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큰애랑 뮤지컬을 보러 갔다. 애정하는 뮤지컬 배우 홍광호가 주연으로 나오는 <지킬 앤 하이드> 공연이었다. 잘하는 줄 알았지만 이렇게 잘하는 줄 몰랐다고 큰애가 말했는데, 똑같은 공연을 몇 년 전에 본 적 있는 나도 그렇게 느꼈다. 원래 잘했는데..... 이게 중요하다, 원래 잘했다는 거. 근데 그날은 더 잘하더라. 더 잘하는 사람이 되었더라.





지난주 초라 윤가 체포 전이었는데, 공연 장소가 관저와 가까운 곳이어서 지하철역에는 많은 시민들이 있었다. 태극기를 들고 패딩 차림의 시민들. 공연장 입구 넓은 공간에는 작은 매대가 있었다. 태극기와 성조기, 두 개에 1,000원.



제발 알아주세요. 미국이 우리를 창피해한다고요. 왜 성조기가 저기에서 나오냐, 하고 궁금해한다고요. 미국 하원의원이 MBC랑 인터뷰했잖아요. 한국군이 '셀프 어택'하고 북한군이 그런 것처럼 속여도 미국은 그것이 북한의 공격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을 거라고요. 트럼프가 우리를 무시한다고요. 왜 성조기가 나오냐고요.






공연 다 보고 지하철역으로 들어서니 10시 반이 넘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또 만났다. 딱 보면 시위 다녀오는 사람들이다. 그분들을, 그쪽을 과소평가했던가. 그런 생각을 3초간 했다. 내가 진심인 것처럼 저분들도 진심일 수 있겠다. 내가 확신하는 것처럼 저분들도 확신할 수 있겠다. 그런 경우에 서로가 스스로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을 때, 어떻게 접점을 찾아가야 하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방법은 당연히 토론일 테고, 많은 사람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고려하고 숙의할 시간은 부족하니까, 우리는 특정한 집단에 이 일을 맡기기로 했다. 정당이 그것일 테다.


사회적 합의가 불발되었을 때 마지막 타협책이자 해결책으로 작동하는 법원이 폭도들에게 습격을 당했다. 대통령을 보좌했고 지금은 구속 중인 대통령의 현 비서실장은 "헌정문란 목적의 폭동인지, 헌정문란을 멈춰 세우기 위한 비상조치인인지, 결국은 국민이 판단하게 될 것이다."라고 썼다. 그걸 본인은 모른다는 이야기인지, 국민이 모를 거라 생각하는지. 그러나 그걸 모르시네. 판단은 국민이 아니라, 법원이 할 테고, 법원은, 판사들은 모두 다 화가 나 있다는걸. 국민처럼, 국민과 똑같은 마음으로.











인기 있는 책이라 연장이 안 된다. 딱 2주인데 설 연휴라 이틀 뒤에 반납해도 된다고 그런다. 빨리 읽어야 한다. 나의 읽기는 윤석열 지지자들의 서울서부지방법원 습격 사건으로 열린다.


책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으로 열린다. 이 사건이 단지 일부 열혈 지지자들의 소동일 뿐이었다면 '미국 민주주의의 붕괴'라는 표현까진 과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엔 전직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고 공화당의 주류 정치인까지 선거에 불복했다. 책은 이렇게 정리한다. 주류 정치권이 극단주의 세력과 동맹을 맺을 때 극단주의는 헤게모니를 쥘 수 있는 동력을 얻는다고. 그러니까 민주주의의 진정한 붕괴는 민주주의의 중심에 있다고 여겨지는 이들의 윤리적 누수, 자발적 균열에 의해 발생한다. 저자들은 이들을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들"로 부르며 민주주의 붕괴의 요인으로 꼽는다. (편집장의 선택, 사회과학 MD 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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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1-21 08: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 분들에게는 지금 보이는게 불의라면, 자신들이 믿는게 선이라면, 그리고 그것에 확신이 있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그러나 법원 폭도들도 그렇고 전광훈 목사도 그렇고, 그들에게 만큼은 나라나 대통령의 안위가 걱정되서가 아니라는 생각은 듭니다. 대의가 아닌 사적인 이익과 목표가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사적인 그러나 방향이 잘못된 울분이 있다고 보고요.
필연적으로 무지와 게으름은 한쌍인데 무지와 게으름은 곧 악을 불러오지요. 저는 폭도들 보며 무지와 게으름은 악이라는 걸 다시 한번 절감했습니다. 이제 어떡하려고 그러나요. 순간의 기분으로 폭도가 되어 이제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려고 그러나요. 그런 자신이 떳떳할까요? 국힘 의원 한 명은 그들을 십자군에 비유했던데, 진짜.. 그러고 싶을까요? 아..진짜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없는 삶을 살자...

단발머리 2025-01-21 09:07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우리는 진짜 어떻게 해야할까요.

저 역시 전광훈(목사도 아니에요)과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에게 사적인 이익과 목표가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쫓아다니는 사람들 말고 그걸 주도하고 조작하는 사람들은 분명 경제적 이득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날 밤에, 제가 그분들을 만나고(그분들도 퇴근길이었음) 느낀 건 어쩌면 저분들은 ‘돈을 받고 집회에 오는 사람들‘이 아닐 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이었어요. 이쪽 진영에서 선결제와 물품 후원이 끊이지 않는건 자신의 재원을 나누면서까지 대의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이 있는 거잖아요. 그분들은 시간 여유가 있으셔서. 와서 출석하는 것으로 자신의 일을 감당하시는데........
그분들도 진심ㅠㅠㅠ 그 추운날 거기까지 나왔다가 밤 10시가 넘어 퇴근하는 삶이라니. 확신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라 여겨집니다. 폭력 사태로 구속된 사람들 중 2030이 절반 정도 된다고 하더라구요. 그 사람들 역시 확신이 있었다는 건데. 그런 신념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먼저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고, 그리고 정당에서 그걸 부추기는 측면도 있고요.
오늘 윤가가 헌법재판소 나온다고 해서 또 걱정됩니다. 에휴 ㅠㅠㅠㅠㅠ 윤가를 대통령으로 뽑은 사회적 비용이 이렇게 어마어마하네요 ㅠㅠㅠ

하이드 2025-01-21 1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좋아요. 저는 독서모임에서 읽었는데, 도서관에서 빌려 읽다가 전자책 구매했고요. 미국사나 헌법 이야기도 굉장히 흥미롭고, 저자 전작도 민주주의에 관한 책인데, 이어지는 책으로 미국 이야기지만, 우리나라 지금 현실하고 소름끼치게 오버랩 되어서 잘 읽었습니다.

단발머리 2025-01-23 14:47   좋아요 0 | URL
하이드님은 벌써 읽으셨군요. 이 책 읽으면서 저도 전작 읽어봐야겠다 싶어요. 슬픈 오버랩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아흐....

은하수 2025-01-21 1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금도 안내는 종교단체가 왜 대체 선동질인지 정말 열받지 뭡니까!
트럼프 1기때 국회의사당 폭동사건- 심지어 사망자도 있었죠-과 지금 국힘당의 사주를 받은 극우주의자들의 법원습격사건을 보고있으면 이건 뭐 평행이론이 이런건가 싶어져서 두려워져요..
우리 국민들이 또 까먹고 미국처럼 통제불가 인물을 또 대통령으로 뽑을까봐서요.
2~30대 남성들이 극우 유튜버들과 같은 언어를 공유하는걸 보고 진심 우리의 미래가 무서워집니다.
우울하네요 ㅠ.ㅠ

우와... 어쩐 일이래요.
제가 저 책도 읽었어요~~~~~
생각보다 책장 술술이죠?!

앗차차..
저도 홍광호의 지킬앤하이드를 블루스퀘어에서 봤었는데...
단발님과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이었을까요?ㅎㅎㅎ

단발머리 2025-01-23 14:51   좋아요 0 | URL
트럼프가 국회의사당에서 난동 피운 폭도들 1,500명 사면해줬다고 그러더라구요. 트럼프의 귀환이라니 미국은 뭐.... 우리가 그나마 낫습니다,라고 위로해 보려 하지만.... 법원을 순식간에 전쟁터로 만드는 2030 남성들 보면서 참 여러가지로 안타깝습니다.

<제국주의와 남성성> 저도 술술 잘 읽어가고 있습니다. 재미도 있고 새롭게 배우는 부분도 많고요.

참, 은하수님은 언제 보셨을까요? 저는 14일 화요일에 홍광호 출연할 때 봤어요.
진짜 은하수님과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이었을까요? ㅎㅎ

비공개 2025-01-21 15: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의 최애 홍광호 배우가 언급되어 있어서. 댓글을 안쓸 수가 없네요 ㅎㅎ
표를 구하기 힘들던데 보셨다니 부럽습니다..

오늘 트럼프가 국회습격 세력들을 사면했더군요. 오호 통제라..
요즘 정말 하루하루가 분노와 두려움으로 가득하네요...

단발머리 2025-01-23 15:36   좋아요 1 | URL
홍광호를 좋아하시는군요ㅋㅋㅋㅋㅋㅋ 전, 진짜 오랜만의 뮤지컬 나들이었는데 홍광호여서 기뻤구요.

트럼프를 생각하며 우리를 다독이는 요즘입니다. 마침 오늘 윤가가 헌재에 두번째로 출석했다고 하는데, 또 얼마나 뉴스를 쏟아낼지 기대와 걱정, 그리고 분노를 쌓아둡니다. 곧 발사할 예정이구요.......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