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우정을 그린 영화다. 한석규와 최민식의 열연이 빛난다.

 

실록에 이름이 오르내리던 장영실은 세종의 안여(임금의 가마)가 부서져 뒤집혀진 책임을 지고 곤장을 맞은 이후, 기록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왜 장영실은 급작스레 역사의 뒤안길로 가버린 것일까. 작가들에겐 그야말로 상상력을 품게 만드는 소재다.

 

2016년 KBS에서 방영된 드라마 [장영실](김상경이 세종으로, 송일국이 장영실로 분)은 그 뒷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냈다. 궁에서 몰래 사라져 남이 알아차릴 수 없는 세간에서 계속해서 백성에게 도움이 되는 물건들을 발명하고 만들어냈다고. 드라마는 또한 기록 이후의 모습과 함께 장영실의 삶에 드러나는 우여곡절을 24회라는 긴 시간을 통해 드라마틱하게 보여주었다.

 

 

영화는 이 드라마와 어떻게 다를까. 지금 이 시점에서 왜 세종과 장영실을 소환했을까. 영화는 세종과 장영실의 우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신분상 단 한 번의 마주침도 가능하지 않았을 관계이지만, 서로의 뜻과 능력을 알아보고,함께 길을 걷는 벗이 되는 모습에 집중한 것이다. 거문고 명인 백아와 그 소리를 이해한 종자기의 사귐처럼 말이다. 또 서로를 위해서 목이 잘린다 해도 후회않는 문경지우의 관계였다고 말하고 있다.  

 

영화는 세종과 장영실의 이런 관계를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실록에 남겨진 마지막 장면에 주목한다. 안여가 부서진 사건은 세종이 영실을 살리기 위한 자작극으로 본다. 하지만 영실은 세종이 한글을 반포할 수 있도록, 사건의 원인이 자신이었다며 죄를 뒤집어쓴다. 영화의 상상력이 최고조로 달하는 부분이다. 결국 세종은 한글을 위해 영실을 포기한다. 함께 뜻을 이룬다는 점에서 벗이자 동지인 그들의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선택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감독은 지금 이 시점에서 왜 세종과 장영실의 우정을 우리 앞에 소환한 것일까. SNS속 수많은 친구들이 있지만 외로워하는 우리들을 위한 것일까. 진정한 벗이란 무엇인지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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