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속離俗'
홀로 마시는 차를 속세를 떠났다는 의미의 '이속離俗', 둘이 마시는 차를 한가하고 고요하다는 '한적閑寂'이라하고, 셋이 마시는 차는 '유쾌愉快'라고 한다는데 여기서부터는 이미 고요한 차맛은 사라진다.

밤하늘 품이 많이도 줄어든 달이지만 그 밝기는 줄지 않았다. 달 한번 보고 한걸음 또 달 한번 보고 한걸음ᆢ. 한바퀴 걷는데 몇십보면 충분한 크기의 조그마한 뜰이지만 달빛이 가득하니 하늘처럼 넓다.

'이속離俗'
차 한잔 마련해 두고 깊어가는 겨울밤의 적막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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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나무'
나즈막한 산으로 둘러쌓인 곳에 넓은 운동장을 가진 연수원이 있다. 그 둘레에 큰키나무가 여럿있다. 이른봄 독특한 모양의 초록색의 넓직한 잎이, 초여름 등잔불 밝히듯 연두, 노랑 그리고 주황빛이 베어 나오는데 꽃이, 가을엔 붉은 단풍으로 겨울엔 열매로 사시사철 관심가는 나무다.


높이 30m 가까이 크는 나무라 유심히 보지 않으면 꽃이 핀지도 모르고 지나치기 일쑤다. 어쩌다 낮은 가지에서 피는 꽃을 보기 위해 나무둘레를 서성이곤 한다. 그 꽃을 보기 위해 내 뜰 가장자리에 한그루 심었다.


백합나무는 꽃이 백합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튤립나무라고도 하는데 영낙없는 튤립모양으로 하늘을 바로보며 핀다.


신작로가 나면서 가로수로 심기 위해 플라타너스(버즘나무), 양버들, 미루나무 등과 함께 도입된 나무라고 한다. 가로수로 박물관 정원수 등으로 그 흔적이 비교적 많이 남아 있다.


높고 큰 나무가 주는 안정감에서 그 나무 품으로 파고들게 하는 나무다. '안정'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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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매探梅' 1
성급한 마음이 게으른 몸을 부추켜 길을 나선다. 점심시간 그 조바심나는 짧음도 막아서지 못하는 가슴앓이다. 설중매가 아니면 어떠랴. 눈 속에 묻혀 빼꼼히 얼굴 내미는 모습도 좋지만 새색시 볼 마냥 붉그스래 채 피지 못하여 홍조띤 얼굴에 담긴 수줍은 향기가 먼저다.

'백매'만이 담을 수 있는 연붉은 속내를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수줍을 대놓고 볼 수 없어 겻눈질하는 맛이 탐매의 으뜸이다.

아, 겻눈질
이 얼마나 숨가픈 황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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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감주나무'
무더위가 기승을부리던 어느 여름날 무주 구천동 계곡 참나무 아래서 하룻밤을 자고나서 관리사무소 앞을 지나다 만났다. 세모꼴 주머니를 열매처럼 달고 우뚝선 나무는 한동안 발길을 붙잡기에 충분했다. 도감에서만 보던 나무를 마주한 순간이다.


한번 눈에 들어온 나무는 뇌리에 박혀 어느곳을 가더라도 곧바로 알아보게 되지만 이 나무는 다시 만나는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아주 가까운 도시의 나들목에서 발견하고 어찌나 반갑던지 매년 꽃 피고 열매맺는 동안 몇번이고 눈맞춤한다.


모감주나무의 꽃은 하늘을 향해 긴 꽃대를 세우고 촘촘하게 화려한 황금빛 꽃을 피운다. 여름의 태양이 이글거리는 그날에 맞춰 찬란히 꽃을 피우는 것이 태양과 맞짱이라도 뜨는듯 대범하게 보인다.


원뿔을 거꾸로 세운 것 같은 특별한 모양의 열매는 초록색에서 갈색으로 변하면서 얇은 종이 같은 껍질이 셋으로 길게 갈라진다. 꽃보다 더 멋진 모습을 만들어 내 두번 피는 꽃처럼 주목된다. 안에는 콩알보다 작은 까만 씨앗이 보통 세 개씩 들어 있다. 이 열매로 염주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불가능해 보인다. 아마도 무환자나무 열매와 헷갈린 것이 아닌가 싶다.


꽃과 열매를 보기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듯 '자유로운 마음', '기다림'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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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싸한 아침이다. 매우 추운면 코끝에 매운기가 스며드는데 오늘 아침이 그렇다. 땅마져 꽁꽁얼고 햇살이 번지는 곳에도 서리는 녹지 않고 온 몸으로 버티는 중이다.

이미 산을 넘어 온 해와 아직 산을 넘지 못한 달이 한 하늘에 같이 보인다. 요즘처럼 보름이 갓 지난 며칠 간이다. 아침을 반겨 맞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머리는 맑아지고 가슴 속으로 파고드는 시원함이 개운한 하루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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