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큰애랑 뮤지컬을 보러 갔다. 애정하는 뮤지컬 배우 홍광호가 주연으로 나오는 <지킬 앤 하이드> 공연이었다. 잘하는 줄 알았지만 이렇게 잘하는 줄 몰랐다고 큰애가 말했는데, 똑같은 공연을 몇 년 전에 본 적 있는 나도 그렇게 느꼈다. 원래 잘했는데..... 이게 중요하다, 원래 잘했다는 거. 근데 그날은 더 잘하더라. 더 잘하는 사람이 되었더라.





지난주 초라 윤가 체포 전이었는데, 공연 장소가 관저와 가까운 곳이어서 지하철역에는 많은 시민들이 있었다. 태극기를 들고 패딩 차림의 시민들. 공연장 입구 넓은 공간에는 작은 매대가 있었다. 태극기와 성조기, 두 개에 1,000원.



제발 알아주세요. 미국이 우리를 창피해한다고요. 왜 성조기가 저기에서 나오냐, 하고 궁금해한다고요. 미국 하원의원이 MBC랑 인터뷰했잖아요. 한국군이 '셀프 어택'하고 북한군이 그런 것처럼 속여도 미국은 그것이 북한의 공격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을 거라고요. 트럼프가 우리를 무시한다고요. 왜 성조기가 나오냐고요.






공연 다 보고 지하철역으로 들어서니 10시 반이 넘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또 만났다. 딱 보면 시위 다녀오는 사람들이다. 그분들을, 그쪽을 과소평가했던가. 그런 생각을 3초간 했다. 내가 진심인 것처럼 저분들도 진심일 수 있겠다. 내가 확신하는 것처럼 저분들도 확신할 수 있겠다. 그런 경우에 서로가 스스로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을 때, 어떻게 접점을 찾아가야 하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방법은 당연히 토론일 테고, 많은 사람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고려하고 숙의할 시간은 부족하니까, 우리는 특정한 집단에 이 일을 맡기기로 했다. 정당이 그것일 테다.


사회적 합의가 불발되었을 때 마지막 타협책이자 해결책으로 작동하는 법원이 폭도들에게 습격을 당했다. 대통령을 보좌했고 지금은 구속 중인 대통령의 현 비서실장은 "헌정문란 목적의 폭동인지, 헌정문란을 멈춰 세우기 위한 비상조치인인지, 결국은 국민이 판단하게 될 것이다."라고 썼다. 그걸 본인은 모른다는 이야기인지, 국민이 모를 거라 생각하는지. 그러나 그걸 모르시네. 판단은 국민이 아니라, 법원이 할 테고, 법원은, 판사들은 모두 다 화가 나 있다는걸. 국민처럼, 국민과 똑같은 마음으로.











인기 있는 책이라 연장이 안 된다. 딱 2주인데 설 연휴라 이틀 뒤에 반납해도 된다고 그런다. 빨리 읽어야 한다. 나의 읽기는 윤석열 지지자들의 서울서부지방법원 습격 사건으로 열린다.


책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으로 열린다. 이 사건이 단지 일부 열혈 지지자들의 소동일 뿐이었다면 '미국 민주주의의 붕괴'라는 표현까진 과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엔 전직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고 공화당의 주류 정치인까지 선거에 불복했다. 책은 이렇게 정리한다. 주류 정치권이 극단주의 세력과 동맹을 맺을 때 극단주의는 헤게모니를 쥘 수 있는 동력을 얻는다고. 그러니까 민주주의의 진정한 붕괴는 민주주의의 중심에 있다고 여겨지는 이들의 윤리적 누수, 자발적 균열에 의해 발생한다. 저자들은 이들을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들"로 부르며 민주주의 붕괴의 요인으로 꼽는다. (편집장의 선택, 사회과학 MD 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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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1-21 08: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 분들에게는 지금 보이는게 불의라면, 자신들이 믿는게 선이라면, 그리고 그것에 확신이 있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그러나 법원 폭도들도 그렇고 전광훈 목사도 그렇고, 그들에게 만큼은 나라나 대통령의 안위가 걱정되서가 아니라는 생각은 듭니다. 대의가 아닌 사적인 이익과 목표가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사적인 그러나 방향이 잘못된 울분이 있다고 보고요.
필연적으로 무지와 게으름은 한쌍인데 무지와 게으름은 곧 악을 불러오지요. 저는 폭도들 보며 무지와 게으름은 악이라는 걸 다시 한번 절감했습니다. 이제 어떡하려고 그러나요. 순간의 기분으로 폭도가 되어 이제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려고 그러나요. 그런 자신이 떳떳할까요? 국힘 의원 한 명은 그들을 십자군에 비유했던데, 진짜.. 그러고 싶을까요? 아..진짜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없는 삶을 살자...

단발머리 2025-01-21 09:07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우리는 진짜 어떻게 해야할까요.

저 역시 전광훈(목사도 아니에요)과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에게 사적인 이익과 목표가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쫓아다니는 사람들 말고 그걸 주도하고 조작하는 사람들은 분명 경제적 이득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날 밤에, 제가 그분들을 만나고(그분들도 퇴근길이었음) 느낀 건 어쩌면 저분들은 ‘돈을 받고 집회에 오는 사람들‘이 아닐 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이었어요. 이쪽 진영에서 선결제와 물품 후원이 끊이지 않는건 자신의 재원을 나누면서까지 대의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이 있는 거잖아요. 그분들은 시간 여유가 있으셔서. 와서 출석하는 것으로 자신의 일을 감당하시는데........
그분들도 진심ㅠㅠㅠ 그 추운날 거기까지 나왔다가 밤 10시가 넘어 퇴근하는 삶이라니. 확신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라 여겨집니다. 폭력 사태로 구속된 사람들 중 2030이 절반 정도 된다고 하더라구요. 그 사람들 역시 확신이 있었다는 건데. 그런 신념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먼저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고, 그리고 정당에서 그걸 부추기는 측면도 있고요.
오늘 윤가가 헌법재판소 나온다고 해서 또 걱정됩니다. 에휴 ㅠㅠㅠㅠㅠ 윤가를 대통령으로 뽑은 사회적 비용이 이렇게 어마어마하네요 ㅠㅠㅠ

하이드 2025-01-21 1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좋아요. 저는 독서모임에서 읽었는데, 도서관에서 빌려 읽다가 전자책 구매했고요. 미국사나 헌법 이야기도 굉장히 흥미롭고, 저자 전작도 민주주의에 관한 책인데, 이어지는 책으로 미국 이야기지만, 우리나라 지금 현실하고 소름끼치게 오버랩 되어서 잘 읽었습니다.

단발머리 2025-01-23 14:47   좋아요 0 | URL
하이드님은 벌써 읽으셨군요. 이 책 읽으면서 저도 전작 읽어봐야겠다 싶어요. 슬픈 오버랩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아흐....

은하수 2025-01-21 1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금도 안내는 종교단체가 왜 대체 선동질인지 정말 열받지 뭡니까!
트럼프 1기때 국회의사당 폭동사건- 심지어 사망자도 있었죠-과 지금 국힘당의 사주를 받은 극우주의자들의 법원습격사건을 보고있으면 이건 뭐 평행이론이 이런건가 싶어져서 두려워져요..
우리 국민들이 또 까먹고 미국처럼 통제불가 인물을 또 대통령으로 뽑을까봐서요.
2~30대 남성들이 극우 유튜버들과 같은 언어를 공유하는걸 보고 진심 우리의 미래가 무서워집니다.
우울하네요 ㅠ.ㅠ

우와... 어쩐 일이래요.
제가 저 책도 읽었어요~~~~~
생각보다 책장 술술이죠?!

앗차차..
저도 홍광호의 지킬앤하이드를 블루스퀘어에서 봤었는데...
단발님과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이었을까요?ㅎㅎㅎ

단발머리 2025-01-23 14:51   좋아요 0 | URL
트럼프가 국회의사당에서 난동 피운 폭도들 1,500명 사면해줬다고 그러더라구요. 트럼프의 귀환이라니 미국은 뭐.... 우리가 그나마 낫습니다,라고 위로해 보려 하지만.... 법원을 순식간에 전쟁터로 만드는 2030 남성들 보면서 참 여러가지로 안타깝습니다.

<제국주의와 남성성> 저도 술술 잘 읽어가고 있습니다. 재미도 있고 새롭게 배우는 부분도 많고요.

참, 은하수님은 언제 보셨을까요? 저는 14일 화요일에 홍광호 출연할 때 봤어요.
진짜 은하수님과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이었을까요? ㅎㅎ

비공개 2025-01-21 15: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의 최애 홍광호 배우가 언급되어 있어서. 댓글을 안쓸 수가 없네요 ㅎㅎ
표를 구하기 힘들던데 보셨다니 부럽습니다..

오늘 트럼프가 국회습격 세력들을 사면했더군요. 오호 통제라..
요즘 정말 하루하루가 분노와 두려움으로 가득하네요...

단발머리 2025-01-23 15:36   좋아요 1 | URL
홍광호를 좋아하시는군요ㅋㅋㅋㅋㅋㅋ 전, 진짜 오랜만의 뮤지컬 나들이었는데 홍광호여서 기뻤구요.

트럼프를 생각하며 우리를 다독이는 요즘입니다. 마침 오늘 윤가가 헌재에 두번째로 출석했다고 하는데, 또 얼마나 뉴스를 쏟아낼지 기대와 걱정, 그리고 분노를 쌓아둡니다. 곧 발사할 예정이구요....... 에휴.........
 



책을 많이 읽는 사람, 책을 많이 구매하는 사람을 만나면(그런 사람들은 다들 알라딘을 하더라^^) 책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어떻게 정리하는지, 어떻게 청소하는지 묻고는 한다.

청소와 관련해 내게 제일 시원한 답을 해주신 분은 지금은 알라딘에 오시지 않는 어떤 고운 님이신데, 책 위의 먼지를 걱정(다른 먼지 걱정 안 하는 편)하는 내게 달력 종이를 잘라 그 위를 덮어두라 하셨다. 나는 그 방법에 따라 책 위 공간에 날짜 지난 달력 종이를 올려놓는다. 햇빛 가리개로도 좋다.

나는 책을 많이 사는 편은 아니었고(강력 주장합니다, 저는 쪼꼬미에요), 알라딘에 온 후로 많이 사게 된 경우인데, 그전에는 도서관을 많이 이용했었다. 신간은 희망 도서로 많이 신청하기도 해서, 내가 자주 가는 도서관들은 내가 신청한 책들이 여기저기에 보인다.











페미니즘 책들은 꼭! 줄을 긋고 싶어서, 다시 읽고 싶어서, 찾아볼 문장들이 있어서 구매하는 편이다. 알라딘 굿즈 받고 싶어서 구매하는 책들도 있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데 공개하는 최근 주문 목록. 목표는 아크릴 무드등.












읽고 나서 더 읽을 것 같지 않다고 생각되는 책들은 알라딘 중고서점에 판매하기도 한다. 짧은 생각에 판매했다가 눈물을 흘리게 된 책은 바로 필립 로스의 그 책. 아프고 슬픈 기억을 되새기며 그 책을 소유했던 행복한 시절을 헤아려본다.



내게 다시 그 책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이것. 선생님 리스트. (맨 마지막줄 쓴 사람은 알리~~~~)






아... 나는 왜. 왜 로스를 팔았단 말인가.

왜 쓰는가,를 왜 팔았단 말인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장바구니에 『왜 쓰는가』를 넣는다. 넣어 두었다. 2023년 출간된 책이라 아직 괜찮을 듯 하지만 25,200원 하는 책이고, 로스의 소설이 아니고 인터뷰집이라 판매가 부진할 경우(세일즈 포인트도 낮다) 품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둘러야 한다.












작년 11월에 샀던 『야전과 영원』은 현재 품절이다. 『야전과 영원』이 열어두었던 세계는 이제 도서관에서만, 중고서점에서만 가능할테다. 『통증 연대기』는 절판된 상태에서 읽게 된 책이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마음이 아렸다. 중고 도서를 구매하면 되겠는데, 이 책을 향한 내 마음은 '중고책'으로 감당이 안 될 듯 하다. 어제의 아픔을 오늘에 되살려 지난 주문에는 큰마음을 먹고 『고통받는 몸』을 넣었다. 지금으로서는 언제 읽게 될지도 모르겠는 상황인데, 그래도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주문했다. 품절된 후에 아쉬워하면 아무 소용 없다.












그렇게 품절된 책 중에 제일 아쉬운 책은 『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이다. 중고로는 마음이 안 차서 이북으로 살까 고민 중이다. 오늘의 결심. 좋은 책은 미리 사 두어야 하고, 사 둔 책은 착착 읽어야 한다. 둘 중 한 가지만 가능하다면........



첫번째가 더 중하다. 그것만이 후회를 덜어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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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5-01-19 23: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 위에 지난 잡지들 찢어서 덮어둡니다. 원래 장판 잘라서 덮었는데, 그 장판들 다 다른 데로 차출되었어요ㅠㅠ

저도 판 책 다시 산 적 여러 번... 자주(?) 있어요... ㅎㅎㅎ 역시 사두는 게 중하죠? ㅎㅎㅎ

단발머리 2025-01-20 08:23   좋아요 2 | URL
아.... 잡지도 좋은 선택인데요. 얇아서 더 좋을거 같고요.

꼬마요정님도 판 책 다시 산 적 여러 번...... 있으시군요 ㅋㅋㅋㅋㅋㅋㅋ 큰 위로가 됩니다. 저는 책 팔고 후회한 적은 많지만 다시 사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 넘나 애통한 ㅋㅋㅋㅋㅋㅋ 역시 사두는 게 중합니다!

공쟝쟝 2025-01-20 10:45   좋아요 2 | URL
덮기도 하는 군요…(아!!)

2025-01-20 0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5-01-20 07:58   좋아요 0 | URL
😧🤣🙄🤪😎

잠자냥 2025-01-20 08: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악필 등장에 깜놀 🤣

단발머리 2025-01-20 08:52   좋아요 1 | URL
오셨네요ㅋㅋㅋㅋ소듕한 정희진쌤 추천 도서 목록에 자필로 책 한 권 더하신 분! 😎

잠자냥 2025-01-20 08:58   좋아요 1 | URL
근데 그건 희진쌤 추천도서이기도 합니다. 수업 중 최윤필 기자 그 한국일보 칼럼 언급하시면서 그 책 소개하셨어요. 읽어보라고~

단발머리 2025-01-20 09:09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정희진쌤 추천이죠, 암요!
게다가 잠자냥님의 ˝아쉽게도.... 탈락이지만 20권 뽑으라고 했다면 리스트에 올랐을 책˝에도 올라있던 책으로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읽어야겠군요. 하하하!

공쟝쟝 2025-01-20 10:45   좋아요 2 | URL
다 퍼주는 잠자냥의 정희진 비법노트

다락방 2025-01-20 12: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달력..잡지.. 하아. 이런거 들어도 귀찮아서 안하는 저는.. 뭐죠.
이번에도 책 정리 하다보니까 색이 바랜 책들이 있던데 ㅠㅠ 저는 반성합니다. 그런데 왜 그 다음 액션을 취하지 않죠. ㅠㅠ 잡지.. 시사인 찢어다 덮어둘까요 ㅠㅠ 귀찮다.. ㅠㅠ

그런데 섹스 앤 더 처치... 저 있나요? 찾아보러 갑니다.

잠자냥 2025-01-20 12:39   좋아요 1 | URL
섹스 앤 더 처치 샀을걸요?

다락방 2025-01-20 12:42   좋아요 1 | URL
섹스 앤 더 처치 책으로 검색해보니 제가 2023년 11월에 샀다고 페이퍼를 썼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귀신같이 잘 산다 정말.....

독서괭 2025-01-20 13:34   좋아요 2 | URL
잠자냥님 ㅋㅋㅋㅋ 다락방의 책비서 ㅋㅋㅋ 책 AI ㅋㅋㅋ

단발머리 2025-01-20 13:41   좋아요 1 | URL
저두 예전에 다락방님 무슨 책 샀는지 다 알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쩝..

독서괭 2025-01-20 1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은 미리 사 두어야 하고., 사둔 책은 착착 읽어야 한다.˝ ...
저 둘다 못하고 있는데 어쩌요? 하나라도 하려면 전자가 더 쉬울 것 같아요 ㅋㅋㅋ

단발머리 2025-01-20 21:38   좋아요 0 | URL
전자가 더 쉽고요. 사실 저의 방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책은 품절 되기 ‘전에‘ 사 두자! 입니다ㅋㅋㅋㅋ
 













집(에 있는 걸 너무 좋아하는)사람이 즐겨보는 유튜브는 <언더스탠딩: 세상의 모든 지식>이다. 아는 목소리네? 하고 물어보니 연세대 서은국 교수란다. 유퀴즈에 나오셨을 때 재미있게 봤던지라 뒷부분을 같이 시청했다.

외향성의 사람들이 내향성의 사람들보다 '전반적으로' 행복하다는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신기하다. 오지랖이 독불장군보다 낫다는 건데, 그걸 극단적인 경우를 들어 설명하자면 금주, 금연 안 하고 식단 조절 안 하더라도 친구들과 잘 지내는 사람이 건강 요법에 충실한 고립된 사람보다 더 오래 산다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들은 항상 흥미롭다.

나는, 나를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성향이 변하기도 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지금의 내 모습이 어릴 때의 나와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그러니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함께 하는 시간을 즐기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나 나름대로 노력하는 것. 그런 성향, 태도가 나의 일부이다.

만약 어떤 자리에서 내가 말이 없고 조용하다면 그건 그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거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다. 그 자리가 불편하거나 답답해서가 아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 자기소개 시간에 이렇게 말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이런 친구들이 '있었다'가 아니라 '많았다'. "처음에 사람을 만났을 때는 친해지기가 힘들고 어색해 하지만, 친해진 이후에는 말을 잘한다(대화를 주도한다)" 아... 친해진 이후에 친해진 사람과 대화가 어려운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 요는 친하지 않을 때의 대화다. 친하지 않은 사람과의 대화. 친밀하지 않은 사람과의 의사소통. 내가 생각하기에 외향적인 사람과 내향적인 사람의 차이점은 여기다. '잘 모르는, 친하지 않는' 사람과의 첫 번째 접촉에 어느 정도의 주도성을 갖는가.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가. 얼마만큼 불편해하는가.

큰아이가 알려준 재미있는, 내게는 충격적인 이야기가 있다. 친구 사이인 A(외향적)와 B(내향적)가 만났다. 둘은 맛있게 저녁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 B가 A에게 말한다. 오늘 너무 재미있었어. 나 올영(올리브영) 들렸다 갈게. A가 말한다. 아, 그래? 나도 뭐 살 거 있을려나? 그래, 같이 가자. B의 속마음. (아... 그게 아닌데....) 나는 처음에 그게 무슨 이야기인줄 몰랐다. 왜냐하면 나는, 외향적인 나는 A처럼 말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급한 일이 없고, 살 물건도 없지만, 기꺼이 B와 함께 올영에 갈 것이다. 하지만, B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 같이 가자, 는 말이 아니라, 여기에서 그만 헤어지자는 말이었던 것.

어제 서은국 교수는 외향적인 사람에게 그런 것처럼 내향적인 사람에게도 가장 큰 자원(기쁨)은 사람이라 했다. 다만 내향적인 사람은 인간관계에 투자할 수 있는 에너지 자체가 '적다'는 것. 일주일에 6명을 만나도 피곤하지 않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틀 연속 약속이 있을 때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는 거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은 소설을 쓰는 것이고, 그건 혼자 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서 만약 혼자인 자신을 견뎌낼 수 없다면 그 일의 성공 또한 불투명했을 것이다. 달리기를 말하면서 하루키는 이렇게 쓴다.


It might be a little silly for someone getting to be my age to put this into words, but I just want to make sure I get the facts down clearly: I'm the kind of person who likes to be by himself. To put a finer point on it, I'm the type of person who doesn't find it painful to be alone. If I spening an hour or two every day runnning alone, not speaking to anyone, as well as four or five hours alone at my desk, to be neither difficult nor borning. I've had this tendency ever since I was young...(15p)

I'm the kind of person who likes to be by himself. ... ...



이제는 이런 사람들이 많아졌다. 흔해졌다. 유교를 숭상했던 동아시아 고유의 전통 문화와 급속한 경제 발전을 통해 이룩한 초밀집 사회. 이를 구체화한 도시화와 아파트. 나는 이 부분이 우리나라와 일본의 공통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어떤 나라의 사람들보다 국가를, 집단을, 사회를, 외부를 중시하는 문화가 우리나라와 일본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이 아닌 집단의 부품으로서의 개인. 반드시 인간들 '속'에서, 공동체 내부에서만 존재 가능했던 삶의 양식들. 하지만 바뀌었다. 세상이 바뀌었다.

혼자 먹는 건 '식사'가 아니라 '사료'라고 말했던 철학자가 있었다. 공동체의 파괴와 파편화된 현대 사회를 경고하는 소리가 아무리 높아진다 해도 이런 변화를 막을 수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혼밥은 이제 선택의 자리를 넘어 하나의 풍경이 되어 버렸다.

이제 왔다. 오려고 했던 곳에 드디어 도착했다.

이제는 무라카미와 같은 사람, 혼자 있기를 즐겨하는 사람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혼자 즐길 수 있는 여러 가지 활동이 무궁무진해졌다. 2023년 통계로 1인 가구 수는 782만을 넘어섰고, 1인 가구 비율은 35.5퍼센트에 육박한다. 혼자 있고 싶은 사람은 혼자 있어도 되고, 그리고 다른 사람과 만나는 빈도수를 조금 줄여도 문제 될 게 없다.

문제는 혼자 있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사람들과의 접촉면이 줄어들어도 혼자 보내는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다.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다, 혼자서. 하지만 외향적인 사람들에게는 내향적인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훨씬 더 넓은 접촉면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떻게 그들의 필요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친구를 만드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요는 그런 사람을, 내 맘에 맞는 사람을, 나랑 말이 통하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옷은 새 옷이 좋고, 친구는 옛 친구가 좋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그 말은 반만 맞고 반은 틀린데, 물론 옷은 새 옷이 좋지만, 반드시 옛 친구가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어린이집 친구, 유치원 친구만큼 좋은 친구는 없을 테니 말이다. 나의 고민은 '사람을 좋아하는' 외향적인 사람에 가 있다. 사람을 그렇게 좋아하는데,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혼자서도 할 수 있는 활동을 시도해 봐야 한다. 목표를 세워 운동하고, 뜨개질에 도전하고, 혹 인테리어나 나만의 정원 꾸미기를 시도해 볼 수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책을 권하고 싶다. 책을 읽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책을 읽어서 더 나은 인간이 된다거나 지혜로워진다거나 똑똑해지는 일은 정말 가끔 일어나는 일이다. 책을 많이 읽으면 공감 능력이 키워지기도 하지만, 그게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책을 많이 읽어도 무식할 수 있고, 고민 없이 다른 사람의 말을 쉽게 무시하기도 한다. 그러니깐 책읽기와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것과의 상관관계는 그리 신뢰할 만한 것이 되지 못한다. 그렇게 생각한다.

다만, 책을 읽다 보면, 혼자 그 속으로 여행을 떠나가보면, 저자의 논증과 씨름하다 보면, 덜 외로울 수 있다. 탈출구이며 해방구로써 책이, 책읽기가 작동할 때가 있다. 시간을 잊고 집중하게 된다. 책 속 주인공과 같이 웃게 된다. 그리고 또 다른 책을 찾게 된다.

넷플릭스 보고, 운동하고, 마실 다니고, 차를 마시고, 멀리 여행을 떠나고 그리고 책을 읽고. 이런 일들로 행복하면 기쁜 일이다. 이런 일들을 혼자 해도 쓸쓸하지 않다면, 무라카미처럼 혼자 있는 시간이 힘들지 않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 기쁜 일이다. 하지만, 언제나 곁에 인간을 둘 수 없는 우리가,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가, 찾아오는 외로움을, 고민을, 난관을 피해가는 길은, 극복이 아니라 피해 가는 길은, 책읽기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항상 필요한, 많이 필요한, 혼자 있을 때 그 혼자 있음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모든 외향인들에게 독서를, 책읽기를 권한다. 확고한 외향인인 나에게도 권한다, 책읽기를.

혼자 책 읽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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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5-01-19 14: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10)사회에 잘 적응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의 관점에서 외로움은 심각한 문제로 보일 수도 있다. 세상과 단절하고 자신의 욕구만 채운다면 필연적으로 외로워질 수밖에 없지 않나? 하지만 작가들이란 좀처럼 외로워지지 않는 이들이다. 기본적으로 혼자 있기를 좋아하며, 심지어 외로움 자체를 사랑하기도 한다. 이런 성격은 작가를 작가로 만드는 요소다. 나는 아이를 낳은 후에 육아를 전적으로 책임졌고 프리랜서 작가 일은 4분의 1 정도로 줄였다. 그러면서 내가 작가라서 얼마나 운이 좋은지 생각하곤 했다. 일은 곧 나를 회복시켜 주는 혼자만의 달콤한 시간을 갖는다는 의미였다. 몇 년이 지나서 깨달았다. 아, 나는 혼자 있고 싶어서 작가가 되었구나. 그건 결과가 아니라 동기였다.” - 괴물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쟝작가 다녀갑니다! 🥰

단발머리 2025-01-20 21:37   좋아요 0 | URL
나는 혼자 있고 싶어서 작가가 되었구나 ㅋㅋㅋㅋㅋㅋ 너무 좋네요, 이 책. 다음 주문에는 꼭 넣으리!

다음날 아침이 지나면 집은 다시 거짓말처럼 어질러져 있다. 벽에 기대 앉아 우두커니 바라보고만 있다. 어디부터 또 손을 댈까. 아기는 자기만 보아달라고 소리를 지르다가 옆에서 머리를 바닥에 박아댄다. 집이 나에게도 쉬는 곳이었던 때가 있었는데, 나는 집을 나가서 쉬고 싶다고 간절히 바라게 되는 것이다. (<내 날개 옷은 어디 갔지?>, 30쪽)

작가만큼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 누구게요? 기혼 유자녀 작가들의 책에서도 집을 나가려는 분들을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혼자 있기를 좋아하며, 외로움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의 정답 같은 사람이 하루키 같아요. 일단 저한테는 그렇게 느껴지더라구요.
하루키 와이프도 그런 문장을 좋아합니다ㅋㅋㅋㅋ 좋아할 것이다,에 500원!

잠자냥 2025-01-20 1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래서 올리브영 갈 일 있어도 올리브영 들렀다가 간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1-20 10:07   좋아요 1 | URL
아…. 역시나! 외향인은 감히 상상도 못한 신세계로다!! 😳😳😳

다락방 2025-01-20 11:59   좋아요 2 | URL
저는 완전 외향성인데도 올리브영 간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이건.. 왤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완전 외향성인데도 예전에 애인이 종로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집 근처에 와서 같이가려고 기다리고 있다고 해서 갑자기 딥빡이 훅- 왔던 사람이기도 합니다. 이건 왤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혼자이려고 할 때 제발 내벼려둬라.....

단발머리 2025-01-20 21:37   좋아요 0 | URL
애인을 좋아하지만 혼자 하는 시간도 엄청 중요한 마음인데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통 작가들이 그렇다고 들었어요. 공지영 작가던가요, 자녀들에게 그랬다고 해요. 혼자 깊이 들어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너무너무 필요하다고...

다락방님이 혼자이려고 할 때 모두 협조 바랍니다. 쾅쾅!

다락방 2025-01-20 12: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다락방이 좋아합니다.

저도 유퀴즈에서 이 교수님의 방송을 보고 어? 외향성.. 행복? 이래가지고 너무 궁금해서 서점으로 달려가 [행복의 기원]을 사다 허겁지겁 읽었더랬죠. 결과적으로 저는 외향성수저..였음으로 밝혀져.. ㅎㅎ
저는 내향성에게도 사람이 가장 큰 자극이지만, 그런데 그들은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 불편해한다, 준비하고 갖춰야할 게 더 많다, 라고 말하는게 인상적이더라고요. 아, 그들에게도 사람이 가장 큰 자극이고 기쁨인건 같구나, 하는게 굉장히 새삼스러웠어요. 사람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사람을 만나기 위해 준비해야할게-그러니까 마음 가짐이요- 더 많아서라니.. 그러고보면 저는 다른 사람을 만날 때 딱히 어떤 마음을 준비하진 않는데 말이지요. 성별이 남자일 경우라면 개똥같은 놈이 나오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은 하지만... 사실 준비할 건 별로 없는...

[행복의 기원]에서는 서은국 교수가 그렇게 끝맺습니다. 결국 인간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건 음식과 사람이라고요. 음식과 사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맛있는 음식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면, 행복의 절정 아니겠습니까!!

단발머리 2025-01-20 21:25   좋아요 0 | URL
외향성수저ㅋㅋㅋㅋㅋㅋ 너무 신기하고 놀랍습니다.
제가 제일 놀라웠던 것도 다락방님이랑 비슷한데, 내향적인 사람에게도 가장 큰 기쁨은 ‘인간‘이라는 거. 다만 만나면 급속히 피곤해진다는 거겠죠. 그게 신기했어요. 저는 이 글을 쓰면서는 예전처럼 복잡거리고 ㅋㅋㅋㅋ 서로의 삶에 대해 개방할 수 밖에 없었던 전통 사회, 농업 사회보다 내향인들이 살아가기에는 도시가, 현대사회가 훨씬 더 낫겠다,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전 유명한 사람 아닌데, 현대 사회의 익명성이 주는 해방감을 소중히 여기거든요. 하지만 개인이 어떻게 공동체를 이루어갈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저도 관심이 많아요. 특히 이동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노인들에게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고요.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 음식과 사람에 저도 동감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이랑 맛난 거 먹을 때 가장 행복하죠. 행복의 절정, 행복의 최고점 맞습니다.

독서괭 2025-01-20 13: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님, 외향성 단발님, 코로나 이후 좀 외로우셨군요? ㅠㅠ 전 내향성이라.. 혼자 방에 일주일 격리되면.. 많이 아프지 않으면.. 괜찮..겠는데..? 하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ㅋㅋ 결국 혼자 격리되지는 못해서(애들과 함께 격리) 그게 진짜 괜찮은 일이었을지는 알 수 없지만요.
올리브영은 모르겠지만 저는 헤어지고 집에 갈 떄는 혼자 가는 게 좋더라구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혼자 책 읽든지 음악 듣든지 졸든지.. 편하게 있고 싶어요. 교통편까지 같이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외향인이자 독서가이신 단발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궁금 ㅎㅎ

단발머리 2025-01-22 21:2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외향성 단발이는 코로나 이후 외롭지 않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아이들을 많이, 아주 많이 새로 만나게 되었구요. 물론 지금 헤어졌습니다만 ㅋㅋㅋㅋㅋ 많은 사랑을 주고 또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 글을 쓸 때는..... 외향적인데 책에 큰 관심이 없는, 외향성의 인간인데 책 읽는게 어려운 사람들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만약 그 에너지를, 자극을 ‘사람에게서만‘ 찾는다면, 그 사람이 얼마나 힘들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외향적인 사람이고, 가끔 찾아오는 외롭고 쓸쓸한 날에 책을 읽을 수 있어서, 관심 가는 책을 찾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통편까지 같이 이용하는 것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일단.... 놀라지 마시구요. 근처에 사는 친구라면 지하철을 갈아 타는 순간까지 함께합니다. 그 친구가 다른 호선으로 갈아타면 거기까지 같이 갑니다 (같은 방향이요 ㅋㅋㅋ보통 제가 데려다 주고요) 버스 같은 경우 우리집 가는 버스 아닌데 같이 타고요 (가다가 환승) 그렇습니다. 너무 고백? ㅋㅋㅋㅋㅋㅋ
 




하나밖에 못 하는 사람, 그게 바로 나다. 하루 결심이 하루 가는 사람, 그게 바로 나다. 작심3일도 어려운 사람, 그게 바로...

2024년 12월 31일 계약이 종료되고, 2025년 1월 1일부터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었는데, 무척 바빴다. 아프기에 바빴다. 정신을 차리니 6일이었고, 7일, 그리고 8일. 정신없던 와중에 내가 잃은 것은 고요하고 우아한 독서 시간뿐 아니라, 영어 공부 시간.


작년 6월부터 <스픽>을 했다(1년 정기구독). 오전에 잠깐 시간이 날 때마다 레슨 2-3개를 마치는 거였는데, 평일에는 괜찮았는데 주말이 문제였다. 식구들 있는 데서 영어 말하는 게 너무 부끄러워 내 달력은 이런 모습이었고.


어쩔 수 없다, 하고 집에서도 스픽을 이어갔다.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 게 108일이었다. 작심 1일의 아이콘인 나로서는 참으로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었는데, 그 와중에도 여러 번 위기가 있었다. 레슨을 하나라도 하지 않은 날에는 불꽃이 없어졌는데, 그다음 날 2개의 레슨을 받으면 죽어간 불꽃을 살릴 수 있었다. 그래서 12월에는 이런 완벽한 모습이기도 했지만.


현재는 어떠한가. 나는 잃었다. 불꽃을, 흥미를, 그리고 영어를. 나는 잃었다.

대신 새롭게 시작한 활동이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아침 요가 시간. 귀여운 아가(라기엔 나보다 키가 크다)가 해가 뜨기도 전에 집을 나서면 노란색 요가 매트(알라딘 사은품)를 꺼낸다. 야심 차게 시작하는 나의 요가 타임. 수련의 시간 아니고 스트레칭의 시간. 홈트 아니고 홈휴식. 최근 영상은 512다. 나는 <요가소년>을 애청하는데, 강도가 약한 여러 에피소드 중에서 바다가 보이는 에피라 512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자세는 아기 자세, 발라사나(Balasana)의 응용 자세이다.




내 성격과 성향을 보여주는. 작심1일. 영어를 잃어버리고 요가를 얻지도 못한.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이런 책들이다. 오늘은 아직, 시작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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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5-01-18 1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좌절 자세‘라고 부르는 저 자세의 정식 명칭이 아기 자세이군요. 저도 스트레칭 할때 꼭 해보는 동작이어요.
아침 요가와 오전 영어, 좋은 계획인데요? 계획대로 불꽃 꺼질 새 없이 하기란 인간적으로 너무 심하지 않나요? 강박증세가 있지 않는한.
스픽, 저도 몇번 해볼까 생각은 했었는데 1년 정기구독 하셨군요. 응원합니다.

단발머리 2025-01-19 21:45   좋아요 0 | URL
hnine님도 이 자세를 아시는군요. 혹 행복한 아기 자세도 아시나요? ㅋㅋㅋㅋㅋㅋ저는 그 자세도 엄청 좋아합니다. (주로 아가쪽을 좋아하는 편)
하나만 해도 불꽃이 꺼지지는 않구요. 불꽃 꺼진 그 다음날에 2개 하면 살아나기도 하는데, 저는 일단 장작부터 가져와야 할 판입니다.
큰맘 먹고 정기구독했습니다. 꾸준히 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정기구독 해놓으니 ‘해야지~~‘하는 생각은 자주 드네요^^

다락방 2025-01-20 12:12   좋아요 1 | URL
저 해피베이비 자세 너무 좋아합니다. 그거 세상 시원해요!! >.<

유부만두 2025-01-18 0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난 시체자세 좋아해유

단발머리 2025-01-19 21:4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사바사나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너무 좋아해서 자세 취하다가 바로 취침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5-01-18 1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불꽃… ㅋㅋㅋㅋㅋㅋㅋ
죽은 운동 불꽃을 되살리려면 돈을 내는 게 좋습니다.
영어는 … 아직 모르겠습니다.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English…

단발머리 2025-01-19 21:46   좋아요 0 | URL
이렇게 영어 잘하시는줄 몰랐네요. 댓글에 영어 무슨 일이랍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5-01-19 0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기 자세!
강아지들 저런 자세 취할 때 허리 시원하겠다. 부럽던데 제주 바다 풍경의 아기 자세는 뇌까지 시원할 것같아 보입니다.^^
계약 완료되고 긴장이 풀리셨었나 봅니다. 아프셨다니…지금은 괜찮으신 거죠?
저도 지난 일주일 감기 몸살로 좀 누워 있다가 이제 좀 정신 차리고 있어요. 건강해야만 합니다.ㅋㅋㅋ
스픽 그거 괜찮나요? 유튭 보다 보면 스픽 광고가 계속 뜨던데 처음엔 건너 뛰기 누르느라 바빠 눈여겨 보지 않았었거든요. 근데 이것도 자꾸 보다 보니 어느새 영어 발음에 홀린 듯 듣고 있네요. 한 번 시도해봐? 그런 마음도 살랑살랑 일던데 이것도 불꽃 잔소리 날아오는군요. 저 듀링고 시작했다가 그 불꽃 죄책감에 시달리는 사람인지라.ㅋㅋㅋ
뭐든 꾸준함이 있어야 하는 건데…
그래도 우린 그나마 알라딘 회원을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기에 서로 이끌어 줄 수 있어 독서라는 걸 꾸준하게 하고 있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주말 잘 보내시구요.
내일부터는 불꽃 잘 태워 보아요.

단발머리 2025-01-19 21:59   좋아요 1 | URL
앗! 책나무님~~ 강아지들도 이런 자세를 자주 취하는군요. 너무 귀여울것 같아요.
많이 아팠지만 이번주는 많이 나아서 상쾌유쾌한 요즘입니다. 시간이 여유날 때 운동하겠다 결심을 100번쯤 했는데 아직, 아직입니다^^ 일주일간 누워계셨다고 하니 동병상련입니다.(와락) 이제 괜찮으신거죠?

듀오링고에도 불꽃이 있는줄 몰랐어요. 저도 사실 불꽃이 참..... 싫습니다. 이게 툭하면 꺼지고 돌아보면 꺼져있고. 하다가 잠들고, 그 다음날 확인하면 또 꺼져있고. 그래서 제가 아침에, 가능하면 아침에 잠깐이라도 짬이 날 때 하려고 했는데, 출근 안 하니 바로 원래의 저로 돌아왔네요. 에라 모르겠다, 18일째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꾸준한 독서의 힘이 알라딘이라는 책나무님 말씀에 백번 동의합니다. 제가 원래는 그 이야기도 쓰려고 했거든요. 계속할 수 있는 힘은 역시 사람이고, 다시 사람이다. 근데 쓰다가 더 못 나가고, 여기에서 그만... 하고 맺어버렸습니다.
책나무님 댓글 보고 오늘부터 다시 불꽃 되살리려고요. 수업 하나 듣고 오겠습니다. 감사해요, 책나무님!

다락방 2025-01-20 1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아기 자세 할 때 엉덩이가 다리에 닿질 않아서 선생님들이 눌러주곤 하시지만 아무리 눌러줘도 닿지 않습니다. ㅋㅋ 슬픈 현실..
스픽... 그간 한걸로는 좀 어떠신가요? 후기 궁금합니다.
저는 듀오링고로 영어 레벨 24 인데, 이제 너무 어려워요. 친구들 보면 다 레벨 60 이상이던데 말입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ㅏ. 단발머리 님도 하신다면 60 이상 레벨이실 것 같고.. 나의 레벨은 왜 이모양이며 그런데 왜 어려운가. 자꾸 오답이 나옵니다. 하아. 영어..왜 나랑 좀처럼 가까워지지를 않는거니 ㅠㅠ 왜 나만 짝사랑하니.
하여간 저도 올해는 영어공부도 요가도 좀 더 열심히 해봐야겠습니다. 요가소년 512 찜합니다.

단발머리 2025-01-20 13:50   좋아요 0 | URL
저는 아기 자세, 행복한 아기 자세 다 좋아하고요. 쟁기 자세가 허리에 무리를 준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쟁기자세나 다리 드는 자세가 좋거든요. 나름ㅋㅋㅋ 열심히 하고 있다고 느껴져서요.
스픽을 해서 무언가 나아졌는가 묻는다면 ㅋㅋㅋ제겐 큰 변화는 없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하지만 하루에 15-20분 연습한다고 나아지는 건 아니니까요. 치열한 현실 인식 ㅋㅋㅋㅋㅋㅋ이정도면 어휘나 스피킹 아니라 문법쪽으로 가봐야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상 갈길 모르는 어느 불쌍한 영혼
 



21세기 최고의 책이 아니라 '내가 읽은' 21세기 최고의 책이니깐, 가능하면 여러 번 읽고 여러 번 글을 썼던 책을 위주로 골랐다.

내게는 '작품'보다 '작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시녀 이야기』도 좋지만 나는 『그레이스』도 좋고. 『증언들』 좋아하지만, 한 번 더 읽겠다 하면 미친 아담 3부작을 읽을 것 같다. 그렇게 골라봤다.









1. 미친 아담 3부작

애트우드 작가님, 제가 전작 읽기 하려 했는데, 아직도 3-4권 남았어요. 노벨문학상 타셔야 하는데, 한강 작가님도 타셔야 해서, 올해는 어쩔 수 없었어요. 마침 저희도 '비상 계엄'이라 딱이었구요.

오래오래 사세요. 꼭! 노벨문학상 받으셔야 합니다.






















2. 나의 눈부신 친구

이 책 읽어본 사람들 다 그렇게 말하지만, 나 역시 얇지 않은 이 책을 읽으며 팔뚝 운동을 반복하고 낮과 밤을, 그리고 다음 밤을 하얗게 지새웠던 기억이 난다. 한글로, 영어로 한 번씩 읽었는데, 진지하게. 이탈리아어를 배우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했던 책이다. 강렬 스포. 나의 눈부신 친구는 릴라가 아니다. 니노 개새도 아니고. 그럼 누굴까? 나의 눈부신 친구는?












3. Lucy by the sea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책 중에 가장 아름답다. 화해와 화합의 메시지를 기꺼이 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삶이 그렇다는 걸 이 책은 보여준다. 예상대로 되지 않고,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기도 하지만, 가끔 그 소중한 무엇이 내 무릎 위에 날아올 때가 있다는 것. 나비처럼. 나비처럼 나폴나폴.












4. The love hypothesis

나를 로맨스 소설로 이끌었던 최고의 문제작. 이 책을 읽은 후, 나는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었는데, 돌아갈 수 없어서 길을 잃었고. 헤매는 길에 이런저런 책들을 많이도 만났다. 그중에, 내가 읽어왔던 로맨스 소설 중에 딱 한 권을 고르라 하면 나는 이 책을 고를 것 같다. 21세기 최고의 로맨스.








5. 깜박깜박 도깨비

정희진쌤이 10권 중에 글씨 없는 그림책(『노란 우산』) 고르신 것 보고 영감 받아 동화책 중에서 골라봤다. 깜박깜박 잊어버리면서 나를 위해 애쓰는 그 착한 도깨비. 내게는 그런 도깨비가 있다. 감사할 일이다.












6.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

과학책은 카를로 로벨리 책 중에서 고르기는 할 건데 뭘로 할지 몰라 한참 고민하다가 최근 작품으로 골랐다. 내가 잘 모르겠는 양자 중첩과 상호작용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한데, 책이 작고 가벼워 도전해 볼 만한다.


속성은 대상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상과 대상 사이에 놓인 다리인 것입니다. 대상은 맥락 속에서만, 즉 다른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하며 다리와 다리가 만나는 지점입니다. 이 세계는 거울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비쳐야만 존재하는 관점들의 게임인 것입니다.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 111쪽)



대상은 맥락 속에서만, 즉 다른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한다. 내 존재의 의미는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조건과 상황에 근거한다. 나와 관계 맺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나의 속성이 발현된다. 이 놀라운 철학적 사유의 과학책이라니.













7. 사피엔스

베셀계의 베셀. 압도적 1위. 그냥 1위 아니고 전 세계 1위. 금메달. 넘사벽. 김연아급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유발 하라리의 한계가 분명 있기는 한데, 그렇다고 욕 한 번 하고 내다 버리기엔 조금 아깝다. 배울 점이 있다. 있긴 있다. 한글로 한 번, 영어로 한 번, 그리고 그래픽으로 1번 읽었는데 시간 나고 심심하면 한 번 더 읽을 용의 있다. 나 너 좋아하냐? (이민호 톤으로)


















8.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제2의 성』, 『가부장제의 창조』, 『여성과 광기』는 모두 2000년 이전에 나온 책들이라 울상이었는데, 에이드리언 리치의 이 책이 있어서 반가웠다. 전사이자 시인인 에이드리언 리치. 이 세상 모든 페미니스트들의 우상. 나의 우상.


가정에 매이지 않는 여성, 이성애적 짝짓기와 출산의 법칙을 거스른 여성은 남성 헤게모니에 커다란 위협을 가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도 이런 여성들은 선교사로, 수녀로, 교사로, 간호사로, 결혼하지 않은 이모나 고모로, 사회를 위해 자신의 역할을 다하라는 기대를 받았고, 중산층이면 노동력을 팔지 말고 무상으로 제공해야 했으며, 여성의 처지에 대해 말하고 싶어도 온화하게 말해야 했다. 그러나 모순되게도 이들은 아이들에게 매시간 매인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에 명상하고 관찰하고 글을 쓸 시간이 있었고, 일반적인 여성들의 경험에 관한 강력한 통찰력을 우리에게 전해주었다. 샬럿 브론테(첫 임신 중 사망), 마거릿 풀러(주요 업적은 아이를 낳기 전에 이루어졌다), 조지 엘리엇, 에밀리 브론테, 에밀리 디킨슨, 크리스티나 로제티, 버지니아 울프, 시몬 드 보부아르처럼 ‘아이 없는’ 여성들의 인정받지 못한 연구와 학문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는 모두 여성으로서 정신적인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215쪽)














9.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

『페미니즘의 도전』과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그리고 이 책 중에 고민했지만, 이 책으로 정했다. 책 읽다고 내게 신호 보내는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책. 고통에 대한 사유 뿐 아니라 고통을 이겨내기 위한 <실천편>이 들어있어서 힘들어 하는 어떤 사람에게든 전해주고 싶은 책이다.
















10. 상황과 이야기

고닉을 읽고 알았다. 이제 변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나 자신을 잃지 않아도 된다는 걸.


나 자신을 잃을 일 따위는 없다는 사실을 돌연 깨달았다. 내게는 나를 위해 싸워줄 서술자가 있었다. 이 서술자는 자신이 곧 어머니처럼 되었기에 그 곁을 떠나지 못한 여자, 바로 나였다. "또 혼자"라는 상황에 겁먹지 않는 서술자. 생각해보면, 그는 도시를 걸어 다니는 사람, 혹은 이혼한 중년의 페미니스트, 혹은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작가인 나에게도 크게 휘둘리지 않았다. 이 서술자는 그저 견고하고 제한된 자아로, 중심을 잘 잡고 있는 듯 보였다. 나는 내가 해낸 일이 무엇인지 알았다. 페르소나를 창조해낸 것이다. (『상황과 이야기』, 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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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5-01-17 07: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참 좋다… 이토록 광범하고 넓은 종목 많은 21세기형 독자라니 ㅋㅋㅋㅋ 리스트업을 하기엔 약간 독서력이 부족한 22세기형 독자이지만, 저도 엘레나 페란테를 꼽고 싶습니다.

단발머리 2025-01-17 09:47   좋아요 1 | URL
내란수괴 윤석열도 자기 민낯 드러냈는데 엘레나 페란테님도 얼른 신상 공개하셨으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에 ‘여성/교수‘라는 의견에 더해 전 ‘남성/작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고 있습니다.

공쟝쟝 2025-01-17 10:17   좋아요 1 | URL
저는 여자요!!! 여자 여자 여자 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본질주의자 ㅋㅋㅋㅋ) 남자는 그렇게 쓸 수 없습니다. 여자가 얼마나 남자의(상징적 질서) 사랑과 인정에 목마른지, 과로하는지, 배반당하며 그 욕망에 미끄러지는지 이 소설의 박절한 운명을 지는 여성들 보다 잘 표현한 소설이 있을까요. 팔루스 되기와 팔루스 갖기의 화신인 여성들 내부의 암투와 그럼에도 애증같은 우정은 살지 않으면 모른다에 걸겠습니다. 다른 서사를 써야하는 건 현세대의 몫이겠지만요.

단발머리 2025-01-17 19:56   좋아요 1 | URL
우아! 👍 쟝쟝님 맞는 거 같아요. 나 완전히 쟝쟝님한테 설득당함ㅋㅋㅋ일단 기본적으로 이게 여성의 우정이 주요한 부분이라 여성이라 생각하다가도… 김훈의 <언니의 폐경> 읽어보셨어요? 김훈 작가 여자임 ㅋㅋㅋㅋㅋㅋㅋㅋ저도 여자에 한 표!
여자여자여자!

다락방 2025-01-17 0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안읽은 것 같은데, 왜 안읽었죠? 선물받아 가지고는 있습니다.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인용문 정말 기가 막히네요. 단발머리 님 서재에서 처음 본 인용은 아닌 것 같긴한데 오늘 왜이렇게 저를 후려 갈기는걸까요. 그건 아마도 제가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기 때문일까요? 이성애적 짝짓기와 출산을 거부했기 때문일까요? 그러면서도 이모이고 고모이기 때문일까요? 인용문 진짜 최고입니다. 21세기 최고의 책이라 할만하네요. 저도 읽어보겠습니다.

단발머리 님 리스트 정말 다양하고 재미있습니다. 이 글 읽고 카를로 로벨리 책도 담아갑니다. 도전해볼만하다는 단발머리 님의 말씀을 두렵지만, 믿습니다!! (어제 책장도 주문했어요!!)

단발머리 2025-01-17 09:54   좋아요 0 | URL
이 문장 너무 좋죠.

‘아이 없는’ 여성들의 인정받지 못한 연구와 학문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는 모두 여성으로서 정신적인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에이드리언 리치)

다락방님도 읽으셨을텐데 (제 글이욬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이 바로 그 날, 이 인용문을 딱! ‘만나는‘ 시간이었나봐요. 저는 이 말을 한 사람, 이 글을 쓴 사람이 에이드리언 리치라는데 감동받습니다. 혼자서 아이들, 아들 셋을 키워냈던 리치가 이렇게 썼다는 점이요. 기혼 여성과 미혼 여성들이 서로간의 차이를 넘어서서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다고 전 믿어요. 백인 여성들의 각성이 흑인 여성들과의 연대를 더 공고히 할 수 있는 것처럼요.

카를로 로벨리의 책은 이 책 말고도 여러 권 있고요.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도 다락방님의 도전에 좋은 시작점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다락방님 덕분에 후다닥 이 페이퍼를 쓸 수 있었습니다. 넣고 빼는 시간이 즐거웠어요.
책장 사진 기다립니다. (나도 사고 싶어요요요요요요용!)

잠자냥 2025-01-17 1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래서 한다 ㅋㅋㅋㅋㅋ
하래서 잘했다 ㅋㅋㅋㅋ
<사피엔스>! 저도 읽어보기는 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미친 아담>시리즈 하고 <우리 죽은...>처럼 사놓고 아직 안 읽은;;; 조만간 읽어봐야지, 하는 책들이 많이 보이는 리스트입니다....

단발머리 2025-01-17 16:47   좋아요 0 | URL
하래서 하기 잘한 거 같아요. 하기 싫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끔은 억지로 하는 일들이 우리에게 기쁨을 주기도 하네요.

<사피엔스>는 전 세계 공통의 베셀로서, 코스모스와 동급의 위치에 가 닿았으며 ㅋㅋㅋㅋㅋ사 놓은 책들 워낙 많으셔서 미친 아담과 에이드리언 리치도 밀릴 수 있다는 그런 예감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1-17 1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미친 아담 시리즈 중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단발머리 님 덕에 알게되어 구매했지요... 어디있나.. (주말에 책장 정리 좀 할 예정)

잠자냥 2025-01-17 11:44   좋아요 1 | URL
책장 정리... 과연....?
달리기하고 낮잠 자고 음식 만들고 술상 열어 파티하고 거하게 먹고 쓰러져 잤다... 그리고 책 산 거 찍어 올리는데, 뒤에는 여전히 방치된 책투성이 페이퍼 올릴 거면서 🤣🤣🤣

다락방 2025-01-17 11:50   좋아요 1 | URL
ㅋㅋㅋ 달리기하고 낮잠 자고 음식 만들고 술상 열어 파티하고 잘.. 거기 때문에 사실 저도 저의 책장 정리에는 딱히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그걸 끼워넣을 시간이 없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1-17 11:55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그러게요 그 중에 뭔가를 ㅋㅋㅋㅋ정확히는 두 개의 활동을 빼야한다 말이지요ㅋㅋㅋ 무얼 뺄 것인가? 달리기? 낮잠? 음식준비? 술상? 파티? ㅋㅋㅋㅋㅋ정답은, 책장 정리! 😎

다락방 2025-01-17 12:4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나를 너무 잘 아시는 분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01-20 10:05   좋아요 0 | URL
책정 정리 안 했지?

단발머리 2025-01-20 10:07   좋아요 1 | URL
책정 ㅋㅋㅋ 지우지 마세요!

다락방 2025-01-20 12:15   좋아요 2 | URL
했지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01-20 12:39   좋아요 1 | URL
충격적이게도 했어!!!!!!! 와......

다락방 2025-01-20 12:42   좋아요 1 | URL
한다면 한다!!
저는 다이어트만 아니면 다른건 다 마음먹은대로 하는것 같아요. 다이어트는...마음을 잘 안먹어서 못하는건가??

단발머리 2025-01-20 13:24   좋아요 0 | URL
고백하자면… 잠자냥님과 저는 ‘못한다’에 각자 1표씩 ㅋㅋ 도합 2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