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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가 일본에서 맹위를 떨치기 시작한 2020년 3월 초 이 작품을 쓰기 시작하여, 3년의 시간에 걸쳐 완성 했습니다. 소설을 집필하는 동안 거의 외출 하는 일도 없었고 장기간 동안 여행을 하는 일도 없는 기이한 상황 속에서 매일 끈질길 정도로 소설 집필에 매달렸습니다. 마치 제가 완성한 이 작품 속에 나오는  <꿈읽기> 도서관에서 <오래된 꿈>을 읽는 것처럼 무엇을 의미 할지 또는 아무것도 의미 없는 그저 <꿈> 일지도 모릅니다.]

                                          -2023년 4월 13일 무라카미 하루키 인터뷰 중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6년 만에 내놓는 신작 장편소설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은 2017년 2월 '기사단장 죽이기' 이후 약 6년 만에 발표한 15번째 장편소설로 1980년 문예지에 발표했으나 책으로는 발간되지 않았던  중편 소설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을 전체적으로 고쳐 쓴 작품이다.

[그 당시 작가 초기에는 아직 소설을 쓰는 법을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스물 아홉 살에 완성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쓰기 전 까지 단 한번도 소설 같은 형식의 글을 써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문장 쓰는 법이라든가 소설 형식의 작품을 쓰는 훈련이 없는 상대로 어느 날 이름 앞에 작가 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었습니다.그 다음에 발표한 <1973년의 핀볼>을 쓰고 난 후에도 계속 재즈 바를 경영 하면서 틈틈이 글을 썼지만 제가 정말로 쓰고 싶었던 이야기를 어떻게 써야 할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문예지에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을 발표 하고 굉장히 후회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제대로 완성된 작품으로 꼭 쓰겠다고 결심 했기에 지금까지 단행본으로 출판 하지 않았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는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가기 위해 재즈바를 정리하고 난 후 허리를 졸라 매고 <양을 둘러싼 모험>을 완성한다. 그는 이 작품으로 노마 문예 신인상을 수상하고 1985년 장편소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제21회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을 수상하며 일본 내에서도 162만 부 이상이 판매고를 올리며 1980년대 일본 문학계에서 기념비적 작품이 되었다. 하루키가 전업 작가가 되기 전에 미완성으로 남겨둔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은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작품의 모티브가 된 작품이다.

[1부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완전히 다시 새롭게 쓰면서, 저 스스로도 제대로 다시 쓸 수 있게 되었다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과연 이것 만으로 다시 쓰는 의미가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생겨 났습니다. 따라서 일단 1부만 다시 쓰고 그대로 내버려 두고 나서 그렇게 반 년 정도의 시간이 흘러가니 어느 날 문득 이야기가 쓰고 싶어졌습니다. 이 이야기를 집필 했을 당시 저는 갓 서른을 넘겼을 때이고 지금은 70이 넘은 나이로 면허증 갱신 신청을 해야 하는 고령자로 접어 들었기에 40년 전에 쓸 수 없었던 노년의 모습을 쓸 수 있게 되었으니 다시 쓰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3부로 구성된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은 제1부에서 고등학교 3학년인 17세의 주인공이  도서관에서 일하는 한 살 연하의 여고생을 만나면서 높은 벽에 둘러싸인 거리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느 날 그 여고생은 자신이   사는 곳은 그 거리 라는 말하고는 모습을 감춰버린다.

 그 소녀가 사라진 후 소년은 벽에 둘러싸인 조용한 거리의  벽 안에 머물러야 할지 바깥 세상으로 나가야 할지 갈등 하기 시작한다.

 2부에서 마흔에 접어든 주인공은 지난 시절의 그  소녀를 잊지 못해 누구와도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맺지 못한 채 도쿄에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후쿠시마 현의 작은 마을 도서관에서 일하게 된다.

 이 마을 도서관에 찾아온 이들이 차례 차례 등장 하면서 마음에 상처를 입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책과 책 사이를 부유 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마지막 3부에서 앞서 등장 했던 1부와 2부의 이야기들이 서로 맞물리면서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 된다.


[저는 외동으로 자라면서 항상 책 읽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인지 <상상의 세계> 라든가 <여기가 아닌 세상>의 이야기를 즐겨 읽으면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도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상상을 자주 했습니다. 

이따금씩 제 자신 조차 소설가로 먹고 살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29살 때 까지 작가의 삶은 단 한번도 생각 해 본 적이 없었고 제 책이 번역되어서 세계 곳곳에서 팔리고 있을거라는 건 꿈조차 꾼적이 없습니다. 

이런 일이 제 인생에서 일어날 것이라는 걸 생각해 본 적도 없으니 인생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다는게 그저 신기 할 뿐입니다.

 70세를 넘겨보니 만일 그 시절에 이 길이 아닌 저 길로 갔었다면 지금쯤 나라는 인간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상상조차 하기 힘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꿈 속에서 저는 여전히 음악을 들으며 음식을 만들며 손님을 맞이 하고 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책보다 영상에 익숙한 이들이 넘쳐 나는 시대이지만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가 책을 내면 사람들은 종이책으로 돌아간다.

읽고 싶은 이야기, 계속 책장을 넘기고 싶은 이야기가 존재 하는 한 호모 사피엔스들은 종이책을 집어 들 것이다.



'처음 이 작품을 쓸 당시 작품 자체에는 만족하지 못했지만 제목 만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이 제목 이외에 다른 제목은 떠오르기 않아서 그대로 썼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2023년 4월13일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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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9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29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3-08-31 0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월까지 이제 몇 시간 남지 않았습니다 2023년 팔월이 가는군요 이번주는 흐린 날만 이어질 것 같기도 하고... scott 님 팔월 마지막 날 잘 보내세요


희선

scott 2023-08-31 11:42   좋아요 1 | URL
비 온 뒤 바람이 많이 시원해졌습니다
어느 해 보다 길게 느껴진 여름 가면 시원하고 청명한 가을인 9월이!
휴일이 많은 달
희선님 행복하게 건강하게 ^^
 

2017년 2월 장편 '기사단장 죽이기' 이후 약 6년 만에 발표한 무라카미 하루키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 은 1980년 문예지에 발표했으나 책으로는 발간되지 않은 중편소설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을 고쳐 쓴 작품으로 655페이지 분량에 총 3부작으로 구성되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을 다시 고쳐 쓰게 된 이유에 대해  이번 단행본 후기에 이렇게 밝혔다.

1980년에 문예지 <문학계>에 발표 했던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은 중편 소설 (당시에 단편작보다 좀 늘려 쓴)이였습니다.

원고지 400자 분량을 가득 채워서 아마도 150매 분량에서 조금 넘게 썼던 작품이였습니다.

당시 잡지에 연재했던 작품으로 내용 면에서 어떻게든 납득 할 수 있는 결말로 나아가지 못해서 (여러가지 전후 사정이 있었는데 설익은 상태에서 세상에 내놓았다고 느꼈습니다)책으로 완성하지 않았습니다.

이 작품만 서점 매대에 놓여 진 적도 없었고 일본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단 한 번도 출판된 적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이 작품에는 저에게 있어서 왜 인지 몰라도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게 되었고 제가 처음 집필 당시에 느꼈던 감정을 계속 유지 할 수 있게 만들었던 작품입니다.

그저 그 시절에 저는 완성 하는 걸 단념 해서 인지 그렇게 완전한 작품으로 쓰지 못할 필력이였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 시절 소설가로 막 데뷔를 했기에 지금의 제 자신과 달리 무엇을 써야 할지 무엇을 쓰지 말아야 할지 충분할 정도로 파악하지 못했던 시기 였습니다.


발표하고 나서 후회하는 일이 일어 난다면 되돌릴 수 없었겠죠.

언제 생각해봐도 그 시절 그런 결정을 내렸던 건 당연했던 일이라고 주기적으로 생각했기에 차분하게 손을 대고 다시 써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그렇게 제 안에 잠든 채 결국 끝 맺지 못했습니다.

이 작품을 쓸  당시 저는 도쿄에서 재즈 바를 경영하고 있었습니다.

두 가지 일을 병행하면서 살아서 당시에 어리 벙벙한 상태로 생활을 이어나가면서 틈틈이 집필에 몰두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게 경영 하는 걸 그만두고 (음악을 좋아했고 가게도 꽤 성업 중이였지만) 소설을 몇 편 쓰고 나니 글을 쓰면서도 먹고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서서히 강해져서 가게를 접고 전업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 시기에 허리를 졸라 매고서 쓴 첫 장편 소설 <양을 둘러싼 모험>을 발표했습니다.

1982년에 곧바로 쓰기 시작했던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을 대폭 수정해서 다시 쓰게 되었습니다.

그 시기에 이야기가 장편 소설로 이어서 써나간다는 건 무리였기에 완전한 작품으로 완성하기 위해서 시점과 문체 색깔을 완전히 달리 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추가 해서 처음 발표 당시에 1부만 완성 했던 것을 2부와 3부를 추가해서 한 편의 장편으로 완성했습니다.

이 이야기의 전개는 두 가지 시간이 교차 진행됩니다.

따라서 두 가지 이야기로 전개되었던 것이 마지막에 하나의 이야기로 완결되게 제가 처음 부터 기획하고 썼기에 좀 조잡한 속셈으로 완성했습니다.

따라서 이 두 가지 시점이 마지막 하나의 이야기로 합쳐 질 수 있게 써나가는 동안 작가인 저 역시도 눈치를 채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전에는 이렇게 기획해도 딱 맞춰서 완성하지 못했기에 고집을 피우며 자유롭게 써나가지 못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꽤 앞 뒤 생각 없이 살았던 이야기처럼 느껴지네요 그러니까 '자 뭐라도 써야겠지'라는 낙관적인 (그 시절 무서운 것도 몰랐던 나이) 기세만 있었지 마무리 짓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끝까지 쓰다 보면 점점 잘 써진다는 자신감 같은 것만 있었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예상 했던 것과 달리 마무리는 커녕 완결 하지도 못했으니 이제 두 가지 이야기로 벌려 놓고 하나의 이야기로 마무리 해버렸습니다.

양쪽의 이야기를 오고 가며 써나가다 보면 기나긴 터널 속으로 들어가 한가운데 불쑥 하나의 이야기로 관통해가는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제 경험 상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쓰는 동안 스릴을 느끼면서 썼기에 이번에도 그와 같은 걸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이 소설을 완성한 후 단행본 출판년도를 보니 1985년이라고 찍혀 있었습니다. 그 시절에 저는 서른 여섯 살로 이런 저런 걸 꽤 경험하며 어떻게 든 전과는 다른 시대로 넘어갔었던 나이였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서 작가가 되었고 글 쓰는 경험들이 쌓여 가면서 제법 출판된 책들의 무게 만큼의 나이를 먹고 나서야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이라는 미완성된 작품을 꺼내 보니 그 시절 작품을 숙성되지 않은 채로 매듭지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세계의 끝과 하드 보일드 원더 랜드>는 두 가지 상반된 이야기로 진행 시켜나갔는데 이번에는 서로 다른 유형의 시간을 대응 시켜나가면 어떨까? 라는 생각으로 써나갔습니다.

'원고를 꺼내 놓고'가 아니라 미완성된 이야기를 뼈대로 세워두고 쓸 수 있을 때까지 이야기에 살을 붙여나갔습니다.

그렇게 쓰다 보니 '뭐 하나의 이야기를 더 대응 시켜 볼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문체의 색깔과 시점이 서서히 바뀌어 나갔고 서서히 이야기의 전체 서사 구조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제 작년 (2020년) 부터 쓰기 시작해서 현재 (2022년 12월)까지 이 작품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을 한번 더 마지막 마침표까지 찍을 때까지 완전하게 다시 쓸 수 있었습니다.

처음 작품을 발표하고 나서 제 스스로 글 쓰는 법을 배워나가다 보니 4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네요.

그 시절에 제 나이는 서른 한 살에서 현재 71세가 되었습니다.

두 가지 일을 병행하다가 작가의 길을 선택해서 그렇게 몇 년의 계절이 쌓여가니 전문 작가(그렇게 불려 지는 것도 부끄럽습니다 만) 로 살고 있는 것에 의미를 크게 부여 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소설을 쓴다'는 행위로 먹고 살고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애정을 덧붙여 말해본다면 그 정도로 대단한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좀 더 덧붙여 본다면 2020년은 '코로나 바이러스' 해로 제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본에 본격적으로 맹위를 떨치기 시작했던 3월 초 부터 조금씩 작품을 쓰기 시작해서 대략 3년의 시간 동안 완성 했습니다.

그 시기에 외출도 하지 못했고 장기 여행도 못했으니 그렇게 이상한 시기에 이 정도의 긴장감을 강하게 느꼈던 환경 속에서 (꽤 긴 시간 동안 중단 하고 냉각 시기까지 겹쳐서) 나날이 소설을 꾸준하게 이어서 쓸 수 있었습니다.(아마도 꿈속에서 읽으려고 도서관에서 빌렸던 오래된 꿈을 읽듯이)

이런 상황이 되니 무언가 의미 있는 해야 하지 않을 까 라며 이런 의미 있는 일을 했으니 이 작품에 어떤 의미를 부여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집필하는 동안 온 몸으로 실감했습니다.

맨 처음 제 1부를 완성하고서 그렇게 처음 부터 지향했던 일을 완료 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이 정도만 쓰자' 라며 펜을 반 년 정도 놓아버린 채 원고를 그렇게 잠들게 해 놓고는 '역시 그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지 이 이야기는 다른 방향으로 끝나야 해.'라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2부를 썼고 제 3부까지 써버렸습니다.

이렇게 3부까지 쓰고 나니 그제서야 완전한 이야기로 완성했다는 생각이 오랜 시간 동안 이어졌습니다.

그러니 어차피 저로써는 (제가 작가가 되어서 작가라고 불리는 인간이여서) 소중한 의미를 부여하겠다는 잔꾀를 부린 것입니다.

이렇게 40년 가까운 세월을 보내면서 새로운 책으로 고쳐 썼다는 건 이미 한번은 그 거리에 섰다가  돌아서서 그 시절에 끝까지 가지 못했다는 걸 통감하고 있습니다.

보르헤스가 말하기를 한 사람의 작가가 평생 동안 집필할 수 있는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그 수량이 한정되었다는 말을 했습니다.

우리 모두 그렇게 한정된 여러 이야기의 모티브에서 손으로 모양을 변형 시키면서 다양한 형태로 글을 쓸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라는 말을 할 수 밖에 없네요.

요약하자면 진실로 하나의 이야기로 정해지지 않은 채 멈추지 않고 부지런히 시점이 바뀌고 이동하면 상반된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따라서 이야기라는 건 읽어나가면서 그 실체를 알아가는 묘미를 맛보게 하는 것이라고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2022년 12월 

무라카미 하루키

이번에 출간 된 한국어 번역은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으로 제목이 수정 되었지만 원래 일본어 책 제목은 街とその不確かな壁으로  어느 날, 한 소년은 고교 에세이 대회에서 우연히 만난 한 소녀로 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된다.

 “지금 여기 있는 나는 진짜 내가 아니야. 진짜 나는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그 도시에 살아.” 소년은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소녀가 들려주는 도시 이야기에 빠져 들고 후에 성인으로 성장해서 직업도 잃고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채 배회 하다 그 시절 그 소녀가 말했던 그 도시 그 거리를 찾아 간다.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 분리되는 그림자, 바늘 없는 시계탑, 그리고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 그 거리에서 시작 되는 이야기

하루키가 기존에 자신의 작품에서 등장했던 인물들이 장소와 배경, 나이와 이름, 성별만 조금 바뀌어서 이번 신간에서 재생 반복 된다.

마치 재즈 연주단이 기존의 연주 되었던 명곡을 다시 무대에서 즉흥 변주 하듯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번 신간은 그가 발표 했던 역대 작품의 비슷한 연장 선에 있는 작품 중 하나다.

하루키의 명 단편을 프랑스 아트 디렉터 Jc 드브니가 총 아홉편을 각색해서 만화로 멋지게 그려서 출간 했다.

하루키가 창작한 이야기는 전 세계 거의 모든 언어로 번역되어 영화-연극-그래픽 노블-만화로 재 각색 되어 재즈 섹션의 화려한 변주곡처럼 무한 반복 재생되고 있다.

[출판 산업 전체가 거리에 나앉았다. 편집자들은 “편집으로 어떻게 먹고 살란 말인가!”라는 푯말을 들고 길모퉁이에 서 있 다. 아트 디렉터들은 나무상자 위에 앉아서 통행인들을 모래언덕의 작은 벌레로 묘사한 캐리커처를 그리고 있다. 발행인들은 길모퉁이 사무실 창문에서 몸을 던져서 자신들을 보도 위에 흩뿌려진 시신의 한정판으로 만들어 출간하고 있다. 작가들은 어디 있느냐고? 눈치가 빠르면 돈을 꽤 벌고 있을 것이다.]

-존 스컬지의 슬기로운 작가 생활 중에서

1949년생 무라카미 하루키는 현재 미국에 체류중으로 이번 2023년 9월에 열리는 보스턴 마라톤 대회 출전을 준비로 몸 만들기에 한참이다.

아마 이시기에는 하와이에서 몸 만들기에 돌입하며 뜨거운 태양이 내리 쬐는 오후 시간에는 현재 번역 마무리 단계에 있는 트루먼 카포티의 < 다른 목소리, 다른 방>의 번역문을 다듬고 있을 것이다.

쉼없이 쓰고 달리고 번역하고 그리고 매달 도쿄 FM 라디오 진행과 원고 작성을 하고 모교 와세다 대학 국제 도서관에서 주최하는 낭독회와 재즈 콘서트까지 하는 무라카미 하루키 인생에 마침표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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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3-08-28 1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마음 속에 늘 개운치 않게 남아 있던 초기 글을 40년만에 완성! 하루키는 이제 속이 시원하시려나요?ㅎㅎㅎ

2023-08-28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23-08-28 15: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서를 보고 싶은 마음에 손으로 들었다 놓기도 했지만 결국 이렇게 한글 번역본으로 주문하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하루키가 미국에 있군요. 2023년 보스톤 마라톤이라 해서 제가 잘못 읽은 줄 알고 다시 확인했네요. 믿어지지가 않네요. 그 연세에...역시 하루키는 하루키네요. 하루키가 아버지뻘인데 저는 지금 몸 만들어 나가라 해도 절대 못한다 할 듯한데...

scott 2023-08-28 16:52   좋아요 1 | URL
블랑카님 마음 하루키옹이 알아줬으면 합니다 ㅋㅋ
하루키옹은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고 매회 하와이 -보스턴 마라톤에 출전해서 기록과 관련 없이 무사히 완주 했습니다
제가 투비에는 올렸지만 하루키옹 첫회 마라톤 출전 때부터 기록된 완주 시간이 있습니다
이제 곧 80대 인데
주변에 80대들 중에 온전하게 걷고 뛸수 있는 사람들이 없다고 하루키가 라디오 방송을 통해 밝혔습니다.

매일 손으로 쓰고 온몸으로 뛰며 살고 있는 하루키옹을 지켜 보면서
이분의 삶의 의지는 펜끝과 다리 힘에서 나온 것이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ㅎㅎㅎ

일단 읽겠다고 마음 먹으셨다면 첫 문장이라도 사전을 찾아가며 스스로 해석 해보세요.
동기 부여가 됩니다.
블랑카님 일본어 정복
홧팅 ^^

blanca 2023-08-29 09:34   좋아요 1 | URL
와, 책이 출간되지도 않았는데 오늘 판매지수 보고 완전 놀랐네요. 베스트셀러 2위라니... 역시 하루키는 건재하군요. 당연히 초판한정 양장본이라 해서 따놓은 당상이라 생각했는데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음, 일본어는 <후와후와>도 사전 없이 해석 1도 안되는 수준으로 안착했습니다.

책읽는나무 2023-08-28 2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음 달 보스톤 마라톤에 나가신다구요?????
쓰러지시면 어떡하실라구....
돌아가신 엄마와 동갑이신 하루키 님입니다.
와.....정말 대단한 작가세요.
그래도 마라톤은......

scott 2023-08-29 00:11   좋아요 1 | URL
하루키옹 이미 작년에도 참가 해서 완주를 ㅎㅎ
어무이가 100세를 가뿐하게 넘기셔서 하루키옹의 몸에 장수의 DNA가 ㅎㅎ

병원에 간 적 없을 정도로 타고난 체질이 건강 하다고 합니다
옹은 오래 살고 머니 걱정 없이 맘껏 뛰면 됨요 ^^

희선 2023-08-29 0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루키가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나가려고 미국에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일본에 있다가 미국에 가서 바로 마라톤 하려면 더 힘드니... 그것뿐 아니라 다른 것도 여전히 하는군요 그렇게 자신이 하고 싶은 거 즐겁게 해서 건강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오래전에 제대로 쓰지 못한 소설을 다시 시간을 들여서 써서 좋았겠습니다


희선

scott 2023-08-29 10:50   좋아요 1 | URL
하루키옹은 미국 시장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 합니다
대부분 영어판 번역을 토대로 이중 삼중 번역(일본어 번역가가 없는 국가들)하기 때문에 하루키 옹 미국에서 적극적으로 인터뷰 하고 글 기고 하고 달리고 ㅎㅎ
눈만 좀 침침해졌지 신체 모든 기관이 튼튼 하다니
대단하죠

오래전 원고를 다듬어 낼 정도면 이제 자신이 미처 완성하지 못한 것들 차분하게 정리하고 세상 행복하게 살다 갈 것 같습니다
작가 중에 가장 행복한 분 중 한 명 ^^
 

첫 여성운동 물결의 국면을 1848년 세니커폴스 집회부터 여성의 투표권을 인정한 1920년 제19차 헌법 개정안 시점까지 추적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1960년대부터 시작하여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제2의 물결을 떠올릴 수 있다. 혼란스럽고 소란하고 대단하고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인 물결을. 우리는 이런 시각을 견지하면서 우리 모두 여전히 그 물결의 한가운데 있다고, 세상이 요동치는 한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마음에 새긴다.'

                                                                                                      -여전히 미쳐 있는 중에서 

폭우를 뚫고 도착한 책, 읽자!읽자!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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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3-07-15 17: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벌써 도착했네요!
저도 집에 가면 와있기를!

scott 2023-07-15 17:26   좋아요 1 | URL
펀드 참여자들은 오늘 배송 해 줄 것 같습니다
햇살님 댁에도 이미 와 있을것 같아요
여전히 미쳐 있는 ^^

거리의화가 2023-07-15 18: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도착했답니다 스콧님^^ 표지가 강렬하네요.

scott 2023-07-15 18:57   좋아요 1 | URL
다락방에 미친에 비하면 한 손에 잡히는 두께 ㅋㅋ

독서괭 2023-07-15 18: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배송지연 문자 왔네요. 어차피 사무실로 시켜서 월요일에 오는 편이 나으니 다행이요 ㅎㅎ

scott 2023-07-15 18:58   좋아요 1 | URL
월요일,,,,
부디 비에 젖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 택배 박스 모서리도 좀 젖었는데
다행히 책은 포송 포송 ^^

책읽는나무 2023-07-16 2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받았네요^^

2023-07-16 2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생명과 인생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한글 단어 '삶'을 보면 흥미로운 자음이 보입니다.

ㅅ-ㄹ-ㅁ'

-문지혁의 중급 한국어 중에서


투비를 하고 부터 가끔씩 알라딘에 들어와 글쓰기 창을 열때면 여전히 불안, 불안하다.

쓰던 도중에 순식간에 백지 상태 글쓰기 창이 뜬다거나,올리고 싶은 사진이미지가 등록 되지 않거나...

하는 경우가 빈번하기에 오늘도 글을 쓰면서 문득 내가 알라딘을 하면서 부터 이모티콘을 직접 그리게 되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댓글창에 사진이미지 등록이 안되니)

.

  ∧_-------∧ !

 (´💖ω゚💖')

_(_つ/ ̄ ̄ ̄/_

  \/   /

    ̄ ̄ ̄

투비컨티뉴드 글쓰기 기능에 익숙해진 지금, 이곳 알라딘 서재에 내가 원하는 날짜, 시간에 맞춘 예약 발행 기능이 전혀 없다는 사실에 어색한 불편함이 한 가득...


' 빈센트가 그린 아름다운 밤하늘과 반짝이는 별들은 말한다. 현실에서 도망치지 않고 담담하게 살아가되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희망을 잃지 말라고. 희망은 별에 있지만 지구 역시 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보내는 이, 빈센트


┊┊┊╭━━━━━━━━━╮

┊┊┊┃이제 이곳엔 리뷰만 올려야 하놔 ㅎㅎㅎㅎㅎㅎ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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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DADDY 2023-03-06 0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아스키 아트군요. 키보드앱중에 지원하는 것도 있지만 직접 만드시는 분은 처음 봐요. 앞으로 예쁜 재미있는 그림 기대할께요. ^^

scott 2023-03-06 10:19   좋아요 1 | URL
이제 헬기도 그릴 수 있습니다 ㅎㅎㅎ

알라딘 서재 댓글 창에 사진이미지를 올리지 못해서

이런 기술을 나름 습득하게 되었네요

대디님 한 주 시작 멋지게 ^^

거리의화가 2023-03-06 0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투비에 예약 발행 기능이 저도 참 좋더라구요.
사진 안 올라가는 건 진짜 빨리 해결이^^;;;
아... 월요일인데 일하기가 넘 싫습니다. 할 일은 태산 같은데ㅠㅠ

scott 2023-03-06 10:20   좋아요 1 | URL
투비 글쓰기 기능에 익숙해져서
지금 댓글 쓰는 것도 적응이 안되능 ㅎㅎㅎ

3월 일더미 가득 ㅠ.ㅠ

화가님 미세먼지 가득찬 오늘 건강 잘 챙기세요 ^^

물감 2023-03-06 1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 등록이 되긴 하는데 로딩이 좀 길어졌어요. 어째 점점 서재가 무너져가는 기분이 들죠 왜 ㅠ

2023-03-06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쎄인트saint 2023-03-06 1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되다...안 되다 하네요....

scott 2023-03-06 12:14   좋아요 0 | URL
그냥 어느 순간 서재글 모두 홀라당 날라갈것 같습니다
서브 용량 과부하를 더이상 못 버티는 듯,,,

바람돌이 2023-03-06 2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젠 되는거 아닌가요? 되던데요??? ㅎㅎ

scott 2023-03-08 10:47   좋아요 1 | URL
어느 날 갑자기 여기글 홀라당 날라 갈것 같아여 ㅎㅎㅎ
 

신분증을 보여주기 위해,

돈을 지불하려고,

혹은 열차 시간표를 확인하느라고

지갑을 열 때마다,

나는 당신 얼굴을 본다.

꽃가루 한 점은

산맥보다 더 오래 되었고,

그 산맥들 속의

아라비 山은 아직 젊다.

아라비 산이 나이를 먹어

언덕으로 변할 때에도

꽃의 씨앗은 뿌려질 것이니,

가슴속 지갑 안에

들어 있는 꽃 한 송이

우리로 하여금 산맥보다

더 오래 살게 하는 힘,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

-존 버거

한 때, 한 시절 창문을 열면 저 멀리 미라보 다리가 보였던 파리에 살았다.

새벽마다 거리 곳곳의 낙엽들과 강아지들의 배설물을 치우는 대형 차들이 내뿜는  요란스런 소리에 저절로 눈을 떴다. 그리고  창을 열어 저 멀리 보이는 미라보 다리의 모습을 눈 속에 담았다.

청소 차량의 굉음 소리가 사라지면 친구와 나는 서둘러 샌드위치와 차를 준비 했다.

든든하게 한 끼 식사를 완성하고 난 후 친구는 자신의 일터가 있는 샹젤리제로 나는 파리 14구에 있는 몽파르나스로 향했다.

몽파르나스에는 사진 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재단이 직접 운영하는 멋진 갤러리가 있다.

그곳에서 무수히 많은 역사적인 사진들, 포토 저널리즘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들과 다큐 영상을 만났고 몇몇 전시 작품들은 도록을 보지 않아도 눈을 감으면 선명하게 떠오를 정도로 생생하다.


그 시절에 만났던 사울 레이터의 사진들은 시간이 흘러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빛으로 남아있다.


[사울 레이터는 세상의 증인이었고, 나는 긴 세월을 그의 증인으로 살아왔다. 사진을 찍고 편집하는 그의 모습을 어깨 너머로 지켜보았고, 그의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바라봤다. 운 좋게도 나는 사울의 인생 마지막 시기를 함께 했다. 그의 사진은 내 마음에 생생히 살아 있다. 마치 사진을 찍던 그 자리에 내가 있었던 것처럼 우리는 18년 남짓 한 시간을 가까운 친구로 지냈지만, 그의 사진은 그보다 더 오래 내 곁에 머물러 있다. 그가 보여준 대담함은 지금도 놀라움을 선사한다. 시간이 지날 수록 나는 그를 더 많이 사랑하게 된다.]

-사울 레이터 재단 이사장 '마깃 어브'의 인터뷰 중에서


그렇다. 시간이 지날 수록 나 역시 사울 레이터가 세상에 남긴 사진을 더 많이 사랑하게 되었다.


내 눈으로 본 세상이 아닌 사울 레이터의 눈으로 본 세상, 그의 카메라에 찍힌 어떤 사물, 장소, 사람들은 마치 수수께끼 같은 신비로움을 품고 있다.

어떤 설명도 필요하지 않는 신비, 어느 한 순간 저절로 마법이 풀리듯 모습을 드러내는 신비.


사울이 보여준 신비로움은 한 때 그 시절, 그곳을 스쳐 지나갔던 이들이 품고 있던 빛으로 각자 바라보는 시선으로 포착한 세상의 한 순간들이 품고 있는 영속의 시간들이 흐르고 있다.


사울 레이터는 사진 작가로 살아 왔던 지난 70여년의 시간 동안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 한 것은 10년이 채 안된다.

1996년 미국인 갤러리스트 하워드 그린버그가 몇몇 작품을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진 전시를 열었지만 대중적인 호응을 이끌어 내지 못한 채 1년 후 1997년에 컬러 사진 전시를 시작으로 그제서야 사울 레이터의 사진들이 한 두 장씩 팔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일흔 네 살에 접어든 사진 작가의 뒤늦은 전시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어도 작품들은 고작 한 두 작품 정도만 팔릴 정도로 그의 사진은 상업적인 사진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2005년 부터 사울 레이터는 필름 카메라에서 손을 떼고 디지털 카메라를 잡기 시작 할 무렵 영화 감독과 독일 출판계에서 그의 작품의 진가를 알아 보고 대거 작품들을 사들였고 일본 전시를 시작으로 전 세계로 사울 레이터 사진 열풍의 불을 붙였다.


생애 마지막 시기인 2013년 여든 아홉 살에 접어든 사울 레이터는 자신의 전 작품을 소장 관리하는 하워드 그린 갤러리에 수 만 장의 슬라이드 사진첩을 넘겼다.

이 사진첩은 너무 방대해서 그가 세상을 떠나고 6년의 시간이 흘러서  마침내 2019년 가을 10월, 세상에 공개 되었다.

전 세계 전시 순회를 마치고 난 후 사울 레이터 재단 설립자이자 대표인 마깃 어브 꿈에 사울이 나타났다.



'사울, 새 책에 실을 멋진 사진들을 발견했어요. 꼭 보셔야 해요, 정말 많아요. 깜짝 놀라실걸요? 작업은 곧 끝나가지만 고를 시간은 남았어요. 한번 보실래요?'

꿈 속의 사울은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아뇨, 그럴 필요 업어요. 나를 놀라게 해봐요.'


여기, 사진집에 그가 남긴 마지막 사진 슬라이드 71개의 사진들이 담겨 있다.

71개의 사진들은  마치 오래된 필름 상자 속을 열어 보이듯 생애 가장 아름다운 시절들로 일렁 거리다가 스르륵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세상이 자신의 이름을 알지 못해도 사울은 마지막 순간 까지 사진을 찍었고 자신의 모든 시간을 아낌없이 필름 속에 쏟아 부었다.

[호메로스가 맹인이었던 것은 마음속 어둠을 더 잘 보기 위함이었다.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 북북서풍이 불어올 때 셰익스피어도 맹인었고, 조이스는 녹내장이 있었다. 시인은 모두 맹인이다.]

-엘렌 식수의 <아야이! 문학의 비명> 중에서



그의 사진을 본다.

겹겹이 쌓아 올린 삶의 조각들 사이로 어렴풋이 들려오는 차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를 ,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연인들의 속삭임을


시간을 유영하듯 그가 남긴 사진 속 사람들, 사물들을 보기 위해 더 가까이 다가간다.










2022년 한 해 동안 만난 사진 작품들을 바라보며 마치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듯 모든 것을 보고 있다.

이곳도 저곳도 아닌 렌즈 속에 비친 세상 속에는 덧없는 영원의 시간의 흐름이 느껴진다.


글로 쓰여진 작품들은 언젠가 누군가에 의해 읽혀 질 것이고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은 언젠가 누군가에게 보여 질 것이다.


물 건너

그 마을에서는 모든 것들이 다 경험 되었다.

벽돌들이 새처럼,

또, 항구에서 읽고 또 읽는 집으로부터 온 편지 한 장 처럼 소중히 간직된다.

....

물 건너 그 마을에서는

죽은 자가 사람 수를 세고

그 자의 시선이 모든 방을 점하고 있어,

들어갈 빈 방이 없다.

거기서는 하늘이

누군가 가 태어나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그 마을, 떠나간 이들의 눈으로부터 흘러넘친

그 마을에서는,

거기,

아침의 두 종소리 사이로

광장에서는 물고기들이 팔리고

벽에 걸린 지도는

바다의 깊이를 보여주는데

그 마을에서 나는,

당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존 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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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2022-12-22 17: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스콧님께서 서재에 올려주시는 훌륭한 페이퍼들을 통해, 저는 스콧님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기도 합니다 😊

scott 2022-12-22 17:20   좋아요 3 | URL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오늘 정말 춥습니다
라파엘님 저녁시간 따숩게

나와같다면 2022-12-22 17: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혹시 영화 ‘캐롤‘ 보셨어요?
사울 레이터가 많이 느껴지는 영화

scott 2022-12-22 17:50   좋아요 2 | URL
봤습니다
캐롤 감독이 사울 레이터 사진에서 영상 영향 받았다고 합니다 ^^

거리의화가 2022-12-22 17: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순간을 포착하는 힘이 느껴지는 사울 레이터의 사진들! 빛과 색감을 잘 활용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scott 2022-12-22 18:04   좋아요 3 | URL
마치 화가가 붓으로 채색한 빛처럼 느껴지는 사진들을 남겼습니다
바람까지 불어 더더욱 춥습니다 화가님 늦은저녁
따스한걸로 배불리 ^^

파이버 2022-12-22 18: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scott님께서 올려주시는 사울 레이터 사진들 너무 멋집니다. 갑자기 영화 캐롤이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ㅎㅎ

scott 2022-12-22 18:30   좋아요 4 | URL
영화 캐롤 강추합니다 😍
사울 레이터 사진
한장 한장이 영화속 한순간 같죠 ^^

망고 2022-12-22 19: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캐롤봤어요^^정말 느낌 비슷하네요 너무 좋아요😍 그나저나 파리에도 살아보신 스콧님 부럽습니다ㅠㅠ 사진 속 눈오는 거리 풍경은 낭만적이고 참 좋네요 하지만 전 현실에서 눈오는거 보면 슬슬 짜증이 밀려오는 낭만없는 사람ㅋㅋㅋ역시 눈은 좋은 사진, 영상으로 보는게 걱정없고 좋죠😂

scott 2022-12-22 19:49   좋아요 2 | URL
저도 망고님 말씀에 동감합니다
눈내리는 풍경만 좋아합니다
파리의 현실은 영화 사진 속 낭만과 거리가 먼
그럼에도 예술과 음식은 세계 쵝오 🖒
학생 신분으로 무료 할인이 넘쳤지만
이젠 그런 혜택들 엄청 사라졌습니다
추운 날씨엔 방구석 관라이 최고로 안전 아늑😄
지금 서울 엄청 춥습니다
망고님 무조건 따숩게 ^^

2022-12-22 2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22 2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구단씨 2022-12-22 23: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술의 ‘ㅇ‘도 모르겠는데, 스캇님이 소개해주시는 글 볼 때마다 이게 예술이구나 싶습니다.
사울레이터의 사진도, 존 버거의 문장도, 멋지네요.

scott 2022-12-22 23:52   좋아요 1 | URL
ㅎㅎ 저도 예술의 <ㅇ>도 모른 채
제맘대로 보고 읽고 주절 거립니다.

바람 소리가 무서울정도 매서운 추위에 온 세상 꽁꽁

구단님 따숩게 굿 !나잇 ^^

희선 2022-12-23 00: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진을 담은 사울 레이터였네요 그걸 알아보고 많은 사람한테 알린 사람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비비안 마이어도 마찬가지군요 눈 내리는 풍경 멋지네요 어제 저도 사진으로 담았지만 별로예요


희선

scott 2022-12-23 00:16   좋아요 2 | URL
희선님이 포착하신 눈발 날린 사진도 멋질 것 같습니다

작품으로 찍는 사진가들은 어떤 순간에 찍을지
그 찰나의 순간 포착에 초인적인 감각이 있습니다

사물을 보는 예리한 눈, 예술가의 눈 ^^

호우 2022-12-23 08: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들이 참 아름답네요. 한장의 사진으로 많은 얘기들을 전할 수 있다는 거 너무 멋집니다. 스콧님의 글들을 따라 런던도 가고 파리도 가고. 좋은 경험들을 거저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크리스마스가 있는 주말이네요.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scott 2022-12-23 11:20   좋아요 2 | URL
사진만 봐도 아련함 그리움, 슬픔 행복이 느껴져서

사울레이터의 모든 작품을 사릉합니다 ^^

온 세상이 꽁꽁!
얼음 바람에
온 몸이 꽁꽁!

호우님 오늘 하루 따숩게!
주말 가족과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

새파랑 2022-12-23 09: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울레이터의 눈 사진이랑 요즘 한국의 눈 쌓인 풍경이낭 좀 비슷한거 같아요 ㅋ
역시 사진도 장인이 찍으면 느낌이 다른거 같아요 ^^

scott 2022-12-23 11:21   좋아요 2 | URL
눈 오는 풍경은 멋진데

지금 전국이 빙판길! ㅎㅎㅎ
새파랑님 꽁꽁 얼어붙은 오늘
따숩게

주말 해피 메리 크리스마스 ^^

프레이야 2022-12-23 18: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음속의 빛이 아니라 어둠을 더 잘 보기 위함이라는 문장이 위안이 되네요. 어둠을 잘 살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심장을 울리네요. 항상 영양가 풍부한 페이퍼 꾸준히 한 해 동안 고마웠습니다.
Scott 님 연말 사울 레이터 사진처럼 포근하고 즐겁게 보내세요 :)

2022-12-24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24 1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25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12-30 2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울레이터 책 보고싶어요 ㅠㅠ 아이에게 책을 빼앗기고 ㅋㅋ 한 권 더 사야되나 고민 중입니다.

2023-01-06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06 1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06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06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06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3-01-06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희선 2023-01-08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cott 님 또 축하합니다 글도 좋고 그림도 좋고 사진도 좋죠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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