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 <베테랑2> 2024.9.13일 개봉. 액션. 황정민, 정해인 주연. 전편 뛰어넘는 속편은 찾아보기 힘들다. 웃음도 줄고 액션의 짜릿함도 줄고. 7점/10점 ★★★☆
2. 베테랑 형사 서도철(황정민)과 강력범죄수사대는 연쇄살인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중범죄를 저질렀지만 법정에서 가벼운 처벌만을 받은 이들에게 가해지는 사적 복수의 형태다. 출옥을 앞 둔 범죄자 전석우(정만식)가 다음 목표가 되고 수사대는 그를 보호하는 임무를 맡는다. 그 과정에서 무술에 뛰어난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를 수사대로 데려온다. 수사대는 전석우를 지켜내고 연쇄살인범을 잡을 수 있을까.
3. 영화 <베테랑> 1편은 알콩달콩한 코믹 액션과 과감한 액션이라는 두 모습의 액션을 선보이고, 재벌가의 갑질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소재로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선보였다. 여기에 통쾌한 결말을 통해 '정의가 살아있다'라는 판타지(?)적 쾌감까지 안겼다. 여기에 '어이가 없네'라는 유행어까지. 이 덕분에 1300만 관객을 뛰어넘는 흥행을 기록했다.
4. 9년 만에 나온 후편 <베테랑>2편에 대한 관심은 적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정해인이라는 새로운 인기 배우가 추가되었으니, 기대치가 클 수밖에. 하지만 관객은 예상만큼 반응하지 않았다. 1편의 절반 수준인 75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물론 지난해 이 정도의 관객을 모은 영화 또한 흔치 않았으니, 실패라고 할 수는 없다.
5. 1편은 서도철 형사와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의 대결구도가 영화를 이끌고 갔다면 2편은 베일에 싸인 '해치'라는 존재를 밝혀내는 구조가 중심이다. '해치'가 누구인지가 드러나는 장면은 일종에 반전이라 할 수 있겠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대략 짐작이 간다. 대결 구도를 통한 통쾌한 정의의 승리라는 쾌감 대신 택한 스릴러의 형식이 관객들에겐 조금 덜 만족스러운 부분으로 보인다.
6. 코믹 액션도 알콩달콩함은 사라지고, 헛발질의 헛웃음 유발만이 조금 보인다. 액션은 크게 남산의 계단 구르는 장면과 비 내리는 건물 옥상에서 펼쳐지는 미끄럼 액션 두 가지로 볼 수 있을텐데, 촬영은 엄청 힘들었을 것이라고 짐작은 가지만, 실제 눈으로 보이는 모습은 그만큼 화려하게 다가오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7. 이번 <베테랑>2편은 '살인에 좋은 살인이 있고, 나쁜 살인이 있느냐?"라는 서도철의 외침이 주된 테마라 할 수 있겠다.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수많은 콘텐츠가 생성되고, 이 중엔 가짜 뉴스 범벅에 사적 복수를 부추기는 것이 정의인 양 주장하는 위험천만한 것들도 많다. 이런 내용들은 감정을 자극해 쉽게 동조할 위험이 크다. 현재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이런 극단적 콘텐츠로 인한 사회 분열과 증오가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8.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구약성경과 함무라비 법전에서 찾아볼 수 있는 '동태복수법'의 원칙을 보여준다. 당시에는 엄격한 정의의 방법으로서, 눈을 해한 상대에게 눈 이상의 것을 해하는 것을 막는, 즉 복수의 제한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베테랑>2편에서의 해치는 이런 동태복수법으로 범죄자를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개인적 복수를 허용하고 있지 않다. 동태복수법이 갖고 있는 적절한 처벌, 즉 죄에 맞는 합당한 처벌과 정의의 구현을 법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실현하고 있다. 이는 사적 복수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막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다. 그렇기에 살인에 살인으로 보복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서도철이 좋은 살인과 나쁜 살인이 따로 있느냐고 외친 것도 바로 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9. <베테랑>2는 어찌보면 법치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헌법 자체를 뒤흔들고 있는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서도철의 외침이 더욱 귀에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