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문구점에 갑니다 - 꼭 가야 하는 도쿄 문구점 80곳
하야테노 고지 지음, 김다미 옮김 / 비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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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문구류와 얽힌 추억은 하나씩 갖고 있을 것이고 어린 시절 부모님이 주신 용돈으로 스스로 '현금' 거래를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문구점으로 그곳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 부터 시간의 마법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린다.

문구류는 누군가에게 선물 받기 보다 내 눈으로 직접 보며 시간을 들여 고른 제품들이여야 언제 어디서든지 사용하게 될 정도로 사람에게 가장 밀착된 애착 아이템들이다.

아이패드, 노트북, 그리고 스마트 폰에 다양한 쓰기 와 그리기 기능은 정교함을 뛰어 넘어 자유자재로 이미지를 넣고 파일을 첨부 시키고 영상을 재생 하며 입체적인 필기 노트를 장착한 정교하면서 영리한 기기들로 인해 점점 손으로 쥐는 펜과 연필 그리고 종이 노트와 각종 메모지들과 멀어지게 된 시대에 오로지 한 도시에서 문구점만 순례 하는 문구 덕후가 있다.


여행 일기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하야테노 고지는 '문구 없이 삶도 없다'라는 모토로 살아가는 문구 덕후로 웹 매거진 <매일, 문방구>에 정기적으로 일러스트를 그리고 칼럼을 쓰고 있다.



자신의 일 때문에 문구점 주인들과 사적인 교류는 물론 개인 주문까지 할 정도로 일상의 모든 것을 문구점에서 찾는 문구 덕후 하야테노 고지가 알려주는 독특한 개성이 넘치는 도쿄 문구점을 따라가 보자.


가장 먼저 문구점에 들어 가면 보이는 상품 진열과 가게 분위기를 잘 살펴서 어떤 테마를 중심으로 문구류를 팔고 있는지 체크해야 한다.


문구점 가게 마다 각기 다른 콘셉트가 있어서 눈길이 가는 상품 뿐만 아니라 테스트용 샘플 제품, 신상품, 어디에서도 구하기 힘든 희귀 아이템을 찾아 볼 수 있는 곳인지 확인해야 한다.

일반적인 문구점은 필기구, 사무용품 코너와 카테고리별 코너 이렇게 세 가지로 구역을 정해 놓고 각각 자신들의 가게에서 판매 되고 있는 상품 중에 집중적으로 팔고 있는 제품들, 학기 시즌 별 제품, 한정 상품, 계절 아이템 그리고 세일 상품들이 판매 되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브랜드의 로드숍과 백화점이 몰려 있는 긴자 지구에는 건물 전체가 문구류만 팔고 있는 대형 문구점이 많은 곳으로 어느 문구점에서 시간을 보낼지 정해야 할 정도로 빠른 시간 안에 구경하고 구입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긴자 이토야 > 본점 같은 경우에는 1904년에 창업한 역사가 오래된 문구점으로 1층에는 드링크 바가 2층에는 편지 코너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고급 만년필을 대여 해주고 편지 엽서를 보낼 수 있는 우체통까지 설치 되어 있다.

3층에는 고급 필기구 4층에는 각양 각색의 수첩들로 가득차 있고 5층에는 각종 샘플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맨 꼭대기 층은 카페 레스토랑으로 여기서 직접 재배한 채소들로 만든 샐러드와 샌드위치, 쥬스를 판매 하고 있다. 그야말로 문구를 좋아해서 들어간 공간에서 하루 종일 먹고, 마시고, 사진 찍고 편지를 쓸 수 있는 곳이다.

긴자 구역 문구점은 직접 자신들이 제작한 자사 종이를 판매 하거나 기능과 디자인을 직접 도안한 제품들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이 많다.


1663년 교토에서 문구점을 개업한 <도쿄 규쿄도>는 에도시대 도쿄로 수도를 옮긴 후 이곳에 분점을 차리고 1982년 그 자리에 건물을 세워서 오로지 서예와 관련된 도구와 제품들 그리고 향도를 판매 하고 계절 별로 다양한 옛 편지지와 봉투 그리고 만년 붓, 족자를 제작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오테마치 지역에는 일찌감치 문호를 개방하고 해외 문물을 받아 들이면서 문을 열기 시작한 문구점들이 여전히 대를 이어서 영업하는 곳이 몇 군데 남아 있는 곳으로 유럽에서 생산된 제품은 물론 일본의 오래된 철도 역사를 담고 있는 독특한 문구점도 있다.


지하철 역마다 자리 잡은 문구점은 서적까지 판매해서 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이들의 발길을 머물게 하고 오로지 여행과 관련된 문구류와 기타 물품만 파는 실용적인 가게도 있다.

신주쿠 지역으로 넘어가면 젊은 시절 문구점 회사 직원으로 일하다가 일찌감치 회사를 나와 자신이 직접 개발하고 제작 주문한 문구류를 판매 하는 곳이 있다.

신주쿠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문화 학원 대학' 일명 문화 복장 학원이 있어서 의상 디자인과 미술 디자인에 관련된 문구류와 기타 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 하는 곳이 많다.

패션업이나 미술 갤러리 큐레이터 출신들이 차린 문구점은 다양한 잡화까지 판매 하면서 고객들이 직접 써보고 그리고 채색할 수 있는 체험 공간 까지 마련 되어 있다.


도쿄에서 가장 유명한 '책의 거리'가 있는 JR야마노테 선이 지나가는 구역은 와세다 대학으로 가는 방향과 메이지 대학이 있는 유명한 헌책 방 밀집 지역인 진보초를 지나 갈 수 있는 곳으로 최초로 서양 종이를 판매했던 문구점과 유럽과 처음 문호 개방을 했을 때 유럽인이 직접 문을 연 문구점까지 있는 곳이다.

문구 디자이너 장인들은 물론 과거의 공산국가 시절에서 판매 되었던 유럽산 제품 그리고 작가들이 가장 자주 찾는 문구점 까지 있고 카페와 다양한 식당들이 즐비 한 곳이여서 이 지역은 하루 일정으로 둘러 보기에 부족할 정도로 볼거리 먹을 거리가 많은 곳이다.


에도 시대 부터 전문 기술자들이 모여 살았던 구라마에와 아사쿠사 지역은 일명'제작의 거리'로 알려 질 정도로 이곳에 있는 문구점은 고객들이 직접 제작 할 수 있는 실용적인 아이템들을 팔고 있다. 자신만의 취향을 담은 노트를 만들 수 있고 그림책도 만들 수 있어서 아이의 손을 잡고 이곳을 찾는 부모들이 많다고 한다.


도쿄의 각 지역의 문구점 주인들은 제각기 다른 이유로 문구점을 열었는데 가업을 이어서 10대째 오로지 문구류만 팔고 있는 노포들 부터 예술직에 종사했다가 창업한 이들, 10대 시절 부터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사 모은 문구류를 끌어 안고 살다가 결국엔 문구점을 열게 된 이들 그리고 더 이상 영업 하지 않은 폐가가 된 옛 문구점을 인수 해서 직접 제작한 문구류를 판매하는 곳까지 문구점 주인 마다 각양각색의 사연을 품고 있다.


조상 대대로 종이를 제작한 집안의 손녀는 오로지 장인이 제작하는 명품 종이만 판매해서 유럽에서도 주문이 들어 올 정도로 전 세계 종이 컬렉터들이 반드시 한 번은 들리는 문구점도 있다.


2010년에 들어선 문구점들은 카페와 휴식 공간, 편지 쓰는 공간, 사진 찍는 공간을 갖춰 놓고 다양한 아이템을 판매 하면서 고객의 발길을 최대한 오래 머물 수 있는 판매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도쿄에는 여전히 문구점 주인들의 개성과 취향이 담긴 다양한 문구점들이 즐비 하다.


학생 시절 가방 속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 필기 도구와 노트들로 어떤 필기류와 노트를 만나는지에 따라서 학습의 집중력이 달라질 정도로 문구류마다 각기 다른 기능과 독특한 매력이 있다.


나는 문구 덕후, 마니아는 아니지만 여전히 다양한 펜촉과 그립감을 갖춘 만년필만 보면 눈을 떼지 못하면서도 서랍에 쟁여 둔 잉크들 중 상당수는   열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만년필이나 기타 펜으로로 무언가 끄적이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그럼에도 문구점에 들어서는 순간 코 끝에서 느껴지는 나무 향기, 연필심의 흙 향기 그리고 고급스럽고 단정한 색으로 펼쳐진 그 공간에 오래도록 구경하는 걸 좋아 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엔 도쿄에 이토록 개성이 넘치는 문구점이 있었는지 몰랐다.

진보초 거리를 걸을 때도 문구점보다 책방 그리고 다양한 먹거리를 파는 가게로 발 길을 돌렸었다.

문구류 주문도 앱으로 하는 시대지만 가끔씩 문구점에 들려서 자신이 좋아하는 문구들을 발견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일본 도쿄에 간다면 오로지 문구점만 순례 해도 재밌는 추억을 쌓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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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2-15 23: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쿄에만 꼭 가야하는 문구점이 80곳이라면 그것만 다 돌아봐도 엄청난 시간이 들겠네요. 거의 오타쿠급의 매니아가 아니라면 그정도는 힘들듯요. 그래서 어딘가를 지나다가 예쁘고 독특한 문구점이 있으면 꼭 들러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다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저도 그렇고요. ^^

scott 2023-02-16 00:18   좋아요 3 | URL
다들 어쩌다 들려서 기념으로 사는데
실제로 도쿄 문구점에는 한국에서 수입하지 않는 것들이 많아서
건축가나 예술가들은 한달에 꼭 한 번은 간다고 합니다.

희선 2023-02-16 01: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본은 문구점도 오래된 곳 많군요 대를 이어서 하다니... 문구점에서 여러 가지를 할 수 있게 했다니 그런 곳은 한번 가면 쉽게 나오기 어렵겠습니다 도쿄에 있는 문구점 여든 곳을 소개하는군요 문구점 좋아하는 사람은 일본에 갈 때 이 책 가지고 가면 좋겠네요


희선

scott 2023-02-16 10:39   좋아요 1 | URL
백년 가업을 이어가는 것도 대단하지만 일본인들은 여전히 앱주문하지 않고 직접 찾아가서 구매 하는 이들이 아주 많다고 합니다

문구 덕후가 아닌데 막상 일본 가면 사고 싶은 문구가 많아서 갈 때 마다 주섬 주섬 ^^

책먼지 2023-02-16 09: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이 생산성 뭐예요!! 어려운 책만 올리면 힘들어할까봐 난이도 조절까지 해주심!!! 저도 쓰지도 않으면서 만년필, 잉크, 연필 모으는 타입이라 써주신 글 무척 즐겁게 읽었습니다!! 여행 가고 싶네요.. 문구 테마 아니라도.. 도쿄 아니라도.. 어디든! 당장!! ㅠㅠ (책장 공개 전에 차근차근 문구 공개부터 하시는 건가요?!!)

2023-02-16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16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16 15: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olcat329 2023-02-16 0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일본 가고 싶어지네요. 문구점 순례 여행이라니 생각만해도 기분좋아집니다.

scott 2023-02-16 10:42   좋아요 0 | URL
그쵸! 문구 덕후 아니더라도 도쿄 문구점에 가면 포스트 잇 한팩이라도 살것 같습니다 ^ㅎ^

새파랑 2023-02-16 1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새 동네 문방구는 많이 없어지고 오피스 디포만 많던데 ㅋ 일본은 이런 아기자기한게 좋더라구요~!! 알라딘 우주점에도 문구류 많던데 ㅋ

연필시리즈 예쁘네요 ^^

scott 2023-02-16 16:02   좋아요 1 | URL
알라딘 우주점 문구류가 이제 커피 마시는 곳 까지 점령해 버렸습니다
저는 언제나 그곳은 패쑤^^

거리의화가 2023-02-16 15: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구 덕후인데 처음이자 마지막인 도쿄 여행은 너무 짧은 일정이라 문구 순례는 하지를 못했어서 아쉬워요ㅠㅠ 가면 문구보며 눈이 저절로 돌아갈 듯합니다. 이 책 그림체도 귀엽고 너무 좋네요!ㅎㅎㅎ 저도 만년필 몇 자루 갖고 있어요. 라미도 한 2~3자루 갖고 있는 것 같고 만년필도 욕심 가지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더군요ㅠㅠ

2023-02-16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즐라탄이즐라탄탄 2023-02-19 16: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쿄에 가본적은 없지만 스콧님의 글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scott 2023-02-19 18:47   좋아요 1 | URL
일본인들이 이토록 문구류를 애정하는지 몰랐습니다
아마도 한국보다 앱마켓이나 스마트폰(여전히 2쥐폰 쓰는 이들도 많은) 보급율이 낮아서인지도 ㅎㅎㅎ

이 책으로 저도 도쿄 문구점을 눈구경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