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을 강요하는 사회.
여성의 자아는 `주부`라는 틀에 갖혀 버리는듯합니다.
부정할수 없어 무척 서늘했어요.
이 책을 지금 만나서 다행이었습니다.
너무 일찍이나 늦게 만났더라면 지금처럼 좋을수는 없었을듯합니다.
읽으면서 행복하지 않았지만,
하지만 읽고나면 왠지 개운한 책이었어요.
행복한 여자들이 아닌 불행한 여자들...
마녀 같은 여자들의 이야기...
책 읽는 여자들이 위험하다지요.
자기 생각을 갖게 되니깐..
'앎'으로서 '불행'을 얻게 되지만,
'무지'로써 '행복'을 얻는것보다 낫지 않을까?
적어도 바꾸려고 시도를 할수 있으니..
불행해지더라도 마녀가 되야겠지만...
난 불행하지 않는, 행복한 마녀가 되고 싶어요.
요즘처럼 여혐이 극심한 세상에, 더더욱 마녀로 살고 싶어집니다.
그들음 무엇이 그토록 두려웠던걸까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이 보잘것없다는 것을 앍고,
그 작은 힘조차 지키지 못하고 빼앗길까봐서?
"미소야, 네 속은 스무 살 때로부터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정연이 심연을 숨기며 다정하게 말했다.
"변하지 않고는 왜 살 수 가 없는 거지. 왜 자기를 포기하라고 강요하는 걸까. 난 나 이외의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아. 그저 나인 채료 끝까지 가보고 싶어."
"그런 여자는 드물어..... 넌 아직도 꿈꾸고 있는 거야."'
- 염소를 모는 여자 중에서-
나는 가속도로 몰려오는 아득한 두려움을 다스리며 태연하게 그 손 위에 잔돈을 올려주었다. 쥐기 쉽도록, 그리고 떨어지지 않도록 세 개의 손가락 안에 단정하게 놓았다. 누런 천에 감긴 손이 바르르 떨고 있었다. 머리를 하무로 자른 여자아이의 머루 같은 눈이 나를 올려 보았다.
손님은 어린 내게 세 번이나 깊숙이 머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들판 끝머리에서 기차가 기적을 길게 울리며 굴 속으로 들어갔다. 어떤 순간은 그것 자체가 곧바로 영원이 되는 때가 있다. 마치 유성이 우리 가슴에 떨어지는 순간처럼...... 검은 털실 머플러로 얼굴을 가린 손님은 천천히 몸을 돌려 아이의 등을 밀며 다시 발을 끌기 시작했다. 서쪽 산에서부터 황금빛이 부채처럼 퍼진 신작로 끝에서 완행버스가 금빛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고 있었다.
그것은 내가 누군가에게서 감사를 받은 첫번째 사건이었다. 나는 그 순간 내 손에 뻗쳤던 그 신비한 고요와 가슴이 확장되는 듯한 어른스러운 느낌이 바로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동생들을 위해서 정말로 엄마가 아버지를 기쁘게 하기 위해 아이를 많이 낳았기를 비렁ㅆ다. 그리고 이제라도 아버지가 기뻐하시며 아기가 걸어다닐 때까지만이라도 집에 빨리 들어오시기를... 그래서 밤에 엄마 대신 동전을 세어 묶고, 언젠가처럼 우리와 씨름을 하고, 그리고 꿈속에서 본 것처럼, 트튼한 팔로 아기를 공중에 들어 둥개둥개 흔들어주기를....
- 안마당이 있는 가겟집 풍경 중에서 -
"남자에게 잘못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가보죠? 한마을 사람이면 당연히 행실이 나쁜 남자에게 동네 어른들이 타일러야 할 텐데요."
"그 사람은 동네에서도 벌써 내놓은 사람인걸."
"그러니 그런 남자를 상대해야 하는 여자가 어땠겠어요? 미치지 않기도 어려웠겠지요."
"그러니 미친년이지. 그런 놈을 따라 들어왔으니."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해요. 빠져들 땐 잘 모르고, 알고 난 뒤엔 언제나 늦죠."
= 봄 피안 중에서-
서늘한 석유가 몸안으로 스며들 동안 모래산이 천천히 풀어진다. 모래산은 모래언덕이 되었다가 구렁을 이루며, 야만의 목구멍을 벌리듯 잠시 벼랑 사이의 심연을 보여준다. 칠흑 같은, 눈이 빠져나간 듯 칠흑 같은 어둠. 사막은 그의 심연 속에 침몰한 범신을 숨기고 내가 모르는 다른 곳으로 모래를 몰아가고 있었다. 세상의 길들을 지우며, 감은 눈 속으로 모래바람이 지나갔다. 그리고 내가 나를 기억할 수 없는 시간이 지나갔다.....
- 사막의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