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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는 뇌 - 디지털 시대, 정보와 선택 과부하로 뒤엉킨 머릿속과 일상을 정리하는 기술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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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 멀티태스킹에 대한 강박 같은 것이 생겼다. 이를테면 컴퓨터로 글을 읽으며 핸드폰으로 유튜브 영상을 흘려 보거나 심지어 옆에 책까지 펼쳐 놓고 드문드문 읽는다. 집에서 밥을 혼자 먹을 일이 생겨도 그렇다. 티비를 틀어놓고 폰으로 자주 들어가는 까페에 올라온 글을 읽으며 먹는다. 온전히 밥만 먹거나 책을 읽거나 음악만 듣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면 일의 효율이 올라가느냐 하면 반대다. 주의 집중 기간은 짧아져서 끊임없이 두리번거리고 끊임없이 폰에 손이 가고 읽던 책을 덮었다 펼쳤다 하며 정작 처리해야 할 중요한 일은 깜빡하곤 한다. 이론적으로라면 멀티태스킹은 대단히 효율적이어야 한다. 한꺼번에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하니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나는 점점 산만해지고 건망증이 심해지고 마음이 산란해졌다. 무언가 하나에 진득하게 집중하거나 빠져드는 일이 어려워졌다. 이는 마치 교실에서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ADHD 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이 책은 적시에 왔다. 그리고 저자는 나의 이런 강박을 관찰이라도 한듯 즉시 진단을 내린다. 나는 뇌를 정리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정보의 과부하 속에서 어떻게 제대로 나에게 주어진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고 상황에 맞는 적절한 선택을 하며 주변을 정리해가며 잘 살 수 있는지에 대한 대단히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조언들이다. 당신도 나와 비슷하다면 지금 당장 여기에서 이 책을 읽는 게 좋겠다.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은 일들이 사방에 얽혀 나를 결박하는 것 같은 기분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보다 '1만 시간의 법칙'의 아버지 대니얼 레비틴의 이야기를 듣는 편이 훨씬 현명한 일이다. 이 책의 분량에 (552페이지) 이 책의 저자의 능력에 (그는 인지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이다.) 압도될 필요는 없다. 제목 만큼 간명하고 잘 읽히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쓴 책이다. 중언부언하거나 이미 다 알려진 발견들을 재탕삼탕하지도 않는다. 



▶멀티태스킹의 환상


<정리하는 뇌>의 핵심은 뇌의 한계를 이해하고 이 용량을 넘어서는 일을 구조화해서 외부화하자는 것이다. 애초에 멀티태스킹은 우리의 뇌의 신경생물학적 전화에 따른 필요 이상의 비용을 치루어야 하는 헛짓이라는 것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한 번에 한 가지씩의 일에 집중할 때 그리고 그 사이에 아무것에도 집중하지 않는 '백일몽 모드'를 허용하며 긴장을 풀 때 최대의 효율을 보일 수 있다고 한다. 뇌의 '주의 시스템'을 이해하면 현대의 정보 과부화 시대에서 우리가 지나치게 우리의 뇌의 능력을 과신하고 혹사하며 오히려 일의 능률과 삶의 질을 헤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지금 여기에 주어진 하나의 일에 집중하는 것이 두세 가지를 한꺼번에 처리하겠다고 나서는 것보다 훨씬 현명한 태도다. 



외집단에 대한 편견


'내집단.외집단 편향'에 관한 이론도 흥미롭다. 자기 집단에 소속된 사람들을 하나하나의 개인으로 파악하는 반면 외집단은  뭉뚱그려 하나의 덩어리로 폄하하여 매도해버리는 편향성은 우리의 뇌에 내재되어 있다고 한다. 기대와는 달리 종종 오류를 일으키고 결함을 노출하는 우리의 이 추론기계는 세계의 운명을 비극적인 전장으로 종종 변질시키고 있다. 타민족, 타국가에 위해를 가하고 침략하는 행위는 이와 같이 근본적인 우리의 신경학적 편향에서 비롯된 바도 크다. 이러한 것을 극복하는 것이 인류의 미래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 저자는 보고 있다. '너'를 미워하지 않으려면 인위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머리 아픈 결정


후반부에 이르러 어려운 의사 결정을 어떻게 현명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조언은 기억해 둘만하다. 자기가 실제 속한 집단을 기준으로 한 정확한 확률과 통계치를 신뢰하고 이를 기반으로 일종의 경우의 수를 조직화한 사분표를 작성해서 그 과정을 체계적으로 경험하는 예시는 현실에 바로 적용해볼 만하다. 특히나 가장 취약한 순간에 전문가 집단을 상대로 의사결정을 무비판적으로 위임하는 경우가 생기는 의료나 법률에 관련한 상황에 적극 활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조직의 효율적인 구성


수평적 조직 구성과 수직적인 조직 구성의 장단점을 어떻게 조직의 특유한 성격과 결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와 권한의 위임과 이를 둘러싼  리더의 의사 결정력에 대한 이야기는 비즈니스 세계나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이다. 성공적인 리더가 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과  하지 말아야 하는 하는 일의 경계의 균형점은 하급자들에게 '분별 있는 위험'에 자신을 노출시킬 수 있도록 독려하는 위기 조성과 맞물려야 한다고 한다. 그런 다음에야 그 조직은 정체나 퇴보가 아닌 지속 가능한 내일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남기는 조언...



가끔은 우주가 우리를 대신해서 이런 일을 해주기도 한다. 우리는 뜻하지 않게 친구, 사랑하는 애완동물, 사업상의 거래를 잃기도 하고, 세계 경제가 붕괴되기도 한다. 자연이 우리에게 준 뇌를 향상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상황에 기분좋게 적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경험에 비추어보면 내가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무언가를 잃어버렸을 때 보통은 그보다 더 좋은 무언가가 그 자리를 대신해 주었다. 낡은 것을 없애면 무언가 훨씬 멋진 것이 그 자리를 채워준다는 신념을 갖는 것, 그것이 바로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관건이다.

-p.552


듣고 싶은 이야기였다. 과학자가 해주는 인문학적 조언은 언제나 색다른 울림을 준다. 변화는 갈망할 때 오는 것이 아니다. 가장 아픈 상실을 겪을 때 그것의 빈 자리에 오는 것들의 와중에서 우리는 변한다. 아프고 힘들지만 가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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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 만병의 황제의 역사
싯다르타 무케르지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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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정중앙에는 자그마한 붉은 게가 상대적으로 커다란 '암'이라는 불길한 제목 아래 있다. 고대 그리스의 게를 뜻하는'카르키노스'는 암의 어원이 되었던 기억을 간직하기 위하여 다시 그것을 둘러싼 역사를 풀어내려 한다. 이것은 '암'의 전기를 표방하고 있는 책이다. 마치 암은 살아 숨쉬는 존재가 되어 연대기를 엮어 나갈 힘을 얻은 듯하다. 그래야 이 엄혹하고 처절한 '암'과 인간의 쫓고 쫓기는 싸움의 이야기는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질병은 삶의 어두운 쪽, 더 성가신 시민권"이라는 수전 손택의 이야기는 그녀 자신이 몇 번이나 실제 획득했던 것이기도 하다. 그녀는 그 어두운 자의 왕국에서 두 번이나 건강한 자의 왕국으로 넘어왔다 끝내 그곳에 다시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그것은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이야기이다. 싯다르타 무케르지의 이 책은 거기에서 바로 시작한다. 우리들 중 누구도 죽을 때까지 건강한 자들의 왕국에서 살 수는 없다. 죽어야 한다면 우리 자신의 성장과 노화에서 비롯된 그 필연적인 결과인 '암'과 조우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저자 자신이 바로 종양학자이자 실제 환자를 보는 의사다. 어느 날 세 아이의 엄마 칼라가 그 앞에 백혈병과의 사투를 예고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싯다르타는 암과의 싸움이 실제 이 혈액암에서 커다란 조언을 구하였음을 알고 있었다. 그에게 2004년의 칼라의 병은 1940년대 정력적인 병리학자이자 임상의인 시드니 파버가 백혈병 아이들을 구할 중요한 전환점의 중심에 있었던 정경을 떠올리게 했다. 그것이 글리벡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머나먼 여정을 돌아와야 했지만 여하튼 우리에게는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과거의 통로에서 이 에너지 넘치는 학자의 부활은 숱한 좌절에도 불구하고 분명 긍정적인 미래(이미 우리가 소유한 현재)를 예고하는 지점에서 빛난다. 이것은 정말 이야기다. 무기력하게 죽어가던 아이들을 부활시키는 그 힘으로 향해 절둑이며 걸어가다 심지어 그 자신도 암과 대치해야 했던 사람의 이야기로부터 그리고 그 사람과 아이들과의 사이에서 만들어지고 잊혀지고 기억되고 기념된 이야기들이 흘러가는 경로에 바로 '암'에 대한 불가사의한 이야기가 그 불가해한 성격이 드러난다.

 

암의 연대기는 비교적 우리가 숱하게 넘어지기는 했어도 적어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긍정적인 믿음을 가능케 했던 백혈병을 중심으로 서술되지만 그것이 그 전부를 포괄할 수 없다는 절망이기도 했다. 기원전 2625년경의 파피루스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그것은 이윽고 수술로 전부를 도려내는 급진적인 수술법 앞에서도 엑스레이, 보조화학요법, 표적치료 앞에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경로를 만들어 내고 부활하고 전이했다. 시드니 파버가 메리 래스커라는 정치적으로 기민하고 탁월한 로비 능력을 가진 매력적인 여성과 연합하여 미국 정부를 암과의 투쟁의 전면에 나서게 한 시간들이 블랙홀로 모두 빨려 들어갔다고 평가한다면 그것은 너무 냉정하고 아직 우리가 암을 모른다는 것을 중언부언하는 것에 지나지 않게 된다. 암은 투자한 노력, 시간, 열정, 좌절된 숱한 시도들의 총합 만큼 파악되고 정복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암'의 생존 방식은 우리의 그것과 너무 닮아 있고 철저히 우리에서 출발하여 우리에게 기대어 있기 때문이다.

 

암은 우리의 성장에 내재한 결함이다. 이 결함은 우리 자신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 우리는 우리의 생리작용에서 성장-노화, 재생, 치유, 번식-에 의존하는 과정들을 제거할 수 있어야만, 자기 자신에게서 암을 제거할 수 있다.

-p.510

 

그래도 적어도 암의 본질에 대한 천착은 그 깊이와 넓이가 분명 확장되고 있다. 암 유전자가 사람의 유전체에 있고 그것이 촉발되는 것도 제어되지 않는 것도 이미 저마다의 유전적 특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발견은 모든 암 유전체의 지도를 작성하는 것으로까지 나아가고 있다고 한다. 이 유전체 지도가 암의 정복과 동의어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이 과정에서 제어장치가 제거되고 미친듯이 폭주하는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의 경로를 효과적으로 방해할 방법에 대한 긴요한 힌트가 주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암세포로의 회귀는 결국 의학이 과학과 다시 친밀하게 소통하고 융합함으로써 반목하고 대치할 때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그것을 다룰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암의 성질과 역사, 그리고 그 과정에서 좁은 골방 같은 연구실에서 때로는 동료들에게 철저히 배제되고 소외되어  외롭게 그것과 싸우기 위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좌절을 밥먹듯이 했던 의사,과학자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작은 삶들의 총집합이다. 자신에게 닥친 이 암초 앞에서 저마다의 방법으로 자신의 병을 인정하고 알아가고 때로 의사들에게 치료에 시사점을 주었던 환자들의 이야기 또한 그러하다. 싯다르타는 그 자신의 이름처럼 해탈한 지점을 넘어선 관조 대신 "그러나 삼켜지지 않기란 불가능했다."고 고백한다. 아이 셋, 백혈병 앞에서 창백했던 엄마는 부활한다. 그러나 긍정적이고 대차게 희귀한 암에 대처하며 자신의 여명을 오년 가까이 확장했던 저메인은 두번 째 암의 공격 앞에서 패배하고 만다. 싯다르타는 그녀의 끝까지 무기력하게 암 앞에서 지지 않기 위하여 분투했던 모습에서 암과의 투쟁의 본질적인 면을 깨닫는다. 그것은 "이 질병을 따라잡으려면 , 계속 전략을 창안하고 재창안하고 , 배우고 다시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암의 전기는 우리 인간의 그 끈질긴 재생력의 은유에서 출발하여 다시 그 지점으로 돌아온다. 싯다르타 자신도 이것은 그 '무엇'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마치 '누구'에 대한 이야기 같았다고 이야기했다. 모두 절망했던 세기를 뚫고 나왔던 의사의 이야기로부터 끝내 패배해야 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패배를 당당하게 거부했던 환자의 이야기로 끝맺는 '암'의 이야기는 아직 그 전기가 완성되지 않았음을 그리고 그 결말은 열려 있음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질병을 은유로 변질시키는 것을 경계했던 수전 손택의 질병의 왕국 이야기의 인용으로부터 시작했던 이야기는 그럼에도 우리 몸에서 일어나기 시작하면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는 이 이야기를 우리 자신과 우리 자신의 삶과 결코 분리해서 이해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만다.

 

어느 날 평온한 일상을, 그 크지 않았던 기대들을, 약속들을 모조리 무참히 짓밟고 마는 암선고를 받은 가족, 친척, 친구. 희망과 절망을 오고가다 미처 체념을 다 끌어안지도 못한 채 이제는 번복할 수 없는 곳으로 급작스러운 배신처럼 떠나 버리고 마는 그 아팠던 결말. 인간의 생로병사가 필연적으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그 오류들이 존재의 결말이라고 해도 적어도 이러한 무력한 이야기들의 무한반복의 궤도에서는 걸어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영생을 꿈꾸어서도 무한 존재를 긍정해서도 아니다. 적어도 우리가 바랐던 그 숱한 내일들이 예상하지 못한 틈새로 무참히 짓밟히는 그 통절한 절망 앞에서 삶과 존재 자체의 의미를 포기하게 되는 제왕의 권력을 그것에 주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희망의 이야기도 과학의 승리에 대한 면류관도 아니기에 그 마침표는 더욱 씁쓸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든 어제보다는 더 알아가고 있다는 그래서 포기하지 말자,는 다짐이기도 하기에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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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6 1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06 1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06 1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5-10-06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이 있었네요.
누구든 언젠가 이런 책 한번쯤 읽어 둬야할 것 같아요.
예전엔 암이 특별한 사람한테만 걸리는 줄 알았는데
지금은 너무나 흔한 병이 되어버렸어요.
지금은 예전보다 보장도 잘되있고, 예후도 좋고 생존률도 높다고
하지만 이상하게도 지금 암에 걸리지 않은 것이
언젠가 나도 걸리겠지 하는 생각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 같아요.
생존률만 높아졌다 뿐이지 낫기까지의 과정은 여전히 환자들에겐
힘든 과정인 것 같아요.ㅠ

blanca 2015-10-06 13:30   좋아요 0 | URL
아, 스텔라님, 저도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암은 특히나 특별한 병이 아니라 누구나 부딪힐 수 있는 병이더라고요. 그 전 단계에서 계속 관찰해야 되는 경우도 많고요. 이 책을 읽고 나니 더 인간의 몸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이 더 불가사의하게 느껴져요. 제발 힘든 과정이 어떻게든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되었으면 좋겠어요.

희선 2015-10-14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암 잘 낫는다고 해도 여전히 그걸로 죽는 사람이 많군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니... 그랬겠죠 지금은 사람이 오래 살아서 암에 걸릴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거군요 그 생각을 하면 어쩐지 무섭기도 하네요 무서워하기보다 알아야 할지도 모를 텐데...


희선

blanca 2015-10-14 14:03   좋아요 0 | URL
아직 알아가는 단계인 듯해요. 정작 알았다고 해도 이제 또 그것과 어떻게 싸워야 할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 숙제가 또 있더라고요. 그러고 보면 영혼뿐 아니라 인간의 육체도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어려운 듯합니다.
 
마음의 눈 - 빗소리가 어떻게 풍경을 보여주는가
올리버 색스 지음, 이민아 옮김 / 알마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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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시가 시작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무렵이었던 것같다. 칠판에 판서한 글씨를 알아보기 힘겨워졌다. 시력 검사를 통해 0.3정도 된다는 얘기에 안경을 쓸 수 있다는 기대감에 아주 기뻐했던 철없는 기억 이후로 근시는 급속도로 진행되어 -3디옵터까지 떨어졌다. 대학 합격 소식에 제일 먼저 렌즈를 시도했고 결막염과 각막염이 번갈아 오는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좀 더 예뻐 보이고자 두꺼운 안경을 감추어 두었다. 직장에 다니면서부터는 영 렌즈착용이 번거로워지기 시작했다. 회식이라도 있는 날이면 심지어 낀 채로 잠이 들기도 해서 토끼눈으로 기상하기도 하며 눈건강은 더욱더 나빠졌다. 그러다 드디어 라식수술이 해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작용이 걱정되어 여러 번 망설이다 결국 수술을 받았고 거기에 따른 경미한 부작용도 감수하리라 다짐했다. 지금도 수술을 받고 안경 없이 핸드폰의 문자가 너무 또렷하게 보이던 그 첫 느낌이 강렬하게 남아 있다. 심봉사가 공양미 삼백 석을 바치고 눈을 뜨는 기분 만큼은 아니었지만 거의 그 근사치에 가까울 정도로 근사한 느낌이었다.

 

'읽기'에 중독된 나로서는 사실 눈이 나빠지는 것이 가장 두렵다. 노안도 그렇고 고도 근시가 있었기에 거기에 따른 각종 합병증도 두렵다. 보르헤스 만큼 대단한 사람이 아니기에 더 이상 읽을 수 없는 시간이 죽기 전에 올 수도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끼친다. 나의 바람은 늙어서도 죽음을 앞두고서도 제발 보고 읽는 능력 만큼은 보존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이과 계통에 있는 사람으로서 이 책의 저자인 올리버 색스의 문장은 나를 거의 항상 압도한다. 수와 언어에 대한 능력은 같이 가기 힘들다는 생각에 그 둘이 한데 모인 지점에서 빚어내는 그의 이야기들의 진지함과 섬세함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최근에 안구 흑색종의 전이로 그가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은 무엇보다 슬프다.

 

이 책의 헌사가 바쳐진 이는 그의 안구 흑색종을 진단하고 수술한 한때 그의 강의를 들었던 제자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올리버 색스는 '뇌의 가소성'을 이야기한다. 삶을 살다 갑자기 맞닦뜨린 불운, 그것이 하필 우리의 지각 체계를 망가뜨리거나 교란시켜 보고 듣고 말하는 가장 본질적인 기능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에도 과연 우리가 삶을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그의 대답들은 하나 하나의 아름다운 영화 같은 사례다. 어느 날 갑자기 악보를 보지 못하게 된 피아니스트, 항상 사람들과 유창하게 대화를 나누는 즐거움을 누렸던 여인이 언어를 상실 했을 때, 읽고 쓰는 게 주업인 작가가 갑자기 읽지 못하게 되었을 때, 그들 앞에는 절망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올리버 색스가 인용한 찰스 디킨스의 표현인 '부활'의 세례가 그들에게도 내려진다. 물론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을 고수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가족들의 혹은 지인들의 지지와 격려, 삶에 대한 사랑과 애착 등이 뇌의 지형도를 변화시켜 다른 지각 기능의 강화와 보조로 잃어버린 것들을 대체하는 기적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말을 할 수 없어도 그러한 이들을 위해 저자가 본인의 장애를 딛고 만들어 낸 어휘집의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언어들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친구들과 대화하고 세상과 교류하고, 이제는 눈으로 언어를 읽어내는 대신 오디오북으로 많은 이야기들을 들으며 새로운 창작 활동을 이어간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세상은 상실이 아니라 기존까지 가져왔던 온갖 선입견, 허위 의식을 버리고 새로운 자아, 새로운 가치관으로 세상을 재구성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올리버 색스 자신이 암 선고를 받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며 두려움에 떨었던 경험에 대한 솔직한 일기도 나온다. 이제 환자의 입장에 서게 된 그는 그렇게나 세상을 입체적으로 생생하게 보며 즐거워하고 읽는 기쁨이 정체성의 일부를 이루었던 나날들을 포기해야 하는 생애 최대의 위기를 맞았던 체험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이제 그는 세상을 3차원이 아닌 2차원으로 봐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온갖 사각지대가 생기고 눈으로 보며 즐거워했던 공간은 그에게 변형되고 왜곡되어 다가온다. 넘어지고 실수하고 착각하는 나날들 앞에서도 그의 위트는 이제 세상을 정물화처럼 인식하게 된 새로운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그가 서신을 교환했던, 제대로 교정되지 않은 사시 때문에 세상을 평면적으로 인식하다 드디어 내리는 눈 가운데에서 3차원의 세상을 경험하며 전율했던 한 여인과는 정반대의 경로에 선 그의 솔직한 투병기는 서글프기도 하고 장엄하게 느껴진다. 어떤 지점을 넘어서서 그 체험들을 온전히 껴안고 학문적으로 분석하고 언어화하려는 그의 노력 덕택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한 걸음씩 뚜벅 뚜벅 걸어나가고 마침내 슬픈 종지부 앞에 섰음을 가감없이 고백하는 그의 담대함이 존경스럽고 뭉클했다.

 

그의 트위터 계정에는 자신의 자서전 표지를 장식했던 근육질의 청년이 오토바이 위에 위용도 당당하게 타고 있는 근사한 사진이 떠 있다. 이제 그 용감하고 건장했던 청년은 시력을 잃고 생을 사랑과 신뢰로 채웠음에 감사하며 퇴장하려는 길목에 서 있는 노인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 있는 인간으로 태어났던 것은 행운이었다는 고백은 그가 우리들에게 남기고 가는 가장 아름다운 마지막 메시지가 될 것같다. 지뢰밭 같은 삶을 겁쟁이처럼 미리 땡겨 걱정하고 초조해하며 살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은 그러한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는 행운을 누렸던 것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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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5-16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몇 십 년 후에 노안이 찾아오면 책을 못 읽을까봐 걱정이에요. 제가 대학생 때 렌즈를 잘못 착용해서 시력이 심하게 나빠진 적이 있었어요. 안과에 검사를 받았는데 만약에 렌즈를 장시간 착용했으면 각막이 손상했을 거예요. 안경을 껴도 책 글자가 희미하게 보이니까 정말 아찔했어요. 하필 그때가 시험 시간이라서 공부가 잘 되지 않았어요. 이러다가 시력이 회복되지 못할까봐 걱정만 했어요. 그 이후로 시력 건강에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blanca 2015-05-17 10:32   좋아요 0 | URL
저도 렌즈로 각막이 손상된 적이 있어요. 사실 눈건강에는 안경만한 것이 없지만 아무래도 불편하기도 하도 잘 안 어울리는 경우도 있어서 렌즈나 수술을 고려하게 되는 것 같아요. 건강한 눈, 좋은 시력은 당연시되면서도 조금이라도 손상이 오면 생활 자체를 흔드니 정말 중요하지요.

프레이야freyja-고마워영화 2015-05-16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시력이 좋지않군요. 읽기중독인 사람으로선 몹시 불편하시겠지만 수술로 나아지신 듯하니 다행이에요. 저는 이제 노안이 오는 나이라 할 수 있지만 시력자체는 좋거든요. 시각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는, 그래서 난 행복하단 생각이 들 때는 낭독녹음하고 나올 때에요^^ 눈은 좀 침침해져도‥

blanca 2015-05-17 10:33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부럽습니다. 지금은 좋은 시력으로 교정되긴 했는데 눈 자체가 고도근시 상황인 것은 같다고 해서 문득문득 걱정이 돼요. 원래 좋은 사람과는 다른 상황이니까요. 제발 할머니가 되어도 책을 보지 못하는 일은 없었으면 해요.

물고기자리 2015-05-16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버 색스 님이 투병 중이신 걸 몰랐네요. 아내를.. 이랑 색맹의 섬을 읽고 존경하게 되었었는데 안타깝기도, 더더욱 존경스럽기도 합니다. 안그래도 요즘 새삼 눈의 고마움을 느끼며 다른 모든 것들처럼 언젠가는 시력도 상실될 거란 생각에 겁이 덜컥 났었는데 이래저래 마음을 더 키우며 살아야 겠습니다.. 책도 읽어봐야 겠어요.

blanca 2015-05-17 10:35   좋아요 0 | URL
아, 물고기자리님도 그러셨군요!! 올리버 색스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라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기원했는데 지금 상황이 많이 안 좋다고 해서 마음이 무거워요.

라로 2015-05-17 04: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젯밤 스틸 앨리스를 보며 적으신 부분을 생각했더랬어요. 지성적인 그녀가 치매라니,,, 인간이 인간으로서 누리던 것을 하나씩 잃어가며 분투하는 모습,,, 더구나 책을 읽어도 계속 같은 페이지를 반복해서 읽고,,,,,시력만이 책을 읽지 못하게 하는 건 아니더군요,, 저는 막내를 낳고 급속도로 노안이 와서 이제는 안경이 없으면 책을 못 읽어요. 그래서 책을 더 안 읽게 되는 것 같은데,,,,저도 올리버 섹스처럼 비록 노안경을 쓰더라도 죽을 때까지 읽고 느낄 수 있기를 바래요. 오늘도 좋은 글,,고마와요. ^^

blanca 2015-05-17 10:36   좋아요 0 | URL
나비님, 저도 스틸 앨리스 보고 싶은데 아직은 아이가 어려 여건이 안 되어서 아쉬워요. 다들 많이 얘기하더라고요. 당연시 여겼던 것들이 무너질 때 과연 우리가 어떻게 일상을 수습하고 재건할 수 있을지... 순간에 집중하며 항상 충만함을 누려야겠어요.

세실 2015-05-17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날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거나, 글을 쓸수 없다거나, 암에 걸린다면 청천벽력 같겠지만, 누구에게나 올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겨내는 긍정 마인드가 참으로 중요한듯요^^

가끔, 노안이 와서 책을 읽지 못할때 가장 서글프겠다는 생각해요. 저도 고도 근시인데 무서워서 수술도 못하고 지금까지 렌즈로 살고 있어요. 더 나이 들어 빙글거리는 안경 끼는것도 으악?

blanca 2015-05-17 10:39   좋아요 0 | URL
친구들이 이제 렌즈 대신 슬슬 안경을 다시 끼는데 그 모습도 이지적으로 보이던 걸요. 세실님도 잘 어울리실듯 해요. 그렇죠. 저도 다 남의 일이라고만 여겼는데 죽을 때까지 그런 일들을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것을 요즘 절감합니다.

stella.K 2015-05-17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철없던 시절 안경이 로망이었던 때가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내 나이 정도면 노안들이 와서 안경을 낄 때
아직은 버티고 있는 게 감사할 뿐이죠.

어딘가 아프면 우울하기도 하지만 새삼 하루하루를 산다는 게
축복이고 감사할 일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하게 되요.
그렇지 않아도 올리버 색스가 시안부 인생을 산다고 했을 때 지금 그의 마음은 어떨까
문득문득 생각해 보게 되곤 했죠. 역시 색스도 괴로워 했군요.ㅠ

눈 나빠질 것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그냥 오늘 책을 읽을 수 있고,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것에 감사하자구요.
그때 되면 또 살아갈 놀라운 방법들이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저도 눈이 버틸만 하다고는 했지만 예전 같지 않아 인터넷 폰트가 작은 글은 잘 안 읽게 되더라구요.
그러니 블랑카님 글을 제가 못 읽게 되더라도 너무 섭섭해 하지 말아주세요.
가끔은 이렇게 읽는 답니다.ㅋㅋ

blanca 2015-05-17 15:02   좋아요 1 | URL
노안도 개인차가 있어서 삼십대 후반에 오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스텔라님 눈 좋으시군요. 부러워요. 저는 벌써 자간이 좁거나 글자가 작은 책은 피로해서 못 읽겠어요. 스마트폰을 너무 해서 그런지 걱정입니다.
맞아요. 제가 좀 걱정이 많은 유형이라 고치려고 노력 중이랍니다. 고마워요^^

2015-05-19 0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19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5-05-20 0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눈의 건강이 가장 염려됩니다. 하루종일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쓰고 자료찾아 읽는게 직업이라서 라식은 꿈도 못꾸고 있구요.ㅎㅎ 대학교 1학년 때 100명 강의실 맨 뒷자리에서 시작해서 4학년 때 맨 앞자리에서 졸업했네요.ㅎㅎ 무서워요.ㅎㅎ

blanca 2015-05-20 13:23   좋아요 1 | URL
제가 한 십사 년 정도 전에 수술을 할 때도 의사 선생님이 조언하시더라고요. 정말 정밀한 작업을 많이 하거나 눈을 많이 쓸 예정이거나 밤운전 많이 할 거면 권하지 않는다,고 신중하라고. 다 감수하고 했고 역시 시력의 질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런 게 미세하게 떨어지는 걸 느껴요. 그런데 성인 될 때까지 좋은 시력 유지하셨다가 떨어뜨리신 것은 정말 안타깝네요.

Nussbaum 2015-06-02 2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도저히 렌즈는 불편해 쓸 수 없어서 그냥 안경과 함께 평생을 함께 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괜찮은 안경을 착용하고 있죠~ 문득 페이퍼를 읽으면서 어느날 아침 뭔가를 볼 수 없다면..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상상하기 어렵고, 또 상상하기도 싫으네요. 전 시력이 -7디옵타 정도 되는데 가끔 안경만 벗어도 암흑 같습니다. ㅠㅠ


blanca 2015-06-03 13:09   좋아요 1 | URL
제가 -3디옵터일 때에도 거울 앞의 제 얼굴이 명확히 안 보였는데 Nussbaum님의 암흑이라는 게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옵니다. 눈이니 가장 가치 있는 소비가 아닐런지요.

아, 이것저것 정말 흉흉한 뉴스가 너무 많네요. 그냥 편안하고 아무런 일이 없는 일상이 더 특별하게 여겨지는 요즈음입니다.

[그장소] 2015-09-02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학생들이 안경을일찍쓰는걸보면 정말 속상하죠. 남일아닌까닭에.

blanca 2015-09-03 23:20   좋아요 1 | URL
저도 사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근시여서 더욱 예사롭게 보이지 않네요. 참 불편한 점이 많았거든요. 더운 여름 안경에 눌리는 콧잔등, 귀도 아팠고, 온도차에 따라 뿌옇게 김이 서리는 모습도 부끄러웠고요. 시력은 단순히 보이는 풍경의 선명함 그 이상을 의미하는 것 같아요.

[그장소] 2015-09-05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요!^^ 아직 얼굴형태도 다 안잡힌 어린애들이 두꺼운 안경을쓰고. 맨얼굴의자유를 모른다 하니 속상해요. 저는 난시가심한데 안경 쓰기 싫어라해서 . 그냥 밖에 나가면 죄일그러져 뵈는데 도. 바람이 닿는게 좋아서 걍다니고 그래요. 시력은 정말 그 사람 인상을 죄지우지하잖아요. 안경이 어릴때야 관심의대상인지 몰라도 커가며 얼마나 불편한지 , 단지 패션 이기만한
사람들 은 절대 모르죠. 그것까지 인상이 된다는걸~
 
질병의 종말 - 건강과 질병에 대한 새로운 통찰
데이비드 B. 아구스 지음, 김영설 옮김 / 청림Life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몸이 거기 있음을 느끼게 될 때에는 있는 듯 없는 듯 잠잠하던 그것이 통증을 호소할 때이다. 갑자기 그 '몸'의 호소에 단단히 결박당해 때로 생사를 다툴 때 '질병'은 '존재'를 압도한다. 우리가 행복하게 죽을 수 없고 '죽음' 그 자체에 결코 익숙해질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도 죽음과 질병의 접점에 필연적으로 육체적 고통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근사한 퇴장은 남가일몽이다. 태어날 때에도 그렇게나 울었듯이 우리는 이 세상과 작별할 때에도 고통에 허덕여야 한다. 그래서 살아 있을 때 몸에 대하여 얘기하는 것은 불편하다. 부러 더 마음과 정신이 지향하는 가치들과 그것들에 내재된 결핍으로 이야기 꾸러미를 뭉친다. '몸'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은 왠지 근시안적이고 즉물적이고 경솔한 것 같다. 말하는 것도 듣는 것도 가슴으로 공감하는 것도 요원해 보인다.

 

'질병의 종말'이라는 제목은 경솔해 보인다. 오히려 진지한 내용의 미덕을 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저자가 실제로  'The end of illness'라고 붙인 제목의 직역이다. 제목처럼 실제 그가 인류의 모든 질병을 극복하고 기대수명을 한정없이 늘리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다. 암전문의이자 연구자인 그가 지향하는 하나의 목표이자 시선이 가 닿는 곳일 뿐이다. 그의 앞에서 역설적으로 우리는 개별화되고 역동적인 몸의 주인이 된다. 단 하나의 진단, 처치로 대상화되어 버리는 환자의 몸 대신 우리 몸은 주체성을 되찾고 세포 사이의 대화의 장으로 변환된다.

 

비타민 C 정제를 주문하려고 벼르고 있던 와중이었다. 나의 주문이 나의 몸에 대한 대우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저자는 비타민은 몸의 시스템을 인위적으로 바꿈으로써 고유한 항상성 조절을 간섭하고 궁극적으로 우리의 기술로 측정할 수 없는 해로운 작용을 나타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차라리 이에 기울일 노력을 좋은 식재료를 고르는 데 들이라는 이상적인 충고는 우리가 몸과 대화하는 방식이 연극적인 대우로는 마무리될 수 없음을 암시한다. 더 많은 정성과 더 많은 시간을 들이라는 얘기다. 간편하게 알약 하나를 삼킴으로써 면역력을 증강시킨다는 발상은 아이에게 비타민과 각종 건강식품을 먹이는 것으로 건강 관리와 양육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착각을 원했던 내가 믿고 싶었던 허구다. 우리의 몸은 우리의 생각보다 더 고차원적이고 복잡하고 유기적이다. 하나의 자극이 하나의 반응을 낳는 것이 아니라 그 정교한 시스템 전체를 교란시킬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위협적인 면까지 있다.

 

물론 여기에는 약간의 처방과 조언이 있다. 그러나 그게 주는 아니다. 그것은 권말 부록 같은 것이다. 몸이 예측성과 규칙성을 사랑한다는 것, 근력 운동의 효과가 기대이상이라는 것, 만성적인 염증이 치명적인 질환의 토양이 될 수도 있다는 것. A형 독감도 B형 독감도 성공적으로 극복한 나의 신체가 사실은 그 독감들이 남긴 상흔으로 혈관의 노후화가 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절망적 가능성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라는 것. (저자가 독감예방접종을 강력 권고하는데 아이에게 A형 독감 예방 접종을 했던 그 해에 B형이 유행했고, 또 그 반대였던 상황들의 악재에 보기좋게 걸려 들었던 경험으로는 이 대목은 크게 신뢰가 안 간다) 이 조언들은 간명하고 유용하다.

 

이 책은 서구의 의학자가 의학의 위업과 첨단 기술의 조합으로 인한 장밋빛 미래를 전망하는 것으로 요약되지 않는다. 우리의 몸, 우리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고찰, 오늘과 내일을 영위하는 방식에 대한 반성적이고 진지한 성찰 들이 책 자체의 성격을 모호하게 만들기도 하고 더 진중하게 느껴지게도 한다. 건강에 관련된 남발되는 조언 들에 질식 상태에 있는 우리들에게 암전문의가 삶은 마라톤일 수 있지만 우리는 마치 체스 게임을 하는 것처럼 달려야 한다고, 체스는 한 번에 하나씩만 움직이며 앞으로 나갈수록 게임이 바뀐다고 조언하는 데에야 절로 고개가 숙어지지 않을 수 없다.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는 일은 언제나 조금 불편하고 기대이상으로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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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ne_Hebuterne 2012-06-26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완서의 글에는 '젊었을 때에는 마음대로 되던 몸이 나이가 드니 멋대로 따로 존재한다. 몸이 상전이라는 것을 나이가 들어서야 깨닫는다'는 구절이 있었어요. 저는 몸의 질병을 크게 '공공의 적'과 '개인의 괴로움'으로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흰머리, 잔주름, 두통 같은 내 나이대의 사람들이면 응당 호소할 공공연한 사실과도 같은 아픔. 하지만 저에게만 찾아오는 까닭 모를 질병과 질환, 징후. 이것은 업보와도 같다고 생각했어요. 어릴 때 함부로 다룬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는 일이라고.

블랑카 님의 리뷰를 읽으니 밝고 낙관적인 부분에만 집중한 것이 아닌 전체의 흐름을 바탕으로 몸과 질병을 이야기한 책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 들어앉은 생각들을 바꾸어주는 것을 유쾌하다고 말씀하시니, 블랑카님은 필시 생각을 유연하게 하시는 분일 거란 추측을 해봅니다.

blanca 2012-06-27 09:22   좋아요 0 | URL
쥬드님, 저도 그래요. 특히 위염요. 예전에 관리하지 않은 업보를 받고 있답니다. 점점 몸이 상전이 되어가고 점점 더 대우해달라고 아우성이네요. 이제 그 소리에 귀 기울이려 한답니다.

like 2012-06-26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두 나왔더라구요. 비타민씨대신 자두 드세요^^

blanca 2012-06-27 09:22   좋아요 0 | URL
like님 안 그래도 저 자두 정말 좋아해요. 일단 너무 사랑스럽게 생겼잖아요. 작고 귀엽고 오동통하고 ㅋㅋㅋ 과일 열심히 먹으려고 해요^^

2012-06-28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인용하신 책 내용에 대부분 공감이 가네요. 근데 예방접종 권유는 책 전체의 흐름과 안 맞는 것 같은데, 저자는 왜 권했을까요. 저의 경우, 평생 딱 한 번 독감 예방접종을 했는데, 딱 그해에 엄청 심한 독감을 앓았어요. 지금 생각하니, 그 주사 때문인가 싶기도 한데, 타이밍이 일치하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 초6때였지요.
제가 아는 분은 신종플루 접종으로 뇌의 일부가 죽어서 엄청난 후유증을 감당하고 있어요. 언어와 행동이 둔해지고 등등 너무 안타까운 일이지요.

blanca 2012-06-29 10:37   좋아요 0 | URL
저희 아이도 징크스가 있어요. 독감 예방접종을 맞은 해에는 꼭 다른 형의 독감을 심하게 앓더라고요. 두 번이나 그러니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암, 생과 사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다 - 다치바나 다카시의 암과 생명에 관한 지적 탐구
다치바나 다카시.NHK스페셜 취재팀 지음, 이규원 옮김, 명승권 감수 / 청어람미디어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살고 싶은 생각이 있는지 시험을 당하고 있다. 평소에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 병이 내 앞을 가로막고 들이밀며 묻는다. 살고 싶은 생각이 얼마나 강하냐고.

-p.131 <방송인 치쿠시 데츠야 폐암 투병 중 메모>

 

 

병원 생활 이 주 동안의 풍경은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갈라 놓는 차광막을 쳤다. 가족이 아파서 치료를 받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문제들 앞에서 참으로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생각들이 밀려왔다. 입원하며 관리를 받아야 하는 만성질환으로 고통받는 그들은 환자복을 입고 닝겔 거치대를 밀며 병실 복도를 산책하는 것이 운동이자 유일한 외출이자 소통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어딘가를 응시하는데 그곳이 어디인지 모호한 그 모습들 속에 미래의 가족, 나를 훔쳐보고 움찔했다. 산다는 것이 이다지도 간절하고 흉포한 것일까. 살고 싶다. 살리고 싶다. 다 같이 살아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됐다. 가장 단순해지는 것은 결국 생존 앞이다.

 

"암에 걸렸다, 암으로 투병 중이다, 암으로 죽었다, 암환자를 간호 중이다" 여기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현대인에게 암은 익숙하다. 나이들어 가는 것과 암과의 거리는 너무나 가깝다. 언론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암 정복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건만 과연 우리는 암의 완치를 향해 내딛고 있는 것인지 모호하고 의심스럽기만 하다. 분명 그 분은 암을 치료하기 위하여 힘든 수술을 하고 항암요법, 방사선치료를 받았건만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져 가다 힘들게 가셨다. 대체 암은 무엇이고 왜 이다지도 인간을 괴롭히고 인간의 자유 의지를 무력화시키는 것일까.

 

이 책은 그러한 질문들을, 그러한 의심들을 명료하게 걸러내어 준다. 답을 주는 대신 질문하고 의심하고 회의한다. 저자 다치바나 다카시는 NHK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다치바나 다카시의 암, 생과 사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다> 프로그램에 관련된 제작 의도, 제작 과정 등에 대한 서술과 더불어 실제 자신의 방광암 투병기를 통하여 암의 본질에 대한 탐사를 시도한다. 실제 다큐를 보지 못한 아쉬움을 충분히 달랠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하고 친절한 책이다.

 

이란 무엇인가

암은 세포의 병입니다. 정상 세포가 미쳐 버려 무한 증식 능력을 가진 암세포가 되는 병입니다. 정상 세포는 태어났다가 죽어가는 과정을 거듭하는 유한한 수명을 가진 세포인데, 암세포는 죽지 않습니다. 불사의 세포입니다.
-P.33

암은 외부에서 침입하는 적이 아니다. 인간 몸을 이루는 60조 개의 세포가 복제를 거듭하며 생명을 이어가는 동안 생긴 오류에 의한 변이의 축적으로 내 몸 안에서 일어나는 불온한 일이다. 내 몸 안에서 일어난 이 일을 깨끗하게 지워버리는 것은 불가능한 환상이다. 저자도 전문가들도 암정복이 우리 세대에서 가능한 일인지에 회의한다.

 

의학은 아직 암 극복에서 한참 떨어져 있다는 것이 암에 관하여 제일 먼저 알아야 할 사실입니다.
P.99

그렇다면 정상 세포의 손상까지 각오하며 받는 항암치료에 대한 의구심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애초 항암제는 독가스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항암제가 효과를 발휘하는 암은 소수이며, 환자가 바랄 수 있는 것은 약간의 연명 효과와 증상 완화에 불과하다는 절망적인 얘기는 담담하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암 정복을 위해 경로 전체를 파악하려는 암게놈프로젝트가 진행중이긴 하지만 아직 장님 코끼리 더듬기 정도라고 한다. "암유전자를 최초로 발견한 와인버거 교수는 '살아가는 것 자체가 암을 낳는다. 암은 다세포 생물의 숙명'이라고 말한다."(인용) 이 책은 인간의 숙명에 가 닿는다. 우리는 그 간단 명료하지만 직시하고 싶지 않은 진실, "인간은 아파 죽는다"는 명제와 또 만나고 만다. 머리로는 다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당사자가 되기도 싫고 가족도 되고 싶지 않기에 외면하고 싶은 인간의 한계를 정작 이 책에서는 아프도록 절감해야 한다. 생의 본질은 때로 무력함에 닿아 있다.

 

그렇다. 이제는 이러한 다큐를 만들었던 저자까지 중기 이후의 암에 걸려 투병하는 모습을 봐야 한다. 첩첩산중이다. 마음은 한없이 무겁지만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까지도 하나하나 관찰하고 기록하고 전달하며 자신이 천착했던 문제의 핵심에 가 닿으려는 그 간절한 노력에 우리는 저릿한 마음을 누르고 다가가야 한다. 절망하지도 분노하지도 않고 담담하게 자신의 수술 과정까지 증언하는 모습은 건조한데 깊은 곳에서 공명한다.  수술대 위에 누워서까지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 그리고 그 정상적이지 않은 세포의 발작을 제어하려는 인간의 시도와 노력을 명징하게 인식하고 얘기하는 대목. 그리고 그는 가차없이 인정하고 말한다. 암의 재발확률에 대하여.

 

그렇다면 이 책은 절망과 체념에 관한 것일까. 살면서 우리는 몸 속에서 저도 모르게 일어나는 오류들마저 그러안고 잠식당하며 견뎌야 하는 걸까. 외부와 내부에 모두 속수무책으로 좌지우지당하면서도 남고야 마는 것이 있기는 하는 걸까.

 

암의 최대 무기는 오랜 진화의 역사상 가장 초기 단계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온 생명의 가장 기본적인 구조 자체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그에 맞서는 우리의 무기는 진화의 오랜 역사가 낳은 두뇌이며, 그 두뇌가 주는 우리의 불굴의 의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암이 제 아무리 강인하다 해도 그것을 기필코 극복해 내고야 마는 우리의 강한 의지, 이것이 암에 맞서는 인간의 최대 무기라고 봅니다. 그리하여, 시간은 걸리겠지만 암은 반드시 극복될 거라고 나는 믿습니다.

-p.167

 

반드시 극복될 거라 믿는 그 의지가 왜 이리 서글프게 들리는 걸까. 영생을 갈구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지만 인간의 존엄을 무너뜨리며 종착점에 가 닿게 하는 암이라는 질병 앞에서 그 의지가 제발 무력하게 패배하지 않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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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5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25 2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2-02-25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놓기만 하고 못 읽은 책이에요. 왠지 손에 들기가 두려워지더라는.

blanca 2012-02-25 23:20   좋아요 0 | URL
moonnight님 저도 이 책 읽는 내내 그리고 읽고 나서도 지금도 참 여러가지로 우울해지네요. 괜시리 걱정도 되고. 마지막 문장이 참 무섭거든요. 익명의 독자들이 암에 걸려 있을 확률을 경고하는...살면 살수록 왜이리 두려워지는 것들이 많은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꼭 한번 읽어 보세요. 비단 암뿐 아니라 사람이 병에 걸린다는 것에 많은 통찰을 주는 책이고 일단 재미도 있답니다.

마녀고양이 2012-02-27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이란, 우리가 진화학적으로 설계된 나이보다 훨씬 오래 살게 되었기 때문에...
일종의 자연에 맞서는 행동을 하기 때문에 나타난 부작용이라 할 수 있겠죠. 제 주위에 결혼하지 않은 친구들이, 먼저 자궁암 유방암을 걸리는 것을 보면서, 너무 속이 상하고, 마음이 심란했습니다. 작년 내내 그랬죠. 회사 다니며 술 많이 먹는 친구들은 위암이 걸렸구요. 바로 얼마전 대학원 오티에서 만난 동기는, 곧 갑상선 암 수술 들어간답니다.

다들 초기라 하지만, 그것은 죽음의 직접적인 경험이라는 점에서... 많이들 힘들겁니다.
그러니 더욱 한순간 한순간 모두 소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건강 나아지셨나요? 블랑카님, 봄이예요. 우리 화이팅해요.

blanca 2012-02-28 22:14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아이는 다 나았어요. 이제 빨리 봄이 와서 이런 생각들 다 잊고 단순하게 따뜻함, 꽃향기를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가 조금 더 담대해졌으면 좋겠어요. 너무 나약한 것 같아서요. 대학원 오티라니 듣기만 해도 향기롭습니다.^^

프레이야freyja-고마워영화 2012-02-27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 가족이 암 수술을 한 걸 보게 되고 암으로 사망하는 것도 보게 되니
암이란 게 정말 남의 얘기가 아닌 것 같아요. 힘든 시간 견디고 이젠 나아져가는 모습을 보며
그저 보는 이와는 달리 그걸 몸소 겪고 이겨내는 사람들 스스로는 어떤 마음일까 감히 짐작도 안 되어요.
암과 친하게 같이 살아가야 하는 현실인가 봅니다.
덜컥 겁이 나요. 스트레스 안 받고 살아야되는데 말에요.

blanca 2012-02-28 22:16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저도요. 살면서 점점 두려워지는 것들이 많아지지만 그래도 살 만하다, 즐겁다, 느끼면서 곱게 늙어가고 싶어요. 이것도 큰 욕심일까요? 고통을 직접 겪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느끼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데 분명 어떤 깊이가 생기는 것 같아요. 어깨 너머에서 그 분들을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마태우스 2012-05-08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거 의대생들한테 수업할 때 한 시간을 이 책에 할애했어요. 근데 학생들이 읽기엔 좀 난해한 느낌도 들었답니다.

blanca 2012-05-09 22:26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군요. '암치료'에 지나치게 회의적인 시각이 좀 불편하기도 하고 우울해지기도 하고 그랬지만 새로운 시각을 접할 수 있어 유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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