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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 파티 - 캐서린 맨스필드 단편선 ㅣ 에디션F 6
캐서린 맨스필드 지음, 정주연 옮김 / 궁리 / 2021년 1월
평점 :
나는 작고, 가볍고,피부는 올리브색이고, 검정색 눈에, 속눈썹이 길고, 부드러운 검정색 머리는 짧게 잘랐고, 웃을 때는 작고 네모난 치아가 보인다.
손은 보들 보들 하고 작다. 한번은 빵가게 여자가 이렇게 말했다.
'손이 작고 예쁜 페이스트리를 잘 만들 것 같아요.' 고백 하자면 나는 옷을 안 입고 있을때 좀 매력적이다. 거의 여자애처럼 토실 토실 하고, 어깨가 매끈하고, 왼쪽 팔꿈치 위로 가느다란 금 팔찌를 차고 있다.
-'나는 프랑스어를 못합니다.'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자수성가한 은행가의 셋째 딸로 태어난 캐서린 맨스필드,아이 여섯을 출산한 어머니는 여섯번째로 아들을 출산한 후 (넷째아이는 아기때 사망함) 다시는 아기를 갖고 싶지 않아 유럽여행을 떠나버린다.
캐서린은 외할머니 손에서 독립적인 아이로 성장했다.
캐서린은 통통하고 감정이 풍부한 소녀로 또래들과 달리 두터운 안경을 꼈다.
고집이 세고 사나운 성격에 항상 주변 아이들과 싸움이 잦았다.
자식들이 영국 런던에서 출세하기를(부유한 집안과 혼인 시키려고) 바라는 마음에 런던으로 유학보낸다.
열여섯살이 되던 해에 런던 킹스 칼리지에 입학한 캐서린은 음악과 문학에 심취 하며 열정적으로 런던 문화에 푹 빠져버린다.
잡지에 기고를 하다가 편집자가 되고 첼로를 배우며 음악가들과 사귀며 스스로를 학생이 아닌 예술가라고 생각했다.
버마 출신에 아이다 베이커를 만난 캐서린 맨스필드는 세상에 둘도 없는 단짝 친구,미래를 함께 꿈꾸게 만드는 인생에 동반자가 된다.
영국 식 오버 코트와 회색 펠트 모자를 뒤에 있는 못에 함께 걸고 나서, 웨이터에게 적어도 스무명의 사진사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을 준 다음에 커피를 주문했다.
나는 눈을 아주 크게 번쩍 떴다. 이를테면 내가 그곳에 영원토록 있었는데 이제 드디어 살아나고 있다는 듯이.....
-나는 프랑스어를 못합니다.
런던 그리고 유럽은 캐서린에게 가족들이 살고 있는 뉴질랜드 보다 편안함을 주는 곳이였다.
기숙사, 호텔방,여인숙 임시거처 , 기차,배를 타고 다니며 이곳 저곳을 구경하면서 단 한마디에 프랑스어를 못해도 주눅 들지 않는다.
캐서린은 집사나 하인들 없이 집 밖을 나서지 못하는 그들과 달랐다.
여자들 이름이란 게 다 거기서 거기고 컵은 받침에 잘 맞는 법이 없고 하트란 것들은 다 꼬챙이에 찔려서 리본으로 묶여 있지.
내가 처음 이곳에 왔을때 그런 일이 있었지. 아마 그래서 자꾸 이곳에 오는 것 같다. 승리의 현장 내가 한번 그 늙은 년의 목을 조르고 내 마음대로 했던 범죄의 현장에 재 방문 한것이다.
-'뜻밖의 사실'
캐서린의 가족들은 더 이상 캐서린에 무분별한 여행과 나쁜 행실, 애정 행각들을 내버려둘 수 없었다, 값비싼 수업료와 생활비를 지불한 것을 몇배로 갚아줄 부유한 가문과도 사돈을 맺을 수 없으니 ,....
뉴질랜드로 강제로 끌려온 캐서린은 자신의 몸속에 도사리고 있던 증오를 더 이상 억누르지 못한다.
종이도 아니고 봉투도 아니었다. 분홍색 압지 몇 장이 손에 닿았다. 말도 안되게 부드럽고 흐물거리고 거의 젖어 있는 것 같은 죽은 새끼 고양이의 혀 같은 처음 느껴보는 감촉이었다. 나는 앉아 있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계속 기대에 가득 차서 그 죽은 새끼 고양이의 혀를 손가락에 감고 그 보드라운 구절을 내 정신에 감았다. 눈은 여자들의 이름과 추잡한 농담, 쟁반에 안 맞는 병과 컵의 그림을 쫒으며 종이 위에서 바삐 움직였다.
-'차 한잔'
소녀 시절 친구였던 마오리족 출신 공주 '마아타'와 불같은 사랑을 벌였고 화가인 연상 이디스 벤돌의 연인으로 열렬하게 사랑했다.
안 그래도 나는 무언가를 놓아주지 못하는 사람들을 참을 수가 없다. 뒤따라가면서 울부 짓을 사람들 말이다. 무언가 가버렸다면 그걸로 그만 이다. 끝이다. 그러니까 놓아줘!포기하고 마음을 편히 가져. 잃어버린 것과 똑같은 것은 절대 다시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해버리면 마음이 편해 질꺼야 그것은 항상 새로운 것이야 당신을 떠나는 순간 달라지지
심오하게 말하자면 ...나는 절대 후회하지 않고 절대 되돌아보지 않는 걸 내 인생의 신조로 삼고 있다.
캐서린은 분명 '사랑'을 꿈꿨고 금기시되었던 동성 간에 '결혼'도 하고 싶어 했다.
굶주린 사람은 유혹에 쉽게 넘어 간다. 벨벳띠에 손을 밀어 넣을때 승리의 쾌감을 느꼈다.
'거봐, 내가 널 잡았지.' 그냥 잘해주고 싶었다. 아니, 그냥 잘해주는 것 이상으로 주고 싶었다.
이 여자에게 인생에서 멋진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소원을 들어주는 요정이 실제로 있다는 것을 부자들에게도 마음이 있다는 것을 여성들은 모두 자매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싶었다.
'겁내지 마세요. 나랑 같이 다시 돌아오면 되잖아요? 우린 둘 다 여자이기도 하고요. 나는 나중에 더 기쁠 거 같아요. 아가씨...'
-' 차 한잔'
드디어 뉴질랜드를 벗어나 영국으로 돌아간 캐서린은 부모님에 뜻대로 음악에 조예가 깊은 명망 있는 집안(트로웰) 호적에 등록된다.
부모에 바램은 부디 캐서린이 품위와 격을 갖춘 여성으로 성장해서 배경이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기를 바랬을 것이다.
그러나 캐서린은 양부모 트로웰 부부가 애지 중지 키운 외아들 가넷과 사랑에 빠지고 양부모한테 쫒겨 난다.
집에서 쫒겨난 캐서린은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와 홧김에 결혼 해버린다.
하지만 결혼식 당일 날 신랑을 버리고 지방 순회 오페라단의 단원으로 취직한 양부모 트로웰 부부의 외아들에게 가버린다.(당시 캐서린은 임신중이였음)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캐서린의 친 엄마는 일단 딸아이가 순산 할 수 있도록 바바리아 온천지에 데려다 놓고 곧장 뉴질랜드로 돌아가서 자신에 유언장에 캐서린에 이름을 지워버린다.(하지만 아버지는 죽을때 까지 캐서린을 걱정하며 돈을 보내줌)
아이를 유산 한 캐서린은 노천 카페를 배회하며 사람들을 구경하며 글을 쓰기 시작한다.
사납고 끔찍한 아침, 미친 듯 바람이 불었다. 모니카는 거울 앞에 앉았다. 창백한 얼굴, 하녀가 검은 머리를 뒤로 빗겨주었다. 전부 뒤로 넘겨 빘었고 윤곽이 날카로운 얼굴에 뾰족한 눈매, 짙은 붉은 입술이 가면 같았다. 어둑하고 푸르스름한 거울을 바라보고 있던 모니카는 갑자기 아, 난생 처음 느껴보는 크나큰 흥분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차오르는 느낌이 들더니, 마침내 팔을 쭉 뻗고 웃으면서 사방을 휘젓고 마리라 깜짝 놀랄 만큼 크게 소리 지르고 싶었다.
-'뜻밖의 사실'
캐서린은 폴란드 작가이자 번역가인 플로리안 소비에니옵스키를 통해 작가 체호프의 단편을 읽게 된다.
두사람은 동성애 관계로 발전하고 캐서린은 임질에 걸리지만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류머티즘을 앓게 된다.
런던으로 돌아간 캐서린은 체호프에 단편들을 샅샅이 분석하며 주인공들의 이름 장소 몇몇 설정만 조금 바꿔서 필사를 해나가기 시작한다.
인생에는 어떤 순간들, 아주 불쾌한 순간들이 있다. 집에서 나와 바깥을 보았을때 같은 끔찍한 순간들, 하지만 그런 순간에 흔들리면 안돼 집에 가서 최고급 차를 마셔야지.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는 바로 그 순간, 깡마르고 어두운 피부색에 그림자 같은 젊은 여자- 이 여자는 어디서 온 걸까?
-'차한잔'
캐서린 맨스필드는 1908년부터 1918년 까지 주변에 우글거리는 사람들과 쉴 틈없이 사랑하며 작품을 완성해나가는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자신에 아파트 하숙생이 였던 매력적인 젊은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스물 한 살 짜리 남동생 레슬리가 프랑스 전선에서 수류탄 사고로 미래가 산산 조각이 되어 버렸을때 캐서린은 자신에 긴 머리카락을 잘라버렸다(남동생 레슬리와 쌍둥이라고 할 정도로 외모가 흡사했다고 함)
남동생 레슬리는 심성이 여리고 다른 남자 아이들처럼 거친 행동을 단 한번도 했던 적이 없던 동생이 였다.
'너는 나를 가졌지. 너는 내 영혼 안에 그리고 내 몸 안에 있어'
캐서린은 남동생 레슬리를 간호 하면서 어린 시절에 뛰어놀았던 뉴질랜드 웰링턴 그곳으로 기억을 상기 시켰다.
아이들 방 탁자에 등불이 켜져 있었다. 페어필드 부인이 빵을 자르고 버터를 발랐다. 어린 여자 아이 셋이 자기 앞에 수놓인 커다란 턱받이를 두르고 탁자 앞에 똑바로 앉아 있었다. 아이들은 아버지가 들어오자 뽀뽀를 받으려고 입술을 닦았다.창문은 열려 있었다. 벽난로 위에 야생화가 꽂힌 병이 놓여 있었고 등불이 천장에 은은하고 커다란 빛방울을 만들어 냈다.
이렇게 행복해 하다니 완벽한 멍청이지!
차가운 빛의 홍수 속에서 자신의 모습이 이상하게 드러나 보이고 있는 것 같았다.
---'서곡'
캐서린은 남동생 레슬리의 죽음을 통해 어린 시절에 함께 했었던 가족은 추억처럼 자신에 작품 속에 겹겹이 남겨 놓는다.
마치 남은 인생에 태엽이 빠르게 감기고 있는 것을 느꼈는지, 먹는 것 자는 것을 거르며 글을 써나간다.
매 작품마다 긴박한 압박감이 드러나는 묘사를 총동원해서 한 인물에서 다른 인물의 목소리를 빛의 움직임처럼 고통과 슬픔을 빠른 스케치로 교차 시켜나간다.
'내가 아는 고통 육체적 심리적 고통이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세상에 영원히 존재 하는것 없다는것 이 세계의 모든 것은 어제와 다르다는 것 인생에 모든 그림자마다 제각기 다른색에 그림자가 있다. 나는 내가 그리는 인물들을 통해 그 그림자에 색과 크기를 결정 하는것, 그렇다 내게 남겨진 모든 시간은 오로지 글쓰기, 글을 써야만 오늘에 나로 살아갈수 있다.'
식당에서 베릴이 깜박거리는 장작불 옆 방석에 앉아서 기타를 치고 있었다. 목욕을 하고 옷을 다 갈아 입은 상태였다. 검정색 점무늬가 있는 흰색 모슬린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는 검정색 실크 장미 핀을 꽂고 있었다.
자연이 영원히 잠들었다, 사랑이여,
버라, 우리 밖에 없어,
손을 내밀어, 사랑이여,
부드럽게 내 손을 잡아줘.
기타를 연주하고 노래하는 자신을 스스로 바라보니 난롯 불이 신발에서 기타의 불그레 하고 불룩한 몸통에서 하얀 손가락에서 어스름하게 빛났다.
'내가 너를 처음 보았을때, 작은 아이야. 야, 너는 네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몰랐지....''달조차 지쳐...'
-서곡
캐서린은 죽을때 까지 영국 문학계에서 철저하게 이방인으로 취급 받았다.
당시 문학계 여성들은 남성 문인들에 보조인,비서. 후원인(살롱 운영),시적 문학적 영감 대상으로 폄하, 차별 받고 있었다. 자유분방한 사고를 갖춘 지식인들 조차 자신들만에 세계에 이방인이 들어오는걸 달가워 하지 않았다.
특히 영국은 지방출신, 부모의 직업으로 철저하게 우리와 그들을 구별했다.
식민지 출신으로 자수 성가한 아버지를 두고 있는 캐서린에 말투, 옷차림은 영국 문학계 인사들에게 조롱과 멸시를 불러 일으켰다.

1917년 버지니아 울프는 남편 레너드와 함께 캐서린 맨스필드를 저녁식사 자리에 초대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캐서린 맨스필드를 보면서 거리를 배회하다 온 사향 고양이 냄새가 풍긴다는 첫인상을 받지 않기를 우리 부부는 바랬다. 사실 나는 그녀를 처음 만나고 나서 평범한 인상에 충격을 받았다. 그녀가 내뱉는 말들을 굉장히 저속했다. 하지만 이런 첫인상이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녀는 대단히 지성적이지만 복잡 미묘한 성격이였다.
다정했지만 고독하고 침착한 언제나 홀로 외롭게 누군가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한마리 고양이 같았다. 하지만 내가 그녀에 대해 느꼈던 이런 감정들이 이리저리 뒤섞이고 나니 그녀와 나는 서로 다른 듯 비슷한 공통점이 많았다.
우리는 고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내가 자신에 작품에 대해 말해주고 싶은 유일한 여성이라며 오로지 글을 쓰기 위해 만나야 하는 사이라고 말했다.]
18개월 동안 머문 것을 제외하고 캐서린은 죽기 전까지 고향 땅을 밟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것, 즉 힘과 부와 자유를 작게 요약한 곳이 바로 여기야. 이세상에서 사랑만이 유일 하다는 지독하게 무미 건조한 원리를 여러 세대에 걸쳐 여자들에게 주입식으로 가르치고 잔인하게 구속하고 있어. 이 악령을 제거 해야 해.....
투병 생활로 인해 일상을 고통과 분노로 가득 채워야 했던 캐서린 맨스필드
나를 그냥 예술 작품으로만 치부하지 말아줘.
시간이 거의 없다는게 느껴져서 어느 누구라도 나에게 말을 걸어줬으면,,,,
내가 말하는거 전부 이해받고 싶지 않아. 아니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줘'나는 어렸을때부터 항상 지금에 나였어,,,,
커다란 파도속에 있었던 나,,,깊고 깊은 어두운 심연속에 갖혀 있었던 나,
1920년 폐결핵을 앓고 있던 캐서린 맨스필드는 놀라울정도로 활기찬 모습으로 버려졌던 자신에 지난날에 삶을 쓰기 시작한다.
11월31일 드디어 마지막으로 완성된 원고를 출판사에 보낸다.
엄마가 살아 있었다면 우리가 결혼했을까?
하지만 결혼할 상대가 없었다.
아버지가 죽은지 일주일,
아버지가 죽은지 일주일,
여기 또 다른 인생이 있었다. 달려 나가고, 가방에 물건들을 담아 집으로 돌아오고 그것들을 살지 말지 언니와 의논하고 그것들을 돌려주고 또 다른 것들을 가지고 오고 아버지의 음식 쟁반을 정리 하고 아버지를 귀찮게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생활이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것이 터널 안에서 일어났던 것 같았다.
실제가 아니었다. 진짜 자신이라고 느꼈던 것은 그 터널에서 빠져나와 달빛 속에 바닷가에 아니면 천둥속에 있을때 뿐이었다.
-죽은 대령의 딸들
가족으로부터 소외되고 버림 받아도 잊고 지냈던 모든 일들, 실현되지 못했던 것들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 이 모든 것을 문장 속에 쏟아부었다.
인생은 고단해,
눈물 한방울, 한숨 한 줄기,
사랑은 변하지,
인생은 고단해,
눈물 한 방울, 한숨 한줄기,
사랑은 변하지.
그럼...안녕히!
1923년 34세의 나이에 결핵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10년동안 80여 편의 단편소설을 남긴 캐서린 맨스필드
"난 자유로워. 나는 자유야. 바람처럼 자유라고." 그러자 이제 이 떨리고, 요동치고, 신나고, 펄럭이는 세상이 모두 그녀 차지 였다. 그녀의 왕국이었다.
그래, 그렇지, 나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니야. 오직 인생의 것이지."
-「뜻밖의 사실」 중에서
'내가 쓰는 모든 것, 나의 존재인 모든 것 바다의 깊숙한 곳에 놓여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