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랄만한 말들이 무수히도 쏟아지는 귀중한 책을, 읽고 있다.

책이라는 물성을 통해 만났다는 점에 방점을 찍으면 아니, 그러니깐 그게 그쪽으로 가는 건가요? 이게 논리적으로? 어떻게?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라고 묻게 되지만 (그렇다고 이 책이, 이 책의 주장이 비논리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커피 한 잔 마주하고 앉아 나보다 나이가 00살 많은 여성주의 운동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생각하면 훨씬 술술 읽힌다.

여성주의 책 어디 한 권 쉽거나 만만할까. 각기 제각각 통쾌함과 무거움, 그리고 통찰을 가득 안고 있음이 분명한데, 아무튼 내 읽기 역사에서 제일 충격적인 문장은 바로 실비아 페데리치의 그것. 그러니깐 이런 문장.











우리는 하녀이자 매춘부이고 간호사이자 정신과 의사이다. (45쪽)

읽다 책을 덮어버리게 만드는, 책을 들고 있는 손을 덜덜 떨게 만드는, 더 읽어야하나 고민하게 만드는, 그런 문장이라 하겠다.


이 책에서는 이런 문단이 눈에 들어온다.

즉 궁극적으로 권력자는 우리의 에로스를 성기 에로스로 추락시킬 목표를 갖고 있다고 봐도 좋다. 여자에게서 경제적 자립을 빼앗고, 가족을 바탕으로 수컷 암컷이 한 쌍이 되어야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낸 권력의 목적은 바로 우리의 에로스를 성기 중심 에로스로 뭉개는 것이다. 말하자면, 경제적 억압은 그 수단에 불과하다. 성기 중심 에로스란 여자와 남자를 암컷 수컷으로 삼아 성기로 결합시키는 것이며, 그런 결합에서 뭔가 의미를 찾고 기쁨을 느끼게 하려는 획책이다. 여자와 남자의 관계를 성기 에로스로 떨어뜨리는 사회가 포르노그래피로 성립한 사회이다.(62쪽)

상상력의 극치인 에로스를 성기로만 묶어두려는 권력자의 획책을 저자는 통렬히 비판하는데, 나는 그의 생각에 대부분 동의하기는 하지만, 결혼한 여성 대부분의 삶을 추동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에로스라기 보다는 '자식' 혹은 '자식에 대한 상념'이 아닌가 싶다.

섹슈얼리티를 섹스로만 한정해서 볼 수 없겠지. 그러면 안 될테고. 물론 이건 나만의 생각,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내 또래의 여성, 기혼 여성들의 가장 큰 화두는 <1. 자식 2. 자식 3. 자식>이어서, 이 세상 무슨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던지 모든 이야기는 '자식' 이야기로 수렴되고. 나라걱정, 살림살이 걱정을 넘어서는, 너나 할 것 없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자식 걱정'이 제니의 만트라처럼 후렴구로 반복, 또 반복된다.


진정한 해방은 성 해방이 아니라, 출산 거부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게 하는 '자식 걱정'의 소용돌이.

파고와 돌풍과 소용돌이를 헤치고 조금 더 읽어보자.

아내는 돈을 벌고 남자는 혁명을 하는 분업 체제가 지금 세상에서남녀가 존재하는 방식과 대체 어디가 어떻게 다르다는 말인가? 남자가 자신의 아픔을 찾으면서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면, 여자에게는 항상암컷으로, 혁명을 향한 남자의 대의를 내조하는 일로 공을 세우는 데 진력을 다하는 길만이 허용된다. 여자가 각목을 들고 싸워도, 설령 폭탄을 갖고 체제와 싸운다 한들 그렇다. 자기 아픔을 가지지 못한 남자조직에서는 암컷을 어떻게 사용하는 게 가장 효율이 좋은지 그 방식을더할 수 없이 크게 보여 준다. 그래서 여자 (혁명) 병사의 출현을 허락하는 것일 뿐이다. - P58

여자에게 결혼이란, 또 결혼식이란, 아내로 엄마로 암컷의 생을 살아 내기 위한 결의를 세상에 알리는 창구이다. 생각건대 공인된 포르노인 결혼은 거리에서 남녀 간 성행위 퍼포먼스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더욱 우스운 것은 거리를 지나며 그 퍼포먼스를 본 사람들이 누구도 성행위를 보지 않았다고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와 비슷하게 입모아 거짓말을 하는 꼴이다. 이렇게 결혼 포르노가 상연되어 왔다. 그러니까 모두가 결혼이 포르노인 것을 알고 있는데도, 포르노라고 외친다면 이 세상의 중심 뼈대에 금이 갈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에, 이 공인된 포르노 ‘결혼‘이 계속 상영될 수 있다는 소리이다. 이런 속임수를 숨기려고 ‘예술이냐 외설이냐‘ 왈가왈부한다. 마치 결혼 이상으로 외설적인 것이 있는 것처럼 여기게 하고서 체제를 정비한다. - P63

그러나 ‘여자라는 것‘으로 입게 된 고통인 이상, 그 아픔을 부조리하다고 보는 것은 내가 ‘여자라는 것‘으로 살아가는 일의 부조리함을생각하는 것이기도 했다. 또 그런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아도 스스로가 ‘여자라는 것‘ 때문에 머리로 외워서 아는 것도 아니라서, ‘여자라는것‘으로 입은 고통을 잊어버릴 방도가 없었다. 도망칠 곳이 없는데 도망치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여자라는 것‘에서 계속 도망치려 해도 언제나 나는 ‘여자라는 것‘으로 돌아와야 했다. - P115

오르가슴 속에서 내 죄가 녹으면 나는 우주와 융합이 될 것이고한없이 자유로이 비상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생명이 있는 한 불타오르는 그 이미지는 죽음의 이미지를 뒤집은 것이었다. 살아가겠다는 것은 천국과 지옥을 간직한 그런 순간을 맛보는 것이며, 그런 순간이 찾아온다면 좋겠다 싶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에로스를 갈구한 것이었다. - P139

생각해 보면 여자는 신좌익운동 내부에서 암컷으로 살았다. 등사판 허드렛일부터 시작해서 혁명가를 자처하는 남자들의 활동 자금을 모으려고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었고, 가사 육아 빨래 등 수면 아래에 있는 거대한 빙산처럼 많은 일들을 했다. 일상을 꾸리기 위해 하는이 무겁고도 부담스런 일들을 암묵의 폭력으로 강요당한 것이다. 폭력은 금세 알 수 있는 물리적인 폭력만이 다가 아니다. 자 이제부터는 트로츠키 Leon Trotsky 28 식으로 한번 논리 전개를 해 봐." 하거나 "프롤레타리아로서 의식이 낮다"든가 하는 말로 위협하고… - P145

여자의 체면이란 애완견 수준이다. 아이에게도, 남편에게도 엄마여야 하는 여자의 삶이란 애완견 수준이다. 그래서 주인이언젠가는 애완견에게 손을 물리듯, 여자한테 모성애를 요구하는 남자는 언젠가 여자한테 뒤통수를 맞게 된다. - P154

문제는 기리시마 씨가 말한 그 충실한 생활이라는 것이었다. 그녀가 말하는 충실한 생활을 이미지로 그려 보면, 그 나름대로 사회에서인정받고 그것으로 수입을 얻어서 고급 옷을 사 입고 아파트에 살면서마음이 맞는 친구들을 불러 즐겁게 지내는 것, 그것이 더없이 충실한 생활이다. - P185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4-11-20 10: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청아 님도 그렇고 단발머리 님도 그렇고 다른 분들도 이 책 좋게 읽고 계시는데, 저는 왜이렇게 툭툭 걸리는지. 또 짜증나는 부분이 나와서 말이지요. 제가 곧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저는 이 책 읽기 좀 힘드네요. 하하하하하.

단발머리 2024-11-20 11:33   좋아요 2 | URL
엥? 하는 순간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을 거 같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저는 이 분 나이를 고려하면서 읽으니 그나마 쪼금 이해 가는 면도 있더라구요. 다락방님 글 기다릴게요!

수이 2024-11-20 1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으면 읽을수록 강하게 공감되는 구절들이라니 🤪

단발머리 2024-11-20 11:47   좋아요 2 | URL
그 메롱이 제가 생각한 그 메롱인지에 대해서 심도깊게 논의해볼게요. 메-롱!

얄라알라 2025-01-19 1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불되지 않는 사회] 읽다가 [혁명의 영점] 인용되었길래.검색하며 따라와보니 반갑게도 바로바로 단발머리님의 서재!!!와우

단발머리 2025-01-20 10:48   좋아요 1 | URL
우아~~~ 그렇게 연결되서 아는 사람 만나면 엄청 반갑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얄라알라님! 반가워요!!
 











트럼프 재선이 얼마나 충격적이었던지. 나는 또 내가 그렇게 충격받은 것에 놀라고 있다.

2022년 3월 8일, 코로나 검사를 받고 내가 받은 결과는 판정불가. 확진자 셋은 각각 자기 방을 차지하고, 나홀로 거실에 매트를 깔고 누워 개표방송을 보던 밤, 12시 반에 이재명에서 윤석열로 1위가 뒤바뀐 것을 보고 어째, 깜빡 졸았다가, 2시 반. 여전히 1위가 윤석열이고 어쩌면 윤석열이 당선된 줄 모른다는 예감은 내 목의 통증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 때 알았다. 대통령은 윤석열이 될 것이고, 나는 코로나라는 걸.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 이럴 수가. 미국 대선 뉴스를 그렇게나 꼼꼼히 챙겨보아서 당신은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에요,를 말하게 하던 1인은 이번 민주당 선거 전략 중 하나가 '여성 최초의 미대통령'이었다는 수식을 사용하지 않는 거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쩌랴. 사람들은 호감형의 해리스가 아닌 막가파 트럼프를 택했다. 해리스가 더 강한 모습으로 선거 전략에 임했다면 달랐을까. 해리스의 강한 버전 힐러리도, 트럼프에게 졌다. 트럼프를 이겼던 건 바이든 뿐이다.

남성의 53%가 트럼프를 지지하고, 여성의 53%가 해리스를 지지했다고 하니 더 많은 여성의 각성이 필요한 듯 보이지만, 상황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민주당 지지 성향의 흑인, 히스패닉계 남성들이 트럼프를 지지했다는 통계는 '남성 신화'의 견고함을 확인시켜 주는 예가 될 것이다. 남성은 되고 여성은 안 되는. 설사 그 남성이 흑인이라 할지라도 남성은 되고, 여성은 안 되는.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Vol. 2 문명의 기둥』에서 법, 인권, 신, 국가, 기업, 돈은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주관적인 것으로 역사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힘으로서 작동해왔다고 유발 하라리는 말한다. 한 개인의 상상에 존재하는 주관적인 어떤 것이 아니기에 이를 '상호 주관적 실재'라고 일컬어지는데, 이는 많은 사람이 이러한 실재를 상상 속에서 공유하기 때문이다. 사피엔스가 역사 속에서 협력과 합의의 과정 속에서 만들어 온 '상호 주관적 실재'를 '나 혼자' 믿지 않는다고 해서 외부 세계에 변화를 가져올 수는 없다. 상상의 질서를 실제로 바꾸려면 수백만 명의 낯선 사람들에게 나와 협력하자고 설득해야 한다.(115쪽) 단시간에 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아예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내내 애용하는 이 사진은 장하준 교수의 책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앞면에 '친필' 인쇄문구이다.




사람들의 상호 주관적 실재 안에서 오랜기간, 노예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과 동물의 그 중간 어디쯤이었다. 여성은 어린애와 같은 존재였고, 식민지 사람들은 열등하다는 이야기에 충분히 세뇌당해 자신이 정말 그런 종류의 사람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에 반대하는 새로운 상호 주관적 실재가 등장했고, 여러 가지 새로운 상호 주관적 실재가 제안되고 있다. 우리가 맞이하는 새로운 세상은 어떠해야 하는가.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늘봄학교는 저녁 8시까지 아이를 학교에서 맡아주겠다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아침 9시에 학교에 와서 저녁 8시까지 남아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엄마와 아빠가 둘 다 회사에서 일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2021년 미국의 CEO들이 받은 보수는 일반 근로자 급여의 399배에 달했다. 왜냐하면 CEO들은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너무나도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런 주관적 실재가 우리가 원하는 세상인가.

이런 주관적 실재가 우리가 원하는 세상인가,라고 나는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의 일이, 어떤 사람의 시간이 다른 어떤 사람의 시간보다 399배나 중요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많은 사람들이 이에 동의하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생애초기 10년이 중요하다는 주장은 육아서에서만 확인되는 사항이 아니다. 그 중요한 생애초기의 많은 시간을 왜 텅 빈 교실에 남아 엄마, 아빠를 기다리며 보내야만 하는가.

이 문제의 핵심을 나는 '노동의 관한 것'이라 생각한다. 친구는 내 페이퍼의 결말은 자주 '기본소득'으로 간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사실 그리로 가고 싶은데 오늘은 거기까지는 못갈 듯 싶다.

일하는 것에 대한 환상을 깨뜨릴 수 있다면, 인간 존재의 가치와 평가가 노동에 근거하지 않는다면, 더 정확히는 그것을 생산성, 더 구체적으로는 '돈을 버는 일'에 한정하지 않을 수 있다면, 우리가 맞게 될 '상호 주관적 실재'는 훨씬 더 나은 모습이지 않을까.











『포스트식민주의의 지리』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플랜테이션 소유주들은 노동자를 위해 임금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연에 가까운 존재이므로, 동물적 열정과 욕구 충족을 위해서는 생계가 유지될 정도의 임금만으로 충분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117쪽)

식민지의 원주민, 그리고 이제 노동자가 이들에 대한 자본가의 생각이 이러하다. 자본가의 실재이며, 그의 세계이다. 그 세계 속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없을까. 아니 그 세계 속에 아예 편입되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나는 그것이, 스스로를 '열심히 일하는 성실한 노동자'로 규정하지 않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일주일에 몇 시간을 일해야 하나. 주 5일 근무제 도입이 본격화되기 직전, 신문은 매일 아침, 이러다가 나라가 망한다고 노래를 불러댔다. 내수성장의 황금시장이 열릴 것을 예상한 사람들은 그 때 당시에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어릴 때 큰애가 좋아하던 엠마 시리즈에서 엠마는 수요일에는 집에 일찍 온다. 점심 먹고 바로 하교. 초등학교도 수요일은 전학년 5교시 하교다. 5교시 하교면 1시 40분. 수요일마다 아이를 위해 엄마, 또는 아빠가 오전 근무만 하고 퇴근해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상호 주관적 실재를, 왜 우리는 상상할 수 없단 말인가.

여자라서 안 된다는 생각, 유색인종이라서 안 된다는 생각. 돈이 없어서 안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면 된다. 경제권력이 이미 정치권력의 상당 부분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지만(트럼프 당선으로 머스크 승승장부), 여전히 우리에겐, 시민들에겐 1인 1투표의 소중한 권리가 있다. 내가 원하는 상호 주관적 실재를 실현해 줄 정치세력을 찾아보아야 한다. 적어도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정치세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 핵폭탄을 북한을 향해 쏘겠다는 정신 나간 정치 세력 말고.

덜 일하고 더 많이 놀 수 있게 해주는, 베짱이에게 한없이 너그러운 세상.

개미들이 허리 펴고 쉴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세상. 그런 실재.

나는, 그런 실재를 원한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쟝쟝 2024-11-12 1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실재에 탑승합니다! 일단 내 안의 노동중심주의 철폐하고요, 그리고 돈이면 다되는 데…에 대한 희미한 욕구 잠깐 눌러놓고요, ㅋㅋㅋㅋ

사람들이 돈 주면 단발님처럼.. 책 읽고 사유할 거 같죠? 웅웅 근데 안그래요~ 노노~ㅋㅋㅋ 저 1세계에서도 피해의식에 둘러싸여 도찍한다 아입니까? (다만… 미국수준 한국수준 함께가고 있어서…ㅋㅋ) 어디에 가치 기준을 둘 것인가, 무엇에서 의미를 찾을 건가… 그거 묻는 사람 사라지면 소득 높아져도 더 나빠질 수 있다!! (확신에 참ㅋㅋㅋ)

개미들이여, 베짱이의 노래를 들어라 ㅋㅋㅋ

단발머리 2024-11-13 05:59   좋아요 1 | URL
미국의 도날드 찍으신 분들은 먹고 살기 점점 힘들어져서 도날드 찍으신 거 같구요. 근데 먹고 살기 괜찮은 동네에서는 무슨 일인지 ㅋㅋㅋㅋㅋㅋㅋ 너도 망하고 나도 망하고... 이런 그림, 이런 사진 난 진짜 꿈에도 생각 못 한...
도날드 윤석열 조합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아베는 벙커에서 구르더라. 윤석열도 골프 연습 말고 구르기 연습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4-11-12 13:09   좋아요 0 | URL
저는 그래서… 동일시에 대해 천착 중입니다.. 프로이트여… 라캉이여…

단발머리 2024-11-12 15:14   좋아요 1 | URL
나는 뭐, 천착하고 싶지는 않은데... 어제밤에 읽은 책에 프로이트 이야기 나오더라구요.
칫솔에 치약 짜 주는 사람이 있었대요, 프로이트는 ㅋㅋㅋㅋㅋㅋㅋ 메롱!

공쟝쟝 2024-11-12 20:10   좋아요 1 | URL
프로이트 구강암으로 사망했는데 치약에 뭐 섰은 거 아닙니까? 진상규명! ㅋㅋㅋㅋ 치약은 내가 짜자!

단발머리 2024-11-12 21:34   좋아요 0 | URL
하인이나 해주던 일을 마누라 시키더니만 ㅋㅋㅋ 가정 내 폭군, 프로이트 구강암의 비밀; 곧 밝혀집니다!
 



3주 전이던가, 아직은 덥다~ 라고 말하던 때 가을운동회가 있었다.


교실로 가는 길에 옆반 남자아이를 만났다. 수업 들어가는 반 아이가 아니라서 얼굴만 아는데, 그 날은 신발장 앞에서 인사를 하는거다. 안녕하세요? 응, 안녕? 그러더니 똑바로 서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한다. 저 계주 대표예요. 아~ 그렇구나. 달리기 잘하나 보네. 청팀이야, 백팀이야? 청팀이요. 오른손에 주먹을 불끈 쥐고, 큰 소리는 아니지만 작지 않은 소리로 외쳐 본다. 청팀 이겨라! 청팀 이겨라! 잘생긴 얼굴에 환한 웃음이 가득하다.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다. 감사합니다!

5분 뒤, 화장실로 들어가는데, 세면대 앞에서 K를 만났다. K는 내가 수업 들어가는 반의 학생이고, 1학기 내내 내 스케쥴을 관리해 주는 아이라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선생님, 이따가 운동장에 나오실 거에요? 응, 선생님도 이따 나갈거야. 선생님은 무슨 팀이에요? K는 무슨 팀이야? 아니, 선생님은 무슨 팀이냐고요? 그니깐, K는 무슨 팀이냐고? 저는 백팀이요. 선생님도 백팀! 그래요? 응, 백팀이야. 백팀 화이팅! 백팀 화이팅! 역시나 환한 웃음을 안고 K가 나를 스쳐 지나간다.

나는 청팀이고 백팀이다. 나는, 이러한 나의 성향, 기질이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행동이며, 한없이 넓고 깊은 포용력의 표현이며, 이로 인해 나는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을거라 확신하지만, 나의 이런 행동에 유독 반감을 갖는 어떤 사람은 내가 중간에 껴서 이도저도 못하는 유약한 인간이며, 회색분자, 동물로 비유하자면 박쥐, 그에 가까운 행동을 보이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예전에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을 때. 그러지 않은 사람이 있었을까. 우리 국민들 중 많은 사람이 안철수에 대해 기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안철수는 좋은 의사, 좋은 사업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치라는 험악한 동네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확인되었는데, 그 때 안철수를 놀리며 그의 '현실감각 없음'을 비판하며 상기시켰던 단어가 '극중주의'였다. 안철수는 극중주의란 '좌우 이념에 경도되지 않고 실제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들에 매진하는 것, 중도를 극도로 신념을 가지고 행동에 옮기는 것'이라 설명했는데, 그걸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는 본인도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어떻게 딱 가운데 서느냐고요. 그 선을 어떤 자를 가지고 와서 그을 거냐고요.

도널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 언론의 예상보다 훨씬 더 큰 표차였다. 상원, 하원, 주지사까지 싹슬이 한 걸 보면 민주당이 참 못했구나 싶고. 유명하다는 사람들이 다 나와서 민주당의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는데도 결국 트럼프의 개인기를 넘지 못했으니. 나쁜 사람이 가진 못된 매력에 미국 전체가 굴복한 모양새다. 그리고, 양당제의 폐해일 수도 있겠고.

우리 역시 마찬가지기는 한데, 문재인이 싫어서 조국이 싫어서 윤석열을 찍었다. 이재명이 싫은데 얼마나 싫으냐면 그 표를 윤석열한테 줄 만큼 싫었다. 그 윤석열이 어떤 윤석열이냐면, 김건희가 직접 국민 앞에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 물으니, "임기반환점이라고 해서 괜히 국정 성과 이야기하지 말고 사과를 많이 하라고 하더라. 이것도 국정 관여고 농단은 아니겠죠?"라고 답하는 윤석열이다. 그건 국정 관여, 국정 농단이 아니다. 그건 그냥 ㅋㅋㅋㅋㅋㅋㅋㅋ 국정을 운영하는 거다. 여사가 하라는대로 하는 대통령을, 우리는 보고 있는 거다. 가서 사과 많이 하래요. 하아...



분단이라는 이분법 아래,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의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선택에 대해 나는 자주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면 뭐하나, 우리 대통령은 윤석열이다. 이게 내 수준이고, 이게 우리 수준이다.

창피한 건 참겠는데, 자꾸 전쟁통에 뛰어든다고 하니 그게 제일 걱정이다. 청팀과 백팀을 모두 아우르는 드넓은 내가 되고 싶은데, 실제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에 앞장서는 정부를 보고 싶은데, 전쟁의 위협과 협박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가능할까. 혹시.

혹시 가능할까.


트럼프 당선을 목전에 두고 친구가 추천한 책, 그리고 트럼프 월드를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읽어야 할 책들을 골라본다. 목차도 보지 않은 책들이다. 제목만 보고도 안다. 이런 시대가 왔다. 새로운 세상이.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쟝쟝 2024-11-07 1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극중주으 는 당파성을 가지는 것 만큼이나 힘이 듭니다…!! 😎ㅋㅋㅋ 근데 세상에 따지고보면 안 힘든 것은 없는 것 같기도…
911 때부터 (ㅜㅜ) 미국을 걱정한 버를러의 위태로운 삶도 추천 목록에 넣습니다! 오늘 저녁에 낙담하지 않고 남은 페이지들을 읽는 것으로…. 🥺

단발머리 2024-11-07 22:05   좋아요 1 | URL
저는 아무래도 당파성이 더 쉬운 거 같아요. 극중주의의 폐해에 너덜너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국을 걱정한 버틀러의 [위태로운 삶]은 차에 싣고 다녀요. 진즉 대출했는데 아직 펴보지도 못함. 지금은 [유대인의 역사] 읽고 있지요. 10시 반부터 우치다 시간인데 가능할지 모르겠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11-07 19: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싫어요 ㅠㅠ 윤석열 김건희 트럼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미국도 민주당 지지하면서 그래도 여자는 안된다고 트럼프 찍은 남자들이 많다네요 ㅜㅜㅜ 유색인종들도 남자들은 트럼프를 더 지지했더라고요. 대환장..

단발머리 2024-11-07 22:14   좋아요 1 | URL
셋 중에 하나만 고르라면, 전..... 윤이요.
그러게요. 백인남자들의 트럼프 열광은 슬프게 일면 이해되는데, 경합주에서 흑인 남자들이 해리스 안 찍었다고 그러대요. 포기를 못하는 거죠. 남자로서의 그 알량한.... 하...

망고 2024-11-07 22:32   좋아요 1 | URL
통계를 보면 흑인이 아니라 히스패닉계에서 트럼프를 더 찍었다고해요ㅠㅠ

다락방 2024-11-08 07:53   좋아요 1 | URL
아무리 똑똑한 여자도 멍청한 남자한테는 이길 수 없다... 이 무슨 ㅠㅠ

저도 윤이 제일 싫어요, 이준석과 막상막하지만 지금 권력은 윤이 더 크니까 윤이 지금 제일로 싫어요. 아 너무 싫어요. 진짜 ., 아오..


초록비 2024-11-08 0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에피소드가 왠지 감동적이네요.

단발머리 2024-11-11 12:57   좋아요 1 | URL
네, 정말 그래요. 꾸밈없는 아이들의 모습을 만끽하는 요즘입니다.
 


세간에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나 명태균의 녹취파일일텐데, 이 회오리 바람이 어디로 가게 될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다. 몰랐다. 우리 다 몰랐다. 그 해 겨울 밤에 그렇게나 많이, 그리고 자주 광화문 광장에 서 있게 될 줄은.

명태균의 녹취록 중에서 귀에 꽂힌 건, 5선 국회의원에 대한 고함 & 호통이나 공천과 관련된 대통령과의 대화 이런 게 아니었고, 김건희에 대한 명태균의 평가였다. 이를 테면 이런 대목.



김건희가 사람 볼 줄 아는 눈이 있는 겨. 사람을 알아볼 줄 알아.

명태균이 '김건희가 사람 볼 줄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을 때 , 그 근거는 김건희가 명태균, 즉 자신을 알아보았다는 점이다. 그 지점에서만큼은 명태균에게는 1만큼의 과장도 없어 보이는데, 김건희는 문자 메시지에서 명태균을 선생님, 이라 불렀으니 말이다.

우치다의 주장 중에 마음에 걸리는(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여럿 있기는 해도, 다시 찾게 되는 저자인데, 그의 책에서 이런 문장을 만나게 되면 '오, 역시~~ 괜찮은데?' 그런 생각이 든다.










유대인은 행동하는 자신을 주시하고, 사고하는 자신을 주시하도록 저주받았다고 사르트르는 쓰고 있다. 그러나 그 저주는 본래 모든 인간에게 부여된 것이 아니었던가? 인간은 스스로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타인으로부터 받는 승인을 우회하여 비로소 인간이 된다('자기의식'은 오직 타자로부터 승인을 받은 후에만 존재한다)고 쓴 사람은 헤겔이 아니었던가? (『유대문화론』, 193쪽)

그렇다. 인간은 타인으로부터 받는 승인을 우회하여 비로소 인간이 된다. 둘 이상의 인간이 함께 모여 생활하면서 만들어지는 사회 속에서 나를 대상으로 하여 만들어진 타인의 평가가 그처럼 중요한 이유이다. 타인의 인정, 타인의 승인을 통해 나는 어떤 한 인간으로 비로소 '만들어진다'.

김건희가, 검찰총장의 아내이며, 야당의 가장 강력한 대선후보자의 아내이며,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가 명태균을 '선생님'이라고 불렀을 때, 명태균은 비로소 선생님이 '되어' 버린 것이다. 여러 기타(?) 안건을 제안하고, 지시를 전달하고, 정책을 조율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Tell me everything』에서 밥의 아내 마가렛은 목사다.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에서 그녀의 설교에 대해 언급하며 윌리엄이 말한다.

Willaim said to Margaret, as he raised his glass, "Great job tonight, Margaret. Really, really great job." (45p)

윌리엄의 칭찬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 칭찬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고. 진짜 그런 사람도 있다.(있더라) 칭찬하는 말을 듣기 싫어하는 사람, 드물긴 하지만 있긴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어느 경우에는 아주 심플한 언급도(심지어 칭찬이 아닌 '간단한' 언급마저도) 그 사람에게는 작은 위로와 뛸 듯한 기쁨을 선사하기도 한다.


타인의 평가로 인해 만들어지는 나. 타인의 승인으로 구성된 나.

특별히 할 일이 없기도 하지만, 시간이 허락된다면(허락될 예정) 오래오래 생각하고픈 주제이긴 하다.

<읽고 있어요>가 한없이 길어지는 것에 부담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솔직히 ‘읽고 있어요'는 3-4권을 넘기기 힘들다. 그래서 최근에 기준을 바꾸었다. 나의 '진짜' <읽고 있어요>는 3일 이내에 펼쳐 본 책으로만 한정하기로. 요즘 나의 '읽고 있어요'는 다음의 책들이다.











시간이 참 잘도 간다. 서운한 마음에 책을 샀다. 딱 두 권만 샀다. 내가 그렇게 소박한 사람이다. 두 권 사도 내년 다이어리랑 프레첼 주더라. 세상에... 2025년에도 지구에 사람이 살고 있다니. 2025년 다이어리가 나왔다고 한다. 2025년에도 지구에 사람이 산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22)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아 2024-11-06 1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우치다 선생님의 새 책이 출간되어 배송되길 기다리고 있어요!^^ 사람 이름으로 장난치는 거 안좋아 하는데 (명태 균)의 활약 기대됩니다. 임기 반도 안 지난거 너무 고통이거든요. 애써 외면 하지만...

잠자냥 2024-11-06 13:00   좋아요 1 | URL
<무지의 즐거움>입니까?!

단발머리 2024-11-06 13:16   좋아요 1 | URL
청아님 / 명태균의 활약, 저도 기대됩니다. 우리는 아무도 장난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의 이름이 명태균 ㅋㅋㅋ

잠자냥님 / 양치하고 와서 검색해야지 했는데 잠자냥님 덕분에 바로 책을 찾았다는 거 아닙니까. 알라딘, 진짜 책쟁이들의 놀이터네요. 신간 나온거 알려주시고, 신간 제목 알려주시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사링!

잠자냥 2024-11-06 13:25   좋아요 1 | URL
전 <무지의 즐거움> 다 읽었습니다. 음하하하
100자평은 낼 올리기로......

단발머리 2024-11-06 13:26   좋아요 2 | URL
잠자냥님 / 아........................ 빠르네요. 잠자냥님! 역시나 역시나!
100자평 꼭 올리셔야 돼요! 그거 읽고 읽을 예정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4-11-06 20:23   좋아요 2 | URL
누구냐 누가 나의 땡투를 가져갈 것인가? 두구두구

다락방 2024-11-06 14: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 단발머리 님. 트럼프가 이기고 있는데 어떡해요? 이것 좀 어떻게 해주세요 ㅠㅠ

단발머리 2024-11-06 14:56   좋아요 0 | URL
아이구........ 경합 주에서 트럼프가 이겼네요. 아.... 진짜 어뜩해요. 우리도 큰일이고 미국도 큰일이네요 ㅠㅠ

망고 2024-11-06 15:03   좋아요 0 | URL
트럼프 확정같아요ㅠㅠ

다락방 2024-11-06 15:04   좋아요 0 | URL
진짜 미치겠네요 ㅠㅠ

단발머리 2024-11-06 15:19   좋아요 0 | URL
어머........ 확정?ㅠㅠㅠㅠㅠㅠㅠ
지금 뉴스 보니깐 트럼프 당선 확률이 91%라고... 어뜩해요 진짜 ㅠㅠㅠ

다락방 2024-11-06 15:36   좋아요 0 | URL
제가 아까 뉴욕타임즈에서는 트럼프 95% 라고 한걸 봤는데 점차 낮아지는거.. 아닐까요? 🥺

망고 2024-11-06 15:41   좋아요 0 | URL
트럼프 승리선언 한다네요 해리스는 퇴근ㅠㅠ

단발머리 2024-11-06 15:45   좋아요 0 | URL
미국 어쩌나요 ㅠㅠ 우린 또 어째요 ㅠㅠ 방위비 올리겠다 그러더만....

독서괭 2024-11-07 09:32   좋아요 0 | URL
너무 슬픕니다.ㅜㅜㅜ 임신중지권도 걱정.. ㅠㅠ

단발머리 2024-11-07 17:22   좋아요 1 | URL
하... 독서괭님~ 미국 걱정 끝내고 이제 우린 우리 걱정 ㅠㅠㅠ 어째요, 진짜...

건수하 2024-11-06 16: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년 다이어리는 알라딘에서 주지 않나요...?

그나저나 트럼프... 뭐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해리스가 크게 좋은 것 같지도 않지만.. 그래도 우울하네요 ㅠㅠ

단발머리 2024-11-06 16:03   좋아요 0 | URL
주지만 ㅋㅋㅋㅋㅋ 그래도 준비..... (어제 책장 정리하다가 새 거 하나 발견 ㅠㅠ)

해리스라고 해서 나아지는 건 없는 것 같기는 해요. 트럼프가 김정은한테 야구 보자고 하던데... 하아....
뭐 이런 일이...

독서괭 2024-11-07 09:32   좋아요 1 | URL
저도 그 생각 ㅋㅋ 전 알라딘이 줄 거라 믿고 참았는데요 ㅋㅋ

건수하 2024-11-07 10:51   좋아요 2 | URL
사실 저는 (다른 데서) 샀습니다... ㅎㅎ 알라딘에서 주는 다이어리는 만년필로 쓰면 번져서 ^^

단발머리 2024-11-07 17:23   좋아요 1 | URL
하하하. 어디꺼 사신건지 궁금하네요. 만년필로 다이어리 쓰시는거 너무 멋있어요!!
전 만년필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라서요 ㅎㅎㅎ

건수하 2024-11-10 22:10   좋아요 1 | URL
좀 번거로운데 나름의 재미가 있더라고요 ^^ 근데 종이를 좀 타서… 트롤스페이퍼라는 곳에서 사 보았어요 :)
 




       











정체성을 근간으로 한 판단이 '신화' 혹은 '오해'일 수 있다는 생각은 최근 읽은 버섯책 <세계 끝의 버섯>에서도 확인된다. 성교를 통해 번식가능한 '종'의 범위가 변화무쌍하게 변환되는 현상 혹은 현실. 큰 덩어리의 염색체 전체에 도입되는 이종교배와 완전히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는 다배체화 또는 염색체 복제도 공생화의 일면이다.


성차. 인간과 인간 사이의 차이에 대한 논고.

성차는 특이한 종류의 차이이다. 왜냐하면 성차는 서로 다른 정체성들 사이의 차이로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것의 공간(여기서 정체성 또한 발생한다)을 유일하게 열어주는 존재론적 불가능성(섹슈얼리티 속에 함축된)으로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성차 개념에 연루된 이러한 존재론적으로 결정적인 부정성은 정확히 이 성차 개념이 "젠더 차이" 개념으로 대체되면서 상실된 것이다.(75쪽)

그 뒤의 문단에서는 이를 설명하고자 하는데, 그게 더 어렵고. 하여 일단 여기까지 써 두고.

그 다음에 성차와 차이가 같이 등장할 때는 라캉의 도표와 함께 온다.

성차는 그 모든 차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을 배치하는 데 있는 차이이며, 이 모든 차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거세 기능으로서의 팔루스 기능에 의해 특징지어지는 그 마이너스이다. (다음 도식은 라캉 2006c에서 가져온 것이다.) (101쪽)



이 도표에 대한 설명은 그만두고. (그만 둘 수 밖에 없음. 당최 무슨 말인지....) 오른쪽 아래 부분을 설명하는 부분에만 밑줄을 그어본다.

첫째, 여성은 "성적관계에 있어서 가장 근본적 의미에서 타자"이다(Lacan, 1999, 81). 그리고 둘째, "타자의 타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성이 남성의 타자라도, 남성은 여성의 타자가 아니다. 타자의 타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 타자는 타자의 성으로서의) 타자 안에 포함되어 있다. 이것이 다음의 역설적 공식에 의해 표현된 것이다. "타자이기 때문에, 여성은 저 타자와 관계하는 것이다"(ibid). 다시 말해, 타자에 대한 관계는, 말하자면 그 타자 안에 포함된다. 그것은 타자의 "부분"이다. (106쪽)

당최 알 수 없는 말들을 다 뒤로한다. 나는 밑줄 긋는 나마저 기특해하기에. 이제 프로이트에게 간다. <죽음충동 1: 프로이트>.

죽음충동을 여러 각도에서 설명하던 저자 알렌카 주판치치는 물리학자 김상욱과 비슷한 주장을 이어간다. 즉, 생명은 무생물에 어쩌다 생긴 어떤 것으로서, 무생물에서 일어난 하나의 우연(189쪽)이라는 것이다. 우연적 상태, 무생물 자체의 단순한 도착이자 이상한 쾌의 상태로서 생명이 존재하는 것이며, "성충동들"은 쾌락원칙과 무생물로 회귀하려는, 삶과 죽음의 순환을 벗어나려는 유일한 충동들(192쪽)이라는 설명이다.

라캉의 설명으로 다시 돌아오자. 죽음이 생명보다 더 일상적이며, 생명이 죽음보다 더 ’특이한‘ 상태인 걸 이해하게 된다면, 죽음이 생명의 소멸, 생명의 마지막 목표가 아니라는 걸 이해하게 된다면, 죽음은 이미 생명 안에 내속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197쪽)

라캉이 ’모든 충동은 잠재적으로 죽음충동이다‘라고 했을 때, 성적충동의 중심에 위치한 것은 다름 아닌 죽음충동이며, 모든 부분적 충동들 역시 죽음충동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나는, 이런 뜻이라 이해한다.











『How to read 라캉』에서 슬라보예 지적은 '죽음 충동'을 이렇게 설명한다.

생명의 기괴한 과잉, 삶과 죽음, 생식과 부패의 (생물학적) 순환 너머에서 지속되는 '죽지 않는' 존속에 붙여진 이름인 것이다. (『How to read 라캉』, 259/555)

상상계-상징계-실재계는 너무 어려워보여 '죽음충동'만이라도 이해해 보려 했으나, 실패. 나는 실패하고 말았다. 너무 상심할 필요가 없는 것은 여기저기 검색하며 찾아본 바에 의하면, 프로이트의 제자들도 이 '죽음충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마음이 매우 편안해지고.












죽음충동을 설명하기 전에 프로이트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정과 살의의 양가감정'에 대해 설명했다고 하는데, 그 부분은 우치다의 『유대문화론』 뒷부분에 자세히, 아주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언젠가, 마음이 여유롭고, 심심하고, 손이 근질근질해질 때, 찾아보리라 다짐한다.


아래 사진의 제목은 <엄마와 책>이다. 추석 연휴에 백화점에서 식사하고 커피 한 잔 마시러 갔을 때 찍었던 사진이다. 저 때는 도서관 책으로 읽고 있었고, 후에 내 책을 사기는 했지만, 왓이즈섹스 사진 중에서 나는 이 사진이 제일 좋다. 왓이즈섹스의 왓도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지만(하긴 뭐, 누가 밝히라고 나한테 그런건 아니고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즐거운,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뭔가를 조금은 배운, 배운 듯한 ㅋㅋㅋㅋㅋㅋ 유익한 독서 시간이었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쟝쟝 2024-11-03 2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님 미안…. 저도 저 성차 공식 이해하느라 3일 공부했어요!! 성차와 젠더를 어케 믹스매치 할 것인지에 대한 결론을 내기위해 11월 들어서도 3일 째 아침마다 고민했는데… 그러다 보니 점심밥을 너무 많이 먹게 되고…. 냠냠!

단발머리 2024-11-03 20:40   좋아요 1 | URL
미안할 거는 없어요.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저는 저 공식을 사진 찍어서 편집하고 올렸어요. 저 공식이 중요하다는 거는 알아봄 ㅋㅋㅋㅋㅋㅋㅋ
결론 나면 페이퍼 써주세요~~ 기대만발 개봉박두!

공쟝쟝 2024-11-03 2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공식 사진... 진짜엄청 나이브하게 설명할게여. (사실 제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어요. 근데. 설명을 해둬야지. 안까먹을 거 같아요. 완독한지3일지남) 일단 여남 모두 상징계질서 안으로 들어가야해여(언어를 가져야한다라고 거칠게 설명할게여) 그러면서 뭔가를 잃죠(결여=거세) 여남모두 거세라는 조건인디, 남자는 여자를 타자화해서 자기의 거세땜에 잃어버린 뭔가를 여자가 있다고 하고 거기서 향락을 찾으려고 해요. 남자에겐 대상a가 되죠. 근데 여자는 아님. 모든 여성이 상징계에 진입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여. 그래서 여자는 자기가 자기를 타자화해요. (여성의 주이상스..) 여성은 스스로를 주이상스화하죠.. (응? 그러니까 남성의 욕망의 대상이 되고자하는 욕망이랄까요?) 그래서 여성은 계속해서 자신을 여성화... 하는 구조에 빠지는 것 같아요... 정말의 여성성은 ‘없죠‘ 그러니까.... 가면으로서의 여성성.. 접때 단발님이 글쓰신거.. 여성은 여성을 계속해서 연기하죠.

근데 이게 생물학적 본질주의가 아니라.. 상징구조 안에서예요. 즉 관계에서. 그래서. 남자가 여자가 되기도, 여자가 남자가 되기도해요. 실제로 그렇다는게 아니라 위치가 바뀌는 거죠. 스스로를 주이상스에 위치시킨 주체는 자기가 가면을 쓰고 있다는 걸 알아요. 내가 사실은 그게 아니라는 걸. 그치만 연기를 하는 거져... 근데 이게 실존적, 존재론적, 혹은 이 불안이. 주체(타츠루 말로 으른)의 특권이라고. 라캉이 말하는 거 같아여... 그게 좀 더 라캉적 주체에, 욕망에 가깝다?.. 두번째 문단은.... 좀 더 공부필요함.. 아닐 수 있어여 ㅋㅋ

단발머리 2024-11-03 21:20   좋아요 1 | URL
저기 위에, 106쪽에 ˝여성이 남성의 타자라도, 남성은 여성의 타자가 아니다.˝가 쟝님의 설명 전에 읽어야할 문장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자가 자기를 타자화한다는 것. 저는 그게 여성의 여성화,쪽으로만 작동한다고는 안 보는데, 이를테면 외양에 대한 인간(털이 없는 동물)의 집착 같은 것에서는, 여성화가 아닌 다른 모양, 형식으로도 나타난다고 생각해요. 그게 남자들에게서는 왜 덜 나타나는가,는 다시 쟝님의 설명과 닿아있고요. 코르셋의 측면에서도 설명가능할 테고요.

두 번째 문단은 진짜 모르겠고 ㅋㅋㅋㅋㅋ 알쏭달쏭 무지개. 공부 더 필요해보이네요 ㅋㅋㅋㅋㅋ 촤라락! 채찍은 나한테 있고, 공부는 쟝님이 해야 함 ㅋㅋㅋㅋㅋㅋㅋㅋ 메롱!

공쟝쟝 2024-11-03 21:39   좋아요 0 | URL
음 뭐라고 뭐라고 썼다가 아직 쓸 수 없는 수준인 것을 깨닫고.. 지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분명한 건 라캉의 ‘여성성‘은 비관계를 드러내는 부분이며.. ‘남성성‘보다 열등한게 아니라 더 ‘욕망(혹은 실재?)에 가깝다는 거고... 이 비관계가 정신분석의 존재 이유라는 것인데....(현실에서의 권력은 비관계를 전유하므로..) 그러므로 페미니즘 멋지다. 짝짝. 이러고 그냥 끝... ㅜㅅㅜ
여튼 저 공식에서 여남은 본질주의가 아니라 고정되어 있지 않은 위치다. (물론 성차이론이 본질주의에 정박할 혐의를 갖고 있어서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싫어한다고 합니다. 근데 전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아직 결론 안냈어요.)라는 정도만 강조하고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저는. 이해의 밀도를 높이는 것으로. 아니면 이해를 더 정확히하거나.......

단발머리 2024-11-03 22:02   좋아요 1 | URL
페미니즘 멋지다. 짝짝!에 저도 찬성합니다.

여남은 본질주의가 아니라 고정되어 있지 않은 위치다...의 주장에 저도 동의 혹은 그 주장을 조금 이해는 합니다만 그렇다고 수행성의 개념으로만 묶어 두기에는 저는 그래도 ‘성차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쪽이고요, 그러면 라캉의 주장 쪽으로 가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적 느낌.

잠깐 쉬세요. 밤이 깊었습니다.
오늘도 수고많았어요. 큰일이다, 내일도 수고할 예정 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4-11-03 2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성차공식만큼이나 중요한... 유니콘과 섹스에 대해서........... -_- 쓸........ 쓰......지못하고있다고합니다. 실재. 실재란 무엇인가.

단발머리 2024-11-03 21:21   좋아요 1 | URL
더 하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죽음충동 아닙니까. 죽고 사는 일입니다. 실재란 무엇일까요? ㅋㅋㅋ

수이 2024-11-04 0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님 얼굴 안 보이는데 단발님 누구 닮았어요? 어머님? 아버님? 궁금하다. <엄마와 책> 마음에 들어 오늘 따라 하렵니다!

단발머리 2024-11-04 18:37   좋아요 0 | URL
저는 전체적으로 아빠 닮았구요 ㅋㅋㅋㅋㅋㅋ 눈만 엄마 닮았어요. <엄마와 책> 사진이 아직 안 올라오네요.
취침 시간 얼마 안 남았어요. 서두르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