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1"


1949년생, 별난 이들이 많다는 와세다대에서 학생 운동을 하며 7년 만에 졸업, 1979년 문단에 데뷔,

1985년 이 책으로 다니자키 준이치로상을 수상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두권짜리 소설이다.

원서가 두권인지 제법 두터운 한권인지 알길은 있지만 별로 알고 싶지는 않은 어쨌든 긴 소설이다.



원래 목적지는 1994년작 "태엽 감는 새"였다.

하루키를 좋아하고 그의 천재성과 위대함을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할 준비는 되어있지만,

태엽 감는 새가 하버드 북 스토어 Top5에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을 알게되었을 때는 그가 새롭게 보였다.

그래서 그 책을 읽으려했는데, 하필이면 총 4권중 세번째 책만 중고로 구입한 상태라서

책장에서 뒹굴고 있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1"을 읽기 시작했다.



헤르만 헤세와 이문열에 이어 참 좋아하는 작가고 그들의 책을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하드보일드"와 "원더랜드"가 들어간 이 책은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하드보일드" -_-; 많이 끓었다는 뜻인가? 나의 무지함으로는 해석이 안되어 이곳 저곳을 뒤적거려보았다.


문학에서의 "하드보일드"

1930년대 전후 미국 문학에 나타난 새로운 사실 주의기법으로, 원래 계란을 완숙하면 더 단단해진다는 뜻에서 왔다고 한다.

문학적 용어로는 "비정", "냉혹" 이라는 말로,

극한 폭력적인 것들을 감정을 배제하고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묘사하거나

사회적,윤리적, 도덕적인 것들을 전면 배제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시점에서 묘사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이 "하드보일드"가 제목에서는 어떤 역할을 할지를 생각하기 이전에,

하루키 그의 묘사, 서술 방식을 생각해보면 이만큼 적절한 말도 찾기 힘든 것 같다.

"화가나 소설가들이 세상을 다른 관점에서 본다"라고 말한다면,

하루키는 자기가 보고 싶은데로 본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루키가 와세다대 영화과이니 "하드보일드"의 영화쪽도 살펴보면,

문학에서의 그것과 거의 같은 의미이고 주로 냉혹한 누아르 장르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하드보일드"의 문학적 영화적 의미는 알겠는데,

"하드보일드"가 제목에 자리 잡고 있으니 머리속이 다시 흐트러진다.

"딱딱하고 가열되고 냉혹한" 정도의 수식어로 생각하고 다음 단어로 넘어가본다.



"원더랜드"

말 그대로 동화의 나라다.

1권을 읽고 2권의 중반을 읽고 있는 시점에서 원더랜드가 "동화의 나라"다라는 뜻을 가진 것이 참 혼란스럽다.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세계와 일각수 (유니콘)가 있는 동화속 같은 세계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런데 일각수가 있는 동화속 같은 세계가 책에서는 "세계의 끝"으로 불리운다.

그래서 자석요를 사듯이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현실의 세계로 생각했는데, 그 뜻이 "딱딱한 동화의 나라"라는 뜻이니

나는 이름도 성도 모른채 누군가를 오랫동안 알고 지낸 것 같은 미안함과 (그래야할 이유는 없지만) 부끄러움이 든다.



...

...

잠시 내가 왜 이렇게 제목이 연연해할까라고 생각하다,

갑자기, "상실의 시대" 원제가 "노르웨이 숲"이라는 것이 생각났고,

(이 책은 "일각수의 꿈"으로 예전에 번역되었다고 한다. -_-)

지금 내가 작가가 짓지도 않고 한국 출판사에 의해 그럴듯하게 탄생한 제목에 목을 매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에 (일본어는 모르니)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영어 제목이 "Hard-Boiled Wonderland and the End of the World" 이다.

순서가 바뀌긴 했지만, 그래도 작가의 것이니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

...


이 책에서 하루키 그가 그려내고 있는

인간의 "마음" "기억" "존재"의 의미를 따라가다보니

2권의 중반을 읽고 있는 이 지점에서 제목에 눈이 많이 간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났을 때

제목의 의미를 알게 되듯이,

그가 던져주는 메시지를 미리 알아내려고 제목을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다.


 

곧 2권을 마저 읽고 나면

덜 두서 없이 정리해보고 싶다.



하루키 맛이 가득한 그의 "하드보일드"한 문체들을 마지막으로 덧붙여 본다.



"마치 비늘 랩에 싸여 냉장고 안에 던져진 채 문이 닫힌 생선과 같은 서늘한 무력감이 나를 엄습했다." p42

"공기는 벌써 몇 년 동안이나 그곳에 버려져 있었던 것처럼 혼탁했다." p72

"아무도 내게 볼일이 없는 듯했다. 괜찮다. 나 역시 어느 누구에게도 볼일이 없다." p119

"그것도 아무리 오랫동안 들여다 보아도 뒤돌아서면 어떤 얼굴이었는지 전혀 생각나지 않는 그런 타입의 미녀다. 이 세상에는 그런 타입의 아름다움이 존재하다." p231

"`하지만`도, `만약`도, `그러나`도, `그래도`도 없이 파괴는 한순간에 완전히 끝나고 김빠진 침묵이 주위를 뒤덮었다."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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