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6월 10일 맑음 18도~30도
요 몇일 30도를 넘는 뜨거운 날씨에 블루베리가 익어가는 속도도 빨라졌다.
드디어 첫 수확을 시작하는 날.
작은 바구니에 한 가득 블루베리가 담겼다. 일일이 손으로 하나씩 따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따면서 한 알씩 집어먹는 재미도 크다. 블루베리를 먹고싶은 마음보다는 얼마나 맛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만큼 알이 굵은 것은 조금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예상했던 것보다는 꽤 많이 나온다. 맛도 비가 많이 와서 밍밍하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달짝지근하다. 물론 개인적인 입맛에 맞는 산도도 살짝 있어서 더 좋다. 껍질이 약간 두꺼워 씹는 맛도 괜찮다. 다른 농가와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을 듯하다. 아니, 좋으면 더 좋지 싶다. ^^
수확한 블루베리는 지퍼백에 800그램 정도로 소분했다. 일부는 저장기간이 얼마나 갈지 검토해볼 요량으로 실온에 놔두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첫 수확한 블루베리가 6일이 지난 오늘까지 물러지거나 곰팡이가 피거나 하는 것 없이 먹을만하다. 최소 1주일은 버텨줄 듯하다.
블루베리를 키우는 농가에서 걱정하는 것 중의 하나는 새 피해다. 새가 열매를 쪼아먹는 것이 상당해서다. 그래서 그물망을 치는 농가도 많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새가 쪼아먹은 흔적이 조금 늘어난 듯하다. 하지만 수확에 지장을 줄만큼 많지는 않다. 2~3% 정도나 될까. 그리고 이런 쪼아먹은 흔적이 꼭 새가 한 것만은 아닌듯하다. 쪼아먹은 것을 치우려다보니 곤충이 보인다. 아마 벌레도 블루베리를 맛본 것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집 주위엔 참새를 비롯해 박새, 까마귀 등등 새들이 꽤 많다. 참새의 경우엔 40~50마리 정도가 떼지어 다닌다. 블루베리밭에도 왔다갔다 많이들 움직인다. 그럼에도 블루베리 피해가 적은 것은 풀 덕분으로 보인다. 풀과 함께 키우다 보니 풀 씨앗을 더 찾는 것 같다. 참새들이 블루베리밭을 찾는 것은 블루베리를 먹기 위한 것이 아니라 풀 씨앗을 먹기 위한 것처럼 보인다. 참 오묘하다는 생각이다.
새들과 벌레와 얼마만큼은 나누어 먹자는 생각과 풀도 함께 키우자는 생각이 잘 맞아떨어지면서 실제 피해는 별로 없고, 농부가 원하는 만큼의 수확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그래 이렇게 나누어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