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어둠'이라는 제목이 참 잘 어울리는 그림책이예요.
그냥 표지만 계속 봐도 기분이 좋아져요.
제가 좋아하는 서늘한 파란 느낌이라 더 그런것 같아요.
몽환적이면서 빠져들것 같은 분위기예요.
커버를 펼쳐보니 전체 소녀의 얼굴이 보입니다. 한쪽면만 볼때와 또 다른 느낌이네요.
이 책이 좋은건 커버를 벗겨도 밋밋한 하드커버가 아닌 또 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거죠.
가끔은 책커버만 믿고 벗기면 아무런 그림없이 밋밋한 책표지를 만나면 좀 서운하더라구요.
이렇게 아름다운 책에 '아름다운 어둠' 이라는 제목이 불길하게 들립니다.
멋진 왕자님과 아름다운 소녀가 사랑을 속삭이려 할때 갑자기 흘러내린 집으로 필사의 탈출을 합니다. 그런데 탈출하는 과정에서 언뜻 보이는 모습들이 심상치 않네요.
탈출한곳이 그냥 집이 아닌 한 소녀의 몸이었어요.
어째서 저 소녀는 비오는 숲에서 저렇게 죽었어야했는지..............
그러나 이야기 속 주인공은 소녀가 아닌 소녀의 몸속에 살던 요정(?)들입니다.
귀여운 요정들의 이야기를 살짝 기대하셨다면.....
냉혹한 세계에 던져진 요정들의 좌충우돌 생활기라고 하기엔....
어딘지 조금 깨름직한 구석이 있습니다.
배고프다고 자기보다 약한 상대를 먹고 뻔뻔스럽게(?) 소꿉놀이하자는 순진무구한 존재가 있는가하면...
편하게 밥좀 얻어먹겠다고 새끼새 흉내내다가 식도파열된 요정도 있고...
재미로 곤충들의 다리를 뽑아서 노는 요정들도 있습니다.
모두들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그냥 배고파서, 쉽게 살기 위해, 심심하니깐...
그리고 상대방의 순진함을 이용해 자신을 이익만을 추구하는 요정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행동들이 꼭 요정들만의 세계에만 있는것 같지 않네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세계예요.... -.-;;
아래 그림은 스포가 될수 있으니, 혹 이 그림책을 읽을 예정이라면 안보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결국 오로르의 왕자님은 다른 상대를 선택하지만..
사실 처음부터 오로르에게 걸맞지 않은 왕자였어요.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게 되는 상황이 왔을때 조차, 오로르의 가치를 몰랐으니깐요.
모든 상황이 자신에게 적대적이라 생각하게 된 오로르는 결국 선을 넘게 됩니다. 차마 모든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인정할수 없었겠지요. 어리석고 순진한 또 하나의 희생양.
무리생활을 하느니 독립된 생활을 선택했던 제인.
그리고 제인과 함께 하게 된 오로르...
하지만.......
제인 대신 젤리가 당당하게 무리를 이끌고 등장할때는 또 한번의 좌절감과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결국 오로르는 피하는것보다 맞서는 것을 선택합니다.
한없이 착하고 남을 도와주던 오로르의 변화를 보면서 그래도 마지막에 남은 존재가 젤리가 아닌 오로르라는 것이 얼마나 제게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모든것을 다 잃게 되어서야 행동했어야할까요?
내게 소중한것들을 지키기 위해 잃기전에 행동하면 안되었던걸까요?
그 사실을 깨닫기까지 너무 많은 희생을 치르었던 것 같아요.
그나저나 책을 덮고도 계속 생각났던....
비오는 숲속에 버려져 자연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는 소녀의 존재입니다.
어째서 소녀는 외롭게 죽어야했는지......
끝까지 소녀를 찾는이가 없는건지.....
요정들의 세계만큼이나 소녀의 세계도 무척이나 냉혹한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