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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관계라는 것은 알면 알수록 다층적이고 가변적이고 복합적이다. 한 마디로 단정짓기도 일반화하기도 어렵다. 분명한 것은 어떤 역학 관계라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구태여 갑과 을이라는 구도를 떠올리지 않아도 그렇다. 힘의 균형이 어느 한 쪽으로 많이 가 있을수록 그 관계가 건강한 지속성을 가지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은 쉽다.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지만 그것 또한 관계와 자아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기반한 얘기가 아닐까 싶다.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결국 져 주는 사람이다. 이것은 더 많이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애초부터 그런 관계로 상대를 포용하기로 설정한 불균형에 다름 아니다. 끊임없이 배신하는 연인을 언제나 받아주며 더 많이 사랑하기 때문이라 자위하는 것은 그런 드라마에 중독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한 역할에 대한 심리학적 용어가 이미 있었다는 것이 놀랍다. '인에이블러(Enabler)'다. 
















표면적으로는 '조력자'인데 이러한 의존 관계가 결국 도움을 받는 사람의 성장과 삶까지 망친다는 통찰은 놀랍다. 저자 스스로를 '인에이블러'로 칭한다. 네 아이의 엄마이자 우울증을 가진 배우자의 아내로 그녀가 해왔던 역할은 그들의 우울감, 분노를 받아주고 흔들리는 상황에서 의사 결정을 대신해 주고 여러 부정적인 상황의 방패막이 역할까지 떠안는 것이었다. 특히 이러한 역할이 사회적으로 결혼한 여자에게 기대하는 이상주의적 기대와 겹친다,는 지적은 기억할 만하다. 바쁜 남편을 대신해 자질구레한 일상의 대소사를 처리하고 아이들을 학교, 학원으로 실어나르고 교사에게 아이의 지각 이유까지 대신 변명하며 뒤치다꺼리를 하는 아내, 엄마의 모습은 여기에서 얘기하는 '인에이블러'의 초상이다. 그런데 이러한 조력자의 역할이 결국 그 의존 관계에서의 상대가 실제 삶의 여러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상대하며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통찰과 성장의 저해가 된다는 것은 우리가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운 대목이다. 상대를 위해서 한 행동이 결국 상대에게 방해가 됐다는 자각은 저절로 오기 어렵다. 나는 너를 위해 이렇게 했는데 너는 더한 것을 요구하고 그간 내가 주었던 것들까지 부정한다는 상황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서늘해진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부부 관계, 부모자식 관계에서 이러한 비극적 역학이 발생한다. 그것은 삶 그자체가 문제가 없이 완벽할 수 있다,는 헛된 믿음에서 비롯된 부분이 크다고 한다. 그러한 완벽한 삶을 선사해 주고 싶은 마음이 사랑이고 그 지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당연히 팔을 걷어 부치고 해야 한다,는 믿음은 결국 나도 상대도 그리고 그 둘의 관계도 파괴하게 되는 맹신이다. 


자신의 생애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소재로 독자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저자의 설득력은 기대 이상이다. 나도 나와 가족들과의 관계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저도 모르게 인에이블러가 되었던 적도 그 상대가 되었던 적도 있다는 깨달음은 명치를 가격당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내가 속해 있는 원가정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과 아직 단단하지 않은 내 자존감의 허약한 지점과 연결되어 있다는 앎 또한 그랬다. 결국 내가 내 자신에게 가진 사랑의 양 만큼 상대에게 사랑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는 공허한 것이 아니었다. 낮은 자존감으로 연결된 관계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 삶이 그 어떤 고난, 상실, 고통 없이 완벽할 수 있다는 유아적 믿음에 매달리는 한 인간의 성장은 불가능하다. 잘 사는 삶은 삶 자체의 모순과 그 불완전함과 변화를 포용하려는 그 기꺼움에 기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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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0-01-09 15: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lanca님 늦었지만 새해 복많이 받으셔요^^

blanca 2020-01-10 08:0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카스피님도 건강하시고 행복한 2020년 되기를 바랍니다.
 
한낮의 우울 - 내면의 어두운 그림자 우울의 모든 것
앤드류 솔로몬 지음, 민승남 옮김 / 민음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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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실을 겪고 해거름이 지면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심장이 따갑고 쓰렸다. 둘숨마다 날숨마다 알알이 아팠다. 여지없이 해가 지면 그렇게 아팠다. 물속에 빠져 영원히 허우적댈 거라 생각했는데 삶이란 놀라웠다. 1년의 시간이 흐른뒤 나는 박차고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나는 그때 겨우 아홉 살이었다.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적도 있지만 나는 지금도 그때를 돌이켜 보면 그 어떤 영웅적인 행위보다 그러한 상실을 이겨낸 조그만 내가 대견하다. 그대로 가라앉을 수도 있었다. 회복기제나 계기가 어떤 것이었을까? 정확히 답할 수 없다. 거기엔 어떤 신비한 요소가 분명 있었다. 삶의 골목마다 많은 사람들이 앓았다. 잘 해낼 것 같은 사람도 그렇게 보이지 않던 이들도 다 외부적인 계기든 내면적인 것이든 상실에는 주춤했다. 도저히 이겨낼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잘 해내는 사람도 많았다. 분명한 것은 누구나 삶의 지축을 흔드는 일을 경험하고 때로는 그것에 송두리째 무릎꿇기도 한다는 것. 그러한 일은 살아가는 일 자체에 내재되어 있었다. 유한한 삶 자체가 이미 상실을 전제한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은 이미 어떤 형태로든 상실을 경험하게 하는 모험일 것이다. 사랑하려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게 두려워서 시작도 안 한다면 그것 또한 삶 자체를 살지 않기로 결심하는 모순을 예고하는 것일 거다.

 

이 책은 사람을 아프게 하는 책이다. 동시에 성장시키는 책이다. 생명과 삶에 필연적으로 내재된 어두운 요소를 응시하고 파헤치고 해석하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이야기다. 지금 아픈 사람도 그것을 통과한 사람도 혹은 그런 사람 곁에 있는 사람도 아니 차라리 이러한 고통 자체에 대한 경험과 이해와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이 책은 반드시 읽을 가치가 있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이 우울증을 통과하고 그 우울증에서 걸어나온 이야기이기도 하고 우울증 자체에 대한 의학적, 사회심리학적, 정치적, 역사적 이해를 도모하는 개괄서이기도 하고 삶 그 자체에 대한 심오하고 철학적 이해에 대한 설득력 있고 현실감 있는 사례집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살면서 겪게 되는 숱한 상실, 해체, 붕괴를 균형감 있게 관조하고 그것을 자신의 삶과 어떻게 통합하여 걸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안내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고통의 역치는 개인마다 다르지만 누구나 저마다 보이지 않는 고통을 품고 자신의 삶을 살아내는 한 각자의 삶의 서사의 주인공이자 영웅이다. 이러한 단순한 깨달음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고통을 딛고 일어서면 타인의 고통이 보인다. 눈물은 안 흘리고 가면 편하지만 흘리면 그 눈물이 떨어진 자리에 빛나는 것이 남는다.

 

 

 

당신이 우울증을 겪으며 보내는 순간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못할 시간들이다. 그러니 아무리 기분이 저조하다 해도 삶을 지속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겨우 숨만 쉴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참을성 있게 견뎌 내면서 그 견딤의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그것이 내가 우울증 환자들에게 주는 중요한 조언이다. 시간을 꽉 붙들어라. 삶을 피하려 하지 마라. 금세 폭발할 것만 같은 순간들도 당신의 삶의 일부이며 그 순간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p.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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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9-27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블랑카님. 블랑카님의 리뷰도 너무나 좋은데 인용문도 참 좋네요.

blanca 2016-09-27 18:15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이 책에서 좋은 대목이 너무 많아서 그 부분만 다 체크해서 다시 읽기를 해도 한 권의 읽기가 될 정도였어요.

세실 2016-09-27 2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들숨마다 날숨마다 알알이 아프다는 표현이 제 가슴에 콕 박힙니다...전 제 상처를 애써 외면하는 편이거든요. 아닌척, 괜찮은척...
각자 삶의 영웅이란 표현 굿!

blanca 2016-09-28 12:36   좋아요 0 | URL
길을 걸어다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보면 예전과는 좀 다르게 보여요. 그 많은 상실, 결핍을 다 견뎌내고 저 나이까지 이른다는 게 그저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서요.

Conan 2016-09-27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작에 사놓고 아직 못읽은 책입니다. 빨리 읽어봐야겠습니다.

blanca 2016-09-28 12:38   좋아요 0 | URL
Conan님, 여러 다른 책과 함께 조금씩 천천히 읽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중간 이론적인 부분은 조금 지루한 대목도 있지만 다 읽고 나면 책을 읽는 일이란 이런 거구나, 하는 묵직한 느낌이 오더라고요...

clavis 2016-09-29 0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 친구가 해 준 말..어두울 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줄 알았는데 어둠안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서서히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더래요 그러면서 그 사람의 아픔을 함께 느낄 수 있게 되더라고..blanca님의 글을 읽으니까 떠오르네요
 
나는 몇 살까지 살까? - 1,500명의 인생을 80년간 추적한 사상초유의 수명연구 프로젝트
하워드 S. 프리드먼, 레슬리 R. 마틴 외 지음, 최수진 옮김 / 쌤앤파커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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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모 방송국에서 다룬 배우 김태희 스페셜을 보게 되었다. 워낙 예쁘고 게다가 똑똑하기까지 한 배우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작 눈길을 끈 부분은 지독한 성실성이었다. 힘들게 얻은 여가시간에도 가녀린 체구로 남자들도 감당하기 힘든 운동량을 소화해내며 자기 관리를 하는 모습, 다른 스텝들은 다 쉬고 있는데도 혼자서 대본을 분석하고 있는모습 들은 적어도 연기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주변인들은 심지어 그녀가 화장실에 가서도 정말 열심히 일을 볼 것이라고 장담했다.  

고통 총량의 법칙을 믿고 싶었다. 누구나 삶에 있어 겪어야 하는 고통의 양은 한정되어 있어 대체로 전반기가 불행한 사람은 후반기가 안정되는 식이라는 어느 역술가의 말을 주변 사람들에게 응원용으로도 자주 해주었었다. 나에게 하고 싶은 얘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그건 하나의 자기기만적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든 것을 가지고 태어난 듯이 보이고, 특히나 성실성까지 겸비한 그녀는 안정되고 행복한 노년과 장수를 누리게 될 확률이 높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스탠퍼드 대학 교육학과 터먼 교수가 캘리포니아의 도시 학교에 다니는, 1910년 전후에 태어난, 총명한(지능지수 135이상) 소년소녀 1,500명을 선발해 진행한 터먼연구는 낯이 익다. 하버드대학 성인발달연구소장 조지 베일런트가 이미 하버드 법대생, 보스턴 이너시티 집단과 함께 비교대조하며 행복한 노년의 청사진을 그려내려 했던 <10년 일찍 늙는 법 10년 늦게 늙는 법>에도 나오기 때문이다. 터먼 교수의 연구는 이 책에서 저자가 그 총명한 아이들이 성장하고 늙어 마침내 죽어 남긴 확실한 마침표(사망증명서)들을 수집하면서 수명연구 프로젝트에 활용된다. 영특했던 아이들은 대공황, 세계대전 들을 겪으면서 다양한 직업군에 소속되며 부침을 거듭하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삶의 무대에서 퇴장한다. 요절한 이도 있고 백수를 누린 이도 있다. 유년 시절 면담 기록 등을 통하여 과연 어린 시절의 성품이 수명과 의미있는 상관관계를 지니는 지에 대하여 주목하며 프로젝트의 문은 열린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모습을 보며 장수 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는 유의미한 결론을 얻게 된다. 그 변수는 활달함이나 사교성도 아니고 바로 '성실성'이다. 이 성실성은 꾸준히 삶의 경로를 좌지우지한다. 성실한 아이들은 위험한 상황을 되도록 피하고 건강을 관리하며 좋은 인간 관계,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며 더욱더 안락하고 유쾌한 삶의 경로를 스스로 그려 나가게 된다. 여기에는 삶에는 사실 예외적이고 돌발적인 우연적 요소보다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사항들이 더 많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파란만장한 삶도 기실은 충동적이고 파국론자적인 성향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는 뉘앙스다.  

   
  새해나 생일날에 죽어도 못 지킬 결심을 하기 전에, 당신이 과거에 어떠했는지 꼼꼼히 돌이켜 보라. 우리가 발견한 바에 따르면, 세월이 흘러도 한 사람의 활동패턴은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시각에는 위험한 함정이 있다. 잘난 사람이 윤택하고 건강한 삶을 그것도 오래 누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의 일종의 계층 고착화에 대한 용인이 비집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자신의 일에서 성공한 지도자가 장수도 누리더라,는 얘기는 은근히 아니꼽다. 그러나 그것의 비늘을 살살 벗겨내면 삶과 자신을 존중하고 대우하는 기본적인 성실성에 대한 독려도 얻어 낼 수 있다. 또한 타인과의 관계에서 유대감과 고마움을 느낀 사람이 가장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실제 타인을 돕기 위해 행동하고 주는 관계를 가진 사람이 행복하고 오랜 삶을 누렸다는 얘기는 사회적 관계망에 대한 우리의 시선을 바꿀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인간과 인간이 만나는 것은 감정을 교류하고 서로 소통하는 지점에서보다 '내'가 정작 눈앞의 '너'보다 '누군가'를 위해 내 시간과 내가 가진 물질을 희생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때에 비로소 가능하다는 통찰이다. 꼭 오래 살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잘' 살기 위한 하나의 예리한 지적 같아 인상깊었다. 

건강하게 오래 '잘' 사는 것은 아무리 도리질을 쳐도 누구나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입밖에 차마 내놓고 말하지 못하는 고픈 꿈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생의 의지다. 그 욕망을 부끄럼없이 꺼내어 놓고 공론화한 점, 그리고 그것이 기본적으로 결국 자신의 몸과 마음과 주어진 시간을 제대로 대우하고 존중하는 데에서 출발함을 얘기한 것이 이 책의 더없는 강점이기도 하고 진부한 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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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1-04-05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살고 싶어요.
그렇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요.
자신의 몸과 마음과 시간을 제대로 대우하고 존중하는 데서 출발하는군요.
진부한 말이지만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말이네요.
역시 모든 건 기본에서부터인 것 같아요.
블랑카님, 좋은 하루!!
여기 아파트공원에 벚꽃이 제법 피었어요. 주말엔 만개할 거라는데요^^

blanca 2011-04-05 10:15   좋아요 0 | URL
오늘 아이들 데려다 주는데 정말 '봄'이 막 마구 느껴졌어요. 우아, 프레이야님의 그곳엔 벌써 벚꽃이 핀 거예요? 팝콘 같은 벚꽃! 벌써 설레면서 막 기다려집니다!

반딧불이 2011-04-05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의 내용이 은근히 계몽적인 것 같아요. '은근히 아니꼽다'는 말씀을 읽으면서 블랑카님의 반항정신이 살짝 보이는 듯해서 혼자 웃어봅니다.

blanca 2011-04-05 21:36   좋아요 0 | URL
반딧불이님이 제대로 보셨네요^^;; 제가 은근히 좀 그렇답니다.--;;

책가방 2011-04-05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뉴스에 나왔더군요.
종교인의 평균 수명이 가장 길고, 상대적으로 연예인은 그에 비해 단명한다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성실함이 장수의 비결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blanca 2011-04-05 21:38   좋아요 0 | URL
오늘 인터넷에 책가방님이 말씀하신 기사가 떴더라구요. 오래 살고 싶다는 욕심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니 그런 욕심이 막 생기더라구요.

2011-04-05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05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06 15: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06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몰입의 즐거움 - 개정판 매스터마인즈 1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지음, 이희재 옮김 / 해냄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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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발달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과 관계는 대체로 순환성을 갖는다. 처음에는 결과였던 것이 나중에는 원인으로 작용한다.-93쪽

원만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비결이 무엇인가에 대한 글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내용은, 식구 하나하나의 정서적 안정과 성장을 뒷받침하는 가정에는 두 개의 거의 상반된 특성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원칙과 자발성, 규율과 자유, 높은 기대와 무조건적 사랑의 공존이다. -118쪽

그 사람이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가를 알아내려면 본인의 선택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선택에 대해서 그 사람이 내리는 판단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을.-121쪽

무질서로 나아가려는 흐름은 고정변수나 다름없다.-148쪽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개인 의식이 죽고 난 뒤 어딘가에 보존되든 아니면 깡그리 사라지든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나라는 존재가 전체 현실을 구성하는 씨줄과 날줄의 일부분으로서 영원히 남으리란 것이다.-1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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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2-08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이 책이 추천도서 목록에 눈에 띄어서 읽어본 적이 있는데 읽는데 쉽지가 않더라구요.
간만에 이 책 재독해봐야겠습니다. ^^;;

blanca 2011-02-08 21:17   좋아요 0 | URL
우연히 서점 갔다 보고 언젠가 읽으려 했다는 기억이 나서 읽게 되었어요. 뻔한 소리들이라고 생각하면 집중이 안 되지만 그래도 '그래야 한다'는 얘기를 논리정연하게 또 실감 있는 목소리로 듣다 보니 기억할 대목들이 참 많았답니다.

2011-02-10 0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10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다우어 드라이스마 지음, 김승욱 옮김 / 에코리브르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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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기억의 총합이다. 적어도 마침표 앞에서는 그렇다.
나는 눈을 감는다. 그리고 나에 대한 기억은 남는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지금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기억 안에  온전하게 가둘 수는 없다. 손에 잡힐 듯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추억들도 사실은 수많은 틈새를 자의적으로 메우고 바랜 지점을 덧칠하여 꺼내 보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 기억은 허술하다. 그리고 방약무인하다. 죽을 때까지 기억하고 싶은 그 사람의 눈매는 흐릿해지고 맨홀에라도 던져 봉인해 버리고 싶은 그때의 수치스러운 장면은 제멋대로 떠올라 밤잠을 설치게 한다. 이 책에 인용되어 있는 체스 노테봄의 "기억은 마음 내키는 곳에 드러눕는 개와 같다"는 표현은 기억에 대한 기가 막힌 형상화다. 우리는 기억을 부릴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이 삶 전체가 응축되어 기억의 저장고에 도착했을 때 우리가 대면하는 허무함과 당혹감의 핵심일런지도 모른다. 결국 가장 힘이 센 것은 무자비한 시간의 화살촉이 과녁과 어긋난 곳에 꽂히자마자 떨어지는 기억의 부스러기들이고 가장 무력한 것은 그것을 보자마자 생의 뒷덜미를 붙잡히고 마는 우리다.  

네덜란드의 심리학자 드라이스마의 이 책은 기억의 오류와 비대칭성, 데자뷰, 죽음을 목전에 두고 목도하게 되는 삶의 파노라마, 삶의 진행에 대한 주관적 속도감 등에 대한 다양한 사례와 학설이 흥미롭게 제시되어 있고 저자가 때때로 조심스럽게 개입하여 그 균형점을 조율하여 주고 있다. 읽는 즐거움과 앎의 즐거움을 함께 가질 수 있다.  

갑.자.기. 기억이 되돌아온다.  

<내 이름은 김삼순>을 보며 나는 프루스트의 마들렌을 일부러 사서 먹어 보기도 했다. 작은 봉지에서 나온 조가비 모양의 엄지손가락 만한 빵은 기대와는 달리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파티쉐의 환상에 프루스트의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언급되는 어린 시절의 프티트 마들렌은 작은 소품 정도로 동원되었던 듯하다. 프루스트는 차에 케이크를 적셔 먹다 콩브레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되돌아옴을 느꼈고 나는 마들렌을 볼 때마다 건강하고 당찼던 삼순이를 떠올리게 되었다. 후각은 기억 저장에 필수적인 해마와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후각은 뇌와 특별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프루스트는 숙모가 그에게 주곤 했던 프티트 마들렌의 향을 음미함으로써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비내음이라는 것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비가 후두둑 듣고 무언가 끼쳐오는 그 한없는 비릿함과 그리움이 느껴질 때면 스냅 사진처럼 몇 장의 어린 시절 추억들이 되돌아온다. 후각은 그리움을 몰고 오는 감각인 것 같다. 가장 원시적인 감각을 통해 느끼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순수의 원형인 것인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질긴 상념에 불과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새로운 곳에 왔음에도 예전에 와본 듯한 묘한 느낌에 감싸이는 데쟈뷰에 대한 설명은 지극히 과학적이다. 그건 하나의 환각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잦은 데쟈뷰 현상의 경험은 병리학적으로 진단되어야 할 수도 있다고 한다. 특정한 형태의 정신분열증과 간질의 전조증상으로 환자들은 흔히 데쟈뷰 현상을 경험한다고 하니 이제 홍차를 찰랑이며 데쟈뷰에 낭만적으로 몸을 맡기는 사치는 자칫 위험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나이가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챕터에서는 기억이 시간 감각의 핵심임을 지적한다. 우리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휴가 주간에 시간이 전광석화처럼 휙휙 사라짐을 느낀다. 그런데 막상 직장에 복귀하면 벌써 날짜가 이렇게 됐어? 라고 하며 역설적인 반응을 보이게 된다. 내가 경험하는 시간은 정작 짧게 느끼고 회고하는 시간은 길게 느끼는 이 역설이 결국 삶의 진행 속도와도 닿아 있다. 첫사랑, 첫키스, 첫직장, 첫출산 등 수많은 처음으로 점철되는 이삼십 대와 중년 이후 노년기의 비교적 단조로운 시간들의 길이는 주관적으로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고여 있는 시간은 경험할 때는 길고 회고할 때는 더없이 짧아진다. 시간을 길게 늘이고 싶다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것들로 시간을 채우라는 저자의 조언을 기억해 두고 싶다. 새로운 시도들, 관계들이 쪼그라들면서 우리가 기억할 거리들도 덩달아 줄어든다. 기억할 거리들을 질러주는 무모함이 휙휙 지나가 버리는 시간의 뒷덜미를 조금이라도 움켜쥘 수 있는 방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여행도 더 많이 가고 사람도 더 많이 만나고 일도 더 많이 해서 차곡차곡 회상할 꼭지들을 집채처럼 모아두고 싶다. 자서전을 쓴다면 거의가 휘하게 뚫려 있다는 중년 이후의 삶들을 실팍하게 살찌우고 싶다는 치기를 부려 본다.    

죽음 앞에서 몇몇이 경험한다는 과거 삶의 파노라마의 향연은 결국 살아가는 일이 기억거리들을 쌓아두는 일이기도 하다는 얘기다. 내가 하는 말, 상대의 눈망울, 상대가 돌려준 말, 그리고 때로는 나의 눈물, 웃음 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차창 풍경처럼 뒤로 밀려나가고 있다. 잘 봐 둘일이다. 아무데나 드러누울지라도 그것은 나의 분신이기도 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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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1-07 2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잠자리에 누우려다가.

제 마음에 오솔길 같은 흔적을 남긴 영화, <미스터노바디/MR. NOBODY> 가 갑자기 생각나서 댓글 남깁니다. 삶, 기억, 선택.. 영화를 보고 제가 머리에 담아 둔 느낌들과 blanca님이 쓰신 글의 분위기가 왠지 꽤나 비슷해서 말이지요.. ^^

흠. 출근할때 종종 들리는 빵집의 계산테이블에는 마들렌이 늘 자리하고 있는데요. 아마 언젠가 나이가 들어 마들렌을 먹게 된다면 그 빵집에서 풍기던 냄새와 상냥한 점원의 이미지부터 온갖 기억들의 나열이, 그 시기의 삶의 단편들이 펼쳐질 것 같네요 ㅎ

마치 푸르스트의 그 구절처럼, 오래된 책 속에서 메모 하나를 발견하고 거꾸로 시간을 감듯 말이지요..

blanca 2010-11-08 21:00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그러셨군요. 미스터 노바디는 보지 못했지만 삶, 기억과 관련된 영화라니 반갑네요. 출근할 때 빵집을 들르시는군요. 저는 예전에 출장다니다 슬쩍 백화점 지하에서 처량하게 혼자 샌드위치 하나 사 먹곤 했었는데 ㅋㅋㅋ 그 땐 너무 고되서 그 여유도 참 고맙더라구요. 마들렌, 정말 진짜 같은 마들렌을 홍차와 한 번 맛보고 싶어요. 월요일 시작이 너무 고되지 않았기를 바랍니다...

마녀고양이 2010-11-08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은 절대적이지만, 또한 상대적이라고 하잖아요?
결국 나에게 느껴지는 시간만이 진짜이기 때문에, 상대는 어떻게 체감하는지 알 수 없다는 말인가봐요.

아이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보면,
지구 밖을 여행하는 조종사의 경우 빛의 속도에 근접할수록 늦게 늙는다고 하지만,
그것은 제3자의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거고, 결국 당사자들은 자신의 시간을 산다는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참........... 말로 표현하기 힘든 어떤 느낌을 받았는데. 장엄함? 머 이런거. ^^

아, 나두 이 책 읽어야겠다, 잼나겠어요~ 역시.

blanca 2010-11-08 21:02   좋아요 0 | URL
아인슈타인 상대성 이론 코스모스에서도 나왔던 것 같은데 결국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어요. 참 아름답고 신비한 이론이란 것은 알겠는데 쉬운 예시를 들어줘도 저의 굳은 머리로는 영 납득이 잘 가지 않더라구요.--;; 마고님, 이 책 꼬옥 읽으세요. 마고님 좋아하실 것 같아요. 잼나고 유익해요. 이런 거 연구하며 사는 것도 참 좋을 것 같아요.

2010-11-08 1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8 2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깐따삐야 2010-11-08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내음과 어린시절, 공감하면서 저는 마당의 샘에서 흘러나오던 세숫비누향도 추가요.^^ 후각이 몰고 오는 그리움. 코를 막고 음식을 먹으면 맛을 못 느끼듯 모든 감각에 앞서 가장 원천적인 모양입니다.

저는 점점 많이 버려야겠단 생각을 해요. 기억도 마찬가지로. 기억이 추억이 되는 건 노력이나 결심보다 어쩐지 우연의 요소가 많더라구요.

blanca 2010-11-08 21:06   좋아요 0 | URL
깐따비야님, 세숫비누향 하시니까 강신재의 <젊은 느티나무>가 생각났어요. 비누향 나는 오빠 얘기가 나왔었던 것 같은데...그죠. 자꾸 기억을 붙들고 맴도는 것 그게 바로 노화인 것 같아요. 앞으로 만들어 나갈 기억이 더 중요할텐데...저도 그러려고 하는데 잘 될지는 모르겠어요...

2010-11-08 2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8 2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oren 2010-11-09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는 어느 시인의 詩를 보고 난 뒤, 뭐든지 흐르는 것만 보면 '세월'을 느끼게 되는 이상한 계절적 mode에 빠져 지내는 요즘인데요.

오늘 아침 출근길에서 보게 된 낙엽들-나뭇가지에 붙어 있을 때만 해도 아침 햇살을 받아 너무 찬란하게 빛나 보이다가 휙~ 하는 순간 사정없이 아스팔트 위로 나뒹굴자 말자 휭하니 부는 가을바람과 함께 뒤섞여 억지로 빠른 춤을 추듯이 총총거리며 어디론가 휩쓸려 가던-의 마침 행진을 보며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몇 가지가 함께 떠올랐는데, 쌀쌀하고 쓸쓸한 날씨 만큼이나 인간 존재의 삶의 끄트머리를 겹쳐 떠올리지 않을 수 없더군요.

blanca님의 글을 읽으니 '흐르느 시간의 엇갈린 방향'을 서로 지켜보느라 너무 슬펐던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도 생각나고, 세네카의 '인생이 왜 짧은가'라는 책도 떠오르네요(세네카는 스토아학파 철학자답게 '철학'을 공부하면 짧은 인생을 길게 늘릴 수 있다고 강조하더군요.).

이 가을에 너무 잘 어울리는 너무 좋은 글이네요.


blanca 2010-11-09 17:06   좋아요 0 | URL
oren님 댓글이 시 같아요. 이 책에 영화 '아메리칸 뷰티'가 언급되어 있어요. 저는 보지 못했는데 봐야 겠다고 생각만 해 두고 있었는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도 함께 챙겨 보고 싶어집니다. 세네카의 좋은 책 추천도 감사합니다. 요즘 낙엽을 보면 갑자기 시간의 경과를 확 느끼게 되더라구요. 소멸의 계절이 오니 허무감도 밀려오고 그런 와중에 oren님이 바람에 휩쓸려 가는 낙엽들을 춤춘다,고 얘기하시니 또다르게 낙엽을 보게 될 것 같아 다행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oren의 발음이 오랜. 참 좋다,고 느꼈어요. 닉네임이 어떤 뜻인지 궁금해지네요^^;;

프레이야 2010-11-09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아무대나 드러눕곤 하는 기억을 되살려 다독이고 토닥거려주고 싶어요.
정말 그게 나의 분신이기도 한데 때론 그게 그리 미울 수가 없어요.
삶은 기억의 총합이니 분노한 개들의 총합이기도 하네요.
이럴수가 흑 ㅠ 명랑하고 행복한 개들의 총합이 되도록 기억을 잘 대해줄래요.
그동안 기억을 너무 홀대했어요.
블랑카님의 리뷰를 사랑하는 한 사람^^

blanca 2010-11-10 00:19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정말 갑자기 불현듯 엉뚱한 기억이 떠올라 회한에 젖어들 때가 있어요. 요즘은 더욱 그렇네요. 제가 기억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달았어요. 요새는 인간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그 무기력함을 많이 배워가는 중입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며 깨달아 가고 잃어가는 것들이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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