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해고도에 갇혀 아무도 나를 이해해 주지 않는다고 원망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순간 '이해'라는 것은 나의 못난 모습을 적나라하게 알아 주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내가 꽤 괜찮은 인간임을 긍정받고 싶은 욕망과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형철의 <느낌의 공동체>를 읽다 깨달았다. 

   
 

 김소연은 마음에 대해서 말한다. "'이해'란 가장 잘한 오해이고, '오해'란 가장 적나라한 이해다. '너는 나를 이해하는구나'라는 말은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나를 잘 오해해준다는 뜻이며, '너는 나를 오해하는구나'라는 말은 내가 보여주지 않고자 했던 내 속을 어떻게 그렇게 꿰뚫어보았느냐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요즘 자존감에 대하여 많이 생각해 본다. 내가 비교적 자존감이 높지 않은 사람이라 더 민감하게 주변 사람들을 지켜보게 된다. 자존감은 유아기 때 주양육자와의 관계 속에서 싹트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 틀 자체를 바꾸기란 여간해서는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고 절대적으로 유아기가 전생애를 지배한다,는 식으로 완강하고 체념적으로 결론 내리는 요즘의 분위기도 쉽게 수긍하고 싶지 않다.  이는 주양육자의 죄책감을 자극하고 성인교육을 방해할 위험이 다분하다.

누구나 결국 내가 가치 있는 존재라는 느낌을 가지고 살고 싶어한다. 자존감이 높으면 타인의 판단에 기대지 않아도 된다고는 하지만 타인의 평가에 덤덤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런지. 

그러니까 나도 나를 제대로 오해해 주기를 바라나 보다. 신형철이 소개한 김소연 시인에게 들켜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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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9-06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해받지 않고도 충분히 살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날들이 있었어요.

blanca 2011-09-07 12:44   좋아요 0 | URL
쥬드님, 저는 이해받고자 하는 욕구가 너무 큰가봐요. 혼자서도 맨날 속으로 행동들을 합리화합니다.

비로그인 2011-09-06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공감이에요. 이해 받고 싶은 맘, 사실은 날 좋게 봐주길 바라는 마음과 다름 아니죠. 저도 자존감에 대해서라면 무척이나 궁금한 게 많아요. 유아기에 형성된 자존감이 사람 일생을 결정짓는다는 말은, 조금 수긍이 가면서도 결코 인정하고 싶지는 않은 말이에요. 저는 지하철에서 마주 보고 앉아 있는 그 자리에서 특히 자존감에 대해 많이 생각한답니다. 마주 보기 부끄러워서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다가, 힐끔힐끔 마주 앉은 사람들 훔쳐보기도 하구요. 근데 잘 모르겠어요. 어떨 때는 자존감이고 자존심이고 자신감이고 뭐고, 그런 거 상관 없이 다 내려놓고 초연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싶은데 그것도 잘 안 되고... 정말 난센스에요. 자존감을 그저 편리한 용품이라고 생각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생활하는 게 편할 것 같기도 해요. 절대성을 부여해버리면, 절망하게 될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니까요.

blanca 2011-09-07 12:46   좋아요 0 | URL
말없는수다쟁이님, 대인관계에서 자존감을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저도 지하철에서 사람 구경 열심히 합니다. 특히 미남 미녀는 아주 뚫어져라 ㅋㅋㅋ 쳐다보기도 하고요. 담담하고 쿨하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합니다. 맞아요. 어렸을 때 애착형성이 평생을 결정한다,고 지나치게 절대성을 부여해 버리면 나머지 인생이 어둡게 느껴집니다.^^

양철나무꾼 2011-09-06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미루어 짐작한다는 말 좋아해요.
이런 경우 어긋나도...짐작하는 동안 즐거우니 그걸로 된거 아닐까요?

신형철에, 김소연에, blanca님의 글까지...이런 호사가 따로 없네요~^^

blanca 2011-09-07 12:48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아, 그렇게도 볼 수 있겠군요. 그냥 다들 그렇게 그러면서 사는 게 또 인생의 묘미 같기도 해요. 오늘 시장 보러 나섰는데 여긴 시장 근처라 정말 엄청 막히더라고요. 우회전 못할 정도로 횡단보도로 앞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한참을 기다리는데 교통 경찰 아저씨가 너무 잘 정리해 주셔서 꾸벅 목례를 하면서 그냥, 산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어요.

2011-09-07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저도 신형철씨의 저 구절이 인상깊었는데, 블랑카님과 같은 생각은 못 했었어요. 맞아요. 이해해 주길 바라는 건 날 괜찮게 봐 주길 바라는 욕망이에요! 근데, 그냥 '오해' 말고, '제대로 오해'인 것도 맞죠. '제대로 오해'가 뭐냐,는 참 복잡한 문제예요.
여튼 그런 즐거운 오해를 서로 함께 해 주며 몇몇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고픈게 제 소망인 듯. 인간은 외로움에 어떻게든 대처해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잖아요.

blanca 2011-09-07 12:49   좋아요 0 | URL
섬님 찌찌뿡이요 ^^ 신기하네요. 혼자가 편하다는 말은 어느 정도만 맞는 것 같아요. 결국은 사람이 그리워져요.

순오기 2011-09-08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목 멋져요! 물론 글도 공감되고요~~ ^^

blanca 2011-09-08 14:20   좋아요 0 | URL
제가 그렇게 느껴서 더욱 와닿더라고요. 아, 순오기님 한가위 풍성하게 보내세요! 여긴 재래시장근처랑 벌써 들썩이는 분위기랍니다.

2011-09-10 14: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10 2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1-09-18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인의 평가에 덤덤할 수 있는 척 하는 사람은 꽤 되겠지요. 저를 포함한....
자존감은 유아기때 형성되지만, 충분히 발전 가능한 거라고 믿어요. 느낌의 공동체 보관함에 넣어요^*^



blanca 2011-09-19 09:50   좋아요 0 | URL
세실님, 다들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는 자유로워지기 힘든 것 같아요. 예, 그래서 저도 되도록 자존감을 좀 높여 보려고 노력 중이랍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9-19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들이 나를 이해해주길 바라면서도 나는 남을 이해하려고 안 하는 인간의 마음이 참 복잡하죠.

blanca 2011-09-22 22:4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인간은 대부분 자기 중심적이니까요.
 

집근처에 도서관이 있는 것은 축복이다. 그런데 우리 집 주변에는 없다. 내 책이야 야금야금 아껴 가며 사고 팔고 하지만 아이 책은 매번 사 줄 수 없어 참 고민이었다. 분노의 검색질 덕택에 대중교통으로 가기 힘든 곳에 보물 같은 곳이 있음을 알아 냈다. 주변의 풍광이 도서관 중 최고라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었다. 동대문정보화도서관. 몇날 며칠을 그곳을 어떻게 가야 하나 고민했다. 우리 집 앞에는 버스 정류장이 없다. 택시도 안 잡힌다. 걸어갈 수도 없는 거리. 그런데 도서관 홈페이지에는 주차장 수용 차량이 열 대이니 대중교통을 이용해 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어젯 밤 약도를 숙지했다. 약도는 골목길이 대부분이었다. 초보운전자인 내가 과연 제대로 갈 수나 있을런지 가더라도 만약 주차장에 자리가 없으면 도서관을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턴해야 하는 최악의 경우도 생각해야 했다. 하지만 여하튼 도서관을 뚫어야 한다는 강박에 출발했다. 

역. 시. 나. 나는 도저히 거긴 아닐 거라고 생각했던 골목길을 놓치고 그 옆의 영휘원 주차장에 들어가는 쾌거를 세웠다. 영휘원. 고종의 고종의 계비인 순헌귀비 엄씨(嚴氏)의 묘소. 주차장에는 떡하니 매서운 눈초리로 아주머니가 버티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나의 굴욕을 알까? 괜히 담담한 척 내려 입장료 천 원을 지불하고 영휘원에 입성했다. 그렇다. 도서관에 가려 했던 나는 고종의 계비의 능에 도착한 것이다. 꼼수는 구경좀 하다 아주머니의 눈길을 피해 옆 골목길로 달음박질 쳐서 도서관으로 가는 것이긴 했지만 잘 조성된 수목들과 탁 트인 녹지가 의외로 내 눈길을 사로잡아 사부작 사부작 몇 걸음 둘러보다 다시 나와 오른쪽 골목길로 빠져 나왔다. 

그 골목은 정말 내 생애 최고의 도전 과제였다. 경사도가 거의 70도에 가까웠고 햇살은 가차없이 내 정수리에 내리꽂혔다. 가도 가도 좌회전할 구멍은 나오지 않았다. 숨이 턱에 닿고 다리가 쑤실 무렵 왼쪽으로 장미가 흐벅지게 핀 골목길이 나타났다. 역시 한참을 가니 초등학교 맞은편에 오붓이 도서관이 숨어 있었다. 

도서관은 자그마하고 아담하고 정겹고 아름다웠다. 숲 속에 안긴 듯한 착각. 사방이 유리창으로 둘러싸여 책을 보며 싱그러운 녹음을 눈동자에 마구 문지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 지. 만. 나는 이미 너무 지쳐 있었고 이곳을 결코 정기적으로 올 수 없을 것이라는 깨달음에 이미 관심을 잃고 있었다. 잠시 창가에 비치된 안락의자에 앉아 나무를 바라보았다. 

 

 

지하 주차장을 확인해 보았다. 정말 열 대 수용 가능한 곳이었다. 이 도서관에 올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아이를 데리고 그 등산을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집앞에 대중교통도 없고 그냥 돌아서야 했다. 

내려오는 골목길. 등이 굽은 노인들은 힘겹게 그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갑자기 나는 독특한 냄새에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반지하방에 고목처럼 늙어버린 할머니가 문을 열어 놓고 길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힘들다고 투정하는 그 골목길을 매일 올라야 하는 사람들 앞에 괜시리 숙연해졌다. 골목길 초입에는 덩그러니 세콤을 단 담이 높은 집이 버티고 있었다.  

골목길. 사람들에는 아련한 향수와 정취를 풍기는 그곳이 오르막과 더위와 만나 넘기 힘든 큰 산으로 엉 버티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아기자기한 푸른 도서관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영휘원 주차장에서 다시 눈치를 보며 슬며시 집으로 출발했다. 망구엘 아저씨의 <밤의 도서관>을 펴 들었다. 지루할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그의 재주에 탄복하며. 아무래도 이 계절에는 정말 밤의 도서관이 필요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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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1-06-14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가까이 사는 전 축복받은 사람이네요.

blanca 2011-06-14 21:22   좋아요 0 | URL
우아,완전 부러워요. 정말로....

2011-06-14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4 2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1-06-14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대문구 정보화 도서관!
제가 참 좋아하는 곳입니다.
교통이 좀 불편하긴 하죠.
회기역이나 고대입구역에서 버스가 있긴 하더라구요.
저는 회기역에서 산책겸 걸어서 왔다갔다 한 적은 있습니다.

역시 집이나 일터 근처가 아니니, 자주 안가게 되긴 하더라구요.

blanca 2011-06-14 21:24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도 아시는군요! 정말 너무 좋은데 참 난감하더라구요. 저희 집에서 좀 걸어서 버스를 타고 간다고 해도 그 근처라면 시도해 볼 텐데 거기서 또 등산을 해야하니까요. 그냥 저 혼자 다닌다고 해도 너무 부담스러운 시추에이션이더라구요. 사실 아이와 함께 다닐 도서관을 탐색중이었기에 좌절했답니다.

감은빛 2011-06-16 10:17   좋아요 0 | URL
그 도서관에 일하는 사서님이랑 우연히 블로그에서 친해져서,
몇 번 만나고, 식사도 하고 했었어요.
그 도서관에 오면 특별회원으로 모시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집에서도, 일터에서도 거리가 멀어서 늘 안타까워했답니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라면 자주 찾아갈만한 멋진 도서관이예요.
도서관 서포터즈도 활성화되어있고, 여러가지 다양한 프로그램도 많구요!
장정일 선생님이 진행하는 문고 읽기 강좌도 꽤나 흥미롭더라구요.

무슨 초등학교던가요.
그 버스정류장에 내리면 그리 가파르지 않은 길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암튼 블랑카님께서 쉽게 다닐 수 있는 도서관을 금방 찾게 되시길 바랍니다!

프레이야 2011-06-14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이 대개는 오르막 저 끝에, 걸어서 올라가기엔 너무 힘든 곳에 있는 경우가 많아
참 안타깝지요. 주차시설도 턱없이 부족하구요. 여기도 그런 곳이 많답니다.
접근하기 쉽지 않게 만드는 요인 중 지리적 위치도 빼놓을 수 없어요.ㅠ
힘들게 올라가 앉은 창밖 녹색은 참 눈이 부시네요. 고생하셨어요.
이참에 '밤의 도서관' 담아갈래요.^^

blanca 2011-06-14 21:25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정말 그래요. 그래도 전에 살던 집 앞 버스를 타고 가면 바로 근처 도서관 입구에 내려 주었거든요. 아이도 데리고 가고 참 좋았는데 이 예쁜 도서관이 참으로 난감한 위치에 있더라구요. 너무 이쁘고 탐나서 더 좌절감이 크답니다.

블루데이지 2011-06-14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의 역사, 도서관에 담긴 철학~~밤의 도서관이 급 궁금해집니다...
글 잘읽고 갑니다...땡스 투~~~

blanca 2011-06-14 21:26   좋아요 0 | URL
블루데이지님, 쇼파에 던져 놓고 수시로 읽고 있는데 야금야금 참 재미있네요. 사실 오늘 도서관 탐색을 나선 것도 이 책 덕택입니다.

세실 2011-06-14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도서관도 오르막길이 있고, 주차공간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넓은 정원엔 장미랑 백합이랑, 여러 꽃들이 피어 있지요~~~ 이사할때 도서관이 근처에 있는가도 참고하면 좋을꺼 같아요. 아이들이 어릴때는요^*^

blanca 2011-06-15 10:11   좋아요 0 | URL
세실님 일하시는 도서관 가보고 싶어요. 참 궁금해요. 백합도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신도시는 주변에 도서관이 있는 경우가 많다더라구요. 부러워요. 다음 이사 때는 좀 찾아 봐야겠습니다.^^

마녀고양이 2011-06-14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운전 나보다 늦게 시작했는데, 여기저기 몰고다니는 모습에........
으아, 그저 부러울 뿐이예요. 용기가 저보다 훨 나아요!

그런데, 능 구경 잘 하셨어요? 좋은데요.
좁은 길, 할머니. 삶의 한구석 같네요. 그림이 짜안해요. ^^

blanca 2011-06-15 10:13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부러워하실 필요 없는 게 정말 구린 운전자랍니다. ㅋㅋㅋ 저 운전하는 것 누가 관찰하면 참 속 터진다 할 거예요. 여기는 운전 안 하면 집에서 나가는 것 자체가 힘들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해야 한답니다. 어떨 때는 참 재미있기도 해요. 능 참 좋은데 벌써 너무 더워요. 창덕궁도 가려고 했는데 도저히 더워서 엄두가 안 나네요. 할머니는 제가 괜히 호기심에 쳐다 본 것 같아 죄송스럽더라구요. 실질적인 도움도 못 드리면서 무심코 고개를 돌려 버린 게 죄책감이 들더라구요.

icaru 2011-06-15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루할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블랑카(영타가 젬병이라--;;) 님의 재주에 탄복하며.,,, 이런 글 좋아요~

blanca 2011-06-15 21:37   좋아요 0 | URL
꾸벅, 감사합니다. 저도 영타가 느려 되도록 아이디를 한글로 친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6-15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어떻게 된 주거지역이길래 버스정류장이 없단 말입니까...승용차 없을 땐 집에서 몇 분을 걸어 버스정류장에 가셨나요?

blanca 2011-06-15 21:38   좋아요 0 | URL
노자님, 물론 버스 정류장이 한 오분 가면 있긴 해요. 문제는 한 대만 오지요. 그 한대와 저의 목적지가 겹칠 때는 거의 없답니다.

穀雨(곡우) 2011-06-15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책에서 백배공감. 여간 부담이 아니더라구요. 그래도 잘 읽으니 좋아하니 그걸로 되었다는 최면을 걸고 몇차례 지름신 강림을 해 줍니다. 도서관도 멀고 도무지 중고로 돌려 책 사주기에는 그렇더라구요.ㅋㅋ

그나저나 용기백배 드라이버시군요. 골목길 운전이 젤루 힘들던데...간격이 서투르니 긁힐까 노심초사하게 되고...

blanca 2011-06-15 21:39   좋아요 0 | URL
곡우님, 도서관이 정말 아이들한테 절실한 것 같아요. 책값도 만만치 않은데 매번 사줄 수도 없고 중고로 잘 나오지도 않고. 어린이 도서관 근처에 사는 친구가 참 부럽더라구요. 골목길요. 안그래도 초보인데 여기 골목길들은 참 인내를 시험한답니다. 급경사에 좌우로 주차되어 있는 차들. 제 차는 긁혀도 남의 차는 안 긁을라고 무진장 땀흘리며 다닌답니다.^^

순오기 2011-06-16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멋진 도서관에 가려고 나선 길이 영휘원엘 가셨군요.^^
도서관은 쉽게 다가설 수 있는 곳에 있으면 좋은데...땅값 때문에 그런 곳에 짓지 못하겠지요.ㅜㅜ
요즘은 학교 도서관도 지역주민에 개방하니까 가까운 곳에 학교는 없는지 알아보셔요.

blanca 2011-06-16 21:20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예. 저 결국 도서관 뚫고 말 겁니다.^^;; 다각도로 접근해 보려구요. 아무래도 땅값 때문이겠지요? 참, 아쉬워요. 도서관이 사실 가장 사람들 접근성이 좋은 곳에 자리잡아야 할 텐데 말이에요.
 

언젠가부터 현실이 너무 드라마틱해서 픽션을 더이상 읽지 않게 되었다,고 고백한 이가 누구인지 도저히 기억해 낼 수가 없다. 인간의 상상력의 한계는 이미 현실 안에 가두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아들을 뒤주에 가두어 죽게 하고 또 그 핏줄에 왕위를 물려 주고 영욕의 세월을 마감한 영조와 우리는 고작 삼백 년도 떨어져 있지 않다. 작품 전체에서 비누 냄새의 환영을 불러 일으켰던 <젊은 느티나무>의 강신재 작가가 <혜경궁 홍씨>를 집필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다혈질이면서도 솔직하고 매력적인 사도세자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 내었다. 상당 부분 픽션이 가미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을 시작으로 영정조 시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당시는 깜찍한 이재은이 혜경궁 홍씨의 아역을 연기해 내어 장안의 화제를 불러모은 시대사극 <하늘아, 하늘아>가 한창이었다. 뒤이어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도 더듬더듬 읽게 되었다. 남편을 잃고 친정 식구들마저 아들의 손에 의해 간접적으로 몰살당하다시피 하게 된 구중궁궐 속 여인의 하소연이 눈물겨웠다. 게다가 아들마저 앞세우게 되는 그녀의 삶을 머리로보다는 감정적으로 동정하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남편의 죽음에 있어 혜경궁 홍씨와 그녀의 친정 일가가 행사한 영향력이 거의 주도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는 약간 다른 각도에서 그녀를 다시 받아들이게 된 것은 사실이다. 당파싸움의 희생양이 되었든 정말 심한 정신병력 때문에 도저히 통치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었든 사도세자의 최후는 아들 정조에게도 오늘날 남은 우리들에게도 심한 트라우마를 남긴다. 

   
 

 세손이 대리청정한 지 약3개월 후인 영조 52년 3월 초, 영조의 병환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었다. 수많은 시련을 이겨낸 영조도 세월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세손이 영조 옆에 붙어서 감귤차와 계귤차를 올렸으나 효과가 없었다. 맥도가 가망이 없어졌으니 마지막으로 좁쌀 미음을 쓰자는 의관의 말에 세손이 미음을 떠서 올렸으나 영조는 이를 받아먹지 못했다. 종말이 다가오노 것이다.  
 도승지이자 약방 부제조인 서유린이 세손에게 청했다.
"궁성을 호위해야 합니다."
그러나 세손은 울면서 답하지 않았다. 서유린은 어탑 앞에 나아가 영조에게 유교를 쓸 것을 청했다.
"전교한다. 대보(옥쇄)를 왕세손에게 전하라."
드디어 기나긴 장정이 끝이 났다. 비극으로 점철된 한 시대가 가고 새로운 시대가 온 것이다.
-이덕일 <사도세자의 고백> 중

 
   

 

열한 살 때 아버지의 죽음을 무력하게 목도하며 울먹여야 했던 소년의 시대가 개막했다. 정조는 즉위하자마자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고 선포한다. 그러나 이 선포는 아버지를 죽게 했던 반대 당파 세력들을 축출하고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기 위하여 내뱉은 경고가 아니였다. 정조가 위대해지기 시작한 지점이다. 그는 죽는 그 순간까지도 노론을 껴안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에겐 정치가 목적이 아니라 백성을 제대로 먹이고 입히고 살게 하는 통치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군주였다. 

 

 

 

 

 

 

 

중추의 권력을 소유한 자가 귀를 여는 것은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일단 전체를 좌지우지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나' 아닌 '너'는 감히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전제한다. 그것을 뛰어넘은 이들은 아주 드물고 그래서 역사에 기록된다. 정조가 적서 차별을 철폐하고 심지어 노비 해방의 꿈을 꾸고  당시의 글좀 읽었다는 고루한 선비들이 더없이 위험하다고 경기를 일으켰던 서학에까지 관용을 베풀고 귀를 열었던 것은 어쩌면 언어로 다 형용할 수 없는 참극 속에서 이룬 성장 때문일런지도 모른다. 베갯잇을 눈물로 적시며 그 비극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그의 삶은 통치자로서 뿐만 아니라 하나의 인간으로서도 참으로 경탄스러운 것이다. 고난에 함몰되는 것은 쉬운 일이고 뛰어넘는 것은 결단과 양보가 필요한 일이다.  

 

정조가 설계하려 했던 미래와 미완의 꿈을 훔쳐 보고 싶다면 이 책이 제격이 아닐까 싶다. 아버지 사도세자를 제대로 추모하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묘소를 옮기는 사업을 계획한 것이 화성 건설의 기초가 되었다. 이후 화성은 정조가 자신의 정치적 배후 도시로 선진농법을 도입하고 각종 상업 활동을 장려하고 군사도시로서의 체계를 갖추며 제2의 수도로까지 도약을 준비하게 된다. 정조는 상왕이 되어 화성에 내려와 자신이 노후를 보낼 계획을 가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화성이 1997년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까지 그 성곽 안에 녹아있는 정조의 열망, 꿈, 희망, 백성들의 땀, 노고 들이 하나하나 떠오를 때마다 가슴이 저릿하다. 신도시를 건설하기까지 숙고를 거듭하고 당시 그곳에 거주하던 백성들에게 신속하고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도록 배려한 점, 이름이 없었던 노동자들에게 이름 하나 하나를 다시 호명하여 기록하고 그들의 땀에 걸맞는 대우를 해 주려 노력했던 모습 등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조의 이루어지지 못한 꿈들은 포물선을 그리며 우리 앞에 떨어진다. 이 시대를 보고 정조는 과연 어떤 얘기를 할까. 

   
  그러나 백성이 마음에 걸리고 조정이 염려되어 밤마다 침상을 맴도느라 날마다 늙고 지쳐가니 그 괴로움을 어찌 말할 수 있겠는가?
-<정조어찰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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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11-06-08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지원, 정약용에 관련된 책들을 보다가, <정조>까지 갔답니다. 어쩌다 조선후기로 들어와버려서,^^ 도서목록에 있는 것들 좀 정리되면, 저도 한번 읽어보고 싶어요. 참, 저는 박시백의 만화로도 즐겨본다지요.

blanca 2011-06-08 21:28   좋아요 0 | URL
북극곰님, 안 그래도 박시백을 한번 시도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답니다. <순조실록>이 어떨까 싶어서요. 저는 채제공에 관련된 책을 찾고 있는데 없어서 좌절하는 중이랍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6-09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시백 씨가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한 이덕일 씨 해석을 비판했죠.

이덕일 씨의 사료해석의 오류 등은 여러 학자들에게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만 특히 정병설 씨가 본격적으로 조목조목 파고 들었죠.<사도세자의 고백>을 집중 비판하고 있습니다.역사비평 2011년 봄호에 논문으로 나와있는데 인터넷에도 대강은 볼 수 있으니 관심있으시면 '정병설'을 검색해보세요.

blanca 2011-06-09 18:11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이덕일을 비판하는 학계 의견이 많더라고요. 사도세자 관련 부분은 좀 과도하게 옹호하고 있다는 인상은 받았습니다. 저는 사도세자에게 통제 불가능한 정신병이 분명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 부분도 그렇고요. <영원한 제국>의 이인화도 남인 계열 후손이라 그런 소설을 썼다고 비판하는 의견도 있더라구요. 이 부분은 제가 공부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내내 생각했던 대목이기도 합니다. 예, 읽어 보겠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6-09 23:16   좋아요 0 | URL
<영원한 제국> 부록으로 실린 이문열 글을 보면 남인 후손들의 시각을 알 수 있죠.또다른 부록인 도날드 베이커의 글도 재밌고요.

요즘은 강이천이나 이옥 등 정조의 탄압을 받은 인물에 대한 책도 나오고 하니까 기존의 정조찬양 흐름에 대한 반감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관심이 갑니다.
 

내부순환로를 지치는 차들의 헤드라이터의 불빛이 노면에 방울 방울 번져 서로 섞이는 날, 베란다를 내다보면 그 날이 비가 오는 날이다. 도로에 둘러싸여 산다는 건 무척 이색적이고 낭만적이고 동시에 성가신 일이다. 월요일 아침, 줄지어 서서 굼뱅이처럼 기어가는 차들에서는 절로 월요병 냄새가 풀풀 날린다. 금요일 오후 느릿느릿 밀리는 차들의 뒷꽁무니에는 주말의 휴식과 아껴둔 약속들의 기대가 겹친다. 

오늘도 헤드라이터의 불빛은 바닥에서 물기로 번진다. 근처 대학교 서점에 가서 백만년 만에 핑크 표지의 잡지를 집어 들었다. 패션 잡지의 표제기사에는 폴오스터, 아멜리노통 등 14인의 위대한 이야기꾼들에 대한 기사가 예고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패셔니스타와는 담을 쌓은 내가 생전 처음 보는 도발적인 눈매의 여배우가 노려보는 엘르를 들고 집에 왔다. 엘르와 나는 어울리지 않지만 가끔은 정말 기가 막히게 좋은 책과 작가들과 관련된 얘기들로 나를 매료시킨다. 몇 해 전에는 작가가 된다는 것에 그 어떤 문예지나 단행본보다 심도있게 리서치를 한 기사를 싣기도 했다. 만드는 사람들 중에 분명 탐서가가 있을 것이라는 심증이 강력하게 든다. 캣워크를 하는 매력적인 모델 사이로 책에 대한 진지한 얘기들을 발견하는 건 색다른 즐거움이다.

"인생의 대부분을 방 안에 혼자 있었다"는 폴 오스터는 담배 연기 속에서 부담스러운 시선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폴 오스터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못했다. 물론 시도해 보려는 생각은 있지만 매번 주문 전에 그는 정작 10년 동안 읽지 않았다는 서평을 참고로 다음에 읽을 것을 기약한다.  

   
 

 글 쓰는 건 참 이상해요. 병에 걸린 것 같죠. 어릴 때 글쓰기 바이러스에 감염됐는데 절대 고칠 수 없는 거예요. 그러니 써야만 하죠. 쓰지 않고서는 사는 게 아니었어요. 

-폴 오스터. ELLE와의 인터뷰 중

 
   

 

이 바이러스에 시간과 강도의 차는 있지만 앞서거니 뒷서거니 감염된 파울로 코엘류, 아멜리 노통, 조너선 사프란 포어, 알랭 드 보통이 차례로 쓰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자신들의 그 숙명적 글쓰기에 대한 소회를 풀어 놓는다. 물론 아주 쉬크한 흑백의 초상화들과 함께. 맘씨좋고 너그러운 인상의 할아버지 파울로 코엘료는 페이스북, 트위터와 온라인 스토어를 부지런히 활용하여 독자들과 소통한다고 한다. 아멜리 노통은 글을 쓰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싶어 하루 실험해 보고 사춘기 계집애처럼 마음이 널을 뛰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고 토로한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글쓰는 일을 매일 그만둬야지 한단다.(세상에!)
 

다들 책에 대한 관심이 스러져 가고 있고 작가의 사생활을 궁금해할 파파라치가 별로 없는 세태를 절감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책과 활자, 창작에 의해 선택 당하고 만 숙명에 굴복한다. 쓰지 않고서는 견딜수 없단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살기 위해 써낸 것들을 손에 쥐고 씌어 지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던 것들을 채굴하는 기쁨이 읽는 행위의동인이라고 해도 될까? 젊고 아름다운 여배우의 뇌쇄적인 눈빛의 표지가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면 작가들이 끊임없이 천착하는 생의 유한성과 허무는 영원에 대한 끌 수 없는 기대를 끄집어 내게 한다. 모든 모순, 대립, 한계가 한데 뒤섞여 있는 것 같은 잡지 한 권을 읽고 나니 왠지 아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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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5-22 0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블랑카님의 이 글을 자신들의 잡지에 싣고 싶어 하는 편집자들이 분명 있을 것 같은데요 ㅎㅎ 블랑카님 같은 고급 독자들까지 매료시키기 위해 말이죠^^

blanca 2011-05-23 10:18   좋아요 0 | URL
후와님 저 비행기 태워주시네요. 안그래도 대부분이 꾸물한 봄하늘, 지지부진한 감기, 할 때마다 떨리는 운전, 등으로 의기소침한 저에게 감사합니다.^^;;

stella.K 2011-05-22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어울리기는 내가 더하지 싶은데...
잡지라곤 거의 안 사 보는데 정말 블랑카님 덕분에
이건 저도 사 보고 싶어졌어요.^^


blanca 2011-05-23 10:19   좋아요 0 | URL
ㅋㅋ 스텔라님, 엘르 편집자가 아무래도 정말 책을 좋아하나 봐요. 몇 년 전에 작가가 된다는 것에 대한 기사는 정말 엄청난 분량과 깊이를 자랑하더라구요. 어찌나 재미있게 읽었던지. 외국 작가들도 수시로 인터뷰하고. 득템이라니까요.

비로그인 2011-05-22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저 패션을 사랑해서 보그를 매달 사서 읽어요. 비행기 탈 땐 꼭 보그를 손에 쥐고 있었어요. 왜 그런가 하면, 그저, 그것들은 아름다우니까요.
참고로 코스모폴리탄이나 슈어, 다른 잡지들 보다는 보그나 그나마 엘르만 보는 이유는, 그들이 남자에게 잘 보이는 법 보다는 패션, 런웨이, 시즌에 집중하기 때문에 그나마.

blanca 2011-05-23 10:20   좋아요 0 | URL
아, 보그! 저도 사실은 패션잡지를 참 좋아했어요. 심 대부터. 이뻐서요. ㅋㅋ 잠깐 나왔던 탑모델이라는 잡지도 열심히 읽고. 그러나 저는 전혀 패셔너블하지 않지요. 코스모폴리탄은 이제 못 보겠어요. 연령대가 이제 안 맞는 것 같아요.엘르는 여전히 참 좋네요. 저는 언제나 쥬드님의 실물이 참 궁금합니다. 세련되고 이쁜 여인일 것 같아서요.

비로그인 2011-06-01 12:48   좋아요 0 | URL
저는 차갑고 부서질 것 처럼 생겼대요. 최근에 저를 본 사람이 그랬어요.
예쁘다거나 못생겼다보다, 이 형용사들이 더 좋았어요.

blanca 2011-06-01 21:49   좋아요 0 | URL
더 궁금해져요. 그리고 옆 사진을 봐도 선이 참 가늘고 섬세한 모습일 것 같아요. 갑자기 제가 쥬드 님한테 작업 거는 남자처럼 느껴집니다. ㅋㅋㅋ

다락방 2011-05-22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너선 사프란 포어란 말씀이십니까! 전 엘르 는 사본적이 없는데 생에 처음 사보게 되겠네요. 조너선 사프란 포어라뇨!!

blanca 2011-05-23 10:22   좋아요 0 | URL
락방님! 안 그래도 저 다락방님이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진도 어찌나 멋진지요. 흑백으로. 인터뷰 기사는 한 쪽 정도이지만 지면은 두 쪽을 할애했더라구요. 저는 정말 몰랐어요. 그가 매일 글쓰기를 그만두고 싶어할 줄은. 하여튼 아주 흥미롭고 좋았어요. 잡지에 형광펜으로 줄치며 읽어보기는 정말 처음입니다.

2011-05-23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23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23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23 2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5-23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잡지란게, '모든 모순, 대립, 한계가 한데 뒤섞여 있는 것' 이라는 정의에 딱 들어맞네요.
특히 ELLE는 말이죠. ^^

그런데 말이죠, 난 살 빼기 전에는 저런 잡지 안 볼거예요, 짱나요!
(앞으로 평생 못 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대리 만족을 못 하는 성격이니... 차라리 안 볼 밖에요. 하기사, 살 빼도 모델처럼 될 가능성은 없으니 결국 못 보겠네요. 잡지를 사지 않는게 그런 이유였나. 아하하.)

blanca 2011-05-23 22:02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사진으로 뵈니 날씬하시던데요. 이쁘고 날씬한 여자들 나온 장은 대체로 건너 뛴답니다. ㅋㅋㅋ
 

어제는 끼어들기를 못해서 직진만 하다 돌고 돌아 늦은 귀가를 했고, 오늘은 게으르게 붙잡고 있던 쿠오바디스를 조금씩 울며 마침내 다 읽었다. 무언가 아주 조그마한 것들을 꾸준히 하고는 있는데 큰 진전은 없다.

   
 

네로는 돌풍처럼, 천둥처럼, 불길처럼, 전쟁처럼, 그리고 역병처럼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져갔다. 그러나 베드로의 대성당은 지금도 바티카누스 언덕에서 로마와 온 세계를 굽어보고 있다.  

예전의 까페나 성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조그만 성당이 하나 서 있다. 성당 입구에는 닳아서 희미해지기는 했지만,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다. 

"쿠오 바디스 도미네(Quo Vadis Domine)."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네로의 핍박으로 로마를 떠나는 길에 환영처럼 만난 그리스도에게 베드로는 이 질문을 던진다. 그리스도는 서글픈 음성으로 대답한다. 네가 내 어린 양들을 버렸으니 또다시 십자가에 못 박히기 위해 로마로 간다. 베드로는 자신이 던진 질문에서 답을 얻고 로마로 돌아가 순교한다. 

이 소설은 네로의 폭정 시대를 배경으로 젊은 두 남녀의 사랑과 기독교인들의 순교를 오버랩시키고 있다. 작가 헨릭 시엔키에비츠는 그리스도교 이념을 담은 대서사시를 쓰고자 하는 의도에서 출발하여 로마를 다섯 차례나 직접 방문하고 수많은 관련 문헌들의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1세기의 로마를 역동적이고 생생하게 복원해 낸다. 흥청망청 벌어지는 귀족들의 연회, 원형경기장에서의 잔인한 학살 들의 묘사는 활자를 뚫고 생동하는 이미지들과 윙윙대는 소리들로 재연된다. 볼 수 있는 것들과 볼 수 없는 것들을 언어로 형상화해 내는 작가의 힘은 교묘하게 숙달된 요령이나 눈속임이 아니라 온몸을 던져 그 시대인들과 인간 그 자체에 천착한 진정성과 열정에서 나왔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소설은 쿠오 바디스 도미네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러시아, 프로이센, 오스트리아에 분할 점령을 당한 조국 폴란드에 작가가 보내는 눈물어린 연서였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로마의 귀족 비니키우스가 사랑하게 되는 여인 리기아와 그녀를 보필하는 장사 우르수스는 간접적으로 폴란드인들을 대표하고 있다. 슬픈 대단원의 막을 내리면서도 두 젊은 남녀의 사랑을 이루어지게 한 것은 작가가 죽는 순간까지도 그리워하며 염원했던 폴란드의 독립에 대한 희망적인 메시지였다. 죽고서야 독립된 조국으로 귀향하게 되는 그와 불타는 로마를 등지지 못하고 끝내 돌아서서 눈물로 순교하는 베드로의 모습은 하나로 겹친다.  

<쿠오 바디스>를 결국 읽고야 말게 한 그녀는 이제 더이상 눈물 흘릴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 책 참 재미있다, 언니."라고 말했던 소녀는 이제 웨딩드레스를 입는다. 그 날 나도 너도 울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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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5-20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처음으로 블랑카님 서재에 1등으로 추천하는 동시에 댓글을 달아보네요 ^^
<쿠오바디스>.. 영화 이름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네요,
집에 소장하고 있는데 아직 안 읽어봤어요, 요즘 모 출판사 독서모임 때문에
민음사 세트가 점점 잊혀져가고 있네요,,^^;;

stella.K 2011-05-20 22:08   좋아요 0 | URL
캬~! 동시에 쓰고 있었군요. 시루스님과 3분 차이라는!ㅎㅎ

blanca 2011-05-21 09:50   좋아요 0 | URL
시루스님, 집에 있으면 꼭 읽어 보세요. ^^ 아, 그 모임이요! 후기를 매번 참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저는 세 출판사를 번갈아 가며 중구난방으로 책을 사서 그런지 책꽂이가 좀 지저분해지기는 하네요. 각 판형들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여하튼 요새 참 번역이 성의있고 좋아진다는 고마움이 있긴 합니다. 학창시절 중역본, 일역본 읽으며 그게 다인 줄 알았던 시간들이 억울할 만큼요.

stella.K 2011-05-20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민음사의 저 책들이 좀 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왠지 손이 안 가요.
모르긴해도, 저 판형으로 20년은 족히 버티고 있는 중인 것 같은데...
저는 이 작품을 책으로 못 읽고 영화로 봤는데 정말 장대한 스케일이더군요.
놀라운 건, 작가가 어떻게 등장인물 100명을 다루고 있을까 하는 거죠.
동생이 결혼하는가 봅니다. 축하할 일인데, 울기는...^^

blanca 2011-05-21 09:52   좋아요 0 | URL
ㅋㅋ 민음사 판형이 손으로 들고 보기가 힘든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자꾸 접혀서요. 제본만 놓고 본다면 열린책이 사철 방식인가 해서 참 좋긴 하더라구요. 대신 글자가 너무 빽빽해서 눈이 아파요. 아, 스텔라님 사촌동생이구요. 너무너무 잘 된 일인데 가장 기뻐해 줄 이모가 돌아가셨어요....어린시절 한 동네에 살아 이모한테 참 투정도 많이 부리고 정작 이모한테 해 드린 것도 없는데...회한이 많이 남아요.

stella.K 2011-05-21 10:27   좋아요 0 | URL
아, 그랬군요.
그러면 신부가 정말 많이 울텐데...
블랑카님께도 특별한 분이셨을 것 같구요.
그래도 울지 마시고, 동생 분 잘 보내 주세요.
나도 눈물이 나려고 그러네. 안 되는데...

프레이야 2011-05-20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운전 초보이신가요? 직진만 하시다 뱅뱅 돌다에 웃음이 그만(죄송ㅋ)
웨딩드레스 입던 날 흘렸던 눈물이 지금도 생생해요.
그 이후로도 남의 결혼식 풍경만 봐도 이상하게 눈물이 나요.
저 책을 권해주셨던 그녀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참, 책 담아가요. 늘 매력적인 페이퍼~~

blanca 2011-05-21 09:54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운전한지 만 두 달 됐어요. 에피소드 모으면 유머집 반 권 분량은 된답니다. ㅋㅋㅋ 어제는 기름 넣고 왜 기름 넣었는데도 변화없냐고(그 계기판) 그랬더니 시동을 켜셔야죠! 그러더라구요--;; 끼어들기 하려다 다 안 껴줘서 직진 해서 엄청 돌고 돌아 집에 왔어요. 아이는 잠들고. 참 기분 안 좋더라구요. 바보가 된 기분이었어요. 퇴근시간까지 겹쳐서 난리도 아니었답니다.

... 2011-05-20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쿠오바디스>를 영화로 봤어요. 매년 성탄절에 <나 홀로 집에>에 버금갈 만큼 단골tv프로로 등장하잖아요. 영화도 감동 장난 아니었는데, 소설도 그렇군요. 나중에 작가가 폴란드 사람이란 걸 알고 의외다 싶기도 했어요. 이 책들을 보관함으로 얼른 보내야겠군요!

blanca 2011-05-21 09:56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저는 정작 영화를 못 봤네요. 찾아 봐야겠어요. 강추합니다. 브론테님 딱 좋아하실 것 같아요. 번역도 완전 유려하고. 저도 작가가 폴란드 사람인 걸 이번에 알았어요. 감동적이더라구요. 죽는 순간까지 폴란드 독립을 위해 모금 활동을 하고.

순오기 2011-05-21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발이 성성한 베드로가 '쿠오 바디스 도미네' 하던 장면은 보고 또 봐도 눈물이 났어요.
리지아역의 데보라 카가 입었던 연보라빛 드레스와 흰드레스가 오래도록 눈에 밟혔어요.
폴란드 작가의 독립 염원이 담긴 작품이었군요.
영화제목은 '쿼바디스'였지요. 이 영화와 십계, 벤허, 사운드 오브 뮤직 등등 정말 수없이 봤는데~

웨딩드레스를 입은 동생과 눈물 흘리지 말고 예쁘게 웃어요!!^^

blanca 2011-05-21 09:58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아, 책에도 그 드레스 색깔 나오는데. 데보라 카! 저는 왜 이 영화를 보지 못했을까요. 참 아쉽네요. 그리고 저는 순오기님의 그 생생하게 중요한 것들을 기억하시는 능력이 참 부럽답니다. 저는 항상 무언가 희미하고 불확실해요. 특히 영화는요. 감사합니다. 사촌동생의 결혼인데 배의 축복을 기원하고 싶어요.

양철나무꾼 2011-05-21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께,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끝은 창대하리라...이 경구를 읽어드릴 밖에요.
저도 아주 무언가 조그만 일들을 하고 있는데...진전은 없어도 좋으니 퇴보만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적어도 퇴보를 나이 탓으로 돌리는 일만은 없었으면 좋겠어요~ㅠ.ㅠ

blanca 2011-05-23 10:15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 그렇겠죠? 저도 슬슬 나이라는 것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되네요. 변명거리인데. 요새는 도통 제가 제 자신을 잘 못 믿겠습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잘잘라 2011-05-21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이지 인생은 짧고 읽고싶은 책은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도 많아요. ㅜㅜ

blanca 2011-05-23 10:16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 제가 맨날 하는 생각이에요. ㅋㅋㅋ 그리고 저희 아버지 얘기 들으니 노안이 와서 읽기도 힘드시다고 하더라구요. 눈이 그래도 제 기능할 때 바짝 읽어 둬야 할 것 같아요.

pjy 2011-05-22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날은 쪼금씩만 울고, 환하게 웃어요~ 좋은날이잖아요*^^*

blanca 2011-05-23 10:1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어제도 묘하게 사촌동생 꿈을 꿨네요. 활짝 웃을게요.

노이에자이트 2011-05-22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명하지만 실제로 읽은 사람들은 드문 고전들을 독파하는 블랑카 님. 쿠오바디스! 잘 했습니다. 혹시 읽어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시엔케비치의 단편 '등대지기'는 폴란드어를 사용 못하게 된 한 많은 어느 폴란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니 한번 읽어보십시오.

blanca 2011-05-23 10:17   좋아요 0 | URL
노자님! 제가 안 그래도 그거 읽으려고 폴란드 대표 소설 단편집 주문했답니다. 교과서에 실려 있다면서요. 내용이 너무 낭만적이라 꼭 읽으려고 별렀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5-23 17:51   좋아요 0 | URL
그 단편 읽으면서 리투아니아와 폴란드의 미묘한 관계도 공부해 보십시오.

마녀고양이 2011-05-23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 영화로 볼 때 참 감동스러웠어요.
아직도 눈앞에 삼삼한걸요. 그래서 책도 샀어요! 하지만, 당근 아직 못 읽었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blanca 2011-05-23 21:59   좋아요 0 | URL
아, 마고님도 보셨군요. 이거 한 번 인터넷에 있나 찾아 보고 챙겨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