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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에라자드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만화선 3
권남희 옮김,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Jc 드브니 각색, PMGL 만화 / 비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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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살의 내가 그의 어떤 점에 그토록 깊이 빠졌었는지, 그것조차 잘 생각나지 않아. 인생이란 묘한 거야. 한때는 엄청나게 찬란하고 절대적으로 여겨지던 것이, 그걸 얻기 위해서 라면 모든 것을 내버려도 좋다고 까지 생각했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 혹은 바라보는 각도를 약간 달리하면 놀랄 만큼 빛이 바래 보이는 거야. 내 눈이 대체 뭘 보고 있었나 싶어서 어이가 없어져.]

무라카미 하루키의 <셰에라자드> 중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에 수록된 단편 <셰에라자드> 사회에서 소외되고 인간 관계 조차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한 남자의 상실과 결핍의 허무한 모습이 프랑스 만화가 PMGL(피에르-마리 그리예-리우)의 그림과  아트 디렉터 Jc 드브니가 각색 작업으로  “인생의 한 컷”으로 재 탄생했다.

등장인물들의 혼돈스러운 상황과 한 여자와 관계가 매 페이지 마다 현란한 컷, 19禁의 장면과 함께 총 27페이지에 걸쳐서 펼쳐진다.


[여자를 잃는다는 것은 말하자면 그런 것이다. 현실에 편입되어 있으면서도 현실을 무효로 만들어주는 특수한 시간, 그것이 여자들이 제공해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셰에라자드는 그에게 그것을 넉넉히, 그야말로 무한정 내주었다. 그 사실이, 그리고 그것을 언젠가는 반드시 잃게 되리라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도 그를 슬프게 했다.]

프랑스식 만화 '방드 데시데(Bande dessinée)'로 재 편집 구성된 작품은 총 9편으로 


-'빵가게 재습격'

-'개구리군 도쿄를 구하다'

-'셰에라자드'

- '버스데이 걸'

- '사랑하는 잠자'

- '어디가 됐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

- '일곱 번째 남자' 

- '잠'

-'타일랜드' 

9편 각색 작품 중에서  하루키는 <셰에라자드> 작품을 가장 마음에 든다는 말을 남겼다.


하루키의 환상적인 서사가 프랑스 식 19禁 서사에 일본 17세기 우키요에 회화체로 재 탄생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작품이 수록된 일본어판 서문에  작품 서술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어째서 그런 모티브에 내 창작 의식이 붙들려 버렸는지 그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다행스럽게도 이 책에 수록된 비슷하면서도  구체적인 사건이 최근까지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다.

단지 그런 상황 속에 처한 남자들의 모습과 심정을 몇 가지 다른 이야기의 형태로 패러프레이즈하고 재현 해보고 싶었다.'

하루키의 수집품 1호는 중고 레코드 그 다음은 티셔츠 그리고 그 다음은 바로 뒤에 걸린 그림으로 하루키 집안 곳곳에 걸린 소장품 중에서 그가 가장 아끼는 그림 중 하나인 타카노부 코바야시의 작품을 배경으로 빨간 색 티셔츠로 맞춰 입고 사진을 찍었다.



"여자를 잃는다는 것은 말하자면 그런 것이다. 현실에 편입되어 있으면서도 현실을 무효로 만들어주는 특수한 시간, 그것이 여자들이 제공해주는 것이었다.  그것을 언젠가는 반드시 잃게 되리라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도 그를 슬프게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셰에라자드> 중에서


실제 하루키의 삶은 자신의 쓴 작품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80세를 바라 보며 여전히 글을 쓰고, 달리며 세계 곳곳에 자신이 출간 한 작품들이 다양한 형태로 재 탄생되고 있으니 그의 인생은 어제보다 오늘이 더 좋은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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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10-27 0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든이 얼마 남지 않았다니... 건강하니 더 오래 살지도 모르죠 무라카미 하루키가 건강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게 있으니 한동안 괜찮을 것 같네요


희선

2023-10-27 0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빵가게 재습격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만화선 1
김난주 옮김,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Jc 드브니 각색, PMGL 만화 / 비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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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우리는 배가 고팠다. 아니, 배가 고픈 정도가 아니라 마치 우주의 공허를 그대로 삼켜 버린 것같이 속이 텅 비어 있는 기분이 들었다.

처음엔 도넛 구멍처럼 작은 공백이었던 것이, 날이 감에 따라 우리 몸 안에서 자꾸자꾸 커져서 마침내는 바닥 모를 허무가 되었다.]

1986년에 무라카미 하루키가 발표한 단편 <빵가게 재습격>이 프랑스식 만화 '방드 데시데(Bande dessinée)'로 재 탄생했다.

프랑스 만화가 PMGL(피에르-마리 그리예-리우)이 그림을 그렸고 아트 디렉터 Jc 드브니가 각색 작업을 맡은 <빵 가게 재 습격>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세상 끝자락에 떨어진 인간들의 굶주림으로 재 해석 되었다.

10여 페이지 분량에 한 페이지당 장면 컷이 6개 정도로 등장 인물들이 주고 받는 대사는 그리 많지 않고 인물의 표정과 행동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가 펼쳐진다.


[공복감이 우리를 악으로 달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악이 공복감으로 하여금 우리를 달리게 하는 것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실존주의 같은 것이다.]

새벽 두 시, 아직 잠에 취해 있던 주인공 ‘나’와 아내는 느닷없이 회오리처럼 밀려 든 강렬한 공복감에 휩싸이자 지난 시절 빵 가게를 습격했던 과거 시절의 경험을 이야기 하다 돌연 거리로 나가 빵 가게 재습격에 나선다.

프랑스 식 빵 가게 재 습격은 원작에서 칼을 들고 거리로 뛰쳐 나간 주인공과 달리 마치 은행에 들이 닥친 강도의 모습처럼 총을 들고 빵 가게를 습격 해서 실제 원작보다 좀 더 위협적인 모습으로 나온다.

등장 인물들 모두 꼬질 꼬질한 상태로 굶주림에 시달려서 두 동공에 촛점이 없다.


[나는 단짝에게 , 아줌마가 나갈 때까진 아무것도 해선 안된다는 눈 짓을 보냈다.

그리고는 식칼을 몸 뒤에 감추고, 빵을 고르는 척했다.

아줌마는 이쪽이 지칠 만큼 시간을 끌면서, 마치 양복장이나 삼면경을 고르는 듯한 신중함으로 튀김빵과 메론빵을 접시에 담았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고소한 유혹을 불러 일으키는 빵!빵!빵!

멜론 빵과 튀김 빵이 먹고 싶어서 나도 빵가게를 습격 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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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10-27 0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빵!빵!빵! 하니 총소리 같네요 총을 들고 갔다고 해서 그런 생각이 들었나 봅니다 사진속 멜론빵 맛있을 것 같네요


희선

scott 2023-10-29 17:41   좋아요 1 | URL
프랑스 빵 집 털이범은 총으로 위협 하고 빵집을 터는데
훔친 빵이 고작 햄버거 몇 개 정도네요
멜론빵 맛은 그 안에 들어간 멜론맛 나는 슈맛 ^^
 
멜랑콜리아 I-II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1
욘 포세 지음, 손화수 옮김 / 민음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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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2년 노르웨이 서북쪽 해안에 자리한 스타방에르 출신의 한 청년이 바다 건너 독일 뒤셀도르프 예술 아카데미에 등록한다.

갓 스무살을 넘긴 청년은 소수의 퀘이커 교도들이 모여 살고 있는 낙후된 섬의 가난한 농부 집안출신으로 조선소 노동자였지만 뛰어난 솜씨와 성실함을 인정 받고 조선소 사업체를 운영하는 거부 한스 가브리엘 부크홀트의 후원을 받고 독일로 건너간다.

청년은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최고의 회화 교수로 명성을 날리고 있던 노르웨이 낭만주의 화파의 거목인 한스 구데(Hans Gude 1825-1903)의 문하생으로 들어 간다.

1년 후 1853년 늦가을 오후 여전히 뒤셀도르프 예술 아카데미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던 그 청년은 홀로 이런 독백을 주절 거리기 시작한다.

'나는 아주 멋진 보라색 코듀로이 양복을 입고 침대에 누워 있다.'

청년은 한스 구데가 자신의 그림을 탐탐 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에 그의 아틀리에에 자신의 그림을 갖다 놓지 않을 것이다.

청년은 자신의 그림을 평가 받지 않으려고 오직 침대에만 누워 있다.


'나는 오늘 아틀리에에는 가지 않을 것이다.'


그 청년이 누워 있는 곳의 집안의 다른 방에는 그가 짝사랑하는 여인이 있다.

'나의 사랑 헬레네도 이 집에 있다.

내 사랑 헬레네. 나는 자취방 침대에 누워 있고, 반짝이는 아름다운 눈을 가진 헬레네는 집 안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다. 나는 침대에 누워 귀를 기울인다. 그녀의 발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청년이 하숙하고 있는 곳은 예거호프슈트라세에 자리한 집으로 남편과 사별한 그 집 주인 빙켈만부인과 그의 남동생 그리고 딸 헬레네가 살고 있다.

내 사랑 헬레네.

나는 당신이 머리를 보았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당신에게 다가간 뒤 두 팔로 당신을 안았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당신의 머리카락 속에 얼굴을 파묻고 호흡했다.

그리고 나는 당신의 귀에 대고 이제 우리는 연인 사이냐고 나직이 물었다.

당신은 내 귀에 대고 그렇다고 속삭였다.

그래요.

이제 우리는 연인 사이에요.

청년의 망상 같은 독백은 과거와 현재 사이를 쉼없이 오고 가면서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하나씩 보여 준다.


당신에게 할 말이 있어요.

제 삼촌 말이에요.

삼촌은 당신이 이 집에서 나가야 한다고 말했어요.

청년은 맨 처음 뒤셀도르프에 도착 한 그 날의 시간으로 돌아가 기억의 회로를 돌리듯 주절거리기 시작한다.

나, 화가, 풍경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는 거장 한스 구데에게 그림을 보여 줄 용기를 낼 수 없었다.

한스 구데는 그림을 잘 그린다.

티데만도 그림을 잘 그린다.

그리고 나도 그림을 잘 그린다.

내가 아는 단 한 가지 사실은 당신에게 가야 한다는 것 뿐이다.

아침에 눈을 뜰 때 부터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나는 온종일 당신을 그리워 한다.


헬레네에 대한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청년은 하숙집을 나와 거리를 배회하며 예술 아카데미 교수진과 동료들과 도저히 가까워 지지 못했던 이유, 하숙집 주인인 빙켈만 부인과 그 주변인들의 태도, 단골 술집 사람들 그리고 헬레네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두서 없는 독백을 하는 동안 청년의 주변 인물들은 그가 정신착란 증세를 일으키고 있음을 알고 있다.

거장에게 재능을 인정 받지 못하니 세상 사람들은 그의 그림에 관심을 갖지 않고 흥청망청 술을 마시고 소비하는 사회에서 엄격한 금욕주의적 종교관을 갖은 가난한 퀘이커 교 신자의 그림은 아무도 사가지 않고 청년의 그림은 어디에도 전시 되지 못한다.

하숙집에서 쫓겨난 청년은 수트 케이스를 끌고 다니며자신의 사랑 헬레네를 찾아 거리를 헤매고 있다.

그의 상태를 잘 알고 있는 가족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말카스텐에 있는 내 사랑 헬레네를 만나기 위해 앞으로 걷기만 할 것이다.'


그토록 화가로 성공하기 위해 머나먼 고향 땅에서 독일에 온 청년은 희고 검은 천에 둘러 싸여서 저주 받은 보라색 코듀로이 양복을 입은 채로 정신병원에 갇혀 버린다.


'나는 노르웨이로 돌아가서 그림을 그릴 것이다.

나는 햇살 아래 자리한 아름다운 풍경,

구름 아래 자리한 아름다운 자연을 그릴 것이며,

헬레네는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

나는 어디를 가든 항상 헬레네와 함께 있을 것이다.'


병실에 누워 있는 청년은 병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갈매기의 날개 짓을 응시한 채 이렇게 중얼 거린다.


'나는 그림을 잘 그린다.

나는 두 다리 사이에 손을 집어넣으면 안 된다.

나는 갈매기를 떠올려야 한다.

나는 다시 그림을 그릴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림을 그릴 수 없다.

바로 그 때문에 나는 두 다리 사이에 손을 집어 넣을 수 밖에 없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

나는 가우스타 정신 병원에 있다.

나는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이며 잠을 이루지 못한다.

나는 강렬한 햇살 아래의 풍경을 너무나 오래 바라 보았다.

바로 그 때문에 나는 미쳐 버렸고, 지금 가우스타 정신 병원에 있다.'


1830년 노르웨이 스타방에르에서 태어난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Lars Hertervig 1830-1902)는 1856년, 24살의 나이에 가우스타 정신 병원에 들어가 그곳에서 30년 동안 극도의 가난과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며 밀가루 반죽과 석탄 가루로 덧칠 한 그림을 그리다 생을 마감한다.

그의 그림은 1914년 부터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서 처음 전시가 열리고 나서야 뒤늦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 한 작가가 그의 생애를 추적하고 있다.


1991년 늦가을 저녁, 오사네: 비드메가 어둠 속의 비바람을 헤치며 걷고 있다.

그는 삼십 대 중반의 작가. 낡은 코트를 걸친 그가 길을 걷고 있다.


오늘 비드메는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의 그림에 관한 소설을 쓰기로 우연찮게 마음먹었다.

오슬로 거리를 걷던 중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를 피하기 위해 오슬로 국립 미술관으로 들어간 작가 비드메는 그곳에서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가 그림 <보르그외위섬>이라는 풍경화 작품을 보게 된다.

island Borgøya,1867,Lars Hertervig

인생의 최대의 경험, 순간의 경험을 단 한 장의 그림을 통해 느낀 작가 비드메는 눈물을 흘릴 정도로 행복한 감정에 휩싸인다.

어떤 것도 성취한 적 없는 실패한 작가가 자신의 먼 친척인 라스 헤르테르비그가 그린 그림을 보고 눈물을 훔치며 구름 뒤에 숨어 있는 인간의 비밀스러운 본성을 예술의 형태로 표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그에 생애 관한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는다.

퀘이커교 신자였던 라스 헤르테르비그의 신자 등록증을 확인하기 위해 오슬로의 한 교회에 찾아간 작가 비드메는 그의 이름이 등록되지 않았다는 ..아니 어쩌면 교회측에서 임의로 지워 버렸을 것이라는 추측을 한다.

그 역시 한 때는 노르웨이 국교회 신자 였지만 가톨릭으로 귀의 했기에 화가의 이름과 함께 자신의 이름도 신자 등록 명단에서 찾지 못한다.

비드메는 세상의 빛 속으로 사라져 버린 화가의 흔적을 찾기 위해 어둠 속 빗줄기를 지나 그가 마지막 생을 보냈던 고향 땅을 찾아간다.


시간은 다시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1902년 초 가을 스타방에르의 한 농가, 성실하게 퀘이커 교 신자로 살아가고 있는 헤르테르비그 가족의 모습이 나타난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동생 라스를 돌보고 있는 누나 올리네는 치매 증세를 보이며 지팡이를 짚지 않고는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노쇠했다.

스타방에르에서 가장 작은 집에 살고 있던 누나 올리네는 아이를 많이 낳아 길렀고 그 아이들이 모두 도시로 떠난 후 병들어 버린 동생을 돌보고 있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그림을 그렸던 동생은 이제 누나가 음식 재료로 쓰던 것들로 낙서 같은 그림만 그리고 있다.

왜 그래, 라스 ?

아무것도 아냐.

거짓말, 뭔지 말해 봐.

아냐, 라스가 말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그가 덧붙였다.

산이 거뭇거뭇해

이젠 바다도 거뭇거뭇하게 변했어.

누가 너에게 나쁜 짓이라도 한 거야?

​ 허름한 아버지의 지붕 위 다락방에서 세상과 단절한 동생을 바라보는 누나 올리네


나는 몸을 일으켜 하늘을 쳐다 보았다.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떠 있었다.

나는 바다를 바라 보았다. 검푸른 바다에 하얀 파도가 넘실거렸다.

나는 라스가 하늘 같다고, 바다 같다고 생각했다.

항상 변하는 사람, 밝음에서 어둠으로, 흰색에서 칠흑 같은 검은색으로 가스는 그런 사람이었다.

바다와 똑같은 사림이라고 ..


바다 같은 사람이였던 화가 라스는 노르웨이에서 극소수 퀘이커교 신자로 주변인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며 '접근 금지' 같은 모욕을 당했다.

신의 말씀대로 살아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그의 아버지는 선한 사람들을 이용해서 성실한 농부들이 키워낸 소와 수확물을 착취한 교활한 성직자들에게 속아 영원히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바닷가 어부들이 팔다 버린 물고기로 겨우 연명하고 있다.

문고리에 걸린 생선 옆에는 라스가 그린 그림이 걸려 있었다.

한 남자와 말,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산등성이. 그림은 대부분 누런색과 갈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라스는 어느 날 그녀에게 뛰어와서 이 그림을 주고 갔다.

말쑥하게 보라색 코듀로이 양복을 입고 멋진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겠다며 고향 땅을 떠난 동생은 2년 만에 미쳐서 돌아 왔다.

병원 치료 후 더 이상 거리를 걷는 것도 사람들과 대화조차도 하지 않은 동생은 수시로 바닷가로 뛰어 가 보트 창고 외벽에 기댄 채 온 종일 하늘만 바라 보았다.

동생이 세상을 떠난 후에야 누나 올리네는 동생이 남긴 그림에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빛을 보게 된다.


멜랑콜리아 I-II는 엄격한 종교적 신념으로 살아가는 한 가족의 가난과 고통이 사회적 성취를 이루기 힘든 제도와 관습의 장벽에서 정신 착란과 분열증으로 생을 마감 할 수 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한 예술가와 치매를 앓고 있는 그의 누나 올리네의 모습이 다성음을 쌓아 올리듯 화가의 1차적 독백 시선과 그의 가족 중 일부인 누나 올리네의 시점으로 전개 된다.

자신의 작품을 인정 받지 못하는 화가의 내면의 고백 같은 독백은 반복적인 단어가 중얼거리듯 이어지면서 독자들은 페이지를 넘길 수록 화가의 과거와 현재, 환영과 환청이 뒤섞이며 문장이 어느 새 재능을 마음껏 펼치지 못한 채 세상 밖으로 사라져 버린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의 음성을 듣게 된다.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는 끊임없이 사랑하는 여인 헬레네를 찾고 기다리고 있다.

그에게 그림을 그리는 행위보다 사랑할 대상인 헬레네만 애타게 찾으며 어디를 가든 그녀와 함께 가겠다는 꿈 같은 망상에 사로 잡혀 있다.

정신병원에 갖혀 버린 화가는 사랑할 대상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는 걸 알고 더 이상 손에 붓을 쥐지 않고 자신의 두 다리 사이에 손을 집어 넣고 자위를 한다.


나는 산드베르그 박사가 말하는 대로 따라야 한다.

나는 그림을 그리면 안된다.

나는 갈매기 소리를 듣는다.

그려할 대상, 사랑할 대상을 잃어버린 화가는 하늘 위에서 쏟아지던 빛은 구원의 빛 사랑의 빛이 였을까...

House on Islet and Two Boats,Lars Hertervig ,1856

난 석탄과 물을 사용해. 작은 나뭇가지 끝을 깎아 내서 그림을 그린 다음에 손가락으로 번지게 한 거야

난 그게 구름인지 몰랐어.

잘 보면 구름인지 알 수 있을 거야.


거뭇거뭇하고 어두운 그림, 생명을 머금은 어둠, 빛을 발하는 어둠을 세상에 남겨 놓고 가버린 화가, 그가 보았던 세상을 작가 욘 포세는 시적인 음률과 언어로 되살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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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3-10-24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5개!!!
같은 책을 읽어도 이렇게 극과 극이네요...전 별1개도 아깝더라구요..

근데..
거장에게 재능을 인정 받지 못하니 세상 사람들은 그의 그림에 관심을 갖지 않고 흥청망청 술을 마시고 소비하는 사회에서 엄격한 금욕주의적 종교관을 갖은 가난한 퀘이커 교 신자의 그림은 아무도 사가지 않고 청년의 그림은 어디에도 전시 되지 못한다.

요 부분이요...헤르테르비그는 한스 구데에게 인정을 받았다고 보여집니다. 집에서 쫓겨나서 수트케이스 2개를 들고 거기를 걷다가 한스 구데를 만나잖아요. 한스 구데는 헤르테르비그의 그림이 좋다고 했습니다. 보통사람이 못보는 걸 몬다구요. 그리고 말하죠. 그림 한 점을 더 팔아야 겠다고요. 그의 그림은 구데가 2개를 미술관에 팔아줬죠. 나중에 비드메가 국립미술관에서 본 헤르테르비그의 그림은 구데가 미술관에 팔아줬던 바로 그 그림이죠. 그의 그림은 전시되었습니다!

새파랑 2023-10-24 14: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따끈따끈한 노벨상 신작이네요~! 스콧님 리뷰만 읽어도 재미있을거 같지만 좀 어려울거 같아요. 화가가 등장하는 작품은 전반적으로 어렵더라는 ㅜㅜ

그래도 노벨상이니 읽어봐야 겠습니다~!!

yamoo 2023-10-24 16:32   좋아요 1 | URL
그림 그리는 거 하나도 안나오고요....작품에 대한 설명 하나도 없어요~
그냥 주인공만 화가로 설정한 거에요. 저도 뭔가 화가나 그림에 대한 야그가 나올 줄 알았는데, 전혀 없네요..--;;

하나도 어렵지 않지만 매우 지루하더군요. 저는 그랬습니다..ㅎㅎ

희선 2023-10-25 0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욘 포세가 쓴 소설은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와 누나 올리네 이야기군요 헤르테르비그는 정신병에 걸리고 누나는 치매라니... 여기 나온 소설가 비드메는 욘 포세군요 이런 건 어렵지 않겠습니다 헤르테르비그가 생각하는 거 따라가기 쉽지 않겠습니다 실제 일어나는 일보다 헤르테르비그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일 것 같기도 하니... 본래 소설이 그런 거기는 하네요

책 앞에 있는 게 바로 헤르테르비그가 그린 그림이군요 화가로 잘됐다면 정신병에 걸리지 않았을지...


희선

2023-10-25 1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一人稱單數 (Hardcover)
文藝春秋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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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만에 출간된  신작 '1인칭 단수'가 출간 되기전(7월12일) 마이니치 신문사 인터뷰에서 하루키는  '예전에는 쓰지 못했던 것들을 1인칭의 시선으로 쓰고싶었다.' 말했었다.

앞서 출간된 에세이 '직업으로서 소설가'에서  향후 출간된 작품은 자기 자신에 대한 탐구가 될것이라며 지난날에 기억속에 스며들었던 다른 이들에 삶에 관한 이야기를 쓰게 될지 모른다고 언급한적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작품에 수록된 총 8편에 단편속에는  주인공인 '나'와 관련된 사람과 사건, 경험들이 시공간에 뒤섞여서 각각에 인생에 얽힌 사연을 들려주고 있다.

'돌 베개에'-하이쿠,'크림'(간사이 사투리/모차르트), '찰리 파커 · 플레이 · 보사 노바' (잡지음악평론.카세트 테이프/LP판) , 'With the Beatles' (비틀즈 음악,고등학교 국어교과서 부교재,아쿠타가와 류노스케'톱니 바퀴') ,"야쿠르트 스왈로즈 시집'( 단가/시), '사육제 (Carnaval)' ( 슈만/슈베르트)

이처럼 하루키는 음악과 시,하이쿠,소설들에  곳곳에 배치 해 놓고  한 사람에 인생, 운명을 좌우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치밀한 문장과 묘사로 투영 시켰다.


8편에 단편 중에 가장 하루키 적인 색채가 강한 'With the Beatles'


한여자애를- 한때 소녀 였던 어떤 여자를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 하지만 그녀의 이름은 모른다. 물론 지금 어디서 뭘 하는지도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은 그녀가 나와 같은 고등 학교를 다녔고, 동갑이며 (같은 학년 배지를 가슴에 달고 있었다). 아마도 비틀스의 음악을 소중하게 여겼으리란 것 정도다. 그밖에는 아무것도 아는게 없다. 그때는 1964년, 비틀수 열풍이 세계를 강타한 시대였다. 계절은 초가을, 새학기가 시작되고 조금 지나서 일상 생활이 차츰 자리 잡혀간 즈음이다. 그녀는 학교 복도를 혼자 잰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치맛자락을 펄럭이면서 어딘가 서두르는것 같았다. 나는 오래된 학교 건물의 길고 어둑한 복도에서, 그녀와 스쳐지나갔다. 우리 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위드 더비틀스)라는 음반의 LP판이었다. 재킷에 쓰인, 비틀스 멤버 네명의 얼굴이 반쯤 그림자로 가려진 흑백사진이 인상적이다. 내 기억에 그 레코드는 미국반도 아니고 국내 라이선스 반도 아니고 영국 오리지널반이었다......

스쳐지나갈때 무척 근사한 냄새가 났다. 나는 그때 그녀에게 강렬하게 이끌렸다.-(위드 더 비틀스) LP판을 소중히 품에 안은, 이름도 모르는 아름다운 소녀에게


1964년 비틀즈가 전세계를 강타 했던 시절 고베에서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나'는 같은 학교 동급생이자 자신에 여자 친구(사요코) 집에 찾아간다. 그곳에서 여자친구에 오빠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에 오빠는 20살 안팎으로 불치병을 앓고 있어서 집안에만 틀어박혀 살고 있었다, 주인공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종종 여자친구에 집을 찾아가 그녀에 오빠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자친구에 오빠와 함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에 단편' 톱니 바퀴'를 함께 소리내어 낭독한다.

18년이 지난 후 도쿄에서 작가로 살고 있던 주인공은 우연히 길을 가다가  여자친구였던 오빠와 마주치게 된다. 행운인지 몰라도 불치병으로 앓고 있었던 그는 이제 병이 완치되어서 정상인으로 살며 대학을 졸업하고 집안에 가업을 이어받았다.

주인공에 전 여자친구는 3년전에 이미 저세상을 떠났는데 결혼을 한 상태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남겨두고 자살을 했다는 말을 전해 듣는다. 그 순간 충격을 받은 주인공은 그녀와 헤어졌던 날에 있었던 그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이 작품은 하루키가 출간에 앞서 미국 잡지 '뉴요커'에서 실제로 자신이 고등학교때 우연히 복도에서 마주쳤던 소녀, 그 소녀가 들고 있었던 'LP'판 비틀즈에서 떠올린 경험이 이야기에 첫 출발점이라고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주인공이 지나쳤던 모든 순간 속에 '비틀즈'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것들은 사사로운 내 인생에서 일어난 한쌍의 작은 사건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와서 보면 약간 길을 돌아간 정도의 에피소드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해도 내인생은 지금과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억들은 어느날, 아마도 멀고 긴 통로를 지나, 내가 있는 곳을 찾아온다. 그리고 내 마음을 신기할 정도로 강하게 뒤흔다. 숲의 나뭇잎을 휘감아 올리고, 억새밭을 한꺼번에 눕혀버리고, 집집의 문을 거세게 두드리고 지나가는 가을 끄트머리의 밤바람처럼.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갑작스럽게 사라져버리거나 떠나버린 장소, 음악, 친구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기억, 간사이 지역 고베라는 도시에서 불었던 바람,청명한 하늘,바다 향기,뱃고동 소리,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왔던 음악, 시,하이쿠,소설 그리고 야구장

1949년생 무라카미 하루키 


 ' 일인칭단수'란 세계의 한 조각을 도려낸 '홑눈'이다.

 그러나 그 단면이 늘어날수록 '홑눈'은 한없이 서로 얽힌 '겹눈' 이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이미 내가 아니고, '나'도 이미 내가 아니다. 

또한, 그렇다. 당신도 더이상 당신이 아니게 된다.

그곳에서는 무슨일이 일어나고, 또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자, 그럼  1949년생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하는 그들에 삶' 1인칭 단수'에 세계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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猫を棄てる 父親について語るとき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文藝春秋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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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에 '고양이를 버리다, 아버지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에세이(잡지 문예춘추에 실렸고 미국 잡지 뉴요커에 번역되었던)가 책으로 출간되었다.

책은 앙증맞을정도로 자그만한 크기에 101페이지 분량으로 삽화까지 첨부되어있다.

猫を棄(す)てる 父親について語るとき 村上春樹著:東京新聞 TOKYO Web

처음 잡지에 출간했던 원고에서 문장을 조금 다듬었고(첫장부터 꼼꼼하게 읽어보니 문장이 잡지에 수록된것과 다르게 묘사등등이 덧붙여졌다, 다시 번역해 올릴지 고민중 ㅎㅎ) 

*2020년 4월에 하드커버로 출간된 책을 읽어보니 역시 꼼꼼한 하루키는 작년에 잡지에 기고했던 글을 부분 수정했다.(부제도 수정되었다.)친할아버지에 뒤를 이어 주지직을 승계한 큰아버지 이야기와 그에 장남(현재 주지)에 관한 부연 설명들이 덧붙여졌다. 편집장들은 하루키가 정식 책으로 출간하기전에 오래전에 발행되었던 잡지 신문 기사들까지 꼼꼼하게 체크했고 아버지에 군경력상황을 조회하는데 오랜 시간을 보냈을정도로 철저하게 사실에 뒷받침할 증거를  집요할정도로 수집하며 마지막 퇴고전까지 여러번 확인과 수정을 했다고 한다. 편집자들은  백여페이지가 안되는 에세이에 불과해서 금방 출간하게 될줄 알았는데 하루키에 철저한 원고 확인과 수정에 두손발을 들었을정도로 하루키는 자신에 글을 세상밖으로 내보내기전에 어떤 허영이나 자만 허세가 없다는 사실을 또한번 확인했다고 한다. 한편으로 지난 시절에 기억 아버지와 관계가 좋지 않았다는것, 말년에 투병으로 고통받았던 아버지에 모습을 떠올리는것이 힘들었다고 한다.

소년시절 하루키에 모습과 흡사한 삽화들이 페이지 곳곳에 나타난다.

村上春樹がはじめて綴った父親のこと、幼いころの記憶――『猫を棄てる ...


작년 10월에 뉴요커에 실렸던 에세이를 번역한 포스팅

https://blog.aladin.co.kr/bunningyears/11163042


그럼, 하루키옹에 후기를 발번역으로 올려본다.


-자그마한 역사의 파편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해서  언젠가 뿔뿔히 흩어진 기억에 조각을 모아 문장으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전부터 해왔지만   흩어진 기억에 조각들을 끄집어내어 추스리는데 세월이 너무 지나버렸습니다.

이나이에 기억에 의존해서 글을 써나간다는것이 (어린시절에 나로 돌아가는것 같아) 마음 한편이 무거워져버렸는데 어느날 어떤 기분에 사로잡혔는지 아니 마음속에 어떤 감정이 휘몰아 쳤는지 이렇게 써도 좋을지 모르지만 원고를 붙들고 쓰게 되었습니다. 

막상 글을 쓰는 동안 목부터 차올라왔던 것들이 뼈마디 마디까지 줄줄이 내려가서 제 마음속에 상당 기간동안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남자에 아들로서 살았던 시절 아버지와 나는 함께 해안가에 고양이를 버리러 갔던 기억을 떠올렸죠.

그래서 그 시절  저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제가 이렇게  어렴풋하게 떠오르는기억속에 한장면을 문장으로 쓰게되었던 이유중에 하나는 전쟁이라는것이 한사람 한 인간에게-  굳이 적확한 명칭을 붙인다면  한 국가에 시민으로 살아남기 위해 영혼까지 뒤바뀌어 버릴 정도로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입니다.

아버지에 운명은 스스로 원했고 가고자 했던 길이 아닌 길로 가버리면서 저라는 인간도 세상밖에 존재하게 되었던것이 아니였는지 역사라는것은 이렇게 한개인에 인생을 송두리채 바꿔버립니다.


전쟁은 인간에 삶을 뒤흔든다는 냉엄한 현실로 결코 역사는 과거가 아닙니다.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스스로가 누구인지 인식해서 무의식적으로도 내면에 흐르고 있는 온기 ,이세상을 살아갈수 있게 만드는 피가 다음세대 까지도 흘러 과거를 부정하지 않고 전해 질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의미를 덧붙이게 되어 이렇게 글을 써버린 한 개인에 이야기가 동시대에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살았던 시절은 전세계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거대한 역사에  한 부분입니다.

극히 사소한 일부에 기억이지만 실제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이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버지에 아들로써 이런 식으로 라도  후대에 남기는 메세지처럼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역사에 파편 조각에 딱 맞는 이름을 부여하지 못하는 이야기이지만 가능한 이런 식으로도 생생하게 떠올려서 글로 남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써내려갔습니다.

일찍이 저는 어린시절부터 몇마리에 고양이를 품속에 품고 다녔던 소년이였습니다. 그렇게 품었던 고양이중에 한마리를 기억속에 끄집어내니 하나에 기억에 축에서 이어져 나올수 있었습니다

짧은 문장이지만 어떤 형태라도 책이 출판된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에  출간할지 말지 상당기간 망설였는데 결국 한권에 자그만한 크기에 책이 되어 일러스트레이션이 첨부되어 출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내용을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노트에 습작하기라도 한 것처럼 제가 이전에 써왔던 문장들과 상당히 다르다는 생각을 이따금씩 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에 삽화를  그리신 분은 대만 출신에 젊은 여성 일러스트레이터 가오얀 씨로 이분에 화풍은 마음속 깊은 곳에 있던 유년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따스함을 품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분께 전적으로 이책에 삽화를 맏겨버렸습니다. 

가오얀씨에 그림은  이상하게도 그리움에 감정을 일으킵니다.



모쪼록 이렇게 글을 쓸때마다 항상 곁에 있어주는 분들 덕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잡지에 처음 수록할 기회를 준 문예춘추 편집주 조수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2020년 2월

                                                                                  무라카미 하루키

村上春樹特別寄稿~猫を棄てる | 春・うら+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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