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6. 22일 소나기 17도~28도


날씨가 더워지고 비가 잦으면서 집 안팎으로 노래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발이 여러개 달린 벌레들을 보면 징그럽다는 생각에 얼굴을 찡그리게 된다. 노래기는 특히 냄새가 심해 더한다. 온도, 습도에 따라 땅에 있다가 집벽을 타고 오르내린다. 땅에 알을 낳고 겨울을 나기도 하는지 한 번 노래기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그 이듬해에도 꼭 다시 등장한다. 사람에게 해를 가하지는 않지만, 집 안에 둘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난감한 경우가 많다. 


다만 이 노래기는 땅의 유기물을 먹고 질소화합물을 똥으로 내놓는다. 마치 지렁이 분변토가 양분을 보유하듯 노래기도 친환경농사를 짓는 밭에서는 소중한 비료 역할을 하는 셈이다. 밭에서 노래기를 보았다면 만세를 불러야 할 판이다. 


같은 노래기지만 집 안에서 발견하느냐, 밭에서 발견하느냐에 따라 대접이 천지차이로 달라진다. 적시적소! 알맞은 때와 알맞은 장소에 있는 것. 반대로 때가 맞지 않거나 장소가 맞지 않다면 물러서는 것. 내가 귀하게 대접받을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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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6월 17일 흐림 18도~25도



아이고, 깜짝이야! 

블루베리밭에서 블루베리를 따려다 깜짝 놀란다. 발밑에서 무엇인가 꿈틀대는 느낌에 소름이 끼친다. 혹시나 뱀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물론 뱀이 머물지 못하도록 풀을 자주 베어놓아서, 뱀이 있을 확률은 많이 떨어져 있는 편이다. 그렇지만 뱀의 먹이가 될만한 것들이 많다보니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 


발밑에 꿈틀댄 곳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주먹만한 개구리가 꼼짝않고 있다. 마른 풀이 있는 곳에서 위장색으로 숨어있어 언뜻 보면 놓치기 쉽다. 더군다나 사진에선 잘 나오지 않지만 등에 녹색 줄기는 꼭 풀잎을 닮았다. 이 개구리가 블루베리밭의 벌레들을 잘 잡아주었으리라 생각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개구리의 등장에 환호성을 질러야할 테지만, 깜짝 놀라는 것은 예상치 못한 움직임 때문일 것이다. 새끼 손톱보다 작은 개구리도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잘 보면 사마귀도 간혹 있다. 



거미는 블루베리 가지 사이로 거미줄을 잔뜩 쳐놓았다. 지난해보다는 거미나 거미줄이 적어 보이긴 하지만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들 덕분에 블루베리밭이 벌레 피해를 많이 입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블루베리에 약을 칠 이유가 없다. 다만 부지런히 풀을 베어야 하지만 말이다.


공존, 공생! 삶의 평화가 깨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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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6월 10일 맑음 18도~30도


요 몇일 30도를 넘는 뜨거운 날씨에 블루베리가 익어가는 속도도 빨라졌다. 

드디어 첫 수확을 시작하는 날. 



작은 바구니에 한 가득 블루베리가 담겼다. 일일이 손으로 하나씩 따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따면서 한 알씩 집어먹는 재미도 크다. 블루베리를 먹고싶은 마음보다는 얼마나 맛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만큼 알이 굵은 것은 조금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예상했던 것보다는 꽤 많이 나온다. 맛도 비가 많이 와서 밍밍하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달짝지근하다. 물론 개인적인 입맛에 맞는 산도도 살짝 있어서 더 좋다. 껍질이 약간 두꺼워 씹는 맛도 괜찮다. 다른 농가와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을 듯하다. 아니, 좋으면 더 좋지 싶다. ^^



수확한 블루베리는 지퍼백에 800그램 정도로 소분했다. 일부는 저장기간이 얼마나 갈지 검토해볼 요량으로 실온에 놔두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첫 수확한 블루베리가 6일이 지난 오늘까지 물러지거나 곰팡이가 피거나 하는 것 없이 먹을만하다. 최소 1주일은 버텨줄 듯하다. 



블루베리를 키우는 농가에서 걱정하는 것 중의 하나는 새 피해다. 새가 열매를 쪼아먹는 것이 상당해서다. 그래서 그물망을 치는 농가도 많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새가 쪼아먹은 흔적이 조금 늘어난 듯하다. 하지만 수확에 지장을 줄만큼 많지는 않다. 2~3% 정도나 될까. 그리고 이런 쪼아먹은 흔적이 꼭 새가 한 것만은 아닌듯하다. 쪼아먹은 것을 치우려다보니 곤충이 보인다. 아마 벌레도 블루베리를 맛본 것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집 주위엔 참새를 비롯해 박새, 까마귀 등등 새들이 꽤 많다. 참새의 경우엔 40~50마리 정도가 떼지어 다닌다. 블루베리밭에도 왔다갔다 많이들 움직인다. 그럼에도 블루베리 피해가 적은 것은 풀 덕분으로 보인다. 풀과 함께 키우다 보니 풀 씨앗을 더 찾는 것 같다. 참새들이 블루베리밭을 찾는 것은 블루베리를 먹기 위한 것이 아니라 풀 씨앗을 먹기 위한 것처럼 보인다. 참 오묘하다는 생각이다. 


새들과 벌레와 얼마만큼은 나누어 먹자는 생각과 풀도 함께 키우자는 생각이 잘 맞아떨어지면서 실제 피해는 별로 없고, 농부가 원하는 만큼의 수확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그래 이렇게 나누어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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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6월 8일 맑음 17도~30도 


초여름 날씨다. 아니, 이정도면 한여름이다. 2주 정도 전만 해도 아침 저녁으로 춥더니 갑작스레 온도가 치솟았다. 그 덕분에라기 보다는 그 탓에 블루베리가 갑자기 익기 시작했다. 



우려했던 것보다는 열매가 조금 더 커서 다행이다. 완전히 익기 전까지는 크기를 어느 정도 키워주는 모양새다. 



꽤 익은 것과 아직 덜 익은 것의 열매 크기 차이가 상당히 난다. 문제는 당도다. 

열매가 익기 위한 적산온도, 즉 하루 하루 온도가 쌓여서 숙성이 될 수 있을만큼의 온도가 되는 날까지의 기간이 갑작스런 더위로 말미암아 짧아져버린 것이다. 차근차근 온도가 쌓이면서 익어갈 때 광합성이 충분히 되어 당도가 올라갈 텐데, 요 몇일 한여름처럼 더운 탓에 충분한 광합성을 이루지 못하고 익고 있어서 당도가 높지 않을 것 같다. 

지난해에는 블루베리가 파란색이 되고 하루 이틀 후에 바로 수확했지만, 올해는 3~4일 후에 수확해야 당도가 비슷해지지 않을까 싶다. 갑작스런 기온의 변화에 잘 대처하는 수밖에 없다. 



블루베리밭을 3차 예초하면서 둘러보니 줄기가 말라죽는 것이 2그루 보였다. 줄기마름병같아 보인다. 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해 생기는 병일텐데 주위에 많이 퍼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줄기마름병에 걸린 가지는 밑둥까지 완전히 제거해주었다. 병이 퍼지지 않은 것은 개인적인 생각으론 제초제와 비료 등을 주지않고 4년째 키운 덕분에 땅속 미생물이 충분해서 병을 이겨내는 힘이 강한 덕분이라 여긴다. 땅 속도 우리 인간의 창자 처럼 여러가지 미생물로 가득한 마이크로바이옴의 세계다. 지렁이가 꿈틀꿈틀대고 있는 땅이라면 분명 건강한 미생물이 많은 곳이리라. 그리고 이런 건강한 미생물은 작물의 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벌레와 병균에 저항하는 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블루베리가 줄기마름병을 잘 이겨내고, 열매도 달콤하게 잘 익어가기를 기대한다. 올해 유독 신경을 더 많이 썼고, 땀도 더 많이 흘렸으니, 이런 기대를 갖는 것이 욕심이지는 않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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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6월 7일 15도~25도 맑음



오디가 한창 익는 중이다. 어딘가 씨앗이 떨어져 저 혼자 자란 뽕나무인지라, 사람들이 찾는 개량형 오디처럼 알이 굵지는 않다. 하지만 자연스레 옛날부터 자라던 토종 오디라는 매력은 있다. 생으로 그냥 먹을만도 하지만, 약간 덜 단 느낌에다 씹히는 것이 많다. 그래서 청이나 술로 담그면 좋다. 지난해 담가두었던 오디주는 열흘 전 쯤 찾아온 친구와 다 마셔버린 후라 올해도 술과 청을 담글까 생각중이다. 



땅에 떨어진 오디가 수북하다. 뽕나무에는 따로 퇴비나 비료 등을 주는 것이 없기에, 이렇게 떨어진 오디가 자양분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자신의 에너지로 키워낸 열매가 싹을 내지 못했을 경우, 다시 땅으로 돌아가 에너지로 쓰이는 것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말끔하게 자라고 있던 뽕나무에 뽕나무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뽕나무이가 득세하기 전에 얼른 먹을만큼의 오디를 수확해야 할 성 싶다.



원래는 밑에 비닐 등을 깔고 나뭇가지를 흔들어 떨어진 오디를 수확할 생각이었지만, 뽕나무이가 생기는 바람에 일일이 손으로 하나씩 오디를 수확했다.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과 뽕나무이 피해를 입은 것을 빼고 따다보니 생각만큼 수확량이 많지는 않다. 씻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먼지라도 제거한다는 느낌으로 씻어서 바람에 말리다보니 뽕나무이 피해를 입었던 열매는 하얗게 곰팡이가 핀 것처럼 피어오른다. 이런 것들을 제거하고난 건강한 것으로 먼저 청을 담글 생각이다. 이후 또 오디가 더 익으면 한 번 더 수확해서 술을 담그면 좋겠다. 친구가 찾아와 오디주를 한 잔 두 잔 권하며 마실 생각을 하니 어느덧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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