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





 












<장면 1>


아롱이가 반바지를 찾는다. 엄마, 서랍에 반바지가 없어요. , 건조기 안에 있나 보다. 내가 가까운 데 있으니까 꺼내 주려 일어선다. 가져다주면서 말한다. 근데, 아롱아. 이거 봐봐, 앞으로 명심해. ‘더 이상 어머니는 없다’. 책을 들고 일어서면서 아롱이가 말한다. 엄마, 이거 그거네요. ‘애초에 어머니는 없었다’.

 


<장면 2>


친구가 그랬다. 여름에는 실론티를 쌓아놓고 마셔야 한다고. 그래서 나도 샀다. 마트에 갔을 때 6개들이 묶음을. 얼음을 너무 많이 넣어서 색이 좀 흐리게 나왔다. 주인공은 책이니까, 하면서 한 컷 찍는다.



 



<장면 3>


주말에 아이들이 먹고 싶다는 탄탄면을 먹으러 갔다. 역시 손에 들고 있던 책과 사진 한 장을 찍는다. <작품 제목 : 더 이상 어머니는 없다. 그래서 외식이다.>



 

 


몇 월이던가. 아무튼 연초에 필리스 체슬러의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를 상반기의 책으로 고르자 알라딘 친구는 너무 성급한 거 아니냐며 하하 웃었다. 7월의 둘째 주, 나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이 책을 하반기의 책으로 꼽는다. 아직 신에게는 7, 8, 9, 10, 11, 12월이 남아있습니다만, 그 어느 누구도 에이드리언 리치를 이길 수는 없을 것이옵니다.

 


이 책의 한 문장을 가지고 글 한 편을 쓸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힘을 가진 책이다.

 


여성 수장의 위대한 어머니는 원래 어둠과 빛, 바다의 심연과 하늘의 지고함으로 의인화되었다. 바로 가부장적 우주 생성론이 발달하면서부터 비로소 여성은 순전한 의 존재로 한정되었고 어둠, 무의식, 잠으로 표현되었다. (124)

 


레이첼 레비에 의하면 가부장제 이전의 의식은 처음에는 여성적이라고 느껴지는 본질적인 단일 통일체로 시작하여 계속 발전하면서 여성적 존재가 변천의 유동성을 주재한다고 생각했다. “… 신석기 시대 유물에는 남성을 신성시하는 어떤 숭배도 발견되지 않는다. … 여성의 힘이 그 당시 조각의 가장 큰 주제였다. “(131)

 













가부장제의 창조에서는 여신의 몰락과 일신교의 확립 과정이 자세하게 다루어진다. 현재 남겨진 기록의 대부분이 이 시대의 것이다. 에이드리언 리치는 어머니 여신의 평가 절하와 그와 동시에 일어났던 인간 여성의 권위의 축소를 추적한다. 어머니 여신이 남신의 아내가 된 순간, 이제 아이는 그녀의 아이가 아니라, 그녀의 남편인 그의자식이다.

 

 

여성은 항상 기다리고 있다고 여겨진다. 질문해 주기를 기다리고, 월경이 찾아올까봐 기다리고 혹은 찾아오지 않을까봐 걱정을 하며 월경을 기다리고, 남자들이 전쟁이나 일터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아이가 자라기를 기다리고, 새로운 출산을, 폐경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여겨져 왔다. (41)

 


이 문단을 읽으면 자연스레 아니 에르노의 『얼어붙은 여자』가 생각난다.


 













그는,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조심스럽게 길거리의 사람들을 밀치면서 안시를 돌아다닌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벤치에 앉아서, 오후가 흘러가기를, 아이가 어서 자라기를, 기다려본 적도 절대 없었다. 그는 일이 끝난 후, 두 손을 호주머니에 찔러넣고, 조용히 안시를 구경했고, 그에게는 모든 공간이 자유로웠다. (223)

 


기다리는 여성의 삶. 남편을, 아이를 기다리는 삶. 기다리는 시간은 쪼개져서 온다. 남겨진 건 모두 자투리 시간.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기를, 수영 수업이 끝나기를, 아이가 자라기를 기다리는 시간과 시간들.  

 


이런 문장도 있다.

 


가끔 나는 내가 여성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닐까하고 반신반의하는 원인이 세 번이나 마취상태에서 아이를 분만한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진정한어머니는 분만 과정 내내 깨어 있었던사람들일 것이다. (196)

 


만약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어머니를 찾는다면 내가 바로 그런 어머니다. 나는 두 아이를 모두 자연분만으로 낳았다. 새벽 1시에 양수가 터져 (임산부 카페 출산기를 기억하며) 머리만 얼른 감고 병원으로 이동, 새벽 4시부터 아이를 기다렸다. 그렇게도 힘들다는 마른 아이’(양수가 미리 터진 상태의 분만)를 낳기 위해 14시간의 진통을 견뎠다. 오후 6시가 넘어 이제 분만실로 들어가자는 간호사의 말에, 나는 천장을 쳐다보며 형광등이 정말 노란색으로 변했는지 확인해 보았다. 하얀색이었다. 제정신 체크. 출산 직후에는 뒷처리를 하느라 이리저리 바쁜 간호사들을 불러서는, ‘그래서, 지금 정확한 시간이 몇 시, 몇 분이죠?’라고 묻는 여유. 나는 완벽한 제정신, 분만 과정 내내 깨어 있던 사람이다. 둘째 아이 때는 더해서, 아이의 어깨가 내 몸에서 나가던 순간도 기억난다. 완벽하게 제정신, 나는 진정한 어머니인가.

 



페미니즘은 인간 사회의 여러 부분을 다루고 있다. 철학과 정치에도, 과학과 문학에도 페미니즘의 언어가 필요하고 페미니즘적 해석이 필요하다.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임금 노동과 가사 노동에 관한 문제도 그렇고, 교육과 보육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에서 다양한 주제의 책들을 골고루 읽고 있고, 나 혼자 읽는 책들이 있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모성에 대한 책에는 손이 가지 않았다.

 


내게 모성이란, 어머니란, 엄마와 시어머니를 상징한다. 자식을 위한 삶, 완벽한 헌신과 희생이 내가 아는 모성이고, 엄마와 시어머니는 그러한 모성의 현신이다. 나는 모성이 부족한 사람이다, 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분들이 모성에 대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야무진 요즘 엄마도 아닌 나는, 작년 10월에야 수능 표준 점수가 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었는데, 지금까지도 그 의미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모성이 부족한 사람이고 그런 채로 이렇게 살아왔다.


 

전업주부이니 다른 사회적 일이 없고 그래서 결국 나는 누구의 엄마로 불리기가 가장 쉬운데, 나는 그러기가 싫어서 오랫동안 그걸 거부해 왔다. 모른 척 해왔다. 에이드리언 리치를 읽으면서, 나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되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의 엄마, 여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출산을 하고, 그래서 딸과 아들을 낳고, 그들의 하나밖에 없는 엄마인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엄마로서의 나를 부정하지 않고, 그것 역시 나의 일부임을 받아들이는 것. 에이드리언 리치에게서 그런 자세를 배웠다. 하반기의, 아니 올해의 작가가 될 만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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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7-13 08: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엄마라는 거 모성애라는거에 대해 타인이 만들어놓은 기준이나 잣대가 우울하게 만들때가 있어요 . 나쁜엄마? 모성애가 모자란가? 단발머리님 글 읽으니 뭔가 명쾌해집니다. 실론티 마시고 싶은 글입니다 *^^*

단발머리 2022-07-18 13:39   좋아요 1 | URL
모성이라는 게 상당히 제도화된 감정인데, 그걸 인간 본성이라고 믿고 살아왔던 거 같아요. 아이들에게 잘못한 엄마에게 천륜을 거스렸다 하는데, 사실 자연스러운 건 생존이잖아요. 참 슬픈 현실입니다.
제가 실론티 다 마셨다고 말씀드렸던가요? 오늘 또 사야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7-13 08: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이 책 읽어봐야지 싶어 저도 보관함에 넣어둔 책이었어요. 내년 여성주의 책 읽기 리스트에도 올릴까 했던 책이기도 했고요. 그렇지만 내년은..
저는 열심히 책을 읽고 있는데 에이드리언 리치를 안읽어본 것 같아요. 물론 책은 집에 있습니다. 일단 준비된 에이드리언 리치를 읽고 그 후엔 이 책도 읽고 단발님이 하반기의 책으로 정하신 이유를 저도 같이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저도 탄탄면 참 좋아하는데... 먹은지 오래되었네요.
그리고 사무실 제 책상에도 실론티가 있습니다. 집에 가면 냉장고에도 있고요. 후훗.

우리 이 여름에 좋은 책 읽으면서 잘 지냅시다.

단발머리 2022-07-18 13:41   좋아요 1 | URL
에이드리언 리치는 저도 다 읽고 싶은데 이게 잘 정리가 안 된 있는 거 같아요. 일단 <분노와 애정>의 짧은 글은 <더 이상 어머니는 없다>에 수록되어 있구요.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는 어쩐지 잘 모르겠네요. 에이드리언 리치는 뭐, 커다란 산 같은 사람이죠. 어마어마합니다.

실론티 다 마셔서 오늘 또 사러갑니다. 탄탄면은 드셨나 모르겠네요. 이 여름, 우리 맛난 거 먹으면서 잘 지내봐요!!

- 2022-07-13 11: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내가 가장 사랑했던 존재, 내가 되고 싶어했던 존재, 비로소 마침내 자기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그래서 누구보다 중요한 존재, 엄마! 사랑합니다.

단발머리 2022-07-18 13:42   좋아요 2 | URL
쟝쟝이의 엄마로 살아온지 어언..... 몇 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목소리는 너무 크더라구요. 더덕집에서 밥 먹다가 한 마디 했을 때 제지 당했어요. 내가 그런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7-13 12: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페이퍼는 이달의 페이퍼가 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부정했던 ‘엄마로서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 뭔가 인생과 화해하는 느낌이 드는데, 제가 다 알 수는 없지만, 단발님 조금 후련하실 것 같습니다^^
분만 과정에서 깨어 있었느냐로 진정한 어머니인지를 가린다는 생각은 재미있네요. ㅋㅋ 저도 자연분만 하긴 했습니다만, 무통천국 속에서 낳아서 진통은 많이 안 느꼈고.. 무통이 안 들어서 생으로 고통을 다 겪은 친구야말로 진정한 어머니인 걸까요? 이런 식으로 위계를 세워서 여성들에게 죄책감을 얹어주는 생각들이 안타깝네 느껴집니다. 우리 모두 그냥 엄마인 나이지요! 저도 엄마로서의 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살아보겠습니다.

단발머리 2022-07-18 13:48   좋아요 2 | URL
독서괭님, 댓글 감사해요!!
저는 오랫동안 (물론 지금도) 엄마이기를 부정하고 싶기는 해요. 오늘 아침도 넘 대충 차려줘서 아침밥 스트라이크를 제가 받게 될 형편입니다. 무통천국에서 분만하셨다니 그건 정말 부럽습니다.

저는 이게 에이드리언 리치 같은 여성에게 해당된다고 생각해요. 그니까, 일단 천재이고 그리고 시인이요. 천재 시인인데 여자로서의 삶, 의무를 받아들여야 하니까. 에이드리언 리치는 청소년기 때부터 그에 대한 압박이 컸고 결혼해서도 여성답게, 엄마답게, 주부답게 살려고 엄청 노력을 했으니까요. 그러지 못한 자기를 바라볼 때의 절망, 비탄 같은게 묻어 있다고 생각해요. 잘은 모르지만 전 그렇게 느꼈어요^^
 
















독서 모임 언니님들 두 달 만에 만나고 왔다. 큰아이 5살 겨울, 발레 수업(그래요. , 발레 수업 보내고 그런 엄마예요. 지역 문화 센터/3개월/18,000. 발레복이 더 비싸요 ㅎㅎ할 때 만난 언니님들이고, 큰아이들 일곱 살 무렵부터 책읽기를 같이 했다. 같은 책 읽기도 하고, 다른 책 읽기도 했다. 첫 책이 로알드 달의멍청씨 부부 이야기』. 『어린이 사자소학』을 같이 읽었고, 『Harry Potter』도 같이 읽었다. 나란히 앉아 독서록 쓰기도 하고, 써온 독서록 발표하기도 했다. 감자를 먹고, 떡을 먹고, 소시지를 먹고, 카스타드를 먹고, 냉오미자차를 마시고, 요구르트를 마시고, 주스를 나눠 마셨다. 생일 파티를 했고, 박물관을 함께 다녔고, 과학관도 같이 갔다. 이제 아이들은 다 자라 일상이 바쁘고. 어디, 한가롭게 책 읽을 시간이나 있으시겠어요? 우리들만 남았다.





 






























언니님들이 가져오신 책이랑 내 책 꺼내놓고 사진 한 장 찍는다.

 




 


J언니가 울프 책을 집어 드시고 집 안의 천사가 누구야? 그게 뭐야? 물으셔서 짧게 대답했는데, 제대로 말했나 모르겠어서 집에 와서 다시 펼쳐본다. 공부의 최대 묘미는 복습에 있다.

 

 


말하자면 내가 어느 유명한 남자의 소설을 평하려고 손에 펜을 들라치면, 그녀가 내 등 뒤에 살며시 나타나 소곤대는 것이었습니다. <이봐요, 당신은 젊은 여성이에요. 그런데 지금 당신은 남자가 쓴 책에 대해 글을 쓰려 하는군요. 다정하고 상냥하게 굴어요. 아첨하고 적당히 비위를 맞추는 거예요. 우리 여성의 모든 술수와 책략을 쓰도록 해요. 당신에게 당신만의 생각이 있다는 것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해요. 무엇보다도, 정숙하세요.> (『집 안의 천사 죽이기』,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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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7-08 18: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읽는 언니들이라 넘 부럽습니다. 아는 언니들과 만나 먹은건 비슷한데ㅎㅎㅎ 그나저나 로얄드달 책 넘 반갑네요. 집안의 천사죽이시 발췌문 무섭게 확 와닿습니다 ㅠㅠ

단발머리 2022-07-09 08:45   좋아요 2 | URL
첨에 만났을 때 애들 실내놀이터 겸 휴게실에서 엄청 두꺼운 검은 책 ㅋㅋㅋㅋㅋ 읽고 계셔서 제가 다가가서 말 시켰습니다 ㅋㅋㅋㅋ 제가 그런 사람이에요 로알드달 참 반갑지요. 저도 꽤나 많이 읽었네요^^

수이 2022-07-08 19: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읽는 언니들이 죽죽 집 안의 천사 죽이기 작업에 착수하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얼른 읽어야겠네요. 울프 언니 책.

단발머리 2022-07-09 08:46   좋아요 2 | URL
그 언니들도 집 안의 천사 죽이기에 적극 가담하셔야 합니다. 어제도 그런 이야기 많이 나눴네요. 울프 언니가 저기서 ㅋㅋㅋㅋㅋㅋ 비타님 기다린다고 나한테 그랬어요, 진짜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억의집 2022-07-08 19: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리들만 남았다.. 무한 공감 워딩입니다. 저도 엄마들 모임이 더 이상 애들은 안 모이고 엄마들만 만나네요….

단발머리 2022-07-09 08:47   좋아요 2 | URL
네, 저는 첨부터 언니들이 책을 많이 읽는 분들이라 좋아하고 또 도서관을 엄청 애정하셔서 더 가까워지고 그랬어요.
애들은 이제 멀리멀리 가고요. 우리들만 남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전 이것도 좋네요^^

책읽는나무 2022-07-09 11: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멍청씨 부부, 어린이 사자소학, 해리포터...혹시 우리 아이도 참석했었던 건가? 착각이 드네요.ㅋㅋㅋ 앞의 두 권은 읽혔던 것 같은데 해리 포터는 한글 번역책도 안 읽었어서...참석 안 한게 맞네요ㅋㅋㅋ
지적이신 단발님이 직접 가서 말을 거실만큼 언니님들이 들고 오신 현재의 책들도 여전하십니다!!!
각자 들고 온 책들이 도스토옙스키, 수전 손택, 발자크라니.....죄다 제가 도전했다가 포기한 책이네요!!ㅋㅋㅋ
그래도 그 중에서 가장 빛나는 우리 단발님의 울프 책!! 가장 예뻐요ㅋㅋㅋ
언니님들과 같이 나이 먹어 가면서 북클럽 쭉쭉 하시면 단발님이 더 빛나실 것 같아요.
아이들이 없어 아쉽겠지만, 추억도 되새기고, 이젠 더 편하게 그리고 자유롭게 집 안의 천사를 죽이고 계실 듯 합니다.
아름다운 모임입니다^^

단발머리 2022-07-18 13:56   좋아요 1 | URL
어린이 독서모임이 다들 이렇게 책 리스트가 비슷한가 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 해리 포터는 저희집 큰애가 완전 열광적이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그리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지만 다들 한 번씩은 도전해 보고 그랬네요.
언니들은 진짜 독서력이 만랩이시라서 ㅋㅋㅋㅋㅋㅋ 저는 따라가기 버거울 뿐이에요. 울프책이 젤 이쁘다 해주셔서 감사해요.
제 책 아니고 도서관책인데 ㅋㅋㅋㅋㅋㅋ 신간이라 역시 반짝반짝하네요.

바람돌이 2022-07-09 17: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책을 같이 읽다가 이제 자신의 책을 읽는 모임이라니.... 그 역사와 유대가 너무 부러운걸요. 앞으로도 오래오래 책과 함께 하시길요. 맛난것도 더 많이 드시고요. 아이들 입맛 생각안해줘도 되는 것도 너무 좋지 않나요? ㅎㅎ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은 아 진짜 여기저기서 튀어나올 때마나 찌릿찌릿 전율입니다. ^^

단발머리 2022-07-18 13:50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감사합니다. 오래오래 언니들과 책읽고 이야기 나누고 삶을 나누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저번에는 닭갈비 먹고 이번에는 샤브샤브집 갔는데 정말 기쁘기 그지없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을 이야기는 시간이어서 물론 좋았지만 샤브샤브도 맛있었습니다^^

독서괭 2022-07-13 1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독서모임으로 시작해서 엄마들 독서모임으로 이어진 건가요! 정말 좋네요^^

단발머리 2022-07-18 13:49   좋아요 1 | URL
너무 좋아요. 제가 원래 좋아하는 언니들이고, 언니들이 절 귀여워해주신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순서는 이렇다. Vita님 페이퍼를 통해 비타님이 몽테뉴의 『에세』를 비롯한 이런 저런 책을 구입한 것을 알게 되었다. (from 비타님 페이퍼







그러나 최대 관심은 키케로 컵. 키케로 컵을 찾아 헤매다가. 이런. 버지니아 울프 전집 세트(14)가 출간된 것을 알게 되었다. (몇 년 전에 13권 세트로 출간되었다가 전집은 품절 상태였음) , 213,300. 버지니아 울프 다 읽어야 하는데. 이번이 절호의 찬스구나. 근데 나는 일전에 아름답고 지적인 분에게서 3권을 선물 받았고, 후에 나도 한 권 더 사서 집에는 4권이 있단 말이다. 모두 새 책. , 버지니아 울프는 다 읽어 주셔야 하는데. 나는 어쩌나.

 



일단 아쉬운대로 이 책을 먼저 읽어보자. 희망도서로 신청했는데 도서관에서 4권 다 사주셨다. (감사감사감사링!) 어제는 오후 1, 오늘은 오전 10시에 왔는데 내 자리에 사람들이 우글우글해서 여기, 어린이실 앞까지 쫓겨왔다. 기념샷 한 장 촬영해 주시고.

 




 


제일 먼저, <『제인 에어』와 『폭풍의 언덕』>을 읽는다.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녀는 인생의 문제들을 해결하려 하지 않으며, 심지어 그런 문제들이 있다는 것조차 의식하지 않는다. 그녀의 모든 힘은 - 그렇게 옥죄어져 있으므로 한층 더 엄청난데 오로지 <나는 사랑한다>, <나는 미워한다>, <나는 괴로워한다>라는 단언에 바쳐진다. 왜냐하면 자기중심적이고 자신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작가들에게는, 좀 더 보편적이고 폭넓은 정신을 지닌 작가들에게는 없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받는 인상은 그들의 좁은 벽들 사이에 빽빽이 쟁여지고 뚜렷이 각인된다. 그들의 정신에서는 자신으로 각인되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그들은 다른 작가들로부터 거의 배우지 못하며, 설령 다른 이들의 것을 채택하더라도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 … 적어도 샬럿 브론테는 많은 책을 읽은 데에 전혀 힘입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47-8)

 


브론테는 책을 많이 읽을 필요도 없었다. 책을 많이 읽은 것으로 도움받지 않았다. 그냥, 그대로. 그 모습 그대로 천재다. 자기 과신과 지적 오만의 화신. 그대, 샬롯 브론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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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7-07 15: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울프 전집 다는 도전 못하겠고 젤루다가 좋은 것 있으면 나중에 꼽아주시면 제가 땡투 하고 열심히 읽겠습니당. 내 사랑 버지니아 울프! 그리고 나마저 벗어날 수 없었던 ㅋㅋㅋㅋㅋ 제인 에어ㅋㅋㅋ (제인에어의 저주)

단발머리 2022-07-07 15:57   좋아요 3 | URL
젤루다가 좋은 거가 많으면 어떡하려고요 ㅋㅋㅋㅋㅋㅋ 전 <댈러웨이 부인>(많이 어려움), <올랜도>(쪼금 나음) 읽었고 담주부터 <등대로> 읽어요. 내가 다 읽고 추천해줄게요 (3-4년 예상) ㅋㅋㅋㅋㅋㅋㅋㅋ 저주라니요? ㅋㅋㅋㅋㅋ 제인에어는 사랑입니다!!

독서괭 2022-07-07 18:26   좋아요 2 | URL
엇 단발님은 올랜도보다 댈러웨이부인이 더 어려우셨어요? 저는 반대인데^^; 올랜도는 좀 꾸역꾸역 읽었고 댈러웨이는 넘 좋았어요. 자기만의방은 쟝쟝님 읽으셨겠죠? 저도 <등대로> 읽으려고 했는데.. 계속 밀려나고 있네요 ㅜㅜ

단발머리 2022-07-07 21:10   좋아요 3 | URL
저는 <댈러웨이 부인> 세 번 도전만에 성공했는데, 읽으면서.... ‘다시는 못 읽을 거 같애...‘ 막 이런 생각을 다섯번 정도 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님 댈러웨이 좋으셨다고 하니까 유부만두님이 생각나네요. <댈러웨이 부인> 좋아하십니다, 그 분이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7-07 16: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저 키케로 컵은 무슨 책을 사면 준다는 겁니까? 링크하신 버지니아 책은 아닌 것 같은데요!

단발머리 2022-07-07 16:29   좋아요 2 | URL
네, 고객님! 키케로 컵은 알라딘 23주년 특별선물로서 이벤트 도서 1권 포함 국내도서 5만원이상 구매시 ㅋㅋㅋㅋ 마일리지 또는 3,800원에 드립니다.
정확한 명칭은 <무지개 유리컵(키케로)>입니다*^^*

다락방 2022-07-07 16:51   좋아요 2 | URL
안그래도 방금전에 찾았습니다. 후후훗
제가 사려는 책이 해당도서에 있군요. 문제는 컵을 하나 더 집에 갖추느냐 아니냐... 그것입니다. 컵은 이미 차고 넘치는데.... 하아-

단발머리 2022-07-07 16:53   좋아요 2 | URL
하나만 사요 ㅋㅋㅋㅋ 괜찮으면 하나 더 사시고 ㅋㅋㅋ 그 사이 살 책 금방 늘어난다에 500원 겁니다!

수이 2022-07-07 19:00   좋아요 2 | URL
에세 살 거 아니었어요? 페이퍼 보고 에세 사겠네 했는데 ㅋㅋㅋ

단발머리 2022-07-07 21:07   좋아요 2 | URL
일단 도서관에 다 신청해두었구요. 사게 되면 하나씩 살테다, 했는데.... 저번에 한나 아렌트 보니까 무조건 사놓는게 장땡이더라구요 ㅋㅋㅋㅋㅋ 어쩔까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2-07-07 16: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버지니아 울프 전집은 보고서 돌아보지 말아야지 하는데 저도 모르게 장바구니에^^; 에쎄는 제가 주문해도 안 읽을 것 같아서 패스했는데 버지니아 울프는 읽고 싶어서 비싸지만 고민되네요ㅎㅎㅎ

단발머리 2022-07-07 16:58   좋아요 2 | URL
전 집에 4권 있어서 구매는 어려울 거 같아요. 사실 구매한다고 다 읽지는 않을듯도 하지만요 ㅠㅠㅠ
그러나 저 세트는 겁나 아름다운 것입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태에, 집에 있는 책들 다 밀어버리고 한 자리 내주고 싶단 말입니다 ㅠㅠ

다락방 2022-07-07 17:48   좋아요 2 | URL
확실히 출판사들은 책 안읽는 사람을 타깃으로 하지 않고 이미 읽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하는 것 같아요. 교활하다…

단발머리 2022-07-07 21:07   좋아요 2 | URL
저도 그 생각합니다. 알라딘 서재 이웃님들만 봐도 어마어마하게 사시잖아요. 사시던 분들이, 책 이미 가진 분들이 새 번역 나오면 사시고, 리커버 사시고, 사은품 때문에 사시고 ㅋㅋㅋㅋㅋㅋㅋ 그러시는 거 같아요.
제 친구 중에 <설득>이 두 권이나 있는 친구도 있답니다. 호호호!

수이 2022-07-07 18: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민이 오늘 체험학습 하느라 그 우글우글 인간들 사이에 있었어요. 단발머리 이모 거기서 공부하고 있을걸 했더니 왜 진작에 안 가르쳐줬냐고 화내더라구요. 이야기할걸 그랬나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7-07 19:09   좋아요 2 | URL
오전이요? 오후요? 저 오전에 완전 시끄러운 소리… 맞아 아이들 우르르 소리 들었는데ㅋㅋㅋㅋㅋ 민이가 조용해서 목소리를 못 알아들었네요 ㅋㅋㅋㅋㅋ 아쉽당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07-07 19:34   좋아요 2 | URL
방송 실습 했다오, 단발님 맞은편 방송실에서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7-07 19:37   좋아요 2 | URL
아흐 ㅋㅋㅋㅋ 나 오전에 계단에서 교회 집사님이랑 통화 ㅋㅋㅋㅋ 그 애들 속에 민이가 있었다니… 만났어야 했는데😲😲😲

yamoo 2022-07-08 0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울프 전집을 갖고 있었어요. 오래 전에 출간된 작은 사이즈 책. 울츠 책은 이상하게 재미가 없어 그냥 거의 읽다 말다 하다 다른 분에게 넘겼습니다. 하루키 전집과 함께. 아마 이탈로 칼비노 전집도 조만간 처분해야 겠어요. 나하고 안 맞는 작가가 분명히 있는 거 같은데...버지니아 울프도 그 중 한명인 듯합니다..ㅎㅎ

아, 근데 책 사이즈는 비슷한데, 표지는 오지게 이쁘네요. 책값은 또 오지게 올렸겠죠. 전 권당 3500원짜리였는데...

단발머리 2022-07-08 18:17   좋아요 0 | URL
울프는 저도 읽을 때마다 어렵기는 한데, 포기할 수 없는... 그런 면이 있습니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다 읽어야 하는 작가,라고 전 마음 먹고 있어서요. 전집 사면 좋겠는데, 좀 그러네요.
yamoo님 하루키 전집, 칼비노 전집 처분하실 때 어떤 사람은 땡 잡았다고 좋아할 거 같아요. 어쩌죠? ㅎㅎㅎ

책읽는나무 2022-07-08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케로 컵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저것을 선택했을텐데...전 아쉽게도 제인 에어 앙증맞은 컵을 선택했답니다. 아이스 커피 타먹을까? 싶었는데 받아 보니 작더군요.ㅋㅋ
얼음물 적게 먹으라는 신호였던가? 싶기도 하구요.
제인 에어 글자가 좋아서 선택했는데 단발님의 이곳에서 제인 에어 글자랑 책도 구경하고 흐뭇하군요ㅋㅋㅋ 제인 에어 컵 선택하길 잘했어요^^
헌데 에세 책 구입한다는 줄 읽었더니..ㅋㅋㅋ
전 지금 키케로에 힘 입어 에세 책 예뻐서 아롱아롱 거리는데 단발님 여기서 또 올리시면 어떡합니까?ㅜㅜ

수이 2022-07-08 12:24   좋아요 1 | URL
지르십시오 결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yamoo 2022-07-08 17:58   좋아요 1 | URL
비타님, 키케로 컵 얼마인가욤??

단발머리 2022-07-08 17:59   좋아요 0 | URL
네, 고객님! 키케로 컵은 알라딘 23주년 특별선물로서 이벤트 도서 1권 포함 국내도서 5만원이상 구매시 ㅋㅋㅋㅋ 마일리지 차감 또는 3,800원에 드립니다.
정확한 명칭은 <무지개 유리컵(키케로)>입니다*^^*

수이 2022-07-08 18:22   좋아요 0 | URL
야무님 키케로 컵 말고 몽테뉴 말한 건데……..요 🙄

단발머리 2022-07-08 18:23   좋아요 0 | URL
앗?!? 그래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7-08 19:18   좋아요 0 | URL
몽테뉴 에세는 얼마에여?^^

단발머리 2022-07-08 19:21   좋아요 0 | URL
1권은 23,400원 / 2권은 23,400원 / 3권은 23,400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트는 58,500원입니다, 고객님!!

책읽는나무 2022-07-08 1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비타님도 큰 손!!!
하고선 작년에 세트로 샀던 한나 아렌트 책 막 찾아 봤더니 그건 5 만 9천 원이 넘었네요?^^
몽테뉴가 조금 더 싸군요!!!
넘 고민스럽군요!!!
이번 달 책은 이미 구입해 버렸는데~
다음 달에 구입할까? 생각 중입니다.
근데 나 저번에도 비타님 영어 원서 세트 사라고 해서 샀었던....??
비타님..숨은 영업 직원!!
아..아렌트는 단발머리님 때문에 샀었??
두 분 뭐에요~ 알라딘이 숨겨 놓은 영업 직원이 두 분이나???!!!!!
비싼 책만 영업을!!!!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7-08 19:34   좋아요 1 | URL
엥????
댓글이 대댓글로 올라가지 않았군요??
요즘 더위 먹었는지 뭐가 이렇게 뒤죽박죽인지???ㅋㅋㅋ
6월인지? 7월인지?도 헷갈리는 세상이네요^^

단발머리 2022-07-09 08:50   좋아요 1 | URL
전 진짜 개인적으로 한나 아렌트는 사서 읽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ㅋㅋㅋㅋ 그래서 제가 산 건 아니고 책이 이뻐서, 그리고 줄을 치고 싶어서 구매했지요. 책나무님도 좋은 선택이었다고 믿어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글고 저는 <에세>의 저력을 아직 확인하지 못한지라 구매 생각이 1도 없는데 이웃님들 인증샷 속속 올라오니 괜히 맘이 급해지네요. 저 알라딘 직원하고 싶은데 알라딘 생각은 어쩐지 모르겠어요. 알라딘아, 어떻게 생각하니? 내가 열심히 한 번 해볼게!!

책읽는나무 2022-07-09 09:24   좋아요 0 | URL
굿모닝입니다^^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오늘도 더우려나? 그러고 있었어요.
물론 덥겠죠???ㅜㅜ

저 어젯밤부터 오늘 아침에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에세 살거에요.ㅋㅋㅋ
철학책은 왠만하면 구입하자! 주의로 바뀌었는데 저 책도 이쁘기까지 하네요?
그럼 사야죠^^
한나 아렌트 책도 언젠간? 읽겠지만 책이 이뻐서 만족합니다. 전 소장가치용을 엄청 따지는 사람이라..ㅋㅋㅋ
그리고 제겐 비타님과 단발머리님은 이미 알라딘 제 2의 직원들이셔요.
늘 신속하게 양질의 책들을 소개해 주시잖아요!!! 아...그렇다면 나의 북플친님들이 죄다 알라딘 직원인 셈인가요??? 모두 다 책 소개해 주시는 분들 같은???ㅋㅋㅋ
알라딘에서 단발님 직원 채용 하신다면 매출 완전 올릴 것 같은데...^^

근데 저 버지니아 울프 책 전집은 왜 또 저렇게 이쁜 건가요???
꼭 그림책 같아요^^
요즘 이쁜 책들 넘 많아요.
그래서 지갑이 홀쭉해 집니다.ㅜㅜ
 







 










결국 나는 실패했다. 『Normal People』를 마저 읽었고, 끝내 코넬과 화해하지 못했다.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성적인 사랑이란 누군가 위에 군림하는 힘, 혹은 다른 누군가의 힘에 굴복하는 것이라고 상상했다. 아라비아의 전통에 따르면, 사랑에 빠지는 것은 마법의 힘에 굴복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서양에서 사랑에 빠지는 것은 '홀리는 것'이며 아니면 '매혹되는 것'이다. , 구속되는 것이며 무력해지는 것이다. (『더 이상 어머니는 없다』, 75)

 


사랑할 때,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자주 쩔쩔맨다. 영어 단어로 표현하자면, ‘vulnerable’이 제일 가까울 듯싶다. 취약한 또는 연약한 (신체적, 정서적으로 상처받기 쉬움을 나타냄).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허둥지둥, 안절부절못한다. 사랑의 원래 모습이 이래야 한다거나 혹은 사랑의 지향점이 그렇다는 뜻이 아니다. 현재의 삶, 지금 이 순간을 통째로 요구하며 총체적 난국을 불러오는 사랑이라는 이 황홀하고 끔찍한 인간의 활동 속에는 그런 측면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내가 어떤 사람을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닐 수 있습니다. 다만 어려운 문제는 타자로 하여금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는 데 있습니다. 그에게는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할 수도 혹은 그러지 않을 수도 있는 자유가 있기 때문이지요. 사랑에서 중요한 점은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타자도 자유를 가지고 있다는 자명한 사실에 있습니다. (『망각과 자유』, 21)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원하는 것은 사랑이다. 내가 그를 사랑하듯 그도 나를 사랑해주기를, 우리는 바란다. 그리고 그 사랑은 강압이나 협박, 회유를 통해 얻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얻어지는 사랑에 만족하는 사람은 없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바보다. 그 사랑은 선물 같은 물질적 형태를 넘어선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원하는 건, 그녀/그의 진심이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 나를 배려하는 마음.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원하는 것은 그것 혹은 그것뿐이다.

 


Ever since school he has understood his power over her. How she responds to his look or the touch of his hand. (248p)

 

When they drew apart Connell looked her in the eyes and said: I love you. She was laughing then, and her face was red. She was in his power, he had chosen to redeem her, she was redeemed. (262p)

 


코넬의 이러한 생각, 판단은 소설 속 상황을 봐서는 옳다고 여겨진다. 그는 마리안보다 더 강하다. 더 강력한 힘을,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코넬이 남자여서 그런 것인지, 혹은 마리안보다 더 안정적인 가정 환경 속에서 사랑받고 자랐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두 가지 모두일수도 있겠다. 



코넬은 자신이 마리안에게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You know I love you.’라고 먼저 말할 수 있었다. 마리안을 괴롭히는 친오빠에게 한 번만 더 마리안을 때리거나 나쁜 말을 하면 죽여버리겠다는 말을 할 수도 있었다. 코넬은 자신의 사랑, 마리안에 대한 자신의 사랑에 대해 확신했다. 혼란스러운 건 마리안이다. 마리안은 코넬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해도, 그 말이 진심임을 믿어도, 자주 혼란에 빠진다.

 


나는 코넬이 마리안을 사랑한 것보다 마리안이 코넬을 더 사랑했다고 생각한다. 사랑에서는, 더 사랑하는 쪽이 약자다. 더 사랑한 마리안은 덜 사랑한 코넬보다 약자다. 나는 코넬이 마리안에게 자신의 사랑을 더 많이 보여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리안을 지배하는, 마리안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코넬이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사랑을 보여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매달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애절하게, 더 간절히, 더 많이. 그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에 대한 나의 애닳음, 완결에 대한 끝없는 강박이 코넬을 이렇게까지 밀어붙였지만, 코넬은 내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I never feel lonely when I’m with you. … That was kind of a perfect time in my life…. "라고 말하면 뭐하니. 코넬은 마리안을 떠나갈 것이다. 마리안의 추측처럼 돌아오더라도 예전의 코넬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가라, 코넬. 그냥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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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07-07 12: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4.3 에서 4.5 사이인데 코넬 욕 많이 한 관계로다가..... 5 드립니다. 어쩔 수 없이 5 드립니다.

다락방 2022-07-07 12:30   좋아요 3 | URL
아.. 마음 약하신 분...

단발머리 2022-07-07 12:33   좋아요 2 | URL
🥺🥺🥺

- 2022-07-07 12: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코넬... 잘가...... 이 새끼...... 너 ......
근데 매리엔도 아직 젊은 데 헤어지고 더 좋은 사람만나지 않을까요..? 라고 썼다가. 아니야 무슨 소리야!!! 메리앤 남자 없이 잘 살자!!
나는 남자 없이 잘 살아~ 라랄랄라라라라라 음음~
그리고 끝까지 코넬을 용서하지 않은 이 글을 잠자냥이 좋아합니다.

단발머리 2022-07-07 12:36   좋아요 3 | URL
잠자냥님이 이 글을 좋아할거라는 쟝쟝님의 추측은 매우 기쁜 소식입니다만 이 ㅅㄲ가 뭐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하고 싶은 말, 그렇게 바로바로 할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7-07 13:14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 쟝쟝 역시 똑똑하네! 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님 첫 문장 ˝결국 나는 실패했다. 『Normal People』를 마저 읽었고, 끝내 코넬과 화해하지 못했다.˝ 보자마자 좋아요 누르려고 들어온 사람.... 나, 잠자냥.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7-07 13:17   좋아요 3 | URL
그 귀한 ‘좋아요‘를 저는 잠자냥님에게서 얻습니다. 저도 노력했습니다. 나름..... 애썼어요. 그러나, 그것은 안 될일. (헐)

결국 나는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좋아요,를 얻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샤라라라랄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7-07 12: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메리앤이 코넬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컸다고 생각하고요, 또 코넬이 갈 사람이라는 것도 알겠더라고요. 나중에 돌아올지도 모르지만 돌아올 땐 그전의 코넬과 당연히 다를테고요. 저도 코넬이 더 많이 사랑을 표현해야 했고 진작에 표현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은 아쉽지만 그러나 코넬은 성장했다고 보여져요. 메리앤도 마찬가지고요.
저는 사실 메리앤의 오빠에게 가서 한 번만 더 손대면 죽여버리겠다고 하는 장면에서, 울기는 했지만, 그 장면보다는,
나를 때려달라고 했을 때 아니라고 말하는 코넬이 더 좋아요.
샐리 루니가 그린 인물들이 젊잖아요. 코넬의 친구도 여자친구의 누드를 찍어서 보여주는 놈이고요. 그런데 그런 경우마다 ‘아니‘라고 말하는 지점이 저는 참 좋았습니다. 그건 아닌 것 같아, 너가 때려달라는게 너가 이상하다는 건 아니지만 나는 그건 좀 아닌 것같아 라고 말하는 코넬이 좋아요. 그런데 뭐 .. 네, 가겠죠. 변하겠죠. 메리앤은 중요 포인트를 알았어요. 자신은 모르는데 다른 여자사람 친구는 알았던 것에 대해서도 그렇고(저는 그것이 정확한 지적이었다고 생각해요. 네가 거기 지망한 거 그 여자애는 알지?), 애초에 갈 마음이 있으니 썼다는 것도 알았고, 그리고 보내줘야 한다는 것도 알죠.

저는요 단발머리 님, 이 소설의 결말이 좋았어요. 지금 퍼펙트한 상대라고 생각하면서도 가라고 말하는 거요. 그런식의 결말이요. 그게 참 좋았어요. 이건 바로 저라는 사람을 말해주는 것 같아요. 이게 저의 은밀한 취향인듯 합니다.

단발머리 2022-07-08 05:58   좋아요 2 | URL
저도 그 장면 좋았어요. 마리안이 자기를 때려달라고 했을 때 아니라고 말하는 코넬, 그리고 혹 마리안의 기분을 상하게 한 건 아닌가 돌아보는 코넬, 그런 모습 넘 좋았어요. 그런 면에서 전 더 아쉬운 거죠. 왜, 코넬이면 안 되는가. 왜 마리안이면 안 되는가. 서로가 서로에게. 이렇게 완벽한데 ㅠㅠ

소설의 결말에 대한 다락방님의 느낌도 전 이해돼요. 전, 이런 방식이, 이런 응대가.... 지금 퍼펙트한 상대라고 생각하면서도 가라고 말하는 게 어른의 방식, 성숙한 사람의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저도 그렇게 하고 싶고요. 다만, 저는 너무 질척이고, 울보쟁이에다가, 쉽게 미련을 못 버리는 사람이라서.... 그래서 코넬을 욕합니다. 저를 욕할 수 없어서 (자기 부정의 힘든 과정을 피하고자) 전, 코넬을 욕하는 거 같아요.

이런 여러 생각을 들게 하는, 특별히 감정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전 이 소설이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다지 이 소설이 좋지는 않고, 또 아쉬운 면이 많지만.... 사유보다 더 고차원적인 감정을 휘몰아치게 한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수이 2022-07-07 13: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남자 취향이 확고하게 달라서 좋아요. 욕하면서도 사랑이 뿜어져나오는 인물로 느껴져요 저는. 비겁하면서도 옹졸하고 할 말은 다해서 더 미울 수도 있는데. 어쩐지 소설 읽기는 독자의 면모까지 모두 파악하게 만드는건가 그런 생각이 확 들었습니다. 이번 읽기에서. 마리안 이야기도 하고 싶지만 그는 그 자체로 또 완벽하게 인생을 살아갈 테니까. :)

단발머리 2022-07-07 13:20   좋아요 1 | URL
욕하면서도 사랑이 뿜어져 나올 때... 제 경우는 마스크 쓴 채로 말할 때 뿜어져 나오는 그 무엇이고, 비타님은 소화전 연결한 소화기에서 분말 가루 뿜어져 나오듯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제 면모가 속속들이 드러나 참 거시기 합니다만, 좋은 소설이었어요.
마리안의 행복을, 건투를 빕니다.

우리는 남자 취향이 확고하게 달라서 참 좋아요. 저는....








잠자냥 2022-07-07 13: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제 늙어서 그런지 이 꼬꼬마들, 젊은이들 사랑이야기보다는 중년의 지독한 사랑을 그린 <헤어질 결심>에 폭 빠져버렸어요. 그 영화에서는 그 어떤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가슴을 울리는 사랑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아아아...... 꼭 보세요.

코넬 같은 놈.... 배워라 박해일(해준) 보고.

단발머리 2022-07-07 13:24   좋아요 3 | URL
저는 이번 소설 읽으면서... 이들보다는 차라리 더 어린 아이들의 사랑(차라리 중고딩)에 더 많이 공감한다는 걸 알았어요. 섹스하는데 사랑은 아니야, 라고 말할 때... 전 정말 아득했습니다.

<헤어질 결심> 쟝쟝님께도 강추하시더니, 정말 좋은 영화인가 봐요. 잠자냥님의 가슴을 울리는 어른표 ‘사랑한다‘는 말, 그 장면 보기 위해서라도 저도 예매창으로 입장!!!

- 2022-07-07 14:57   좋아요 2 | URL
잠자냥 중년의 지독한 사랑이라니… 그런데 박해일이 오랜만에 정상인(?)으로 나오나 보네요…? 박해일 그 이쁜 얼굴을 아주 이상한 역할에만 몰빵해서 제가 좀 서운했는 데… 일단 동생들에게 물어봤습니다… 공쟝쟝은 결심중…

다락방 2022-07-07 15:00   좋아요 3 | URL
저도 박해일 그거.. 연애의 목적... 넣고만 있을게... 때문에 도무지 좋아지질 않는 배우인데, 일단 헤어질 결심은 다시 예매했습니다. 취소하지 말자, 나여...

- 2022-07-07 15:04   좋아요 2 | URL
넣고만있을…. 구체적으로 대사까지 기억하기 있기 없기…. 나 진짜 그 영화 너무 충격이었는 데… 그전까지 박해일 팬이었는 데… 이후로는 박해일을 좋아할 수가 없었다.. 진짜….

다락방 2022-07-07 15:05   좋아요 2 | URL
저 그 대사가 진짜 너무 충격이었어요. 그게 뭐야. 아니 섹스 안하겠다는 여자한테 넣어보기만 한다는게 무슨 .. 와 저 진짜 그게 너무너무 충격이었어요 ㅠㅠ 넣고만 있든 넣고 움직이든 싫다는 사람한테 넣었으니 강간이지 개놈아 ㅠㅠ

단발머리 2022-07-07 15:07   좋아요 2 | URL
저도 넘나넘나 충격적이어서.... 진짜 잊혀지지가 않고.... 그런 거, 그런 대사 첨 봐서... 우리 다 충격파였구나.
근데 댓글 많이 오가서 몰랐는데 ㅋㅋㅋㅋㅋㅋ 여기 내 방이네요? 코넬 욕하는 자리에서 왜 연애의 목적 나와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7-07 15:08   좋아요 2 | URL
앗. 그러니까요.. 코넬 욕하는 페이펀데 왜 박해일...
뭐 이 놈이나 저 놈이나 다 그 놈이 그 놈이니까.. 막 동떨어진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이만. =3=3=3=3=3

단발머리 2022-07-07 15:10   좋아요 1 | URL
아니에요, 아니야. 코넬이 낫네. 코넬이 나아요.

<헤어질 결심>의 박해일 말고 <연애의 목적>의 박해일이랑 비교하는 거니까.... 코넬이 나아요. 코넬, 네가 낫다.

- 2022-07-07 15:12   좋아요 1 | URL
근데 연애의 목적 진짜 좃같은 영화인게 그래서 강혜정이 결국 박해일 사랑하잖아요? 그게 무슨 미친 결말이지? 끝까지 이해못했는 데 (스무살 어릴 때 봤음ㅋㅋㅋ) 검색해봐야겠다. 그거 감독 남자새끼지?

단발머리 2022-07-07 15:17   좋아요 0 | URL
검색하고 결론 & 결론의 의미 좀 알려줘요. 기다림 ㅋㅋㅋㅋㅋㅋ

- 2022-07-07 15:22   좋아요 1 | URL
감독 남자 맞고 각본 여자 맞습니다. 솔직하고 발칙하고 뭐 그렇다는 평 입니다. 두 배우다 존잘 존예였으므로 강간을 성적 긴장으로 오해하며 섹텐 터진다! 이렇게 소비되었을 것 같습니다. 2005년 개봉작이고 전 05학번이엇죠. 정말 좃같았던 나의 20대입니다.

청아 2022-07-07 15:35   좋아요 1 | URL
아 <연애의 목적>범죄영화죠. 저 페미니즘 공부하기전에 봤었는데도 불편했다가 공부하고나서 떠올리며 욕했던ㅠㅠ 앞으로는 안봤으면싶은 성범죄미화의 단적인 예!

단발머리 2022-07-07 15:43   좋아요 1 | URL
참... 그런 거 보면 우리가 그런 세상을, 2005년에도 살았네요. (지금도 뭐, 많이 나아지지 않았지만)
그건 사랑 아닌데... 남자에게는 낭만이겠죠.
생각하면 할수록 화나네요, 진짜!!!

- 2022-07-07 15:44   좋아요 1 | URL
이 영화 상을 겁내 많이 받았어요… 어후… 진짜 한국문학 한다는 영화한다는 시키들 가만히 냅뒀더니 막 아주 알탕진동을 하게 만들고 강간미화를 하고 자빠졌고 문제는 내 20대 내내 그런 성역할을 해보려고 노력하면서 살았다는 거야 이 삐—-삐——- 삐———- 그래놓고 말 좀 안이쁘게 한다고 자아에 손상입는 척을 해? 이 삐ㅣ삐비비 삐비비니비비비비ㅣ삐비비비비비비 … 그만하게씁니다. 대중문화에 페미니즘 비평을 위하여.

단발머리 2022-07-07 15:45   좋아요 1 | URL
누가 할 것인가요? 페미니즘 비평, 누가 할 것입니까?
여러분, 여러분 중에 한 명이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저는, 삼년에 영화관 한 번 가는 사람이잖아요.
여러분, 여러분 중에 누구든 페미니즘 비평해요!! 지금 알라딘에 글 쓰는 것처럼 하면 된다니까요. 하면 돼요!!!

- 2022-07-07 15:51   좋아요 1 | URL
단발님 그러게요! 내가 한다! 고 하려고 했는 데… 그러기엔 내가 대중문화를 너무 안봐요… (보다가 빡쳐서 못보는 지경)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많을 거예요. 더 많아져랏! 페미들아! 대중문화 비평도 하고 만들고 쓰고 완전 다 그렇게 아주 5천년치 가부장을 다 뿌셔뿌셔!!
 
페미니즘 입문의 계기



수하님의 <페미니즘 입문의 계기>에 이어서 쓴다.

 


정규직 내정자를 채용하지 않기 위해, 임신한 여성을 채용하지 않기 위해, 채용 후 출산 휴가를 주지 않기 위해, 모집 분야를 바꿔 다른 남자 직원을 뽑는 사람들의 마음을, 수하님은 이해한다고 썼다. 나 역시도 그랬을 거 같다. 세상이 온통 남자들 세상인데 여자들에 대한 배려를 기대하는 건, 그래, 너무 과하다. 하지만.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배신감, 실망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나는, 결혼 후 남편과 나에 대한 시댁과 친정의 처우를 보고 나의 위치를 확인하게 된 경우다. 이른바 시월드 입성 후. 시어머니가 심한 경우가 아니라는 것, 보통보다는 나은 경우라는 걸, 결혼 후 4-5년 차쯤 됐을 때 알게 됐다. 시어머니만 그런 게 아니었다. 나를 둘러싼 모든 세상이 그랬다. 나도 결혼 전에는 친정에서 팬덤 거느리던 사람이었는데, 결혼 후 남편은 하늘 같은 아들백년손님을 오가는 데 비해, 나는 (수식어 없는) 큰며느리와 (역시 수식어 없는) 딸이었다. 충격적이라고 할 만하지는 않았지만 놀랍기는 했다.



 













나는 결혼을 하고 어머니가 된 후에야 비로소 나이가 들수록 아는 것이 적어진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슴 터질 듯한 사랑도 느꼈지만 미칠 듯한 좌절감도 맛보았다. 그전까지는 생각해 보지도 못한 존재의 근간을 뒤흔드는 새로운 감정이었다. 백만 가지 방식으로 아이와 연결된 어머니가 되고 나서야 페미니즘의 이상향을 현실에 접목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절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페미니즘을 저버릴 수도 없었다. 아이를 욕조 속에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20)

 


『빨래하는 페미니즘』의 저자 스테퍼니 스탈은 바너드 대학을 졸업하고 컬럼비아 대학 대학에서 석사를 마치고, 언론계와 출판계에서 활약하던 중 결혼-임신-출산을 겪으며 프리랜서 기자로 전업한다. 아이를 키우며 일하던 중 대학의 페미니즘 고전수업을 청강하면서 그 과정을 책으로 엮어냈다. 나의 페미니즘 읽기의 시작과 같은 책. 이때가 2015년이다.

 













『내 날개옷은 어디 갔지?』2013년에 읽은 책이다. 여자, 여자로서의 삶, 여자의 일생, 어머니의 헌신, 어머니의 위대함, 이런 류의 제목에 질색하던 내가 그림(장차현실님)에 이끌려 무심코 읽기 시작했는데 이 문장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집이 안식처가 될 수 없는 나의 현실과 현재를 그대로 보여주는 문장.

 


다음 날 아침이 지나면 집은 다시 거짓말처럼 어질러져 있다벽에 기대 앉아 우두커니 바라보고만 있다어디부터 또 손을 댈까아기는 자기만 보아달라고 소리를 지르다가 옆에서 머리를 바닥에 박아댄다집이 나에게도 쉬는 곳이었던 때가 있었는데나는 집을 나가서 쉬고 싶다고 간절히 바라게 되는 것이다. (30




 













세 번째로는 레베카 솔닛의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가 기억난다. Mansplain의 재발견도 놀라웠지만, 더 놀랐던 건 이런 문장.


 

부연하자면, 총에 맞아 죽은 여성들의 3분의 2 가까이는 현 파트너나 전 파트너에게 살해되었다. (49)

이 나라에서는 9초마다 한번씩 여자가 구타당한다. 확실히 짚어두는데, 9분이 아니라 9초다. 배우자의 폭행은 미국 여성의 부상 원인 중 첫 번째다. (49)

여자와 북어는 삼일에 한 번씩 패야 맛이 좋아진다는 속담을 가진 민족의 일원으로서, 나는 여성 폭력이 미개함과 후진성의 증거(그것 그대로 사실이긴 하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미국 여자들’,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며 가장 부유한 나라의 여성도 맞는다는 데 생각이 이르자, 그냥 맞는 정도가 아니라 미국 여성 부상 원인의 첫번째가 배우자의 폭행이라는데 식겁했다. 은폐되고 감춰지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 국가와 민족, 계급과 인종을 넘어 사회 전 범위에서 지속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이때 어렴풋이 깨달았던 것 같다.

 


















여자가 자신을 위해 자신에 의해 살게 될 때, 그때 여자는 완전히 한 인간이 될 것이다. (379)

 


네 번째 책은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에서 함께 읽었던 주옥같은 책들 중, 시몬 드 보부아르의2의 성』. 천재가 들려주는 여성의 역사. 2의 성으로 갈음되었던 여성이 겪어냈던 여성의 역사, 신화와 문학 속 여성의 모습, 그리고 여성의 현재에 대한 통찰이 이어진다. 그 외에도 주옥같은 책들이 많이 있지만, 내가 처음 페미니즘을 읽기 시작했을 때 울림을 주었던 책을 위주로 적어 보았다.

 


 

다음을 묻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그다음은? 이라고 묻는 사람이고 싶다. 농경 사회에서부터 지속된 견고한 가부장제의 오천 년 역사와 신화, 종교, 정치, 경제, 법률, 사회, 문화, 문학, 과학을 지배하는 여성혐오의 실체를 확인하는 것 너머, 그래서 그 다음은? 이라고 묻고 싶다. 다 망했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인류에게 더는 희망이 없다는 걸 안다. 같은 호모 사피엔스를, 여성을, 동물을, 토양을, 해양을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핍박하고 착복하는 인류에게 미래는 없다. 그럼에도 다음을 묻고 싶다. 그래서,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묻고 싶다. 물어야 한다고, 그래야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에 그 답은 반핵과 반전, 그리고 환경운동이 될 것임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가부장제와 여성혐오로 엉망이 된 이 지구를 구할 수 없을지 몰라도, 우리의 멸망을 연기하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역시나 정치가 가장 중요하고, 시민이 가장 중요하다. 하아, 우리의 새 정부는 북한에 적대적이어서 한반도에 초긴장 상태가 예견되건 말건 전혀 상관없다는 듯, 원전 세일즈한다고 저러고 다닌다.

페미니즘 정치는 어디로 가는가. 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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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7-05 16: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은 글인데 뭐라고 답글을 적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어쨌든 저는 마지막 두 문단 구구절절 공감이 됩니다. 지금 이 정체된, 시궁창 같은 현실 속에 절망이 찾아올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붙잡아야 할 가치가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단발머리 2022-07-05 17:34   좋아요 3 | URL
계속해서 답이 무엇인지 묻고 또 묻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평화와 공존의 시대를, 폭력이 아닌 화합이 주도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한다고 생각하고요. (물론 이 정부 하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겠지요) 댓글 감사합니다, 거리의 화가님^^

독서괭 2022-07-05 16: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수식어 없는 존재. 그것이 딱 가부장제에서 여성의 위치 같아요. 수식어가 붙어도 그건 나쁜 것들.. ˝여자와 북어는 삼일에 한번씩..˝ 이런 비슷한 속담이 세계 곳곳에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자신의 경험을 전체로 확대해 나가는 과정에서 페미니즘에 깊숙이 들어가게 되는 것 같아요. 다음을 물어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단발머리 2022-07-05 17:33   좋아요 4 | URL
여성 혐오와 멸시의 속담, 이야기는 공히 전 세계 공통이라고 저 역시 확신합니다. 가부장제가 역사적 과정의 산물이었듯이 더 발전된, 더 나은, 더 인간적인 사회로 나갈 수 있다고 전 믿어요 (그러나, 너무 견고한 것입니다 ㅠㅠ)

수이 2022-07-05 17: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결혼 후 유령인간이 된 느낌에 사로잡혀 한동안 고생한 기억 있어서 단발님 말씀 구구절절 옳소 하고 두 주먹을 하늘 위로 올릴 수 있습니다. 보부아르 언니 영어책 더 멋져 보이니 저도 얼른 조만간 시작하고 싶습니다. 태그도 모두 옳소!!!!

단발머리 2022-07-05 17:31   좋아요 2 | URL
결혼 후 유령인간이... 되지요, 모두들. 들으면 헉!하는 에피소드 우리 한 두개쯤은 가지고 있잖아요. 주먹 불끈 쥐고 우리 힘내요!!
근데 보부아르 영어책은 읽은 건 아니고, 그냥 <집에 이 책 있어요> 느낌으로 링크해서 부끄럽네요. 헤헤헤!

블랙겟타 2022-07-06 00: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으며 단발님의 고민과 생각들을 느낄 수 있었어요.

수 년전에 고등학생 시절 살짝? 친했던 친구를 대학 졸업후에 경찰이 됐다길래 오랜만에 만난 적이 있거든요?
계속 만났던 관계는 아니어선지 어른되어서 다시 만나니까 살짝 어색했는데요. 그날의 백미는 단발님이 언급하신 그 속담(?)이 그녀석의 입에서 말하는 순간이었어요. 저는 그 때까지 그런 문장이 있는 줄 몰랐었는데요 충격을 받았었죠. 이런 말을 자랑스럽게 지껄인다고? 이런 놈이 경찰을 한다고?? 그 뒤로는 멀리하고 싶어서 자연스레 멀어졌죠. 그 문장을 보니 그 날이 생각이 갑자기 났네요ㅠ

단발님 말대로 다음을 묻는게 중요한 것같아요. 역사의 진보를 믿지만 막상 현실에서 보여지는 진짜 진짜 미약한 한걸음을 볼 때마다 답답함을 느끼기도하죠. 게다가 간혹 그 미약하게 딛었던 걸음에 반해 크게 뒷걸음치고 있는 상황을보고 있으면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가 있을까?라고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요즘드는 생각은요 지치지 않고 서로를 지지해주는거. 생각했던거에 비해 진짜 미약하게 현실이 바뀌더라도 실망하지 않는거..중요하구나. 그리구 어느부분에서 마음에 덜 들더라도 실제현실을 반영돼 바뀌어지는 것에 응원하고 방법들을 고민해봐야겠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했어요. 저도 지구가 더이상 망가지지 않기위해ㅠ 계속 읽고 사유하겠습니다!

- 2022-07-07 12:38   좋아요 3 | URL
블렛겟타 화이팅!!!!!!!! 이 글을 지지합니다~

단발머리 2022-07-07 13:01   좋아요 2 | URL
겟타님 / 자연스레 멀어진 그 친구 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니, 입 밖으로 내지 않아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 참... 그렇습니다.

그리구 어느부분에서 마음에 덜 들더라도 실제현실을 반영돼 바뀌어지는 것에 응원하고 방법들을 고민해봐야겠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했어요. 저도 지구가 더이상 망가지지 않기위해ㅠ 계속 읽고 사유하겠습니다!

겟타님, 여기 마지막 문장 너무 좋네요. 어느 부분에서 마음에 덜 들더라도 우리의 현실을 어떻게 조금씩 바꿔가야 할지 우리 같이 고민해요. 겟타님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자주 오소서!!!

쟝쟝님 / 저도 겟타님의 글을 지지하고 쟝쟝님 댓글도 지지합니다!

yamoo 2022-07-06 0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요!

단발머리 2022-07-07 13:01   좋아요 0 | URL
yamoo님!! 댓글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7-06 08: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식어 없는) 나. 란 대목은
저 또한 결혼하고 초기에 적응 안되고, 우울했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분명 마음 좋으신 시부모님이셨건만, 딱 절정의 순간에는 아들이 우선이고, 나는 늘 그 아들 곁에서 뒷바라지 해주는 ‘나‘ 가 되었다는 점이 도무지 적응 안되고, 심술이 나서..˝어머님..@%^;:_.....˝ 말해서 갑분싸 만들어 버리고.....ㅋㅋㅋ
우리 부모님네 세대까지는 아마도 단발머리님 말씀처럼 그런 분위기와 문화가 보통이었을 껍니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 봐도 좀 더 상황이 나았던 이야기를 들어보질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 걸 보면 그냥 다 일반적인 생각들이었던 거죠.
이제 세대도 바뀌고 있고, 주변에 자식을 결혼 시키는 사람들도 더러 생기고 있던데...이젠 우리가 좀 더 달라진 시월드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갓 결혼한 여성들 외롭지 않게 만들어 주는 시월드요^^
북어랑 속담은 정말 슬프고, 혐오스런 속담이에요ㅜㅜ 여성들의 구구절절한 역사가 읽혀지는...ㅜㅜ

열거하신 책들 중 전 제2의 성은 읽었습니다ㅋㅋㅋ
빨래 표지의 책들 정말 오랜만에 봅니다.
저 책들 열심히 읽으시고, 열심히 글 올리시던 옛 단발님이 떠오르네요^^
그것이 벌써 2015 년 이었나요?
7 년이나 지난 지금은 과연????

단발머리 2022-07-07 13:04   좋아요 2 | URL
저는 페미니즘의 고민이 거기에 있는 거 같아요. 전에 정희진쌤이 여성의 지위와 처우가 바뀐 것을 사람들은 ‘조선 시대‘에 비한다고. 남자들은 아니죠. 남자들은 자신들의 처우를 선진국과 비교하는데요. 여성의 처우는 조선시대와 비교해요. 야, 요즘 여자들 살림하는 거 일도 아니야. 살기 좋아졌다, 그러면서요.

우리가 좀 더 달라진 시월드를 만드는 것도(아들 있음) 괜찮은 생각이지만 시월드를 만들되 입장을 강요하지 않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친절이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전, 자주해요. 무심한 시어머니가 되기를, 벌써부터 다짐하고 있습니다.

제가 2015년부터 페미니즘을 조금씩 읽었더라구요. 7년이 지났는데 저도 그대로이고, 세상도 그대로네요. 허어....

바람돌이 2022-07-06 09: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른곳도 그렇겠지만 한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건 페미니스트로 살수밖에 없게 만든다는.....
제 세대는 가정 학교 사회가 올 가부장월드였던지라 어쩔수없지하고 받아들였던 부분이 많았지싶어요. 하지만 요즘 자라나는 아이들은 가정과 학교에서는 안 그랬는데, 이렇게 안 배웠는데 사회는 왜 이래?라고 이상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이지 않고 체념하지않고 싸울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단발머리 2022-07-07 13:08   좋아요 1 | URL
얼마전 연대 화장실 기사 읽는데 정말 참담한 마음을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정말 세상이 어디로 가는지요. 찬란한 IT 기술 이렇게 사용하다니요 ㅠㅠ
바람돌이님의 바람대로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정과 학교를 넘어서서 사회가 성평등의 이론대로 실천해 갔으면 하는데요. 제도적 뒷받침이 되어 있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기는 어려울 거 같아요.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건수하 2022-07-07 09: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답이 많이 늦었습니다. 진솔한 글 먼댓글로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2015년부터 페미니즘 책을 읽어오셨군요. 저는 결혼까지는 그래도 참을만 했는데 아이가 생기니 일상에서 불평등이 더 많이 느껴졌었어요. 가족들과도 많이 싸웠었고..
빨래하는 페미니즘에 나오듯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서 페미니즘을 더 절실하게 느꼈지만 현실에 접목시키는 것이 더 어렵다는게 절망적이었고 여성 중 다수인 기혼 유자녀 여성이 오히려 페미니즘에 거부감이 크다는 게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개인의 문제보다 가부장제나 자본주의 등 사회의 문제로 눈을 돌리게 되었던 것 같아요.

조금 알아가면서 서구 선진국 특히 미국 여성들의 상황도 그리 좋지 않다는 게 놀라웠어요. 그 베티 프리단도 맞는 아내였다는 사실에 놀랐었죠.

반핵과 반전, 환경운동.. 그게 가장 이상적인 것 같지만 많이 비현실적인 이야기잖아요. 약간 더 현실적이고 설득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해러웨이에 기대를 걸었는데 구체적이지는 않아서 약간 아쉽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를 기대합니다.

단발머리 2022-07-07 14:42   좋아요 4 | URL
저는 대학에서도, 또는 성평등이 제도적으로 보장된 교원 사회나 공무원 사회에서는 그런 부분을 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비교적 남녀에 대한 차별이 없는 곳에서 직장생활을 했었구요.
저는 직장 같은 경우, 제도적, 법적 장치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빠들 강제 육아 휴직 1년, 이런 식으로요. 가사 노동에 대한 부분은 아직 개인차가 심할것 같구요.

저는, 페미니즘을 페미니즘이라고 하지 않으면서도 페미니즘적인 적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인도에서 성폭력에 대항해서 전 계급의 여성이 연대했던 것처럼, 언론을 이용하고 ‘이슈‘를 활용하면서 연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n번방, 아동 성폭력, 친족 성폭력 등 반박이 어려운 부분부터요. 이것 역시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건수하 2022-07-07 13:21   좋아요 4 | URL
아빠들 강제 육아 휴직 1년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향후 가사나 육아 분담에도 큰 영향을 주고요.
남편이 얼마전 휴직을 썼는데 한시적으로 여성보다 육아휴직 수당을 더 주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것도 좋은 변화인 것 같아요 (똑같이 휴직 썼는데 왜 나보다 많이 받냐는 생각이 잠깐 들긴 했지만).
이 정부에선 다시 후퇴하겠지만요..

‘페미니즘‘ 이라는 단어에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어서, 말씀하신 페미니즘적 적용이라는 방식도 좋은 것 같아요. 아이들과 엄마들이 함께 책읽고 이야기나누는 북클럽에서 <안녕, 내 이름은 페미니즘이야>라는 책을 읽었는데, 남자아이들은 왜 그런 좋은 가치들을 다 모아놓은 게 ‘페미니즘‘이냐며, 이름을 새로 지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단발머리 2022-07-07 13:28   좋아요 4 | URL
저 얼마전에 알았는데, 직장인들 건강 검진이요. 안 하는 사람이 있으면 회사에서 벌금낸다고 하대요. 강제로 하는 거죠, 직원들의 건강 지키는 거 너희들 몫이야, 하면서요.
육아 휴직도 그렇게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빠들 무조건 1년 써라, 잘 쓰면 혜택, 안 쓰면 벌금. 이런 식으로요. 제가 회사 다닐 때, 육아 휴직이 2개월에서 3개월로 넘어가는 시기였거든요. 보통 2개월인 회사가 많았구요. 정부에서 유인책을 쓰더라구요. 3개월째 월급은 나라에서 내준다고, 3개월 쓰게 하라고. 그런 방식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참 많이 아까워요.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 없으니까요. ‘페‘만 들어도 눈에 불을 켜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ㅠㅠ

- 2022-07-07 12: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 정치는 시작되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지 않나요? 물론 여성의 당이 있긴 한데... 녹색당 보다 페미니즘 정치가 더 이후에 온 것 같고요...? (솔직히 페미니즘 이라는 말이 문제적인 단어가 된 것도 메갈리안 이후 이지 않을까요? 아직 10년이 안되었네요 ㅋㅋㅋ 그때부터 시작된 거 치고는 굉장히 거대하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비슷하게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를 누누이 경고하는 철학보다 남성에 의한 여성의 지배를 말하는 사상이 나타난지가 더 얼마 안된 것 같고요! 선후차를 따지자는 문제는 아니고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말은요... 음 신자유주의가 전면화되고 극복이 앞으로도 안될 것이므로.. 그 덕택에 여성혐오는 더 심해질 거고, 그러므로 페미니즘이 더 창궐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제가 가지고 있는 어떤 입장예요 ㅋㅋㅋ 저는 너무 다행스럽게도 (정희진 샘이 그렇게도 못마땅해 하시는) 신자유주의 페미니스틉니다ㅋㅋㅋ 뿅.

단발머리 2022-07-07 13:38   좋아요 4 | URL
제가 저번부터 느낀 건대 ㅋㅋㅋㅋㅋㅋ 페미니즘을 다시 정의하는 일부터 필요하긴 할 거 같아요. 어디까지가 페미니즘인가 하는 거요. 저는 그 모든 사유와 실천의 중심에 여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도나를 읽지 않았습니까. 그게 전부라고 하면, 안된다고 도나 선생님이 말씀하셨구요.

페미니즘 정치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데 동의합니다. 이제 막 시작이지요. 쟝쟝님 말씀대로 페미니즘은 더 창궐할 것입니다. 백래시하려는 세력에 어떻게 맞서 싸울지 지혜를 모아야겠지요. 정희진쌤은 신자유주의가 오천년 역사의 가부장제도 이겨 버렸다고 하셨지요. 있는 자리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 봅시다, 우리!!

다락방 2022-07-07 14:21   좋아요 5 | URL
수시로 자뻑이 튀어나오는 저로서는 또 자뻑이 튀어나오네요.
이런 깊은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이런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이들 개인의 역량이 물론 훌륭하지만, 그러나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가 중심에 있었다....여성주의 책 같이읽기가 이들을 깊은 사유로 이끌 수 있었다. 이런 지적인 댓글은 그러므로 가능했다... 나 만세다!!

그럼 이만.

단발머리 2022-07-07 14:38   좋아요 5 | URL
이런 댓글은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통해서 가능하다 -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가 이들을 깊은 사유로 이끌었다 -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의 책선정은 내가 한다 -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의 리더는 나, 다락방이다 - 나 만세다!😘😘😘

다락방 2022-07-07 15:06   좋아요 5 | URL
제가 썼지만 부끄럽기 짝이없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7-07 15:09   좋아요 3 | URL
하, 진짜, 여러분 우리 진짜 똑똑하지 않아요? 동네 사람들아~ 한국의 네티즌들아~ 세계의 여성들아~ 여기와서 이걸 좀 읽어라 ~~~ ㅋㅋㅋㅋㅋ 페미벽돌책 4년만 깨면 온 우주를 제패할 지적 오만으로 똘똘 뭉친 자존감이 생겨난다~~

- 2022-07-07 15:10   좋아요 3 | URL
그런데 그걸 누가 시작했냐고? 그건 바로 털어서 먼지나서 불세출의 페미니스트 정치인이 될 수 없는 다락방이지! 뽀에버!

다락방 2022-07-07 15:11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부끄럽다 진짜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7-07 15:13   좋아요 3 | URL
부끄러워하지 말라니까요 ㅋㅋㅋㅋㅋㅋ 자기 확신과 지적오만의 화신으로 거듭나야해요, 우리는 ㅋㅋㅋㅋㅋ 자꾸 연습해야해요 ㅋㅋㅋㅋㅋㅋ 아직도 우리는 배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