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를 거의 다 들어서 다음 오디오북을 고르다 '작가는 처음이라'는 오디오북이 있어서 들었다. 초보 작가들을 위한 첫 책 내기와 출판 생태계를 소개해줘서 흥미롭게 들었고, 전자책도 사고 밑줄 긋고 빠르게 참고하기 위해 종이책도 샀다. 다 샀다. 저자나 문장은 고려할 필요는 없었다. 책의 콘텐츠에 관심 있었고 한 번도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자책이 그은 밑줄만 추려서 목록 형태로 본다든지 검색을 하는 것은 탁월하지만, 책장을 후루룩 넘기며 스캔하듯이 내용을 훑어보거나 띠지를 3M 플래그로 표시를 해서 찾아가는 것은 종이책이 여전히 압도적으로 효율적이다.
아무튼, 마흔 살까지 열심히 살았고, 책과 신문을 꾸준히 보고 평소 글쓰기를 게을리하지 않아 상도 탄 작가가 굳은 결심으로 책을 썼고, 투고한 후에는 화장실에 앉아 그동안의 노력과 그 노고의 결과물로 인한 자신에 대한 대견함과 그 과정에서 자신과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성찰한 감회의 감정들이 어우러져 옆 칸의 사람을 의식하지도 않고 울었다는 이야기는 어떤 보통 사람이면서 보통 사람이 아닌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을 한 그래서 나도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와 동기부여를 뜨겁게 해 주는 사람을 우연히 중고거래에서 생각보다 좋은 물건을 들고나온 아저씨를 만나는 것 같았다. 거래 후에도 이제 내 소유가 된 물건에 대해 절약과 소유의 타협에서 오는 만족함을 즐길 때면 함께 생각나서 그 만족함을 더 해주는 그런 아저씨 같았다.
책을 내려는 목적부터 출판의 형태, 어떤 독보적인 주제를 가져야 하는지, 기획은 어떻게 하고 자료수집과 목차구성 추천사, 프롤로그, 에필로그, 문장을 쓰는 법, 글을 쓰기 위한 시간 확보, 진도 체크, 동기 부여법, 출판사에 책을 내기 위해 투고를 하는 메일의 구성, 출판 시장, 서점의 생리 등, 책을 내기 위한 모든 것을 다루었다. 물론 이 모든 내용의 깊이는 다소 부족하고 진부한 내용도 산재해서 책을 주의 깊게 읽지 못하고 통독하게 했다.
이 책이 세 번째 책이라고 했는데, 흔히 말하는 '대중서' 세 권을 썼다. 마흔 살이 마흔살에게 전하는 위로를 쓴 책과 유대인 교육, 그리고 이 책이다. 저자의 전문성도 아쉬웠고 좀 더 깊이 있는 내용도 접하고 싶어 책 쓰기 책을 검색했다.
그래서 이 책을 찾았다. 12년 차 편집자가 책을 쓰는 것에 관해 썼고 다루는 내용은 유사했지만,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며 직접 책을 편집하고 내는 일을 12년 한 사람의 목소리는 훨씬 더 체계적이었고 전문적이었고 신빙성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정독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의 다음 문장을 보니 생소하지가 않았다. 152와 225 그리고 20과 225 마지막 특히 마지막 단지 2cm 가 그 흐름이 이 문장의 구조가 두 번 읽는 느낌이 들었다.
여러분의 책이 나온다면 그 넓디넓은 공간에 가로세로 152x225mm(평균적인 단행본 사이즈)의 공간만이 주어집니다. 이조차도 길어야 2주이지요. 신간 매대에 놓였다가 책 판매가 저조하면 바로 서가에 꽂힙니다. 주어진 공간은 가로세로 20x225mm 정도가 되겠군요. 네! 20mm, 그러니까 2cm 말입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p35
-알라딘 eBook <출판사 에디터가 알려주는 책쓰기 기술> (양춘미 지음) 중에서. 종이책 출간 2018년 8월
그래서 첫 책에서 152를 검색하고 아래 문장을 찾았다.
다시 말하면 내 책이 나오면 서점의 넓은 공간 중에 평균 단행본 크기로 가로 152mm, 세로 225mm 좁은 매대 공간만이 할당된다. 그것도 길어봐야 2주다. 판매가 신통치 않으면 신간 매대에서 바로 서가에 꽂힌다. 공간은 가로 20mm, 세로 225mm 정도로 더 줄어든다. 20mm, 그러니까 2cm다. 이것이 출판계의 냉정한 현실이다. p245
-알라딘 eBook <작가는 처음이라> (김태윤 지음) 중에서. 종이책 출간 2020년 9월
완전히 똑같지는 않았지만, 몇 번을 읽어봐도 하나의 문장과 그 문장의 복제본임을 부정하기가 힘들었다.
시중에 나온 책 쓰기 책이 현실에 맞지 않고, 책 쓰기 학원이 터무니없이 비싸고, 본인과 같은 일반인에게는 너무 동떨어진 내용도 많다며 친근하게 자신과 같은 보통 사람이 첫 책을 쓰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냈다고 하는 '작가는 처음이라'는 책이 '출판사 에디터가 알려주는 책 쓰기 기술'을 지나치게 참고한 것 같다. '작가는 처음이라'의 저자는 당연히 표절에 대해서 다룬다. 불행하게도 위 두 문장은 한 문장을 보고 '아이디어를 가져와 다시 정리' 한 것 같지도 않고, 자신의 사색과 철학으로 재정리한 것 같지도 않다. 자신만의 언어로 문장표현을 바꿔준 것 같지도 않다. 자료 수집 과정에서 모아 둔 것을 옮겨 쓴 느낌이 지배적이다. 혹시라도 위와 같은 것을 '자신만의 언어로 문장표현을 바꿔준 것'이라고 한다면, 그건 몹시 나쁜 짓을 가르치는 것이 아닐까.
한 권만 표절해도 사실상 작가에게는 치명적이다. 표절은 문장을 그대로 베낀 것을 말한다. CtrlC+CtrlV를 통해 글자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문장을 갖다 붙였다면 명백한 표절이다. 즉 저작권법 위반으로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문장 표현이 다르면 표절이 아니다. 아이디어를 가져와 다시 정리했다면, 법이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 또한 원래의 글을 자신의 사색과 철학으로 재정리해도 된다. 자신만의 언어로 문장표현을 바꿔주면 된다. 저작권은 문장표현을 보호한다. p167
-알라딘 eBook <작가는 처음이라> (김태윤 지음) 중에서
책 쓰기와 출판의 생태계를 처음으로 접하게 해줘서 '작가는 처음이라'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오디오북, 전자책, 종이책을 모조리 산 것도 아깝지 않다. 그런데, 표절에 가까운 문장을 발견하니 책의 나머지에도 의구심이 든다. 저자가 말하는 '3개월 안에 책 내기'를 하다 보니 생기는 실수일까? 사실 그래서 오타도 있고 자음과 모음이 아예 깨진 것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