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드디어 그 계절이 찾아와 며칠 경부터 꽃 구경하기에 알맞다느니 하는 소식이 들려도 데이노스케와 에쓰코 때문에 토요일이나 일요일을 택해야 했으므로 꽃이 한창일 때에 딱 맞출 수 있을지 어떨지,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 때마다 그녀들은 옛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진부한> 걱정을 했다. 꽃은 아시야의 집 부근에도 있고 한큐 전차의 차창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었다. 그러니 꼭 교토에 집착할 필요는 없지만 도미도 꼭 아카시 도미여야 하는 사치코는 꽃도 교토의 꽃이 아니면 본 것 같지 않았다. 작년 봄에는 데이노스케가 가끔은 장소를 바꾸자고 우겨서 긴타이교까지 갔다가 돌아왔는데, 사치코는 뭔가 잃어버린 사람처럼 올해는 봄 다운 봄을 맞지 못하고 보내 버렸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사치코는 다시 데이노스케를 졸라 교토에 가서 간신히 오무로의 겹 벚나무 꽃을 즐겼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세설>중에서

여성 숭배, 페티시즘,마조히즘에 빠진 주인공들을 작품에 등장 시켰던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사생활도 자신이 쓴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상인과 정치인에게 아내라는 존재가 필요 하겠지만 예술가에게는 전혀 필요 없는 존재라며 첫 번째 아내를 친구에게 양도 하고 스무 살 연하인 문예지 기자와 결혼을 한다.

준이치로는 두 번째 결혼 역시 3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이혼을 하는데 그 이유는 혼인 생활 중에 알고 지냈던 네즈 마쓰코 라는 여인에게 흠뻑 빠져 버렸기 때문이다.

간사이 지방의 오사카 거상의 딸이였던 네즈 마쓰코는 가세가 기울어져 갔던 시기에 집안을 살리기 위해 정략 결혼을 하지만 남편의 폭력으로 고통스러운 결혼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를 지켜 보았던 준이치로는 마쓰코의 불행한 결혼 생활에서 해방 시켜야 한다는 일념에 사로 잡히고 두 사람은 몰래 동거를 시작한다.

마침내 마흔 한 살 생일 날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스물 다섯인 마쓰코와 결혼 도장을 찍고 서로 부부가 된 그날 준이치로는 마쓰코에게 자신을 하인으로 불러 달라는 계약서를 내민다.

아내의 하인이 되겠다고 계약까지 맺은 준이치로는 아내가 식사를 할 때는 옆에서 시중을 들었고 식사를 마친 후에야 밥을 먹었다.

준이치로는 숭배 하는 아내가 태어나고 자란 간사이 지방으로 이주 하고 고전 작품<겐지 이야기>를 현대어로 번역하면서 아내의 집안에 대한 작품 집필 구상을 시작한다.

1942년 세번째 아내 마쓰코가 태어나고 자란 간사이 지방의 상류 계층 여성들의 삶을 담은 <세설>은 아내를 만나지 않았다면 절대로 탄생 되지 않았다.

간사이 지방의 독특한 문화와 고유의 언어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세설>은 몰락했지만 한 때 화려했던 가문의 명성에 맞는 사치를 즐기고 싶은 심정, 각기 다른 집안으로 시집을 갔지만 여전히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자매들. 화장하는 방법, 말투, 호흡법까지 작가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섬세하게 자매들의 숨소리 까지 담아냈다.

다이쇼 시대(1912∼1926년)까지 명문가로 인정받았던 마키오카 가(家)의 네 자매 중 가장 가깝지 않은 맏언니를 제외한 나머지 세 자매의 결혼 문제를 중심으로 자매들의 결혼 준비와 혼담 그리고 출산등의 모습 속에서 봄 날 벚꽃 구경, 여름 밤 반딧불이 잡이, 가을 단풍 구경, 후지산, 가부키, 피아노, 인형 제작, 프랑스어 교습, 러시아와 프랑스 음식, 기모노, 미용실, 백화점, 해수욕, 온천, 기차, 여객선등의 풍속들이 파노라마 처럼 펼쳐지는 작품 <세설>이 발표 했던 시기는 일본이 한창 전쟁의 열기를 동아시아에서 세계 대전으로 확전 시켜 나갔던 시기였다.

전쟁의 열기가 사그러들고 나서 출간한 <세설>은 도쿄 사람들 사이에서는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지만 정작 소설의 배경인 간사이 지방에서는 거의 팔리지 않았다.

도쿄 토박이인 준이치로가 간사이 방언인 센바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해서 아내의 교열 작업을 마치고 나서 재 출간 되었지만 간사이 사람들에게 가슴이 울렁 거릴 정도로 감동을 불러 일으키지 못했다.

세설은 일본 밖으로 넘어가 세계의 언어로 번역이 되고 나서야 일본에서 재 발간 되며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 시작한다.

영어판으로 번역된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작품은 서양 독자들에게 동양의 미를 문장으로 읽게 만들며 일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보다 앞서 번역 출간 되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노벨 문학상 유력 수상자로 거론되자 일본 정부는 그에게 아사히 문화상, 마이니치 출판 문화상을 주며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반열에 올려 놓는다.

1960년 <세설>이 프랑스어로 번역되고 이 작품을 읽고 큰 감동을 받은 프랑스 작가이자 철학자 샤르트르는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다른 일정을 미루어 놓고 준이치로가 묻혀 있는 무덤부터 찾아 갔을 정도로 프랑스 인들에게 일본의 대표 문학가는 다니자키 준이치로 였다.

그의 책은 프랑스 시골 마을 서점에 꽂혀 있었을 정도로 세계적인 작가로 인정 받았지만 정작 다니자키 준이치로 작품은 일본에서는 교과 과정에 실릴 뿐 국민 작가로 불리지 않았다.

동시대 활동 했던 요시모토 다카아키, 마루야마 마사오의 작품들 보다 덜 팔렸고 시바타 료타로의 <료마가 간다>는 거의 모든 국민들이 읽었지만 다니자키 준이치로 작품은 학교를 졸업 하고 나면 그걸로 끝이였다.











요 몇 년 사이에 한국의 4대 문학상 수상 후보에 오른 적이 없고 앞으로도 오르지 못할 장르 분야를 쓴 작가들의 작품들이 해외 유수 문학상 수상 후보에 오르자 새로운 커버를 입혀서 재 출간 되어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내부자의 시선의 평가와 외부자의 시선의 평가가 달라지면서 1쇄를 넘기지 못한 채 절판 되거나 소수의 매니아 독자들 사이에서만 읽혀지던 장르문학이 해외상 후보작 스티커를 붙이고 나면 한국 출판계는 들썩 거리며 K문학의 세계화라는 걸 꼬리표처럼 달아 놓는다.

출판사 측과 편집자들의 개인 성향 그리고 일명 문단의 권력자들의 시선과 독자들의 시선이 일치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시대적 사회적 상황과 마케팅의 힘, 유명인들의 추천과 입소문을 타고 책 판매에 큰 영향을 주지만 외부자 시선에서 평가 받는 책일 때는 내부자들의 평가와 다른 전혀 다른 차원의 흥미를 자아 낸다.














일본에서 태어나 다섯 살에 영국으로 이주 한 일본계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가 아시아계나 일본인을 내세우지 않고 부모의 나라가 아닌 1930년대 세계 대전의 전운이 드리웠던 영국 귀족과 하인들의 모습을 담은 <남아 있는 나날>이 여러 문학상을 휩쓸며 영화로 제작 되었던 건 영국의 뿌리 깊은 계급 사회를 철저하게 외부자적인 시선으로 쓰여졌기 때문이였다.

대륙과 떨어져 있는 섬이라는 지형에 살고 있는 영국인들에게 계급은 숨을 쉬는 공기 만큼 익숙한 것으로 사용하는 언어, 습관 행동부터 뚜렷하게 차이가 나고 죽을 때까지 계급의 피라미드에서 벗어나 쉽게 신분을 상승 하기 힘든 사회 구조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 있는 나날>에서 집사 스티븐스는 히틀러라는 악마와 내통한 고귀한 신분의 달링턴 백작이 명예가 회복 되길 바라지만 안타깝게도 일개 집사 신분인 그에게는 그럴 만한 힘도 없는 무력한 존재다.

영국 문학계에서 일부 비평가들과 작가들이 이 작품이 과대 평가 되었다는 평을 내리기도 하지만 영국인이 아닌 사람이 가장 영국적인 이야기를 해서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판매 부수를 올리며 노벨 문학상을 받을 수 있었다.

화면을 터치 하고 손끝으로 눌러 다운로드 받아 읽는 시대에 세상의 거의 모든 고전 작품은 이북 라이브러리에 저장해 놓고 언제든지 볼 수 있고 베스트셀러 작품들 역시 종이책 보다 더 빠르게 이북으로 볼 수 있는 시대다.

빠르고 쉬운 정보와 지식,재미와 자극적인 스토리가 넘쳐 나는 시대에 문해력이 저하 되고 있다고들 하지만 무언가 읽고 보고 쓰는 사람들은 이 전 시대보다 더 많아 졌다.

다양한 창작 플랫폼에는 종이책으로 출간 되지 않는 기발하면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넘쳐 난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시대에 꾸준히 독자들에게 읽혀지는 작품들이 살아 남기는 더욱 힘들어졌고 재능과 실력, 창작 에너지로 넘치는 이들이 많은 창작플랫폼에서 출판 경력이 없는 무명의 작가들은 읽어주는 독자들이 없으면 창작을 이어나가기 힘들다.

2024년 2월 1일 부터 쓰기 시작한 <굿바이, 부다페스트>는 1부 50회를 완결하고 2025년 1월 16일 부터 2부를 시작했다.

매회 에피소드의 글자수는 8천자에서 만자 이상을 넘기며 작품의 길이로 따지면 대하소설 급이고 앞으로 전개 되는 스토리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와 <전쟁과 평화>와 비견 될 정도로 격변의 20세기 1914년대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 시대를 살았던 여러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의 총 출동 한다.


https://tobe.aladin.co.kr/s/9373


<굿바이, 부다페스트>의 작품 조회수는 종이책 판쇄와 비교 하면 1부 에피소드 32회까지가 1쇄를 넘겨서 2쇄에 돌입했고 33회부터 1쇄를 겨우 넘기거나 1쇄에서 멈춰 버렸다.


2025년 1월 투비컨티뉴드는 투비닷이라는 출판 브랜드를 론칭 해서 알라딘에서 발굴한 띵작들을 출간 할 계획이라며 축하 이벤트를 열고 있고 투비에서의 기록을 확인하고 2025년 신념 다짐을 적어 보라는 이벤트를 열고 있다.


https://tobe.aladin.co.kr/event/280468


신념 다짐 문장 칸에 2025년 나는 투비에서 [무명작가]다 라고 적었다.












띵작 발굴단에 창작 소설과 에세이들을 몇 번 응모를 했지만 운영측의 내부자 시선에서는 내 작품은 발굴 된 적이 없다.

띵작발굴단의 내부자 시선과 투비컨티뉴드의 독자들 시선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2025년 새해가 시작 되고 많은 무명 작가들이 투비컨티뉴드를 떠났다.

나는 작년에도 그랬듯이 무명작가지만 내 계획대로 꾸준히 써나갈 뿐이다.

오늘 무명작가가 쓰고 있는 대 장편 <굿바이, 부다페스트> 제 52회가 시작된다.

-제 52화 은총과 사랑


https://tobe.aladin.co.kr/n/31025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4년 2월 1일 생애 두 번째 창작 소설<굿바이, 부다페스트> 첫 회를 쓰기 시작했다.


https://tobe.aladin.co.kr/s/9373


1914년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배경으로 한 <굿바이, 부다페스트>연재를 총 50부작으로 기획 해 놓고 나서 1914년과 2024년의 날짜가 적힌 두 개의 달력을 준비해 놓았다.

소설을 읽는 동안 인간은 소설 속 시대와 인물들의 삶을 상상하며 두 번째 삶을 살 수 있다.

마치 꿈 속에서 보았던 것을, 상상 했던 그곳을 활자로 읽는 동안 나와 다른 세상 사람들의 삶의 다양한 모습을 소설을 통해 간접 경험해 볼 수 있다.

불멸의 고전을 읽으면서 경험해 보지 못한 경이로움에 사로 잡혀 식사 시간을 건너 뛰고 날 밤을 꼬박 지새우며 책에 푹 빠졌던 시간 동안 허구 세계가 현실 세계 보다 더 생생하게 느껴 질 때가 있다.

세계의 거의 모든 작가들이 추천하는 불멸의 고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에 세기를 뛰어넘는 심리 묘사가 나온다.










기차가 페테르부르크에서 멈추었다. 그녀가 내리자마자 발견한 것은 남편 얼굴이었다.

아! 맙소사! 저이의 귀는 왜 저렇게 생겼을까? 그의 차갑고 당당한 풍채, 그리고 특히 지금 그녀를 놀라게 한 귀 연골(둥근 모자의 챙을 떠받치고 있는)을 보며 그녀는 생각했다. 그는 예의 조롱기 섞인 미소를 입술에 띠고, 크고 지친 눈으로 안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다가왔다. 남편의 고집 세고 지친 시선에 부딪치자 불쾌한 감정이 가슴을 짓눌렀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중에서


살아 보지 못한 머나먼 시대에 관한 소설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서 불멸의 고전을 꺼내 읽고는 크게 좌절 했다.

단 한 문장도 빼 버릴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플롯 구성과 각각의 인물들의 생생한 심리 묘사 그리고 감동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마지막까지 대가들의 작품은 마치 풋내기 창작자들이 절대로 열어봐서는 안되는 판도라 상자처럼 창작의 의욕을 흔들리게 만들었다.

창작 클래스를 단 한 번도 수강한 적은 없지만 여러 다양한 이들이 창작에 대해 쓴 비법 중에서 '절대 변하지 않는 네 가지' 항목은 마음 속 깊이 단단히 새겨 두고 있다.

1.글쓰기 워크숍에 오는 사람들 가운데 99.9퍼센트는 자신의 글에 확신이 없다.

2. 5분 즉흥 글쓰기 훈련은 저마다 글쓰기에 대해 갖고 있는 불안감 속으로 뛰어들게 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3. 누구나 이야기를 갖고 있다.

4. 정답을 쓸 필요가 없다. 그저 자신의 능력 껏 이야기를 쓰면 된다.

시험에서는 정답을 도출 해야만 다음 단계 그리고 더 높은 단계로 넘어 갈 수 있지만 인간의 한 생애는 명확한 정답도 해답도 존재 하지 않는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자신의 눈과 귀로 보고 들은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세상을 이해 하고 받아 들인다.

책을 읽을 때도 영화를 볼 때도 음악을 들을 때도 상상하는 대로 원하는 대로 온 신경을 집중해서 읽고 보고 듣는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생명체 중에 유일하게 꿈을 꾸고 상상을 하며 이야기를 지어 낼 수 있는 인간은 마치 화가가 붓질을 하듯 사진기로 영상으로 찍어내고 촬영 하듯 말하고 쓸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손 안에 폰으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영상물을 볼 수 있는 시대에 문자 해독 능력이 저하 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한 편으로는 영상에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필사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문화로 발전하고 있다.

기계들이 점점 더 AI에 의해 구동 되면서 어떤 일을 기계의 몫으로 나눠 주고, 어떤 일을 인간의 몫으로 남겨 두면 가장 좋을지를 결정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우리는 AI와 인간의 글쓰기에서 이런 딜레마에 봉착했다. 즉 우리의 개인적이며 전문적인 삶 양쪽에서 무엇을 양도하고, 무엇을 우리 몫으로 챙길 것인가?

-나오미 배런의 <쓰기의 미래>

가보지 못한 도시, 단 한번도 배워 본 적 없는 언어로 말하는 사람들, 뽀족한 첩탑이 보이는 도시, 붉은 기와를 얹은 지붕으로 가득 찬 마을, 무성한 밤나무 수풀, 폐허가 된 요새의 모습들이 머리 속으로 스쳐 지나가면서 허구의 이야기 소설을 읽기 시작하는 동안 인간의 뇌 속은 엄청난 세상이 펼쳐 진다.

하지만 수동적으로 읽는 것과 능동적으로 한 단어를 써나가는 창작의 영역은 다르다.

무언가에 대해 쓰기 전까지는 모든 것들이 머릿 속에서 가능했지만 새 하얀 백지 위, 모니터 속에 빈 노트 창을 띄워 놓는 순간 단어와 단어들이 줄줄이 쏟아지지 않는다.

첫 문장을 쓰는 것 부터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 하다가 두 문장을 쓰고 나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모든 이야기는 어디에서 부터 시작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존재 할까?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읽는 동안 눈 덮인 상트페테르부르크 행 기차에 올라타는 안나의 모습을 상상 할 수 있지만 나의 창작 능력으로 그런 장면 그런 상황을 절대 쓰지 못한다.

머리로는 그려지던 풍경과 사람들이 글자로 옮겨 질 때면 마치 낯선 환경에 놓인 겁먹고 당황한 짐승처럼 제 갈 길을 가지 못한 채 배회 한다.

창작을 하고 부터 책을 다른 시각으로 읽게 되었다.

하나의 스토리를 따라 읽으면서 마주치는 풍경들 상황들이 등장 인물들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앞으로 이어지는 스토리에 어떤 복선이 될지 하나 씩 체크 하면서 서술자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곱씹어 가며 읽게 되었다.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나면 머릿 속에서 단어를 그림으로 형상화 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나에게 글을 쓰는데 주어진 시간은 하루에 단 몇 시간 뿐이고 일주일의 스케줄을 탈탈 털어 내고 불필요한 시간을 모두 제거 하고 나서도 소설을 집필 할 수 있는 날은 일주일 중에서 월요일과 화요일 또는 수요일 정도 뿐이다.


스무 살 무렵, 주말이면 유로 스타를 타고 칙칙한 런던을 벗어나 유럽 땅으로 건너갔던 시절이 있었다.

한 때 제국의 수도였던 빈의 링스트라세로 주르륵 연결 된 미술관과 박물관을 드나들며 헝가리 부다페스트 곳곳을 누비는 동안 언젠가 이곳에 관한 이야기를 쓰겠다는 마음을 단 한 번도 품어 본 적이 없었다.

창작의 세계는 나에게 너무나도 멀었고 내 능력으로 해 낼 수 없는 신의 영역이였다.

2024년 2월 1일 부터 쓰기 시작한 <굿바이, 부다페스트>에 20세기 격변의 시대를 살았던 다양한 인물들(실존 인물과 허구의 인물들)이 뒤섞여 있다.

나는 독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 주고 싶을까?

왜 나는 이 시대를 배경으로 쓰고 있을까? 라는 질문을 내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2025년 1월 2일 제 1부 마지막 50회를 완성 했다.


-50회 새들의 힘겨운 날개 짓

https://tobe.aladin.co.kr/n/306335

소설은 특정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소설이 단지 이야기로만 가득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니다.

<굿바이, 부다페스트>라는 이야기 속에는 수 많은 사물과 소리, 대화와 상상, 추억과 지식, 생각과 사건들이 등장 한다.

매회 장면, 장면을 써 나갈 때마다 나는 2024년 그리고 2025년이 아닌 1914년으로 돌아가서 그 시대의 장군이 되기도 하고 황제로 군림하기도 하고 동화책을 즐겨 읽는 13살 소녀가 되기도 하고 부유한 저택을 매일 쓸고 닦고 청소하는 하녀와 하인이 되기도 한다.

<굿바이, 부다페스트>를 50회 쓰는 동안 두 개의 책장을 가득 채울 정도 분량의 책을 읽었고 1년 내내 쓰고 고치고 쓰기를 반복했다.

쓰는 동안 매번 한계에 부딪치고 쓰고 나서도 또 다른 장벽에 부딪친다.

이 장면에서 이렇게 밖에 쓰지 못하는 내 능력을 저주하다가 포기 하지 않고 꾸준히 쓰고 있는 내 자신을 스스로 대견스러워 하기도 한다.

창작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아 붓기 힘든 나는 일을 하는 동안 출장을 가는 동안 출퇴근 시간 동안 온전히 머릿 속으로 상상하고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렇게 완벽한 문장이 떠올랐는데! 이렇게 완벽한 묘사가 떠올랐는데! 라고 외치다가 막상 쓰기 시작하면 입안에 침이 바짝 마를 정도로 능력의 한계에 부딪친다.

시대를 앞선 스타일로, 영미권에서 '통찰력 있는 에세이스트'를 넘어 신화가 된 조앤 디디온은 어린 시절 몸이 너무 허약해서 아프다고 징징대자 그녀의 어머니가 너무 아프면 노트에 글로 쓰라며 노트를 건넨다.

일곱 살 때부터 그날의 생각과 감정을 기록하기 시작한 디디온은 보그지의 인턴 기자 생활을 시작으로 논픽션, 픽션, 에세이, 영화 시나리오, 칼럼등 다양한 글을 종횡 무진 하며 작가들의 작가로 불렸다.

글쓰기의 대가, 어떤 장르를 써도 주요 문예상을 휩쓸어 버리는 창작의 신 조앤 디디온은 후배 작가들과 예비 작가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못 쓴다고, 잘 쓰지 못한다고 징징 거리지 마라.

써 버려라. 누가 뭐라 해도 전부 써버려라.

네가 알고 있는 모든 단어를 모조리 써버려라.

쓰지 않으면 모든 것들이 너의 손에서 전부 빠져나가 버리고 누군가가 쓰고 만들고 찍은 것을 보는 데 소중한 인생의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주방 찬장 문을 열어 보아라.

단 한번도 쓰지 않은 그릇들, 은 식기들, 머그 컵들이 눈에 들어 올 것이다.

글을 쓸 것인가? 아니면 찬장 속의 식기들을 전부 써 버릴 것인가?

언젠가 우리 모두 한 줌의 재가 된다.

너무 아끼지 마라.

전부 써 버려라.

모두 사용해 버려라

-조앤 디디온


사는 동안 어떤 순간이 가장 소중할까?

일반 서민들이 죽을 때까지 벌어 들일 수 없는 수익을 단 한 편의 예능과 영화, 드라마로 수 억, 수십억을 벌어 들이는 이들이 놀고, 먹고, 마시고, 여행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일까?

아니면 매일 쓰지 않은 은식기를 사용하듯 꾸준하게 매일 무언가 끄적이는 순간일까?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야기가 있으면, 일단 이야기를 씁니다. ‘이걸 쓰고 나면 뭔가가 있겠다.뭔가가 없지는 않겠다’라는 확신은 있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는 상태로요. 그런데 그렇게 쓰고 나면 쓰는 동안 정말 처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그 ‘뭔가’가 들어가 있습니다.

―장류진

소설은 온갖 모순으로 가득 차 있고 이 세상도 모순 덩어리다.

이렇게 서로 모순된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종횡 무진 하며 쓰는 동안 내면에서 서서히 삼차원의 세상이 펼쳐진다.

비록 무명의 작가가 창작한 작품이지만 읽어주고 응원해 주는 독자들 덕분에 2024년 2월 부터 50회까지 연재를 이어갈 수 있었다.

내가 보여준 또 다른 세상 <굿바이, 부다페스트>를 누군가 읽고 그 시절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 읽는 맛을 느꼈으면 좋겠다.


<굿바이, 부다페스트> 제 2부 제 51화 두더지 굴에 빠지다.

https://tobe.aladin.co.kr/n/308449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섯 2025-01-23 2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캇님 멋집니다. 또 조앤 디디온을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캇님의 쓰기를 응원합니다.

2025-01-24 0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년 1월 OTT에서 방영하는 시리즈물과 영화보다 더 흥미진진한 일이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다.

불과 2년 전,2022년 3월 손에 王자를 매직으로 쓴 자가 대한민국의 제 20대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었다.

2024년 12월 3일 2시간 비상 계엄이 실패로 돌아가고 난 후 일주일 만에 국민 앞에서 계엄의 정당성을 늘어 놓고는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파괴한 내란 수괴범에게 체포 영장이 떨어지자 강제 수사를 거부하며 국민의 혈세를 쏟아 부은 한남동 관저를 요새화 시켰다.

겹겹이 둘러 쳐진 철조망과 쇠사슬, 차벽 뒤에 숨은 내란 수괴범은 자칭 대통령 지킴이를 자처한 백골단과 목사와 그 무리들,미국 국기와 태극기를 휘날리는 시위대를 전면으로 내세워서 여론 몰이를 하더니 사냥개들과 산책 하듯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저지선이 구축된 도로를 걸으며 조폭의 우두머리처럼 영상에 등장했다.

'내란 수괴범'이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파괴 하고 법치주의를 우습게 취급하는 동안 나라가 두 동강 났다.

내란 수괴범의 체포 문제에만 집중하고 있는 정치인들은 경제 위기의 경고등이 보이지 않는지 정쟁만 일삼고 있다.

대한민국 헌정 역사상 국론의 분열과 . 유례 없는 혼돈, 공권력과 정치권 간 파열과 충돌이 극한으로 치닫는 동안 국민 앞에는 지불되지 않은 계엄 청구서가 쌓여 가고 있다.


한 해가 바뀌는 순간, 서울 종로의 보신각의 종이 울린다.

일명 '제야의 종'이다. 이 종소리를 듣기 위해 10만여명이 종로 일대에 모여든 적도 있었지만, 이젠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다.

사람으로 넘쳤던 명동과 종로 거리는 한산해 졌고 서울 도심 어디를 가도 빈 가게가 넘쳐 나고 있다.

한 때 유명 프랜차이즈 지점이였던 곳은 인건비를 절감 할 수 있는 게임기기로 가득 찬 체험 형 게임방들로 채워지고 있다.

시내 중심가는 마음 편하게 먹고 마시고 즐길 수 있는 곳은 사라지고 있고 적은 돈으로 예측 불가능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곳만 늘어나고 있다.

조폭 같이 행동하는 권력자들 정치인,예능인, 유명 유투버들이 활기 치는 대한민국 사회에 서민의 가계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침체란 불청객이 눌러 앉았다.


2025년 1월, 알라딘 투비컨티뉴드에도 침체란 불청객이 찾아 왔다.

1월 8일 부터 시작된 꼬박 꼬박 출석 챌린지 이벤트가 시작 되었지만 무명의 창작자들에게 작지만 큰 용기와 힘이 되어 주었던 무한정산조회수 이벤트가 종료 되고 나서 투비에 새로운 창작물이 쏟아지지 않고 있다.

2024년 여름 공모전이 끝나고 나서 새로운 창작물을 시작했던 작가분들이 대거 투비를 떠났다.

무한정산조회수 이벤트가 3차까지 진행되는 동안 투비컨티뉴드에는 다양한 창작물들과 에세이, 리뷰글들이 쏟아져 나왔고 사진과 그림, 웹툰 작가님들의 활동도 활발했었다.

투비 닷이라는 출판브랜드를 야심차게 론칭 하고 나서 수익 전환 시스템으로 바뀌어 버린 2025년 창작자수익 원칙을 내세운 투비컨티뉴드의 야심 찬 프로젝트는 2023년 1월 부터 투비컨티뉴드에서 창작을 시작했던 무명의 작가들의 창작의 열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23년 1월 12부터 매일 자정 시간과 오전 10시, 두 차례 새 글을 올렸지만 2025년 1월 부터는 매주 목요일 창작 소설 <굿바이, 부다페스트>와 토요일 오전 10시에 발행하는 일본 작가 인터뷰 시리즈만 올리고 있다.

-미스터리 쓰는 법

https://tobe.aladin.co.kr/s/2526

2023년 1월 19일 히가시노 게이고를 시작으로 2025년 1월 4일 요네자와 호노부 작가의 인터뷰까지 총 104개의 노트를 발행했다.

어디에서도 창작을 배워 본 적이 없는 나는 좋아하는 작가 중에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를 찍어내는 대단한 작가들의 창작 비결을 알고 싶은 마음이 컸다.

지난 1년 동안 번역을 하면서 마치 작가들이 내 옆에서 조언을 해 주듯 많은 힘이 되어 주었고 이 시리즈를 읽는 구독자분들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104개의 노트를 발행했다.

2024년 11월 23일 부터 번역하기 시작한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 인터뷰를 10회에서 마무리 하고 나서 소설을 쓰는 작가가 아닌 만화 작가야마시타 도모코의 창작에 관한 인터뷰를 올려 볼 계획을 세웠었다.

하지만 2025년 새해 부터는 이곳 투비 컨티뉴드에 무명 창작자들은 점점 투명한 존재가 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시리즈를 이끌고 갈 창작의 원동력은 송두리채 뽑혀져 나갔다.


-요네자와 호노부

https://tobe.aladin.co.kr/n/286151










어느 날 그다지 끈끈한 관계가 아니였던 언니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 고아가 된 조카와 함께 살게 된 이모와 조카의 동거일기를 그린 만화 <위국일기>의 작가 야마시타 도모코는 섬세한 감정 표현과 촌철살인 같은 대화로 휘리릭 넘겨 보는 만화가 아닌 곁에 두고 여러 번 펼쳐 보는 만화를 그린 이 시대 최고의 만화가다.


20세기 만화 잡지 황금기 시절에 일본 도쿄는 거대한 자본의 지원과 엄청난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세상 전체가 만화로 뒤덮였던 만화 제국의 수도 였다.

21세기 웹툰과 전자책 발행 시대에 종이책을 찾는 독자들이 사라지자 한 달에 한 번 발행되는 만화 잡지 판매 부수로는 인쇄비용조차 감당하기 힘들어 져서 무수히 많은 만화 연재 잡지들이 폐간되었다.

펜과 붓으로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창작 노동자들이 설 수 있는 창작 무대가 사라지고 난 후 일본 만화계의 새로운 창작자들이 등장 하는 신인 작가군단이 확 줄어 버렸다.













 [‘최저 비용과 최대 효과’라는 비정한 자본의 논리는 사람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돈은 기업이 벌지만 노동은 사람이 하는 현실에서, 노동자에게는 최저를 적용하고 기업에는 최대 효과를 기대하는 법은 과연 합당한 것일까.]

- 권지현 작가


모두가 창작자인 시대에 소비가 확산이 되면서 공급 수요의 법칙에 따라 무한 공급에 가까운 생태계가 조성되어서 세상의 콘텐츠는 '헐값'이 되고 있다.

한 달에 만 원도 안 되는 비용이면 평생 보아도 다 볼 수 없는 다양한 콘텐츠들 넘쳐 나서 '가성비'는 '품질'의 문제가 아닌 것이 되어 버렸다.

쇼츠나 릴스처럼 빠르고 자극적이고 쉽게 정보를 공짜로 취득할 수 있는 시대에 양질의 교훈과 정보, 깊이 있는 학습과 수준 높은 창작물을 쓰는 무명 작가들이 창작하기 힘든 생태계가 되었다.

[중간착취 문제가 바로 잡히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우리가 자주 말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단어를 자꾸 말하는 것이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첫걸음일 수도 있다. 한 언어가 발화 되는 순간, 실재하되 보이지 않았던 문제들이 선명히 그 모습을 드러내곤 하니까]

-중간 착취의 지옥도 중에서


2025년 1시간 근로 임금은 10,030원이다.

창작플랫폼의 구독자 수로 벌어 들이는 수익에 비례해서 투비컨티뉴드에 매일 매주 정기적으로 창작 활동을 하는 구독자와 작가들 수익이 제로가 된다면 이곳은 창작플랫폼이 아니라 온라인 서점에 부속된 블로그에 불과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4년 2월 1일 소설 <굿바이, 부다페스트> 첫번째 에피소드 '비밀의 사제관'을 쓰기 시작했다.


-제 1화 비밀의 사제관

https://tobe.aladin.co.kr/n/149538


2023년 6월 9일 투비컨티뉴드의 여름 공모전 '50일의 썸머'에 응모 했던 첫 소설 <그 해 여름의 수수께끼>를 쓰기 전까지 창작 소설은 단 한번도 써 본 적이 없었다.

​<그해 여름의 수수께끼>

https://tobe.aladin.co.kr/s/5871


학부 시절 BBC라디오 드라마를 즐겨 들었을 때 재밌게 귀로 들은 추리물과 미스터리 물을 단막극 형식으로 써 보았지만 쓰다 보니 유명 스릴러와 서스펜스 작가들 작품의 플롯을 고스란히 베끼고 있는 내 자신이 우스워서 그만 두었다.

창작은 어느 날 갑자기 영감이 떠올라서 유려한 문장으로 입체감 넘치는 인물들이 눈 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 처럼 쓸 수 있는 사람들은 신의 세계에 살고 있는 영적인 존재라 생각했다.

화가 삼촌의 모습을 보고 자란 나는 어린 시절부터 허구의 세계를 뛰어난 상상력으로 창조하는 작가들과 예술가들을 끊임없이 동경 해 왔다.

태생적으로 예술가가 아닌가라는 착각에 빠져있었던 몽상가 였지만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럽게 가난한 화가의 길을 가는 삼촌의 모습을 한편으로 존경 하면서도 도저히 그렇게 살 자신이 없었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 그림을 그리고 피아노를 치고 발레를 하고 여러 악기를 연주 하며 예술 학교에 입학하려고 부단하게 콩쿠르 대회를 준비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부러워 하며 곁에서 열심히 격려와 응원만 했다.

가지 못한 길, 고집스럽게 선택하지 못한 그 길에 대한 미련으로 사는 동안 항상 예술의 주변을 배회 하며 종류와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전시가 열리는 곳 마다 새로운 작품이 출간 될 때 마다 유명 작가들이 추천하는 고전 작품이나 불후의 명작 리스트를 작성해서 평생 독서 계획을 세워나갔다.

학교 재학 시 만 권, 졸업 후에 사회인이 되어 만 권 그리고 창작 플랫폼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방 두개를 차지 할 정도 분량의 책을 읽었다.

전투적으로 치열하게 읽고 또 읽었고 활자에 굶주린 듯 읽고 또 읽었다.

우울에 바닥에서 마음을 추스리지 못할 때도 읽었고 작은 성취감과 희열에 사로잡혔을 때도 읽고 또 읽었다.

왜 이토록 많은 책을 읽는가?

책을 읽는 다고 해서 내 삶이 달라지고 이 세상이 다르게 보일까?

쓰는 삶에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아 부었던 작가 폴 오스터는 이런 말을 남겼다.

















흔히들 인생은 책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가령 1페이지에서 삶을 시작한 주인공이 204페이지 정도에 죽고나면 책을 덮기 너무 아쉽다. 다른 책을 펼치면 이 책에 살고 있는 주인공은 926페이지에 걸쳐 꽉 찬 삶을 살다 세상을 떠난다.

그렇다면 내가 쓰는 첫 페이지는 몇 페이지에서 주인공이 죽게 될까?

인물을 상상하고 세상을 창조하는 동안 나는 어제와 달리 더 생생하게 과거의 시간을 기억하고 오늘 쓰지 못했던 이야기 도저히 상상하지 못했던 그 이야기 속 그 남자의 미래가 내 손에 의해 달라지는 걸 경험하는 순간 내 앞의 미래의 시간이 달라져 버렸다.

-폴 오스터












창작을 시작하기로 마음을 결심하고 나서 대가들의 작품의 첫 장, 첫 문장을 읽자 마자 잔뜩 주눅이 들었다.


“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리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 고만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최고의 시간이었고,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혜의 시대였고,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였고, 불신의 세기였다. 빛의 계절이었고,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었고,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 앞에 모든 것이 있었고, 우리 앞에 아무것도 없었다.”-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이상의 <날개>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이상의 <신화>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 강신재의 단편 ‘젊은 느티나무’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김훈의 <칼의 노래>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의 <설국>

“4월, 맑고 쌀쌀한 날이었다. 괘종시계가 13시를 알렸다.”-조지 오웰의 <1984>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이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커다란 해충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카프카의 단편 ‘변신


대가들의 첫 문장을 읽자마자 잔뜩 주눅이든 나는 유명 작가들과 창작 수업을 여러 해 동안 진행 해온 유명인들이 쓴 창작 비법, 글쓰기에 관한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마치 신비한 마법의 기운이 담긴 돌을 수집하듯 창작론에 관한 책탑을 쌓아가면서 이들의 조언을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소설이란 무엇인가

소설 쓰기,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소설과 이야기는 어떻게 다른가

소설은 실패자의 기록이다

나 자신이 가장 훌륭한 텍스트다

소설을 창작하는 작가라는 사람

등장인물을 창조한 조물주

현실과 소설, 두 개의 삶을 사는 사람

이 사회에서 작가란 어떤 존재인가

-작가로서 가져야 할 자세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가?


여기 까지 읽고 나서 다음으로 넘어가자 어느 작가가 이런 조언을 했다.


나의 글쓰기 목표는 무엇인가

글쓰기 목표를 정하라

무엇을 쓸 것인가

나는 무엇을 쓰고 싶어 하는가

소재는 내 속에 있다


쉼 없이 책을 읽으면서 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무엇을 쓸 것인가?

나는 무엇을 쓰고 싶어 하는가?

가장 먼저 시대와 장소, 인물을 정해 놓고 첫 문장을 쓰기 시작했다.

고치고 다시 쓰기를 하는 몇 시간 동안 첫번째 에피소드를 완성했다.

그 다음 두 번째 이야기를 쓰기 시작할 때 도저히 다음 편을 써나갈 자신이 생기지 않아서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의미를 명료하게 전달하는 정확한 문장을 써라/지문과 대화로 감추기와 들추기를 변주하라/과장된 묘사와 장황한 설명을 하지 말고 그려서 보여주어라/인물들이 겪은 사건에 영향을 받아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 줘라.

2024년 2월 1일부터 쓰기 시작한 <굿바이, 부다페스트>의 시대 배경과 상황은 1914년 유럽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의 부유한 가문의 '이슈트반 저택'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그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을 세대와 인종, 그리고 계급별로 나눠서 씨줄과 날줄로 엮어 내고 있다.


<굿바이, 부다페스트>

https://tobe.aladin.co.kr/s/9373


<굿바이, 부다페스트>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장군 죄르지는 오스트리아 제국의 황태자 루돌프와 같은 해에 태어났다.

어머니 시시황후의 영향으로 헝가리의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사랑했던 황태자 루돌프는 보수적이고 변화와 개혁을 두려워 하는 황제 아버지와 달리 진보적인 사상으로 시대를 앞선던 선구자였다.

그의 안타까운 죽음은 절친이였던 장군 죄르지의 인생을 송두리채 흔들어 놓았고 어느 날 후계자 자리에 올라간 사촌 동생 페르디난트 대공이 펼쳤던 평화적인 외교는 1914년 6월 28일 사라예보에서 세르비아 민족주의 단체 「젊은 보스니아」(Mlada Bosna)에 속한 19세 청년 가브릴로 프린치프가 쏜 총에 허무하게 무너져 버린다.

<굿바이, 부다페스트>에는 20세기 초 격변의 시대에 세대와 인종, 계급을 대표하는 인물들 중에서 역사에 실존 했던 인물과 내가 창조한 허구의 인물들이 함께 살고 있다.

조상 대대로 귀족 가문의 아이들, 사회적 지위가 없는 여성들, 하녀와 하인들, 부패한 공무원과 관료들, 사회적 지위 상승을 꿈꾸는 유대계들, 피 땀 눈물을 흘리는 노동자들, 민족의 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사상가들, 계급의 차별과 부의 평등을 위해 싸우는 아나키스트들, 제국의 영토를 넘보는 스파이들과 테러리스트들이 비록 역사에 이름을 새기지 못했지만 내가 창작한 <굿바이, 부다페스트>에 살아 숨쉬고 있다.

제국의 황제 요제프는 모든 것이 유지 되길 바랬다.

그의 아들 황태자 루돌프는 모든 것을 바꾸어야만 제국의 평화와 질서가 유지 된다고 믿었다.

1914년 세계는 수 세기에 걸쳐 유지 되었던 계급과 질서가 요동치며 민족의 자유와 독립에 대한 열망이 들끓어 올랐다.

세상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는 자가 있는가 하면 하루 하루 성실하게 자신의 삶의 울타리 안에서 살았던 사람들도 있었다.

역사적 사건 속에 다양한 인물들의 삶이 투영된 <굿바이, 부다페스트>는 정치적 사회적 사건들이 개개인의 삶에 중첩되어 펼쳐진다.

누군가는 격변의 시대에 편승하고, 누군가는 개혁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누군가는 전복 시키기 위해 총을 꺼내 들었다.

격변의 시대에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아 남는다.

2024년의 시간을 지나 2025년 1월, <굿바이, 부다페스트> 제 1부 50회를 완성했다.

AI시대에 나는 머리와 손으로 홀로 플롯을 짜고 배경을 설정하고 각각의 인물들에게 영혼을 불어 넣는 동안 처음 작품을 올릴 때부터 꾸준히 말없이 응원해준 구독자들 덕분에 50회까지 쓸 수 있었다.

나에게 집필 공간도 집필을 구상하는 노트도 출간을 준비 하기 위해 쓰는 원고도 없다.

하루 반 나절은 국가의 꼬박 세금을 내는 사회인으로 살고 퇴근 후에는 글 쓰는 인간으로 살고 있다.

나에게 하루 중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은 단 몇 시간 뿐이다.

누군가에게 소설을 쓰고 있다고 이야기 하면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소설 같은 소리를 하고 있네!

매주 목요일에 한 편씩 올리는 동안 출퇴근 이동 중에도 출장 중에도 업무가 끝난 후에도 쉼 없이 머릿 속으로 플롯과 스토리를 엮어 나갔다.

그렇게 쓰고 또 쓰는 동안에 어느 새 나는 쓰는 인간으로 진화 했다.


2025년 1월 9일 <굿바이, 부다페스트> 제 1부의 마지막 50회 '새들의 힘겨운 날개 짓'


https://tobe.aladin.co.kr/n/306335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5-01-09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1-10 0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동은 결코 상품일 수 없는데도 상품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이미 밝혀냈던 구조와 마주하게 된다. 곧 불가능한 어떤 것이 Wirklichkeit[현실성] 안에 실존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가능성의 가능성은 우리로 하여금 부재하는 원인을, 생산관계를 참조하게 한다. 직접생산자를 생산수단에서 분리한 원시적 축적 이후, 직접생산자는 자기 노동력을 상품으로 판매하도록 강제된다. 그들의 노동은 임금노동이 되며, 그리고 자본가는 그들의 노동력이 아닌 노동에 대가를 지불한다는 겉모습이 생겨난다. 노동가치라는 범주 뒤에 감춰진 노동력의 가치라는 범주를 드러내는 일은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의 결정적 성격을 드러내는 일이다.

-루이 알튀세르 자본을 읽자 중에서 


2025년이 시작 된 지 5일이 지났다.

불과 5일 전인 2024년의 시간이 이미 역사가 되었다.

2025년의 첫 시작을 알리자 마자 나는 모닝 페이지를 썼다.

2023년 1월 22일 부터 매일 모닝 페이지를 써서 2025년 1월 5일까지 매일  모닝페이지 노트를 발행 했다.


글을 쓰는 걸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글을 쓰는 걸로 새해를 시작했다.

글쓰기는 나의 오랜 시절부터 이어졌던 열정이였고 맹렬한 소명이였다.

꿈을 열망 할 때도 글을 썼고 좌절감과 우울감이 덮쳐도 글을 썼다.

매일 글을 쓰면서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치기도 하고 희열을 느끼기도 하는 감정의 파고가 수시로 밀려 온다.

수 많은 이들이 지난 한 해를 뒤돌아 보며 새해 새로운 결심을 했을 것이고 새해를 맞이해서 새로운 각오를 다지며 하루를 시작했을 것이다.


https://tobe.aladin.co.kr/s/2724


2023년 1월 12일 부터 매일 두편씩 꾸준하게 투비컨티뉴드에 글을 썼다.

하루 반 나절은 꼬박 국가의 세금 루팡으로 살았고 퇴근 후 집으로 돌아 와서는 오로지 내 안의 열정을 쏟아 붓는 창작 노동자로 살고 있다.

그동안 나는 읽는 인간에서 쓰는 인간으로 진화 하면서 한 해 한 해 심도 있게 책을 읽고 그 책의 양이 학교 생활을 끝마치고 나서 만권,사회인이 되고 나서 만권 , 늦은 밤 창작 노동자로 글쓰는 인간으로 진화해서 만 권을 읽었다.

매일 모닝 페이지를 쓰고 창작 소설을 쓰고 번역을 하고  여러 다양한 문화와 예술 인문학에 관한 에세이를 쓰고 있다.


-2025년 1월 1일 모닝 페이지


https://tobe.aladin.co.kr/n/304076



-2025년 1월 2일 모닝 페이지


https://tobe.aladin.co.kr/n/304368


-2025년 1월 3일 모닝 페이지


https://tobe.aladin.co.kr/n/304684



-2025년 1월 4일 모닝 페이지


https://tobe.aladin.co.kr/n/304899



-2025년 1월 5일 모닝 페이지


https://tobe.aladin.co.kr/n/305179



우리의 진정한 안전은 가진 재산에 있지 않고, 

우리가 누구고 어떤 사람이 되느냐에 달렸다.



-츠바이크


밤 새 눈이 소복하게 쌓였다.

온 세상이 눈으로 뒤덮였고 내란 수괴범은 몇 일 동안 국민을 볼모로 삼으며 법과 질서를 스스로 파괴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사이 이 모든 국난의 어려움은 국민의 몫이 되었다.

물가는 무섭게 치솟고 있고 기업은 구조조정으로 희망 퇴직을 권고 하고 있고 번화가 거리마다 텅 빈 가게, 폐업한 가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인생은 종종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원하지 않는 상황이 닥치기도 하고, 때론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에 맞닥뜨리기도 한다. 

소소한 손해를 보기도 하고, 그로 인해 삶에 타격을 받을 때도 있다. 그럴 때 마다 드는 생각은 세상 탓, 상사 탓, 부모나 조상 탓 그고 내 탓이다.


 암울하고 암담한 세상이  지옥의 문처럼 활짝 열려 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삶의  중심을 잡을 수 있을까?



매일 쓰는 삶이 이 험난한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게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었다.


길을 잘못 든 것 같으면 돌아서서 다른 길을 찾으면 된다. 

제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한 발을 내딛고 중심을 잡으려 노력하면서  다음 발을 내딛고, 그렇게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가는 것이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5-01-05 17: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는 인간에서 쓰는 인간으로 진화라니 멋집니다~!! 꾸준히 뭔가를 한다는게 정말 힘든데 존경합니다!!!

거리의화가 2025-01-06 11: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늘 성실하게 매일 읽고 쓰는 스콧 님의 삶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새해 인사도 못 드렸네요. 건강하시고 지금처럼 계속 나아가시기를 빕니다^^*

희선 2025-01-07 00: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러 번 만권을 읽다니 그러면 지금까지 읽은 책은 몇만권이라는 거군요 저는 아직도 만권이 되려면 멀었는데... 여전히 느리고... 요새는 우울해서 잘 못 읽고... 우울하니 잠만 자는... scott 님은 우울할 시간도 없을 듯합니다 그게 더 좋겠습니다


희선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