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극한직업]과 [엑시트]의 대성공으로 코미디 장르가 꽤 만들어지고, 눈길도 끌고 있다. 올해 첫 코미디 영화로 상영된 [해치지않아]가 과연 대박의 기운을 이어갈지 궁금했다.

 

사람들은 대박이 난 작품들을 분석해보곤 하는데, 지난해 [극한직업]과 [엑시트]에서는 웃음 뒤에 숨겨진 슬픔이라는 칼날을 지녔다고 평을 받는듯 하다. 소위 웃픈 영화라는 것이다. [극한직업]은 소상공인의, [엑시트]에서는 청년백수의 아픔이 드러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의미를 '찾는다'는 행위는 관객 각자의 선택일 뿐이다. 우선 코미디영화라면 웃겨야 한다. 그 웃음을 발생시키는 부조리가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면 더욱 좋은 것이고. 

 

[해치지않아]는 이런 측면에서 다소 애매모호하다. [해치지않아]는 사람도 찾지않고 동물도 없는 다 망해가는 '동물원'을 살리기 위해 동물탈을 뒤집어쓴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동물탈을 뒤집어쓰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웃음을 준다. 그런데 아쉽게도 웃음이 쏟아질 정도는 아니다. 그럭저럭 웃기다. 

 

[해치지않아]는 '동물원'을 통해 동물을 좋아한다는 의미와 동물원의 의미 등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듯했다. 동물탈을 뒤집어 쓴 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발각된 이후 사건이 어떻게 결말을 맺는냐에 따라 그 기회가 폭발할 수 있을것이라 생각했다. 정말 결말이 궁금했다. 그런데 영화는 아주 급하게 무난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그덕에 영화의 시선이 누구의 시선인지를 가늠하기가 쉽지않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래도 가끔 아무 생각없이 피식피식 웃고싶다면 동물탈을 뒤집어쓴 사람들의 소동을 즐겨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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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우정을 그린 영화다. 한석규와 최민식의 열연이 빛난다.

 

실록에 이름이 오르내리던 장영실은 세종의 안여(임금의 가마)가 부서져 뒤집혀진 책임을 지고 곤장을 맞은 이후, 기록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왜 장영실은 급작스레 역사의 뒤안길로 가버린 것일까. 작가들에겐 그야말로 상상력을 품게 만드는 소재다.

 

2016년 KBS에서 방영된 드라마 [장영실](김상경이 세종으로, 송일국이 장영실로 분)은 그 뒷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냈다. 궁에서 몰래 사라져 남이 알아차릴 수 없는 세간에서 계속해서 백성에게 도움이 되는 물건들을 발명하고 만들어냈다고. 드라마는 또한 기록 이후의 모습과 함께 장영실의 삶에 드러나는 우여곡절을 24회라는 긴 시간을 통해 드라마틱하게 보여주었다.

 

 

영화는 이 드라마와 어떻게 다를까. 지금 이 시점에서 왜 세종과 장영실을 소환했을까. 영화는 세종과 장영실의 우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신분상 단 한 번의 마주침도 가능하지 않았을 관계이지만, 서로의 뜻과 능력을 알아보고,함께 길을 걷는 벗이 되는 모습에 집중한 것이다. 거문고 명인 백아와 그 소리를 이해한 종자기의 사귐처럼 말이다. 또 서로를 위해서 목이 잘린다 해도 후회않는 문경지우의 관계였다고 말하고 있다.  

 

영화는 세종과 장영실의 이런 관계를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실록에 남겨진 마지막 장면에 주목한다. 안여가 부서진 사건은 세종이 영실을 살리기 위한 자작극으로 본다. 하지만 영실은 세종이 한글을 반포할 수 있도록, 사건의 원인이 자신이었다며 죄를 뒤집어쓴다. 영화의 상상력이 최고조로 달하는 부분이다. 결국 세종은 한글을 위해 영실을 포기한다. 함께 뜻을 이룬다는 점에서 벗이자 동지인 그들의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선택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감독은 지금 이 시점에서 왜 세종과 장영실의 우정을 우리 앞에 소환한 것일까. SNS속 수많은 친구들이 있지만 외로워하는 우리들을 위한 것일까. 진정한 벗이란 무엇인지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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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매력은 무엇일까. 어디선가 범죄가 발생하고, 그 범죄를 밝히려는 사람이 등장한다.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범인이 밝혀진듯 하지만, 결말에 이르르면 진짜 범인은 다른 이인 경우가 많다. 반전의 재미, 사건을 해결하는 머리싸움, 주어진 단서들이 어떻게 아귀에 들어맞는지를 살펴보는 흥미, 점차 범인에게 다가가는 쫄깃함 등등. 추리소설의 매력은 흘러넘친다.

 

추리소설의 플롯을 활용한 영화 또한 이런 매력을 고스란힌 담고 싶어한다. [나이브스 아웃]은 추리영화의 묘미를 잘 살려냈다.

베스트셀러 작가의 갑작스런 죽음. 용의자는 작가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던 모든 가족들이다. 마치 애거사 크리스트의 [오리엔트특급 살인사건] 마냥 모든 인물들이 용의자로 등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모두 살인동기를 하나씩 갖고 있다. 

 

[나이브스 아웃]은 러닝타임 1/3 정도 쯤에 범인을 밝힌다. 도대체 이 사건이 어떻게 벌어진 일인지를 그 이후에 풀어낸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초반에 범인이 밝혀진듯하다. 아무렴. 결국 반전이 있다. 범인이 밝혀지면서, 그리고 범행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다시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가 밝혀지는 과정이 영화 러닝타임을 치밀하게 계산한 듯 3등분 정도의 분량으로 나뉘어 있는 셈이다. 고삐를 쥐었다 풀었다 하는 솜씨가 좋다. 게다가 범행의 알리바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진짜 범인을 잡게 해줄 단서가 되도록 만들어놓은 구성이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정통 추리소설, 추리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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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G가 풍성한 재냔영화를 좋아한다면 추천. 드라마적 재미가 담긴 재난영화를 좋아한다면 글쎄....

 

2. 22년전 만들어진 할리우드 영화 <딥 임팩트>나 <아마겟돈>을 연상시키는 줄거리. 백두산이 화산활동을 재개하면서 한반도의 위기가 닥친다. 가장 큰 네번째 폭발이 일어나기 전 위력을 줄이기 위해 마그마를 빼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북한의 핵폭탄을 이용해 백두산 인근에서 폭발을 시켜야만 한다. 위의 두 할리우드 영화에서 위협의 요소였던 소행성이 백두산으로 바뀌었다.

 

3. 궂이 비교하자면 <백두산>은 <아마겟돈>에 가깝다. <딥임펙트>의 드라마적 요소가 약하기 때문이다. 반면 핵이라는 소재가 한중미 사이에 갖는 역학관계를 이야기를 끌고가는 배경으로 사용했다. 군사작전권이 여전히 없는 한국의 무력함도 등장한다. 갈등을 야기하는 소재로 사용되는데 만족할 뿐,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어주진 못한다. 

 

4. 그럼에도 CG기술이 어느 정도 발전했는지를 실감케 하는 매력이 있다. 서울 도심이 지진으로 빌딩이 무너지고, 도로가 갈라지고, 한강에 해일이 이는 장면 등은 자연스럽다. 또 백두산 화산 폭발도 거슬리는 장면이 없다. 10여년 전 할리우드 영화 <2012> 수준은 다다른듯 하다.

 

5. 자칫 무겁게 끌려갈 이야기를 하장우와 이병헌의 익살로 웃음을 끌어낸다. 하지만 웃음이 희생이 주는 감동을 배가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장애물이 되어버린듯하다. 재미는 있으나 감동은 약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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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시동]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예고편 속에서 웃음과 감동이 잘 버무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본편은 재미는 있지만 감동은 글쎄...  

 

2. 영화 [시동]은 가출한 청소년의 성장기라고 요약할 수 있겠지만, 실은 성장은 꼭 아이들이나 청년만의 것은 아니다. 어른도 끊임없이 성장한다. 시동이 아쉬운 것은 성장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성장을 통해 어른이 된다'는 통념에 사로잡혀 있는듯이 보여서다.

 

3. 그래서 어른은 아이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가르친다. 안타깝게도 영화 [시동]은 어른의 말을 따르지 않는다고 '반항아' 택일(박정민)에게 스파이크를 날린다.전직 배구 선수였던 엄마(염정아)는 다행히(?) 주로 쓰는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 주방장 거석이형(마동석)은 주먹대신 보자기로 말이다. 그것이 영화의 웃음 포인트가 된다는 것이 뒷맛을 씁쓸하게 만든다. 슬랩스틱으로 넘기기에는 뭔가 꺼림칙하다. 자신의 말에 거역한다고 폭력을 휘두르는 어른의 꼴이라니....

 

4. 실상 영화의 주인공은 거석이형처럼 보인다. 택일의 성장기지만 거석이형 없이는 영화가 진행될 수 없다. 예고편에서도 거석이형의 매력이 철철 넘쳐났다. 하지만 거석이형의 숨은 과거가 드러나면서 이 매력은 뚝 떨어져버린다. 너무 상투적이어서다.거기다가 '소중한 것은 스스로 지켜야한다'는 훈장님 말씀까지.

 

5. 그래도 소소한 재미가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온다. 잠깐 현실을 잊고 웃어보고 싶다면, 코미디프로가 짧아서 아쉽다면 찾아봐도 좋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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