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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울적한 마음에 방랑의 여정을 이어가던 나는 런던 미술관에서 한 소년을 만났다.


17세기 스페인 화가 무리요(bartolomé esteban murillo1672-1682)

'A peasant boy leaning on a sill'

가난한 이 소년에게는 연필도 종이도 없다. 창 턱이 책상을 대신했다. 소년은 미소 짓는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년의 미소는 허기와 슬픔을 애써 달래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머릿속으로 이리저리 상상하고 있는 동안, 나는 잠시 나마 어린아이들만이 소유한 불가사의한 힘을 통해 끊임없이 내 마음을 괴롭혀 온 우울과 불안을 치유 받고 있었다.

-서경식 '소년의 눈물' 중에서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 한국인 서경식 교수가 한국 땅을 처음 밟았던 시기는 1966년 열 다섯 살 나이로 당시 그의 두 형들은 한국 땅에서 정치범으로 투옥 중이였다.

그는 두 형들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을 했지만 재판은 종결되어 두 형은 각각 무기형과 7년형을 언도 받고 수감되었다.

열 다섯살 소년 서경식은 그제서야 자신의 머릿속에 민족이나 국가 같은 개념 조차 불분명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 언어, 민족, 국가의 불안정한 경계선에서 서성거리며 여행길에 무심코 들른 미술관이나 성당에서 한 장의 그림, 한 덩어리 조각상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다녔다.

그렇게 시작한 그의 미술 순례길은 서양 미술- 조선 미술로 이어져서 반세기를 훌쩍 지나 마침내 2020년 '일본 미술'순례를 떠난다.


-나카무라 쓰네 <두개골을 든 자화상>



[내가 처음 쓰네의 그림을 본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이다. 수학여행 코스였던 오카야마 현 구라시키시에 위치한 오하라 미술관에서 였다. 사춘기에 막 들어섰다고 말할 수 있는 시기에 이곳을 방문한 경험은 내 인생에 결정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큰 영향을 미쳤다.]

-서경식 <나의 일본 미술 순례 1>중에서


1887년 일본 이바라키현 에서 태어난 나카무라 쓰네는 평생 동안 결핵이라는 병마와 싸우며 작품 활동을 했다. 나카무라 쓰네가 살았던 다이쇼 시대(1912-1926)는 제1차 세계 대전-러시아 혁명-중국 신해 혁명이 일어났던 시기로 일본 열도에서는 '쌀'폭동으로 인해 극심한 사회 변동으로 인해 메이지 시절의 봉건적이고 권위적인 사회 풍습이 송두리째 흔들렸던 시절이였다.

당시 지식인들은 자유와 민주, 즉 민본주의를 외쳤고 예술 세계는 퇴폐미를 강조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1923년 발생했던 간토 대지진으로 나카무라 쓰네의 작업실이 있었던 건물이 무너져 버렸다. 결핵을 앓았던 나카무라 쓰네는 그해 11월 노숙을 하면서 자신의 자화상을 완성한다.

서구에서 쏟아져 들어왔던 신 문화에 깊이 탐닉했던 나카무라 쓰네는 자신의 삶의 끝자락에서 피를 토하며 해골을 품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남겼다.


[나는 이 그림을 마주한 젊은 날에 느꼈던 갑갑증도 여전히 남아 있음을 부인하지 못하겠다.그 감정은 내가 '일본 근대 미술'과 마주할 때마다 느끼는 하나의 수수께끼이자, 일본의 '근대' 그 자체가 가진 성격과도 관련된 수수께끼이기도 하다.]


-사에키 유조 <서있는 자화상,1923>


코로나 팬더믹의 공포로 뒤 덮여있던 시기에 이 작품과 마주했던 서경식 교수는 절대로 '일본 미술'이 뛰어나다고 평가 하지 않았다.

'조선인'이라는 정체성, 그리고 침투 당했던 민족으로 '일본'이 저지른 죄를 진정으로 비판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존재'가 무엇에 침식 당했고 또 어떻게 형성 되었는가를 그의 시선에 포착된 일본인 화가가 그린 작품을 통해 말하고 있다.


[진정한 자기 이해, 진정한 정신적 독립을 위해서 필요한 태도다. 이는 '패배주의'도 '식민지 근대화론'도 아니며 ,'일본 찬미'는 더더욱 아니다.]


-후쿠시마 다케지<꽃바구니,1913>

조선이 일본에 병합 되던 해 창간 된 잡지 <시라카바>에 당대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펼쳤던 일본인 화가들을 비롯해 고흐, 마네,세잔,고갱,로댕,마티스 같은 당시 최첨단 예술 사조들이 줄줄이 소개되기 시작한다.

1920년대 일본이 제1차 세계 대전 '전승국'의 일원이 되자 일본에 많은 화가들이 유럽 땅으로 건너가 프랑스 미술 기법을 배워서 귀국 후 일본 예술계의 중추적 역할을 한다.

하지만 3년 후 1923년 간토 대지진의 광풍이 휩쓸면서 조선인과 중국인, 일본인 무정부주의자들이 일본내 자경단과 경찰에 의해 잔혹하게 학살 당했다.

1925년 치안 유지법이 공포되고 3년 후 3.15 공산당 탄압 사건을 시작으로 예술계 인사들은 줄줄이 체포되기 시작한다.

1931년 만주 사변을 일으킨 일본은 1930년대 중반부터 조선 땅에 '황민화' 정책을 강행했다.

서양의 화풍과 기법을 익히고 돌아 온 일본 태생 화가들은 국가의 정책에 적극 동조 하며 전쟁화를 그리기 시작한다.


[화가는 국방 국가 건설을 위한 사상 전 부문을 담당해야만 한다. 그럴 수 없는 자는 외국으로 나가 줬으면 한다.....

일류 화가를 목표로 삼기보다 국가를 위해 붓을 휘둘러야만 한다...

창조의 세계에는 자유주의,개인주의밖에 없는가? 그것밖에 없다면 회화와 조각은 그만두어라.]

-미술잡지 <미즈에,1941년 1월호>에 실렸던 '국방국가와 미술'중에서


전쟁의 광기로 치달았던 1930년대 중반 일본 내에서 활동했던 거의 모든 화가들은 국가에 충성을 맹세하며 전쟁을 찬미 했고 전의를 고양 시키는 작품을 그렸다.

하지만 이들 중에 단 한 명 마쓰모토 순스케는 당시 전쟁의 시류에 저항하며 예술가로서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마쓰모토 슌스케<화가의 상,1941년>

1912년 도쿄에서 태어난 마쓰모토 슌스케는 아버지의 부임지를 따라 열살 때 부터 모리오카시에 살았다. 중학교 입학식 날에 갑작스레 발병한 고열로 인해 뇌수막염 진단을 받아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후유증으로 평생 청각 장애자로 살았다. 중학교를 중퇴 한 후 열 일곱살 나이에 태평양화회연구소에 들어가 화가의 길을 간다.

그는 소리를 잃어 버린 대신 색과 선을 통해 독특한 색채와 조형미를 갖춘 작품 세계를 펼쳐나갔다.


1937년 일본이 중국을 침략하며 동아시아 전체로 전쟁의 불길이 거세게 번져 나갔던 시기에 슌스케는 자신의 아내와 함께 발행한 잡지에 이런 글을 기고 했다.


['신념'이란 말이 빈번히 입에 오른다. 하지만 오히려 현대의 지식인이나 젊은이에게 신념이 없다는 것은 그들에게 아직 반성하는 양심이 있다는 증거다. 신념의 부족보다도 몽매한 신념이 얼마나 크나큰 재앙이 되는 지를 생각해 보고 싶다.]

-<잡기장> 1937년,4월호

1939년 일본 미술계는 군부의 압력으로 인해 전위적인 미술 단체들이 강제로 해산당하고 전 예술인들을 육군 미술협회에 발촉 시켜서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의 화마 속에 예술인들을 탄압하기 시작한다.

전쟁을 찬양 하지 않는 예술인들은 공산당으로 몰렸고 구금되어 일절 예술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도 국가를 생각하며 국민 생활을 육성하기 위해 몸도 마음도 깎아 내는 심정으로 참고 있다.

일본이 무력으로 아시아를 통일 할 수 있어도 진정한 고도 국방 국가는 만들 수 없을 것이다....

국가 민족성도 휴머니티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충실한 예술은 탄생할 수 없다..]


슌스케는 미행 당하고 검열 당했지만 동료 화가들 처럼 공산주의자로 몰리거나 구금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주장했던 '휴머니티'속에 조선인을 비롯해 동아사이 전 민족이 포함되었는지는 의문이다.


-마쓰모토 슌스케<항공병 무리,1941>

1941년 진주만 공습을 시작으로 태평양 전체가 불바다가 되고 1945년 미국은 일본 곳곳에 폭탄을 떨어 뜨려서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자 그해 3월 슌스케는 아내와 자식은 처가로 보내고 자신만 도쿄에 남았다.

청각 장애자로 군 징집에서 면제되었던 슌스케는 폐허로 변해버린 곳의 풍경을 작품으로 남겼다.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로 일본은 항복을 선언했고 간신히 살아남은 슌스케는 이런 말을 남겼다.


[맹렬한 불길로 모조리 쓸려 나간 땅, 후끈 달아오른 시뻘건 고철과 기와 파편이 뒹구는 거리, 이를 아름답다고 말하려면, 그 밑으로 사라져 간 수 많은 아름다운 생명, 사랑해야만 할 생명에게 기도를 올리지 않고 서는 입 밖으로 꺼낼 수 조차 없으리라. 하지만 도쿄나 요코하마의 불순물 모두를 불태워 버린 직후의 거리는 극한적으로 아름다웠다.]

-마쓰모토 슌스케 1946년 2월 1일

폐허로 변해 버린 곳에서 살아 남은 화가가 말한 생명의 소중함과 사랑은 자신이 태어난 땅,민족에 대한 피 끓는 고마움이 였을지도,,,,

-후나코시 야스타케 <다미앵신부>


벨기에 태생의 다미앵 신부는 한센병 환자 집단 수용지인 하와이 모로카이섬에서 선교 활동을 하다가 자신도 발병해서 섬에서 생을 마감했다.

다미앵 신부가 실천했던 사랑과 헌신, 믿음이야 말로 전 인류가 고통에서 벗어 날 수 있다는 희망을 준 것이 아닐까...


-아아미쓰 <눈이 있는 풍경,1938>


[정체 모를 생물의 피에 젖은 살 덩어리가 몸부림치고 있다. 붉게 충혈된 눈 하나가 이쪽을 응시하고 있다. 그 눈은 분노에 불타고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자세히 보면 겁먹은 듯한 불안을 담고 있다.]

-서경식 '청춘의 사신' 중에서


인간은 역병, 전쟁 그리고 죽음과 마주 할 때면 삶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아낼까?


재일 한국인으로 70세에 접어든 서경식 교수는 방황했던 청춘 시절을 통과했던 일본 땅의 예술 작품들을 찾아 순례 하며 작품들 속에 투영 되었던 어떤 표정의 일그러짐, 어떤 호소, 어떤 눈물, 어떤 미친듯한 웃음 그리고 고통스러웠던 순간을 떠올린다.


[어린 시절 나는 ,책 읽기는 좋아했어도 학과로 정해진 공부는 너무도 싫어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모습에 무척 이나 괴로워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여전히 어린 시절의 그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이렇게 생각하고 있자 니 우습고도 야릇한 감정이 북 받쳐 오르고 또 그 감정에 이끌려 오랜 동안 회상하지 않던 어릴 적 정경들이 하나 둘 주마등처럼 마음속에 되살아났다.

나는 일본에서 그것도 문화적으로 유서 깊은 도시인 교토에서 태어나 물과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일본 미술'을 접하며 자랐다. 나라는 인간의 '미 의식'은 '미각'이나 '음감'과 마찬가지로 어쩔 수 없이 일본 미술에 깊이 침윤 되어있다. 그래서 더욱 일본 미술에 애증이 뒤섞인 굴절된 마음을 품어 올 수 밖에 없었다.]

-2022년 4월 17일 신슈에서 서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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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 2022-05-16 00: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글 속에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많네요.
감사합니다!

scott 2022-05-16 00:38   좋아요 3 | URL
페르소나님 캄솨!
좋은 밤 굿!밤 ^^

2022-05-16 0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6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거리의화가 2022-05-16 09: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주말동안 파친코를 읽고 이 글을 읽으니 자연스레 연결되는 듯해서 놀랍습니다.
재일한국인, 재미한국인 등 해외에 정착할 수 밖에 없었던 많은 이들을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야만 한다는 부르짖음이 때론 가혹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텐데 말입니다. 스콧님 소개 감사합니다~

scott 2022-05-16 22:08   좋아요 2 | URL
태어난 곳, 성장 한 곳에 인간은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정체성의 혼돈을 극심하게 겪은 서경식 교수도 70을 넘기고서도 여전히 자신의 삶의 철학과 인생 속에 일본의 문화가 스며들어 있다는 거 절대로 부정하지 못해서
이렇게 마지막 예술 순례에 일본을 하셨다고 ^^

미미 2022-05-16 12: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려주신 작품 하나하나가 다 인상적이예요! 영혼이 담겨 있는듯한 느낌
쓰네는 집을 잃고 노숙하는 동안 어떻게 저런 그림을 그려낼 수 있었을까
신기합니다. <서 있는 자화상>에 얼굴없는 화가의 모습이 강렬하고요.

scott 2022-05-16 22:10   좋아요 2 | URL
작품들 굉장히 많이 수록 되어 있는데

솔직히 제가 일본 근대 회화 작품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습니다

미술관에 가도 일본 근대화작품들은 패쓰~

이 책 읽으면서 나름대로 학습 하지만,,,

아무튼 일본 근대기는 모조리 불 살라 버리고 싶은 충동이

mini74 2022-05-16 16: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읽었어요 스콧님 방가방가 ㅎㅎ 그림에 미친 남자 사에키 유조의 화풍 변화도 넘 좋아ㅛ고 ㅠㅠ 저랑 같은 인물들 이야기에 반가워요 스콧님 ~~

scott 2022-05-16 22:11   좋아요 3 | URL
미니님 리뷰 기다립니다!ㅎㅎ

이책에 언급된 일본 화가들 아마도 한국에 처음 책으로 소개 된 것 같습니다
순례기 2편도 이어진다는데
현재 서경식 교수님과 아내분 모두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하십니다 ㅠ.ㅠ

페넬로페 2022-05-16 18: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술에 대해 잘 모르지만 설명을 듣고 다시 그림을 들여다보면 넘 좋고 의미가 새로워집니다.
일본미술에 대해 흥미롭게 써 주신 것 같아요.
나의 서양미술순례 책 있는데 그 책부터 빨리 읽어야겠어요^^

scott 2022-05-16 22:12   좋아요 3 | URL
오! 페넬로페님
서양 미술 순례 책 이미 소장 중!ㅎㅎ

서양 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일본 미술 순례로 진입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희선 2022-05-17 02: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쟁의 광기로 치달았던 1930년대 중반 일본 내에서 활동했던 거의 모든 화가들은 국가에 충성을 맹세하며 전쟁을 찬미 했고 전의를 고양 시키는 작품을 그렸다.’ 는 부분을 보니 가즈오 이시구로 소설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가 생각나기도 하네요 그때 한국에서는 글을 쓰는 사람이 전쟁을 찬양하는 걸 쓰다니... 그게 일본 때문이었다 해도...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그냥 생각이 나기도 합니다


희선

yamoo 2022-05-19 1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에키와 슌스케 그림 좋네요~

서경식 님의 미술순례 시리즈는 종종 봤는데, 일본 미술순례는 처음이네요. 이거 리스트에 올려 놔야 겠습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18세기 이전에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집단적 정치 행동을 통해 사회 병폐를 바로잡는 일이 실현 가능하다고 보는 이가 거의 없었다. 우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비행기 설계도가 부정확하다고 그를 나무라지 않으며, 오히려 인간이 하늘을 난다는 그의 비전이 라이트 형제에게 영감의 출발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당시 젠더 상황에 도전 했던 초기 작가들 덕분에 사람들은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 하게 되었다. 그들이 다른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며 개념적 토대를 마련하지 그것이 정치 운동으로 이어지며 변화를 가져왔다.]

                                                -메리 D. 개러드<여기, 아르테미시아> 중에서 


초기 근대 유럽의 역사적 변혁 시기에 페미니스트들이 펜으로 맞선 반면에  남성 중심의 예술세계에서 여성은 혐오스러운 이미지, 유혹 적 매력으로 꾸준하게 왜곡 시켜 왔다.

회화 적 이미지에서 여성은 악마적인 본성을 일깨워서 죽음으로 향하는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악녀, 마녀들로 지속적으로 확장 되었고 순종적이고 온화하고 온순한 모성을 자아내는 이미지 틀 안에 가둬버렸다.

163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단 한 장의 그림으로 자신이 누구인지 알린 예술가가 있었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회화의 알레고리로서의 자화상>

17세기 종교 개혁과 반 종교 개혁의 대결이 극한으로 치달아 오르던 시기에 여성 화가들 대부분은 유명 남성 작가들의 조수로 참여 해서 초상화나 정물화 정도만 붓 질이 허용 되었던 시대 였다.

이들 중 일부는 화가라는 직업을 둔 아버지 밑에서 어린 시절 부터 꾸준하게 도제 생활을 시작 해서 대성당이나 지역 교회에서 의뢰 받은 종교 화 채색을 담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개된 장소에서 여성이 종교 화에 붓 질을 한다는 건 신성 모독 죄에 해당 되었기에 철저하게 남장을 해야 했다.

재능을 타고 났어도 예술가의 길을 걷는다는 건 목숨을 걸고 해야 했던 시대에, 여성 최초로 아카데미아 델 디세뇨의 회원으로 활동 했던 화가가 있었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Artemisia Gentileschi, 1593 ~ 1652,1656)

그림 속의 여인은 때로는 남자를 무자비한 도구로 죽이고, 때로는 자신을 죽인다.

화폭 곳곳에 공포에 짓눌린 남성, 그를 향한 분노가 거침없이 폭발하는 여성이 있다.

1593년 7월 8일 토스카나 태생의 화가인 아버지 오라치오 젠틸레스키 (Orazio Gentileschi, 1563-1639)의 유일한 자녀 였던 아르테미시아, 열 두 살 무렵 어머니가 출산 중에 사망 한 후 화가 아버지와 단 둘이 대낮에 폭력과 혈투가 벌어지는 거친 로마의 뒷골목에서 살았다.

16세기 말 로마는 유럽의 중심 도시이자 교황의 도시로 순례자, 협잡꾼,사기꾼,여행객,외국인 노동자 그리고 전세계에서 밀려 들어온 예술가들로 붐볐던 곳이 였다.

로마의 도시 공간은 힘이 센 거친 남성의 영역으로 강도, 납치, 살인이 빈번하게 일어 났던 무법 지대였다.

당시 화가들은 노동 계급에 들어갔던 하층민 부류로 거주 지역이 술집과 포주들이 바글 거리는 빈민가와 인접 한 곳에 모여 살았다.

일부 예술가들 중 뛰어난 재능과 상술로 부유층을 단골로 끌어 들여 인생을 역전 시키기도 했고 종교인들의 비위를 잘 맞춘 예술가들은 세속화와 종교화를 전문으로 성당과 교회로 부터 받는 임금으로 먹고 살았다.

아르테미시아 아버지 역시 신분 상승을 꿈꿨던 화가로 악착같이 귀족들의 초상화를 그려서 딸을 양육하고 보호 할 수 있는 안전한 지역으로 이사했다.

어린 시절 부터 아버지에게 회화를 배웠던 아르테미시아는 1607년 열 네 살 때부터 도제 생활을 시작 했다.

또래들 보다 월등한 실력을 갖추었던 아르테미시아는 1610년 <수산나와 장로들>이라는 작품을 완성 한다.


이 작품은 단순히 성경 속 인물들의 이야기가 아닌 성적 위협과 성폭력에 노출된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의뢰 받은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장기간 출장을 떠나야 했던 아르테미시아 아버지는 자신의 딸을 세입자 투티아 부인에게 맡겼지만 그녀는 호시탐탐 아르테미시아를 자신이 빚을 지고 있는 고리대금업자들에게 성적인 접근을 하라고 유인했다.

1611년 아르테미시아의 아버지는 대형 프레스코화 주문을 받자 딸과 협업 하기 위해 자신의 동료 화가 아고스티노 타시에게 수업을 맡긴다.

파렴치한 타시는 아르테미시아를 강간했 고 칼을 들고 강하게 저항하는 그녀를 진정 시키려는 목적으로 결혼을 약속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요구 했다.

순진했던 아르테미시아는 결혼할 사람이라 믿고 원치 않는 관계를 이어가다가 타시가 이미 아내가 있었던 남자라는 걸 알게 되자 결국 법정 소송을 하게 된다.

로마의 판결이 티시에게 관대한 처벌로 넘어가 버리자 교활한 타시는 곧장 아르테미시아를 행실이 나쁜 꽃뱀으로 몰고 가며 자신이 오히려 피해자였다고 떠들고 다녔다.

아르테미시아는 정신적 충격과 고통에 사로 잡혀서 스스로 손톱 발톱을 물어 뜯어 버렸고 처녀성을 증명하기 위해 수치스러운 검사까지 받으며 법정에서 남성들에게 가혹할 정도로 2차 가해를 받았다.

기나긴 소송 전에서 결국 아르테미시아가 승소 했지만 타시는 로마 사회에서 쉽게 용서 받으며 동정 여론 몰이로 그림 주문이 밀려 들어 왔다.

종교 개혁 세력과 반 종교 개혁 세력이 극심하게 충돌했던 17세기 초반 반 종교개혁 세력의 주축인 이탈리아에서는 여성으로 의인화 된 구 교회의 정통성을 옹호하는 의미에서 강인한 여성이 그림에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미 수 년 동안 법정에서 자신을 강간 한 남자를 상대로 소송을 벌였던 아르테미시아에게 강인한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림 주문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

앗시리아의 장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쳐서 민족을 구한 유대의 여자 영웅 유디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골리앗의 목을 친 다윗 처럼 새로운 시대, 여성이 특정한 남성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고전적 예술 작품의 아름다움에는 숨겨진 서열이 있다.

인간의 가장 아름다웠던 모습은 신의 영역에서 살고 있는 것 처럼 시간의 지배를 전혀 받지 않은 젊고 싱싱했던 시절의 모습이다.

신의 영역에서 벗어난 인간은 시간의 흐름을 피하지 못해서 볼품 없이 일그러지거나 죽음의 순간에 가까이 다가선 공포스러운 모습으로 그려 졌다.

대단한 지위에 서 있는 남성은 젊은 시절 처럼 노년의 나이에도 품위와 기품이 넘치는 모습의 자화상으로 남지만 여성의 노년의 모습은 초라하게 병든 모습, 사악한 마녀, 남자를 집어 삼키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아르테미시아가 그린 작품 속의 여성들은 온 힘을 다해 남성의 목을 베고 얼굴에 못을 박아 버린다.

거친 남성의 힘에 제압 당하지 않고 단호하게 살해해 버리는 그녀들,

잔뜩 겁에 질린 남자, 담담한 표정의 여자로 아르테미시아는 자신에게 폭력을 저지른 남자를 향해 복수를 해버렸다.

아르테미시아가 활동 했던 17세기 로마, 그리고 21세기 2022년의 세상은 크게 달라 졌을까?


[세상은 젊은 여자들에게 자신이 살해될 가능성을 늘 그려 보게 끔 만든다. 여자는 어릴 때 부터 줄곧 이런저런 일을 하지 말라는 훈계를 듣는다. 여기에 가지 마라, 거기서 일하지 마라, 이런 시각에 밖에 나가거니 그런 사람들과 말하거나 이 원피스를 입거나 이 술을 마시거나 모험과 독립과 고독에 참가하지 마라. 죽임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안전 조치는 여자가 스스로 삼가는 것 뿐이다.]

                                                 -레베카 솔닛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중에서


여성들은 수 세기 전 부터 그림에서, 소설에서, 노래에서, 영화에서,음악에서 그리고 세상에서 살해 되었다.

만일 아르테미시아가 가해자에게 고개 숙여 사과 했거나 스스로 삶을 포기 했다면 여전히 세상은 영원히 비열한 가해자들이 지배했을지 모른다.


아르테미시아가 그린 클레오파트라, 로마로 압송 당하기 전 스스로 독사에게 물려 목숨을 끊어 버렸다.

아르테미시아는 평생 동안 루크레치아를 여러 번 그렸다.


전쟁 당시 적군에게 유린 당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린 루크레치아, 여성을 전장 터의 전리품 처럼 간주하고 유린했던 야만인들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은 채 전쟁 영웅으로 칭송 받았다.

여성에게만 강요 되었던 정조, 남자의 소유물이라는 사회적 억압에 스스로 죽음을 선택해야 했던 여인들, 루크레치아는 사회적 억압과 편견에 의해 살해 되었고 그리고 아르테미시아는 삶을 포기 하지 않고 자신의 붓질로 끔찍한 순간을 남겼다.

그녀는 그림을 그리며 견뎠고 버텨냈다. 아르테미시아의 그림은 자신이 구축한 예술의 세계를 넘어 남성만이 예술 세계의 최정점에 오를 수 있다는 세상의 편견에 도전했다.



[성희롱은 대단히 남성적인 수행 행동이다. 남자는 그 행동을 통해서 대상에게 힘을 가진 쪽은 자신이라고 알리고 싶어하고 -이것은 사실이다.- 나아가 그의 힘과 섹슈얼리티는 하나 이자 같은 것이라고 알리고 싶어한다.]

                                                       -재클린 로즈 (2018년 가디언紙 인터뷰 중에서)

가부장 사회의 멍에와 남성 중심 세상에 맞서 싸운 아르테미시아



그녀의 묘비에는  '여기, 아르테미시아 (Haec Artemisia)라고 만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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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5-12 16: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담아놨어요 스콧님 ㅎㅎ 리뷰보니 넘 좋아요 ㅎㅎㅎ
아르테미시아의 유디트가 카라바조나 클림트 등 다른 화가들의 유디트보다 더 인상적인데는 화가의 분노가 담겨서인듯 합니다. 넘 잘 읽었어요 스콧님~

scott 2022-05-12 22:01   좋아요 3 | URL
아르테미시아의 유디트는 미국에서 1970년대 페미니즘 운동 촉발로 재 발견 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전에는 몇몇 미술학자들만 연대기적 작품 중 하나로만 알려져 있었다고 합니다

이 책 미니님 리뷰 기대 할께여 ^.,^

moonnight 2022-05-12 16: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담습니다. 예전에 다른 책에서 화가에 대해 읽었었는데 그녀를 더 잘 알고 싶네요. 오늘도 scott님 덕분에 알게 되는 책. 감사합니다. ^^

scott 2022-05-12 22:03   좋아요 2 | URL
문나잇님
아르테미시아 작품들 모두 그녀가 실제로 겪었던 끔찍한 고통의 증거들입니다 ㅠ.ㅠ


문나잇님 좋은 밤 굿!밤 ^^

거리의화가 2022-05-12 17: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명품페이퍼!!! 이 책 저도 찜하겠습니다^^

scott 2022-05-12 22:05   좋아요 1 | URL
화가님! 오월 독서 탑 속에!
이 책 던져여 !ㅎㅎ

  |||
  n__n
 ∩∩ ノ
c(・(ェ)・ )っ
 ̄ ̄ ̄ ̄📚

새파랑 2022-05-12 17: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그림들이 아르테미시아의 그림이군요~!! 북플에서 요 그림들 보고 인상깊었는데 저런 사연이 ㅜㅜ 색감(?)이 좋아보입니다. 저런 그림 하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근데 비싸겠죠? ㅋ)

scott 2022-05-12 22:06   좋아요 2 | URL
아트 프린팅이라는 곳에서
복제본 출력해주기도 하는데
아르테미시아 작품은 찾아 보니 없습니돠 ㅎㅎㅎ

반고흐 작품들이 가장 많아여 ^^

막시무스 2022-05-12 18: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러 유디트를 보았지만 아르테미시아 작품이 최고봉이라고 생각하는 1인입니다!ㅎ 즐건 저녁시간되십시요!ㅎ

scott 2022-05-12 22:07   좋아요 1 | URL
저는 예전에 아르테미시아가 그린 유디트는 지나쳐 버렸고
목이 베이는 사나이의 끔찍한 표정에 깜짝 놀랐었습니다!ㅎㅎ

막시무스님 🖐월 건강하게 ^^

미미 2022-05-12 19: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거의 다 처음 보는 그림들이예요~<홀로페르네스의 목을베는 유디트>는
클림트의 유디트와 확실히 다른 느낌이네요! 피가 좀 더 튀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 잔인한 저ㅎㅎ
읽으면서 어쩐지 가슴뛰는 페이퍼였습니다.^^*

scott 2022-05-12 22:09   좋아요 2 | URL
실제로 보면 검붉은 피가 줄줄 ㅎㅎ

좀 더 잔인한 그림이 있지만 넘 ㅎ커서 못올렸습니다 ㅎㅎ

미미님 심장은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하는 순간
요렇게

₍ᐢ. ̮.ᐢ₎
ଘ ੭💓੭

페넬로페 2022-05-12 22: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가면서 분노지수는 계속 올라가네요 ㅠㅠ
scott님께서 작년에 올려주신 여성 음악가부터 아르테미시아의 스토리가 모두 힘겨운 삶을 산 여성들을 조명하잖아요~~
저는 성경에 나오는 유디트도 희생자로 보여요^^

2022-05-12 2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nama 2022-05-13 07: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함정임 번역의 <불멸의 화가 아르테미시아>라는 책도 있어요.

scott 2022-05-13 21:24   좋아요 1 | URL
네, 나마님
그책은 오래전에 휘리릭 ㅎㅎ

주말 앞둔 금요일밤
평온하게 보내세요 ^^

nama 2022-05-13 21:36   좋아요 2 | URL
중고책으로 그 책을 구입을 했는데... 각고의 인내심이 필요해서 그냥 소장하고 있어요. ㅎ

scott 2022-05-13 21:45   좋아요 2 | URL
저도 각고의 노력과 시간을 들여서 겨우 구입한 중고책

막상 손에 넣고 나면
쳐박템으로 ㅎㅎㅎ

nama 2022-05-13 10: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 저 초록색 드레스를 입은 등장인물이 등장하는데 일종의 오마주가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scott 2022-05-13 21:28   좋아요 2 | URL
오! 그럴수도 있겠네요

영화 <타오르는~>에서 오르페우스 신화 에우리디케의 모습을 형상화 시켰다는데 어쩜 아르테미시아는 에우리디케와 같은 운명이였을 지도 ...ㅎㅎㅎ

희선 2022-05-14 0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7세기 여성 화가가 있었군요 몰랐네요 맨 처음 그림 본 적 있는 것 같아요 그림은 봤지만 그림과 관계 있는 이야기는 잊어버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그림이 남아 있어서 다행이네요 없었다면 아주 잊혔을 테니...


희선

scott 2022-05-14 16:53   좋아요 1 | URL
아르테미시아의 그림은 다양한 곳에서 차용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화가 이름은 잘모르능 ㅎㅎ

메디치 가문 집안의 여성들이 아르테미시아이 큰 후원자 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림을 그릴 수 있었고 이렇게 후대까지 남을 수 있었죠

희선님 청명한 날씨 주말
멋지게 보내세요 ^^

파이버 2022-05-15 16: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금 시대에도 힘든 소송을 꽉막혔던 옛시대에 끝까지 이어갔다는게 멋지기도 하지만 2차가해부분은 화가나기도 합니다. 옛날에는 강간죄는 쉽게 용서받았다니 끔찍하네요.

scott 2022-05-15 16:40   좋아요 2 | URL
당시에 여성이라는 존재는 인권은 커녕
가축과 비슷한 취급을 받았습니다 ㅠ.ㅠ
아르테미시아가 대단한 용기로 버티고 이겨냈죠 ㅜ.ㅜ

그레이스 2022-05-15 18: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디트는 여러 화가들이 그린 주제인데, 각각 서사를 보는 방식이 다른것을 볼 수 있죠?!
비교해보면 확실히 보여요
성에 따라 시대에 따라...!

scott 2022-05-16 21:35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클림트가 그린 유디트도 !ㅎㅎ
 

1957년 10월, 소비에트 연방은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린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 체제에 돌입한 미국과 소비에트 연방은 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스페이스 레이스를 벌이고, 1961년 폴란드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은 <솔라리스>를 발표 한다.

두 개의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 '솔라리스'.

'우주선 시각으로 19시, 나는 발사대 인근에 서 있는 사람들을 지나쳐서 철제 사다리를 딛고 캡슐로 내려갔다. 내부는 팔꿈치를 벌리면 양 끝이 닿을 정도로 비좁았다. 캡슐 내벽에 튀어나와 있는 접속 단자에 우주복의 벨브를 연결 하자 우주복이 금방 부풀러 올랐다.

이제 나는 옴짝달싹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스타니스와프 렘의 <솔라리스>중에서



심리학자 켈빈은 '솔라리스' 행성 주변에 머물면서 이 행성을 관찰하고 있던 우주정거장에서 벌어진 기이한 사건의 실태를 조사하고 연구원들의 심리 상태를 검진하는 임무를 부여 받는다.

캘빈 박사가 우주 정거장에 도착 했을 당시 이미 우주 정거장이 승무원들 상당수가 자살하거나 미쳐가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캘빈 박사는 이 기이한 현상의 원인이 '솔라리스'라는 행성의 기이한 에너지, 힘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자살 하는 승무원들 대부분은 지난 시절의 기억들이 되살아 나는 악몽, 환영에 고통 스러워 했다.

승무원들과 연구원들이 '방문자'라고 부르는 이 존재들은 환영임에도 불구하고 실체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닮은 구체적인 형상들로 나타난다.

“이 과거의 망상이 피와 살을 가진 사람의 모습을 하고 벌건 백주에 느닷없이 나타난다면? 자기에게 달라붙어 절대로 떨어지지도 않고 죽일 수도 없는 것이라면? 그럴 경우 자네라면 어떻게 하겠나? 도대체 어디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나?”

“어디서지?”

“바로 여기야. 솔라리스에서.”

어느 날 켈빈 박사 앞에 10년 전에 자살한 아내가 나타나고 켈빈박사도 다른 연구원들처럼 충격에 빠지게 된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부드러운 어깨를 감싸 안은 나는 그녀의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고, 그녀가 정말 레야 라고 믿었다. 아니, 그 순간 나는 그녀가 나를 속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그녀를 속이려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자신이 레야 라는 사실을 전혀 의심치 않고 있었으니까.'

광활한 우주 공간 속에서 인간의 상식과 지식, 고정 관념을 초월하는 존재를 통해 인간의 기억, 무의식적인 욕망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는 인간의 본연의 모습을 담은 행성 '솔라리스'


'그렇다면 모른 척하면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끝까지. 왜냐하면 내 속에는 나 자신도 모르는 생각과 의도와 희망, 그리고 때로는 잔인하고, 때로는 훌륭하고, 또한 때로는 치명적인 바람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내부에 있는 어두운 구석이나 미로, 막다른 골목, 깊은 우물, 그리고 굳게 닫힌 시커먼 문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다른 세계, 다른 문명과 접촉하기 위해 머나먼 행성까지 진출 하고 야 말았다.'



1921년 폴란드 영토 였던 리보프(현제 우크라이나 리비우)에서 태어난 스타니스와프 렘의 양 부모 모두 유태계로 아버지는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 군대의 주둔 의사로 근무 한 후 은퇴후 고향 리보프에서 후두과 의사로 살아 간다.

스타니스와프 렘의 집안은 명망 깊은 부유한 유태계 집안으로 그의 삼촌들 모두 폴란드에서 계관 시인으로 활동했다.

가족은 아들 렘을 유대교가 아닌 로만 카톨릭 방식으로 키웠지만 그는 학교에 입학 하고 부터 유대인의 영혼을 지닌 유대교 신자 임을 부끄러워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성장 하면서 겪어 나갔던 고통스러웠던 유대계 정체성은 1939년 폴란드를 침공한 나치의 무자비한 폭력으로 인해 그는 결국 무신론자가 된다.

나치 통치 시절 부르주아라는 딱지를 붙인 렘은 리보프(리비우) 공과 대학 진학의 꿈을 접어 버리고 아버지의 인맥으로 리보프 의과 대학에 진학 한다.

1941년 부터 1944년 까지 나치 점령 기간 동안 렘의 가족 모두 리보프 게토로 추방 되지만 렘의 출생 신고 서류 기입의 실수로 인해 렘은 게토로 추방 되지 않고 겨우 살아 남는다.

나치로 부터 아리안의 우수한 혈통을 가졌다는 말을 들은 렘은 살아 남고 가족 모두 수용소에서 한 줌의 재가 된다.

전쟁 후 독일 군이 버리고 간 군수 공장 부품을 조립하고 자동차 엔진 수리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렘은 1945년 폴란드 레지스탕스에 뛰어든다.

치열한 2차 대전의 폐허 속에서 살아남아 고향으로 돌아가니 폴란드라는 나라는 사라져버리고  소련에 점령 당한 땅을 밟게 된다. 그는 아버지의  마지막 말, 끝까지 살아 남아 의사가 되라는 유언을 되새기며 폴란드 크라코프의 야길로니아 의과 대학 과정에 들어가지만 출생 지역과 날짜의 불분명한 이유로 마지막 시험을 치지 못하고 몇몇 병원에서 경력을 쌓은 후 연구원이 된다.

1946년 부터 본격적으로 문학 활동을 했던 렘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을 쏟아내는데 그중에서 과학 소설을 통해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다.

1951년 <천문학자들> 작품을 출판하기 시작하면서 줄줄이 과학 소설을 써내며 아슬아슬하게 참혹한 스탈린 통치 시대 검열을 피해 간다.

엄격한 감시와 검열을 했던 스탈린의 부하들은 렘의 작품의 이상적인 사회주의 시대를 보여 주고 있다고 믿었고 그들 역시 열렬한 렘의 공상 과학 소설 애독자가 된다.


눈부신 공산 국가의 과학 기술이 미래의 인민의 삶을 진보적으로 바꿔 줄 것이라는 선전 문구를 달고 출판하는 렘의 작품들은 1960년대를 넘어 혁명과 변혁 그리고 인민의 피와 눈물로 얼룩진 시대에 널리 읽혀지게 된다.

그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솔라리스>는 1961년 프랑스 출판계에서 본격적으로 소개 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당시 프랑스어판은 원전의 내용을 임의로 축약 했고 이후 출간된 영어판은 원전이 아닌 프랑스어로 번역된 <솔라리스>를 번역해서 오역 투성이였다.

2011년 작가 렘이 사망하고 나서야 폴란드 문학 전공자인 빌 존스턴이 영어권 최초로 폴란드어 원전을 번역해서 출간 했다.


[당신이 재미있어하실 만한 얘기를 하나 해 드리죠. 저로 말씀드리자면 단 한 번도 영혼을 소유하거나 영원히 존재하려는 필요성을 느낀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수천 년 전부터 그런 소원을 가지고 있었죠. 저는 오래도록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모든 종교는 다 똑같습니다. 영생에 대한 약속, 죽음을 뛰어넘는 희망. 제가 그걸 주는 거죠, 영원한 삶. 육체의 마지막 조각이 쓰러지고 가루가 되어 사라질 때에도 존재할 수 있다는 확실성,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중에서


출생 신고 당시 서류 상의 실수로 인해 유대인으로 표시 되지 않았던 스타니스와프 렘

 독일 나치로 부터 아리아인의 우수한 혈통을 가졌다는 말을 듣고 살아 남았고 스탈린 통치 시대에는 이상적인 사회주의 국가를 위한 작품을 듣는다며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스타니스와프 렘은 만일 신이 존재 한다면 이런 전쟁, 이런 폭력은 절대로 발생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 했다.


“사람들은 영생을 갈구하지 않습니다.” 나는 잠시 후 다시 말했다. “그냥, 단순하게, 죽고 싶지 않은 것 뿐이에요. 그냥 살고 싶은 겁니다, 디캔터 교수님. 발밑의 지구를 느끼고 싶고, 머리 위의 구름을 보고 싶고,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들에 대해 생각하고 싶은 겁니다. 그 이상은 없어요. 그 밖의 모든 것들은 다 거짓말입니다.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는 거짓말.”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중에서

히틀러도 스탈린도 영생을 누리지 못했다.

2022년 70세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도시 전체를 무너뜨리고 무참하게 생명을 짓밞고 있다.

"그 작은 점을 대하면 누구라도 인간이 이 우주에서 특권적인 지위를 누리는 유일한 존재라는 환상이 헛됨을 깨닫게 된다. 지구는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우주에서는 아주 작은 점에 불과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작은 세계를 멀리서 찍은 이미지를 보는 것보다 인간의 자만을 확인하는 데 효과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

우주란 확장된 지구가 아니며, 인간은 광대한 우주 공간 속에 한 점만도 못한 지구에 속한 생명체 중 하나 일 뿐이다.

광활한 우주라는 공간의 한 점 티끌 같은 곳에 살고 있는 우리, 인간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라는 행성도 거대한 우주의 칠흑 같은 어둠에 둘러 싸인 먼지 같은 한 점 일 뿐이다.

광활한 우주 속에 이 행성을 구원 해 줄 것은 어디에도 없고 우리가 지구라는 행성을 떠나 어떤 행성에도 정착 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다.

​우리의 생명력이 뿌리 내릴 수 있는 유일한 행성, 지구

'우리는 다른 행성에 사는 종족을 정복하려는 게 아니라, 단지 지구의 문화를 그들에게 전파하고 그들의 유산과 교환하고 싶을 뿐이라고, 그러면서 스스로를 ‘신성한 교류의 기사‘라고 여기지, 이것 또한 거짓일세. 우리는 인간 말고는 아무것도 찾으려 하지 않아. 다른 세계는 필요치 않은 거지. 우리가 원하는 건, 우리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인 거야. 지구에서 포화 상태에 이르러 질식할 지경인데도 지구만 있으면 그만이라는 거지.'

우리 모두 이 전쟁, 푸틴이 일으킨 전쟁이 언제 어떤 식으로 끝이 날지 모른다.

다만 우리 모두 잔혹한 시대에 목격자로 자유를 향한 열망의 불꽃을 영원히 피워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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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22-03-28 01:0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 누군가 솔라리스의 리뷰를 올려주길 얼마나 간절히 기다렸는지 몰라요. 😭 역시 스캇님께서! 그런데 스캇님 리뷰를 읽고 솔라리스보다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에 꽂혀버렸습니다. 😍

scott 2022-03-28 01:11   좋아요 4 | URL
북깨비님
저도 이욘 티히 우주 일지 재미에 빠져 버렸습니다

솔라리스
그동안 영화를 넘 많이 봐서 ㅎㅎㅎㅎ

북깨비님 한 주 시작 건강하게 ^ㅅ^

독서괭 2022-03-28 01: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내용이군요. 흥미로운데요! 과거의 망상이 나타나다니 넘 무서울 것 같아요..

scott 2022-03-28 21:21   좋아요 4 | URL
괭님 영화 솔라리스 추천 합니다! ㅎㅎ

바람돌이 2022-03-28 02: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에헷 찌찌뽕!
방금 저 솔라리스 리뷰 올리고 왔는데 말입니다.
명불허전이라는 말을 절감하는 독서였습니다. 저는 계속 스타니스와프 렘의 세계로 직진합니다. ^^

scott 2022-03-28 21:23   좋아요 3 | URL
바람돌이님 새벽 두시에 리뷰를 !!ㅎㅎ
그럼, 전 바람돌이님 리뷰 읽으러 ~@@@
스타니스와프 렘의 세계에 빠지신거 추카 합니다!

영화도 강추!

mini74 2022-03-28 07: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걸 꽤 옛날에 읽었던거 같아요. 그땐 수많은 영화와 소설들이 빚을 지고 있는 소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스콧님 글 읽으니 작가의 삶과 더불어 새롭게 느껴집니다 ~

scott 2022-03-28 21:24   좋아요 3 | URL
미니님 역쉬!sf찐팬!ㅎㅎ

Sf의 고전 중의 고전!
영화도 강추 합니다
솔라리스에 관한 영화 총 3편 제작됨요 ^ㅅ^

coolcat329 2022-03-28 08: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또 이 책군요. 오늘 두 번째에요~ 와...서류 상의 실수로 살아남다니 이런 경우도 있군요. 거기다 아리아인의 우수 혈통이라니 참...
오늘 솔라리스 책에 급 관심이 갑니다.😅

scott 2022-03-28 21:25   좋아요 3 | URL
살고 죽는 건 운명 인것 같습니다 ㅜ.ㅜ

쿨켓님 솔라리스 강추!!
렘의 다른 작품도 추천 합니다!

새파랑 2022-03-28 09:0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그의 책 만큼이나 그래도 운이 좋게 살아남은 작가군요 ㅜㅜ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힘들게 살았을텐데 그런 작가의 아픔이 sf로 탄생했나 봅니다~!! 작품의 출판시기가 놀랍네요 ㅋ

scott 2022-03-28 21:25   좋아요 5 | URL
작품을 굉장히 많이 쓴!
거의 공장 기계 수준으로 써냈는데
아이큐가 백팔십이여서 항상 머릿속에 주체 할 수 없는 스토리로 가득 차있던 분!ㅎㅎ

거리의화가 2022-03-28 09: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니 너무 재밌겠는데요?
우연이겠지만 어제 역사저널 그날에서 냉전을 다루면서 흐루쇼프와 케네디 간 대결이 나왔고 소련의 과학 기술 관련하여 1957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호에 대해서도 나왔었거든요.
작가의 삶이 참 파란만장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scott 2022-03-28 21:27   좋아요 3 | URL
맞습니다
1957년 소련이 미국을 놀라게 만들었죠!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던 그 순간 렘은 이런 작품을! 완성!ㅎㅎ

살고 죽는 거 종이 한장, 점 하나 차이 인것 같습니다!

미미 2022-03-28 11: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영화로도 만들어 졌었군요! 소설도 영화도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칼 세이건의 말처럼 지구도 우주에선 먼지같은 한 점일 뿐이고 인간도 그 안에 사는 티끌보다 더 작은 존재일 뿐인데 왜이렇게 아웅다웅 죽이고 괴롭히는지...
생각꺼리를 던져주는 글 고맙습니다 스콧님^^*

scott 2022-03-28 21:28   좋아요 3 | URL
미미님 영화도 좋습니다
타르코프스키 감독 작품 부터 총 세편 제작되었던 솔라리스!

거대한 우주의 작은 티끌, 한 점에 불과한 지구!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코로나로 ㅜ.ㅜ

미미님 건강 잘 챙기귀 ^ㅅ^

페크pek0501 2022-03-28 13: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영원히 살고 싶은 건 아니에요. 다만 죽고 싶지 않고 살고 싶을 뿐이죠. ㅋ

푸틴으로 인해 전쟁을 일으키는 게 얼마나 큰 잘못인지를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요.^^

scott 2022-03-28 21:33   좋아요 3 | URL
영생을 누리는 (영화 속 하이랜더,/아델라인) 이들의 삶이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아서
적당히 살다가 건강하게! 안녕을 ㅎㅎ


세계가 푸틴을 무서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막대한 원유와 자원을 보유 하고 있는 러시아)

그레이스 2022-03-28 14: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 세상에 존재가 없다는 것인데 살아남는 이유가 되었다니! 아이러니네요.
그래도 홀로 남았다는 것! 존재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되는 슬픈 이유!

scott 2022-03-28 21:37   좋아요 4 | URL
출생 신고를 했는데 같은 날짜에 태어난 아기랑 헷갈려서 서류 처리 할때 기입이 잘못 되었는데 폴란드 영토에서 나치 독일로 넘어가면서 아예 독일인으로 도장이 꽝! ㅎㅎ

살고 죽는 건 종이 한장! 차이 ^ㅅ^

페넬로페 2022-03-28 17:2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서류상의 실수로 가족들은 다 죽는데 자신은 살아남는다~^
여기서부터 소설이네요 ㅠㅠ
솔라리스의 내용은 잘 몰라도 이 소설에 작가의 감정이 들어 있을것 같아요~~

scott 2022-03-28 21:41   좋아요 4 | URL
맞습니다
제 친구들 중에 유대계 조부모들 중 가족 모두 수용소에서 살아 남지 못하고 홀로 살아 남은 이들 평생 슬픔을 안고 살았는데 이런 이야기 듣고 있었던 저와 제 친구도 솔직히 그 슬픔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ㅜ.ㅜ

그런데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터에서 홀로 남은 아이들 러시아 군에 강제로 끌려간 아이들 ㅠ.ㅠ


서니데이 2022-03-28 22: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멀리서 보니까 우리가 사는 별이 작은 점처럼 보이는 것이 낯설어요.
창백한 푸른 점을 처음보는건 아닌데도 사진 보니까 그렇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 작가에 대해서 미리 알고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잘읽었습니다. scott님, 좋은 하루 되세요.^^

scott 2022-03-28 22:36   좋아요 2 | URL
어렸을때 망원경으로 봤던 별빛들(행성들)이 지구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고 나서 무척 놀랬던 적이 있습니다.

인공위성에서 찍은 지구(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빛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는데
분명 우리 모두 중병(기후 변화 전염병)을 앓고 있능 ㅠ.ㅠ

서니데이님 건강하게 3월 마지막 주를 ^ㅅ^

희선 2022-03-29 02: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타니스와프 렘이 죽지 않고 살아 남은 게 소설 같네요 서류에 없어서 우수한 아리안 혈통으로 여기고, 과학 소설을 써서 검열을 피하다니... 과학 소설이라고 해도 현실이 담겨 있겠습니다 한 나라에 한하지 않고 넓게 쓰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우주에서 보면 지구는 아주 작고 사람은 더 작을 텐데... 전쟁보다 평화를...


희선

scott 2022-04-01 10:07   좋아요 0 | URL
그쵸! 살아 남아서 세기를 뛰어 넘는 명작품을 남긴 불후의 천재 작가!
검열이 심하다 못해 단어 하나로 트집 잡아서 수용소로 끌고 가버리니
공산 국가에서sf작품이 더 활발 하게 창작 되는 아이러니 같은 현상이 있습니다
현재 중국의 sf작품이 엄청 쏟아지고 있는 것 처럼!

전쟁보다 평화를!
그러나 현실은 무고한 이들 피 흘리게 만드는 치열한 자원 에너지 전쟁 ㅠ.ㅠ

프레이야 2022-03-29 04: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강인한 천재 스타니와프 렘 세 권 모두 담았어요. 우크라이나 태생이고 정말이지 잔혹한 시대를 살아냈군요. 경외심이 일어납니다. 영화도 찾아봐야겠어요, 스캇님

2022-04-01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01 14: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나의 음악이 시작되는 순간은 모든 예술의 본성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존 버거

1909년 미국 미시시피 주에서 태어난 레스터 영은 1930년 캔자스의 음악 클럽에서 콜먼 호킨스와 열띤 연주를 펼치고 있었다.


이들의 열정적인 연주 속에 푹 빠져버린 캔자스 토박이 뮤직션 찰리 파커는 다음날 새벽에 벌어졌던 라이브 (after-hours jam)에서 레스터 영이 이끄는 연주 팀에 합류해서 즉흥 연주를 펼친다.


찰리 파커는 이후 재즈 음악계 에서 잼 세션(즉흥 연주회)을 10여년 동안 이어가며 비밥의 전성시대를 연다.

1930년대 최고의 테너 색소폰 연주자 였던 레스터 영은 '빌리 홀리데이'가 서는 무대 연주로 수많은 명 연주를 쏟아 냈다.

민튼스와 52번가 재즈 클럽에서 명 연주를 펼쳤던 찰리 파커의 연주를 넋을 잃고 듣고 있던 마일즈 데이비스와 맥스 로치는 무작정 찰리 파커를 쫓아 다니며 도제식으로 음악을 배우며 함께 무대에 올랐다.

뒤이어 줄줄이 쏟아져 나온 재즈 소리에 영혼을 빼앗긴 존 콜트레인, 허비 행콕, 재키 매클린은 마일즈 데이비스 연주 실력을 배우기 위해 매일 매일 그가 서는 라이브 연주 시간에 맞춰 클럽에 단 하루도 빠짐없이 출석 했다.

블루스 리듬에서 태어난 재즈는 연주 하는 순간 부터 청중의 반응과 함께 호흡하고 각각의 연주자들은 서로의 악기에서 내뿜는 특정 리듬을 반복하고 쫓아 가면서 연속적인 프레이즈를 휘감는 새로운 재즈 음악 언어로 재 탄생 시켜 나간다.

재즈 음악의 핵심은 즉흥 연주로 가벼운 리듬이나 익숙한 음악의 한 소절로 시작해 하나의 음을 점층적으로 쌓아 올리며 무한 변주의 화음으로 끌어 올린다.

듀크 앨링턴이 이끄는 밴드가 함께 무대에 오른 다른 연주자의 악절을 끌어다가 새로운 연주 기법의 즉흥 연주를 펼쳐 나가면서 이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음악이 탄생 한다.

이들 재즈 음악가들은 서로의 무대에 함께 연주 하면서 <콜트레인을 타세요 Take the coltrane>을 작곡하고 <듀크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 Open Letter to duke>라는 곡으로 이어지고 <찰리 엠 Charlie M>, <조지프 제이 Joseph J>,<로스코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 Open letter to Roscoe> 같이 서로에게 보내는 감사의 헌정으로 재즈는 진화 했고 발전해 나갔다.

'모든 연주자는 이전에 등장한 누군가를 바탕으로 시작한다. 그러다가 결국에 연주에서 자신만의 것을,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게 된다.'


재즈 연주자들은 종종 실수를 연발 했던 연주 소리를 통해 성장해 나간다. 실수와 실패를 하면서 이전에는 도달 하지 못했던 음의 영역, 화음에 맞닿을 때 비로소 재즈, 자신만의 색깔을 담은 재즈가 탄생한다.

마일즈 데이비스가 그토록 맑고 투명한 고음을 내지를 수 있었던 건 다른 연주자들에 비해 그다지 두툼하지 않은 입술 때문이였다.

스스로의 신체적 조건과 특징에 맞는 연주 기법을 터득 하면서 특정한 소리에서 강-약을 찾아 내어 끊임없는 변주 속에서 마일즈 데이비스는 자신만의 색깔, 재즈를 완성했다.


1940년대 루이 암스트롱에서 시작된 트럼펫 연주는 마일즈 데이비스를 거쳐 나가면서 음악의 한 장르가 되었다.

아프리카 계 미국인 역사에서 재즈 라는 음악은 하나의 정체성으로 이들이 수 세기 동안 감내 해야 했던 고통, 분노, 울분, 희망, 기쁨의 감정이 모두 녹아 있다.

그래서 인지 모두는 아니여도 대부분의 재즈 연주가들의 생애는 약물과 우울증, 투병 그리고 각종 범죄로 얼룩진 비극적인 삶을 살다 갔다.

링컨의 노예 해방 선언 이후에도 미국내 흑인에 대한 차별과 학대는 20세기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트 블레이키, 마일즈 데이비스, 버드 파월 같은 쟁쟁한 재즈 뮤직션은 1년에 대 여섯번은 이유를 불문하고 불시에 경찰에 검문 당하거나 끌려가 심한 구타를 당했다.

1930년대 재즈 음악계에 황제 였던 콜먼 호킨스, 레스터 영은 2차 대전 참전 당시 군에서 가혹한 처벌과 구타로 재대 이후 정상적인 삶을 살기 힘들 정도로 영혼까지 병이 들어 버렸다. 이들 대부분은 알콜 없이는 단 하루도 살지 못했고 대부분 코카인과 대마 같은 약물을 끊지 못했던 중독자들이 였다.

1940년대 비밥을 탄생 시키고 1950년대 뉴욕의 주요 재즈 클럽에 수 많은 청중들을 사로 잡았던 음악가들도 극심한 약물 중독으로 생을 일찍 마감 했다.

하지만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 명음반을 녹음하며 생의 의지를 다졌던 롤린스, 마일즈, 재키 매클린, 콜트레인, 아트 블레이기 같은 음악가들도 있고 단 한번도 약에 의지 해서 연주를 한 적도 없고 단 한 모금의 알콜도 마시지 않았던 멍크는 경찰에 끌려간 동료 버드 파월의 헤로인 복용 사실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 하다가 함께 감옥에 수감 되기도 했었다.

감옥과 정신 병원을 드나 들면서도 1940년-1950년 재즈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이들의 전성기도 그리 길지 않았다.

존 콜트레인은 마흔에 쇠락의 길로 찰리 파커는 서른 네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리 모건은 서른 셋의 나이에 클럽에서 연주 도중에 총탄에 맞아 삶을 마감했다.

소니 크리스는 서른 아홉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렸고 페츠 나바로는 스물 여섯에 자동차 사고로 즉사 했다.

이들 모두 악기를 손에서 내려 놓는 순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고 할 정도로 삶의 방향을 찾지 못했다.

술-약물-인종 차별-구타-멸시-감옥-정신 병원-사고 사로 이어지는 재즈 음악가들의 삶은 일주일 동안 하루 두 세 번의 공연을 해야 한 달 생활비를 겨우 손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았다.

즉흥적인 연주를 펼쳐야 했던 재즈 음악가들은 모두를 전율 시켜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 잡혀 살았다. 쉼 없이 연주 하면서 스스로의 실력을 즉흥 연주를 통해 검증 받아야 했기에 앨범으로 제작 되는 음악을 녹음 하기 까지 거의 십 년 정도 걸려야 할 정도로 이들은 병적일 정도로 완벽한 연주에 집착했다.


'음악은 너의 경험이고 너의 생각이며 너의 지혜다. 그것과 살아 보지 못했다면 그것은 결코 너의 색소폰을 통해 나올 수가 없다.'

-찰리 파커


헤로인에 중독된 수 많은 음악인들이 탄생 시킨 비밥시대는 1960년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죽음으로 들불 처럼 번져 나갔지만 음악 연주 환경과 녹음 방식의 급격한 기술 변화로 모든 음의 생기를 불어 넣어 주었던 즉흥 연주의 기교들이 서서히 사라져 버렸다.


이제는 어떤 연주자들도 대담하게 마일즈 데이비스의 음악으로 자신의 음악 언어를 입힌 즉흥 연주를 펼치지 못한다. 우상을 파괴하는 대담한 혁신을 시도 하지 않는 21세기 재즈는 이전의 연주자들이 남긴 명 곡들을 연주 하며 모험 보다 익숙한 멜로디, 지난 세기에 널리 연주 되었던 레퍼토리만 반복 연주 되거나 각 국가의 민속 리듬과 합쳐진 프리 재즈 스타일로 이어져 나갈 뿐이다.

1세기 전에 연주 되었던 음반들은 이제 디지털로 새롭게 마스터링 되어 새로운 청중들을 매료 시켜 나가면서 지속적으로 울려 퍼지고 있다.


[듀크는 손을 내밀어 라디오 다이얼을 돌리다가 초창기 재즈가 나오는 프로그램에서 멈췄다. 이 프로그램은 킹 올리비의 음반을 틀면서 뉴올리언스의 사창가가 폐쇄되면서 연주자들이 미시시피강을 따라 올라갔고 재즈가 미국 전역으로 퍼졌다는 익숙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다. 듀크는 이 방송을 대충 듣다가 어떤 생각을 떠올렸다. 루이 암스트롱의 음악이 아니라 오늘날의 친구들, 최근에 활동하고 있거나 여전히 활동하고 있어서 라디오를 통해 그의 음악을 듣고 있을 때는 어쩌면 죽었을 친구들의 음악- 그때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지는 않고 단지 음반을 통해 그 음악을 알고 있을 친구들.....]

-제프 다이어 <그러나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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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3-15 00: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런 영상자료는 오래전이라서 구하기 힘든데,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볼 수 있다는 건 참 좋네요.
scott님, 좋은밤 되세요.^^

scott 2022-03-15 00:08   좋아요 5 | URL
네,
1930년대 연주를 찾았지만
그건 불가능 ㅎㅎㅎ

세상 모든 거 다 찾아주는 인터넷!

서니데이님 굿!밤 ^ㅅ^

새파랑 2022-03-15 07: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역시 클래식 재즈 음악 천재 스콧님~!! 저도 한때 재즈를 들어보려고 했는데 좀 어렵더라구요. 다시한번 시도해봐야겠습니다 😁

scott 2022-03-15 17:03   좋아요 3 | URL
한때! ㅎㅎㅎ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재즈 선율 들으시면서

책 읽는 순간
가장 행!복 ^ㅅ^

psyche 2022-03-15 07:5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거 들으려고 컴으로 들어왔네요. 감상 잘 하고 있습니다.
둘째 초등학교 때 반 아이 중 이름이 콜트레인이라는 아이가 있어서 속으로 혹시 존 콜트레인의 콜트레인일까 궁금했는데 나중에 말하기를 자기 엄마가 존 콜트레인 좋아해서 자기 이름을 콜트레인으로 붙였다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scott 2022-03-15 17:04   좋아요 4 | URL
오! 콜트레인 팬이신 마미의 작명!ㅎㅎㅎ

멋집니다!

이제 미쿡 아미 팬들 방탄 소년들 이름으로 아이들 작명 하지 않을까요 ?ㅎㅎ

psyche 2022-03-16 07:14   좋아요 3 | URL
정말 그럴 거 같아요. 지민 같은 이름은 미국 사람들이 발음하기도 어렵지 않으니까요. ㅎㅎ

거리의화가 2022-03-15 08:5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재즈는 좀 어려운데 스콧님은 역시 전천후십니다!^^ 회사라 음악은 집에 가서 들어야겠네요ㅠㅠ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scott 2022-03-15 17:05   좋아요 3 | URL
어려운 거 전혀 없습니다
기냥 들리는 데로 우연히 듣다가
그러다가 또 듣는거 ㅎㅎㅎ

화가님 오늘 날씨 정말 봄 날씨!
건강 잘 챙기세요
행복한 오후~*

미미 2022-03-15 13: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실수와 실패를 하면서 오히려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재즈가 완성된다는 면이 재즈의 가장 멋진 요소라고 생각해요~♡ 저는 마일스 데이비스 픽! 오늘은 경쾌한 그의 연주로 기분전환을 해야겠네요! ^^*

scott 2022-03-15 17:05   좋아요 3 | URL
재즈에 정해진 룰이나 정해진 악보가 없어서
오로지 실수 실패를 하는 수없는 연습 끝에 완성 된다고 하네요!

미미님 오늘 하루 재즈 처럼~ㅎ

그레이스 2022-03-15 13: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피드 건너뛰었나보네요
재즈는 분위기를 타는듯요
항상 좋지만은 않은...^^

scott 2022-03-15 17:06   좋아요 3 | URL
ㅎㅎㅎ
색소폰 소리 어느 순간 귀에 거슬릴 때가 있습니다!ㅎㅎ

mini74 2022-03-16 15: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글 읽음 음악을 알고 싶고 재즈를 듣고싶고 ㅎㅎ 하루키옹의 음악관련 책이 나와서 고민중에 스콧님 글 읽으니 오히려 존 바거 책 사고 싶은 ㅎㅎㅎ 오늘도 팔랑팔랑 날아갑니다 ~~

scott 2022-03-16 16:43   좋아요 3 | URL
하루키옹
책 가격에 깜놀!
책값의 급격한 상승 3월 넘 ㅎ
힘들고 우울합니다 ㅠ.ㅠ
 

'진실을 포착하는데 있어 지성이 가장 예리하고 강력하며 적합한 도구가 아니라는 사실이, 한 번 더  우리가 무의식적 직관이나 기존의 예감에 대한 믿음 보다 지성에서 출발해야  할 근거를 제시한다. 그러다 삶이 조금씩 사례 별로 우리 마음이나 정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합리적 추론이 아니라 다른 힘을 통해서 얻어진다는 걸 깨닫게 한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기나긴 작품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1-사라진 알베르틴>은 전체 작품 중에서 가장 많은 논란과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1986년 가족의 서고에서 발견되어 1987년 그라세 출판사에서 발간한 새로운 판본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 전까지  1925년에 출간된  「사라진 알베르틴」과 1954년에 출간 된 「도주한 여인」 그리고 마침내 완전한 원고를 발견해서  1989년에 출간한  「사라진 알베르틴」에 이르기까지 많은 의혹을 증폭 시켰다.


사랑하는 이의 도주와 죽음이라는 긴 시련 후 새로운 출발을 시도하는 베네치아 여행이라는 짧은 두 개의 장 만을 남겨 놓고 프루스트는 정말 작품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부분을 삭제하려 했던 것일까? 

“알베르틴 양이 떠났어요.”라는 프랑수아즈의 목소리와 “알베르틴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답니다.”라는 봉탕 부인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어 있는 <사라진 알베르틴>은  맨 처음 프루스트가 생각했던 제목은 「소돔과 고모라 III」으로 1부 「갇힌 여인」, 2부 「도주한 여인」이었지만, 갈리마르 출판사는 이들 부분을 각각 독립된 권으로 묶기를 원했고, 여기에 1922년 타고르의 시집이 『탈주자(La Fugitive)』란 제목으로 프랑스에서 발간되면서 「사라진 알베르틴」으로 빛을 보게 된다.

‘사라진(disparue)’이란 단어에는 “알베르틴 양이 떠났어요.”라는 프랑수아즈의 목소리와 “알베르틴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답니다.”라는 봉탕 부인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어 있다.

9권, 10권의 「갇힌 여인」이 현존하는 연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랑 이야기라면, 11권「사라진 알베르틴」은 더 이상 ‘시야에 보이지 않는 여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랑 이야기다.


‘사소함의 위대함을 아는 작가’이자 ‘백과사전식 지식을 극화 한 작가’. 김 교수가 규정한 프루스트다. “프루스트는 거창하거나 추상적인 것을 말하지 않았어요. 굉장히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체험을 썼습니다. 일상적 아픔이나 고통도 문학으로 승화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작가죠. 그가 체험한 굉장한 이야기들이 화자의 예민한 시각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되는데, 너무 방대하고 미세한 묘사가 많다 보니 길을 잃기 쉬워요. 하지만 퍼즐 맞추듯 조금만 노력하면 길이 보입니다. 아버지가 의사였던 그는 몸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는 글쓰기를 했어요. 정신보다는 육체를, 이성보다는 감성을, 남성보다는 여성적 감성을 앞세웠죠. 그는 사소한 일상의 가치를 아는 작가였습니다. 문학 작품의 생명력이 거기에 있어요.”-번역가 김희영 교수( 국내 최초 '프루스트 전공자'  한국외대 교수)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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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2-25 01: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언젠가부터 마들렌을 보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생각하게 됩니다. 사진 속의 과자 맛있을 것 같아요. 이제 이 시리즈도 끝이 가까워지네요. scott님, 좋은 밤 되세요.^^

scott 2022-02-25 23:34   좋아요 3 | URL
그쵸!
마들렌 잃시찾!ㅎㅎ
드라마 영화에서도 요렇게 연결 시켜주죠!

서니데이님도 주말 마들렌과 차로!
힐링한 시간을 ^ㅅ^

희선 2022-02-25 03: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프루스트가 사소함의 위대함을 아는 작가군요 작은 게 가장 크기도 하겠습니다 그런 말 봐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보면 책속을 헤맬 듯하네요 많은 사람이 좋다고 하니 한번쯤은 보면 좋을 텐데, 죽기 전에 볼지...

마들렌 맛있겠습니다


희선

scott 2022-02-25 23:37   좋아요 4 | URL
저는 언제 부터 인가 프루스트의 잃시 찾을 심리학 책 처럼 읽고 있습니다
어차피 스토리를 따라 가기도 힘들고
주르륵 읽혀지는 스토리도 아니여서 ㅋㅋㅋ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은 책도!
읽혀지지 않는 책 일 수도 있습니다
희선님 맘 내킬때 ㅎㅎㅎ

마들렌 !
점점 작아져서
슬픔이 ㅜ.ㅜ

책읽는나무 2022-02-25 07: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마들렌~^^
사소함의 위대함✍✍

근데 마들렌이 좀 작아진 것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다른 애들이랑 섞여 있어 푸짐하군요^^
커피랑 같이 먹고 싶네요^^

scott 2022-02-25 23:38   좋아요 4 | URL
사소함의 위대함!
시간 낭비 하지 말귀 ㅋㅋㅋ

마들렌 아주 많이 작아 져서
슬픕니다 ㅠ.ㅠ

마카롱은 이제
메츄리알 크기 정도 만들어서 팔고 있어요(가격은 그대로 )

blanca 2022-02-25 09:0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읽고 있어서 배경지식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이런 뒷이야기가 있었군요! 프루스트는 문장들이 길고 수식도 많은데 이상하게 설명하기 힘든 매력에 정신을 못 차리겠어요. 알베르틴이 죽은 줄 모르고 오직 돌아오게 하려고 애썼던 장면들이 뭐라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아릿하네요.

scott 2022-02-25 23:40   좋아요 3 | URL
이번에 출간된 <사라진 알베르틴>이 전체 중에 가장 중요한 분기점(죽음, 상실,이별)
작가 프루스트의 내면적 성장을 만나게 됩니다.
이 책 번역 하시는 김희영 교수님이
하루에 딱 두장만 번역 하신다고 합니다

의미를 따지고 찾고 문맥에 맞추고 문장을 다듬어 나가는 과정,,,,

독자들 애타게 기다리게 만드능 ㅎㅎㅎ

새파랑 2022-02-25 09: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9권도 안읽었는데 벌써 11권이라니~! 9권 10권을 읽어야 11권을 읽을 수 있겠죠? 흥미진진하군요 ^^

scott 2022-02-25 23:40   좋아요 4 | URL
새파랑님
초고속으로 독파 하실 수 있습니다
흥미 진진 하지 않는 스토리지만
프루스트
매력 충분 ^ㅅ^

독서괭 2022-02-25 10: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읽지 않은 자는 그저 마들렌에 침 흘립니다~! 4권까지 가지고는 있습니다^^;

scott 2022-02-25 23:41   좋아요 4 | URL
오! 괭님!
4권까지만
읽어도 프루스트 매력은 충분 ^ㅅ^

프레이야 2022-02-25 12:2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완독하지 못한 책입니다.
릴레이해야지 하다가 미루고 있네요
예술작품이란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열쇠라는 제목부터 눈길이 확~^^
마들렌에 침 꿀꺽.
지금 커피 마시는데 마들렌 세 개만 간절합니다 ㅎㅎ

scott 2022-02-25 23:42   좋아요 4 | URL
릴레이 하기 힘든 작품입니다
저도 1권만 수년 읽다가 2권 넘어가고
앞 스토리
마들렌만 기억하능 ㅎㅎㅎㅎ

미미 2022-02-25 11:5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알베르틴이 죽는군요!😭 사소함의 위대함을 아는데다 백과사전식 지식을 극화하는 재능때문에 더 깊이 프루스트에 빠져드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마들렌에 손이가듯 읽고 또 읽고싶은 문장들, 추억들!

scott 2022-02-25 23:43   좋아요 3 | URL
프루스트는 진정 20세기 최초의 심리학자인것 같습니다!

미미님 주말
마들렌 한 바구니
ʕ ି ڡ ି ʔ

mini74 2022-02-26 15: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시 도전! 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싶은데 ㅠㅠ 스콧님 글 읽음 다시 시작하고 싶고 ㅠㅠ 제가 읽다 만 책은 처음부터 다시 읽는 편이라 그럼 다시 1권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ㅎㅎㅎ 마들렌은 11개쯤은 순삭인데 말이죠 ㅠㅠ

scott 2022-02-26 16:30   좋아요 3 | URL
1권만 읽어도 잃시찾은 충분 합니다
마지막 <되찾은 시간>만 읽는 거 추천하는 교수님도 계십니돠 ㅎㅎㅎㅎ

마들렌 11개
빛의 속도로 순!삭!
۴(๑ꆨ◡ꉺ๑)

가필드 2022-02-26 17: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미니님 마들렌 오늘 꼭 먹어야 할거 같은 예감이 ^^

scott 2022-02-27 01:17   좋아요 1 | URL
전 낼도 먹을 려고 !
반죽 냉장 보관 해놨습니다 ㅎㅎ
가필드님 주말 평안 한 시간 보내세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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