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 유품정리사가 떠난 이들의 뒷모습에서 발견한 삶의 의미
김새별 지음 / 청림출판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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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떠난 자들의 외침을 듣자

시린 새벽 별 따라 가신 당신을 마지막을 보지 못했지만 단정하게 누운 모습 아직 눈에 선하다만져 본 손에선 이미 온기는 사라지고 차디찬 얼음장 같은 서늘함이 전해졌지만 그마저 당신을 몸으로 느낄 마지막 이었다그 느낌은 잊혀지지 않고 살아가는 동안 함께할 것이다.

 

이렇게 집이나 병원에서 지켜보는 이들이 있는 시간 삶의 마지막을 맞이한 사람은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하지만 떠난 자의 이런 마지막 모습은 이렇게 준비되거나 정리된 상태가 아닌 경우도 많다이랄 때 뒷수습을 해줄 누눈가가 필요하다그 일을 해 주는 사람이 장례지도사와 유품관리사가 그들이다.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은 장례지도사를 거쳐 유품정리사로 활동하는 저자가 이십 년 가까운 시간 동안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의 죽음과 마주했던 경험에서 만난 이야기들을 모아 만든 책이다.

 

책에 담긴 떠난 자들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가슴 아프지 않은 사연이 없다떠난 자들의 마지막을 정리하여 가족들에게 돌려보내는 과정에서 떠난 이들과 남은 자들 사이에 간격을 좁혀주고 있다대부분 온전하지 못하게 떠난 자들의 흔적을 말끔하게 치우는 것이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모두가 꺼려하는 일을 하는 유품관리사들의 눈에 비친 떠난 자와 남은 자 사이의 간격에서 우리가 가슴에 새겨야 할 무엇이 있다.

 

떠난 자들의 관심사는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있다살아남은 자들의 앞날을 걱정하며 자신은 추위와 가난에도 불구하고 아껴 모았던 모든 것을 내 놓는다하지만 남은 자들 중 일부는 떠난 자들의 마음과는 달리 엉뚱한 곳에 집중된다남은 재산이 그것이다그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모습을 통해 죽음을 대하는 우리들의 현주소의 단면을 보기도 한다.

 

저자는 가슴 아픈 현장과 마주한 날은 가족들 생각이 많이 난다어서 집으로 달려가 딸의 얼굴을 보고 싶고온 힘을 다해 꼭 껴안아주고 싶다지금보다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하게 된다.”고 말한다결국 우리에게 정말로 남는 것은 집도돈도명예도 아닌 누군가를 마음껏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기억오직 그것 하나뿐이기 때문이다라는 것이 체험 속에서 얻은 교훈이라 한다.

 

떠난 이들이 세상에 남기고 간 마지막 흔적을 정리하는 유품정리사그들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 일을 하는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불편하기만 하다그게 우리의 현실의 단면을 나타내 준다고 보인다.그렇다고 죽음 후 마지막을 정리하는 사람들의 시각이 부정적으로 끝나는 것만은 아니다떠난 자들의 마지막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 안부 전화 한 통따듯한 말 한마디작은 배려와 관심만)을 미루지 말아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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