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예약녹음을 할 일이 있었는데 마침 아이가 서랍에서 굴러다니던 MP3를 꺼내었다. 아이리버, 나의 것이었던 것 같은데 연애 시절 남편에게 빌려줬다 결혼해서 돌아온 그 MP3. 아니 남편이 선물로 주었던 것을 자기가 다시 빌려달라라고 했던 것도 같고. 여하튼 죽어 있는 고물 같은 투박한 그것에 재미삼아 건전지를 넣으니 예상외로 전원이 들어왔다.

 

아이폰에게 이어폰을 빌려 음악을 들으니 세상에나, 예전 음악들이 고스란히 들려온다. 낯선 노래도 있다. 김동욱의 "떠나가 버렸네" 지금의 JK김동욱의 허스키한 음성이 아니라 그냥 깔끔하고 잔잔한 다른 남성 가수의 목소리이니 동명이인인가 싶기도 하고. 내처 잘 기억도 나지 않는 작동법을 더듬어 가며 예전 흔적들을 더듬는다. 머라이어 캐리의 "Hero"도 있다. 재수 시절 책상이 앞 뒤로 빽빽이 줄 지어 있어 그저 내 자리에서 몸통 한번 돌려 뒤에 앉았던 친구들과 얘기하는 게 인간관계의 전부였던 그 시간 아침에 자판기 커피 한 잔 마시고 우연히 보게 된 그녀의 뮤직 비디오의 가사는 정말 "다시 한번!"을 외치게 만들어 주었다.

 

잠깐 추억에 젖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아무리 이리 누르고 저리 눌러봐도 라디오 예약녹음 기능을 찾을 수가 없다. 분명 무언가를 열심히 예약 녹음해서 공부도 하고 했던 것 같은데. 인터넷에 찾아 보니 지식인은 2004년으로 돌아가 있다. 아, 이 제품이 그 때 나왔었구나. 컴퓨터에서도 과거의 질문과 답들은 마치 현재의 것처럼 살아 움직인 채 고스란히 안겨 있었다. 일단 타이머로 들어가 현재 시간 설정을 해야 한단다. 들어가 보자. 역시나 2004년으로 되어 있다.

 

2004년. 나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누구와 어떻게 지냈을까. 아무리 더듬어 봐도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이상하다. 열여섯 살 윤진이와 시장통을 헤매며 가사 시간에 만들 치맛감을 끊었던 일은 엊그제 같이 생생하고 그 때 진이와 나누었던 그 따뜻한 공기들은 지금도 내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 같은데 그보다도 훨씬 지금과 가까운 2004년은 일부러 나이를 계산해 보고 되짚어 보지 않으면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아이를 재우며 복기해 보니 알 것도 같은 시간. 인사 이동을 해서 한창 또 손에 익지 않은 일로 괴로워하고 책을 읽을 시간도 생각할 시간도 없었던 나날들. 그 시간들은 기억의 바닥에 가라앉으려 아우성이었나 보다. 별로 떠올리고 싶지도 않고 추억으로 갈무리 해두고 싶지도 않아서 그렇게 망각 속에 묻혀 버렸나. 뜬금없이 회사 앞 골뱅이 집에서 두툼한 계란말이를 서비스로 주어서 열심히 비벼 먹었던 기억 정도가 났다. 한심하고도 서글픈 노릇이다.

 

그는 남자 노인 30명에게 만약 자서전을 쓴다면 반드시 그 안에 포함될 것이라고 생각되는 이야기 다섯 가지를 해보라고 말했다. <중략> 노인들이 들려준 기억들 중에는 열 살에서 스무 살 사이의 기억이 쉰 살에서 여든 살 사이의 기억을 모두 합한 것보다 더 많았다.

-다우베 드라이스마 <나이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에서

 

 

 

 

스무 살 때보다 서른 살이 되고나서 또 그 중반이 되고 나서 기억은 자꾸 후진한다. 이게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게 더 놀랍다. 그리고 더 심해질 것이라는 것도.  이 책에서 저자는 이러한 회상 현상에 관련된 세 가지 이론을 제시한다. 하나는 이십대 때의 기억력. 두 번째는 열다섯 살에서 스무 살 사이에 사람들이 대개 기억할 만한 일을 많이 경험한다는 사실,  세 번째 이론은 어린 시절과 성인기 초기에 사람들이 성격 형성과 정체감 확립에 영향을 미치고 인생행로의 지침이 되어주는 일을 겪는다는 것.  시간은 점점 빨라지고 추억할 일들은 점점 더 줄어든다는 얘기. 그러고 보면 나이드신 분들은 주로 최근의 일보다 아주 예전의 일들을 얘기하시기를 즐긴다. 자기 전에 내가 떠올리는 일들도 현실의 자질구레한 고민들을 제외하면 이십 년 정도 후진하여 좋았던 시간들이다. 앞으로 가면서 자꾸 더 먼 곳을 뒤돌아 보게 된다는 건 인생이 가지는 기본적인 아이러니일까.

 

가까스로 MP3 시간을 2012년 3월 3일로 리셋했다. 이게 제대로 작동해 줄 지는 의문이다. 2004년에 죽어 버린 녀석을 흔들어 깨워서 다시 8년만에 일어나 제 노릇을 다시 하라고 닥달하니 이 녀석이 앙탈을 부릴 수도 있을 것 같고. 일단 시험 삼아 내일 것을 예약녹음해 보고. 안 되면 또 그 때 가서 다시 대책을 강구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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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3-03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블랑카님께 페이퍼를 자주 좀 쓰시라고 닥달합니다.

blanca 2012-03-04 22:31   좋아요 0 | URL
^^ 맨날 쓰다가 임시저장 해놓고 안 올려서 그런가 봐요. 자꾸 써 버릇하면 또 쓰게 되고 안 써 버릇하면 또 그렇고. 습관의 힘이 무서운 것 같아요. 고마워요, 이 닥달^^

이진 2012-03-04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저도 다박방님과 함께 닥달을 해야겠군요...

blanca 2012-03-04 22:31   좋아요 0 | URL
소이진님 ㅋㅋ 저는 이 사진이 소이진님이 교복 입고 찍은 사진인 줄 알고 깜놀했었어요. 이렇게나 근사하다니, 하면서요 ㅋㅋ

이진 2012-03-05 19:26   좋아요 0 | URL
에이 ㅠㅠ 블랑카님 이러지 말아요... 제가 너무 초라해지잖아욧! 흑흑
내심 제가 이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고서는 생각해봅니다...

stella.K 2012-03-04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점점 나이를 먹는지 자꾸 옛날 일만 기억나고 죽겠습니다.
근데 웃기는 건, 그때는 정말 죽을 것 같았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가 왜 그리
그리운 건지. 그나마 다행이죠. 추억이라도 좋게 생각을 하고 있으니.
안 좋게 기억하고 있으면 지금의 저는 되게 안 좋은 모양새를 하고 있을지 몰라요.
하지만 또 그래서일까요, 나이 먹는 게 점점 두려워집니다. 나이 먹어 잘 살 자신이 없어요. 흐흑~
아무튼 추억은 아름다워! 입니다.하하

blanca 2012-03-04 22:32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저도 그래요. 그 땐 죽을 것 같았는데 그 젊음은 참 그리워요. 저도 옛날 생각 자꾸 나서 죽겠어요. 할머니 되면 종일 호시절 타령만 하다 젊은이들 다 도망가면 어떡하죠? ㅋㅋ

마녀고양이 2012-03-05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방금 어떤 물건을 가져다 놓고,
그것을 가져와야 한다는 생각이 퍼뜩 나서 다시 가지러 가보니 없고, 제자리 와보니 있고
머 이런 반복이랍니다. ㅠㅠ. 기억력이 없어진단게 이런거구나 싶어져요.

나이들면 세월이 정말 빨라진다죠... 개인에게 주어진 시간들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지,
정말 그런지 확인하고 싶어져요. 그거... 확인할 방법이 없잖아요? 나랑 블랑카님이랑 느끼는 시간이 다른걸~ ^^

blanca 2012-03-05 16:13   좋아요 0 | URL
저는 이미 이 증상이 시작되었답니다. 고유명사에는 완전 약해졌고요^^;; 아웅, 너무 빨라요. 옛날엔 계속 세월아, 가라!고 했는데 이제는 제발 좀 천천히 갔으면 좋겠어요.

cyrus 2012-03-05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년 전 MP3를 봤을 때 기분이 무척 새로웠을거 같아요. 타임캡슐 안에 귀중한 물건을 보관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잊어버리고 있다가 드디어 발견하게 된 기분이랑 비슷하다고 봐야 하나요? ^^;;


blanca 2012-03-05 16:13   좋아요 0 | URL
너무 신기했어요! 게다가 완벽하게 다 작동이 되더라고요. 라디오 예약녹음도 되고. 현재 시간이 2004년으로 설정되어 있는 것도 참 신기했어요.
 

처음에는 콧물감기였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외출도 했다. 주말부터 여덟 시간 간격으로 열이 사십 도까지 오르기 시작했다. 예감이 안 좋았다. 아이는 열이 오르자 처지기 시작했다.

 

그는 비에 젖은 어두운 거리를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속도를 늦췄다. 지금까지 그의 삶은 순탄하기만 했고 어디 하나 부족한 게 없었다. 대학도, 결혼도, 경영학 고급과정 학위를 받기 위해 다시 다닌 일 년의 대학생활도, 투자회사에 하위 파트너로 들어가게 된 일도, 아빠가 된 것도, 그는 행복했고, 지금까지는 운이 좋았다. 그도 알고 있었다. 부모님은 여전히 살아 계시고 형제 자매들은 다들 자리를 잡았으며 대학친구들은 모두 사회에 나가 나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그 어떤 쓰라린 경험도 없었다. 운이 다하면, 갑자기 모든 상황이 바뀌면, 한 사람을 꺾어버리고 내팽개치는 어떤 힘 같은 게 이 세상에는 존재한다는 걸 그도 알고 있었다.
- 레이먼드 카버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p.101

 

 

나의 삶은 하워드처럼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우여곡절도 있었고, 때로는 운이라고는 따르지 않는다고 비관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도 쓰라린 경험은 처음이었다. 아이는 폐렴에 걸렸다. 겁먹고 아픈 아이를 입원시키고 보조침대에 웅크려 세 밤을 자기까지 절망하지는 않았었다. 기관에 다니는 유아가 폐렴에 걸리고 입원해서 치료를 받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다. 조지프 캠벨의 <신화와 인생>을 갖고 와 베개로 쓰고 읽기도 하고 그랬다. 와닿는 구절들에는 줄도 그었다.

 

 

조지프 캠벨의 "모든 슬픔에 기쁜 마음으로 참여한다"는 말은 슬픈 예언처럼 가슴을 찔렀다. 아이는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점점 악화되었다. 입원하고 오일 째 되던 날 아이는 하루종일 열에 들떠 먹지도 놀지도 않고 자고 또 잤다. 너무 무서웠다. 나는 모든 슬픔에 기쁜 마음으로 참여한다는 것이 얼마나 허울 좋은 경구인 줄 체감하는 중이었다. 눈이 펑펑 오기 시작했다. 눈발 하나 하나가 가슴에 와닿아 선뜩하게 생채기를 내는 것 같았다.  레이먼드 카버의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에서 부부의 아이는 생일날 등굣길에 당한 교통 사고로 혼수 상태에 빠진다. 그 아이는 잘못되었었다. 펑펑 내리는 눈발 속에서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 속에 나 혼자 철저히 불행했다. 아이에게 눈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이는 휠체어조차 탈 힘이 없는지 눈을 보지 않으려 했다. 강아지처럼 눈 위를 뛰어 다니던 과거의 나의 아이와 이렇게 누워 있는 아이가 같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알라딘에 글을 올리고 댓글을 확인하던 그 평범한 일상들이 백 년도 더 오랜 옛날 일같이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단 한 마디가 필요했다. 그 한 마디를 해 줬던 사람은 담당의가 아니라 외국인 의사였다. 낫지 않는다는 얘기가 아니고 더 심한 아이들도 있었다,고. 미묘한 조사도 억양의 간극도 뛰어 넘어 눈이 파란  그 사람의 위로 한 마디에 나는 견딜 수 있었다.

 

거의 열흘 만에 열이 떨어지고 놀기 시작하게 된 아이의 모습을 보며 인간이란 이다지도 나약하기도 하고 강하기도 한 존재인가 싶었다. 생명이 있기에 가능한 모든 일들 앞에서 정작 그것은 잊혀지고 수많은 자잘한 것들에 끄달리고 절망하고 집착했던 하루 하루가 어리석게도 느껴지기도 하고 눈물나게 그립기도 했다. 근시가 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삶이 진저리가 나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했다.

 

퇴원 후 집에 와서 레이먼드 카버의 차마 그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를 천천히 다시 읽었다. 단어 하나 하나, 구절 하나 하나, 문장 하나 하나 이렇게도 절절하게 와닿을 수 있을까. 이미 이건 그냥 그런 소설이 아니었다. 카버는, 소설 속 아이를 끝내 잃고 만 부부는 이미 내 등 뒤에 가만히 다가와 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 나의 아이는 건강해졌지만 때로 지리멸렬하게 느껴지는 삶이 숨긴 이 예리하고 잔인한  칼날을 엿보고 나니 많은 것들이 다르게 보인다.

 

또 다시 다 잊어버릴 것이다. 사소한 일들에 한숨을 쉬고 불평하고 질투를 하고 좌절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면 또 이러한 가르침의 순간이 와 버리기도 할 것이다. 그게 생이고 그게 인간일까? 그럼 하나만 아니 둘만 기억하기로 하자. 하나는 평범한 일상은 눈부신 축복의 찰나라는 것, 둘은 누군가에게 주는 작은 위로가 그 사람을 버티게 할 수 있다는 것. 솔직히 위로보다는 불길한 복선처럼 나를 겁나게 했던 책이지만 그래도 정말 정말 추천하고 싶은 카버의 책도 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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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2-02-20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 않아도 오늘 문득 브랑카님이 생각났는데...
얼마나 놀랐을까요. 그래도 딸래미 장하네요.
정말 다행입니다.^^

blanca 2012-02-21 23:1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스텔라님. 살면서 참 다행이다, 싶은 일들도 많이 만나게 되네요.

... 2012-02-21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를 읽고 <대성당>을 꺼내고야 말았어요.

blanca 2012-02-21 23:19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사실 저도 이렇게 <대성당>을 이따금씩 떠올리고 다시 읽게 될 줄은 몰랐어요. 이게 카버의 힘이겠지요?

oren 2012-02-21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lanca님께서 그동안 '정말 힘든 일'을 겪으셨군요. 아이가 다시 활력을 되찾았다니 정말 다행이고, blanca님께서도 어서 빨리 소소한 일상의 평온과 행복 속으로 되돌아올 수 있기를 빌께요.

저는 요즘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라는 책에 완전히 매료되어, 그 책을 다 읽은지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시간이 날 때마다 여전히 그 책을 붙잡고 지낸답니다. 왜냐하면 아예 그 책을 '필사를 하다시피' 베끼고 있거든요. 그 와중에 요즘 읽은 책이 조셉 캠벨의『신화의 힘』이었는데, 저는 그 책 속에서도 무수히 자주 '쇼펜하우어'를 다시 만나는 것 같았답니다. 나중에 시간이 나면 blanca님의 이 글에서 마주친『신화와 인생』도 꼭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 * *
캠벨은 계속해서 쇼펜하우어의 말을 인용한다.
"쇼펜하우어는 마침내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진실로 당신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지난 일을 돌아보면 당시에는 엄청난 재난으로 보였던 일들이 결과적으로 내 인생과 경력의 실로 커다란 일면을 형성했음을 발견한다."
- 필립 로건, 리처드 로건, 『위대한 영감』 중에서

blanca 2012-02-21 23:21   좋아요 0 | URL
지나고 보니 참 고통스러웠지만 의미없는 경험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살면 살수록 인생은 참 다층적이고 다이나믹한 것 같아요. 죽을 때까지 배우고 되짚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oren님이 인용해 주신 쇼펜하우어의 말이 참 와닿네요.

2012-02-21 0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21 2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2-02-21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분홍공주가 많이 아팠군요.ㅜㅜ
아이가 아플때의 부모 마음은 겪은 사람만이 알겠죠.
대신할 수 없는 그 속수무책이란....
아이도 엄마도 고생이 많으셨네요, 정말 건강이 최고로 소중하다는 걸 또 다시 느껴요.
아이도 엄마도 맛난 거 많이 먹으면서 기운 회복하시길...

blanca 2012-02-21 23:25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건강보다 더한 가치, 생명보다 더 절박한 것은 없다는 것을 아주 뼈아프게 배운 시간들이었답니다. 병실에서 순오기님을 화면으로 뵈었어요. 회복되어가는 와중이어서 반갑게 열심히 볼 수 있었답니다.^^

굿바이 2012-02-21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괜찮은건가요?
저는 <대성당>이 뭔가 허전하다 싶었는데
blanca님의 글을 읽으니 만나야 할 순간이 아니어서 그랬구나 싶네요.
평범한 일상이 축복이라는 것을 저도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어리석어요. 해가 바뀌어도 여전히.
여튼 아이도 blanca님도 무조건 건강하세요!!!!! ^---^

blanca 2012-02-21 23:26   좋아요 0 | URL
굿바이님, 예, 이제는 아이가 꼬박꼬박 말대꾸를 하네요^^ 저도 당시에는 카버에게 전적으로 몰입할 수 없었어요. 이렇게 다시 읽으니 특히 이 단편이 아주 다르게 새롭게 다가오더라고요. 감사합니다.^^

cyrus 2012-02-21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아이가 건강에 회복되어서 다행이네요. 요즘 같이 추운 날씨에 블랑카님도 건강에 유의하세요 ^^
알라디너분들 사이에서는 카버의 <대성당>을 소개하는 글이 많이 있던데 저도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blanca 2012-02-21 23:27   좋아요 0 | URL
cyrus님 안 그래도 이제 겁이 덜컥 나서 건강 염려증이라도 생길 것 같아요. 아,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읽어 보세요. 단편에 있어서 아주 월등한 부분이 있는 작가랍니다. cyrus님은 어떻게 읽으실지 기대가 됩니다.

2012-02-22 0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12-02-22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급하신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은, <사랑을 말할 때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라는 책으로 읽었거든요. 아이를 잃은 부부의 이야기 또한 사사롭지만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제목으로... 이 책 속에 단편 중 하나가, 대성당이 있었는데요. 노란 표지의 대성당이 나왔을 때도 다른 책인 줄 알고, 덥썩 샀는데, 같은 내용이려나요~ 아직 읽지 않아서 아마 대성당을 표제작으로 해서 개정된 같은 책이지 싶어요.
제가 깜짝 놀란 이유는, 저 또한 아이가 아플 때, 아이와 관련해서 불길한 예감이 드는 상황에 처할 때마다 레이먼드 카버의 이 사사롭지만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단편이 문득 떠오르곤 하거든요. 평범한 일상과 그렇지 않은 일상 사이의 미묘한 간극이랄까,,,
제가 느끼는 블랑카 님의 글 속에 임팩트 있는 통찰은,,, "또 다시 다 잊어버릴 것이다." 인 것 같습니다. ㅎㅎ 저릿했습니다.

blanca 2012-02-23 18:34   좋아요 0 | URL
icaru님, 맞아요. 이 단편이 좀 불길하잖아요. 병원에 있는 동안 자꾸 떠오르는데 참 기분이 그렇더라고요. 퇴원하고 나서 다시 읽어 봤는데 문장 하나 하나가 어찌나 절절하게 와 닿던지요. 카버는 분명 아이를 입원시켜 봤을 거예요^^;; 벌써 잊어버리고 아이랑 싸우고 있답니다.^^

2012-02-25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컷 저항하고 있었는데, 결국 <신화와 인생>을 사서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모든 슬픔에 기쁜 마음으로 동참한다,니요. 정말 어쩌려고 조셉 켐벨을 이토록 멋진 분인지!

blanca 2012-02-25 23:22   좋아요 0 | URL
사실 병원에 있을 때는 이 말이 참 과하다고 생각했어요. 지나고 나니 무슨 말인지 어떤 의도인지를 조금이나마 깨닫게 됩니다. 거기에 캠벨의 위력이 있는 것인가 봐요.
 

어렸을 때는 아무리 좋아하는 책이라도 인상적이거나 기억하고 싶은 구절이 나와도 줄을 긋지 않았다. 접지도 않았다. 그래서 신혼 때 이사를 하면서 고스란히 기증하고 팔고 하며 책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책갈피로 연필을 사용하며 줄을 좌악좍 그어대기 시작했다. 이유는 다양했다. 아름다운 묘사, 기억해 두고 싶은 경구, 잘 이해가 안 가는 어구, 공감 백배인 인물의 고백.

 

줄을 긋기 시작하면 그 책은 마음에 안 들어도 안고 가야 한다. 팔 수도 기증할 수도 없고 빌려주기도 뭣하다. 줄 그은 문장은 들키고 싶지 않은 나의 내밀한 고백 같아서다. 그래서 법정 스님의 책을 친구에게 빌려 주면서 줄 그은 문장들이 괜히 걸렸다. 지나고 보면 왜 줄을 그었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을 때도 많다. 뜬금없는 대목에 별표까지 되어 있는 경우는 정말 낯선 사람이 이 책을 읽고 건네준 것 같다. 시간의 지형은 모든 것을 이해 가능하게도 불가능하게도 한다. 과거의 나와 지금와 나와 미래의 나는 타인만큼 낯설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은 줄긋기를 참는다. 그런데 이게 굉장히 곤혹스럽다. 색깔 간지, 북다트, 심지어 영수증도 줄긋기를 대신한다. 중반쯤 와서 이 책은 반드시 소장할 것이고 너무 표시해 두고 싶은 곳이 많다는 깨달음이 오면 앞서 번거롭게 붙여 두었던 간지들을 처절하게 추억하며 잡아 빼고 줄을 긋기 시작한다. 간지가 문어발처럼 붙어있던 책을 발견한 친구는 기겁하는 표정으로 "이게, 이게 참..."하며 말을 잊지 못했다. 간지가 해도 해도 너무 많이 붙어 있었다. 돌아서서는 누군가에게 참 이상한 독서벽이 있다고 뒷담화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빌린 책도 줄을 그을 수 없다. 이 책.

 

 

아무 기대 없이 눈에 띄어 빌려 온 이 책은 마치 나를 앞에 앉혀 놓고 내가 아이를 키우는 방식의 허점, 약점, 맹점을 예리하게 파헤쳐서 보여 주고 질타하고 조언하고 경고하는 것 같았다. 제목은 진부한데 내용은 진부하지 않았다. 보상과 처벌, 특히 훈육 과정에서의 타임 아웃 같은 격리가 동물을 이용한 행동주의 실험에서 온 것이라는 데에 무척 놀랐다. 신사적이고 왠지 좀 덜 원시적으로 느껴지는 훈육 방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애정 철회의 훈육 방식은 아이에게 무척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칭찬 스티커 같은 보상 방식도 인간 관계를 교환 논리로 치환해서 생각하게 한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애들을 지나치게 자유 방임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자유 방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고 지적한 것에도 공감이 갔다. 미처 헤아리지 못한 것들에 대한 통찰 있는 시선이 놀라웠다. 다만 대안이나 해결책에 대한 얘기가 상대적으로 빈약해서 아쉬웠다. 형광연두 간지를 두둑하게 붙였다가 옮겨 적지도 못하고 반납해 버리고 말았다. 이런 경우 한 권 사서 가지고 있기도 하는데 그냥 '이런 측면에서 생각도 해 봐야 한다'는 것을 안 것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제목이나 표지나 사실 <금각사>, <가면의 고백> 등으로 노벨문학상에 거론되기도 했던 미시마 유키오와는 잘 매치되지 않는다. 그리고 아직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은 한 편도 읽어보지 못해서 대체 어떤 작가인가 알아나 보자는 심정으로 책갈피도 없이 빈 손으로(연필 없이) 드러누워 읽기도 하고 티비를 보며 읽기도 하고 불성실하게 시작했다.

 

줄거리와 구성의 완성도는 사실 작가의 문명에 미치지 못한다. 하이틴 로맨스 아니야? 하며 좀 의아해하며. 그런데 역시 미시마 유키오라는 작가는 대단하다는 생각을 절로 떠올리게 하는 책이었다. 흐릿하고 모호한 것들, 특히 언어로 결코 옮길 수 없을 것 같은 인간의 내면을 형상화하는 재주가 놀라웠다. 사람의 마음 속에 들어가 떠돌아 다니는 것들을 하나 하나 언어로 채집해 꾸욱 꾸욱 눌러 쓴 것만 같았다.

 

 한 고개를 넘으면 연애도 역시 하나의 집을 발견하게 된다. 감정의 집이 마련되는 것이다. 만나지 않는 동안에 있었던 서로의 동정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밀회 때마다 하나의 투명한, 눈에 보이지 앟는 집에서 살게 된다.

-p.86

 

소재는 아침 드라마 같은 불륜인데 미시마 유키오는 거기에서 인간의 더없이 나약한 속성을 제대로 묘파해 낸다. 이 작가는 어떤 소재를 다루더라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예술 작품을 만들어 낼 것만 같다. 다른 작품들도 기회가 되면 읽어 보고 싶다.

 

그리고 오늘 손 안에 들어온 책. 간지를 꺼낼 것인가, 연필을 들 것인가. 기대 중.

 

 

 

 

 

 

 

 

 

 

 

 

 

 

김영하는 서사력이 소위 글발을 앞지르는 것이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한 것 같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고 나쓰메 소세키는 재미있을 턱이 없는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흡인력 있게 하는 재주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 같아 중독성이 있다. 가지려면 줄을 그을 것이고 떠나 보내려면 간지를 붙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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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2-01-29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저 비틀거리는 여인은 품절이군요.ㅜ
제가 예전에 태그도 간지처럼 해 놓은 책인데 한줄도 몰랐습니다.
어떻게 구하셨나요?
김영하는 나중에 읽는다고 해도 유키오의 책과 소세키의 책은 정말 읽고 싶은데요?
제목이나 글이나 참 탁월하게 잘 쓰셨슴다.^^

blanca 2012-01-29 21:20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저는 품절인 줄도 몰랐어요. 중고가 있어 구입했는데 새 책이더라고요. 스텔라님 읽고 싶으시다면 제가 보내드릴까요? 주소 남겨 주시면 보내드릴게요. 참고로 간지 다 빼고요^^

2012-01-30 14: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30 2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2-01-29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한때 책을 아주 깨끗하게 봤었어요.
도그지어나 줄은 고사하고 책등에 줄이 가는 것도 싫어했었어요.
포스트잇을 줄간격에 맞게 잘라 붙여서 표시를 했었어요.
요즘은 많이 나아졌어요, 스스로 대견해 해요~^^

저도 금각사의 그 '미시마 유키오'라고 하니까 혹 하는데, 품절이군요~ㅠ.ㅠ
저라면 김영하는 문어간지, 소세키는 연필을 들겠습니다요~^^


blanca 2012-01-29 21:22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저는 금각사를 아직 못 읽어 봤어요. 금각사의 미시마 유키오라고 말씀하시니 꼬옥 읽어봐야겠습니다. 책등에 줄 안 가게 읽으려면 완전히 펴면 안 되잖아요. 저도 중고로 팔 책은 그렇게 읽으려고 하는데 그게 참 힘들더라고요. 어느새 줄이 좌악. 저는 거꾸로 가고 있어요. 마음이 힘든데 연필로 줄을 못 긋겠어요. 이것도 참 이상한 심리인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12-01-29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미시마 유키오! 기어이 저 도도하고 차가운 남자를 집어드셨군요! 단편 `우국'에서 나란히 할복자살을 하는 일본인 부부의 모습을 그토록 아름답게 말하던 모습에 살짝 전율이 일었습니다만, 그 아름다움이 제국주의의 일환이라 이걸 사랑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인 기억이 있습니다. 미시마 유키오는 그 근육질의 몸매에도 불구하고(몸매가 글쓰는 데 무슨 상관이랴.....싶지만....전...뭐...이런 사람이라서...) 모든 문체는 미치도록 탐미적이었어요. 드디어 만나셨다니. 이 기이한 독서(미시마 유키오는 일본인 아닌 사람이 읽으면 누가 읽어도 일단 기이해요)에 박수를.

덧-부모란, 매일 결심하는 사람들.

blanca 2012-01-29 21:27   좋아요 0 | URL
일본인 작가를 좋아하다 보면 꼭 어떤 딜레마 같은 것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정치관이나 가치관에서요. 당시 상류층 출신들이 많았고 대부분 정말 시급을 요하는 문제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어서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미시마 유키오가 근육질이에요?^^;; 정말 문장이 놀랍더라고요. 천재 같아요. 쥬드님이 말씀하신 '우국'이라는 아름다운 단편을 읽어봐야겠어요.

마녀고양이 2012-01-30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의 14줄은, 내 이야기를 블랑카님이 대신 써준거 같아서.. 흐흐흐.. 하면서 읽었습니다.
저는 지금 <심리학, 열일곱살을 부탁해>가 그 모양인데, 간지를 하두 많이 붙여서 줄 치는 것도 힘듭니다.
리뷰는................ 끄응.

학습 심리학은 거의 행동주의에서 나왔다 봐야 합니다. 그리고
공감 및 이해은 인본주의 심리학(칼 로저스)처럼 하지만, 정신분석에서 말하는 훈육 단계랄까 행동으로 내면화시키는 단계는 행동주의 및 인지 심리학 모형이 많이 들어가게 되더라구요... 하나의 논리만 적용할게 아니고, 많은 논리들을 두루 적용해야 할거 같습니다. 에너지 부족으로, 길게 말할 힘이 없어서, 담에 얼굴 보여주면, 둘이 토론해요. 홍홍.

blanca 2012-01-30 21:28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어느 하나에 치중하지 않고 다면적으로 복합적으로 받아들이고 적용해야 할 것 같아요. 간지 많이 붙이면 너무 징그럽잖아요^^;;

2012-02-01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01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2-02-04 0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으며 간지 붙이는 거 좋은데요!
나는 게을러서 그런 거 못하고 그냥 동그라미 치거나 밑줄 좍좍 그어요.ㅜㅜ
다트도 끼워봤는데 불편하고 나중에 빼는 것도 귀찮고, 밑줄 쳐놔야 필요한 곳 찾기도 좋고...^^

blanca 2012-02-20 21:43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답글이 너무 늦었지요? EBS에서 순오기님 방송도 잘 봤어요. 저도 이제는 아끼지 않고 그냥 긋고 표시하기로 했답니다.^^
 

이런 이야기를 쓰게 된 것은 너무 재미있는 소설을 읽었기 때문이다.

여든이 다 된 할아버지가 열여덟 소녀의 시점에서 바라본 세상과 남자, 사랑.

 

 

 

진부하지 않았고 통속적이지 않았고 대신 달콤하고 선뜩했다.  친정 엄마와 혼수품을 준비하는 과정을 묘사하면서 에피 브리스트의 성정, 그리고 운명까지도 암시해 버리는 그 예리하고 섬세한 문체에 일단 놀랐고

 

그녀는 가장 우아한 것만 마음에 들어했으며, 가장 좋은 것을 가질 수 없으면 둘째로 좋은 것은 아예 사려고도 하지 않았다. 둘째는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에피 브리스트> p.31

 

그녀의 안온하고 때로는 지루한 결혼생활에 뛰어들어온 남자는 의외로 근사하지 않았고 바람둥이였고 둘은 하이네의 시를 가지고 유희를 한다. 바닷속에 가라 앉은 전설의 도시의 환영을 보다 바닷속으로 몸을 던지려 했던 시인, 다가오는 적군에게서 자신을 보호해 주기를 하느님에게 간청한 과부가 하느님의 담으로 받은 하얀 눈. 이 시들은 이들의 사랑의 가벼움을 덧없음을 은유하고 예언하는 것 같다. 에피는 물론 파멸한다. 사랑으로 파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것들조차 용인받지 못하는 강고한 사회적 시선 앞에서. 이 소설은 사랑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 제도의 허위를, 욕망을 얘기하고 싶어했던 노작가의 소망이자 희망이다. 로맨스가 아니다. 그럼에도 썰매 안에서 시작되는 그것을 사랑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남편이 에피의 배신을 알아차리고 결투를 하는 것도 에피에 대한 사랑에서가 아니다. 자신을 지켜보는 다수의 시선들, 그 시선들을 엮어내는 규칙, 관습들. 그 안에서 과연 인간의 자유 의지라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에피 브리스트>는 플로베르의 <보봐리 부인>과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와 함께 회자된다. 상류층 여성의 외도, 그리고 파멸. 이런 지극히 통속적이고 교조적이고 싶어하는 스토리를 공유하지만 이 셋은 그것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다.

 

 

 

 

 

 

 

 

 

 

 

 

 

 

 

 

 

 

작가들은 나란히 세 여인의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욕망을 들여다 보지만 그녀들을 단죄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녀들이 그렇게 갈 수밖에 없었던 애초에 교환 조건으로 성립된 계약인 결혼 제도의 허위와 그 틈새에서 비어져 나오고 마는 본래의 욕망, 그 욕망이 어그러진 형태로 표출될 때 인간이 맞닥뜨리는 비극에 다가간다.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던지는 안나와 음독 자살을 하는 보봐리 부인과 병에 걸려 죽는 에피는 실패한 사랑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었다. 벌써 보듬어 주어야 했던 내면의 목소리를 뒤늦게 추억하고 그것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착각하고 대체물을 향해 욕망을 투사하고 남는 것은 자멸감이다.

 

에피의 아버지는 아내에게 인간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고 얘기한다. 다수의 시선, 다수가 추구하는 가치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결국 우리가 자유의지로 결정하는 일들도 사회에서 주입당한 가치 기준하에서 비롯되는 일인 경우가 많다. 그것이 아니었다,고 깨닫는 것. 거기에는 항상 일말의 슬픔과 비극과 고통이 따른다. 거기에서 정지하고 마는 것이 이 여인들의 이야기의 한계이기도 하고 다분히 현실적이기도 하다. 극복하지도 체념하지도 않고 눈감아 버리는 것. 세 작품은 약속이나 한 듯 결말도 닮아 있다. 읽는 즐거움은 <에피 브리스트>가 제일 크고 감동은 <안나 카레니나>가 제일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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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1-26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목도 처음 들어본 책이에요. 저 역시도 읽게 된다면 [안나 카레니나]를 가장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이 책도 읽어봐야겠어요.

blanca 2012-01-26 22:08   좋아요 0 | URL
저도 정말 우연히 읽게 되었어요. 예상 외로 너무 재미있어서 아껴 가며 읽었답니다. <안나 카레니나>의 임팩트는 정말.... 말 줄임표 이상으로 표현할 도리가 없네요. 약간의 인내 뒤에 무한 감동이 있는 소설인 것 같아요. <에피 브리스트>가 아주 무게감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노년의 남자 작가가 이렇게 섬세하고 예리하게 여성의 심리를 흥미롭게 파헤친 것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만하다고 생각했어요^^

stella.K 2012-01-26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랑카님 쓰신, "여든이 다 된 할아버지가 열여덟 소녀의 시점에서 바라본 세상과 남자, 사랑."
확 끌리네요. 어떻게 썼을까 궁금한데요?^^


blanca 2012-01-26 22:09   좋아요 0 | URL
저는 사실 다 읽고 나서 알았어요. 이 작가가 육십이 되어 소설을 처음 쓰고 이 작품은 여든 가까이에 완성했다는 사실을요. 전혀 그렇게 안 느껴졌거든요.

stella.K 2012-01-27 12:17   좋아요 0 | URL
와우, 정말요?
이건 저에겐 완전 복음이군요. 굿뉴스!
내 나이도 늦진 않은 거네요.ㅋㅋ

moonnight 2012-01-26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잉 귀가 솔깃! 올해는 제발 책 좀 작작 사고 있는 책부터 읽자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그럴 수는 없겠네요. (체념;)

blanca 2012-01-26 22:11   좋아요 0 | URL
저도 책을 참기 위해 허벅지를 찌르고 있답니다. ㅋㅋ 돈과 시간, 수용공간, 시력만 허락한다면 책의 바다에서 헤엄치고파요^^;;;

비로그인 2012-01-26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어볼래요. 보관함에 담았어요 :)

blanca 2012-01-26 22:11   좋아요 0 | URL
옙, 수다쟁이님도 재미있게 읽으실 거예요. 책장이 휘리릭 넘어간답니다.

프레이야 2012-01-26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처음 들어본 이름, 당장 담아갑니다.^^
블랑카님의 리뷰는 지름신이에요.

blanca 2012-01-26 22:12   좋아요 0 | URL
^^ 이런 지름신은 괜찮지요?

... 2012-01-26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에피 브리스트, 마담 보바리, 안나 카레니나가 한 세트라고들 해서 이 책을 사두고 아직 안 읽었네요. 이 책 살 무렵 블랑카님의 <여명> 리뷰를 보고 그 책과 같이 샀는데 ^^ 재미있는 책이었군요. 이 책에 대한 알라딘 리뷰들도 인상적이었어요.

blanca 2012-01-27 10:24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아직 안 읽어 보셨다면 이번 기회에 읽어 보세요. 재미있어요. 저도 이 책 리뷰들 읽고 구입을 결심했지요.

비로그인 2012-01-26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피 브리스트> 리뷰는 처음 보는 것 같은데요ㅎㅎ 지금은 창고에 넣어두었지만 예전에 쓴 <안나 카레니나> 리뷰에서 함께 거론한 적이 있는데 블랑카님의 리뷰를 보니 공연히 반갑네요. 세 작품 중에서 가장 덜 알려진데다 주인공의 파격성에서도 가장 떨어지는 편이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작품이란 생각에 짠했었는데 블랑카님이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정말 반갑습니다^^

blanca 2012-01-27 10:25   좋아요 0 | URL
후와님, 저도 표지가 참 이쁘다, 정도였지 읽을 생각 못하다 우연히 읽게 되었답니다. 이런 책을 읽기 시작하니 다 이런 부류로 또 관심이 쏠려서 미시마 유키오의 <비틀거리는 여인>이 지금 옆에 있어요.
 

이런 여행.

나에게 성석제의 <칼과 황홀>의 백미는 막상 음식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자취를 찾아 떠난 여행기였다. 저자는 그에게 사로잡혔던 청춘을 회고하며 지나치게 자신 속에서 비대해져 버린 이 거인의 여성편력의 흔적에 때로 실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아버지를 부정할 수 없는 것처럼 성석제가 네루다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감출 수 없는 애정과 경탄이 엿보인다.

 

 

 

 

 

 

 

 

 

 

 

 

 

 

파블로 네루다는 시에 삶을 밀착시킨 시인이다. 그의 시의 가장 적나라한 현현은 그의 삶 그 자체다.  그의 시는 쓰인 순간 그의 손을 떠나지만 다시 그에게 떨어진다. 성석제는 네루다가 자신의 삶을 회고하고 자신을 얘기한 책이 있음에 흥분한다. 더불어 나도 흥분했다. <칼과 황홀>을 읽고 네루다의 자서전으로 간다.

 

 

 

칠레의 숲 속에 들어가 보지 못한 사람은 이 세상을 안다고 할 수 없다. 나는 그 땅에서, 그 흙에서, 그 침묵에서 태어나 세계를 누비며 노래했다.

-p.16

 

네루다의 첫 시는 글을 배운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 그가 알고 있는 유일한 어머니였던 새어머니에게 바친 시였다. 세계적인 대시인이 될 이 꼬마의 시는 자갈기차 기관사 아버지 앞에서 무참히 폄하된다. 아버지의 반응은 "어디서 베꼈니?"가 다였다고 한다. 꼬마는 절망하지 않고 계속 노래를 부른다. 그의 시는 생존 자체가 투쟁인 일용 노동자의 입술에서 체 게바라의 배낭에서 절망으로 끝날 것을 알면서도 달려가는 젊은이의 슬픈 사랑의 여정에서 신산하지만 아름다운 삶을 일군다. 터키 정부에서 18년 동안이나 감방에 가두고 해군 반란 선동 혐의를 씌워 인분이 가득한 화장실까지 몰아 넣었지만 기억 나는 사랑의 시와 노래를 모두 읊으며 타협도 승복도 하지 않았던 나짐 히크메트.  네루다가 "행성처럼 삶의 행복을 반사한 사람이었다"고 회고한 시인 로르카와의 추억담들을 회고하는 대목들이 저릿하다. 아름다움에 대한 신뢰는 거기에 부응하지 못하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으로 가장 낭만적인 사람은 가장 용감한 투사가 되기도 한다. 파시즘, 군국주의, 제국주의와 투쟁했던 평생은 그가 저버리지 않으려고 했던 인간에 대한 연민, 신뢰,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을 써 내려간 궁극의 시였다. 이런 그가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은 노래"라고 노래한 혁명시인 나짐 히크메트와 프랑코 정권과 투쟁하다 암살당한 로르카와

만난 것은 필연이었다.

 

 

사람은 사람일 뿐, 그 외의 어떤 규칙이나 호칭이나 딱지를 붙이지 않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중략> 내가 생각하는 투쟁이란 모든 투쟁을 끝내기 위한 투쟁일 뿐이며, 강력한 대응이란 모든 강력한 대응을 끝내기 위한 강력한 대응이다.
-파블로 네루다 자서전 p.341

 

"고통받으며 투쟁하고, 사랑하며 노래하는 것이 내 몫이었다"고 고백하는 네루다의 슬픈 최후는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네루다의 우편 배달부>의 말미를 장식한다. 이 짧은 이야기에는 네루다가 머물렀던 아름다운 이슬라 네그라의 유일한 우체부 직원으로 일하게 된 청년 마리오가 그와 나눈 교감으로 흘러 넘친다. 비틀즈의 노래에 맞추어 정열적으로 춤을 추는 네루다, 청년의 연애사업을 전두지휘하고 시심을 일깨우는 네루다의 모습은 실제 같다.

 

 

 

시인은 사람들이 반역자라고 불러도 놀라지 않았다. 시는 반역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사람들이 파괴분자라고 불러도 화내지 않았다. 생명은 모든 구조를 초월하며, 영혼은 새로운 규범을 찾는다. 씨앗은 도처에서 싹을 틔우며, 모든 생각은 이국적이다. 우리는 매일같이 엄청난 변화를 기대하며, 인간질서의 변혁을 열렬하게 고대한다. 봄은 반역이다.

-파블로 네루다 자서전 p.436

 

네루다가 정치적 동지 아옌데와 함께 꿈꾸었던 이상은 군부 쿠데타로 무참히 짓밟힌다. 꿈의 궁전에서 살듯이 아름다운 지명에서 살기를, 그래서 죽거들랑 바다 근처 지명이 아름다운 곳에 묻히기를 바랐던 그의 소망은 그가 죽고 이십 년이 지나서야 이루어진다.

 

하늘의 별을 보며 책상에서 시를 쓰고 다시 세상으로 내려가 허리에 마대자루를 두른 노동자들에게 그 시를 읽어 주고 함께 손을 잡고 투쟁하고 그렇게 살다 그렇게 사랑했던 사람들이 서로를 무참히 죽이는 풍경 앞에서 절규하며 눈을 감은 이 시인. 감히 어떤 말을 덧붙일 수 있을까? 시인이란 시란 이렇게도 위대해질 수도 있는 것이구나, 싶어 절로 숙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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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2-01-04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성석제 작가가 네루다를 좋아했다는 걸 그책에서 알게 됐어요.
덕분에 저도 네루다를 알고 싶어졌는데 생각만 있고 영 이러고 있네요.
올해부터는 한 작가를 독파해 보는 뭐 이런 프로젝트도 괜찮을 것 같은데
올해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지금도 그냥 막막해하는 중입니다.
무계획이 계획인 저였는데, 못 지키는 계획이라도 안 세우는 것 보단 세우는 것이 낫겠죠?
올 연말에 또, 갈팡질팡하다 이럴 줄 알았지. 이러고 한해를 마감하면 안될텐데 말입니다.ㅋ

blanca 2012-01-04 22:40   좋아요 0 | URL
저도 <칼과 황홀>에서 네루다에 관련된 얘기를 읽게 될 줄 몰랐답니다. 성석제 작가 참 솔직하더라고요. 재미있게 읽었어요. 저는 아직도 이러고 있습니다.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고 딴짓 하다 맞다, 맞다 이러고 있답니다.--;;

잘잘라 2012-01-04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글은 읽기가 두려워요. 님 글을 읽으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언급하신 책을 읽어보고 싶어지거든요. 그냥 ‘한번 읽어보고 싶다’ 또는 ‘읽어봐야겠다’는 정도가 아니라 ‘언제 읽지?’이러고 있으니 원..

blanca 2012-01-04 22:42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 그런 두려움은 좋은 두려움 같은데요?^^;; 저도 요새 다시 책욕심이 발동해서 큰 일이랍니다. 이제 자리가 없어요. 있는 책들을 또 처분해야 하는 시기가 왔나 봐요. 하나 하나 봐도 다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아마 할머니가 되어도 이러지 않을까 싶어요.

2012-01-04 1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4 2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4 2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4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2-01-04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가족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라요.

성석제의 칼과 황홀, 찜해둘게요.
더불어 파블로 네루다, 저 아직 읽어보지 못했거든요. 궁금하네요.

blanca 2012-01-04 22:44   좋아요 0 | URL
꿈섬님, 안 그래도 오늘 페이퍼 읽고 댓글 달려는 참이었어요. 꿈섬님 페이퍼에 갈게요.^^

로드무비 2012-01-05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르케스와 네루다의 식사 장면이 네루다 자서전에 나왔나봐요.
둘의 식탐이 보통이 아니었다고 소개한 글을 읽었거든요.
파블로 네루다 자서전 보니 반가워서.^^

blanca 2012-01-05 22:54   좋아요 0 | URL
로드무비님, ㅋㅋ 둘이 만난 얘기는 나오는데 제가 기억이 안 나는 건지 이 대목은 좀 낯서네요. 그런데 네루다 얼굴만 봐도 식탐 강하게 보여요 ^^;;

마녀고양이 2012-01-05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석제에서 네루다로 흐르셨군요.
좋았나봐요.. 네루다 자서전 저도 읽고 싶어집니다.
난 평전이나, 자서전이 참 좋더라구요. 정말로 살았던 사람의 이야기가 이렇게 가슴을 저미는구나 싶어서.

blanca 2012-01-05 22:55   좋아요 0 | URL
마고님, 저도요. 너무너무 좋아요. 그래서 자서전이랑 평전 많이 읽은 사람이 추천해 주는 페이퍼 같은 것 있나 찾아봐도 아쉽게 잘 안 보이더라고요. 마고님이 추천해 주실 평전 혹시 있나요?

마녀고양이 2012-01-10 17:58   좋아요 0 | URL
난 마크 트웨인 자서전이랑, 이상 평전 사놓고 손도 못 대고 있는 사람이예요.
무슨 추천을 해줄 수 있겠어여.. 에휴휴.

프레이야 2012-01-06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과 황홀'과 네루다 자서전 담아갑니다.
블랑카님 리뷰 보면 자동으로 책을 담게 되어요.^^
참 좋은(더 자세히 말하자면 나열할 게 많으니^^) 리뷰 늘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분홍공주랑도 잘 지내시구요.^^

blanca 2012-01-08 10:17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항상 건강하시고요!

햇빛눈물 2012-01-07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blanca님. 바람결님 서재에 들렀다, 이렇게 댓글을 달게 되었네요. 우연히 들어오게 된 서재에 좋은 서재지기님과 좋은 글들이 많아 기분이 좋네요. 앞으로 자주 들르겠습니다. 저도 로르카의 <인상과 풍경>을 읽으며 네루다에 대해 생각하던 때가 기억나네요. <인상과 풍경>은 솔직히 제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기억이. 올해는 네루다 책도 한번 꼭 읽어봐야 겠네요. 늦었지만 새해 건강하시기를~~

blanca 2012-01-08 10:19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햇빛눈물님! 새해 벽두부터 저는 몸살이 났네요. 건강하라는 인사가 그래서 더 고맙고 와닿는답니다. 햇빛눈물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