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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 - 하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86
빅토르 위고 지음, 이형식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하네다에서 도착한 김포공항. 공항이기를 마친 어색한 2층. 하지만 존재감을 끝까지 알리고 싶은 3층의 세븐 일레븐.
단 2일만에 온도는 영하가 익숙해져있습니다.
'익숙'과 '낯섬'은 속수무책인 변화에 대한 감상일까요? 그 '변화'라는 것도 그저 감상일까요? 신이 운명이 그저 가여워 동정하듯 - 하지만 더 가혹한 - 던져준 위안일까요?
'해픈 자는 소경입니다. 처음은 보되 끝을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학자는 소경입니다. 자신의 무지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p483
우리 모두는 소경이고, 소경인게 다행인지도 모릅니다. 어떤 면에서는 보지 못하는 자들이 볼 수 밖에 없는 자들 보다 다행이라는 억측도 해봅니다.
날씨가 이렇게 추워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것들이 오지랖으로 걱정입니다.
나는 그 '걱정'이 다른 이에게 '사치'와 '위선'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을 혹독하게 배워가고 있습니다.
"사랑의 진정한 이름은 노예 상태이다. 남자는 한 여인의 영혼을 통해 포로가 된다. 그녀의 살을 통해서도 포로가 된다. 때로는 영혼보다 살을 통해 더욱 꼼짝 못하는 포로가 된다. 영혼이 정인이라면, 살은 안주이다." p545
역시 무슨 소리인지 무슨 괘변인지 모르겠지만, '모르겠다'고 쓰는 나는 공범입니다. 나는 공범이고 맹신자에 억측군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어떤 일이 닥쳐도 닥치지 않은 것 같은 순간이 있다." p548
어떤 극과 극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다 보면, 그건 순간이 아니고 일상이 되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그것에 걸맞는 존재이고, '사람'은 그래서 비참하고 슬프고, 'Human being"은 현학적이고 가식적으로 부정하고, '연인'은 냉혹한의 그저 한 과정의 체류상탱인 것 같습니다.
"5. 기억한다고 믿으나 망각한다" p661
생각해봅시다. 두 절이 앞뒤를 바꾸든 혼자 있든, 그저 진실을 조금 더 흐릴 뿐이지 않을가요? 망각한다고 믿으나 기억한다. 절대 진리는 그 역도 참이라고 합니다. 그 증거를 나는 찾으려 애썼는데, 애쓸 필요가 없네요. 절대 진리대로 내가 종속한 세상은 예외 없이 돌아가고 있으니깐요.
아키하바라역 다리 건너 저 길 언저리에서 나는 재잘 거렸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가서 말했습니다.
그것들은 대사에서 방백으로
과거에서 현재로
또 그 역으로 나의 주위를 맴돌았습니다.
"그리고 데아는!"
p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