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금플라워레시피 - 앙금플라워 기초교과서
조영화 지음 / 종이학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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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시간이 많아져서 전에는 단한번도 만들어본적이 없는것들 머핀 롤케이크 호두식빵 포카치오 등등을 만들어보다가 이제는 쌀가루와 앙금으로 먹을수 있는것들을 이책을 통해 용기를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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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눈 풍요의 바다 1
미시마 유키오 지음, 윤상인 외 옮김 / 민음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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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 한장 읽다가 탐복하며 끄적이게 만드는 ‘봄눈‘

‘너는 뭐라도 운동을 시작하면 좋을 텐데 말이야. 책을 그다지 많이 읽는 것도 아닌데 책 만권은 읽고 지친듯한 얼굴이네.‘ 혼다는 거침 없이 말했다.기요아키는 말없이 미소 지었다. 그러고 보면 책은 읽지 않는다. 그러나 꿈은 빈번히 꾼다. 밤마다 꾸는 꿈의 엄청난 가짓수란 만권의 책을 능가할정도여서 사실 그는 읽다 지쳐 버린것이다.

앞장서 오솔길을 걷던 사토코는 아직 피어 있는 용담을 재빠르게 발견해 땄다. 기요아키의 눈에는 말라붙기 시작한 들국화 밖에 비치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게 허리를 굽혀 꽃을 꺾자 사토코의 물빛 기모노 자락이 부풀어 가녀린 몸에 어울리지 않게 허리가 풍만해보였다. 물을 휘저으면 물밑 모래가 일어 오르듯이 자신의 투명하고 고독한 머리가 탁해지는 것을 기요아키는 불쾌 하게 느꼈다.

달은 부박할만큼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그는 사토코가 입고 있던 기모노 그 차가운 비단의 광택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달에서 너무나 가까이서 본 사토코의 크고 아름다운 눈을 여실히 보았다. 바람은 이미 멎은 후였다.마침 달이 깊이 들이 비치는 왼쪽 옆구리 부근은 가슴의 고동을 전하는 살의 은미한 움직임으로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얀 살결이 두드러졌다. 그곳에 눈에 잘띄지 않는 작은 점이 있다. 지극히 작은 점 세걔가 흡사 오리온자리 중앙의 삼형제 별처럼 달에 씻겨 형체를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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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비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백수린 옮김 / 미디어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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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버지는 그것을 교외선 기차에 주워오곤 했다. 쓰레기통 옆에, 마치 누군가 죽거나 이사해 사람들이 놓고 간 것 같은 책들을 주워올 때도 있었다.

 

한남자가 ‘조르주 퐁피두의 인생’ 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조르주 퐁피두의 인생에 대단히 매료된 그는 ‘ㅇㅇ의 인생’ 이란 제목의 책들을 찾아 보았지만 ‘조르주 퐁피두의 인생’만큼 흥미로운 인생은 아니였다.

 그의 부인은 ‘조르주 퐁피두의 인생’ 속에 자기 자신의 모습을 찾았다.


이책을 읽기전 그와 아내는 자신들의 생애가 얼마나 다른 이들의 생애와 닮았는지를 알지 못했다.

 

‘모든 인생은 다 비슷비슷했어.’

‘아이들만 빼고, 아이들에 대해서는 우리가 아무것도 몰랐어.’

 

‘조르주 퐁피두의 인생’은 삶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가 하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조르주 퐁피두에 인생에 매료된 이 두 남녀는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두 사람은 프랑스 파리 외곽에 자리 잡은 ‘비트리’에 이방인들이었다.

비트리에서 만나 이곳에서 결혼해서 체류증을 발급 받고 갱신해가며 한시적인 신분으로 비트리에 살았다. 처음 이곳에 도착 했을때부터 두사람은 ‘실업자’였다.

아무것도 아는게 없었고 특별한 기술도 없는 두사람을 어느 누구도 고용하지 않았다.

시에서 주는 실업 급여, 생계보조금을 지원 받으며 이곳에서 매해 아이들을 낳았다.

철거가 중단된 곳에서 살면서 기차나 서점에 중고 서적 선반 쓰레기통옆에서 주워온 책들을 읽으며 아이들을 키웠다. 

다자녀 정책으로 제공되는 무료 승차권으로 파리를 수시로 오고 가며 ‘조르주 퐁피두의 인생’을 읽었다.

이 남자는 조르주 퐁피두의 인생에서 자신을 발견했다. 


이들 부부에게는 에르네스토라는 아이가 있다.


열두살 사이에서 스무 살 사이라고 스스로 짐작 할정도로 부모도 자신도 확실한 나이를 알지 못한다.

글도 읽을 줄 몰랐다. 오직 자신의 이름만 읽고 쓸 줄 알았다.

어느 날 불탄 책을 발견한 에르네스토는 몇 날 며칠 불탄 책을  가지고 창고에 틀어박혀 여러해가 지난 후 에르네스토는 책이 품고 있는 고독과 고통 불탄 책 속에 갇혀 있는 나무를 떠올렸다.

여동생 잔에게 운명이 어떻게 서로 맞닿게 하고 녹아들게 하고 정신과 육체에 섞여 들게 하는지에 대해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르네스토가 생각하는 인생이란 끝을 보기 전까지 전체를 가늠 할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비트리에 한 교사를 찾아간 에르네스토는 부모를 떠나 학교에 가는 것이 자신의 길,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사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려고 하지 않은 엄마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1년내내 감자만 깎고 있다. 

줄줄이 태어난 아이들에 정확한 나이를 모른다. 부양 가족 수당과 실업 수당을 받은 아버지는 무료 승차권으로 파리를 오고 가며 조르주 퐁피두의 인생을 닿도록 읽고 보졸레나 칼바도스를 정신을 잃을 정도로 마신다.

어린 동생들은 에르네스토와 잔이 자신들에 곁을 떠나는 것이 가장 두렵다.

언젠가 부모님들은 자신들을 ‘빈민 구제 아동 보호소’로 데려가 아이를 파는 서류에 사인을 할지 모른다.

학교로 떠난 아들 에르네스토, 어린 시절부터 ‘타오르는 불’을 사랑했던 딸 잔느

어머니는 자신이 낳은 이 아이들에게 두려움을 느꼈다.

아버지는 종종 창고 같은 집안으로 다른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다른 집에 아이들은 아버지를 무척 좋아했지만 창고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아버지에 아이들은 고통을 느끼며 아버지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버지라는 사람은 이런 사람이었다. 오로지 아이들과 강한 유대감을 만들려고 무시무시한 사랑을 주고 있었다.

오빠를 사랑하는 여동생 잔, 아버지는 알고 있었다.

오빠와 함께 있는 순간이 미칠 듯이 행복하다고 울부 짖는 딸에 말에 겁에 질려 집을 나가버린 아버지

 두남매가 사랑과 행복을 공유하면서 이들 가족은 더 이상 서로를 바라보지 않는다.


‘너희가 고속도로를 건너면 그게 딱 한번이더라도 엄마는 나를 죽이고 말거야.’


실제로 동생들은 단 한번도 고속도로를 건너지 않았다.


그해 여름 어느 날부터 인가 유년 시절의 커다란 텅 빈 구멍 검은 시멘트 벌판을 비트리의 아이들은 떠나버렸다. 아니, 비트리의 모든 아이들을 전부 찾아 볼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들러 붙어있던 내팽개쳐졌던 아이들 그들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며 놀고 있는지 누구와 웃고 있을까?


에르네스토아 잔은 더 이상 동생도 부모님도 만나러 가지 않는다.

그들은 더 이상 그 무엇에 대해서도 그곳에 대해서도 생각 하지 않는다.

서로에 침묵 속에서 그들은 이미 피할 수 없는 언젠가 다가올 그 무엇을 향해 함께 나아가고 있다는 것, 함께 공유 할 수 없는 그 무엇. 생의 끝을 향하고 있을 것이다.

유년 시절을 에르네스토는  이렇게 말한다.

사랑, 그녀에 대한 사랑을

잔과 에르네스토는 눈을 감는다.


생의 끝까지 그녀에 대한 사랑이  폭풍우 치는 하늘에서 내렸던 여름의 비 였다.

비트리에 첫 여름비가  내린다.

비는 시내 전역에 강과 파괴된 고속도로에 나무, 오솔길,아이들이 지나던 비탈길에 세상의  끝까지 떠돌아다닐 창고 옆의 서글픈 의자들 위에도 오열 하는 파도처럼  세차게, 격정적으로 쏟아져 내렸다.


어쩌면 에르네스토는 죽지 않았을지 모른다. 뛰어난 교수가 되었거나 미국에서 임명한 학자가 되었을지 모른다.

잔은 에르네스토가 떠난 그해 떠났을지 모른다.


언젠가는 에르네스토 없이 지내야 할 그 언젠가는 모두 서로와 영원히 헤어질것이다.


하나씩 이별이 생겨나고 머지않아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이들이 자기 차례가 되는것그것이 인생이라는것을…..

여름은 순식간에 난폭하게 들이 닥친다.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여름은 그곳에 움직임 없이 슬픔에 잠긴 채  숨 쉬는 공기를 가득 채운 뜨거운 열기, 유년 시절에 여름은 가난과 고통, 사랑,슬픔까지 집어 삼켜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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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9-16 14: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뒤라스의 <연인>을 읽었는데 명성에 비해 다소 실망했었어요. 너무 기대가 컸었나 봐요.
이 작품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개인 취향이 각기 달라서 말이죠.

저도 인생은 거기서 거기, 라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표면적으론 다르게 보이지만 속은 비슷하다고 느낍니다.

scott 2020-09-16 19:34   좋아요 1 | URL
뒤라스에 문장을 한국어로 번역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의식의 흐름처럼 서술하면서 문단 사이사이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고 꿈과 현실이 뒤섞여서 실화인지 허구인지 모호하게 뒤섞어놓거든요 초기작품 몇개를 제외하고 알콜중독으로 심신이 극도로 불안정할때 작품을 써서 인물들에 독백이 중얼거리게 적어놓기도 하는 작가이고 다양한 방언들 당시 전쟁후 세계각지에 흩어져 있던 이방인들 식민지 에서 돌아온 동포들이 내뱉는 프랑스어를 그대로 적어서 번역자들에게 뒤라스는 가장 난해한 작품이라고 하네요.
이작품은 오래전에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작품속에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가 시나리오를 옮겨놓은것처럼 삽입되어 있답니다. 읽다보면 우화 같기도 하고 작가 자신에 이야기인것 같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영화로 유명한 연인보다는 이번 작품이 더 좋았네요. ^.^
 
중증외상센터 : 골든 아워 1~5 세트 - 전5권
한산이가 지음 / 몬스터(다산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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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이비인후과 의사 이낙준이 중증외상센터 이국종 교수님을 주인공으로 쓴 웹소설 대한민국 의료계에 추악한 모습까지 담았네요. 적자투성이 청구서와 속 터지는 의료 체계,허울 좋은 ‘중증외상센터’라는 이름 아래를우직하게 걸어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5권으로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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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의 겨울빛
조지프 브로드스키 지음, 이경아 옮김 / 뮤진트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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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태어난 시인,조지프 브로드스키(Joseph Brodsky)  서른두 살에 조국에서 추방된 후 24년동안 세계 곳곳을 유랑하며 러시아어로 시를 쓰고 정착한 도시 미국에서는 영어로 산문을 썼던 작가

미국에 정착한 이후 매년 겨울마다 찾아간 베네치아 

물위로 가는 여행은 비록 짧은 거리라 해도 태고의 분위기가 난다. 우리가 그곳에 오래 있으면 안되는 사실은 눈이나 귀,코,입,손바닥이 아니라 발이 알려주는데 그발은 감각기관으로 이상한 움직임을 감지 할것이다. 

그렇다. 고국에서 추방된 시인 조지프 브로드스키는 어떤 나라 도시에 머물러도 절대로 자신이 그곳에 속할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가 내딛는 낯선 이국에 대지 위는 어디론가 흘러가는 물처럼 불안정하게 움직여서 마음을 굳게 먹어도 언제 어디서든 긴장하며 경계심을 품고 걷다가 어느순간에는 길한가운데서 멍한 상태로 서성이며 어디로 향할지 방향 감각을 상실해버린다,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는 시인 조지프 브로드스키는 살아 생전 열일곱번에 겨울을 베네치아에서 보냈다.

베네치아의 겨울은 시인에게 어디선가 숨어 있는 감정을 드러내게 만드는 도시였다,

새벽 밤 공기같은 색깔로 일렁이는 물결에서 자신에 모습을 확인하는 시인 조지프 브로드스키,그가 태어난 도시 상트페터스부르크에 겨울은 추위에 감각을 상실하게 만들고 밝은 태양보다 짙은 안개와 어둠에 시간이 길었다.


겨울의 베네치아에서는 특히 일요일이면 헤아릴수 없는 종소리에 눈을 뜨게 된다. 흡사 면 커튼 뒤 진주빛 영롱한 회색하늘에 뜬 은쟁반 위에서 거대한 도자기 티세트가 진동을 하는것 같다.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면 한편은 축축한 산소이고 한편은 커피향기와 기도소리인 진주가 가득 맺힌듯한 실안개가 바깥에서 곧장 밀려 들어온다. 어떤 종류의 약을 몇알이나 아침에 삼켜야 한다 해도 당신은 그것들이 여전히 당신을 위해 남아 있는것  같은 기분이 들것이다.베네치아는 아연으로 뒤덮인 둥근 지붕들은 찻주전자나 뒤집어 놓은 컵을 닮았고 비스듬한 종루의 옆모습을 보면 버려진 숟가락 처럼 쨍그랑 소리를 낸후 하늘로 녹아 없어진다는 점에서 도자기와 같은 면모를 지니고 있다.


숙소 밖을 나와서 어디를 가려고 마음을 먹었어도 구불거리는 도로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어지는 골목길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시인, 골목길에 끝자락에는 거센 물살이 소용돌이 치고 있다. 

베네치아에는 동서남북이 없다. 

목적지를 잃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샛길로 빠져나가는 것뿐

이렇게 미로처럼 골목 골목이 얽혀 있는 베네치아에서 시인은 목적지를 잃어버리고 누군가로부터 달아나듯 흥분하며 스스로가 사냥꾼인지 아니면 사냥꾼의 사냥감인지 모른채 길을 잃고 거리를 헤멘다.


 동료 시인 안나 아흐마토바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탈리아는 당신이 남은 평생 계속 되돌아갈 꿈이에요.'


시인은 꿈속에서 이탈리아 베네치아로 돌아갔을까? 아니면 자신에 고국 러시아 상트페터스부르크로 돌아갔을까?


꿈에서 깨어난 시인은 매년 겨울에는 베네치아 일반통행로가 없는 도시로 돌아갔다.


죽은시인들, 예술가들이 머물렀던 그곳, 눈동자 속에 갇혀 있는 눈물처럼 땅 위로 흘러 넘칠듯 일렁이는 물살에 에워 쌓인 도시 베네치아 

물에 쓸려도 베네치아는 움직이지 않는다. 

과거에 흘렸던 눈물들은 상트 페테스부르크에서 얼음처럼 굳어버렸지만 베네치아에서 흘리는 눈물은 하루를 꽉채운 햇살처럼 반짝인다.


조류가 아드리아해를 몰고 오고 더나아가 대서양과 발트해를 몰고 오듯이 바다가 존재하는한 베네치아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것이다.



모든것을 비추고 굴절시키는 물처럼 베네치아의 겨울빛은 이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형태의 겨울빛,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사랑의 빛이다.

Winter: Time to visit Venice! - Petros Stathis

Winter in Venice, Italy. | Venice italy photography, Italy photography, Venice  in winter


나는 발틱해 연안의 습지대에서 태어나서 자랐다.

그곳에는 항상 연회색의 파도가 두줄로 밀려들고 있었다.

그러므로 모든 시가 아직도 젖어 있는 머리칼 같은 파도가 부서지면서 일으키는 음침한 낮은 목소리가 있었다. 

물론 파도가 부서질때의 얘기지만 창백한 귓바퀴는 그속에서 바다의 소음을 듣지 않고 캔버스나 셔터나 불위에 놓인 주전자나 물끓는 소리가 갈매기의 금속성 같은 울음소리로 들렸다.

이 낮은 지역에서 사람들을 바다로 부터 지켜주는 것은 숨을 곳은 한군데도 없고 모든 것이 환히 눈에 보이는 산속 깊은 곳  두려움없이 울려퍼지는 산울림이다.

나를 성숙하게 만들어준 것은 그곳의 추위였다. 시린 손바닥을 덥히기 위해 나의 손가락은 팬을 움켜잡아야했다.

나는 당신을 천사들보다 더 사랑했었다.

늦은밤, 모든 생명들이 잠든 골짜기에 파묻혀 있는 조그만 마을에서 구겨진 종이에 이런 상념들을 적으며 

축늘어진 풀들을 때리는 바람을 바라본다.

바람에 맞은 풀들 위로 붉은 태양이 떠오르면 자주 빛깔 핏물들이 대지 위로 올라온다.

항상 떠있는 별들은 절반은 구름에 가려져서 어느 샌가 단 하나의 생명체들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도저히 생각 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당신이 그 땅에 있는 나를 한번 만이라도 떠올려준다면 

우리들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아득한 바다와 들판 너머로 들려오는 비명 섞인 한숨 소리처럼 

당신에게 이보다 더 슬픈 일은 없을 것이다.

눈물을 흘리고 싶어도 흘릴 수 없는 당신은 이미 그곳을 떠나버렸으니까...

                                                   Joseph Brodsky, 1940년 5월 24일 ~ 1996년 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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