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제는 그 중에서도 가장 뿌리 깊고 지속적으로 고착된 위계질서이기도 하다. 가부장 질서를 일반적인 계층화의 문제로 보지 않고 남녀 사이의 계층화 문제로만 치환해서 생각하여, 양성평등을 실현하면 가부장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접근하는 길을 막아버리는 일이다. 가부장 질서를 논하면서 한 사회의 위계질서 형성이라는 틀을 함께 논하지 않는다면 가부장제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20쪽)
『판결과 정의』의 첫번째 챕터가 <01. 가부장제 변화의 현재>이다. 아직도 페미니즘을 남/녀로 문제로, 화난 여자들의 화풀이로, 꼴페미의 대합창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사회에서, 농경생활이 시작되었을 때를 기점으로 여성은 한결같이 제2의 계급으로 존재해 왔음을 말하는 건 어쩌면 부지 없는 일이다.
다시 말해 무엇하랴, 입만 아프다.
이원론에 토대를 둔 위계질서의 형성에 대해서는 『양성평등에 반대한다』와 『흑인 페미니즘 사상』에도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이번 기회에 김영란 대법관의 책을 좀 더 읽어보리라 살포시 책을 골라본다.
난 『제2의 성』을 읽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