸 감당하고 이겨내는 뜻하지 않은 삶의 모습에 감동을 받을 때도 있다.

특히 작가가 창작한 허구의 삶을 그린 소설을 읽는 순간 두 번 째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소설을 읽는 동안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잊은 채 경의로운 감정에 사로잡혀서 현재의 삶보다 더 생생한 허구의 삶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소설을 읽으면서 살게 되는 두 번째 삶을 통해 나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또 다른 이가 안고 있는 운명을 간접 경험 하듯 함께 생각하고 느끼면서 비로소 타인의 삶을 이해 하게 된다.

소설은 인간이 만들어 낸 허구의 세상이다.

소설이 보여주는 삶의 본질은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철학 그리고 사상이 녹아 들어가서 다른 환경에 처한 이들의 삶을 이해 하고 공감 하며 세상의 어둠을 외면 하지 않게 만드는 희망을 품고 있다.

이 세상은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인생도 내 마음과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마음 먹은 데로 이루어지는 것이 없는 것이 인생이고 그것이 진정한 삶이라는 현실이 때로는 슬프고 비극적이여서 이 모순된 세상에서 상상의 공간이 없다면 숨조차 마음껏 쉴 여유가 없을 정도로 허구의 이야기가 사라지는 순간 암흑의 세상에서 살게 되는 것이다.

1985년, 나라 전체가 실업과 빈곤에 허덕이며 혹독한 겨울을 지나고 있는 아일랜드의 소도시 뉴로스를 배경으로 한 소설 <이토록 사소한 것들>은 제목 그대로 소설 속에 등장 하는 이야기는 지나쳐 버려도 상관 없을 정도로 사소한 것들이다.

무려 70여년의 세월 동안 잔혹한 인권 유린을 자행 해 왔던 곳이 신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행하는 수도원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사소한 것들을 짓밟는 모순된 이기적인 집단들이라는 실체를 밝혀 낸 작가 클레어 키건은 소설 속 인물을 통해 사회고발적이거나 역사고발적인 주제를 펼쳐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종교적 모순과 수녀원의 비리와 악랄함에 집중하지 않고 실상을 목격한 노동 계층의 남자 주인공이 갈등하고 번민 하는 모습에서 그의 도덕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가 살아온 과거의 시간에서 느낀 비참함이나 가족과 함께 살면서 느꼈던 감격의 순간들을 교차 시켜 보여 주면서 인간의 실존적 고민과 삶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버지도 모른 채 태어나 어느 노부인의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얹혀 살았던 펄롱은 성실하게 일해서 세 딸을 낳아 건실한 가정을 꾸리고 있지만 어느 한 순간 . “모든 걸 다 잃는 일이 너무나 쉽게 일어난다'는 걸 알고 있는 사회 밑바닥 계층이다.

삶의 안정과 불안 사이에서 갈등 하던 펄롱은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라며 어찌할 수 없이 휘말려 버린 거센 소용돌이 속에 모든 것을 잃어 버릴 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도 결국 이 세상을 버텨내고 살아 나갈 수 있는 힘은 사랑이라 믿으며 수도원에 감금된 그 아이를 집으로 데려 온다.

2024년 한 해 동안 모두가 어렵고 힘겨운 시기를 무사히 견뎌 내고 12월 행복한 성탄절을 기다리며 마음이 들뜨는 시기에 뜻하지 않게 비상 계엄이 발발 했다.

단 두 시간 만에 시민들의 힘으로 계엄을 무효화 시켰지만 대한민국의 국격은 단숨에 밑바닥으로 추락 해 버렸고 나라 안 밖으로 비상 경제의 수렁에 빠져 버렸다.

자신의 아내를 지키기 위해 '사랑' 때문에 비상 계엄을 선포 한 권력자는 법률 책은 읽었서도 소설은 물론이고 활자로 적힌 책은 단 한 줄도 읽어 보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문자가 발명 되어 인쇄 기술 혁명으로 책이라는 도구가 생겨난 이후로 수 세기 전 사람들은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 하며 책을 읽는 것이 삶을 살아가는 데 유용한 수단이자 참된 지혜라는 것을 강조 해왔다.

책을 읽는 것은 낯선 세상과 만나는 것으로 나와 다른 세상에서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피부색을 가진 이들을 책을 통해 대화하고 이해 하고 소통하게 되는 것이다.

인생을 바꾼 책은 누구에게나 한 권 쯤은 있을 것이다.

구글 창을 열면 무엇이든지 검색해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시대에서 AI인공지능이 대신 읽어주고, 대신 검색 해주고 대신 글을 써 주는 시대를 살고 있다.

실체가 보이지 않는 AI인공지능과 대화 하며 친구를 맺을 수 있지만 AI인공지능이 내 삶을 대신 살아 주지 못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코로 숨을 쉬고 팔 다리를 움직이며 땅 바닥을 딛고 살아가야 하는 곳이다.

삶의 지혜와 조언을 줄 수 있는 곳이 숏폼이나 유툽 영상이 되어 주지 못한다.

남들이 무엇을 입고,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을 보는 데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허비 해서는 안된다.

태어난 환경을 탓하고, 부모를 탓하고, 주변 상황을 탓하고 사주를 탓해 봤자 소용이 없다.

점술가도 예언가도 타인의 운명의 방향을 바꾸지 못한다.

설령, 로또 당첨 행운의 날벼락을 맞게 된다 해도 현재의 삶과 크게 달라지기 보다 오히려 불운을 떠 않는 경우가 많듯이 삶의 지혜를 얻고 싶으면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채워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스스로 찾아 그 해답을 알기 위해 노력 해야 한다.

어쩌면 책을 읽는 시간은 가장 헛된 시간일지 모르고 삶에 그리 큰 교훈이나 깊은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

인생을 단 한 단어로 줄이면 [이야기] 즉,서로 다른 이들의 삶의 [이야기]다.

살아 온 세월은 이야기의 연속이고 인생 자체가 이야기 보따리다.

따라서 책을 읽는 동안 허구의 인물들의 시선으로 두 번의 삶을 살게 되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며 진정한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양서는 처음 읽을 때는 새 친구를 얻은 것 같고,

전에 정독한 책을 다시 읽을 때는 옛 친구를 만나는 것 같다.

- 골드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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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훈드여, 새로운 사상은 반드시 두 가지 질문을 받게 되오. 하나는 그 사상이 약할 때: 너는 어떤 존재인가? 타협하고 거래하고 사회에 순응하며 자기 자리를 찾아 살아남으려 노력하는가, 아니면 앞뒤가 꽉 막힌 고집불통에 꼬장꼬장하고 게다가 멍청하기 짝이 없어 산들바람에 휘어지느니 차라리 부러지는 쪽을 택하는가?─후자인 경우, 대개는 (백 번 중 아흔아홉 번쯤) 산산이 부서지기 마련이오. 그러나 백번째에는 세상을 뒤바꿀 수도 있소.

-살만 루슈디의 <악마의 시> 중에서


1989년 9월 살만 루슈디의 <악마의 시>가 출간 되자마자 이슬람교의 선지자 무함마드를 비하 하고 모독 했다는 이유로 이 책을 불태우며 극렬한 시위로 들끓어 오른다.


악마의 시는 무슬림 인구 집단이 많은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수단, 남아프리카 공화국, 스리랑카, 태국, 탄자니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베네수엘라 등의 국가에서 출판을 금지 시켜버린다.

1990년 2월 14일 이란 테헤란 국영 라디오 방송에서 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1989년 6월 사망) 유언으로 남긴 '무슬림을 모독한 자는 처단하라'라는 종교 법령' 파트와'를 발표하며 각지에 흩어져 있는 무슬림들은 살만 루슈디를 발견 하는 즉시 무함마드의 이름으로 처단 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1990년 2월 14일 파트와가 발령된 다음날 부터 살만 루슈디는 기나긴 도피 생활을 시작 하고 전 세계 곳곳에서 <악마의 시>를 불 태우는 시위와 작가 살만 루슈디의 생명을 지키자는 시위로 극렬하게 나눠져 버린다.

이 책을 출간하는 나라의 담당 출판사들은 무슬림으로 부터 폭탄 테러 위협을 받았고 악마의 시를 번역한 이들은 무슬림 폭도들에게 공격 당하거나 살해를 당했다.

유럽에서 <악마의 시>를 가장 먼저 출간한 이탈리아와 노르웨이 그리고 아시아 국가에서는 일본의 번역가와 출판인들이 무슬림의 공격으로 안타까운 생명을 잃자 세계 각국의 출판인들과 작가 단체들은 즉각적으로 살만 루슈디와 출판인들과 번역가들을 무슬림의 테러 대상에서 보호 받아야 하고 표현의 자유를 존중 하라는 선언서를 발표 한다.

영국은 살만 루슈디를 24시간 밀착 보호 하며 이란에게 경제적 외교적 제재 조치를 취했다.


살라딘은 참지 못하고 낄낄거렸다. 그 사건이 다윈의 보복처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덤스데이는 저 딱딱한 빅토리아시대에 살았던 불쌍한 찰스에게 미국의 마약문화에 대한 책임을 덮어씌웠다. 그런데 지구 반대편에 와서는 자기가 그토록 반대하던 부도덕한 문화를 상징하는 존재로 전락해버렸다.

-살만 루슈디의 <악마의 시>중에서

1981년 <한밤의 아이들> 출간한 살만 루슈디는 전 세계 주요 문학상을 휩쓸며 세계 문단 중심에서 '표현의 자유'를 상징하는 인물이 되었다.

영국 정보부의 보호 아래 수시로 거주지를 옮겨 다녔던 살만 루슈디는 어느 날 문득 자신이 머물렀던 곳을 세워 보다가 사용했던 침대가 무려 56개나 된다는 사실에 놀라며 본격적으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 격투기, 권투 같은 호신술을 배운다.

호메이니는 <악마의 시>가 본격적으로 서점에 깔리기 3개월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유언을 반드시 지킨다는 무슬림들이 파트와는 발령한 사람만 취소 할 수 있다는 근거를 내세우며 살만 루슈디를 향한 칼 끝을 저버리지 않았다.

제국 시절에 북아프리카 이슬람국가를 지배해서 무슬림의 이민자들과 난민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프랑스는 1993년에서야 <악마의 시>를 번역 출간 하고 이슬람의 테러 행위가 미국 땅으로 번질 것을 우려 했던 미국은 프랑스 출간에 뒤이어 미국판을 출간하기 시작했다.

파트와 법령을 충실하게 시행했던 무슬림 폭도와 테러리스트들은 세계 곳곳에 알라라는 이름으로 무고한 이들을 대상으로 분노하고 테러짓을 저지르는 동안 살만 루슈디는 공포심에 떨며 무기력하게 살지 않았다.

그는 매일 각종 호신술을 연마 했고 전 세계 여러 매체에 출연해서 언론의자유, 종교적, 관용, 문학의 자유에 대해 소신 발언을 하며 전세계 여론을 움직였다.

1998년 서방 국가의 제재 압력에 버티기 힘들었던 이란은 루슈디의 사형 선고를 철회 한다고 발표 했지만 루슈디를 처단 하는 어떤 무슬림도 처벌하겠다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

파트와 법령이 발표 되자 마자 이틀에 한 번씩 거주지를 옮겨 다녔던 살만 루슈디는 도저히 이런 상태로 살 수 없다고 스스로 결론을 내리고 미국으로 건너가 버린다.



용서 할 수 없는 일이란 어떤 것인가? 자기가 신뢰할 수 없는 사람에게 전부를 들키는 것, 그 살 떨리는 벌거벗음의 상태 그것이 아니면 또 무엇이겠는가?- 일찍이 지브릴은 살라딘 참차의 모든 비밀이 고스란히 드러나버린 상황을 -납치,추락,체포 -목격하지 않았던가?

-살만 루슈디의 <악마의 시> 중에서


반세기를 지나서도 무슬림들은 <악마의 시>를 쓴 작가 살만 루슈디를 용서 하지 않았다.

2022년 여름 살만 루슈디는 뉴욕대에 주최하는 강연장 무대 위에 오르는 순간 이슬람 테러리스트 가 휘두르는 칼에 찔려 한쪽 팔의 신경이 완전히 끊어졌고 한 쪽 눈 시력도 완전히 상실했다.



바닥에 쓰러져 내 몸에서 바깥쪽으로 퍼져가던 피 웅덩이를 바라보던 모습이 기억난다.

피가 많네. 나는 생각했다. 그런 다음에는 내가 죽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극적이고 특별히 끔찍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누군가의 엄지손가락이 내 목을 눌렀다. 큰 엄지손가락 같았다. 그 손가락이 가장 큰 상처를 눌러 내 생명이 담긴 피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았다.

-살만 루슈디의 <나이프> 중에서


원형 극장 무대에 살만 루슈디가 올라가는 순간 검은 옷에 검은 마스크를 쓴 24세 무슬림 청년이 달려들어 날카로운 칼로 목을 찌르고 얼굴 위쪽과 입 왼쪽, 가슴, 허벅지를 차례차례 찌른다.

살인마 무슬림 청년이 살만 루슈디를 찌른 시간은 단 27초

현장에 있었던 소방관과 의사들의 빠른 응급처리를 받은 살만 루슈디는 왼손 힘줄과 대부분의 신경이 끊어진 상태로 응급실로 실려와 죽음을 향해 갔다.


눈을 잃었다.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려 애썼다. 시신경이 손상되었고 그걸로 끝이었다. 그는 나를 죽이지 못했으나 내 눈을 가져갔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여전히 그 상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눈을 잃는다는 건 신체적으로 힘든 일이다.

시야의 4분의 1을 아예 보지 못한다는 건 그 자체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


엄청난 마취제를 투여 받은 살만 루슈디는 가족 앞에서 이렇게 말한다.

' 삶을 되찾아야 해. 죽음과 비슷한 상황에서 그저 회복만 할 수는 없어.

삶을 되찾아야 해.'

일주일 동안 끔찍한 수술을 마치고 일주일 회복 기간 동안 살만 루슈디는 앉고 일어서고 걷고 움직이는 법을 천천히 시도하고 파트와 법령 선포 당시 아홉 살 나이였던 아들, 이제는 새 하얀 머리카락으로 풍성하게 뒤덮인 그 아들의 손을 잡고 병원을 나와 집으로 돌아간다.

끔찍한 사고를 겪은지 18일 만에 살만 루슈디는 환자복을 벗고 티셔츠와 운동복 바지와 운동화를 신고 휠체어에 올라탄다.

그는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염탐 하는 눈도 귀도 없는 곳에서 조용히 회복의 시간을 갖고 칼이 아닌 펜을 들고 한 글자 씩 써내려 가기 시작한다.


언어도 칼이었다.언어는 세상을 베어 세상의 의미를 그 내적 작동 방식과 비밀과 진실을 드러낼 수 있었다. 언어는 하나의 현실에서 다른 현실로 베어 들어갈 수 있었다. 언어는 헛소리를 지적하고 사람들의 눈을 뜨게 하고 아름다움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언어가 나의 칼이었다.


살만 루슈디에게 칼을 들고 달려간 테러리스트 이름은 하디 마타르 24살의 레바논 출신인 그는 ‘악마의 시’를 단 두 페이지만 읽은 뒤 범행을 계획했다고 경찰에 진술했지만 그의 집에선 3만개가 넘는 증거물들이 쏟아졌다.

이란과 이슬람 국가는 이 사건과 자국의 연관성을 전면 부인했고 그 테러리스트도 단독범행이라 자백했다.

현재 미국 경찰은 배후 세력을 찾아내지 못했다.

파트와가 선포 된지 33년 6개월의 시간이 흘러 칼에 찔린 살만 루슈디는 강한 의지로 살아 남았다.

그는 회복 기간 동안 자신의 목을 찌른 그 테러리스트에게 범행의 이유를 묻는 일문일답 형식의 상상속 대화를 시도한다.



-살만 루슈디

신의 본성에 대해 물어봐도 될까?

-테러리스트

신은 모든 것을 포괄하기고 모든 것을 아시지. 그분은 곧 모든 것이야.

-살만 루슈디

너희의 전통에 따르면, 너희의 신과 그 책에 나오는 다른 민족들. 그러니까 유대인이나 기독교인이 믿는 신은 다른 거지? 그 사람들은 그들의 책에 적혀 있는 대로 신이 자신의 형상을 본떠서 사람을 만들었다고 하던데.

-테러리스트

그들이 틀렸어.

-살만 루슈디

너는 내가 부정직할 뿐 아니라 악마이기도 하다는 거네. 그래서 나를 죽이는 게 옳다는 거야?

-테러리스트

너는 새끼 악마일 뿐이야. 그러니 자만하지 마. 하긴 새끼도 악마도 악마지.

-살만 루슈디

악마는 파멸 시켜야 하고?

-테러리스트

그래, 넌 이십억 명의 미움을 받고 있어. 그것만 알면 돼. 그렇게 까지 미움을 받다니. 어떤 기분일까? 벌레가 된 기분이겠지 잘난 체하며 온갖 말을 떠들어대지만 사실 너는 자신이 벌레 보다 못하다는 걸 알고 있어. 발로 밟아 죽여야 할 벌레 말이야. 넌 다른 나라고 여행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전 세계 나라의 절반 정도에는 발도 들일 수 없어. 그런 곳들에서는 너에 대한 증오가 너무도 강하니까.

-살만 루슈디

평범한 남자에게 할 만한 평범한 질문이야. 사랑에 빠진 적이 있나?

-테러리스트

난 신을 사랑한다.


살만 루슈디의 <악마의 시>가 출간 되고 나서 학자들 사이에서도 신성을 모독했는지 아닌지를 놓고 서로 다른 의견으로 갈라졌다.

1989년 ‘악마의 시’는 출간 되자마자 금서로 지정돼 수입·유통·출판이 금지되어서 이슬람권에서 책을 읽은 사람이 드물었고 살만 루슈디에게 칼을 휘두른 테러리스트도 딱 두 페이지만 읽어 보고 범행을 계획했다.

실제로 이 작품을 읽어 보면 신성 모독이 아닌 시대와 사회에 대한 풍자와 유머로 가득 찬 20세기 <돈키호테> 같은 스토리라는 걸 알게 된다.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까닭은 온건한 사람으로 보이길 거부했기 때문입니다.내가 여기 있는 까닭은 내가 감사할 줄 모르는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착각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이유는 모든 것을 변화 시키기 위해서 입니다. 물론 우리 자신도 변화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아프리카인,카리브인, 인도인,파키스탄인,방글라데시인, 키프로스인, 중국인-만약 우리가 저 바다를 건너오지 않았다면, 만약 우리의 어머니와 아버지 들이 일자리와 존엄성과 자식들의 더 나은 삶을 찾아 저 하늘을 건너오지 않았다면 우리 모습은 지금과는 전혀 달랐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다시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이 사회를 다시 만드는 사람들이 되어야만 합니다. 죽은 나무를 잘라내고 새 나무를 심어야 합니다. 이번에는 우리 차례입니다.

-살만 루슈디 <악마의 시>중에서


봄베이발 여객기가 런던 상공에서 폭발하고 두 남자 살라딘 참차와 지브릴 파리슈타만 살아 남는다.

살아 남은 두 사람의 운명은 부서지고 흩어져 버린 비행기 잔해 속에서 탑승 했을 때의 영혼과 자아를 벗어 던져 버린다.

모국어도 잊어 버리고 도저히 설명하기 힘든 영혼, 초능력을 갖은 두 사람의 미래는 이미 현실에서 소멸 되어 버린 채 지상의 천사로 다시 태어난다.


'다시 태어난 거야. 자네와 나. 생일 축하하네. 이봐 생일 축하 한다고.'

작가 살만 루슈디는 홀수 장에서 비행기에서 추락 하기 전 지상에서 15년 동안 배우의 삶을 살았던 지브릴 파리슈타의 삶을 보여 주고 짝수 장에서는 천사로 변신한 모습으로 교차 시키며 세상을 들끓어 오르게 만드는 온갖 사건들을 끄집어 낸다.


기억할 거야 양탄자 타고 다니는 레카 우리가 추락할 때 봤잖아 그리고 한 명 더 있었는데 미친놈 같은 스코틀랜드 복장을 하고 고라(백인, 유럽인) 같던데.

이름은 제대로 못 들었지만

알리도 그 둘을 봤는지 못 봤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 알리는 그대로 서 있기만 했고

레카가 시킨 일이었어 알리를 위층으로 데려가라고 에베레스트 정상으로 정상에 오른 사람은 내려가는 길밖에 없다면서

나는 손가락으로 알리를 겨냥했고 우리는 위층으로 올라갔어

나는 알리를 밀지 않았어

레카가 밀었지

나는 절대로 알리를 밀어버릴 수 없었으니까.

스푸노

내 마음을 알아줘 스푸노

빌어먹을

나는 그 여자를 사랑했다고....


작가 살만 루슈디는 <악마의 시>에서 초월적 존재의 진짜 정체를 명확하게 알려 주지 않고 그의 정체를 곳곳에 숨겨 놓았다.

그 초월적 존재는 시 공간을 오고 가며 현실과 지옥, 그리고 천국 속에서 지상의 온갖 사건 마다 모습을 드러내고 푸념 하고 변명하며 거짓말 같은 진실을 장황하게 늘어 놓는다.

파트와 선포 후 33년 6개월 만에 자신의 목을 찌른 테러리스트가 법정에 서게 되는 날 작가 살만 루슈디는 그의 앞에서 이런 말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내 삶에 당신이 침입한 것은 폭력적이고 해로웠지만. 이제 내 인생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사랑으로 가득한 삶이지요. 당신이 감옥에서 보낼 나날이 무엇으로 채워질지는 모르겠지만. 사랑은 아닐 거라고 거의 확신합니다. 앞으로 내가 당신을 조금이라도 생각하게 된다면, 아마 별것 아닌 듯 어깨를 으쓱하며 지나칠 겁니다.

난 당신을 용서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내게 그저 아무 상관 없는 사람입니다.

지금부터 남은 나날 동안 당신은 다른 모든 사람에게도 상관없는 존재가 될 겁니다.

나는 당신의 삶이 아니라 내 삶을 살아서 기쁩니다. 내 삶은 계속 이어질 겁니다.

-살만 루슈디


루슈디는 자신을 향한 칼에 펜으로 맞서며 언어로 세상을 베고 찌르면서 종교의 관습과 굴레로 겹겹이 쌓여 있는 불평등을 향해 진정한 자유의 힘이 무엇인지 언어의 힘으로 증명해 보였다.

회복 기간 동안 써 내려간 <나이프>에서 루슈디는 이런 말을 한다.


합리주의자의 신앙에서 러셀은 이렇게 말해. '사람은 자신의 열정에 어울리는 신념을 갖게 되는 경향이 있다. 잔인한 사람은 잔인한 신을 믿고, 자신의 잔인함에 핑계를 대기 위해 믿음을 이용한다. 오직 친절한 사람만이 친절한 신을 믿는다. 그리고 그들은 어느 경우에든 친절하게 행동한다.


신성 모독이라는 이유로 살해를 지시하는 자는 신의 제자가 아닌 그저 한 인간에 불과한 살인 교살자일 뿐이다,

어느 시대나 어떤 사회에서도 예술은 논쟁과 비판을 불러 일으키지만 예술의 궁극적 가치를 인간성의 본질에 부합되는 자유와 존엄의 권리로 받아 들여야 한다.

단,그 예술의 가치가 형편 없다면 사람들에게 금세 잊혀 질 것이고 역사에 기록 되지 않을 것이다.

시인 오비디우스는 아우구스투스 카이사르에게 추방 당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로마 제국은 멸망했지만 오비디우스가 세상에 남긴 시는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지금까지 널리 읽혀지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살해 당하고 불태워지고 소각 되고 쇠창살에 갇힐 지라도 말을 하고 글을 읽을 수 있는 인간의 자유까지 막아 낼 수 없다.

신의 이름을 외치며 칼을 들고 달려든 자에게 생명을 잃을 뻔 했던 살만 루슈디는 폭력이 아닌 펜을 들고 예술로 이렇게 답했다.


언어는 나의 칼이었다.

만약 내가 뜻밖의 칼 싸움에 휘말렸다면

아마도 ‘언어’라는 칼 때문이었을 것이다.

-살만 루슈디(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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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공 2024-11-11 2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인/작가의 분노라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싶었습니다~! 오늘도 눈호강하고 갑니다~ 정성이 가득 담긴 글 잘 읽었습니당~ ‘나는 당신을 용서하지 않습니다.’ 시원합니다!

scott 2024-11-19 11:22   좋아요 2 | URL
살만 루슈디 여전히 칼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고 눈과 팔의 신경이 끊어져 버렸지만 죽을 때까지 칼 대신 펜을 쥐고 악의 공포를 이겨 내겠다고 합니다
에이 아이 시대에 더 소중해진 펜의 힘! ^^
 


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2024년 노벨 문학상의 영예를 안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월 10일(한국 시각 저녁 8시) 수상자로 한강의 이름을 호명하며 “역사적 트라우마와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하면서도 시적인 소설”을 쓴 작가라고 소개하며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 했다는 발표를 했다.

철저하게 후보작 선정 과정 부터 심사까지 베일에 쌓아 놓고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노벨상 주최국이자 위원회인 스웨덴 한림원은 수상자 선정에 있어서 정치적 색채가 농후 하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의 권위를 지닌 문학상으로 꼽힌다.

노벨상은 1901년 첫 시상 이후 123년의 세월 동안 가뭄의 콩 나듯 여성들에게 상을 수여 해서 물리학 분야 같은 과학 분야는 각각 3명 정도의 여성 수상자에게 영광이 돌아갔고 문학상은 2024년까지 121명의 수상자 가운데 2024년 한국 작가 한강을 포함해서 여성 수상자는 불과 18명에 불과 하다.

역대 노벨 수상자들 성비율로 비교 해보면 각 분야 수상자 8명 중에서 7명 정도가 남성이라면 여성 수상자는 단 1명에 그치고 있고 8년에 한 번 정도 노벨상에 여성 수상자들이 포함 되고 백인 수상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서 비 서구권에서 수상자가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 정도로 서구 보수주의적 색채가 강하다.

이런 비난을 의식 했는지 2012년 부터 남성 수상자와 여성 수상자에게 번갈아 상을 수여 했던 스웨덴 한림원은 2019년 미투 운동 촉발로 2년 동안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았다.

2016년과 2017년에 남성이 연달아 수상한 것을 제외 하고 2022년 아니 에르노가 상을 받은 다음 해에 노르웨이 남성 극작가 욘 포세가 수상했다.

따라서 영국의 베팅 사이트들은 올해 유력한 수상 후보로 중국의 카프카와 보르헤스로 불리고 있는 <찬쉐>를 수상 유력 후보로 내세웠고 일본어와 독일어로 시와 소설, 에세이를 쓰는 일본 작가 다와다 요코도 베팅 후보에 올려 놓았지만 2016년 소설 『채식주의자』로 부커상을 수상한 한국 작가 '한강'의 수상 예측을 한 영미권 언론은 없었다.

특히 이번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의 수상은 의미가 크다.

1993년 흑인 최초이자 여성인 토니 모리슨이 수상 한 이후로 아시아 여성으로서 첫 수상이자 유색인종 여성으로서 두 번째 수상이다.

1945년 남미 출신의 가브리엘라 미스트랄은 칠레 태생의 혼혈 백인이었고, 2007년에 수상한 도리스 레싱은 이란 태생이지만 영국인 부모를 둔 백인이었다.

100년의 시간 동안 노벨 문학상은 한없이 가벼운 통속적인 스토리나 영어권 국가 출신에 백인 남성 작가의 작품 중 영어로 번역된 작품이 많은 유럽, 북미 작가들에게 상을 집중적으로 수여했다.

따라서 이번 2024년 한국 작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백인, 남성이 주류인 세계 문학계에서 매우 뜻 깊은 일이다.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나 연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작가 한강은 출판사에서 근무하던 중 1993년 ‘문학과사회’에 ‘서울의 겨울’ 등 시 4편을 실으며 시인으로 등단했고 이듬해인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붉은 닻’이 당선되며 소설가로 첫발을 내디뎠다,

1995년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을 출간하면서 본격적으로 전업 작가의 길을 가기 시작한 작가 한강은 2005년 '몽고반점'으로 이상문학상 수상하며 탄탄한 문체와 밀도감 넘치는 스토리로 문학성을 인정 받는다.

2007년에 발표한 <채식주의자>는 육식을 멀리하는 주인공을 통해 욕망과 폭력의 본질을 탐구한 작품으로 유려한 문장과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2016년 시인을 지망했던 영국의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의 번역으로 맨부커 국제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향을 불러 일으킨 작가 한강은 2014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역사의 한 가운데 선 개인의 고통과 내면을 섬세하게 그린 작품 『소년이 온다』라는 작품은 2014년 만해문학상, 2017년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수상하고 전세계 20여개국에 번역 출간됐다.

2023년에 출간한 『작별하지 않는다』는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했고 1년 뒤 노벨문학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작가 자리에 우뚝 섰다.

작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속보를 터트리는 언론사들은 아시아계 최초 여성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상금의 액수(1100만 크로나/약 14억4000만원/세금이 부과되지 않음)에 대문자로 강조 하면서 세계 문학의 거장 헤밍웨이, 포크너 ,마르케스, 토니 모리슨의 이름과 나란히 표기 되는 작가가 되었다며 잔뜩 호들갑을 떨고 있다.











아내가 채식을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그녀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Before my wife turned vegetarian, I'd always thought of her as completely unremarkable in every way......


신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고리를 실험적이고 시적인 스타일로 연결 시킨 한강의 문체는 전 세계 독자들에게 새로운 문학의 세계로 이끌었다.

10월 10일 노벨 문학상 선정 위원회 소속 안나-카린 팜 노 위원은 수상 발표 후 인터뷰에서 작가 한강의 작품 선정 이유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한강은 많은 장르를 아우르는 복잡성과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어구를 구사하는 작가다. 작품에서 뛰어난 주제를 연속성 있게 이어가면서도 특색 있는 변조가 돋보인다'









안나-카린 팜 노 위원은 한강의 작품 중에서 2014년 출간한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영문 제목 Human Acts)를 가장 인상 깊게 읽었다며 1980년대 한국의 광주 민주화 운동에서 겪은 한 소년의 끔찍한 트라우마가 어떻게 세대를 넘어 계승 되는지를 고통의 기억 속에서 끄집어낸 역사적 사실을 유려한 문체로 가득 채웠다며 극찬 했다.










정말 닥쳐올 총살을 기다리듯 숨을 죽였습니다. 죽음은 새 수의같이 서늘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때 생각했습니다. 지나간 여름이 삶이었다면, 피고름과 땀으로 얼룩진 몸뚱이가 삶이었다면, 아무리 신음해도 흐르지 않던 일초들이, 치욕적인 허기 속에서 쉰 콩나물을 씹던 순간들이 삶이었다면, 죽음은 그 모든 걸 한번에 지우는 깨끗한 붓질 같은 것이라고.

-한강의 <소년이 온다> 중에서


한강은 <소년이 온다>라는 작품 발표 당시 인터뷰에서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이 자신의 인생을 바꿔 놓았을 정도로 이 작품은 작가의 인생에 있어서 큰 전환점이 된 작품이라는 말을 남겼다.

작가는 집필 하는 동안 광주에서 학살 된 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첩을 옆에 놓고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고통. 속에서 완성한 작품이다.










부디 다같이 슬퍼하자. 그러나 다같이 바보가 되지는 말자. 역사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 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수전 손택


우리는 무엇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느낄 수 있을까?

가장 먼저 시각적인 동물인 인간은 눈으로 목격한 것을 통해 고통의 감정을 느끼고 그 다음으로는 소리를 통해 듣는 '말' 언어 일 것이다.

우리가 매일 쓰는 언어는 순간적이다.

사랑-고통- 미움-그리움-행복 이라는 단어들은 백년 후면 흩어지고 사라져 버릴 '소리 덩어리'에 불과 하다.

“AI는 우리 종의 역사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의 진화 경로를 바꿀지도 모른다.”

-유발 하라리


AI인공지능 시대에 나의 언어를 대신 해 줄 AI지능형 비서들이 있다.

나를 대신해서 글을 써주고 자료를 찾아 주고 쇼핑을 하고 공과금 업무와 회계 업무까지 척척 해준다.

운전 중에 가족들에게 메시지를 남겨 주기도 하고 매일 밤 어떤 오디오 북을 읽을지 골라주고 어떤 OTT프로그램이 있는지 추천까지 해준다.

따라서 몇 개의 단어만 알고 있어도 인공지능 비서가 무엇이든지 대신 선택해주고 해결 해 주는 시대에 하루의 시간을 꼬박 쏟아 부어 버릴 정도의 분량의 책을 읽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큰 지장이 없다.

인간의 얇은 입술로 내뱉는 말은 그 무엇도 붙잡을 수 없고 세상에 어떤 큰 변화를 불러 일으킬 정도로 대단하지 않다.

부유 하는 말들은 초라 할 정도로 덧없고 소음 공해에 지나지 않지만 언어가 가진 힘은 다른 시각으로 세상과 사람을 바라 보게 만들어서 지나간 시간과 역사를 되돌아 보며 현재 내가 먹고 보고 느끼고 말하는 그 모든 것들을 타인의 감정과 경험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 할 수 있다.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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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2024-10-11 2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 🎉🎉

scott 2024-10-11 21:02   좋아요 2 | URL
대단하죠!
작가님 책들 서점 마다 동이 나버렸어요 ㅎㅎㅎ
 






















































쟁쟁한 후보들을 젖히고 한국의 작가 한강!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되었다.!

그녀의 작품 중에 희랍어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이 세계에는 악과 고통이 있고, 거기 희생되는 무고한 사람들이 있다. 신이 선하지만 그것을 바로잡을 수 없다면 그는 무능한 존재이다. 신이 선하지 않고 다만 전능하며 그것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그는 악한 존재이다. 신이 선하지도, 전능하지도 않다면 그를 신이라고 부를 수 없다. 그러므로 선하고 전능한 신이란 성립 불가능한 오류다.

-한강의 <희랍어 시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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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4-10-10 2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벨 문학상 수상 발표를 앞두고 길게 썼는데 알라딘 홀라당 삼켜 버리는 사이
한강이 수상했다!
만쉐!^^

햇살과함께 2024-10-10 2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scott 2024-10-10 20:59   좋아요 1 | URL
만쉐!^^

망고 2024-10-10 2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아요😭😭😭😭

scott 2024-10-10 20:59   좋아요 2 | URL
만!만!쉐!^^

바람돌이 2024-10-10 2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길게 쓴 글 복원해주세요

scott 2024-10-10 21:00   좋아요 2 | URL
저장기능이 기능을 제대로 못합니다 ㅠ.ㅠ
알라딘 서재 기능은 20세기에 멈춘듯 ㅋㅋ

moonnight 2024-10-10 2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_@;;; 제 생에 이런 일이 있네요@_@;;;

2024-10-10 2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0-12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0-13 1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4-10-10 2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야 정말 엄청난 일입니다~~

scott 2024-10-10 21:01   좋아요 3 | URL
중국 찬쉐 받을 까봐
은근히 조마 조마 했는뎅 ㅋㅋㅋ
대단한 일입니다
한글만세!
한강 만쉐!^^

coolcat329 2024-10-10 2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이런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습니다. 지금 북플 겨우 들어와서 글남깁니다 . 그만큼 많은 이들이 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는 거겠죠?
독서인구도 늘 거 같아요. 한강 만세!

scott 2024-10-10 23:54   좋아요 1 | URL
발표 즉시 알라딘 사이트 먹통이 되었습니다
지금 광주시민들은 흥분의 기쁨을 ! ㅎㅎ
전혀 수상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작가님 아드님과 저녁 식사 중에 놀라셨다공 !
외신들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스웨덴에서 한강 작가의 작품 많이 좋아했다고 합니다 !
만쉐!

희선 2024-10-10 2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터넷 뉴스 제목에 한강 노벨문학상이라고 쓰여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런 일이 정말 일어나는군요 한국 작가가 노벨문학상 받는 일... 한강 작가는 전에 부커상 받고 나서 노벨문학상 후보로 올라오기도 했는데, 그 뒤에 큰 상 받았군요 이번엔 노벨문학상이라니 대단합니다 멋집니다 한강 작가 소설 그렇게 잘 못 봤지만, 노벨문학상 받아서 기쁩니다 세계 사람이 한강을 알겠습니다


희선

2024-10-10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0-13 16: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0-13 1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청아 2024-10-14 1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스콧님! 채식주의자 날개 표지 원서가 마음에 쏙 드는데 구매할 수 없나 봅니다.
장바구니에 넣으니 표지가 바뀌어버린! 아직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와...^^

scott 2024-10-15 02:18   좋아요 1 | URL
채식주의자 현재 영어판도 인쇄 중이라고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노벨문학상 작품이 품절 대란에 돌입해서 더더욱 애가 타능 ㅋㅋㅋ

- 2024-10-14 2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너무 자랑스러운 한강작가님 언제나 당신을 자랑스러워 할겁니다

scott 2024-10-15 02:17   좋아요 0 | URL
대단하죠!
겸손함까지 인격도 쵝오!^^

pkkl098 2024-10-15 18: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scott 2024-10-15 22:5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2024-12-20 0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2-20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 7월부터 뉴욕 타임스는 21세기 첫 25주년을 기념해 이 시대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책을 선정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총 2주에 걸쳐 진행된 이 프로젝트에 소설가, 논픽션 작가, 시인, 비평가 등 문학가 503명을 대상으로 2000년 1월 이후 미국에서 출간한 책 가운데 베스트 책 10권 씩 추천 받아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100 Best Books of the 21st Century)을 선정해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유명 작가와 명사들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한국계 미국 작가 이민진, 섹스 앤 더 시티의 제작자이나 주연 배우 제시카 파커, ‘레슨 인 케미스트리’ 저자 보니 가머스, 페미니스트 작가 록산 게이를 비롯해 퓰리처상을 수상한 이들이 이번 100대 도서 선정에 참여했다.


가장 먼저 스티븐 킹이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100 Best Books of the 21st Century)에 추천한 10권의 도서는 다음과 같다.

1.이언 매큐언의 '속죄'

2.벤자민 블랙의 '크리스틴의 추락'

3.도나 타트의 '황금 방울새'

4.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

5.코매 매카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6.마거릿 애트우드의 '오릭스와 크리크'

7.사라 워터스의 ' 게스트'

8.필립 로스의 '미국인의 음모'

9.비엣타잇 응우옌의 '동조자'

10번째 마지막 추천 도서는 자신의 책인 '언더돔'을 추천했다.


스티븐 킹에 뒤이어 작가 이민진이 추천한 10권 도서가 NYT에 올라갔을 정도로 현재 미국 문학계에서 작가 이민진의 위상이 어느 정도 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작가 이민진이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100 Best Books of the 21st Century)에 추천한 10권의 도서는 다음과 같다.

1.앤서니 도어의 '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2.캐서린 부의 '안나와디의 아이들'

3.콜럼 토빈의 ' 브루클린'

4. 줄리 오츠카의 ' 다락방의 부다'

5. 타라 웨스트오버의 '교육'

6.매튜 데스몬드의 '쫓겨난 사람들'

7.메릴린 로빈슨의 ' 길리아드'

8. 에드워드 p 존슨의 '알려진 세계'

9.바버라 애런라이크의' 노동의 배신'

10.필 클레이의 '재배치'


이번 대형 문학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이 추천한 도서 중에서 단연 '소설'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전업으로 글을 쓰는 작가들 대부분 10권의 추천 도서 모두 '소설'을 추천했다.

반면에 작가 이민진이 추천한 10권의 도서 목록을 잘 살펴 보면 부의 불평등, 계급간의 갈등, 젠더 갈등, 교육의 불평등,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 국가의 의무로 전쟁에 동원된 젊은이들 그리고 미국 내 뿌리 깊은 흑백 간의 갈등의 불씨였던 노예 농장이 운영 되었던 남북 전쟁 시대까지 과거에서부터 시작되었던 차별과 박해, 인종 갈등의 문제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가 이민진이 추천한 10권은 독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녀가 추천한 10권의 도서들은 단순히 허구적인 세상만이 아닌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정치, 사회, 문화, 교육의 문제와 모순되고 왜곡된 갈등의 불씨가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 되었는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통합적이면서 균등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제가 엄청난 대서사시를 가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그 대서사시 같은 역사가 저를 소유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저는 역사와 문화의 산물입니다. 그래서 저로 존재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저는 제 책이 한 세대의 이야기만 담도록 쓰는 것을 상상할 수 없어요. 한편으론 관심사가 코리아 디아스포라로 특정되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이 주제만큼 강하고 오래 제 흥미를 끄는 것은 없습니다.

열아홉 살, 대학생 시절 처음으로 재일 한국인의 역사에 관심을 가졌어요. 그때부터 자이니치의 이야기에 끌림을 느꼈고, 끈질기게 연구하고 조사해 갔어요. 제 인생을 소비할 만한 이런 주제를 발견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이민진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파친코의 첫 문장을 읽는 순간 독자들은 앞으로 전개 될 이야기가 역사라는 거대한 서막의 시작이라는 걸 어느 정도 가늠 할 수 있다.

이토록 강렬한 문장을 첫 서두에 주제문(thesis sentence)으로 써 놓은 작가 이민진의 작법은 현시대 작가들이 일반적으로 잘 쓰지 않는 방식이다.

찰스 디킨스의 작품을 전체 통독 하지 않은 이들도 이 문장 만큼은 어디선가 자주 접했을 것이다.




'최고의 시간이었고,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혜의 시대였고,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의 이야기' 중에서


19세기 최고의 인기 작가였던 찰스 디킨스가 첫 문장을 주제문으로 시작하면서 이후 많은 작가들이 첫 문장을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자칫 설교조로 이야기 흐름이 진행 될 수 있기 때문에 21세기에는 거의 쓰지 않고 있다.

작가 이민진은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파친코의 첫 문장을 주제문으로 제사한 이유는 ' 역사에서 평범한 일반인들의 삶은 잘 드러나지 않지만 진정 역사를 만드는 것은 그들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쓴 문장”이라고 말해 왔다.

2024년 7월 미국 뉴욕 타임스가 실시한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100 Best Books of the 21st Century) 중에서 '파친코'는 15위에 올라갔다.

페미니스트 운동가 록산 게이를 비롯해 여러 명의 문인관계자들과 평론가들 그리고 배우들이 '파친코'를 추천했을 정도로 이 책의 가치는 한 시대를 다룬 역사 소설을 뛰어넘어 선 21세기를 대표하는 명작이 되었다.

뉴욕 타임스는 작가 이민진의 <파친코>에 대해 이런 평가를 내렸다.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라는 강렬한 첫 문장으로 시작되는 파친코에 등장하는 교활한 조폭과 장애를 가진 어부, 금지된 사랑을 이어가는 비밀스러운 인물들이 역사의 한 복판에서 겪게 되는 전쟁과 식민지, 개인적 갈등까지 4대에 걸친 한국 가족의 풍요롭고도 소용돌이치는 연대기적인 삶을 펼쳐 보인다.'



파친코는 일본에 번역 출간 되어 외국 소설로 드물게 단행본 출간으로 절판 되지 않고 인기의 상승 곡선을 타서 문고본으로 출간 되었을 만큼 일본 내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17년에 출간된 <파친코> 라는 작품은 전직 오바마 대통령의 추천에 힘 입어서 베스트셀러 도서에 진입하고 전미 도서상 후보에 올라서며 뒤이어 영상으로 제작되어 전 세계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렇게 유명인의 추천사를 받고 주요 문학상 후보에 올라 영상으로 제작되었다고 해서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에 들어 간 것은 아니다.

이번에 선정된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에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2000년 이후에 출간한 책 중 단 한 권도 올라가지 못했다.

영화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얻은 테드 창, 마거릿 애트우드 그리고 류츠신의 책도 올라가지 못했고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폴 오스터가 필생을 걸고 쓴 작품 <4321>은 추천 목록에 없었다.

단편집으로 퓰리처 상을 수상한 줌파 라히리, 21세기 주목 받는 현대 작가이자 주요 문학상을 수상한 니콜 크라우스의 작품 역시 100권 리스트에 올라가지 않았다.

아시아계 작가들 중에서 출간 하는 작품마다 주요 문학상을 휩쓰는 이윤리 작가의 작품도 단 한 권도 못 올라갔고 유명 일본 작가들의 작품도 올라가지 못했지만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에 이민진의 <파친코>와 한강의 <채식주의자> 두 권이 올라갔다.

한강의 <채식주의자>에 대해 뉴욕 타임스는 이렇게 평가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에 대해 뉴욕 타임스는 이렇게 평가했다.

“신비롭고 다른 세상의 공기를 담고 있는 짧은 소설 속에 굶주림과 욕망들이 어떻게 뒤엉키는지 마술적인 언어로 펼쳐 보인다.'

지난 8월 15일에 발표된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100 Best Books of the 21st Century) 중에서 1위부터 10위에 뽑힌 책은 다음과 같다.

1) 엘레나 페란테의 '나의 눈부신 친구' (2012)

2) 이저벨 윌커슨의 '다른 태양들의 따뜻함' (2010)

3) 힐러리 맨틀의 '울프홀'(2009)

4) 에드워드 p.존슨의 '알려진 세상'(2003)

5) 조너선 프랜즌의 '인생 수정'(2001)

6) 로베르토 볼라뇨의 '2666' (2008)

7) 콜슨 화이트헤드의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2016)

8) W.G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2001)

9)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마' (2005)

10) 메릴린 로빈슨의 '길리아드' (2004)


2014년 영국 가디언지에서 발표한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 중 10위 안에 들었던 힐러리 맨틀의 '울프 홀'과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는 이번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 10위 상위권에 올라갔다.

앞서 발표한 영국에서 힐러리 맨틀의 튜더 왕조 3부작 중 제 1권인 <울프 홀>은 맨 부커상을 수상하고 이후 10년동안 맨 부커상 수상작 중에 가장 빛나는 작품 베스트에 뽑혔고 가디언지가 발표한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 중 1위를 차지했다.

뉴욕 타임스가 발표한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에 '바르도의 링컨'으로 퓰리처 상을 수상한 조지 손더스는 총 3권의 작품(바르도의 링컨, 패스토럴리아,12월10일)이 올라갔고 캐나다의 단편작가이자 노벨상을 수상한 앨리스 먼로는 두 권의 단편(런 어웨이,미움, 우정, 사랑, 구애, 결혼)집이 올라갔다.

필립 로스의 작품도 두 권(미국인의 음모와 휴먼스테인)이 명단에 올라갔고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제스민 워드 (소설 '묻히지 못한 자들의 노래'와 회고록 '남자들에게 우리는 강간을 당했지') 두 권이 올라갔다.

이민진 작가가 추천한 에드워드 p. 존슨의 책 장편 소설'알려진 세계'는 10위 안에 들어갔고 펜 포크너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라간 단편집 'All Aunt Hagar's Children: Stories'는 베스트 100리스트에서 70위에 올랐다.

현재 영미권에서 가장 주목 받는 작가 제이디 스미스는 '하얀 이빨과 온 뷰티' 두권이 올라갔다.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던 아일랜드의 대표 작가 클레어 키건의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41위에 올랐고,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욘 포세의 ‘7부작(Septology)’, 박찬욱 감독에 의해 영상화된 비엣 타인 응우옌의 ‘동조자’ 등도 100권 순위에 포함됐다.

21세기 100권 중 1위를 차지한 작품은 엘레나 페란테의 일명 나폴리 4부작 소설 중 제 1권인 ‘나의 눈부신 친구’(My Brilliant Friend·2012)가 차지했다.

나폴리 4부작의 마지막 <잃어버린 아이들>은 100권 중에서 70위를 차지 했고 초기작 나쁜 사랑 3부작 중 2부인 <버려진 사랑>이 92위에 올라갔을 정도로 이탈리아 출신의 엘라나 페란테는 21세기의 첫 25년 동안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다.










1950년대 이탈리아 나폴리 근교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유년기 시절에 만난 두 소녀 레누와 릴라가 서로 다른 환경과 선택으로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가는지 펼쳐 보인 이 작품은 총 4권의 방대한 분량으로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흔한 사랑, 우정, 불륜, 배신, 치정을 다루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평론가들은 여성의 사랑과 우정을 중심에 둔 대 서사 드라마가 널리 읽혀 지는 이유 중 하나로 자신들의 어머니, 할머니 그리고 현재의 나와 딸들이 겪었을 법한 이야기가 사실적이게 읽혀지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오늘 아침 리노의 전화를 받았다. 나는 그가 평소처럼 돈을 빌려 달라고 할 줄 알고 안 된다고 말하려 했다.' 라는 지극히 평범한 문장으로 시작 되는 이 작품은 두 여성의 일생을 총 4권에 걸쳐 펼쳐 보이며 마지막 4권에 이런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항상 열심히 노력해야 한단다.

우리 주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든 실수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한 걸음 씩 앞으로 나아가야 해.

실수하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하니까.

-엘레나 페란테의 <잃어버린 아이들> 중에서


총 10분을 넘지 않는 영상을 보는데 익숙한 세대들에게 각 권의 분량이 600페이지를 넘는 책 4권을 통독 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19세기 최고의 소설이자 세기의 명작으로 항상 필독 목록에 올라가는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빅토르 위고 작품들을 분량의 압박 때문에 읽다 중도 포기한 독자들은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을 읽기 시작하면 놀라울 정도로 빨려 들어간다.

대단한 서사를 바탕으로 시계 태엽 처럼 정교한 플롯이나 뛰어난 묘사,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력도 없는 평이한 서술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인 대화와 촘촘하게 짜인 개개인의 인생 역정들이 나의 어머니, 할머니 그리고 이 시대 어디선가 살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로 읽혀진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단한 교훈을 얻기 위해서, 엄청난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이토록 고달픈 인생에서 희망을 찾기 위해서?



'사춘기 시절 부에 대한 이미지는 여전히 세상에 둘도 없는 신발 같은 어린 시절의 공상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귀족처럼 돈을 쓰고 싶어 하는 리노의 광폭한 욕구의 형태로 나타났다. 또 부는 환심을 얻으려고 텔레비전, 파스타, 반지를 사는 마르첼로에 의해서도 나타났고, 온갖 종류의 햄을 팔고 빨간색 오픈카를 가지고 있으며 4만 5천 리라쯤이야 푼돈이라는 듯이 돈을 쓰고 릴라의 그림을 액자에 넣고 치즈 같은 식료품 말고도 신발을 팔기 위해 자재비와 인건비에 투자하고 자신이야말로 동네에 새로운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도래하게 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스테파노에 의해서도 체현되었다. 부라는 것은 생활 속에 이미 내포된 것이다. 거기에는 영광도 화려함도 없었다. '

-엘레나 페란테의 <나의 눈부신 친구> 중에서

2024년 한국의 어느 학교 교실에선 학기 중 해외로 체험 학습을 가지 않고 꾸준히 등교하는 학생은 또래들 사이에서 ‘개근 거지’라는 놀림을 받는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성실, 책임, 인내, 규칙 준수와 같은 덕목은 이제 교과서에만 나오는 것이 되었다.

엘레나 페란테의 <나의 눈부신 친구>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인생이란 원래 그런 것이고 어쩔 수 없으니까. 우리는 타인의 인생을 힘들게 할 숙명을 타고 태어났고 타인들도 우리 인생을 힘겹게 할 숙명을 타고 났다.'


흙수저를 물고 태어나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도 인생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우리가 선택하고 태어날 수 없지만 , 인생의 책은 스스로 선택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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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4-09-25 21: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나의 최신 스맛폰에서 내글이 안보여서 여러번 업로드
북플도 서재도 기능이 너무 떨어진다
글 한 번 쓸 때 마다 이토록 시간을 잡아 먹게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