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조지 오웰 지음, 한기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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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는 기묘한 책이다. 읽어보지 않고도 책 속 그 누구도 보지 못한 감시자 '빅 브라더'는 대부분 알고 있으니 말이다. 조지 오웰의 예언적 디스토피아라는 말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거의 1세기 전에 출판된 이 책은 개인 정보, 온라인 검색 알고리즘 추적이 일상화된 2026년에 읽어도 전혀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현재적이다. 


종이 위에 뭔가를 기록한다는 것을 결정적인 행위였다.

-pp.15

첫장면에서 주인공 윈스턴은 모든 행동을 감시하는 텔레스크린을 등지고 일기를 쓰고 있다. 오세아니아라는 전체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는 그는 핵심당원 오브라이언이 자신과 당에 반하는 무언의 가치관을 은밀히 공유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오세아니아는 상시 전쟁 중이고 그 상대는 유라시아나 동아시아와 어디여도 상관없다. 여기에서 전쟁은 잉여 물자를 처리하고 사회적 긴장감을 만들어 체제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으로 기능한다. 당은 '과거를 통제하는 자가 미래를 통제하며, 현재를 통제하는 자가 과거를 통제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실제 끊임없이 과거의 역사를 편의에 맞게 갱신하고 있고, 그 일에 윈스턴은 연루돼 있다. 알지만 알지 못하는 것의 이중사고는 사상으로 저지르는 반역조차 엄벌에 처하는 이 가상의 전체주의 국가 시민이라면 누구나 받아들여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상의 사고방식이다. 그들은 "2 더하기 2가 4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를 박탈당한다. 


유부남이었던 윈스턴은 사상경찰이라 의심했던 젊은 여성 줄리아와 금지된 사랑에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든다. 그들의 밀회의 장소가 됐던 곳에서 체포된 이후 그는 자신의 사상적 동료라 믿고 의지했던 오브라이언에게 고통스러운 고문을 당하며 결국 지배적 당론에 자신의 의지와 반해 항복하게 된다. 조지 오웰은 인간이 육체적 고통 앞에서 얼마나 비겁해질 수 있는지를 읽기 고통스러울 정도로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결국 이 끝에서 자신이 추구했던 이상이나 이상적 가치를 내던지고 연인까지 배신하게 되는 윈스턴의 전락은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면서 어쩔 수 없이 타협하게 되는 것들에 대한 하나의 예처럼 느껴질 정도로 현실에 맞닿아 있다.


'최후의 인간'이 되기를 희망했던 윈스턴이 우리가 숱하게 접해왔던 현실을 뛰어넘거나 영웅이 되는 주인공 서사에 대한 기대를 보기 좋게 꺾어 버리는 장면은 서글픈 현실의 축도이기도 하다. 여기에 낭만적이거나 로맨틱한 반전은 없다. 이 건조하고 잔인할 만치 인간의 위선과 위악, 유약함을 증언하는 거친 이야기 사이 윈스턴이 이따금 회고하는 어린 시절 가난한 어머니와 여동생과의 슬픈 삽화는 윈스턴이 결국 그 최후의 인간이 되지 못한 하나의 애조 띤 복선으로 자리한다. 조지 오웰이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 갈피짬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사랑을 바랐지만, 서로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없을 만큼 배고팠던 어린 시절을 가진다는 게 그 사람의 성장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게 되면, 삶은 결국 정치 행위와 동떨어져 얘기될 수 없다.


더는 책을 읽거나 스스로 온전히 처음부터 끝까지 글을 쓰는 것이 일상이 되지 않는 시대에서 단어를 폐기함으로써 사고를 제한하는 이 디스토피아가 가지는 무시무시한 위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장 좋은 책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말해 주는 책"이라는 문장은 조지 오웰의 1984가 그 전범이 됨을 보여주는 말 같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은, 인간에게 자유는 그 무엇보다 근원적인 존재 기반이 된다는 것, 그럼에도 여전히 읽고 쓰는 일은 그 존재의 무게추가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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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인간, 동물, 기계 - 기술과 은유,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찾아서
메건 오기블린 지음, 최지숙 옮김 / 갈마바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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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도착한 로봇개로부터 출발하여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까지 뻗어나가는 현대의 AI 기술, 그 속에 만연한 은유, 인간 존재의 의미를 찾아나가는 방대한 여정이 개인의 서사와 만난다. 최첨단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존재의 본질을 뚫고 들어가는 기념비적 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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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 주연의 <맨 끝줄 소년>의 원작은 스페인 작가 후안 마요르가의 동명 희곡이다. 고등학교 문학 수업 시간에 제출한 학생의 과제 내용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제 관계의 이야기 원작은 넷플릭스 드라마에서는 최민식이 대학 교수로, 그에게 작문 과제를 제출하는 학생은 같은 대학의 공대생으로 변주되고 작문 내용 또한 조금 더 극단적인 상황으로 드라마틱하게 각색됐다. 맨 끝줄에 앉은 소년이 친구의 집에 들어가 그 가족을 향한 관찰과 관음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게 되는 기본적인 설정은 같다. 이 이야기의 전개에 집요한 호기심을 가지게 되는 교사의 욕망과도 미묘하게 얽혀 있다. 모두 각자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만든 타인의 삶의 서사는 그 진실성에 있어서도 흔들리는 기준이 교차하고 빗나간다. 각자의 진실은 각자의 몫인 동시에 모두의 욕망을 반영한 기만과도 만난다. 드라마도 희곡도 탄탄한 서사와 묵직한 메시지가 각기 다른 색채로 공명한다.

















죽어가는 태양으로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기 위해 자살 임무를 떠맡게 된 전직 과학 교사가 다른 항성계에서 조우한 외계인과 친구가 된다면, 그는 과연 지구에 영웅이 되어 돌아올 것인가? 모두가 열광하는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이 질문을 시종일관 강력한 에너지로 끌고 가는 이야기다.



이렇게 애정이 가는 외계인 캐릭터를 만들어낸 앤디 위어는 분명 특별한 작가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보통 연상하는 괴이하고 공격적이고 소름 끼치는 외계 종족 같은 건 여기에 없다. 외계인 로키는 착하고 귀여운 츤데레 스타일이다. 결국 주인공이 하게 되는 선택에도 외계인 로키는 생각보다 더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맨 끝줄 소년>에서 헤르만 교사가 좋은 결말이라 이야기했던 "필연적이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거. 그럴 수밖에 없으면서 반전이 있는 거."에 정확히 부합하는 엔딩이 인상적이었다. 왜 이 소설이 이렇게나 많은 사랑과 대중적 인기를 얻었는지 설득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맨 끝줄 소년>의 교사가 이 소설을 봤다면, 그런 결말을 써냈다고 칭찬해줬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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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헤일메리 (알라딘 리커버 특별판) 앤디 위어 우주 3부작 알라딘 리커버 특별판
앤디 위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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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의 가장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도비였던 것처럼 헤일메리도 외계인 로키가 다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결말은 처음이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행복, 행복!을 외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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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시대의 종말
비비언 고닉 지음, 홍한별 옮김 / 엘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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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때는 온 세상이 사랑을 믿었다"는 비비언 고닉의 첫문장이 아니다. 이 책의 비범함은 여기에 있다. 케이트 쇼팽, 진 리스, 윌라 캐더, 카버, 헤밍웨이를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그들의 사랑 이야기가 오늘날에는 공명할 수 없는 바로 그 지점을 기습해서 타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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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7-08 1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1020세대들은 과거와 달리 연애 자체를 잘 안한다고 하네요.그런면에서 본다면 현대는 책 제목대로 연애시대의 종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blanca 2026-07-08 20:11   좋아요 0 | URL
비비언 고닉도 이제 더는 연애가 구원의 서사가 될 수 없는 시대라고 이야기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